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야

최고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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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5~2025-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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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비인후과 전문의 이낙준 “외과의사 선택 못해 부채의식… 웹소설로 갚아”

    “외과 교수님들을 옆에서 보면 물잔에 물이 차오르는 것처럼 고단함이 멈춤 없이 차오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업보라고 여기는 것 같다. 생명을 다루는 일이 ‘무섭다’고 느껴지지만 동경하는 마음이 컸다.” 웹소설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의 작가이자 이비인후과 전문의인 이낙준(필명 한산이가·35) 씨는 외과의사가 주인공인 소설을 쓴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전공 선택을 앞두고 생명이 아닌 삶의 질을 책임지는 의사가 되자고 결심했지만, 늘 마음의 부채의식이 따라다녔다고 한다. 웹소설, 웹툰에 이어 단행본을 출간한 이 씨와 13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의 주인공 백강혁은 비현실적인 인물이다. 레지던트 1년 차부터 전문의 수준의 수술을 해내는 실력을 가졌다. 현실세계에선 이국종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교수를 모델로 삼았다. 이 씨는 “외과의사 ‘워너비’의 모습을 모두 담았다. 수술 천재, 무한 체력을 가진 괴물 같은 캐릭터가 아니면 중증외상센터에서 버텨낼 수 없는 현실을 나타낸 것”이라고 했다. 이어 “외상외과는 이 교수처럼 자신의 인생을 갈아 넣어서 헌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더 부채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 씨의 소설에는 외상외과를 둘러싼 현실적 문제가 다양하게 다뤄진다. 정부에서 100억 원 상당의 지원금을 받아도 병원에선 적자 사업을 메우는 곳에 우선 사용한다거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탁상행정 등을 곳곳에서 지적한다. 이 씨는 “원래는 이 교수의 닥터헬기 사업에 1000만 원을 기부하려고 했는데 이 교수가 직접 전화를 했다.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병원에선 돈이 들어와도 다른 부서에 쓰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 했다. 의료 수가가 낮아 병원에서 수술을 하면 할수록 병원에 손해가 나는 흉부외과의 적자를 메우거나, 다른 과에서도 쓸 수 있는 설비를 들여오는 데 우선적으로 쓴다는 것. 이 때문에 이 씨는 외상환자를 위해 쓰일 수 있도록 국경없는 의사회에 대신 기부했다. 이 씨는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작품에 반영할 실제 환자 케이스를 꾸준히 공부한다고 한다. 의료용 헬기 운용 등 각종 통계 수치들도 찾아본다. 함께 웹툰을 연재하고 있는 홍비치라 작가는 의학 논문에 들어가는 장기 그림을 그리는 메디컬 일러스트레이터 출신이다. 이 씨는 “공부한 지식을 기반으로 상상력의 나래를 편다. 천재 캐릭터인 주인공이 30분 만에 간 적출 수술을 끝내는 등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수술을 하는 것”이라며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진짜인지 모르도록 ‘그럴싸한 허구’를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웹소설, 웹툰, 단행본 출간에 이어 최근 드라마 제작도 결정됐다. 이 씨는 “글을 쓸 때부터 주인공 백강혁은 배우 공유, 제자 양재원은 임시완, 강단 있는 간호사 서하나 역은 배우 김태리를 생각하고 썼다. 지금 생각하니 말도 안 되는 호화 캐스팅”이라며 웃었다. 이어 “소설로 현실을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겠지만 주변을 환기하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웹소설과 웹툰을 일단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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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안84 논란 외면한 MBC[현장에서/최고야]

    “MBC는 기안84를 지지하는 이들과 한통속인가.” “제작진은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입장 발표하세요.” MBC ‘나 혼자 산다’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기안84(본명 김희민·36)의 웹툰 ‘복학왕’에서 불거진 여성 혐오 논란이 그가 출연하고 있는 ‘나 혼자 산다’로까지 일파만파 번졌다. 11일 문제가 된 웹툰이 공개된 후 누리꾼의 항의가 거세지자 기안84가 13일 사과했지만 논란은 더 커졌다. ‘나 혼자 산다’에서 하차하라는 의견이 빗발치는데도 14일 방송분에서 기안84의 모습은 그대로 전파를 탔기 때문이다. 기안84를 클로즈업한 장면도 다수 나왔다. 편집을 통해 기안84의 분량을 줄이거나 그의 출연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는 과정은 전혀 없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상시 모습 그대로 나온 것이 방송 하차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문제가 된 웹툰 ‘복학왕’의 ‘광어인간’ 에피소드 2화에서는 스펙이 부족한 20대 여성 봉지은이 자신보다 나이가 스무 살 가까이 많은 남성 상사(팀장)와 잠자리를 가진 후 해당 회사 정직원이 된듯한 내용이 나온다. 기안84는 이 장면이 문제가 되자 수정했다. 기안84는 앞서 연재한 회차에서도 여성을 향해 “누나는 늙어서 맛없어” “‘룸빵녀’가 다 됐다”라는 표현을 쓰는 등 여러 차례 문제를 일으켰다. 기안84가 ‘선 넘는’ 혐오 발언을 반복해도 제재할 방법이 없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 민원이 접수되면 웹툰자율규제위원회에 자율 규제 요청을 할 수 있는데, 예술적 표현물에 대한 자율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시정 권고만 가능할 뿐 이행을 강제할 수는 없다.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주고, 작가의 실수를 용인해주는 사회 분위기에서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건 작가 자신의 엄격한 잣대다. 단순히 ‘웃기려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 특정 집단을 차별하는 행위는 지양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젊은 여성이 능력보다 귀여움을 앞세워 취업에 성공한다거나, 나이 든 여자는 매력이 없는 존재로 그리는 등 그동안 각종 방송에 출연하며 인기를 얻은 공인으로서의 기안84가 보여준 인권 감수성은 낙제점에 가깝다. 기안84의 이 같은 논란을 매번 묵과해온 MBC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기안84의 여성 혐오 표현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하차 요구가 나왔지만, MBC는 별다른 조치 없이 유야무야 지나갔다. ‘나 혼자 산다’는 혼자 사는 1인 가구의 절대적 공감을 기반으로 2013년부터 큰 사랑을 받아온 MBC의 간판 예능이다. MC 전현무와 개그맨 박나래가 ‘나 혼자 산다’ 출연으로 각각 2017년, 2019년 MBC 연예대상까지 받았다. ‘나 혼자 산다’가 이번에도 시청자들의 요구를 외면한다면 여성 혐오 논란으로 불편함을 느낀 시청자들에게 외면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고야 문화부 기자 best@donga.com}

