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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유전자에는 애초에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김태우 수사관의 폭로가 ‘민간인 사찰’ 논란으로 확산되자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18일 브리핑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전직 국무총리 아들이나 민간은행장 동향 보고 사실은 인정했지만 정치적 의도가 깔린 ‘사찰’은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이고 여권 일각에서도 청와대 해명이 오히려 논란을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특감반원은 신분이 두 개”라는 청와대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 전 아예 발표문을 준비했다. 전날 브리핑에서 김 수사관이 작성한 첩보 보고 문건 개수를 놓고 오락가락하는 등 스스로 혼선을 키웠다는 지적을 감안한 듯했다. 그는 “일부 언론에서 청와대 특감반 활동을 과거 정부에서 있었던 민간인 사찰인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며 “이는 사실과 다를 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기본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가상화폐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범여권 일부 인사 등 사회 지도층 인사가 관련기관의 단체장을 맡고 있는 경우를 확인한 것”이라며 “반부패비서관은 보도처럼 가상화폐 보유 정보를 수집하라고 지시한 적도 없고 보고를 받지도 않았다”고 했다. “정책 수립을 위한 정보 수집을 왜 특감반원이 했느냐”는 질문에는 “특감반원들은 민정수석비서관실에 소속된 행정요원이기도 하다. 감찰반원의 신분으로 업계 상황을 파악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특감반원의 신분이 두 개라는 주장이다. 민간은행장 관련 첩보 보고에 대해선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니라 특감반원이 임의로 수집한 것으로 바로 폐기했다”며 “정치적으로 이용할 목적이 개입하거나 작동한 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는 엄청난 인력과 자금을 지닌 국가정보원을 깨끗이 놓아버린 정부”라며 “그래 놓고 10명도 채 안 되는 특감반원을 데리고 민간인 사찰을 한다는 게 납득이 되느냐”고 주장했다.○ 민간인 사찰 기준 놓고 ‘자가당착’ 논란 하지만 청와대가 제시한 민간인 불법 사찰의 기준 등을 놓고 논란은 여전하다. 김 대변인은 “민간인 사찰이라고 하면 과거 정부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청와대 등 권력기관의 지시에 따라 정치적 의도를 갖고,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특정 민간인을 목표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준도 없는 ‘정치적 의도’를 사찰 판단의 잣대로 제시한 건 자의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다른 정권이 하면 사찰, 내가 하면 조사라는 청와대의 주장은 진보진영 특유의 도덕적 우월감에서 비롯된 또 다른 ‘자가당착’이 아니냐는 얘기다. 청와대는 이번 사태가 불거지기 전까지 특감반 내규도 갖추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감반원들이 고위공직자 관련 감찰 과정에서 민간인 정보를 수집하더라도 이를 불법 사찰로 볼지는 특감반장 등 민정수석실 내부 판단에 맡겨 왔다는 얘기다. 논란이 일자 김 대변인은 뒤늦게 “법령에 규정된 직무 범위를 벗어나 민간인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사생활 정보를 비밀리에 수집, 관리하는 것”이라는 민간인 사찰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제시하기도 했다. 청와대의 대응을 놓고 여권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김 수사관을 ‘미꾸라지’라고 규정하더니 ‘유전자’ 등 감성적인 언어를 동원하는 것은 논리적 상황 대응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청와대 특별감찰반 관련 의혹에 대해 국회 운영위 소집과 국정조사를 요구한 데 이어 특검법 발의도 검토 중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18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청와대는 더 이상 ‘미꾸라지’니 ‘불순물’이니 하며 오락가락 해명을 하지 말고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권은희 정책위의장은 “청와대에 나타난 ‘미꾸라지’는 레임덕의 전조 현상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때의 김기춘, 우병우가 청와대의 ‘법꾸라지’였던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최우열 기자}

SK하이닉스와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이 추진해온 주요 사업의 애로를 해소하고 민간 기업이 공공시설 개발에 참여토록 해 34조 원 규모의 투자를 유도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반면 현 정부의 핵심 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은 최저임금 인상 폭에 한도를 두는 등 속도 조절이 이뤄진다. 기업 투자와 민간 소비 부진으로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이 6년 만에 가장 낮은 2%대 중반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정부가 정책 궤도를 수정한 셈이다. 정부는 17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첫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2019 경제정책방향’을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내년부터 정부는 기업의 투자를 늘리는 데 재정과 행정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우선 4년째 표류 중인 현대차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 프로젝트와 관련한 행정 절차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를 내년 1월 마무리한 뒤 상반기(1∼6월)에 첫 삽을 뜰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가 참여하는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도 내년 상반기에 이뤄지도록 돕는다. 공공시설에 민간 투자를 늘리는 방안도 도입된다. 현재 민간 기업은 도로, 철도 등 53개 시설에만 투자할 수 있지만 내년부터는 모든 공공시설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된다. 자동차 개별소비세를 5%에서 3.5%로 감면해주는 세금 카드는 당초 올해 말 일몰 예정이었지만 내년 6월까지로 시한이 연장된다. 정부는 투자와 소비 확대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과 달리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추진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등에 대해 “국민 공감 속에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 2월까지 최저임금 인상 결정구조를 바꾸는 한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1년으로 연장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책의 방향을 수정하는 건 긍정적이지만 전체 기업 환경을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한 밑그림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 / 문병기 기자}

