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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하반기부터 경미한 학교폭력 가해는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재하지 않도록 제도가 바뀌지만 교육부는 이미 처분을 받은 학생들에 대해서는 기존 기록을 지우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 교육부는 1월 학교폭력 가해 학생이 경미한 정도의 1∼3호 조치를 받는 경우 학생부에 처분 사실을 기록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학교폭력 대응 절차 개선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교육부는 이미 해당 처분을 받고 학생부에 기록된 학생들의 상황을 고려한 결과 소급 적용은 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심 끝에 피해 학생과 학부모들이 다시 상처를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판단해 소급 적용은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교육부가 개선 방안을 발표할 당시 “소급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반대 목소리가 컸기 때문이다. 한 시민은 ‘학교폭력 피해 학생의 아버지’라고 밝히며 제도 개선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하기도 했다. 가해 학생 1∼3호 조치는 ‘서면 사과’(1호), ‘피해 학생 및 신고·고발 학생 접촉·협박·보복 금지’(2호), ‘교내 봉사’(3호) 등이다. 주로 경미한 정도의 폭력을 저지른 가해 학생, 쌍방 사건을 저지른 학생들이 받는 조치다. 현재까지 모든 처분은 학생부에 기재돼 왔다. 하지만 학생부를 두고 해당 학생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재심이나 교육청 행정심판을 청구하는 일이 늘어났다. 대학 입시에서 학생부 위주 전형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교육부는 경미한 조치는 학생부에 기재하지 않는 동시에 처분 조건을 따르지 않거나 1∼3호 조치를 2회 이상 받으면 가중 조치하고 이전 조치까지 학생부에 기재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1월 함께 발표했던 ‘학교 자체 해결제’ ‘학폭위 교육지원청 이관’을 함께 시행하기 위해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폭예방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2학기 전에 법안이 통과되면 학생부 기재 완화는 2학기부터 시행된다. 다만 법이 통과되기 전에 1∼3호 조치를 받는 학생들은 학생부 기재를 피할 수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학생이 없도록 국회에서 법안을 신속히 처리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앞으로) 비교육특구에 살면 가까운 곳에 자율형사립고(자사고)도, 우수한 일반고도 없다. 지역 간 학업 격차뿐만 아니라 집값 격차도 공고해질 것 같아 불안하다.” 서울시교육청이 자사고 8곳에 대한 지정 취소를 결정한 9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자사고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부동산 투자 인터넷 카페 등에는 이번 결정에 대해 “자사고를 없앨수록 ‘8학군’ 수요가 더 많아져 집값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고 분석하는 글들이 잇달아 게시됐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서울시교육청의 이번 조치가 이른바 ‘명문 학군’ 쏠림 현상을 심화시키고 그 여파로 강남 집값이 더 올라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지정 취소 결정이 나온 자사고 8곳은 서초구 세화고, 강동구 배재고를 제외하면 모두 강북의 거점학교다. 성동·동대문·강북구 자사고는 전멸했다. 남녀 공학인 이화여대부고와 한양대부고가 탈락하면서 여학생이 갈 수 있는 자사고는 7곳에서 5곳으로 줄게 됐다. 반면 이번에 재지정된 한가람고, 중동고를 비롯한 자사고와 우수 일반고는 강남·서초·양천구에 집중돼 이들 지역의 교육특구 지위는 더욱 공고해졌다. 서울 시내 전체 22개 자사고 중 7곳(32%)이 교육특구에 있었다면, 이번에 8곳이 탈락하면서 전체 14곳 중 6곳(43%)을 교육특구가 차지하게 된다. 자사고 폐지의 명분으로 내세운 ‘교육특구 쏠림’이 더 심화되는 역설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자사고는 학군에 상관없이 지원할 수 있어 교육특구에 살지 않아도 다닐 수 있다. 일반고는 서울 전체 학교에 지원해 뽑는 건 정원의 20%뿐이고, 대부분은 거주지 학군에서 배정된다. 결국 명문대 진학 성적이 좋은 강남의 ‘똘똘한’ 일반고 쏠림 현상을 심화시켜 명문 학군으로 이사 가는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살아남은 자사고는 교육특구에 주로 있기 때문에 자사고가 사라진 비교육특구 학부모는 인근 교육특구를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전주영 aimhigh@donga.com·최예나 기자}

“자사고를 일반고로 바꿀 때 세금이 지원된다는데…. 평가에 관해 국민들도 알 권리가 있죠.”(학부모 A 씨) “최소한 ‘시험점수’는 알려줘야죠. 이 상태로 청문회를 준비하라니 말이 됩니까?”(재지정 탈락한 서울 자사고 교장 B 씨) 서울시교육청이 9일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평가결과를 발표하면서 각 학교의 총점과 평가과정 일체를 비공개한 것을 두고 ‘깜깜이 평가’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자사고 13곳 중 절반이 넘는 8곳을 지정 취소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면서 세부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국민과 학생, 학부모들의 알 권리를 도외시한 ‘권위주의적 밀실행정’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날 오전 11시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평가대상인 학교들이 점수에 따른 서열화를 걱정하며 비공개를 요구해 이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루 전 진행된 심의위원회의 일정과 장소, 참여자도 모두 비공개였다. 김경회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의 체질이 뒤바뀌는 큰 작업인 만큼 자사고 평가과정과 결과는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 자사고 학부모와 동문 등으로 구성된 ‘자사고공동체연합회’도 “자사고 폐지를 위해 학교평가를 악용한 것”이라며 “평가과정 전반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총점과 6개의 영역점수, 32개의 세부항목 평가점수 등으로 구성되는 평가결과 가운데 총점과 영역점수만 발표 당일인 9일 학교 측에 전달했다. 지정 취소된 한 고교 관계자는 “지표별로 점수를 알아야 부족한 부분을 파악해 청문회도 준비할 것 아닌가”라며 “교육청이 알려준 영역별 점수만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 자세한 평가결과를 빨리 달라고 항의 전화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평가 과정과 결과 공개가 대부분 ‘깜깜이’로 진행되다 보니 곳곳에선 평가를 믿을 수 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자사고 교장은 “오늘 발표된 ‘지정취소 명단’은 5년 전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발표했던 것과 매우 흡사하다”며 “당시 결정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려는 기획된 평가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반발했다. 2014년 조 교육감이 발표했던 지정취소 대상 학교는 이번에 추가된 ‘한양대부고’만 빼고 7곳이 모두 동일했다. 