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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도는 끝장났다(FORDOW IS GONE).”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이란의 핵시설 3곳에 대한 공격을 완료한 뒤 트루스소셜을 통해 포르도를 콕 집어 거론했다. 이란 내 가장 중요한 핵시설로 꼽혀 온 포르도가 완파돼 이란의 핵 위협이 사라졌다고 주장한 것이다. 댄 케인 미국 합참의장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공습의 작전명 ‘미드나이트 해머(Midnight Hammer·한밤의 망치)’를 거론하며 작전이 이란 현지 시간 21일 오전 2시 10분에 시작해 25분 후에 끝났다고 공개했다.재집권 후 이란과의 핵 협상 체결에 공을 들였던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핵 시설을 타격하자 그 배경에 큰 관심이 쏠린다. 그는 13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발발한 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이 격화되자 이란에 대한 군사 조치를 거론했다. 19일에는 “향후 2주 내에 이란에 대한 공격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2주’의 협상 시한을 예고했다. 하지만 ‘2주’가 아닌 ‘2일’ 만에 전격 공습을 단행했다.이 여파로 이란과 대리 세력이 미국에 대한 보복에 나서면 중동을 넘어 전 세계 정세가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공격을 “트럼프의 가장 크고 위험한 외교 도박”이라고 평했다.● 유럽-이란 ‘빈손’ 회담 뒤 공격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에 2주를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틀 만에 공격한 것을 두고 이란을 교란하기 위한 의도적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정치매체 폴리티코 또한 그가 2주를 거론했을 때 트럼프 2기 행정부 내부에서 이미 이란 공격 계획이 진행 중이었다고 전했다.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과 독일 프랑스 영국 외교장관 간의 협상이 무위로 끝나자 공격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든 이익에 따라 입장을 바꿀 수 있는 인물”이라며 “미국 외교 정책이 예측 불가능해졌다는 점에 전 세계가 적응해야 한다”고 논평했다.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완벽한 성과를 못 냈고, 이란의 반격 능력이 예상보다 약했다는 판단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란 핵 프로그램을 6개월 지연시키는 데 그쳤다고 진단했다.이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적개심이 워낙 강해 이번 공격을 감행했다는 시각도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부터 이란에 강한 적대감을 드러냈으며 이란에만큼은 ‘비(非)개입주의’를 적용하지 않았다고 평했다. 그는 집권 1기에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가 체결한 이란 핵협정(JCPOA)을 전격 파기했다. 2020년 1월에는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무인기(드론)로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공개 사살했다.● 美, “이란 정권 교체 목적은 아니다”다만 미국이 확전을 막으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이란의 정권 교체를 추진하지 않고 있다”며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야기한 위협을 무력화하려 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J D 밴스 부통령도 같은 날 NBC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은 ‘이란’이 아니라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전쟁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CBS방송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란과의 외교 접촉에서 “정권 교체는 계획에 없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전했다.이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미국 또한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때와 마찬가지로 엄청난 비용과 희생을 치를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행보로 풀이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공습 이후에도 이란의 현 체제가 존속한다면 이란이 더 은밀하게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왕따 국가(pariah state)’가 될 수 있다”며 이때 미국 또한 이런 이란을 계속 상대해야 하는 수렁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이란 외교부는 미국의 이번 공격을 “국제법 규칙에 대한 극악무도하고 전례 없는 위반”이라며 “온 힘을 다해 저항할 권리가 있다”고 맞섰다. 이란은 21일 이스라엘 곳곳을 미사일로 공격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라그치 장관은 23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러시아의 지지를 요청하기로 했다. 중국 외교부도 22일 이란을 공격한 미국과 이스라엘을 비판했다.이번 공격으로 이란의 핵 개발 가능성이 얼마나 줄었는가가 미국과 이란의 분쟁 확전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원자력기구(AEOI)는 22일 “적(이스라엘과 미국)들의 사악한 음모에도 핵 순교자들의 피로 탄생한 이 국가 산업의 평화로운 발전의 탈선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공습과 무관하게 핵개발을 지속할 뜻을 밝혔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일론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의 총애를 잃은 것을 두고 실리콘밸리에서 눈물을 흘릴 이는 거의 없다.” 이달 초 세계 최강대국 지도자와 세계 최고 부자의 전례 없는 ‘브로맨스’가 시끄러운 결말을 맺자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이렇게 보도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감세 법안을 공개적으로 강하게 비판하면서 두 다혈질 거물의 치열한 설전이 시작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CNN 등과의 인터뷰에서 머스크를 “정신 나간 그 남자”라고 부르며 악감정을 드러냈다. 한때 자신의 ‘퍼스트 버디’(1호 친구)로 이름을 날린 머스크를 정신병자로 취급한 것. 두 사람 간에 설전이 이어지고 관계가 틀어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비호 아래 최근 우주산업 관련 기업인 스페이스X 등의 사업 영역을 거침없이 확장해 간 머스크의 행보에도 브레이크가 걸리게 됐다. ‘보복 욕구’가 강한 트럼프 대통령이 머스크가 정부와 함께 진행했거나, 추진하려던 사업들을 그냥 두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벌써부터 머스크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한 빅테크 기업들의 이권 경쟁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테크 우파’(Tech Right·기술 산업에 종사하거나 기술 친화적이면서 보수적 정치 성향을 지닌 인사)들이 머스크 대신 사업적,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머스크의 퇴장,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충돌로 웃고 있을 실리콘밸리 거물들의 속내를 들여다봤다.● 머스크, 올트먼 UAE 데이터센터 사업 무산 시도지난해 미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하자 실리콘밸리에선 머스크와 사이가 안 좋은 기업인들이 적잖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머스크는 지난해 대선 중 재단을 설립해 2억7000만 달러(약 3700억 원) 이상을 트럼프 선거캠프에 기부했다. 또 선거운동 기간에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 현장을 발로 누비면서 그의 핵심 측근으로 부상했다. 실제로 머스크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후 정부효율부(DOGE) 수장에 임명돼 130일간 공무원 해고와 예산 삭감 등 연방정부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다. 이 과정에서 머스크가 자신의 사업 영역인 전기자동차, 인공지능(AI), 소셜미디어, 우주산업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경쟁사를 견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런 가운데 머스크가 2023년 11월 자신의 X 계정에 남긴 글은 의미심장했다. “적들로 가득 찬 큰 묘지가 있다. 여기 누군가를 더하고 싶진 않지만 그래야 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머스크가 당시 겨낭했던 실리콘밸리 최대 앙숙은 생성형 AI인 챗GPT를 개발한 샘 올트먼 오픈AI CEO. 머스크는 지난해 11월 올트먼에 대해 “사기꾼 샘”이라며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올트먼에 의해 오픈AI가 당초 정관과는 달리 영리 법인으로 바뀐 것에 불만을 품은 것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올트먼에 대해 “악마로 변했다”고 직격했다. 