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이헌재 부장

동아일보 스포츠부

구독 57

추천

별로 중요하지 않은, 하지만 누군가에겐 재미있을지도 모를 스포츠의 뒷담화를 전해드립니다.

uni@donga.com

취재분야

2025-11-28~2025-12-28
칼럼42%
생활/가정33%
스포츠일반7%
사회일반3%
국제일반3%
야구3%
日프로야구3%
문화 일반3%
메이저리그3%
  • 큰 무대 큰 도전, KT 신인 지명 주권 - K리그 챌린지 최유상

    10구단 KT 신인 지명 주권“홀어머니 위해 던진다” 중국동포 출신 ‘싸움닭’중고교 야구 선수들에게 ‘롤 모델’을 물어보면 거의 비슷한 대답이 돌아온다. 투수는 류현진(LA 다저스), 타자는 추신수(텍사스)다. ‘꿈의 무대’ 메이저리그에서 맹활약 중인 한국 선수들이니만큼 자연스러운 답이다. 올해 2월 청주고 졸업을 앞둔 KT 신인 투수 주권(20)에게도 비슷한 답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이름은 뜻밖에 박찬호(42·전 한화)였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아시아선수 최다승 기록(124승)을 갖고 있는 대투수이긴 하다. 하지만 주권이 야구 선수의 꿈을 키워 갈 무렵에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그만큼 박찬호는 중국동포 출신으로 처음 한국 프로야구 유니폼을 입게 된 주권에게는 특별한 존재였다. 2일 KT의 홈구장인 KT위즈파크에서 만난 주권은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본받고 싶은 선수는 박찬호 선배님밖에 없다”고 했다.○ 축구 소년, 야구 선수가 되다 주권은 1995년 중국 지린(吉林) 성에서 태어났다. 먼저 한국에 와 있던 어머니 전수빈 씨를 따라 2005년 한국에 왔고, 이듬해 귀화해 한국 국민이 됐다. 열 살 소년 주권은 한국에서 야구란 걸 처음 봤다. 축구 선수였던 그의 눈에 던지고, 치고, 달리는 야구는 그저 신기한 운동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천생 운동선수였다. 신체 조건이 좋았고, 운동에 대한 열정과 진지함이 있었다. 그가 다니던 청주 우암초등학교 야구부 김정열 감독은 그에게 야구를 권했다. “딱 일주일만 해봐라. 일주일 뒤에도 재미없으면 더 안 해도 된다”며 설득했다. 당시 김 감독은 틈만 나면 어린 선수들에게 메이저리그 경기 장면이 담긴 비디오를 보여줬다. 비디오 속 주인공은 언제나 박찬호였다. 박찬호가 거구의 미국 선수들을 연신 삼진으로 잡아내는 장면은 어린 주권에게 감동 그 자체였다. 그해 가을 그는 우상과 처음 만났다. 박찬호가 매년 시즌 뒤 자신의 고향 충남 공주에서 개최하는 ‘박찬호기 전국초등학교 야구대회’에서였다. 주권은 “멋있었다는 것밖에는 할 말이 없다. 너무 좋아서 친구들끼리 환호성을 질렀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주권은 평소 조용한 성격이지만 마운드에서는 싸움닭이었다. 청주고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냈고, 각 팀 스카우트들의 관심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해 6월 제10구단 KT로부터 우선 지명을 받았다. 계약금 3억 원을 받은 그는 “당시엔 실감이 안 났는데 새해가 되자 가슴이 벅차다. 힘들게 키워주신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더 크게 성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KT의 운명은 그의 어깨에 주권은 이미 KT 투수진의 즉시 전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선발과 불펜 중 어느 보직을 맡을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올해 1군 무대에서 뛸 것은 확실하다. 조범현 KT 감독은 “좋은 공을 갖고 있다. 성공하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나이에 비해 안정감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직구 스피드는 140km 초반으로 그리 빠르지 않지만 제구력이 뛰어나다. 스프링캠프를 충실히 소화하고 나면 구속이 2∼3km 정도 빨라질 것이다. 또 슬라이더가 빠르고 각도도 좋다. 당장 1군 무대에서도 통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주권은 요즘 직구와 슬라이더 외에 제3의 구종인 스플릿핑거 패스트볼(스플리터)을 연마하고 있다. 느린공이 하나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주권은 “처음부터 잘하는 선수가 되기보다는 롱런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2012년 한화에서 뛰던 박찬호 선배님 등판 경기를 꼭 보러 갔었다. 나도 꼭 저 나이까지 열심히 던져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말했다.▼ K리그 챌린지 이랜드 테스트 합격 최유상 ▼“밀리기만 하던 축구인생 지옥 쓴맛 보니 정신 번쩍”‘다시는 없을 기회인가?’ 2015년 서울을 연고로 출범하는 프로축구 K리그 챌린지(2부) 서울 이랜드의 신인 최유상(25)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이다. 최유상은 4부 리그 격인 챌린저스리그 청주 FC 소속이었다. 지난해 25경기에서 26골을 넣은 최유상은 지난달 이랜드 공개 입단 테스트에서 546명의 지원자 중 유일하게 선발됐다. 쟁쟁한 K리그 1, 2부와 실업 출신 경쟁자들을 제쳤다. 하지만 기쁨 속에 걱정도 크다. “다시는 없을 기회다”가 아닌 “다시는 없을 기회인가”라고 반문하는 이유다. 그는 “내가 잘해야 4부 리그 선수들에게도 계속 기회가 찾아 올 것이란 부담도 있다. 기회를 잡은 것에 만족하지 않고 좋은 결과로 이어지도록 도전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고집에 울고 웃고 최유상은 고집으로 축구를 시작했고, 고집을 버려 팀을 전전했다. 그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부모님의 반대를 꺾고 축구 선수의 길을 갔다. 테니스 선수 출신인 아버지는 아들을 늘 걱정스럽게 지켜봤다. 대학리그(U리그)에서 공격수로 맹위로 떨치던 그는 관동대 3학년을 마치고 드래프트를 통해 2010년 대구에 지명됐다. 하지만 프로 경쟁은 녹록지 않았다. 대학보다 빠른 플레이에 적응하지 못했다. 1년 동안 단 한 경기에도 출전하지 못하고 팀을 나와야 했다. “경쟁에서 이겨야만 한다는 고집이 있어야 했는데 정신적으로 어렸죠.” 옮긴 팀인 용인시청에서도 고집을 지키지 못한 게 화근이 됐다. 공격수에서 왼쪽 수비수로 자리를 이동한 것이 자신의 장점마저 갉아먹게 했다. 끝까지 살아남겠다는 고집도 없었다. 최유상은 “팀을 나와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었는데 요즘 한 드라마의 명대사처럼 ‘나와 보니 지옥’이라는 말이 맞더라. 축구 할 때가 행복하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됐다”고 말했다. 2012년 말 실업팀 용인시청에서 밀려난 그는 축구를 다시 하지 못할 뻔했다. 병역 의무를 해결하기 위해 2013년 초 금형을 제작하는 병역특례업체에 들어가 멍하니 기계 앞에 서 있던 그에게 청주 FC가 손을 내밀지 않았다면 그의 축구 인생은 끝날 뻔했다. 눈물 젖은 빵은 그를 다시 강하게 만들었다. “축구를 사랑한다”는 4부 리그 선수들과 함께 일과 축구를 병행하며 축구에 대한 마음가짐을 다시 잡았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축구’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것도 4부 리그 경기를 통해서였다. ○ 4부 출신 첫 국가대표를 향해 최유상의 목표는 간단하다. 되도록 많은 경기에 출전해 공격 포인트를 쌓는 것이다. 테스트에 합격한 뒤 마틴 레니 이랜드 감독이 칭찬한 공간 침투 능력도 더욱 날카롭게 다듬을 계획이다. 왼발 킥이 뛰어난 그는 4부 리그 출신 첫 국가대표도 꿈꾼다. 대구에 함께 입단한 뒤 2012년 런던 올림픽 축구대표로 활약한 김현성(서울), 김기희(전북)는 늘 그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이젠 그 친구들과 같은 꿈을 꿀 수 있게 됐다. 그는 “이번 기회를 잡지 못하면 끝이다. 기회가 와 행복하지만 마냥 즐기기에는 갈 길이 너무 멀다”고 말했다. 4년 전 대구에서 힘 한번 써 보지 못하고 밀려날 때와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 주겠다는 각오다. 요즘 최유상의 하루는 청주의 한 아동센터에서 시작된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 중인 최유상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동센터에서 부모가 없거나 저소득층인 아이들을 챙긴다. 이랜드에 선발된 뒤 아동센터에서 국가대표 못지않은 대스타가 된 그는 “아이들이 프로에 가서 ‘주전자’ 나르지 말라고 해요. 그러면 운다고…. 아이들의 바람을 절대 잊지 않을 겁니다”라고 다짐했다. 최유상은 4월 사회복무를 마치면 본격적으로 녹색 그라운드에 선다.수원=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

