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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여성 모델의 심한 노출 사진을 촬영한 뒤 인터넷에 유출하거나 이를 다시 유포한 혐의로 20여 명을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 여성은 6명으로 알려졌다. 이는 유명 ‘1인 방송 진행자’(유튜버) 양예원 씨와 배우 지망생 이소윤 씨 사건과 별개다. 경찰은 일부 동호회를 중심으로 여성 모델의 노출 사진을 찍으며 비슷한 성폭력이 일어나고 온라인에서 일부 사진이 거래되는 것으로 보고 수사 확대를 검토 중이다. 20일 서울 동작경찰서에 따르면 A스튜디오 대표 김모 씨는 지난달 16일 “A스튜디오에서 찍은 사진이 당초 맺은 계약과 달리 무단으로 유출돼 음란사이트에 확산되고 있다”며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유포) 등의 혐의로 26명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사진이 유출돼 피해를 입은 여성은 6명이다. 피고소인 26명에는 해당 사진을 찍은 촬영자 10여 명을 비롯해 2차 유포자와 음란사이트 운영자도 포함돼 있다. 촬영자들은 A스튜디오에 일정 금액을 낸 뒤 ‘온라인에 사진을 유출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계약서를 쓰고 사진을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비공개 촬영에서 찍은 사진을 온라인에 올린 것이다. 김 씨는 “유포를 인정한 촬영자 등을 고소했다. 현재 피해 상황을 더 확인해 추가 고소를 진행할 예정인 만큼 피해자와 가해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피고소인이 많아 수사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양 씨와 이 씨의 사진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피고소인인 스튜디오 실장 A 씨와 동호회 모집책 B 씨의 주거지와 차량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날 이들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도 내렸다. 앞서 양 씨와 이 씨는 17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2015년 7월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의 한 스튜디오에서 남성 20여 명에게 둘러싸인 채 성폭력을 당했고 협박을 당하며 노출 사진을 찍어야 했다고 폭로했다. 양 씨의 폭로 이후 유사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도 늘었다. 경찰은 미성년자 모델인 유모 양(18)을 조사했다. 유 양은 18일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1월 마포구의 또 다른 스튜디오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유 양이 가해자로 지목한 스튜디오 운영자 C 씨는 최근 경찰에 ‘인정한다’는 내용의 자수서를 제출했다. 경찰 관계자는 “(자수서에는) ‘무엇을’ 인정한다는 말은 없는 상태다. 가해자로 지목된 C 씨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구특교 kootg@donga.com·신규진·황성호 기자}
“정말 말 잘 듣는 아이였는데….” 20세 아들을 둔 A 씨(48)는 최근 서울의 한 상담센터를 찾아 울먹였다. A 씨는 이른바 ‘헬리콥터맘’이다. 그는 아들이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학원 ‘뺑뺑이’를 돌리며 스케줄을 관리했다. 혹여나 나쁜 길로 빠질까 주기적으로 휴대전화도 검사했다. 아들은 군말 없이 잘 따랐다. 소위 ‘SKY대학’에 진학했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아들이 A 씨를 피하기 시작했다. 눈을 마주치지도 않았다. 새벽 늦게 들어와 아침 일찍 다시 나갔다. 외박도 잦아졌다. “왜 그러느냐”고 묻자 “짜증 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A 씨는 아들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가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A 씨 아들이 매일 혼자 학교생활을 하고 친구들 사이에서 ‘아싸(아웃사이더)’로 불린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부적응과 부모 기피 같은 현상의 배경을 ‘스라밸(Study and Life Balance·공부와 삶의 균형)’ 파괴에서 찾는다. 대표적인 후유증이라는 것이다. A 씨의 상담사는 “공부시간과 사생활을 통제한 부모에게 자녀가 뒤늦게 불만을 갖고 단절을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라고 했다. 한세영 이화여대 아동학과 교수는 “부모가 설계한 삶에 수년간 종속되면서 아이들의 불만이 축적된다. 극단적으로 표출되는 위험성을 항시 지닐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부모의 통제가 익숙한 아이들은 성인이 됐을 때 대인관계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다. 지금껏 누려보지 못했던 자유가 갑자기 주어졌기 때문이다. 이향숙 한국아동청소년상담센터 소장은 “아이들의 사회성 문제로 상담을 요청하는 부모들이 많다. 자폐에 가까울 정도로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통제에 익숙한) 아이들은 대학 혹은 직장에서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할 수 있다. 아이를 완전히 통제하려다가 자칫 아이 인생 전체를 망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자기 시간을 주체적으로 쓸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명순 연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부모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인내다. 아이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하고 수년간 시간을 갖고 사회화를 지켜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내적, 외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신규진 newjin@donga.com·김자현 기자}

“그게 참 종이 한 장 차이 같아요.” 초등학교 3학년 딸을 둔 조모 씨(43)는 요즘 고민이 늘었다. 몇 년 전만해도 ‘아빠 껌딱지’였던 딸이 올해 들어 부쩍 숨기는 게 늘었다. 예전에는 학교 친구들과 나눈 이야기를 시시콜콜 털어놨지만 더 이상 그러지 않는다. 자기 스마트폰을 아빠가 만지면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조 씨는 “부모로서 관여할 수 있는 선이 어디까지인지 항상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스라밸(Study and Life Balance·공부와 삶의 균형)’을 지키려면 우리 아이들에게 일정부분 ‘사생활’ 보장이 필요하다. 자신이 주도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말한다. 그러나 부모들은 아이가 혹시나 ‘나쁜 일’을 하고 있지 않은지 항상 신경이 쓰인다. 아이들이 원하는 사생활의 기준은 무엇일까. 부모의 생각은 어떻게 다를까. 본보 취재팀은 13, 14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도움을 받아 초등학교 5, 6학년 자녀를 둔 부모 3명 그리고 초등학생 4명과 각각 ‘부모님방’ ‘아이들방’이라는 단체대화방(단톡방)을 만들어 속내를 들어봤다.● “창피해요” 사생활 경계에 단호한 아이들 “쪽팔리잖아요!”, “저작권(?)이 있잖아요!” 오영아(가명·12) 양과 안보연(가명·11) 양이 거의 동시에 메시지를 보냈다. “방에 있는 서랍이나 일기장, 노트를 부모님이 살펴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4명 중 3명이 10초도 되지 않아 “안 돼요”라고 답했다. “부모님이 허락 없이 방에 들어오는 건 괜찮다”고 답변하던 아이들은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적은 내용을 엿보는 것을 더 싫어했다. 