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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올해 우리는 일제시대를 거치며 비뚤어진 권력기관의 그림자를 완전히 벗어버리는 원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권 독점을 일제의 잔재로 규정하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올해 안에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입법을 통하지 않고도 최대한 할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할 것”이라며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통과 전이라도 검찰의 수사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가정보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국정원 검찰 경찰 개혁은 정권의 이익이나 정략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바로 세우는 시대적 과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서훈 국정원장, 박상기 법무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영선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장 등이 참석했으나 문무일 검찰총장, 민갑룡 경찰청장은 불참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 들어 국정원, 검찰, 경찰에서 과거처럼 크게 비난받는 권력형 비리나 정권 유착 비리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면서도 “국민이 만족할 만큼의 개혁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조선총독에 의해 임명된 검사는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도록 규정돼 있었고 경찰은 ‘칼 찬 순사’라는 말처럼 국민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던 공포의 대상이었다”며 “검찰과 경찰도 개혁하는 만큼 정당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은 가능하면 동시에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100% 완전한 수사권 조정, 또 100% 완전한 자치경찰을 곧바로 도모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했다. 전날 공개된 자치경찰제 시행안에 대해 검찰에서 “경찰 조직 비대화를 방치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는 데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입법을 통하지 않고도 최대한 할 수 있는 방안들이 있을 수 있는지 이런 것도 함께 모색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법률 개정 전이라도 법무부와 검찰이 협의해 스스로 자신의 직접 수사권을 제한해 작동시킨다는 취지”라고 말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다 죽게 생겼다.” 방기홍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 회장은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영업·소상공인과의 대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반대하며 거리에 나섰던 자영업·소상공인들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절절한 호소를 쏟아냈다. 연신 “미안하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낸 문 대통령은 장관들을 직접 일으켜 세워 답변을 요구하는 등 자영업자 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참석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장관들의 대답이 원론적인 수준에 그친 데다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자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청와대로 간 자영업자 “먹고살기 힘들다” 이날 간담회에선 자영업·소상공인들의 요구들이 쏟아졌다. 문 대통령이 “경청할 준비가 돼 있다. 허심탄회한 말씀들 부탁드린다”고 인사말을 마무리하자 자영업자 정책을 강조하면서도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오히려 한계상황으로 내몰리게 된 절박한 사정에 대한 토로가 이어진 것.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소상공인은 척박한 구조적 문제 때문에 함께 뛰어갈 힘이 없었고 힘들고 섭섭한 마음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라며 “지원을 바라는 게 아니라 공정한 룰 안에서 열심히 잘살 수 있다는 희망의 증거를 만드는 것이 가장 큰 소망”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최저임금 동결 주장이 나오면서 달아올랐다. 방 회장은 “나도 최저임금 1만 원에 찬성했던 사람이지만 이건 너무 힘들다. 내년도에는 더 이상 오르지 않도록 동결해 달라”라고 말했다. 인태연 대통령자영업비서관이 초대 회장을 지낸 한상총련은 그동안 최저임금 인상에 찬성해왔던 단체다. 한 참석자는 “최저임금 동결 얘기가 나오면서 너도나도 ‘최저시급이 올라서 가게가 어려워졌다’, ‘최저시급 때문에 가격이 다 올라가서 장사가 안 된다’고 호소하는 등 다들 공감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이재광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은 일자리안정자금 수급 요건을 완화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의장은 “일자리 안정자금을 신청하고 싶어도 4대 보험 부담 때문에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시적으로라도 경제 자영업자들이 회복할 수 있도록 2대 보험만 가입해도 일자리 안정자금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특별법을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소상공인판매촉진지원금 제도가 있는데 4년제 대학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시스템을 이용하는 게 너무 어려워 20대 직원도 못한다. 문의 전화를 해도 불통이다”라며 “정부가 준 입이 긴 병에 담긴 고기를 먹지도 못하는 두루미가 된 것 같다”고 했다. 김성민 푸르네마트 대표는 “대통령이 (카드수수료를) 인하해줬는데 지금 카드사들이 약속을 안 지키는 부분들이 많다”며 “카드수수료 협상권을 자영업자들에게 부여할 수 있도록 법제화해 달라”고 요구했다.○ “나도 골목 상인의 아들” 밝힌 문 대통령 문 대통령은 간담회 시작과 끝은 물론 이어진 만찬자리에서 대여섯 차례 “미안하다”고 밝히면서 자영업자들을 달랬다. 문 대통령은 “너무 늦게 초대해서 미안하다. 지금이라도 조금씩 바꿔나가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부터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들과의 ‘거리 좁히기’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저는 골목 상인의 아들”이라며 유년 시절을 회상했다. 문 대통령은 “제가 어릴 때, 부모님이 연탄 가게를 하신 적도 있었는데 저도 주말이나 방학 때 어머니와 함께 연탄 리어카를 끌거나 배달을 하기도 했다”며 “그때 어린 마음에 힘든 것보다 온몸에 검댕을 묻히고 다니는 것이 참 창피했다”고 말했다. 간담회에서 자영업자들의 건의가 쏟아지자 문 대통령은 곧바로 장관들에게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인데 구체적인 방안을 찾아보라”고 다그치기도 했다. 하지만 답변에 나선 장관들은 기존의 경제 정책을 포기하기 어렵다는 뜻을 고수했다. 이날 참석자들이 집중적으로 제기한 최저임금 동결 문제에 대해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개편하면서 소상공인 입장이 최저임금위원회에 반영될 수 있도록 직접 참여하게 했다”고만 했다. 