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연

조승연 기자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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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사회부 조승연 기자입니다.

cho@donga.com

취재분야

2026-04-10~2026-05-10
사건·범죄50%
사회일반37%
사고7%
검찰-법원판결3%
음악3%
  • 8:0 파면에 탄핵 반대 집회 해산-취소…헌재 주변 ‘진공상태’ 해제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온 것 같아요.”(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참가자)“이게 나라야. 말이 안돼”(윤 전 대통령 지지자)4일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 결정을 선고하자 대통령 지자자들과 반대 진영의 희비는 엇갈렸다. 하지만 우려했던 시위대 간 물리적 충돌이나 헌재 난입은 벌어지지 않았다. 탄핵 촉구 집회 참가자들은 빠르게 철수했고, 대통령 지지자들도 여기 저기서 분통, 울음을 터뜨리긴 했지만 별다른 폭력 행위 없이 집회 현장을 떠났다. 한때 ‘갑호비상’까지 발령하며 긴장했던 경찰도 경계를 풀고 이날 오후 6시 ‘을호비상’으로 경계를 낮췄다.● ‘망연자실’ 尹 지지자들, 큰 충돌 없이 해산이날 오전 11시 22분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말하는 집회 참가자들의 표정은 엇갈렸다.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선 울음 섞인 고성과 욕설이 쏟아졌다. “으아아아”하는 절규와 통곡으로 집회 현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다리에 힘이 풀려 쓰려진 이들도 있었다. 문 권한대행 등 헌재 재판관을 향한 비속어가 쏟아졌다. 오전 11시 40분경엔 안국역 근처에서 방독면을 쓴 윤 전 대통령 지지자가 철제봉으로 경찰 차량 뒷유리를 내리쳐 부숴 공용물건손상 등 혐의로 체포됐다.한순간 감정이 격해졌던 시위대는 ‘8 대 0 만장일치 파면 결정’이라는 뉴스에 빠르게 해산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의 한남동 일대 집회는 오전 11시경 참가자가 1만 3000명이었지만 선고 이후 오후 3시 30분경 모두 해산됐다. 안국역 일대 탄핵 반대 집회도 오후 2시경 모두 해산했다.일부 보수 단체는 토요일 예고한 탄핵 반대 집회를 취소했다. 보수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는 5일 여의대로 일대에서 2만 명이 모이겠다고 예고한 집회를 취소했다. 세이브코리아는 “대한민국의 일원으로서 헌재의 결정을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탄핵 촉구 집회는 서울, 광주, 대구 등서 ‘환호’탄핵 촉구 시위 현장에서는 환호가 쏟아졌다. 문 권한대행이 파면 주문을 읽는 순간 안국역 일대에 돗자리 등을 깔고 뉴스를 지켜보던 시위 참가자 1만5000여명은 일순간 자리에서 일어나 눈물을 흘리고 함성을 질렀다. 시위 진행자가 “주권 시민의 승리입니다”라고 외치자 “대한민국 만세” “주권 시민 만세” 등 구호가 나왔다.경기 수원시에서 온 권영길 씨(35)는 “윤석열의 파면은 이 나라에 민주주의가 아직 살아있다는 의미”라며 기뻐했다. 집회 현장에서는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거북이의 ‘빙고’ 등의 노래가 흘러나왔고 참가자들은 떼창을 하거나 춤을 추기도 했다.광주 동구 금남로 5·18 민주광장에 모인 시민 1000여 명은 “민주주의를 지켰다”며 함성을 질렀다.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광주비상행동)은 파면 선고 이후 5·18 당시 신군부 헬기 총격자국이 남아있는 전일빌딩 외벽에 ‘지켰다 민주주의! 고맙다 광주정신!’이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윤유식 씨(61)는 “5·18을 경험한 광주 시민으로서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되지 않는다면 5·18 당시로 돌아간다는 걱정을 했다”며 눈물을 닦았다.대구 중구에서도 ‘윤석열 파면 대구시국회의’ 주최로 열린 집회에서 20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파면 결정을 환영했다. 김모 씨(29)는 “파면한다는 결정을 듣고 나도 모르게 고함을 쳤다. 그동안 애가 탔었는데, 헌재가 결국 국민의 뜻을 받아 올바른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서울과 지방에서 별다른 폭력 시위가 발생하지 않은 덕분에 대중교통도 빠르게 정상화됐다. 안국역 일대, 광화문, 한남동에 배치된 경찰차와 경찰 버스, 방호벽, 차벽은 이날 오후 상당수해체됐고, 무정차 통과했던 지하철역들도 다시 정상 운영됐다. 대한불교조계종, 한국교회총연합,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원불교 등 종교계는 정부와 정치권이 사회적 갈등을 봉합하고 국가적 화합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조승연 기자 cho@donga.com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 2025-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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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찬탄측 “주권시민 만세”…반탄측 “국민저항 나서야”

    “주권자가 승리했다.”4일 오전 11시 22분,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주문을 읊자 안국역 일대에 6000여 명이 모인 탄핵 찬성 측에선 환호성이 쏟아졌다.시위 진행자가 “주권자가 승리했다”를 반복해서 외치자 이를 따라 외치는 모습이 보였다.곳곳에서 “파면됐다” “우리가 이겼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기쁨의 눈물을 훔치는 이들도 있었다. “주권 시민의 승리입니다” 등을 진행자가 말하자 “대한민국 만세” “주권 시민 만세” 등의 반응이 시위대에서 흘러나왔다.한남동 관저 앞 500여 명이 모인 탄핵 찬성 집회 현장에서도 이른 오전부터 울리던 요란한 꽹과리 소리와 “윤석열 파면”을 외치던 함성이 더 커졌다.시위대는 “이겼다”를 연신 외치고 일어나서 함께 부둥켜안았고. 파면이 결정나자 50대 여성 두 명은 껴안은 채 소리 내어 울기도 했다. 일부는 플랜카드를 찢어버리며 환호를 질렀다.반면 같은 시각 탄핵 반대 집회에선 고성이 터져나왔다. 오전 11시 선고 시작 이후 22분간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침묵 속 숨을 죽이며 대형 모니터를 바라보던 탄핵 반대 측 시위대 약 5000명 사이에서는 일순간에 울음 섞인 고성과 욕설이 나왔다.문 대행을 향해 “개XX라며 욕설이 튀어나왔고, “으아아아” 하는 절규가 쏟아졌다. 통곡과 울음으로 집회 현장은 눈물바다가 됐고, 다리가 풀린 듯 일순간 주저앉은 이들도 있었다.시위대에선 “대한민국의 법치가 무너졌다. 국민저항권 발동을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 같다”는 외침이 나왔다.헌재의 탄핵 인용 직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4.19와 5.16으로 대처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유튜브 채널 ‘신의 한수’의 신해식 대표는 “(전) 목사의 제안으로 어젯밤에 300여 명이 모여 국민저항위원회를 만들었다. 이제 대한민국은 더 이상 국회와 사법부를 믿고 갈 수가 없다고 판단하고, 국민저항위원회를 만들어서 본격적인 국민저항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같은 시각 헌재 인근에서 집회를 이어가던 200여 명의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도 선고 이후 “야 이 XX놈들아,” “개XX들아” 들의 욕설을 내뱉으며 태극기를 집어 던졌다.오전 11시 30분경에는 방독면을 쓴 한 지지자가 철제봉으로 방호벽을 3회 내려쳐 취재진이 몰려들고 경찰이 제지하는 상황도 벌어졌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조승연 기자 cho@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 2025-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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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제원 숨진채 발견, “가족들에 미안” 유서 남겨

    과거 자신의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준강간치상)로 경찰 조사를 받던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31일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가족에게 남긴 자필 유서가 있었다. 1일 서울 강동경찰서에 따르면 장 전 의원은 전날 오후 11시 40분경 강동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장 전 의원이 남긴 유서에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사랑한다”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장 전 의원을 고소한 전 비서에 대한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 혐의점은 없다”며 “사망 원인을 포함해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해당 오피스텔은 장 전 의원 측이 개인 업무 용도 등으로 사건 당일 임차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개인 측은 “평소 단기 임대가 많은 오피스텔”이라며 “장 전 의원은 (지난달) 31일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앞서 장 전 의원은 2015년 11월 부산의 한 대학 부총장으로 있을 때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올해 1월 고소됐다. 고소인 측은 1일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열고 고소 경위 등을 설명할 예정이었으나 장 전 의원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뒤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피의자인 장 전 의원이 숨지면서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장 전 의원의 빈소는 부산의 해운대 백병원에 차려졌다. 2일부터 조문객을 받는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조승연 기자 cho@donga.com}

    • 2025-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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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터전 잃은 이재민들 “떠나겠다”… 마을 통째 사라질 위기