사실 둘은 과거 절친한 사업 파트너였다. 2010년대 초반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 육성 기관인 와이콤비네이터 사장이던 올트먼이 온라인 결제서비스 페이팔을 창업해 성공을 거둔 머스크에게 조언을 구하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그 후 올트먼이 2015년 선진 AI를 개발한다며 오픈AI를 설립하자, 머스크는 5000만 달러(약 690억 원)를 초기 투자하고 이사회 멤버에 합류하는 등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2017년 오픈AI의 주도권을 두고 이견이 생기면서 둘은 원수가 됐다. 머스크는 오픈AI가 비영리 기조를 지킨다는 약속을 어겼다며 이사회를 떠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머스크가 CEO를 노리고 오픈AI 이사회에서 올트먼과 대립했지만, 결국 올트먼에게 밀렸다고 보도했다. 머스크는 오픈AI의 영리법인 전환을 막아 달라는 소송을 내는 등 현재까지도 올트먼과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민주당원인 올트먼은 지난해 12월 트럼프 재선 확정 직후 위세가 높아진 머스크에 대해 “영웅으로 생각하며 자라왔다”고 말했다.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하지만 머스크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올트먼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이에 올트먼은 트럼프 대통령이 목말라하는 미국 투자로 환심을 사는 전략을 취했다. 총 5000억 달러(약 690조 원)를 들여 미국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전격 발표한 것. WSJ는 당시 머스크가 해당 계약 내용을 사전에 듣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머스크는 오픈AI 주도로 아랍에미리트(UAE)에 세계 최대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계획도 무산시키려 했다고 한다. 자신의 AI 계열사 xAI가 해당 사업에서 배제된 데 따른 일종의 보복이었다. 그는 발주처인 UAE 국영기업 G42에 xAI를 사업에 참여시키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투자 승인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머스크가 사실상 트럼프 행정부와 결별한 상황에서 올트먼의 사업 확장을 위한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페이팔 공동 창업한 틸에 수주 경쟁력 밀릴 가능성지난해 미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 지지 선언을 했고, 선거캠프에 후원도 한 페이팔 공동창업자 피터 틸도 머스크가 퇴장한 덕을 볼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틸은 벤처투자사 ‘파운더스 펀드’ 창립자이자 빅데이터 분석기업 팔란티어의 창립자이기도 하다. 틸도 트럼프 행정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관심을 보여 왔다. 또 머스크와 경쟁을 벌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두 사람도 사업을 둘러싼 악연을 갖고 있다. 머스크의 온라인뱅킹 업체 엑스닷컴은 틸의 온라인 결제 업체 컨피니티와 2000년 합병해 페이팔을 탄생시켰다. 이후 틸은 대표직을 맡던 머스크가 신혼여행을 간 사이 이사회를 설득해 머스크를 몰아낸 뒤 자신이 CEO에 올랐다. 신기술에 열광하던 머스크가 직원들의 거센 반발에도 시스템 교체를 강행한 게 원인이었다. 다만, 틸은 벤처캐피털을 통해 머스크의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에 초기 투자하는 등 관계를 완전히 끊지는 않았다. 틸은 머스크의 사업 수완을 인정하며 “나라면 머스크의 반대편에 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전통적으로 진보 성향이 강한 실리콘밸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세가 취약할 때 선제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힌 공통점이 있다. 틸은 머스크보다 앞서 트럼프 집권 1기 때부터 트럼프 대통령을 지원해 왔다. 최근 머스크와 트럼프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틸의 영향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틸은 머스크와 달리 공직을 맡지 않았지만 공화당 내 기술전략가이자 후원자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자신이 설립한 밴처캐피털 미스릴캐피털에서 일하던 예일대 로스쿨 출신의 J D 밴스를 지난해 미 대선 때 부통령 후보로 추천하기도 했다. 현재 부통령이 밴스란 점에서 그의 ‘용병술’은 성공한 것. 또 틸이 트럼프 행정부 내 핵심 이너서클 인사란 것을 보여준다. 틸은 실리콘밸리 안팎에서 테크 우파이자 확고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충성파로 꼽힌다. 이미 틸도 머스크 못지않게 연방정부 계약을 통해 실리를 취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미국의 차세대 미사일방어(MD) 체계 골든돔(Golden Dome) 프로젝트에 팔란티어의 소프트웨어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우버 임원 출신으로 미 국방부 연구공학(R&E) 차관에 임명된 에밀 마이클 등 틸과 가까운 관계자들이 정부 곳곳에 포진한 것도 정부 계약 수주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틸과 접점이 있는 최소 12명의 인사가 트럼프 2기 행정부에 합류했다고 전했다. 페이팔 창업 멤버로 백악관 AI 및 암호화폐 차르를 맡고 있는 데이비드 색스와 틸의 개인 재단 CEO 출신으로 미 복지부 차관에 기용된 짐 오닐 등이 대표적이다. 이미 틸이 이끄는 팔란티어는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사업자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AI를 활용한 팔란티어의 군사 데이터 솔루션은 미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국방부 등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팔란티어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주가가 90% 이상 급등하며 수혜주로 꼽히고 있다. 팔란티어 군사 솔루션을 쓰는 이스라엘군이 13일 이란 공습을 개시하자, 팔란티어 주가가 급등해 16일 기준 시가총액이 3337억 달러(약 457조 원)에 달한다. 반면 골든돔 구축 과정에서 미 국방부와 스페이스X 간 계약이 추진됐으나, 최근 트럼프-머스크 갈등 직후 계약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그 빈자리를 미국의 방산 스타트업인 안두릴 등이 파고들고 있다. 안두릴은 AI 기반 무인기, 안전관리 체계, 데이터 분석 기술을 제공한다. 안두릴은 올트먼의 오픈AI와 협력 관계다. 이에 따라 올트먼이 머스크 대신 골든돔 프로젝트의 수혜를 볼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주사업, 아마존 등 후발 주자들에 뺏길 위험 이달 초 워싱턴포스트(WP)는 미 항공우주국(NASA), 국방부 등이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가 틀어진 머스크와의 협력을 꺼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NASA는 스페이스X를 대신할 민간 우주기업들을 물색하고 있다. 이미 로켓랩, 스토크 스페이스, 블루오리진 등의 기술 개발 수준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중 블루오리진은 WP 사주이기도 한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이끌고 있다. 블루오리진은 2000년 설립돼 올 초에야 지구 궤도에 로켓을 처음 올렸다. 머스크가 지난 15년간 439차례나 로켓을 발사하고 이 중 99% 이상 성공한 것과 비교하면 기술 격차가 상당히 크다는 게 나타난다. 머스크는 블루오리진의 로켓이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며 공개적으로 조롱하기도 했다. 앞서 올 2월 머스크는 DOGE 수장 자격으로 인사관리처(OPM)를 통해 NASA 등 230여 개 정부기관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자신의 성과를 적어 내라”고 압박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머스크가 한 번 발사할 때마다 41억 달러(약 5조9000억 원)가 드는 NASA의 대형 로켓 발사 프로젝트를 구조조정하려는 의도로 해석했다. 그러나 머스크의 스페이스X의 앞날에 먹구름이 끼었다. 5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온라인 설전 끝에 머스크가 “대통령의 계약 취소 발언에 따라 스페이스X의 드래건 우주선 철수를 즉시 시작할 것”이라고 X에 올린 데 따른 것. 이후 그는 해당 글을 삭제하며 후회하는 모습을 내비쳤다. 하지만 WP에 따르면 NASA와 국방부는 머스크의 오락가락 행보를 보면서 ‘믿을 수 없는 사람’으로 인식하게 됐다.● 저커버그, 게이츠도 머스크와 ‘불편한 관계’ 마크 저커버그 메타(페이스북 모회사) 창업자도 머스크의 퇴장을 반길 가능성이 있다. 그는 2023년 머스크가 인수한 X에 맞서 스레드를 출시한 뒤 관계가 틀어져 ‘격투기 대결’까지 서로 운운하기도 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도 머스크와의 관계가 불편하다. 2022년 테슬라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보고 게이츠가 공매도에 나선 사실이 머스크 귀에 들어간 것. 