    • 2020-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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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이 얼룩은 알고 있다, 당신의 내면세계를

    2000년대 초반 11월의 어느 날 미국 시카고. 어린아이들을 돌보는 직장에 지원한 남성 빅터 노리스는 채용의 마지막 관문으로 심리검사를 받게 됐다. 호감을 주는 외모의 노리스는 유쾌한 말투로 검사에 임했다. 노리스가 받은 검사는 가장 널리 쓰이는 성격 검사로, 567개 문항에 ‘예’ ‘아니요’로 답하는 미네소타 다면성격 검사(MMPI)와 특정 상황이 묘사된 그림을 보여주고 느낀 대로 서술하게 하는 주제통각검사(TAT) 등이었다. 노리스는 다소 예측 가능하고, 뻔한 모범답안을 내놨고 앞서 모든 검사를 무난히 통과했다. 문제는 로르샤흐 검사에서 터졌다. 잉크를 종이 한쪽에 흘리고 데칼코마니처럼 좌우 대칭을 이루도록 찍어 낸 추상적인 문양의 검사 카드를 보며 노리스는 앞서 검사에서 의도적으로 숨겨왔던 본능을 드러냈다. 맥락도 없고, 명확한 답도 없는 잉크 문양을 보며 노리스가 생각한 대로 답한 건 아이들과의 폭력적 성행위, 여성 살해 등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말처럼 모호한 그림 앞에서 자신의 심리상태를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다. 로르샤흐 심리 검사를 직접 받아보지 않았더라도 로르샤흐 검사의 잉크 문양을 본 사람은 많을 것이다. 노리스의 사례에서처럼 모호하고 추상적인 그림을 보며 각자의 마음속에서 나오는 무의식을 투영해 내는 게 로르샤흐 검사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 때문에 저자는 로르샤흐 검사 카드 10장에 대해 ‘인류가 가장 많이 해석하고 의미를 분석한 그림’이라고 정의한다. 로르샤흐 검사는 스위스 정신과 의사이자 아마추어 예술가였던 헤르만 로르샤흐(1884∼1922)가 개발했다. 로르샤흐가 이 검사를 개발한 1917년은 지크문트 프로이트, 카를 융 등 근대 심리학 거장들이 자신만의 이론을 정립해 양 진영으로 나뉘어 첨예한 논쟁을 이어가던 시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로르샤흐는 자신만의 잉크얼룩 그림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해 갔다. 화가의 아들로 태어나 추상예술 사조에 영향을 받은 덕이었다. 로르샤흐는 잉크 그림을 사람들이 어떻게 보느냐에 관심을 기울였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체계적인 심리검사 세트 한 벌을 만들어 냈다. 많은 심리학자들이 로르샤흐 검사를 대체할 만한 잉크 그림을 만들어 내기 위해 도전했지만, 정신과 의사이자 뛰어난 예술적 감각으로 시각 경험과 심리적 요인의 관계성을 밝히기 위한 로르샤흐의 열정을 따라갈 수는 없었다. 로르샤흐 사후에 검사가 널리 알려지면서 학계에서는 많은 논쟁이 있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심리학계에서 가장 많이 활용하는 심리 검사 중 하나로 자리 잡긴 했지만, 일명 ‘영혼을 투시하는 X선’ 같은 말처럼 과장된 것도 사실이다. 검사자에게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는 잘못된 해석으로 인해 신뢰성을 공격받기도 했다. 로르샤흐 검사 카드는 문양이 주는 감각적 특성 때문에 심리검사 현장에서뿐만 아니라, 때로는 미국 뉴욕 고급 백화점 쇼윈도의 배경이나 팝스타의 뮤직비디오에서 디자인 소재로 활용되기도 한다. 다만 여전히 심리검사에 그대로 쓰는 그림이기 때문에 대중에 널리 노출되는 게 결과를 오염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하지만 저자는 훈련된 검사자 없이 로르샤흐 검사지 카드를 보며 나름의 심리적 상태를 유추해 보는 것은 의미가 없는 행위라고 강조한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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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女 30명, 강제로 위안부 영업” 日軍 자필진술서 국내 첫 공개

    “중국인 가옥을 약탈해 군 위안소로 만들고 조선인 여자 30명을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 영업시켜 4000명의 성폭행 대상으로 만들었다.” “조선인 여자 30명을 노예로 간주해 자유를 박탈하고 능욕하고 성폭행하는 일에 공개적으로 협조했다.” 일제 패망 후 중국에서 붙잡힌 일본군들이 중국의 전범 수용소에서 위안부 관련 성범죄에 대해 쓴 자필 진술서 일부가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중국 기록관인 중앙당안관은 2015, 2017년 진술서 842건을 엮은 ‘중국 침략 일본전범 자필진술서’을 펴냈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이중 조선과 중국인 여성을 성적으로 착취한 일본군 9명의 자필 진술서를 최근 입수해 14일 ‘자료로 보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학술회의에서 진술서 분석 내용을 발표한다. 이 가운데 랴오닝(遼寧)성 푸순(撫順) 전범관리소의 전범진술서는 1954년 6~9월에, 산시성 타이위안(太原) 전범관리소의 진술서는 1955년 초에 작성됐다. 진술서에선 “조선 여자들의 자유를 박탈했을 뿐 아니라 성병으로 인해 막대한 고통에 시달리게 했다”, “(위안부를) 노예처럼 학대하였으며, 위안소 설립 이래 1942년 10월까지 50회에 걸쳐 성폭행했다” “중국 가옥 2호를 빼앗아 위안소로 활용했다” “중국 여자 50명을 납치해 위안소에 감금했다” 등 일본군이 스스로 상세한 현황을 밝혔다. 위안소를 군 매점인 ‘주보(酒保)’ 바로 옆에 설치해 편리한 이용을 도모한 흔적도 기록에 있다. 일부 진술서에는 중국인이 일본군에 빼앗긴 가옥을 돌려달라고 요청하자 “매점 위안소로 만들기로 했다”고 답했다고 적혀 있다. 발표를 맡은 김정현 국제관계와 역사대화연구소 연구위원은 “일명 ‘주보 위안소’라고 명명해 군인들의 편의를 꾀한 매점 시설과 위안소를 함께 운영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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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힘내라, 문화”… 소비할인권 지원