정부가 17일 내놓은 2019년 경제정책방향은 소득주도성장의 속도를 늦추는 한편 혁신성장에 속도를 내는 것을 뼈대로 한다. 기업투자 활성화, 산업경쟁력 강화, 경제활력 제고 등 현 정부 들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던 정책들이 전면에 배치됐다. 특히 ‘지속 가능한 고용 모델’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은 기업의 활력을 높이지 않고는 일자리 만들기 자체가 불가능한 현실을 당국이 인정한 셈이다. 경제정책 기조가 ‘소득주도성장’에서 ‘투자주도성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불확실한 대외환경에 애매해진 성장목표 정부는 17일 2019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내년 경제성장률을 2.6∼2.7%로 내다봤다. 이는 2012년(2.3%)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정부가 성장률 전망치를 딱 떨어지는 숫자가 아닌 최저와 최고의 범위를 두고 제시한 것도 이례적이다. 내년 경제상황에 따라 성장률이 요동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2005년(4.7∼4.8%)에도 성장률을 최저·최고치를 포함한 범위로 제시한 바 있다. 정부가 올해 투자와 소비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수출이 성장률을 견인해 왔지만 내년엔 수출시장 여건마저 좋지 않아 경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본다. 내년 경상수지 흑자를 올해보다 100억 달러 떨어진 640억 달러로 추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임시·일용직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계층 간 소득격차가 심화하는 등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으로 경기 심리가 얼어붙은 것도 성장률 하락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대내외 악재의 영향으로 내년 취업자 증가폭은 15만 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가 지난해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한 일자리 목표치인 32만 명의 절반 수준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같은 새로운 정책은 경제·사회의 수용성과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고려해 국민의 공감 속에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경제를 임기 동안 획기적으로 바꿀 수는 없지만 적어도 정책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고 성과가 나고 있다는 믿음과 희망을 국민께 드릴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혁 과제를 임기 내 완수하는 데 집착하기보다는 탄력적으로 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경제활력을 되살리려면 공공과 민간이 함께 투자를 확대하고 창업 붐이 일어야 한다”며 “정부가 먼저 찾아나서 투자의 걸림돌을 해소해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기업 현장 찾아 애로 해소 정부가 내년 경제정책방향의 첫 번째 과제로 꼽은 건 현대자동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등 민간 투자 프로젝트 지원이다. 이 프로젝트는 현대차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에 3조7000억 원을 투자해 105층 규모의 신사옥을 짓는 것이다. 정부는 이 공사를 내년 상반기에 시작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 심의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이어 노무현 정부 때 도입된 임대형민간투자사업(BTL)을 확대하기 위해 민간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공공시설에 별도의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지역밀착형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올해 말부터 추진해 지역 일자리 살리기에도 나설 계획이다. 정부는 △현대차 등 민간 기업의 주요 프로젝트 지원으로 6조 원 △공공시설에 대한 민간 투자로 6조4000억 원 △생활형 SOC 투자로 12조 원 △공공기관 투자로 9조5000억 원 등 총 33조9000억 원 규모의 투자 확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녀에게 창업 목적으로 자금을 증여할 때 창업자금에서 5억 원을 뺀 뒤 10%의 낮은 세율로 세금을 매기는 ‘증여세 특례’의 적용 범위도 넓어진다. 지금은 제조업 중심으로 세금 혜택을 주지만 내년부터 도소매, 서비스업 등에도 특례를 적용한다. 외국인만 묵을 수 있던 도심 내 공유숙박시설에서 연 180일 이내로 내국인을 받는 것도 허용된다. 외국에 살다가 국내로 ‘유턴’하는 내국인 인재에게 소득세를 5년 동안 50% 감면해주는 대책도 마련했다. 자동차부품 업체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 혁신전략도 조만간 발표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팀 모두 시장과 기업의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 카풀 대책 제외… 민감한 과제 외면한 반쪽 정책 정부가 당초 경제정책방향에 포함할 계획이었던 카풀 허용은 대책에서 빠졌다. 이날 정부 합동브리핑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발생한 사건(택시운전사 분신사망사건) 때문에 택시업계와 대화가 중단된 상태”라며 “사회적 대타협으로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경제정책의 궤도를 바꾼 것은 긍정적이지만 기존에 묶여 있던 기업 프로젝트를 풀어주는 데 그쳤을 뿐 민감한 규제 완화엔 소극적이었다고 지적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기득권을 건드려야 하는 규제개혁에는 소극적으로 임한 셈”이라며 “저출산 등 우리 사회의 핵심적인 문제를 풀기 위한 대책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 / 문병기·이은택 기자}
특별감찰반원이었던 김태우 수사관이 전직 국무총리 아들 등 민간인 동향에 대한 첩보 보고가 있었다고 폭로한 데 대해 청와대는 17일 “첩보 보고에 함께 묻어 들어온 불순물로 모두 폐기된 첩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동시에 민간인 관련 정보가 어떤 식으로든 보고됐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은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수사관이 전직 총리 아들이나 민간은행장 등 민간인 동향을 보고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관행상 불순물이 묻어올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수사관의 첩보 보고에는 가상통화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노무현 정부 당시 총리 아들의 동향과 시중은행장의 횡령 의혹에 대한 보고가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전직 총리 관련 내용은 민간인 감찰이 아니다”라면서도 “불순한 의도를 갖고 활용했다면 문제지만 다 폐기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자신이 생산한 첩보문서를 외부에 유출하고 허위 주장까지 하는 행위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김 수사관에 대한 추가 징계를 법무부에 요구하고 법적 조치에 나서기로 했다. 김 수사관이 금품수수 의혹을 제기한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는 김 수사관과 일부 언론을 상대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장을 낼 계획이다.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 기자}
청와대 특별감찰반이 지난해 금융위원회 고위공직자의 비위 사실을 적발했지만 이 공직자는 자리에서 물러나고 5개월 만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수석전문위원으로 이동한 것으로 드러나 그 배경을 놓고 분분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16일 “특감반원이 지난해 당시 금융위 국장 A 씨와 관련한 비위 첩보가 있어 감찰을 실시했고 그 결과 비위가 일부 확인돼 인사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자리에서 물러난 뒤 올해 4월 민주당 당직자 신분으로 차관보급인 국회 한 상임위원회 수석전문위원으로 선임됐다. 직급만으로 보면 영전인 셈이다. 6월 지방선거 이후엔 한 광역자치단체의 부시장으로 임명돼 지금까지 재직하고 있다. A 씨는 보통의 경제 관료들과는 달리 노무현 정부 청와대 파견 시 ‘3철’ 중 한 명으로 불리는 이호철 당시 민정수석비서관 밑에서 근무했으며 노 전 대통령 부속실에서도 근무해 친노그룹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는 A 씨에 대한 ‘봐주기 감찰’ 의혹에 대해 “자세한 감찰 사안은 공개할 수 없지만 비위 정도를 고려해 인사 조치를 한 것일 뿐이다. A 씨가 어떻게 수석전문위원으로 가게 됐는지는 우리가 관여할 바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박성진 psjin@donga.com·문병기 기자·김남준 채널A기자}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인 김태우 수사관이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의 취업 청탁금 수수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청와대는 ‘미꾸라지의 분탕질’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 측근에 대한 비리 첩보에 청와대가 느슨하게 대응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만만치 않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15일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를 만나기 위해 국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김 