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진

신규진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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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에서 국방부를 출입하고 있습니다.

newjin@donga.com

취재분야

2025-11-19~2025-12-19
대통령70%
정치일반7%
국방7%
사건·범죄7%
남북한 관계4%
칼럼2%
학술2%
검찰-법원판결1%
  • “뉴노멀 시대 청년들, 실패 무릅쓰고 미래에 도전합시다”

    “지금 한국 사회는 구한말과 바뀐 게 없습니다. 청년들은 20년 전 부모들의 사고방식으로 20년 뒤를 준비하고 있죠.” 염재호 고려대 총장(63)은 22일 동아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뉴노멀(New normal)’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 총장은 “정치는 당쟁만 거듭하고 있고 개화기처럼 4차 산업혁명 이야기가 나오지만 시스템이나 사고방식은 그대로다”라고 지적했다. 15일 출간한 그의 저서 ‘개척하는 지성’(나남출판·1만8500원·사진)에는 사회 각 분야의 미래와 이에 대한 대처 방안이 담겨 있다. 염 총장은 젊은 세대를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 그는 “강단에 있을 때부터 기성세대의 성공 방식을 무작정 따르는 젊은이들이 안타까웠다”고 했다. ‘개척하는 지성’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라는 뜻이다. 그는 20년 가까이 이 책의 토대가 된 ‘미래사회와 조직’이라는 교양과목을 지도했다. 성적평가 때도 ‘20년 뒤 본인에 대해 서술하라’는 문제를 냈다. 염 총장은 “왜 이 수업을 수강했냐는 질문에 ‘엄마가 하라고 해서’라고 답하는 학생도 있었다”고 했다. 수업을 듣고 자신이 살아갈 미래의 모습에 충격을 받은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저는 청년들에게 ‘엄마 말 듣지 말라’는 말을 많이 해요. 기성세대는 청년들이 수동적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것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물론 기성세대에게도 뉴노멀 시대는 위기다. 그는 “이들은 미래를 준비할 기회가 부족했다”며 “정부는 70, 80세가 넘어도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 총장은 “한 사이클을 30년으로 치면 기존에는 두 사이클 이후는 ‘여생’에 속했다. 지금은 세 사이클이 됐지만 사회는 한 사이클이 더 남은 베이비부머 세대에게 은퇴를 요구한다”고 했다. 바쁜 일정에도 2년 동안 틈틈이 생각을 정리했다. 주말이나 해외 출장 때 비행기에서 글을 쓴 것이 대부분이다. 그는 지금도 일주일에 두 번씩 책방에 간다. 호기심은 나이가 들어도 여전하다. 젊은 세대의 이야기는 학생들과 자녀들에게서 듣는다. 최근에는 방탄소년단(BTS) 노래 ‘DNA’의 가사로 주례사를 하기도 했다. “1980년대 미국 유학을 갔을 때 만났던 일본인 친구가 아버지보다 통하는 게 많았어요. 세대 간 격차는 국가 간 격차보다 더 큽니다. 세대 격차를 줄이려면 소통하려는 많은 노력이 필요해요.” 2015년 취임한 염 총장은 내년 2월 퇴임한다. 그는 “대학이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지식을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며 “학생들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대학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힘썼다”고 했다. 총장직에서 내려온 뒤에는 당분간 못 썼던 책을 집필할 계획이다. “노년을 대비해야 하는 베이비부머 세대에 요즘 관심이 많아요. 새 길을 적극적으로 만들어 가는 ‘개척하는 은퇴’도 준비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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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바둑 사심없는 애정으로 이끌분 찾습니다”

    “욕심 없이, 진심으로 바둑에 애정이 있는 총재가 새로 나와야지요.” 22일 경기 파주시 나남출판 사무실에서 조상호 한국기원 비상대책위원장(68)은 고심에 찬 말투였다. 최근 논란을 겪은 한국기원은 전날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조 위원장을 비롯해 사무총장에 김영삼 9단(44)을 임명하는 등 임시 집행부를 꾸렸다. ‘비상시국’이라는 인식 때문인지 비대위원장 선임도 난항을 겪었다. 앞서 2명이나 고사했다. 조 위원장은 “부담스럽지만 기원이 제대로 운영되는 게 더 중요하다”며 “서로 안 맡으려 하니 누군가는 나서야 했다”고 했다. 이어 “비대위는 빨리 해체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한국기원은 홍석현 전 총재의 ‘낙하산 인사’ 논란과 헝가리 여성 바둑기사의 ‘미투’ 폭로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비판 등으로 큰 내홍을 겪었다. 결국 2일 홍 전 총재, 송필호, 송광수 전 부총재 등 집행부가 사퇴했다. 조 위원장은 “프로기사도 아니고 이해관계도 없어 이 자리를 맡게 된 것 같다”고 했다. 나남출판 대표인 그는 바둑의 열렬한 팬이다. 1970년대 학생운동에 참여해 경찰에 쫓겨 다닐 때도 바둑을 즐겼다고.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내기바둑을 둔 적도 있었다. 이런 애정으로 2007년 한국기원 이사를 맡기도 했다. 조 위원장은 뭣보다 ‘소통’을 강조했다. 그는 “그룹을 나눠 프로기사들과의 만남을 추진해 기원 운영에 관한 의견도 수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기원 상임이사이자 바둑계 원로기사 노영하 9단도 지난달 홍 전 총재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집행부가 프로기사들과 소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9단에게 사무총장을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조 위원장은 “손근기 프로기사회장이 30대다. 기사와 기원의 소통을 위해 젊고 새로운 기수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 9단이 프로기사들에게 고른 지지를 받는 점도 고려했다. 조 위원장은 “현 상황에선 선뜻 총재로 나서 주실 인물을 찾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면서도 “훌륭한 자격자가 부담 없이 올 수 있도록 분위기를 다져 놓는 게 비대위의 역할”이라고 했다. 집행부 집단 사퇴로 기존 후원사를 유지하는 일도 급선무. 프로바둑기사 223명이 요구해 5일 이사회에서 결정한 기원 윤리위원회의 ‘미투’ 보고서 재작성도 먼저 새 집행부를 구성해야 가능하다. 파주=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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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조총과 상인이 동아시아 근대화 이끌었다”