    문화체육관광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침체된 문화 예술 등 분야의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소비할인권을 지원한다. 문체부는 숙박 여행 공연 전시 영화 체육 등 6개 분야에 예산 904억 원을 들여 선착순 861만 명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고 12일 밝혔다. 숙박 할인권은 인터파크를 비롯한 27개 온라인 예약 사이트에서 9, 10월 국내 지역 숙소를 예약할 경우 제공된다. 숙박 금액에 따라 1박에 7만 원 이하는 3만 원을 할인받을 수 있고, 7만 원이 넘으면 4만 원을 할인받는다. 국내 여행상품을 ‘투어비스’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면 상품 가격의 30%를 할인해준다. 클래식 뮤지컬 오페라 무용 공연 등을 예스24 같은 온라인 예매처에서 예매할 때는 장당 8000원을 할인받는다. 1인당 월 1회, 4장까지 예매할 수 있다. 영화는 티켓 1장당 6000원을 1인당 1주에 2장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멀티플렉스뿐 아니라 전국 영화관 487곳에서 사용 가능하다. 박물관은 ‘문화N티켓’ 사이트에서 예매하면 1인당 5장까지 40% 깎아 구매할 수 있다. 미술 전시도 장당 최대 3000원을 할인해준다. 민간 실내 체육시설에서 1개월 이내 8만 원 이상 사용했다면 3만 원을 환급받을 수 있다. 문체부는 소비할인권 할인 내용을 더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문체부 홈페이지에 종합 안내창구를 둘 예정이다. 한편 문체부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소비할인권 참여 업체가 방역대책을 준수할 수 있도록 방역지침 안내 및 방역물품 지원을 강화하고 분야별 현장 점검단을 운영할 계획이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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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25전쟁-4·19혁명 문화유산 6점 문화재청, 국가등록문화재 지정

    문화재청은 6·25전쟁 70주년, 4·19혁명 60주년을 맞아 관련 문화유산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했다고 12일 밝혔다. 등록문화재는 6·25전쟁 군사기록물(공군 전투비행단), ‘보병과 더불어’ 악보, 근대기 제작 진전 봉안 어진, 연세대 4월혁명연구반 4·19혁명 참여자 조사서 및 4·19혁명 계엄 포고문, 4·19혁명 부상자 명단(고려대 4·18 학생 의거) 등 6점이다. 연세대 4월혁명연구반이 작성한 4·19혁명 참여자 조사서는 당시 시위에 참여한 학생과 시민에게서 들은 내용을 기록한 자료다. 4·19혁명 부상자 명단에는 고려대 학생들이 4·19혁명 전날 국회의사당(현 서울시의회) 시위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습격을 받은 정황과 부상 정도가 자세히 기록돼 있다. 공군 전투비행단 기록물은 6·25전쟁 당시 비행기록, 작전지도 등 제10전투비행단 관련 사료다. 관현악 합창곡 ‘보병과 더불어’는 이상근 작곡가(1922∼2000)가 전쟁의 참상을 표현한 것이다. 한편 경북 영주시 부석교회 옛 본당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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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끝나지 않는 장마… “지금이 ‘북캉스족’ 잡을 좋은 기회”

    끝나지 않는 장마, 언택트(비대면), 그럼에도 어쨌든 돌아온 여름휴가. 바캉스 시즌이지만 장마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수 없는 요즘이다. 때맞춰 출판계는 ‘집콕’ 하며 즐길 수 있는 아이디어 상품 내놓기에 바쁘다. 민음사는 물에 닿아도 젖지 않는 ‘워터프루프북’ 시리즈인 ‘The 짧은 소설’ 3종을 선보였다. 김초엽 정세랑 작가 등의 짧은 소설집과 흉가 등을 소재로 한 호러 소설로 구성됐다. 제작 의도는 바다 계곡 수영장 같은 곳에 가볍게 들고 가서 물속에서도 읽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최근 상황을 반영해 물 채운 집 욕조에 앉아 읽거나 화장실에 두고 틈틈이 즐길 수 있도록 홍보하고 있다. 워터프루프북은 채석장이나 광산에서 버려진 돌로 만든 방수 종이에 인쇄해 물이 닿더라도 금세 보송보송하게 마른다. 미네랄 페이퍼라 불리는 이 종이는 스쿠버다이버들이 물속에서도 보도록 안내서를 인쇄하거나 군대에서 쓰는 공책 등을 만들 때 주로 쓰인다고 한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작가와 라이브로 실시간 소통할 수 있는 ‘랜선 북캉스’ 행사도 열린다. 서울시교육청은 12∼14일, 총 9회에 걸쳐 유튜브로 실시간 접속해 참여하는 이벤트를 기획했다. 사전 참가 신청을 한 뒤 강사로 나선 작가들에게 궁금한 점을 물으면 라이브 방송에서 답하는 형식이다. ‘시간을 파는 상점 1·2’(자음과모음)의 김선영 소설가, 최근 산문집 ‘다독임’(난다)을 낸 오은 시인 등이 강사로 나선다. 온라인서점 예스24는 지난달 29일부터 ‘인문도서 랜덤북 자판기’를 선보이고 있다. 일정 금액을 내면 내용물을 알 수 없는 물품을 보내주는 유통업계의 ‘러키 박스’ 이벤트 방식이다. 예스24 사이트에서 랜덤 상품 하나를 주문하면 제목을 알려주지 않은 인문도서 2권이 배송된다. 예스24 관계자는 “매번 비슷한 종류나 장르의 책을 읽는 독자에게 색다른 책을 권해보자는 취지”라며 “올해는 집에서 휴가를 보내는 독자를 위해 인문도서 외에도 추리소설 특별전 등 다양한 이벤트를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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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일러 “지구 살리기, 소비자가 똑똑해져야”