이에 대해 간담회에 참석한 놋그릇 제작업체 ‘유기유’의 홍수경 대표는 “최저임금이 올라 힘들다는 건의사항들이 있었지만 이에 대한 대통령과 장관들의 반응을 봤을 때 계속해서 최저임금 인상의 정책 기조를 밀고 나가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최저임금 동결 요구에 대해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은 인상 속도라든지 인상금액에 대해 여러 생각이 있을 수 있지만 길게 보면 결국은 인상하는 방향으로 가야 되는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한 불만도 나왔다. 한 참석자는 “사회적 합의 결정 기준을 보완하겠다는 취지지만 쉽게 말하면 동결은 못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정책을 밀고 나가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황성호·한상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최저임금 인상은 인상 속도라든지 인상 금액에 대해 여러 생각이 있을 수 있지만 길게 보면 결국은 인상하는 방향으로 가야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속도 조절을 하더라도 최저임금 인상 기조는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자영업자들은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 등을 주장하며 절박한 요구를 쏟아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가진 자영업·소상공인과의 간담회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카드수수료 인하, 상가 임대차 보호 등을 언급하며 “이런 조치들이 함께 취해지면 최저임금이 다소 인상돼도 자영업자들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텐데 최저임금이 먼저 인상되고 이런 보완조치들은 국회 입법사항이기 때문에 같은 속도로 맞춰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올해까지 여러 가지 많은 보완조치를 마련했다”고 했다.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들이 준비되고 있는 만큼 최저임금 인상 정책 자체를 바꿀 수는 없다는 얘기다. 이날 간담회에서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동결 외에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요건 완화, 카드수수료 단체협상권 등 요구사항들을 쏟아냈다. 방기홍 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장은 “저도 최저임금 1만 원을 주장했던 사람이지만 너무 힘들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해 달라”고 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한 참석자가 기승전(起承轉) 최저시급이라고 했는데 동감한다. 소상공인은 최저임금 외 (다른 대책) 다 필요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통을 해소해주지 못하고 이 자리에서 처리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면서 “최저임금 인상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의견도 충분히 대변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저임금 결정 방식 개편으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소상공인들의 입장이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소상공인연합회, 시장상인연합회,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협회 및 단체 관계자 60여 명과 자영업자·소상공인 대표 등 총 190여 명이 참석했다. 현직 대통령이 자영업자를 따로 초청해 간담회를 가진 것은 처음이다.문병기 weappon@donga.com·염희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동남권 신공항 문제에 대해 “부산 울산 경남 차원의 자체 검증 결과가 이달 말 나오는 것으로 안다”며 “만약 (영남권 광역자치단체들의) 생각이 다르다면 부득이 국무총리실 산하로 승격해 검증 논의를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부산을 찾아 지역 경제인들과 간담회를 갖고 “부산 시민들이 신공항에 대해 제기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동남권 신공항은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이 맞붙었지만 정부는 2016년 6월 현재 김해공항 활주로를 확장하는 쪽으로 결론 내렸다. 하지만 지난해 오거돈 부산시장이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공식화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경수 경남도지사, 송철호 울산시장과 함께 ‘김해신공항 검증단’을 구성해 김해공항 확장 방안에 대한 검증 작업을 벌이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청와대 관계자는 “여론 수렴 차원에서 총리실이 검증해보라는 취지”라며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에 무게를 실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 / 부산=조용휘 기자}

실언일까, 특유의 압박일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간) 각료회의에서 한국이 주한미군 분담금으로 ‘5억 달러’(약 5627억 원)를 더 내기로 했다고 말한 것을 두고 외교가에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미가 10일 가서명한 제10차 한국 정부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분은 787억 원. ‘5억 달러’는 실제보다 7배 이상 부풀려진 액수다. 하지만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도 협상부터 본격적으로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기 위한 전략적 발언이라는 관측도 있다. 5억 달러의 진위보다는 “분담금이 더 올라가야 한다. 앞으로 몇 년간 계속 오를 것”이라는 발언이 핵심이라는 얘기다.○ ‘엉터리 디테일’, 증액 위한 큰 그림인 듯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전반적인 한국 방위비용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른 통계를 들었다. 그는 주한미군 등 한국 방위 관련 비용에 대해 미국이 50억 달러를 쓰고 있는 반면 “한국은 약 5억 달러를 지불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한국 정부의 분담금은 8억3000만 달러(약 9602억 원)로 5억 달러(약 5627억 원)를 훌쩍 넘어선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그간 한국이 분담한 금액을 최대한 낮잡아서 5억 달러라고 말한 뒤 우리가 5억 달러 더 받아냈다는 식으로 부풀려 자신의 성과를 극대화하려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전화 몇 번으로 5억 달러를 올렸다”고도 했지만 방위비 분담금을 언급한 한미 정상 간 통화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엉터리 숫자 언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한국에는 4만 명의 미군이 있는데 비용이 아주 많이 든다”며 실제 주한미군 규모(2만8500명)보다 늘려 말한 적이 있다.○ 연장이든 새 협상이든 분담금 증액 요구는 불가피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디테일 오류’가 우발적이기보다는 전략적 포석일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5억 달러 더 내라는 식의 노이즈 마케팅으로 관심을 끈 뒤 분담금 증액을 밀어붙이겠다는 식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13일 “인상을 기정사실화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진화에 나선 것도 분담금 증액 압박 프레임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협상 상황을 잘 아는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특유의 판 흔들기가 시작된 것”이라며 “과거의 방위비 협상을 완전히 무시하고 새로운 관례와 흐름을 만들어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으로 한미는 사실상 내년도 이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출발선에 서게 됐다. 1조389억 원으로 타결된 분담금 협정이 국회 비준 동의를 거쳐 발효되더라도 유효기간이 1년이라 당장 상반기부터 내년도 협상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먼저 신호탄을 쏜 셈이다. 