    “부모님 젊었을 적부터 70년 살아온 집인데 호미 자루 하나 안 남기고 다 타뿌따. 정부 지원이 없으믄 이 동네는 더는 뭐 살아갈 길이 없어. 먹고살 길이 없는데 자식들 있는 데로 가든가 대구로 나가든가 해야지. 다 떠나야지.” 31일 경북 영양군 석보면 상논실마을에서 만난 산불 이재민 최윤기 씨(65)는 집과 농작지 1500평이 모두 불에 탔다고 했다. 21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25일 영양까지 번지면서 이 마을 주택 22채 중 15채가 전소됐다. 최 씨는 “어르신들도 자식 사는 곳으로 뿔뿔이 흩어지게 될 상황”이라며 “마을 자체가 사라지게 생겼다”고 씁쓸해했다.● 이재민들 “먹고살 게 없으니 떠나” 남부 산불의 큰불은 꺼졌지만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 중 일부는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집도 밭도 사라졌는데 먹고는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여기서 뭘 해서 먹고살겠나”라고 되물었다. 상논실마을에서 만난 한 이재민은 “남아 있는 게 몸밖에 없다. 대피할 때 가져나온 차와 몸이 전부”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취재팀이 경북 의성군 단촌면 병방리에서 만난 주민 김규환 씨(68)는 2억3000만 원을 들여 4500평에 달하는 고추, 마늘 농사를 지었지만 이번 산불로 전소됐다. 그는 “정부 대책은 시간이 오래 걸려 다른 도심으로 옮겨갈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경북 영덕군 영덕읍에서 만난 마을 이장은 “피해를 입은 150여 가구 중 10가구 정도는 대도시로 옮겨가시지 싶다. 아무리 정이 든 동네라고 하더라도 집 없이 살 수가 있냐”고 말했다. 김해춘 안동시 고곡리 이장은 “집을 새로 지어도 있던 자리보다 여건이 좋은 대도심에서 시작하는 게 낫다는 어르신들이 계시다”라고 말했다.● 도시서 온 귀농인들, 다시 도시로 지역에 연고가 없이 정착했던 귀농인들은 다시 도심으로 옮겨가려는 경우가 노인들보다 많았다. 3년 전 경북 청송군 후평리에 귀농해 사과 농사를 짓다 이번에 모두 잃은 류영우 씨(59)는 “희망찼던 귀농의 꿈이 하루아침에 지옥으로 변했다”며 “단 하루도 더 이곳에 있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는 과거 잠시 살았던 인천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김형동 경상북도 귀촌귀농연합회장은 “피해 지역에 사는 귀농귀촌인 약 100명 중 30명 정도가 귀도(도시로 돌아감) 의사를 밝힌 상황”이라며 “산불이 비켜간 김천 등에서도 ‘겁이 나서 방을 내놓고 다시 서울로 가려 한다’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반복되는 재난마다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 같은 인구 유출이 가속화될 거란 우려도 나온다. 한국고용정보원 자료에 따르면 이번 산불 피해가 컸던 경북 의성, 안동, 영양, 청송, 영덕은 인구 유출로 인해 지역 소멸 위험이 큰 ‘고위험 지역’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 “일자리-주거 지원 늘려야” 경북 의성군 단천면 두계리에 사는 박모 씨(66)도 “시골 마을에서는 상대적으로 젊은 우리 60대들은 마을을 지키겠지만, 더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은 집을 잃은 경우 요양병원으로 옮기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 여건이 안 되는 이재민들은 “돈이 없어서 이주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시내는 집세도 비싸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도 산불 피해가 지역 인구 유출과 인구 소멸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재민들이 언제까지나 임시 대피소나 학교에서 지낼 순 없다”며 “생계를 도모할 수 있도록 일자리와 주거 지원 등을 늘려 재정착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31일 국가트라우마센터에 통합심리지원단을 구성하고 대형 산불로 재난을 경험한 국민을 대상으로 심리 지원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피해 농업인의 농업 재개를 위해 볍씨를 무상 공급하고 과수 묘목이 우선 공급될 수 있도록 민간업체와 협의할 계획이다.지방소멸 위험지수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고령 인구로 나눈 값. 해당 지역의 인구 소멸 위험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0.5 이하면 소멸 위험에 진입한 것으로 본다.영덕=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영양=조승연 기자 cho@donga.com의성-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 2025-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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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밭 다 탔는데 뭐 먹고사나”…이재민 떠나 마을 통째 사라질 위기

    “부모님 젊었을 적부터 70년 살아온 집인데 호밋자루 하나 안 남기고 다 타부렀어. 정부 지원이 없으믄 이 동네는 더는 뭐 살아갈 길이 없어. 먹고 살 길이 없는데 자식들 있는데로 가든가 대구로 나가든가 해야지. 다 떠나야지.”31일 경북 영양군 석보면 상논실마을에서 만난 산불 이재민 최윤기 씨(65)는 집과 농작지 1500평이 모두 불에 탔다고 했다. 21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25일 영양까지 번지면서 이 마을 주택 22채 중 15채가 전소됐다. 최 씨는 “어르신들도 자식 사는 곳으로 뿔뿔이 흩어지게 될 상황”이라며 “마을 자체가 사라지게 생겼다”고 씁쓸해했다.● 집도 밭도 타버린 이재민들 “먹고 살 게 없으니 떠나”남부 산불의 큰 불은 꺼졌지만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 중 일부는 지역을 떠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집도 밭도 사라졌는데 먹고는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여기서 뭘 해서 먹고 살겠나”고 되물었다. 상논실마을에서 만난 한 이재민은 “남아 있는 게 몸밖에 없다. 대피할 때 가져나온 차와 몸이 전부”라고 말했다.30일 취재팀이 경북 의성 단촌면 병방리에서 만난 주민 김규환 씨(68)는 2억3000만 원을 들여 4500평에 달하는 고추, 마늘 농사를 지었지만 이번 산불로 전소됐다. 그는 “정부 대책은 시간이 오래 걸려 다른 도심으로 옮겨갈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경북 영덕군 영덕읍에서 만난 마을 이장은 “피해를 입은 150여 가구 중 10가구 정도는 대도시로 옮겨가시지 싶다. 아무리 정이 든 동네라고 하더라도 집 없이 살 수가 있냐”고 말했다. 김해춘 안동시 고곡리 이장은 “집을 새로 지어도 있던 자리보다 여건이 좋은 대도심에서 시작하는 게 낫다는 어르신들이 계시다”고 말했다. ● 도시에 온 귀농인들, 다시 도시로지역에 연고가 없이 정착했던 귀농인들은 다시 도심으로 옮겨가려는 경우가 노인들보다 많았다. 3년 전 경북 청송군 후평리에 귀농해 사과 농사를 짓다 이번에 모두 잃은 류영우 씨(59)는 “희망찼던 귀농의 꿈이 하루아침에 지옥으로 변했다”며 “단 하루라도 더 이곳에 있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는 과거 잠시 살았던 인천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김형동 경상북도 귀촌귀농연합회장은 “피해 지역에 사는 귀농귀촌인 약 100명 중 30명 정도가 귀도(도시로 돌아감) 의사를 밝힌 상황”이라며 “산불이 비켜간 김천 등에서도 ‘겁이 나서 방을 내놓고 다시 서울로 가려 한다’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앞으로 반복되는 재난마다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 같은 인구 유출이 가속화 될거란 우려도 나온다. 한국고용정보원 자료에 따르면 이번 산불 피해가 컸던 경북 의성, 안동, 영양, 청송, 영덕은 인구 유출로 인해 지역 소멸 위험이 큰 ‘고위험 지역’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 “일자리-주거 지원 늘려야”경북 의성군 단천면 두계리에 사는 박모 씨(66)도 “시골 마을에서는 상대적으로 젊은 우리 60대들은 마을을 지키겠지만, 더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은 집을 잃은 경우 요양병원으로 옮기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 여건이 안 되는 이주민들은 “돈이 없어서 옮길 수도, 이주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시내는 집세도 비싸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상논실마을의 한 이재민은 “나이 60넘어 지금 다른 지역에 가서 뭘 해 먹고 살겠나”라며 “대책이 없다”고 막막해했다.전문가들도 산불 피해가 지역 인구 유출과 인구 소멸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이재민들이 언제까지나 임시 대피소나 학교에서 지낼 순 없다”며 “생계를 도모할 수 있도록 일자리와 주거 지원 등을 늘려 재정착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31일 국가트라우마센터에 통합심리지원단을 구성하고 대형산불로 재난을 경험한 국민을 대상으로 심리지원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영덕=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영양=조승연 기자 cho@donga.com의성=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 2025-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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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먼저 간 영감 사진 하나 못챙기고, 이젠 집이고 뭐고 싹다 타삣다”