그동안 자사고 모집 정원이 미달되거나 대규모 감사 적발이 있었던 학교들이 통과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이어졌다. 한 자사고 관계자는 “수년째 미달된 학교도 통과했는데 우리는 떨어졌다”며 “학생으로부터 외면받는 학교가 자사고 지정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입시 위주의 교육을 막기 위해 자사고를 취소한다면서 한 해 수십 명씩 서울대를 보내는 학교들은 통과시켰다”며 평가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당초 감사 결과로 최대 12점까지 감점할 수 있는 ‘교육청 재량평가’가 평가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상이 나왔지만, 12점 감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하나고는 재지정 평가를 통과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1점 감점에도 불구하고 지정취소가 된 학교도 있고, 12점 감점 받고도 통과한 학교가 있다”며 “감사 결과는 지정 취소 여부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수연 sykim@donga.com·전주영 기자}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사상 처음으로 총파업에 나선 배경에는 현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0) 정책’이 주요한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노동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정부가 던진 ‘비정규직 제로’ 약속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면서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갈등이 공공부문에서 더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틀째인 2017년 5월 11일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정부는 2020년까지 20만5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고 올해까지 17만7000명을 전환할 예정이다. 노동계는 정부가 정규직 전환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정부가 정규직 전환 숫자에만 집착하고 내용은 부실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정규직 직접 고용 △무기계약직 전환 △자회사 정규직 고용 등 세 가지 방식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각 공공기관이 상황에 맞게 선택하도록 했다. 정부는 무기계약직과 자회사 고용도 정규직 전환의 일종이라고 판단하고 공식통계에서 정규직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노동계는 ‘직접 고용’이 아닌 무기계약직과 자회사 고용은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이 아니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반 정규직보다 처우가 낮은 ‘무늬만 정규직’이라는 얘기다. 이번 학교 비정규직 파업은 무기계약직에 대한 낮은 처우로 갈등이 불거진 대표적 사례다. 학교 비정규직은 2017년부터 무기계약직이 됐지만 임금은 9급 공무원의 69%(기본급 167만 원)다.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는 협상에서 9급 공무원 임금의 80% 수준이 되도록 기본급 6.24% 인상을 요구했다. 또 ‘교육공무직’을 법제화해 신분을 명확히 하고 교육공무원법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도서관같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 비정규직과 전국 고용센터의 직업상담원도 무기계약직이지만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동참했다. 정부는 노동계의 이런 요구가 무리하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무기계약직은 엄연한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며 “무기계약직 전환으로 일단 고용 안정을 이룬 뒤 처우는 점진적으로 높이는 게 정부의 정책 방향인데 노동계가 성급하게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회사 고용을 둘러싼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자회사를 설립해 요금소 수납원 약 6500명을 고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직접 고용을 요구한 1400여 명을 1일 모두 해고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가스공사 등도 자회사 고용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한국수자원공사 등 공공기관과 민간 위탁을 맺은 민간회사 노조 112곳은 공공기관이 자회사를 설립해 고용하라고 요구하는 등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갈등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근로조건이나 직장문화 개선 등과 관련된 로드맵을 만들지 않았던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유성열 ryu@donga.com·전주영 기자·안동준 인턴기자 건국대 행정학과 4학년}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검찰의 반발을 진압하기 위해 야전 사령관으로 들어오는 것 아니냐.” 청와대가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법무부 장관 유력 후보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26일 검찰 내부는 말 그대로 발칵 뒤집혔다. 조 수석이 법무부 장관으로 기용되면 수사지휘권과 인사권을 이용해 검찰 개혁 방안을 더 강도 높게 밀어붙일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수도권의 한 평검사는 “수사권 조정 작업을 맡았던 김형연 전 법무비서관이 법제처장으로 간 것을 보면 민정수석실의 사람들이 현장에 직접 내려와 관련 업무를 마무리하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검사도 “인사권으로 군기 반장 역할을 하려 할 것”이라며 “검찰 내부 통신망에 수사권 조정 관련 비판 글과 댓글을 단 검사들부터 추려 인사로 응징할 것이라는 소문이 벌써부터 돌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으로 직행한 사례는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11년 권재진 전 법무부 장관이 유일한 사례다. 청와대의 법률 참모가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데다 검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갖고 있는 법무부 장관으로 가는 것은 당시에도 검찰 안팎에서 큰 논란이 일었다. 검찰 관계자는 “민정수석이 장관으로 내려오면 앞으로 민정수석이 하는 지시를 안 들을 수 있겠냐. 