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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수 옹(89)과 윤호연 씨(21). 68세의 나이 차만큼 두 사람은 살아온 세대와 환경이 너무나 다르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매년 8월 15일 광복절만 되면 가슴 한구석이 아려온다는 점이다. 이 옹은 1945년 광복군에 입대해 활동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과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은 독립지사다. 윤 씨는 항일결사조직 ‘무등회’에서 학생독립운동을 했던 윤재춘 지사(1922∼1988)의 손자. 두 사람이 9일 경기 수원 장안구에 있는 광복회 수원시지회 사무실에서 만나 서로 얘기를 나누며 광복절의 의미를 되새겼다.○ 어린 시절 너무나 다르게 다가왔던 ‘조국’의 의미 이 옹의 아버지 이사집 씨는 1919년 경북 고령에서 3·1운동을 주도하다 일본군에게 고문을 당해 불구의 몸이 된 독립지사였다. 이 옹은 “어릴 때 아버지가 쌀가마니와 탄약 등을 지고 옮기는 모습을 자주 봤다”며 “어른이 돼서야 그 물자들이 독립투사들에게 전달됐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 옹은 열두 살 때 만주에서 일본군이 마을 한가운데서 한국인 독립운동가를 형틀에 묶어 물고문하는 장면을 봤다. 스무 살 무렵에는 일본군 무리에 끌려가던 한국인 위안부 여성 40여 명을 목격했다. 이 씨는 “조국 잃은 설움을 매일 숨 쉬듯 느꼈다”고 회상했다. 반대로 어려서부터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했던 윤 씨는 “어렸을 때 솔직히 우리나라가 너무나 싫었다”고 고백했다. 독립지사였던 할아버지와는 달리 윤 씨에게 한국은 ‘하루빨리 탈출하고 싶은 나라’였다. 부모님과 친척들은 온통 명문대 입학만을 기대했고 주변 사람들은 쓸데없이 남의 일에 이래라저래라 간섭했기 때문이었다. ‘한국만 아니면 어디든 좋다’는 생각에 중학교 때 미국 유학을 준비했지만 금융위기가 터지는 바람에 포기했다. 윤 씨는 “한국에 발목을 잡힌 기분이었다”고 털어놨다.○ ‘나를 버리는 삶’을 택하다 조국 잃은 설움에 매일 울분을 토하던 이 옹은 스물두 살(1945년)이 되던 해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 무작정 중국 안후이(安徽) 성 푸양(阜陽)에 있던 광복군 제3지대 본부를 찾아가 “일본군과 싸우다 일본군 형무소에서 사형당하겠다”며 입대를 요청했다. 제3지대(支隊)는 미국 영국 등 연합군과의 합동작전을 위해 요원들에게 특수 훈련을 시키는 부대였다. 이 옹은 주요 도시에 지하공작대를 파견하거나 정보를 수집하는 역할을 맡았다. 활동 도중 일본군에게 붙잡힌 동료들은 비참하게 죽어갔다. 특히 친했던 동료가 일본군의 회유를 거부했다가 결국 목이 베였다는 소식을 전해 듣던 날 이 옹은 목 놓아 울었다. 그는 “미국이 원자폭탄을 투하해 일본이 항복했다는 소식을 중국군에게 들었다”며 “동료들을 얼싸안고 만세를 외쳤다”고 회상했다. 윤 씨는 고등학교 역사수업을 계기로 바뀌기 시작했다. 교과서에 나오는 독립운동의 역사가 그야말로 할아버지의 이야기였다. 인터넷 블로그와 국가보훈처 ‘독립유공자공훈록’에도 할아버지의 이름 석 자가 있었다. ‘할아버지가 목숨을 걸고 지킨 나라를 떠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 할아버지처럼 남을 위한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에 2011년 연세대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했다. 현재 학군단(ROTC)에서 복무 중인 윤 씨는 “훈련 중에 ‘대한민국’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가슴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온다”고 말했다.○ 안타까운 ‘2013년 광복절’ 이 옹은 “생존 독립지사들이 요즘 나이가 들어 매년 세상을 떠나고 있다”며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들 독립지사가 했던 일을 기억하고 후세에 전하려는 노력을 얼마나 하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윤 씨는 “역사에 관심이 없는 친구들에게 실망할 때가 많다”며 “광복절을 휴일로만 아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윤 씨는 이날 처음 만난 이 옹에게 “우리 할아버지께서 살아계셨으면 저한테 들려주셨을 이야기를 대신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수원=곽도영·이은택 기자 now@donga.com}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온 김종률 전 민주당 의원(51·사진)이 한강에 투신했다는 신고가 들어와 경찰과 소방당국이 수색에 나섰다. 김 의원 집에서는 유서가 발견됐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12일 오전 5시 45분경 경찰 112신고센터로 김 전 의원이 한강에 투신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뇌물수수 사건에 연루돼 전날 오후 2시부터 약 4시간 반 동안 검찰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전 의원의 지인으로 알려진 신고자는 “김 전 의원이 오전 3시경 카카오톡으로 ‘억울하다, 죽고 싶다’는 문자를 보냈는데 목숨을 끊은 것 같다”고 112에 신고했다. 또 “불안해서 찾아다니다가 평소 김 전 의원이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래섬을 혼자 자주 찾던 것이 떠올라 와보니 김 전 의원의 차가 주차장에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오전 6시경 서래섬 수상레저 주차장으로 출동해 신고자를 만나 김 전 의원의 차를 확인했다. 차 안에는 휴대전화와 여벌의 옷이 있었고 앞 정박장에 세워진 요트 안에서 김 전 의원의 신발이 발견됐다.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에 오전 3시 15분경 한 남성이 한 손에 옷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이 찍혔다”며 “야간이라 얼굴이 명확히 식별되지 않지만 가족들이 걸음걸이 등으로 보아 김 전 의원이 맞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의 서울 강남구 도곡동 자택 현관문 우유투입구에서는 A4용지 3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가족에게 남긴 1장에는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나머지 2장은 검찰에 보내는 내용으로 ‘서○○ 부장(검사)님, 박○○ 검사님 미안합니다’라며 ‘참 정의롭고 열심히 하는 검사를 보는 것 같아서 흐뭇하고 좋았습니다’라고 썼다. 또 ‘나의 선택으로 자칫 누가 될 것 같아 이 글을 남긴다’고 썼다. 김 전 의원은 투신 직전 페이스북에 “지역 주민으로부터 큰 사랑과 은혜만 입고 보답을 못했다”며 “진실의 촛불을 들어야 할 때도 함께하지 못했다”고 글을 남겼다. 또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어머니(79)가 홀로 살고 있는 충북 음성군 금왕읍의 한 빌라를 잠시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의원은 고문을 맡고 있던 줄기세포 연구업체 알앤엘바이오의 금품전달 사건으로 11일 서울남부지검에서 조사를 받았다. 알앤엘바이오의 라정찬 회장에게서 현금 5억 원이 든 쇼핑백을 받아 2011년 1월 27일 오후 7시경 서울의 한 고급호텔 중식당에서 금융감독원 A 연구위원에게 전달하기로 했으나 중간에 빼돌렸다는 혐의(뇌물공여)를 받고 있었다. 회사의 부실회계를 덮어 달라는 명목의 뇌물을 전달하기로 했으나 ‘배달사고’를 냈다는 의혹을 받은 것. 김 전 의원은 11일 조사에서 “(연구위원에게 돈을) 전달하지 않았다”고 실토했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조사를 받던 이 연구위원은 11일 오후 10시 45분 무혐의로 풀려났다. 경찰은 12일 수중 수색작업을 오후 6시경 사실상 중단하고 13일 오전 8시 재개하기로 했다. 