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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일, 불법 비상계엄이 선포되던 밤.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안팎에서는 평범한 시민들의 사투가 시작됐다. 누군가는 퇴근길에, 누군가는 가족과 집에 있다가, 또 누군가는 국회에서 근무하다가 그곳으로 향했다. 직업도 나이도 제각각이었지만 ‘국회는 무너져선 안 된다’는 마음 하나로 모두가 같은 곳을 향해 뛰었다.동아일보 취재팀은 계엄 1년을 맞아 ‘그날’ 국회에 있었던 시민 15명을 만났다. 계엄 선포부터 해제까지 걸린 시간은 약 2시간 30분. 시민들은 처음엔 믿기 힘든 ‘당혹’을, 이후엔 모여든 사람 속에서 ‘연대’를, 그리고 계엄 해제 순간에는 ‘안도와 벅참’을 떠올렸다고 공통으로 증언했다. 그리고 그들을 막아섰던 군·경은 ‘고통’과 ‘후회’를 털어놨다.● “뛰는 길에 유서 써” “가족 만류에도 ‘지키러’”오후 10시 27분, 강영수 노무사(33)는 평범한 화요일 밤을 보내던 중 형에게서 걸려 온 전화로 잠에서 깼다. “계엄했다는데….”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이 신발을 챙겼다. 강남구 자택에서 국회까지 향하는 30분 동안 그는 카카오톡에 짧은 유서를 남겼다. ‘겁난다. 뭐가 옳은지 모르겠다. 그냥 움직이고 있다.’가족의 만류를 뿌리치고 용기 낸 이들도 있었다. 네 아이를 둔 오수정 씨(49)는 소식을 듣는 순간 암울한 미래가 머리에 그려졌다고 한다. 그런 나라에서 아이들을 살게 할 순 없었다. 경기 용인시 자택에서 신발을 구겨 신는데 중학생인 막내딸이 다리에 매달렸다. “엄마, 가서 위험한 일 당하면 어떡해.” 오 씨는 차분하려 애쓰며 말했다. “우리나라 군인 경찰 아저씨, 그런 사람들 아니야. 걱정하지 마.” 대학원생 김규리 씨(25)는 한 시간 정도 고민하다가 이렇게 결심했다. ‘어차피 잠 자긴 글렀는데, 머릿수라도 보태는 게 낫겠지.’ 어머니에게서 문자가 왔다. “뒤숭숭하다. 어디 나가지 말아라.” 김 씨는 “네”라고 대답하면서 길을 나섰다.마포구에 살던 이석찬 씨(33)는 국회를 향해 무작정 달렸다. 빌릴 수 있는 따릉이가 한 대도 없었고, 택시도 안 잡혔다. 박민상 씨(25)는 연인과 저녁을 먹고 귀가하다가 소식을 들었다. 누구에게 설명할 정신도 없이 ‘그냥 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집을 나서는 순간, 상공에서 들려오는 헬기 소리에 정신이 아득해졌다.경기 고양시에서 국어학원을 운영하는 최영신 씨(41)는 잠든 임산부 아내에게 차마 ‘국회로 간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차를 끌고 나왔다. 그는 “장갑차가 진입한다면 내 차로라도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향했다”고 했다. 역사 교사를 지망하는 한일환 씨(25)는 미래의 제자를 떠올리며 경북 경산에서 밤중 4시간 동안 렌터카를 몰고 국회로 향했다.●“담 넘고 3겹 스크럼… 연대가 솟았다”혼란한 마음을 안은 이들이 국회에 모인 건 4일로 넘어가는 자정 무렵. 국회 담장 앞, 봉쇄된 문을 사이에 두고 시민들은 군·경이 마주 선 자리에서 긴장감과 연대감을 동시에 느꼈다고 한다.김원경(44) 방희준 씨(48) 부부는 강동구 자택을 나서며 혹시 모를 구금에 대비해 당뇨약 일주일치를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무서웠다. 하지만 국회 담에 걸린, 앞서 넘어간 시민이 걸어둔 태권도 도복 띠를 보는 순간 불안감이 사라졌다. 김 씨 부부는 그렇게 ‘즉석 사다리’를 붙들고 담을 넘었다.국회 정문 앞에는 군·경의 진입을 막기 위한 ‘3겹 스크럼’이 만들어졌다. 이석찬 씨는 처음에는 다들 ‘혹시라도 표결이 실패해 우리가 잡혀가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에 떨었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 같은 두려움을 안고 나와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용기를 줬다고 했다. 그는 ‘잡혀가면 잡혀가는 거지. 설마 죽이기까지 하겠나’ 하는 마음으로 스크럼에 섰다.군·경과의 충돌을 막는 움직임도 이어졌다. 강영수 노무사는 “격해지는 순간마다 오히려 시민들이 경찰을 말렸다”고 했다. “이분들도 갑자기 끌려나온 거라 당황스러울 것”이라는 말이 곳곳에서 나왔다고 한다.● 본회의 시스템 지켜낸 보이지 않는 손들국회에는 알려지지 않은 조력자도 있었다. 본회의를 열어도 신속하게 계엄을 해제하려면 전자투표를 관리하는 담당자가 필요했다. 이광복 대신정보통신 이사(58)도 그중 한 명이었다.3일 오후 11시 40분경 이 이사가 국회에 도착했을 때 담장 안으로 넘겨준 건 다른 시민이었다. 이 이사가 “들어가야 한다”고 소리 지르자 한 노신사가 눈짓을 줬다. ‘내가 막을 테니 들어가라’는 의미로 알아들었다. 그렇게 이 이사는 바리케이드를 디딤돌 삼아 담장을 넘었고, 본관까지 전력 질주했다. 가까스로 도착해 투표 시스템을 열었는데, 투표 단말기가 단 하나의 오류도 없이 작동했다. 천운이었다.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국회 방호과에서 일하는 박유수 주무관(39)은 의원회관에서 당직을 서던 중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전 직원 즉시 출근. 월담해서라도 본청으로 집결하라.’ 본관 1층으로 달려가니 군인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깨진 유리조각이 군화에 밟히는 소리에 소름이 돋았다. 군인이 든 소총줄을 무작정 끌어안았다. 그 바람에 손이 찢어진 건 나중에야 알았다.● 가결 후 환호보다 컸던 안도의 한숨4일 오전 1시 1분, 국회에서 계엄해제 요구결의안이 통과되자 국회 앞에 모인 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벅찬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었다. 이석찬 씨는 “가결 직후 환호성보다 ‘휴’ 하는 안도의 한숨 소리가 더 컸다”고 했다. 이내 국회 밖에서 누군가 애국가를 부르기 시작했고, 수백 명의 시민이 따라 불렀다고 한다. 박민상 씨는 “‘이렇게 화가 난 시민이 여전히 존재하고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희망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하지만 계엄 해제 직후에도 사람들은 쉽게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다시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당시 국회 앞에 있었던 한광섭 행정사(56)는 “돌아보면 ‘우리가 이겼다’는 승리감도 분명 있었지만, 그땐 ‘2차 계엄이 또 나올 수 있다’는 긴장감이 훨씬 컸다”고 했다. 그래서 대다수 시민은 동이 틀 때까지 국회 앞을 떠나지 않았다.● “과거가 현재를 붙들었다… 이제는 우리가 지켜야”“현재가 과거를 도울 수 있는가? 산 자가 죽은 자를 구할 수 있는가?” 비상계엄이 해제되고 나흘 후 소설가 한강은 스웨덴 한림원에서 열린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회로 달려갔던 시민들은 그날의 경험을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으로 기억하고 있었다.열네 살 때 전남 목포에서 5·18을 직접 목격한 황인수 신부(57)는 “그날 희생된 이들을 떠올리며 살아왔다”며 “그때 누군가가 지키지 못했다면, 이번엔 내가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5·18 때 어른들이 보여준 용기와 두려움, 그 뒤의 침묵을 기억한다. 이번엔 침묵하는 편에 서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이광복 이사는 “역사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판단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훗날엔 이 일 또한 과거가 되어 또 다른 미래, 그때의 현재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계엄 1년. 그날 국회를 지킨 시민 15명이 입을 모아 강조한 건 “특별한 영웅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뛰어나온 평범한 시민들이 계엄을 막았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날 밤 국회 앞에 켜졌던 불빛과 목소리가 잊히지 않아야, 다음 비상 상황에서도 민주주의가 버틸 수 있다”는 경고였다.● “스스로에게 자긍심…인간에 대한 신뢰 생겨”불법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년. 당시 국회로 달려와 군 병력에 맞섰던 시민들은 다시 각자의 자리에서 일상을 살고 있다. 그러나 그날의 경험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스스로를 구성하는 내밀한 기억으로 남았다. 국회 앞에서 뛰고, 붙잡고, 밀치며 서로를 확인했던 순간은 이들에게 한국 사회에 대한 신뢰를 되살린 시간이었고, 동시에 ‘그날 그곳에 있었던 나’에 대한 자부심으로 이어졌다.국회 방호과에서 일하는 김영완 주무관(51)은 지금도 국회를 지킨다. 