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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언론 정정보도를 의무적으로 신문 1면과 방송 프로그램 시작 때 노출시키고 이를 어길 경우 최대 3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가짜뉴스’에 대한 자의적 판단 논란에 휩싸였던 민주당이 이번에는 자유국가에선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법안으로 언론의 자율성과 편집권을 훼손하려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민주당 허위조작정보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박광온 의원은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최근 매체별로 정정보도문의 위치를 강제하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법(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아무리 사소한 정정보도라도 신문은 1면에, 방송은 보도가 이뤄진 프로그램 시작 시에, 잡지는 본문이 시작하는 첫 페이지에 싣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 법안은 노무현 정부 때 논란 끝에 도입됐던 언론중재법상의 정정보도 청구권을 대폭 확대, 강화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만들어져 2005년 7월 실시된 언론중재법은 정정보도 청구권을 도입하면서 정정보도를 할 경우 ‘동일한 채널, 지면 또는 장소에 동일한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하게 했다. 당시 언론사들은 자체적인 고의나 과실이 없더라도 정정보도 청구권을 인정한 부분에 대해 “언론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반발하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 등을 제기했다. 실제로 미국 등에서는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받는 방식으로 피해를 구제하고 있으며 한국과 같은 정정보도 청구권을 법적으로 제도화하지 않고 있다. 정정보도도 언론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자체적으로 적절한 지면에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치열한 논란 끝에 헌재는 2006년 6월 정정보도 청구권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신문사의 고의나 과실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법적인 조치를 받지 못할 경우 보도가 허위임을 동일한 매체에서 동일한 비중으로 보도 전파하는 것이 적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정보도의 방법도 원래 보도 이상의 부담을 지우고 있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에 발의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동일한 비중’을 넘어 아무리 사소한 오보라도 신문 1면과 방송뉴스 첫 꼭지로 정정보도를 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언론인 출신으로 지상파 보도국장과 앵커를 지낸 박 의원이 언론 자유를 확연하게 제약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한 것을 두고 또 다른 정치적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자유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와 여당에 대한 비판 보도가 쏟아지고 있는데 미리 언론에 겁을 주고 취재활동을 위축시키겠다는 의도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최근 민주당 허위조작정보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가짜뉴스 단속에 앞장서기도 했다. 안재형 변호사는 “지금도 충분한 취재를 했지만 오보를 낸 경우 과실이 없어도 정정보도를 할 수밖에 없는데 더 과한 조치로 인해 언론 자유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언론학회장을 지낸 양승목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사안의 경중을 나누지 않고 일괄적으로 1면에 정정보도를 강제하면 언론의 편집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장원재 peacechaos@donga.com·신규진 기자}
KBS 고위 인사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오늘밤 김제동’ 심의와 관련해 방심위 위원들에게 전화를 했다는 폭로가 나와 부적절한 심의 간섭·청탁 논란이 일고 있다.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26일 성명을 내고 “KBS 고위 인사가 방심위 위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 읍소를 했다고 한다. 이번 사태는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KBS는 무모한 ‘김제동 구하기’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앞서 방심위는 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찬양 인터뷰로 논란이 된 ‘오늘밤…’에 위원 5명 전원 일치로 제작진의 의견 진술 청취를 의결했다. 박 의원은 “올해 5월 최승호 MBC 사장이 세월호 희생자들을 희화화한 장면으로 거센 비판을 받은 ‘전지적 참견 시점’ 심의와 관련해 방심위 위원들에게 항의성 전화를 해 한국당으로부터 부정청탁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고발당했다”며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KBS 공영노동조합도 성명을 통해 “KBS 간부가 ‘오늘밤…’의 이적성, 고무찬양 등과 관련한 심의 건에 잘 봐달라고 청탁한 것으로 추정되는 부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피심의기관인 KBS가 청탁성 발언을 하는 것은 부정청탁과 공무집행방해에 해당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KBS가) 법적 심의를 방해하고 간섭하려고 했다면 국민 앞에 사죄하고 통화 내용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청탁 전화를 한 인물로 지목된 KBS 간부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방심위원과 통화를 한 적은 있지만 ‘오늘밤…’ 심의 건으로 부적절한 내용의 통화를 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채널A 드라마 ‘커피야, 부탁해’에서 웹툰 작가 현우(용준형)를 좋아하는 문하생 슬비 역을 맡은 김민영(28)과 룸메이트 아름으로 호흡을 맞추는 류혜린(34). 이들은 드라마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소문난 ‘절친’이다. 21일 서울 강남에서 만난 두 사람은 사진 촬영 내내 “까르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둘의 인연은 2011년 영화 ‘써니’에서 시작됐다. 칠공주파의 장미(김민영)와 소녀시대파의 일명 ‘쟁반 대가리’(류혜린)로 대립하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류혜린은 “칠공주파는 지금도 주기적으로 모임을 갖는데 소녀시대파라서 낄 수가 없다”고 웃었다. ‘커피야…’는 2013년 tvN 드라마 ‘몬스타’ 이후 함께하는 3번째 작품이다. 둘은 “‘몬스타’에 출연했던 용준형까지, 친분 있는 사람들이 많아 편하게 촬영했다”고 입을 모았다. 극 중 주거니 받거니, ‘케미’를 선보이고 있는 이들은 “코믹 연기가 가장 어렵다”고 말한다. 김민영은 “차태현 선배님이 ‘누군가를 즐겁게 하는 연기가 가장 어렵다’고 했는데 정말 공감이 간다. (혜린) 언니도 코믹 연기를 할 때 손을 떨더라”고 했다. 류혜린도 “나이를 먹으면서 코믹 연기의 하이톤을 내기가 힘들어지고 있다”며 맞장구를 쳤다. 그래도 ‘커피야…’를 통해 함께 장면을 만들어가는 내공이 쌓였다. 류혜린은 “민영이가 나이는 동생이지만 감정 연기를 하는 모습을 보면 연기 수업을 받고 싶을 정도”라고 했다. 몰입한 탓에 NG를 낼 뻔한 적도 많았다. 김민영은 “(혜린) 언니가 잠꼬대를 하면서 찰진 소리가 날 정도로 내 머리를 세게 때렸다. 웃음을 참느라 혼났다”고 웃었다. 자기 연기를 하는 것. 소박하지만 어느덧 9, 10년 차에 접어든 두 배우의 꿈이다. “특정 작품, 배역이라기보단 저를 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감독님을 만나고 싶어요.”(김민영) “지금까지는 외적인 면이 요구되는 캐릭터 연기를 많이 해왔어요. 내면을 드러내는 배역도 한 번쯤 맡고 싶네요.”(류혜린)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제55회 동아연극상에서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극단 동, 남산예술센터)과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프로젝트아일랜드)가 작품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대상 수상작은 나오지 않았다. 