    중국 경제사 전문가로, 베이징대 석좌교수인 저자는 16세기 이후 세계의 근대화가 서양의 것이었다는 기존 인식에 반기를 든다. 식민지 개척으로 비서양 국가에 기술과 문화가 일방적으로 전파됐다는, 유럽 중심적 역사 기술을 부정하는 것이다. 오히려 동아시아의 내재적 변화와 역동성에 주목한다. 그가 택한 ‘글로벌 히스토리’, 즉 지구사적 관점에서 볼 때 세계의 근대화는 서양과 비서양의 양방향 소통 과정이었다. 물론 근대화를 주도한 건 유럽이었다. 15세기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과 아시아로 향하는 신항로 개척으로 ‘대항해시대’가 열렸다. 원양 항해가 보편화됐고 이전 실크로드를 통한 동서양의 교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국가 간 경제가 긴밀해졌다. 스페인 등 서유럽 국가는 식민지를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오스만 제국은 동유럽과 소아시아 전역을 다스리며 경제 교류를 주도했다. 17세기 네덜란드 선원 하멜이 13년간 조선에 머문 일화는 유명하다. 단순히 항해술의 발달로만 근대화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 신무기 ‘조총’으로 대표되는 군사 혁명과 ‘장부’가 상징하는 상인 무역 발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송나라에서 화약이 발명됐지만 15세기 이후 서양과 비서양 간 군사기술의 우위가 뒤바뀌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유럽에선 화문총의 목재 손잡이를 개조해 사격 시 개머리판을 어깨에 댈 수 있었다. 병사가 어깨 위에 무기를 올려놓고 발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조총의 사정거리가 늘어나 정확도가 올라갔고 총신이 늘어 화약을 더 많이 장전할 수 있었다. 아시아의 근대화는 “국제무역과 폭력의 융합”이었다. “네덜란드 동인도 주식회사를 대표하는 문구는 ‘왼손에는 장부, 오른손에는 칼’이었다. 칼은 조총으로 대체할 수 있다.” 조총을 든 세력의 출현은 아시아 패권을 유지해 온 명나라엔 충격적인 일이었다. 당시 명나라는 주변국들을 침략하는 대신 조공을 대가로 독립을 보장했다. 광활한 영토를 가진 명나라는 대외 확장 없이도 물자가 풍요로웠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대로, “조공시스템은 종주국과 번속국이 서로 이득을 얻는 일종의 호혜관계였다.” 여기서 아시아 국가들의 잠재력이 발현된다. 이들은 오스만 제국을 통해 유입된 서양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군사 기술의 세계화에 합류했다. 특히 명나라는 유럽의 대포에 중국의 주조 기술을 결합해 당시 세계에서 가장 좋은 대포를 만들었다. 태국, 미얀마에서도 제조 장인을 데려와 군사력을 키웠다. 군사적 긴장 관계도 증가했다. 동남아 국가들은 명, 청 교체기에 놓인 중국에 맞섰다. 서양 신문물을 수용한 일본은 옆 나라 조선을 침략했다. 폐쇄적이었던 조선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일본이 조선에 침입해 명군이 조선을 돕기 위해 참전하자 명군의 무기를 본 조선 대신 유성룡은 ‘우리나라에는 거의 없는 것으로, 모양이 이상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용할 수 없는 것들’이라고 보고했다. 하지만 임진왜란을 겪으며 조선은 조총의 필요성을 느꼈다.” 아시아 각국의 자생적인 군사혁명은 명나라 패권을 위협했다. 작은 주변국도 ‘천조’의 권위와 조공 시스템이라는 아시아 질서에 도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저자는 “명나라는 건국 초기부터 위기가 끊이지 않았고, 이 위기들이 갈수록 가중돼 멸망하고 말았다”고 분석한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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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튜브 스타 ‘제이플라’ 국내 첫 1000만 구독자 돌파

    유튜버 제이플라(JFla·31·사진)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가 1000만 명을 넘었다. 국내 1인 크리에이터 중 최초다. 20일 필뮤직에 따르면 ‘제이플라뮤직(JFlaMusic)’ 채널 구독자는 16일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11월 구독자 500만 명을 넘어선 뒤 1년 만에 세운 기록이다. 3월에는 7년간 1위 자리를 지켜온 기타리스트 정성하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537여만 명)를 앞질렀다. 제이플라는 2013년 7월 앨범 ‘바보 같은 스토리’로 데뷔했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 팝 가수의 히트곡을 커버하면서 2016년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가 부른 에드 시런의 ‘Shape of You’, 루이스 폰시의 ‘Despacito’는 조회수가 1억 뷰를 넘는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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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젝트 그룹 ‘워너원’ 첫 앨범이 마지막 앨범 되나

    아이돌 그룹 ‘워너원’이 해체를 앞두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낸 정규 앨범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워너원의 정규 1집 ‘1¹¹=1(POWER OF DESTINY)’ 타이틀곡 ‘봄바람’은 공개된 바로 다음 날인 20일 멜론, 네이버뮤직 등 7개 차트에서 정상에 올랐다.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를 통해 탄생한 워너원은 지난해 8월 7일 활동을 시작해 올해 12월 31일로 해체 시점을 정해 놓은 상태였다.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서울호텔에서 1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강다니엘은 “시원섭섭하다. 단기간에 이루기 어렵겠지만 워너원이란 이름을 오래 기억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팬들은 활동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해체 이유가 없다” “소속사 앞에서 시위하자” 등 아우성이 거세다. 해체를 반대한다는 청와대 청원까지 올라왔을 정도다. CJ ENM과 스윙엔터테인먼트, 11명 멤버 기획사들은 연말 시상식, 연초 콘서트 개최 등을 놓고 활동 연장에 대해 논의 중이어서 어떤 결론을 내릴지 관심이 뜨겁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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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당 “KBS 올해 583억 적자… 양승동 경영능력 의심”