    • 2015-01-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선동열 동료였던 야마모토, 50세인데 아직…

    “허허, 그 친구는 아직도 현역으로 뛰고 있데.” 선동열 전 KIA 감독(52)은 몇 해 전부터 야마모토 마사(50)가 화제에 오르기만 하면 이렇게 말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야마모토는 선 감독이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의 ‘수호신’으로 활약할 때 한솥밥을 먹었던 선수다. 1990년대 말 선 감독은 마무리 투수, 야마모토는 선발 투수였다. 선 감독은 1999년을 마지막으로 은퇴해 삼성과 KIA 등에서 감독을 지냈지만 야마모토는 주니치 한 팀에서만 꾸준히 현역 생활을 이어왔다. 이미 일본 프로야구 최고령 선수인 그는 하늘의 뜻을 아는(知天命) 쉰 살이 된 올해도 현역 생활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야마모토는 3일 일본 나고야 시내에서 열린 토크쇼에서 “올해 은퇴할 수도 있겠지만 개막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주니치는 3월 27∼29일 오사카 교세라 돔에서 한신과 개막 3연전을 치른다. 야마모토가 유력한 선발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는 그가 한신전에 유독 강했기 때문이다. 1986년부터 1군에 올라온 그는 통산 219승 가운데 48승을 한신을 상대로 거뒀다. 49세였던 지난해 올린 유일한 승리도 한신전에서였다. 49세 53일에 거둔 이 승리는 일본 프로야구 역대 최고령 승리 기록이다. 야마모토가 한신과의 개막 3연전에 선발 등판해 승리 투수가 된다면 메이저리그 기록도 넘어서게 된다. 메이저리그 최고령 승리 기록은 제이미 모이어가 보유하고 있는 49세 180일이다. 한국 프로야구 기록은 송진우(전 한화 코치)의 43세 51일이다. 야마모토의 선발 등판 여부는 다니시게 모토노부 감독이 결정한다. 포수 출신인 다니시게 감독은 야마모토보다 다섯 살 아래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5-01-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五星장군 류중일? 다시 김성근 매직?

    토미 라소다 전 LA 다저스 감독(현 고문)은 “1년 중 가장 슬픈 날은 야구 시즌이 끝나는 날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고, 봄이 오면 야구가 시작되기 마련이다. 2015년 프로야구의 궁금증을 풀어 봤다.① 삼성 천하, 올해도? 흔히 한국시리즈 우승은 하늘이 점지한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류중일 삼성 감독은 명장(名將)이기에 앞서 천하의 복장(福將)이다. 류 감독은 처음 감독을 맡은 2011년 이후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이뤘다. 단순 계산을 하면 5184분의 1 확률이다. 만약 올해까지 우승하면 확률은 5만1840분의 1이 된다. 실제 류 감독은 운이 좋았다. 감독 첫해에는 중도 교체한 외국인 선수들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였고, 2012년에는 일본에서 뛰던 이승엽이 가세했다. 지난해도 시즌 직전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던 임창용이 돌아왔다.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 나바로도 이렇게까지 잘해 줄지 몰랐다. 그러나 올해는 힘겨운 싸움이 예상된다. 타자들이 “공을 쳐도 앞으로 나가지 않는다”고 평가하는 에이스 밴덴헐크가 일본으로 떠났다. 보강된 전력은 군에서 돌아오는 투수 정인욱 정도다. 삼성의 독주를 견제할 후보는 SK다. 에이스 김광현이 잔류했고,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 최정(86억 원), 김강민(56억 원), 조동화(22억 원·이상 4년) 등 팀의 주축도 모두 잡았다. 왼손 마무리 투수 정우람은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한국시리즈를 3차례나 제패했던 2000년대 후반과 비슷한 전력이다. 두산 역시 FA 투수 최대어 장원준을 4년간 84억 원에 데려오면서 우승 전력으로 꼽힌다. 오른손 에이스 니퍼트는 올해도 두산 유니폼을 입는다. 야수진에 관한 한 두산은 10개 구단 중 단연 최강이다. 선수들의 수준도 높고 층도 두껍다. 마무리 투수 이용찬의 군 입대가 아쉽지만 계투진이 힘을 낸다면 삼성, SK와 함께 우승을 다툴 ‘빅3’로 손색이 없다.② 넥센과 NC, 진정한 강자로? 넥센과 NC는 지난 시즌 각각 정규시즌 2위와 3위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두고두고 2014년이 아쉬울 수 있다. 넥센은 미국 진출을 앞두고 있는 유격수 강정호의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관건이다. 강정호는 지난해 유격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40홈런을 쳤고, 117타점을 올렸다. 강정호가 5번 타순에서 버텨 준 덕분에 4번 타자 박병호는 더 많은 찬스를 얻을 수 있었다. 윤석민과 김하성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강정호의 존재감을 메우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NC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해 야구계에서는 “2014년이야말로 NC가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는 말이 돌았다. 작년까지 기존 팀보다 1명 많은 4명의 외국인 선수를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에릭과 찰리, 웨버 등 외국인 투수 3인방은 지난해 모두 29승을 합작했다. 올해는 웨버가 빠진다. 그가 거둔 9승은 물론이고, 그가 던졌던 118이닝을 다른 선수가 채워 줘야 한다. 지난 2년간 공격적으로 선수들을 영입했던 NC는 올해는 한 명의 FA 선수도 잡지 않았다. 지난해 4위 팀 LG는 신정락이 빠지긴 했지만 크게 들고 난 선수가 없다. 이에 비해 KIA와 롯데는 선수 유출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른바 센터라인이 뻥 뚫렸다. KIA 유격수 김선빈과 2루수 안치홍은 군에 입대했고, 중견수 이대형은 신생팀 특별지명으로 KT로 갔다. 롯데 역시 전준우(중견수), 박기혁, 신본기(이상 내야수) 등이 대거 이탈했다.③ 김성근과 아이들의 반란은 정말? 지난해까지 한화는 만년 꼴찌 팀이었다. 3년 연속 최하위를 했고, 최근 6년간 5번 꼴찌에 머물렀다. 하지만 ‘야신(野神)’ 김성근 감독이 새 사령탑으로 취임하면서 모든 게 달라졌다. 객관적으로는 ‘도전자’의 처지이지만 이미 모든 구단이 경계하는 ‘챔피언’급 위상을 지녔다. 한화는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였다. FA 시장에서 배영수와 송은범, 권혁을 데려왔고, 다른 팀에서 방출된 임경완과 권용관 등도 영입했다. 선발 한 자리를 꿰찰 수 있는 양훈도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한다. 구슬을 꿰어 보배로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는 김 감독이다. 그는 이전에도 약팀을 맡아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뤄 냈다. 2007년 SK 사령탑으로 취임한 뒤에는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도 차지했다. 김성근과 아이들이 인고의 시간을 보냈던 한화 ‘보살 팬들’(어려운 시절을 너그럽게 참고 기다려 준 팬들의 별칭)의 눈물을 닦아 줄 수 있을까. 일단 ‘그렇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많은 구단 관계자들은 한화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수도권 구단의 한 전력분석팀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한화가 하위권에 머물면서 좋은 신인들을 많이 데려갔다. 그 선수들이 꽃을 피울 때가 됐다”고 말했다.④ 꿈의 57홈런은? 제10구단 KT의 1군 참여로 짝수 구단 체제가 되면서 올해는 이동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화∼일요일 매일 경기가 열린다. 팀당 경기 수는 지난해 128경기에서 144경기로 늘었다. 새로운 환경에서 가장 기대를 모으는 선수는 ‘홈런왕’ 박병호다. 그의 홈런 수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13개→31개→37개→52개로 급격히 늘었다. 국내 프로야구는 최근 들어 타고투저의 흐름을 이어 가고 있다. 올해는 경기 수가 늘고 팀마다 투수가 부족해 타자에게 더욱 유리한 환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병호의 성장세라면 이승엽이 2003년 세웠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56개)의 경신을 충분히 기대해 볼 수 있다. 역시 이승엽이 갖고 있는 한 시즌 최다 타점 기록(144개·2003년)도 노려볼 만하다. 지난해 등번호 52번을 달고 52개의 홈런을 친 만큼 올해는 등번호를 57번으로 바꿔 보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지 않을까 싶다. 올 시즌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타자 천국, 투수 지옥의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이헌재 uni@donga.com주애진 기자 jaj@donga.com}

