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진

신규진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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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에서 국방부를 출입하고 있습니다.

newjin@donga.com

취재분야

2025-11-19~2025-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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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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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2%
검찰-법원판결1%
  • [책의 향기]공장식 축산의 참혹함… 육식 위주 삶을 돌아보다

    구제역이 전국을 뒤덮었던 2010년 겨울, ‘돈가스 마니아’였던 이 책의 저자이자 영화감독 황윤은 살아있는 돼지를 찾아 길을 나선다. 좁은 틀에 갇혀 각종 약물을 투여받고, 평생 임신과 분만을 반복하며 도축되는 돼지들. 그가 본 ‘공장식’ 축산 과정은 참혹했다. 2015년 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는 우리가 먹는 고기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영화가 잡식가족이 돼지가족을 만났을 때 벌어지는 딜레마에 관한 이야기라면 책은 이 딜레마를 풀기 위한 고민, 답을 찾아가는 과정 등을 담았다. 저자는 영화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했던 전후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무엇을 먹느냐’는 오랜 세월 권력의 문제였고 또한 취향의 문제였는지 모르지만, 어느 순간 윤리와 정의의 문제가 되었고, 이제는 절박한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사람의 식자재가 되기 위해 처참한 환경에서 고통스럽게 살다가 도축당하는 동물 때문만은 아니다. 지나친 육식에서 비롯된 낙농산업은 교통수단에서 배출되는 것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내보내고 있다.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등 전염병은 사회 질서를 위협한다. 이런 축산업을 지원하는 정부 정책 역시 육식 위주의 삶을 부추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먹어야 할까. 저자는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축산물, 소규모 농장의 고기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더불어 육식의 대안인 채식의 이로움과 즐거움을 설파한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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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곡 쓸 땐 발로 뛰며 준비해야 좋은 영감 떠올라”

    뮤지컬 음악 거장 실베스터 르베이(73)에게 1988년은 잊을 수 없는 해다. 독일의 작사가 겸 작가이자 작업 파트너인 미하엘 쿤체(74)가 뮤지컬 ‘엘리자벳’ 협업을 제안한 것. 헝가리 출신인 르베이는 당시 팝송과 영화음악으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영화음악 제작을 함께했고 팝송(실버 컨벤션의 ‘Fly Robin Fly’)으로 1976년 그래미 어워즈도 수상했다. 르베이는 “경력의 전환점인 ‘엘리자벳’ 이후 뮤지컬 음악 창작자로서의 삶이 시작됐다”고 했다.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13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세미나 ‘콘텐츠 인사이트’에 참석한 그를 만났다. 르베이는 “(작곡할 때) 관객의 흥미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성공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곡을 쓰기 전 등장인물에게 감정이입을 하기 위해 애쓴다. 그래서 극 순서를 따르지 않고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무작위로 곡을 만든다. 그는 “황후 엘리자벳의 관점에서 궁전에 갇힌 기분을 상상하다 ‘나는 나만의 것’ 넘버의 영감이 떠올랐다”고 했다. 실존했던 오스트리아 황후 엘리자벳의 일생을 그린 ‘엘리자벳’(1992년)은 빼어난 외모를 지녔지만 황실 생활에 답답함을 느끼며 계속 죽음의 유혹을 받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자유를 갈망하며 엘리자벳이 부르는 ‘나는…’은 여성들에게서 큰 사랑을 받는 곡이다. 특히 결혼한 여성들은 폭발적인 환호를 보낸다. 그는 “결혼생활이 불행하다고 느낀 여성들이 황후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위안을 얻는 것 같다”며 웃었다. 천재적 재능에 자유분방한 영혼을 지녔지만 불우한 가정환경과 후원하는 권력자의 거만함에 짓눌린 모차르트를 그린 ‘모차르트!’(1999년)는 ‘엘리자벳’의 성공으로 적잖은 부담을 느끼며 만든 작품이다. 그는 곡을 쓰기 위해 모차르트 무덤과 잘츠부르크 생가 등을 방문했다. 그 결과 클래식한 음악부터 록, 재즈를 넘나드는 서정적이고 처절한 넘버들이 대비를 이루며 모차르트의 복잡한 마음을 절묘하게 묘사해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르베이는 “발로 뛸 때 좋은 영감이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며 “현장에서 느낀 분위기들을 곡에 잘 반영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강렬한 넘버는 그의 트레이드마크. ‘레베카’(2006년)에서 광기 어린 댄버스 부인이 죽은 레베카에게 집착하며 절규하듯 부르는 ‘레베카’ 넘버는 압권이라는 평이다. 르베이는 “한국 배우들은 노래 솜씨가 특출나다”고 했다. 그는 ‘엘리자벳’에서 엘리자벳 역을 맡았던 옥주현과 토드(죽음) 역을 소화한 박효신 등 배우들의 이름을 빠짐없이 기억했다. 전날에는 블루스퀘어에서 공연 중인 ‘엘리자벳’의 김준수를 만나 “감정선, 드라마 모두 업그레이드 된 토드를 만났다. 내 음악을 완성시켜주는 캐릭터를 잘 표현해 줘 고맙다”고 인사했다. “한국 관객들의 반응은 굉장해요. 그 뜨거운 에너지에 저도 좋은 기운을 한가득 받는 느낌이에요.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관객들을 위한 작품을 만들고, 언젠가는 오페라도 쓰고 싶습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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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 스쳐가는 또 하나의 삶일 뿐… TV, 이혼 소재 콘텐츠 부쩍 늘어