    양승동 KBS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KBS의 편향 보도, 경영 악화 등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19일 열린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양 후보자의 정치적 중립성, 경영 능력 등에 대해 비판했다.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은 “KBS 9시 뉴스만 틀면 ‘땡문 뉴스’가 나온다는 지적이 있는데, 그만큼 정권에 편향돼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같은 당 정용기 의원도 “잘못된 관행과 문화를 바꾸겠다고 했는데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잘못만 이야기한다”며 “어떻게 KBS가 편파 방송, 왜곡 방송을 했는지에 대한 반성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KBS가 올해 583억 원 적자를 냈다”며 “양 후보자가 경영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도 부족해 KBS를 망하게 한다는 평을 받는다”고 비판했다. 최연혜 한국당 의원은 “7개월 임기 동안 KBS 경영을 피폐화했고 직원 e메일 사찰 등으로 ‘신(新)공안정국’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했다. KBS의 가을 개편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성태 한국당 의원은 “평균 1∼2%대 시청률로 연봉 7억 원씩 받는 김제동은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다”며 “이런 후보자가 사회약자, 취약계층을 대변하는 프로그램을 편성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KBS는 8월 이후 ‘VJ특공대’, ‘콘서트 7080’ 등 장수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오늘밤 김제동’ 등을 신설했다. 양 후보자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일 노래방 회식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한 사실에 대해서도 “그곳에서 술을 마시거나 노래를 부르진 않았다”며 재차 사과했다. 억대 연봉자가 많다는 지적에 대해 양 후보자는 “상위 직급이 과다하다는 의견을 감사원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받았다”며 “직급체계를 실무형 그룹과 보직 책임자 그룹, 전문가 그룹으로 나눠 내년 상반기에 개편할 예정”이라고 했다. 현재 KBS 사장인 양 후보자는 해임된 고대영 전 사장의 잔여 임기를 수행 중이며, 새 임기는 24일부터 3년이다. 신규진 newjin@donga.com·이지운 기자}

    • 2018-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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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은 고통… 쉬운 길 아닌 의미있는 길 찾아라”

    “인생은 고통이다.” “행복을 목표로 살기보다 인생의 의미에 집중하는 게 낫다.” 캐나다 토론토대 심리학과 교수인 ‘유튜브 스타’ 조던 피터슨의 말은 위로보다는 쓴소리에 가깝다. 지난달 30일 출간된 그의 저서 ‘12가지 인생의 법칙’(메이븐·1만6800원·사진)은 고통으로 가득한 삶을 버티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조언을 담았다. 미국, 캐나다, 영국에서 200만 권 넘게 판매되며 큰 인기를 끈 ‘12가지…’가 국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힐링 에세이가 서점가를 휩쓰는 최근 트렌드 속에서, 삶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실질적인 충고를 원하는 청년들이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세상을 탓하기 전에 방부터 정리하라’, ‘당신에게 최고의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만 만나라’, ‘쉬운 길이 아니라 의미 있는 길을 택하라’ 등 이 책은 청년들을 항한 따끔한 충고로 가득 차 있다. 좀 세게 말하면 ‘꼰대’스럽다. 저자의 충고에 청년들은 열광한다. 20, 30대 남성이 주로 이 책을 찾았다. 18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구매자 가운데 남성 독자 비율이 65.3%나 되고 특히 20, 30대 남성이 36%에 이른다. 책 판매량도 꾸준히 늘고 있다. 출간 보름 만인 15일까지 4만4000권이 판매됐다. ‘12가지…’는 출간 첫 주 곧바로 교보문고 종합베스트셀러 4위에 오른 데 이어 2주 차에는 2위로 뛰어올랐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김수현 지음·마음의숲·1만3800원),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백세희 지음·흔·1만3800원) 등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열풍을 타고 위로를 주는 힐링 에세이의 강세 속에서 의외의 선전이라는 평이다. 성기훈 메이븐 편집자는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 트렌드에 지친 젊은이들이 삶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욕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 피터슨 교수는 이미 ‘핫’한 스타 학자다.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150만 명이 넘는다. 국내 출간 전부터 그의 강연에 한글 자막을 입힌 동영상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유명 강사인 김미경 씨가 직장인 여성들을 향한 혹독한 충고를 담은 ‘언니의 독설’(21세기북스·1만6000원)도 판매가 늘고 있다. 2011년 출간된 후 올해 4월 100만 권 돌파를 기념해 스페셜 에디션을 냈다. 김수현 21세기북스 편집자는 “고민에 대한 답을 직설적으로 해줄 멘토가 필요한 직장 여성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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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온두라스 정글에 숨죽인 마야 고대도시의 비밀

    2015년, 중미 온두라스 동부 모스키티아 지역에서 고대 도시의 실체가 확인됐다. 이 책은 뉴욕 자연사박물관 에디터이자 논픽션 작가인 저자가 미국 다큐멘터리 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 특파원 자격으로 고대 도시 ‘시우다드 블랑카’ 발굴 탐사대에 참여한 과정을 그렸다. 마야 문명 시기에 번영을 누렸던 이 도시는 그간 신화적인 공간이었다. 발굴 시도도 끊이지 않았다. 1526년 탐험가 에르난 코르테스의 “부(富)에 있어서는 멕시코를 넘어선다”는 내용의 편지에서 처음 등장했다. 반은 사람, 반은 원숭이인 신비로운 존재가 만들었다는 전설도 내려온다. 건축에 사용한 돌이 모두 하얀색이라 ‘백색 도시’란 수식어도 붙었다. 수백 년간 이곳을 찾은 과학자, 고고학자, 금 채굴자 등은 보존을 이유로 자세한 위치를 함구해 왔다. 그야말로 ‘미지의 세계’였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탐사대는 항공기에 첨단 레이더를 장착해 밀림 지대와 그 속의 모습 등 도시의 윤곽을 잡아냈다. 공공건축물, 거대 토목공사 흔적, 집터, 관개시설, 운하 등으로 추정되는 물체들도 발견했다. 탐사대 여정은 흡사 영화 ‘인디애나 존스’가 떠오른다. 해발 1600m 산맥이 둘러싼 이곳은 재규어부터 3cm의 독니를 지닌 독사 ‘페르드랑스’ 등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들로 가득하다. 때때로 쏟아지는 폭우 앞에 인간은 한없이 무기력한 존재가 된다. 원주민들이 ‘지옥문’이라는 별명을 붙인 이유이기도 하다. 주변 온두라스 마약 밀매상의 위협도 상존한다. 발굴 당시 언론 보도로 알려지지 않았던 뒷이야기들이 책을 읽는 흥미를 더한다. 탐사대로 참여했던 대원들의 소소한 이야기도 담겼다. 이들은 발굴 과정에서 ‘샌드플라이’라는 곤충에게 물리는 바람에 기생충에 감염돼 치료를 받았다. 저자는 번영을 누렸던 도시가 갑자기 사라진 이유를 여기에서 찾는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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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피프린스’ 이후 11년만의 해후 “시작부터 아군을 만난듯”