    “작년 10월 우리 영감 먼저 가버리고, 인제는 집이고 뭐고 싹 다 타삣다. 먼저 간 영감 사진 하나도 몬 챙기고 나왔다. 한 장도 없어. 싹 다 타버리고 없심더. 집도 없구 영감도 없는 내는 이제 우째 살지 모르겠심더.” 30일 오후 경북 안동시 임하면 고곡리에서 만난 김연희 씨(65)는 울음을 꾹꾹 눌러 참으며 말했다. 김 씨의 집은 마을 어귀에 있었다. 불과 나흘 전만 해도 사별한 남편의 추억이 곳곳에 가득했던 그의 집은 27일 밤 마을을 덮친 화마에 잿더미가 됐다. 그날 이 마을에서만 50채의 집이 불탔다. 김 씨의 집이 있던 자리엔 검게 변해버린 벽돌과 기와가 나뒹굴었다. 김 씨는 작년 10월에 남편과 사별한 뒤 홀로 과수원을 일구며 살아왔다. 남편과 함께 가꾸던 나무들이었다. 이번 화재로 절반은 다 타버렸고 나머지 절반도 불길이 스쳐 꽃이 필 수 없게 됐다. 남편이 세상을 떠나기 전 농사에 서툰 김 씨를 위해 남긴 ‘농사 노트’도 불탔다. 남편의 묘도 잿더미가 됐다. ● 터전 잃은 주민들 “언제 복구될지도 깜깜” 경북, 경남 일대를 휩쓴 산불은 이날 주불이 모두 잡혔지만 이미 집과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은 “살 곳도 갈 곳도 없다”며 울기만 했다. 안동시 임하면 나천리는 주택 15채가 전소됐고, 주민 김옥남 씨(68)의 집과 농장 사과나무가 모두 타버렸다. 산불 당시 김 씨는 마을회관에 머물고 있었던 탓에 대피하라는 연락을 못 받았다. 대피가 늦어지면서 과수원과 농기계가 모두 전소됐다. 김 씨는 “남편은 ‘죽고 싶다’는 말만 하고 딸은 걱정하며 아버지를 다독이고 있다”고 했다. 아름다운 풍광으로 ‘한국의 산토리니’라 불리는 경북 영덕군 석리 바닷가 마을도 화마를 피해 가지 못했다. 내륙 산을 태우던 불이 해안까지 번졌고, 뒷산과 가까이 있는 집들은 불에 타서 지붕이 바닥에 내려앉았다. 바닷가 가까이 집들이 다닥다닥 모여 있는 모습이 따개비 같다고 해 이름 붙여진 ‘따개비 마을’ 민가들도 대부분 불에 타 형체를 알 수 없었다. 이미상 석리 이장은 “민박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했는데 집이 다 타버려 돈을 벌 방법이 없다”며 “공사장 노가다(막일)라도 하려고 했는데 손목 수술을 받아 몸 쓰기도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석리의 바다 풍경이 ‘대한민국 제일’이라는 자부심으로 살았는데 화재로 망가진 마을을 보니 마음이 무너진다”고 말했다.취재팀이 이날 경북 의성군, 안동시, 영덕군 등 3곳 대피소에서 만난 이재민들은 차가운 바닥에서 쪽잠을 자고 옷가지 등 생필품이 부족해 불편을 겪고 있었다. 이재민 대부분 고령층이라 건강 악화도 우려됐다. 의성군 단천면 주민 권원수 씨(71)는 “대피소는 소등 이후에도 계속해서 사람들이 왔다 갔다 드나든다”며 “이재민 대다수가 노인이고, 노인들은 밤새 앓는다. 그 고통스러워하는 소리에 밤새 잠을 이루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들은 화장실에서 겨우 간단한 세수를 할 뿐 샤워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안동시 일직면 우원리 주민 원두리 씨(86)는 원래 걸음이 불편해 주변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가 쓰던 보행보조기는 이번에 불탔다. 원 씨는 “허리도 못 쓰고 다리도 부어서 걷지를 못한다. 이동할 때 구르마(보행보조기)가 있어야 하는데 여기엔 없어서 이동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집 없이 2년씩 지내기도… “생계 자립 지원 필요” 산불 이재민들은 길게는 수개월, 수년을 거처 없이 지내는 경우도 많다. 2022년 3월 4일 경북 울진에서 시작돼 강원 삼척까지 번졌던 초대형 산불로 집을 잃었던 주민 181가구 가운데 30가구는 지난해 초까지 임시 컨테이너에 살았다. 피해 보상은 턱없이 부족하다. 경북도에 따르면 화재·산불 등으로 집이 타버린 경우 받는 주거비 지원금은 최대 3600만 원 수준이다. 홍수는 6600만∼1억2000만 원까지 지원된다. 홍수는 자연재해지만 산불은 인재(人災)라는 이유에서다. 고령층이 많은 지역의 경우 산불이 지역 소멸을 가속화할 거란 우려도 나온다. 경북도는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했다. 문현철 한국재난관리학회 부회장(호남대 교수)은 “산불 같은 경우 주거지는 물론 텃밭, 축사 등 생계 수단을 전부 앗아간다”며 “단기적으로는 지자체가 소유한 연수원, 임대주택 등을 총동원해 이들의 거주 문제를 해결하고, 장기적으로는 생계 수단을 상실한 이재민들에게 일자리 등을 지원해 자립이 가능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산불 피해자를 지원하고 이재민의 일상을 보호하기 위해 중앙합동지원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경북도와 경남도는 피해 주민들에게 1인당 30만 원씩 지원하겠다고 밝혔다.안동=조승연 기자 cho@donga.com영덕=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의성=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 2025-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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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아픔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이재민 돕는 이재민들

    “이재민이라고 가만 앉아 있을 수 있나예.” 30일 오전 경남 산청군 단성중학교에서 만난 강정숙 씨(60)가 식판에 밥을 한가득 푸며 말했다. 강 씨는 산불로 집을 잃은 이재민들을 위해 오전 5시 반부터 오후 10시까지 급식 봉사를 하고 있다. 강 씨도 이번 화재로 집과 과수원에 피해를 입었다. 강 씨와 함께한 자원봉사자들도 대부분 강 씨와 같은 이재민이었다. 강 씨는 “1998년 지리산 수해 때 자원봉사자들 도움을 받았다”며 “그분들 헌신을 보고 나도 기회가 될 때마다 봉사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영남권을 휩쓴 역대 최악의 산불로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한 가운데, 이재민이 직접 자원봉사에 나서고 다른 지역에서도 복구 지원에 동참하는 등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경북 안동시 임하면 추목리 이장 정경윤 씨(60)는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마을 곳곳을 누비며 빵과 생수 등 생필품을 나눠주고 행정복지센터에서 피해 접수를 받았다. 정 씨와 그의 어머니 집도 화마로 무너져 오갈 데 없는 이재민 신세다. 정 씨는 “내 집이 불에 다 탔다고 망연자실해 가만히 있을 순 없다”며 “이렇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다른 주민들에게도 다시 살아갈 수 있다는 용기를 주고 싶다”고 했다. 이재민들이 머물고 있는 대피소에는 급식, 세탁, 의료 지원 등을 위해 찾아온 자원봉사자들이 가득했다. 생업을 접고 자원봉사 중인 이들도 적지 않았다. 산청군 시천면 신천리 동당마을에서 만난 박호규 산청군 읍면체육회연합회장(65)은 “여기 온 사람들 다 수십, 수백만 원 손해를 각오하고 온 것”이라며 “이웃이 어려운데 생업이 대수인가요”라고 했다. 산불 소식을 듣고 멀리서 찾아온 자원봉사자도 있다. 경북 의성군 안평면에서 자원봉사 중인 박모 씨(54)는 “고향에 남은 친구가 피해를 입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구에서 찾아왔다”고 했다. 의성체육관 대피소 앞에서는 구세군과 대한불교조계종이 함께 무료 급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안솔베 구세군 원당영문교회 담임사관은 “재난 앞에 종교의 차이가 어디 있냐”고 했다. 경북 영덕군 강구면의 한 카페는 이재민을 비롯해 산불진화대원과 공무원, 경찰 관계자 등에게 커피를 무료로 제공했다. 광주시와 경기 안양시 등은 산불 지역에 기부금을 전달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구호단체를 통한 산불 피해 지역 기부금은 현재까지 약 554억 원이다.의성=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산청=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안동=조승연 기자 cho@donga.com}

    • 2025-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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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탄처럼 불덩이 쏟아져”… 주민 구하려던 이장 부부 불길 갇혀