아이들에게 사적인 영역을 구분 짓는 중요한 기준은 ‘창피함’이다. 한상민(가명·11) 양은 “엄마가 밖에서 있었던 내 개인적인 일을 어딘가에서 듣고 와서 나한테 물어볼 때 짜증이 난다”고 말했다. 다른 아이들도 “맞아요” “저도 그건 좀…”이라며 공감을 표현했다. 아이들은 개인적으로 창피했던 사건으로 ‘학교에서 삐쳐서 뛰쳐나갔던 이야기’ ‘집에서 울었던 이야기’ 등을 꼽았다. 부모는 대부분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해 꺼낸 이야기이지만 민감한 시기의 아이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친구 관계도 자신만의 고유한 영역으로 보장받고 싶다는 게 아이들의 생각이었다. “부모님의 이견도 참고는 하겠지만 판단은 스스로 하고 싶다”는 것. 기자는 ‘메신저로 욕설을 일삼는 나쁜 친구가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부모들은 “문제가 있는 친구라면 나서서 말려야 한다” “아이에게 전후 사정을 물어본 뒤 문제가 있다면 끼어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부모님의 의견은 존중하지만 결정은 우리가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모든 사생활 보장을 원하는 건 아니었다. 사생활 침해 논란을 빚는 ‘위치추적 앱’에 대해 아이들은 “아무 상관이 없다”고 일제히 답했다. “우리 안전을 위해 설치하는 것이라면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권주희(가명·11) 양은 “어차피 추적해봐야 맨날 학원에 있을 거라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사생활 기준 애매모호한 부모들 “저는 일기장은 가끔 본 적이 있네요”, “초반에는 카카오톡 검열을 좀 했었죠.” 부모들은 담담했다. 아이들은 “절대 안된다”고 했던 분야도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달새’(온라인 닉네임·42·여)는 “아이들의 솔직한 일상을 살펴보려고 일기장을 열어보곤 했다.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하니 그래도 안심은 되더라”고 털어놨다. 아이들은 달랐다. 오 양은 “초등학교 6학년 정도면 대부분 제대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모의 서툴고 과도한 개입이 자칫 아이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서울 강남에 사는 김선원(가명·12) 군은 요즘 스마트폰만 들면 ‘기숙사 있는 중학교’를 검색하곤 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부모님이 공부를 열심히 하는지 확인한다며 수시로 방을 뒤졌기 때문이다. 쓰레기통까지 확인할 정도로 간섭이 심해지자 김 군은 부모가 무서워졌다. 그리고 부모에게서 멀어져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조윤영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복지사업본부장은 “부모가 사사건건 개입하기보다 일정 부분 아이의 영역을 보장해줘야 아이들이 그 안에서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스라밸’ 없는 아이가 성인이 됐을 때 문제점과 대안 ▼“정말 말 잘 듣는 아이였는데….” 20세 아들을 둔 A 씨(48)는 최근 서울의 상담센터를 찾아 울먹였다. A 씨는 이른바 ‘헬리콥터맘’이다. 그는 아들이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학원 ‘뺑뺑이’를 돌리며 스케줄을 관리했다. 혹여나 나쁜 길로 빠질까 주기적으로 휴대전화도 검사했다. 아들은 군말 없이 잘 따랐다. 소위 ‘SKY대학’에 진학했다. 주변 사람들은 만날 때마다 A 씨를 부러워하며 “아들 잘 키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아들이 A 씨를 피하기 시작했다. 눈을 마주치지도 않았다. 새벽 늦게 들어와 아침 일찍 다시 나갔다. 외박도 잦아졌다. “왜 그러느냐”고 묻자 “짜증 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A 씨는 아들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가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A 씨 아들이 매일 혼자 학교생활을 하고 친구들 사이에서 ‘아싸(아웃사이더)’로 불린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부적응과 부모 기피 같은 현상의 배경을 ‘스라밸(Study and Life Balance·공부와 삶의 균형)’ 파괴에서 찾는다. 대표적인 후유증이라는 것이다. A 씨의 상담사는 “공부시간과 사생활을 통제한 부모에게 자녀가 뒤늦게 불만을 갖고 단절을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라고 했다. 한세영 이화여대 아동학과 교수는 “부모가 설계한 삶에 수년간 종속되면서 아이들의 불만이 축적된다. 극단적으로 표출되는 위험성을 항시 지닐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부모의 통제가 익숙한 아이들은 성인이 됐을 때 대인관계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다. 지금껏 누려보지 못했던 자유가 갑자기 주어졌기 때문이다. 이향숙 한국아동청소년상담센터 소장은 “아이들의 사회성 문제로 상담을 요청하는 부모들이 많다. 자폐에 가까울 정도로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통제에 익숙한) 아이들은 대학 혹은 직장에서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할 수 있다. 아이를 완전히 통제하려다가 자칫 아이 인생 전체를 망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자기시간을 주체적으로 쓸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통제가 불가피할 경우 고압적 태도보다 아이도 납득할 수 있게 충분한 대화와 설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명순 연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부모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인내다. 아이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하고 수년간 시간을 갖고 사회화를 지켜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내적, 외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신규진기자 newjin@donga.com김자현기자 zion37@donga.com}

‘어디를 가지….’ 영어학원이 끝난 건 오후 3시 50분. 다음 논술학원 시간까지 50분이 남았다. 40분 걸어서 집에 갔다 오는 것보다 어떻게든 시간을 때워야 한다. 200m만 걸으면 작은 공원이 있다. 하지만 뛰어놀 친구가 별로 없다. 땀나면 수업 듣기도 힘들다. “어제 ‘코노’를 갔으니 오늘은 PC방 갈 차례네.” 함께 영어학원을 다니는 친구가 중얼거렸다. 코노는 ‘코인노래방’의 줄임말이다. 500원에 노래 두 곡을 부를 수 있다. 할 수없이 또 PC방에 왔다. 올 때마다 마음이 불안하다. 학원수업 시작 15분 전에는 출발해야 한다. 수시로 모니터 오른쪽 밑에 있는 시간을 확인했다. 11일 기자가 지켜본 우진이(가명·12)의 방과 후 일정이다. 논술학원이 끝나고 오후 6시 10분 다시 만난 우진이는 길거리에 쪼그려 앉아 스마트폰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진이는 한 인기 유튜버(개인방송자)를 보여주면서 “시간 때우기에 딱 좋아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렇게 30분가량 거리를 떠돌던 우진이는 수학학원이 있는 건물 1층의 카페로 들어갔다. 우진이는 “남는 시간에 어떻게 놀지 생각이 안날 땐 잠이라도 자야 한다”며 기자에게 “15분 후에 깨워 주세요”라고 말한 뒤 테이블 위에 엎드렸다.