당시 머스크는 게이츠에게 “테슬라에 대해 5억 달러(약 6900억 원) 규모의 공매도에 베팅했느냐”고 따져 묻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머스크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캠페인을 벌이던 게이츠를 향해 자신은 백신을 안 맞겠다며 게이츠를 ‘얼간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머스크는 이후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았다. 많은 실리콘밸리 거물이 머스크와 대립각을 세웠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 머스크의 광폭 행보 덕을 보기도 했다. 머스크가 DOGE에서 정부 기능을 실리콘밸리 기술로 대체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정부 업무 영역에서 첨단 기술 도입은 테크 기업들이 그동안 요구해 온 사항이다. WP는 “DOGE는 기업이 정부보다 비용 절감과 서비스 혁신에 뛰어나다는 실리콘밸리의 주장과 보수주의 이론을 현실 세계에 적용하려 한다”고 평가했다. ‘퍼스트 버디’ 머스크의 퇴장이 테크 기업들에는 아쉬울 수 있는 대목이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전통적으로 한일 양국 간 인식 차가 가장 극명한 부문은 과거사다. 이번 공동 여론조사에서도 과거 일본의 식민 지배를 둘러싼 한일의 인식 차이는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과거에 비해선 그 차이가 다소 줄어들었다.변화는 상대적으로 한국에서 좀 더 두드러졌다. ‘일본의 식민 지배를 포함해 과거사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하나’란 질문에 한국인의 80%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다만 ‘해결됐다’는 대답은 17%로, 2015년 공동조사 때보다 15%포인트 높아졌다. 일본은 같은 질문에 대해 46%가 ‘해결됐다’고 답했다. 2015년 조사 땐 49%가 이같이 답했다.일본의 식민 지배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과가 충분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한국인은 13%만 ‘충분하다’고 답했다. 이는 2015년 조사 때보다는 12%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일본인은 67%가 ‘충분하다’고 답해 2015년 조사보다 2%포인트 늘었다. 일본에선 ‘미흡하다’는 응답도 22%로 10년 전 조사(20%)보다 2%포인트 늘었다.‘한일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보느냐’란 질문엔 한국인의 42%, 일본인의 17%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대답했다. 최근 한일관계를 둘러싼 갈등 요인이 줄어들고 있다는 인식이 한국 쪽에서 더 강하게 반영된 흐름으로 풀이된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동아일보와 일본 아사히신문의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진행한 공동 여론조사에서는 통상 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같은 경제 불확실성 속에 한국과 일본의 경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향후 한일 간에 가장 협력해야 하는 분야’를 묻는 질문에 한국 응답자는 ‘경제’를 꼽은 비율이 37%로 가장 높았다. 일본도 ‘경제’ 응답 비율이 28%로 안보(3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특히 올해 1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일 국민 대다수는 중국보다 미국을 중시해야 한다고 답했다. ‘앞으로 경제를 고려할 때, 미국과 중국 중 어느 나라와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한국인의 77%, 일본인의 80%가 각각 미국을 꼽은 것. 중국을 중시한다는 응답자는 한국 14%, 일본 11%에 그쳤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진행된 조사에선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한일 간 무역의 핵심을 차지하는 첨단 ‘소부장’(소재·부품·기술 장비) 부문 협력에 관한 질문을 별도로 제시했다. 여기에서도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이 70%였다. ‘현 수준 유지’는 19%, ‘약화해야 한다’는 5%에 그쳤다. ‘협력 강화’ 응답은 세대별로도 전 연령대에서 65%를 넘었고, 정치 성향별로도 보수층(78%)과 진보층(69%)에서 모두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한국 경제계에서도 일본과의 경제 협력이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최근 힘을 얻고 있다. 19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일 무역 규모가 772억 달러(약 106조 원)로 1965년 이후 352배가량 급증했다. 무협은 “과거 수직적 분업 관계였던 양국 무역이 상호 보완적이고 수평적인 관계로 발전하면서 향후 ‘소부장’ 분야에서 협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한국과 일본의 경제 상황을 비교할 때 양국 모두에서 ‘한국이 낫다’는 응답이 더 많이 나온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한국과 일본 중 어느 나라의 경제와 생활 상황이 더 나은 것 같나’란 질문에 양국 모두 ‘비슷한 것 같다’는 응답이 40%대로 가장 많았다. 한국인 중에서는 한국이라는 응답(29%)이 일본(26%)보다 소폭 높았던 반면 일본인 중에서는 한국(37%)을 고른 응답자가 일본(12%)의 3배를 넘었다. 10년 전 이뤄진 공동 여론조사에서 “한국이 일본과 경제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한국인은 22%, 일본인은 26%만 ‘그렇다’고 답해 비교적 낮은 평가가 나왔던 것과 비교된다.한편 이번 공동 조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렸던 캐나다 캐내내스키스에서 17일(현지 시간)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의 첫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 진행됐다. 동아일보는 1010명을 대상으로 9∼10일, 아사히신문은 1124명을 대상으로 7∼8일 전화조사를 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동아일보와 일본 아사히신문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22일)을 맞아 실시한 공동 여론조사 결과, 양국이 가장 협력해야 할 분야로 한국인들은 ‘경제’를, 일본인들은 ‘안보’를 각각 꼽았다. 북-중-러 밀착,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안보 불안이 커지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벌이고 있는 ‘관세 전쟁’ 등 경제 불확실성이 대두되면서 한국과 일본이 관련 분야에서 협력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진 것으로 분석된다.‘한일 간에 가장 협력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분야’를 묻는 질문에 한국은 경제(37%)를 꼽은 응답이 가장 많았고, 이어 역사 문제(28%), 안보(20%), 저출산고령화 대책(12%) 순이었다. 일본에선 안보(34%)에서 우선 협력해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이어 경제(28%), 역사 문제(24%), 저출산고령화 대책(8%) 순이었다.‘한일 간 방위 분야 협력을 강화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한국에선 60%, 일본에선 56%로 양국 모두 반수를 넘었다. 반면 방위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은 한국 37%, 일본 30%였다. 서로의 호감도를 묻는 질문에 ‘좋다’는 응답이 한국에선 23%, 일본에선 19%가 나왔다. 이는 동아일보와 아사히신문이 10년 전인 2015년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실시한 설문보다 한국은 18%포인트, 일본은 9%포인트 높아진 수치다.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앞으로 인공지능(AI)이 업무 효율성을 높여 향후 몇 년 내 직원 수도 줄어들 것이다.” 17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앤디 제시 최고경영자(CEO·사진)가 직원들에게 보낸 글에서 생성형 AI 활용을 권하며 이렇게 밝혔다. AI의 효율성이 갈수록 높아져 고용 여건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 속에 빅테크 기업들이 사회적 파장을 감안해 업무 효율성 자체에 대한 언급을 꺼려 온 만큼 이례적인 글이란 반응이 나온다. 미국 빅테크 선두주자인 아마존 CEO의 AI 업무 효율화 지침에 대해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AI가 고용에 미칠 영향에 대해 대기업이 지금까지 내놓은 가장 냉혹한 논평 중 하나”라고 평했다. 이날 제시 CEO는 “우리가 더 많은 생성형 AI 도구와 에이전트를 도입함에 따라 우리의 업무수행 방식도 바뀔 것”이라며 “현재 수행 중인 업무의 인력은 줄고, 지금과는 다른 유형의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조건적인 인원 감축이 아닌 인력 재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더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해내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며 업무 효율화 방침도 밝혔다. 