    11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우정은 흔들림이 없었다. 1일 종영한 OCN 드라마 ‘손 the guest’에서 동갑내기 배우 김동욱과 김재욱(35)은 같은 귀신에게 가족을 잃은 영매 ‘윤화평’과 구마사제 ‘최윤’을 연기했다. 엑소시즘 소재 장르물인 ‘손…’은 마지막 회 자체 최고시청률 4.1%(닐슨코리아)를 기록했다. 20대 청춘이었던 2007년, MBC ‘커피프린스 1호점’에 함께 출연했던 친구는 서로에게 큰 힘이 됐다. 5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동욱은 “11년 동안 머리가 짧아진 것 말고는 똑같더라. 낯선 작품, 스태프 속에서 친구를 만나 촬영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고 했다. 7일 만난 김재욱도 “시작부터 든든한 아군을 만난 느낌이었다. (커피프린스를 촬영했던) 20대 중반의 에너지, 그 시절이 떠올라 즐거웠다”고 했다. 서로의 연기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김재욱은 “동욱이가 아니었으면 영매 역할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김동욱은 “사제복만 입으면 재욱이 눈빛이 달라졌다”며 “그는 그대로인데, 난 늙고 풋풋함도 사라진 ‘아재’가 됐다”며 웃었다. 두 배우 모두 생소한 장르인지라 사전 공부에 충실했단다. 김동욱은 빙의 관련 다큐멘터리를 찾아보거나 무당들을 만났다. 김재욱은 구마의식 세미나를 보러 필리핀까지 갔다. 하지만 촬영 현장에선 오히려 더 활기차게 처신했다. 김재욱은 “음산한 장면이 많아 무거운 분위기에 잠식되면 배우나 스태프 모두 힘이 든다. 그걸 이겨내려고 억지라도 둘 다 더 까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손…’은 체력적으로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6월부터 5개월 동안 전국 각지를 돌며 쉼 없이 촬영이 이어졌다. 강원도부터 전라도까지 안 가본 곳이 없었다. 김동욱은 “연기 인생에서 체력적인 후유증을 크게 앓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역대급’이라는 말이 맞다”면서 “다음 작품은 냉난방이 잘되는 밝고, 맑은 곳에서 촬영하고 싶다”며 웃었다. 동갑내기 친구에게 2018년은 정말 ‘알차게 산 한 해’였다. ‘손…’은 물론 다른 작품도 성과가 컸다. 김동욱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김재욱 역시 연극 ‘아마데우스’, 영화 ‘나비잠’ 등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했다. “15년 연기 인생보다 앞으로 10년 동안 더 많은 필모그래피를 쌓는 다작 배우가 되고 싶어요.”(김동욱) “주연으로 연기를 시작한 사람도 아니기 때문에 색깔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코믹 등 말랑말랑한 작품도 하고 싶고요.”(김재욱) 신규진 newjin@donga.com·이지운 기자}

    • 2018-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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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얼’과 사뭇 다른 ‘장미여관’의 이별법

    5인조 밴드 ‘장미여관’이 해체를 선언한 후 팀 내 불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매끄럽게 활동을 마무리한 ‘장기하와 얼굴들’과 대조를 이뤘다. ‘장미여관’ 소속사인 록스타뮤직앤라이브가 ‘장미여관’이 활동을 끝내고 멤버 육중완과 강준우는 ‘육중완 밴드’로 활동한다고 12일 발표하자 나머지 멤버들이 진짜 이유를 폭로한 것. 임경섭, 윤장현, 배상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장미여관’은 해체가 아니라 분해됐다. 육중완, 강준우가 나머지 멤버들에게 밴드에서 나가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2011년 보컬과 기타를 맡은 육중완과 강준우가 결성한 ‘장미여관’은 ‘봉숙이’ 등으로 인기를 얻었다. 육중완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높였다. 앞서 1일, ‘장기하와 얼굴들’은 “10년간 가족으로 지냈다. 정말 멋지게 활동했다”며 훈훈한 분위기에서 해체 소식을 발표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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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문협회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 철회하라”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을 두고 한국신문협회가 도입 철회를 촉구했다. 한국신문협회는 12일 성명을 내고 “방통위가 지상파의 압박에 떠밀려 중간광고 도입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지상파만을 위한 특혜 정책을 멈추고 매체 및 미디어 간 균형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방송광고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또 협회는 “지상파는 방만 경영, 고임금, 저효율 등 잘못된 경영 및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노력을 우선시해야 한다”며 “방통위 내부에서조차 ‘중간광고를 논의하기에 앞서 지상파의 자구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했다. 앞서 9일 방통위는 전체회의에서 지상파 중간광고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지상파 3사는 1974년 오일쇼크 당시 과소비 방지 차원에서 중간광고가 금지된 뒤 광고매출 감소를 이유로 중간광고 도입을 요구해왔다. 한국신문협회는 “지상파에 대한 특혜성 조치에도 불구하고 콘텐츠의 질과 시청률 등이 과거보다 나아진 것이 없다. 광고매출은 감소했으나 총매출은 오히려 늘었다”고 지적했다. ‘2017년 방송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상파 광고매출은 2011년 2조3754억 원에서 2016년 1조6228억 원으로 줄었으나, 자회사를 포함한 지상파방송 전체 매출은 같은 기간 3조9145억 원에서 3조9987억 원으로 증가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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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4편 내년 방영”… 김은희 작가 사극 좀비물 ‘킹덤’ 주목

    “우리는 아시아 각국에서 위대한 이야기, 이야기꾼에게 투자합니다. 전 세계는 이야기로 어디든지 연결될 수 있거든요.”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에서 8일 열린 ‘See What’s Next: Asia’ 행사에서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 리드 헤이스팅스가 말했다. 이틀간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넷플릭스가 아시아 11개국 언론, 기업 등 관계자 300여 명을 대상으로 콘텐츠 라인업을 공개하는 자리다. 2016년 1월 한국에 진출한 넷플릭스는 한국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이날 공개된 전 세계 콘텐츠 17개 가운데 한국 예능, 드라마는 4개였다. 김민영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디렉터는 “한국 시장은 재능 있는 배우와 제작자가 많다”고 평가했다. 내년에는 아시아에서만 17개의 영화, 드라마를 만들 예정이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 지난달 방영한 예능 ‘YG전자’ 등 국내 콘텐츠를 제작했다. 영화 ‘터널’의 김성훈 감독과 tvN 드라마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가 만든 사극 좀비물 ‘킹덤’이 단연 화제였다.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첫 한국 드라마로 조선의 왕세자가 역병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사건을 다뤘다. 배우 주지훈, 류승룡, 배두나 등이 출연했다. 김 작가는 “2011년부터 기획했지만 기존 드라마 플랫폼으로 좀비물을 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넷플릭스 플랫폼을 통해 자유롭게 창작활동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넷플릭스의 최고콘텐츠책임자(CCO) 테드 사란도스도 “킹덤의 극본을 읽자마자 굉장히 놀랐다. 역사적 비극과 영화 같은 스케일, 비주얼이 뛰어나다. 뛰어난 이야기는 어디에서든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을 증명한 작품”이라고 했다. 6부작으로 제작된 ‘킹덤’은 내년 1월 25일 방영된다. 넷플릭스는 ‘킹덤2’ 제작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천계영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만든 드라마 ‘좋아하면 울리는’, SBS 예능 ‘런닝맨’ 등을 연출한 조효진, 장혁재 PD의 추리 예능 ‘범인은 바로 너! 시즌2’, 멜로드라마 ‘첫사랑은 처음이라서’가 공개됐다. 이들 모두 내년 초 방영된다. 이날 행사에서는 미국의 유명 정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6번째이자 마지막 시즌,마약 전쟁을 소재로 한 ‘나르코스: 멕시코’ 등 오리지널 콘텐츠도 공개했다. 1997년 DVD 대여 업체로 출발한 넷플릭스는 190여 개국 1억37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세계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로 성장했다. 싱가포르=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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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은 방송’ 간다는 KBS, 안보는 방송 주저앉나

