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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동리(1913∼1995·사진)가 6·25전쟁 당시 발표했던 ‘P이등병’ 등 단편소설 네 편이 ‘문학사상’ 11월호를 통해 소개된다. 이 작품들은 학계에서는 발굴 사실이 알려졌지만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것은 처음이다. ‘P이등병’은 부상을 당한 학도병이 전장의 참혹함을 증언하는 내용을 담았고 ‘스딸린의 노쇠(老衰)’는 스탈린의 내면의식을 통해 옛 소련이 6·25전쟁에 개입하게 된 내막을 다룬 소설이다. ‘우물과 감나무와 고양이가 있는 집’은 어린 ‘나’의 시선을 통해 누님의 삶을 조명했고, ‘난중기(亂中記)’는 신문기자 ‘병수’와 그 가족의 피란사를 다룬 작품이다. 김병길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네 작품의 배경은 모두 6·25다. 대체로 설화적 시공간을 향해 열려 있는 김동리의 일반적인 소설 무대를 생각한다면 예외적인 경우”라고 분석했다. 그는 “김동리는 전쟁의 승리를 독려하는 이데올로기 서사가 아니라 일상적 현실에 밀착해 사실주의적으로 소설을 썼다”며 “이들 소설엔 전쟁의 폭력에 대한 강렬한 비판이 내재돼 있다”고 강조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최영미 시인이 최근 축구에세이 ‘공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이순)를 펴냈다. 전화를 걸었더니 그는 “한물간 시인에게 연락을 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1961년 서울 출생, 1992년 계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 1994년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 출간…. 도발적인 서른 살 담론으로 1990년대 중반을 뜨겁게 달궜던 시인은 어느새 쉰 살이 됐다. 게다가 내년이면 등단 20주년. 11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시인이 서른셋에 펴낸 첫 시집 ‘서른…’은 출간 두 달 만에 16만 부(현재까지 약 52만 부)가 팔리며 문단을 넘어 사회적 이슈가 됐다. 군사정권이 막을 내리고 1993년 문민정부가 출범하면서 뜨거웠던 1980년대의 투쟁 열기는 식었고, 대학가에는 개인주의가 고개를 들었다. 도발적이고 직설적인 한 젊은 여성 시인의 시어들은 당시 ‘정서적 해빙기’를 맞은 사회적 분위기와도 합일했다. 하지만 아직 맥주보다 소주와 막걸리가 익숙하던 시절. 반발도 거셌다. ‘물론 나는 알고 있다/내가 운동보다도 운동가를/술보다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그리고 외로울 땐 동지여!로 시작하는 투쟁가가 아니라/낮은 목소리로 사랑노래를 즐겼다는 걸/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시 ‘서른, 잔치는 끝났다’에서) “지금 시집을 펼쳐 보면 무슨 생각이 드나”라고 묻자 시인은 한숨을 쉬었다. “요새도 같은 질문을 많이들 물어봐요. 솔직히 나는 ‘내가 그때 미치지 않았나’ 싶어요. 사람들이 내게 ‘도발적이다’라고 말하는 걸 듣는 게 가장 싫어요. 사실 전 담배를 피우지만 사람들 눈을 의식해 남들 앞에서는 안 피우거든요. 그런데 도발적이라니…. 내가 그때 한국 사회가 어떤지 모르고 이렇게 쓴 것 같아요.” 그는 시집 출간 뒤 노동권으로부터 “운동권 문화를 청산하려 한다”며 많은 협박 전화를 받았다. “죽이겠다”는 위협도 있었다. 하지만 시인은 “오해였다”고 말했다. “‘잔치는 끝났다’는 ‘운동이 끝났다’가 아니라 말 그대로 ‘파티가 끝났다’는 의미로 쓴 거예요. 서른 살 즈음에 저녁에 대학 동창회 모임이 잡혀 있었는데 그날 점심에 저녁 모임의 모습을 상상하며 쓴 것이죠.” 시인은 시를 쓰고, 시는 시인의 이미지를 만든다. ‘어젯밤 꿈 속에서 그대와 그것을 했다’(시 ‘꿈 속의 꿈’에서), ‘아아 컴퓨터와 ×할 수 있다면!’(시 ‘퍼스널 컴퓨터’에서) 등의 시가 만든 자극적인 이미지도 시인에게는 부담이었다. “‘컴퓨터와 ×할 수 있다면’에서 ×는 섹스가 아니에요. 반대 의미로 쓴 일종의 반어법이고, 사실 컴퓨터에 대한 복수의 의미죠. 전 기계치인데 무슨, 컴퓨터와 섹스를 하고 싶겠어요?” 이번 에세이는 박지성 이청용 등 유럽파 선수들 인터뷰와 유럽 축구 관전기 등으로 꾸몄다. “1998년 헤어졌던 남자가 축구 선수 호나우두를 닮았어요. 마침 그때 프랑스 월드컵이 열렸고 열심히 보기 시작했죠. 그러다 보니 축구 재미를 알게 됐고 푹 빠지게 됐죠. 축구에 미쳐 10년 동안 데이트 한 번 제대로 안 했어요. 이제는 축구 좋아하는 남자랑 축구장에 함께 가고 싶네요.” 그의 시집 ‘서른…’은 고인이 된 가수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와 함께 서른의 감성을 대표하는 문화적 상징이 됐다. 이제 쉰 살이 된 그는 이렇게 회상했다. “서른이면 푸르디푸른 나이고 이제 시작하는 나이죠. 서른에 잔치가 끝나다니…. 지나고 보니 저에게는 마흔다섯 살 정도가 가장 아름다운 시기였던 것 같아요.”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소설가 최인호 씨(66)와 시인 조정권 씨(62)가 올해 동리·목월문학상 수상자로 각각 선정됐다. 동리·목월문학상은 경북 경주 출신인 소설가 김동리(1913∼1995)와 시인 박목월(1916∼1978)을 기려 제정된 상으로 이번에 4회 수상자를 배출했다. 수상작은 최 씨의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조 씨의 ‘고요로의 초대’. 상금은 각 7000만 원이며 시상식은 12월 9일 오후 6시 경주시 신평동 경주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다.》 ■ 소설가 최인호 씨… 그분 오시면 다시 글쓸것“참 어렵게 쓴 작품인데, 참 기쁩니다. 무엇보다 독자에게 감사해요. 책이 23만 부가 나갔는데 나를 믿어준 사람들이 그만큼 된다는 거니까요.” 3년 전 침샘암이 발병한 소설가 최인호 씨가 암과 싸우며 쓴 장편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가 동리문학상을 받았다. 항암치료로 손톱이 빠지자 골무를 끼고 육필로 완성한 집필 과정을 작가는 ‘고통의 축제’라 일컫는다. 수화기 너머 전해오는 그의 목소리는 탁했지만 또렷했고, 무엇보다 밝았다. 현재도 병원을 오가며 진료를 받고 있는 그에게 건강을 물었더니 껄껄 웃었다. “어떤 영화가 흥미로우면 그 영화 얘기를 할 필요가 없는 건데요. 내 병에 대해 내가 스스로 이렇다 저렇다 얘기하는 것은 힘든 일인 거 같습니다. 다만 엔딩이 가까워진 작품은 아닌 것 같아요. 허허.” 심사위원들은 “주인공 K의 3일간의 곤혹과 자아 찾기의 탐색은 카프카적인 변신이 아니라 후기 산업사회가 초래한 자아상실과 분열, 망각과 착란 등 현대인의 총체적인 초상을 그렸다”고 평했다. 작가는 최근 여행을 자주 다닐 만큼 건강을 회복했다. 제주도, 충남 예산군 수덕사, 충북 제천시 배론성지 등 몇 군데를 “밑도 끝도 없이 찾아간다”고 했다. “다시 돌아다니고 집을 나서는 게 좋습니다. 작품 구상도 하고 그러지요. ‘그분(문학적 영감)’이 언젠가 내게 찾아오시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내일 아침이라도 그분이 오면 다시 쓰기 시작할 겁니다.” 작가는 여러 번 독자에게 감사를 표했다. 심사위원과 문학 담당 기자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가 장난스럽게 기자에게 남긴 마지막 말도 “아이 러브 유∼”였다. ■ 시인 조정권 씨… 정신주의 詩향해 채찍질“시단으로 저를 이끌어주신 분이 목월 선생님입니다. 그분의 이름을 딴 상을 받으니 무척 기쁘지만 사명감이 무겁게 느껴집니다. 