수사관의 폭로에 대해 “본인이 비위가 있는 것은 감추고 오히려 사건을 부풀리고 왜곡하며, 다른 사람의 명예를 가볍게 생각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앞서 김 수사관은 14일 우 대사가 2009년 한 사업가로부터 친인척 채용 청탁을 받고 1000만 원을 수수했다는 첩보 보고서를 지난해 9월 조국 민정수석과 임 실장에게 보고했고 이 때문에 청와대에서 쫓겨났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김 수사관에 대한 법적 대응을 우 대사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궁지에 몰린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온통 흐리고 있다”며 “허위 사실을 포함한 명예훼손의 법적 책임은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017년 8월 김태우가 공직 후보 물망에 오른 당시 국회사무총장(우 대사)에 대한 첩보를 올린 적이 있지만 보고를 받은 반부패비서관은 국회사무총장이 특감반의 감찰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감찰을 진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 대신 청와대는 인사검증 과정에서 당시 러시아 대사로 검증 절차를 진행 중이던 우 대사에게 직접 관련 내용을 확인했으며 우 대사의 증언과 과거 검찰 수사 내용을 판단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청와대의 대응이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 대사 관련 의혹은 2015년 검찰의 공식 수사가 아닌 내사로 마무리된 사안이다. 당시 내사에서 우 대사가 금품을 받지 않았다는 증거를 검찰이 확인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는 “이미 검찰 수사가 끝난 사안”이라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내사 결과는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해 첩보 보고 당시 대응을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수사관은 지난해 9월 첩보 보고 당시 사업가와 우 대사 측 보좌관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함께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청와대는 지난해 러시아 대사로 내정된 우 대사의 인사검증 과정에서 우 대사의 관련 해명과 과거 검찰 내사 결과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을 뿐 관련자에 대한 추가 조사는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특검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 이양수 원내대변인은 이날 “청와대가 진흙탕 같은 진실게임 뒤에서 첩보 묵살 의혹이 잠잠해지기만을 기대한다면 결국 국회가 나서 특검과 국정조사 논의를 시작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15명 안팎의 대규모 차관급 인사에 나서기로 한 것은 집권 3년 차를 앞둔 국정 쇄신 차원이다. 연일 ‘정책성과’와 ‘속도’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대대적인 차관급 인사를 통해 느슨해진 공직사회를 다잡고 정책 이행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특히 1기 청와대에서 국정철학을 공유한 참모진을 각 부처의 정책을 주도하는 차관급으로 내려보내는 것은 청와대가 주도한 개혁정책의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중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집권 3년 차 앞두고 대규모 인적쇄신 여권 고위 관계자는 “큰 규모의 차관 인사안이 마련됐다. 경기 침체로 민심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취임 직후인 지난해 6월 두 차례에 걸쳐 차관급 인사에 나선 데 이어 1년 반 만에 대규모 차관급 인사에 나서는 셈이다. 차관 인사 대상 부처는 경제 부처와 일부 사회 부처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 1차관에는 이호승 대통령일자리기획비서관이, 2차관에는 구윤철 기재부 예산실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고형권 1차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로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형욱 전 차장이 국무조정실장에 임명되면서 공석이 된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에는 차영환 대통령경제정책비서관이 거론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에는 기재부 출신 관료들이 하마평에 오른 가운데 주현 대통령중소기업비서관도 하마평에 올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으로는 문미옥 대통령과학기술보좌관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 외에도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 금융위원회 등이 교체 대상으로 거론된다. 특히 KTX 사고로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자진 사퇴한 가운데 국토부 차관 교체와 함께 코레일 사장이 조기 임명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차관급 교체 주기는 평균적으로 1년 3개월 정도”라며 “정부 출범 후 1년 반 정도가 지난 만큼 교체 시점이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정장악력 높이고 정책 속도 끌어올리기 문 대통령이 경제 투 톱 교체에 이어 대규모 차관급 인사에 나선 것은 이제 그동안 내놨던 경제·사회정책의 본격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청와대에서 호흡을 맞췄던 관료들이 대거 부처로 돌아가면서 국정 장악력을 높이고 정책 이행 속도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취지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제 부처가 대대적인 쇄신 대상에 오른 것은 내년 민생지표를 반등시키지 못하면 국정운영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 포용국가 3개년계획 발표를 기점으로 내년 사회정책을 강화하고 생활적폐 청산의 속도를 높이기로 한 것도 차관급 인적쇄신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장관들에게 “현장을 모르는 것 같다”고 질타하며 생활적폐 청산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대적인 차관급 인사에 따라 청와대 개편도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참모진이 각 부처 차관으로 이동하면서 청와대 내에도 적지 않은 공백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장하성 전 대통령정책실장이 김수현 정책실장으로 교체된 가운데 정책실을 시작으로 2기 청와대 구성을 위한 인적 재편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문병기 weappon@donga.com·김상운·송충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각 부처 차관과 차관급 인사 약 15명에 대한 인사를 전격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경제 관련 비서관들도 일부 교체한다. 집권 3년 차를 앞두고 뚜렷한 정책 성과를 내지 못한 관료사회에 대한 충격요법이자, 문 대통령이 최근 강조하고 있는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공직사회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복수의 여권 핵심 관계자는 13일 “핵심 부처인 기획재정부 1, 2차관을 포함해 청와대 비서관에 대한 인사까지 공직사회의 변화를 꾀하기 위한 인사안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기재부 1차관에는 이호승 대통령일자리기획비서관, 2차관에는 구윤철 기재부 예산실장이 각각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차영환 대통령경제정책비서관은 국무조정실 2차장으로 옮길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외에 국토교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경제 담당 부처의 차관 인선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혁신성장, 소규모 자영업자 및 중소기업 지원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이라며 “장관 교체는 인사청문회 등으로 긴 시간이 걸리는 만큼 청문회 없이 대통령이 즉각 임명할 수 있는 차관 인사로 공직사회에 강력한 변화의 메시지를 보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사회 부처 차관도 교체한다. 차관 인사에 따라 일자리기획비서관, 경제정책비서관 등도 순차적으로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비서관과 차 비서관 모두 정권 출범 직후부터 근무해 교체 시점이 됐다”며 “김수현 대통령정책실장 취임 이후 새로운 정책실 인선을 통해 집권 3년 차를 준비하겠다는 뜻도 있다”고 전했다. 