그러면서 “아마존은 1000개가 넘는 생성형 AI 관련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 중”이라며 아마존 고객 서비스뿐 아니라 사내 시스템도 AI로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관리, 재무 등 모든 사업부에 걸쳐 여러 AI 업무 효율 도구를 도입할 예정”이라며 “향후 몇달 안에 도입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고용 규모가 큰 아마존은 경기 동향에 큰 영향을 받는 유통업체로 기술 수용성도 높다는 점에서 미국에서 고용 동향을 가늠하는 기준이 돼 왔다. 아마존은 전 세계에서 150만 명, 미국에서만 110만 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유통업체 월마트(미국 내 160만 명 고용)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고용주다. WSJ는 최근 주요 기업들이 AI 도입을 감안해 직무와 직책을 통합하고, 인력을 감축하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세계경제포럼(WEF)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고용업체의 약 41%가 AI 기술 발전에 따라 인력을 줄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CEO는 미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AI가 향후 1∼5년 안에 초급 사무직 일자리의 절반을 없애고 실업률을 최대 20%까지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미국 기술 분야 채용 중 약 25%가 AI 기술 보유자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조사됐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격화되는 가운데 외교부는 17일 오후 1시부터 이란 전역에 여행경보 3단계(적색경보)인 ‘출국 권고’를 발령했다. 외교부는 이날 “이란에 체류 중인 국민들은 공관의 안내에 따라 가급적 신속히 출국하고, (이란 지역) 여행을 계획한 국민들은 취소 또는 연기해 달라”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이란의 튀르키예·이라크 국경지대에 대해서만 ‘출국 권고’를 내렸고, 수도 테헤란을 비롯한 다른 지역들에 대해서는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한 상태였다. 여행경보는 총 4단계인데 1단계는 일상적 유의, 2단계는 여행 자제, 3단계는 철수 권고, 4단계는 여행 금지로 분류된다. 이스라엘에 대해서도 기존에 ‘여행 금지’ 경보가 내려졌던 가자지구 등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 대해 이날부터 ‘출국 권고’로 여행 경보가 상향됐다. 이란과 공습을 주고받는 이스라엘에선 한국 교민 23명이 16일(현지 시간) 인접 국가인 요르단으로 육로를 통해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중국 당국도 현지 자국민 보호에 나섰다.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의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은 17일(현지 시간)부터 모든 직원에게 거주지 또는 대피소 같은 안전시설에 머물 것을 지시했다. 미국 대사관은 16일 긴급 안전 공지를 통해 “이스라엘 민방위사령부의 지침과 안보 상황을 고려해 대사관 업무를 중단한다”고도 밝혔다. 앞서 16일엔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이 이스라엘 경제중심지 텔아비브에 위치한 주이스라엘 미 대사관 분관 인근에 떨어지기도 했다. 중국 외교부도 17일 이스라엘과 이란 거주 자국민들에게 주변 국가로 철수할 것을 권고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이스라엘이 13일 이란을 선제 타격한 데 이어 연일 공습을 이어가는 배경에는 이란 핵 개발 역량에 대한 극도의 경계심이 깔려 있다. 현재 이란은 포르도 핵 시설에 핵 무기화에 필요한 고성능 원심 분리기 3000여 개를 설치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23년 3월 포르도에서 83.7% 순도의 우라늄 농축 물질을 발견했다. 통상 우라늄 농축 비율을 90%까지 높이면 핵무기가 가능한 것으로 본다. 또 지난달 IAEA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은 60% 수준으로 농축된 우라늄도 408kg 보유하고 있다. 핵 관련 전문가들은 이란이 무기급 우라늄을 확보하는 데는 2∼3주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해 왔다. 이스라엘 측은 이란이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할 경우, 3개월 안에 핵무기 9∼10개 확보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13일 공습 직후에도 이 점을 공격 이유로 강조했다. 그동안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이란 간 진행된 비핵화 협상에서도 농축 권한을 두고 양측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측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완전 포기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에 이란 측은 저농축 우라늄 사용을 허가해 달라는 입장이었던 것이다.한편 이스라엘군이 집요하게 이란을 공격 중이지만 현재 상황에선 미국의 추가 무기 지원 없이 지하에 숨겨둔 이란 핵심 핵 시설을 파괴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 군은 이란 핵 시설 일대와 전력망을 초토화시켜 최대한 핵 개발을 지연시키는 전략인 ‘간접 파괴’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 시간) 군 관계자를 인용해 “이스라엘 군은 이란의 포르도 지하 핵 설비를 파괴하는 대신에 주변을 마비시켜 핵 개발을 지연시키는 공격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하 약 80m 암반 터널에 위치해 현재 보유 중인 무기로는 파괴가 사실상 불가능한 포르도 핵 시설을 직접 타격하는 대신에 인근의 전력 생산 및 송전소 등 접근 가능한 외부 기반 시설을 타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NYT는 이스라엘 군은 첩보 요원을 통해 포르도 설비 진입구를 확인하고, 이를 타격해 봉쇄해 버리는 전략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모두 핵 시설을 직접 파괴하는 것보다 작전 기간이 길고 타격 범위도 더 넓어지는 공격 방식이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이스라엘이 13일 이란을 선제 타격한데 이어 연일 공습을 이어가고 있는 배경에는 이란 핵 개발 역량에 대한 극도의 경계심이 깔려 있다. 현재 이란은 포르도 핵 시설에 핵 무기화에 필요한 고성능 원심 분리기 3000여 개를 설치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23년 3월 포르도에서 83.7% 순도의 우라늄 농축 물질을 발견했다. 통상 우라늄 농축 비율을 90%까지 높이면 핵무기가 가능한 것으로 본다. 또 지난달 IAEA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은 60% 수준으로 농축된 우라늄도 408lg 보유하고 있다. 핵 관련 전문가들은 이란이 무기급 우라늄을 확보하는 데는 약 2~3주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해왔다. 이스라엘 측은 이란이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할 경우, 3개월 안에 핵 무기 9~10개 확보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13일 공습 직후에도 이 점을 공격 이유로 강조했다. 그동안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이란 간 진행된 비핵화 협상에서도 농축 권한을 두고 양측은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측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완전 포기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이란 측은 저농축 우라늄 사용을 허가해달라는 입장이었던 것이다.한편 이스라엘군이 집요하게 이란을 공격 중이지만 현재 상황에선 미국의 추가 무기 지원 없이 지하에 숨겨둔 이란 핵심 핵 시설을 파괴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 군은 이란 핵 시설 일대와 전력망을 초토화해시켜 최대한 핵 개발을 지연시키는 전략인 ‘간접 파괴’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 시간) 군 관계자를 인용해 “이스라엘 군은 이란의 포르도 지하 핵 설비를 파괴하는 대신, 주변을 마비시켜 핵 개발을 지연시키는 공격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지하 약 80m 암반 터널에 위치해 현재 보유 중인 무기로는 파괴가 사실상 불가능한 포르도 핵 시설을 직접 타격하는 대신, 인근의 전력 생산 및 송전소 등 접근 가능한 외부 기반 시설을 타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NYT는 이스라엘 군은 첩보 요원을 통해 포르도 설비 진입구를 확인하고, 이를 타격해 봉쇄해버리는 전략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모두 핵 시설을 직접 파괴하는 것보다 작전 기간이 길고 타격 범위도 더 넓어지는 공격 방식이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15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이란이 협상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때로는 그들이 싸워서 해결해야(fight it out)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핵협상 카드로 이스라엘의 공습을 묵인한 데 이어 양국 간 무력충돌을 막는 중재 역할을 사실상 포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스라엘에 이란 공습 중단을 요구했느냐는 질문에 “말하지 않겠다”며 답변을 피했다. 