    “한국인 스스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에 한국은 작은 나라’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명백한 착각이에요. 한국 대기업이나 BTS의 세계적 영향력이 어마어마하게 크잖아요.” 기후변화를 이야기하는 내내 방송인 타일러 라쉬(32)의 커다란 눈이 더욱 크고 동그래졌다. 환경 오염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고 한시라도 빨리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TV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 머리 좋고 똑똑한 남자)’ ‘한국어를 비롯한 8개 언어 능통자’로 알려진 그는 왜 ‘갑자기’ 환경 문제에 목소리를 내기로 마음먹었을까. 최근 책 ‘두 번째 지구는 없다’를 펴낸 그를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이 책도 ‘물론’ 한글로 썼다. 면적의 75%가 숲으로 둘러싸인 미국 동북부 버몬트주에서 야생 곰, 말코손바닥사슴 등을 보며 자란 라쉬는 자연스럽게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버몬트주는 20세기 초부터 환경 관련 기구를 만들고 100% 재생에너지로 돌아가는 도시를 계획하는 등 환경 이슈에 앞장섰다”고 했다. 체질이 연약해 동물 털이나 각종 과일, 꽃가루 등 많은 알레르기 반응에 시달리며 병원 생활을 오래했지만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와 강아지조차 만질 수 없다는 슬픔이 오히려 동물과 자연에 대한 동경을 품게 했다고 한다. 이런 어린 시절 경험이 라쉬를 세계자연기금(WWF) 홍보대사로까지 이끌었다. WWF는 태국 코끼리, 중국 판다 같은 멸종위기종 동물의 서식지를 보호하는 일 등을 한다. 라쉬는 “방송 활동을 하면서 지인의 소개로 WWF 한국지사 관계자와 연이 닿았다”며 “멸종위기종인 두루미를 보기 위해 강원 철원군에 다녀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라쉬는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멀리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지구 온난화의 장본인인 탄소 배출을 줄이려면 기업 등이 탄소를 덜 배출하도록 소비자들이 똑똑해져야 한다는 것. 그는 “한국 글로벌 기업이 바뀌면 세계시장에도 당연히 영향력을 미친다”며 “한국 소비자가 친환경 제품에 관심을 가지면 전 세계도 변한다. 한국이 중국이나 일본보다 영토가 작다고 영향력이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물건을 살 때 FSC(국제산림관리협의회), MSC(해양관리협의회) 인증 마크를 확인하는 습관만 길러도 기업이 충분히 달라질 거예요.” 그는 “소비자들은 기업을 향해 ‘정보를 알려달라’고 소리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식품에 칼로리를 표기하듯 일종의 탄소배출지수를 공개하는 등 기업이 더 노력하도록 소비자가 움직여야 한다는 의미다. 라쉬는 “기후변화는 결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신종 전염병을 유발하는 등 우리 삶에 직접 영향을 줄 것”이라며 “다음 세대도 아닌,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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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뇌섹남’ 방송인 타일러가 환경운동가로 변신한 이유는?

    “한국인 스스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에 한국은 작은 나라’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명백한 착각이에요. 한국 대기업이나 BTS의 세계적 영향력이 어마어마하게 크잖아요.” 기후변화를 이야기하는 내내 방송인 타일러 라쉬(32)의 커다란 눈이 더욱 크고 동그래졌다. 환경오염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고 한시라도 빨리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TV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머리 좋고 똑똑한 남자)’, ‘한국어를 비롯한 8개 국어 능통자’로 알려진 그는 왜 ‘갑자기’ 환경문제에 목소리를 내기로 마음먹었을까. 최근 책 ‘두 번째 지구는 없다’를 펴낸 그를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이 책도 ‘물론’ 한글로 썼다. 면적의 75%가 숲으로 둘러싸인 미국 동북부 버몬트 주에서 야생 곰, 말코손바닥사슴 등을 보며 자란 타일러는 자연스럽게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버몬트 주는 20세기 초부터 환경 관련 기구를 만들고 100% 재생에너지로 돌아가는 도시를 계획하는 등 환경 이슈에 앞장섰다”고 했다. 체질이 연약해 동물 털이나 각종 과일, 꽃가루 등 많은 알레르기 반응에 시달리며 병원 생활을 오래했지만,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와 강아지조차 만질 수 없다는 슬픔이 오히려 동물과 자연에 대한 동경을 품게 했다고 한다. 이런 어린시절 경험이 타일러를 WWF(세계자연기금) 홍보대사로까지 이끌었다. WWF는 태국 코끼리, 중국 판다 같은 멸종위기종 동물의 서식지를 보호하는 일 등을 한다. 타일러는 “방송활동을 하면서 지인의 소개로 WWF 한국지사 관계자와 연이 닿았다”며 “멸종위기종인 두루미를 보기 위해 강원 철원군에 다녀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두루미는 500원짜리 동전에도 새겨져 있어서 한국에서는 상징성 있는 동물입니다. 코끼리나 판다처럼 WWF 보호대상에 지정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타일러는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멀리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지구온난화의 장본인인 탄소 배출을 줄이려면 기업 등이 탄소를 덜 배출하도록 소비자들이 똑똑해져야 한다는 것. 그는 “한국 글로벌 기업이 바뀌면 세계시장에도 당연히 영향력을 미친다”며 “한국 소비자가 친환경 제품에 관심을 가지면 전 세계도 변한다. 한국이 중국이나 일본보다 영토가 작다고 영향력이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물건을 살 때 FSC(국제산림관리협의회), MSC(해양관리협의회) 인증 마크를 확인하는 습관만 길러도 기업이 충분히 달라질 거예요.” 그는 “소비자들은 기업을 향해 ‘정보를 알려 달라’고 소리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식품에 칼로리를 표기하듯 일종의 탄소 배출지수를 공개하는 등 기업이 더 노력하도록 소비자가 움직여야 한다는 의미다. 타일러는 “기후변화는 결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신종 전염병을 유발하는 등 우리 삶에 직접 영향을 줄 것”이라며 “다음 세대도 아닌,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최고야기자 best@donga.com}

    • 2020-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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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은 도서관에 날개를]“와, 책 읽는 버스다”… 캠핑장 아이들, 강사 주변으로 모여들다