    25일 오후 8시 반 경북 영덕군 영덕읍 매정리. 산을 태우던 불길이 불과 15분 만에 중턱에 있는 요양원까지 내려왔다. 불길을 피해 즉시 떠나라는 대피령이 떨어졌다. 입소자 대부분이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라 차 없이는 대피가 불가능했다. 오후 9시경 정모 할머니(80) 등 입소자 4명과 요양원 여성 직원 2명이 탄 차가 요양원을 빠져나갈 때 주변은 이미 화마가 삼키고 있었다. 정 할머니 일행이 탄 차는 10분도 못 가 달려든 불길을 피하지 못했다. 불이 도로를 달군 탓에 타이어가 녹아 먼저 터졌고 이후 차가 폭발했다. 정 할머니 등 3명이 숨졌고 나머지 탑승자 3명은 중상을 입었다. 이들보다 앞서 요양원을 출발해 인근 교회로 필사적으로 대피해 목숨을 건진 입소자들은 정 할머니 일행의 죽음을 애통해했다.● “산불이 방사포처럼 마을로 쏟아져” 25, 26일 이틀간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북 북동부 산불 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25일 오후 6시 경북 영양군 석보면 화매2리 오원인 이장(57)은 마을 뒷산에서 밀려오는 화염을 보고 경악했다. 경북 의성에서 번진 불이 안동을 거쳐 영양까지 덮쳤다. 불길은 산과 바람을 타고 무서운 속도로 다가왔다. 불과 5분 전 “빨리 주민들을 대피시켜 달라”는 군청의 연락을 받은 오 이장은 다급하게 움직였고, 이내 주민들의 휴대전화에는 “즉시 대피하라”는 오 이장의 스마트 음성 메시지가 속속 도착했다. 한 주민은 “이장이 보낸 메시지를 받고 집을 뛰쳐나왔더니 마당에 불이 붙고 있었다”고 말했다. 50대 주민 김모 씨는 “불이 그냥 천천히 번지는 게 아니라 뉴스에서나 봤던 북한 방사포처럼 불꽃 수천 개가 미사일처럼 마을로 쏟아졌다”고 말했다. 이후 마을 전기와 통신망도 끊겼다.같은 시간 옆 마을 석보면 삼의리 권모 이장(64)도 아내 우모 씨(59)와 함께 다급하게 차에 올랐다. 마을 도로는 이미 여기저기 날리는 불씨와 검은 연기 탓에 앞을 거의 볼 수 없는 지경이었다. 도로 옆의 낙엽이 땔감 역할을 하며 타오르자 마치 도로는 용암이 흘러드는 것 같았다. 권 이장 부부는 인근에 사는 친척들과 연락이 두절됐다. 오후 8시경 권 이장의 동생이 형의 행방을 찾아 나섰을 때는 이미 늦었다. 권 이장의 차는 도로변 배수로에 고꾸라져 검게 탄 채 발견됐다. 차가 향하던 방향은 대피소가 아니라 삼의리 쪽이었다. 평소 권 이장과 친하게 지냈다는 오 이장은 “아마 다른 마을 주민들을 구하러 가다가 불길에 휩싸인 것으로 보인다”며 슬퍼했다.● 희생자 대부분 거동 어려운 노인이번 화마에 스러진 희생자 상당수는 거동이 어려운 노약자였다. 대부분 70, 80대로 집 안이나 마당, 도로 위 불탄 차 안에서 발견됐다. 영덕읍 매정리에서는 80대 노부부가 집 앞에서 불과 1분 거리의 내리막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불을 피해 집을 나섰지만 거동이 불편해 결국 불길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장손 이모 씨(30)는 “산불이 난 뒤 교통도 통제돼 동네가 무질서 그 자체였다”면서 “조금만 더 빨리 도착했다면 살릴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에 모두가 자책하고 있다”며 눈물을 훔쳤다. 안동시 임하면 신덕리 이덕마을에서는 지체장애인 안모 씨(75)가 집을 나서지 못하고 불길에 숨졌다. 그는 요양보호사 도움 없이는 밖에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하는 처지였다. 연락을 받고 조카가 안 씨를 구하기 위해 황급히 찾아갔으나 이미 숨진 뒤였다. 이웃 주민은 “대피 연락을 받았어도 움직일 수가 없어 갇혀 있었을 것”이라며 “그 고통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인접한 임하면 임하1리에서는 80대 권모 씨(85) 부부가 화재로 무너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권 씨의 시신이 먼저 발견됐고 아내 김모 씨(87)는 현장에서 찾을 수 없었다. 자녀들은 여러 병원을 찾아다니다가 굴착기를 동원해 집을 수색했다. 무너진 잔해에서 김 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 영덕군 축산면 대곡리에서도 80대 남성이 산불로 무너진 자택에 매몰돼 숨졌다. 청송군 파천면과 진보면에서는 각각 80대 여성과 70대 남성이 집 안과 마당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북소방본부 관계자는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이 대피를 준비하거나 대피 중에 급속도로 번진 불길의 피해를 입으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산불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앞으로도 집 안이나 주변에서 숨진 채 뒤늦게 발견되는 희생자들이 늘어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의성=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영양=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영덕=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안동=조승연 기자 cho@donga.com}

    • 2025-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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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년사찰 고운사 못지켜 참담” 보물이 잿더미로… 병산서원 3km 앞까지 불길

    “마음이 참담합니다. 사찰을 지키지 못하다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고운사 보장 스님) 26일 오후 1시 반경 경북 의성군 ‘고운사(孤雲寺)’. 어제까지 의상대사가 창건한 천년 사찰이 있던 자리는 시꺼먼 잔해와 재만 가득했다. 대웅전과 명부전은 불길을 피했으나 국가유산 보물인 ‘가운루(駕雲樓)’와 ‘연수전(延壽殿)’은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었다. 가운루 건너편엔 범종만 금이 간 채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주변도 참혹했다. 나무들은 검게 타 쓰러졌고, 남은 잔불들에선 연기가 피어올랐다. 가운루 자리에 허망한 표정으로 있던 고운사 주지 등운 스님은 “어제 오후 4시쯤 거센 회오리바람이 불며 불씨가 날아왔다”며 “급히 피했다가 오후 11시쯤 돌아왔는데, 손 쓸 수 없는 지경이었다”면서 한숨지었다.피해 소식에 달려온 신도들도 눈물을 글썽거렸다. 조한금 씨(60)는 “산불이 걱정돼 24일부터 와 있었다”며 “절에 있던 보물 옮기는 작업도 도왔는데 다 지키지 못해 눈물이 난다”고 했다. 고운사에서 30년 동안 석축 공사를 했다는 70대 김모 씨는 “가운루가 지난해 보물로 승격돼 너무 기뻤는데 이렇게 무너져 버렸다”며 안타까워했다. 고운사 앞 최치원문학관도 화마를 피해 가지 못했다. 2019년 세운 문학관 건물은 모두 불에 탔다. 다행히 지하 방화문을 닫아둬 수장고 유물들은 손상되지 않았다. 고운사가 무너지자 인근 국가유산이 있는 지역들도 초긴장 상태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26일 오후 10시 현재 병산서원에서 직선거리로 약 3㎞ 떨어진 지역까지 산불이 근접했다. 만일에 대비해 서원에 물을 계속 뿌리고 있으며, 류성룡 선생 위패 등을 옮길 준비도 하고 있다. 앞서 이날 오전 찾아간 안동하회마을은 밤새 서풍이 불어준 덕에 산불이 비켜 갔다. 하지만 멀리서 넘어온 연기가 자욱한 데다, 언제 바람 방향이 바뀔지 몰라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경북 청송의 국가민속문화유산인 ‘사남고택’은 전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산불이 퍼지고 있는 안동과 의성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외에도 국보 5건과 보물 50건이 밀집한 지역이다. 특히 봉정사의 국보 ‘극락전’은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과 함께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목조 건축물이다. 대웅전도 국보이며, 보물인 화엄강당과 고금당도 나무로 지어졌다. 국가유산청은 전날 사찰의 주요 유물을 긴급 이송했으며, 극락전 등엔 방염포를 씌워 뒀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오래된 목조 건축물은 입구가 많아 화염이 빠르게 번진다. 발열과 연기량도 많아 진압하기가 특히 까다롭다. 금속이나 돌로 만든 유물도 안심할 순 없다. 2005년 강원 양양 화재 당시 보물 ‘낙산사 동종’은 쇠인데도 녹아내렸다. 인근의 국보 ‘안동 법흥사지 칠층전탑’ ‘의성 탑리리 오층석탑’ 등도 위험하다. 한 박물관 방재전문가는 “금속보다 내열성이 강한 석조조차 고열이 지속되면 터질 수 있다”며 “운 좋게 형태를 유지해도 돌의 경도가 떨어져 결국 부서진다”고 했다. 이원수 국립순천대 건축학부 교수는 “방염포가 있어도 겨우 30분가량 시간을 번다. 산불 같은 대형 화재엔 소용없다”며 “문화유산 주위에 폭 1m 이상 해자(垓子)를 파두는 등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의성=조승연 기자 cho@donga.com}

    • 2025-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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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양원 차 두 대로 필사의 탈출…뒷차가 불길 못 피했다