    “아마 당신은 평생 모를 거야. 이제 당신 필요 없어. 완전 개운하다.” 직장인 민모 씨(38·여)는 최근 자신의 다이어리에 이 글귀를 적어놓고 심적인 위안을 얻었다. 이 문구는 지난달 종영한 KBS 드라마 ‘최고의 이혼’에 나왔던 대사다. 실은 3년 전 이혼의 고통을 겪었던 민 씨는 뭔가 우군이 생긴 기분이었다고. 그는 “예전 드라마에선 이혼녀를 부정적으로 그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요샌 이혼을 다룬 드라마도 많고 조금은 긍정적으로 봐주는 것 같다”고 했다. 최근 안방극장에선 이혼을 소재로 다룬 콘텐츠가 부쩍 늘었다. 드라마, 예능 등 분야도 다양하다. 뭣보다 ‘사랑과 전쟁’처럼 치정으로 얼룩진 자극적 소재로 쓰기보단 아픔을 겪었더라도 잘 극복하고 자아를 찾는 ‘또 하나의 삶’으로 묘사하는 점이 크게 달라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재 방영 중인 tvN 드라마 ‘남자친구’다. 여주인공 수현(송혜교)은 요즘 이혼녀들의 ‘워너비’로 불린다. 미모와 재력, ‘썸’을 타는 연하까지 모자람이 없다. 수현에게 이혼은 정치인의 딸이자 재벌가 며느리로 꽉 막힌 삶을 살아온 그에게 해방구 역할을 했다. 누구의 아내, 딸이 아닌 오롯이 자기 자신의 인생을 산다. ‘직진남’ 진혁(박보검) 덕분에 어두웠던 성격마저 변해간다. 실제로 이 드라마는 40대 여성에게 무척 인기가 높다. 타깃 시청률이 10∼13% 정도다. 특히 이혼 남녀가 모인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이혼한 사람만 만나야 한다는 선입견이 드라마를 보며 깨지고 있다” “TV가 본격적으로 연하 남친을 만나는 이혼녀들의 현실을 다뤘다” 등 반응이 올라왔다. 결혼정보회사 비에나래의 손동규 대표는 “요즘은 중년 남성이 미혼 여성을 찾는 문의보다 중년 여성이 미혼 남성을 찾는 문의가 많다. 상담하는 여성들이 그런 관계를 다룬 드라마를 자주 언급하는 것도 인상적”이라고 했다. 전남편을 저주하거나 시댁에 복수하는 ‘아내의 유혹’ 식 클리셰도 이젠 옛날 얘기다. 이혼은 그저 캐릭터의 성격을 보여주는 장치로 나오기도 해, 굳이 왜 그런 설정을 넣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지난달 말부터 방영한 MBC 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에서는 교통사고로 괴로워하던 차우경(김선아)에게 이혼은 스쳐 가는 하나의 시련일 뿐이다. tvN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 두 번의 이혼을 겪었다는 건 진우(현빈)의 냉소적인 성격을 드러내는 수단에 그친다. 자극적인 면을 거둬낸 대신 디테일을 살린 점이 눈에 띈다. 지난달 종영한 ‘최고의 이혼’은 이혼 과정을 그린 2018년판 ‘사랑과 전쟁’이지만 훨씬 세련된 방식을 택했다. “불륜이 없어도 일상의 엇나감이 쌓여 멀어지는 이별의 과정이 잘 담겼다”는 평이 많았다. 이혼서류가 가장 ‘실사’에 가깝다는 얘기마저 나왔다. 10월 종영한 SBS 예능프로그램 ‘무확행’은 서로의 상처를 공유하고 위로하는 이혼남 4명이 출연하기도 했다. 개그맨 김준호의 “아직 마음이 따갑지만, 이혼은 아름다운 추억”이라는 말도 화제가 됐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이젠 이혼이란 소재가 금기를 넘어 일상의 소재로 쓰임이 다양해지고 있다”며 “특히 드라마에서 주된 서사가 아닌 ‘양념’으로 쓰이는 건 그만큼 이혼에 대한 시청자 인식이 변화했음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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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이팝은 멋을 아는 음악… 영감 많이 얻죠”