연말을 앞두고 문 대통령이 단행하는 대규모 차관 인사는 어떻게든 국정 동력을 모아 내년에 민생 지표를 반등시키지 못하면 정권 차원의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연일 ‘경제 활력’을 강조하며 경제 활성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도 경남 창원을 찾아 “2022년까지 스마트공장을 3만 개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10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임명장 수여식부터 이날까지 나흘 내리 경제 활력 제고 메시지를 쏟아냈다. 문 대통령이 최근 경제 활력 되살리기에 다걸기(올인)하는 배경으로는 지지율 하락이 꼽힌다. 리얼미터가 10∼12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08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한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전주보다 1.4%포인트 내린 48.1%였다. 취임 이후 최저치다. 문 대통령은 최근 내부 회의에서 “경제 문제에 답을 갖고 있는 사람이 없느냐”며 답답함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상준 alwaysj@donga.com·문병기 기자}
청와대는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이 사실상 무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김 위원장의 내년 1월 답방은 열려 있다”고 밝혔다. 북한과 미국이 인권 종교 등 전방위적으로 갈등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북-미 대화 냉각기가 장기화될 경우를 대비해 김 위원장 조기 답방 카드를 돌파구로 남겨두겠다는 취지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이날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로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 “올해 답방이 어려울 것 같다는 얘기는 계속해 왔고 내년 1월 답방이야 계속 열려 있다”며 “상황 변화는 없다”고 밝혔다. 북-미 정상회담 전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추진하는 구상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무산된 상황에서 청와대가 김 위원장의 조기 답방 제안이 유효하다고 거듭 밝힌 것은 북-미관계의 긴장감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의지를 밝혔지만 이를 논의하기 위한 북-미 고위급 회담은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을 거쳐 회담 한 달 전 날짜를 확정해 발표했던 것을 감안하면 미국의 구상대로 1, 2월 중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위한 준비 시간도 점차 빠듯해지고 있는 셈이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북한이 김 위원장의 신년사가 발표되는 내년 1월 1일까지 미국과의 고위급 대화 채널을 닫아둘 것이란 관측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미국과 한국의 대화 제의를 거부하고 있는 것은 국제사회에 새로운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 내부 역량을 결집하고 있는 단계로 트럼프 행정부는 보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 정상회담 이후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이뤄지면 더 확실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북-미 회담이 언제 열릴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조기 답방 가능성을 닫아 놓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 국무부는 북한 중국 이란 등 10개국을 ‘종교자유 특별우려국’으로 지난달 28일 지정했다고 11일(현지 시간) 밝혔다. 북한 권력의 사실상 2인자인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을 인권 유린에 따른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지 하루 만에 북한을 17년 연속 최악의 종교탄압국으로 지정한 사실을 뒤늦게 공개한 것. 비핵화 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는 북한을 더 강하게 압박하기 위해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권과 종교 문제를 총동원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무부는 이날 발표 이후 별도의 콘퍼런스콜(전화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종교 탄압 실태를 집중 비판했다. 샘 브라운백 국무부 종교자유담당 대사는 브리핑에서 “한 탈북자 여성의 증언에 따르면 성경을 가지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감옥에 가고 거리낌 없이 강제 낙태가 자행되는 나라가 북한”이라며 “옛 소련 내 종교 탄압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상황이 개선됐듯 북한의 실상도 적극 알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교황의 방북 가능성이 거론되는 시점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그 가능성에 다분히 부정적인 영향을 줄 메시지를 내놓은 것 아니냐’라는 해석도 나온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가 절반 정도 진척된 시점에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제안이 국책연구기관에서 나왔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정체된 상황에서 구체적인 평화협정 체결 시점을 제시한 것이어서 눈길을 모은다.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기관인 통일연구원은 12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연 학술회의에서 총 9개 조항으로 구성된 평화협정 시안을 발표했다. 이 시안은 2020년 초까지 북한의 비핵화가 약 50% 진척될 것을 가정해 작성됐다. 앞선 평화협정 시안들과 달리 비핵화 프로세스 중간에 평화협정을 체결함으로써 협정 자체가 완전한 비핵화를 촉진토록 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평화협정은 남북미중 4자가 서명하는 포괄협정 방식을 채택한다. 미중 간 분쟁이 한반도 평화를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군비 통제 관련 조항에선 “한국과 미국은 (북)조선의 비핵화 완료 이후 한반도의 구조적 군비 통제에 착수한다”는 원칙적인 내용과 더불어 “비핵화가 완료되는 2020년 이내에 주한미군의 단계적 감축에 관한 협의에 착수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 주한미군 감축 협의가 이뤄질 것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이날 남북은 비무장지대(DMZ) 내 최전방 감시초소(GP·각 11곳)에 대한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남북이 DMZ 내 GP를 상호 방문한 것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이다. 대령급(북측 대좌급)이 이끄는 남북 검증반(7명)이 오전엔 북측 GP, 오후엔 남측 GP를 각각 찾아 검증했다. 남북 각 11개의 검증반, 총 154명(검증요원, 촬영요원)이 투입돼 화기와 병력 등의 철수 상황을 살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직접 ‘지하벙커’로 불리는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를 찾아 20분간 검증 작업을 생중계로 지켜봤다. 문 대통령은 “GP 철수와 상호 검증은 그 자체만으로도 남북 65년 분단사에 새로운 획을 긋는 사건”이라며 “오늘의 오솔길이 평화의 길이 되고, 비무장지대가 평화의 땅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남북, 13일 ‘철도 착공식’ 실무회의 한편 남북은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 개최 관련 실무회의를 13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연다. 남측은 김창수 공동연락사무소 사무처장이, 북측은 황충성 공동연락사무소 부소장이 참석하며 남북 관련 실무자들도 참여한다. 정부가 이미 착공식 기본계획안을 북측에 전달한 뒤 열리는 실무회의여서 착공식 날짜와 장소가 가시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문병기 기자}