    25일 오후 8시 반 경북 영덕군 영덕읍 매정리. 산을 태우던 불길이 불과 15분 만에 중턱에 있는 요양원까지 내려왔다. ‘즉시 떠나라’는 대피령이 떨어졌다. 입소자 대부분이 거동 불편한 노인이라 걷거나 뛰어서 대피할 수 없었다. 한 명 씩 요양원 앞 차량에 모였고, 오후 9시경 정모 할머니(80) 등 입소자 4명과 요양원 여성 직원 2명을 태운 차가 요양원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주변은 이미 화마가 삼키고 있었다. 정 할머니 일행이 탄 차는 10분도 못 가 달려든 불길을 피하지 못했다. 불이 도로를 달군 탓에 타이어가 녹아 먼저 터졌다. 이후 차에 불이 붙어 폭발했다. 정 할머니 등 3명이 숨졌고 나머지 탑승자 3명은 중상을 입었다. 이들보다 앞서 요양원을 출발해 인근 교회로 필사적으로 대피해 목숨을 건진 입소자들은 정 할머니 일행의 죽음을 애통해했다. ● “산불이 방사포처럼 마을로 쏟아져”25, 26일 이틀간 20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북 북동부 산불 현장은 ‘아비규환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25일 오후 6시 경북 영양군 석보면 화매2리 오원인 이장(57)은 마을 뒷산에서 붉게 밀려오는 화염을 보고 경악했다. 의성에서 번진 불이 안동을 거쳐 영양까지 덮쳤다. 불길은 산과 바람을 타고 무서운 속도로 다가왔다. 불과 5분 전 “빨리 주민들을 대피시켜달라”는 군청의 연락을 받은 오 이장은 다급하게 움직였고, 이내 주민들의 휴대전화에는 “즉시 대피하라”는 오 이장의 스마트 음성 메시지가 속속 도착했다. 한 주민은 “이장이 보낸 메지를 받고 집을 뛰어나왔더니 마당에 불이 붙고 있었다”고 말했다. 화매2리 50대 주민 김모 씨는 “불이 그냥 천천히 번지는 게 아니라 뉴스에서나 봤던 북한 방사정포처럼 불꽃 수 천 개가 미사일처럼 마을로 쏟아졌다”고 말했다. 이후 마을 전기와 통신망도 끊겼다.같은 시간 옆 마을 삼의리 권모 이장(64)도 아내 우모 씨(59)와 함께 다급하게 차에 올랐다. 마을 도로는 이미 여기저기 날리는 불씨와 검은 연기 탓에 앞을 거의 볼 수 없는 지경이었다. 도로 옆의 낙엽이 땔감 역할을 하며 타오르자 마치 도로는 용암이 흘러드는 것 같았다. 권 이장 부부는 인근에 사는 친척들과 연락이 두절됐다. 오후 8시경 권 이장의 동생이 형님의 행방을 찾아 나섰을 때는 이미 늦었다. 권 이장의 차는 도로변 배수로에 고꾸라져 검게 탄 채 발견됐다. 차가 향하던 방향은 대피소가 아니라 삼의리 쪽이었다. 산불 연기 등으로 시야 확보가 안돼 방향을 잘못 잡은 것으로 보인다. 평소 권 이장과 친하게 지냈다는 오 이장은 “아마 다른 마을 주민들을 구하러 가다가 불길에 휩싸인 것으로 보인다”며 슬퍼했다.● 희생자 대부분 거동 어려운 노인이번 화마에 스러진 희생자 상당수는 거동이 어려운 노약자였다. 대부분 70, 80대로 집 안이나 마당, 도로에 불 탄 차 안에서 발견됐다. 영덕군 영덕읍 매정리에서는 80대 노부부가 집 앞 내리막길에서 숨졌다. 이들은 산불을 피해 집을 나섰지만 거동이 불편해 미처 불길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부부는 집에서 불과 도보로 1분 거리에 쓰러진 채 가족들에게 발견됐다. 장손 이모 씨(30)는 “산불이 난 뒤 교통도 통제돼 동네가 무질서 그 자체였다”며 “조금만 더 빨리 도착했다면 살릴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에 모두가 자책하고 있다”며 눈물을 훔쳤다.안동시 임하면 신덕리 이덕마을에서는 70대 여성 지적장애인이 집을 나서지 못하고 불길에 숨졌다. 그는 요양보호자 도움이 없이는 밖에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하는 처지였다. 이웃 주민은 “대피 연락을 받았어도 움직일 수가 없어 갇혀있었을 것”이라며 “그 고통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영덕군 축산면 대곡리에서는 80대 남성이 산불로 무너진 자택에 매몰돼 숨졌다. 청손 파천면과 진보면에서는 80대 여성과 70대 남성이 집 안과 마당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경북소방본부 관계자는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이 대피를 준비하거나 대피중에 급속도로 번진 불길의 피해를 입으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산불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앞으로도 집안이나 주변에서 숨진 채 뒤늦게 발견되는 희생자들이 늘어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의성=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영양=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영양=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영덕=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영덕=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안동=조승연 기자 cho@donga.com}

    • 2025-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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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길 번진 뒤에야 재난문자…아무 차나 붙잡고 어르신들 태워”

    “시골에 살아서 어릴 때부터 산불은 많이 겪었지만 이런 산불은 처음입니다. 마치 화산이 폭발하는 것처럼 굉음과 함께 불덩이가 비닐하우스와 집을 덮쳤고 겨우 몸만 빠져나와 마을회관 쪽으로 도망쳤습니다”26일 경북 영양군 석보면 화매2리 마을회관. 주민 황호진 씨(66)는 불에 까맣게 타버린 집을 바라보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화마에서 가까스로 살아나온 사람들은 참담한 마음을 금치 못했다. 경북 의성 산불이 번진 석보면에서는 여러 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연기와 화염에 뒤덮인 마을을 가까스로 빠져나온 주민들은 “평생 처음 보는 산불”이라며 당시의 참혹한 순간을 전했다.이번 산불로 전국 2만7000여 명이 대피한 가운데 경북 청송시 주민들도 가까운 대피소로 몸을 피했다. 청송시 파천면에 사는 김미외 씨(62)는 “창밖을 보니 약 200m되는 거리 앞산에 불길이 하늘을 찌를 듯이 솟고 있었다. 깜짝 놀라 내복 차림으로 뛰쳐나오다가 미끄러져 왼쪽 다리를 크게 다쳤다”고 말했다.25일 밤 산불은 산맥을 넘어 동해안 해안가 경북 영덕까지 번졌다. 불길을 피해 방파제로 달아난 주민들은 바다와 불길 사이에 고립됐다. 울진해양경찰서는 방파제와 해안가 등에 갇힌 104명을 구조했다. 구조에는 낚시 어선 등 민간 선박도 동원됐다. 또 다른 마을에선 주민 9명이 한 차량에 타 급히 탈출을 시도했지만 뜨거워지 도로 표면 탓에 타이어가 터지면서 차가 도로 한복판에 멈춰섰다. 이들은 불길과 연기를 피해 인근 하천에 몸을 던져 물 속에서 버티다 지나가던 경찰에 구조돼 목숨을 건졌다.이번 화재에서 재난문자가 제때 도착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지역에서는 화재를 알리는 재난문자가 불길이 이미 마을에 번진 뒤에야 도착한 곳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몇몇 마을에서 이장과 주민들이 동네 노인들을 일일이 찾아가 대피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렸다. 화매1리 이장 김모 씨는 “마을 여기 저기 불이 붙기 시작한 뒤에야 재난문자가 도착했다”고 했다. 그는 “불길을 본 뒤 마을에 대피방송을 2번 했다”며 “마을에 불이 붙은 뒤에야 면사무소에서 직원의 대피 요청과 재난문자가 도착했다”고 밝혔다. 다른 주민도 “문자가 (화재가 덮친) 뒤늦게 많이 왔다. 문자보단 뉴스로 산불 소식을 주로 접했다”고 말했다.의성군 관계자는 “(행정) 직원이 직접 (어르신들을) 모시고 나올 상황이 못돼 이장을 포함한 동네 지도자, 부녀회, 젊은 사람들이 주도해 대피를 도왔다”고 설명했다. 일부 노인들은 스스로 대피했다. 석보면에서 만난 김숙자 씨(84)의 경우 화재로 갑자기 정전이 돼 TV도 꺼져 약만 챙겨 혼자 걸어나와 동네 주민 차를 빌려 타고 대피소로 이동했다. 김 이장은 “가까운 집부터 어르신 집까지 찾아다니면서 집집마다 불러내 대피소로 이동시켰다”며 “눈 앞에 다니는 차를 무조건 붙잡아 세워두고 어르신들을 태워드렸다”고 말했다.영양=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청송=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안동=조승연 기자 cho@donga.com}

    • 2025-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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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염포 덮어도 30분 버틸 뿐”…산불지역 국가유산 ‘초비상’

    “마음이 참담합니다. 사찰을 지키지 못하다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고운사 보장 스님)26일 오후 1시 반경 경북 의성군 ‘고운사(孤雲寺)’. 어제까지 의상대사가 창건한 천년사찰이 있던 자리는 시꺼먼 잔해와 재만 가득했다. 대웅전과 명부전은 불길을 피했으나 국가유산 보물인 ‘가운루(駕雲樓)’와 ‘연수전(延壽殿)’은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었다. 가운루 건너편엔 범종만 금이 간 채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주변도 참혹했다. 나무들은 검게 타 쓰러졌고, 남은 잔불들에선 연기가 피어 올랐다. 가운루 자리에 허망한 표정으로 있던 고운사 주지 등운 스님은 “어제 오후 4시쯤 거센 회오리바람이 불며 불씨가 날아왔다”며 “급히 피했다가 오후 11시쯤 돌아왔는데, 손 쓸 수 없는 지경이었다”면서 한숨지었다.피해 소식에 달려온 신도들도 눈물을 글썽거렸다. 조한금 씨(60)는 “산불이 걱정돼 24일부터 와 있었다”며 “절에 있던 보물 옮기는 작업도 도왔는데 다 지키지 못해 눈물이 난다”고 했다. 고운사에서 30년 동안 석축 공사를 했다는 70대 김모 씨는 “가운루가 지난해 보물로 승격돼 너무 기뻤는데 이렇게 무너져 버렸다”며 안타까워했다.고운사 앞 최치원문학관도 화마를 피해 가지 못했다. 2019년 세운 문학관 건물은 모두 불에 탔다. 다행히 지하 방화문을 닫아둬 수장고 유물들은 손상되지 않았다.고운사가 무너지자 인근 국가유산이 있는 지역들도 초긴장 상태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26일 오후 10시 현재 병산서원에서 직선거리로 약 3㎞ 떨어진 지역까지 산불이 근접했다. 만일에 대비해 서원에 물을 계속 뿌리고 있으며, 류성룡 선생 위패 등을 옮길 준비도 하고 있다.앞서 이날 오전 찾아간 안동하회마을은 밤새 서풍이 불어준 덕에 산불이 비켜 갔다. 하지만 멀리서 넘어온 연기가 자욱한 데다, 언제 바람 방향이 바뀔지 몰라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경북 청송의 국가민속문화유산인 ‘사남고택’은 전소된 것으로 확인됐다.산불이 퍼지고 있는 안동과 의성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외에도 국보 5건과 보물 50건이 밀집한 지역이다. 특히 봉정사의 국보 ‘극락전’은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과 함께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목조 건축물이다. 대웅전도 국보이며, 보물인 화엄강당과 고금당도 나무로 지어졌다. 국가유산청은 전날 사찰의 주요 유물을 긴급 이송했으며, 극락전 등엔 방염포를 씌워뒀다.전문가들에 따르면 오래된 목조 건축물은 입구가 많아 화염이 빠르게 번진다. 발열과 연기량도 많아 진압하기가 특히 까다롭다. 금속이나 돌로 만든 유물도 안심할 순 없다. 2005년 강원 양양 화재 당시 보물 ‘낙산사 동종’은 쇠인데도 녹아내렸다. 인근의 국보 ‘안동 법흥사지 칠층전탑’ ‘의성 탑리리 오층석탑’ 등도 위험하다. 한 박물관 방재전문가는 “금속보다 내열성이 강한 석조조차 고열이 지속되면 터질 수 있다”며 “운 좋게 형태를 유지해도 돌의 경도가 떨어져 결국 부서진다”고 했다.이원수 국립순천대 건축학부 교수는 “방염포가 있어도 겨우 30분가량 시간을 번다. 산불 같은 대형 화재엔 소용 없다”며 “문화유산 주위에 폭 1m 이상 해자(垓子)를 파두는 등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의성=조승연 기자 cho@donga.com}