김 대변인은 “이번 분담금 협상은 기한을 1년으로 했지만 양쪽 서면 합의로 1년을 연장하도록 돼 있다. 1+1인 것”이라며 “인상 필요성 여부를 양쪽이 검토하고 합의해서 현재 수준을 유지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장원삼 외교부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대표는 가서명 후 기자들과 만나 “차기 협정(11차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적기에 타결되지 않아 생길 수 있는 공백 상황에 대비해 기한을 연장 적용할 수 있다”면서도 “총액 증가율 부분을 빼고 다른 부분이 연장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한이 연장되더라도 분담금 총액은 재논의 대상이며 더 늘어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의 변덕이나 오류를 비판하기보다는 분담금 증액 요구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한미 연합전력 유지에 대한 한국 정부의 기여도를 널리 알리고 재정 부담을 가급적 최소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문병기·손효주 기자}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준비하기 위한 움직임도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답방으로 열릴 서울 남북 정상회담에선 남북 경제협력 확대가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시기가 3월 말∼4월 초가 될 것으로 보고 실무 준비에 들어간 상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결국 시기의 문제일 뿐”이라며 “빠른 답방을 염두에 두고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를 중심으로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남북 경제협력 사업에 대한 대북제재 면제나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전제로 한 제재 완화 시점 등에 대해 큰 틀의 합의가 있을 경우 후속 북-미 실무협상이나 한미 워킹그룹 회의를 거쳐 서울 남북 정상회담에서 이를 의제화한다는 복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답방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역사적인 답방인 만큼 남북관계에서 어느 정도 진전이 담보되느냐가 중요한 변수”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서울을 답방해 문재인 대통령과 갖게 될 네 번째 남북 정상회담에선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재개와 남북 통일경제특구, 남북 철도·도로 연결 등이 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문 대통령의 방북으로 남북 정상이 채택한 평양공동선언에서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대북제재로 별 진전을 내지 못하고 있는 남북 경협사업들을 구체화한다는 것. 2차 북-미 정상회담 직후 열리는 3·1절 100주년 기념식에서 내놓을 문 대통령의 메시지에서 남북관계를 저성장을 돌파할 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이른바 ‘평화경제’와 관련한 구체적인 구상이 나올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11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분단 이후 처음 맞이한 이 기회를 살리는 게 전쟁의 위협에서 완전히 벗어나 평화가 경제가 되는 우리의 미래를 키우는 일”이라고 말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논란만 반복해서는 한 걸음도 나갈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국무회의에서 규제개혁에 대한 우리 사회 일각의 반발에 이같이 말했다. 일부 시민단체와 이익단체들의 반발이 계속되는 가운데 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계기로 규제혁신 성과를 내기 위한 속도전을 강조한 것. 특히 문 대통령은 소극적인 규제행정을 질타하며 각 부처 장관들에게 “일선 공무원들이 적극 행정에 나설 수 있도록 직접 챙기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1만6000여 건의 행정규칙 속에 숨어 있는 규제를 전면 재정비하도록 지시했다.○ 文 “장관들 책임지고 규제행정 챙겨라”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솔직히 이번 규제 샌드박스 승인 사례들을 보면서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이런 정도의 사업이나 제품조차 허용되지 않아서 규제 샌드박스라는 특별한 제도가 필요했던 것인지 안타깝게 여겨졌다”고 토로했다. 전날 산업통상자원부가 규제 샌드박스 적용 1호 사업들로 승인한 도심지역 수소충전소 4곳 설치와 유전자 분석 맞춤형 질병검사 등은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규제를 풀어주려고만 했다면 규제 샌드박스와 같은 제도가 없어도 충분히 가능했던 사업이라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심지어 우리 기업이 수년 전에 시제품을 만들었는데, 규제에 묶여 있는 사이에 외국기업이 먼저 제품을 출시한 사례도 있다고 들었다”며 “정부는 문제 해결자가 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각 부처 장관 책임 하에 소극 행정이나 부작위 행정을 문책한다는 점까지 분명히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역대 정부에서 모두 규제 혁신을 얘기해왔지만 소극 행정 때문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더 이상 말로만 그쳐선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규제 샌드박스 활용에 대해선 “기업의 신청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정부가 먼저 규제 샌드박스 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적극적으로 기업의 신청을 독려해 활동할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신청 기업에 한해 건건이 심사해 사업을 허용하는 방식 대신 정부가 먼저 규제 샌드박스 적용 사업을 정해 규제를 풀어주라는 얘기다.○ 숨은 규제 행정규칙도 전면 재정비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1만6000여 개에 달하는 각 부처의 훈령, 예규, 고시, 지침 등 행정규칙에 대해서도 규제의 측면에서 정비할 부분이 없는지 전반적인 검토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각 부처들의 숨은 ‘규제 밥그릇’으로 꼽히는 행정규칙에 대해 전면 재정비를 지시한 것. 이는 지난달 15일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이종태 퍼시스 회장이 “규제혁신의 가시적 성과를 위해 행정명령을 대상으로 파격적인 규제개혁을 단행해달라”고 요청한 것을 감안한 반응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행정규칙 재정비는 과거 정부에서도 추진했지만 오히려 1만여 건(이명박 정부)에서 1만4000여 건(박근혜 정부), 1만6000여 건으로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훈령, 예규, 고시, 지침 등을 통해 수시로 법률 시행 방안을 정하고 있어 행정규칙을 건별로 개선하는 것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공무원들의 자의적 재량권이 큰 게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행정규칙을 모두 정비하기보다 공무원들이 행정규칙을 민간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석하면 규제 개선의 효과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부패인식지수(CPI)에서 한국이 전년보다 6계단 상승한 45위로 나타난 것에 대해 “역대 최고 점수로 적폐청산 노력에 대해 국제사회가 평가한 것”이라며 “이 추세가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말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 / 세종=이새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솔직히 (11일 진행된) 규제 샌드박스 승인 사례들을 보면서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이런 정도의 사업이나 제품조차 허용되지 않아서 규제 샌드박스라는 특별한 제도가 필요했던 것인지 안타깝게 여겨졌다”며 부처들의 소극적인 규제 행정을 질타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1만6000여 개에 달하는 각 부처 훈령, 예규, 고시, 지침 등 행정규칙에 대해서도 규제 측면에서 정비할 부분이 없는지 전반적으로 검토해 달라”며 행정규칙 전면 재정비를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우리 기업들이 세계에서 가장 앞선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활용하여 마음껏 혁신을 시도하려면 정부가 지원자 역할을 단단히 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도심 지역 수소충전소 설치 등 4건의 규제 샌드박스 적용 사업을 승인했다. 