○ 중고교생보다 부족한 초등생 휴식시간 우진이는 “마음 놓고 쉬는 건 하루에 한 시간 정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우진이만 그런 게 아니다. 대부분의 한국 초등학생이 조금 쉬고 많이 공부한다. 15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따르면 한국 초등생의 평일 휴식시간은 48분. 각각 49분, 50분인 중고교생보다 적다. 평일 공부시간도 195분으로 초등생이 가장 많다. 주말 휴식시간도 초등학생이 171분으로 가장 적다. 지난해 말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전국의 초중고교생 64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아동행복생활시간조사’ 결과다. ‘진짜 휴식’을 위한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니 아이들은 학원가는 시간을 이용한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한 반쪽짜리 휴식이다. 그래서 학원이 밀집한 서울의 일명 ‘쓰리동(강남구 대치동, 양천구 목동, 노원구 중계동)’에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PC방이나 코인노래방. 카페가 늘 성업 중이다. 10일 오후 4시 반 대치동의 한 PC방에서 만난 한모 군(12)은 저녁식사로 전자레인지에서 가열한 냉동만두와 콜라를 먹고 있었다. 오후 5시 한 군은 “아! 짜증나”를 외치며 서둘러 PC방을 나가 학원으로 향했다. 아이들은 놀이도 학원에서 배운다. 9일 중계동의 한 스포츠클럽에는 아이 4명이 강사의 지시에 따라 단체 줄넘기를 하고 있었다. 체육관 한구석에서 줄넘기만 만지작거리던 박모 양(10)은 “엄마는 나에게 줄넘기를 하고 놀라는데 솔직히 재미없다. 혼날까 봐 말은 못하지만 왜 다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근처 학원가를 걷다 보면 ‘동요스쿨’ ‘독서코칭’ ‘초중생 체육’ 등을 소개하는 학원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 원하는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이 원하는 놀이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공부 압박이 낳은 ‘휴식 포비아’ ‘스라밸(Study and Life Balance·공부와 삶의 균형)’이 무너진 아이 중에는 ‘놀기’를 스스로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삶의 균형추가 공부에 맞춰져 있다 보니 휴식이나 여가가 주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올 4월 서울의 한 아동상담센터를 찾은 김재영(가명·11) 군은 “엄마가 쉬라고 얘기해도 나는 공부를 계속해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실제 김 군은 자유시간에도 집에서 허공을 쳐다보거나 시키지도 않은 숙제를 한다. “공부하지 말고 놀아도 된다”는 아빠 엄마의 말에도 김 군은 책을 놓지 않는다. 어떨 때는 “숙제를 해야 한다”고 말하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센터의 상담사는 “(김 군이) 노는 시간도 생산적으로 보내야 한다는 강박에 길들여져 있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놀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절대적으로 사라지면서 한국의 많은 아이가 ‘놀이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영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놀이의 기본은 ‘자율성’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놀아보지 않고 주어진 일과만 수행한다면 결국 무언가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주체성을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신규진 newjin@donga.com·김자현 기자}

‘어디를 가지…’ 영어학원이 끝난 건 오후 4시 40분. 다음 논술학원 시간까지 50분이 남았다. 40분 걸어서 집에 갔다 오는 것보다 어떻게든 시간을 때워야 한다. 200m만 걸으면 작은 공원이 있다. 하지만 뛰어 놀기 친구가 부족하다. 땀나면 수업 듣기도 힘들다. “어제 ‘코노’를 갔으니 오늘은 PC방 갈 차례네” 함께 영어학원을 다니는 친구가 중얼거렸다. 코노는 500원에 노래 두 곡 부를 수 있는 코인노래방의 줄임말이다. 할 수없이 또 PC방에 왔다. 올 때마다 마음이 불안하다. 학원수업 시작 15분 전에는 출발해야 한다. 수시로 모니터 오른쪽 밑에 있는 시간을 확인했다. 11일 기자가 지켜본 우진이(가명·12)의 방과 후 일정이다. 논술학원이 끝나고 오후 6시 10분 다시 만난 우진이는 길거리에 쪼그려 앉아 이어폰을 낀 채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보고 있었다. 우진이는 한 인기 유튜버(개인방송자)를 보여주면서 “시간 때우기에 딱 좋아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렇게 30분가량 거리를 떠돌던 우진이는 수학학원이 있는 건물 1층의 카페로 들어갔다. 우진이는 “남는 시간에 어떻게 놀지 생각이 안날 땐 잠이라도 자야한다”며 기자에게 “15분 후에 깨워주세요”라고 말한 뒤 테이블 위에 엎드렸다.● 중고생보다 부족한 초등생 휴식시간 우진이처럼 대부분의 초등학생이 조금 쉬고 더 많이 공부한다. 15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따르면 한국 초등생의 평일 휴식시간은 48분. 각각 49분, 50분인 중고생보다 적다. 평일 공부시간도 195분으로 초등생이 가장 많다. 이는 어린이재단이 지난해 말 전국의 초중고생 64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아동행복생활시간조사’ 결과다. ‘진짜 휴식’을 위한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아이들은 학원가는 시간을 이용한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한 반쪽짜리 휴식이다. 그래서 학원이 밀집한 서울의 일명 ‘쓰리동(강남구 대치동, 양천구 목동, 노원구 중계동)’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PC방이나 코인노래방. 카페는 늘 성업 중이다. 10일 오후 4시 반 대치동의 한 PC방에서 만난 한모 군(12)은 저녁식사로 전자레인지에서 가열한 냉동만두와 콜라를 먹고 있었다. 오후 5시 한 군은 “아! 짜증나”를 외치며 서둘러 PC방을 나가 학원으로 향했다. 같은 날 중계동에서 만난 이모 양(11)은 20분가량 자투리 시간을 틈타 근처 화장품 매장으로 향했다. 이 양은 “틴트(립스틱의 한 종류) 몇 개를 한 번씩 바르면 시간이 다 끝난다. 논다는 생각은 안 한다. 그냥 시간이 남으니 때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쓰리동’ 아이들은 놀이도 학원에서 배운다. 9일 중계동의 한 스포츠클럽에는 아이 4명이 강사의 지시에 따라 단체 줄넘기를 하고 있었다. 체육관 한 구석에서 줄넘기만 만지작거리던 박모 양(10)은 “엄마는 나에게 줄넘기를 하고 놀라는데 솔직히 재미없다. 혼날까봐 말은 못하지만 왜 다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근처 학원가를 걷다보면 ‘동요스쿨’ ‘독서코칭’ ‘초중생 체육’ 등을 소개하는 학원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 원하는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이 원하는 놀이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공부 압박이 낳은 ‘휴식 포비아’ ‘스라밸(Study and Life Balance·공부와 삶의 균형)’이 무너진 아이 중에는 ‘놀기’를 스스로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삶의 균형추가 공부에 맞춰져 있다보니 휴식이나 여가시간이 주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올 4월 서울의 한 아동상담센터를 찾은 김재영(가명·11) 군은 “엄마가 쉬라고 얘기해도 나는 공부를 계속 해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실제 김 군은 자유시간에도 집에서 허공을 쳐다보거나 시키지도 않은 숙제를 한다. “공부하지 말고 놀아도 된다”는 아빠엄마의 말에도 김 군은 책을 놓지 않는다. 