언성을 높이는 민원인을 진정시키고, 늦은 밤에 불 꺼진 국회를 순찰하는 일상은 예전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 ‘느낌’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했다. 김 주무관은 “예전에 국회는 직장으로서 의미가 더 컸지만, 이제는 민주주의의 핵심 공간을 지킨다는 사명감이 뚜렷해졌다”고 말했다.대학원생 김규리 씨는 최근 졸업 논문 심사를 앞두고 부쩍 바빠졌다. 김 씨는 비상계엄 이전에는 정치와 거리를 두고 살아왔지만, 계엄 당일 이후 꾸준히 집회에 나가고 사람들을 만났다. 그는 “예비 심사를 앞두고 마음이 가라앉아 있던 때였는데, 시민들과 연대하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었다”며 “스스로에게 떳떳할 수 있는 순간이 생겼다는 게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시민들은 그날의 경험이 ‘민주주의와 자신을 지탱하는 기억’으로 남았다고 했다. 최영신 씨는 “계엄 직후 한동안 군 헬기가 쫓아오는 악몽에 시달렸다”면서도 “현장에서 부당한 명령에 따르지 않던 경찰과 군인을 목격하며 오히려 우리 사회에 대한 신뢰가 더 깊어졌다”고 했다. 한일환 씨는 “1년 전 비상계엄을 막는 데 기여했다는 자부심이 이젠 교단에 서야 하는 동력이 되었다”며 “학생들이 스스로 비판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교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강영수 노무사는 “계엄 사태를 거치며 ‘해선 안 될 일’에 대한 전 국민적 합의가 형성된 게 큰 성과”라고 말했다.● “양극화 아쉬워… 이제는 우리가 미래 지켜야”상흔도 컸다. 이석찬 씨는 몇몇 친구가 ‘(국회 앞을 막아선 시민을) 다 잡아서 없앴어야 한다’고 말하는 걸 보고 연락을 끊었다. 그는 “그날 현장에 있던 내가 잡혀갔다면 똑같이 말하겠느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전엔 사회생활에서 튈까 조심했지만, 이제는 해야 할 말은 하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고 했다. 박유수 주무관은 지금도 당시를 떠올리면 심장이 빠르게 뛰고 말을 더듬게 된다고 한다. 13년간 방호 업무를 해왔지만, 그날만큼 급박한 순간은 없었다. 본 회의장 2층에서 수십 명의 군인을 마주한 순간은 큰 충격으로 남았다.시민들은 계엄 이후 양극화된 사회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표했다. 김원경 씨는 “계엄 이후 극단적으로 정치화한 청년들이 늘었다”며 “정치적 관심은 필요하지만, 권력에 대한 감시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규리 씨는 “계엄이 정권 교체를 위한 대형 사건처럼만 소비되고 취약한 시민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다”고 했다.계엄 속보를 접한 순간 곧바로 오토바이를 타고 망설임 없이 국회로 향한 직장인 류호성 씨(34)는 “계엄은 시민들의 힘으로 하루 만에 끝났지만, 군부독재나 전쟁으로까지 번질 수 있었던 중대한 사안이었다”며 “이번 일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기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황인수 신부는 지금의 상황을 ‘솔로몬의 재판’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 사회가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계속 서로를 적으로 보는 것이 안타깝다”며 “반쪽짜리 아기라도 차지하겠다는 식으로 자기 이익만 앞세우면 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서로를 적으로 보지 않아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조승연 기자 cho@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회사원 장해림 씨(29)는 1일 오전 쿠팡에서 탈퇴했다. 회원 3370만 명의 정보가 유출됐는데도 회사가 제대로 된 후속 대책이나 보상을 내놓지 않은 데 실망했기 때문이다. 최근 4년간 거의 매일 쿠팡의 신선식품 새벽배송 ‘로켓프레시’를 이용해 온 그는 “당분간 저녁마다 동네 마트에서 식재료를 사서 도시락을 쌀 계획이다. 쿠팡은 다시는 쓰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장 씨처럼 ‘탈팡’(쿠팡 탈퇴하기)이나 ‘갈팡’(쿠팡에서 갈아타기)을 결심한 이용자가 늘고 있다. 서울 양천구의 주부 최모 씨(63)는 지난달 30일 자녀의 권유로 탈퇴 절차를 밟고 대체 이커머스를 찾고 있다. 그는 “사건 이후 스미싱으로 의심되는 문자메시지가 부쩍 늘어난 것 같다”고 우려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박모 씨(33)는 “가족과 아이디를 공유해 쓰는데 집 주소는 물론 공용현관 비밀번호까지 유출된 것 같아 걱정돼 탈퇴를 고민 중”이라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엔 탈퇴 인증글 등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 온라인 카페에는 “대체 쇼핑몰을 추천해 달라” “그동안 쿠팡에 너무 의지했던 것 같다”는 글이 수십 건 올라왔다. 자영업자도 이번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천 미추홀구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김지영 씨(57)는 “평소 햄이나 꽁치통조림 등 간편 식품과 고무장갑, 배달용 비닐, 용기 등을 전부 쿠팡에서 구매했는데, 정보 유출 우려 때문에 당분간은 쓰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한 자영업자는 “가게 운영하기도 바쁜데 시장에서 공산품을 사 오거나 아예 쇼핑몰을 옮겨야 할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런 상황에서 쿠팡은 ‘탈퇴’ 메뉴까지 찾기 어렵게 설계해 빈축을 사고 있다. 쿠팡 고객센터에 따르면 모바일 앱에서 계정을 탈퇴하려면 ‘마이쿠팡’의 ‘회원정보 수정’을 누른 뒤 ‘PC 버전으로 이동’을 선택해야 한다. 이후 PC 화면에서 ‘본인 확인’, ‘이용 내역 확인’, ‘설문조사’ 등을 차례로 거쳐야 한다. 설문은 ‘쿠팡에 바라는 점’을 적는 주관식 답변이 필수다. 총 6차례가 넘는 과정을 거쳐야 탈퇴할 수 있는 셈이다. 와우 멤버십 가입자는 멤버십을 먼저 해지해야 한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주부 이모 씨(55)는 “이미 5개월 전에 털린 정보라 탈퇴해도 소용없다는 얘기도 있지만 지금이라도 탈퇴하는 게 마음이 나아서 시도했다”며 “그런데 버튼을 누를 때마다 단계가 계속 나오고 마지막에는 꼭 주관식 의견을 쓰라고 해서 굉장히 번거로웠다”고 말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김다연 기자 damong@donga.com}

회사원 장해림 씨(29)는 1일 오전 쿠팡에서 탈퇴했다. 회원 3370만 명의 정보가 유출됐는데도 회사가 제대로 된 후속 대책이나 보상을 내놓지 않는 데 실망했기 때문이다. 최근 4년간 거의 매일 쿠팡의 신선식품 새벽배송 ‘로켓프레시’를 이용해온 그는 “당분간 저녁마다 동네 마트에서 식재료를 사서 도시락을 쌀 계획이다. 쿠팡은 다시는 쓰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장 씨처럼 ‘탈팡’(쿠팡 탈퇴하기)이나 ‘갈팡’(쿠팡에서 갈아타기)을 결심한 이용자가 늘고 있다. 서울 양천구의 주부 최모 씨(63)는 지난달 30일 자녀의 권유로 탈퇴 절차를 밟고 대체 이커머스를 찾고 있다. 그는 “사건 이후 스미싱으로 의심되는 문자메시지가 부쩍 늘어난 것 같다”고 우려했다.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박모 씨(33)는 “가족과 아이디를 공유해 쓰는데 집 주소는 물론 공용현관 비밀번호까지 유출된 것 같아 걱정돼 탈퇴를 고민 중”이라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엔 탈퇴 인증글 등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 온라인 카페에는 “대체 쇼핑몰을 추천해달라” “그동안 쿠팡에 너무 의지했던 것 같다”는 글이 수십 건 올라왔다.자영업자도 이번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천 미추홀구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김지영 씨(57)는 “평소 햄이나 꽁치통조림 등 간편 식품과 고무장갑, 배달용 비닐, 용기 등을 전부 쿠팡에서 구매했는데, 정보 유출 우려 때문에 당분간은 쓰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한 자영업자는 “가게 운영하기도 바쁜데 시장에서 공산품을 사 오거나 아예 쇼핑몰을 옮겨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이런 상황에서 쿠팡은 ‘탈퇴’ 메뉴까지 찾기 어렵게 설계해 빈축을 사고 있다. 쿠팡 고객센터에 따르면 모바일 앱에서 계정을 탈퇴하려면 ‘마이쿠팡’의 ‘회원정보 수정’을 누른 뒤 ‘PC 버전으로 이동’을 선택해야 한다. 이후 PC 화면에서 ‘본인 확인’, ‘이용 내역 확인’, ‘설문조사’ 등을 차례로 거쳐야 한다. 설문은 ‘쿠팡에 바라는 점’을 적는 주관식 답변이 필수다. 총 6차례가 넘는 과정을 거쳐야 탈퇴할 수 있는 셈이다. 와우 멤버십 가입자는 멤버십을 먼저 해지해야 한다.송파구에 사는 주부 이모 씨(55)는 “이미 5개월 전에 털린 정보라 탈퇴해도 소용없다는 얘기도 있지만 지금이라도 탈퇴하는 게 마음이 나아서 시도했다”며 “그런데 버튼을 누를 때마다 단계가 계속 나오고 마지막에는 꼭 주관식 의견을 쓰라고 해서 굉장히 번거로웠다”고 말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김다연 기자 damong@donga.com}