    “케이팝은 멋있는 법을 아는 음악장르예요. 방탄소년단(BTS)과도 같이 작업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세계적인 DJ 스티브 아오키(41·사진)가 또다시 한국을 찾았다. 16일 새벽 인천 중구 클럽 ‘크로마’에서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케이크를 들자 1000여 명의 관객이 환호했다. 아오키는 ‘CAKE ME’ 피켓을 든 이들에게 케이크를 던지고 샴페인을 뿌려댔다. 관객들은 개의치 않고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에 몸을 흔들었다. 올해 두 번째로 내한한 아오키를 공연 직전 만났다. 그는 한국과의 인연이 여러모로 깊다. 특히 “(케이팝의) 다양한 시도를 보면서 영감을 얻는다”고. 10월에는 방탄소년단이 참여한 신곡 ‘Waste It On Me’도 공개했다. ‘MIC Drop’ ‘전하지 못한 진심’에 이어 방탄소년단과 세 번째 협업이다. 아오키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DJ 가운데 한 사람이다. 세계를 돌며 연간 200회 이상 공연을 한다. 2015년 성대낭종 수술도 받았지만 여전히 원기왕성하다. 가장 긴 관객 환호 시간, 가장 많은 투어를 돈 아티스트 등 기네스 기록만 5개. 그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제목이자 록그룹 본조비의 노래 ‘아이 윌 슬립 웬 아임 데드(잠은 죽어서나)’가 좌우명이다. 일본계 미국인인 그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DJ로 기억되길 원한다. 그는 “아시아계 문화인의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BTS도 그런 인물들”이라고 했다. 그는 바쁜 일정에도 비행기에서 엄청나게 책을 읽는다고. 아오키는 “최근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호모데우스’에 빠져 있다”며 웃었다. 아오키는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한 노력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일본 프로레슬러이자 미국 레스토랑 사업가인 로키 아오키는 ‘아메리칸드림’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는 2008년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평생의 롤 모델”이라며 “칭찬보다 항상 더 노력해야 한다고 충고했던 분”이라고 말했다. “성공에 냉정했던 아버지를 통해 비판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어요. 그래도 아버지가 지금의 저를 본다면 칭찬하고 인정해 주시지 않을까요.”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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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문협회 “지상파 중간광고 강행은 여론 무시”

    “국민의 60%가 반대하는 지상파 방송 중간광고를 도입하는 건 국민 여론에 맞서겠다는 것인가.” 한국신문협회(회장 이병규)가 17일 긴급 회장단 회의를 열고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에게 보내는 5개 항목의 공개질의서를 채택했다. 방통위가 12일 지상파 방송 중간광고 도입을 골자로 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데 대해 협회 차원에서 적극 대응에 나선 것이다. 신문협회 52개 회원사 발행인 연명으로 발표한 이 질의서는 모든 회원사의 동의를 거쳤다. 이날 신문협회는 “정책 변경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은 시청자의 권리와 이익”이라며 “국민의 60%가 지상파 방송의 중간광고를 반대하는 상황에서 여론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공개질의서에는 또 △방송에는 특혜를 주고 신문 등 타 매체는 존립 기반마저 위협하는 미디어 ‘부익부 빈익빈’을 재촉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지상파 방송사가 약속한 경영 자구노력을 먼저 이행한 뒤 중간광고를 허용해야 하는 것 아닌지 △지상파 방송에 대한 방통위의 특혜 조치가 계속되지만 실제 경영이 개선됐는지 △저널리즘 및 미디어 정책의 전반을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 등 부처 간 협의를 거쳤는지 등의 질문들이 담겼다. 지난해 협회의 조사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 중간광고가 도입되면 지상파 방송사들은 해마다 1114억∼1117억 원의 광고수익이 늘어나지만 신문업계 광고비는 해마다 201억∼206억 원이 줄어든다. 잡지, 케이블TV 등 타 매체 광고비도 176억∼183억 원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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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물리학자의 ‘스케일’, 변호사의 ‘실격당한…’