어떨 때는 “숙제를 해야 한다”고 말하며 울음을 터트리기도 한다. 센터의 상담사는 “(김 군이) 노는 시간도 생산적으로 보내야 한다는 강박에 길들여져 있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놀 수 있는 시·공간이 절대적으로 사라지면서 한국의 많은 아이들이 ‘놀이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영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놀이의 기본은 ‘자율성’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놀아보지 않고 주어진 일과만 수행한다면 결국 무언가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주체성을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학교 안 가도 돼요?” ‘희망 일과표’를 만들어보자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이들이 말했다. “쓰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더 큰 종이 주세요”라는 아이들의 주문이 쇄도했다. 9일 오후 서울의 한 사회복지관에 초등학교 4∼6학년생 6명이 모였다. 이 자리에서 아이들은 일과표 2개를 그렸다. 하나는 자신의 현재 일과표, 다른 하나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로만 채운 일과표다. 학년도 제각각이지만 현재 일과표는 비슷했다. 10분 단위로 일정을 짜는 것까지 비슷했다. 김예원(가명·10) 양은 “4시 40분에 수학학원 끝나면 과학학원 가는 시간이 10분밖에 없어요”라고 투덜거렸다. 오정은(가명·10) 양은 “학원 3개를 갔다 오고 나서 오후 9시에야 저녁을 먹어요. (학원이 많아서) 처음에는 어딜 가야 하는지 자주 헷갈렸는데 지금은 정확히 기억해요. 로봇처럼요”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꿈꾸는 일과는 어떨까. ‘학원’ ‘숙제’ 같은 단어로 채워진 현재 일과표와 달리 희망 일과표에선 아이들의 풍부한 상상력까지 엿볼 수 있었다. 오 양은 ‘하늘에 있는 별을 따고 우주 탐험하기’를 적어 넣었다. 강유미(가명·11) 양은 ‘먼 데 놀러가기’를 적었다. 강 양은 “2년 전 갔던 전남 고모집 주변 논밭에 다시 가서 뛰어놀고 싶다”고 말했다. 주로 스마트폰과 함께했던 ‘놀기’ 시간은 가족과 함께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부모님과 책읽기’를 적은 윤슬기(가명·11) 양은 “3년 전까지 부모님이 저녁마다 책을 읽어줬다. 그 시간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박혜정(가명·11) 양은 희망 일과표 밑에 ‘경도’(경찰과 도둑), ‘지탈’(지옥 탈출) 등을 나열했다. 요즘 아이들이 즐겨 하는 술래잡기 게임들이다. 오 양은 ‘폭풍 셀카 찍기’에 한 시간을 할애했다. 아이들은 공부 시간을 빼놓지 않았다. 윤 양은 ‘영어학원 2시간’을 적으며 “학교 수업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일과표에서 하루 평균 11시간이던 아이들의 공부시간은 희망 일과표에서 2.1시간으로 줄었다. 그 대신 수면은 8.3시간에서 9.7시간으로, 여가는 2.5시간에서 8.4시간으로 크게 늘었다.신규진 newjin@donga.com·김자현 기자}

《 무너진 ‘스라밸’에 우리 아이들이 아파하고 있다. ‘스터디 앤드 라이프 밸런스(Study and Life Balance)’, 공부와 휴식의 균형을 허락해 달라며 간절하게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좀처럼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결국 아이들은 스스로를 ‘스트레스 감옥’에 가두고 있다. 부모들은 이를 안타깝게 여기면서도 “한국에서 피할 수 없는 성장통”으로 여긴다. 그 사이 우리 아이들의 몸과 마음은 조금씩 병들고 있었다. 본보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의뢰해 초중학생 19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10명 중 6명은 하루 자유시간이 3시간도 되지 않았다.》 공부 생각만 하면 팔뚝이 간질간질했다. 숙제를 하려고 방에 들어오면 더 그랬다. 샤프펜슬을 팔뚝으로 가져가 조금씩 긁었다. 계속 긁다 보니 팔에서 피가 흘렀다. 책상 위 참고서가 붉게 물들었다. 뒤늦게 상처를 본 엄마가 병원에 데려갔다. 그냥 긁힌 상처로 생각하신 듯했다. “엄마, 팔이 계속 가려워….” 가려움은 계속됐다. 딱지가 앉은 상처를 다시 샤프펜슬로 긁었다. 피부과에서는 이상이 없다고 했다. 엄마는 답답해했고 나도 눈물이 났다. 올해 열두 살 건우(가명)의 가족은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냈다. 부모는 반신반의하며 아들을 경기도의 한 심리상담센터에 데려갔다.● 속으로 아파하는 아이들 “사실은 갑자기 화가 나서요….” 건우가 2주 만에 속내를 털어놨다. 건우는 매일 4개꼴로 학원을 돈다. 저녁 시간이 넘어 집에 들어가면 개인과외가 기다린다. 과외가 끝나면 숙제와 복습을 한다. 거의 매일 밤 12시가 넘어야 잠이 든다. 어지간한 직장인보다 수면 시간이 적다. 건우가 이따금 “졸리다”고 말해도 아빠 엄마는 “지금 열심히 해야 나중에 편하다”며 달랬다. 하지만 건우는 자신을 달랠 방법을 몰랐다. 심리상담 중에도 “학원에 가야 된다”며 전전긍긍했다. 학원 스케줄 탓에 건우의 상담은 중단됐다. 14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따르면 전국의 초중학생 190명을 조사한 결과 62.6%는 늘 피곤함을 느끼고 있었다. 공부와 삶의 균형이 무너진 것이다. 하지만 피곤해도 아이들은 공부를 놓지 못한다. 열두 살 정현이(가명)는 어릴 때부터 똑똑했다. 지능지수(IQ)가 130을 넘었다. 그러나 정현이는 늘 자신을 ‘부족한 아이’라고 생각했다. 아빠 엄마가 성적이 아주 좋을 때만 정현이를 칭찬한 탓이다. 정현이에게 우수한 성적은 ‘존재의 이유’에 가까웠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10여 개의 학원을 다니게 되자 정현이는 버거워했다. 그러면서도 학원을 그만두지 못했다. 학원을 줄이자고 하면 “그러면 내가 거지가 된다. 집도 못 산다”며 거절했다.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표현하고 해소하는 방법을 몰랐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계속되면 무기력과 우울감에 빠져든다. ‘과학영재’로 불리던 민재(가명·12)가 마치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처럼 바뀐 이유다. 수학 과학 영어 등 여러 학원을 거뜬히 소화했던 민재는 올 들어 학원을 빼먹기 시작했다. 집에 오면 방에서 나오려 하지 않았다. 심지어 부모님과 식탁에 같이 앉는 것도 거부하고 있다.● 무너진 ‘스라밸’ 어른까지 간다 “초등학교 6학년이면 한창 외모에 민감할 시기인데 그걸 몰랐던 거죠.” 학원 교사인 박모 씨(46·여)는 몇 해 전 학원을 다니던 지숙이(가명·15)를 잊지 못한다. 공부를 잘했던 지숙이는 갑작스레 체중이 늘며 공부에 흥미를 잃었다. 사춘기의 체중 문제는 성적보다 중요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지금 한 발짝 늦어지면 끝장”이라며 지숙이를 몰아붙였다. 하지만 공부 대신 상담받는 날이 늘어났고 성적도 곤두박질쳤다. 어릴 때 스트레스가 어른이 된 뒤 표출되기도 한다. 홍상명(가명·20) 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습관적으로 성적표를 조작했다. 성적이 떨어졌을 때 듣게 될 꾸중이 두려워서다. 조작 사실을 들킨 뒤 부모님은 그를 보듬어주는 대신 심하게 꾸짖었다. 성인이 된 홍 씨는 지금도 종종 심리상담을 받는다. 때로는 자신을 파괴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박성수(가명·24) 씨는 아버지의 바람대로 공부해 외국의 유명 대학에 진학했다. 그런데 얼마 전 멀쩡히 다니던 학교를 자퇴했다. 박 씨는 상담에서 “아버지 때문에 하고 싶지 않은 공부를 10년 동안 했다. 이건 아버지에 대한 복수”라고 말했다. 