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굳이 태국 짝퉁 시장 찾아갈 필요 없이 여기서 장만하세요!” 지난달 30일 밤 한 유튜브 채널의 라이브 방송. 명품 브랜드 ‘셀린’과 ‘프라다’ 등의 짝퉁 가방 수십 개를 팔고 있었다. 정식 상품명이 아닌 ‘A03’ 등의 주문번호로 소개된 가방들은 개당 40만∼50만 원에 팔려 나갔다. 유튜버는 “정품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의 ‘A급’ 상품”이라며 “개인 계좌로 입금한 뒤 카톡으로 주문서를 작성해 달라”고 홍보했다. 2시간가량 진행된 방송을 보고 있던 시청자는 300여 명. 구매 의사를 밝힌 사람은 30여 명이었다.● SNS 통한 짝퉁 판매 급증 최근 당국의 단속을 피해 유튜브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위조 명품을 판매하는 업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동아일보가 짝퉁 판매 채널 20개를 분석한 결과 방송은 대부분 늦은 밤이나 새벽에 진행됐고, 판매 후 방송 기록을 삭제하는 ‘떴다방’ 운영으로 단속을 피하고 있었다. 판매 상품 대부분은 중국과 태국 등 해외에서 밀수입한 ‘짝퉁 명품’이었다. 같은 날 또 다른 유튜브 채널에선 명품 브랜드 ‘몽클레르’의 상표가 붙은 패딩 조끼가 20만 원에 판매됐다. 공식 판매처에선 약 120만 원에 판매되는 상품이었다. 국내 백화점에서 85만 원에 판매하는 ‘아미’의 니트도 4만5000원에 팔렸다. 비슷한 시간 틱톡의 한 채널에선 창고형 매장에 쌓여 있는 나이키 ‘한정판’ 운동화가 개당 5만 원 선에 판매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병행수입이라고 홍보하는 곳도 있지만, 병행수입으로 절대 팔 수 없는 가격이라 100% 짝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SNS를 통한 짝퉁 유통은 매년 급증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올해 1∼10월 12만3475건이 적발돼 2020년(4만8063건)의 3배가량으로 늘어났다. 올해 특허청이 적발한 짝퉁 온라인 거래 20만3954건 중 SNS를 통한 판매는 60%로 포털사이트(34%)나 오픈마켓(9%)보다 높았다.● “단속-감시 어려운 허점 개선해야” 유통업계에선 짝퉁 업자들이 당국의 단속과 거래 감시가 어렵다는 허점을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이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 오픈마켓은 사업자등록증 제출 등 최소한의 ‘판매자 등록’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전자상거래 기업이 아닌 유튜브나 틱톡 등 SNS에선 누구나 라이브 방송을 통해 물건을 판매할 수 있다. 유튜브의 경우 약관에 “모조품을 홍보하거나 판매하는 채널은 해지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신고가 접수된 후에야 사후 조치에 나서는 등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허·관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 등 당국은 ‘재택 모니터링단’이나 ‘명예 세관원’ 등을 운영하며 단속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한정된 인력으로 수천 개에 달하는 짝퉁 판매 방송을 모두 단속하는 건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SNS를 상시로 모니터링하는 인력은 없다”며 “관련 부처 간의 협력을 통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했다. 현행 상표법상 특허청이 짝퉁 판매에 대해 조치를 요구할 경우 유튜브 등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가 이를 따라야 할 의무가 없는 것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대 국회에서 특허청이 요구한 조치를 이행하도록 하는 상표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됐고 22대 국회에서 비슷한 개정안이 다시 발의돼 계류 중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도 불법행위자 단속 및 조치에 적극 협조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을 촉구하는 교수 시국선언이 대학가에서 확산하는 가운데 28일 서울대 교수 및 연구자 등 525명이 실명으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로써 28일 현재까지 전국 90개 대학 교수들이 34개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날 서울대 교수 및 연구자들은 서울 관악구 서울대 박물관 강당에서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대통령을 거부한다’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윤 대통령의 조속한 퇴진을 촉구했다. ‘경제학원론’ 교과서로 유명한 이준구 경제학과 명예교수, 전국의대교수협회장을 맡고 있는 김창수 의대 교수,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사상 첫 여성 교수인 전화숙 교수 등 525명이 실명으로 참여한 시국선언문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의료 대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민생 경제 악화, 대북 정책 난조, 언론 탄압, 김건희 여사 리스크 등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윤석열 정부의 조속한 퇴진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시국선언문에서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우리 사회의 보편적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았고 이제는 그것이 일상다반사처럼 되어 국민이 더 이상 참기 힘든 상태”라고 비판했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과 이로 인한 의료 혼란에 대해서는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R&D 예산 삭감 논란에는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학문생태계가 돌이키기 힘든 타격을 입었다”고 비판했다. 서울대 법대 79학번인 윤 대통령에 대해 교수 및 연구자들은 “윤석열과 동문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는 제자들의 대자보가 양심의 거울처럼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며 “서울대가 교육과 연구에서 제대로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가르치지 못한 채 ‘영혼이 없는 기술지식인’을 양산해 온 것은 아닌지 참담하고 죄스러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도 언급됐다. 시국선언문은 “정부의 거듭되는 실정과 실책, 그로 인한 혼란의 뿌리에는 대통령과 부인에 의한 권력의 사유화와 자의적 남용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불거진 공천 개입과 국정농단 의혹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특검으로 민주주의를 일으켜 세워야 한다”고 비판했다. 교수와 연구자들은 시국선언문 말미에 “윤 대통령이 하루라도 빨리 물러나야 한다”며 “국민 대다수는 이미 심정적으로 윤 대통령을 해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의 한 사람으로서 윤석열 정부의 조속한 퇴진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전체 전임교원은 교수 1580명, 부교수 485명, 조교수 243명 등 2308명이다. 이날 천주교 사제 1466명도 “대통령의 사명을 모조리 저버린 책임을 물어 파면을 선고하자”는 내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서울대 교수 및 연구자 등 525명이 윤석열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28일 발표했다.이날 서울대 교수 및 연구자 525인은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대통령을 거부한다’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내고 윤석열 정부의 조속한 퇴진을 촉구했다. 약 3000자에 이르는 시국선언문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의료 대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민생 경제 악화, 대북 정책 난조, 언론 탄압, 그리고 김건희 여사 리스크 등을 문제점으로 짚었다.서울대 법대 출신인 ‘동문 윤석열’에 대한 강한 비판도 담겼다. 시국선언문은 “윤석열과 동문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는 제자들의 대자보가 양심의 거울처럼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며 “서울대가 교육과 연구에서 제대로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가르치지 못한 채 ‘영혼이 없는 기술지식인’을 양산해 온 것은 아닌지 참담하고 죄스러운 마음”이라고 밝혔다.이어 “국민 대다수는 이미 심정적으로 윤 대통령을 해고했다”며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 그것을 은폐하기 위한 권력의 자의적 남용, 최근 불거진 공천개입과 국정농단 의혹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특검으로 민주주의를 일으켜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래는 시국선언문 전문. [서울대학교 교수·연구진 시국선언문]민주주의를 거부하는 대통령을 거부한다우리 서울대 교수·연구자들은 국민과 역사에 대한 부끄러움, 사죄와 통탄의 심정으로 윤석열 정부의 퇴진을 촉구합니다. 