선생님이 제게 ‘다시 시작하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시인 조정권 씨는 수상 소식을 듣고 은사인 박목월 선생을 떠올렸다. 서울 양정고 문예반 시절 그는 학교 축제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인 ‘월계문학의 밤’에 찾아온 목월 선생과 인연을 맺고 개인적으로 시를 배웠다. 중앙대에 진학한 이후에도 목월 선생의 한양대 연구실을 찾아가 지도를 받았고 목월 선생의 추천으로 1970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다. 그의 첫 시집 ‘비를 바라보는 일곱 가지 마음의 형태’(1977년)의 서문을 써준 이도 목월 선생이었다. “선생님은 그때 서문에서 제게 ‘천재적 자질의 편린이 보인다’고 과분한 칭찬을 하셨죠. 깜짝 놀랐습니다. 그동안 그분의 제자라는 위치에 걸맞게 정말 열심히 쓰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조 시인은 서울 노원구 월계동 집에서 칩거하며 수상작 ‘고요로의 초대’를 썼다. “정신의 드높음 속에 있는 깊음을 표현했다”는 게 작가의 말. 심사위원들은 “세상의 아수라를 품어 안으면서도 그 속에서 고요와 평정을 구하는 강한 정신성이 들어있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낮과 밤이 뒤바뀐 채 고요한 적막 속에서 작업을 한다는 그는 문단 인사들과도 거의 만나지 않는다. ‘정신주의 시’라는 지향점을 향해 끊임없이 정진해 온 그에게는 ‘유파로부터 자유로운 1인 종교의 1인 신자’라는 평도 붙었다. “사실 제게는 시 쓰는 일밖에 남은 건 없습니다. 돌아다닐 일도 없고 그런 체질도 아니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계기로 삼겠습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2005년 미국 콜로라도 주에서 연구자들이 주민들을 보수적 성향과 진보적 그룹으로 나눈 뒤 동성애와 기후변화 문제 등에 대해 토론하게 했다. 토론을 마친 뒤 각 그룹의 보수성과 진보성은 각각 더욱 짙어졌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인 저자는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 치우친 정보만 공유하면 기존의 생각이 신념으로 굳어지고, 타인이 이에 동조하는 과정에서 극단주의가 더욱 심해진다”고 설명한다. 이런 현상은 인터넷 게시판이나 부동산시장, 종교단체뿐 아니라 법원의 배심원제도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극단주의의 원인에 대한 설명과 함께 ‘다양한 표현 자유 보장’ ‘제도적인 견제와 균형 장치 마련’ 등 해결책도 제시한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김경욱 김애란 김연수 김인숙 김종광 김훈 박민규 서하진 심윤경 윤성희 윤영수 이순원 이혜경 전경린 하성란 한창훈 함정임. 문단에서 주목받고 있는 소설가 17명의 에세이다. 월간 ‘문학사상’ 연재물을 묶은 것으로 유명 작가들의 글쓰기에 대한 철학이 형형색색으로 펼쳐진다. 김훈은 이렇게 툭 내뱉는다. “‘창작론’을 쓰는 일은 소설 쓰기보다 어렵고 지겹다. 그것이 어려운 까닭은 나에게 아무런 ‘론’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글을 쓸 때, 나는 늘 희뿌옇고 몽롱해서, 저편 끝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시간과 공간 속을 헤맨다. 내 글쓰기란 몸과 마음의 절박함과 말의 모호성 사이에서 좌충우돌하는 파행이다.” 박민규는 “문학사상 원고는 쓰고 있나요?”란 아내의 채근에 허둥지둥 자신의 창작방법론을 적어 내려간다. ‘하루 10km씩 조깅하기’ ‘하루 두 권의 책을 읽고, 한 권의 외국어 원서를 독해하기’ ‘진지한 시각과 문학관 확보를 위해 만화와 영화는 절대 읽지 않는다’…. 김연수는 음악을 통해 소설 속 리얼리티에 생기를 불어넣는다고 말한다. “자료를 다 들여다보고 나면 서사 구조는 대부분 완성된다. 그때 내가 찾아 헤매는 것은 디테일이다. 소설가라고 해도 모든 일들을 다 경험할 수는 없다. 내게 음악들은 다른 리얼리티를 통하게 하는 내밀한 통로와 같다.” 서하진은 “글쓰기라는 작업이 때로 하잘것없다 싶으면서도 멈출 수 없는 것처럼… 소설가가 아닐지라도 어쩌면 모든 사람들은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살아가는 것일지 모른다”고 말하고, 윤영수는 “혼자만의 체력으로 혼자만의 역기를 들어다가 얌전히 다치지 않게 내려놓는 게 작가의 일”이라고 털어놓는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스물여덟 살의 나이에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사망한 시인 윤동주(1917∼1945)는 민족 저항 시인의 대명사다. 그러나 이 소설은 ‘저항시인 윤동주’가 아니라 ‘시인 윤동주’의 죽음에 주목한다. 형무소에 가기 전 시모가모 경찰서에서 윤동주는 조선어로 쓴 자기의 시들을 강제로 번역해야 했다. ‘사상 검증’이 이유였다. 시인의 언어(조선어)를 빼앗긴 그는 시인으로서 이미 그때 사망했다는 해석이다. 윤동주가 직접 화자로 나서지는 않는다. 그가 교토 유학 시절 살았던 아파트에서 잔일을 하던 ‘요코’의 기록을 통해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살았던 시인을 아련히 되살린다. ‘동주는 조선어를 교토까지 갖고 와 밤이면 남몰래 노트를 펴고 뜨거운 말과 만났다. 시를 쓰고 난 아침이면 그는 부끄러운 마음으로 산책에 나서곤 했다’ ‘동주는 고향과 나라를 모두 일본에 잃고 말까지 빼앗겼다. 어디에 있든 그의 땅이 아니었다. 언어의 영토를 잃은 시인의 슬픔이 느껴졌다….’ 요코가 남긴 기록을 읽는 이는 현재 시점에서 살고 있는 재일교포 3세 김경식이다. 그는 정체불명 청탁자의 제의에 고액의 문서검색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던 일본인 친구가 하루아침에 모습을 감추자 김경식은 친구가 검색한 자료를 바탕으로 친구를 찾아 헤매며 사라진 윤동주의 유고(遺稿)에 점차 접근하게 된다. 작품은 초반 윤동주의 생애와 그 유고를 철저히 타자의 시각으로 추적해 나가며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요코가 어릴 적 남긴 기록, 중년이 돼 남긴 기록, 그리고 현 시점 김경식의 모험과 또 그가 한국어로 써가는 기록 등을 중첩해 과거의 윤동주를 점차 현재로 끌어낸다. 흡사 고고학 발굴 조사 현장을 보는 것 같다. 표면적으로는 윤동주 유고를 추적하는 미스터리 형식을 띠고 있지만 한 겹을 벗겨내면 한 사람, 한 국가의 정체성을 규정짓는 언어에 관한 얘기이자 결국 모국어를 통해 자신을 발견하는 사람들을 그린 소설이다. 윤동주는 만주 간도에서 태어나 조선어에서 자신의 시적 고향을 찾았고, 요코는 모국어인 일본 홋카이도의 아이누어를 익히고, 재일교포 김경식은 한국어를 배우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것. 요코의 기록에서 윤동주는 이렇게 말한다. ‘말(言)은 젖 같은 거야. 그게 육신이 되고 영혼이 됐을 테니까. 젖과 같은 어머니의 조선말을 나는 먹고 자랐어. 그래서 내가 조선인인 거라고 생각해.’ 김경식이 사라진 친구를 찾으면서 작품은 끝나지만 초중반의 거대한 밑그림에 비해 결말은 싱겁다. ‘유고를 추적한다’는 이야기 줄기와 상관없는 요코의 우울한 가정사가 반복되는 것도 지루하다. 본문 초반과 작가의 말에서 개요나 서술방식을 설명해주는 ‘친절함’이 불가피하게 느껴질 정도로, 화자와 시대를 자주 교차시킨 구성은 무척 복잡하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문학 당신의 몬스터(서유미 지음·자음과모음)=거액의 적선을 바라는 노숙인, 한 줄의 곡도 쓸 수 없게 된 작곡가, 나이가 들어 톱스타 자리에서 물러난 여배우…. 