    이론물리학자 제프리 웨스트의 ‘스케일’(김영사)이 11위(4표)에 선정돼 아쉽게도 ‘올해의 책’ 10권에는 들지 못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생물계와 사회 시스템이 모두 ‘규모 증감의 법칙’을 따른다고 주장한다. 권은희 까치글방 편집팀장은 “가장 작은 규모의 세포에서 거대한 기업까지 생물학을 넘어 세상을 움직이는 보편 법칙을 탁월하게 추적하는 책”이라고 평가했다. “‘우리는 왜 도시에 사는가’에 대한 놀라운 통찰이 담겼다”(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는 평도 나왔다. 공동 12위에 오른 4권은 나란히 3표를 받았다. 1급 지체장애인인 김원영 변호사의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사계절)을 추천한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저자의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인간 존엄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책”이라고 했다. 황서현 휴머니스트 주간은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마지막’ 변론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이 책을 평가했다. 백선희 번역가는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의 신작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김영사)을 꼽으며 “‘사피엔스’로 인류의 과거를, ‘호모데우스’로 인류의 미래를 탐색한 그가 인류의 현재에 던지는 더없이 명철한 진단”이라고 했다. 김희경 작가의 ‘이상한 정상 가족’(동아시아)은 “국가, 사회가 인정하고 보호하는, ‘정상’의 기준을 흔든 책”(김수진 푸른숲 부사장)이라는 평을 받았다. 한승태 작가가 양계장, 도축장 등에서 일하면서 쓴 ‘고기로 태어나서’(시대의창)는 “경험과 인식이 드러난 글쓰기의 전형을 보여준다. 책이 삶을 바꿀 수 있다는 힘을 느꼈다”(여태훈 진주문고 대표)는 지지를 받았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한국 르포르타주의 가능성을 열어준 책”이라고 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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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금은 덜 아픈 새해가 되길 바라며 ‘2018 올해의 책’