김 전 의원은 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에서 17, 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2007년 대선 과정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의 BBK 주가조작 진상조사 대책위원장을 맡아 ‘BBK 저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2009년 단국대 이전 사업 과정에서 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의원직을 잃었으며 2010년 가석방된 뒤 올해 1월 특사로 복권됐다. 4월에는 민주당 충북도당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청주 신흥고, 서울대 법대를 나온 변호사(사법시험 35회)로 법무법인 ‘춘추’ 대표변호사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원, 단국대 법대 교수, 사법시험 위원 등을 지냈다. 최근 원자력발전소 부품 납품 청탁과 함께 수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김모 전 한국수력원자력 부장의 형이기도 하다. 민주당의 한 충북 지역 의원은 “최근 김 전 의원을 만나봤지만 별다른 징후가 없었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이은택·김성모·민동용 기자 nabi@donga.com}

앞으로 풍수해나 폭설 등 자연재해 때문에 전기시설이나 농기계 등이 고장 나면 번거롭게 수리업체를 일일이 알아볼 필요 없이 거주 지역 읍면동 주민센터에 연락하면 바로 수리업체와 연결된다. 또 수해 복구비용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정부가 정책보험으로 운용 중인 풍수해보험의 정부 지원금도 늘어난다. 소방방재청은 경기 강원지역 수해복구 현장에서 수재민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제도적 허점을 지적한 동아일보 7일자 A12면 르포 기사(사진)와 관련해 7일 이 같은 내용의 보완대책을 발표했다. 방재청은 “자치단체 재난담당부서와 전기안전공사가 협력해 전국 각 지역 전기설비 업체와 비상연락망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재청은 “피해 주민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을 정리한 정부지원종합안내서를 미리 배포하겠다”며 “즉시 받을 수 있는 지원뿐만 아니라 장기간에 걸친 세금 감면, 전기요금 및 통신료 할인, 금융지원 등을 빼놓지 않고 받을 수 있도록 ‘원스톱 서비스’ 시스템을 올해부터 시범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또 “풍수해보험을 몰라서 가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없도록 홍보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재청은 올해 풍수해보험 예산 125억 원이 조기 소진됨에 따라 내년 예산은 158억 원으로 증액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경기 광주시 곤지암읍 유사1리에 사는 한광석 씨(60·여)는 지난달 22일과 23일 이틀간 퍼부은 폭우(311mm) 탓에 집이 물에 잠겼다. 비닐하우스는 4분의 3 정도가 뜯겨나갔다. 탈곡기와 고추건조기도 고장이 났다. 그 후 한 씨는 장판 교체와 도배는 업체를 수소문해 간신히 끝냈지만 나머지는 손도 못 대고 있다. 전기계량기를 고치기 위해 한국전력 전화번호를 수소문하고 “집에 와 달라”고 수리를 거듭 요청하는 등 연락하는 데 진땀을 뺐던 터라 남은 일들이 아찔하다. 읍사무소 직원은 “자연재해 피해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라”는 전화 한 통을 한 뒤 감감 무소식이다. 지난달 22, 23일 쏟아진 폭우로 경기 지역에서 4명이 사망하고 많은 이재민들이 발생했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이틀간 내린 폭우로 전국에서 760여 가구에 침수가옥이 발생한 가운데 경기 지역에 700여 가구(강원지역은 10여 가구)가 몰리는 등 피해가 컸다. 약 열흘이 지난 1일과 2일 본보 취재팀은 비 피해가 집중됐던 경기 광주, 여주와 강원 춘천 지역의 수해 복구현장을 찾았다. 대부분의 이재민들은 꼭 필요한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복구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복구 지원 시스템 곳곳에 허점이 노출돼 제도 보완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 스톱 복구행정’ 절실 취재팀이 경기 강원 지역에서 만난 이재민은 대부분이 농촌에 거주하는 고령자였다. 수해를 당한 지 열흘이 넘었지만 이들은 어디서부터 복구를 시작해야 할지 몰라 여전히 당황하고 있었다. 여주군 흥천면 하다리에서 사는 박성숙 씨(76·여)는 폭우 때 집안 전체에 무릎 높이만큼 빗물과 토사가 찼다. 박 씨는 장판을 걷어낸 시멘트 바닥에 스티로폼과 돗자리를 깔고 지내고 있다. 박 씨는 “아들이 이웃집을 돌아다니며 공사업체를 수소문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팀이 만난 이재민들마다 한결같이 이런 어려움들을 호소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전기공사, 농기계 수리, 도배장판, 집·비닐하우스 수리, 가전제품이나 가구수리 및 구입 등으로 비슷했다. 하다리에서 만난 한 주민은 “우리가 연락할 수 있는 업체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을 지방자치단체에서 정리해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농기계나 집수리 정도는 읍사무소나 면사무소에서 일괄적으로 수리를 주선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매일 각자 전화 돌리느라 바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 이재민 “풍수해 보험? 있는 줄도 몰랐다” 수해 복구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2006년부터 정책보험으로 운영하기 시작한 ‘풍수해 보험’은 정작 이번에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풍수해 보험은 생계 수준에 따라 보험료의 55∼86%를 국비로 지원해준다. 나머지 보험료 중 다시 지자체가 일부를 부담하기 때문에 개인의 부담이 적다. 자연재해 탓에 가옥이나 비닐하우스가 부서지면 복구비용의 70∼90%까지 보전받을 수 있다. 하지만 취재팀이 만난 이재민들은 풍수해 보험이 있다는 사실조차 잘 몰랐다. 광주 곤지암읍에 사는 이연수 씨(유사1리 이장)는 “무엇인지 잘 모르고 주변에서도 가입한 사람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기 이천시 백사면의 한창운 씨(송말1리 이장)도 “면사무소나 읍사무소 직원에게 그런 보험이 있다는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보험을 운영하는 안전행정부와 소방방재청은 지자체에 홍보업무를 넘겼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이다. 보험지원 예산도 부족하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7월 마지막 주 기준으로 31만 건이 가입됐고 2일부터는 보험 가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올해 정부지원 몫인 125억 원이 모두 소진됐기 때문이다.○ 피해 규모 관계없이 무조건 지원금 ‘100만 원’ 춘천시 신동면에서 침수피해를 본 강금예 씨(78·여)는 집 수리업체에 견적을 문의했더니 약 1500만 원이 나왔다. 이번에 강 씨가 정부에서 받는 재난지원금은 총 100만 원. 냉장고 한 대를 살 수 있을 정도다. 수해복구를 돕기 위해 정부가 이재민에게 지원하는 재난지원금 중 가옥이 침수된 경우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일괄적으로 100만 원이다. 문제는 침수가옥마다 장판과 벽지가 젖은 정도에서부터 집터 일부가 파손된 정도까지 피해규모가 다양하다는 점이다. 