절망에 떨어진 사람들의 욕망과 좌절을 그렸다. 1만3000원 머리털자리(드니 게즈 지음·이지북)=고대 그리스 수학자이자 지리학자인 에라토스테네스가 지구의 크기를 재기 위해 제자들과 함께 떠난 모험담을 그린 과학소설. 1만5000원 난설헌(최문희 지음·다산책방)=제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16세기 시인 허난설헌의 일대기를 올해 일흔일곱인 여성 저자가 촘촘하게 되짚어갔다. 1만3000원 독일. 어느 겨울동화(하인리히 하이네 지음·시공사)=하이네의 운문 서사시 ‘독일. 어느 겨울동화’ ‘아타 트롤. 한여름 밤의 꿈’을 담았다. 현실적인 참여시를 미적인 예술시로 승화시킨 작품들이다. 1만 원 ○ 학술 영조, 民國을 꿈꾼 탕평군주(김백철 지음·태학사)=영조의 일대기와 통치 사상을 통해 그가 꿈꾸고 평생을 바쳐 이룩한 것이 바로 오늘날 대한민국의 ‘민국(民國)’이라는 정치적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1만6000원 과학철학-흐름과 쟁점, 그리고 확장(강신익 등 19명 지음·창비)=고대부터 중세, 근대, 현대를 거쳐 흘러온 과학철학의 논의를 소개한다. 과학에 대한 반성의 학문인 과학철학이 앞으로는 과학기술윤리 부문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제안도 담았다. 3만2000원 고구려 유민 고선지와 토번·서역사(지배선 지음·혜안)=고선지 장군에 대한 영웅주의적, 민족주의적 시선을 넘어 7∼8세기 동아시아와 중앙아시아의 역사적 변화 과정 속에서 그가 토번과 서역에서 활동한 20년간의 내용을 밝혔다. 3만8000원○인문·교양 뉴욕에서 예술 찾기(조이한 지음·현암사)=1000여 개의 갤러리와 200여 개의 미술관과 박물관이 밀집한 미국 뉴욕은 세계 현대미술의 중심지가 됐다. 현지 사진과 해설을 곁들여 뉴욕 미술의 현주소를 전달한다. 1만6800원 역사상 유례가 없는 남이흥의 비장한 순국(남균우 지음·한누리미디어)=정묘호란 때 평안병사로서 안주성 싸움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적을 유인한 후 화약고에 불을 질러 장병들과 함께 장렬하게 순절한 충장공 남이흥 장군의 사적을 정리했다. 1만5000원 전쟁, 총, 투표(폴 콜리어 지음·21세기북스)=여러 아프리카 국가들이 내전과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그들 국가에 필요한 것은 경제적 원조나 민주주의 정착이 아닌 안전한 사회보장”이라고 지적한다. 1만5000원 오후 네 시의 루브르(박제 지음·이숲)=프랑스 파리에서 30년 가까이 살며 미술 관련 저술을 하고 있는 저자가 루브르박물관 소장 작품 70여 편을 미술사적으로 해석했다. 2만5000원 장하준 식 경제학 비판(박동운 지음·노스보스)=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의 대척점에 선 책. 국가주도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한 장하준 식 경제학이 지닌 위험성을 지적하며 그의 주장을 현실과 역사의 사례를 들어 반박한다. 1만5000원○실용·기타 편두통(올리버 색스 지음·알마)=현대인에게 흔한 질병인 편두통. 신경과 전문의인 저자가 그 증상과 원인, 그리고 치료 방법을 자신이 치료한 환자들의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3만2000원 분석의 힘(삼일PwC컨설팅 기업 인텔리전스 그룹 지음·교보문고)=다양한 기업의 데이터 분석 사례와 성패 원인을 살피며 데이터 분석을 통해 경쟁 환경을 이해하고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기반을 강화하는 법을 알려준다. 1만5000원 박정희 패러다임(황병태 지음·조선뉴스프레스)=박정희 대통령 시절 경제기획원 운영차관보를 지낸 저자가 국회의원, 주중대사 시절 등의 체험을 바탕으로 박 대통령의 경제개발과 정치발전 패러다임을 정리했다. 1만3000원 알루미늄의 역사(루이트가르트 마샬 지음·자연과생태)=1886년 전기분해식 양산 체제가 발명되기 전까지 알루미늄은 황금 못지않게 희귀했다. 알루미늄캔에서 비행기 부품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알루미늄을 다각적으로 조명했다. 1만8000원}

인촌 김성수(仁村 金性洙) 선생의 탄생 120주년을 기념하는 제25회 인촌상 시상식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크리스털볼룸에서 열렸다. 인촌상은 재단법인 인촌기념회(이사장 현승종)와 동아일보사가 제정해 운영한다. 현 이사장은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교육 부문) △정범식 호남석유화학 대표이사(산업기술) △김주영 소설가(인문사회문학) △강현배 인하대 수학과 교수(자연과학) △김성수 푸르메재단 이사장 겸 ‘우리마을’ 촌장(공공봉사) 등 5명에게 상패와 기념메달, 상금 1억 원을 각각 수여했다. 인촌상은 일제강점기 암울한 시대에 동아일보를 창간하고 경성방직과 고려대를 설립한 민족 지도자 인촌 김성수 선생의 유지를 잇기 위해 1987년 제정됐다. 해마다 인촌 선생의 탄생일인 10월 11일에 맞춰 시상식을 열고 있으며 올해까지 104명의 수상자를 냈다. 인촌상 운영위원회(위원장 조완규)는 올해 교육, 언론출판, 산업기술, 인문사회문학, 자연과학, 공공봉사 등 6개 부문에 대해 5월 말부터 후보자를 받아 8월까지 24명의 외부 심사위원이 엄격한 심사를 벌여 5개 부문을 선정했다. 언론출판 부문은 수상자를 내지 못했다. 현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인촌상을 제정해 나라와 민족을 위해 훌륭한 업적을 남기신 분들께 영예와 격려를 드리는 것은 인촌 선생이 실천하신 공선사후, 민족자강의 참뜻을 되살리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에 인촌상을 받으신 다섯 분은 모두 인촌 선생이 구현하고자 한 민족애와 공익을 실천하는 데 부족함이 없는 분들”이라고 말했다. 김선욱 이화여대 총장은 축사를 통해 “이화여대가 일제 치하에서 시련을 겪을 때 인촌 선생은 새로 시작한 교육사업으로 바쁜 가운데서도 ‘이화전문후원회’ 위원으로 이화의 어려움과 함께하셨다. 상을 받는 분들의 모습에서 인촌정신의 힘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상국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 교장은 “중등교육 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인촌상을 받아 서울여상 식구들에게 영광”이라며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인재를 키우기 위한 내실 있는 교육기관이 되겠다”고 수상 소감을 말했다. 정범식 대표이사는 “화학산업에 더 관심을 가지라는 채찍으로 알겠다. 한국 화학산업이 친환경소재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소설가 김주영 씨는 “살아오는 동안 한 일이라곤 거짓말밖에 없다. 내가 추구하는 이상의 세계가 현실에서는 거짓말일 수밖에 없다. ‘팥으로 메주를 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에 상을 받게 된 것 같다”며 “앞으로 스스로를 더 추스르고 다스리며 살겠다”고 말했다. 강현배 교수는 “광복 후 국내 수학자는 단 4명에 그쳤지만 지금은 세계적 수학자들을 보유한 나라가 됐고 2014년 국제수학자대회도 서울에서 열게 됐다. 이런 모든 것은 선배 수학자들의 공로다. 그들에게 상을 돌린다”고 말했다. 