서울의 한 지역주택조합에서 조합 간부가 조합 부지를 ‘미리 사들여 되파는 방식으로 사적 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동작구의 한 지역주택조합 조합장과 본부장, 전 이사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업무상 횡령, 배임)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30일 밝혔다. 고소인인 전 조합원들에 따르면 해당 조합 이사는 조합이 매입하려던 개발 부지를 조합보다 먼저 자신의 가족 명의로 16억 원에 사들였다. 조합은 애초 약 15억 원에 계약을 추진 중이었다. 약 1년 뒤인 2020년 11월 조합은 그 부지를 이사 가족으로부터 29억400만 원에 다시 매입했다. 이로 인해 조합은 시세보다 높은 금액을 지급해 약 13억 원의 손해를 봤고, 고소인들은 이 차익이 사실상 이사 개인에게 귀속됐다며 조합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횡령’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실제 내부 정보 이용 여부, 시세 대비 매매 적정성 등을 조사하고 있다. 지역주택조합은 무주택자나 전용면적 85㎡ 이하 1주택 소유자가 조합을 구성해 스스로 아파트를 짓는 방식으로, 일반 분양보다 가격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조합 운영이 폐쇄적이고 투명성이 낮아 조합장, 이사 등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취하기 쉽다는 구조적 문제가 꾸준히 지적돼 왔다. 실제로 서울시는 지난달 시내 지역주택조합 118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106곳에서 550건의 위반 행위를 적발했다. 이 가운데 118건은 형사고발할 방침이다. 위반 유형은 회계감사 미이행·부적정(117건), 총회 의결사항 미준수, 정보 공개 미흡 등이 대표적이었다. 서울시 적발 건수는 2021년 77건, 2022년 85건에서 지난해 61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550건으로 다소 줄었지만, 중대 비리로 수사 의뢰한 건수는 지난해 2건에서 올해 14건으로 오히려 증가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서울의 한 지역주택조합에서 조합 간부가 조합 부지를 ‘미리 사들여 되파는 방식으로 사적 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서울 동작경찰서는 동작구의 한 지역주택조합 조합장과 본부장, 전 이사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업무상 횡령·배임)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30일 밝혔다.고소인인 전 조합원들에 따르면 해당 조합 이사는 조합이 매입하려던 개발 부지를 조합보다 먼저 자신의 가족 명의로 16억 원에 사들였다. 조합은 애초 약 15억 원에 계약을 추진 중이었다. 약 1년 뒤인 2020년 11월 조합은 그 부지를 이사 가족으로부터 29억400만 원에 다시 매입했다.이로 인해 조합은 시세보다 높은 금액을 지급해 약 13억 원의 손해를 봤고, 고소인들은 이 차익이 사실상 이사 개인에게 귀속됐다며 조합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횡령’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실제 내부 정보 이용 여부, 시세 대비 매매 적정성 등을 조사하고 있다.지역주택조합은 무주택자나 전용면적 85㎡ 이하 1주택 소유자가 조합을 구성해 스스로 아파트를 짓는 방식으로, 일반 분양보다 가격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조합 운영이 폐쇄적이고 투명성이 낮아 조합장, 이사 등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취하기 쉽다는 구조적 문제가 꾸준히 지적돼 왔다.실제로 서울시는 지난달 시내 지역주택조합 118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106곳에서 550건의 위반 행위를 적발했다. 이 가운데 118건은 형사고발할 방침이다. 위반 유형은 회계감사 미이행·부적정(117건), 총회 의결사항 미준수, 정보 공개 미흡 등이 대표적이었다. 서울시 적발 건수는 2021년 77건, 2022년 85건에서 지난해 61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550건으로 다소 줄었지만, 중대 비리로 수사 의뢰한 건수는 지난해 2건에서 올해 14건으로 오히려 증가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장기 미제였던 서울 양천구 ‘신정동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이 20년 만에 과학 수사로 밝혀지면서 전 국민적인 관심을 모았던 다른 미제 사건들 역시 새로운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20년 이상 미제 사건이 50만 건에 육박하는 가운데 경찰은 ‘개구리 소년 실종·사망 사건’의 유골과 ‘이형호 군(당시 9세) 살해 사건’의 유괴범 목소리를 새로 분석하는 등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AI로 ‘그놈 목소리’ 분석… 오랜 증거, 다시 말한다경찰은 신정동 사건에서 발견된 피의자의 유전자(DNA)를 최신 미세 분석 기법으로 재감정한 끝에 2015년 사망한 장모 씨를 진범으로 지목했다. 과거 미흡한 초동수사나 기술 한계로 기록보관소에 묻혀 있던 증거물이 다시 살아난 셈이다. 이처럼 기술의 발전이 새로운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는 사건 중 하나가 1991년 대구 달서구 와룡산에서 발생한 개구리 소년 실종·사망 사건이다. 초등학생 5명이 “도롱뇽(후에 개구리로 와전)을 잡으러 간다”며 집을 나섰다가 11년 만인 2002년 숨진 채 발견된 사건으로, 당시 경찰이 시신이 발견된 현장을 곡괭이로 파헤치는 등 부실한 초동수사로 결정적 증거 상당수가 훼손되며 수사가 장기간 표류했다. 경찰은 3차원(3D) 복원 등 기법의 발전으로 유골을 좀 더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경북대 법의학연구소에 안치된 유골은 두개골 쪽에 파인 상흔이 있는데, 이를 통해 흉기를 더 정확히 추측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사건을 수사하는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오래된 유골은 공기만 접해도 마모가 된다”며 “과학 기술의 발달로 마모가 적은 환경에서 유골을 조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피해자 우철원 군(사망 당시 12세)의 아버지 우종우 씨(78)는 “아직도 (아이의 모습이) 생생하다. 사건이 해결돼야 눈을 편하게 감겠다”고 했다. 영화 ‘그놈 목소리’(2007년)의 모티프가 된 이형호 군 살해 사건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목소리 분석 기술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1991년 이 군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유괴해 살해한 범인은 이 군의 가족에게 60여 차례 협박 전화를 걸어 몸값을 요구했는데, 경찰은 목소리의 주파를 줄무늬 그래프로 변환한 성문(聲紋)을 통해 범인을 수색해 왔다. 이를 통해 특정 인물을 용의자로 지목했지만 그는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났다. 경찰은 최근 AI 기술이 급격히 발달한 만큼 재수사를 통한 사건 해결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20년 이상 미제만 49만 건피해자 가족들은 “사건 당시 행적이라도 알게 되면 마음속 한이 풀릴 것”이라며 발전한 수사 기법에 기대를 걸고 있다. 2006년 전북대 수의대생 이윤희 씨(당시 28세) 실종 사건은 PC 검색 기록이 결정적 단서로 꼽힌다. 종강 뒤 귀가한 이 씨의 컴퓨터에서 ‘112’ ‘성추행’ 등이 검색된 기록이 남았고, 컴퓨터 기록과 메신저 대화 내용 대부분이 전문 프로그램으로 삭제된 상태였다. 실종자 가족은 새로운 포렌식 기법이 나올 때마다 경찰과 함께 PC를 분석하고 있다. 