서울대 교내 곳곳에 나붙은, 윤석열과 동문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는 제자들의 대자보가 양심의 거울처럼 우리를 부끄럽게 합니다. 한국 사회의 민주화를 이끌었던 지성의 전당, 그 명예로운 역사의 흔적을 윤 대통령과 그가 임명한 공직자들에게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서울대가 교육과 연구에서 제대로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가르치지 못한 채 ‘영혼이 없는 기술지식인’을 양산해 온 것은 아닌지 참담하고 죄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우리 사회의 보편적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았고, 이제는 그것이 일상다반사처럼 되어 국민이 더 이상 참기 힘든 상태가 되었습니다.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사건은 시민과 군인의 생명을 책임진 기구들이 주의 깊게 대처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입니다. 진상 규명은 재발 방지를 위해 당연하며 민주주의 사회가 수행해야할 기본적 절차이자 과정이지만 국민이 마주한 것은 책임 회피에 급급한 뻔뻔한 얼굴과 그들이 내뱉는 궤변뿐이었습니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그들을 비호하고, 오히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쓴 무고한 사람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더욱 분노하게 합니다.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한 의료대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공의 이탈과 의료 공백이 장기화 되었고, 의료 시스템은 총체적인 붕괴 위기에 놓였습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대화를 통해 사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등한시한 채 공허한 ‘의료개혁’이라는 자기최면 구호만 반복합니다. 졸속한 의대생 증원은 의료 대란과 함께 ‘의대교육 대란’을 몰고 올 것이 분명합니다. 최소한의 절차적 정당성과 합리적 근거도 없이 국가연구개발 예산이 대폭 삭감되는 일도 일어났습니다. 젊은 연구자가 해외로 떠나고, 실험실이 문을 닫는 등 대학의 연구 기능이 위기에 처했습니다.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학문생태계가 돌이키기 힘든 타격을 입었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습니다.민간주도성장이라는 정체불명의 경제 정책은 각자도생의 세태를 더욱 악화시켰고, 서민들은 점점 더 가중되는 경제적 고통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역대 최대의 세수 결손과 최장의 무역수지 적자 사태가 이어졌고, 경제성장률은 이제 선진국 평균 수준 미만으로 추락했습니다. 높은 가계부채 비율과 고금리로 민간소비가 위축되고, 근로소득 격차는 더 늘어났습니다. 폐업한 소상공인의 숫자와 규모가 최고치를 경신하고 민생 경제의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정부는 속수무책이며, 대통령은 근거 없는 낙관론으로 국민을 기망하고 있습니다.휴전선 인접 지역 주민들이 북한 확성기 소음으로 밤잠을 못 이루고 심지어 많은 분이 신경정신과를 찾습니다. 국민의 일상을 위협하는 대북정책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왜 정부는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는지, 왜 이전에 일어나지 않던 일들이 현 정부에서 빈발하는지, 북한이 다른 나라에 파병한다는 보도만으로 우리와 관련 없는 전쟁에 무기와 군인을 보내야 국민의 안보가 더 든든해지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분단 이후 긴장과 공포 속에서 축적한 역사적 경험을 통해 우리가 얻은 교훈은 평화 없이는 안보도, 안정도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 정부가 지키려는 것이 국민의 안보입니까, 정권의 안보입니까?윤석열 정부의 외교 성적표는 더 참담합니다. 역대 어느 정권보다 잦은 대통령 외국 순방의 결과로 국민에게 던져진 성과물은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 묻는 전 국민 청력 테스트와 순방 중 부인의 명품 쇼핑 논란이었습니다. 한일 간 외교를 정상화한다는 미명 하에 이루어진 정상외교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강제 동원된 조선인들의 원한이 서린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록으로 돌아왔습니다. 국민의 자존심에 먹칠을 하는 대일굴욕외교를 지켜보며 이제 많은 이들이 독도영유권 분쟁의 현실화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일제 침략에 희생된 자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2차, 3차 가해하는 무도한 인사들이 요직에 임명되고, 대한민국 정치의 보수와 진보가 함께 이룩한 헌법적 합의와 독립투쟁의 역사가 무참히 훼손되는 참상을 목도하면서 일본의 밀정이 정부의 주요 공직을 장악했다는 개탄까지 나오고 있습니다.정부의 실정보다 더 심각한 것은 민주주의 시스템의 붕괴입니다. 민주주의가 일상의 차원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오히려 민주주의를 지켜야 할 기구들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적 제도와 시스템을 훼손하고 있습니다. 정치를 정적과 비판 세력에 대한 수사와 기소로 대체한 검사 출신 대통령과, 권력의 비호에 앞장서는 검찰로 인해 국민들은 더 이상 사정기관과 사법기관의 공정성과 정의를 믿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기를 낸 소수의 의인들이 무너지는 민주주의를 가까스로 지탱해 주고 있습니다.언론의 권력비판 기능과 국민의 인권과 알 권리를 지켜야 할 민주주의 시스템이 오히려 언론과 국민의 비판 목소리를 틀어막는 데 악용되는 일도 버젓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인권과 언론 자유를 지켜야 할 감시 기구에 반인권적 행태와 언론 탄압을 자행해 온 인사를 임명하는 작태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제 권력에 대한 언론의 비판과 감시 기능이 사라졌습니다. 신문과 방송에서 의혹을 해명하기 위한 심층 취재를 찾아보기 어렵고, 대통령 면전에서 그러한 사안들에 대해 질문하거나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기자를 본 지가 너무 오래 되었습니다. 그나마 제 역할을 하려는 언론사와 기자들에게 정부, 여당과 일부 사회단체의 고소, 고발이 늘 따라다닙니다.정의와 공정성은 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향유할 수 있는 원리인데 많은 이들이 우리 사회에 정의와 공정성이 남아 있는지 의심합니다. 정부의 거듭되는 실정과 실책, 그로 인한 혼란의 뿌리에 대통령과 부인에 의한 권력의 사유화와 자의적 남용이 있습니다. 국정의 난맥상과 국가정체성의 위기, 권력 남용과 사유화, 국정농단, 법치를 악용한 민주주의 유린 등에 대해 윤 대통령은 단 한 번도 책임지는 자세로 해명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최근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해명이라고 늘어놓은 안하무인의 무성의한 기자회견은 오히려 시민들을 광장으로 불러 모았습니다. 국민들 사이에서 대통령이 내려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민주주의가 안착되고 개혁이 추진될 줄 알았는데 채 10년도 되지 않아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정치·사회·경제·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역행과 퇴행이 심각합니다. 모든 정치 세력이 탄핵에 동참했던 국민의 열망과 염원을 받들기 위해 제대로 일했는지 뼈아프게 반성해야 합니다. 대통령과 정부가 권력 수호와 비판세력의 입을 막는 데만 몰두하면서, 미래 한국 사회를 위해서나 지구촌의 한 구성원으로서 맡겨진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 필요한 평화, 경제정의, 생태환경 등에 대한 논의와 준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급박한 국제정세 변동, 경제 위기, 인구위기, 기후위기 등에 대처할 수 있는 합리적 국가 시스템의 회복이 절실합니다. 윤 대통령이 하루라도 빨리 물러나야 합니다. 한국 사회의 장래를 위해서 그의 사퇴는 필연적입니다. 거부권은 결코 대통령의 특권이 아닙니다. 이제 국민이 대통령을 거부합니다. 국민 대다수는 이미 심정적으로 윤 대통령을 해고했습니다. 