    • 2025-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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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풍 탄 ‘괴물 산불’ 안동-영덕-포항까지 확산

    22일 시작된 경북 의성 산불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을 위협하고 경북 포항까지 무서운 속도로 번지고 있다. 25일 경북 안동시와 청송군은 초유의 주민 전원 대피령을 발령했다. 경북 전 지역에 강풍특보와 건조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8km 앞까지 불길이 확산됐다. 소방당국은 고택 초가지붕에 물을 뿌리는 등 사수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산불로 가운루 등 국가유산 보물이 있는 천년고찰 고운사도 전소됐다. 문화유산청은 이날 국가유산 재난 국가위기 경보 ‘심각’ 단계를 발령했다. 의성 산불이 청송 주왕산국립공원을 비롯해 영양, 영덕, 포항 등 경북 5개 시군으로 빠르게 번지면서 인근 지역 고속도로 차량 통행과 철도 운행도 중단됐다. 일부 지역에선 전기와 통신 장애가 발생하기도 했다. 청송에서는 60대 여성이 불에 타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청은 의성 산불의 비상 대응 단계를 기존 2단계에서 3단계로 상향했다. 닷새째 이어진 경남 산청 산불은 지리산국립공원 경계선 500∼600m 앞까지 접근했고, 경남 하동 진주 등으로 확산돼 이곳에도 주민 대피령이 떨어졌다. 울산 울주에서도 산불로 10개 마을 주민들이 대피했고, 전북 정읍에서도 산불로 주택과 시설이 탔다. 산림청은 “강풍, 고온, 건조한 공기까지 3가지 악재가 겹치면서 불은 꺼졌다 다시 붙기를 반복하고 있다”며 “진화 장비가 부족하고 진화대원들도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의성, 산청, 울주 등 3곳의 산불 피해 면적은 총 1만4693ha(헥타르)에 달했다. 서울 전체 면적(6만5200ha)의 4분의 1에 가깝다. 의성 산불만 해도 피해 면적으로 역대 3위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산청=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안동=조승연 기자 cho@donga.com울산=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 2025-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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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불, 세계유산 하회마을 위협… 청송 등 5개 교도소 3500명 대피

    “일단 문화재 위주로 옮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25일 국가민속문화유산인 경북 안동시 풍천면 하회마을 화경당 고택 앞에서 안동시청 관계자가 류세호 씨(74)에게 말했다. 서애 류성룡의 후손인 류 씨는 1797년 지어진 이 고택을 9대째 지켜 왔다. 낙동강 너머 산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를 바라보며 류 씨는 착잡한 얼굴로 갓집, 함 같은 오랜 유물들을 차로 옮겨 실었다. 그는 “불길이 여기까지 올 줄 몰랐다”며 “갑자기 대피 지시를 받고 이웃들과 말도 못 나누고 떠나는 길”이라고 했다.● 청송에서 불에 탄 시신 발견돼이날 오후 7시경 하회마을 주민들은 이미 상당수가 마을을 빠져나간 상태였다. 골목엔 남은 주민 몇 명만 불안한 얼굴로 낙동강 너머 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동소방서와 예천소방서 소방관 30여 명이 2시간째 전통가옥 지붕에 물을 뿌리는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안동시청 등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60여 명은 주민 대피를 돕느라 마을 곳곳을 뛰어다녔다. 하회마을 주민이자 119의용소방대에서 8년째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는 유모 씨(45)는 “여기는 건물들이 다 목조주택이라 불이 한 번 붙으면 살아남기 어려워 걱정이 크다”고 한숨을 쉬었다. 경북 청송군 파천면에서는 불에 탄 60대 여성의 시신을 가족이 발견해 신고했다. 경찰은 산불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법무부 교정본부는 이날 오후 경북북부 제1∼3교도소(옛 청송교도소), 경북직업훈련교도소, 안동교도소 재소자 총 3500여 명을 대피시켰다.21일부터 닷새째 이어지고 있는 경남 산청 산불은 경남 하동·진주로 계속 확산하고 있다. 울산 울주군 언양읍에선 인근 대단지 앞까지 산불이 번지면서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과 주민들이 소화전에 호수를 연결해 직접 불을 끄는 긴박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전북 정읍시 소성면 금동마을에서도 산불이 나 주택 13개 동을 태웠고 주민 25명이 대피했다. 산불이 커지면서 일부 고속도로와 철도가 통제됐다. 코레일은 중앙선 및 동해선 일부 구간 열차 운행을 멈췄다고 밝혔다. 서산영덕고속도로 서의성 나들목∼영덕 나들목 구간과 중앙고속도로 의성 나들목∼서안동 나들목 구간, 포항∼영덕∼울진을 잇는 국도 7호선도 전면 차단됐다.● 계속 되살아나는 불… 진화대원들 한계 국가동원령까지 내린 진화 작전에도 불구하고 산불이 계속 확산되는 이유는 강풍에 건조한 공기, 고온까지 세 가지 악재가 겹치면서 꺼진 불이 되살아나기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의성과 산청, 울주를 삼킨 산불은 갈수록 진화율이 떨어지거나 정체 상태에 빠졌다. 산림청에 따르면 의성 산불은 24일 오전 진화율이 65%까지 올랐으나, 25일 오전 다시 54%로 떨어졌다. 산청 산불도 한때 진화율이 90%까지 올랐지만 이후 다시 불이 번졌다. 울주 산불도 25일 오전 98%까지 진화됐으나 오후 들어 불길이 다시 살아나며 진화율이 92%로 후퇴했다. 산불 진화 인력들의 피로도도 높아지고 있다. 24일 오후 2시경 상주소방서 소속 40대 소방관이 진화 작업 도중 어지럼증과 구토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다. 국방부는 이날 병력 1500여 명, 군 헬기 45대를 투입해 산불 진화 및 의료 지원에 나섰다. 산불이 발생한 후 현재까지 진화 작업에 투입된 병력은 5000여 명, 군 헬기는 총 146대다. 비 소식은 27일에야 예정돼 있다. 하지만 화재 피해가 심각한 경북에는 최대 10mm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여 불길을 잡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기상청에 따르면 경상권에는 26일 밤부터 경남 남해안 5∼20mm, 부산 울산 경남내륙과 경북서부내륙 5∼10mm, 대구 경북에 5mm 미만의 비가 예보됐다. 경북과 경남 내륙은 27일 새벽 잠깐 소강 상태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의성=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의성=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안동=조승연 기자 cho@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 2025-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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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지사 “산청 불길 안잡혔는데 헬기 왜 빼나” 산림청장 “의성 상황 너무 급하니 양해해달라”