    “작별인사 하고 내려가야 하는데 발걸음이 안 떨어지네. 매주 공개홀을 가득 메워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3일 방영된 KBS ‘콘서트 7080’에서 진행자 배철수 씨는 감정이 복받치는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방송을 끝으로 2004년 시작한 ‘콘서트 7080’은 막을 내렸다. 배 씨는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빠르게 싫증을 느끼는 시대인데, 한 프로그램이 14년 동안 지속할 수 있었다는 건 대단한 일”이라며 “‘콘서트 7080’에 대한 프라이드를 늘 안고 살겠다”고 종영 소회를 밝혔다. KBS의 가을 개편 이후 중장년층과 소수 계층을 위한 장수 프로그램이 대거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이에 대해 ‘젊은 방송’을 지향하는 KBS가 시청률에 매몰돼 공영성을 잃어간다는 지적이 나온다. ‘콘서트 7080’은 1970, 80년대에 20대를 보낸 세대를 겨냥한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이다. KBS 대표 장수 프로그램의 갑작스러운 폐지에 시청자들은 반발했다. 프로그램 게시판에는 “종영 이유를 설명해달라” “폐지를 막아주세요. 수신료의 가치를 보여주세요” 등 폐지를 반대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KBS 관계자는 “가을 개편에 (프로그램 폐지가) 예정되지 않아 의아해하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덕재 KBS 제작본부장은 “프로그램이 오래돼 형식과 시청률이 정체돼 왔다”며 “추후 중장년층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승동 KBS 사장은 8월 가을 개편 설명회에서 “KBS를 효율적이고 젊은 방송사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KBS는 5년 이상 방영된 프로그램들을 즉각 폐지했다. 18년 동안 방영된 ‘VJ특공대’, 2013년부터 방송된 소비자 권익 보호 프로그램 ‘소비자 리포트’ 등이 대상이었다. ‘막장 드라마’ 공식을 답습하지 않고 근대사를 배경으로 만든 ‘TV 소설’도 22년 만에 막을 내렸다. 앞서 7월에는 시청자가 참여하는 시사 프로그램 ‘시청자 칼럼 우리 사는 세상’을 폐지했다. KBS 공영노조는 “20년 동안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아 온 프로그램을 없애는 게 시청자가 주인이라는 KBS의 편성에서 할 일인가”라고 비판했다. ‘오늘밤 김제동’ ‘대화의 희열’ ‘볼 빨간 당신’ ‘회사 가기 싫어’ 등 신설 프로그램들은 공영성과 시청률을 모두 잃었다는 평이 대다수다. 젊은 시청자를 타깃으로 제작했지만 시청률은 1∼3%대에 머무르고 있다. 오히려 폐지된 프로그램들의 시청률이 5∼10%대로 더 높았다. 특히 9월부터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시사 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은 진행자 김제동 씨가 회당 350만 원의 출연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고액 출연료’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은영 대중문화평론가는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가 갖춰야 할 자질과 별개로 김제동이라는 유명인의 상징성에 기댄 프로그램”이라며 “형식면에서도 새로움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시청자와 소통 없이 장수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것은 ‘시청자 주권주의’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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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영이유 알려달라” 직원들도 당황…헛발질하는 KBS 새 프로그램들

    “작별인사하고 내려가야 하는데 발걸음이 안 떨어지네. 매주 공개홀을 가득 메워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3일 방영된 KBS ‘콘서트 7080’에서 진행자 배철수 씨는 감정이 복받치는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방송을 끝으로 2004년 시작한 ‘콘서트 7080’은 막을 내렸다. 배 씨는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빠르게 싫증을 느끼는 시대인데 한 프로그램이 14년 동안 지속할 수 있었다는 건 대단한 일”이라며 “‘콘서트 7080’에 대한 프라이드를 늘 안고 살겠다”고 종영 소회를 밝혔다. KBS의 가을 개편 이후 중장년층과 소수 계층을 위한 장수 프로그램이 대거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이에 대해 ‘젊은 방송’을 지향하는 KBS가 시청률에 매몰돼 공영성을 잃어간다는 지적이 나온다. ‘콘서트 7080’은 1970, 80년대에 20대를 보낸 세대를 겨냥한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이다. KBS 대표 장수 프로그램의 갑작스러운 폐지에 시청자들은 반발했다. 프로그램 게시판에는 “종영 이유를 설명해 달라”, “폐지를 막아주세요. 수신료의 가치를 보여 주세요” 등 폐지를 반대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KBS 관계자는 “가을개편에 (프로그램 폐지가) 예정되지 않아 의아해하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덕재 KBS 제작본부장은 “프로그램이 오래돼 형식과 시청률이 정체돼 왔다”며 “추후 중장년층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승동 KBS 사장은 8월 가을 개편 설명회에서 “KBS를 효율적이고 젊은 방송사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KBS는 5년 이상 방영된 프로그램들을 즉각 폐지했다. 18년 동안 방영된 ‘VJ 특공대’, 2013년부터 방송된 소비자 권익 보호 프로그램 ‘소비자 리포트’ 등이 대상이었다. ‘막장 드라마’ 공식을 답습하지 않고 근대사를 배경으로 만든 ‘TV 소설’도 22년 만에 막을 내렸다. 앞서 7월에는 시청자가 참여하는 시사 프로그램 ‘시청자 칼럼 우리 사는 세상’을 폐지했다. KBS 공영노조는 “20년 동안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아 온 프로그램을 없애는 것이 시청자가 주인이라는 KBS 편성에서 할 일인가”라고 비판했다. ‘오늘밤 김제동’, ‘대화의 희열’, ‘볼 빨간 당신’, ‘회사 가기 싫어’ 등 신설 프로그램들은 공영성과 시청률 모두 잃었다는 평이 대다수다. 젊은 시청자를 타깃으로 제작했지만 시청률은 1~3%대에 머무르고 있다. 오히려 폐지된 프로그램들의 시청률이 5~10%대로 더 높았다. 특히 9월부터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시사 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은 진행자 김 씨가 회당 350만 원의 출연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고액 출연료’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시청률도 1~2%대다. 김은영 대중문화평론가는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가 갖춰야 할 자질과 별개로 김제동이라는 유명인의 상징성에 기댄 프로그램”이라며 “형식면에서도 새로움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시청자와 소통 없이 장수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것은 ‘시청자 주권주의’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젊은층을 겨냥한 콘텐츠에 집중된 최근 프로그램 트렌드에서 KBS는 공영성을 지켜야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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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자본주의는 면화 농장에서 싹텄다”