그리고 김건희를 둘러싼 각종 의혹, 그것을 은폐하기 위한 권력의 자의적 남용, 최근 불거진 공천개입과 국정농단 의혹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특검은 무너지는 민주주의를 일으켜 세우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김건희 특검에 뜻을 모은 동료 시민들, 전국 각 대학의 동료 교수·연구자들과 함께 윤석열 정부의 조속한 퇴진을 강력하게 촉구합니다.2024년 11월 28일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김건희 특검을 촉구하는 서울대학교 교수·연구자 일동서명인 명단 (가나다 순, 괄호 안은 소속 대학 또는 연구소)(공) 공대, (국) 국제대학원 (국농) 국제농업기술대학원 (교연) 교육연구소 (규) 규장각한국학연구원 (기) 기초교육원 (나) 나노입자연구단 (라) 라틴아메리카연구소 (미) 미대 (보) 보건대학원 (보환) 보건환경연구소 (사) 사회대 (사발) 사회발전연구소 (사범) 사범대 (산) 산업동물임상교육연수원 (아) 아시아연구소 (여) 여성학협동과정 (융)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 원로교수 (원미) 원자력미래기술정책연구소 (인) 인문대 (인연) 인문연구원 (일) 일본연구소 (음) 음대 (자) 자연대 (자전) 자유전공학부 (통) 통일평화연구원 (한) 한류연구센터 (행) 행정대학원 (환) 환경대학원 (환계) 환경계획연구소가석현(사범) 강나은(인) 강대중(사범) 강미정(인) 강민규(사범) 강민호(인) 강상경(사) 강성용(인) 강우성(인) 강웅구(의) 강자현(간) 강재호(사) 강정원(사) 강희경(인) 고가영(아) 고윤화(음) 고윤화(한) 고재백(인) 고재성(의) 고진강(간) 고태우(인) 고태진(인) 공석기(아) 공영윤(자) 공유진(인) 곽노준(융) 곽덕주(사범) 곽재건(의) 구명철(인) 구인회(사) 국종성(자) 권선형(인) 권수현(인) 권숙인(사) 권오영(인) 권우진(사범) 권윤경(인) 권재훈(자) 권태억(원) 권혁은(인) 권현지(사) 기계형(인) 김경범(인) 김경은(인) 김경택(자) 김광식(기) 김기훈(인연) 김나영(의) 김대중(인) 김대현(자) 김도균(법) 김동규(공) 김란(아) 김명재(인)김명환(원) 김문경(보) 김민수(미) 김민정(인) 김백영(사) 김병로(통) 김상희(약) 김선미(의) 김선영(보) 김선희(사범) 김성균(보) 김성수(인) 김성준(의) 김수민(인) 김수아(여) 김승민(기) 김승섭(보) 김영욱(인) 김예령(인) 김용균(사) 김용남(사범) 김용창(사) 김우철(자) 김월회(인) 김의태(자) 김이선(사) 김인(인) 김장석(인) 김장주(원) 김재범(자) 김재석(사) 김재호(기) 김정숙(사범) 김정욱(경) 김정한(미) 김정현(나) 김정환(사) 김정희(인) 김종명(인) 김종영(인연) 김종욱(인) 김종철(아) 김종철(사범) 김지영(인) 김지혜(인) 김지희(인) 김진공(인) 김진모(농) 김진숙(인) 김진영(인) 김창수(의) 김창엽(보) 김태균(국) 김태민(의) 김태연(인) 김태웅(사범) 김태윤(아) 김태한(의) 김택수(의) 김판기(자) 김한빛(인) 김항래(의) 김헌(인연) 김현균(인) 김현철(국) 김현철(원) 김형관(의) 김형관(미) 김혜영(의) 김혜원(인) 김혜주(인) 김혜진(인) 김홍빈(의) 김홍중(사) 김회웅(산) 김효신(인) 김희발(농) 나은하(인) 남기정(국) 남동신(인) 남성현(자) 남은영(사) 노경덕(인) 노관범(규) 노상균(규) 노상호(치) 류기현(인) 류현정(인) 류호걸(의) 모경환(사범) 문경하(인) 문숙영(인) 문중양(인) 민기복(공) 민병천(사범) 민홍기(자) 박경선(의) 박관택(미) 박나영(인) 박록진(자) 박배균(사범) 박상우(인) 박상인(행) 박상철(인) 박선영(인) 박선영(사) 박선현(경) 박성현(인) 박승범(자) 박양화(인) 박영수(의) 박용선(자) 박용진(인) 박은석(인연) 박은우(농) 박정민(인) 박정일(약) 박정필(기) 박정호(인) 박정훈(인) 박주용(사) 박중훈(국농) 박지영(인) 박지영(보환) 박지환(국) 박지희(사범) 박진서(인) 박찬구(사범) 박찬일(사범) 박태균(국) 박평식(사범) 박현선(원미) 박현순(규) 박현희(기) 박흥식(인) 배우경(의) 배은경(사) 배재호(인) 백근찬(사범) 백도명(원) 백승무(인) 백용주(자) 백일순(사) 백지운(통) 백창희(의) 변종민(사범) 변현태(인) 봉준수(인) 서기원(사범) 서동인(사범) 서동주(일) 서병무(치) 서봉원(융) 서영채(인) 서영화(인) 서원주(인) 서정경(사) 서정은(음) 서진욱(공) 서진태(인) 서철원(인) 석승훈(경) 석영재(자) 설재홍(자) 성문우(의) 성상환(사범) 성춘택(인) 소경희(사범) 손영주(인) 손유경(인) 손은실(인) 송윤주(자) 송재경(인) 송현범(의) 신광복(인) 신석민(자) 신수미(인) 신영선(인) 신윤정(사범) 신정숙(자) 신정훈(미) 신지영(인) 신형철(인) 신혜경(인) 신혜란(사) 심재중(인) 안광석(자) 안동만(원) 안동하(사범) 안민석(인) 안재원(인) 안주은(사범) 양수경(인) 양철준(인) 연재훈(인) 오능환(환) 오도영(자전) 오성주(사) 오수창(원) 오순희(인) 오승원(의) 오예슬(인) 오윤정(인) 오인환(미) 오일영(의) 오지호(인) 오창식(농) 오판진(사범) 오희석(자) 우석균(인연) 우종학(자) 우희종(원) 원중호(자) 유성상(사범) 유성환(인) 유요한(인) 유용태(원) 유치정(인) 유혁(인) 유현미(사발) 육정환(의) 윤규현(환계) 윤대석(사범) 윤대영(사) 윤동천(원) 윤석민(사) 윤선구(기) 윤성민(인) 윤세미(국) 윤순식(인) 윤순진(환) 윤여탁(사범) 윤인영(의) 윤철희(농) 윤충식(보) 윤현배(의) 윤혜경(인) 이강재(인) 이경분(의) 이경진(인) 이경하(인) 이경화(사범) 이관휘(경) 이교구(융) 이규완(인) 이담(인) 이도훈(사) 이동섭(의) 이동신(인) 이동원(인) 이동환(자) 이명석(의) 이미영(사범) 이미정(인) 이민용(인) 이봉주(사) 이삼선(치) 이상무(사범) 이상찬(인) 이상혁(자) 이상훈(자) 이석호(자) 이선우(인) 이성헌(인) 이성훈(라) 이소라(인) 이승원(사) 이승재(의) 이승철(사) 이시내(사범) 이신재(치) 이시혁(농) 이아리(사범) 이영민(보환) 이옥주(인) 이용석(의) 이용원(인) 이용호(사범) 이우종(경) 이우형(의) 이운재(인) 이원진(치) 이유리(자) 이유선(기) 이은성(자) 이은아(인) 이은아(라) 이은지(기) 이인형(수) 이일하(자) 이장섭(미) 이장익(약) 이정은(자) 이정환(인) 이정환(인연) 이정훈(인) 이종묵(인) 이주용(약) 이준구(원) 이준영(의) 이준웅(사) 이준호(자) 이지섭(사범) 이지연(인) 이지연(의) 이지영(자) 이지원(환계) 이지은(인) 이진명(사) 이진석(의) 이진호(인) 이창숙(인) 이창희(법) 이철범(자) 이태진(보) 이평복(의) 이풍실(인) 이하나(인) 이하람(자전) 이해영(의) 이현숙(자) 이현정(인) 이현정(사) 이혜경(인연) 이화진(인) 이훈희(자) 이희경(음) 임다은(인) 임선희(자) 임연희(의) 임자혁(미) 임충훈(사범) 임형권(인연) 임호준(인) 임홍배(인) 장경섭(사) 장대근(인) 장성빈(인) 장수은(환) 장원열(자) 장원철(자) 장원태(인) 장진경(인) 장진성(농) 장진성(인) 장한닢(인) 장혜식(자) 전범석(의) 전세진(인) 전종익(법) 전화숙(공) 정경화(사범) 정고은(사범) 정남지(환계) 정병설(인) 정보미(사범) 정성규(자) 정수진(인) 정신혁(일) 정요근(인) 정용욱(인) 정원규(사범) 정원재(인) 정은재(의) 정의철(미) 정자은(환계) 정준영(규) 정진선(인) 정충원(자) 정항균(인) 정현주(환) 정현채(의) 정혜용(인) 조대식(기) 조성욱(경) 조성희(인) 조영남(국) 조은진(인) 조주연(의) 조지혜(교연) 조현설(인) 조현수(환계) 조형택(자) 조흥식(원) 조희경(의) 주기평(인) 주병기(사) 주상훈(자) 주용성(자) 지은영(인) 진광남(의) 차익종(기) 차현정(사범) 채수홍(사) 채승철(사범) 천기정(의) 천진(인) 최갑수(원) 최경호(보) 최경희(사) 최권행(원) 최근정(사범) 최기영 (공) 최낙성(농) 최무림(의) 최무영(원) 최병선(원) 최석우(자) 최석원(미) 최순철(치) 최승주(사) 최연희(자) 최영빈(미) 최영은(인) 최유정(인) 최윤수(의) 최은영(의) 최정화(인) 최준원(국농) 최지엽(의) 최해성(인) 최혜린(인) 추명엽(사범) 추지현(사) 하남출(농) 하상진(인) 하승열(자) 한경희(인) 한동헌(치) 한모니까(통) 한범(의) 한상진(환) 한세원(의) 한숭희(사범) 한인섭(법) 한정규(의) 한정숙(원) 한정호(의) 함경희(인) 함유근(환) 허민준(인연) 허서연(인) 허성호(환) 허수(인) 허원기(자) 허윤정(인) 허장욱(인) 허정원(사) 현영종(기) 호원경(원) 홍백의(사) 홍석경(사) 홍성철(자) 홍수현(인) 홍승진(인) 홍종욱(인연) 홍준식(의) 홍진호(인) 홍혜진(인) 황보영(간) 황상익(원) 황선엽(인) 황수웅(사범) 황승식(보) 황영일(의) 황의현(인) 황향주(인) 황호성(자) John P. DiMoia(인) Vermeersch Sem Andre C.(인)11월 28인 14시 현재 총 525인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먼저 내릴게요. 비켜 주세요!” 27일 오전 8시경 서울 지하철 9호선 고속터미널역 승강장. 열차가 역사에 들어서자 급한 마음에 비집고 타려는 승객들과 미처 내리지 못한 승객들이 뒤엉키며 고성이 오갔다. 전날부터 수도권에 내린 폭설로 열차 운행이 지연되면서 혼잡이 빚어진 것이다. 승강장에서 만난 대학생 서모 씨(22)는 “이러다 깔려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의 내·외선 순환 열차가 모두 30분 넘게 지연됐다. 9호선 개화역 차량기지에 쌓인 눈으로 전기 문제가 발생해 차량 출발이 늦어졌고, 군자역에서는 플랫폼 안전문이 고장 나 일부 열차가 지연됐다. 이날 오후에는 철로에 나무가 쓰러져 열차 운행이 30분 넘게 중단되는 등 고속철도(KTX)와 일반 열차 운행도 차질을 빚었다. 여의도로 출근하는 직장인 이모 씨(28)는 “전철 4대를 보내고서야 겨우 탔는데 안에 사람이 너무 많아 발이 떠 있는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경기 고양시에서 서울 중구로 출근하는 김상민 씨(58)는 “구두를 신고 나왔더니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미끄러질 뻔했다”며 종종걸음을 옮겼다. 전국 각지에선 추돌사고도 빈발했다. 강원 원주시 호저면 국도에서는 차량 53대가 추돌해 11명이 다쳤다. 앞서 가던 차량이 내리막길에서 정지하면서 뒤따르던 차량들이 잇달아 추돌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도로 결빙 현상인 ‘블랙 아이스’ 때문에 차량들이 미끄러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강원 홍천군 서울양양고속도로 서석터널 입구에선 오전 6시 40분경 차량 5대가 연쇄 추돌해 1명이 숨지고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기 화성시에선 교통사고를 통제 중이던 고속도로운영사 30대 직원이 눈길에 미끄러진 광역버스에 치여 숨졌다. 충북 음성군 금왕읍 평택제천고속도로에서도 양방향 구간에서 10분 간격으로 차량 10여 대가 연쇄 추돌했고, 경기 하남시 상산곡동 하천 아래로 25t 트럭이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전복됐다. 인천대교에서도 차들이 눈길에 미끄러져 5분 간격으로 3차례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오후 7시 26분경 평택시 도일동의 한 골프연습장에선 직원 7명이 그물에 있던 눈을 치우던 중 가로 100m, 세로 30m 크기의 철제 그물이 무너졌다. 30대 남성이 깔려 심정지가 왔고 50대 남성이 경상을 입었다. 나머지 5명은 다치지 않았다. 경기 양평군 옥천면 한 농가에선 80대 남성이 차고지 위에 쌓인 눈을 치우던 중 지붕과 벽면이 무너져 추락해 숨졌다. 오후 3시 6분경 서울 송파구 가락동의 아파트 공사 현장에선 보행로 지붕이 무너져 행인 3명이 다쳤다. 정전 피해도 이어졌다. 강원 횡성군에선 나뭇가지가 부러지며 전선을 건드려 274가구의 전력 공급이 중단돼 주민들이 5시간가량 불편을 겪었다. 행정안전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2단계를 가동하고 대설 위기 경보 수준을 ‘경계’ 단계로 높였다. 