    “산청 산불이 아직 안 잡혔는데 사전에 협의도 없이 헬기를 빼면 어떡합니까.”(박완수 경남도지사)“경북 의성 산불 상황이 너무 급하니 양해 바랍니다.”(임상섭 산림청장)전국 동시다발적인 산불로 진화 장비가 부족해지면서 산불 진화 헬기를 두고 관계 기관 간에 마찰까지 빚어졌다.25일 경남도 등에 따르면 산청군 시천면 산불현장통합지휘본부에서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임상섭 산림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전 협의 없이 헬기를 재배치한 것에 대해 항의했다. 산림청이 산청 산불 현장에 투입된 헬기 32대 중 국방부 소속 헬기 등 6대를 의성 산불 현장으로 보낸 데 따른 것이다. 임 청장은 의성 산불 상황의 긴급성을 이유로 양해를 구했다. 결국 박 지사는 전남도, 전북도, 부산시 등으로부터 임차 헬기 7대를 지원받아 총 33대를 산불 진화 현장에 투입했다.산불 진화 헬기가 부족해진 데는 외부 영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림청 진화헬기는 총 50대인데 이 중 KA-32 카모프(3000 L급) 기종의 러시아제 대형 헬기 29대 중 8대(28%)는 운용할 수 없는 상태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헬기 부품 수급이 어려워진 탓이다. 산림청은 헬기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7년까지 헬기를 8대 더 확충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헬기 확충은 물론 조종사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병두 국립산림과학원 환경연구부장은 “대형 산불이 번지는 와중에 또 다른 산불이 발생하면 헬기는 당연히 부족하다”며 “산불에 대한 대응 능력을 키우기 위해선 헬기 수를 늘리고 조종사도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기연 산불학회장은 “효율적인 산불 진압을 위해 더 많은 군 헬기를 동원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산청=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조승연 기자 cho@donga.com}

    • 2025-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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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은 불씨 되살리는 돌풍에…진화율 되레 낮아져

    “일단 문화재 위주로 옮겨야 하지 않겠습니까.”25일 국가민속문화유산인 경북 안동시 풍천면 하회마을 화경당 고택 앞에서 안동시청 관계자가 류세호 씨(74)에게 말했다. 서애 류성룡의 후손인 류 씨는 1797년 지어진 이 고택을 9대째 지켜 왔다. 낙동강 너머 산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를 바라보며 류 씨는 착잡한 얼굴로 갓집, 함 같은 오랜 유물들을 차로 옮겨 실었다. 그는 “불길이 여기까지 올 줄 몰랐다”며 “갑자기 대피 지시를 받고 이웃들과 말도 못 나누고 떠나는 길”이라고 했다.● 청송에서 불에 탄 시신 발견돼이날 오후 7시경 하회마을 주민들은 이미 상당수가 마을을 빠져나간 상태였다. 골목엔 남은 주민 몇 명만 불안한 얼굴로 낙동강 너머 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동소방서와 예천소방서 소방관 30여 명이 2시간째 전통가옥 지붕에 물을 뿌리는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안동시청 등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60여 명은 주민 대피를 돕느라 마을 곳곳을 뛰어다녔다. 하회마을 주민이자 119의용소방대에서 8년째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는 유모 씨(45)는 “여기는 건물들이 다 목조주택이라 불이 한 번 붙으면 살아남기 어려워 걱정이 크다”고 한숨을 쉬었다.경북 청송군 파천면에서는 불에 탄 60대 여성의 시신을 가족이 발견해 신고했다. 경찰은 산불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법무부 교정본부는 이날 오후 경북북부 제1~3교도소(옛 청송교도소), 경북직업훈련교도소, 안동교도소 재소자 총 3500여 명을 대피시켰다.21일부터 닷새째 이어지고 있는 경남 산청 산불은 경남 하동·진주로 계속 확산하고 있다. 울산 울주군 언양읍에선 인근 대단지 앞까지 산불이 번지면서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과 주민들이 소화전에 호수를 연결해 직접 불을 끄는 긴박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전북 정읍 소성면 금동마을에서도 산불이 나 주택 13개동을 태웠고 주민 25명이 대피했다. 산불이 커지면서 일부 고속도로와 철도가 통제됐다. 코레일은 중앙선 영주~경주역 간 열차 운행을 멈췄다고 밝혔다. 서산영덕고속도로 서의성나들목(IC)∼영덕나들목 구간과 중앙고속도로 의성나들목∼서안동나들목 구간, 포항~영덕~울진을 잇는 7번 국도도 전면 차단됐다.● 계속 되살아나는 불… 진화대원들 한계국가동원령까지 내린 진화 작전에도 불구하고 산불이 계속 확산되는 이유는 강풍에 건조한 공기, 고온까지 세 가지 악재가 겹치면서 꺼진 불이 되살아나기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의성과 경남, 울주를 삼킨 산불은 갈수록 진화율이 떨어지거나 정체 상태에 빠졌다. 산림청에 따르면 의성 산불은 24일 오전 진화율이 65%까지 올랐으나, 25일 오전 다시 54%로 떨어졌다. 산청 산불도 한때 진화율이 90%까지 올랐지만 이후 다시 불이 번졌다. 울주 산불도 25일 오전 98%까지 진화됐으나 오후 들어 불길이 다시 살아나며 진화율이 92%로 후퇴했다. 산불 진화 인력들의 피로도도 높아지고 있다. 24일 오후 2시경 상주소방서 소속 40대 소방관이 진화 작업 도중 어지럼증과 구토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다.국방부는 이날 병력 1500여 명, 군 헬기 45대를 투입해 산불 진화 및 의료 지원에 나섰다. 산불이 발생한 후 현재까지 진화 작업에 투입된 병력은 5000여 명, 군 헬기는 총 146대다.비 소식은 27일에야 예정돼 있다. 하지만 화재 피해가 심각한 경북에는 최대 10mm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여 불길을 잡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기상청에 따르면 경상권에는 26일 밤부터 경남 남해안 5~20mm, 부산 울산 경남내륙과 경북서부내륙 5~10mm, 대구 경북에 5mm 미만이 예보됐다. 경북과 경남 내륙은 27일 새벽 잠깐 소강 상태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의성=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안동=조승연 기자 cho@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 2025-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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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동 하회마을 8㎞ 앞까지 불길 “세계문화유산 비상”

    22일 시작된 경북 의성 산불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을 위협하고 포항까지 무서운 속도로 번지고 있다. 경북 안동시와 청송군은 초유의 주민 전원 대피령을 발령했다. 경북 전 지역에 강풍특보와 건조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이날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8km 앞까지 불길이 확산됐다. 소방당국은 고택 초가지붕에 물을 뿌리는 등 사수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산불로 가운루 등 국가유산 보물이 있는 천년고찰 고운사도 전소됐다. 문화유산청은 이날 국가유산 재난 국가위기 경보 ‘심각’ 단계를 발령했다. 의성 산불이 청송 주왕산 국립공원을 비롯해 영양, 영덕, 포항 등 경북 5개 시군으로 빠르게 번지면서 인근 지역 고속도로 차량 통행과 철도 운행도 중단됐다. 일부지역에선 전기와 통신 장애가 발생하기도 했다. 청송에서는 60대 여성이 불에 타 숨진채 발견됐다.소방청은 의성 산불의 비상 대응 단계를 기존 2단계에서 3단계로 상향했다.닷새째 이어진 경남 산청 산불은 지리산국립공원 경계선 500~600m 앞까지 접근했고, 경남 하동 진주 등으로 확산돼 이곳에도 주민 대피령이 떨어졌다. 울산 울주에서도 산불이 재확산돼 10개 마을 주민들이 대피했고, 전북 정읍에서도 산불로 주택과 시설이 탔다. 산림청은 “강풍, 고온, 건조한 공기까지 3가지 악재가 겹치면서 불은 꺼졌다 다시 붙기를 반복하고 있다”며 “진화 장비가 부족하고 진화대원들도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의성, 산청, 울주 등 3곳의 산불 피해 면적은 총 1만4693ha(헥타르)에 달했다. 서울 전체 면적(6만5200ha) 4분의 1에 가깝다. 의성 산불만 해도 피해 면적으로 역대 3위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산청=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안동=조승연 기자 cho@donga.com의성=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울산=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 2025-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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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밭이고 집이고 재만 남아… 산불 꺼져도 막막”

    “웃으며 귀촌했다가 울면서 귀도(도시로 돌아감)하게 생겼습니다.” 24일 오전 11시경 경북 의성군 안평면 신월리에서 만난 이상달 씨(69)는 검게 그을린 채 엿가락처럼 휘어진 농기구 창고를 바라보며 말했다. 창고에 있던 경운기, 트랙터는 물론 1t 트럭도 완전히 불탔다. 의성 산불이 사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신월리 전체 78가구 중 이 씨를 포함한 19가구가 피해를 입었다. 7년 전 이 마을로 귀농한 이 씨는 “이제 겨우 적응해 농사가 제법 잘되고 있었는데 자식처럼 가꿔 온 마늘밭과 복숭아나무가 숯 더미가 됐다. 반려견도 까맣게 불타 죽었다”며 눈물을 훔쳤다. 의성체육관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에 머물고 있는 166명 중 62명은 지역 요양원에 머물고 있다가 산불 뒤 긴급 대피한 이들이다. 고령의 입소자들은 차가운 바닥에 이불을 깔고 누워 있기가 불편한 듯 수시로 자세를 고쳐 누웠다. 한 요양보호사는 “외부인들이 많이 오가는 대피소에서 장시간 머무르면 감염병에 취약한 어르신들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산불이 나흘째 이어지고 있는 경남 산청에서도 이재민들의 속이 타들어 갔다. 산청군 시천면 중태마을에서 만난 정종대 씨(70)는 “10년 전 정성을 다해 지은 집이 재만 남았다. 건축비가 많이 올라 새집을 짓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특산물인 곶감으로 유명한 시천면 점동마을 주민들은 불탄 감나무를 바라보며 망연자실했다. 배익선 이장은 “주민 90% 이상이 감 농사를 짓는데 전체 감나무 가운데 50%가량이 불에 타 올해 농사를 망쳤다. 산불이 꺼져도 생계가 막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남 창녕군 창녕국민체육관에 차려진 산청군 산불 희생자 합동 분향소에는 유족과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희생자 유가족들은 검은 상복과 흰 마스크를 쓰고 분향소에서 추모객들을 맞았다. 가장 먼저 헌화한 유족들은 지인들의 부축을 받으며 영정 앞에 서서 눈물을 닦았다. 창녕군민 안모 씨(65)는 “희생자분과 전혀 인연이 없지만 같은 군민으로서 가족 같은 기분에 분향소를 찾았다”며 “우리가 해야 하는 일까지 그분들이 대신 했다고 생각한다. 감사하고 죄송하고 미안하다”고 했다의성=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산청=조승연 기자 cho@donga.com산청=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창녕=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 2025-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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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잔불 담당 민간대원 3명, 역풍 타고 퍼진 불길에 포위돼 참변