그러면서 중동의 핵심 우방인 이스라엘 방위와 관련해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G7 정상회의에서 이스라엘-이란 무력충돌이 주요 의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미국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자국은 관련이 없다며 거리를 두면서도 친(親)이스라엘 기조는 유지하고 있다. 그러면서 재차 이란에 “협상 기회가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 공습에 위축된 이란이 외교 협상에 나서고, 미국의 우라늄 농축 중단 요구를 수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미국이 국제 갈등 중재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무력충돌이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트럼프는 평화의 중재자가 되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실에선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이스라엘이 13일(현지 시간) 이란에 선제공격을 가하며 핵과 군 관련 시설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정확하게 타격하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식별 기능과 정보력을 대규모로 활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스라엘군과 AI 분야에서 긴밀하게 협력해 온 메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팔란티어 같은 기업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구글, MS, 팔란티어와 함께 목표물 자동 식별 기술과 방어 체계 등을 개발해 왔다. 이스라엘군은 여기서 확보한 기술을 특정 표적을 정밀하게 타격하는 드론 등에 접목시키고 있다. 이를 활용해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 지휘관 등을 다수 암살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측은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과 관련된 시사점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드론과 AI 기반 정보, 감시, 정찰의 긴밀한 통합 작업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AI를 기반으로 표적을 확인하고 상대 드론을 방어하는 이스라엘군의 기술은 팔란티어가 주도적으로 개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팔란티어는 AI를 활용해 드론이 자율적으로 비행 중 지형을 탐색하고, 목표물을 식별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팔란티어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운용 체계 기술을 담당한 뒤 살상용 드론 명중률이 50%에서 80%로 높아졌다. 드론 방어 기술도 강력하다. 이스라엘도 같은 기술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란 본토에서 날아오는 드론 공격의 90%가량을 막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이스라엘 군사정보국은 메타, 구글, MS 출신 인사들과도 협력해 AI 시스템 ‘라벤더’를 개발해 가자전쟁에도 투입했다. 이 기술을 활용해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인 하마스 연계 의심자 3만3000명의 표적 명단을 생성했다. 또 이들에 대한 공격도 감행했다. 이스라엘 온라인 매체 ‘+972 매거진’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라벤더 시스템이 사람을 식별하면, 이들에 대한 공격 지시를 내리는 방식으로 다수의 드론 운용이 가능해졌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이스라엘이 13일 이란에 선제공격을 가하며 핵과 군 관련 시설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정확하게 타격하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식별 기능과 정보력을 대규모로 활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스라엘군과 AI 분야에서 긴밀하게 협력해 온 메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팔란티어 같은 기업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구글, MS, 팔란티어와 함께 목표물 자동 식별 기술과 방어 체계 등을 개발해 왔다. 이스라엘군은 여기서 확보한 기술을 특정 표적을 정밀하게 타격하는 드론 등에 접목시키고 있다. 이를 활용해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 지휘관 등을 다수 암살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측은 최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과 관련된 시사점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드론과 AI 기반 정보, 감시, 정찰의 긴밀한 통합 작업이 있었다”고 분석했다.특히 AI를 기반으로 표적을 확인하고 상대 드론을 방어하는 이스라엘군의 기술은 팔란티어가 주도적으로 개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팔란티어는 AI를 활용해 드론이 자율적으로 비행 중 지형을 탐색하고, 목표물을 식별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팔란티어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운용 체계 기술을 담당한 뒤 살상용 드론 명중률이 50%에서 80%로 높아졌다. 드론 방어 기술도 강력하다. 이스라엘도 같은 기술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란 본토에서 날아오는 드론 공격의 90%가량을 막고 있다고 주장한다.한편 이스라엘 군사정보국은 메타, 구글, MS 출신 인사들과도 협력해 AI 시스템 ‘라벤더’를 개발해 가자전쟁에도 투입했다. 이 기술을 활용해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인 하마스 연계 의심자 3만3000명의 표적 명단을 생성했다. 또 이들에 대한 공격도 감행했다. 이스라엘 온라인 매체 ‘+972 매거진’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라벤더 시스템이 사람을 식별하면, 이들에 대한 공격 지시를 내리는 방식으로 다수의 드론 운용이 가능해졌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15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이란이 협상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때로는 그들이 싸워서 해결해야(fight it out)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핵협상 카드로 이스라엘의 공습을 묵인한 데 이어 양국 간 무력충돌을 막는 중재 역할을 사실상 포기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스라엘에 이란 공습 중단을 요구했느냐는 질문에 “말하지 않겠다”며 답변을 피했다. 그러면서 중동의 핵심 우방인 이스라엘 방위와 관련해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이란 협상 전망에 대해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자”고만 했다.G7 정상회의에서 이스라엘-이란 무력충돌이 주요 의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미국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자국은 관련이 없다며 거리를 두면서도 친(親) 이스라엘 기조는 유지하고 있다. 그러면서 재차 이란에 “협상 기회가 남아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 공습에 위축된 이란이 외교 협상에 나서고, 미국의 우라늄 농축 중단 요구를 수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핵 협상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시간을 갖고 이스라엘의 공격을 관망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미국이 국제 갈등 중재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무력충돌이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트럼프는 평화의 중재자가 되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실에선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며 “중동 갈등 확대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보다 세계가 불안정해졌음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자 단속 반대 시위가 벌어진 로스앤젤레스에 해병대 병력을 13일(현지 시간) 투입했다. 군 당국은 로스앤젤레스 내 연방건물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라고 밝혔다. 이날 AP통신 등에 따르면 불법 체류자 단속에 항의하는 로스앤젤레스 시위 현장에 해병대가 투입돼 이미 파견된 캘리포니아 주방위군과 합동 작전을 시작했다. 해병대를 지휘하는 ‘태스크포스 51’ 사령관 스콧 셔먼 미 육군 소장은 “해병대가 로스앤젤레스 윌셔 연방청사 등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며 “군 병력은 법 집행 활동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로이터통신은 해병대가 윌셔 연방건물 앞에서 한 남성을 붙잡은 뒤 국토안보부(DHS) 요원에게 인계하는 장면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이는 로스앤젤레스 시위 발생 후 군인의 첫 민간인 체포 사례로 전해졌다. 