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위원장 윤광진)는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24일 최종 심사를 진행했다. 올해 본심에 오른 작품은 21편. 심사위원들은 “올해 연극계 안팎에서 미투 논란 등 이슈가 많아 전반적으로 활동이 침체됐다. 작품에 오롯이 에너지를 쏟기 어려운 분위기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눈에 띄는 연극이 줄었다”고 총평했다. 한편으로는 “젊은 창작자들이 약진한 점은 고무적이다”라고 평가했다. 장강명 작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은 경사진 두 개의 달 위를 표현한 무대에서 배우들이 과거와 현재 미래가 뒤섞인 이야기를 펼치는 독특한 구성의 작품이다. 심사위원들은 “추상적인 소설의 내용이 신체행동 연극을 주로 펼치는 극단 동의 장점과 잘 결합된 수작”이라고 평가했다. 함께 작품상을 받은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는 미국 작가 찰스 부코스키의 소설 ‘발기, 사정, 노출 그리고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현대인의 광기를 발칙한 화법으로 그렸다. 심사위원들은 “소외된 현대인의 모습을 복합적으로 표현하면서도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게 입체감 넘치는 방식으로 잘 전달했다”고 평했다. 연기상은 ‘텍사스 고모’에서 멕시코 아줌마와 소철 할머니 역을 비롯해 ‘운명’에서 인근 여인 갑 역을 맡아 열연한 이수미 씨, 연극 ‘사막 속의 흰개미’에서 주인공 공태식 역을 맡은 강신구 씨에게 돌아갔다. 심사위원들은 “이수미는 작품마다 매번 새로운 질감과 에너지로 배우의 존재감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준다. 강신구는 본인만의 ‘배우 예술’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하는 탁월한 연기를 선사했다”고 평가했다. 새개념연극상은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 감독에게 돌아갔다. 김 감독은 미술과 공연을 결합한 작품을 선보여 연극의 외연을 확대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희곡상은 ‘텍사스 고모’의 윤미현 작가가 받았다. 신인연출상은 ‘율구’(극단 파수꾼)의 이은준 연출가, 무대예술상은 ‘오슬로’(국립극단), ‘돼지우리’(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무대 디자인을 맡은 이태섭 감독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유인촌신인연기상은 1인극 ‘임영준햄릿’에서 햄릿 역을 맡은 임영준 씨와 작품상 수상작인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에서 능청스러우면서도 진지한 연기를 보여준 남동진 씨에게 돌아갔다. 특별상은 도서출판 ‘연극과 인간’의 박성복 대표가 선정됐다. 심사위원들은 “20년 동안 묵묵히 연극 관련 국내외 서적과 희곡집을 대가 없이 출판하는 등 한국 연극을 이끈 보이지 않는 힘이었다”고 평가했다. 시상식은 내년 1월 14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명보아트홀에서 열린다. ▼“하와이 이주史 배경… 역사적 사실의 힘이 연극을 이끈 원동력”▼‘운명’으로 연출상 김낙형 씨“유난히 더웠던 올여름, 뜨거운 열정으로 함께 고생했던 배우와 제작진이 너무 보고 싶습니다.” 연극 ‘운명’으로 제55회 동아연극상 연출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낙형 연출가(48·사진)는 “실험연극이라는 장르적 특성으로 인해 극단 단원들이 힘들었을 텐데 묵묵히 함께 와줘서 고맙다”며 “함께 연극을 하고 있는 동료이자 인생의 반려자인 김성미 배우에게 큰 선물이 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운명’은 국립극단에서 진행하는 근·현대 희곡 시리즈 연극의 9번째 작품이다. 이화학당 출신의 신여성 박메리가 아버지의 일방적인 결정에 의해 하와이에 살고 있는 양길삼과 사진만 본 뒤 결혼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김 연출가는 “구한말 하와이 이주라는 실제로 있었던 사실을 다뤘다”며 “역사적 사실이 갖는 힘이 연극을 이끈 원동력이었다”고 밝혔다. 원작인 윤백남(1888∼1954)의 동명희곡은 20여 페이지에 불과할 정도로 짧다. 김 연출가는 “추가로 사료를 뒤지며 행간을 채웠고, 배우들과 함께 당대 이주민의 삶을 고민해 낸 결과”라며 “현재 대한민국의 화두인 난민, 여성 문제 등과 연결되며 관객들이 동시대성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배우 출신인 김 연출가는 1999년 ‘훼미리 바게뜨’를 통해 작가로 데뷔한 뒤 2001년 ‘별이 쏟아지다’ ‘나의 교실’ 등의 연출을 맡으며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최근 몇 년간 청주대 대학원에서 연극학 석사 과정을 이수하며 충전과 성숙의 시기도 보냈다. 김 연출가는 “올해 3월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 연출부에 참여해 국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대학원 생활이라는 휴지기를 거친 뒤 올해 운 좋게 시기와 조건이 잘 맞아서 좋은 성과를 보여줄 수 있었다”고 밝혔다.유원모 onemore@donga.com·신규진 기자}

21일 서울 성북구의 한 롤러장. 1990년대 인기그룹 ‘듀스’의 ‘나를 돌아봐’가 흘러나오자 30여 명이 환호했다. 이 노래가 나온 1993년에 태어난 김민영 씨(25·여)는 익숙한 듯 팔과 다리를 휘저었다. 김 씨는 “유튜브로 당시 공연을 찾아보면서 춤을 익혔다”며 “옛날 감성을 느낄 공간을 찾다 보니 일주일에 한 번씩 이곳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추억팔이’로 소비되던 복고문화가 최근 10대와 20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했던 복고 열풍과는 다르다. 경험하지 못한 옛것에 열광하는 청년들이라는 점에서 ‘뉴트로(New-Tro·새로움과 레트로를 합친 신조어)’ ‘영트로(Young-Tro)’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1970, 80년대를 주름잡던 롤러장은 1990년대 사라졌다 지난해부터 젊은이들에게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청남방에 청바지 등 ‘청청패션’이나 교련복을 입고 오는 손님들도 적지 않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복고 콘셉트로 롤러장 인증사진을 올리는 문화도 자리 잡았다. 이날 롤러장을 찾은 김민지 씨(22·여)는 “복고 의상의 ‘성지’인 광장시장에서는 영화 ‘써니’ 사진을 붙여놓고 청바지 등을 팔고 있다”고 했다. 음악영화로 국내 최다인 830만 명을 동원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흥행도 청년층의 영향이 컸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관람객 가운데 20, 30대 비중은 60%에 육박한다. ‘싱얼롱’(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 문화에 대한 반응도 폭발적이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2002년 월드컵처럼 세대를 초월해 카타르시스를 느낄 만한 사회적 이벤트가 없었다”며 “무한 경쟁에 익숙한 젊은층이 극장에서 ‘싱얼롱’을 하고 함께 어울리는 경험이 새로웠던 것”이라고 말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을 비롯해 비트 중심의 음악을 향유했던 젊은이들에게 멜로디가 강하고 중독성 있는 퀸의 노래가 신선하게 다가갔을 것”이라고 했다. 옛것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은 개화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구한말 콘셉트 사진으로 지난해 문을 연 대구의 산격동사진관은 1년 만에 서울과 부산에 진출했다. 노웅희 대표는 “복고 의상을 대여해 주다 보니 호기심 많은 청년들이 주로 사진관을 찾는다”며 “개화기 의상은 전통 한복과 다르게 남성 고객들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남성은 깔끔한 스리피스 슈트에 붉은 계열의 넥타이를 매고, 여성은 프릴 장식이 달린 붉은 드레스를 입고 사진을 찍는다. 서울 종로구 익선동은 그야말로 옛것의 향연이다. 22일 ‘최신 게임 없음’ ‘16비트 컬러’ 등이 써 붙여진 ‘콤콤오락실’에서 10여 명의 젊은이가 테트리스, 뿌요뿌요 등 고전게임에 몰두하고 있었다. 김종민 씨(20)는 “그래픽 좋은 요즘 게임들보다 흥미롭다”며 “‘슈퍼컴보이’를 집에 놓고 친구들과 게임을 하는 것도 취미가 됐다”고 했다. 익선동 ‘만홧가게’에서는 추억의 만화 월간지 ‘챔프’, ‘윙크’가 인기다. ‘엉클비디오타운’에서는 개봉된 지 5년 이상 된 영화를 빔프로젝터로 상영한다. 라면땅과 핫도그 같은 추억의 간식을 먹으러 이곳을 찾는 청년들도 적지 않다. 낡은 옛 건축물도 ‘힙’한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종로구 서대문여관과 보안여관은 30년이 넘은 여관 건물의 외관은 그대로 유지한 채 내부를 전시회장, 게스트하우스로 꾸몄다. 부티크 호텔로 변신한 종로구 여관 ‘낙원장’에 묵은 이정미 씨(24·여)는 “요즘 호텔에 비해 낡고 허름하지만 객실에 LP 플레이어가 있어 옛날 느낌이 물씬 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했다. 트렌드 분석가인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은 “기성세대는 복고에서 추억을 떠올리지만 젊은 세대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움’에 열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규진 newjin@donga.com·조종엽 기자}