김성수 이사장은 “제 손을 잡아주신 모든 분에게 주는 상”이라며 “우리 사회가 장애인에게 더욱 관심을 기울이면 그들은 직업을 갖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 장애인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은 인사말에서 “오늘 시상식이 수상자들이 우리 사회에 공헌한 것에 대한 보답이 될 수 있다면 저희로서는 큰 보람”이라며 “인촌상은 한층 더 넓고 깊은 시각으로 각 분야에서 우리를 이끌어주신 분들의 공헌과 성과가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시상식에는 수상자와 가족, 역대 수상자, 각계 인사 등 350여 명이 참석했으며 수원대 홍주희 국악과 교수가 지도하는 국악앙상블팀과 테너 이동현 교수(성악과)가 축하공연을 펼쳤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참석자 명단 ::▽정·관·법조계=박관용 전 국회의장, 이현재 고건 전 국무총리,(이하 가나다순) 강인섭 전 한나라당 의원, 강지원 변호사, 김병국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동훈 전 국토통일원 차관, 박상은 한나라당 의원, 서청원 전 미래희망연대 대표, 손세일 전 민주당 의원, 손학규 민주당 대표, 송상현 국제형사재판소 소장, 송태호 전 문화체육부 장관, 오정소 전 국가보훈처장, 유준상 한나라당 상임고문, 윤은기 중앙공무원교육원장, 이경재 한나라당 의원, 이동관 대통령언론특보, 이상혁 변호사, 이승환 전 그리스 주재 대사,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 장성원 전 민주당 의원, 정성진 전 법무부 장관, 주호영 한나라당 의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학계·교육계=국양 서울대 교수, 권기준 중앙고 교장, 권대봉 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 권순달 수원대 교수, 김광수 고대부고 교장, 김도한 서울대 교수, 김동원 고려대 기획예산처장, 김병기 고려대 교수, 김성수 고대부고 행정실장, 김상기 고려사이버대 기획예산처장, 김성중 중앙중 교장, 김웅철 고려대 보건과학대학장, 김정배 고려중앙학원 이사장, 김종길 고려대 명예교수, 김중순 고려사이버대 총장, 김재천 전 고려중앙학원 사무국장, 김재화 성공회대 명예교수, 김정규 고려대 생명과학대학장, 김진규 건국대 총장, 김진현 울산과기대 이사장, 김학준 단국대 이사장, 김헌규 동국대 명예교수, 나홍석 고려사이버대 연구개발처장, 남기춘 고려대 연구처장, 박건우 고려대 의무교학처장, 박능후 경기대 교수, 박이문 포스텍 명예교수, 박정호 고려대 대학원장, 박종규 고려중앙학원 기획실장, 박형주 포스텍 교수, 백완기 학술원 회원, 변병석 고려중앙학원 사무국장, 서동엽 KAIST 교수, 손창성 고려대 의료원장, 신용하 울산대 석좌교수, 양권석 성공회대 총장, 양옥경 이화여대 교수, 오수길 고려사이버대 학생처장, 엄규백 양정고 이사장, 오명 KAIST 이사장, 유종호 전 연세대 특임교수, 윤기현 한국외국어대 교수, 윤영섭 고려대 대외부총장, 이돈희 전 교육부 장관, 이상학 고대의료원 의무기획처장, 이원희 전 대원외고 이사장, 이윤원 이익권 이현대 조태창 천진환 인하대 교수, 이장규 고대부중 교장, 이재열 고려사이버대 총무처장, 이종은 국민대 교수, 이태수 인제대 교수, 이택휘 한영외고 교장, 이호왕 전 학술원 회장, 정원주 고려대 정보전산처장, 정의숙 이화학당 명예이사장, 정진석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 진인주 인하대 대외부총장, 최권열 서울여상 학운위원장, 최병희 인하대 자연과학대학장, 최성재 서울대 교수, 최영실 성공회대 교수, 최정호 울산대 석좌교수, 최진수 이재홍 최형재 정영진 서울여상 교사, 한정훈 문영여중 교장, 현재천 고려대 명예교수 ▽경제계=권이상 경방 감사, 김교현 호남석유화학 전무, 김량 김원 삼양사 부회장, 김명하 김앤에이엘 회장, 김선휘 삼양염업 회장, 김순진 놀부NBG 회장, 김재억 삼양사 감사, 김재열 제일모직 사장, 김준 경방 사장, 김한 전북은행장, 노한성 파라다이스 고문, 마용도 용마 회장, 박문두 경일상사 대표, 박종용 산업기술진흥협회 부회장, 봉태열 부영 고문, 안덕영 파라다이스건설 사장, 양재룡 한국은행 금융통계부장, 오성엽 호남석유화학 상무, 이병연 세화애드컴 대표, 유종섭 전 한국여신전문금융업협회 회장,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 정부옥 호남석유화학 이사, 조시영 대창 회장, 최길선 한국플랜트산업협회장, 하세청 케미코 회장 ▽언론·출판·문화·체육계=구효서 권지예 김일주 박상우 백가흠 이현수 해이수 소설가, 김광희 동우회 회장, 김달수 울산김씨대종회장, 김병건 동아꿈나무재단 이사장, 김오준 울산김씨대종회 부회장, 김인호 전 동아일보 광고국장, 김일동 배권호 홍성혁 전 동아일보 부국장, 김정태 동아꿈나무재단 이사, 김준하 전 강원일보 사장, 김풍삼 대구일보 고문, 남시욱 광화문문화포럼 회장, 문명호 공정언론시민연대 공동대표, 문영복 전 한국방송광고공사 이사, 민병욱 전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 민현식 전 화정평화재단 감사, 박경석 대통령포럼 공동대표, 박기정 전 전남일보 사장, 박오학 전 동아일보 전무, 박진성 인촌장학생동문회장, 박창래 어린이재단 대표, 박충서 동아꿈나무재단 사무국장,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안병모 유창건축사사무소 대표, 안평선 코리아미디어센터 고문, 오세정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여영무 뉴스앤피플 대표, 유종관 세계일보 사장, 이구용 성공회 원로위원, 이근배 시인, 이기웅 열화당 대표, 이대훈 전 동아일보 이사, 이두환 전 동아일보 출판영업국장, 이병훈 한국영상자료원장, 이영근 전 동아일보 국장, 이명득 전 동아일보 시설본부국장, 이정호 성공회 신부, 이종석 위암장지연기념사업회장, 이채주 화정평화재단 이사장, 이철승 서울평화상문화재단 이사장, 이현락 전 경기일보 사장, 임권택 영화감독, 전만길 전 대한매일 사장, 정구종 한일문화교류회 위원장, 정출도 전 전국문화원연합회 사무총장, 조완규 서울대 명예교수, 최규철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 최동욱 라디오서울코리아 대표, 한돈희 인촌기념회 감사, 홍원기 대한언론인회 회장, 홍정선 문학과지성사 대표}

《소설가 김훈(63)이 새 역사소설 ‘흑산(黑山·사진)’을 다음 주 출간한다. ‘남한산성’ 이후 4년 만의 역사소설로, 학고재 출판사가 다시 출간을 맡았다. 김훈은 역사소설에 강한 모습을 보여왔다. 충무공의 삶을 다룬 ‘칼의 노래’(2001년)는 100만 부를 넘겼고, 가야 악사 우륵을 다룬 ‘현의 노래’(2004년)도 30만 부를 넘겼다. 병자호란을 맞아 남한산성으로 피신한 조정 내에서 척화파와 주화파의 첨예한 갈등을 그렸던 ‘남한산성’(2007년)도 60만 부를 넘기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가 이번 역사소설에서 주목한 인물은 조선 후기 정약용의 형이자 문신이었던 정약전(1758∼1816)이다. 1783년 사마시(司馬試) 과거에 합격해 관직에 나선 정약전은 일찍이 서양의 학문을 가깝게 접하고, 천주교 신봉자가 된 진보적 지식인이었다. 하지만 조정의 천주교 박해로 동생 정약용은 전남 강진에 유배됐고 정약전은 흑산도에 유배돼 ‘자산어보(玆山魚譜)’ 등을 남기고 생을 마쳤다. 소설의 제목은 유배지인 흑산도에서 가져왔다. ‘흑산’은 극심한 정치사회적 혼란기였던 1800년 전후를 배경으로 낡은 사회 및 제도를 개혁하려고 했던 진보적 인물들의 꿈과 좌절을 펼친다. 전작 ‘남한산성’처럼 외부 세계에 무지몽매했던 권력 핵심층도 비판적으로 그렸다. 홍경래의 난, 정감록 유행, 영국 프로비던스호 입항 등 당시 역사와 사회상도 들어간다. 15년 전 서울에서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로 이사한 작가는 자유로를 타고 한강을 따라서 서울에 드나들었다. 그렇게 오가며 이 작품이 잉태되기 시작했다. 공식 출간에 앞서 공개한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밝혔다. “귀가하는 저녁이면 하구 쪽으로 노을이 넓고 깊었다. 