인천과 김포, 제주 등 전국 공항에서는 기상 악화로 항공기 150편이 결항됐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원주=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평택=이경진 기자 lkj@donga.com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27일 서울에 1907년 근대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후 117년 만에 가장 많은 눈이 쌓였다. 기상청은 28일까지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최대 25cm 이상 눈이 더 쌓일 것이라고 예보했다. 27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서울 적설량의 기준이 되는 종로구 기상관측소에는 18cm의 눈이 쌓였다. 이는 11월 관측 사상 가장 많은 적설량이다. 과거 기록은 1966년 11월 20일 9.5cm였다. 관악구에는 한때 27.5cm의 눈이 쌓였고 성북구와 강북구에도 20cm 넘게 눈이 쌓였다. 경기 용인시(30.7cm)와 군포시(27.9cm) 등 경기 남부지역과 강원 평창군(25.2cm) 등에도 많은 눈이 왔다. 서울 전역에는 눈이 20cm 이상 쌓일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되는 대설경보가 내려졌다. 11월 서울에 대설경보가 발령된 건 처음이다.폭설로 수도권과 강원 지역에는 사고가 이어졌다. 이날 오전 6시 40분경 강원 홍천군 서울양양고속도로 서석터널 입구에선 차량 5대가 연쇄 추돌해 1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경기 양평군 옥천면에서도 80대 남성이 차고지 위 눈을 치우다 차고지가 무너지며 추락해 숨졌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2단계를 가동하고 대설 위기 경보 수준을 ‘경계’ 단계로 높였다.3배 무거운 눈폭탄… 뜨거워진 바다, 북쪽 찬공기 만나 생겨[117년만에 11월 폭설] 11월에 첫 대설경보서해 해수면 평년보다 2도 높아… 수증기 늘어나며 눈구름대 발달수분함량 높은 ‘습설’100m²에 20cm 쌓이면 무게 2.4t… 적설량 적어도 비닐하우스 무너져관악 27cm-양천 3cm ‘국지성’고도 따라 온도 달라져 적설량 차이27일 서울에는 근대 기상관측이 시작된 후 11월 기준 117년 만에 가장 많은 눈이 내렸다. 특히 산이 많은 관악구에는 눈 폭탄이 내리며 한때 27.5cm까지 눈이 쌓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바닷물 온도가 오르면서 수증기를 머금은 눈구름대가 발달해 갑작스러운 폭설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올겨울 이 같은 국지성 폭설이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서울, 사상 첫 11월 대설경보기상청은 이날 시간당 많게는 5cm 이상의 많은 눈이 내리자 서울과 경기 남부 일부 지역에 대설경보를 발령하고 경기 북부 및 강원 지역 등에 대설주의보를 내렸다. 대설주의보는 24시간 동안 내려 쌓인 눈의 양이 5cm 이상 예상될 때, 대설경보는 20cm 이상 예상될 때 발령된다. 서울 외에도 인천(15.2cm)과 경기 수원시(27.3cm) 등에서 11월 적설량 기록이 경신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서울에 대설경보가 내린 것은 2010년 1월 이후 14년 만이며 11월에 대설경보가 내린 것은 공식 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1999년 이후 처음”이라고 밝혔다. 강원 평창군에 25.2cm, 전북 무주군에 20.5cm의 눈이 쌓이는 등 영남과 제주 지역을 제외한 전국에 적설량 10cm 이상의 많은 눈이 왔다.본격적인 겨울이 되기 전 이례적으로 눈 폭탄이 쏟아진 주원인으로 전문가들은 평년보다 올라간 해수면 온도를 꼽는다. 올해는 기후변화로 역사상 지구가 가장 뜨거웠는데 그 영향으로 서해는 현재 해수면 온도가 14∼16도로 평년보다 2도가량 높은 상태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최근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가 비정상적으로 더운 서해 해수면을 만나며 많은 양의 수증기가 발생해 공기 중에 유입됐다”며 “이렇게 발달한 눈구름대가 육지로 이동해 폭설을 내리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서해 해수면 온도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어서 올겨울 이 같은 폭설이 빈번할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 때문에 서에서 동으로 흐르는 편서풍의 흐름이 끊기면서 기압골이 발생한 것도 이번 폭설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기압골이 서해상에 있던 눈구름대를 수도권으로 끌고 들어오며 대기 불안정성이 커져 서울을 중심으로 많은 눈이 내렸다”고 말했다.● 국지성 폭설로 서울 내에서도 적설량 차이서해상에서 눈구름대가 발생한 탓에 이번 폭설은 수분 함량이 높은 습설(무거운 눈)로 내렸다. 습설은 수분 함량이 적은 건설(가벼운 눈)보다 3배가량 무거워 적설량이 많지 않아도 비닐하우스 등을 붕괴시킬 수 있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습설은 가로 10m, 세로 10m 정도에 20cm만 쌓여도 무게가 2.4t 정도 된다”며 “가로수가 꺾이거나, 비닐하우스가 무너진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서울 내에서 적설량 차이가 컸다는 것도 이번 눈의 특징 중 하나다. 27일 오전 8시 기준으로 강북구에는 눈이 20cm 쌓였지만 양천구에는 3.5cm밖에 쌓이지 않았다. 공상민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기온이 비슷해도 고도가 50∼100m만 차이가 나면 미세한 온도 차이가 발생하며 눈이 쌓이는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오후 5시 기준 눈이 가장 많이 쌓인 곳은 관악산이 있는 관악구로 27.5cm의 적설량을 기록했다.이번 눈은 28일까지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최대 25cm 이상 더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지역에 따라 29일까지 눈이 이어지는 곳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8일까지 예상 추가 적설량은 서울 등 수도권 최대 25cm 이상, 강원 최대 20cm 이상, 충청권 최대 15cm 이상 등이다. 특히 기온이 떨어지는 27일 밤부터 28일 새벽까지 강하고 많은 양의 눈이 내릴 것으로 보인다.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며 기온도 큰 폭으로 떨어진다. 기상청은 “28일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5도, 29일은 영하 8도까지 내려간다”고 밝혔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먼저 내릴게요. 비켜 주세요!”27일 오전 8시경 서울 지하철 9호선 고속터미널역 승강장. 열차가 역사에 들어서자 급한 마음에 비집고 타려는 승객들과 미처 내리지 못한 승객들이 뒤엉키며 고성이 오갔다. 전날부터 수도권에 내린 폭설로 열차 운행이 지연되면서 혼잡이 빚어진 것이다. 승강장에서 만난 대학생 서모 씨(22)는 “이러다 깔려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의 내·외선 순환 열차가 모두 30분 넘게 지연됐다. 9호선 개화역 차량기지에 쌓인 눈으로 전기 문제가 발생해 차량 출발이 늦어졌고, 군자역에서는 플랫폼 안전문이 고장 나 일부 열차가 지연됐다. 이날 오후에는 철로에 나무가 쓰러져 열차 운행이 30분 넘게 중단되는 등 고속철도(KTX)와 일반 열차 운행도 차질을 빚었다. 여의도로 출근하는 직장인 이모 씨(28)는 “전철 4대를 보내고서야 겨우 탔는데 안에 사람이 너무 많아 발이 떠 있는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경기 고양시에서 서울 중구로 출근하는 김상민 씨(58)는 “구두를 신고 나왔더니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미끄러질 뻔했다”며 종종걸음을 옮겼다.전국 각지에선 추돌사고도 빈발했다. 강원 원주시 호저면 국도에서는 차량 53대가 추돌해 11명이 다쳤다. 앞서 가던 차량이 내리막길에서 정지하면서 뒤따르던 차량들이 잇달아 추돌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도로 결빙 현상인 ‘블랙 아이스’ 때문에 차량들이 미끄러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강원 홍천군 서울양양고속도로 서석터널 입구에선 오전 6시 40분경 차량 5대가 연쇄 추돌해 1명이 숨지고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기 화성시에선 교통사고를 통제 중이던 고속도로운영사 30대 직원이 눈길에 미끄러진 광역버스에 치여 숨졌다. 충북 음성군 금왕읍 평택제천고속도로에서도 양방향 구간에서 10분 간격으로 차량 10여 대가 연쇄 추돌했고, 경기 하남시 상산곡동 하천 아래로 25t 트럭이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전복됐다. 인천대교에서도 차들이 눈길에 미끄러져 5분 간격으로 3차례 교통사고가 발생했다.오후 7시 26분경 평택시 도일동의 한 골프연습장에선 직원 7명이 그물에 있던 눈을 치우던 중 가로 100m, 세로 30m 크기의 철제 그물이 무너졌다. 30대 남성이 깔려 심정지가 왔고 50대 남성이 경상을 입었다. 나머지 5명은 다치지 않았다. 경기 양평군 옥천면 한 농가에선 80대 남성이 차고지 위에 쌓인 눈을 치우던 중 지붕과 벽면이 무너져 추락해 숨졌다. 오후 3시 6분경 서울 송파구 가락동의 아파트 공사 현장에선 보행로 지붕이 무너져 행인 3명이 다쳤다.정전 피해도 이어졌다. 강원 횡성에선 나뭇가지가 부러지며 전선을 건드려 274가구의 전력 공급이 중단돼 주민들이 5시간가량 불편을 겪었다. 행정안전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2단계를 가동하고 대설 위기 경보 수준을 ‘경계’ 단계로 높였다. 인천과 김포, 제주 등 전국 공항에서는 기상 악화로 항공기 150편이 결항됐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원주=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평택=이경진 기자 lkj@donga.com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이재명은 무죄다!” “이재명을 구속하자!”2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가 무죄로 나오자 서울 서초구 서초동 일대는 희비가 엇갈렸다. 