인사전횡”이라며 “이명박 정부 당시 전례가 있다고 똑같이 해도 되는 것이냐”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시 우병우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으로 내려 보냈다고 생각해보라”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는 목소리가 강하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는 관측도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 한 부장검사는 “조 수석과 함께 검찰 개혁의 보조를 맞출지, 검찰 독립을 위한 방파제 역할을 해줄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황형준 기자}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검찰의 반발을 진압하기 위해 야전 사령관으로 들어오는 것 아니냐.” 청와대가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을 법무부 장관 유력 후보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26일 검찰 내부는 말 그대로 발칵 뒤집혔다. 조 수석이 법무부 장관으로 기용되면 수사지휘권과 인사권을 이용해 검찰 개혁 방안을 더 강도 높게 밀어부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수도권의 한 평검사는 “수사권 조정 작업을 맡았던 김형연 전 법무비서관이 법제처장으로 간 것을 보면 민정수석실의 사람들이 현장에 직접 내려와 관련 업무를 마무리하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 수석이 경찰에 권한을 더 주려 했으면 행정안전부 장관을 가야지, 왜 법무부 장관으로 오냐. 검찰을 해체시키려는 것이냐”며 거세게 반발했다. 또 다른 검사도 “인사권으로 군기 반장 역할을 하려할 것”이라며 “검찰 내부통신망에 수사권 조정 관련 비판 글과 댓글을 단 검사들부터 추려 인사로 응징할 것이라는 소문이 벌써부터 돌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으로 직행한 사례는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11년 권재진 전 법무부 장관이 유일한 사례다. 청와대의 법률 참모가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데다 검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갖고 있는 법무부 장관으로 가는 것은 당시에도 검찰 안팎에서 큰 논란이 일었다. 당시 야당인 현 더불어민주당은 “유례없는 측근 인사”, “회전문 인사”라고 비판했다. 검찰 관계자는 “민정수석이 장관으로 내려오면 앞으로 민정수석이 하는 지시를 안 들을 수 있겠냐. 인사전횡”이라며 “이명박 정부 당시 전례가 있다고 똑같이 해도 되는 것이냐”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시 우병우 민정수석을 법무 장관으로 내려보냈다고 생각해보라”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는 목소리가 강하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는 관측도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 한 부장검사는 “조 수석과 함께 검찰 개혁의 보조를 맞출지, 검찰 독립을 위한 방파제 역할을 해줄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했다. 조 수석은 1965년생, 서울대 법대 82학번으로 윤 후보자 보다 학번은 3년 아래고, 나이는 다섯 살이 어리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16명 등은 김상조 대통령정책실장을 포함한 전·현직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 17명을 직무유기 등 혐의로 25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들은 고발장에서 “공정위가 ‘인체무해한 성분’ 등의 표현을 사용한 SK케미칼과 애경산업에 대한 실증 책임을 묻고 실험 자료를 공개해야 할 역할과 책임이 있음에도 검증하지 않고,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공정위는 2016년 8월 가습기 살균제 업체들의 거짓광고에 대해 공소시효 완성 등을 이유로 ‘심의절차 종료’ 결정을 내렸다. 김 실장의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이후 공정위는 재조사를 통해 지난해 2월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의 전직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SK케미칼의 사명이 SK디스커버리로 바뀐 사실을 뒤늦게 파악해 추가 고발을 하는 등 실수를 저질렀고, 그 사이 공소시효 완성으로 이 업체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검찰이 한보그룹 정태수 전 회장이 지난해 12월 에콰도르의 최대도시인 과야킬에서 사망했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24일 알려졌다. 대검찰청 국제협력단(단장 손영배 부장검사)과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검사 예세민)는 이날 정 전 회장의 4남인 정한근 전 한보그룹 부회장(54)이 에콰도르에서 발급받은 정 전 회장의 사망증명서와 위조 여권 등을 확인했다. 과야킬 관청에서 발급한 사망증명서에는 정 전 회장이 지난해 만 95세의 고령으로 인한 심정지로 사망했다고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사망증명서와 위조 여권상 이름이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관련 서류의 진위를 에콰도르 당국을 통해 확인할 계획이다. 정 전 부회장은 국내 송환 당일인 22일 검찰 조사에서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가 1년 전 에콰도르에서 숨졌다. 내가 임종했다”고 진술했다. 정 전 회장의 사망이 최종 확인되면 정 전 회장의 횡령 혐의 등은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게 된다. 이른바 한보 사태로 인한 2225억 원에 달하는 정 전 회장의 체납액도 국가로 환수할 수 없다. 검찰은 정 전 부회장의 진술을 토대로 정 전 회장의 해외 도피 경로를 수사 중이다. 정 전 회장은 강릉영동대의 교비 72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을 받다가 2007년 신병 치료차 일본에 간다고 재판부를 속여 말레이시아를 거쳐 카자흐스탄으로 출국했다. 2008년 1월 한국이 카자흐스탄과 범죄인인도청구협정을 맺자 정 전 회장은 한국과 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키르기스스탄으로 옮겨 금광사업 등을 했다고 한다. 신분 세탁을 한 정 전 회장은 이후 미국 등을 거쳐 에콰도르에서 정 전 부회장과 함께 체류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정 전 부회장이 에콰도르에서 아버지와 함께 유전사업을 하며 부유한 생활을 누린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전 부회장은 에콰도르 최대 도시인 과야킬의 부촌에서 수영장이 딸린 저택에 거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역에서 한 차례 이사도 했다. 검찰은 정 전 부회장이 에콰도르에서 유전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을 압류해 정 전 부회장의 체납액 253억 원을 추징할 계획이다. 앞서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달 초 키르기스스탄 현지에서 검찰총장을 만나 정 전 회장의 체류 여부를 문의했고 “현재 키르기스스탄에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문 총장은 당초 에콰도르로 이동해 범죄인인도청구 등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려고 했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이 국회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자 일정을 취소하고 조기 귀국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김동혁·전주영 기자}