문 대통령은 “심지어 우리 기업이 수년 전에 시제품을 만들었는데 규제에 묶여 있는 사이에 외국 기업이 먼저 제품을 출시한 사례도 있다고 들었다”며 “규제혁신에는 이해관계나 가치의 충돌이 따른다. 그러나 논란만 반복해서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규제 샌드박스는 혁신경제의 실험장”이라며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국민 생명과 안전, 건강에 위해가 되지 않는 한 ‘선 허용, 후 규제’의 원칙에 따라 마음껏 도전하고 새 시도를 해볼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주자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부처 차원에서 선제 조치가 있어야 적극 행정이 더욱 확산되고 정착될 수 있다”며 “장관 책임하에 적극 행정의 면책과 장려는 물론 소극 행정이나 부작위 행정을 문책한다는 점까지 분명히 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규제 샌드박스 심의 절차가 신청 기업들 입장에서 또 다른 장벽이 되지 않도록 관계 부처가 친절한 안내자 역할을 해야 한다”며 “기업의 신청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정부가 먼저 규제 샌드박스 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분단 이후 처음 맞이한 이 기회를 살리는 것이 전쟁의 위협에서 완전히 벗어나 평화가 경제가 되는 우리의 미래를 키우는 일”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11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70년의 깊은 불신의 바다를 건너고 있는 미국과 북한 두 지도자의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새로운 북-미관계, 한반도 평화체제를 보다 구체적이고 가시적으로 진전시키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 이상의 비핵화 조치는 물론이고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로드맵을 담은 ‘빅딜’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을 내비친 것. 문 대통령은 “우리에게 특히 중요한 것은 남북관계를 한 차원 더 높게 발전시키는 결정적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이라며 “평화가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는 평화경제의 시대를 함께 열어가야 한다”고 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남북 경제협력으로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 야당 일각을 겨냥해 “적대와 분쟁의 시대가 계속되기를 바라는 듯한 세력도 적지 않다. 국민께서, 그리고 정치권에서도 크게 마음을 모아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남북 간 대화와 소통의 채널을 항상 열어두면서 한미 간의 공조를 긴밀하게 해왔다”며 “앞으로도 차분하게 우리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 통화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평양 실무협상 결과에 대한 백악관 보고와 평가가 마무리되는 다음 주에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북-미는 다음 주에 하노이에서 후속 실무협상을 가질 예정이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청와대가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 3명 중 2명에 대해 임명을 거부하고 재추천을 요구했다. 한국당 추천 인사들의 자격 요건이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특별법의 규정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여야 4당은 “5·18 유공자는 괴물집단” 등의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김순례, 이종명 의원 등 한국당 의원들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하면서 ‘5·18 망언’ 논란의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한국당은 5·18 폄훼 논란을 촉발시킨 의원들에 대한 징계 여부를 12일 비대위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 한국당 후보 거부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1일 브리핑을 갖고 “국회에 5·18진상규명조사위원 후보를 재추천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지난달 14일 권태오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이동욱 도서출판 자유전선 대표, 차기환 변호사를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 후보로 발표했다. 김 대변인은 “한국당이 추천한 후보 중 권태오, 이동욱 후보는 규정된 자격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기에 후보 재추천을 요청했다”며 “5·18진상규명법 제7조를 보면 자격요건으로 다섯 가지를 들고 있는데 권태오, 이동욱 후보는 어느 조항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별법에 따르면 조사위원은 법조인, 교수, 법의학 전공자, 역사연구가, 인권활동가 등의 분야에서 5년 이상의 경력이 있어야 한다. 김 대변인은 또 5·18민주화운동 폄훼 발언에 대해 “5·18 희생자들은 이미 유공자로 예우를 받고 있다. 국민적 합의를 위반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당을 뺀 여야 4당(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이날 국회에서 원내대표 회동을 갖고 해당 의원들을 12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공동 제소하기로 했다. 방미 중인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윤호중 사무총장에게 대독을 시켜 “한국당이 세 의원의 망동에 대해 당장 국민 앞에 사과하고 출당 조치 등 모든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국민과 역사로부터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임을 경고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당, 우물쭈물하다 ‘징계’ 선회 한국당은 “개별 의원의 의견일 뿐”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5·18 관련 민간단체들이 국회를 항의 방문하고 농성까지 시작하면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당 비대위 회의에서 해당 의원들을 겨냥해 “국민의 정서와 당 전체에 대한 이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했지만 ‘여야 4당의 제명 요구’에 대해선 “우리 당내의 문제이니 우리 당에서 처리하도록 그냥 놔두시라”고 선을 그었다. 