이날 오전부터 각각 ‘이재명 무죄’ ‘이재명 구속’을 외치며 모인 진보·보수 진영은 선고 결과가 나오자 순식간에 어수선해졌다.오후 2시 36분경 서울중앙지법에서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 대표 지지자들은 파란색 풍선과 ‘이재명은 무죄다’라는 손팻말을 흔들며 환호했다. 오전 11시경부터 친명계 최대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혁신회의)는 서울중앙지검 인근 2개 차로를 차지하고 ‘당 대표 응원 집회’를 개최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지 집회엔 약 800명이 참여했다.법원의 1심 무죄 선고에 일부는 자리에서 “이재명”을 외치며 뛰거나 서로를 끌어안기도 했다. 자리에서 춤을 추거나 눈물을 흘리는 지지자들도 있었다. 주최 측은 “판사님, 정의로운 판결에 감사합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들어 보이며 환호했다. 이 대표가 탄 차량이 서울중앙지검 앞을 지나가자, 지지자들은 차도를 향해 손을 흔들거나 부부젤라를 불었다.반면 약 500m 거리에서 열린 이 대표 반대파 집회는 순식간에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이날 신자유연대, 자유민주국민운동 등 이 대표 반대 진영 역시 2개 차로를 점거하고 맞불 집회를 신고해 총 1200여 명이 참여했다. 이 대표가 법원에 출석한 이후 연신 “이재명 구속”을 외치던 반대파 참석자들은 무죄 선고에 일순간에 조용해졌다. 이후 “무죄래?” “진짜 무죄야?”라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웅성거렸다.빨간색 옷을 입고 태극기와 ‘이재명 구속‘ ‘재명이 감옥 가자’ 등의 손팻말을 흔들던 반대파는 이날 선고에 “판사 XX들 너무한 거 아니냐?” “2심에서 바로잡아야 한다” “무죄 때린 판사 가만두면 안 된다” 등 사법부를 맹렬히 비난했다. 대치동에서 왔다는 김모 씨(60)는 “3년(검찰 구형량)이 어떻게 무죄가 되냐”며 “대한민국 사법부는 죽었다”고 말했다. 이날 집결했던 반대 진영은 선고 이후 약 20분이 채 되지 않아 전원 뿔뿔이 흩어졌다.경찰은 이날 이 대표 지지 및 반대 세력 총 3500여 명이 집결할 것으로 예상하고, 47개 기동대 2800명을 경력 배치했다. 또, 시위대 간 충돌 사태 등에 대비해 시위대 주변으로 통제선을 치고 안전 펜스도 설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물리적 충돌 등은 벌어지지 않았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동덕여대가 남녀공학 전환 논의 및 학내 시위 여파로 1950년 개교 이후 처음으로 신입생 대입 시험을 캠퍼스 밖에서 치렀다. 시위 과정에서 벌어진 학내 기물 파손과 ‘래커칠’ 등 피해를 둘러싼 책임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학 본부는 총학생회와 추가 면담을 한 뒤 손해배상 등 법적 대응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캠퍼스 밖에서 수시 논술고사 진행 23일 동덕여대는 성북구 캠퍼스가 아니라 서울 서초구 세화여중, 세화여고, 동덕여중, 동덕여고에서 2025학년도 대입 수시 논술고사를 치렀다. 재학생 점거 시위가 논술고사일 직전까지 이어진 탓에 학내에서는 시험을 진행할 여건이 안 됐기 때문이다. 동덕여대가 입시 관련 시험을 학교 밖에서 치른 건 개교 74년간 처음이다. 이날 논술고사는 무사히 진행되었으나 일부에서는 혼선이 빚어졌다. 동덕여대 입학처는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현재 학내 사정으로 전화 및 온라인 상담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고사일 수험생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이달 11일 시작됐던 재학생 시위는 21일 대학 본부와 학생 대표단의 면담 이후 잠정적으로 중단됐다. 22일 총학생회는 입장문에서 “25일 대학 본부와의 (추가) 면담 전까지 수업 방해 및 본관 외 건물 점거를 풀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본관 점거는 남녀 공학 전환에 대한 철회가 이뤄질 때까지 해제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일부 재학생들은 여전히 본관 건물을 점거하고 있다. 래커칠과 시설물 훼손 등 피해에 대한 책임 공방도 계속되고 있다. 동덕여대는 학내에 설치된 300여 대의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을 통해 관련 행위자를 확인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덕여대 관계자는 “25일 학생들과의 면담 후 법적 대응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법적 대응을 하게 될 시 CCTV 분석 등을 통해 기물 파손에 대한 책임을 묻는 절차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동덕여대 대학 본부는 이번 시위 관련 피해액을 최대 54억 원으로 추산한 바 있다.● 산인공 이사장 “채용서 걸러내고 싶다” 논란 동덕여대 시위와 관련해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이우영 이사장은 동덕여대 출신 학생을 채용에서 걸러내고 싶다는 내용의 글을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논란이 커지자 삭제했다. 이 이사장은 ‘서울 ㄷ 여대’를 언급하며 “블라인드 채용 제도라 할지라도 이 대학 출신은 걸러내고 싶다는 생각”이라며 “아들을 둔 아비 입장에서 이 대학 출신 며느리는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된다”고 썼다. 이어 자신이 ‘매너의 역사’라는 책을 선물로 받았다면서 “(채용 관련 부서에) 인성, 직장 매너에 관한 객관적 측정을 강화하고 채용 프로세스에 포함하도록 주문했다”고 덧붙였다. 이 이사장은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일부 폭력 등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앞서다 보니 표현이 적절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며 “해당 글은 어떤 폭력도 갈등 해결엔 도움이 안 된다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녀공학으로 전환을 하든 안 하든, 어떤 경우에도 ‘폭력’이 용납될 수는 없다”며 “이미 벌어진 재산상의 피해 등에 대해서 ‘폭력 사태 주동자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동덕여대 학내에서도 정상화를 촉구하는 의견이 잇따랐다. 20일 동덕여대 교수진은 호소문을 내고 “우리 교수들은 강의실과 실험실습실에서 학생 여러분과 함께 본래 있어야 할 자리에서 본연의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같은 날 동덕여대 학장단은 “학생들의 집단 수업 거부와 일련의 폭력 행위에 대하여 깊이 우려한다”고 호소했다. 19일에는 동덕여대 전 직원 일동이 “과격한 시위로는 문제 해결 실현이 불가하다”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최근 대학가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별검사 수사를 요구하는 교수 시국선언문이 잇달아 발표됐다. 지난달 28일 가천대를 시작으로 24일 현재까지 한국외국어대, 한양대, 경희대, 고려대, 연세대 등 67개 대학 교수들이 31개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대통령의 국정 수행 능력,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위기와 경제 위기를 주로 언급했다.● 선언문 31개 분석… 국정, 민주주의 등 키워드 많아24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시국선언문 31개를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윤석열 대통령’(517회), ‘국정’(98회), ‘위기’(81회), ‘민주주의’(72회) 등의 순이었다. ‘김건희 여사’도 70회 언급됐다. ‘검찰’(53회), ‘개입’(48회) 등의 키워드도 자주 나왔다. 주로 대통령의 국정 수행이 위기에 도달했고, 민주주의에도 악영향을 끼쳤다는 내용이 많았다. 디올백 수수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등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도 시국선언문에 담겼다. 사안별로는 대통령의 국정 운영 능력을 다룬 대목이 31회로 가장 많았다. 채모 상병 수사에 대한 용산 대통령실의 외압 의혹, 이태원 핼러윈 참사 부실 대응 논란 등이 언급됐고 최근 국민의힘 공천 개입 문제도 언급됐다. 국민대 교수들은 시국선언문에서 “끝이 어디인지 모르는 국정 농단 문제는 대통령의 배우자나 정치 브로커의 문제가 아니라 국정 운영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 본인의 문제임을 직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 다음에는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이 30회 언급됐다. 주가 조작 사건,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 등의 관련 이슈에 정부가 부적절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이 많았다. 전남대 교수들은 시국선언문에서 “자신(윤 대통령)과 부인 등의 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눈을 감은 채 공정과 상식을 팽개치고 있으며, 정치 검찰을 앞세워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반도 외교 안보 문제는 27회, 경제 위기와 민생고는 17회 언급됐다. 