앞서 6일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이 대대적으로 로스앤젤레스에서 불법 이주자 단속에 나서자,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확산됐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가 시위를 ‘반란’으로 규정하고 캘리포니아 주방위군을 투입한 뒤 해병대까지 동원했다. 미국에서 시위 현장에 군 병력을 투입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AP통신에 따르면 현직 대통령이 주지사의 요청 없이 주방위군을 직접 투입한 것은 약 60년 만이다. 1965년 당시 린든 존슨 대통령은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보호하기 위해 앨라배마주에 주방위군 파견을 지시했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당분간 로스앤젤레스에 군 병력을 계속 배치할 방침이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의 핵 협상에 대해 낙관하며, 여전히 외교적 해법을 모색한다는 뜻을 밝혔다. 동시에 이란이 중동 지역의 미군기지 등을 공격할 땐 강하게 대응하겠다는 경고도 빼놓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간) NBC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란은 나와 대화하려고 전화해 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이스라엘이 이란 핵 협상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도 그 반대일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뒤 이란과 5번 진행된 핵 협상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협상 타결을 낙관적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그는 15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우리가 이란으로부터 어떤 방식이나 형식으로든 공격받는다면 미군의 완전한 힘과 완력이 예전에 결코 볼 수 없었던 수준들로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이 이날 예정됐던 6차 핵 협상 회담 참석을 취소하고, 미국이 이스라엘의 공격을 묵인했다고 비판한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다만 그는 “우리는 이란과 이스라엘 간 협상을 성사시킬 수 있다”며 타협 가능성을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1시간가량 통화하면서 이스라엘-이란의 무력 충돌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촉구했다고 덧붙였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의 핵협상에 대해 낙관하며, 여전히 외교적 해법을 모색한다는 뜻을 밝혔다. 동시에 이란이 중동 지역의 미군기지 등을 공격할 땐 강하게 대응하겠다는 경고도 빼놓지 않았다.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간) NBC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란은 나와 대화하려고 전화해 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이스라엘이 이란 핵협상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도 그 반대일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뒤 이란과 5번 진행된 핵협상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협상 타결을 낙관적으로 본 것이다.하지만 그는 15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우리가 이란으로부터 어떤 방식이나 형식으로든 공격받는다면 미군의 완전한 힘과 완력이 예전에 결코 볼 수 없었던 수준들로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이 이날 예정됐던 6차 핵협상 회담 참석을 취소하고, 미국이 이스라엘의 공격을 묵인했다고 비판한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다만 그는 “우리는 이란과 이스라엘 간 협상을 성사시킬 수 있다”며 타협 가능성을 강조했다.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1시간가량 통화하면서 이스라엘, 이란의 무력 충돌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푸틴에게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촉구했다고 덧붙였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중남미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비올레타 차모로 전 니카라과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간) 코스타리카 산호세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향년 95세. 고인은 야당 정치인이던 남편 페드로 호아킨 차모로 카르데날이 소모사 독재 정권에 피살된 뒤 정치에 뛰어들었다. 이후 1990~1997년 니카라과 대통령을 지냈다. 2006년 정적 다니엘 오르테가가 대통령이 돼 자신을 비롯한 야당 인사들을 탄압하자, 2023년 코스타리카로 망명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일가와 행정부 주요 인사가 모두 ‘차이나 커넥션’에서 자유롭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 뒤 내내 중국에 관세 부과, 중국인 유학생 비자 취소, 반도체 수출 규제 등 집권 1기 때보다 강도 높은 반(反)중국 정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 본인과 가족,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캐시 파텔 연방수사국(FBI) 국장 등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은 중국 관련 사업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중국 규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코인’이 中 로비 도구? “미국을 세계 가상화폐의 수도로 만들겠다”고 공언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코인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는 재집권을 사흘 앞둔 올 1월 17일 ‘트럼프코인($TRUMP)’을 출시했는데 이 코인이 중국계 인사의 로비 도구로 쓰인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미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중국의 정보기술(IT)회사 ‘GD컬처그룹’은 지난달 13일 “트럼프코인을 약 3억 달러(약 4080억 원) 매수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GD컬처의 시가총액이 2700만 달러인데 이보다 10배 많은 돈을 트럼프코인에 쓴 셈이다. 지난해에만 1400만 달러의 순손실을 입은 이 회사는 코인 매수 자금을 카리브해의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의 한 기업에 자사주를 팔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익을 내지 못하는 GD컬처의 주식을 조세피난처 기업이 대규모로 구입하려 한다는 것부터 의혹투성이다. GD컬처는 자신들을 중국계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서 전자상거래를 벌이는 회사라고 소개한다. 미 의회는 지난해 4월 ‘틱톡 금지법’을 제정하고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가 미국 내 틱톡 사업권을 매각하지 않으면 올해부터 미국 내 서비스를 중단하도록 했다. 하지만 재집권한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 금지법 시행을 두 차례나 유예했다. 일각에서는 틱톡 측이 GD컬처를 통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친(親)틱톡 정책을 로비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조심스레 제기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자신이 소유한 버지니아주 골프리조트에서 트럼프코인 상위 보유자 220명을 초청한 비공개 만찬도 개최했다. 초청자 중 2023년 3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한 중국계 쑨위천(孫宇晨·35)이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쑨은 트럼프코인의 최대 보유자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올 2월 법원에 그에 관한 소송을 일시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쑨이 트럼프 대통령의 세 아들, 즉 트럼프 주니어, 에릭, 배런이 지난해 9월 설립한 가상화폐 기업 ‘월드리버티파이낸셜’에 7500만 달러(약 1020억 원)를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돈을 받고 중국계 범죄 혐의자의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이 거세다.● 트럼프 일가도 모두 中 커넥션 트럼프 대통령의 세 아들, 장녀 이방카의 남편 재러드 쿠슈너 등도 중국과 직간접적 연관을 맺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월드리버티파이낸셜’이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중국 법인에 대한 지분 확보를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낸스의 창립자는 중국계 캐나다인 자오창펑(趙長鵬·48). 