    • 2015-01-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방망이 못놓는 41세 이치로 “ML 3000안타 희망 있기에…”

    ‘안타 제조기’ 스즈키 이치로(41·사진)와 메이저리그에서 7년간 79승을 올린 오른손 투수 구로다 히로키(39). 메이저리그를 주름잡던 두 일본인 선수는 요즘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이미 전성기를 지난 이치로는 어떤 팀에 가도 주전 자리를 꿰차기 힘들다. 이치로와 관련된 최근 뉴스는 올해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우승팀 볼티모어가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그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정도였다. 반면 구로다는 지난주 전격적으로 일본 프로야구 복귀를 선언했다. 최근 3년 동안 뉴욕 양키스에서 발군의 기량을 보인 구로다는 메이저리그 어느 팀에 가든 최소한 제3선발을 보장받으며 1000만 달러(약 110억 원) 이상의 연봉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를 포기하고 연봉 4억 엔(약 36억 원)에 친정팀 히로시마로 돌아왔다. 구로다는 메이저리그 팀들의 끈질긴 구애를 뿌리치고 자신을 키워 준 히로시마를 선택했다. 그렇다면 왜 이치로는 은퇴를 하지도, 그렇다고 일본으로 돌아가지도 않을까. 이유는 안타 기록 때문이다. 그에게는 3000안타 달성이라는 꿈이 남아 있다. 올해까지 그는 2844개의 안타를 쳐 3000안타에 156개를 남겨 두고 있다. 최근 2년의 타격 페이스를 감안하면 이치로가 내년에 156안타를 작성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그렇지만 3000안타가 갖는 상징성은 매우 크다. 이치로는 메이저리그에서 7차례나 최다 안타 부문 1위를 차지했을 뿐 아니라 2001년 데뷔 후 2010년까지 10년 연속 200안타 이상을 기록했다. 2004년에는 262개로 메이저리그 한 시즌 최다 안타를 작성했다. 메이저리그에서 개인 통산 3000안타를 달성한 선수는 총 28명이다. 최다 안타 기록 보유자는 승부 조작으로 야구계에서 추방당한 피트 로즈로 4256개의 안타를 날렸다. 이치로는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에서 1278개의 안타를 친 뒤 2001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일본과 미국 리그를 합하면 그가 날린 안타는 모두 4122개다. 로즈에 134개 모자란다. 전 세계 프로 리그를 통틀어 4000안타 이상을 때린 선수는 로즈, 이치로, 그리고 타이 콥 등 3명뿐이다. 그러나 메이저리그는 일본에서의 안타는 인정하지 않는다. 이치로도 메이저리그에서 때린 3000안타로 역사에 남고 싶어 한다. 이치로는 은퇴 후 명예의 전당 입성이 거의 확실시된다.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가 될 가능성이 높다. 메이저리그에서 기록한 3000안타는 명예의 전당을 향한 확실한 보증수표가 될 수 있다.로스앤젤레스=문상열 통신원 moonsy1028@gmail.com / 이헌재 기자   }

    • 2014-12-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병역 벙커’에 빠진 PGA 배상문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배상문(28·캘러웨이·사진)이 군 입대로 투어 생활을 중단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대구경북지방병무청은 배상문이 로스앤젤레스(LA) 영사관을 통해 제출한 국외여행 체재 기간 연장 요청을 불허하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이에 따라 배상문은 직전에 허가받은 체재 기간이 만료된 뒤 한 달 안인 내년 1월 31일까지 한국으로 돌아와 병역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배상문이 다음 달 말까지 입국하지 않으면 병무청은 그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게 된다. 만 나이로 28세인 배상문은 그동안 학업 등의 이유로 국외여행 체재 기간 연장 허가를 받아 PGA투어 생활을 해왔다. 배상문은 한 달 전 LA 영사관을 통해 다시 한 번 연장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이날 최종 불허 결정을 통보받았다. 현재 PGA투어 현대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와 소니오픈 출전을 위해 하와이에 머물고 있는 배상문은 내부 논의를 거쳐 행정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행소송 기간 동안 병역 의무를 미룰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법률적인 논의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배상문은 법적으로 국외여행 기간 연장에 문제가 없다는 견해다. 배상문 측 박경운 변호사는 “배상문은 지난해 1월 미국 영주권을 취득했다. 병역법에 따르면 해외 영주권을 취득한 후 1년간 국외에 거주한 사람은 한 차례에 걸쳐 3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외여행 기간 3년 연장을 허가받으면 배상문은 내년 한국에서 열리는 프레지던츠컵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할 계획이었다. 올림픽에서 동메달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병무청은 “배상문이 국외여행 연장 허가 대상자에 해당되는지가 문제의 본질이다. 이전 연장을 받을 때 어떤 목적으로 언제까지 허가를 받았느냐가 중요하다. 해외 거주 목적과 기간, 병역 이행 상태 등에 대해 완벽한 서류를 제출했다면 큰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배상문의 어머니 시옥희 씨는 “절대 군대를 가지 않겠다는 게 아니다. 다만 여러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있어 선수 생활을 중단하기가 아쉬울 뿐이다. 법에서 보장하는 권리인 만큼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12-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프로야구 2군 ‘약속의 땅’은 대만