파장이 확산되자 김 위원장은 11일 오후 “비대위원장으로서 광주 시민과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하면서 당 차원의 진상 파악을 지시했다. 이날 비대위 고위 관계자는 “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해 징계한다면 하책이다. 속전속결로 징계를 논의하겠다”고 했다. 특히 비대위는 의원 징계에 더해 김 위원장이 직접 광주를 사과 방문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진영 안팎의 비판도 쏟아졌다. 한국당 김무성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역사적 평가가 끝난 5·18을 부정하는 것은 의견 표출이 아니라 역사 왜곡이자 금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밝혔다. 논란의 대상이 된 김순례 의원은 “제 발언으로 인해 상처받은 국민 여러분과 5·18 유공자 및 유족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사과했다. 김진태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공청회 참석자들의 발언은 ‘진짜 유공자’분들에게 상처를 주려는 의도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당대회 주자인 김진태 의원이 12일 당 광주 북구 전남도당 방문 일정을 강행하기로 해 물리적 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문병기 weappon@donga.com·최우열·박효목 기자}
“말이 영빈관이지 구민회관보다 못한 시설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청와대의 각종 행사와 이벤트를 실무 총괄하다 최근 사표를 낸 탁현민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10일 청와대 영빈관에 대해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 프랑스를 여행 중인 탁 전 행정관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파리의 오페라극장에서 공연을 보며 청와대 영빈관을 떠올렸다”며 “세계 여러 나라의 국빈 행사장과 의전 행사 장소를 둘러봤지만 청와대 영빈관이 최악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떤 상징도, 역사도, 스토리텔링도 없는 공간에서 국빈 만찬과 환영 공연 등 국가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늘 착잡했다”고 말한 뒤 “국격을 보여주는 데 행사가 진행되는 공간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탁 전 행정관은 “절망스럽게도 꽤 오랫동안 영빈관은 달라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는 영빈관 개·보수 예산을 절대 승인하지 않을 것이고, 여당과 정부도 그것을 요구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청와대 직원은 야근하며 삼각김밥만 먹어도 좋으니, 멋지고 의미 있는 공간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간단치 않은 인물이더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6∼8일 평양 실무협상에서 마주한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對美)특별대표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고 한다. 평양 실무협상에서 ‘빅딜’을 요구한 미국에 북한이 만만치 않은 상응 조치를 요구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도 비건 대표는 2박 3일의 최장기 방북 실무협상 결과에 대해 “생산적인(productive) 논의였다”고 밝혔다.○ 종전선언-영변 부분 신고는 의견 모아 비건 대표는 평양 실무협상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온 다음 날인 9일 광폭 행보를 펼쳤다. 오전 10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접견한 것을 시작으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한미,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가졌다. 이후 오후 4시에는 청와대를 찾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오후 5시에는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정병국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을 만나 평양 실무협상 결과를 공유했다. 토요일 반나절 동안 광화문 일대를 누비며 청와대와 외교부, 국회는 물론 일본까지 자신의 방북 결과를 설명하는 밀도 있는 행보를 펼친 것이다. 정부는 이번 실무협상의 결과에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비건 대표가 평양에서 환대를 받았다고 한다”며 “비건 대표를 면담한 정 실장의 평가는 큰 방향에서 북-미 회담이 잘 움직이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교 소식통은 “비건 대표가 평양 실무협상으로 2차 북-미 정상회담에 ‘그린 라이트(청신호)’가 들어왔다는 취지의 반응을 보였다”고도 했다. 실제로 북-미는 평양 실무협상에서 종전선언과 영변 핵시설에 대한 부분 핵 신고를 ‘하노이선언’에 담는 데 대해선 의견을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종전선언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실무협상에선 영변 핵시설 부분 신고 시한까지 구체적으로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싱가포르 합의 이후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던 비핵화에 착수하기 위한 최소 성과는 합의했다는 얘기다.○ 제재 완화 걸고 새로운 카드 제시한 北 관건은 북-미가 16일 앞으로 다가온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빅딜’에 합의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청와대는 비건 대표가 정 실장을 만나 “We are on the same page(한미의 생각은 같다)”고 말했다는 점을 공개하면서 “우리 정부의 입장은 ‘스몰딜’이 아니다”라고 했다. 북-미는 평양 실무협상에서 서로의 카드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이전에 못 들었던 ‘실질적인 내용’이 논의됐다”며 “비건 대표가 실무협상이 건설적이고 생산적이었다고 한 것은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새롭게 논의된 ‘실질적인 내용’은 김 위원장이 지난해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게 밝힌 ‘영변 이상의 조치’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영변 핵시설 외 우라늄 농축시설 폐쇄, 핵무기 신고, 미국이 요구해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등이 논의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북한은 제재 완화를 최우선 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의 우선순위는 제재 완화가 첫 번째고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사업 재개, 종전선언도 요구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비건 대표가 ‘정확히 짚고 있다. 그 사안별로 환경에 따라 대처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했다.○ 북-미 다음 주 후속 협상서 비핵화 로드맵 논의 북-미는 평양 실무협상에 이어 다음 주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베트남 하노이에서 후속 실무협상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협상에서 서로의 카드를 확인한 만큼 후속 협상에서 비핵화 로드맵을 작성하기 위해 비핵화 조치와 상응 조치를 조합하기 위한 시퀀싱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 회담의 의전과 경호를 위한 실무협상도 함께 열리는 투트랙 협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빅딜을 위한 후속 실무협상에 한국이 중재자로 참여할지도 관심이다. 김 대변인은 “한미 간 정상 차원에서도 논의를 할 예정”이라며 “한미 간에는 직접 만나기보다는 통화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고 밝혔다. 한미 정상 간의 통화가 이뤄진다면 지난해 9월 이후 5개월여 만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3, 14일 폴란드에서 열리는 중동 평화안보 증진을 위한 장관급 회담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문병기 weappon@donga.com·홍정수·한기재 기자}