“적어도 고용 문제에 있어서는 지금까지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엄중한 평가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 취임 후 1년 6개월간 펼친 일자리 정책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일부 일자리의 질은 높아졌을지 모르지만 어쨌든 좋은 일자리를 늘린다는 면에서 성공하지 못했다”고 했다. ‘일자리 질’ 향상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던 지금까지의 분석과 달리 ‘일자리 양’에 초점을 맞추며 ‘일자리 정부’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교육부와 고용부의 업무보고를 받았다. 새로운 국가비전으로 내건 ‘포용국가 건설’의 핵심 부처인 이들을 시작으로 각 부처의 내년도 업무계획 점검에 나선 것. 통상 1월에 시작되는 업무보고 시기를 앞당긴 것은 어떻게든 정책 이행의 속도를 내야 한다는 절박감이 반영된 조치다. 문 대통령은 ‘총력’ ‘확실히’ ‘적어도’ 등 어느 때보다 선명한 강조법을 동원해 성과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와 관련되는 많은 예산을 확보했다”며 “적어도 일자리 문제에서 국민들이 성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총력을 내달라”고 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취임 후 처음으로 세종시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도 “국민들이 체감하는 고용과 민생지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다 함께 잘사는 포용적 성장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고용지표 개선을 새로운 국가비전으로 내건 포용성장의 선결 조건으로 내걸며 배수진을 친 셈이다. 업무보고를 마친 뒤 가진 고용부 직원과의 간담회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며 속도 조절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을 담당하는 김경선 서기관에게 “실제로 현장에서 체감해 보니 어떤가.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너무 빠른가? 솔직하게…”라고 물었다. 김 서기관이 “민간인인 남편의 말을 빌리자면 가야 할 방향은 맞다고 생각하지만 좀 더 잘 살펴봤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 하자 문 대통령은 “방향은 옳지만 너무 이렇게(과하게 인상) 하는 게 아니냐 이런 식의 생각이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김 서기관이 “(바빠서) 남편이 애를 키우고 있다”고 하자 근로시간 단축 정책을 염구에 둔 듯 “(고용부가) 이 부서 근로감독부터 하셔야겠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어 간담회가 예정된 시간을 넘어서자 문 대통령에게 다가온 탁현민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퇴근 시간이 다 돼서…”라며 간담회를 끝내야 한다고 알리자 직원들과 함께 웃은 뒤 “너무 늦게 가지 않도록 하라”고 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논의에 맡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에 대해선 이날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는 (탄력근로제 확대 관련 법 개정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문 대통령은 교육부 업무보고에선 사립유치원 사태와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등을 언급하며 “교육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수시 같은 것도 대학 입시 수시도 워낙 전형방법이 다양하다 보니 부모 입장에서는 깜깜이”라며 “공정성·투명성에 대한 신뢰가 확보되지 않으면 더 큰 교육 개혁도 불가능한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유성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일자리 창출이 둔화되는 원인을 파악해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를 조절할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고용노동부와 교육부로부터 2019년 업무보고를 받은 뒤 고용부 직원 간담회에서 “최저임금 압박 때문에 고용 밖으로 밀려나간 사람들이 있을 수 있는 것”이라며 “실직한 일용직들을 실제로 면접조사한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원인이 뭔지 제대로 정확히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그래야 최저임금을 지금 같은 속도로 나갈(올릴) 수 있는 것인지, 안 그러면 정말로 조정을 충분히 해야 하는 것인지 제대로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대선 공약인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더 늦출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경제부총리와 고용부 등 관련 장관들도 일제히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 조절 가능성을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최저임금 정책 속도 조절의 일환으로 내년 3월까지 최저임금 결정 구조 개편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로 구성된 공익위원들이 먼저 최저임금 인상 상하한선을 정하고 이후 노사 대표가 참여해 최종 인상률을 정하는 방식으로 개편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도 이날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최저임금이 사회적으로 널리 수용될 수 있도록 결정 과정의 합리성과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며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 기준을 고려해 최저임금의 결정 기준을 보완하겠다”고 보고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 / 세종=송충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2기 경제팀’에 기업 투자 확대를 위한 빠른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그간 강조해온 ‘포용국가’와 함께 ‘경제 활력 제고’를 내년 경제 정책의 큰 방향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소득주도성장 등 기존 경제정책의 속도 조절이 뒤따를지 주목된다. ○ 2기 경제팀에 첫 지시는 ‘기업 투자 대책’ 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홍 부총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특별히 주문하고 싶은 게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우리 기업의 활력이 떨어지고 투자 의욕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현장과 직접 소통하며 목소리를 듣고 기업의 투자 애로가 뭔지, 그 해결책이 어디 있는지 방법을 찾는 데 각별히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홍 부총리는 “민간 영역과 가장 많이 만난 장관이었다는 소리를 듣도록 노력하겠다”며 “매주 밥을 먹든 현장을 찾든 민간 영역과 만나겠다”고 답했다. 이 같은 지시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가 나오지 않는지에 대한 답답함이 반영됐을 것”이라며 “최근 회의에서 ‘속도’와 관련된 문 대통령의 언급도 늘었다”고 전했다. 내년에는 경제지표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기업 투자 확대와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정책으로 계속 내리막을 타고 있는 경기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다. 반면 소득주도성장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최근 내부 회의에서 “많은 학자가 소득주도성장의 방향은 맞지만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며 “그런 조언들을 반영해 어느 정도 속도로 가야 하는지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 주재 당정청협의회서 경제 활력 대책 논의 당정청도 문 대통령이 지시한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1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고위 당정청협의회를 열고 내년도 경제 정책 운용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정기국회에서 통과된 법안들과 예산이 문 대통령이 강조하는 내년 ‘경제 활력 제고’로 이어질 수 있게 후속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제조업, 조선업 등에 대한 구체적 지원 대책이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의에는 이낙연 국무총리, 민주당 이해찬 대표 외에 홍 부총리와 김수현 대통령정책실장 등 2기 경제팀이 처음으로 참석한다. 