방송인 이영자(50·사진)가 여성으로는 처음 KBS 연예대상을 수상했다. 지상파 방송사 연예대상 여성 연예인 수상자로는 박경림(MBC·2001년), 이효리(SBS·2009년)에 이어 세 번째다. 이 씨는 “‘안녕하세요’에서 부끄러울 수 있는데도 마음속 이야기를 해준 고민의 주인공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21일 서울 성북구의 한 롤러장. 1990년대 인기그룹 ‘듀스’의 ‘나를 돌아봐’가 흘러나오자 30여 명이 환호했다. 이 노래가 나온 1993년에 태어난 김민영 씨(25·여)는 익숙한 듯 팔과 다리를 휘저었다. 김 씨는 “유튜브로 당시 공연을 찾아보면서 춤을 익혔다”며 “옛날 감성을 느낄 공간을 찾다보니 일주일에 한 번씩 이곳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추억팔이’로 소비되던 복고문화가 최근 10대와 2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했던 복고 열풍과는 다르다. 경험하지 못한 옛 것에 열광하는 청년들이라는 점에서 ‘뉴트로(New-Tro·새로움과 레트로를 합친 신조어)’ ‘영트로(Young-Tro)’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1970, 80년대를 주름잡던 롤러장은 1990년대 사라졌다 지난해부터 젊은이들에게 ‘핫’한 공간이 됐다. 청남방에 청바지 등 ‘청청패션’이나 교련복을 입고 오는 손님들도 적지 않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복고 컨셉으로 롤러장 인증사진을 올리는 문화도 자리 잡았다. 이날 롤러장을 찾은 김민지 씨(22·여)는 “복고 의상의 ‘성지’인 광장시장에는 영화 ‘써니’ 사진들을 붙여놓고 청바지 등을 팔고 있다”고 했다. 음악영화로 국내 최대인 830만 명을 동원한 영화 ‘보헤미안 렙소디’의 흥행도 청년층의 영향이 컸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관람객 가운데 20·30대 비중은 60%에 육박한다. ‘싱어롱(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 문화에 대한 반응도 폭발적이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2002년 월드컵처럼 세대를 초월해 카타르시스를 느낄 만한 사회적 이벤트가 없었다”며 “무한 경쟁에 익숙한 젊은층이 극장에서 ‘싱어롱’을 하고 함께 어울리는 경험이 새로웠던 것”이라고 말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을 비롯해 비트 중심의 음악을 향유했던 젊은이들에게 멜로디가 강하고 중독성 있는 퀸의 노래가 신선하게 다가갔을 것”이라고 했다. 옛 것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은 개화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구한말 컨셉트 사진으로 지난해 문을 연 대구의 산격동사진관은 1년 만에 서울과 부산에 진출했다. 노웅희 대표는 “복고 의상을 대여해주다보니 호기심 많은 청년들이 주로 사진관을 찾는다”며 “개화기 의상은 전통한복과 다르게 남성 고객들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남성은 깔끔한 쓰리피스 슈트에 붉은 계열의 넥타이를 매고, 여성은 프릴 장식이 달린 붉은 드레스를 입고 사진을 찍는다. 종로구 익선동은 그야말로 옛 것의 향연이다. 22일 ‘최신게임없음’ ‘16비트칼라’ 등이 써 붙여진 ‘콤콤오락실’에서 10여 명의 젊은이들이 테트리스, 뿌요뿌요 등 고전게임에 몰두하고 있었다. 김종민 씨(20)는 “그래픽 좋은 요즘 게임들보다 흥미롭다”며 “‘슈퍼컴보이’를 집에 놓고 친구들과 게임을 하는 것도 취미가 됐다”고 했다. ‘만홧가게’에서는 추억의 만화 월간지 ‘챔프’, ‘윙크’가 인기다. ‘엉클비디오타운’에서는 개봉된 지 5년 이상 된 영화를 빔프로젝터로 상영한다. 라면땅과 핫도그 같은 추억의 간식을 먹으러 이곳을 찾는 청년들도 적지 않다. 낡은 옛 건축물도 ‘힙’한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종로구 서대문여관과 보안여관은 30년이 넘은 여관 건물의 외관은 그대로 유지한 채 내부를 전시회장, 게스트하우스로 꾸몄다. 부티크 호텔로 변신한 종로구 여관 ‘낙원장’에 묵은 이정미 씨(24·여)는 “요즘 호텔에 비해 낡고 허름하지만 객실에 LP 플레이어가 있어 옛날 느낌이 물씬 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했다. 트렌드 분석가인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은 “기성세대는 복고에서 추억을 떠올리지만 젊은 세대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움’에 열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규진기자 newjin@donga.com조종엽기자 jjj@donga.com}

구제역이 전국을 뒤덮었던 2010년 겨울, ‘돈가스 마니아’였던 이 책의 저자이자 영화감독 황윤은 살아있는 돼지를 찾아 길을 나선다. 좁은 틀에 갇혀 각종 약물을 투여받고, 평생 임신과 분만을 반복하며 도축되는 돼지들. 그가 본 ‘공장식’ 축산 과정은 참혹했다. 2015년 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는 우리가 먹는 고기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영화가 잡식가족이 돼지가족을 만났을 때 벌어지는 딜레마에 관한 이야기라면 책은 이 딜레마를 풀기 위한 고민, 답을 찾아가는 과정 등을 담았다. 저자는 영화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했던 전후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무엇을 먹느냐’는 오랜 세월 권력의 문제였고 또한 취향의 문제였는지 모르지만, 어느 순간 윤리와 정의의 문제가 되었고, 이제는 절박한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사람의 식자재가 되기 위해 처참한 환경에서 고통스럽게 살다가 도축당하는 동물 때문만은 아니다. 지나친 육식에서 비롯된 낙농산업은 교통수단에서 배출되는 것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내보내고 있다.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등 전염병은 사회 질서를 위협한다. 이런 축산업을 지원하는 정부 정책 역시 육식 위주의 삶을 부추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먹어야 할까. 저자는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축산물, 소규모 농장의 고기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더불어 육식의 대안인 채식의 이로움과 즐거움을 설파한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뮤지컬 음악 거장 실베스터 르베이(73)에게 1988년은 잊을 수 없는 해다. 독일의 작사가 겸 작가이자 작업 파트너인 미하엘 쿤체(74)가 뮤지컬 ‘엘리자벳’ 협업을 제안한 것. 헝가리 출신인 르베이는 당시 팝송과 영화음악으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영화음악 제작을 함께했고 팝송(실버 컨벤션의 ‘Fly Robin Fly’)으로 1976년 그래미 어워즈도 수상했다. 르베이는 “경력의 전환점인 ‘엘리자벳’ 이후 뮤지컬 음악 창작자로서의 삶이 시작됐다”고 했다.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13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세미나 ‘콘텐츠 인사이트’에 참석한 그를 만났다. 르베이는 “(작곡할 때) 관객의 흥미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성공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곡을 쓰기 전 등장인물에게 감정이입을 하기 위해 애쓴다. 그래서 극 순서를 따르지 않고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무작위로 곡을 만든다. 그는 “황후 엘리자벳의 관점에서 궁전에 갇힌 기분을 상상하다 ‘나는 나만의 것’ 넘버의 영감이 떠올랐다”고 했다. 실존했던 오스트리아 황후 엘리자벳의 일생을 그린 ‘엘리자벳’(1992년)은 빼어난 외모를 지녔지만 황실 생활에 답답함을 느끼며 계속 죽음의 유혹을 받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자유를 갈망하며 엘리자벳이 부르는 ‘나는…’은 여성들에게서 큰 사랑을 받는 곡이다. 특히 결혼한 여성들은 폭발적인 환호를 보낸다. 그는 “결혼생활이 불행하다고 느낀 여성들이 황후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위안을 얻는 것 같다”며 웃었다. 천재적 재능에 자유분방한 영혼을 지녔지만 불우한 가정환경과 후원하는 권력자의 거만함에 짓눌린 모차르트를 그린 ‘모차르트!’(1999년)는 ‘엘리자벳’의 성공으로 적잖은 부담을 느끼며 만든 작품이다. 