한양대 교수들은 시국선언문에서 “장기 침체임에도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현상이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상태”라며 “서민을 위한 복지 예산은 대폭 축소해 대한민국을 ‘부자천국 서민지옥’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2025학년도 의과대학 증원에서 시작된 의대 증원과 의료 대란을 언급한 대목도 16회 등장했다. 중앙대 교수들은 시국선언문에서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국민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참여 교수들 “한국 사회 고민 담아”“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로 시작되는 경희대·경희사이버대 시국선언문 작성자 중 한 명인 장문석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단순히 목소리를 내는 것을 넘어 미래 한국 대학, 사회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며 “지금 상황에서 교수와 연구자들이 느끼는 부끄러움과 자기반성을 담았다”고 밝혔다. 장 교수가 쓴 시국선언문에는 핼러윈 참사를 거치며 교수들이 겪었던 경험도 담겼다. 시국선언문 중 “나는 이태원 참사 이후 첫 강의에서 출석을 부르다가, 대답 없는 이름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지을지 알지 못했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학생의 안녕을 예전처럼 즐거움과 기대를 섞어 이야기하지 못한다”는 대목은 참사 현장에 있었을지 모를 제자에 대한 염려와 참사 이후 강의실의 혼란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시국선언문 참여 교수는 대통령이 수여하는 훈장을 거부하기도 했다. 김철홍 인천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정년 퇴임을 앞두고 수여되는 대통령 훈장을 거부한 뒤 동료 교수들과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김 교수는 “(훈장을) 대한민국의 명의로 받고 싶지, 정상적으로 나라를 대표할 가치와 자격이 없는 대통령에게 받고 싶지 않다”고 비판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우리은행 부당대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에 현 경영진이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적이 있다고 적시했다.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제1부(부장검사 김수홍)는 18일 우리은행 본점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현 경영진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처남에 대한) 부당대출이 이뤄진 사실을 보고받은 적이 있다고 명시했다.검찰은 현 경영진이 손 전 회장의 처남과 관련된 부실 여신이 취급되고 있는 내용을 보고받았음에도 금융당국에 즉시 알리지 않았다고 보고, 조병규 우리은행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수사해 왔다.검찰 관계자는 “현 경영진 역시 관련 보고를 받은 적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12조에 따르면 금융회사의 장은 임직원이 직무와 관련해 사기, 업무상 횡령, 배임 등을 저지른 정황을 알았을 때 지체 없이 수사기관에 알려야 한다.21일 검찰은 손 전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10시간가량 조사를 벌이고 있다. 20일에 이어 이틀째다. 검찰은 우리은행이 손 전 회장의 처남에게 400억 원대의 부당대출을 내주는 과정에 손 전 회장이 직접 관여했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에 이어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준법투쟁(태업)에 나서면서 20일 서울 지하철 곳곳에서 일부 열차 운행이 지연됐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새벽 첫차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수도권 전철 1750여 대 중 20분 이상 출발이 지연된 열차는 300여 대였다. 20분 미만 지연 열차는 집계하지 않고 있다. KTX와 일반 열차(ITX새마을호, 무궁화호 등)는 정상 운행했다.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일부 구간에서도 출근길 5∼10분 정도 열차 지연이 발생하며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준법투쟁은 근무 시간과 매뉴얼을 엄격하게 지키는 식으로 업무에 차질을 유발하는 집단 쟁의 방식이다. 최대 30초로 규정된 정차시간을 꽉 채워 운행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열차 운행이 순차적으로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출근길 일부 시민은 불편을 호소했다. 지하철 1호선으로 출근한 직장인 이모 씨(30)는 “평소보다 1호선 열차가 유난히 늦게 도착했다. 열차 내부도 사람이 많아서 힘들었다”고 말했다. 퇴근길도 불편이 이어졌다. 시청역에서 만난 직장인 김상윤 씨(34)는 “방금 온 열차가 만실이라 떠나보냈다”며 “평소 퇴근길보다 역사 안이 붐비는 것 같다”고 전했다. 직장인 이모 씨(52)는 “평소보다 배차 간격이 길어졌다고 느꼈다”고 했다. 이날 서울교통공사 제3노조인 올바른노동조합은 서울시청 앞에서 쟁의행위 출정 집회를 열고 서울시와 공사 측에 임금과 복지 정상화를 요구했다. 노조는 21∼24일 4일간 조합원 대상 찬반투표를 벌여 쟁의행위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우리은행 부당대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대출 규모가 당초보다 많은 400억 원대인 것으로 파악했다. 우리은행 본점 등에 대해 이틀째 압수수색을 벌였다. 19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제1부(부장검사 김수홍)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처남의 부당대출 의혹과 관련해 이틀째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압수수색 대상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조병규 우리은행장 사무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사무실, 우리은행 본점 대출 관련 부서 등이다. 검찰은 전 경영진뿐만 아니라 현 경영진도 부당 대출이 이뤄진 과정을 인지하고 금융당국에 즉시 보고하지 않았다고 보고 이를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현 경영진 임기에도 부당 대출이 일부 이루어진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해당 대출 건이 손 전 회장과 직접적으로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펴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부당대출 규모가 당초 금융감독원이 파악한 350억 원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통보받은 내용 외에 80억 원 이상의 추가적인 불법 대출 혐의를 파악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2020년 4월 3일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손 전 회장의 처남과 관련인을 대상으로 350억 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했다는 조사 결과를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손 전 회장과 조 은행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며 수사 중이다. 현재까지 손 전 회장의 처남 불법 대출 의혹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사람은 처남 김모 씨, 임모 전 우리은행 본부장, 성모 전 부행장 등 3명이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우리은행 불법대출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현직 경영진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대출을 승인한 혐의를 받는 전 우리은행 부행장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제1부(부장검사 김수홍)는 18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을 추가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조 은행장 사무실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사무실, 우리은행 본점 대출 관련 부서 등이 포함됐다. 검찰은 조 은행장 등 현 경영진이 손 전 회장 처남의 불법 대출 사실을 알고도 금융당국에 즉시 보고하지 않은 점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임 회장은 현재 피의자는 아니지만 검찰은 이번 사태와 관련이 있다고 판단해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앞서 구속된 전 우리은행 부행장 성모 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배임)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성 전 부행장은 불법 대출 실행 당시 여신 관련 업무를 총괄하던 인물로 2022년 9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4회에 걸쳐 약 154억 원의 불법 대출을 승인한 혐의를 받는다. 