이런 차이가 지원금 책정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광주 곤지암읍 유사1리에 사는 오하영 씨는 “수리비용으로 약 1000만 원 견적이 나왔지만 지원금은 100만 원이 나온다고 들었다”며 허탈해했다. 안행부 관계자는 “재난지원금은 복구비용을 전액 보상해 주는 차원이 아니라 재활 차원에서 조금씩 주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피해 상황에 따라 기준을 정해 지원금을 차등지급해야 형평성에 맞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 침수주택은 벽에 균열이 가고 지반 약화로 붕괴까지 우려되는 상태였지만 이에 대한 지자체의 점검이나 안전대비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한 수리업자는 “시골은 기본적으로 지반이 약하기 때문에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이는 침수가옥도 지반이 쓸려 내려가면 불안정한 상태에 놓인다”고 말했다. 지자체 차원에서 침수 가옥에 대한 안전점검이 필요하지만 아직 어떠한 조치도 취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여주·광주·춘천=이은택·남경현·이인모 기자 nabi@donga.com 박형윤 인턴기자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많이 취하신 것 같으니 저희가 경찰차로 댁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혼자 간다니까요.” 서울 관악경찰서 신림지구대 소속 류봉진 경사와 최창환 순경은 지난달 30일 오전 2시 50분경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골목에서 순찰을 돌던 중 조모 씨(32·여)를 발견했다. 경찰은 만취 상태로 비틀거리는 조 씨가 걱정돼 데려다 주겠다고 했지만 조 씨는 끝까지 거부했다. 하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 두 경찰은 순찰차를 타고 약 30m의 거리를 두고 천천히 조 씨를 뒤따라갔다. 10분 뒤 봉천로 근처에 이르자 한 남성이 갑자기 나타나 조 씨의 입을 손으로 막고 옆 건물로 끌고 갔다. 남성은 조 씨를 따라가던 순찰차를 미처 보지 못했다. 두 경찰은 바로 차에서 내려 조 씨의 비명 소리가 들리는 건물 주차장으로 뛰어갔다. 남성은 성폭행을 시도하며 조 씨의 귀를 깨물었으나 경찰이 뛰어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자 도망갔다. 경찰은 마침 이 장면을 목격한 오토바이 배달원 2명의 도움을 받아 남성을 쫓아간 끝에 5분 만에 붙잡았다. 경찰은 조 씨를 성폭행하려 한 전모 씨(26)를 강간치상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지난달 30일 류 경사와 최 순경을 포상했다. 경찰은 범인 검거를 도운 오토바이 배달원 2명도 심사를 거쳐 포상할 예정이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18년간 담배를 피워 온 신모 씨(38)는 최근 ‘전자담배’를 구입했다. 이달 초부터 대형 음식점과 술집에서 흡연이 전면 금지되는 등 흡연이 죄악시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다. 신 씨는 전자담배를 써 보기로 했다.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니코틴 성분이 들어 있거나 담배향이 나는 액체를 수증기로 만드는 분무장치인 전자담배는 개당 7만∼10만 원. 담배기계 외에 ‘액상’이라고 불리는 교체식 담배액 한 병이 4만∼5만 원이나 됐다. 신 씨는 한 인터넷 전자담배 사용자 카페에서 “직접 담배액을 만들면 훨씬 싸다”는 글을 보고 원료를 구입해 담배액을 제조해 보기로 했다. 그는 인터넷을 뒤져 구입방법 및 제조법까지 알아낸 뒤 해외 사이트에 접속해 원료를 주문했다. 지난달 PC방에 이어 이달부터 대형 음식점과 술집 등에서 흡연이 금지되자 전자담배로 눈을 돌리는 흡연자가 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전자담배 이용자를 대상으로 위험천만한 ‘사제 전자담배 담배액’ 제조법이 온라인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제조업체가 없어 구할 수 없는 니코틴 원액을 파는 해외 사이트 목록까지 버젓이 올라와 있다. 사제 담배액은 니코틴 원액과 프로필렌 글리콜, 식물성 글리세린을 섞어 만든다. 이 중 가장 위험한 것은 ‘퓨어 니코틴(Pure Nicotine)’이라고 불리는 니코틴 원액. 해외 사이트에서 20∼30달러(약 2만2000∼3만3000원)에 살 수 있고 20mL 한 병이면 섞는 양에 따라 20mL들이 사제 담배액 수백 병을 만들 수 있다. ‘퓨어 니코틴’은 보통 용액 1mL에 니코틴 100mg 정도가 들어 있다. 시중의 담배 한 개비에 니코틴 0.1∼1mg이 들어 있으니 훨씬 독성이 강한 것이다. 본보 취재팀이 접속한 한 미국 담배액 사이트에서는 성인인증 절차도 거치지 않고 누구나 원료를 주문할 수 있었다. 한 블로거는 ‘독극물 원액’ 수준인 mL당 농도 1000mg 원액까지 구입했다는 후기를 남겼다. 인터넷에 올라온 제조법은 혼합 비율도 제각각 달랐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니코틴의 치사량은 30∼40mg. 한 번에 이 정도의 니코틴이 몸속에 들어가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뜻이다. 일반인이 검증되지 않은 제조법으로 니코틴 원료를 구입해 약물을 잘못 섞으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이철민 교수는 “니코틴은 다량 흡입하면 심장에 부정맥을 일으켜 사망할 수 있는 위험한 물질”이라고 경고했다. 인제대 부속 서울백병원 김철환 교수는 “해외 사이트 등에서 판매되는 니코틴 용액의 대부분이 검증되지 않은 ‘공업용’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건강에 치명적인 ‘퓨어 니코틴’이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과정에 아무런 여과장치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관세청 관계자는 “들여올 수 있는 니코틴의 농도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이 없다”고 말했다. 전자담배는 간접흡연 피해가 크지 않으므로 식당 등 금연구역 내에서 피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용자가 많지만 이는 오산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간접흡연의 우려는 없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흡연 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금연 구역에서 니코틴 성분이 있는 전자담배를 피우면 단속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단, 니코틴 없이 향만 흡입하는 전자담배는 ‘담배’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단속에서 제외된다. 문제는 전자담배는 겉모습과 냄새만으로는 니코틴 함유 여부를 쉽게 가려낼 수 없어 단속요원이 니코틴 검사 시약으로 일일이 약물검사를 하지 않는 이상 금연구역 내 단속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홍정수 인턴기자 고려대 통계학과 4학년 박형윤 인턴기자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대낮에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낮술 운전’이 만연하고 있다. 평일 낮 시간에는 음주 단속이 많지 않은 점을 이용해 음주 운전을 하는 사례가 늘면서 무고한 시민들이 대낮 음주운전 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본보 취재팀은 27일 오후 서울 은평구 진관동 북한산 흥덕사 입구 삼거리에서 대낮 음주운전 실태를 조사했다. 오후 4시 40분경 불시 음주운전 단속을 나온 경찰이 흰색 스타렉스를 몰던 여성 운전자 김모 씨(45)의 차를 세웠다. 김 씨는 술에 취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상태. 