    언젠가는 아픔이란 게 아예 없는 세상이 올까요. 출판인, 학자, 문화예술인 등 45명에게 ‘2018년 올해의 책’을 5권씩 꼽아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한번이라도 추천된 책은 모두 119권. 그 가운데 상위 10권을 ‘올해의 책’으로 꼽아보니 우리 사회의 여러 아픔들에 관한 책이 6권이나 됩니다. 저자와 독자, 출판이 세상의 고통을 직시하고 있다는 뜻일 테지요. 분주한 연말 독자의 책 선택에 도움이 되길, 모두가 조금은 덜 아픈 새해를 맞기를 바라며 ‘올해의 책’을 소개합니다. ■ 골든아워이국종 지음·1권 438쪽, 2권 388쪽·흐름출판“책의 힘을 보여준 올해의 문제작”(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은 ‘골든아워’(전 2권)였다. 선정위원의 절반에 가까운 20명이 ‘올해의 책’으로 추천해 압도적으로 많은 선택을 받았다.이 책은 대한민국의 낙후한 중증외상 의료 현실에 대한 보고서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권역외상센터장)가 2002년 외상외과에 발을 들인 뒤 올 상반기까지 17년 동안의 진료, 수술 기록과 기억을 바탕으로 사선에서 싸우는 환자와 의사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진정성 가득한 글의 핍진성이 독자를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한 개인의 분투와 사회 현실을 갈마들며 소설 같은 논픽션 수작(秀作)이 탄생했다”고 추천 사유를 밝혔다. 고세규 김영사 대표는 “치열하고 고귀한 현장의 분투가 날것 그대로 담겼다”고 말했다. 이 같은 찬사는 우리나라에 국제 표준 중증외상 치료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한 저자의 고투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책의 인기에 한국사회의 그늘을 지켜온 한 의사와 외상외과 팀에 대한 응원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의료 현실 문제제기를 넘어 삶과 사회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기에 더 큰 울림을 갖는다고 선정위원들은 입을 모았다. “외상외과 뿐 아니라 우리 사회와 삶의 모습을 오버랩하고 있다”(이치억 선임연구원), “한국 사회의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김소영 문학동네 편집장), “지켜야 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최선을 다해 읽어야 하는 책”(김영건 속초 동아서점 운영자), “세상의 변화를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온몸으로 알려 준다”(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는 평가다. 박상준 민음사 대표는 “이름 없는 사람들의 분투가 명확하고 담담한 문장으로 담겨있음이 놀랍다”며 “이 책은 기록을 넘어 문학이 되고, 메시지가 되고, 우리에게 필요한 정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 역사의 역사유시민 지음·340쪽·돌베개 경제학도, 정치가, 지식소매상에서 최근에는 방송인으로도 활동하는 유시민 작가의 책이다. 동서양의 역사가 16인과 그들이 쓴 역사서 18권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이치억 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역사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문헌이라는 구슬을 작가의 일관된 시각이라는 실로 꿰고 있는 책”이라며 추천했다. 송영석 해냄 대표는 “역사적으로 꼭 읽어봐야 할 역사책의 장단점을 꼼꼼하게 짚었다”고 했다. “역사란 무엇이고, 왜 역사책을 읽어야 하며,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의 대답은 이 책에 모두 담겨 있다.” (김기중 더숲 대표) ■ 말이 칼이 될 때홍성수 지음·264쪽·어크로스 “혐오표현에 대한 사회적 성찰을 불러일으켰다.”(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한국 사회의 혐오 표현에 대한 문제를 파고든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의 책이다. 강성민 글항아리 대표는 “저자 자신이 남성으로서 예민한 의식을 갖지 못하다가, 왜 조그만 혐오표현이라도 문제가 되는지 점점 자각하는 과정을 잘 밝혔다”며 추천했다. 김수진 푸른숲 부사장은 “한국에 사는 우리가 도달한 혐오 표현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기준으로 인정할 만 하다”는 호평했다. 오제연 성균관대 교수는 “혐오의 연쇄를 끊어내는 실천의 모색을 가능하게 해 준다”고 했다. ■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신형철 지음·428쪽·한겨레출판사 “이 시대 글을 읽고 쓰는 까닭에 대한 곡진한 질문”(김수한 돌베개 편집주간) 문학평론가의 산문집이다. 문학 작품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여러 사회적 이슈에 대한 시선을 담은 글을 묶었다. 염종선 창비 이사는 “많은 슬픔은 막연하고 애매한 감성의 영역이 아님을 알려 준다”,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는 “감성적인 언어가 일반 독자들도 비평의 세계에 몰입하도록 안내한다”고 평했다. “천천히 집중해서 읽어야만 하는 책을 기꺼이 선택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하게 해줬다.”(김수진 푸른숲 부사장) ■ 어디서 살 것인가유현준 지음·380쪽·을유문화사 도시와 건축을 인문학적으로 다룬 건축가의 책. “우리가 살아가야 할 공간에 대한 혜안이 담겼다”(이구용 KL매니지먼트 대표), “도시의 경관이 아니라 기능과 가능성에 주목한 책”(권은희 까치글방 편집팀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주연선 은행나무 대표는 “행복한 삶으로 이끄는 공간과 건축에 대한 상상을 손에 잡힐 듯 구체적인 언어로 보여 준다”면서 “의미 있는 공간에 대한 감각을 확장했다”고 추천 사유를 밝혔다. “부동산하면 재테크가 떠오르는 요즘 세상에 ‘집이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이 신선하다”(박영규 교보문고 대표). ■ 당신이 옳다정혜신 지음·316쪽·해냄출판사 “태풍과 쓰나미가 지구의 병이 아니듯이 우울과 무력감은 삶의 보편적인 바탕색일 뿐이다.” 염종선 창비 이사가 책을 읽고 느낀 점을 담아 밝힌 추천 사유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트라우마를 입은 피해자들을 상담했던 정신과 의사가 사람의 마음에 대한 통찰과 치유의 길을 담은 책이다. 김기중 더숲 대표는 “몸과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위로하는 강력한 치유제”라고 평가했다. “정혜신의 눈 맞춤과 포옹을 경험하면 나도 타인에게 그런 사람이고 싶어진다. 그 단단한 내공을 전하는 이 책은 우리 사회의 산소호흡기다.”(황서현 휴머니스트 주간) ■ 경애의 마음김금희 지음·356쪽·창비 소설로는 유일하게 ‘올해의 책’에 올랐다. 