    《푸른 바다가 펼쳐진 강원 강릉시, 연곡해변솔향기캠핑장. 일주일 내내 비가 내리다 모처럼 해가 반짝 난 지난달 31일 오후, 캠핑장 입구에 자리 잡은 노란색 ‘책 읽는 버스’ 앞에 알록달록한 에어소파가 늘어섰다. 강사가 책 내용을 설명해주며 진행하는 심리 프로그램 시간이 되자 엄마 아빠 손을 잡은 아이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45인승 버스를 개조한 ‘책 읽는 버스’는 사단법인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대표 김수연 목사)이 운영하고, KB국민은행이 후원하는 이동식 도서관이다.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은 1987년 설립된 후 이동식 도서관으로 농어촌을 찾아가거나 지역 축제 현장 등을 방문해 책 읽기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책 대여는 물론 구연동화, 심리치료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강사로 나선 최혜경 마음놀이터 심리상담연구소장이 동화책 ‘문제가 생겼어요!’를 읽어주기 시작하자 아이들의 눈이 점차 초롱초롱해졌다. 책에서 아이는 엄마가 없는 사이에 식탁보에 다리미질을 해보다 누렇게 태워버렸다. 어떻게 해야 할까. 최 소장이 “우리 친구들이 실수하면 엄마가 어떻게 할 것 같아요?”라고 묻자 아이들은 “몽둥이로 맞을 것 같아요”라며 깔깔 웃었다. 동화책의 결말은 외출했다 돌아온 엄마가 다리미 자국을 바탕으로 물고기 모양으로 수를 놓아 식탁보를 더 예쁘게 꾸미면서 끝났다. 아이들에게서 “우와”하는 감탄이 나왔다. 책 버스에는 책 1000여 권이 비치돼 있고, 긴 의자에 에어컨도 있어 누구나 시원하고 편안하게 독서를 할 수 있다. 경기 시흥시에서 온 강범준(11), 강민준(7) 형제도 책 버스를 찾았다. 민준 군은 “대통령이 되고 싶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책이 있으면 빌려가야겠다”고 했다. 범준 군은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싶었지만, 책 버스에서 재미있는 행사를 한다고 해서 오게 됐다”고 했다. 대구에서 온 김소연 양(10)은 “물놀이 말고 다른 걸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책을 빌려가서 텐트에서 읽어야겠다”고 했다. 캠핑장에서 책 읽는 색다른 경험을 줄 수 있어 부모들의 참여도 두드러졌다. 어른들을 위해 무료로 가져가도록 준비한 포켓북 ‘명심보감’ ‘도덕경’ ‘논어’는 금방 동났다. 서울에서 두 딸을 데리고 온 유길선 씨(40)는 “캠핑장에 온 지 이틀째인데, 책 버스에서 행사하기만을 기다렸다”며 “아이들이 놀다가 무료해지면 유튜브를 보기 쉬운데 캠핑장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더 늘어났으면 한다”고 했다. 서울에서 아들, 딸을 데리고 캠핑장을 찾은 김남기 씨(39)는 “캠핑 오면 아빠들이 텐트 치랴, 심부름하랴 바쁘다. 책 버스에서 조용히 아이들과 책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이 생겨서 좋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으로 책을 빌려갈 수 있도록 전자책 서비스도 확대했다. 변현주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사무처장은 “스마트폰 앱을 깔면 전자책을 일주일 동안 읽을 수 있도록 무료로 대여해 준다”며 “책 버스에서 직접 도서를 빌려가는 이들을 위해 수시로 방역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연 목사는 “이곳 캠핑장에서 책을 빌리는 수요가 많아 책 버스 운영기간을 16일까지로 일주일 더 늘렸다”며 “한 명이라도 더 책을 읽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강릉=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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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GMO는 정말 몸에 나쁠까

    유전자변형식품(GMO)은 우리 몸에 안전할까. 마트에서 어떤 제품을 집으려고 손을 뻗다가도 겉포장에 ‘GMO’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면 우리도 모르게 멈칫할 수 있다. ‘먹어도 괜찮을까’ ‘지금은 괜찮다고 하더라도 오랜 기간 몸 안에 쌓인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의문을 품을 수 있어서다. 하지만 유전자를 변형해 재배한 작물의 안전성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세계적으로 진행 중이고 확답을 얻긴 어려운 상황이다. 지구온난화, 기후변화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환경운동가인 저자는 GMO 반대론자에서 옹호론자로 ‘전향한’ 특이한 이력을 가졌다. 그는 반려견도 늑대로부터 유전자가 변형된 동물이고, 모든 작물과 가축은 원래 유전자에서 인간의 소비 형태에 적합하도록 유전적으로 알맞게 변형된 ‘제품’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GMO는 몸에 좋지 않다는 편견을 심어준 일부 환경운동 단체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세계 주요 학술단체들이 GMO의 안전성을 보고했음에도 이들 단체는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대중에게 막연한 공포심을 심어주고 있다는 주장이다. 인류의 식량난 해소에 도움을 줄지도 모르는 유전자변형기술을 과학에 근거해 살펴봐야 한다고 설파한다. GMO에 대해 막연하게 위험하다고 여기는 것은 아닌지, 과학적 연구를 기반으로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곱씹어볼 만하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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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독립 위해 종교인들도 한배를 탔다”

    “독립을 위해 3·1운동 당시 천도교와 기독교가 연대했던 것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 요즘엔 다른 종교 간 서로 폄훼하거나 적대시하는 모습뿐, 연대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동학·천도교와 기독교의 갈등과 연대, 1893∼1919’(푸른역사)를 펴낸 이영호 인하대 사학과 교수(65)는 100여 년 전 한반도에서 일어난 신흥종교의 관계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천도교와 기독교는 태생적으로 상극이지만 독립이라는 공동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한배를 탔다는 점에 의미를 둔 것이다. 이 교수는 24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3·1운동의 교훈처럼 오늘날도 종교 간 연대할 수 있는 것들은 연대하며 사회적 의제를 찾고,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동학농민운동 직전인 1893년부터 3·1운동이 일어난 1919년까지 26년간 기독교와 천도교의 갈등과 연대의 관계에 주목했다. 그는 천도교가 기독교와 천주교를 모방하는 과정에서 공통점이 늘어나면서 3·1운동에서 연대하는 바탕이 됐다고 봤다. 이 교수는 “천도교가 동학사상과 이별하고 근대 종교로 탈바꿈을 시도하면서 기독교의 문명개화 노선과 맞닿았다”며 “천도교에는 기독교의 ‘하나님’과 유사한 ‘한울님’의 개념이 있었고, 기독교와 천주교를 모방하며 예배, 교회당 건축, 전도 형식을 도입해 공통점이 늘어났다”고 했다. 두 종교는 당시 교세가 크게 성장했던 평양, 의주, 선천, 정주 등지에서 만세운동을 함께 진행했다. 이 교수는 “3·1운동 민족대표 33인이 기독교(16인), 천도교(15인), 불교(2인) 신자로 이뤄져 있던 것만 봐도 3·1운동은 국내 종교 연합 운동의 효시로 볼 수 있다”며 “1919년 3, 4월 전국 만세운동의 절반 이상은 기독교와 천도교가 주도한 것”이라고 했다. 또 “천도교는 현실 세계의 안녕을 추구하며 ‘지상천국’ 건설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사회운동에 적극적이었다”며 “내세를 중시하는 기독교는 천도교를 이단으로 취급해 연대를 거부하는 목소리도 많았지만, 민족의 위기 앞에 함께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두 종교의 연대는 1919년 이후에는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이 교수는 “3·1운동 이후에도 독립이 너무 요원했고, 교단은 일제로부터 엄청난 핍박을 받았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교수는 3·1운동 이후 기독교와 천도교의 민족운동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920년대 일제가 문화통치를 표방하면서 종교단체의 집회를 허용했다”며 “당시 종교운동은 곧 사회운동이 됐다. 두 종교의 교단사가 아니라, 한국 근대사의 핵심으로 봐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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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배우 하빌랜드 별세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멜라니’ 역으로 출연한 배우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가 26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104세. 일본 도쿄에서 영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하빌랜드는 세 살 때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자랐다. 1935년 영화 ‘한여름 밤의 꿈’으로 할리우드에 데뷔했다. 1939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멜라니 해밀턴 윌크스 역을 맡아 비비언 리(스칼렛 오하라 역)와 함께 출연해 이름을 알렸다. 도발적인 스칼렛과 달리 차분한 성격의 멜라니 역을 맡은 하빌랜드는 이후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아 ‘그들에겐 각자의 몫이 있다’(1946년) ‘사랑아 나는 통곡한다’(1949년)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두 차례 수상했다. 미국 정부에서 2008년 국가예술 훈장을 받았고, 프랑스 정부에서는 2010년 예술 분야 최고 영예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받았다. 하빌랜드는 1940년대에 거대 영화사와 배우 간 전속계약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배우에게 매우 불리했던 전속계약 관행 소송에서 하빌랜드가 승소하면서 노예계약 관행이 사라졌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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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창시절엔 담 쌓았는데… 수학에 머리싸맨 3040