미 법무부는 2023년 11월 자오를 자금 세탁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자오는 미 당국에 43억 달러(약 5조8000억 원)의 벌금을 지급하되 향후 3년간 미국 사업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사전형량조정제도(plea bargain)를 맺었다. 이에 만족하지 못한 자오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사면을 받아 미국 내 경영에 참여하기 위해 월드리버티파이낸셜과 거래하려 한다고 WSJ 측은 분석했다. 트럼프 주니어와 쿠슈너는 동유럽의 대표적 친중 국가인 세르비아와도 밀착하고 있다. 두 사람은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의 옛 국방부 부지에 동유럽 최초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을 건립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트럼프 주니어는 올 3월 베오그라드에서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과도 만났다. 부치치 대통령은 2017년 집권 후 내내 부패, 부정선거 의혹에 시달려 왔다. 그가 트럼프 일가에 국방부 부지의 재개발 사업권을 몰아주기 위해 각종 편의를 봐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치치 정권이 옛 국방부 청사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공문서를 위조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세르비아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역점 사업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주요 협력국이다. 코로나19 시절에는 중국산 시노팜 백신을 공급받았고 철도, 항만 등 주요 기간 시설에도 모두 중국 자본이 대규모로 투입됐다. 부치치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세르비아를 국빈 방문한 시 주석을 공항까지 나가 영접했고 올해 5월에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회동했다. 일대일로는 중국 자본으로 저개발 국가의 도로 철도 항만 등 기간 시설을 건설한 후 중국이 해당 시설의 운영권을 독점하는 형식이다. “저개발국을 중국의 경제 식민지로 종속시킨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일대일로를 강하게 비판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후 중국계 해운기업이 운영권을 일부 소유한 파나마운하를 미국이 직접 경영하기 위해 파나마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압박에 못 이긴 파나마 또한 올 2월 “일대일로 탈퇴”를 선언했다. 현직 미국 대통령은 반일대일로 정책을 펴고 있는데 그 아들과 사위는 일대일로 협력국에서 사업을 하려는 것 또한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일가의 세르비아 사업이 세르비아 내 반미 정서를 고조시키고 중국의 영향력만 강화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 러트닉-파텔도 ‘중국 사업’ 논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인사도 중국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러트닉 장관이 개인 최대 주주인 월가의 금융서비스업체 ‘BGC그룹’은 중국 국영 금융사인 ‘중국신용신탁’의 지분 33%를 보유하고 있다. 러트닉 장관은 장관 취임 후에도 BGC 보유 지분 2억3400만 달러(약 3300억 원)을 팔지 않다가 논란이 고조되자 최근에야 매각했다. 파텔 국장은 취임 직전 지난해 중국의 패스트패션 브랜드 ‘쉬인’의 모기업 엘리트디포를 자문했다. 당시 자문료로 500만 달러의 엘리트디포 주식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트디포는 또 다른 조세피난처 케이맨제도에 본사를 두고 있다. 쉬인은 중국 당국이 강하게 탄압하는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의 강제노동을 통해 값싼 제품을 대규모로 생산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역대 모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의 소수민족 탄압을 비판해 온 상황에서 강제노동에 연관된 기업에 자문을 제공한 인사가 FBI 국장직에 오른 것이 적절치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텔 국장은 엘리트디포에 자문을 제공하던 시절 쉬인의 경쟁업체 테무를 비판하는 글도 미 언론에 기고했다. 또한 쉬인은 미국에서만 최소 1730만 명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쉬인의 각종 미국 사업에 FBI가 개입할 수 있기 때문에 그의 주식 보유가 부적절하다는 말이 인준 때부터 나왔지만 당시 그는 “엘리트디포 주식을 처분할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주요 인사 또한 차이나 커넥션에서 자유롭지 않다. 윌버 로스 전 상무장관은 인준 당시 중국 해운회사 ‘다이아몬드.S 시핑’ 지분을 32% 보유한 것으로 드러나 이해충돌 논란에 직면했다. 야당 민주당이 그의 사퇴를 촉구한 후에야 로스 전 장관은 해당 지분을 전액 매각했다. 한편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일가 또한 중국 커넥션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 바이든 전 대통령의 아들 헌터는 아버지가 부통령이던 2013년 중국 투자 전문 사포먼드 ‘BHR파트너스’를 설립해 중국으로부터 15억 달러(약 2조400억 원)를 투자받았다. 또 BHR은 2016년 미국 광산업체 ‘프리포트맥모런’이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에 소유한 코발트 광산을 중국 기업 ‘차이나 몰리브데넘’에 26억5000만 달러에 파는 것을 중개했다. 역대 미국 행정부가 중국의 희토류 독식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BHR이 중국의 희토류 자원 확보를 돕는 일을 했다는 것 또한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트럼프 대통령 일가와 행정부 주요 인사가 모두 ‘차이나 커넥션’에서 자유롭지 않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 뒤 내내 중국에 관세 부과, 중국 유학생 비자 취소, 반도체 수출 규제 등 집권 1기 때보다 강도높은 반(反)중국 정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 본인과 가족,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캐시 파텔 연방수사국(FBI) 국장 등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은 중국 관련 사업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중국 규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트럼프코인’이 中 로비 도구?“미국을 세계 가상화폐의 수도로 만들겠다”고 공언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코인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는 재집권을 사흘 앞둔 올 1월 17일 ‘트럼프 코인($TRUMP)’을 출시했는데 이 코인이 중국계 인사의 로비 도구로 쓰인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중국의 정보기술(IT)회사 ‘GD컬처그룹’은 지난달 13일 “트럼프 코인을 약 3억 달러(약 4080억 원) 매수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GD컬처의 시가총액이 2700만 달러인데 이보다 10배 많은 돈을 트럼프코인에 쓴 셈이다. 지난해에만 1400만 달러의 순손실을 입은 이 회사는 코인 매수 자금을 카리브해의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의 한 기업에 자사주를 팔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익을 내지 못하는 GD컬처의 주식을 조세피난처 기업이 대규모로 구입하려 한다는 것부터 의혹 투성이다. GD컬처는 자신들을 중국계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서 전자상거래를 벌이는 회사라고 소개한다. 미국 의회는 지난해 4월 ‘틱톡 금지법’을 제정하고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가 미국 내 틱톡 사업권을 매각하지 않으면 올해부터 미국 내 서비스를 중단토록 했다. 하지만 재집권한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 금지법 시행을 두 차례나 유예했다. 일각에서는 틱톡 측이 GD컬처를 통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친(親)틱톡 정책을 로비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조심스레 제기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자신이 소유한 버지니아주 골프리조트에서 트럼프코인 상위 보유자 220명을 초청한 비공개 만찬도 개최했다. 초청자 중 2023년 3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한 중국계 쑨위천(孫宇晨·35)이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쑨은 트럼프코인의 최대 보유자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올 2월 법원에 그에 관한 소송을 일시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쑨이 트럼프 대통령의 세 아들 즉 트럼프 주니어, 에릭, 배런이 지난해 9월 설립한 가상화폐 기업 ‘월드리버티파이낸셜’에 7500만 달러(약 1020억 원)를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돈을 받고 중국계 범죄 혐의자의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이 거세다.