경찰의 음주감지기에 입을 대고 바람을 불자 “삐익” 소리와 함께 빨간 불이 켜졌다. 혈중 알코올 농도 0.112%(면허 취소 0.1% 이상). 김 씨는 “동호회원들과 북한산 산행을 한 뒤 식당에서 소주를 2잔 마셨다”고 변명했지만 면허 취소 수치였다. 10여 분 뒤 회색 카렌스 운전자 조모 씨(41)는 음주감지기에 빨간 불이 켜지자 그대로 가속페달을 밟고 달아났다. 경찰이 15m가량 뒤쫓아 조 씨를 붙잡아 조사한 결과 그 역시 면허 취소 수준인 0.11%가 나왔다. 이날 서울 은평경찰서는 40분간 단속하면서 ‘낮술 운전자’ 3명의 면허를 취소시켰다. 24일 오후 3시 광주 서구 치평동 유덕 요금소. 이모 씨(34·여)가 경찰의 음주 단속에 걸렸다. 입에서는 술 냄새가 났지만 “가글을 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조사에서 혈중 알코올 농도가 면허 정지(0.05% 이상 0.1% 미만)에 해당하는 0.076%가 나온 뒤에야 “모임에서 맥주를 마셨다”고 실토했다. 대낮 음주 운전으로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는 사고도 빈발하고 있다. 주부 이모 씨(34)는 4일 오후 5시 15분 광주 광산구 산정동에서 혈중 알코올 농도 0.111%의 만취상태로 차를 몰다 맞은편에서 오던 승용차를 들이받아 이 차량에 타고 있던 근로자 3명이 숨졌다. 이 씨는 이미 면허가 취소된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다. 본보가 경찰청으로부터 올해 1∼6월 음주운전 단속 통계를 받아 분석한 결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 적발된 음주운전 건수는 1월에 1609건에서 6월에는 2055건으로 늘었다. 특히 여성 운전자의 대낮 음주운전이 갈수록 많아지는 추세다. 주간 시간대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남자 운전자는 2011년 2만1790건에서 지난해 2만1680건으로 다소 줄었다. 하지만 여성 운전자 적발건수는 2011년 1171건에서 지난해 1213건으로 늘었다. 올 들어 오후 3∼6시 여성 운전자의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1월 22건에서 6월 47건으로 2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적발된 여성 낮술 운전자의 연령대는 20∼50대로 다양했다. 광주지방경찰청 조사 결과 지난해 음주단속에서 적발된 여성 운전자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55∼0.144%로 대부분 면허 정지 및 취소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경찰 관계자는 “주부들은 남편이 출근한 뒤 비교적 여유로운 낮 시간에 친구나 산악회 회원들과 술자리를 한 뒤 운전대를 잡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낮술 운전’을 막기 위해서는 단속과 처벌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장택영 수석연구원은 “낮술 운전 사고는 유원지는 물론이고 주부들이 모이기 쉬운 아파트나 주택가에서도 많이 발생해 인명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차량을 가져온 운전자에게 술을 판 경우까지 처벌하고 있다”며 “한국도 주류 제공 죄를 신설하고 혈중 알코올 농도 단속기준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은택·조건희 기자·광주=이형주 기자 nabi@donga.com}

‘막살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양팔에는 커다란 용 두 마리 문신을 새겨 넣었다. 아파트가 들어서는 철거현장은 ‘직장’이었다. 이사를 거부하는 철거민을 주먹으로 때려 쫓아내는 건 ‘직업’이었다. 3년 전 폭력 등의 혐의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은 김모 씨(34) 얘기다. 26일 오전 11시 서울 구로구 천왕동 서울남부교도소 내 한 강의실. 43명의 재소자가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변창구 교수의 강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중에는 출소를 1년 앞둔 김 씨도 있었다. 이날 강연 주제는 영국의 유명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남긴 희곡 작품 ‘템페스트(Tempest·폭풍)’. “동생 안토니오에게 공국(公國)을 빼앗긴 마법사 프로스페로는 12년 만에 복수의 기회를 갖게 됩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그는 모든 걸 용서하죠.” 이 이야기를 들은 김 씨의 눈앞에 한 장면이 떠올랐다. 그의 주먹에 맞아 입술이 터지고 멍이 든 채 나뒹굴던 사람들. 김 씨는 수업이 끝난 뒤 “나에게 피해를 입은 이들도 (프로스페로처럼) 복수를 꿈꾸고 있을까. 여기서 나가면 용서받을 수 있을까” 하며 괴로워했다. 서울대는 이날부터 매주 금요일 같은 장소에서 10주 과정의 ‘재소자를 위한 인문학 교실’을 연다. 재소자에게 ‘인생의 의미’를 돌이켜 볼 계기를 만들어 주고 재범에 빠지지 않도록 돕기 위해서다. 올해 쉰넷인 한 재소자는 지방의 대학교수였다. 환경공단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던 중 기업에서 뇌물을 받은 죄로 이곳에 왔다. 이날 강의 도중 작품 배경인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도시 ‘나폴리’가 언급되자 그의 눈이 빛났다. “예전에 한 달 정도 머물렀던 나폴리의 풍경이 떠올랐다. 내년 10월 출소하면 꼭 다시 가 보고 싶다.” 변 교수는 강연 말미에 “여러분은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한 일종의 유예기간 가운데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한 재소자는 조용히 메모지 구석에 영어로 ‘Life is journey(인생은 여행)’라고 적었다. 법무부 교정본부 사회복귀과 장종선 교정관은 “재소자들은 이번 강의를 듣고 많은 것을 느낀 표정이었다. 10주간의 수업이 끝났을 때 어떤 변화가 있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서울대와 KAIST가 학생교류와 연구협력 등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서울대(총장 오연천)는 23일 KAIST 강성모 총장과 보직교수 등을 초청해 서울대 행정관 4층 대회의실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두 대학 간에 교수나 학생이 자체적으로 교류한 적은 있지만 공식적으로 총장들이 만나 협력 계획을 밝힌 건 처음이다. 오 총장은 “서울대생이 6개월간 KAIST에서 수업을 듣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고 강 총장도 “서울대 안에 KAIST 사무실을 만들어 교류를 쉽게 하고 싶다”고 화답했다. 두 대학은 △학생 수업교류 △교수 공동연구 △양 캠퍼스에 분소 개념의 사무실이나 교류카페 설치 △대학교류 정례화 등에 합의하고 추진해 나갈 것을 밝혔다. 그동안 ‘경쟁관계’로 여겨졌던 두 대학이 손을 잡은 배경에는 해외 유명 대학 등과의 경쟁에서도 힘을 합치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와 KAIST는 앞으로 이 같은 공식 교류 모임을 정례화하고 두 대학의 협력을 추진할 태스크포스(TF)를 만들기로 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여대 커피점에 자주 가는 남자는 변태?’ 서울 신촌 이화여대 대학원에 다니는 정모 씨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진 한 장을 올렸다.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인근 벤치에 남녀 커플이 단란히 앉아있는 사진이었다. 정 씨는 이 사진에 “이화여대 다니는 사람은 다 아는 이화여대 스타벅스 변태남. 광화문에서 대발견! 사회생활도 하시고 여자친구분도 있으신?!”이라는 설명을 달았다. 또 “학생도 아닌 것 같은데 매일 노트북 가지고 (이화여대 스타벅스에) 7, 8년째 온다”며 사진 속 남성을 조롱했다. 정 씨의 친구들도 “나도 봤는데” “웃기다ㅋㅋ” 등의 댓글을 달았다. 