그는 곡을 쓰기 위해 모차르트 무덤과 잘츠부르크 생가 등을 방문했다. 그 결과 클래식한 음악부터 록, 재즈를 넘나드는 서정적이고 처절한 넘버들이 대비를 이루며 모차르트의 복잡한 마음을 절묘하게 묘사해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르베이는 “발로 뛸 때 좋은 영감이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며 “현장에서 느낀 분위기들을 곡에 잘 반영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강렬한 넘버는 그의 트레이드마크. ‘레베카’(2006년)에서 광기 어린 댄버스 부인이 죽은 레베카에게 집착하며 절규하듯 부르는 ‘레베카’ 넘버는 압권이라는 평이다. 르베이는 “한국 배우들은 노래 솜씨가 특출나다”고 했다. 그는 ‘엘리자벳’에서 엘리자벳 역을 맡았던 옥주현과 토드(죽음) 역을 소화한 박효신 등 배우들의 이름을 빠짐없이 기억했다. 전날에는 블루스퀘어에서 공연 중인 ‘엘리자벳’의 김준수를 만나 “감정선, 드라마 모두 업그레이드 된 토드를 만났다. 내 음악을 완성시켜주는 캐릭터를 잘 표현해 줘 고맙다”고 인사했다. “한국 관객들의 반응은 굉장해요. 그 뜨거운 에너지에 저도 좋은 기운을 한가득 받는 느낌이에요.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관객들을 위한 작품을 만들고, 언젠가는 오페라도 쓰고 싶습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아마 당신은 평생 모를 거야. 이제 당신 필요 없어. 완전 개운하다.” 직장인 민모 씨(38·여)는 최근 자신의 다이어리에 이 글귀를 적어놓고 심적인 위안을 얻었다. 이 문구는 지난달 종영한 KBS 드라마 ‘최고의 이혼’에 나왔던 대사다. 실은 3년 전 이혼의 고통을 겪었던 민 씨는 뭔가 우군이 생긴 기분이었다고. 그는 “예전 드라마에선 이혼녀를 부정적으로 그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요샌 이혼을 다룬 드라마도 많고 조금은 긍정적으로 봐주는 것 같다”고 했다. 최근 안방극장에선 이혼을 소재로 다룬 콘텐츠가 부쩍 늘었다. 드라마, 예능 등 분야도 다양하다. 뭣보다 ‘사랑과 전쟁’처럼 치정으로 얼룩진 자극적 소재로 쓰기보단 아픔을 겪었더라도 잘 극복하고 자아를 찾는 ‘또 하나의 삶’으로 묘사하는 점이 크게 달라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재 방영 중인 tvN 드라마 ‘남자친구’다. 여주인공 수현(송혜교)은 요즘 이혼녀들의 ‘워너비’로 불린다. 미모와 재력, ‘썸’을 타는 연하까지 모자람이 없다. 수현에게 이혼은 정치인의 딸이자 재벌가 며느리로 꽉 막힌 삶을 살아온 그에게 해방구 역할을 했다. 누구의 아내, 딸이 아닌 오롯이 자기 자신의 인생을 산다. ‘직진남’ 진혁(박보검) 덕분에 어두웠던 성격마저 변해간다. 실제로 이 드라마는 40대 여성에게 무척 인기가 높다. 타깃 시청률이 10∼13% 정도다. 특히 이혼 남녀가 모인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이혼한 사람만 만나야 한다는 선입견이 드라마를 보며 깨지고 있다” “TV가 본격적으로 연하 남친을 만나는 이혼녀들의 현실을 다뤘다” 등 반응이 올라왔다. 결혼정보회사 비에나래의 손동규 대표는 “요즘은 중년 남성이 미혼 여성을 찾는 문의보다 중년 여성이 미혼 남성을 찾는 문의가 많다. 상담하는 여성들이 그런 관계를 다룬 드라마를 자주 언급하는 것도 인상적”이라고 했다. 전남편을 저주하거나 시댁에 복수하는 ‘아내의 유혹’ 식 클리셰도 이젠 옛날 얘기다. 이혼은 그저 캐릭터의 성격을 보여주는 장치로 나오기도 해, 굳이 왜 그런 설정을 넣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지난달 말부터 방영한 MBC 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에서는 교통사고로 괴로워하던 차우경(김선아)에게 이혼은 스쳐 가는 하나의 시련일 뿐이다. tvN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 두 번의 이혼을 겪었다는 건 진우(현빈)의 냉소적인 성격을 드러내는 수단에 그친다. 자극적인 면을 거둬낸 대신 디테일을 살린 점이 눈에 띈다. 지난달 종영한 ‘최고의 이혼’은 이혼 과정을 그린 2018년판 ‘사랑과 전쟁’이지만 훨씬 세련된 방식을 택했다. “불륜이 없어도 일상의 엇나감이 쌓여 멀어지는 이별의 과정이 잘 담겼다”는 평이 많았다. 이혼서류가 가장 ‘실사’에 가깝다는 얘기마저 나왔다. 10월 종영한 SBS 예능프로그램 ‘무확행’은 서로의 상처를 공유하고 위로하는 이혼남 4명이 출연하기도 했다. 개그맨 김준호의 “아직 마음이 따갑지만, 이혼은 아름다운 추억”이라는 말도 화제가 됐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이젠 이혼이란 소재가 금기를 넘어 일상의 소재로 쓰임이 다양해지고 있다”며 “특히 드라마에서 주된 서사가 아닌 ‘양념’으로 쓰이는 건 그만큼 이혼에 대한 시청자 인식이 변화했음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케이팝은 멋있는 법을 아는 음악장르예요. 방탄소년단(BTS)과도 같이 작업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세계적인 DJ 스티브 아오키(41·사진)가 또다시 한국을 찾았다. 16일 새벽 인천 중구 클럽 ‘크로마’에서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케이크를 들자 1000여 명의 관객이 환호했다. 아오키는 ‘CAKE ME’ 피켓을 든 이들에게 케이크를 던지고 샴페인을 뿌려댔다. 관객들은 개의치 않고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에 몸을 흔들었다. 올해 두 번째로 내한한 아오키를 공연 직전 만났다. 그는 한국과의 인연이 여러모로 깊다. 특히 “(케이팝의) 다양한 시도를 보면서 영감을 얻는다”고. 10월에는 방탄소년단이 참여한 신곡 ‘Waste It On Me’도 공개했다. ‘MIC Drop’ ‘전하지 못한 진심’에 이어 방탄소년단과 세 번째 협업이다. 아오키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DJ 가운데 한 사람이다. 세계를 돌며 연간 200회 이상 공연을 한다. 2015년 성대낭종 수술도 받았지만 여전히 원기왕성하다. 가장 긴 관객 환호 시간, 가장 많은 투어를 돈 아티스트 등 기네스 기록만 5개. 그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제목이자 록그룹 본조비의 노래 ‘아이 윌 슬립 웬 아임 데드(잠은 죽어서나)’가 좌우명이다. 일본계 미국인인 그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DJ로 기억되길 원한다. 그는 “아시아계 문화인의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BTS도 그런 인물들”이라고 했다. 그는 바쁜 일정에도 비행기에서 엄청나게 책을 읽는다고. 아오키는 “최근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호모데우스’에 빠져 있다”며 웃었다. 아오키는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한 노력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일본 프로레슬러이자 미국 레스토랑 사업가인 로키 아오키는 ‘아메리칸드림’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는 2008년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평생의 롤 모델”이라며 “칭찬보다 항상 더 노력해야 한다고 충고했던 분”이라고 말했다. “성공에 냉정했던 아버지를 통해 비판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어요. 그래도 아버지가 지금의 저를 본다면 칭찬하고 인정해 주시지 않을까요.”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국민의 60%가 반대하는 지상파 방송 중간광고를 도입하는 건 국민 여론에 맞서겠다는 것인가.” 한국신문협회(회장 이병규)가 17일 긴급 회장단 회의를 열고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에게 보내는 5개 항목의 공개질의서를 채택했다. 방통위가 12일 지상파 방송 중간광고 도입을 골자로 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데 대해 협회 차원에서 적극 대응에 나선 것이다. 신문협회 52개 회원사 발행인 연명으로 발표한 이 질의서는 모든 회원사의 동의를 거쳤다. 이날 신문협회는 “정책 변경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은 시청자의 권리와 이익”이라며 “국민의 60%가 지상파 방송의 중간광고를 반대하는 상황에서 여론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공개질의서에는 또 △방송에는 특혜를 주고 신문 등 타 매체는 존립 기반마저 위협하는 미디어 ‘부익부 빈익빈’을 재촉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지상파 방송사가 약속한 경영 자구노력을 먼저 이행한 뒤 중간광고를 허용해야 하는 것 아닌지 △지상파 방송에 대한 방통위의 특혜 조치가 계속되지만 실제 경영이 개선됐는지 △저널리즘 및 미디어 정책의 전반을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 등 부처 간 협의를 거쳤는지 등의 질문들이 담겼다. 지난해 협회의 조사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 중간광고가 도입되면 지상파 방송사들은 해마다 1114억∼1117억 원의 광고수익이 늘어나지만 신문업계 광고비는 해마다 201억∼206억 원이 줄어든다. 