● 트럼프 일가도 모두 中커넥션트럼프 대통령의 세 아들, 장녀 이방카의 남편 재러드 쿠슈너 등도 중국과 직간접적 연관을 맺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월드리버티파이낸셜’이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중국 법인에 대한 지분 확보를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낸스의 창립자는 중국계 캐나다인 자오창펑(趙長鵬·48). 미 법무부는 2023년 11월 자오를 자금 세탁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자오는 미 당국에 43억 달러(약 5조8000억 원)의 벌금을 지급하되 향후 3년간 미국 사업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사전형량조정제도(plea bargain)를 맺었다. 이에 만족하지 못한 자오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사면을 받아 미국 내 경영에 참여하기 위해 월드리버티파이낸셜과 거래하려 한다고 WSJ 측은 분석했다.트럼프 주니어와 쿠슈너는 동유럽의 대표적 친중 국가인 세르비아와도 밀착하고 있다. 두 사람은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의 옛 국방부 부지에 동유럽 최초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을 건립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트럼프 주니어는 올 3월 베오그라드에서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과도 만났다.부치치 대통령은 2017년 집권 후 내내 부패, 부정선거 의혹에 시달려 왔다. 그가 트럼프 일가에 국방부 부지의 재개발 사업권을 몰아주기 위해 각종 편의를 봐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치치 정권이 옛 국방부 청사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공문서를 위조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세르비아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역점 사업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주요 협력국이다. 코로나19 시절에는 중국산 시노팜 백신을 공급받았고 철도, 항만 등 주요 기간 시설에도 모두 중국 자본이 대규모로 투입됐다. 부치치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세르비아를 국빈 방문한 시 주석을 공항까지 나가 영접했고 올해 5월에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회동했다.일대일로는 중국 자본으로 저개발 국가의 도로 철도 항만 등 기간 시설을 건설한 후 중국이 해당 시설의 운영권을 독점하는 형식이다. “저개발국을 중국의 경제 식민지로 종속시킨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일대일로를 강하게 비판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후 중국계 해운기업이 운영권을 일부 소유한 파나마운하를 미국이 직접 경영하기 위해 파나마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압박에 못 이긴 파나마 또한 올 2월 “일대일로 탈퇴”를 선언했다. 현직 미국 대통령은 반일대일로 정책을 펴고 있는데 그 아들과 사위는 일대일로 협력국에서 사업을 하려는 것 또한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일가의 세르비아 사업이 세르비아 내 반미 정서를 고조시키고 중국의 영향력만 강화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 러트닉-파텔도 ‘중국 사업’ 논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인사도 중국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러트닉 장관이 개인 최대 주주인 월가의 금융서비스업체 ‘BGC그룹’은 중국 국영 금융사인 ‘중국신용신탁’의 지분 33%를 보유하고 있다. 러트닉 장관은 장관 취임 후에도 BGC 보유 지분 2억3400만 달러(약 3300억 원)을 팔지 않다가 논란이 고조되자 최근에야 매각했다.파텔 국장은 지난해 중국의 패스트패션 브랜드 ‘쉬인’의 모기업 엘리트디포를 자문했다. 당시 자문료로 500만 달러의 엘리트디포 주식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트디포는 또 다른 조세피난처 케이맨제도에 본사를 두고 있다.쉬인은 중국 당국이 강하게 탄압하는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의 강제노동을 통해 값싼 제품을 대규모로 생산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역대 모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의 소수민족 탄압을 비판해온 상황에서 강제노동에 연관된 기업에 자문을 제공한 인사가 FBI 국장직에 오른 것이 적절치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텔 국장은 엘리트디포에 자문을 제공하던 시절 쉬인의 경쟁업체 테무를 비판하는 글도 미 언론에 기고했다.또한 쉬인은 미국에서만 최소 1730만 명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쉬인의 각종 미국 사업에 FBI가 개입할 수 있기 때문에 그의 주식 보유가 부적절하다는 인준 때부터 나왔지만 당시 그는 “엘리트디포 주식을 처분할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트럼프 1기 행정부의 주요 인사 또한 차이나 커넥션에서 자유롭지 않다. 윌버 로스 전 상무장관은 인준 당시 중국 해운회사 ‘다이아몬드.S 시핑’ 지분을 32% 보유한 것으로 드러나 이해충돌 논란에 직면했다. 야당 민주당이 그의 사퇴를 촉구한 후에야 로스 전 장관은 해당 지분을 전액 매각했다.한편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일가 또한 중국 커넥션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 바이든 전 대통령의 아들 헌터는 아버지가 부통령이던 2013년 중국 투자 전문 사포먼드 ‘BHR파트너스’를 설립해 중국으로부터 15억 달러(약 2조400억 원)을 투자받았다. 또 BHR은 2016년 미국 광산업체 ‘프리포트맥모란’이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에 소유한 코발트 광산을 중국 기업 ‘차이나 몰리브데넘’에 26억5000만 달러에 파는 것을 중개했다. 역대 미국 행정부가 중국의 희토류 독식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BHR이 중국의 희토류 자원 확보를 돕는 일을 했다는 것 또한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1일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에서 대선 결선투표가 치러졌다. 강경 우파 민족주의 성향의 역사학자이며 무소속으로 출마한 카롤 나브로츠키(42)가 당선됐다. 8월 6일부터 5년 임기를 시작하는 그는 반(反)난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안보 협력 강화, 유럽연합(EU)과의 거리 두기 등을 공약했다. 이에 따라 나브로츠키 당선인과 친(親)EU 성향의 도날트 투스크 총리가 우크라이나 지원 등 주요 의제에서 사사건건 부딪힐 가능성이 제기된다. 내각책임제와 대통령제를 혼합한 폴란드에서는 총리가 실질적인 최고 권력자다. 하지만 주요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군 통수권, 의회 해산권, 사면권 등을 보유한 대통령의 권한 역시 상당하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투스크 총리의 ‘레임덕’(권력 누수) 가능성을 거론한다. 2일 영국 BBC 등에 따르면 폴란드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나브로츠키 당선인이 50.89%를 득표해 친EU 성향이며 집권 시민플랫폼(PO)의 라파우 트샤스코프스키 후보(49.11%)를 눌렀다고 밝혔다. 나브로츠키 당선인은 선거 내내 민족주의 우파 야당 법과정의당(PiS)의 강한 지지를 받았다. 앞서 지난달 18일 대선 1차 투표에선 트샤스코프스키 후보가 1위를 차지했지만 과반에 미달해 결선투표가 치러졌다. 1차 투표와 반대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나브로츠키 당선인은 가족의 가치, 낙태 반대 등 가톨릭 가치관을 중시하는 등 보수 성향이 강하다. 그는 투스크 정권의 우크라이나 난민 포용 정책 및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반대, EU가 주도한 난민협정에서의 탈퇴, 성소수자 인권 강화 반대 등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집권하면 폴란드인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챙기겠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이런 나브로츠키 당선인을 노골적으로 지지했다. 그는 지난달 1일 워싱턴 백악관을 찾은 나브로츠키 당선인과 함께 찍은 사진도 공개했다. 결선 투표를 앞둔 지난달 27일엔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장관이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열린 보수 집회에 등장해 나브로츠키 당선인을 지지하는 연설을 했다. 최근 동유럽 주요국 선거에서는 친트럼프 후보와 반트럼프 후보가 맞붙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지난달 18일 역시 대선 결선투표를 치른 루마니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니쿠쇼르 단 대통령이 민족주의 성향이며 친트럼프 행보를 보인 제오르제 시미온 후보를 꺾었다. 단 대통령은 최근 바르샤바를 찾아 트샤스코프스키 후보를 지지하는 연설을 했지만 선거 결과를 바꾸진 못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