이 사진과 글은 삽시간에 인터넷에 퍼져나갔고 누리꾼은 들끓었다. 정 씨가 올린 사진과 글을 퍼 나르며 “여대 커피점에 자주 간다고 변태라는 건 무슨 논리냐” “사진 속 남녀, 동의는 받고 얼굴 공개하신 건가요?”라며 정 씨를 비난했다. 또 이화여대 캠퍼스 안에 있는 스타벅스는 2008년 개장했기 때문에 ‘7, 8년째 온다’는 주장도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정 씨의 페이스북은 오후 1시경 폐쇄됐다. 하지만 이미 정 씨의 이름과 얼굴은 물론이고 휴대전화번호, 남자친구, 다니는 교회까지 걷잡을 수 없이 인터넷에 퍼진 뒤였다. 자신이 다니는 학교 커피점에 자주 온다는 이유로 한 남성을 조롱하려다 오히려 ‘공개망신’을 당한 셈이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18일 충남 태안군 안면읍 창기리 백사장해수욕장 앞바다에서 실종된 고교생 5명은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어른들의 돈벌이 욕심과 안전 불감증이 꽃다운 청소년들의 생명을 앗아간 것이다.○ 거센 갯골과 파도에 스러진 꽃다운 청춘 헬기는 바다 위에서, 해경 경비정과 고깃배는 바닷물을 헤치며 해역을 샅샅이 뒤졌다. 실낱같은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었다. 바닷가에서 시신이 떠오를 때마다 유족들은 통곡했다. 19일 오후 7시 15분 이병학 군을 마지막으로 실종됐던 고교생 5명 전원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고는 18일 오후 4시 40분에서 5시 사이에 발생했다. 10명씩 줄을 지어 바닷속으로 걸어가던 공주대사범대부설고 2학년 남학생 80명 가운데 앞서가던 23명이 갑자기 허우적대기 시작했다. 모래사장에서 바닷속으로 300m가량 들어간 지점이었다. 이들은 갯골(거센 물살이 지나가는 바다 갯벌에 파인 깊은 골)에 발이 빠지거나 강한 파도를 맞고 물속으로 빠졌다. 이들은 ‘한영 T&Y’가 주관한 해병대 캠프에 이날 입소한 2학년 198명 가운데 일부였다. 이들은 조별로 보트 노 젓기 훈련을 마친 뒤 모래사장으로 나왔다. 그 후 한 교관이 프로그램에 없던 지시를 했다. 다음 조 노 젓기 훈련을 할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벗고 바다로 수영을 하러 들어가라고 한 것이다. 한 학생은 본보와 인터뷰에서 “10명씩 줄줄이 들어갔다. 구명조끼는 없었고 교관은 2명뿐이었다. 교관이 ‘깊이 들어간 뒤 걷거나 수영해서 오라’고 말했다. 그때 육지에서 바다 쪽으로 물살이 크게 몰려오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나도 허우적댔다. 발이 땅에 닿았다 안 닿았다 했다. 뒤에서 누르고 그랬다. 서로 누르고 발버둥치며 난리가 난 거다. 나는 친구를 업고 앞의 친구 손을 잡아서 살았다. 그 손에 둘이 산 거다. 나와 보니 교관 두 명이 열중쉬어를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사고가 난 갯골은 워낙 깊어 수영에 능숙해도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정동조 한국구조연합회 충남본부장은 “이 해수욕장에는 사고지점을 포함해 갯골이 2개나 있다”며 “장비를 갖춘 숙달된 다이버들도 갯골에 빠지면 물살이 빨라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산소방서 태안군 의용소방대연합회원인 오창 씨(횟집 운영)는 “사고 당일 바람이 많이 불고 파도가 높아 어선들도 출어를 포기했는데 그런 훈련을 왜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윤현돈 태안군 해수욕장연합회장은 “사고 전날 폭우에 파도가 높아 해병대 캠프에 (훈련) 자제를 요청했는데 캠프 측에서 ‘업체에서 하는 일을 왜 개인이 이래라 저래라 하느냐. 너희나 걱정하라’고 비아냥거렸다”고 밝혔다. 태안해경은 “사고 해역은 물살이 빨라 수영을 하지 말도록 계도하고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지만 ‘수영금지’ 부표를 설치하지 않는 등 안전 불감증은 마찬가지였다. 캠프 측은 사고가 발생한 지 30분 넘도록 신고조차 하지 않고 우왕좌왕했다. 태안해경에 실종신고가 접수된 것은 오후 5시 34분경이었다. 학교 측은 18일 오후 7시경 실종된 학생들의 학부모에게 ‘아이들이 무단이탈했다가 실종됐다’는 어처구니없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부실 캠프가 인재를 불렀다 공주사대부고는 여행사인 K사를 통해 안면도유스호스텔과 캠프 계약을 했다. K사는 계약을 성사시키고 중간에서 학생 1인당 1만∼2만 원씩의 수수료를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유스호스텔 측에서 캠프운영을 위탁받아 이를 한영T&Y에 재위탁했다. 한영은 K사에서 영업을 담당했던 김모 씨가 회사를 나와 차린 업체다. K사는 지난해엔 A사에 재위탁했다. 해병대 캠프는 전국적으로 20여 곳의 군소업체들이 경쟁하며 학교들을 나눠 유치했으나 올해부터는 K사가 대부분을 싹쓸이한 뒤 한영에 몰아줘 업계의 불만이 팽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한영 측이 캠프를 앞두고 공주사대부고에 한영이 아닌 A사의 교관 프로필을 도용해 제공한 것으로 안다”며 “한영은 아르바이트 임시직도 교관 요원으로 쓰지만 A사는 전원이 석사급 이상이거나 사회체육학과 전공자여서 스펙이 화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예고된 재앙이었다. 공주사대부고는 올해 2월 한영을 방문했을 때 상세한 교육프로그램이나 교관의 자격증 소지 여부 등은 확인하지 않았다. 한영 소속 교관 32명 가운데 인명구조자격증 소지자는 5명, 1, 2급 수상레저자격면허소지자는 8명뿐이었고 대부분이 정식 교육과정을 거치지 않은 아르바이트 사원이었다. 17일 현재 2개 학교가 입소해 캠프는 정원(350명)을 채웠지만 구명조끼는 200벌에 불과했다. 사고 당시 현장에 있던 교관 2명은 인명구조자격증이 없이 이번 캠프를 위해 채용된 교관 경험이 전혀 없는 초심자였다. 경찰은 두 교관과 훈련본부장 이모 씨(44) 등 3명에 대해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사고를 낸 사설 해병대 캠프는 정부로부터 인증을 받지 못했는데도 조달청의 국가종합전자조달 시스템인 ‘나라장터’에 올라와 있었다. 태안=지명훈·김성모 기자·이은택 기자 mhjee@donga.com}
경찰이 서울 노량진 상수도 공사현장 수몰사고를 조사하기 위한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수사팀은 장마로 한강물이 크게 불어난 상황에서 공사를 강행한 이유와 그 이후 대처가 부실했는지 여부를 수사할 예정이다. 시공사와 서울시 상수도관리본부 등 윗선에 대한 수사도 이뤄진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수사요원 10여 명과 외부 법률전문가 등 총 20명 규모로 전담수사팀을 꾸렸다고 밝혔다. 사고 당일 지하터널에서 작업했던 생존 인부 10명 중 9명을 불러 조사했으며 아직 연락이 닿지 않은 1명도 행방을 수소문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생존한 인부들의 진술에 따르면 사고가 난 15일 지하터널 안에서는 총 17명이 작업했다. 사고 직후 탈출한 이원익 씨와 숨진 7명이 터널 입구에서 1km 떨어진 지점에서 일했다. 나머지 9명 중 터널 입구에서는 3명이 작업을 했고 6명은 터널 중간 지점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터널 입구에 있던 3명은 사고 전 퇴근시간에 빠져나왔고 중간지점의 6명은 배터리카(충전식 수송차량)를 타고 오후 4시 40분경 터널을 나왔다. 그 뒤 강물이 쏟아져 들어왔고 이원익 씨가 탈출했다. 이때 터널 안 전기는 모두 꺼졌다. 오후 5시 25분 119에 최초신고가 접수됐으나 신고자는 밝혀지지 않았다. 소방당국은 17일 오후 늦게 시신 3구를 추가로 찾아 실종자 6명의 시신을 모두 확인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폭우에도 서울 노량진 상수도관 공사를 무리하게 강행했던 시공사 천호건설이 자금 압박에 시달려 5, 6월에 한 달가량 공사를 못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17일 “공사를 강행한 데에는 이전에 공사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기일에 쫓겼던 점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호건설은 상수도관 내부 레일 철거 작업을 7월 안에 마무리해야 다음 작업을 할 수 있었다. 