현재까지 손 전 회장의 처남 불법 대출 의혹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사람은 처남 김모 씨, 임모 전 우리은행 본부장, 성모 전 부행장 등 3명이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연세대가 ‘수시모집 논술 문제 유출 논란’으로 제기된 가처분 신청 심문 과정에서 “가처분 신청을 한 수험생들은 채점 결과 합격하기 어려운 낮은 점수를 받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지를 미리 나눠준 실수는 있었지만 문제를 제기한 수험생들이 어차피 합격권이 아니어서 불이익을 받은 게 없다는 취지다.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 결정에 이의신청을 하고 사실상 ‘버티기’에 들어간 연세대는 본안 판결이 수시전형 기간에 안 나오면 논술전형으로 안 뽑고 인원을 정시모집으로 이월할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가처분 인용 결정문에 따르면 연세대는 법원에 “설령 논술시험이 무효라고 해도 채권자(가처분 신청을 한 수험생) 중 문제가 된 고사장과 같은 건축공학과 지원자는 없으며, 채권자들은 채점 결과 합격하기 어려운 낮은 점수를 받아 불이익을 받았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연세대 측은 또 “논술시험 후속 절차가 중단되거나 재시험을 칠 경우 대학 입시 전체에 중대 혼란이 발생할 게 명백하고, 합격할 수 있었던 수험생이 재시험을 통해 불합격하는 등 시험의 공정성이 훼손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논술전형의 경우 논술시험만으로 당락이 결정된다는 점을 언급하며 “해당 시험은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아 시험으로서의 의의를 상실했다”고 밝혔다. 또 “미리 문제지 정보가 전달된 범위와 규모를 전혀 가늠할 수 없다”며 가처분 신청을 한 수험생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연세대는 법원이 15일 논술시험 합격자 발표를 중단시키자 즉각 이의신청을 내고 “재시험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재시험을 치르면 정상적으로 시험을 본 수험생과 학부모가 집단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해당 문제를 만점 처리하는 방법도 검토했지만 자연계열 논술시험 문항이 6개뿐인 걸 감안하면 당락에 주는 영향이 크고 “역차별을 받았다”며 역시 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연세대는 수시전형 기간이 끝나기 전 본안 판결이 나오길 기대하며 버티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또 법원에 “(본안 판결이 안 나오면) 논술전형 모집인원을 정시모집 인원으로 이월할 것”이란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이 경우 수험생 입장에선 첫 공판기일도 안 잡힌 본안 소송이 다음 달 13일까지 끝날 수 있을지 모른 채 속을 태워야 한다. 또 뽑지도 않을 논술전형에 응시한 수험생 전체가 반발하며 역시 소송전이 이어질 수 있다. 수험생 측 법률 대리인은 17일 연세대의 이의신청에 대해 “가처분 인가 결정이 다시 내려지면 항고를 제기하며 합격자 발표일인 다음 달 13일까지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비판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동덕여대가 남녀공학 추진에 반대하는 재학생 시위로 최대 54억 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건물 곳곳에 칠해진 래커(분사하는 페인트)칠 낙서와 파손된 기물 등을 청소, 복구하는 비용이 대부분이다. 이에 총학생회는 “피해액이 부풀려졌다”면서 “학교 본부가 돈으로 학생들을 겁박한다”며 반발했다. 15일 동덕여대 대학 본부는 “학내 사태로 인한 피해 금액 현황은 24억4434만 원에서 최대 54억4434만 원으로 추정된다고 공지했다. 앞서 11일부터 시위를 시작한 재학생들은 학교 조형물과 건물, 바닥, 조용각 전 이사장의 흉상 등에 래커칠을 하거나 오물을 끼얹었다. 본부는 손상된 건물을 보수하고 청소하는 데 20억∼50억 원가량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학교 측은 12일 예정됐던 취업박람회가 시위 탓에 취소된 데 따른 피해 비용은 3억3000여만 원으로 추산됐다. 학교 측은 시설물 대여 업체, 박람회 참여 예정이었던 10개 기업 등에 피해를 보상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외에 23일 2025학년도 신입생 시험을 학내에서 못 치러 외부 공간을 빌려야 하는 비용 등에 약 1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총학생회에 따르면 대학 본부는 14일 오후 취업박람회 진행을 맡은 용역업체가 청구한 3억3000여만 원의 보상 청구서를 총학에 전달했다. 총학생회는 “학교 측의 피해보상 청구를 규탄한다”며 반발했다. 동덕여대 총학생회장은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학교 측이 추산한 피해 금액은 다소 과장이 포함되어 있지 않나라는 우려가 든다”며 “학교 측이 소송을 결정한다면 우리도 모금이나 변호인 선임 같은 절차를 고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15일 총학생회는 학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들과 가장 먼저, 가장 자주 소통해야 할 학교 본부가 면담에는 응하지 않으면서 누구보다 빨리 돈으로 학생을 겁박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동덕여대에 이어 서울여대 학내에서도 ‘래커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다만 서울여대는 남녀공학 전환이 아니라 교수의 성추행 의혹을 둘러싼 갈등 때문에 시위가 촉발됐다. 이 학교 학생들은 학생 성추행 의혹이 일었던 독어독문학과 모 교수가 감봉 3개월 징계 뒤에도 수업을 계속하자 “학교 측의 대응이 미흡하다”며 교내 곳곳에 래커칠을 했다. 승현우 서울여대 총장은 “캠퍼스가 일부 학생에 의해 훼손되지 않도록 협조해 달라”며 “(논술 시험 시기에) 교내 미관이 훼손된 상태에 대해 양해를 구하며 정상 진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동덕여대가 남녀 공학 추진에 반대하는 재학생 시위로 최대 54억 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15일 밝혔다. 건물 곳곳에 칠해진 래커(분사하는 페인트)칠 낙서와 파손된 기물 등을 청소, 복구하는 비용이 대부분이다. 이에 총학생회는 “학교 본부가 돈으로 학생들을 겁박한다”며 반발했다. 이날 동덕여대 대학 본부는 “학내 사태로 인한 피해 금액 현황은 24억4434만 원에서 최대 54억4434만 원으로 추정된다고 공지했다. 앞서 11일부터 시위를 시작한 총학생회 등 재학생들은 학교 조형물과 건물, 바닥, 조용각 전 이사장의 흉상 등에 래커칠을 하거나 오물을 끼얹었다. 캠퍼스 곳곳에는 현재 ‘공학 추진 반대’ 등의 낙서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본부는 손상된 건물을 보수하고 청소하는 데에 20억~50억 원가량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학교 측은 시위 여파로 취소된 각종 교내 행사 관련 비용도 수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12일 예정됐던 취업박람회 역시 시위 탓에 기물이 파손돼 취소됐는데, 관련 피해 비용은 3억3000여만 원으로 추산됐다. 학생들은 박람회가 열릴 예정이었던 이 학교 백주년기념관을 11일 오후부터 점거하고 내부에 설치된 기업들 부스를 부수거나 래커칠하는 등 훼손했다. 이에 학교 측은 시설물 대여 업체, 박람회 참여 예정이었던 10개 기업 등에 피해를 보상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외 2025학년도 신입생 시험을 학내에서 못 치러 외부 공간을 빌려야 하는 비용, 이 학교 관현학과 졸업 연주회를 학교에서 못 하고 외부 공연장을 대관해야 하는 비용 등에 약 1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총학생회에 따르면 대학 본부는 14일 오후 취업박람회 진행을 맡은 용역업체가 청구한 3억3000여만 원의 보상 청구서를 총학에 전달했다. 이에 총학생회는 “학교 측의 피해보상 청구를 규탄한다”며 반발했다. 15일 총학생회는 학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들과 가장 먼저, 가장 자주 소통해야 할 학교 본부가 면담에는 응하지 않으면서 누구보다 빨리 돈으로 학생을 겁박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학생들이 취약한 금전적 문제를 들어 겁박하는 행위를 당장 중단하고 논의 기회를 마련하라”고 밝혔다. 학교 측 관계자는 “해당 피해 금액은 추정액으로, 학내의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할 수 없어 외부 업체를 통해 추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학생들을 상대로) 법적으로 소송하는 방침은 아직 논의되거나 결정된 바 없다”고 전했다.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른 수험생들은 대체적으로 평이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다만 일부 수험생은 “킬러(초고난도) 문항 없이도 변별력이 있었다”, “헷갈리는 내용이 많아 어려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날 서울 종로구 경복고 수험장에서 시험을 마치고 나온 장충고 3학년 장원준 군(18)은 기자에게 “‘불수능(매우 어려운 수능)’은 아니었다”며 “저는 현역이라 조금 까다로운 문제도 있었지만 재수 이상 N수생 정도의 공부량이었다면 충분히 풀 수 있었던 난이도”라고 말했다. 중앙고 3학년 이도헌 군(18) 역시 “긴장을 많이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주변 친구들도 모의고사 보듯 잘 봤다고 한다”고 말했다. N수생들의 체감 난도는 더욱 낮았다. 재수생 김호은 씨(19)는 “국수영은 작년보다 확실히 쉬웠다. 특히 국어는 많이 쉬웠고 수학, 영어는 무난했던 수준”이라며 “9월 모의평가에 가까운 난이도”라고 말했다. N수생 박모 씨(20)는 “국어와 수학은 쉽게 느껴졌다”며 “평소 3등급 정도 나오는데 이번에도 비슷하게 나올 것 같다”고 했다. 국어, 수학, 영어가 쉬운 대신 탐구과목이 다소 까다로웠다는 평가도 있었다. 