    2015년 프로야구의 가장 큰 변화는 제10구단 KT의 1군 참가와 이에 따른 경기 수 확대다. 올해까지 각 팀은 팀당 128경기를 치렀으나 내년부터 144경기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선수층의 두께가 성적의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이 확실시된다. 1군 전력 못지않게 2군 전력이 중요해진 것이다. 몇 해 전부터 2군 선수들을 대상으로 해외 전지훈련을 실시하는 구단이 많아졌지만 내년 2군 전지훈련은 팀 성적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예전보다 중요성이 더해졌다. 가장 많은 팀이 ‘약속의 땅’으로 정한 곳은 대만이다. 10개 팀 중 절반이 넘는 6개 팀이 대만에 2군 스프링캠프를 차린다. 두산과 넥센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각각 대만 가오슝과 타이난에서 2군 전지훈련을 실시한다. KIA도 2년 연속 대만 타이둥에 캠프를 차린다. 지난해 중국 광저우에서 2군 전지훈련을 했던 SK는 대만 타이중으로 장소를 옮겼다. 타이중과 가까운 자이에는 LG와 롯데가 자리 잡는다. 롯데는 사상 첫 2군 해외 전지훈련이다. 2군 전지훈련장으로 대만이 각광받는 이유는 날씨 때문이다. 지역별로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만은 한겨울에도 영상 20도를 오르내릴 정도로 따뜻하다. 또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비용도 1군 캠프가 열리는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또 많은 팀들이 대만에 모이다 보니 연습경기 상대를 구하기도 어렵지 않다. 두산 관계자는 “2군 해외 전지훈련을 통해 프로로서의 자긍심을 얻는다는 선수들이 많았다. 1군이 눈앞에 보이는 만큼 더욱 열심히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012년 한국 구단으로는 처음으로 괌에 2군 캠프를 차린 삼성은 내년에도 괌에 2군 캠프를 열 계획이다. 괌에서는 2월 초까지 1군 캠프가 실시되는데 1군 선수들이 2차 전훈지인 일본 오키나와로 이동하면 그 빈자리를 채운다. 호텔도 1군 선수들이 사용했던 특급호텔을 이어서 쓴다. 이에 비해 지난해 일본 오키나와에서 2군 스프링캠프를 실시했던 한화는 올해는 국내 서산구장에서 2군 훈련을 실시한다. 비용 절감 등의 이유 때문이 아니라 괜찮다 싶은 선수는 모두 1군 캠프에 동행하기 때문이다. 김성근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으면서 생긴 변화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NC 역시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에 지난해보다 훨씬 많은 인원을 데려가는 대신 2군 훈련은 국내에서 실시한다. 신생팀 KT도 되도록 많은 선수를 1군 캠프에 합류시킨다는 계획이다. 남은 선수는 수원구장에서 훈련을 하게 된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12-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소문난 골프광 오바마 2년째 ‘그린 정상회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유명한 ‘골프광’이다. 시도 때도 없는 필드행(行)에 비난 여론이 적지 않지만 그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평소에도 그럴진대 휴가 때는 말할 나위가 없다. 크리스마스이브(미국 현지 시간 24일)에도 그랬다. 매년 겨울 휴가를 고향인 미국 하와이에서 보내는 그는 이날도 오아후 섬 카네오헤 만의 해병대 기지 골프장을 찾았다. 이날 라운딩이 특별했던 건 예상치 못한 동반자와 함께했기 때문이다. AP 등은 “오바마 대통령이 크리스마스이브 오후를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와 함께 필드 위에서 보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골프 동반자들은 대개 정해져 있다. 오랜 친구들 아니면 백악관의 측근 참모들이다. 이날 필드에서 양국 정상의 ‘비공식 정상회담’이 이뤄진 것은 때마침 라작 총리가 하와이에서 겨울 휴가를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필드에서의 정상회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이맘때엔 하와이에 집을 소유하고 있는 존 키 뉴질랜드 총리가 특별 게스트로 초청 받았다. 백악관 관계자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양국 정상이 골프를 치면서 국제 현안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중에는 라작 총리가 내년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의장을 맡는 건도 포함돼 있었다”고 말했다. ‘동반자’로서의 오바마 대통령은 실력과 매너 모두 훌륭한 편이다. 핸디캡 17개 내외로 내기가 걸려도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될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와 자주 라운딩을 하는 한 참모는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지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라운딩 중반 스리 퍼트를 했다. 라작 총리 역시 곧이어 스리 퍼트를 했다. 그러자 오바마 대통령은 라작 총리에게 다가가 가볍게 어깨를 두드려주며 격려를 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만약 오바마 대통령과 장시간에 걸쳐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고 싶은 정상이 있다면 연말 휴가를 하와이에서 보내면 될 것 같다. 잊지 않고 가져가야 할 필수품은 당연히 골프 클럽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12-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헌재 기자의 히트&런]방망이 놓는 날은 내가 정한다

    “형, 이 추운 날 야구장엔 왜 나왔어요.” 묻고 싶은 건 오히려 나였다. 한파가 절정에 달했던 16일 서울 잠실구장. 귀마개와 목도리 등으로 얼굴을 완전히 감싼 한 선수가 텅 빈 야구장을 뛰고 있었다.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금방 끝날 것 같던 달리기는 꼬박 열 바퀴를 채우고서야 끝났다. 비활동 기간에, 그것도 따뜻한 실내가 아닌 그라운드를 뛰는 저 선수는 누구일까. 크게 격려해 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더그아웃을 향해 들어온 그가 목도리를 벗으며 밝게 인사했다. 그는 두산의 최고참 선수 홍성흔(37)이었다. 영하 10도의 차가운 날씨였지만 얼굴에선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너야말로 이 추운 날 웬일이냐”는 질문에 돌아온 대답은 “저는 시한부 선수잖아요”였다.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 한마디였다. 정말 그랬다. 기자는 신인 때부터 그를 봐 왔지만 그는 어느덧 유니폼을 벗어도 크게 어색하지 않은 나이가 됐다. 특유의 털털한 목소리로 그는 말을 이었다. “집에 있으면 오히려 마음이 불안해요. 솔직히 언제까지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을지 모르잖아요(그의 계약 기간은 2016년까지 2년 남아 있다). 밟을 수 있을 때 조금이라도 더 많이 그라운드에 있고 싶어서요.” 홍성흔의 모습에서 다른 한 선수의 그림자가 겹쳤다. ‘국민타자’ 삼성 이승엽(38)이다. 이승엽은 시즌 중반부터 틈만 나면 이렇게 말했다.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야구를 그만두고 나면 허투루 보낸 한 타석 한 타석이 계속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다.” 둘은 야구로 이룰 수 있는 건 다 이뤘다고 할 만한 스타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야구가 배고팠다. 배고픔은 간절함으로 이어졌고, 간절함은 좋은 성적으로 돌아왔다. 홍성흔은 올해 타율 0.315에 20홈런, 82타점을 기록했다. 쟁쟁한 후배 선수들을 모두 제치고 팀 내 홈런 1위다. 이승엽의 부활은 더욱 극적이었다. 지난해 타율 0.253에 13홈런으로 주춤했지만 올해 타율 0.308에 32홈런, 101타점의 무시무시한 성적을 올렸다. 역대 최고령 30홈런 고지에 오른 그는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도 받았다. 적지 않은 나이에 그들이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던 건 남몰래 흘린 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천년만년 현역 생활을 고집하는 건 아니다. 그들이 바라는 건 멋진 마무리다. 밀려서, 뒤처져서 하는 은퇴가 아니라 정상의 자리에서 자기 발로 걸어 내려오고 싶어 한다. 홍성흔은 “정확한 때는 말할 수 없지만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은퇴 시기가 있다. 그때까지는 죽을힘을 다해 팬들께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했다. 이승엽도 “나만이 생각하는 기록이 하나 있다. 그 후엔 미련 없이 유니폼을 벗을 것”이라고 했다. 은퇴를 앞둔 선수들은 대개 “이제 야구의 재미를 좀 알 것 같은 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고 말한다. 홍성흔과 이승엽은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을 시기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하는 것이다. 이들의 열정을 오랫동안 지켜봐 왔던 기자는 한 명의 팬으로서 이들이 최대한 오래, 그리고 멋있게 야구를 계속하길 희망한다. 올 한 해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내년에도 늘 그랬던 것처럼 좋은 모습 보이길 바랍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12-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강정호, 강철 내야진 뚫어라

    넥센 유격수 강정호(27)의 단독협상권을 확보한 메이저리그 구단은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피츠버그로 밝혀졌다. 피츠버그의 닐 헌팅턴 단장은 23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강정호를 우리 구단 시스템에 포함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기쁘다. 협상을 통해 현실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강정호의 에이전트 앨런 네로와 피츠버그는 30일 동안 협상을 벌인다. 피츠버그가 강정호에게 가장 높은 포스팅 액수(500만2015달러·약 55억 원)를 제시한 것은 미국 현지에서도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피츠버그는 미국 스포츠에서는 스몰 마켓이다.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 같은 빅 마켓 도시들은 4대 프로스포츠 종목 팀이 모두 있지만 피츠버그에는 3개밖에 없다. 메이저리그의 파이리츠,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의 스틸러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의 펭귄스 등이다. 미국프로농구(NBA) 팀은 없다. 시장이 작다는 것은 구단 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계권료를 많이 받아낼 수 없다는 걸 뜻한다. 그런 피츠버그가 500만 달러 상당의 포스팅 금액을 써냈다는 것 자체가 놀랄 만한 일이다. 올해 피츠버그의 팀 연봉은 7766만6333달러(약 856억 원)였다. 메이저리그 30개팀 중 26위다. 최고 연봉 선수는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오른손 투수 A J 버넷으로 1470만7756달러(약 162억 원)를 받았다. 2013년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인 외야수 앤드루 매커천은 내년에 1000만 달러(약 110억 원)를 받는다. 이런 사정을 감안했을 때 강정호의 연봉은 일단 포스팅 금액을 넘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협상이 원만히 이뤄질지도 확실치 않다. 입단에 성공하더라도 치열한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피츠버그는 올해 와일드카드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등 2년 연속 가을잔치에 참가했다. 2년 연속 좋은 성적을 올린 팀인 만큼 내야진이 안정돼 있다. 강정호는 넥센에서는 유격수였으나 피츠버그에서는 어느 포지션에서 뛸지 확실치 않다. 피츠버그의 2루수 닐 워커와 유격수 조디 머서는 공수를 겸비한 리그 정상급 선수이다. 워커는 올해 타율 0.271에 23홈런, 76타점을, 머서는 타율 0.255에 12홈런, 55타점을 기록했다. 피츠버그의 강정호 포스팅은 유틸리티 플레이어 또는 3루수 해결의 포석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올 초 피츠버그의 주전 3루수는 페드로 알바레스였다. 지난해 리그 홈런 1위에 올랐을 정도로 장타력을 갖췄지만 수비가 불안했다. 올해 실책을 25개나 범했다. 자연스럽게 3루 자리는 유틸리티맨 조시 해리슨에게 돌아갔다. 해리슨은 올해 타율 0.315에 13홈런, 52타점의 준수한 성적을 올리며 올스타에도 선정됐다. 최근에는 탬파베이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백업 유격수 션 로드리게스를 데려왔다. 냉정하게 볼 때 피츠버그에서 강정호는 백업 내야수다. 그런데 백업 내야수에게 많은 돈을 쓸 수는 없다. 강정호가 어떻게 피츠버그에 안착할지 궁금하다. 로스앤젤레스=문상열 통신원 moonsy1028@gmail.com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 2014-12-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남녀 혼성 봅슬레이