발주처인 서울시 상수도관리본부 관계자는 “천호건설은 최근 자금 부족에 시달렸다”며 “신용평가에서도 가장 낮은 D등급(부실징후기업)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지하 작업 터널 수몰사고 현장에서 실종된 인부 6명 중 3명의 시신이 17일 발견됐다. 이날 오전 7시 52분 중국동포 박명춘 씨가 숨진 상태로 발견돼 인양된 데 이어 오후 9시 40분경 이승철(55) 박웅길 씨(56)가 숨진 채로 발견됐다. 소방서 측은 남은 실종자 3명에 대한 수색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8월… 9월… 10월…. 이제 석 장만 더 넘기면 옌볜으로 돌아갈 수 있어.” 사흘 전까지만 해도 박명춘 씨(49·중국 동포)는 굳은살투성이인 손가락으로 달력을 가리키며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다. 4년 9개월. 한국에서 죽을힘을 다해 일했다. 통장에는 약 2000만 원이 모였다. 이 정도면 중국 지린 성 옌볜에서 번듯한 아파트 한 채를 살 만했다. 하지만 박 씨는 아내와의 약속을 결국 지키지 못했다. 그는 15일 오전 7시 52분 서울 동작구 노량진 상수도관 수몰사고 현장에서 사고 약 39시간 만에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시신은 수중에서 공사자재 등에 크게 부딪힌 듯 여기저기 상처가 나 처참했다. 이를 본 박 씨의 아내는 혼절했다. 숨진 박 씨의 아내와 사촌형 등 가족들은 오열했다. 옌볜이 고향인 박 씨는 숨지기 직전까지도 고단한 삶을 살았다. 5남매 중 넷째였지만 궂은일을 도맡아 했다. 고향에서 하던 농사일은 돈벌이가 되지 않았다. 마흔이 됐을 즈음 스페인에서 1년간 고깃배를 탔다. 농사일보다는 훨씬 벌이가 쏠쏠했지만 언어의 장벽과 주위에서 쏟아지는 차별의 눈길은 그를 슬프게 했다. 그러다 2008년 한국에 왔다. 서울 대구 등지를 돌며 지하철 선로 작업, 암벽 굴착공사 현장 등에서 닥치는 대로 일했다. 운이 좋을 때는 한 달에 280만 원도 벌었지만 보통은 150만 원 정도였다. 60만 원 정도 하는 비행기표 값이 아까워 5년간 고향에도 가지 않았다. 원래 참을성이 많은 성격이었지만 자주 향수병에 시달렸다. 박 씨의 시신이 옮겨진 서울 보라매병원에는 실종된 터널작업 인부들을 위한 합동분향소가 차려질 예정이었다. 영안실이 모자랐지만 서울시내에 여섯 구의 시신을 동시에 안치할 마땅한 병원이 없었다. 화난 실종자 가족은 “차라리 사고현장에 냉동고 여섯 개를 놓고 장례를 치르겠다”며 서울시에서 나온 직원에게 소리 질렀다. 하지만 박 씨의 사촌형 박원춘 씨(50)는 그보다 다른 게 걱정이었다. 사촌동생의 영정으로 쓸 마땅한 사진이 없었다. 가진 것이라곤 제수씨(숨진 박 씨의 아내)의 스마트폰에 저장된 조그만 얼굴사진뿐이었다. “확대하면 깨져서 잘 안 보일텐데….” 그는 어두운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오후 2시. 합동분향소가 고려대 구로병원으로 바뀌었다고 누군가가 말했다. 영문도 모른 박 씨의 가족들은 떠밀리듯 차에 탔다. 고려대 구로병원에 도착했지만 정작 시신은 언제 옮겨지는지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다. 박원춘 씨는 장례식장 현관에 쪼그려 앉아 사촌동생의 시신이 오길 하염없이 기다리다 밤늦게 도착한 시신을 수습했다.이은택·곽도영 기자 nabi@donga.com}
서울 동작구 노량진 배수지 상수도관 부설공사 현장에서 15일 인부 1명이 숨지고 6명이 실종된 참사는 서울시의 구멍 뚫린 재난 대응 체계와 시공사의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인재(人災)’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공사장 존재도 모르고 수문 연 한강홍수통제소 한강홍수통제소는 15일 한강수력본부로부터 “팔당댐 수위가 한계에 달해 수문을 열어야 한다”는 연락을 받고 방류를 승인했다. 이때까지 통제소는 한강 유역에서 상수도관 공사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통제소 관계자는 “한강의 공사 현장이나 시설물에 대한 정보는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방류 예고는 통제소 홈페이지에 제일 먼저 게시된다. 동시에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와 서울지방경찰청, 인근 군부대 담당자에게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나 팩스로 전달된다. 하지만 공사업체 등 민간에는 따로 통보되지 않는다. 15일 참사가 일어난 공사 현장에 미리 위험을 경고해 줄 수 있는 건 서울시뿐이었다.○ 위험 상황 알고도 손놓은 서울시 공사 발주처인 서울시는 사고 약 8시간 반 전인 15일 오전 9시에 한 차례 시공사인 천호건설 측 감리회계 담당자에게 “한강 수위가 높아질 수 있으니 안전 관리를 해달라”고 알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팔당댐의 방수량은 초당 7000∼7500t으로 많지 않았다. 낮 12시 반경 방류량이 초당 최고 1만6000t까지 치솟으며 상황이 돌변했다. 수위가 무섭게 올라갔다. 한강홍수통제소의 기록을 확인한 결과 15일 오전 1시 반부터 오후 11시 반까지 모두 14차례에 걸쳐 통제소는 서울시에 문자와 팩스로 방류량의 증가를 알렸다. 서울시는 오후 들어 댐 방류량이 급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시공사 측에 알리지 않았다. 오히려 안전 점검 결과 이상 없다는 시공사 측의 전화 한 통만 받고 공사를 승인했다. 시공사 측은 직원이 한강홍수통제소 홈페이지에 접속해 자체적으로 수위를 관찰했다고 밝혔다. 서울시 측은 “감리회사가 감독해야지 우리가 일일이 지시할 권한은 없다”고 해명했다.○ 위기 상황 무시하고 공사 강행한 시공사 시공사인 천호건설 박종휘 현장소장은 폭우에도 공사를 강행한 이유에 대해 “오전까지만 해도 서울에 비 소식이 없었고 팔당댐 방류량도 줄어들어서 그랬다”고 16일 말했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낮 12시 반경 팔당댐 방류량이 오전에 비해 이상할 정도로 늘어난 것을 눈으로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자체 안전 매뉴얼에 따르면 한강 수위가 높아지거나 팔당댐 수위가 변할 경우 공사를 즉시 중단하고 인력을 대피시켜야 했지만 사고 당일에는 지켜지지 않았다. 약 3시간 40분이 지난 오후 4시 10분이 돼서야 한 직원이 도달기지 입구까지 강물이 차오른 것을 목격했다. 박 현장소장은 “오후 4시 13분 이 광경을 찍은 사진을 카카오톡으로 전송받고 공사팀장에게 작업 중단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공사팀장은 “하청업체인 동아지질 측에 작업 중단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동아지질 측은 “철수하라는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한 현장 관계자는 “그 시점부터 약 1시간 동안 지하터널에 연락이 제대로 취해지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하터널에 있던 인부들은 사고가 발생한 오후 5시 29분까지 1시간이 넘게 한강 범람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 지하터널에는 지상과의 유일한 연락수단인 비상 인터폰이 일정 거리마다 설치돼 있었다. 수몰 현장에서 살아나온 이원익 씨는 “사건 당시 (비상) 인터폰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이 씨는 “죽을힘을 다해 달려서 터널을 빠져나왔다”며 “앞서 달리던 (사망자) 조용호 씨가 피투성이가 된 것을 봤다”고 증언했다. 사고 하루가 지난 16일 동작구 흑석동 도달기지 입구에는 강물이나 빗물 유입을 막을 수중 콘크리트 벽이 설치됐다. 잠수부까지 투입해 실종자 수색작업을 했으나 실패했다. 한편 15일 수몰 현장에서는 당초 7명이 작업을 하다 1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16일 “사고 당시 지하터널 안에서 17명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는 시공사 측 현장소장의 증언이 새로 나왔다.이은택·곽도영·이서현 기자 nabi@donga.com}