아이들의 건강도 우려스럽다. ‘대치동 학원가’에서 만난 이모 양(11·여)은 “오후 4~9시 종합학원에 다니는데 저녁을 ‘도시락’으로 20분 만에 때운다”라고 말했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논의가 한창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삶의 질을 논하는 ‘스라밸’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김은정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복지연구소장은 “부모와 자녀 사이 대화 시간이 하루 평균 13분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내용도 ‘학원 잘 다녀왔냐’ 식으로 일방적이다. 아이들이 가정에서 안정감과 행복을 느낄 수 있게 일상의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스라밸 ::‘스터디 앤드 라이프 밸런스(Study and Life Balance)’의 줄임말. 어른에게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 필요하듯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도 공부와 휴식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신규진 newjin@donga.com·권기범·김자현 기자}
‘홍○○ 조심하세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하는 청소년 사이에 퍼지고 있는 경고문이다. ‘홍○○’이라는 이름의 SNS 계정을 사용하는 특정 누리꾼을 지목한 것이다. 문제의 누리꾼은 미성년 여학생의 사진을 마구잡이로 내려받아 자신의 SNS에 올리고 있다. 단순히 사진을 퍼 나르는 차원을 넘어 음란물로 포장하거나 이를 판매한 정황까지 포착됐다. 이렇게 무단 도용된 사진은 어림잡아 수천 장에 이르는 것으로 보인다. 피해를 호소하는 청소년이 늘자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경남지방경찰청은 페이스북 등 SNS에 미성년자 사진을 무단으로 게시한 누리꾼을 수사 중이라고 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누리꾼은 3월 초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네이버 카페 등에 ‘홍○○’ ‘loveXXX’ 등의 계정을 만든 뒤 여성 사진 6000여 장을 무단으로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은 대부분 교복이나 체육복, 평상복 차림의 미성년 여성이 자신의 SNS에 올린 것이다. 당연히 얼굴까지 그대로 드러나 있다. 문제의 누리꾼은 다리 등 신체 부위가 드러나거나 친구들과 편하게 포즈를 취한 사진 등을 주로 옮기고 있다. 여기에 ‘중고딩 몸매’ 등 외설적인 제목과 설명을 붙였다. 사진을 도용당한 일부 피해자가 문자 등으로 항의하면 “음란물을 올린 것이 아니다”라며 부인하고 있다. 피해자와의 대화 과정에서 “사진 2000장을 5만 원에 판매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해당 누리꾼의 블로그에는 “2장에 1만 원에 팝니다. 문의주세요” “영상도 팝니다” 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 SNS 특성 탓에 피해는 지역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경기 광명시에 사는 피해자 A 양(17)은 “아는 사람이 사진을 보내서 확인해 보니 내 사진 2장이었다. 계정 주인에게 항의했지만 ‘무슨 피해가 있느냐’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했다. SNS에 올린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만 놓고서는 처벌이 쉽지 않다. 일단 피해자들은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게시자에게 삭제를 요청할 수 있다. 이에 불응할 경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할 수 있다. 사진 도용만으로 명예훼손을 입증하기 쉽지 않지만 문제의 누리꾼이 사진에 외설적인 표현을 붙이고 상업적으로 판매했다면 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51)이 4일 경찰에 출석했다. ‘드루킹’(온라인 닉네임) 김동원 씨(49·구속 기소) 댓글 여론 조작 사건의 참고인 신분이다. 김 의원은 조사 전 3분 가까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주로 이번 사건에 대한 야당의 비판을 반박하는 내용이었다. 의혹이나 거짓말 논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9시 50분경 하얀색 카니발 승합차를 타고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도착했다. 그는 취재진 질문에 앞서 “그동안 여러 차례 신속하게 수사해 줄 것을 요구했다. 다소 늦긴 했지만 오늘이라도 조사가 이뤄져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포토라인에서 2분 30초가량 입장을 밝혔다. 표정은 시종일관 당당했다. 대부분 특검 도입을 촉구하는 자유한국당 비판에 시간을 할애했다. 사건의 초점을 정치공세에 맞추려는 의도로 보였다. 김 의원은 “특검보다 더한 조사에도 당당히 임해 내게 주어진 책임을 다하겠다. 한국당도 정당으로서 주어진 역할과 책임을 다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당이 청년 일자리 해결을 위한 추경 예산안과 남북 정상회담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을 거부하며 노숙 농성을 펼치는 건 국민에게 참으로 염치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드루킹 사건의 본질에 대해선 말을 흐렸다. 댓글 여론 조작을 미리 알았는지와 김 씨의 인사 청탁을 청와대에 전달한 이유 등을 묻자 그는 “이미 여러 번 입장을 밝혔다”며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 이날 오후 늦게까지 이어진 조사에서 김 의원은 ‘김 씨 측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댓글 여론 조작을 했는지 몰랐다. 선플 운동을 하는 줄로만 알았다’는 취지의 기존 주장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씨 일당이 언제부터 댓글 여론을 조작했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조작 내용이 담긴 클라우드서버 ‘킹크랩’조차 확인하지 못했다. 경찰 안팎에서 경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김 의원에게 ‘면죄부’를 주려 서둘러 소환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찰은 이날 김 의원의 전 보좌관 한모 씨(49)와 김 씨의 측근 A 씨(49·온라인 닉네임 ‘성원’)를 불러 대면 조사했다. 지난해 9월 경기 고양시의 한 일식당에서 500만 원을 주고받은 경위 등을 놓고 두 사람의 엇갈리는 진술을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조동주 djc@donga.com·신규진·구특교 기자}