잡지, 케이블TV 등 타 매체 광고비도 176억∼183억 원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이론물리학자 제프리 웨스트의 ‘스케일’(김영사)이 11위(4표)에 선정돼 아쉽게도 ‘올해의 책’ 10권에는 들지 못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생물계와 사회 시스템이 모두 ‘규모 증감의 법칙’을 따른다고 주장한다. 권은희 까치글방 편집팀장은 “가장 작은 규모의 세포에서 거대한 기업까지 생물학을 넘어 세상을 움직이는 보편 법칙을 탁월하게 추적하는 책”이라고 평가했다. “‘우리는 왜 도시에 사는가’에 대한 놀라운 통찰이 담겼다”(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는 평도 나왔다. 공동 12위에 오른 4권은 나란히 3표를 받았다. 1급 지체장애인인 김원영 변호사의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사계절)을 추천한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저자의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인간 존엄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책”이라고 했다. 황서현 휴머니스트 주간은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마지막’ 변론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이 책을 평가했다. 백선희 번역가는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의 신작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김영사)을 꼽으며 “‘사피엔스’로 인류의 과거를, ‘호모데우스’로 인류의 미래를 탐색한 그가 인류의 현재에 던지는 더없이 명철한 진단”이라고 했다. 김희경 작가의 ‘이상한 정상 가족’(동아시아)은 “국가, 사회가 인정하고 보호하는, ‘정상’의 기준을 흔든 책”(김수진 푸른숲 부사장)이라는 평을 받았다. 한승태 작가가 양계장, 도축장 등에서 일하면서 쓴 ‘고기로 태어나서’(시대의창)는 “경험과 인식이 드러난 글쓰기의 전형을 보여준다. 책이 삶을 바꿀 수 있다는 힘을 느꼈다”(여태훈 진주문고 대표)는 지지를 받았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한국 르포르타주의 가능성을 열어준 책”이라고 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언젠가는 아픔이란 게 아예 없는 세상이 올까요. 출판인, 학자, 문화예술인 등 45명에게 ‘2018년 올해의 책’을 5권씩 꼽아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한번이라도 추천된 책은 모두 119권. 그 가운데 상위 10권을 ‘올해의 책’으로 꼽아보니 우리 사회의 여러 아픔들에 관한 책이 6권이나 됩니다. 저자와 독자, 출판이 세상의 고통을 직시하고 있다는 뜻일 테지요. 분주한 연말 독자의 책 선택에 도움이 되길, 모두가 조금은 덜 아픈 새해를 맞기를 바라며 ‘올해의 책’을 소개합니다. ■ 골든아워이국종 지음·1권 438쪽, 2권 388쪽·흐름출판“책의 힘을 보여준 올해의 문제작”(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은 ‘골든아워’(전 2권)였다. 선정위원의 절반에 가까운 20명이 ‘올해의 책’으로 추천해 압도적으로 많은 선택을 받았다.이 책은 대한민국의 낙후한 중증외상 의료 현실에 대한 보고서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권역외상센터장)가 2002년 외상외과에 발을 들인 뒤 올 상반기까지 17년 동안의 진료, 수술 기록과 기억을 바탕으로 사선에서 싸우는 환자와 의사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진정성 가득한 글의 핍진성이 독자를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한 개인의 분투와 사회 현실을 갈마들며 소설 같은 논픽션 수작(秀作)이 탄생했다”고 추천 사유를 밝혔다. 고세규 김영사 대표는 “치열하고 고귀한 현장의 분투가 날것 그대로 담겼다”고 말했다. 이 같은 찬사는 우리나라에 국제 표준 중증외상 치료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한 저자의 고투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책의 인기에 한국사회의 그늘을 지켜온 한 의사와 외상외과 팀에 대한 응원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의료 현실 문제제기를 넘어 삶과 사회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기에 더 큰 울림을 갖는다고 선정위원들은 입을 모았다. “외상외과 뿐 아니라 우리 사회와 삶의 모습을 오버랩하고 있다”(이치억 선임연구원), “한국 사회의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김소영 문학동네 편집장), “지켜야 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최선을 다해 읽어야 하는 책”(김영건 속초 동아서점 운영자), “세상의 변화를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온몸으로 알려 준다”(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는 평가다. 박상준 민음사 대표는 “이름 없는 사람들의 분투가 명확하고 담담한 문장으로 담겨있음이 놀랍다”며 “이 책은 기록을 넘어 문학이 되고, 메시지가 되고, 우리에게 필요한 정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 역사의 역사유시민 지음·340쪽·돌베개 경제학도, 정치가, 지식소매상에서 최근에는 방송인으로도 활동하는 유시민 작가의 책이다. 동서양의 역사가 16인과 그들이 쓴 역사서 18권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이치억 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역사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문헌이라는 구슬을 작가의 일관된 시각이라는 실로 꿰고 있는 책”이라며 추천했다. 송영석 해냄 대표는 “역사적으로 꼭 읽어봐야 할 역사책의 장단점을 꼼꼼하게 짚었다”고 했다. “역사란 무엇이고, 왜 역사책을 읽어야 하며,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의 대답은 이 책에 모두 담겨 있다.” (김기중 더숲 대표) ■ 말이 칼이 될 때홍성수 지음·264쪽·어크로스 “혐오표현에 대한 사회적 성찰을 불러일으켰다.”(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한국 사회의 혐오 표현에 대한 문제를 파고든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의 책이다. 강성민 글항아리 대표는 “저자 자신이 남성으로서 예민한 의식을 갖지 못하다가, 왜 조그만 혐오표현이라도 문제가 되는지 점점 자각하는 과정을 잘 밝혔다”며 추천했다. 김수진 푸른숲 부사장은 “한국에 사는 우리가 도달한 혐오 표현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기준으로 인정할 만 하다”는 호평했다. 오제연 성균관대 교수는 “혐오의 연쇄를 끊어내는 실천의 모색을 가능하게 해 준다”고 했다. ■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신형철 지음·428쪽·한겨레출판사 “이 시대 글을 읽고 쓰는 까닭에 대한 곡진한 질문”(김수한 돌베개 편집주간) 문학평론가의 산문집이다. 문학 작품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여러 사회적 이슈에 대한 시선을 담은 글을 묶었다. 염종선 창비 이사는 “많은 슬픔은 막연하고 애매한 감성의 영역이 아님을 알려 준다”,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는 “감성적인 언어가 일반 독자들도 비평의 세계에 몰입하도록 안내한다”고 평했다. “천천히 집중해서 읽어야만 하는 책을 기꺼이 선택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하게 해줬다.”(김수진 푸른숲 부사장) ■ 어디서 살 것인가유현준 지음·380쪽·을유문화사 도시와 건축을 인문학적으로 다룬 건축가의 책. “우리가 살아가야 할 공간에 대한 혜안이 담겼다”(이구용 KL매니지먼트 대표), “도시의 경관이 아니라 기능과 가능성에 주목한 책”(권은희 까치글방 편집팀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주연선 은행나무 대표는 “행복한 삶으로 이끄는 공간과 건축에 대한 상상을 손에 잡힐 듯 구체적인 언어로 보여 준다”면서 “의미 있는 공간에 대한 감각을 확장했다”고 추천 사유를 밝혔다. “부동산하면 재테크가 떠오르는 요즘 세상에 ‘집이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이 신선하다”(박영규 교보문고 대표). ■ 당신이 옳다정혜신 지음·316쪽·해냄출판사 “태풍과 쓰나미가 지구의 병이 아니듯이 우울과 무력감은 삶의 보편적인 바탕색일 뿐이다.” 염종선 창비 이사가 책을 읽고 느낀 점을 담아 밝힌 추천 사유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트라우마를 입은 피해자들을 상담했던 정신과 의사가 사람의 마음에 대한 통찰과 치유의 길을 담은 책이다. 김기중 더숲 대표는 “몸과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위로하는 강력한 치유제”라고 평가했다. “정혜신의 눈 맞춤과 포옹을 경험하면 나도 타인에게 그런 사람이고 싶어진다. 