서울 용산고 3학년 신재환 군(18)은 “다른 과목들은 예측 가능한 정도의 난이도였는데 사회문화가 정말 어려웠다”며 “유형이 새로운 건 아니었지만 깊이 물어보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기존 수능이 국어, 영어, 수학에 킬러 문항을 넣음으로써 변별하려고 했다면 올해 수능은 사회탐구에서 변별력을 갖춘 것 같다”며 “사탐에서 변별력을 갖추겠다고 하는 의도가 보였다”고 밝혔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이기흥 대한체육회장(69·사진)이 3선 연임을 위한 체육회장 선거 출마를 두고 “결정을 유보했다”고 13일 밝혔다. 전날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전체 회의를 열고 자신의 3선 출마를 승인한 지 하루 만이다. 국무조정실이 부정 채용, 금품수수, 횡령, 배임 등 혐의로 자신을 경찰에 수사 의뢰하고, 이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가 자신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등 최근의 정부 조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 출장 일정을 마치고 이날 입국한 이 회장은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으로부터 ‘스포츠공정위에서 연임 안건이 통과됐는데 선거 출마 공식 선언은 언제 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러자 이 회장은 “그 결정은 유보했다. 왜냐하면 그동안 두 번 임기를 했기 때문에 그만두고 물러서서 남은 내 삶을 정리할 그런 계획도 있다. 강원 인제군에 내가 거주할 곳도 준비해 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상황이 상황인 만큼 역대 (대한)체육회장님들과 경기단체, 시도체육회 관계자들과 논의한 뒤 조만간 거취를 결정하고 자리를 마련해 알릴 계획”이라고 했다. ‘출마를 안 할 수도 있냐’고 이어진 질문에는 “그때 가서 결정하겠다. 지금은 뭐라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회장은 국무조정실이 10일 발표한 대한체육회 비위 조사 결과에 대해선 “1%도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문체부의 직무정지 결정에 대해선 “절차를 밟아서 소명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12일 문체부가 자신에게 내린 적무정지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과 함께 직무정지 효력을 중단시켜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행정법원에 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정부가 수사 의뢰한 이 회장 등 대한체육회 직원 관련 사건을 배당받아 내사를 시작했다고 13일 밝혔다.인천=김정훈 기자 hun@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동덕여대에서 터진 여대의 남녀 공학 전환 논의가 남녀 간 ‘젠더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공학 전환 논의의 배경은 학령인구 감소, 여학교나 남학교 등 ‘단성(單性) 학교’의 생존 문제 등이 본질이지만 남녀 간 신경전으로 사안이 흘러가는 모양새다. 13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캠퍼스 건물 곳곳에는 전날 재학생 시위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곳곳에 ‘여자가 우습냐’ 등 래커로 칠한 글귀가 보였다. 12일 이 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는 취업박람회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시위로 인해 기업 측 부스가 찢기는 등 엉망이 돼 행사가 파행됐다. 동덕여대는 앞서 이달 5일 학교 발전 계획을 수립하면서 ‘남녀 공학 전환’을 논의했다.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전환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재학생들은 남성의 학교 출입에 대한 거부감까지 드러냈다. 한 재학생은 2018년 대학원에서 벌어졌던 20대 남성의 화장실 음란 행위 사건을 거론하며 “여대인 지금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데 공학으로 전환되면 비슷한 사례가 더 자주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12일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X(옛 트위터)에 ‘시위에 참여한 동덕여대 학생들을 살해하겠다’는 취지의 글이 올라오자 일부 재학생들은 “신변에 위협을 느꼈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해당 게시물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시위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재학생들을 향해 “나중에 아기도 낳고 육아도 하시고 (그럴 텐데 불법 행위는 하면 안 된다)”라고 말하는 영상이 온라인에 퍼지자 여성 커뮤니티에는 “경찰이 여자를 애 낳는 기계로만 보냐”는 비난 글이 들끓었다. 반면 남성 위주 커뮤니티에는 “(여자들이) 여론을 속이려 게시글을 조작했다”며 반발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블라인드 앱 등 직장인 익명 게시판에는 ‘여대 출신은 서류에서 걸러야겠다’, ‘사내에 여대 출신이 있는데 달갑지 않다’ 등 여대 혐오에 가까운 글도 올라왔다. 일각에서는 논란이 장기화될수록 학내 혼란이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동덕여대 음대생들은 이달 29일까지 6차례에 걸쳐 졸업연주회를 할 예정인데 학내 시위 탓에 차질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 자원이 감소하면서 공학 전환 논의는 불가피했을 것”이라면서도 “학교 역시 공학 전환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보다 학생과 원활히 소통하는 것이 본분”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전국 시도교육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9월까지 전국 83개 단성 중학교 및 고등학교가 남녀 공학으로 전환됐다.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동덕여대에서 터진 여대의 남녀 공학 전환 논의가 남녀 간 ‘젠더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공학 전환 논의의 배경은 학령인구 감소, 여학교나 남학교 등 ‘단성(單性) 학교’의 생존 문제 등이 본질이지만 남녀 간 신경전 으로 사안이 흘러가는 모양새다.13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캠퍼스 건물 곳곳에는 전날 재학생 시위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곳곳에 ‘여자가 우습냐’ 등 래커로 칠한 글귀가 보였다. 12일 이 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는 취업박람회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시위로 인해 기업 측 부스가 찢기는 등 엉망이 돼 행사가 파행됐다. 동덕여대는 앞선 이달 5일 학교 발전 계획을 수립하면서 ‘남녀공학 전환’을 논의했다.동덕여대 총학생회는 전환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재학생들은 남성의 학교 출입에 대한 거부감까지 드러냈다. 한 재학생은 2018년 대학원에서 벌어졌던 20대 남성의 화장실 음란행위 사건을 거론하며 “여대인 지금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데 공학으로 전환되면 비슷한 사례가 더 자주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12일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X(옛 트위터)에 ‘시위에 참여한 동덕여대 학생들을 살해하겠다’는 취지의 글이 올라오자 일부 재학생들은 “신변에 위협을 느꼈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해당 게시물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시위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재학생들을 향해 “나중에 아기도 낳고 육아도 하시고 (그럴 텐데 불법 행위는 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영상이 온라인에 퍼지자 여성 커뮤니티에서는 “경찰이 여자를 애 낳는 기계로만 보냐”며 비난 글이 들끓었다.반면 남성 위주 커뮤니티에는 “(여자들이) 여론을 속이려 게시글을 조작했다”며 반발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블라인드 앱 등 직장인 익명 게시판에는 ‘여대 출신은 서류에서 걸러야겠다’, ‘사내에 여대 출신이 있는데 달갑지 않다’ 등 여대 혐오에 가까운 글도 올라왔다. 일각에서는 논란이 장기화 될수록 학내 혼란이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동덕여대 음대생들은 이달 29일까지 6차례에 걸쳐 졸업연주회를 할 예정인데 학내 시위 탓에 차질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 자원이 감소하면서 공학 전환 논의는 불가피했을 것”이라면서도 “학교 역시 공학 전환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보다 학생과 원활히 소통하는 것이 본분”이라고 지적했다.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전국 시도교육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9월까지 전국 83개 단성 중학교 및 고등학교가 남녀 공학으로 전환됐다. 내년에는 32곳이 더 전환될 예정이다. 대학의 경우 상명여대가 상명대로, 성심여대가 가톨릭대(통합)로, 부산여대가 신라대로 전환된 사례가 있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