    웹툰 ‘계룡 선녀전’으로 이름을 알린 돌배(본명 장혜원) 작가는 3년 전 ‘어른의 수학’이라는 성인 대상 교양 강의를 듣고 뒤늦게 수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교재는 스탠퍼드대 레너드 서스킨드 물리학과 교수가 쓴 ‘물리의 정석’(사이언스북스). 학창시절 예체능을 전공해 ‘수포자(수학포기자)’였지만 늦게라도 미분과 적분의 개념을 이해해보고자 도전한 수업이었다. 돌배 작가는 “학창시절 수학을 제대로 배우지 않아 ‘세상의 반밖에 모르는 것 아닌가’ 하는 고민이 있었다”며 “수업을 들은 후 ‘문명과 수학’(민음인)이라는 책을 감명 깊게 읽고 차기 웹툰에 적용해볼 계획”이라고 했다. 인디 뮤지션이자 직장인인 박진우 씨(38)도 같은 수업을 들었다. 박 씨는 “학교 다닐 때 미분, 적분을 배웠는지조차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수학과 거리가 멀었지만 이제는 상대성이론이나 천문학 관련 책을 읽고 있다”고 했다. 학창시절 수학과 담을 쌓고 지냈던 성인들 가운데 뒤늦게 수학에 눈을 뜨는 이들이 늘면서 수학 교양서적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학생 때와 달리 입시, 성적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나 세상을 이해하는 교양과 상식으로서의 수학을 접하는 것이다. 교보문고가 올해 1월부터 7월(17일 기준)까지의 과학 분야 판매순위를 조사한 결과 상위 10위 안에 ‘이상한 수학책’(북라이프) ‘이해하는 미적분 수업’(바다출판사)이 각각 6, 7위에 이름을 올렸다. 각각 올해 3월과 1월에 출간한 신간이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면서 ‘집콕’ 하며 공부할 수 있는 책을 많이 찾게 된 영향”이라고 했다. 성인들이 수학 교양서적을 찾는 경향은 2017년 전후로 조금씩 감지되기 시작했다. 당시 사이언스북스가 ‘물리의 정석’을 교재로 한 수학 강좌 모집에 예상 인원(100명)보다 훨씬 많은 300명이 몰렸다. 수업을 찾은 이들은 30, 40대 일반 직장인을 비롯해 영어 선생님, 판사, 전업주부 등 다양했다. ‘어른의 수학’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한 과학 콘텐츠 개발 그룹 ‘과학과 사람들’의 최진영 대표는 “무작정 삼각함수 문제를 푸는 게 아니라 ‘지구에서 화성까지 가는 연료량 구하기’ 등으로 재미있게 접근했다”며 “더 이상 시험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이 몰입도를 높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관심은 많은 성인이 수학에 대한 일종의 부채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이해하는 미적분 수업’을 펴낸 바다출판사의 김인호 대표는 “문과생은 미적분이 세상을 이해하는 중요한 도구라는 점은 알지만 계산을 어려워하고, 이과생은 계산은 할 줄 알지만 미적분의 본질까지는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각각 욕구는 다르지만 수학을 해결하지 못한 숙제로 보는 인식을 안고 살아가는 셈”이라고 했다. 노의성 사이언스북스 편집주간은 “문·이과생 나름대로 각자 ‘수학을 마스터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있다”며 “일반 직장인들에게도 통계, 함수, 코딩 등 수학적 마인드를 요구하는 회사가 많아지는 추세라 수학 서적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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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칭찬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성차별

    책 제목에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 다 담겨 있다. 좋은 의도였음에도 결국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다면, 그게 왜 나쁜 것인지 그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한다. 칭찬에 인색하지 않다는 이유로 ‘나는 꽤 온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한 번쯤은 혹시나 실수가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역시 여자가 꼼꼼해” “달리기는 흑인이 잘하지” 등 칭찬으로 위장하고 있지만 알고 보면 성, 인종차별적인 발언이 주위에는 너무 많다는 것. 심리학에선 이를 ‘온정적 차별’이라고 한다. 저자는 편견에 관한 연구에서 구체적 사례들을 꺼내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백인이라서, 남자라서, 소수자가 아니라서 누리는 ‘일상적 특권’을 보여주고, 특권을 누리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의도적 무지’를 꼬집는다. 결론은 우선 우리 안의 차별적 요소를 자각하고 깨달아야 한다는 것. 그러면서 ‘우리 모두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다독인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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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날카로운 당신, 혹시 우울한가요?