1997년 부도로 외환위기를 촉발시킨 한보그룹 정태수 전 회장의 4남 정한근 전 부회장(54)이 해외 도피 중 21년 만에 검거돼 국내로 송환되면서 아버지 정 전 회장의 행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 전 부회장은 검찰에서 “아버지(정 전 회장)가 지난해 에콰도르에서 숨졌다”고 진술해 검찰이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다.○ 정태수, 12년 전 해외 도피…“지난해 숨졌다” 1997년 한보 특혜대출 의혹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은 정 전 회장은 사기와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돼 징역 15년 확정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2002년 6월 대장암 판정을 받고 복역 5년 5개월 만에 형 집행정지로 석방됐고, 같은 해 12월 특별사면을 받았다. 이후 정 전 회장은 2003년 9월 자신이 이사장이었던 강릉영동대의 교비 72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2006년 2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지만 재판부는 정 씨가 고령인 점 등을 감안해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정 전 회장은 2007년 5월 치료 목적으로 일본에 건너간 뒤 카자흐스탄으로 이동해 잠적했다. 2009년 검찰은 정 전 회장이 금 매장량이 많은 키르기스스탄에 머물면서 금광 개발 등 새로운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후 신분세탁을 한 뒤 키르기스스탄을 출국한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당시 구체적인 행선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이후 행적은 묘연한 상태다. 정 전 회장이 현재 살아 있다면 96세다. 국내로 송환된 정 전 부회장은 22일 검찰에서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가 1년 전 에콰도르에서 숨졌다. 내가 임종을 지켰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 진술이 사실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관련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정 전 회장의 체납액은 2200억 원이 넘는다.○ 검찰, 정한근 10개월 추적 끝 검거 정 전 부회장은 1997년 11월 한보그룹 자회사 동아시아가스를 세운 뒤 회사가 보유한 주식 매각자금 322억 원을 빼돌려 스위스 비밀계좌에 숨기고 253억 원의 국세를 체납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1998년 6월 잠적했다. 당시 검찰은 정 전 부회장의 출국 기록이 없어 그가 밀항한 것으로 추정했다. 그리고 공소시효 만료가 임박한 2008년 9월 횡령 등의 혐의로 정 전 부회장을 기소했다. 검찰은 2017년 6월 정 전 부회장이 미국에 체류 중이라는 언론 보도를 단서로 미국에 범죄인인도를 청구했다. 하지만 당시 그의 소재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대검찰청 국제협력단(단장 손영배 부장검사)은 지난해 8월부터 그와 관련된 기록을 원점에서 재검토했다. 특히 그의 가족과 지인 등의 출입국 기록을 집중 확인했다. 그 결과 정 전 부회장이 자신의 한국 고등학교 동창인 캐나다 시민권자 A 씨(55)의 이름으로 신분세탁을 한 뒤 캐나다와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정 전 부회장이 2017년 7월 사업 기반이 있는 에콰도르로 출국한 게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올해 4월 에콰도르 현지에 가서 대법원장과 검찰총장을 만나 정 전 부회장 송환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에콰도르 측은 범죄인인도조약이 체결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거절했다. 그 대신 정 전 부회장이 이번 달 1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행 항공기로 출국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항공기 이륙 1시간 전 한국 검찰에 알려줬다. 이에 한국 검찰은 미국 당국에 협조 요청을 했다.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은 정 전 부회장이 탄 항공기가 경유한 파나마 토쿠멘 국제공항에서 그를 붙잡았다. 정 전 부회장은 주파나마 한국 영사와 면담한 후 가짜 미국 여권을 반납하고 귀국 의사를 밝힌 뒤 두바이 등을 거쳐 57시간 만에 국내로 송환됐다. 21년간의 도피가 검찰의 10개월 추적으로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전주영 기자}

‘몸무게 65kg인 회사원 홍길동 씨는 25일 오전 1시경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회식을 마치고 운전대를 잡았다. ‘소주 한 잔밖에 안 마셨으니 괜찮겠지’라는 생각에 차를 몰던 홍 씨는 음주운전 단속에 걸렸다. 홍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3%였다. 홍 씨 같은 성인이 소주 한 잔을 마시면 나오는 수치다. 홍 씨는 면허정지 100일 처분을 받았다. 하루 전이었다면 홍 씨는 훈방 조치 대상이었다. 홍 씨 같은 가상 사례는 25일부터 전국 곳곳에서 나올 수 있다. 경찰청은 운전면허가 100일간 정지되는 음주운전 단속 기준이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에서 0.03% 이상으로 강화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25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23일 밝혔다. 혈중알코올농도 0.03%는 몸무게 65kg인 성인이 소주 1잔(50mL·20도)만 마셔도 나올 수 있는 수치다. 와인 1잔(70mL·13도)이나 맥주 1캔(355mL·4도)을 마셔도 비슷한 수치가 나온다. 위드마크 공식에 따르면 몸무게 70kg인 남성이 맥주 2000cc를 마셨다면 몸속에서 알코올이 분해되는 데는 5시간 22분이 걸린다. 몸무게 70kg인 남성이 오전 2시 정도까지 술자리를 가지면서 맥주 2000cc 이상을 마셨다면 같은 날 오전 7시 전에는 운전대를 잡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몸무게 50kg인 여성이 같은 양의 맥주에 든 알코올을 몸속에서 분해하는 데는 9시간 28분이 걸리는 것으로 돼 있다. 음주운전 단속 기준 강화를 계기로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음주측정기를 갖고 다녀야 할 것 같다는 얘기도 나온다. 면허취소 기준은 기존의 0.1% 이상에서 0.08% 이상으로 엄격해진다. 그동안은 면허정지 수치의 음주운전을 하면 징역 6개월 이하나 벌금 300만 원 이하에 처해졌지만 25일부터는 징역 1년 이하 또는 벌금 500만 원 이하로 처벌이 강화된다. 면허취소 수치의 음주운전을 했다가는 최대 징역 5년 또는 벌금 2000만 원까지 선고될 수 있다. 이전에는 혈중알코올농도 0.05∼0.1% 미만의 음주운전이 세 번 적발돼야 면허가 취소됐는데 이젠 0.03∼0.08% 미만의 음주운전이 두 차례만 걸려도 면허가 취소된다. 음주운전으로 취소된 운전면허를 다시 딸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기간도 늘어난다. 음주운전으로 2회 적발되면 1년 후 면허를 다시 딸 수 있었지만 이젠 2년을 기다려야 한다. 음주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한 번 냈다면 2년, 두 번 이상 냈다면 3년이 지나야 면허를 다시 딸 수 있다.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냈다면 5년이 지나야 면허를 재취득할 수 있다. 검찰은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내거나 중상해를 입히면 최고 무기징역까지 구형하기로 했다. 대검찰청은 음주운전에 따른 피해가 크거나 상습범이라면 법정 최고형까지 구형할 수 있도록 하는 교통범죄 사건처리기준을 25일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음주운전 단속 기준이 강화되는 계기가 됐던 윤창호 씨 사망사고처럼 가해 운전자가 혈중알코올농도 0.181% 상태로 차를 몰다 사망사고를 내면 대개 징역 4년 6개월 안팎에서 구형이 이뤄졌지만 앞으로는 반드시 징역 7년 이상으로 구형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무기징역까지 구형할 수 있도록 했다. 검찰은 또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내고 도주하면 반드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전치 4주 이상의 부상을 입히고 달아나면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삼았다. 조동주 djc@donga.com·서형석·전주영 기자}