그 단단한 내공을 전하는 이 책은 우리 사회의 산소호흡기다.”(황서현 휴머니스트 주간) ■ 경애의 마음김금희 지음·356쪽·창비 소설로는 유일하게 ‘올해의 책’에 올랐다. 저자의 첫 장편소설로 추천 사유가 강렬하다. 박상준 민음사 대표는 “젊은 작가에게서 가장 전통적인 방식으로 탄생한 가장 새로운 장편소설”이라며 “독자로 하여금 한국 소설의 저력을 다시 한번 신뢰하게 만들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도 “새로운 세대의 문학을 피부로 느끼게 한 작품으로 우리 시대의 아픔과 부서진 마음을 바느질 자국이 느껴지지 않는 능숙한 솜씨로 깊게 표현한 올해의 수작”이라고 했다.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를 확인하게 해준다. 마음은 무슨 일을 하는가?”(김수진 푸른숲 부사장) ■ 열두 발자국정재승 지음·400쪽·어크로스 “자기계발서 같은, 뇌 과학자의 유쾌 발랄 상큼한 강연.”(강맑실 사계절 대표) ‘뇌’의 관점에서 인간의 본질을 탐구했다. 인공지능(AI)이 화두인 시대에 “오늘의 독자들이 목말라하는 지식이 무엇인지 잘 보여줬다”(황서현 휴머니스트 주간)는 평가다. 뭣보다 ‘술술 읽힌다’는 게 강점으로 꼽혔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더 나은 삶, 오지 않은 세상을 탐구한 명 강의를 정리해 쉽고 깊이 있게 읽힌다”고,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은 “과학교양과 미래사회에 대한 성찰을 대중 눈높이에 맞게 잘 만든 교양서”라고 추천 사유를 밝혔다. ■ 검사내전김웅 지음·384쪽·부키 “현직 검사이면서도 검찰과 검사의 세계를 치우침 없이 솔직하고 흥미롭게 서술했다.”(표정훈 출판평론가) 18년간 검사로 일한 자칭 ‘생활형 검사’가 차진 글 솜씨를 발휘했다. “정치색을 드러내지 않고도 자신의 분야에서 한국사회의 민낯을 이리 두텁게 묘사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박혜숙 푸른역사 대표)인데도 “대표적 권력집단의 하나인 검사의 세계를 실상에 근접해 이해하도록 안내한다”(안대회 성균관대 교수). 유정연 흐름출판 대표는 “재미가 있을 뿐 아니라 진지한 사유로 사회의 그늘진 풍경에 대한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를 들려준다”면서 추천했다. ■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백세희 지음·208쪽·흔 독립출판물이 출판시장에서도 폭발적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책이다. 저자가 자신의 기분부전장애 치료기를 담았다. “전문가인 의사의 이야기보다 실제 환자의 치료 후기에 더 깊이 독자들이 공감했다는 점”(김형보 어크로스 대표)이 특징. 고세규 김영사 대표는 “우리 내면의 어두운 면을 솔직하게 포착했다”며, 강인욱 경희대 교수는 “겉으로는 밝지만 숨 막히는 경쟁을 겪어 온 20대의 진솔한 속마음을 느꼈다”며 추천했다. “정신과 치료를 알려도 되는 일로 만든 것만으로도 많은 이에게 힘이 됐다”(김수진 대표)는 평도 나왔다. ▼‘올해의 책’에 아쉽게 선정되지 못 한 책▼ 이론물리학자 제프리 웨스트의 ‘스케일’(김영사)이 11위(4표)에 선정돼 아쉽게도 ‘올해의 책’ 10권에는 들지 못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생물계와 사회 시스템이 모두 ‘규모 증감의 법칙’을 따른다고 주장한다. 권은희 까치글방 대표는 “가장 작은 규모의 세포에서 거대한 기업까지 생물학을 넘어 세상을 움직이는 보편 법칙을 탁월하게 추적하는 책”이라고 평가했다. “‘우리는 왜 도시에 사는가’에 대한 놀라운 통찰이 담겼다”(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는 평도 나왔다. 공동 12위에 오른 4권은 나란히 3표를 받았다. 1급 지체장애인인 김원영 변호사의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사계절)을 추천한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저자의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인간 존엄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책”이라고 했다. 황서현 휴머니스트 주간은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마지막’ 변론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이 책을 평가했다. 백선희 번역가는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의 신작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김영사)을 꼽으며 “‘사피엔스’로 인류의 과거를, ‘호모데우스’로 인류의 미래를 탐색한 그가 인류의 현재에 던지는 더없이 명철한 진단”이라고 했다. 김희경 작가의 ‘이상한 정상 가족’(동아시아)은 “국가, 사회가 인정하고 보호하는, ‘정상’의 기준을 흔든 책”(김수진 푸른숲 부사장)이라는 평을 받았다. 한승태 작가가 양계장, 도축장 등에서 일하면서 쓴 ‘고기로 태어나서’(시대의창)는 “경험과 인식이 드러난 글쓰기의 전형을 보여준다. 책이 삶을 바꿀 수 있다는 힘을 느꼈다”(여태훈 진주문고 대표)는 지지를 받았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한국 르포르타주의 가능성을 열어준 책”이라고 했다. ▼올해의 책 선정위원(가나다순·45명)▼강맑실(사계절 대표) 강성민(글항아리 대표) 강인욱(경희대 사학과 교수) 고세규(김영사 대표) 권은희(까치글방 편집팀장) 김기중(더숲 대표) 김보통(만화가) 김소영(문학동네 편집장) 김수진(푸른숲 부사장) 김수한(돌베개 편집주간) 김영건(속초 동아서점 운영자) 김영준(열린책들 주간) 김형보(어크로스 대표) 박상준(민음사 대표) 박영규(교보문고 대표) 박윤우(부키 대표) 박혜숙(푸른역사 대표) 백선희(번역가) 백원근(책과사회연구소 대표) 서현(한양대 건축학부 교수) 송영석(해냄 대표) 안대회(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 여태훈(진주문고 대표) 염종선(창비 이사) 오제연(성균관대 사학과 교수) 유정연(흐름출판 대표) 윤양미(산처럼 대표) 윤철호(출협 회장) 이광호(문학과지성사 대표) 이구용(KL매니지먼트 대표) 이로(유어마인드 대표) 이상욱(한양대 철학과 교수) 이수은(스윙밴드 대표) 이정모(서울시립과학관장) 이치억(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 선임연구원) 장은수(편집문화실험실 대표) 정병설(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정상준(을유문화사 편집주간) 정은숙(마음산책 대표) 정재승(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주연선(은행나무 대표) 표정훈(출판평론가) 한기호(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한성봉(동아시아 대표) 황서현(휴머니스트 주간) 조종엽기자 jjj@donga.com유원모기자 onemore@donga.com신규진기자 newjin@donga.com}

이영자가 먹고 김태리가 ‘러브’했다. ‘먹방’과 ‘관찰예능’은 대세 자리를 지켰고, tvN ‘미스터 션샤인’을 필두로 비지상파 드라마의 강세도 굳어졌다. 동아일보는 방송계 PD, 작가, 외주제작사 관계자, 평론가 등 24명에게 설문을 받아 2018년 방송계를 돌아봤다.○ 예능 강자로 떠오른 여성들 이영자가 먹으면 먹방도 새로워진다. 올해 최고 예능인(10표)으로 선정된 그는 MBC ‘전지적 참견 시점’, Olive ‘밥블레스유’ 등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소박한 음식도 신선한 평으로 격을 높였다. ‘혀믈리에’라는 별명도 얻었다. 특히 매니저 송성호 씨와 출연한 ‘전지적…’에서 ‘소떡소떡’ 등 그가 먹는 음식들이 휴게소에서 대박이 났다. 박나래도 올해 최고의 강자로 거듭났다. MBC ‘나 혼자 산다’ 등 올해 10편의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예능의 판도를 흔들었다.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 등 기존 예능 강자들을 순위권 밖으로 밀어냈다. 김헌식 동아방송대 교수는 “(박나래는) 생활 밀착형 예능 프로그램에 가장 적합한 캐릭터”라고 했다. 일반인의 ‘썸’을 다룬 채널A ‘하트시그널2’는 지난해보다 마니아층을 넓히며 시즌1의 흥행을 이어갔다. 400만 건 이상의 온라인 영상 클립 조회 수를 기록하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핫’했다. SBS ‘로맨스 패키지’, Mnet ‘러브캐처’ 등 유사한 설정의 프로그램들도 양산됐다. ‘나 혼자 산다’와 ‘전지적…’, SBS ‘미운 우리 새끼’ 등 관찰예능은 올해 최고의 예능프로그램 1∼3위에 오르며 지난해부터 이어진 인기를 과시했다. 일부 중장년의 취미로 여겨진 낚시에서 보편적 재미 코드를 발굴해낸 채널A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도 큰 화제였다. 이덕화 이경규의 깊은 내공과 에너지 넘치는 핫한 게스트들의 조화가 특히 돋보였다. 김지수 도레미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는 “도시에 지친 이들에게 낚시를 통해 경험할 수 있는 ‘힐링’을 선사했다”고 평했다. 흥행과 별개로 새로운 소재 발굴을 위한 고군분투도 빛났다. tvN ‘숲속의 작은집’은 배우 소지섭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그렸고, 유재석은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시민들과 퀴즈를 풀기 위해 길거리로 향했다. ‘갈릴레오: 깨어난 우주’는 한국인 최초로 미국 유타주 화성탐사연구기지(MDRS) 실험에 참여했다.○ ‘나의 아저씨’가 흔들고 ‘미스터 션샤인’으로 굳히다 지상파 드라마 위기에 방송계 관계자들도 공감했다. 올해 1%대 시청률을 기록한 지상파 드라마만 총 7편. 설문 결과, 순위권에 든 작품도 전무했다. 400억 원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 ‘미스터 션샤인’이 16표를 받으며 올해 최고의 드라마로 선정됐다. 최고시청률 18.1%(닐슨코리아)로 10%만 넘어도 성공이라는 평을 받는 최근 드라마 시장에서 쾌거를 이뤘다. 배우 이병헌, 김태리의 ‘인생작품’ 중 하나가 됐다. 구한말 시대에 걸맞은 고증과 서사로 “영화를 보는 듯하다”는 평이 많았다. 시청자들 사이에선 드라마 속 개화기 의상, ‘하오체’ 대사 신드롬도 이어졌다. 삶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가는 아저씨와 21세 여성이 서로를 통해 희망을 찾아가는 tvN ‘나의 아저씨’도 작품성을 증명했다. tvN ‘미생’과 ‘시그널’에 이어 ‘나의 아저씨’를 연출한 김원석 PD는 최고의 드라마 PD에 선정됐다. 차세대 배우로 선정된 배우 도경수의 첫 사극 도전작도 tvN ‘백일의 낭군님’이다. OCN ‘라이프 온 마스’, ‘보이스2’, ‘손 the guest’ 등 장르물도 남성 시청자를 TV 앞으로 끌어들였다. 신규진 newjin@donga.com·이지운 기자 }