옛 양화진(楊花津) 자리에 강물을 향해 불쑥 튀어나온 봉우리가 있는데, 누에 대가리 같다고 해서 이름이 잠두봉(蠶頭峰)이었다. 140여 년 전에 무너져가는 나라의 정치권력은 이 봉우리에서 ‘사학(邪學)의 무리’를 목 자르고 그 시체를 강물에 던졌다. 죽임을 당한 자들이 1만 명이 넘었다.” 시간이 흘러 봉우리의 이름은 절두산(切頭山)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망자(亡者)들의 통곡은 여전히 메아리친다. 김 씨는 그들의 아픔과 고통에 주목했다. “비 오는 날에는 절두산 벼랑이 빗물에 번들거리고 그 아래 자유로에는 늘 자동차들이 밀려있었다. 자유로를 따라서 서울을 드나들 때마다, 이 한줌의 흙더미는 나의 일상을 심하게 압박하였다. 이 소설은 그 억압과 부자유의 소산이다.” 그는 집을 떠나 올해 4월 경기 안산시 선감도에 들어갔고, 칩거 5개월 만에 원고지 1100여 쪽 분량으로 탈고했다. 연필을 한 자 한 자 밀어내며 쓴 지난한 과정 가운데 틈틈이 흑산도, 경기 화성시 남양성모성지, 충북 제천시 베론성지 등을 답사했다. “흑산의 여러 섬에 갔더니, 물고기를 들여다보던 유배객의 자취는 풀섶에 덮였고 지나간 날들의 물고기는 오늘의 물고기로 이어져서 연안으로 몰려왔다. 섬에서 죽은 유자의 넋이 물고기가 되어 온 바다에 들끓는 것이려니 여겼다.” 투박한 말투. 그마저도 단문으로 끊어 내뱉는 과묵한 작가는 “나는 말이나 글로써 정의를 다투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지 않다. 나는 다만 인간의 고통과 슬픔과 소망에 대하여 말하려 한다. 나는, 겨우, 조금밖에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스스로를 선감도에 가둔 채 매진한 창작 과정에 대해서는 “혼자서 견디는 날들과, 내 영세한 필경(筆耕)의 기진한 노동에 관하여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고 입을 닫았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제목은 반어법이다. 실상은 전혀 사소하지 않다. 학교폭력과 성추행, 도박중독, 방화, 살인 기도 등이 책장 가득 널려있다. 비정하고 냉혹하다. 2005년 ‘악어떼가 나왔다’로 등단한 작가는 ‘오즈의 닥터’(2009년)에 이어 일상의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사회적 약자들의 모습을 처절하게 그린다. 두 사람이 있다. 뚱뚱하고 못생겼다는 이유로 ‘슈렉’으로 불리며 왕따당하는 초등학교 5학년생 ‘아영’. 또래 남학생들에게 맞는 것을 넘어 성적 착취까지 당하며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낸다. 서른아홉 살의 헌책방 주인인 ‘두식’은 게이다. 남자 후배를 사랑하지만 그 후배는 자신이 도박중독자라는 사실을 숨긴 채 밑천이 거덜 났을 때만 두식을 찾아와 돈을 요구한다. 이들이 만난다. 어느 날 또래들의 폭력을 피해 가출한 아영은 헌책방으로 숨어들고, 두식은 갈 곳이 없는 아영과 함께 생활을 시작한다. 주위로부터 철저히 고립되고 소외된 이들은 서로가 사회적 약자로서 ‘동류(同類)’임을 깨달으며 가까워진다. 당사자가 아니면 폭력으로 인한 아픔과 고통을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 작품은 눈을 질끈 감게 만들 정도로 디테일하고 적나라한 묘사를 통해 독자를 폭력 현장의 가운데에 세워놓는다. 놀이터에서 벌어지는 초등생들의 성폭행, 모텔에서 벌어지는 동성애자들의 폭행 등. 신문 사회면 한구석에 건조한 문체로 ‘죽어있던’ 일상의 폭력이 문인의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눈앞에 생생히 살아나고, 이는 섬뜩한 각성으로 이어진다. “상황이 이런데, 그래도 무시할거야?”라고 책은 묻는 듯하다. 아영과 두식을 절망의 끝으로 내몬 육체적 정신적 폭력은 끝난다. 하지만 깊은 상처가 남았고, 상황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는 그들의 자각은 매우 현실적이기에, 가슴이 먹먹해진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왕의 총사(銃士)가 되기 위해 파리로 상경한 시골 귀족 출신인 달타냥이 총사 아토스, 아라미스, 프로토스와 우연히 1 대 3의 결투를 벌이게 되고, 이들은 사나이의 진한 우정으로 묶여 여러 모험을 한다는 익숙한 줄거리. 1840년대 초 신문 연재된 대중소설을 넘어 이제는 고전 명작이 된 작품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축약본이나 영화, 만화로 익숙한 작품이기에 원작의 향수를 느끼기 어려웠다. ‘로마인 이야기’로 한국번역상 대상을 받은 번역가 김석희 씨가 ‘쥘 베른 걸작선집’ ‘모비 딕’ 완역에 이어 번역한 작품이다. 자료 조사와 집필에 3년 가까이 보내며 1000쪽이 넘는 묵직한 분량을 내놓았다. 프랑스 화가 모리스 르루아르의 19세기 중반 그림들을 곁들였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11세기 영국의 정복왕인 월리엄 1세, 20세기 재즈의 거장 빌리 홀리데이,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피델 카스트로, 19세기 유명 탐험가 헨리 스탠리, 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 이들의 공통점은? 혼인을 맺은 정식 부부 사이에서 태어나지 않은 사생아(私生兒)라는 점이다. 책은 사생아로 태어났지만 사회적 핍박을 극복하고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인물 15명의 삶을 조명한다. 밑바닥 여배우에서 출발해 ‘에비타’란 애칭으로 불리며 아르헨티나의 대통령 부인 자리에 오른 에바 페론도 사생아였다. 아버지 후안 두아르테는 유복한 농장 경영주였고 에비타를 낳을 당시엔 다른 도시에 아내를 둔 유부남이었다. 농장에 본처가 나타나자 아버지의 태도는 돌변해 에비타를 비롯한 ‘혼외가족’을 모두 내쫓았다. 에비타는 빈민가 원룸 아파트에서 살았고, 어머니는 삯바느질을 하며 다섯 아이를 키웠다. 에비타는 사생아로서 지독한 가난을 겪고 빈부 격차에 불공평함을 느꼈지만 자기 자리에 머물지 않고 스스로 인생을 개척하기로 마음먹었다. 르네상스 시대 대표적 미술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 또한 사생아가 아니었다면 예술적 재능을 키우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적자였다면 공증인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관료 수업을 받아야 했을 것이란 추측이다. 고대 로마와 그리스에서 사생아들은 부모의 유산을 받을 권리가 없었고, 중세 서양 사회에서는 혼외정사가 사회적 도덕 구조에 위배되는 천형으로 규정됐다는 등 사생아의 지위와 그들을 바라보던 역사적 시각들도 전한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하이쿠//송전선이 뻗어 있다/서리의 왕국,모든 음악의 북쪽에/해가 낮게 걸려 있다/그림자가 거인이다/머잖아 모두 그림자/자줏빛 난초꽃들,/유조선이 미끄러져 지난다/달이 꽉 찼다/잎새들이 속삭인다/멧돼지 하나 오르간을 연주한다/종소리들이 울려 퍼진다》 올해 노벨 문학상을 받은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80)는 ‘스웨덴의 국민 시인’으로 불린다. 세상을 높은 곳에서 신비적 관점으로 바라보며, 자연 세계를 세밀하고 예리한 초점으로 묘사하는 그를 스웨덴 국민은 ‘말똥가리 시인’이라는 애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스웨덴 한림원은 6일 “그는 역사와 기억, 자연, 죽음 같은 중대한 질문에 대해 집필해 왔다. 