다음 달 24일 임기가 끝나는 문무일 검찰총장이 다음 주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과거 검찰의 과오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할 예정이다. 20일 검찰에 따르면 문 총장은 다음 주 기자간담회를 열어 과거사위가 지적한 과거 검찰의 부실수사나 인권침해와 관련해 사과를 하고, 재발방지책 마련을 약속할 예정이다. 과거사위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고 장자연 씨 성접대 의혹 등 17개 과거사 사건을 조사한 후 지난달 말 1년 6개월간의 활동을 종료했다. 과거사위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17개 사건 중 용산참사 사건 등 8건과 관련해 검찰의 부실수사나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지적하고, 검찰총장에게 사과 및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책 마련 등을 권고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59·사법연수원 23기)이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17일 검찰 내부는 하루 종일 술렁였다. 문무일 검찰총장(58·18기)보다 사법연수원 5기수 아래인 윤 후보자가 19∼22기 선배 21명과 동기 9명 등 30명을 제치고 검찰 수장에 파격적으로 발탁됐기 때문이다. 기수를 중시하는 검찰 관례대로라면 연수원 선배 고검장 8명과 검사장 22명 등이 옷을 벗는 ‘인사 태풍’이 불가피하다.○ ‘인사 태풍’… 공백 최소화하려는 윤석열 과거에도 총장이 2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퇴하면 검찰 지휘부 10여 명이 용퇴한 경우가 몇 차례 있었다. 하지만 검찰 지휘부 30명이 한꺼번에 물갈이될 수 있는 상황은 검찰 내부에서조차 “사상 초유”라는 평가가 나올 만큼 이례적이다. “청와대가 검경 수사권 조정 등에 반대하는 검찰 지휘부를 인적 쇄신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 첫 신호탄이 윤 후보자 총장 발탁이라는 것이다. 윤 후보자는 주변에 “연수원 19, 20기 용퇴는 어쩔 수 없더라도 고검장 또는 고검장으로 승진이 예상되는 21, 22기는 검찰을 떠나면 안 된다”는 생각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19, 20기 7명가량이 그만두더라도 21∼23기는 대부분 남도록 해 인사 공백을 최소화하려는 구상인 셈이다. 윤 후보자는 자신이 검사장급 이상 간부 가운데 나이가 가장 많아서 일선 검사장을 하게 될 선배와 동기들을 지휘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검찰총장의 동기 잔류는 전례가 있다. 2005년 당시 김종빈 총장이 취임 6개월 만에 사퇴한 뒤 후임 정상명 총장은 동기 3명이 검찰에 남도록 했다. 윤 후보자의 동기 검사장은 “동기들끼리 아직 아무 말을 안 했다. 2, 3일 내로 생각을 정리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는 윤 후보자와 선배 기수가 공존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윤 후보자 지명 직후 “고검장과 검사장 몇 명이 주변에 사퇴 의사를 털어놨다”는 얘기가 나왔다. 검찰 내부에는 이번 인사에 대한 불만과 우려도 있다. ‘적폐청산 수사’의 상징인 윤 후보자의 지명을 놓고 “정권이 원하는 수사를 제대로 이행해야 확실한 보상을 준다는 잘못된 사인을 주는 것 같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후임 서울중앙지검장이 ‘인사 폭’ 바로미터 법조계에선 검찰의 인사 폭을 결정하는 건 윤 후보자의 후임 서울중앙지검장을 누구로 하느냐에 달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고검장급에서 검사장급으로 서울중앙지검장 직위가 낮아졌지만 윤 후보자 지명에서 나타났듯이 서울중앙지검장은 ‘총장 직행’이 가능할 정도로 중량감이 큰 자리다. 후임 서울중앙지검장의 기수가 낮아질수록 내부 물갈이의 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검찰 내부에선 지난해 6월 검찰 간부 인사 당시 요직에 임명된 ‘노무현 정부 청와대 행정관 출신 3인방’이 차기 서울중앙지검장 후보로 거론된다. 3인방은 이성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57·23기), 조남관 대검 과학수사부장(54·24기),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55·25기)이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김동혁·전주영 기자}

정치권에선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악연이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 윤 후보자가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을 맡았던 2013년 황 대표는 법무부 장관이었다. 윤 후보자는 2013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 외압 의혹과 관련해 “황교안 장관과도 관계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외압 때문에 수사와 공소를 더 이상 유지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나”라는 질문에 윤 후보자는 “수사 초기부터 지금까지 계속돼 왔던 것”이라고 했다. 당시 황 대표는 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검찰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는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며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적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불만을 표시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앞으로 차차 말씀드리겠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는 17일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에 대한 입장을 묻자 이같이 답변을 유보했다. 얼마 전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해 문무일 검찰총장이 공개 반발한 뒤 검찰 내부에서 논란이 일었지만 윤 후보자는 발언을 삼갔다. 윤 후보자는 이에 대한 입장을 세부적으로 가다듬은 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공개할 가능성이 높다. 윤 후보자는 기본적으로 문 총장과 비슷한 의견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사석에서 윤 후보자는 수사권 조정 법안을 공개 비판한 문 총장을 거론하며 “총장 마음이 이해되더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내년 총선 직전 패스트트랙 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 시 총장직 사퇴 가능성에 대해 “총선 직전에 어떻게 총장이 자리를 비우겠냐”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전주영 aimhigh@donga.com·황형준 기자}