특히 문 대통령은 “혼자가 아니라 여러 경제부처 장관들과 한 팀이 돼 함께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장관들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고 했다. 김동연 전 부총리와 장하성 전 정책실장의 ‘경제 투톱’ 갈등이 재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경제 사령탑으로서의 부총리 역할을 당부한 것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홍 부총리와 김 정책실장이 호흡을 맞춰 일하며 경제 관련 장관들을 수시로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1기 경제팀 시절 비정기적으로 열렸던 ‘집현실 회의’가 정례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시 ‘장하성-김동연’ 투톱은 청와대 집현실에서 경제 관련 회의를 한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과거 정부의 ‘서별관 회의’처럼 금융 분야 관계자들까지 부르면 관치 금융 논란을 낳을 수 있는 만큼 부총리 주재로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 장관들과 청와대 참모들이 참석하는 회의”라고 전했다. 정치권과 재계 일각에서는 당정청의 이런 행보가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이미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여러 차례 주요 대기업들의 국내외 사업장을 방문해 투자 및 고용 확대를 당부했지만 올해 각종 경제 지표는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한상준 alwaysj@donga.com·문병기·유근형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이 내년으로 늦춰질 것으로 보이면서, 북한 지도자의 첫 방한으로 올해 비핵화 이벤트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려던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도 그만큼 미뤄질 듯하다. 청와대는 내년 초 답방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지만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로 밀릴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김 위원장이 청와대의 거듭된 답방 요구에도 ‘전략적 침묵’을 이어가는 게 다름 아닌 2차 북-미 회담으로 직행하기 위한 숨고르기 차원이라는 얘기다. ○ 김정은, 트럼프와 담판부터 노리는 듯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0일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은 현 상황에선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내부 준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전과 경호 문제에 대한 내부 이견 때문에 답방이 늦춰지고 있다는 것이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도 9일 자신의 블로그에 3가지 이유를 들어 “김 위원장의 다음 주 서울 방문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답방 결정 통보를 위해 김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사전 회담을 갖지 않았다는 점과 리용호 외무상 등 주요 외교 참모가 외국에 나가 있다는 점, 북한 대남매체가 김 위원장 답방 환영단체의 활동 소식을 일절 보도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정부는 연말로 추진하고 있는 남북 철도 연결 착수식에 김 위원장을 초청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지만 연내 답방이 늦춰진 상황에서 남북 정상의 만남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답방 몽니’를 두고 미국에 대한 불만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선(先)비핵화를 조건으로 대북제재 완화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비핵화에 대한 즉각적인 ‘동시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북한으로선 남북이든 북-미든 대화 여건이 성숙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는 것. 실제로 북한은 미국의 고위급회담 제안에도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미 내년으로 미뤄진 북-중, 북-러 정상회담에 이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통한 남북 정상회담 역시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김 위원장은 남북 대화보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을 통해 미국의 상응 조치에 대한 확답을 받아내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 文 “남의 장단이 아니라 우리 장단에 춤춰야”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은 이날 재외공관장 초청 만찬에서 내년에도 ‘한반도 운전석’에 앉아 주도적으로 비핵화 국면에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1948년 남북 협상에서 “이제는 남의 장단에 춤출 것이 아니라 우리 장단에 춤을 추는 것이 제일”이라는 김규식 선생의 말을 인용하며 “(이 말에)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로 가는 원칙과 방향이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 중심의 국익외교로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 과거의 외교를 답습하는 데서 벗어나 새롭게 생각해 달라”고 했다. ‘우리 장단’에 맞춰 비핵화 협상 당사국인 미국과 북한의 합의를 이끌어낼 창의적인 외교가 필요하다는 것.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세계 인권의 날 기념식 축사에서 “한반도에서 냉전의 잔재를 해체하고 항구적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은 우리 민족 모두의 인권과 사람다운 삶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가 곧 인권’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선 인도적 지원 재개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2일(현지 시간) 기내 간담회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을 종전선언, 한미 군사훈련 연기와 함께 미국이 내놓을 수 있는 상응 조치로 제시한 바 있다.문병기 weappon@donga.com·황인찬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이 사실상 무산 수순에 접어들었다. 북한이 답방 날짜는 물론이고 연내 답방 여부에 대해서도 9일 오후 늦게까지 답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새로운 모멘텀으로 삼아 내년 초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로드맵 합의를 이끌어 내려던 한미 정상의 구상도 그만큼 늦춰지게 됐다.○ 주말 데드라인 넘기며 연내 답방 무산 수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9일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 여부에 대해 “현재로서는 확정된 사실이 없으며, 서울 방문은 여러 가지 상황이 고려돼야 하는 만큼 우리로서는 서두르거나 재촉할 의사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오후 4시 반경 내놓은 ‘김정은 위원장 답방에 관련해 알려드린다’는 입장문을 통해서다. 청와대가 김 위원장 답방에 대해 “재촉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이날 오전까지 “북한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것.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 가능성에 대한 청와대 내부의 기류 변화가 있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청와대는 이날 오후 현재 상황에선 김 위원장이 이달 내 서울을 찾는 게 쉽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물밑 접촉을 통해 18∼20일 등 복수의 일정을 타진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21일부터 ‘총화기간’에 들어간다. 20일 이후에는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일정을 감안해 청와대에선 “주말까지는 북한의 통보가 있을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았다. 