    대량생산되는 형태의 자본주의는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보통 18세기 말 산업혁명으로 인한 ‘산업자본주의’에서 시작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자본주의의 태동을 분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 통해 특정 국가 혹은 세계적인 자본주의의 성격과 발전 양상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발적이지만 저자는 공장과 임금노동자의 출현에서 자본주의가 시작됐다는 통념에 반기를 든다. “자본주의의 탄생과 재편의 중심에 면화가 있다”는 것이다. 10년간 전 세계 기록보관소와 도서관을 다니며 보송보송하고 흰 섬유인 면화가 근대에 어떻게 생산되고 거래됐는지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11세기 즈음부터 인간은 면화를 재배했다. 멕시코 등 태평양 연안에서 남성과 여성 모두 작은 솜뭉치 같은 흰색 다래를 맺는 작물을 재배하며 이를 ‘이치카틀’, 즉 면화라고 불렀다. 섭씨 10∼16도가 유지되면서 비가 많이 내리지 않는 지역에서 면화 재배가 시작됐다. 식물학자들에 따르면 면화는 개화기를 당기거나 미루거나 멈추는 등 환경의 변화에 잘 적응한다. 저자가 면화에 주목한 이유는 간단하다. 20세기까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제조업이 면직물 산업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1900년에는 세계 인구의 1.5%에 해당하는 수백만 명의 남성, 여성, 어린이가 면화를 재배하거나 운반하고 직물을 생산했다”고 강조한다. 면화의 역사 초기에 유럽은 주변부에 있었다. 인도, 중국, 서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에서 면화 생산을 주도하던 때만 해도 유럽인은 면화에 무지했다. 대부분 양모와 아마로 된 옷을 입었다. 그러다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아메리카에 상륙하고, 5년 뒤 바스코 다가마가 희망봉을 돌아 유럽에서 인도로 향하는 항로를 개척하면서 면화 역사의 패권은 유럽이 쥐게 됐다. 유럽 상인들은 군사력을 앞세워 국제 무역항로에서 경쟁자들을 밀어냈다. 자본가들은 아프리카와 인도 등 여러 지역에서 대규모 면화 농장을 건설해 노예들을 강제로 동원했다. 초기 자본주의에서 돈과 힘을 지닌 이들의 권한은 절대적이었다. “유럽의 교역 네트워크가 아시아와 아프리카, 아메리카로 확장될 수 있었던 것은 애초에 훌륭한 상품을 좋은 가격에 공급해서가 아니라 경쟁자들을 군사적으로 제압할 수 있었기 때문이며 세계 여러 지역에 고압적인 유럽 상인들이 존재한 덕분이었다.” 저자가 말한, ‘전쟁자본주의’의 탄생이다. 공장이 아니라 들판에서 번성했으며 기계가 아닌 토지에 집중된 자본주의였다. 자유노동보다는 노예노동에 기반했고 계약보다는 폭력과 신체적 구속을 이용했다. 국제적 면화 무역을 통해 축적한 부를 바탕으로 면화를 효율적으로 대량생산하려는 인간의 욕구는 18세기 산업혁명을 불러왔다는 것. 저자의 말대로 “산업혁명의 전제조건은 전쟁자본주의의 재빠른 포용”인 셈이다. 계몽주의, 과학적 합리주의, 선진제도를 바탕으로 자본주의를 발전시켰다는 신화의 민낯이 실은 이처럼 추악함을 보여준다. 미국에서 면화를 재배한 흑인 노동자들은 쇠가죽 채찍으로 맞았고 방직공이었던 여성, 아이들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저자는 과거부터 계속된, 면화를 재배하기 위해 벌어진 불평등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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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웃음 소재이던 性 콘텐츠… 이젠 무서운 ‘벌집’