올 한 해 방송계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넷플릭스였다. 설문 참여자 24명 중 10명(41.7%)이 방송계 올해의 이슈로 ‘넷플릭스의 약진’을 꼽았다. “넷플릭스는 한국을 아시아의 주요 전략 거점으로 삼고 더 큰 규모의 투자를 할 것입니다.”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최고콘텐츠책임자(CCO)는 “한국은 세계인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가지고 있으며, 최고 수준의 인터넷 인프라도 보유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넷플릭스는 올해의 드라마로 뽑힌 ‘미스터 션샤인’에 300억 원 이상을 투자했으며, 유재석이 출연한 예능 ‘범인은 바로 너!’, YG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제작한 ‘YG전자’ 등 한국 예능 콘텐츠를 자체 제작해 세계 시장에 내놓기도 했다. 국내 넷플릭스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수는 약 90만 명(9월 기준). 지난해(약 32만 명)보다 3배 가까이로 증가한 수치다. 김공숙 안동대 융합콘텐츠학과 교수는 “TV가 난공불락의 매체이던 시기는 지났다”고 평했다. 이진민 채널A PD는 “넷플릭스를 위시한 해외 자본의 공격적인 콘텐츠 투자가 방송계에 미칠 영향력에 대해 우려와 기대감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업계와 평단은 ‘주52시간 근로제 도입’(7표·2위)과 ‘방송계 미투(#MeToo) 운동’(5표·3위)도 주목했다. 사회적 이슈가 실제로 방송 제작 현장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평가다. SBS 이용석 PD는 “방송계에 만연한 장시간 노동 관습이 변화의 급물살을 탈 것”이라면서 “제작비 대비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로 개선하지 못하면 시장에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선명 작가는 “미투 이후 업계에 만연하던 남성 제작진의 성희롱 발언과 행동들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이지운 easy@donga.com·신규진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시청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내년 상반기에 지상파 방송에도 중간광고를 허용하겠다는 개정안 입법 예고를 강행했다. 방통위는 12일 전체회의를 열고 KBS MBC SBS EBS 등에 지상파 방송 중간광고 허용과 중간광고 고지 자막 크기 규정 신설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방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향후 40일간 의견 수렴과 심사 절차를 거쳐 시행령이 개정될 경우 이르면 내년 4월부터 지상파 중간광고를 시행한다. 방통위는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의 근거로 “차별적 규제 해소”를 들었다. 이날 이효성 방통위 위원장은 “최근 유료방송의 광고 매출과 시청률은 크게 증가한 반면에 지상파 방송 광고매출은 급감해 재정 상황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제작 역량이 저하되고 있다”고 했다. 지상파 방송의 중간광고는 1973년 오일쇼크 당시 과소비 방지 차원에서 금지됐다. 이후 지상파 방송사들도 광고 매출이 꾸준히 감소했다는 이유를 들어 중간광고 허용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반대가 큰 중간광고 허용에 앞서 “지상파 방송사들의 방만 경영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KBS는 올해 상반기 441억 원, MBC는 536억 원의 경영적자를 기록했다. 이러한 경영수지 악화에도 불구하고 KBS에서 연봉 1억 원 이상을 받는 임직원은 2015년 57.3%, 2016년 57.9%, 2017년 60%로 해마다 증가해 왔다. 이날 이 위원장은 “지상파가 중간광고로 얻는 수익은 전적으로 제작에 투자하고 직원 복지나 급여에 쓰지 않겠다고 했는데 약속을 지킬 것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력 감축을 통한 비용 절감 계획 등 지상파의 경영 쇄신안에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석진 방통위 상임위원은 회의에서 “지상파가 마지못해 정부에 제출한 경영자구책 관련 서류는 공문도 아닌 데다 국민에게 직접 경영 쇄신책을 알리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약속을 믿을 수 있겠느냐”라고 지적했다. 표철수 방통위 상임위원도 “지상파의 자구 노력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에서 KBS 주요 간부는 방통위원장의 발언을 메모하지도 않는 등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다”면서 “주무 기관에 대한 KBS 경영진의 불성실함이 재발되지 않도록 각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국내 지상파는 2012년 심야방송 허용, 2015년 광고총량제 도입, 700MHz 대역 주파수 무상 할당 등 규제 완화 정책의 특혜를 받아 왔다. 또한 지난해부터는 프로그램을 1, 2부로 나눠 중간에 광고를 끼워 넣는 유사 중간광고 형태의 ‘프리미엄 광고(PCM)’를 운영해 왔다. 이런 와중에 방통위는 KBS에 대해 중간광고 허용과 함께 수신료 인상까지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위원장은 10월 국정감사에서 “37년째 묶여 있는 KBS 수신료를 올려줘야 한다”고 말했지만 시청자들의 수신료 납부 거부 민원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KBS가 수신료 인상을 요구할 때마다 예로 든 BBC, NHK 같은 공영방송은 상업광고와 협찬 자체를 금한다”며 “중간광고 요구보다는 먼저 신뢰를 회복하고 사회적 합의에 따라 수신료 현실화를 요청하는 게 공영방송다운 길”이라고 지적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영국 BBC는 광고 없이도 직원을 10% 이상 감원하는 등 연간 3%의 예산 절감을 이뤄 방송 재원을 충당했다”며 “‘특혜’를 받아온 만큼 반드시 경영 개선을 이뤄야 한다”고 했다.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으로 매체 간 균형 발전이 저해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에 따르면 중간광고가 도입될 경우 2021년 지상파 광고비는 1177억 원 늘어난다. 반면 신문은 216억 원, 케이블TV는 114억 원, 잡지는 50억 원이 줄어든다. 중소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광고시장마저 독식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찬수 중소PP발전위원회 회장은 “지상파에 중간광고가 허용되면 안 그래도 어려운 중소 PP들의 광고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작지만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PP들의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꼴”이라며 “지상파들이 공영성이란 책무를 등한시한 채 광고수익 올리기에만 몰두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신규진 newjin@donga.com·이지운·신무경 기자}