이 씨의 가족 박모 씨는 2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과학 기술이 발달했으니 (사건 단서인) 컴퓨터를 좀 더 복구할 수 있지 않겠느냐. 새로운 내용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20년 이상 미해결 상태인 사건은 49만501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종이에 기록돼 각 경찰서에 흩어져 있던 주요 미제 사건을 시점 구분 없이 2003년 이후 전산화한 것이다. 15년 이상 미제는 122만 건, 10년 이상 미제는 117만 건이다. 미제 사건 중 약 37%는 살인이나 납치 등 형사 사건이다. 성범죄가 포함된 여성 청소년 분야 미제 사건도 6만7791건에 달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과학이 발달하는 만큼 수사 기법도 크게 향상되고 있다”며 “감춰졌던 범인을 새롭게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천 개의 아이디어 중 단 하나만 흥미로워도 행복한 거죠.” 지난달 3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만난 노벨 물리학상 선정위원 에바 올손 스웨덴 샬메르스공대 교수는 알프레드 노벨의 명언을 인용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젊은 연구자의 도전 정신과 실패를 포용하는 사회적 분위기,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연구 환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를 포함해 최근 노벨상 발표에서 일본은 잇따라 과학 분야 수상자를 배출했지만, 한국은 여전히 이 부문 수상자가 없다. 이날 올손 교수가 김주한 서울대 연구부총장과 함께 ‘차기 노벨상급 연구자를 키우기 위한 한국 과학의 과제’를 주제로 대담한 이유다. 나노·생물물리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그는 현미경 분석 연구의 권위자이기도 하다. 올손 교수는 무엇보다도 자율성과 실패를 허용하는 연구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자가) 큰 도약을 하려면 용기와 실험정신이 필요한데, 3년 단위 과제에서 매번 성과를 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누가 위험을 감수하겠냐”고 되물었다. 한국의 연구비 제도는 대부분 2, 3년 주기로 성과를 평가하게 돼 있다. 김 부총장도 “현재 연구평가 체계는 논문과 특허의 수, 즉 양적 성과에 매몰돼 있다”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처럼 젊은 연구자가 장기 주제에 몰입할 수 있도록 연구 환경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올손 교수는 새로운 발견을 위해선 활발한 국제적 네트워킹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다른 연구자의 연구와 아이디어에 마음을 여는 건 또 다른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기회”라며 “국제 학회에서 토론할 기회를 얻을 때 새로운 발견이 싹튼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응용과학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만, 물리·화학 등 순수과학이 약하다는 평가에 대해 그는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은 대립이 아니라 상호작용하는 두 축”이라며 “우연한 발견(세렌디피티)은 준비된 기초연구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김 부총장은 “한국의 젊은 과학자들은 이미 세계 수준의 연구를 하고 있지만, 세대를 잇는 학문적 전통이 부족하다”며 “노벨상은 한 세대의 성과가 아니라 축적된 문화의 결과”라고 강조했다.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전북 완주군의 한 회사에서 초코파이 등 1050원어치 간식을 먹은 혐의로 항소심 재판을 받는 보안업체 직원 사건에 대해 검찰이 선고유예를 구형했다. 일명 ‘초코파이 절도 사건’으로 주목받은 이 사건은 1심에서 혐의가 인정돼 벌금형이 선고됐지만, 무리한 기소 논란이 커지자 검찰이 시민 의견을 듣기 위해 연 검찰시민위원회 권고를 재판에 반영했다. ● “유죄 가혹해” 시민위 의견 반영 30일 전주지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김도형) 심리로 열린 김모 씨(41)의 항소심에서 검찰은 “보안요원인 피고인이 피해 회사 사무실 냉장고에서 권한 없이 음식을 꺼냈다”며 공소사실의 명백성을 강조했다. 이어 “10년 사이 두 차례 동종 전력이 있고, 범행을 인정·반성하지 않았으며, 피해자의 용서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검찰은 “피해액이 1050원으로 사회 통념상 매우 소액이고, 유죄 확정 시 직장을 잃게 되는 불이익이 과도하다”며 “마지막 선처의 의미로 선고유예를 내려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선고유예는 비교적 경미한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 형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처벌을 면하는 제도다. 김 씨는 완주군의 한 제조회사 보안 협력업체 직원으로, 지난해 1월 물류회사 냉장고에서 초코파이(450원)와 카스타드(600원)를 먹었다가 절도 혐의로 기소돼 같은 해 8월 벌금 5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그는 “평소 탁송 기사들에게 ‘냉장고 간식은 먹어도 된다’는 말을 들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1심 재판부는 절도 혐의를 인정해 올해 4월 벌금 5만 원을 선고했다. 김 씨는 절도죄로 벌금형이 확정되면 경비업법상 결격사유로 해고될 수 있어 항소했다. 검찰은 27일 검찰시민위원회를 열어 다수 위원이 ‘선고유예 구형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자 이를 받아들였고, 30일 재판에서 선고유예를 구형했다. 전주지검은 최근 3년간 시민위원회가 심의한 29건 중 28건을 권고대로 처리했다.● 소액 범죄 형사처벌 적정성 논란 이번 사건은 1000원 남짓의 소액 절도에까지 형사처벌을 밀어붙인 전형적인 사례로 지적되며, 형사사법 자원의 낭비 논란을 불러왔다. 경미한 분쟁이나 단순 착오까지 법정으로 가져가는 등 무리한 고발-기소 관행이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2019년 서울 강남구에서 한 남성은 술자리 후 옆 테이블 손님의 패딩을 자신의 것으로 착각해 들고 귀가했다가 절도 혐의로 2년간 재판을 받았다. 그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검찰이 항소해 2심까지 이어졌다. 경기 파주시에 사는 20대 남성 역시 아버지와 함께 아웃렛을 방문했다가 결제가 끝난 줄 알고 9만 원 상당의 신발을 신고 나온 뒤 절도 혐의로 기소됐으나 무죄 판결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례들이 ‘법 논리 중심의 형벌 남용’ 문제를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김종민 변호사(전 순천지청장)는 “초코파이 사건은 검사가 당사자 간 사정을 조정할 수 있었음에도 형사 절차로 밀어붙여 국가의 사법 자원을 낭비한 사례”라고 비판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충분히 대화로 해결할 수 있었던 일들이 소송으로 번지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인 대화나 협의가 결핍돼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이날 김 씨의 변호인도 최후 변론에서 “18년 동안 변호사로 일하며 70∼80건의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선고유예는 5건도 안 될 만큼 요건이 까다롭다”며 “전과가 있는 피고인에게조차 검찰이 선고유예를 구형했다면, 이는 기소의 타당성 자체에 스스로 의문을 제기한 셈”이라고 말했다. 김 씨에 대한 선고공판은 다음 달 27일 열린다.전주=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전북 완주군의 한 회사에서 초코파이 등 1050원어치 간식을 먹은 혐의로 항소심 재판을 받는 보안업체 직원 사건에 대해 검찰이 선고유예를 구형했다. 일명 ‘초코파이 절도 사건’으로 주목받은 이 사건은 1심에서 혐의가 인정돼 벌금형이 선고됐지만, 무리한 기소 논란이 커지자 검찰이 시민 의견을 듣기 위해 연 검찰시민위원회 권고를 재판에 반영했다.● “유죄 가혹해” 시민위 의견 반영30일 전주지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김도형) 심리로 열린 김모 씨(41)의 항소심에서 검찰은 “보안요원인 피고인이 피해 회사 사무실 냉장고에서 권한 없이 음식을 꺼냈다”며 공소사실의 명백성을 강조했다. 