북-미가 2차 정상회담에서 채택할 ‘하노이 선언’에 종전선언 관련 문구와 영변 핵시설 부분 신고를 담기로 2박 3일간의 평양 실무협상에서 견해차를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비핵화 빅딜을 위한 초기 단계의 합의를 본 북-미는 이르면 다음 주 베트남 하노이 등 아시아 제3국에서 열릴 후속 실무협상에서 ‘제재 완화 vs 영변 외 우라늄 핵시설 폐쇄’ 등 다음 단계의 로드맵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북 과정을 알고 있는 한 외교소식통은 10일 “비건 대표가 평양 실무협상으로 2차 북-미 정상회담에 ‘그린 라이트(청신호)’가 들어왔다는 취지의 반응을 보였다”며 “종전선언과 영변 핵시설의 부분 신고는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채택할 합의문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핵화 초기 단계에서 북한이 취할 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에 교감을 이뤘다는 얘기다. 비건 대표는 6∼8일 평양에서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對美)특별대표와 실무협상을 한 후 9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협상 결과를 공유한 뒤 10일 워싱턴으로 되돌아갔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비건 대표는 ‘비핵화를 어떻게 이뤄갈 것인지 북한과 프레젠테이션을 주고받았다’고 설명했다”며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실질적인 내용(substance)’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는 설명도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비건 대표는 귀국 전 여야 의원들과의 면담에서 “북한이 예전과 비교해 매우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밝혔다. 물론 비건 대표는 9일 강 장관을 만나 “북한과 해결해야 할 난제(hard work)가 있다”며 아직 워싱턴이 원하는 수준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0일 브리핑에서 “이번 북-미 실무협상은 구체적인 북-미 입장을 빠짐없이 터놓고 얘기하는 유익한 기회였다”며 “비건 대표는 비핵화를 풀어가는 방식에 대해 ‘We are on the same page(한미의 생각은 같다)’라고 표현했다”고 전했다. 비건 대표가 언급한 비핵화 방식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 정부의 입장은 스몰딜이 아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만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2차 정상회담 의제와 전략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 시간) 트위터에 “27,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정상회담이 열린다”며 “김정은의 리더십 아래 북한은 엄청난 경제강국(economic powerhouse)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문병기 weappon@donga.com·신나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여성가족부 차관에 김희경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보(사진)를 임명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김 차관은 언론인, 아동 인권·청소년 활동가, 문체부 차관보를 거치면서 축적한 소통 능력과 조직관리 역량을 토대로 다양성을 존중하는 성평등 포용사회 실현이라는 국정과제를 차질 없이 이행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북 김제 출신인 김 차관은 서울대 인류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 기자, 인권정책연구소 이사를 거쳤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월 문체부 차관보로 임명하기 전 김 차관의 저서 ‘이상한 정상가족’을 읽은 뒤 격려 편지를 보낸 바 있다. △전북 김제(52) △서울대 인류학과 △미국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경영학석사 △동아일보 기자 △한국세이브더칠드런 사업본부장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 이사 △인권정책연구소 이사 △문체부 차관보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평양을 방문 중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2박 3일간의 실무협상을 마치고 이르면 8일 평양을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대표는 김혁철 전 주스페인 북한대사 등 북측 대표단과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이 제공할 상응조치의 구체적인 시한을 담는 방안을 놓고 집중 협상을 벌이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7일 “비건 대표는 8일 오후 평양을 떠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국회를 찾아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면담했을 때 동석한 한 여권 관계자는 “비건 대표가 주말경 (협상 결과를) 우리 측에 설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8일 평양을 떠나 미국으로 가는 게 아니라 일단 한국으로 향할 것이라는 얘기다. 6일 비건 대표와 미국 측 대표단을 태우고 평양으로 향했다가 오산 미군기지로 복귀한 군용기는 7일 오후 한 차례 평양을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가 베트남 정상회담 의제와 의전 등을 놓고 동시다발 실무협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협상을 조기에 마친 미국 측 일부 대표단이 먼저 귀국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북한이 비건 대표에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승인이 필요한 ‘새로운 제안’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비건 대표는 이날도 귀환하지 않고 평양에 남아 실무협상을 이어갔다. 2박 3일의 실무협상은 지난해 이후 공개된 방북 비핵화 협상 중 가장 긴 일정이다. 평양 실무협상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에서 담판을 지을 합의문이 집중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전략통인 김 전 대사를 비건 대표의 협상 상대로 내세운 것은 북한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조치와 보상 조치에 대한 시한까지 담은 디테일한 합의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합의문에는 미국의 상응조치로 종전선언 관련 문구가 담길 가능성도 있다. 비건 대표가 지난달 31일 스탠퍼드대 연설에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추진 의지를 밝힌 가운데 2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에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조건으로 종전선언 채택 시한이 명시될 수 있다는 것.