퇴근길 서울 마포대교 남단을 점거하고 불법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장옥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건설노동조합 위원장(56)이 구속됐다. 구속영장이 발부된 지 51일 만이다. 장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불법 집회 주도 혐의로 구속된 첫 노동단체 간부다. 경찰은 지난달 4일 구속영장을 집행하려 했으나 충돌이 우려된다며 장 위원장이 은신하던 서울 영등포구 건설노조 사무실에 진입하지 않았다. 이후 사무실 주변에 경찰만 배치했을 뿐 집행 시도는 하지 않았다. 영등포경찰서는 3일 오후 2시 50분경 건설노조 사무실 앞에서 장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집행했다. 이 과정에서 “수갑을 채우지 마라” “걸어서 가겠다” 등을 외치던 일부 노조원은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반면 대한호국단 등 보수단체 회원 10여 명은 “장옥기를 구속하라”고 외쳤다. 경찰은 장 위원장을 구치소에 수감하고 추가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지난달 중순부터 건설노조 측과 장 위원장이 언제 경찰에 자진 출석할 것인지 논의했다. 그리고 최근 3일 경찰에 출석하는 것으로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연행되기 전 장 위원장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떤 고난과 역경이 와도 건설노조 조합원들은 단결해서 건설근로자법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건설근로자법 개정안은 체불 근절을 위한 임금지급보증제 등을 담고 있다. 장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28일 오후 퇴근시간대에 마포대교 남단을 불법 점거한 건설노조 시위를 이끈 혐의로 올 3월 13일 구속영장이 발부됐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지난달 초 대학생 A 씨(25·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재택 부업’을 소개하는 게시물을 발견했다. ‘#대학생도 주부도 누구나 쉽게’ ‘#쉽게돈벌기’ 같은 해시태그도 달려 있었다. 회원 가입 후 30만∼480만 원을 투자하면 전체 회원들이 수익을 나눠 갖는다는 내용이었다. 별도로 쇼핑몰 운영 수익도 보너스로 지급한다고 했다. A 씨가 직접 접속한 인터넷 사이트에는 매일 회원 수백 명의 투자 명세가 올라왔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힘겹게 학비와 생활비를 벌던 A 씨는 등록금을 내려고 모은 210만 원 중 30만 원을 입금했다. 바로 다음 날 A 씨에게 포인트가 지급됐다. 일정 액수에 맞춰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포인트다. A 씨는 나머지 180만 원도 입금했고 추가로 포인트를 받았다. 그러나 같은 달 24일 해당 사이트에 ‘출금 오류가 발생했다’는 공지사항이 올라왔다. 29일에는 아예 사이트가 통째로 없어지고 엉뚱한 쇼핑몰이 등장했다. A 씨는 포인트는 물론이고 투자금조차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인터넷 재택부업을 명목으로 회원을 모집한 뒤 투자금을 가로챈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전체 회원이 수천 명에 이르고 피해자 모임에만 전국적으로 1500여 명이 참여했다. 회원들은 피해 금액이 10억 원을 웃돈다고 주장한다. 1일 경찰에 따르면 해당 사이트는 지난달 3일 등장했다. 블로그와 SNS 등 온라인에서만 집중적으로 홍보했다. ‘재택 부업’이라고 홍보했지만 새로운 회원의 가입비와 투자금을 기존 회원에게 지급하는 전형적인 금융다단계 방식이다. 피해자 대부분은 소액으로 목돈을 마련하려는 주부나 학생들이었다. 주부 B 씨(41)는 처음 60만 원을 투자한 뒤 부모님까지 가입시켰다가 500만 원 넘게 날렸다. 피해자 모임을 주선한 이모 씨(31·여)는 “수술비를 투자하거나 대출을 받아 1000만 원 이상을 투자했다가 날린 피해자도 있다. 대부분 가족 몰래 투자해서 어디에 하소연도 못 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맞아 미국 백악관 청원 사이트가 시끄럽다. 한국의 보수와 진보 세력이 정상회담 의제를 놓고 팽팽한 세(勢) 대결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백악관 청원사이트 ‘위 더 피플(We the People)’에 ‘한반도 평화협정 촉구’ 청원이 올라온 건 지난달 15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에 동의했고 평화를 위한 용기에 감사드린다” “한국전쟁을 종식하는 항구적인 평화협정이 이뤄진다면 역사에 오래 기억될 것” 등의 내용이다. 미국 내 한인이 쓴 것으로 보인다. 개설 26일째인 9일 10만 명이 청원에 참여했고 26일 현재 11만 명에 육박했다. 30일 이내에 10만 명이 참여하면 미국 행정부는 60일 내에 공식적인 검토 후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 청원은 좋은벗들 미국지부와 평화재단 등의 주도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됐다. 평화재단 관계자는 “10만 명이 넘는 국민이 참여했다는 것은 평화협정 체결을 지향하는 남북 정상회담을 찬성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평화협정 찬성 청원이 10만 명을 넘긴 다음 날(10일) 이른바 ‘맞불 청원’이 등장했다. ‘북한의 독재정권이 끝날 때까지 평화협정은 없다’는 제목의 청원이다. “북한과의 평화 조약은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 것이고 한국은 베트남전과 같은 재앙의 역사를 겪을 것”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를 충분히 다뤄야 한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청원에는 1만6000여 명이 참여했다. 보수단체 등도 SNS를 중심으로 청원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북한학과)는 26일 “(백악관 청원을 통해) 한반도 문제의 핵심 이해당사자인 미국의 동의를 얻으려는 움직임이다. 남북 정상회담이 한반도를 넘어 세계 평화와 직결된 만큼 국민들 역시 국제적 이슈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프라인 집회도 이어지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 하루 전인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자유대한호국단 등 보수단체 회원 수십 명이 ‘위장평화 정상회담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24일부터 매일 집회를 열고 있다. 회원들은 “평화를 이야기한다고 하지만 북한 주민들의 고통스러운 삶이 더 먼저”라고 입을 모았다. 남북 정상회담 당일도 양측의 집회가 이어진다. 27일 오전 10시 메인프레스센터가 있는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전시장 앞에서 고양시민연대 등 20여 개 시민단체 회원 200여 명은 ‘남북 정상회담 성공 기원’ 환영 집회를 연다. 참가자들은 한반도기 200장을 끈으로 연결하는 퍼포먼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오후 1시 30분 파주시 임진각에선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 등 보수단체 회원 200여 명이 ‘4·27 김정은-문재인 판문점 회담 평화 가장 대사기극 규탄대회’를 개최한다. 이들은 집회 후 임진각에서 통일대교까지 행진을 벌일 계획이어서 경찰과의 충돌 가능성도 우려된다.신규진 newjin@donga.com·김은지 기자}
자유한국당 최교일 의원(경북 영주-문경-예천)이 탄 차를 몰던 수행비서가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적발됐다. 24일 서울 방배경찰서에 따르면 22일 오전 10시 반경 서초구 방배초등학교 주변 도로에서 최 의원이 타고 있던 승합차가 신호를 위반해 유턴하는 것을 경찰이 붙잡았다. 운전하던 수행비서 신모 씨(39)의 음주측정을 한 결과 혈중알코올농도 0.116%가 나왔다.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신호위반으로 단속했는데 운전자 신 씨의 얼굴이 붉고 술 냄새가 나서 음주측정을 했다”고 말했다. 신 씨는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며 채혈을 요구했다. 경찰은 인근 병원에서 신 씨의 피를 뽑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조사를 의뢰했다. 채혈조사는 통상 열흘 걸린다. 경찰은 채혈조사 결과 음주운전이 확인되면 신 씨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동승한 최 의원이 신 씨의 음주운전을 방조했는지도 조사할 예정이다. 음주운전을 알고도 방조한 경우 형법 32조 1항에 근거해 처벌 받을 수 있다. 