이어 “10년 사이 두 차례 동종 전력이 있고, 범행을 인정·반성하지 않았으며 피해자 용서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그럼에도 검찰은 “피해액이 1050원으로 사회 통념상 매우 소액이고, 유죄 확정 시 직장을 잃게 되는 불이익이 과도하다”며 “마지막 선처의 의미로 선고유예를 내려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선고유예는 비교적 경미한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 형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처벌을 면하는 제도다.김 씨는 전북 완주군의 한 제조회사 보안 협력업체 직원으로, 지난해 1월 물류회사 냉장고에서 초코파이(450원)와 카스타드(600원)를 먹었다가 절도 혐의로 기소돼 같은 해 8월 벌금 5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그는 “평소 탁송 기사들에게 ‘냉장고 간식은 먹어도 된다’는 말을 들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정식재판을 청구했다.1심 재판부는 절도 혐의를 인정해 올해 4월 벌금 5만 원을 선고했다. 김 씨는 절도죄로 벌금형이 확정되면 경비업법상 결격사유로 해고될 수 있어 항소했다. 검찰은 27일 검찰시민위원회를 열어 다수 위원이 ‘선고유예 구형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자 이를 받아들였고, 30일 재판에서 선고유예를 구형했다. 전주지검은 최근 3년간 시민위원회가 심의한 29건 중 28건을 권고대로 처리했다.● 소액 범죄 형사처벌 적정성 논란이번 사건은 1000원 남짓의 소액 절도에까지 형사처벌을 밀어붙인 전형적인 사례로 지적되며, 형사사법 자원의 낭비 논란을 불러왔다. 경미한 분쟁이나 단순 착오까지 법정으로 가져가는 등 무리한 고발-기소 관행이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됐다.2019년 서울 강남구에서 한 남성은 술자리 후 옆 테이블 손님의 패딩을 자신의 것으로 착각해 들고 귀가했다가 절도 혐의로 2년간 재판을 받았다. 그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검찰이 항소해 2심까지 이어졌다. 경기 파주에 사는 20대 남성 역시 아버지와 함께 아웃렛을 방문했다가 결제가 끝난 줄 알고 9만 원 상당의 신발을 신고 나온 뒤 절도 혐의로 기소됐으나 무죄 판결을 받았다.전문가들은 이런 사례들이 ‘법 논리 중심의 형벌 남용’ 문제를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김종민 변호사(전 순천지청장)는 “법 집행은 단순히 죄를 묻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사회적 갈등을 종결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초코파이 사건은 검사가 당사자 간 사정을 조정할 수 있었음에도 형사 절차로 밀어붙여 국가의 사법 자원을 낭비한 사례”라고 비판했다.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충분히 대화로 해결할 수 있었던 일들이 소송으로 번지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인 대화나 협의가 결핍돼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한국 사회가 소유에 대해 극단적으로 공유를 하지 않으려는 사회 세태와도 맞물려 떨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이날 김 씨의 변호인도 최후변론에서 “18년 동안 변호사로 일하며 70~80건의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선고유예는 5건도 안 될 만큼 요건이 까다롭다”며 “전과가 있는 피고인에게조차 검찰이 선고유예를 구형했다면, 이는 기소의 타당성 자체에 스스로 의문을 제기한 셈”이라고 말했다. 김 씨에 대한 선고공판은 다음 달 27일 열린다.전주=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미성년자도 위고비 살 수 있습니다. 처방전, 신분증 필요 없습니다.” 23일 기자가 비만치료제 위고비를 판매한다는 텔레그램 대화방에 접속해 “미성년자도 구매할 수 있느냐”고 묻자 판매자는 1분도 안 돼 “가능하다”며 절차를 안내했다. “처음 복용하는 17세 학생은 5mg을 추천한다”는 답변까지 돌아왔다. 고도비만 치료제이자 비대면 처방이 금지된 전문의약품을 미성년자에게 아무런 검증 없이 권장한 것이다. 이날 취재팀이 해외 직구 사이트와 텔레그램 채널을 살펴본 결과 위고비를 비롯한 비만 치료제가 처방전 없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었다. 이메일과 주소만 입력하면 택배로 받아볼 수 있고, 결제는 코인이나 상품권으로 대신 할 수 있었다. 구매자 신분 확인 절차는 어디에도 없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위고비에 대해 “12세 이상 청소년 환자는 성인에 비해 담석증, 담낭염 등의 발생률이 높았다”고 고시했다. 심경원 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청소년이 오남용하면 요요 현상으로 고도비만이나 골다공증까지 겪을 수 있다”며 “불법 판매 단속과 함께 청소년 외모 강박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처방없이 자기 배에 비만주사제 찌르는 아이들… “부작용 위험”‘위고비’ 불법 해외직구“처방전-신분증 필요없다” 유혹… 코인 결제 ‘심부름 대행’ 우후죽순불법 판매 광고, 1년새 5배로 급증… “은밀히 거래돼 약물 오남용 우려”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위고비 직구’ 등을 검색하자 해외 직구 사이트와 구매를 대행해 주겠다는 텔레그램 판매 채널이 줄줄이 검색됐다. 그중 한 명을 접촉하자 “처음이면 5mg부터 시작하라”는 조언과 함께 ‘주사 맞는 법’을 친절하게 설명하는 사진이 여러 장 도착했다. “아직 성인이 아닌데 괜찮냐”고 묻자 상대는 태연하게 말했다. “물론입니다. 저희는 병원이 아니니까요.”● “부모 동의 필요 없다” 직구 거래 유혹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위고비는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이거나, 27 이상이면서 고혈압·고지혈증 등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만 권장되는 비만치료 주사제다. 특히 메스꺼움이나 구토 같은 초기 증상부터 담낭염, 급성 신부전, 급성 췌장염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데, 12세 이상 청소년 환자는 더 위험하다. 미성년자 처방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성인의 비대면 처방도 제한했다.그러나 온라인에서는 이런 규제가 무력했다. 한 판매자는 “미성년자나 병원에 못 가는 사정이 있으신 분들이 많이 찾는다”며 구매자를 안심시켰다. 인도의 한 해외 직구 사이트 관리자는 “한국인이라도 신분증이나 처방전은 필요 없다(not required)”며 구체적인 주사 용량까지 추천했다. 또 다른 해외 직구 사이트 관리자 역시 “부모 동의나 처방전은 필요하지 않다”며 “집으로 바로 택배 발송해 준다”고 거래를 유도했다. “근육량이 줄어들 수 있다”며 부작용까지 설명하는 판매자도 있었다.국내에서도 미성년자에게 위고비를 대신 사준다는 텔레그램 ‘심부름 대행’ 채널이 성행하고 있었다. 대다수가 복잡한 절차 없이 e메일과 주소 등만 적으면 입금 후 약을 받아볼 수 있는 방식이었다. 복용자의 상태 등 정확한 기준 없이도 약을 처방받아 오남용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지점이다.이들은 거래 명세를 숨길 방법까지 안내했다. 한 채널 운영자는 “아시다시피 이게 불법적인 거래잖아요? 계좌 거래를 하면 서로 위험하니 보통은 (결제를) 코인이나 상품권으로 진행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불법 판매 1년 만에 5배 급증식약처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위고비 관련 이상 사례는 총 270건에 달했다. 앞서 정은경 복지부 장관도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위고비 오남용을 우려하며 의료기관의 처방 행태를 개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식약처 통계를 보면 지난해 국내 병의원에서 미성년자에게 위고비를 처방한 횟수는 2604건이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은밀히 거래되는 물량을 고려하면 실제 오남용 실태는 더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비만 치료제 온라인 불법 판매 알선·광고 적발 건수는 2021년 39건, 2022년 106건, 2023년 103건, 지난해 522건으로 1년 새 5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올해 1∼8월에도 이미 218건이 적발됐다.