    12월 21일은 한국 썰매 역사에 길이 남을 날이다. 이날 ‘스켈리턴 신성(新星)’ 윤성빈(20·한국체대)은 한국 썰매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다. 같은 날 원윤종-서영우-석영진-오제한으로 구성된 남자 봅슬레이 대표팀은 4인승 경기에서 역대 최고인 13위에 올랐다. 이날 세계 썰매 역사도 대전환을 맞았다. 남자들의 전유물이던 4인승 경기에 사상 최초로 여자 선수들이 출전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봅슬레이 여제’ 케일리 험플리스(29·캐나다)와 그의 라이벌 엘레나 마이어스(30·미국·사진)다. 봅슬레이는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월드컵 대회 등 주요 대회에서 남녀 간 차별(?)을 둬 왔다. 그동안 남자는 2인승과 4인승 종목이 있지만 여자는 2인승 종목밖에 없었다. 그러나 올 9월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FIBT)은 여자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하는 쪽으로 규정을 바꿨다. 남자 4인승 종목에 여자도 탈 수 있도록 한 것. 바뀐 규정을 가장 먼저 실행에 옮긴 선수가 험플리스와 마이어스다. 험플리스는 캐나다에서 가장 유명한 썰매 선수다.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과 올해 소치 겨울올림픽 봅슬레이 여자 2인승을 2연패했다. 올림픽 이 종목에서 두 대회 연속 우승한 선수는 험플리스가 처음이다. 세계선수권도 2년 연속(2012, 2013년) 제패했다. 험플리스와 마이어스는 이날 각각 남자 3명과 함께 캐나다와 미국을 대표해 캐나다 캘거리 캐나다올림픽파크에서 열린 경기에 출전했다. 둘은 여자 2인승 경기에서처럼 각각 파일럿(조종수)을 맡았다.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험플리스가 이끈 캐나다 팀은 1, 2차 레이스 합계 1분48초87로 17개팀 중 15위, 마이어스의 미국 팀은 1분49초52로 16위였다. 그렇지만 이들의 도전은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었다. 험플리스는 경기 후 “여자도 4인승을 탈 수 있다는 걸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언젠가는 남자 4인승처럼 여자 4인승 경기도 정식 종목으로 인정받는 날이 오길 희망한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12-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한국 썰매, 매섭네

    스켈리턴(엎드린 자세로 경기장 코스를 따라 내려오는 썰매 종목)을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입문 17개월 만인 올해 2월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한국 썰매 사상 역대 최고 순위인 16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2년이 조금 지난 20일 마침내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에서 메달을 따냈다. ‘스켈리턴 신성(新星)’ 윤성빈(20·한국체대·사진) 얘기다. 윤성빈은 20일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FIBT) 월드컵 2차 대회에서 1, 2차 레이스 합계 1분52초23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월드컵은 지난 시즌 윤성빈이 주로 출전했던 대륙간컵이나 아메리카컵과는 격이 다른 대회다. 흔히 말하는 1부 리그라 할 수 있다. 소치 올림픽의 이 종목 동메달리스트 매슈 앤트완(미국)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대거 출전한다. 윤성빈은 이날 1분52초56에 그친 앤트완을 제쳤다.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윤성빈의 급성장은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의 전망도 밝히고 있다. 썰매 종목은 개최국의 이점을 가장 많이 누릴 수 있는 종목이다. 썰매는 구불구불한 코스를 타고 내려와야 하기 때문에 코스 적응이 경기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많이 타면 타볼수록 유리하다는 뜻이다. 현재 상승세에 코스 적응을 위한 환경까지 갖춰진다면 평창 올림픽에서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 대한체육회는 최근 평창 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의 목표를 ‘금메달 8개’로 잡았다. 그중 7개는 한국의 전통적인 강세 종목인 빙상에 맡겨졌다. 현재 추세라면 나머지 1개는 윤성빈의 썰매에서 나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 봅슬레이의 간판 원윤종-서영우도 희망의 레이스를 이어갔다. 파일럿 원윤종과 브레이크맨 서영우는 같은 장소에서 열린 월드컵 2차 대회 봅슬레이 2인승에서 1, 2차 레이스 합계 1분49초88의 기록으로 전체 5위에 올랐다. 한 주 전 1차 대회에서 8위로 한국 봅슬레이 사상 최고 성적을 거뒀던 둘은 일주일 만에 순위를 세 계단 끌어올렸다. 원윤종과 서영우는 21일 석영진, 오제한과 함께 출전한 4인승에서는 1, 2차 레이스 합계 1분48초74의 기록으로 13위에 올랐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12-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여왕’ 심석희 빈자리… ‘괴물 소녀’ 최민정 있었다