타인의 범죄를 교사 및 방조하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경찰에 따르면 통상 음주운전을 독려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음주운전을 묵인했다면 1년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경찰은 만약 최 의원이 신 씨가 술을 마신 것을 알고도 운전을 하라고 지시했다면 독려, 음주 사실을 알면서도 제지하지 않았다면 묵인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신 씨는 23일 최 의원에게 사표를 제출했고, 곧바로 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신규진 newjin@donga.com·서형석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과 ‘드루킹’ 김동원 씨(49·구속 기소)가 사용한 또 다른 메신저 프로그램 ‘시그널’은 강력한 보안성이 장점이다. 시그널은 메시지를 주고받는 전 과정을 모두 암호화하는 ‘종단간암호화(End to End Encryption)’ 기술을 이용한다. 비슷한 메신저 프로그램인 텔레그램의 ‘비밀 대화방’에만 적용된 기술이다. 암호화를 푸는 암호키가 서버가 아닌 대화 당사자 기기에 보관돼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그널 측도 대화 내용을 알 수 없다. 사용자는 1초부터 일주일까지 메시지 삭제 시간을 설정할 수 있다. 보안이 유지되는 음성통화 기능도 가능하다. 경찰은 김 씨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디지털 저장매체 정보 분석)으로 복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자가 메시지를 삭제했다면 복원이 불가능했다. 2015년 11월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메신저 보안등급을 4단계로 평가했는데 시그널은 최고등급인 ‘가장안전’ 등급, 텔레그램은 그 아래 ‘안전’ 등급으로 분류됐다. 카카오톡과 라인은 가장 낮은 단계인 ‘불안전’ 등급을 받았다. 시그널은 이집트 무바라크 정권에 대항하는 반정부 세력에 통화와 메시지를 암호화하는 안드로이드 앱을 제공한 화이트해커 목시 말린스파이크가 2014년 만들었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감청 프로그램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이 보안성을 치켜세운 것으로도 유명하다.신규진 newjin@donga.com·신무경 기자}

16일 오후 11시경 서울 종로구 효자동 청와대사랑채 앞. 경복궁 담장 아래 인도에 수백 명이 나란히 누워 있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전국금속노조 조합원들이다. 약 200명의 노조원은 인도에 비닐을 깔고 침낭 속에 몸을 넣었다. 폭 2m 남짓한 인도에서 빈 공간을 찾기 어려웠다. ‘침낭 행렬’은 약 300m에 걸쳐 이어졌다. 청와대 앞길 산책에 나섰던 한 시민이 다가서자 경찰이 가로막았다. “(노조원들과) 시비가 붙을 수 있으니 가지 말라”는 것이었다. 근처에 산다는 이 시민은 ‘시민통행로’ 팻말을 가리키며 “노조원 보행권만 보장되느냐”며 항의했다. 노숙 농성에는 금속노조 성동조선해양지회와 GM지부 소속 노조원이 참가하고 있다. 농성 기간은 정해지지 않았다. GM지부 노조원 70여 명은 군산공장 폐쇄 철회와 경영 정상화를 촉구하며 지난달 말부터 상경 투쟁 중이다. 성동조선해양지회 노조원 100여 명은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중소형 조선소 회생 방안’을 마련해 달라며 이달 초 서울로 왔다. 낮 시간에 집회를 열던 이들은 16일부터 함께 노숙 농성을 시작했다. 노숙 농성이 시작되자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이 많다. 늦은 밤 노조원들이 주택가를 돌아다니거나 농성장에서 술판도 열린다. 효자동 주민 김모 씨(55·여)는 “밤늦게 골목길에서 담배를 피우며 큰 소리를 치는 노조원들과 마주쳐 놀랐다”고 말했다. 노조원들은 17일 농성장 근처에 ‘주민들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청와대 앞길 개방 후 연일 계속되는 각종 단체의 집회나 1인 시위 탓에 근처 주민과 상인들은 불만이 누적된 상태다. 요즘도 청와대 앞길 인도에서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의 ‘해직자 복직 투쟁’ 같은 시위가 매일 열리고 있다. 효자동 주민 이모 씨(52·여)는 “한적한 동네였던 효자동이 너무 시끄럽게 바뀌었다. 현장 경찰에게 여러 번 항의도 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답만 들었다”고 했다. 박모 씨(50)는 “늦게 귀가하는 딸이 노숙 농성을 하는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게 하려고 ‘청와대 쪽으로 가지 말라’고 시켰다. 이 길은 주민을 위해 개방한 것 아니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 씨(44·여)는 “경복궁 돌담길을 보기 위해 오는 관광객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벽이 집회 현수막으로 도배됐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적법한 신고를 마친 집회라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경찰 관계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노숙 관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개별 노조원의 행동까지 일일이 확인하기는 힘들다”라고 말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6일 오후 8시 35분경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서중시장에서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했다. 다행히 근처 가게 직원이 소화기를 이용해 진화했다. 그로부터 3시간여 지난 7일 0시경 시장 한쪽에서 또다시 불길이 치솟았다. 불은 출동한 소방대원에 의해 약 2시간 만에 꺼졌다. 그러나 시장 내 점포 12곳 중 4곳이 전소되고 2곳의 일부가 불에 타면서 소방서 추산 약 1000만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다행히 불이 난 점포들은 철거 예정지로 비어 있었다. 그러나 주변에 거주하던 A 씨(91)가 연기를 마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경찰은 아무도 없던 시장에서 불이 난 것을 이상하게 여기고 주변인과 폐쇄회로(CC)TV 등을 조사했다. 두 번째 화재 직전 한 여성이 휘발유가 든 것으로 보이는 통을 들고 시장을 오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경찰은 추적 끝에 7일 오후 4시 45분경 시장 주변 주택에서 정모 씨(74)를 붙잡았다. 경찰 조사에서 정 씨는 “시장 사람들이 폐지를 못 줍게 해 화가 나서 불을 냈다”고 진술했다. 무직인 정 씨는 올 초부터 시장 내 상인들과 폐지를 줍는 문제로 수차례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5일 오전 11시 반경 서울 종로구 A어린이집 앞. 길에서 고무타일이 깔린 어린이집 마당놀이터로 통하는 출입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문에 적힌 ‘영유아 안전을 위하여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하며 출입 시 문을 꼭 닫아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무색했다. 놀이터에서 몇 걸음만 걸어가면 어린이집 현관문이 보인다. 이 문을 통하면 아이들이 있는 공간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다. 입구, 복도, 마당 등에는 폐쇄회로(CC)TV가 여러 대 설치돼 있지만 어린이집 곳곳을 활보하는 동안 아무도 제지하거나 나와 보지 않았다. 2일 서울 서초구 방배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초등생 인질극’ 이후 학부모 사이에서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학교보안관이라도 있는 초등학교와 달리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사실상 외부인이 드나드는 데 더 취약하다는 걱정이다. 이날 본보 기자가 서울 시내 유치원과 어린이집 5곳을 돌아본 결과 마당이나 놀이터가 있는 곳들은 외부인이 쉽게 들어올 수 있었다. 