온라인에서 미성년자가 쉽게 위고비에 접근할 수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규제 강화와 더불어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을 줄일 수 있도록 비만을 외모의 기준이 아닌 건강의 문제로 인식시키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김인향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외모 압박을 받는 청소년들이 자존감이 낮아지고, 우울감으로 약물에 손대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심리적 지원과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캄보디아 박람회에 다녀오겠다며 집을 떠난 한국인 대학생이 현지에서 고문을 당해 사망한 사실이 알려졌다. 9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북 예천군 출신의 대학생(22)은 가족들에게 “여름방학 기간 캄보디아에서 열리는 박람회에 다녀오겠다”며 집을 떠난 지 2주 만에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올 7월 17일에 피해자가 캄보디아에 도착한 후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 그의 가족들은 “(피해자가) 이곳에서 사고를 쳐서 감금됐다. 5000만 원을 보내주면 풀어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피해자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건 남성은 조선족 말투를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피해자의 가족은 캄보디아 대사관과 경찰에 신고했지만, 가족들이 한국에 있다 보니 피해자의 정확한 감금 위치 등을 파악할 수 없었다. 최초로 전화를 받은 지 나흘이 지난 후엔 협박범과의 연락마저 두절돼 가족은 피해자와 연락이 아예 끊긴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8월 8일 피해자는 캄보디아 현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캄보디아 캄포트주의 보코르산 범죄 단지 인근에 감금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사관과 현지 경찰 등에 따르면 피해자의 사망 원인은 고문과 극심한 통증으로 인한 심장마비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경찰청은 현지 경찰과 공조해 어떤 이유로 캄보디아에 입국했는지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한편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납치 신고 건수는 2022∼2023년 연간 10∼20건 수준에서 지난해 220건, 올해 8월까지 330건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상당수는 고수익을 미끼로 내건 해외 취업 사기에 속아 납치된 피해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인 범죄 피해 우려가 확산하면서 외교부는 지난달 17일 캄보디아 프놈펜 등 일부 지역에 대해 여행경보 2단계(여행자제) 및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캄보디아 박람회에 다녀오겠다며 집을 떠난 한국인 대학생이 현지에서 고문을 당해 사망한 사실이 알려졌다.9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북 예천군 출신의 대학생(22)은 가족들에게 “여름방학 기간 캄보디아에서 열리는 박람회에 다녀오겠다”며 집을 떠난 지 2주 만에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올 7월 17일에 피해자가 캄보디아에 도착한 후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 그의 가족들은 “(피해자가) 이곳에서 사고를 쳐서 감금됐다. 5000만 원을 보내주면 풀어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피해자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건 남성은 조선족 말투를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피해자의 가족은 캄보디아 대사관과 경찰에 신고했지만, 가족들이 한국에 있다보니 피해자의 정확한 감금 위치 등을 파악할 수 없었다. 최초로 전화를 받은 지 나흘이 지난 후엔 협박범과의 연락마저 두절돼 가족은 피해자와 연락이 아예 끊긴 것으로 전해졌다.결국 8월 8일 피해자는 캄보디아 현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캄보디아 캄폿주의 보코산 범죄 단지 인근에 감금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사관과 현지 경찰 등에 따르면 피해자의 사망 원인은 고문과 극심한 통증으로 인한 심장마비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경찰청은 현지 경찰과 공조해 어떤 이유로 캄보디아에 입국했는지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한편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납치 신고 건수는 2022~2023년 연간 10~20건 수준에서 지난해 220건, 올해 8월까지 330건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상당수는 고수익을 미끼로 내건 해외 취업 사기에 속아 납치된 피해자인 것으로 전해졌다.한국인 범죄 피해 우려가 확산하면서 외교부는 지난달 17일 캄보디아 프놈펜 등 일부 지역에 대해 여행경보 2단계(여행자제) 및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경찰이 지역 경찰의 하루 근무시간을 기존 12시간에서 8시간으로 줄이는 근무체계 개편에 나섰다. 경찰청은 “근무시간을 단축해 피로도를 낮추고 집중도를 높이려는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일선에선 “휴무 주기가 늘어나 피로가 누적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8일 경찰청에 따르면 13일부터 12월 초까지 전국 8개 지구대·파출소에서 새로운 근무 체계를 시범 운영한다. 핵심은 주간·야간 각 12시간씩 근무하는 기존 4조 2교대제를 4조 또는 5조 3교대제로 전환하는 것이다.현재 대부분 지구대와 파출소는 주간(오전 7시~오후 7시)과 야간(오후 7시~오전 7시) 근무를 기본 단위로 한다. 하지만 개편안이 시행되면 하루를 주간(오전 7시~오후 3시)과 오후(오후 3시~11시), 야간(오후 11시~오전 7시)으로 나눈다. 4조로 할 경우 ‘주간→주간→오후→오후→야간→야간→휴무→휴무’의 8일 주기이고, 5조로 하면 ‘주간→오후→야간→휴무→비번’의 5일 주기로 운영된다.전국경찰직장협의회(위원장 민관기)는 “불규칙한 근무시간이 현장 경찰관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가족과의 일상 시간을 빼앗는다”며 반발했다. 반면 경찰청 관계자는 “시범 운영 기간 중 성과를 분석하고 현장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문제점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최근 A 씨는 “추석 전까지만 신청할 수 있는 정부지원금을 소개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안내에 따라 휴대전화에 애플리케이션(앱)을 깔자, 은행 직원이라며 전화가 걸려 왔다. 상대방은 “저금리 대출을 받으려면 기존 대출금을 먼저 상환해야 한다”며 직원이 찾아가 돈을 받아 가겠다고 했다. A 씨는 강원 원주시의 한 주차장에서 1000만 원이 넘는 돈을 건넸다. 하지만 메시지와 앱, 그리고 직원을 가장한 인물까지 모두 보이스피싱 조직의 덫이었다. 결국 그는 추석 대목을 노린 스미싱 범죄에 속아 거액을 잃었다.● 명절 앞두고 집중되는 스미싱추석 연휴를 앞두고 스미싱(문자 피싱) 피해가 늘고 있다. 명절 선물 발송이나 택배 반송을 빙자하는 유형이 대표적이다. 스미싱은 보이스피싱 등 2차 범죄로 이어지기 쉬워 경찰청 등 관계 기관이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전문가들은 “출처 불분명한 링크를 절대 누르지 말라”고 경고한다. 악성 앱이 설치되면 전화번호와 위치 정보 등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통화 가로채기·발신번호 조작 등 휴대폰 권한까지 피싱 조직에 넘어갈 수 있다. 스미싱 범죄는 최근 몇 년 새 급증했다. 2023년 50만3300건에서 지난해 219만6469건으로 4배 넘게 늘었고, 올해도 8월까지 118만9511건이 집계됐다. 추석 연휴 기간 보이스피싱 피해도 집중된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추석 연휴가 낀 9, 10월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는 2020년 2453건에서 2021년 4677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최근에도 연 3000~4000건 대를 유지하며 피해액은 2021년 228억 원, 2023년 348억 원으로 증가했다.