북한의 선발대 파견 등 의전·경호 준비를 위한 최소한의 준비기간이 7∼10일인 만큼 사실상 지난 주말이 연내 답방 성사의 ‘데드라인’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북한은 이날까지 답방 여부에 대한 확답을 주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날짜를 얘기하려면 첫 번째 단계로 북측에서 ‘오겠다’는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며 “(오겠다는) 의사결정 자체가 안 정해진 상태에서 날짜를 언급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사전 준비 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당일치기’ 방문 가능성도 나왔지만 청와대는 부인했다. 이 청와대 관계자는 “분단 이후 북한 지도자의 첫 번째 방문이란 역사성을 고려할 때 당일치기로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로 답방 늦춰질까 그럼에도 청와대는 김 위원장의 답방 의지는 “확고하다”며 무산된 게 아니라 늦춰졌다고 밝히고 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김 위원장 답방 시기에 대해 계속 연말 연초를 언급한 것은 편할 때 답방할 수 있도록 북한의 내부 사정을 고려한 것”이라며 “평양 공동선언에서 남북 정상이 합의한 것인 만큼 답방 시기에 대해선 북한의 판단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연내 답방에 대해 통보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애초부터 김 위원장의 신변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컸던 만큼 촉박한 시일 내에 답방을 하기엔 의전·경호 준비가 어려울 것이라는 내부 판단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북한이 다시 ‘몸값 높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30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년 초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재확인하면서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 재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6일(현지 시간)엔 대표적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나서 “(비핵화에) 성과를 거둔다면 대북 경제제재 해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게 대표적이다. 그만큼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전략적 침묵’에 나섰다면 서울 답방은 생각보다 더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미가 ‘김 위원장 서울 답방→2차 북-미 정상회담’의 순서에 합의했지만 북한이 미국과의 담판 이후로 답방을 연기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9일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은 여러 가지 상황이 고려돼야 하는 만큼 우리로서는 서두르거나 재촉할 의사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김 위원장의 답방 추진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낸 것은 처음이다. 앞서 청와대는 이날 오후 내부 회의를 열고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어려워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밑 접촉을 통해 여러 차례 답방 의사를 타진했지만 북한이 답방 여부를 통보하지 않았기 때문. 여권 고위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선 답방이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며 “기다려도 답변이 안 오는 상황에서 재촉한다는 느낌을 줄 필요도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청와대는 21일부터 총화기간에 들어가는 등 김 위원장의 일정과 답방 시 의전·경호 등 최소한의 준비 기간을 고려할 때 적어도 9일까지는 북한의 메시지가 와야 한다고 봤다. 청와대는 연말 연초 김 위원장의 답방을 추진하되 경호 문제 등 북한의 우려를 감안해 공개적인 답방 촉구 메시지는 자제할 방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도 편안하게 생각해야 답방 시기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의 답방이 늦춰질 수 있지만 무산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태도를 바꿔 전격적으로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을 통보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김 대변인은 “(서울 답방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과 절차는 계속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J노믹스’(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설계자이지만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쓴소리를 거듭해 온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사진)이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는 사의를 만류하고 있지만 김 부의장의 의지가 강해 결국 사표가 수리될 것으로 보인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6일 “김 부의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이 맞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부의장이 이미 5월부터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표시해 온 것으로 안다”며 “거듭 만류했지만 본인 의지가 워낙 강하다”고 말했다. 보수 경제학자인 김 부의장은 지난해 대선 막바지 문 대통령 대선 캠프의 ‘새로운 대한민국 위원회’ 위원장으로 영입돼 핵심 경제공약인 ‘J노믹스’를 설계한 인물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부터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맡아왔다. 헌법에 근거해 설치된 대통령 경제자문기구 의장은 문 대통령이 맡고 있다. 김 부의장은 “경제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고 비판하는 등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선 “시장을 모르고 한 결정”이라며 속도 조절을 주문했으며, 근로시간 단축엔 탄력근로제 적용기간 확대를, 부동산 대책에는 공급 확대를 조언했다. 하지만 경기침체론을 놓고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충돌한 것은 물론이고 청와대 정책실과도 적지 않은 시각차를 보여 왔다. 김 부의장은 국민경제자문회의의 위상을 강화하려던 구상이 별 진척을 보이지 못한 데 대해서도 실망감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사문화된 국민경제자문회의를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처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속도 조절을 요구해 온 김 부의장이 물러나면서 경제정책 쏠림 현상이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 부의장은 2007,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도와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 공약을 주도했으나 박 전 대통령 취임 직전 쓴소리를 했다가 별다른 보직을 맡지 못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청와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답방할 경우 국내외 취재진이 이용할 프레스센터를 설치하기 위해 서울 강남구 코엑스 컨벤션센터 대관을 공식 문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엑스는 정부가 북측에 답방 기간으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18∼20일 별다른 이벤트가 없어 현재도 프레스센터 용도로 대관이 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5일 “청와대가 최근 김 위원장 답방을 전제로 10∼14일 코엑스 컨벤션센터 대관을 공식 문의했다”며 “코엑스 측이 10일만 가능하다고 답해 없던 일이 됐다”고 말했다. 그런데 코엑스 컨벤션센터는 현재 16∼20일 일부 행사장이 비어 있는 상태.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성사될 경우 유력한 답방 기간인 18∼20일 대관이 가능한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직 북측에서 답방에 대한 최종 답신이 없어 (코엑스) 대관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 결정 마감시한이 다가오면서 청와대는 “연내든 연초든 열려 있다”며 북한의 결단을 재차 촉구했다. 청와대는 늦어도 이번 주 안에는 북한이 답을 보내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답방 시 방문을 추진 중인 국회도 덩달아 바빠지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김 위원장의 답방에 대비해 당초 17∼25일로 예정됐던 중동 순방을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의장 측은 문 대통령이 평양 방문 때 능라도 5·1경기장에서 연설을 한 만큼 김정은이 국회를 찾아 문 의장을 만나고 본회의장에서 연설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 한편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는 이날 자유한국당 백승주 의원이 국회에서 주최한 ‘대한민국 안보의 빛과 그림자’ 토론회 기조연설에서 “정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꼭 끌어내서 대한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학습시키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화문광장에서 ‘김정은 만세’ 소리와 ‘김정은 세습통치 반대’ 목소리가 함께 울려나오는, 자유민주주의 혼성4부 합창단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줘야 한다”고도 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장원재 기자}