저자의 첫 장편소설로 추천 사유가 강렬하다. 박상준 민음사 대표는 “젊은 작가에게서 가장 전통적인 방식으로 탄생한 가장 새로운 장편소설”이라며 “독자로 하여금 한국 소설의 저력을 다시 한번 신뢰하게 만들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도 “새로운 세대의 문학을 피부로 느끼게 한 작품으로 우리 시대의 아픔과 부서진 마음을 바느질 자국이 느껴지지 않는 능숙한 솜씨로 깊게 표현한 올해의 수작”이라고 했다.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를 확인하게 해준다. 마음은 무슨 일을 하는가?”(김수진 푸른숲 부사장) ■ 열두 발자국정재승 지음·400쪽·어크로스 “자기계발서 같은, 뇌 과학자의 유쾌 발랄 상큼한 강연.”(강맑실 사계절 대표) ‘뇌’의 관점에서 인간의 본질을 탐구했다. 인공지능(AI)이 화두인 시대에 “오늘의 독자들이 목말라하는 지식이 무엇인지 잘 보여줬다”(황서현 휴머니스트 주간)는 평가다. 뭣보다 ‘술술 읽힌다’는 게 강점으로 꼽혔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더 나은 삶, 오지 않은 세상을 탐구한 명 강의를 정리해 쉽고 깊이 있게 읽힌다”고,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은 “과학교양과 미래사회에 대한 성찰을 대중 눈높이에 맞게 잘 만든 교양서”라고 추천 사유를 밝혔다. ■ 검사내전김웅 지음·384쪽·부키 “현직 검사이면서도 검찰과 검사의 세계를 치우침 없이 솔직하고 흥미롭게 서술했다.”(표정훈 출판평론가) 18년간 검사로 일한 자칭 ‘생활형 검사’가 차진 글 솜씨를 발휘했다. “정치색을 드러내지 않고도 자신의 분야에서 한국사회의 민낯을 이리 두텁게 묘사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박혜숙 푸른역사 대표)인데도 “대표적 권력집단의 하나인 검사의 세계를 실상에 근접해 이해하도록 안내한다”(안대회 성균관대 교수). 유정연 흐름출판 대표는 “재미가 있을 뿐 아니라 진지한 사유로 사회의 그늘진 풍경에 대한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를 들려준다”면서 추천했다. ■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백세희 지음·208쪽·흔 독립출판물이 출판시장에서도 폭발적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책이다. 저자가 자신의 기분부전장애 치료기를 담았다. “전문가인 의사의 이야기보다 실제 환자의 치료 후기에 더 깊이 독자들이 공감했다는 점”(김형보 어크로스 대표)이 특징. 고세규 김영사 대표는 “우리 내면의 어두운 면을 솔직하게 포착했다”며, 강인욱 경희대 교수는 “겉으로는 밝지만 숨 막히는 경쟁을 겪어 온 20대의 진솔한 속마음을 느꼈다”며 추천했다. “정신과 치료를 알려도 되는 일로 만든 것만으로도 많은 이에게 힘이 됐다”(김수진 대표)는 평도 나왔다. ▼‘올해의 책’에 아쉽게 선정되지 못 한 책▼ 이론물리학자 제프리 웨스트의 ‘스케일’(김영사)이 11위(4표)에 선정돼 아쉽게도 ‘올해의 책’ 10권에는 들지 못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생물계와 사회 시스템이 모두 ‘규모 증감의 법칙’을 따른다고 주장한다. 권은희 까치글방 대표는 “가장 작은 규모의 세포에서 거대한 기업까지 생물학을 넘어 세상을 움직이는 보편 법칙을 탁월하게 추적하는 책”이라고 평가했다. “‘우리는 왜 도시에 사는가’에 대한 놀라운 통찰이 담겼다”(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는 평도 나왔다. 공동 12위에 오른 4권은 나란히 3표를 받았다. 1급 지체장애인인 김원영 변호사의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사계절)을 추천한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저자의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인간 존엄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책”이라고 했다. 황서현 휴머니스트 주간은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마지막’ 변론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이 책을 평가했다. 백선희 번역가는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의 신작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김영사)을 꼽으며 “‘사피엔스’로 인류의 과거를, ‘호모데우스’로 인류의 미래를 탐색한 그가 인류의 현재에 던지는 더없이 명철한 진단”이라고 했다. 김희경 작가의 ‘이상한 정상 가족’(동아시아)은 “국가, 사회가 인정하고 보호하는, ‘정상’의 기준을 흔든 책”(김수진 푸른숲 부사장)이라는 평을 받았다. 한승태 작가가 양계장, 도축장 등에서 일하면서 쓴 ‘고기로 태어나서’(시대의창)는 “경험과 인식이 드러난 글쓰기의 전형을 보여준다. 책이 삶을 바꿀 수 있다는 힘을 느꼈다”(여태훈 진주문고 대표)는 지지를 받았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한국 르포르타주의 가능성을 열어준 책”이라고 했다. ▼올해의 책 선정위원(가나다순·45명)▼강맑실(사계절 대표) 강성민(글항아리 대표) 강인욱(경희대 사학과 교수) 고세규(김영사 대표) 권은희(까치글방 편집팀장) 김기중(더숲 대표) 김보통(만화가) 김소영(문학동네 편집장) 김수진(푸른숲 부사장) 김수한(돌베개 편집주간) 김영건(속초 동아서점 운영자) 김영준(열린책들 주간) 김형보(어크로스 대표) 박상준(민음사 대표) 박영규(교보문고 대표) 박윤우(부키 대표) 박혜숙(푸른역사 대표) 백선희(번역가) 백원근(책과사회연구소 대표) 서현(한양대 건축학부 교수) 송영석(해냄 대표) 안대회(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 여태훈(진주문고 대표) 염종선(창비 이사) 오제연(성균관대 사학과 교수) 유정연(흐름출판 대표) 윤양미(산처럼 대표) 윤철호(출협 회장) 이광호(문학과지성사 대표) 이구용(KL매니지먼트 대표) 이로(유어마인드 대표) 이상욱(한양대 철학과 교수) 이수은(스윙밴드 대표) 이정모(서울시립과학관장) 이치억(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 선임연구원) 장은수(편집문화실험실 대표) 정병설(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정상준(을유문화사 편집주간) 정은숙(마음산책 대표) 정재승(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주연선(은행나무 대표) 표정훈(출판평론가) 한기호(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한성봉(동아시아 대표) 황서현(휴머니스트 주간) 조종엽기자 jjj@donga.com유원모기자 onemore@donga.com신규진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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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영자-박나래 ‘예능 퀸’… tvN 드라마 왕국 구축