    ‘빙속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와 남자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이승훈(26·대한항공)이 한목소리로 아쉬워하는 게 있다. 국내에 경쟁자가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미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목표를 이뤘다.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할 동기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선의의 경쟁자’의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 큰 자극이 된다. 그런 점에서 ‘쇼트트랙 여왕’ 심석희(17·세화여고)는 행운아다. 소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그의 앞에 또 다른 ‘괴물 여고생’ 최민정(16·서현고)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최민정은 쇼트트랙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심석희만큼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재목”이라고 평가하는 선수다. 2014∼201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 마지막 날 경기가 열린 21일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 심석희는 자신의 주 종목인 여자 1500m 준결선을 앞두고 기권했다. 고열을 동반한 감기몸살 증세가 심해졌기 때문이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심)석희가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3차 대회 때부터 몸이 안 좋았다. 어제(20일) 경기를 치르고는 경기에 나설 수 없을 정도로 증세가 심해졌다”고 말했다. 이로써 지난 시즌부터 이어오던 심석희의 월드컵 대회 연속 금메달 행진도 ‘13’에서 멈춰 섰다. 심석희의 빈자리는 최민정이 메웠다. 고교 1학년생으로 이번 시즌부터 시니어 무대에 올라온 최민정은 여자 1500m 결선에서 2분31초246으로 한위퉁(중국·2분31초357)을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 막판까지 하위권에 머물다가 순식간에 앞선 선수들을 제치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하루 전 여자 3000m 우승에 이어 이번 대회 2번째 금메달이다. 또 2차 대회부터 3회 연속 개인 종목 금메달을 따냈다. 최민정은 경기 후 “석희 언니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 세계 랭킹 1위다. 언니와 같이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일이다. 당장의 성적에 연연하기보다는 많은 경험을 쌓고 싶다”고 말했다. 소치 올림픽에서 노 메달에 그치는 등 지난 시즌 극심한 부진에 빠졌던 남자 대표팀도 안방에서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서이라(22·한국체대)는 한국 선수단의 취약 종목이던 남자 500m에서 41초436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시범 종목으로 열린 남자 3000m 결선에서는 한국 선수들이 금, 은, 동메달을 휩쓸었다. 돌아온 장거리의 강자 이정수(25)가 금메달을 땄고, 곽윤기(25·이상 고양시청)와 신다운(21·서울시청)이 뒤를 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단은 전체 10개 종목의 절반인 5개 종목에서 금메달을 땄고, 은메달과 동메달도 각각 4개씩을 수확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12-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쿠바 야구괴물들 밀물” ML 환호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류현진(27)의 동료로 한국 팬들에게도 친숙한 야시엘 푸이그(24). 2012년 그는 보트 한 척에 의존해 쿠바를 탈출했다. 밀입국 브로커 조직의 도움으로 멕시코를 거쳐 미국에 왔지만 탈출 비용을 주지 못해 생명의 위협을 받았고, 연봉 일부도 빼앗겼다. 그에 앞서 미국 땅을 밟은 많은 쿠바 선수도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8일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를 발표하면서 상황이 바뀌게 됐다. 우수 선수 확보에 목을 매고 있는 메이저리그 구단들도 일제히 환호하고 있다. ‘아마 최강’ 쿠바에서는 요즘도 ‘괴물’들이 쏟아져 나온다. 지난해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6년 6800만 달러(약 749억 원)에 계약한 호세 아브레유는 올해 타율 0.317에 36홈런, 107타점의 성적을 올렸다. 메이저리그 최고 구속 기록인 170km를 던진 아롤디스 채프먼(신시내티)도 쿠바 출신이다. 이들은 모두 목숨을 건 여정 끝에 미국 땅을 밟았다. 이들이 미국으로 직접 오지 않고 멕시코나 아이티 등을 경유한 것은 제3국을 거쳐야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내 드래프트에 참가하지 않고 FA가 되면 더 큰 돈을 벌 수 있다. 국교 정상화로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더 싼 가격에 더 많은 쿠바 선수들을 데려올 수 있게 됐다. 선수들 역시 더이상 위험을 감수하면서 탈출하지 않아도 된다. 쿠바는 이미 지난해부터 자국 선수들의 일본, 멕시코리그 진출을 허가해왔다. 한국 구단 역시 마음만 먹으면 쿠바 선수들을 데려올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몇몇 한국 구단이 쿠바에 스카우트를 파견했지만 몸값 등 세부 조건이 맞지 않아 계약이 이뤄지지 않았다. 쿠바 선수들의 에이전트를 맡고 있는 제이미 토레스 씨는 “쿠바 선수들의 합법적인 미국 진출은 메이저리그의 역사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쿠바에 대해 경제 제재를 가하기 시작한 1961년 이후 쿠바를 떠나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쿠바 선수는 모두 95명이나 된다. 올 시즌 중반부터 두산에서 뛴 외국인 투수 유네스키 마야도 그중 하나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12-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왕별 심석희-샛별 최민정, 목동 가서 봐야겠네

    “(심)석희랑 (최)민정이를 보고 있으면 안 먹어도 배가 부릅니다.” 17일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쇼트트랙 국가대표 미디어데이. 19∼21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201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에 앞서 열린 이날 행사에서 만난 한 관계자가 한 말이다. 소치 겨울올림픽 여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딴 심석희(17·세화여고)는 이미 ‘쇼트트랙 여왕’이라고 불릴 만하다. 지난 시즌 시니어 데뷔 후 지난달 월드컵 2차 대회까지 12개 대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기에 최민정(16·서현고)이 올 시즌 혜성처럼 등장하면서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더 강해졌다. 최민정은 지난달 캐나다에서 열린 2차 대회 1500m에서 개인 종목 첫 금메달을 따냈다. 지난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3차 대회 1000m에서도 심석희를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심석희는 “지난 시즌까지 막내였는데 편하게 대할 수 있는 동생이 들어와서 너무 좋다. 서로 도와가며 좋은 성과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3개 대회 연속 금메달을 딴 신다운(21·서울시청)과 돌아온 에이스 곽윤기(25·고양시청)가 주축이 된 남자 대표팀도 이번 대회에서 소치 올림픽 노메달의 부진을 씻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곽윤기는 “항상 안현수 형을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평창에서 모든 금메달을 가져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빅토르 안(안현수)은 러시아 대표 선발전 관계로 이번 대회에는 출전하지 않는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12-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헌재 기자의 히트&런]‘두목곰’의 소탐대실

    팀과 떼어놓고 생각하기 힘든 선수들이 있다. ‘국민타자’ 삼성 이승엽(38)의 몸에는 푸른 피가 흐르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적토마’ LG 이병규(40·등번호 9번)는 왠지 집에서도 줄무늬 옷을 입고 있을 것만 같다. 두산 하면 김동주(38·사진)다. 1998년 두산의 전신인 OB에 입단한 뒤 올해까지 그는 17년간 베어스 유니폼을 입었다. 두산 한 팀에서만 1710개의 안타를 쳤고, 293개의 홈런을 날렸으며, 1097개의 타점을 기록했다. 이미지도 곰과 비슷했고, 힘도 곰처럼 셌다. 팬들은 언젠가부터 그를 ‘두목 곰’으로 불렀다. 누가 뭐래도 그는 두산의 상징적인 존재이자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그가 팀에서 멀어지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다. 김진욱 감독 재임 시절이던 지난해 시즌 중반 2군으로 떨어진 뒤 한 번도 1군에 올라오지 못했다. 송일수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올해는 아예 1군 경기에서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부상에 따른 부진이 표면적인 이유다. 하지만 두 감독이 팬들의 비난을 뒤집어쓰면서까지 그를 기용하지 않은 데는 말하기 힘든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김동주는 반발했다. 시즌 중 “팀을 떠나겠다”고 폭탄 선언까지 했다. 기회를 박탈당한 데 대한 억울함의 표시였다. 시즌 후 두산은 그에게 코치직을 제안했지만 김동주는 현역 생활 연장을 바랐다. 결국 그는 자유계약선수가 됐다. 많은 팬들이 ‘두목 곰’과의 이별을 아쉬워하면서도 그를 응원했다. 그가 새 팀에서 명예를 되찾고, 기회의 땅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길 바랐다. 하지만 그가 새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가장 큰 원인 제공자가 김동주 자신이라는 게 더 안타깝다. 그의 새 둥지로 가장 유력했던 팀은 신생팀 KT였다. 조범현 KT 감독이 김동주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고 싶어 했고, 김동주 역시 백의종군하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하지만 막판에 일이 틀어졌다. 결국 돈 문제였다. KT가 제시한 금액은 1억 원 안팎이다. 그런데 김동주는 예전에 받던 연봉의 절반은 받아야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올해 그의 연봉이 6억 원이었으니 3억 원 정도는 받고 싶다는 것이다. 김동주는 2009년부터 3년 연속 한국 프로야구 최고 연봉(7억 원) 선수였다. 하지만 그건 모두 과거의 일이다. 그를 둘러싼 환경도 변했다. 객관적으로 보면 그는 올 시즌 1군 출전 경기가 한 경기도 없는 선수다. 일본 프로야구에 나카무라 노리히로(41)라는 선수가 있다. 호쾌한 스윙이 트레이드마크였던 그는 2002년부터 3년간 퍼시픽리그 최고 연봉인 5억 엔(약 47억 원)을 받는 일본 야구 최고 스타였다. 현재 김동주와 같은 나이였던 3년 전 그는 요코하마와 연봉 500만 엔(약 4700만 원)에 계약했다. 전성기 시절의 10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금액이었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는 당시 “유니폼을 입을 수 있다는 사실에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믿고 기다렸더니 꿈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올해까지 요코하마 소속으로 뛴 그는 시즌 후 방출됐지만 포기하지 않고 새 팀을 물색하고 있다. ‘전국구 에이스’로 불리며 롯데 시절 연봉 7억 원을 받았던 손민한(39)도 지난해 5000만 원에 NC 유니폼을 입었다. KT 관계자는 “김동주의 합류가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김동주 정도의 무게 있는 스타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우리 팀 젊은 선수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본인 스스로가 깨닫지 않으면 입단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주가 가슴에 손을 얹고 잘 생각해 봤으면 한다. 현역 선수 생활을 이어가려는 이유가 돈 때문인지, 아니면 진정으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인지.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12-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빙판 ‘金벅지’, 땅에선 두 바퀴