    정신과 전문의가 그동안 겪었던 ‘매우 예민한 사람들’ 40명의 사례를 통해 한국인 특유의 예민한 기질이 무엇이고,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예민하다는 성격적 특성은 감정이 침체되고 불만이 많아지는 우울증 증상과 비슷한 결과를 낳기에 예민함만 잘 다스린다면 우울증 치료 효과까지 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책에 따르면 우울증 진단을 받은 환자 다수가 “성격이 예민한가” 물으면 “그렇다”고 답하지만 “우울한가”라고 질문을 바꾸면 “아니다”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다. 서양문화에 비해 감정 표현이 많지 않은 한국인의 특성상 우울감을 느끼는 것보다는 몸이 아픈 신체화 반응이 나타나는 경우가 더 흔하다는 것. 저자는 자신이 직접 치료한 예민한 환자 40명의 사례를 소개하며 예민성을 줄이면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간다. 예민함을 유발하는 기질이 어릴 때 형성된다면 성인이 되어서도 영향을 받는다. 얼굴에 심한 콤플렉스가 있는 어린이가 나중에 성형에 성공하더라도 여전히 대인기피증에 시달리거나, 예민한 부모 밑에서 자란 자녀가 매사에 불안하고 걱정이 많을 가능성도 높다. 이런 예민함을 떨쳐버리려면 가급적 현재에 집중하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원인을 알 수 없이 몸이 자꾸 아플 때는 병원을 찾아다니기보다는 마음의 긴장을 푸는 게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충동적으로 직장을 관둘 생각은 절대 하지 말고, 타인의 반응에 과도한 의미를 두지 않는 연습을 하기 등 실생활에서 예민함 줄이기 방법도 조언한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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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책 소개해 주세요” 북커버챌린지 바람

    ‘#북커버챌린지’, ‘#7days’, ‘#추천합니다’.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등장한 ‘북커버챌린지’가 소리 없이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면서 각자의 공간에서 조용히 책 읽는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시작된 소셜 독서운동이 여름 휴가철 ‘집콕’ 책 읽기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 북커버챌린지의 주된 확산지는 인스타그램. 북커버챌린지 관련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5만 건이 넘는 게시물이 검색된다. 7일 동안 매일 자신의 ‘인생책’ 표지 사진을 한 권씩 올리되, 책 소개는 가급적 짧아야 한다. 자세한 독후감을 쓰는 게 아니라, 짧은 인상평을 남겨 호기심을 유발하는 게 특징이다. SNS 친구를 지목해 챌린지를 권할 수 있다. 책 소개 글은 짧지만 책에 얽힌 그 나름의 사연이 담겨 있다. “대학 다닐 때 읽었던 시집을 다시 꺼내 보다 눈물이 났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사주신 책” “잘못 배송된 책이지만 ‘이것도 인연이다’ 생각하고 읽게 됐다” “책장에 책이 딱 7권 있는데 탈탈 털었다” 등등. 챌린지 참여를 권유할 친구의 아이디를 태그하며 “책 좀 읽어라”라고 타박하기도 한다. 한 출판사는 출간 직전의 신간 표지에 ‘북커버챌린지’ 해시태그를 달아 블로그에 게시해 홍보용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SNS에 공개적으로 책을 추천하고, 댓글로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볼 수 있다 보니 일반적인 독서 관련 SNS 게시 글과는 양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썸트렌드’가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인스타그램에 언급된 책 읽기 관련 단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독서’라는 단어는 ‘자기계발’ ‘공부’ ‘교육’ ‘과학’ ‘수업’ 등 목표 지향적인 단어들과 많은 연관이 있었다. 반면 ‘북커버챌린지’라는 단어는 ‘역사’ ‘철학’ ‘심리학’ ‘시집’ 등 인문교양서 관련 단어들과 연관성이 높게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썸트렌드의 백채원 에디터는 ‘감상문 없는 책 추천, #북커버챌린지’라는 트렌드 분석 글에서 “참여자들은 책을 읽게 된 계기, 책에서 얻은 감동을 중심으로 이야기한다”며 “(실용서보다는) 인문학, 역사, 철학서를 추천하고, 독서 경험을 공유하며 공감을 얻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증 게시물이 글의 내용보단 비주얼 위주이기 때문에 책 표지 디자인과 제목이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인스타그램에는 절망과 눈물이 없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출판사로서는 인스타그램용 감성에 잘 맞도록 표지가 밝고 예쁜 것도 중요하다”며 “출판사에서 제목을 지을 때도 해시태그에 잘 걸릴 수 있게 일반명사는 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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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표조작 논란 ‘프로듀스’ 시리즈 과징금 조치될 듯…“시청자 기만”

    시청자 투표를 조작해 논란이 됐던 엠넷의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시리즈에 대해 과징금 징계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는 22일 회의를 열고 엠넷의 ‘프로듀스 101’ 시즌 1·2, ‘프로듀스 48’, ‘프로듀스X101’에 대해 과징금 부과 의견으로 전체회의에 상정했다. 방송심의소위는 “엠넷에서 공정한 심사를 강조했으나, 4년 동안 4개 시즌 프로그램에 대해 시청자 투표 결과와 오디션 참가자의 순위를 조작해 시청자와 참가자를 기만한 책임이 크다”고 이유를 밝혔다. 과징금 부과 조치는 방송법상 최고수준의 징계로, 최종 결과는 추후 열릴 심의위원 전체회의에서 결정된다. 또 이날 회의에서는 등장인물이 욕설을 연상시키는 표현을 반복해서 사용한 MBC ‘저녁 같이 드실래요?’에 대해서 ‘법정제제(주의)’ 조치를 내렸다.최고야기자 best@donga.com}

    • 2020-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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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영석 교수 “자녀 과도하게 통제하는 헬리콥터맘 오히려 서로 외로움 강하게 느끼게 해”