    “성(性)을 소재로 한 에피소드는 예전에는 개그 코드로 받아들여졌지만 지금은 성차별 코드가 됐습니다.” 요즘 드라마나 예능 PD, 작가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방송 프로그램의 내용을 두고 남녀 시청자들의 날선 공방이 이어지기 때문. 여성 차별, 남성 혐오 등 성대결로까지 치달았던 사회적 분위기가 방송계에도 불어닥친 모양새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이들 사이에선 “사회현상을 제대로 설명하기도 무섭다”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과거 여성의 성 상품화에만 초점이 맞춰졌던 것과 달리 남성들도 성 비하 발언이나 행동에 민감해졌다. 9월 MBC 드라마 ‘숨바꼭질’에서 여주인공 민채린(이유리)이 남성 목욕탕에 무단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나체로 목욕 중인 남성들이 모자이크 처리된 채 노출됐다. 시청자들은 “성범죄로 볼 수 있는 장면을 연출했다” “성별이 뒤바뀌었다면 방송에 내보낼 수 있었겠느냐” 등 비판과 함께 제작진의 사과를 요구하는 글들이 시청자 게시판에 쏟아졌다. 결국 제작진은 “여주인공이 회사를 살리기 위해 통념을 깨나가는 과정을 그리기 위한 의도로 촬영된 장면”이라며 “의도와 달리 시청자들에게 불쾌감을 안기게 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지난달 20일 tvN 예능 ‘최신유행프로그램’에서 복학생 중 군대 이야기에 집착하는 이들을 ‘군무새’(군인과 앵무새의 합성어)로 지칭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통쾌하다” “공감 간다”는 내용도 있었지만 “남성 조롱은 개그 소재가 아니다” “나라를 위해 2년간 고생했으면 부심(자부심) 좀 부리면 안 되느냐” 등 치열한 댓글 싸움이 펼쳐졌다. 지난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는 tvN 예능 ‘짠내투어’에서 남성 출연자가 여성 출연자에게 “호감이 가는 남성과 별로였던 남성에게 각각 맥주잔을 채우라”고 한 장면에 대해 법정 제재를 의결했다. 방송소위는 “사회 전 분야에서 양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에도 제작진의 성 평등 감수성 부재로 시청자의 윤리적 감정과 정서를 해쳤다”고 밝혔다. 일부 시청자는 방송을 보며 실시간으로 방심위에 신고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방송 프로그램 속 성차별은 만연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월 한국양성평등진흥원이 지상파 3개사, 종합편성채널 4개사, 케이블채널 2개사의 예능, 오락 프로그램 중 시청률이 높은 33개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한 결과 성차별적 내용이 성평등적 내용보다 4.6배 많았다고 밝혔다. 성차별적 내용은 32건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이 가사노동을 전담하고 집안일을 책임져야 한다는 내용이 많았다. 제작진 사이에서는 성차별 논란을 일으키지 않으려 애쓰는 분위기가 강화되고 있다. 한 지상파 예능 PD는 “팀장이 회의 때마다 ‘양성평등적인 시각을 가지고 제작하라’고 지시한다”고 말했다. 본방송 이후 혹여 비판이 있는지 시청자 게시판을 꼼꼼히 살피는 습관도 생겼다고 한다. 하지만 드라마 작가 이모 씨는 “픽션이지만 드라마도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 성차별적 요소가 있더라도 사회현상을 제대로 설명해야 할 때가 있는데 그러기가 어려워 걱정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방송계가 그동안 성차별적 문제에 무감각했다는 방증”이라며 “제작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성차별적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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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무새’ 풍자에 치열한 댓글싸움…방송 프로그램 속 性차별 논란

    “성(性)을 소재로 한 에피소드는 예전에는 개그코드로 받아들여졌지만 지금은 성차별코드가 됐습니다.” 요즘 드라마나 예능 PD, 작가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방송 프로그램의 내용을 두고 남녀 시청자들의 날선 공방이 이어지기 때문. 여성차별, 남성혐오 등 성 대결로까지 치달았던 사회적 분위기가 방송계에도 불어닥친 모양새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이들 사이에선 “사회현상을 제대로 설명하기도 무섭다”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과거 여성의 성 상품화에만 초점이 맞춰졌던 것과 달리, 남성들도 성 비하 발언이나 행동에 민감해졌다. 지난 9월 MBC 드라마 ‘숨바꼭질’에서 여주인공 민채린(이유리 역)이 남성 목욕탕에 무단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나체로 목욕 중인 남성들이 모자이크 처리된 채 노출이 됐다. 시청자들은 “성범죄로 볼 수 있는 장면을 연출했다” “성별이 뒤바뀌었다면 방송에 내보낼 수 있었겠냐” 등 비판과 함께 제작진의 사과를 요구하는 글들이 시청자 게시판에 쏟아졌다. 결국 제작진은 “여주인공이 회사를 살리기 위해 통념을 깨나가는 과정을 그리기 위한 의도로 촬영된 장면”이라며 “의도와 달리 시청자들에게 불쾌감을 안기게 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지난달 20일 tvN 예능 ‘최신유행프로그램’에서 복학생 중 군대 이야기에 집착하는 이들을 ‘군무새’(군인과 앵무새의 합성어)로 지칭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시청자게시판에는 “통쾌하다” “공감 간다”는 내용도 있었지만 “남성 조롱은 개그 소재가 아니다” “나라를 위해 2년간 고생했으면 부심(자부심) 좀 부리면 안 되느냐” 등 치열한 댓글싸움이 펼쳐졌다. 지난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는 tvN 예능 ‘짠내투어’에서 남성 출연자가 여성 출연자에게 “호감이 가는 남성과 별로였던 남성에게 각각 맥주잔을 채우라”고 한 장면에 대해 법정 제재를 의결했다. 방송소위는 “사회 전 분야에서 양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에도 제작진의 성 평등 감수성 부재로 시청자의 윤리적 감정과 정서를 해쳤다”고 밝혔다. 일부 시청자들은 방송을 보며 실시간으로 방심위에 신고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방송 프로그램 속 성차별은 만연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월 한국양성평등진흥원이 지상파 3개사, 종합편성채널 4개사, 케이블 채널 2개사 예능, 오락 프로그램 중 시청률이 높은 33개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한 결과 성차별적 내용이 성평등적 내용보다 4.6배 많았다고 밝혔다. 성차별적 내용은 32건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이 가사노동을 전담하고 집안일을 책임져야 한다는 내용이 많았다. 제작진 사이에서는 성차별 논란을 일으키지 않으려 애쓰는 분위기가 강화되고 있다. 한 지상파 예능 PD는 “팀장이 회의 때마다 ‘양성평등적인 시각을 가지고 제작하라’고 지시한다”고 말했다. 본방송 이후 혹여 비판이 있는지 시청자 게시판을 꼼꼼히 살피는 습관도 생겼다고 한다. 하지만 드라마 작가 이모 씨는 “픽션이지만 드라마도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 성차별적 요소가 있더라도 사회현상을 제대로 설명해야 할 때가 있는데 그러기가 어려워 걱정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방송계가 그동안 성차별적 문제에 무감각했다는 방증”이라며 “제작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성차별적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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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운 구탱이형!” 김주혁 1주기 추모 줄이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배우 김주혁(사진)의 1주기를 맞아 방송, 영화계에서는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소속사 나무엑터스는 30일 고인의 지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추모식을 열었다. 나무엑터스 측은 장소와 참석자 명단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김주혁은 지난해 10월 30일 서울 강남구에서 발생한 차량 사고로 4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사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방송, 영화계에선 여전히 그의 이름이 회자된다. 25일 개봉한 영화 ‘창궐’ 엔딩 크레딧에도 그의 이름이 올라 있다. 김주혁은 ‘창궐’에서 이청(현빈 역)의 형이자 이조(김의성 역)의 아들인 소원세자로 특별 출연했으나 한 회밖에 촬영하지 못했다. 그의 사망 이후 소원세자 역할은 배우 김태우가 대신했다. 2월 개봉한 ‘흥부’, 5월 개봉한 ‘독전’ 등 그는 유작을 통해 관객과의 만남을 이어왔다. 2013년부터 2년 동안 그가 출연했던 KBS 예능 ‘1박 2일’에서는 28일 ‘김주혁 특집’을 편성해 고인을 기렸다. 제작진 측은 27일부터 이틀 동안 영등포구 여의도 CGV에서 ‘김주혁 추모영화제’도 열었다. ‘홍반장’ ‘공조’ 등 그의 대표작 6편이 상영됐다. 영화제 수익금 전액은 한국 독립영화 발전을 위해 기부될 예정이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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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돈 5만원 받더라도 계약서 당연히 쓰는 문화 정착돼야”