    소치 겨울올림픽 2관왕인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 황제 스벤 크라머르(28·네덜란드)는 ‘자전거 마니아’다. 취미인 사이클은 그의 훈련 프로그램에서도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출전을 위해 방한한 그는 한국 유망주들을 대상으로 한 일일 클리닉에서도 “장거리 종목을 잘하려면 사이클 훈련을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이승훈(26·대한항공·사진)도 사이클을 탄다. 소치 겨울올림픽 남자 팀 추월에서 은메달을 딴 그는 새 시즌을 준비하면서 자전거의 매력에 푹 빠졌다. ‘살아 있는 전설’ 크라머르를 벤치마킹해 보자는 게 시작이었다. 5월 도로 사이클을 구입해 혼자 한강 자전거 도로를 달렸다. 한국 사이클의 전설적인 스타 김동환 프로사이클 대표(52)와의 만남은 이승훈에게 또 다른 길을 열어줬다. 이승훈은 자전거를 고치러 우연히 김 대표의 가게를 찾았다가 의기투합했다. 일 년 365일 중 300일 이상 장거리 자전거를 타는 김 대표와 함께 사이클을 타기 시작한 것이다.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에게 도로 사이클이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문제는 한국의 도로 사정과 운전 문화 때문에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 하지만 이 분야의 전문가인 김 대표와 동행하면서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훈련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시즌이 시작된 11월 이전까지 둘은 매주 서너 차례 서울에서 경기 양평군 양수리나 가평군 유명산까지 왕복 70∼130km를 달렸다. 이승훈은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 훈련은 지루하기 때문에 가끔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다. 하지만 바람을 느끼며 세상을 가르는 자전거는 3, 4시간을 타도 재미있게 할 수 있다. 산과 언덕을 넘을 때면 힘들기도 하지만 그만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이승훈은 봄부터 가을까지 쏟은 땀의 보상을 요즘 들어 톡톡히 받고 있다. 이승훈은 13일 네덜란드 헤이렌베인에서 열린 월드컵 4차 대회 팀 추월에서 김철민(22·한국체대), 고병욱(24·의정부시청)과 함께 금메달을 수확했다. 한국 빙속이 월드컵 대회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처음이다. 15일 열린 매스스타트에서는 40점을 얻어 요릿 베르흐스마(네덜란드·70점)에 이어 은메달을 추가했다. 그럼 ‘사이클 선수’로서의 이승훈은 어떨까. 김 대표는 “원체 지구력이 좋더라. 심폐 기능이 좋아서 언덕을 올라갈 때는 나도 따라가기 힘들었다”고 했다. 이승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8월 그는 투르 드 코리아 예선으로 열린 동호인 대회에 출전했다. 그는 “솔직히 충격을 받았다. 열심히 달린다고 달렸는데 중년 아저씨들이 나를 훌쩍 추월하더라. 스케이트를 시작한 이후 그렇게 낮은 순위는 처음 해 봤다. 더 열심히 타서 내년에는 사이클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며 웃었다. 빙속 선수 출신으로 사이클 선수로도 성공한 대표적인 인물로는 에릭 하이든(56)을 꼽을 수 있다. 1980년 레이크플래시드 겨울올림픽에서 전 종목(500m, 1000m, 1500m, 5000m, 1만 m)을 석권하며 5관왕에 오른 그는 은퇴 후 사이클 선수로 변신했다. 1985년 전미 프로사이클 챔피언십에서 우승했고, 1986년에는 세계적인 도로 사이클 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에도 출전했다. 겨울올림픽에서만 이미 3개의 메달(2010년 밴쿠버 올림픽 금 1, 은 1, 2014년 소치 올림픽 은 1)을 딴 이승훈이라고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12-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사이클 타는 이승훈 “열심히 달렸는데, 아저씨들이 추월해 충격”

    소치 겨울올림픽 2관왕인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 황제 스벤 크라머르(28·네덜란드)는 ‘자전거 마니아’다. 취미인 사이클은 그의 훈련 프로그램에서도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지난 달 서울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출전을 위해 방한한 그는 한국 유망주들을 대상으로 한 일일 클리닉에서도 “장거리 종목을 잘하려면 사이클 훈련을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이승훈(26·대한항공)도 사이클을 탄다. 소치 겨울올림픽 남자 팀 추월에서 은메달을 딴 그는 새 시즌을 준비하면서 자전거의 매력에 푹 빠졌다. ‘살아있는 전설’ 크라머르를 벤치마킹해 보자는 게 시작이었다. 5월 도로 사이클을 구입해 혼자 한강 자전거 도로를 달렸다. 한국 사이클의 전설적인 스타 출신 김동환 프로사이클 대표(52)와의 만남은 이승훈에게 또 다른 길을 열어줬다. 이승훈은 자전거를 고치러 우연히 김 대표의 가게를 찾았다가 의기투합했다. 일년 365일 중 300일 이상 장거리 자전거를 타는 김 대표와 함께 사이클을 타기 시작한 것이다.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에게 도로 사이클이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문제는 한국의 도로 사정과 운전 문화 때문에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 하지만 이 분야의 전문가인 김 대표와 동행하면서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훈련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시즌이 시작된 11월 이전까지 둘은 매주 서너 차례 서울에서 경기 양평군 양수리나 가평군 유명산까지 왕복 70~130km를 달렸다. 이승훈은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 훈련은 지루하기 때문에 가끔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다. 하지만 바람을 느끼며 세상을 가르는 자전거는 3~4시간을 타도 재미있게 할 수 있다. 산과 언덕을 넘을 때면 힘들기도 하지만 그만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이승훈은 봄부터 가을까지 쏟은 땀의 보상을 요즘 들어 톡톡히 받고 있다. 이승훈은 13일 네덜란드 헤이렌베인에서 열린 월드컵 4차 대회 팀 추월에서 김철민(22·한국체대), 고병욱(24·의정부시청)과 함께 금메달을 수확했다. 한국 빙속이 월드컵 대회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처음이다. 15일 열린 매스스타트에서는 40점을 얻어 요릿 베르흐스마(네덜란드·70점)에 이어 은메달을 추가했다. 그럼 ‘사이클 선수’로서의 이승훈은 어떨까. 김 대표는 “원체 지구력이 좋더라. 심폐 기능이 좋아서 언덕을 올라갈 때는 나도 따라가기 힘들었다”고 했다. 이승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8월 그는 투르 드 코리아 예선으로 열린 동호인 대회에 출전했다. 그는 “솔직히 충격을 받았다. 열심히 달린다고 달렸는데 중년 아저씨들이 나를 훌쩍 추월하더라. 스케이트를 시작한 이후 그렇게 낮은 순위는 처음 해 봤다. 더 열심히 타서 내년에는 사이클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며 웃었다. 빙속 선수 출신으로 사이클 선수로도 성공한 대표적인 인물로는 에릭 하이든(56)을 꼽을 수 있다. 1980년 레이크플래시드 겨울올림픽에서 전 종목(500m, 1000m, 1500m, 5000m, 1만m)을 석권하며 5관왕에 오른 그는 은퇴 후 사이클 선수로 변신했다. 1985년 전미 프로사이클 챔피언십에서 우승했고, 1986년에는 세계적인 도로 사이클 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에도 출전했다. 겨울올림픽에서만 이미 3개의 메달(2010년 밴쿠버 올림픽 금1, 은1, 2014년 소치 올림픽 은1)을 딴 이승훈이라고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12-15
    • 좋아요
    • 코멘트
  • 26세 김광현, 좌절금지!