    이영자가 먹고 김태리가 ‘러브’했다. ‘먹방’과 ‘관찰예능’은 대세 자리를 지켰고, tvN ‘미스터 션샤인’을 필두로 비지상파 드라마의 강세도 굳어졌다. 동아일보는 방송계 PD, 작가, 외주제작사 관계자, 평론가 등 24명에게 설문을 받아 2018년 방송계를 돌아봤다.○ 예능 강자로 떠오른 여성들 이영자가 먹으면 먹방도 새로워진다. 올해 최고 예능인(10표)으로 선정된 그는 MBC ‘전지적 참견 시점’, Olive ‘밥블레스유’ 등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소박한 음식도 신선한 평으로 격을 높였다. ‘혀믈리에’라는 별명도 얻었다. 특히 매니저 송성호 씨와 출연한 ‘전지적…’에서 ‘소떡소떡’ 등 그가 먹는 음식들이 휴게소에서 대박이 났다. 박나래도 올해 최고의 강자로 거듭났다. MBC ‘나 혼자 산다’ 등 올해 10편의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예능의 판도를 흔들었다.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 등 기존 예능 강자들을 순위권 밖으로 밀어냈다. 김헌식 동아방송대 교수는 “(박나래는) 생활 밀착형 예능 프로그램에 가장 적합한 캐릭터”라고 했다. 일반인의 ‘썸’을 다룬 채널A ‘하트시그널2’는 지난해보다 마니아층을 넓히며 시즌1의 흥행을 이어갔다. 400만 건 이상의 온라인 영상 클립 조회 수를 기록하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핫’했다. SBS ‘로맨스 패키지’, Mnet ‘러브캐처’ 등 유사한 설정의 프로그램들도 양산됐다. ‘나 혼자 산다’와 ‘전지적…’, SBS ‘미운 우리 새끼’ 등 관찰예능은 올해 최고의 예능프로그램 1∼3위에 오르며 지난해부터 이어진 인기를 과시했다. 일부 중장년의 취미로 여겨진 낚시에서 보편적 재미 코드를 발굴해낸 채널A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도 큰 화제였다. 이덕화 이경규의 깊은 내공과 에너지 넘치는 핫한 게스트들의 조화가 특히 돋보였다. 김지수 도레미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는 “도시에 지친 이들에게 낚시를 통해 경험할 수 있는 ‘힐링’을 선사했다”고 평했다. 흥행과 별개로 새로운 소재 발굴을 위한 고군분투도 빛났다. tvN ‘숲속의 작은집’은 배우 소지섭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그렸고, 유재석은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시민들과 퀴즈를 풀기 위해 길거리로 향했다. ‘갈릴레오: 깨어난 우주’는 한국인 최초로 미국 유타주 화성탐사연구기지(MDRS) 실험에 참여했다.○ ‘나의 아저씨’가 흔들고 ‘미스터 션샤인’으로 굳히다 지상파 드라마 위기에 방송계 관계자들도 공감했다. 올해 1%대 시청률을 기록한 지상파 드라마만 총 7편. 설문 결과, 순위권에 든 작품도 전무했다. 400억 원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 ‘미스터 션샤인’이 16표를 받으며 올해 최고의 드라마로 선정됐다. 최고시청률 18.1%(닐슨코리아)로 10%만 넘어도 성공이라는 평을 받는 최근 드라마 시장에서 쾌거를 이뤘다. 배우 이병헌, 김태리의 ‘인생작품’ 중 하나가 됐다. 구한말 시대에 걸맞은 고증과 서사로 “영화를 보는 듯하다”는 평이 많았다. 시청자들 사이에선 드라마 속 개화기 의상, ‘하오체’ 대사 신드롬도 이어졌다. 삶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가는 아저씨와 21세 여성이 서로를 통해 희망을 찾아가는 tvN ‘나의 아저씨’도 작품성을 증명했다. tvN ‘미생’과 ‘시그널’에 이어 ‘나의 아저씨’를 연출한 김원석 PD는 최고의 드라마 PD에 선정됐다. 차세대 배우로 선정된 배우 도경수의 첫 사극 도전작도 tvN ‘백일의 낭군님’이다. OCN ‘라이프 온 마스’, ‘보이스2’, ‘손 the guest’ 등 장르물도 남성 시청자를 TV 앞으로 끌어들였다. 신규진 newjin@donga.com·이지운 기자 }