울타리가 있지만 성인 남성 키보다 훨씬 낮아 넘기 쉬워 보였다. 또 문은 5곳 모두 잠겨 있지 않았다. 서대문구 B유치원은 잠금장치 등이 달린 정문은 외부인의 접근이 어려워 보였지만 뒷마당으로 향하는 울타리문은 열려 있었다. C어린이집은 문은 열렸는데 인터폰 버튼은 작동하지 않았다. 실정은 이랬지만 한 보육교사는 “아이들과 교사가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 안전하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문을 닫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4일 아이를 직접 유치원에 데려다준 이모 씨(32·여)는 “병원에 들렀다가 오전 10시에 갔는데 유치원 출입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닫는 것을) 깜빡했다는 교사에게 싫은 소리를 하고 왔다”고 말했다. 김모 씨(35·여)는 “며칠 전 미세먼지가 사라졌다면서 출입문과 창문을 열어놓은 게 생각나 아이 어린이집에 찾아가 문을 닫아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대책을 내놓는 유치원, 어린이집도 생겼다. 일부에서는 초인종을 설치하거나 방문 시간을 제한한다. 충북 충주시 D유치원은 등·하원 시간에만 출입문을 개방한다는 통지문을 학부모에게 보냈다. 현관에는 교무실로 연결되는 초인종을 추가 설치했다. 외부인은 신분증을 확인하고 방문증을 발급해 달게 했다. 엄마들 중심의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사흘째 직접 애들을 데리고 왔다 갔다 하는데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여름이 되면 문을 매일 열어놓을 텐데 걱정이다’ ‘학교처럼 보안관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등 막연한 불안감을 토로하는 글들이 올라온다. 구로구 F어린이집 원장 이모 씨(48·여)는 “방배초 사건 이후 ‘이상한 사람이 출입할 때 제지할 수 있는 남자 직원이 있느냐’ ‘외부인 출입은 어떻게 관리하느냐’ 같은 문의 전화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신규진 newjin@donga.com·김자현 기자}

연세대 학생들이 ‘미투(#MeToo·나도 당했다)’ 폭로로 성희롱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에 대한 사과와 처벌을 요구하는 ‘포스트잇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제기된 교수의 성희롱 의혹에 대해 학생들이 재차 공론화에 나선 것이다. 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A 교수 연구실 앞에는 200여 개의 미투 포스트잇이 출입문과 그 옆 벽면에 빽빽이 나붙어 있었다. 내용은 “교실은 룸살롱이 아니다” “사과한다고 하셨잖아요” “자수하고 광명 찾자” “나가” 등 해당 교수를 비판한 게 대부분이었다. 지난해 12월 학내에 게시된 대자보에 따르면 A 교수는 지난해 3월 수업 중 여학생들을 강단 앞으로 불러내 자기소개를 하고 이상형을 밝히라고 요구한 뒤 남학생들에게 “마음에 드는 여학생을 골라라”라고 말했다. 또 강의 뒤풀이에서 A 교수가 “술자리에 여자가 없으면 칙칙하다”며 테이블당 여학생을 한 명씩 앉도록 요구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에 대해 A 교수 측은 “여학생 수와 구성하려는 조의 수가 유사해 여학생을 기준으로 조 편성이 진행된 것”이라며 “술자리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총여학생회는 “A 교수가 사과를 약속한 지 1년이 지났지만 학교 본부는 A 교수의 사과 불이행을 방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은 2월 윤리위원회를 열어 A 교수 징계를 인사위원회에 요청하기로 의결했으나 아직 열리지 않았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지난달 31일 독도에서 울릉도로 향하던 대형 여객선 기관실이 침수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경이 긴급 출동해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승객들은 입항할 때까지 4시간 동안 공포에 떨었다. 강원 동해해양경찰서에 따르면 독도를 출발해 울릉도로 가고 있던 668t급 여객선 엘도라도호는 지난달 31일 오후 7시 35분경 울릉도 남동쪽 22km 해상에서 기관실에 바닷물이 유입됐다. 바닷물은 곧 기관실 바닥 60cm 높이까지 차올랐다. 배에는 승객 396명, 승무원 7명 등 403명이 타고 있었다. 승무원들은 즉시 경북운항관리센터에 침수 사실을 신고했고 승객들에게 구명조끼를 모두 입히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해경은 1500t급 경비함과 해경 대원 6명을 현장으로 급파해 배수펌프로 물을 퍼냈다. 엔진과 발전기 상태도 양호해 여객선 운항에는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객선은 해경 경비함의 안전 관리를 받으며 오후 11시 37분경 울릉도 저동항에 입항했다. 침수 원인에 대해 경북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은 1번 기관실 외부 ‘스케그’가 바다에 떠다니던 물체와 충돌해 그 충격으로 기관실 일부가 갈라지면서 바닷물이 들어온 것으로 1일 잠정 결론을 내렸다. 스케그는 배의 키 아래를 지탱하면서 선박 기울기를 완충하는 일종의 날개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법원은 28일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지금 단계에서 구속하면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수행비서였던 김지은 씨(33)를 상급자로서 압박해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혐의가 분명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서울서부지법 곽형섭 영장전담판사는 또 “안 전 지사가 증거 인멸을 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동안 안 전 지사가 일정한 장소에 머물며 검찰 조사에 적극 응한 점을 감안한 결과로 분석된다. 법원은 범죄 사실에 대한 검찰의 소명이 충분하다고 판단할 경우 피의자가 혐의를 부인하면 대부분 구속영장을 발부한다. 하지만 곽 판사는 안 전 지사가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며 혐의를 줄곧 부인했음에도 영장을 기각했다. 죄가 되는지를 두고 안 전 지사와 검찰이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안 전 지사의 혐의 중 핵심인 형법상 피감독자 간음(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에 대해 그동안 엄격한 입증을 요구해왔다. 본보의 판결문 분석 결과 지난해 2월부터 1년간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은 단 9건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8건이 유죄로 인정됐고 7건에 대해 실형이 선고됐다. 법원은 단순한 업무상 상하관계를 위력이 작용하는 상태로 보지 않고 있다. 협박이나 약물을 동원해 피해자를 무력화시키거나 상습적으로 여러 여성과 강제적인 성관계를 맺은 경우만 유죄로 인정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업무상 위력 간음은 입증이 어려워 기소까지 가는 경우가 드물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서부지검은 안 전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연구원 A 씨에 대한 보강 조사를 마친 뒤 안 전 지사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A 씨도 김 씨와 마찬가지로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정황이 확인될 경우 법원에 상습성을 구속 사유로 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신규진 newjin@donga.com·이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