“시험관 시술은 신체적 고통만 있고 성공 확률이 낮아서 대리모로 불임 부부에게 도움을 줄 생각이었습니다.” 지난해 11월 수도권의 한 법원에서 열린 대리모(代理母) 브로커 A 씨의 결심 공판. 불임 부부에게 외국인 여성의 난자를 알선한 혐의로 기소된 A 씨 측은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하며 이렇게 말했다. A 씨 측은 “깊이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 불임 부부들도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강조했다.○ ‘인도 대리모’ 통한 출산… 재판부엔 탄원서 법원 판결 등에 따르면 인도에서 사업을 하던 A 씨는 어느 날 TV를 보다 한국에선 불법인 대리모와 난자 제공이 인도에선 합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국의 불임 부부들은 몽골계를 포함해 다양한 인종이 거주하는 인도를 선호했다고 한다. A 씨는 2013년 ‘메디컬 투어’(의료관광)를 내세운 인터넷 카페를 만들었다. 한국의 불임 부부를 인도 대리모와 연결해주는 곳이었다. A 씨는 2년 뒤인 2015년 인터넷 카페를 통해 연락이 온 불임 부부를 만났다. A 씨는 “아내의 난자를 채취할 수 있더라도 난자가 착상이 잘 되지 않을 수 있다. 난자 공여를 받아보는 게 좋겠다”며 대리모 계약뿐만 아니라 난자 공여 계약도 맺자고 했다. 임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남자의 정자와 제3자의 난자를 수정해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시킨 뒤 아이를 낳자는 것이었다. 부부는 고민 끝에 A 씨에게 800만 원을 건넸다. 아이를 낳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 때문이었다. A 씨는 남편의 정자를 가지고 인도로 갔다. 인도의 한 병원에서 남편의 정자와 몽골계 인도인의 난자를 수정시켰다. 수정된 배아는 다른 인도인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됐다. A 씨는 인터넷 카페를 보고 연락한 또 다른 부부들과도 만났다. “대리모 비용 외에 난자 공여를 할 경우 500만∼600만 원이 더 소요된다” “젊은 여성의 난자로 시술해야 성공률이 높다”고 설득했다. 대리모 계약 비용은 1000만 원 내외였다. 출산이 급했던 부부들은 다소 비싼 가격에도 A 씨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A 씨가 인도에서만 활동했던 것은 아니다. 곧 활동 반경을 인도에서 동남아시아로 넓혔다. 한 부부에게 1000만 원을 받은 뒤 남편의 정자를 캄보디아로 가져갔다. 태국 여성의 난자와 수정시킨 뒤 또 다른 여성의 자궁에 착상시켰다. A 씨는 이 같은 방법으로 불임 부부 5쌍을 상대로 총 4300만 원을 받고 난자 제공과 시술을 알선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난자 제공을 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한 현행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며 A 씨에게 징역 1년을 구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A 씨의 도움으로 아이를 가진 불임 부부들은 법원에 A 씨의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냈다. 탄원서는 “아이를 갖지 못해 힘든 삶을 살던 우리를 A 씨가 도왔다”는 취지였다고 한다. A 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한국의 법체계에서는 불임 부부가 대리모를 통해 임신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봉쇄돼 있다. 이는 출산율 저하라는 사회 문제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1심 재판부는 “난자 제공을 알선하면서 이를 금전적 이익과 결부시킨 행위의 책임은 가볍지 않다”면서도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고 범행에 이른 경위에 참작할 바가 있다”며 A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불임 20만 명… 위험한 음지의 ‘임신 하청’ 재력가 부부의 위탁을 받아 아들을 낳은 대리모가 출산 사실을 폭로하겠다며 이 부부를 협박한 혐의로 기소된 사실(본보 5월 30일자 A1·2면 참조)이 알려진 뒤 그동안 베일에 가려 있던 대리모의 실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불임 부부가 제3의 여성에게 임신과 출산을 하게 하는 대리모 자체가 불법이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은 “금전, 재산상의 이익 또는 그 밖의 반대급부를 조건으로 배아나 난자 또는 정자를 제공 또는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한다. 그러나 난자와 정자를 제공하는 행위가 아닌 부부의 난자와 정자로 체외 수정한 뒤 이를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시키는 유형의 대리모까지 처벌 대상인지는 법조계에서 의견이 갈린다. 난자를 공여한 사건이라도 대부분 음지에서 은밀하게 이뤄져 대리모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최근 3년간(2016∼2018년) 전국에서 기소된 대리모 사건은 2건에 불과할 정도다. 하지만 음지에선 여전히 ‘임신 하청’이라고 불리는 위험한 불법 대리모 계약이 빈번하다고 한다. 현재 국내의 불임 진료 인원은 매년 20만 명에 달한다. 불임 부부들을 위한 온라인 카페에는 “대리모가 그렇게 나쁜 건가” “대리모가 절실히 필요한 사람도 있다”는 게시글이 자주 올라온다. 대리모 브로커를 통한 출산은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는다. 통상적으로는 해외 의료관광을 핑계 삼아 온라인이나 지인을 통해 홍보가 이뤄진다. 불임 부부들은 처음엔 대리모 계약만 맺었다가 이후엔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정자와 난자 공여 계약까지 맺는 사례가 많다.○ “동남아인 4000만 원, 한국인 6000만 원” 사기 행각도 대리모 계약이 음지에서 이뤄지다 보니 종종 사기 사건에 휘말리기도 한다. 올 2월 한 지방법원은 불임 부부들에게 대리모를 알선해주겠다고 속이고 돈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된 대리모 브로커 B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범행을 도운 B 씨의 남편에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현재 B 씨 부부가 항소해 2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법원 판결 등에 따르면 B 씨 부부는 대리모 계약을 알선하기 위해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했다.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화를 주시거나 이메일을 보내주시면 상담해 드리겠습니다”라며 불임 부부들에게 홍보를 했다. 이 홍보를 보고 다수의 불임 부부가 연락을 해왔다고 알려졌다. B 씨는 2015년 한 불임 부부의 남편을 만나 “아파트에 대리모들이 살고 있다”며 아파트 임대차계약서를 내밀었다. “동남아 계열 대리모는 4000만 원이 들고 한국인 대리모는 6000만 원이 든다. 돈을 지불하면 임신할 때까지 (임신 시도를) 계속해 준다”고 했다. 부인의 나이가 많다며 난자를 다른 사람에게 공여받으라고 제안했다. 