그의 시는 경제성과 구체성, 그리고 신랄한 비유로 특징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01년 노벨 문학상 제정 이후 스웨덴 출신으로 일곱 번째 수상자가 됐다. 1974년 스웨덴의 하리 마르틴손(시인), 에위빈드 올로프 베르네르 욘손(소설가)의 공동 수상 이후 37년 만이다. 트란스트뢰메르는 1931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태어나 열세 살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다. 1997년 영국에서 출간한 시선집이 호평을 받으며 유럽 문단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현존 시인 가운데 지명도와 문학성에서 가장 앞선 시인이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북유럽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문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는 ‘과묵한 시인’으로 불린다. 50년 넘게 문단활동을 했지만 200편 남짓의 시를 발표하는 데 그쳤다. 한 해 네댓 편 정도의 시를 발표한 셈이다. 이런 집필 스타일답게 그는 차분하고, 조용하고, 시류에 흔들림 없이 ‘침묵과 심연의 시’를 생산해왔다. 수십 년의 시작활동 속에서 그의 시는 다양한 변주를 보여주었지만 그 바탕은 스웨덴 자연시의 토착적이고 심미적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고 세계문학사적으로는 모더니즘 시의 전통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김성곤 서울대 영문과 교수는 “트란스트뢰메르는 스칸디나비아 특유의 자연환경에 대한 깊은 성찰과 명상을 통해 삶의 본질을 통찰함으로써 서구 현대시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초기 작품에서 스웨덴 자연시의 전통을 보여준 그는 자유분방한 상상력으로 시의 영역을 확대해 현실정치나 사회와 벽을 쌓았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자기만의 작품 세계를 꿋꿋이 지켜왔다. 잠과 깨어남, 꿈과 현실, 무의식과 의식 간의 경계지역을 탐구하고 있기에 그의 시 한 편 한 편이 담고 있는 시적 공간은 광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홍재웅 한국외국어대 스칸디나비아어과 교수는 “트란스트뢰메르는 일본 하이쿠처럼 짧은 글귀로 시를 쓰는 게 특징이다. 그의 시는 철학적 성찰 때문에 높은 평가를 받는다. 자연을 노래한다 해도 단순히 자연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자연과 관련된 인간의 존재가 어우러지고, 삶에 담긴 무게를 심도 있게 표현한다”고 말했다. 스톡홀름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그는 교도소와 장애인시설, 마약중독자 치료센터 등에서 상담사로 일하기도 했다. 1990년 뇌중풍으로 쓰러지면서 반신마비가 와 현재 대화가 어려운 상태다. 즐겨 치던 피아노도 이젠 왼손으로밖에 연주할 수 없다고 그의 아내는 말했다. 한국에서는 2004년 시선집 ‘기억이 나를 본다’(들녘)가 출간됐다. 이 시집은 ‘오늘의 세계 시인’ 시리즈 가운데 하나로 고은 시인이 책임 편집했다. 노벨 문학상 상금은 1000만 크로네(약 17억 원). 시상식은 12월 10일 스톡홀름에서 열린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스웨덴 시인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80·사진)가 2011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스웨덴 한림원은 6일 “그의 시는 압축되고 투명한 이미지를 통해 현실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트란스트뢰메르는 1931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태어나 스톡홀름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열세 살 때 시를 쓰기 시작했고 1954년 첫 시집 ‘17개의 시’를 발표했다. 50년 넘게 시작활동을 하면서 12권의 시집(시선집 포함)을 냈지만 그가 발표한 시는 모두 200여 편에 불과해 ‘과작(寡作) 시인’으로 불린다. 스톡홀름의 아파트에서 수상 소식을 접한 시인은 “상을 받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자신을) 축하해주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게 편안하다”고 밝혔다고 그의 부인이 전했다. 초기 스웨덴의 토착적인 자연을 그린 자연시에 천착했던 그는 천상과 지상과 지하를 넘나들며 시공(時空)을 초월하는 자유분방한 상상력으로 시의 지평을 넓히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독일의 페트라르카 문학상, 보니에르 시상(詩賞), 노이슈타트 국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은 6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됐다. 한국의 고은 시인은 올해도 후보로 거론됐으나 수상에는 실패했다. 노벨 문학상은 1996년 폴란드 비스와바 심보르스카 이후 15년 만에 시인에게 돌아갔다. 최근 10년 사이 일곱 차례나 유럽의 문학인이 수상함으로써 노벨 문학상의 유럽 편중현상이 계속 이어졌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박경리 문학상’은 민족의 수난사와 시대의 아픔을 문학으로 승화시킨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1926∼2008년)을 기리기 위해 토지문화재단, 박경리문학상위원회, 동아일보가 올해 공동 제정했다. 박경리 문학상은 작품이 아니라 소설가를 대상으로 하며, 문학적 성취뿐 아니라 작가의 인품과 사회 기여도 등을 종합 평가한다. 상금은 당초 1억 원이었지만 상의 제정 소식을 들은 협성문화재단이 매년 5000만 원을 기탁하기로 해 국내 문학상 가운데 최고 상금인 1억5000만 원으로 올랐다. 박경리문학상위원회(위원장 정운찬, 위원 장명수 정창영 최문순 최일남)는 6월 한 달 동안 국내 각 문학단체 및 문학잡지, 중앙 및 지역 일간지, 전국의 대학 국문과 및 문예창작학과에서 후보자 추천을 받았고, 내부 추천을 더해 총 13명의 후보자를 확정했다. 이어 박경리문학상추천위원회(위원 김영찬 류보선 서영채 성민엽 홍정선)는 7, 8월 세 차례 회의를 열어 최종 후보자로 김승옥, 김원일, 조세희, 최인훈, 황석영 씨를 선정했다. 박경리문학상심사위원회(위원장 김치수, 심사위원 김인환 오생근 정현기 최원식)는 9월 말 열린 최종 심사에서 “문학적 완성도와 지적 성찰의 깊이라는 측면에서 한국 문학이 세계 문학의 보편성 속에 자리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며 최인훈 씨를 최종 후보자로 선정했고, 박경리문학상위원회에서 이를 최종 승인해 최 씨가 초대 수상자의 영예를 안았다. 박경리 문학상은 내년부터 외국 작가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해 국내 문학상 가운데 최초의 세계문학상으로 거듭난다. 시상식은 29일 오후 4시 반 강원 원주시 토지문화관에서 열린다. 토지문화관에선 17∼30일 ‘2011 박경리 문학제’가 열린다. 박경리문장전(17∼30일), 유라시안필하모닉 기념음악회(28일), 문학포럼(28, 29일), 환경포럼(28, 29일), 청소년백일장(29일), 극단 학전의 ‘우리는 친구다’ 축하공연(29일)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토지문화재단과 박경리문학상위원회, 동아일보가 공동 제정한 제1회 박경리 문학상 수상자로 ‘광장’의 작가인 소설가 최인훈 씨(75·사진)가 선정됐다. 