● “상품권 드려요” “택배 왔어요” 등으로 클릭 유도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실제 스미싱 문자 사례가 공유되고 있다. 대표적인 유형은 “추석 명절 선물로 모바일 상품권을 보내드리니 링크를 클릭하라”, “주소 오류로 택배가 반송될 예정이니 주소를 다시 입력하라”는 식이다.경찰청 관계자는 “명절 전후 택배 문자에 속아 링크를 누르면 악성 앱이 설치된다”며 “개인정보는 물론 전화를 가로채거나 발신번호를 조작하는 권한도 범죄 조직에 넘어간다”고 설명했다.특히 이번 추석에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태를 악용한 피싱 시도까지 확인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정 온라인 쇼핑몰 구매 이력이 있는 소비자에게 전화를 걸어 환급을 빙자하며 가짜 사이트 링크를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해당 링크에 접속하면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해 서비스가 중단되고 있다’는 안내 팝업이 나타나고, 이후 ‘서비스 중단 시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며 악성 앱 설치를 유도했다.경찰은 이 같은 범죄를 막기 위해 행정서비스 누리집이나 주요 포털사이트의 정부 공지 페이지를 통해 안내된 대체 사이트만 접속할 것을 당부했다.● “출처 불분명한 링크 누르지 말아야” 전문가들은 추석 같은 대목에 피싱 조직이 더욱 활개를 치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공식 기관은 무작정 링크 클릭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민무홍 성균관대 교수도 “링크 클릭으로 악성 앱이 설치되면 정상 사이트 접속조차 가짜 사이트로 연결되는 ‘파밍(Farming)’ 범죄로 확대된다”고 경고했다.파밍 피해자는 가짜 사이트에 개인정보를 입력하면서 2차 범죄에 노출된다. 범죄 조직은 탈취한 정보를 바탕으로 금융감독원, 경찰청 등 공공기관을 사칭해 전화를 걸어 피해자를 속인다.정부와 유관기관도 대응책을 강화했다. 경찰청은 “사이버사기 신고 시 즉시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히며, ‘사기 의심 전화·계좌 조회 서비스’를 통해 거래 전 피해 가능성을 확인하라고 당부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연휴 기간 24시간 탐지체계를 가동하며, ‘보호나라 문자사기 확인 서비스’를 통해 의심 문자를 10분 내 판별한다.방송통신위원회와 이동통신 3사는 가입자에게 주의 안내 문자를 발송하고 있다. 만약 스미싱이나 보이스피싱 피해를 보았다면 112에 신고하고 지급정지를 신청해야 하며, 한국인터넷진흥원(118) 24시간 무료 상담을 통해서도 즉각 대응할 수 있다.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면직 하루 만인 2일 경찰에 체포됐다. 이 전 위원장은 “상상도 못 할 일”이라며 반발한 반면에 여당은 “사필귀정”이라고 논평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자택 인근에서 이 전 위원장을 국가공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전 위원장은 지난해 8월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좌파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집단” “다수의 독재로 흐르면 민주주의가 아닌 최악의 정치 형태가 된다” 등의 발언을 했다. 경찰은 이를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자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올 4월 30일 이 전 위원장을 경찰에 고발했다. 이번 체포는 이 전 위원장이 면직된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30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출범과 함께 자동 폐지됐고, 이 전 위원장도 이달 1일 0시 부로 자동 면직됐다. 경찰은 고발장을 접수한 뒤 이 전 위원장에게 6차례 출석을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전 위원장은 이날 영등포경찰서로 압송되며 수갑을 찬 두 손을 들어 보이며 “전쟁입니다. 이재명(대통령)이 시켰습니까, 정청래(민주당 대표)가 시켰습니까, 아니면 개딸들이 시켰습니까? 방송통신위원회를 없애는 것도 모자라서 저 이진숙에게 이렇게 수갑을 채우는 겁니까?”라고 말했다. 이어서 “지난달 27일 오후 2시에 조사에 응하기로 했으나,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안 본회의 상정으로 전날 저녁부터 27일 저녁까지 국회에 있어야 했다”며 “이런 사정을 알리고 불출석 사유서도 제출했는데, 그거 가지고 이렇게 수갑을 채우고 있다”고 했다. 이 전 위원장은 이날 경찰의 조사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야만적인 정치”라고 비판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가족과 함께 명절을 준비하던 집에 경찰이 들이닥친 충격은 마치 ‘게슈타포식 기습’과 다름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 부승찬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공직자로서의 본분을 망각하고 망언을 일삼은 데 따른 사필귀정”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실 입장을 밝혀 달라는 질문에 “대통령실 입장은 아니다”라며 사견임을 전제로 “공식적으로 3회 이상 소환에 불응하면 체포영장이 발부되고 체포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조동주 기자 djc@donga.com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면직 하루만인 2일 경찰에 체포됐다. 이 전 위원장은 “상상도 못 할 일”이라며 반발한 반면 여당은 “사필귀정”이라고 논평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자택 인근에서 이 전 위원장을 국가공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전 위원장은 지난해 8월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좌파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집단” “다수의 독재로 흐르면 민주주의가 아닌 최악의 정치 형태가 된다” 등의 발언을 했다. 경찰은 이를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자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올 4월 30일 이 전 위원장을 경찰에 고발했다. 이번 체포는 이 전 위원장이 면직된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30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출범과 함께 자동 폐지됐고, 이 전 위원장도 이달 1일 0시부로 자동 면직됐다. 경찰은 고발장을 접수한 뒤 이 전 위원장에게 3차례 이상 출석을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이 전 위원장은 이날 영등포경찰서로 압송되며 수갑을 찬 두 손을 들어 보이며 “전쟁입니다. 이재명(대통령)이 시켰습니까, 정청래(민주당 대표)가 시켰습니까, 아니면 개딸들이 시켰습니까? 방송통신위원회를 없애는 것도 모자라서 저 이진숙에게 이렇게 수갑을 채우는 겁니까?”라고 말했다. 이어서 “지난달 27일 오후 2시에 조사에 응하기로 했으나,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안 본회의 상정으로 전날 저녁부터 27일 저녁까지 국회에 있어야 했다”며 “이런 사정을 알리고 불출석 사유서도 제출했는데, 그거 가지고 이렇게 수갑을 채우고 있다”고 했다. 이 전 위원장은 이날 경찰의 조사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야만적인 정치”라고 비판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가족과 함께 명절을 준비하던 집에 경찰이 들이닥친 충격은 마치‘게슈타포식 기습’과 다름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 부승찬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공직자로서의 본분을 망각하고 망언을 일삼은 데 따른 사필귀정”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실 입장을 밝혀달라는 질문에 “대통령실 입장은 아니다”라며 사견임을 전제로 “공식적으로 3회 이상 소환에 불응하면 체포영장이 발부되고 체포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조동주 기자 djc@donga.com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사진)이 서울대의 인공지능(AI) 인재 양성을 위해 향후 10년간 250억 원을 기부한다. 