난자 공여 비용은 500만 원이었다. B 씨는 한국인 대리모의 이름, 병원명, 의사명을 구체적으로 들며 계약금을 요구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B 씨가 대리모를 구할 수 없는 상태였음에도 거짓말을 했다고 판단했다. B 씨가 6명에게서 총 1억7000만 원을 받았지만 대리모를 연결해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간절한 상태를 이용해 범죄를 저질렀다. 피해자가 입었을 정신적인 피해가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에선 대리모 C 씨가 등장한다. 2016년 C 씨는 “불임 부부인 미국인에게 난자를 제공하고 대리모 역할을 해 아이를 낳아주면 5000만 원을 주겠다”는 B 씨의 제안을 듣고 수도권의 한 병원에서 난자를 제공했다. 그러나 B 씨는 C 씨의 난자를 미국인이 아닌 한국인 불임 부부 남편의 정자와 수정시켰다. C 씨는 계약금 300만 원을 받고 난자를 제공한 혐의로 B 씨 부부와 함께 기소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C 씨에게는 선고유예 결정을 내렸다. 선고유예는 경미한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유예기간이 끝나면 형의 선고를 면하게 하는 것이다. 재판부는 “유상으로 난자를 제공해 비난 가능성이 커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범행을 자백하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며 선처 이유를 밝혔다. ○ ‘상업적 거래’ 인정하는 국가에 대리모 몰려 불임 부부들의 간절함을 역이용해 돈을 뜯어낸 사례도 있었다. D 씨는 2014년 인터넷 카페를 통해 만난 한 여성에게 “대리모 경험이 있고 난자를 공여할 의향이 있다”며 대리모 계약을 제안했다. 대리모 계약서를 쓰면서 “내가 상황이 어려우니 우선 500만 원만 먼저 빌려주면 이틀 후에 갚겠다”며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았다. 2016년 6월 법원은 사기 혐의로 기소된 D 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불임 부부들은 사기를 당하고도 고소를 망설이곤 한다. 자신들이 불임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주변에 알려질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피해자들도 신고를 꺼리다 보니 대리모 사건들이 수면 위로 잘 드러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계약이 음지에서 이뤄지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반대로 불임 부부를 빙자해 사기를 친 사건도 있었다. E 씨는 2012년 인터넷 채팅사이트에서 ‘대리모 구함’이란 채팅방을 만든 뒤 채팅방에 들어온 여성에게 문자메시지와 전화로 협박을 한 혐의로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대리모 계약이 음지에서 일어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일부 국가는 대리모를 합법으로 인정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 우크라이나, 우간다, 미국의 일부 주는 대리모의 상업적인 거래까지 인정한다. 선진국 불임 부부들이 개발도상국의 대리모를 통해 낳는 아이들을 해외에선 ‘구글 베이비’라고 부른다. 미 캘리포니아주의 한 대리모 연결 회사는 대리모 출산 비용 등을 홈페이지에서 공개하고 있다. 대리모의 기본 월급과 심리검진, 범죄배경조사, 의료검진, 건강보험뿐만 아니라 호텔 및 여행 준비 비용까지 정할 수 있다. 금액은 9만∼13만 달러(약 1억 원) 수준이다. 본보 기자가 한국인인 것을 밝히고 문의하자 “우리 프로그램에 흥미를 가져줘서 고맙다. 어떤 도움이 필요하냐”는 답이 곧바로 왔다. 브로커 A 씨의 범행에 등장하는 인도는 2002년 대리모 출산을 합법화한 뒤 매년 3만 명의 아이가 인도인 대리모를 통해 태어났다. 비용이 싸고 대리모 지원자가 많아 한때는 ‘대리모 관광’의 성지로 불렸다. 그러나 윤리적 문제가 불거져 상업적 대리모를 통한 출산이 최근에는 금지됐다.○ “정부, 실태조사 뒤 허용 여부 논의해야” 대리모 문제는 기술의 발전과 기존 윤리가 충돌하는, 갈등이 첨예한 문제다. 일각에선 생명의 탄생이 상업적으로 이용돼선 안 된다며 대리모 허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대로 불임 부부가 고통받는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대리모를 통한 임신을 제한적으로나마 허용하자는 주장도 있다. 아직 대리모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공식적 실태 조사도 없는 상황이다. 이일학 연세대 의료법윤리학과 교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아이가 태어나는 현실을 무조건 비윤리적이라고 막을 순 없다. 그러나 상업적 방식의 대리모 계약을 허용하는 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대리모 방식이라고 단정 지을 순 없는 게 우리나라 사람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낙태가 금기시됐을 땐 낙태 관련 통계가 없듯이 현재 국내엔 대리모 관련 통계가 없어 인원조차 간접적으로 추산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실태 조사부터 시작해야 대리모 관련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이호재 hoho@donga.com·전주영 기자}

아내와 이혼하게 해달라는 영화감독 홍상수 씨(59·사진)의 청구를 법원이 기각했다. 이혼 사유에 책임이 큰 홍 씨의 이혼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홍 씨가 아내를 상대로 이혼조정을 제기한 지 2년 7개월여 만이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단독 김성진 판사는 14일 “아내 A 씨와의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른 주된 책임이 홍 씨에게 있고, 유책(有責)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허용하는 예외적 경우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며 기각 판결을 내렸다. 앞서 홍 씨는 2016년 9월 배우 김민희 씨(37)와의 불륜설이 나오자 같은 해 11월 법원에 아내 A 씨를 상대로 이혼조정을 신청했고 한 달여 뒤 정식으로 이혼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듬해 3월에는 김 씨와 연인 관계임을 공식화했다. 김 판사는 이날 “우리 판례는 혼인 관계가 실질적으로 파탄에 이르렀더라도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는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다만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상대 배우자도 이혼할 뜻이 있거나 유책 배우자가 혼인 파탄의 책임을 상쇄할 만큼 상대 배우자와 자녀를 보호하고 배려했을 경우, 부부 중 누가 더 책임이 큰지 따지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세월이 지났을 때 등은 예외적으로 이혼 청구가 허용된다. 그러나 홍 씨는 이런 경우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김 판사는 A 씨가 홍 씨와 이혼할 뜻이 없다고 봤다. 또 김 씨와의 불륜설이 나온 이후 홍 씨가 A 씨와 자녀가 입었을 정신적 고통에 대해 충분히 배려했거나 상처를 치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아내와 이혼하게 해달라는 영화감독 홍상수 씨(59)의 청구를 법원이 기각했다. 이혼 사유에 책임이 큰 홍 씨의 이혼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홍 씨가 아내를 상대로 이혼조정을 제기한 지 2년 7개월여 만이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단독 김성진 판사는 14일 “아내 A 씨와의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른 주된 책임이 홍 씨에게 있고, 유책(有責)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허용하는 예외적 경우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며 기각 판결을 내렸다. 