    “단역 배우들은 본인들이 근로계약서를 쓸 수 있다는 생각도 못 해요. 계약서 얘기 꺼냈다가 좁은 판에서 ‘건방진 애’로 찍히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서니까요. 돈을 못 받아도 제작자가 ‘미안하다. 다음 작품 때 비중 있는 역할 챙겨줄게’ 하면 혹할 수밖에 없죠. 그만큼 일이 급하니까요.” 영화 ‘범죄의 재구성’, 드라마 ‘태양의 후예’ 등에 출연해 대중에게 낯익은 20년 차 배우 곽민석 씨(48)가 배우들의 임금 미지급 문제를 고발하고 나섰다. 그는 2016년 출연한 웹드라마 ‘행복한 인질’ 제작진의 문제점을 다룬 10분짜리 미니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다. 그를 26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웹드라마 ‘행복한 인질’ 촬영에 참여한 배우와 음향, 조명, 분장 스태프 등 40여 명은 일한 대가를 지급받지 못했다. 함께 일한 후배들의 수당을 자비로 미리 챙겨준 스태프들은 빚더미에 나앉기까지 했다. 제작사 대표는 “지금은 돈이 없다. 해외에 판권이 팔리면 임금을 지급하겠다”며 버티다 잠적했다.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었지만 대부분 근로계약서가 없다는 이유로 도움을 받지 못했다. “단돈 5만 원을 받더라도 계약서를 당연히 쓰는 문화가 정착돼야죠. 만약 불가피하게 계약서를 못 썼다면 당일 퇴근할 때 임금을 지급하는 게 맞고요. 또 제작 현장에는 제작비 활용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감시하는 프로덕션 슈퍼바이저(PS)가 있는데 이 사람들이 인건비 지급에 문제가 없었는지, 부당한 대우는 없었는지를 감시해주면 어떨까 싶어요.” 곽 씨는 이전에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2008년 MBC 드라마 ‘돌아온 일지매’에 출연하고도 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제작사는 출연료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더니 어느 날 회사가 없어졌다. 해당 제작사 대표는 뻔뻔하게 새 회사를 차려 버젓이 영업을 계속했다. 그는 “이와 비슷한 사례가 수없이 반복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솔직히 저는 그 돈(출연료) 못 받아도 살 수 있어요. 하지만 차비조차 없어 촬영장까지 걸어 다니는 많은 후배를 위해서라도 잘못된 일을 바로잡는 선례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지운 easy@donga.com·신규진 기자}

    • 2018-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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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옷 벗으면 주연 시켜줄게” 오디션장의 악몽

    신인 배우 A 씨(27·여)는 올해 초 한 영화 오디션에서 겪었던 악몽 같은 일이 잊혀지지 않아 힘들다. 조연을 지원했는데 면접장에서 제작자가 “(옷을) 벗으면 주연을 시켜주겠다”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깜짝 놀란 A 씨는 가까스로 “그건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거절한 뒤 뛰쳐나왔다. A 씨는 “너무 두려워 지금까지도 면접을 보러 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신인 배우나 배우 지망생들은 이런 일이 흔하다고 입을 모은다. 10대 보이밴드 ‘더 이스트라이트’에 대한 프로듀서의 폭행 사실이 폭로되면서 출연료 미지급, 성추행, 폭행 등 문화계에 만연한 ‘을(乙)의 설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예술계의 불공정 거래를 개선하기 위해 한국콘텐츠진흥원에 공정상생센터,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예술인 신문고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배우 민지혁은 영화 ‘임의 침묵’ 제작사가 오디션 배우들에게 면접비 1만 원을 요구했다고 지난달 폭로했다. 연출을 맡은 한명구 감독은 “오디션비는 관행이며 지원자들의 간식비로 다 쓰였다”고 반박했다. 배우 지망생들도 “면접비 요구는 종종 있었던 일”이라고 했다. 한 영화계 구인구직 온라인 사이트에는 1만 원 선의 면접비를 요구하는 공고가 적지 않다. 신인 배우 김모 씨(25·여)는 “면접비 5000원을 준비하지 못하고 면접장에 갔는데 ‘이 정도도 못 내느냐’는 핀잔을 들었다”고 말했다. 고질적 문제인 출연료 미지급도 여전하다. 작품에 출연하는 것 자체를 ‘스펙’으로 인식하는 분위기 때문이다. 신인 배우 B 씨(25·여)는 “정당한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이 돼도 ‘사전에 계약서를 쓰자’고 하면 제작사에서 화를 낸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제작사가 계약서 작성을 거론하지 않으면 출연료를 사실상 포기해야 한다고 여길 정도다. 원로 배우 이순재 씨도 “몇 년 전 출연료를 받지 못한 일이 있다”고 말했다. 교육을 명분으로 기획사에서 연습생에게 금전을 요구하는 악습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이 콘텐츠진흥원에서 받은 ‘대중문화예술 법률자문 내역’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8월까지 163건의 상담 중 75건이 연습생에 대한 기획사의 금전 요구나 계약 불이행에 대한 고소 고발이다. 연습생들은 데뷔할 기회가 제한된 데다 소속사 대표의 말을 절대적으로 따라야 하는 수직적 구조가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3년간 아이돌 그룹 데뷔를 준비했던 C 씨(23)는 “소속사 없이 연예인으로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폭언, 폭행은 참고 견뎌야 한다. 부모가 나서 ‘조금만 참자’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2009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연예인을 위한 표준전속계약서를 마련해 적정 전속기간, 기본권 등을 명시했다. 하지만 이는 권고 사항에 불과해 실질적인 구속력이 없다. 문제를 제기해 신분이 드러나면 해당 분야에서 활동하기 어려운 현실도 피해자들을 침묵하게 만든다. 문화계에서는 약자인 신고인이 권력을 쥐고 있는 피신고인과 얼굴을 맞대고 피해를 입증하는 절차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제작사, 소속사의 부당 행위에 대한 감시를 의무화하는 정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규진 newjin@donga.com·이지운 기자}

    • 2018-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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