서울대는 1일 동원육영재단과 ‘김재철 AI 클래스 기금 협약’을 체결하고, 김 명예회장이 총 25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부금은 2026년부터 매년 선발되는 학부생 30명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고, 글로벌 연구 교류와 산학 인턴십, 창업 지원 등에도 활용된다. ‘김재철 AI 클래스’는 학부 1학년 말 지원자를 대상으로 다면평가를 거쳐 선발된 학생들이 참여하는 학·석사 연계(4+1) 과정이다. 교육 과정은 수학·컴퓨터과학 기초 과목에서 시작해 머신러닝, 딥러닝, 자연어 처리 등 심화 교과로 이어지며, 의료·법학·인문사회 등 다양한 학문 분야와 융합한 복수전공 제도로 운영된다. 교수진은 초기 20명 규모로 꾸려진 뒤 점차 확대될 예정이며,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실습실과 스마트 강의실 등 첨단 교육 인프라도 마련된다. 서울대 관계자는 “김 명예회장은 그룹 차원에서도 AI 전환을 강조해 온 만큼 인공지능에 큰 관심을 가져왔다”며 “한국이 AI 분야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우려 속에 서울대가 설득에 나섰고, 공학 중심이 아닌 종합대학의 다양한 전공 체계가 AI 융합(AI+X) 발전 방향에 부합한다고 판단해 기부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이 서울대학교의 인공지능(AI) 인재 양성을 위해 향후 10년간 250억 원을 기부한다.서울대는 1일 동원육영재단과 ‘김재철 AI 클래스 기금 협약’을 체결하고, 김 명예회장이 총 25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부금은 2026년부터 매년 선발되는 학부생 30명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고, 글로벌 연구 교류와 산학 인턴십, 창업 지원 등에도 활용된다.‘김재철 AI 클래스’는 학부 1학년 말 지원자를 대상으로 다면평가를 거쳐 선발된 학생들이 참여하는 학·석사 연계(4+1) 과정이다. 교육 과정은 수학·컴퓨터과학 기초 과목에서 시작해 머신러닝, 딥러닝, 자연어처리 등 심화 교과로 이어지며, 의료·법학·인문사회 등 다양한 학문 분야와 융합한 복수전공 제도로 운영된다.교수진은 초기 20명 규모로 꾸려지고 점차 확대될 예정이며, GPU 기반 실습실과 스마트 강의실 등 첨단 교육 인프라도 마련된다. 서울대 관계자는 “김 회장은 그룹 차원에서도 AI 전환을 강조해 온 만큼 인공지능에 큰 관심을 가져왔다”며 “한국이 AI 분야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우려 속에 서울대가 설득에 나섰고, 공학 중심이 아닌 종합대학의 다양한 전공 체계가 AI 융합(AI+X) 발전 방향에 부합한다고 판단해 기부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119 신고 시스템도 일시적으로 혼란이 빚어졌다. 27일에는 119 문자 신고 메시지·영상 신고 서비스가 일부 제한됐고, 신고자와 요구조자가 달라 정확한 위치 확인이 필요한 ‘제3자 위치 추적’ 기능이 한때 먹통이 됐다. 28일 소방청은 “119 신고자 위치정보 시스템에 일시적 장애가 발생해 행정안전부, 경찰청, 이동통신사 등 관계 기관과 공조해 신고자 위치정보를 파악했다”며 “문자 신고는 복구돼 정상 작동 중이며 나머지 시스템도 최대한 빨리 복구하겠다”고 밝혔다. 소방청은 119 문자 신고 서비스가 제한되자 경찰청 시스템과 연계하고 이동통신사와 협업해 누적된 신고기록을 바탕으로 신고자에게 전화를 되거는 방식으로 공백을 메웠다고 설명했다. 119 문자 신고가 막혀도 기지국에는 누가 신고 문자를 보냈는지 전화번호가 남아 있기 때문에 해당 번호로 전화를 걸어 상황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아직 영상 신고와 웹사이트 활용 신고 시스템은 복구되지 않아 국정자원과 협력해 재가동을 위한 위기상황대응본부를 꾸렸다. 부산 등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기반으로 한 정확한 위치 확인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GPS는 반경 수십 m 위치까지 특정이 가능하지만, 기지국 기반은 수백 m∼수 km의 오차가 생긴다.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10년 전 경증 치매 판정을 받은 임모 씨(82)는 여전히 운전대를 잡고 있다. 아내와 단둘이 사는 임 씨는 시장이나 병원에 갈 때 직접 운전할 때가 많다. 최근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잊거나 모자 같은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기도 하지만 임 씨는 “수시 적성검사도 통과했고 아직 운전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전체 치매 진단 환자 100명 중 6명가량은 임 씨같이 수시 적성검사를 신청해 운전면허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면허 갱신 시험을 치른 치매 환자의 95%가 합격하거나 판정을 유예받아 면허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치매 환자는 상태가 들쑥날쑥해 운전하기에 위험한데 제도가 지나치게 관대해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 시험 응시한 치매 환자 10명 중 9명 합격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도로교통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치매 판정으로 운전적성판정위원회 심의를 받은 1235명 중 불합격자는 58명(4.7%)에 그쳤다. 779명(63.1%)은 ‘운전 가능’ 판정을 받았고, 398명(32.2%)은 유예 처분을 받았다. 즉, 수시 적성검사를 받은 치매 환자 10명 중 9명 이상이 사실상 면허를 유지한 셈이다. 2022년에도 913명 중 868명(95.1%), 2023년에도 1376명 중 1286명(93.5%)이 면허를 유지했다. 치매 환자 100명 중 6명은 면허를 유지하기 위해 수시 적성검사를 받는다. 지난해 치매 환자 1만8568명이 운전면허 적성판정 대상자로 분류됐고, 이 가운데 임 씨처럼 진단서를 제출해 수시 적성검사를 받은 이는 1235명(6.7%)이었다. 나머지 8006명(43.1%)은 검사를 받지 않아 면허가 자동 취소됐고, 4988명(26.9%)은 사망 등으로 면허가 말소됐다. 4339명(23.3%)은 판정이 연기됐다. 지난해 치매 환자 중 1177명(6.3%)은 면허를 유지한 셈이다. 도로교통법 82조와 시행령 42조에 따라 치매는 법적으로 운전면허 결격 사유다. 운전자가 치매로 장기 요양 등급을 받거나 6개월 이상 입원 치료를 하면 건강보험공단을 통해 경찰청에 명단이 통보된다. 경찰청은 이들을 ‘운전 적성판정 대상자’로 지정하고 전문의 진단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한다. 1차 통보에 응하지 않으면 2차 기회가 주어지지만, 이를 끝내 내지 않으면 한 달 뒤 면허가 취소된다. 도로교통공단은 진단서를 제출한 환자에 대해 운전적성판정위원회를 열어 수시 적성검사를 진행한다. 위원장·정밀감정인·내외부 위원 등 7명이 진단서와 자기질환기술서를 검토하고, 출석한 환자에게 증상과 운전 필요성 등을 질의한다. 출석위원 과반 찬성으로 ‘합격’ 판정을 받으면 면허를 유지하고, 불합격 시 면허는 취소된다. 유예 판정을 받은 경우에는 1년 뒤 재검사를 거친다.● “실차 주행평가 등 운전 능력 평가 도입해야” 전문가들은 치매는 초기 단계부터 인지 기능 저하와 길 잃기 증상이 동반되기 때문에 실제로 운전을 할 수 있는 상태인지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병철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치매는 약물 복용 여부 등 관리 상태에 따라 초기에도 운전에 지장을 주는 신체 현상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양천구 목동 깨비시장에서 1명이 사망한 교통사고를 낸 74세 운전자 A 씨도 사고 직후 초기 치매 진단을 받았다. 2023년 경도인지장애 판정을 받은 뒤 3개월간 치료제를 복용하는 등 문제가 없다고 판단돼 운전면허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결국 교통사고를 냈다. 의학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실제 주행 환경에서는 운전 능력이 떨어질 수 있어 실효성 있는 평가 방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운전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본인이 직접 운전하는 차량을 활용해 주행 평가를 실시하고, 인지 기능 검사 등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의료계와 학계 전문가는 물론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서와 함께 논의하여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