    “한국인이 유독 더 강하게 느끼는 외로움의 종류는 뭘까 고민했습니다. 인간의 감정은 인류 보편적인 것 같지만 문화와 시대 상황에 따라 분명히 다르니까요.” ‘한국인의 외로움’이라는 연구 주제는 이런 질문에서부터 시작됐다. 미국, 유럽에서 연구한 심리측정 척도를 다른 문화권에 사는 한국인에게 그대로 적용해도 되는가에 대한 의문이 늘 따라다녔던 것. 지난달 한국심리학회지에 ‘한국인의 외로움: 개념적 정의와 측정에 관한 고찰’이라는 논문을 게재한 서영석 연세대 교육학부 교수(사진)는 17일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심리적 문제의 측정과 진단이 정확해야 치료도 정확하게 할 수 있다”며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서 교수는 한국인이 언제, 왜 외로운지 구체적 맥락을 분석하기 위해 한국문화의 특성이 잘 드러난 드라마, 웹툰, 신문·방송 기사, 문학·철학 서적, 논문을 분석했다. 대중문화 콘텐츠 중에서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 ‘미생’, 웹툰 ‘어쩌다 발견한 7월’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등이 대상이 됐다. 분석 결과 한국인 외로움의 특성은 △다른 사람과 하나라고 느끼지 못할 때 △집단에 속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 △타인과 비교해 자신의 상황이 더 안 좋다고 느낄 때 두드러지게 드러났다. 언뜻 보면 특정 문화와 관계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미묘하게 다르다. 연구에 따르면 가장 독특한 한국인 특유의 외로움은 과(過)밀착, 과보호된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 드러난다. 겉으로는 가장 친밀해 보이는 관계지만, 정작 하나라고 느끼지 못하는 독특한 관계라는 것. 서양 문화권에서는 부모와 자녀 관계가 소홀할수록 외로움을 느낀다고 보는데, 이와는 정반대다. 서 교수는 자기희생적인 부모의 자식사랑이 치열한 입시문화와 만나면서 이런 현상을 부추겼다고 봤다. 자녀 주변을 뱅뱅 돌며 일정 관리를 해주는 ‘헬리콥터맘’과 같은 부모가 자녀를 과도하게 통제하려고 하면서 서로 외로움을 느끼게 만든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부모들은 인생을 포기할 만큼 자녀에게 올인하며 ‘자녀가 내 마음을 몰라준다’고 서운해한다. 자녀가 독립하려 할 땐, 자신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공허함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또 “자녀는 부모가 통제하고 간섭할수록 좌절감을 느끼고, 갈등을 경험하면서 부모와 거리를 둔다. 결국 자녀도 외롭기는 마찬가지”라고 했다. ‘우리’를 강조하는 한국 문화에서는 한 개인이 집단에 소속감을 못 느낄 때 유독 외로워하게 된다고 봤다. 소속감을 일종의 ‘사회적 보험’으로 여기는데, 집단에서 배제됐다고 여겨지는 순간 극도의 고립감과 외로움을 느낀다는 것. 서 교수는 “토착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성씨 문화도 영향을 줬다”며 “단적으로 말하면 한국 왕따가 개인을 중시하는 미국 같은 나라의 왕따보다 더 외로움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국 특유의 남과 비교하는 문화도 외로움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보다 더 많은 친구를 가진 ‘인싸(인사이더)’ 친구를 보면서 불안과 외로움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이 이런 외로움을 부추긴다”고 했다. 서 교수는 한국의 특수성을 접목한 심리측정 척도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영국에서는 2018년 ‘외로움 담당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을 신설해 국가적 차원에서 정신건강을 케어하고 있다”며 “국내에선 ‘외로움이라는 것이 연구 주제가 될까?’라는 의문을 가질 정도의 분위기”라고 전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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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이 더 강하게 느끼는 ‘외로움 종류’, 어디서 비롯된건가 보니…

    “한국인이 유독 더 강하게 느끼는 외로움의 종류는 뭘까 고민했습니다. 인간의 감정은 인류 보편적인 것 같지만 문화와 시대상황에 따라 분명히 다르니까요.” ‘한국인의 외로움’이라는 연구 주제는 이런 질문에서부터 시작됐다. 미국, 유럽에서 연구한 심리측정 척도를 다른 문화권에 사는 한국인에게 그대로 적용해도 되는가에 대한 의문이 늘 따라다녔던 것. 지난달 한국심리학회지에 ‘한국인의 외로움: 개념적 정의와 측정에 관한 고찰’이라는 논문을 게재한 서영석 연세대 교육학부 교수는 17일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심리적 문제의 측정과 진단이 정확해야 치료도 정확하게 할 수 있다”며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서 교수는 한국인이 언제, 왜 외로운지 구체적 맥락을 분석하기 위해 한국문화 특성이 잘 드러난 드라마, 웹툰, 신문·방송 기사, 문학·철학 서적, 논문을 분석했다. 대중문화 콘텐츠 중에서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 ‘미생’, 웹툰 ‘어쩌다 발견한 7월’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등이 대상이 됐다. 분석 결과 한국인 외로움의 특성은 △다른 사람과 하나라고 느끼지 못할 때 △집단에 속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 △타인과 비교해 자신의 상황이 더 안 좋다고 느낄 때 두드러지게 드러났다. 언뜻 보면 특정 문화와 관계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미묘하게 다르다. 연구에 따르면 가장 독특한 한국인 특유의 외로움은 과(過)밀착, 과보호된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 드러난다. 겉으로는 가장 친밀해 보이는 관계지만, 정작 하나라고 느끼지 못하는 독특한 관계라는 것. 서양 문화권에서는 부모와 자녀 관계가 소홀할수록 외로움을 느낀다고 보는데, 이와는 정 반대다. 서 교수는 자기희생적인 부모의 자식사랑이 치열한 입시문화와 만나면서 이런 현상을 부추겼다고 봤다. 자녀 주변을 뱅뱅 돌며 일정 관리를 해주는 ‘헬리콥터맘’과 같은 부모가 자녀를 과도하게 통제하려고 하면서 서로 외로움을 느끼게 만든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부모들은 인생을 포기할 만큼 자녀에게 올인하며 ‘자녀가 내 마음을 몰라준다’고 서운해 한다. 자녀가 독립하려 할 땐, 자신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공허함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또 “자녀는 부모가 통제하고 간섭할수록 좌절감을 느끼고, 갈등을 경험하면서 부모와 거리를 둔다. 결국 자녀도 외롭기는 마찬가지”라고 했다. ‘우리’를 강조하는 한국 문화에서는 한 개인이 집단에 소속감을 못 느낄 때 유독 외로워하게 된다고 봤다. 소속감을 일종의 ‘사회적 보험’으로 여기는데, 집단에서 배제됐다고 느끼는 순간 극도의 고립감과 외로움을 느낀다는 것. 서 교수는 “토착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성씨 문화도 영향을 줬다”며 “단적으로 말하면 한국 왕따가 개인을 중시하는 미국 같은 나라의 왕따보다 더 외로움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국 특유의 남과 비교하는 문화도 외로움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보다 더 많은 친구를 가진 ‘인싸(인사이더)’ 친구를 보면서 불안과 외로움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이 이런 외로움을 부추긴다”고 했다. 서 교수는 한국의 특수성을 접목한 심리측정 척도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영국에서는 2018년 ‘외로움 담당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을 신설해 국가적 차원에서 정신건강을 케어하고 있다”며 “국내에선 ‘외로움이라는 것이 연구 주제가 될까?’라는 의문을 가질 정도의 분위기”라고 전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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