뉴질랜드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3일(현지 시간) “한 발 두 발 전진하다 보면 불가능해 보였던 한반도 평화의 길에 반드시 도달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어떻게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을 성사시켜 비핵화 프로세스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클랜드 코디스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처음 에베레스트산 정상을 밟은 뉴질랜드 산악인 에드먼드 힐러리 경의 “간단하다. 그냥 한 발 두 발 걸어서 올라갔다”는 발언을 인용해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조처를 긍정적으로 인식한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했다”며 “한반도가 태평양과 유라시아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동포간담회에는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양정철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의 형 양정석 크라이스트처치 한인회장이 참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양 회장은 당초 문 대통령과 함께 ‘헤드테이블’에 앉을 예정이었지만 간담회를 앞두고 송창주 오클랜드대 한국학과 디렉터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동생이 논란을 피하기 위해 억지로 청와대와 거리를 두고 있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과 함께 있는 모습이 노출되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2014년 뉴질랜드 트레킹 당시 양 회장의 도움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2014년에 우리 부부가 함께 열흘 정도 (뉴질랜드를) 방문한 일이 있었는데 그때 만난 분들도 이 자리에 함께 계신다”고 간접적으로 양 회장을 언급하기도 했다. 현재 국내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양 전 비서관은 정치권의 눈을 피해 종종 뉴질랜드를 방문하기도 한다.오클랜드=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한미 정상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비핵화 회담을 촉진하는 ‘추가적인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데 공감하면서, 이제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 성사 여부는 북한의 결단으로 넘어가게 됐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바라는 바를 이뤄주겠다”는 메시지에 이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시점과 장소를 조율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멈춰선 비핵화 협상 테이블을 다시 가동해달라는 뜻을 한미 정상이 김 위원장에게 전한 것이다. 그러나 비핵화 조치 없이 제재 완화는 없다는 백악관의 일관된 태도와, 촉박한 일정 등으로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은 쉽지 않다는 관측도 여전하다. ○ 김 위원장 답방 먼저, 의견 모은 韓美 정상 지난달 30일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던 문재인 대통령은 1일(현지 시간) 기내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북-미 간 2차 정상회담이나 북-미 고위급회담 전에 답방이 이뤄지면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없지 않았는데 어제 회담으로 그런 우려는 사라졌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연내 답방하면 메시지를 드려 달라는 당부를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에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열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연내 답방을 전제로 메시지를 전한 것은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순서에 사실상 합의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1년 반 동안의 김 위원장의 언행을 보면 자기가 얘기한 것은 꼭 약속을 지켰다. 연내 서울 답방도 그런 차원에서 이해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연내 답방이 성사될 경우 다뤄질 의제에 대해서는 “내용적인 면에서도 알찬 내용이 담기면 좋겠지만 그걸 떠나서 답방 자체가 이뤄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북-미 정상회담이 70년 만에 이뤄진 것이 엄청난 사변이듯이 북한 지도자의 서울 방문이 이뤄진다면 그 자체로 세계에 보내는 평화 메시지이자 비핵화 의지, 남북 관계 발전 의지를 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자체가 가지는 파급력을 강조한 것이다. ○ 트럼프 ‘제재 유지’ 천명 속 김정은의 선택은 다만 청와대는 연내 답방 성사에 대해 “가능성은 반반”이라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도 “연내 답방은 김 위원장의 결단에 달려 있다. 아직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서울행을 머뭇거리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로는 대북제재가 꼽힌다. 한미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전까지는 기존의 제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뜻을 모았다. 문 대통령도 연내 개최 예정인 남북 철도 연결 착공식에 대해 “실제로 착공을 한다면 국제 제재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며 “다만 착공이 아니라 어떤 일을 시작한다는 하나의 ‘착수식’이라는 의미에서 착수식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북 철도 공동조사는 유엔에서 제재 예외 인정을 받았지만, 그 외에는 모두 제재 적용 대상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서울을 찾아도 제재 완화를 얻어가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은 “김 위원장에게는 제재가 풀리는 게 초미의 관심사”라며 “서울은 언제나 갈 수 있다고 판단해 북-미 고위급회담이나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움직임으로 판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도 2일 정부가 지난달 중순 김 위원장의 이달 중순 방한을 요청했으나 북측에서 “연내는 곤란하다”고 회답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촉박한 시간도 변수다. 17일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사망 7주기이고, 뒤이은 12월 말은 내년 신년사 등을 위한 총화 기간이다. 또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등 북한 핵심 참모진은 신변 우려 등의 이유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여전히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 답방에 대해 북한에서 가장 신경 쓸 부분은 경호, 안전의 문제다. 그 부분들은 철저하게 보장해야 한다”며 “경호, 안전 보장을 위해 혹시라도 교통이나 불편이 초래되는 부분이 있다면 국민들이 좀 양해해주셔야 할 것 같다”고 했다.오클랜드·부에노스아이레스=문병기 weappon@donga.com / 한상준·신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