“아이들의 질문 속에는 세상만사가 담겨 있어요. 설명하기 어려운 철학이나 과학 질문들도 많아 당황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조연순 이화여대 사범대 명예교수(70·여·오른쪽 사진)는 2013년 정년퇴임을 한 뒤 지난해까지 손녀를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데리고 다녔다. 두 살 때부터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유치원 귀갓길에 함께 한 할머니에게 아이는 수많은 질문을 던졌다. 사랑과 가족, 삶과 죽음 등 분야도 다양했다. 그가 펴낸 ‘손녀와의 대화’(1만2000원·학지사)는 아이의 질문을 아동 발달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조부모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등을 담은 책이다. 조 교수는 “손녀의 질문은 신비 그 자체였다. 평소 어른들이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냥 지나쳐 버린 것들을 반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이의 “나무는 마음이 있어?”라는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유치원에서 ‘인간의 몸의 구조’를 배워 식물과 연관지은 것. 결국 조 교수는 책을 살펴 가며 나무의 구조까지 공부했다. “엘리베이터에 나중에 탄 사람이 왜 먼저 내리느냐”는 질문도 있었다. ‘먼저 탄 사람이 먼저 내려야 한다’는 질서의 개념을 엘리베이터 층수에 연관지었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높이에 관한 실제적 감각을 갖도록 하기 위해 1층에서 직접 층수를 알려줬다”고 했다. 그는 “손녀가 두 살까지 외할머니 밑에서 자란 탓에 친할머니로서 손녀와 친해지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처음 어린이집에 데리러 갈 때는 손녀가 나오기를 거부한 적도 많았을 정도. 그런데 손녀가 언어를 구사하기 시작한 세 살이 되고 난 후부터는 집에 오는 길에 호기심 담긴 질문이 시작됐다고 한다. 조 교수는 “요새 자녀의 육아를 할머니, 할아버지가 적극적으로 도와주지만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조부모들이 아이의 질문을 귀찮은 것으로 치부하지 않고 올바른 아동 발달로 이끌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드라마계에 ‘리메이크’ 열풍이 불고 있다. 영화, 해외 드라마를 각색해 제작한 작품만 올해 10편 이상이다. 검증된 스토리와 두꺼운 고정 팬을 확보할 수 있다는 안정성 때문이다. 하지만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3일 처음 방영한 MBC 드라마 ‘나쁜 형사’는 영국 BBC의 2010년도 드라마 ‘루서’를 가져왔다. 범인을 잡기 위해 불법도 저지르는 형사 우태석(신하균)과 사이코패스 은선재(이설)가 아슬아슬한 공조를 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관전 포인트. 시청률은 이미 10%를 넘겼다. 올해 6월 방영돼 호평을 받은 OCN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도 동명의 BBC 드라마(2006년)를 다시 만든 수사물이었다. 각각 타임슬립(시간여행)과 불법 형사 등 원작의 핵심 소재를 차용해 여러 사건을 해결하는 옴니버스 형식의 스토리라인이 흥미를 높였다는 평이다. 매회 진행되는 각각의 사건들을 국내 정서에 맞게 변주하기도 용이하다. 방송계 관계자들이 “수사 드라마를 하면 70%는 성공한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나쁜 형사’ 연출을 맡은 김대진 PD는 “원작의 영국 감성이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어 사건보다 인물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루서’와 다르게 13년 전 미해결 살인 사건을 보여주며 우태석이 무자비한 형사가 된 이유를 보여줬다. 잔혹한 범죄의 리얼리티를 살리다 보니 지상파 드라마로는 드물게 1, 2회 ‘19세 미만 관람 불가’ 판정도 받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대중에게 익숙한 소재가 리메이크하기에도 용이하다”며 “최근 강력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 ‘권선징악’을 실천하는 형사에게서 카타르시스를 느낀 시청자가 많다”고 분석했다. 현지화 미숙은 필패(必敗)로 이어진다. KBS 드라마 ‘최고의 이혼’은 동명의 일본 드라마를 각색해 작품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혼 후 부부가 동거한다는 극 중 설정이 한국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동명의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tvN 드라마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 개의 별’ 역시 남매가 서로 사랑한다는 근친상간의 소재를 어린 시절 비극적 사건을 함께 겪은 사이로 변주했지만 개연성을 잃었다. 1973년 영국을 1988년 한국으로 옮겨온 ‘라이프 온 마스’는 원작자로부터 “오리지널 버전의 핵심을 반영하면서도 지역적 매력을 갖췄다”는 평을 받았다. 구조조정이 한창인 조선업의 도시 거제에서 춤을 추는 소녀들을 그린 KBS 드라마 ‘땐뽀걸즈’는 지난해 개봉한 동명의 다큐멘터리가 원작이다. 인물 간 갈등 같은 극적효과를 위해 원작에 없던 남성 주인공이 추가됐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년)를 리메이크한 tvN ‘왕이 된 남자’도 내년 1월 방영된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영화와 다큐멘터리에 비해 드라마는 호흡이 훨씬 길기에 이야기가 늘어지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성공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드라마계에 ‘리메이크’ 열풍이 불고 있다. 영화, 해외 드라마를 각색해 제작한 작품만 올해 10편 이상이다. 검증된 스토리와 두터운 고정 팬을 확보할 수 있다는 안정성 때문이다. 하지만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제작자들 사이에서는 “너도나도 리메이크에 뛰어들지만 흥행 여부는 ‘로또’ 수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3일 첫 방영한 MBC 드라마 ‘나쁜 형사’는 영국 BBC의 2010년도 드라마 ‘루터’를 가져왔다. 범인을 잡기 위해 불법도 저지르는 형사 우태석(신하균)과 사이코패스 은선재(이설)가 아슬아슬한 공조를 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관전 포인트. 시청률은 이미 10%를 넘겼다. 올해 6월 방영돼 호평을 받은 OCN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도 동명의 BBC 드라마(2006년)를 다시 만든 수사물이었다. 각각 타임슬립(시간여행)과 불법 형사 등 원작의 핵심 소재를 차용해 여러 사건들을 해결하는 옴니버스 형식의 스토리 라인이 흥미를 높였다는 평이다. 매회 진행되는 각각의 사건들을 국내 정서에 맞게 변주하기도 용이하다. 방송계 관계자들이 “수사 드라마를 하면 70%는 성공한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나쁜 형사’ 연출을 맡은 김대진 PD는 “원작의 영국 감성이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어 사건보다 인물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루터’와 다르게 13년 전 미해결 살인 사건을 보여주며 우태석이 무자비한 형사가 된 이유를 보여줬다. 잔혹한 범죄의 리얼리티를 살리다보니 지상파 드라마로는 드물게 1, 2회 ‘19세 미만 관람불가’ 판정도 받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대중에게 익숙한 소재가 리메이크하기에도 용이하다”며 “최근 강력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 ‘권선징악’을 실천하는 형사에 카타르시스를 느낀 시청자들이 많다”고 분석했다. 현지화 미숙은 필패(必敗)로 이어진다. KBS 드라마 ‘최고의 이혼’은 동명의 일본 드라마를 각색해 작품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혼 후 부부가 동거한다는 극 중 설정이 한국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동명의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tvN 드라마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 개의 별’ 역시 남매가 서로 사랑한다는 근친상간의 소재를 어린 시절 비극적 사건을 함께 겪은 사이로 변주했지만 개연성을 잃었다. 1973년 영국을 1988년 한국으로 옮겨온 ‘라이프 온 마스’는 원작자로부터 “오리지널 버전의 핵심을 반영하면서도 지역적 매력을 갖췄다”는 평을 받았다. 구조조정이 한창인 조선업의 도시 거제에서 춤을 추는 소녀들을 그린 KBS 드라마 ‘땐뽀걸즈’는 지난해 개봉한 동명의 다큐멘터리가 원작이다. 인물 간 갈등 같은 극적효과를 위해 원작에 없던 남성 주인공이 추가됐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년)를 리메이크한 tvN ‘왕이 된 남자’도 내년 1월 방영된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영화와 다큐멘터리에 비해 드라마는 호흡이 훨씬 길기에 이야기가 늘어지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성공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