박경리 문학상은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1926∼2008)을 기리기 위해 올해 제정된 상으로 수상자는 국내 문학상 가운데 최고 상금인 1억5000만 원을 받는다. 강원도와 원주시, 협성문화재단이 공동 후원했다. 토지문화재단은 5일 “최 작가는 분단 현실과 이데올로기 대립이라는 한국적 상황에 대한 문학적 성찰을 치열하게 펼쳐왔으며 분단 현실에 대한 진지한 문학적 탐구를 통해 한국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박경리 문학상은 내년부터 외국 작가들에게 문호를 개방해 국내 최초의 세계문학상으로 거듭나게 된다. 시상식은 29일 강원 원주시 토지문화관에서 열린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다섯 작가 가운데 한 분을 수상자로 선정해야 하는 우리의 논의는 난처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대작가들의 순위를 매기는 외람된 일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우리의 논의는 조심스럽게, 그리고 완만하게 진행되었다.먼저 박경리 선생의 역사의식과 생명의식을 계승하는 계보의 작가라고 할 수 있는 김원일 씨와 황석영 씨 중에서 한 분을 선정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이 두 작가의 역사적 상상력이 ‘토지’의 전사에 해당하는 조선후기에서 시작하여 현재 진행 중인 분단시대에 이르는 전체 지향으로 볼 때 박경리 선생의 작가정신과 가깝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전태일의 시대를 전형적인 상황으로 압축한 조세희 씨와 1960년대식 감수성의 방황과 희망을 전형적인 인물형상으로 묘사한 김승옥 씨의 작품에도 참신하고 실험적인 문체만이 아니라 밀도 높은 역사의식이 내재되어 있으므로 한국문학사에 기억될 탁월한 업적이라는 기준으로 본다면 두 작가 중에서 한 분을 선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이 논의의 중간에서 우리는 박경리문학상을 제정한 취지를 모두 함께 다시 한 번 소리 내어 읽으며 ‘문학 본연의 가치를 지키며 세속과 타협하지 않는, 이 시대의 가장 작가다운 작가’라는 취지를 다시 검토하고 함께 고심한 끝에 최인훈 씨를 제청하자는 데 만장일치로 합의하였다.최인훈 씨는 그의 모든 작품에서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을 계속해서 제기함으로써 독자들을 불안한 탐구와 자기반성의 세계로 안내하여 주었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다 같이 한국 사회의 자생적 동력학이 되지 못하고 남북의 이념대립이 박래(舶來·타국에서 배를 타고 온) 소비품 경쟁에 지나지 않는다는 그의 비판은 한국인에게 좀 더 근원적인 성찰이 필요하다는 탈식민주의적인 인식의 반영이다. 그의 소설에 여러 번 등장하는 사건은 어린 시절에 교사로부터 자아비판을 강요당하는 장면인데 이러한 심리적 외상도 북한에 국한되는 상처라기보다는 어린아이가 남북 어디에서나 받을 수 있는 상처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최인훈 씨에게 모국어는 민족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한국인의 보편언어이다.우리는 최인훈 씨의 업적이 박경리 문학의 본거에 어긋나지 않으며 한국이라는 지역성을 넘어 세계문학으로서도 높은 문학성과 보편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판단하였다.박경리문학상 심사위원 김치수 김인환 오생근 정현기 최원식}

“수상 후보로 올랐던 것도 몰랐습니다. 새로 생긴 박경리 문학상이 수상 범위를 국경 너머까지 넓힌다는 얘기를 듣고 이런 시도가 한국 문학 사상 일찍이 없었던 일이니까, ‘특별한 안목을 갖고 많은 생각을 한 관계자들이 좋은 일을 시작했구나’라는 정도만 혼자 생각했죠.”제1회 박경리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광장’의 작가인 소설가 최인훈 씨(75)를 4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자택에서 만났다. 그는 “영광스러운 자리를 만들어줘 감사할 따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소설가이자 극작가로 활동해온 최 씨는 1936년 함북 회령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법대를 중퇴하고 1960년 ‘그레이 구락부 전말기’ ‘라울전(傳)’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나왔다. 1960년 스물다섯 나이에 중편 ‘광장’을 발표했다. 이 작품은 남북 이데올로기를 동시에 비판한 최초의 한국 소설이자 1960년대 문학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인이 된 평론가 김현은 “정치사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1960년은 학생들의 해였지만 소설사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그것은 ‘광장’의 해였다”고 평가했다.최 씨는 대표작인 ‘광장’에 대해 “시기를 잘 타고나기도 했다”며 웃음 지었다. “1960년 4·19가 일어났고 ‘광장’은 그해 11월에 발표했어요. 당시 사회를 휩쓸고 있던 4·19 정신에 부합했기에 호의적으로 평가된 측면이 있지요. 이듬해 바로 군사쿠데타가 일어나 사회 분위기가 급변했지만….”‘광장’의 주인공 이명준은 월북한 아버지 때문에 남한에서 고초를 겪고 월북하지만 다시 북한의 사회주의에도 환멸을 느낀다. 6·25전쟁에 뛰어든 이명준은 포로가 되고, 포로교환에서 남이나 북을 택하지 않고 결국 중립국을 택한 뒤 이송 중인 배 안에서 실종된다. ‘이명준이 2011년에 와서 남북을 선택해야 했다면 어떻게 했을까’라고 묻자 최 씨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당시 남북과 지금 남북을 비교하기 어렵고, 더 결정적으로 제가 변화한 북한 모습을 제대로 알지 못해 답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60여 년 전 남북 대치 상황에서 이명준은 남으로 가든, 북으로 가든 제대로 정착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입니다. 이명준의 실종으로 끝나는 결말은 기존 지성이나 권위, 사상에 사로잡히지 않고 자기 나름의 머리와 가슴으로 생각한, 자신이 납득할 만한 그런 인생을 살겠다는 의식의 발로죠.”1950년 12월 당시 고교 1년이던 최 씨는 강원 원산에서 배를 타고 부산으로 피란길에 올랐다. 원산에서 미군 폭격기를 피해 방공호로 뛰어가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고 그는 회상했다. “6·25전쟁이 삶과 문학의 방향을 결정적으로 바꿨다”는 그는 ‘구운몽’ ‘회색인’ ‘서유기’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등을 발표하며 자아와 현실에 대한 탐구와 성찰이라는 뚜렷한 주제 의식을 가진 작가로 입지를 다졌다. 고 박경리 선생과의 인연에 대해선 “1960년 ‘광장’의 출판기념회 때 본 게 마지막인 것 같다. 개인적인 왕래는 없었다”면서 “그분의 작품을 읽었지만 지금 와서 내가 새삼 평가할 부분은 없는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1994년 발표한 자전적 소설 ‘화두’ 이후 신작을 내지 않는 작가에게 집필 근황을 묻자 “글은 최소한 예술적인 훈기(薰氣)가 불어와야 한다. 미신일 수도 있지만 아직 내게는 그렇다. 그럴 때가 오면 쓸 만하면 쓸 것이고, 못 쓰면 못 쓰는 것”이라고 답했다.지난해까지 10번 ‘광장’을 개작한 그는 “한문을 되도록 한글로 바꾸고, 문학적 수사도 세련되게 다듬다 보니 그렇게 됐다. 앞으로도 눈에 띄는 곳이 있으면 개작하겠다”며 “매일 산책하고, 메모하며 살아가는 ‘작가의 일상’을 유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소설가 최인훈 약력―1936년 4월 13일 함북 회령 출생 ―1950년 6·25전쟁 중 월남 ―1952∼56년 서울대 법학과(중퇴)―1959년 자유문학에 ‘그레이 구락부 전말기’와 ‘라울전(傳)’ 발표하며 등단 ―1960년 소설 ‘광장’ 발표 ―1962년 소설 ‘구운몽’ 발표 ―1966년 동인문학상 수상 ―1977년 한국연극영화예술상 희곡상 수상 ―1977∼2001년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교수 ―2001년∼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명예교수 ▲동영상=명작 독법에 관한 지침서}