15일 인터넷에선 또다시 좌우파 간에 치열한 이념전쟁이 벌어졌다. 그런데 그 발단은 사소하고 이념과는 전혀 무관해 보이는 일이었다. “쩔뚝이 아니에요?” 5인조 걸그룹 ‘크레용팝’의 멤버 웨이(24)가 8개월 전에 내뱉은 한마디다. 크레용팝 소속사인 크롬엔터테인먼트는 매주 일요일 ‘크레용팝TV’라는 제목으로 연습 장면이나 소소한 에피소드를 보여 주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린다. 소속사는 웨이의 발언이 포함된 6분 42초짜리 동영상도 지난해 11월 17일 유튜브에 올렸다. 크레용팝은 2012년 ‘Saturday Night’로 데뷔했다. 동영상을 보면 멤버 초아(24)가 다른 멤버에게 커피를 주기 위해 “커피 배달이오”라고 말하며 쩔뚝거리며 걸어온다. 이때 화면에 잡히지 않은 멤버 웨이가 “쩔뚝이 아니에요?”라고 말하는 게 들린다. 이 발언이 왜 문제가 됐을까. 15일 오전 11시경 모 스포츠신문 인터넷 사이트에 ‘크레용팝 이번엔 쩔뚝이 발언 논란’이라는 기사가 올라왔다. 그러자 누리꾼들이 이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퍼 나르기 시작했다. ‘크레용팝 입단속 좀 시키세요’, ‘일베단어나 써 대는 일베충 크레용팝 꼴 보기 싫다’, ‘크레용팝이 아니라 일베팝’, ‘빼도 박도 못 하고 일베충 인증 쓰레기’ 등의 인신공격성 트윗이 줄을 이었다. ‘일베와 관련없다’는 본인의 해명에도 아랑곳없이 ‘크레용팝 일밍아웃(일베 회원임을 스스로 밝히는 것을 일컫는 은어)’ 등 웨이를 일베 회원으로 넘겨짚는 내용도 올라왔다. 일부 누리꾼이 이 같은 반응을 보인 것은 ‘쩔뚝이’라는 비속어가 극우 성향으로 알려진 인터넷 사이트 ‘일간 베스트 저장소(일베)’에서 한 전직 대통령을 비하할 때 쓰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한 누리꾼은 “웨이가 OOO 전 대통령을 욕되게 했다”며 비난했다. 유명 인터넷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에는 ‘크레용팝 갤러리’까지 생겼고 9시간 만에 600개가 넘는 글이 올라왔다. ‘크레용팝은 보수의 사람’이라는 글부터 ‘××년’ 등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까지 올라왔다. 반대로 일베 게시판에는 ‘크레용팝을 구하자’는 글이 올라왔다. 평소 일베에는 OOO 전 대통령을 적대시하는 게시물이 많이 올라온다. 일베 회원들은 크레용팝 갤러리로 우르르 몰려가 크레용팝을 옹호하는 내용의 글을 도배(같은 글을 계속 반복해서 올리는 것)했다. 다른 회원들은 웨이 등 멤버 사진을 퍼 나르거나 ‘의리로 크레용팝 노래 계속 듣고 있다’, ‘하는 행동이 점점 마음에 든다’는 등의 글을 올렸다. 같은 시각 포털 네이트에선 크레용팝이 6월 발표한 신곡 ‘빠빠빠’가 급상승 인기곡 1위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크레용팝의 소속사 측이 ‘노이즈 마케팅’을 위해 이슈를 만든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논란이 일자 소속사 관계자는 “8개월 전 영상인데 오늘 갑자기 기사가 떴다”며 “크레용팝에는 일베 회원이 없다”고 밝혔다. 국어사전에는 ‘쩔뚝이’가 ‘절뚝발이의 센 말’이라고 나온다. 절뚝발이는 한쪽 다리가 짧거나 탈이 나서 다리를 저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이념과는 무관한 사안을 놓고 좌파 성향으로 추정되는 누리꾼들과 일베 회원들 간에 격렬한 온라인 싸움이 벌어지는 것은 우리 사회 이념 갈등의 현주소를 보여 준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마치 폭발성 가스로 가득 찬 방처럼 사소한 인화성 물질만 유입되어도 이념 갈등의 불꽃이 점화되어 버리는 상태라는 지적이다. 이원재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인터넷 여론에서는 보수적인 의견이 소수에 불과했고 진보적인 여론이 90%를 넘게 차지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일베’가 이런 불균형의 틈을 비집고 들어와 지난해 대선 때 규모를 키우며 5 대 5의 싸움이 됐다”며 “쉽게 말해 ‘싸움이 되는 상태’가 됐다”고 분석했다.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화학부 교수는 “연예인 등 셀러브리티(유명인사)의 말 한마디를 두고 이런 싸움이 벌어지는 것은 일종의 ‘내 편을 확인하는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근거가 있거나 가치관이 반영된 논쟁이라면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겠지만 지금 인터넷의 싸움은 저열한 막말과 인신공격으로 얼룩졌다”며 “사실 확인도 거치지 않고 무조건 비난부터 쏟아 내는 행동은 서로에게 상처만 준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구태가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에서 면책특권을 남용한 막말과 욕설, 인신공격이 난무하면서 사회의 이념적 골이 깊어지고 온라인에서 누리꾼들이 그 골을 사이에 두고 싸우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이은택·곽도영 기자 nabi@donga.com}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충돌사고를 낸 아시아나 214편 조종사 4명이 귀국했다. 국토교통부는 아시아나 사고기 조종사 4명이 13일 오전 화물기로 귀국해 서류조사를 시작했다고 14일 밝혔다. 국토부 당국자는 “이들의 건강상태를 확인한 후 병원 검진 등을 거쳐 이르면 17일부터 면담조사에 나설 것”이라며 “비행절차 준수 여부와 공항 운항조건 등을 다시 확인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측은 또 논란이 제기된 자동속도조절장치(오토 스로틀)의 작동 여부와 조종 당시 과실 등을 꼼꼼히 조사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조종사들의 귀국일정을 사전에 알리지 않고 귀국 하루 뒤에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했다. 국토부는 과잉 정보공개 논란을 일으킨 NTSB에 ‘사고 조사를 국제기준에 따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실시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재차 보냈다. 데버러 허스먼 NTSB 위원장은 사고 이튿날부터 사고기 조종사들의 진술, 비행기록장치(FDR) 분석내용,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 내용 등을 여과 없이 언론에 공개해 사고 원인을 조종사 실수로 몰아가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앞서 국토부는 사고 직후 허스먼 위원장이 언론인터뷰에 나서자 “언론인터뷰를 자제해 달라”는 요청과 함께 한미 합동 브리핑을 제안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한편 사고 이후 샌프란시스코 종합병원으로 옮겨져 진료를 받던 중국인 여학생 한 명이 12일(현지 시간) 숨을 거둬 이번 사고의 희생자가 3명으로 늘었다. 신화(新華)통신 등 외신은 사망자가 사고 당일 숨진 예멍위안(16·葉夢圓), 왕린자(17·王琳佳) 양과 같은 장산(江山)고교의 여학생이라고만 보도하면서 유족의 뜻에 따라 이름을 밝히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샌프란시스코=이은택 기자·세종=박재명 기자 nabi@donga.com}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가 12일 아시아나 214편의 샌프란시스코 착륙사고에 대한 마지막 현지 브리핑을 실시했다. NTSB는 이날 사고기의 자동 비행 장치들은 비행 중에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사실상 ‘조종사 과실’로 사고 원인을 추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 측 조사관들은 “조종사 과실로 단정할 근거가 없다”며 NTSB의 발표 내용에 이의를 제기했다. 