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베트남으로 이동해 현지에서 종전선언을 채택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비건 대표의 평양 방문과 실무협상 동향을 논의했다. NSC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구체적 실질적 조치들이 합의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신나리 journari@donga.com·문병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두 번째 담판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가운데 2차 북-미 정상회담 협상 테이블에 오를 비핵화 로드맵이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이 김 위원장의 영변 외 우라늄 농축시설 폐기 약속을 처음으로 공개하며 핵동결→핵시설 포괄적 신고→사찰·검증→핵물질을 포함한 모든 대량살상무기(WMD) 폐기의 단계적 비핵화 구상을 공개한 것. 미국은 북한에 대한 상응 조치로 종전선언에 이어 비핵화 완료 단계에서 제재 해제와 평화체제 구축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외교적 노력이 실패할 경우 “비상대책(contingency plan)을 갖고 있다”며 북한을 압박하고 있어 북-미 간 줄다리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비건 “김정은, 영변 외 모든 우라늄 시설 폐기 약속”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가 주최한 강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한국)전쟁을 끝낼 준비가 돼 있다. 그것(전쟁)은 끝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핵무기에 대해 올바른 일을 한다면 한반도에 영구적 평화체제가 이뤄질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구축 등이 비핵화 조치에 대한 보상으로 논의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 비건 대표는 이어 “우리는 북한을 침공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 정권의 전복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미 간 적대관계 종식도 상응 조치에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연 후 이어진 일문일답에선 “내게는 마지막 핵무기가 북한 땅을 떠나고, 제재가 해제되며, (북한 주재) 미국대사관에 (미국의) 국기가 내걸리고 평화조약이 체결되는 완벽한 결말이 있다. 이것이 이상(ideal)이라는 걸 안다”고도 했다. 다만 비건 대표는 북한이 포괄적인 핵시설 신고와 사찰·검증 수용은 물론이고 핵물질과 핵무기 등 WMD 폐기를 반드시 약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건 대표는 “김 위원장은 평양 남북 정상회담과 미 국무장관의 10월 평양 방문 당시 플루토늄, 우라늄 농축 시설을 해체하고 폐기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이는 영변 핵시설을 넘어선 북한의 전체 시설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영변 외 비공개 우라늄 농축 시설까지 모두 폐기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사실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과거 6자회담을 통해 플루토늄 시설 불능화에 합의한 2007년 10·3합의와 달리 영변 핵시설 폐기는 물론이고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은 우라늄 농축 시설까지 포함한 합의로 비핵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또 비건 대표는 “일정 시점이 되면 포괄적인 신고로 북한의 WMD 전체 규모를 완전히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신고, 사찰, 폐기, 검증’의 과거 비핵화 절차에선 한발 물러선 것이지만 비핵화와 상응 조치가 일정 수준 진전된 뒤에는 북한이 반드시 전체 핵시설에 대한 신고를 해야 한다는 것. 이어 “궁극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핵물질과 무기, 미사일, 발사대와 다른 WMD의 제거 및 파괴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전선언-평화체제 움직임도 본격화 비건 대표가 북한에 대한 요구와 미국의 상응 조치의 청사진을 공개한 것은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빅딜’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비건 대표는 “외교적 노력이 실패할 경우 비상대책이 마련돼 있다”고 언급해 ‘빅딜’에 실패할 경우 한미 군사훈련 재개 등 군사적 압박이 재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제재 압박이 계속되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고 한 데 대한 맞대응으로 북한의 추가적인 조치들을 압박하면서 동시에 2차 회담에 대한 불신이 여전한 워싱턴 조야의 우려를 차단하려는 것이다. 비건 대표는 3일 한국을 방문해 이르면 4일부터 판문점에서 북-미 실무협상에 나선다. 미국이 비핵화에 대한 상응 조치로 평화체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한국 중국 등 주요국들의 외교 행보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다자협상과 별도로 남북미 정상회담을 통한 종전선언이 추진될 수도 있다.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문재인 대통령도 참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모양이 좋다”며 “바라면 준비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신나리 기자}
청와대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구속된 다음 날까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31일 열린 현안점검회의에선 김 지사 판결에 대한 보고가 이뤄졌다. 하지만 참석자 누구도 의견을 개진하지 않아 적막이 흘렀다고 한다. 회의 막바지에 노 실장은 “의연하고 당당하게 하자”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판결”이라는 짧은 입장을 발표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까지 이틀 연속 정례브리핑을 생략했다. 청와대는 이날부터 판결문 분석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공소 사실을 대부분 인정한 판결문에 법리적 문제점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는 것. 청와대 내부에선 이번 판결의 문제점을 성토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오락가락했던 드루킹 측 진술을 모두 인정한 말도 안 되는 판결”이라며 “특히 김 지사가 댓글 여론조작에 지배적으로 관여했다고 결론 내린 부분에 허점이 많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공식적으로는 ‘로키(low-key)’ 대응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여러 차례 삼권분립을 강조한 데다 청와대가 재판 결과를 공개적으로 반박했다가는 2심 재판에 영향을 주려는 것 아니냐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 정부의 존중을 촉구하며 “삼권분립에 의해서 사법부의 판결에 정부가 관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10월 당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지위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국회의원들께도 삼권분립을 존중해 줄 것을 정중히 요청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노 실장에게서 재판 결과를 보고받고 당혹스러워하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당시 변호인으로서 ‘법원에서의 승부는 자신 있다. 정치 재판을 해도 법은 법’이라고 했을 정도로 재판을 신뢰했던 만큼 충격이 더 클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임금을 낮추는 대신 일자리를 만드는 ‘광주형 일자리’ 실험이 첫발을 내디뎠다. 문재인 대통령은 31일 “광주형 일자리가 혁신적 포용국가로 가는 역사적인 전환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광주시와 현대자동차는 광주시청에서 투자협약식을 열고 현대차가 광주형 일자리 신설법인(자기자본금 2800억 원)에 53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신설법인의 지분 19%를 확보해 광주시(21%)에 이은 2대 주주가 된다. 