    “민간인 신분인 진화대원이 주로 하는 일은 잔불 정리인데, 왜 위험한 산 위로 올라간 건지 모르겠습니다.” 23일 경남 창녕군 창녕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는 경남 산청군 산불 진화 중 숨진 창녕군 공무원 1명과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 3명 등 희생자 4명의 유족들이 오열했다. 창녕군 소속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으로 활동하다 이번에 숨진 공모 씨(60)의 죽마고우인 차모 씨는 “어제 오전 9시 30분에 친구와 마지막 통화를 했다”면서 “전문가도 아닌 민간인이 대형 산불을 끄려다 변을 당했다”며 황망한 표정으로 연신 담배만 태웠다. 우리나라에서 산불로 진화대원이 2명 이상 숨진 것은 1996년 4월 경기 동두천 산불 이후 29년 만이다.● 산불 사망자 유족-지인 “대형 산불에 무방비 노출” 공 씨는 창녕군에 살던 평범한 주민이자 2003년 출범한 산불전문예방진화대의 일원이었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진화대는 민간인으로 구성된다. 평시에는 산불 예방 활동을 하다가 불이 나면 잔불 정리, 뒷불 감시 등을 도맡았다. 비교적 작은 규모의 산불이 나면 먼저 가서 진화 작업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루 7만 원가량의 임금을 받는다. 거주지나 인근 지역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하면 일부 인원이 ‘산불광역관리대’로 차출되기도 한다.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평소 공 씨 같은 진화대원들은 분무기 물통 등을 들고 다니면서 잔불을 끄기도 했다고 한다. 공 씨 등 진화대원들은 22일 오전 11시경 산불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당시 불은 이미 소규모 화재가 아니라 대형 산불 수준이었다. 불을 끄며 서서히 올라가던 대원들은 갑자기 불어온 역풍을 타고 퍼진 불길에 포위됐고 그중 공 씨는 불을 피해 도망가다 절벽에서 뛰어내렸다. 다리를 다친 공 씨는 이후 화마에 휩싸였다. 차 씨는 “화재 대응 전문가도 아닌 친구가 대형 산불에 사실상 무방비로 노출된 것”이라며 “산청 다녀오면 ‘친구야 얼굴 보자’고 했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같은 진화대에서 근무하다 이번에 숨진 이모 씨(64)의 친척도 “진화대원은 민간인이다. 전문가가 아니라 민간인으로서 산불 감시하고 잔불을 끄곤 했던 것”이라며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납득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형님은 창녕에서 홀어머니를 모시던 평범한 농부”라며 “큰아들을 귀하게 살피던 홀어머니는 쓰러져서 눈물만 흘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소방관도 아닌데 최전방에… “무리하게 투입” 이번 산불로 숨진 공무원 강모 씨(33)의 친척 안모 씨는 “소방교육도 안 받은 말단 8급 군청 공무원을 마스크만 씌워서 8분 능선까지 보낸 건 죽으라는 것 아니냐. 제대로 된 안전 장비도 갖추지 못하고 불길로 향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강 씨는 22일 진화대와 함께 산청 산불 현장에 투입됐다. 그는 당일 근무가 아니었지만 “진화대를 인솔할 담당 공무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현장에 투입됐다고 한다. 강 씨의 아버지는 아들과 연락이 두절된 뒤 경남 창원에서 차로 1시간 20분 거리인 산청까지 가서야 아들의 변고를 들었다. 안 씨는 “그 집은 아들 하나였는데 대가 끊겼다. 이제 막 꽃피울 나이였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강 씨가 숨진 22일은 그의 조카가 태어난 지 100일째였다고 한다. 노조 등에서도 초동 대처나 잔불 정리 등 비교적 덜 위험한 작업에 투입됐어야 할 민간인이나 비전문가들이 소방관도 아닌데 화재 최전방에 무리하게 투입됐다가 변을 당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지역본부는 23일 입장문에서 “대형 산불은 헬기를 이용한 진화가 우선이고, 공무원 및 진화대는 큰 불길이 잡힌 후 잔불 정리 등에 투입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초기 진화에 급급한 나머지 무리하게 투입하여 발생한 사고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창녕=조승연 기자 cho@donga.com창녕=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대전=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 2025-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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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방 교육도 안받은 공무원을 화마 속으로 보냈나” 유족 오열

    “산청 다녀오면 ‘친구야 얼굴 보자’고 했는데…….”23일 경남 창녕군 창녕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산청군 산불 진화 중 숨진 창녕군 공무원 1명과 산불예방진화대원 3명 등 희생자 4명의 유족들이 오열했다. 창녕군 소속 산불전문예방진화대로 활동하다 이번에 숨진 공모 씨(60)의 죽마고우인 차모 씨는 “어제 오전 9시 30분에 친구와 마지막 통화를 했다”며 “곧 보자고 했는데 변을 당했다. 지금도 믿을 수가 없다”며 황망한 표정으로 연신 담배만 태웠다. 우리나라에서 산불로 진화대원이 2명 이상 숨진 것은 1996년 4월 경기도 동두천 산불 이후 29년 만이다.● 산불 사망자 유족-지인 “다녀와서 보자고 했는데”공 씨는 창녕군에 살던 평범한 주민이자 2003년 출범한 산불전문예방진화대의 일원이었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진화대는 민간인으로 구성된다. 평시에는 산불예방 활동을 하다가 불이 나면 잔불 정리, 뒷불감시 등을 도맡았다. 비교적 작은 규모의 산불이 나면 먼저 가서 진화 작업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루 7만 원 가량의 임금도 받는다. 거주지나 인근 지역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하면 일부 인원이 ‘산불광역관리대’로 차출되기도 한다.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평소 공 씨 같은 진화대원들은 분무기 물통 등을 들고 다니면서 잔불을 끄기도 했다고 한다.공 씨 등 진화대원들은 22일 오전 11시경 산불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당시 불은 이미 소규모 화재가 아니라 대형 산불 수준이었다. 불을 끄며 서서히 올라가던 대원들은 갑자기 불어온 역풍을 타고 퍼진 불길에 포위됐고 그중 공 씨는 불을 피해 도망가다 절벽에서 뛰어내렸다. 다리를 다친 공 씨는 이후 화마에 휩싸였다.차 씨는 공 씨의 죽음을 황망해하며 “진화대원이 주로 하는 일은 잔불 정리인데 왜 위험한 산 위로 올라간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같은 진화대에서 근무하다 이번에 숨진 이모 씨(64)의 친척도 “진화 대원은 민간인이다. 전문가가 아니라 주민들이 산불 감시하고 잔불을 끄곤 했던 것”이라며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납득이 안된다”고 했다. 그는 “형님은 창녕에서 홀어머니를 모시던 평범한 농부”라며 “큰 아들을 귀하게 살피던 홀어머니는 쓰러져서 눈물만 흘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 소방관도 아닌데 최전방에… “무리하게 투입”이번 산불로 숨진 공무원 강모 씨(33)의 친척 안모 씨는 “소방교육도 안 받은 말단 8급 군청 공무원을 마스크만 씌워서 8부 능선까지 보낸 건 죽으라는 것 아니냐. 제대로 된 안전 장비도 갖추지 못하고 불길로 향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강 씨는 22일 진화대와 함께 산청 산불 현장에 투입됐다. 그는 당일 근무가 아니었지만 “진화대를 인솔할 담당 공무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현장에 투입됐다고 한다. 강 씨의 아버지는 아들과 연락이 두절된 뒤 창원에서 차로 1시간 20분 거리인 산청까지 가서야 아들의 변고를 들었다. 안 씨는 “그 집은 아들 하나였는데 대가 끊겼다. 이제 막 꽃피울 나이였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강 씨가 숨진 22일은 그의 조카가 태어난 지 100일째였다고 한다. 일각에선 초동 대처나 잔불 정리 등 비교적 덜 위험한 작업에 투입됐어야 할 민간인이나 비전문가들이 소방관도 아닌데 화재 최전방에 무리하게 투입됐다가 변을 당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지역본부는 23일 입장문에서 “대형 산불은 헬기를 이용한 진화가 우선이고, 공무원 및 진화대는 큰 불길이 잡힌 후 잔불 정리 등에 투입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초기 진화에 급급한 나머지 무리하게 투입하여 발생한 사고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창녕=조승연 기자 cho@donga.com창녕=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대전=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 2025-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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