앞서 홍 씨는 2016년 9월 배우 김민희 씨(37)와의 불륜설이 나오자 같은 해 11월 법원에 아내 A 씨를 상대로 이혼조정을 신청했고 한 달여 뒤 정식으로 이혼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듬해 3월에는 김 씨와 연인 관계임을 공식화했다. 김 판사는 이날 “우리 판례는 혼인 관계가 실질적으로 파탄에 이르렀더라도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는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다만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상대 배우자도 이혼할 뜻이 있거나 유책 배우자가 혼인 파탄의 책임을 상쇄할 만큼 상대 배우자와 자녀를 보호하고 배려했을 경우, 부부 중 누가 더 책임이 큰지 따지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세월이 지났을 때 등은 예외적으로 이혼 청구가 허용된다. 그러나 홍 씨는 이런 경우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김 판사는 A 씨가 홍 씨와 이혼할 뜻이 없다고 봤다. 또 김 씨와의 불륜설이 나온 이후 홍 씨가 A 씨와 자녀가 입었을 정신적 고통에 대해 충분히 배려했거나 상처를 치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2일 검찰 과거사위원회 활동 및 관련 검찰 수사에 대한 평가 기자회견을 사실상 ‘나 홀로’ 했다. 박 장관이 기자회견을 1시간 앞두고 취재진의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하자 취재진 대부분이 회견을 보이콧했기 때문이다. 박 장관은 “취재진에게 사전에 배포한 브리핑 자료에 충분한 내용이 담겼다”며 질문을 거부했다. 박 장관이 이날 오후 2시 반경 정부과천청사의 법무부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시작할 당시 기자는 단 3명뿐이었다. 당초 박 장관은 2017년 12월부터 지난달까지 활동한 과거사위가 검찰의 정치적 외압에 따른 사건 축소와 은폐 의혹을 밝혀냈다면서 미흡한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취재진은 회견에서 박 장관에게 과거사위 진상조사단이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언론에 배포하고, 무리한 수사 권고를 했다는 비판 등에 대해 질의할 예정이었다. 과거사위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에 연루됐다며 수사를 촉구한 전직 검찰 고위 간부들은 과거사위를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했다. 박 장관도 ‘장자연 리스트 사건’ 관련 허위 증언 혐의로 고발된 윤지오 씨에게 범죄피해자보호기금 900여만 원을 법무부가 부당하게 지급하도록 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전직 국회의원인 박민식 변호사는 “윤 씨가 피해자인 것처럼 속여 법무부에서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을 지원받았다. 박 장관은 기금의 관리 운영을 감독할 책임이 있음에도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아 국고를 손실시켰다”며 박 장관을 검찰에 고발했다. 법무부 안팎에서는 직접 과거사위를 만든 박 장관이 과거사위에 대한 비판을 부담스러워해 질의응답을 피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박 장관이 답변을 하는 과정에서 검찰 개혁을 강조하다 문무일 검찰총장 등 검찰 지휘부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어서 질문을 피한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편 법무부 비정규직 노조가 박 장관에 대해 “어용노조를 만들어 2년 넘게 끌어온 단체협약 체결을 미루면서 기존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며 업무방해 및 사기 등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이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에 배당됐다.김동혁 hack@donga.com·전주영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삼성전자 사업지원TF의 정현호 사장(59)을 11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이날 오전 8시 50분경부터 밤 늦게까지 정 사장을 조사했다. 검찰은 정 사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분식회계에 관여했는지, 분식회계와 관련된 자료 등 증거를 인멸하도록 지시했는지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사장은 증거인멸을 지시했거나 보고받지는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은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였던 옛 미래전략실의 인사지원팀장을 지냈으며, 2017년 2월 미전실이 해체된 이후 그 후신인 사업지원TF의 수장을 맡았다. 정 사장은 1990년대 미국 하버드대 유학 시절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 인연을 맺어 이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수사를 앞두고 사업지원TF가 분식회계 과정을 숨기기 위한 증거인멸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검찰은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삼성전자 사업지원TF의 김모 부사장(54)을 포함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임직원 8명을 구속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2009년 당시 이른바 ‘용산 참사’ 검찰 수사팀이 “검찰 수사가 소극적이고 편파적이었다”는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발표에 대해 6일 “허위공문서 수준의 조사 결과” “법치주의의 부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수사팀은 이날 A4 용지 19장, 1만2000여 자 분량의 입장문을 내고 과거사위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용산 참사 조사 결과에 대해 “법률가를 떠나 일반의 상식 수준도 벗어난 논리 전개에 경탄할 따름”이라며 조목조목 비판했다. 수사팀은 “과거사위가 ‘수사 외압이나 왜곡은 없었다’는 최종 결과를 발표하면서 채택되지 않은 일부 조사 내용을 보도자료에 포함한 것은 과거사위 자체 규정 위반”이라고 밝혔다. 과거사위가 “검찰 수사에서 은폐나 왜곡, 외압은 없었다”라고 발표하면서도 “검찰이 경찰에 대한 편파 또는 소극적인 수사를 했고, 청와대의 개입 개연성이 있다”는 과거사위 진상조사단의 의견을 보도자료에 넣었다는 것이다. 수사팀은 또 “과거사위가 검찰 수사 및 지휘 계통과 관련 없는 별개의 조직인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수신 내역을 통해 청와대가 검찰 수사에 개입한 여부를 알 수 있다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이런 발상이 가능한 것인지 실소가 절로 나올 정도”라고 밝혔다. 김석기 당시 서울경찰청장의 통화 기록이 확보되지 않아 검찰 수사에 청와대 등이 개입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개연성이 있다고 과거사위는 발표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