한국 사고조사단은 사고 당시 조종간을 잡았던 이강국 기장(46)과 이정민 기장(49)을 재조사하는 한편 논란이 되고 있는 자동속도조절장치(오토 스로틀)의 정상 작동 여부를 집중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NTSB, 마지막까지 ‘조종사 과실’ 초점 데버러 허스먼 NTSB 위원장은 이날 샌프란시스코 홀리데이인 호텔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사고기의 기기 결함 가능성을 부인했다. 허스먼 위원장은 “사고기 블랙박스의 비행기록장치(FDR)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오토 스로틀, 비행 지시기 등 비행 장치의 이상 징후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종사들이 당시 자동비행시스템의 상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조사가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고 당시 조종사들이 비행 모드가 어떻게 설정돼 있었는지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NTSB가 현재까지 분석한 블랙박스 항목은 1400여 개 중 엔진과 날개 작동, 비행장치 작동 등 220여 개 항목이다. 조종사들이 충돌 9초 전에야 사고 위험을 인지한 사실도 공개했다. 허스먼 위원장은 “고도 152m(500피트) 지점에서부터 충돌 9초 전에 해당하는 고도 30m(100피트) 지점까지 조종실에 앉아 있던 조종사 3명 중 아무도 비행 속도를 언급하지 않았다”며 “9초 전에 자동 고도 경보가 울렸고 한 조종사가 처음으로 ‘비행 속도에 문제가 있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조종사들은 충돌 8초 전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대화를 주고받았다. 또 충돌 3초 전에 한 조종사가 ‘복항(착륙을 포기하고 기수를 다시 올리는 것)’을 외쳤고 1.5초 전에 또 다른 조종사로부터 ‘복항’이라는 고함이 들렸다고 허스먼 위원장은 밝혔다.○ 자동속도조절장치가 핵심 NTSB의 공식 브리핑은 끝났지만 쟁점은 여전히 남는다. 특히 허스먼 위원장이 “이상 없다”고 말했던 오토 스로틀 작동 여부가 논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조사단도 이 장치의 정상 작동 여부에 조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조종사들은 한미 합동조사단의 면담 조사에서 “오토 스로틀을 켰지만 작동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한미 합동조사단의 기체 조사 결과에서도 이 장치는 ‘켜져 있음’을 의미하는 ‘암드(armed)’ 단계에 있었다. 허스먼 위원장은 속도 저하의 원인이 이 장치 때문이라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오토 스로틀에 문제가 있었더라도 조종사에게 최종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NTSB에 따르면 사고기는 충돌 2.5초 전 ‘오토 스로틀 모드’와 ‘오토 파일럿 모드’로 설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충돌 순간에 어떤 상태였는지는 블랙박스를 정밀 분석해 봐야 알 수 있다. 이 밖에 사고 당시 관제사 근무 상황, 사고기 조종사들의 기체의 고도 및 속도 문제 인지 시기 등도 앞으로 규명해야 할 쟁점이다.샌프란시스코=이은택 기자·세종=박재명 기자·김준일기자 nabi@donga.com}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착륙 사고가 난 아시아나항공 214편 보잉 777기 탑승객과 목격자들이 미국 경찰에 긴급 전화를 걸어 구조대 출동이 너무 늦다며 직접 구조를 호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캘리포니아 고속도로 순찰대는 11일 사고 직후 승객들이 911 긴급 전화를 걸어 애타게 구조를 요청하는 목소리를 녹음한 자료 일부를 공개했다. 이 자료에는 공항 구급차가 빨리 출동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들어 있다. 한 여성 승객은 “우린 땅바닥에 그대로 있다. 20분이 지났는지, 30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며 “머리를 심하게 다쳐 활주로에 누워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울부짖었다. 한 목격자도 “공항에서 충돌 사고가 났는데 소방차 출동이 너무 늦다. 아직 소방차가 안 보인다”며 다급하게 말했다. 데버러 허스먼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 위원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충돌 사고 2분 만에 의료 구조대가 도착했고, 이로부터 1분 후에 소방차가 도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샌프란시스코 공항 당국 관계자들은 “당시 사고기가 폭발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구급차들이 기체에 가깝게 접근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강한 불빛 때문에 잠시 눈이 안 보이는 상태였다”는 사고기 조종사들의 진술이 공개되면서 미국에서 항공기를 겨냥해 쏘아지는 레이저 포인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허스먼 위원장은 11일 브리핑에서 “이 불빛이 레이저 포인트인지는 분명치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에서 레이저와 관련된 항공 사고가 2010년 2826건에서 2011년 3591건으로 늘었을 정도로 문제가 되고 있다고 USA투데이가 전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샌프란시스코=이은택 기자 mickey@donga.com}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착륙사고가 난 아시아나항공 214편의 조종사들이 500피트(약 152m) 상공에서 불빛 때문에 잠시 눈앞이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데버러 허스먼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 위원장은 11일 언론 브리핑에서 사고 당시 조종간을 잡았던 이강국 기장(46)이 “충돌 34초 전 500피트 상공에서 강한 불빛 때문에 잠시 눈이 보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충돌 34초 전은 조종사들이 사고기의 고도 및 속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한 시점이다. 허스먼 위원장은 “지상에서 쏘아진 이 불빛을 추가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허스먼 위원장은 승객들이 사고기를 탈출한 시점을 확인한 결과 승객들이 항공기 비상사태 때 탈출시간인 90초보다 늦게 사고기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허스먼 위원장은 “꼬리 부분이 잘린 동체가 360도 회전한 뒤 멈춰 서고도 기장은 승객들을 자리에 그대로 앉혀 놓으라고 승무원에게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기장의 ‘늑장 대응’ 논란이 벌어졌지만 국토교통부는 “비상 탈출 장소가 활주로라 주위의 다른 항공기 등을 고려하므로 큰 문제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최정호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이날 별도의 브리핑에서 “조종사와 관제사 간의 교신 내용을 분석한 결과 착륙 당시 관제사가 사고기에 경고한 것은 없었다”며 “관제사가 직무를 어떻게 수행했는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또 최 실장은 허스먼 위원장이 기종 전환을 위해 ‘훈련 비행’을 하던 이강국 기장이 기장석에 앉은 것을 문제 삼은 데 대해 “비행교범에 따른 것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샌프란시스코=이은택·세종=박재명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