신설법인은 1만2000여 명의 직간접 인원을 고용해 빠르면 2021년 하반기부터 현대차가 위탁한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생산할 예정이다. 1998년 르노삼성 부산공장 이후 23년 만에 국내에 완성차 공장이 새로 들어서는 것이다. 광주형 일자리가 문재인 정부의 역점사업이었던 만큼 이날 협약식에는 문 대통령을 비롯해 이용섭 광주시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 정부 주요 인사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영표 원내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원희 현대차 대표이사, 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등 참가자 규모는 400여 명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7분간의 연설에서 “경의를 표한다” “정말 고맙다” 등 이례적으로 7차례에 걸쳐 감사 메시지를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광주형 일자리가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적정임금을 유지하며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것”이라며 “‘5월의 광주’가 민주주의의 촛불이 되었듯 이제 광주형 일자리는 경제민주주의의 불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현수 kimhs@donga.com·문병기 기자}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28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면담을 하고 돌아간 직후 국방부 관계자들은 “한미가 회담 내용을 비공개하기로 했다”며 함구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논의와 관련해서는 “양측이 원론적인 언급을 했을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해리스 대사가 다음 달 말로 예정된 2차 북-미 정상회담과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사실상 연계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교가 안팎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시 면담에서 해리스 대사는 정 장관에게 “북-미 정상회담 전 한미 간에 갈등 요소를 남기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취지로 말했다. 즉 3, 4주가량 남은 북-미 정상회담까지 방위비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 감축 등 한미동맹 문제를 북한과의 회담 테이블에 올려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엄포로도 해석된다. 앞서 해리스 대사는 지난해 12월 28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나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미 측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주한미군 주둔 법적 근거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다른 방식으로 이행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번엔 아예 북-미 협상장에서 주한미군 이슈를 거론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협상 주무부처인 외교부는 미국이 주한미군 등 한미동맹 문제를 북한 비핵화 추가 조치를 이끌어내는 카드로 쓰는 걸 막기 위해 2차 북-미 정상회담 전 가급적 빨리 협상을 타결하길 기대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4월 15일까지 타결되지 않을 경우 분담금이 없어) 주한미군 근무 한국인 근로자들이 무급휴가에 들어가야 하는 만큼 협상이 빨리 타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타결돼도) 국회에서 비준동의를 하는 데 한 달 이상 걸린다. 시간이 많지 않다”고 했다. 늦어도 2월 말∼3월 초에는 협상이 타결돼야 무급휴가 사태 등 추가 혼란을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2차 북-미 정상회담 전에 분담금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 등 한미동맹 역할 변화를 거론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방위비 분담금을 2000억∼3000억 원 더 올려주는 문제로 한미 간 갈등이 계속될 경우 결국 감정싸움까지 가면서 동맹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며 “미래 안보를 위한 투자 측면도 있는 만큼 한미 양국이 수용 가능한 범위에서 속히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까닭에 한미 정상 간 담판을 통해서라도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속히 마무리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북-미가 정상회담을 앞두고 조만간 공동보도문 문안 및 의제 조율에 본격 돌입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실무선 협상부터 다시 시작하기엔 별로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분담금 액수 문제로 정상회담을 따로 갖기는 서로 부담스러운 만큼 전화통화로 이견을 좁히는 아이디어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청와대 안팎에선 분담금을 더 내라고 한국 정부를 잇달아 압박하고 있는 해리스 대사에 대해 “불쾌하다”는 말이 자주 들린다. 해리스 대사가 그간 협상 과정에서 보인 태도가 지나치게 강경 일변도라는 것. 대사로서 본국 입장을 전달하는 건 당연하지만 주재국 상황도 고려한 중재가 아쉽다는 얘기다. 캐슬린 스티븐스 한미경제연구소장,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 마크 리퍼트 전 대사 등 최근 주한 미국대사들이 대부분 지한파였다는 점에서 해리스 대사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두드러지는 측면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군 인도태평양사령관을 맡았던 해군 4성 장군 출신이라서 그런지 과거 대사들과는 다른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손효주 hjson@donga.com·한기재·문병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아직 공직문화가 굳어져 있다”며 “금지돼 있지 않으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도록 (공무원들이) 법령을 폭넓게 해석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신임 부의장, 이정동 대통령경제과학특별보좌관과 오찬을 갖고 “(공직문화는) 우리나라 성문법 체계와 관련이 있다. 법적 근거가 없으면 과감한 행정을 펼 수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의 언급은 이 특보가 “한국 인재들은 대학에 몰려가서 논문 쓰는 데 매달리는데 중국은 현장에서 물건을 만들고 돈을 번다. 현장 공무원들이 민간을 자극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현장 책임자가 도전하기 어려운 시스템”이라고 지적한 데 공감하며 나왔다. 문 대통령은 또 “김대중 대통령 시절 벤처기업을 처음 만든 사람들은 대부분 실패했다. 그러나 그걸 인수한 사람들은 성공했다”며 “인수자들이 앞 사람의 실패를 교훈 삼아 성공률을 높인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이 특보가 쓴 책 ‘축적의 길’을 청와대 전 직원에게 선물하며 “나의 실패를 우리 모두의 경험으로 만들면, 나의 성공이 우리 모두의 행복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의 카드를 보내기도 했다. 이 특보는 “어떤 가수는 주야장천 같은 노래만 부르는데 가수 조용필은 끊임없이 한 발씩 내딛는다. 그게 혁신”이라며 ‘조용필 혁신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 부의장은 “정부 출범 이후 2년간 재정을 긴축해온 측면이 있다”며 “올해 확장적 재정 운용이 필요하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재정 확장 필요성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