‘소와 명이가 처음 내 입안에서 만났다. 짭짜름하고 향긋한 명이 장아찌가 단백질과 지방이 고루 섞인 일등급 한우 등심을 싸고 들어왔다. 평소보다 오래도록 씹었다. 다른 건, 이를테면 술도 말도 필요 없었다. 그 둘만으로 행복해지기에 충분했다.’ 소설가 성석제 씨(51)가 최근 출간한 음식 에세이 ‘칼과 황홀’(문학동네)의 한 토막. 고소하고 상큼한 상상에 침이 절로 고였다. 성 씨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을 청했다. “술도 한잔 해야죠”라는 흔쾌한 답이 돌아왔다. 지난달 30일 저녁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한정식집에서 밥상을 마주하고 앉았다. ‘벚굴은 날것으로도 먹지만 보통은 구워 먹는데 맛이 담백하고 전혀 비리지 않다고 했다. 굴을 껍데기째 연탄불 위에 올려놓으면 익으면서 뽀얀 물이 나오며 이 물은 반드시 먹어야 한다. 맛이 ‘겁나게’ 진하다.’ ‘밥알을 입에 문 채 청어 껍질을 벗기다가 귀찮아서 뼈만 바르고 4분의 1 정도 되는 큼직한 토막을 입 속으로 집어넣었다. 입에서 기다리던 밥알이 청어를 마중 나왔다. 탄수화물은 달았고 청어 껍질 속의 지방은 입에 녹아들며 고소한 맛을 냈다.’ 이 책에서 전남 여수시의 특산품 ‘벚굴’과 일본의 정식(定食)을 소개한 부분들이다. 글이 짜거나 비리지 않다. 담백하고 구수한 글을 읽다 보면 끼니때가 아닌데도 음식 생각이 간절해진다. 성 씨는 고향인 경북 상주시의 묵집, 여수의 벚굴(‘강굴’, ‘벗굴’, ‘벅굴’로도 불린다)과 회, 경남 남해군에서 죽방렴(竹防簾·대나무발 그물)으로 잡은 멸치 등 지역 음식뿐만 아니라 지난해 여름 독일에서 지낼 때 마신 슈바르츠 맥주까지 다양한 먹을거리와 그에 얽힌 사연들로 푸짐하게 한 상을 차렸다. 문학동네 인터넷카페에서 3∼7월 연재한 이 글들은 매일 오후 5시에 올라와 독자들의 저녁 메뉴를 정해주기도 했다. 그의 인생에서 음식이란 어떤 의미일까. “‘이 한 끼’는 인생에서 매번 있는 게 아니라 딱 한 번인 거죠. 내일이면 또 다른 끼니가 되는 거니까요. 결국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입니다.” 소곡주를 한잔하고, 안주로 명이나물과 돼지수육을 곁들이며 성 씨는 말을 이었다. “음악을 듣거나 미술을 감상하는 것보다 더 강한 감동을 얻을 수 있는 게 한 끼의 식사입니다. 음식을 제대로 챙겨먹는다는 것은 음식하시는(만드시는) 분들을 존중하는 행위도 됩니다.” 메뉴도 확인하지 않고 회사 구내식당에 찾아가 한 끼를 때우는 데 급급한 기자가 이 말에 100% 동감은 못 했지만, 왠지 중요한 걸 놓치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맛집은 어떻게 찾을까. “음식점이나 주인의 관상을 봅니다. 얼마나 진실하게 음식을 만드는지 음식점과 주인 얼굴만 봐도 대충 감이 옵니다.” 막연했다. 좀 명확히 말해달라고 채근했더니 성 씨는 ‘4무(無)’를 꺼냈다. ‘TV와 외상이 없고, 종업원을 찾는 벨이 없으며, 시끄럽지 않은’ 식당을 간다는 것이다. 음식점에 앉아 물을 마셨더라도, 아니다 싶으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기도 한다고. ‘술은 가성(假性) 죽음이다. 술은 꿈의 유사품이다. 고금의 재사(才士) 대부분이 술과 친한 것도 이 때문이다.’(‘칼과 황홀’ 중에서) 성 씨는 “막걸리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어릴 적 고향에서 처음 접한 술이 막걸리였고, “여태껏 막걸리 먹다 죽은 사람을 못 봤다”는 게 그의 막걸리 예찬론. 소곡주 한 병으로 시작한 반주는 배막걸리 두 병으로 이어져 얼굴이 불콰해졌다. 음식으로 시작한 만남은 술, 그리고 문학, 문인 얘기로 이어졌다. 2차는 성 씨의 삼청동 단골 술집으로 이어졌다. 소문난 입담꾼답게 그의 말은 막힘이 없었고, 무엇보다 재미났다. 가을밤이 짧게 느껴졌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수백 마리의 새들이 들끓고 있다. 한 마리의 새가 새들을 뚫고 날아가고, 새들은 돌을 뚫고 지나가기도 한다. 아니다. 새는 새가 아니고, 돌은 돌이 아니다. 새와 돌이란 시어를 빈칸으로 두자. 그 빈 공간에는 시도, 삶도, 바로 당신도 들어갈 수 있다. 그 순간 시어들은 날아오르고, 의미는 끝없이 확장한다. ‘이달에 만나는 시’ 10월 추천작으로 이수명 시인(46)의 ‘새를 전개하다’가 선정됐다. 이 시는 지난달 나온 시집 ‘언제나 너무 많은 비들’(문학과지성사)에 실렸다. 시인 이건청, 장석주, 손택수, 김요일, 이원 씨가 추천에 참여했다. 이수명 시인은 이 시에 대해 “우리 존재와 존재들이 부딪히는 장면을 쓴 것”이라고 했다. “비가 오면 항상 많이 오고, 밖에 나가면 차들이 가득하죠. 언제나 그 무언가가 우리 주변에는 많이 있고, 들끓고 있죠. 눈에 보이기도 하고 안 보이기도 하고, 다가오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하는 것들…. 항상 주위에 있는데 딱히 뭐라고 이름 붙이기 힘든 것들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1994년 등단해 다섯 권의 시집을 낸 그는 새로운 시어를 꾸준히 모색해온 모더니스트다. 무수한 갈래로 해석 가능한, 아니 해석 불가능한 시어들을 더듬다 보면 시는 낯설지 않다. 불쑥 내 앞에 다가와 있다. “시가 난해하다”고 하자 시인은 수줍은 듯 웃었다. “연결해서 어떤 의미를 만들거나 결론을 내지 말고, 그냥 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세요.” 김요일 시인은 “내가 되고, 돌이 되고, 새가 되는 세계. 아무렇지 않은 듯 펼쳐 놓은 이수명의 시는 이미 시를 떠났다. 시를 떠난 시의 해석은 독자들의 몫이다”라며 “나는 ‘새’를 ‘시(시인)’로 읽는다”며 추천했다. “이수명의 시는 언어를 통해서 색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삶과 언어가 뒤섞이고 언어라는 것이 결국 삶이라는 것으로 치환된다. ‘새’를 ‘생(生)’으로 바꾸는 것도 한 독법(讀法)”이라고 이원 시인은 말했다. 손택수 시인의 추천평은 이렇다. “시인의 길들여지지 않는 미학이야말로 어쩌면 모국어의 새로운 꿈이 아닐까. 그 꿈속에서 나는 ‘새’를 ‘사이’로도 읽어보고 ‘돌’을 ‘乭(이름)’로도 읽어본다. 한껏 벌어진 ‘(틈)새’를 뚫고 날아온 ‘이름’! 아무려나, 이 시는 해석 의지를 무력화시키는 에너지로 충일돼 있다.” 이건청 시인은 김영석 시인의 시집 ‘바람의 애벌레’(시와시학)와 이채강 시인의 시집 ‘등불소리’(서정시학)를 추천하고 “김 시인은 서정과 사유가 탄탄하게 결합해 견고한 이미지를 보여줬으며 이 시인은 상당히 깊이 있는 이미지와 상징을 펼친다”고 평했다. 장석주 시인은 이혜미 시인의 첫 시집 ‘보라의 바깥’(창비)을 꼽으며 “아무리 꺼내 써도 소진되지 않는 풋풋한 젊음이 느껴진다”는 평을 내놓았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