    SK의 왼손 에이스 김광현(26)의 메이저리그 진출 꿈이 무산됐다. SK는 12일 “샌디에이고와 김광현의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김광현은 국내 잔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돈보다는 꿈을 위해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다”고 여러 차례 밝혀온 김광현이다. 샌디에이고 역시 200만 달러(약 22억 원)의 이적료를 책정한 데다 김광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혀온 터라 협상 결렬은 의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돈 문제다. 샌디에이고의 A J 프렐러 단장은 현지 언론을 통해 “선수가 요구한 계약 규모에 동의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기회의 문제였다. 김광현으로서는 자신을 주전으로 인정한다고 생각할 만한 돈을 받아야 했다. 주전 자리는 경쟁을 통해 차지해야 하지만 헐값 계약을 할 경우 실력을 보여줄 기회 자체를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야구 관계자는 “계약 금액이 커질수록 기회도 많아진다. 싼값에 계약한 많은 선수들은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다가 이도저도 아니게 돼 버린다. 김광현이나 SK로서는 그런 부분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버드 블랙 감독이 그를 선발 투수가 아닌 불펜 투수로 생각한 것도 계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 프로야구도 그렇지만 메이저리그는 불펜 투수에 대한 대우가 열악하다. 일단 꿈이 좌절됐지만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김광현은 아직 젊다. 2년 후에는 자유계약선수(FA)가 돼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거치지 않고 메이저리그 30개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다. 그 2년 동안 약점으로 지적되던 제구력을 가다듬을 수도 있고, 직구와 슬라이더의 단순한 패턴을 벗어나 구종을 추가할 수도 있다. 이와쿠마 히사시(33·시애틀)가 훌륭한 본보기다. 이와쿠마는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 소속이던 2010년 겨울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도했다. 당시 오클랜드는 포스팅 금액으로 1910만 달러(약 211억 원)를 책정했다. 하지만 협상 마감 시간까지 계약에 이르지 못했고, 이와쿠마는 라쿠텐 잔류를 선언했다. 그는 완전 FA가 된 직후인 2012년 1월 시애틀과 계약하면서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뤘다. 첫해 9승을 거둔 그는 최근 2년간 14승과 15승을 거두며 팀의 주축 투수로 거듭났다. 김광현은 “샌디에이고와 계약에 합의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포스팅 절차를 허락해준 SK 구단에 감사하다. 다시 돌아온 SK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좀 더 준비해서 기회가 된다면 빅 리그에 다시 도전하겠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12-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SD, 김광현 계약 왜 미뤄왔나

    “모든 일은 마지막 1시간을 남기고 벌어졌다.” 2년 전 이맘때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미국프로야구 LA 다저스와 계약한 류현진(27)이 한 TV 방송에서 한 말이다. 류현진의 계약은 마치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스릴과 반전의 연속이었다. 협상 마감 시한을 10분 앞두고 다저스가 제시한 스플릿 계약(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 마이너리그로 강등시킬 수 있는 계약)에 류현진은 “차라리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엄포를 놨다. 최종 관문은 돈이었다. 협상 마감 시한 1분 전 다저스는 6년간 3000만 달러(약 330억 원)를 불렀는데 류현진은 다시 한번 “그 돈이면 계약을 할 수 없다”고 버텼다. 다저스는 그 자리에서 600만 달러를 추가했고, 류현진의 최종 몸값은 3600만 달러(약 396억 원)가 됐다. 류현진은 “에이전트가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계약서를 보냈을 때 마감 시간까지는 단 1초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올해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도한 SK 김광현(26·사진)의 계약도 최종일에 가서야 결론이 났다. 김광현에 대한 독점교섭권을 갖고 있는 샌디에이고는 12일 오전 7시(현지 시간 11일 오후 2시)까지 김광현과 협상을 완료해야 했다. 한 달 동안의 협상 기간에 양측은 충분히 교감을 나눴다. 샌디에이고는 팀 사정상 적지 않은 금액인 200만 달러(약 22억 원)의 이적료를 책정했다. 김광현은 이달 초 샌디에이고의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해 신체검사까지 받았다. 당시 샌디에이고는 김광현이 SK에서 달았던 등번호 29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선물하며 호감을 표시했다. 최근 김광현은 “구단분들을 만나고 왔는데 분위기가 좋았다. 아직 확정이 되지 않은 상태라 자세한 얘기를 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김광현의 계약이 늦춰진 이유는 팀 사정과 관련이 있다. 미국 현지에서는 8일부터 11일(현지 시간)까지 윈터미팅이 열리고 있다. 30개 구단이 모두 참가하는 윈터미팅은 자유계약선수(FA) 영입과 트레이드 등으로 선수단을 보강하는 중요한 행사다. 이번 윈터미팅에서 샌디에이고의 최우선 목표는 타선 보강이었다. 올 시즌 샌디에이고는 팀 타율 0.226으로 30개 구단을 통틀어 최하위를 기록했다. 팀 홈런은 109개로 28위였다. 그래서 거포 외야수 맷 켐프(다저스) 등이 영입 1순위 후보로 꼽혔다. 문제는 중량급 타자를 데려오려면 투수를 내줘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선발 투수로 뛰었던 이언 케네디, 앤드루 캐시너, 타이슨 로스 등이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된 이유다. 따라서 이들 투수의 거취가 먼저 결정돼야 김광현의 계약도 이뤄질 수 있던 것이었다. 김광현을 바라보는 팀 내 시선에도 다소 온도차가 있었다. A J 프렐러 단장은 김광현에게 선발 투수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버드 블랙 감독은 김광현이 불펜 투수로 더 어울린다고 말했다. 선발 투수냐 불펜 투수냐에 따라 몸값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12-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운명의 날이 밝았다…김광현은 과연 얼마나 받을까?

    "모든 일은 마지막 1시간을 남기고 벌어졌다." 2년 전 이맘 때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미국프로야구 LA 다저스와 계약한 류현진(27)이 한 TV 방송에서 한 말이다. 류현진의 계약은 마치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스릴과 반전의 연속이었다. 협상 마감 시한을 10분 앞두고 다저스가 제시한 스프릿 계약(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 마이너리그로 강등시킬 수 있는 계약)에 류현진은 "차라리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엄포를 놨다. 최종 관문은 돈이었다. 협상 마감 시한 1분 전 다저스는 6년간 3000만 달러(약 330억 원)를 불렀는데 류현진은 다시 한번 "그 돈이면 계약을 할 수 없다"고 버텼다. 다저스는 그 자리에서 600만 달러를 추가했고, 류현진의 최종 몸값은 3600만 달러(약 396억 원)가 됐다. 류현진은 "에이전트가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계약서를 보냈을 때 마감시간까지는 단 1초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올해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도한 SK 김광현(26)의 계약도 최종일에 가서야 결론이 났다. 김광현에 대한 독점교섭권을 갖고 있는 샌디에이고는 한국시간으로 12일 오전 7시(현지시간 11일 오후 2시)까지 김광현과 협상을 완료해야 했다. 한 달 동안의 협상 기간 동안 양측은 충분히 교감을 나눴다. 샌디에이고는 팀 사정상 적지 않은 금액인 200만 달러(약 22억 원)의 이적료를 책정했다. 김광현은 이달 초 샌디에이고의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해 신체검사까지 받았다. 당시 샌디에이고는 김광현이 SK에서 달았던 등번호 29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선물하며 호감을 표시했다. 최근 김광현은 "구단 분들을 만나고 왔는데 분위기가 좋았다. 아직 확정이 되지 않은 상태라 자세한 얘기를 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김광현의 계약이 늦춰진 이유는 팀 사정과 관련이 있다. 미국 현지에서는 8일부터 11일까지(현지시간) 윈터미팅이 열리고 있다. 30개 구단이 모두 참가하는 윈터미팅은 자유계약선수(FA) 영입과 트레이드 등으로 선수단을 보강하는 중요한 행사다. 이번 윈터미팅에서 샌디에이고의 최우선 목표는 타선 보강이었다. 올 시즌 샌디에이고는 팀 타율 0.226으로 30개 구단을 통틀어 최하위를 기록했다. 팀 홈런은 109개로 28위였다. 그래서 거포 외야수 맷 켐프(다저스) 등이 영입 1순위 후보로 꼽혔다. 문제는 중량급 있는 타자를 데려오려면 투수를 내줘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선발 투수로 뛰었던 이언 케네디, 앤드류 캐시너, 타이슨 로스 등이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된 이유다. 따라서 이들 투수의 거취가 먼저 결정돼야 김광현의 계약도 이뤄질 수 있던 것이었다. 김광현을 바라보는 팀 내 시선에도 다소 온도차가 있었다. A.J. 프렐러 단장은 김광현에게 선발 투수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 반면 버드 블랙 감독은 김광현이 불펜 투수로 더 어울린다고 말했다. 선발 투수냐 불펜 투수냐에 따라 몸값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12-11
    • 좋아요
    •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