    • 2018-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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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넷플릭스의 대약진… 이용자 수 90만, 1년새 3배로 늘어

    올 한 해 방송계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넷플릭스였다. 설문 참여자 24명 중 10명(41.7%)이 방송계 올해의 이슈로 ‘넷플릭스의 약진’을 꼽았다. “넷플릭스는 한국을 아시아의 주요 전략 거점으로 삼고 더 큰 규모의 투자를 할 것입니다.”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최고콘텐츠책임자(CCO)는 “한국은 세계인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가지고 있으며, 최고 수준의 인터넷 인프라도 보유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넷플릭스는 올해의 드라마로 뽑힌 ‘미스터 션샤인’에 300억 원 이상을 투자했으며, 유재석이 출연한 예능 ‘범인은 바로 너!’, YG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제작한 ‘YG전자’ 등 한국 예능 콘텐츠를 자체 제작해 세계 시장에 내놓기도 했다. 국내 넷플릭스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수는 약 90만 명(9월 기준). 지난해(약 32만 명)보다 3배 가까이로 증가한 수치다. 김공숙 안동대 융합콘텐츠학과 교수는 “TV가 난공불락의 매체이던 시기는 지났다”고 평했다. 이진민 채널A PD는 “넷플릭스를 위시한 해외 자본의 공격적인 콘텐츠 투자가 방송계에 미칠 영향력에 대해 우려와 기대감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업계와 평단은 ‘주52시간 근로제 도입’(7표·2위)과 ‘방송계 미투(#MeToo) 운동’(5표·3위)도 주목했다. 사회적 이슈가 실제로 방송 제작 현장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평가다. SBS 이용석 PD는 “방송계에 만연한 장시간 노동 관습이 변화의 급물살을 탈 것”이라면서 “제작비 대비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로 개선하지 못하면 시장에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선명 작가는 “미투 이후 업계에 만연하던 남성 제작진의 성희롱 발언과 행동들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이지운 easy@donga.com·신규진 기자}

    • 2018-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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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청자 비난-특혜 논란에도… 방통위 ‘지상파 중간광고’ 강행

    방송통신위원회가 시청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내년 상반기에 지상파 방송에도 중간광고를 허용하겠다는 개정안 입법 예고를 강행했다. 방통위는 12일 전체회의를 열고 KBS MBC SBS EBS 등에 지상파 방송 중간광고 허용과 중간광고 고지 자막 크기 규정 신설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방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향후 40일간 의견 수렴과 심사 절차를 거쳐 시행령이 개정될 경우 이르면 내년 4월부터 지상파 중간광고를 시행한다. 방통위는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의 근거로 “차별적 규제 해소”를 들었다. 이날 이효성 방통위 위원장은 “최근 유료방송의 광고 매출과 시청률은 크게 증가한 반면에 지상파 방송 광고매출은 급감해 재정 상황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제작 역량이 저하되고 있다”고 했다. 지상파 방송의 중간광고는 1973년 오일쇼크 당시 과소비 방지 차원에서 금지됐다. 이후 지상파 방송사들도 광고 매출이 꾸준히 감소했다는 이유를 들어 중간광고 허용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반대가 큰 중간광고 허용에 앞서 “지상파 방송사들의 방만 경영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KBS는 올해 상반기 441억 원, MBC는 536억 원의 경영적자를 기록했다. 이러한 경영수지 악화에도 불구하고 KBS에서 연봉 1억 원 이상을 받는 임직원은 2015년 57.3%, 2016년 57.9%, 2017년 60%로 해마다 증가해 왔다. 이날 이 위원장은 “지상파가 중간광고로 얻는 수익은 전적으로 제작에 투자하고 직원 복지나 급여에 쓰지 않겠다고 했는데 약속을 지킬 것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력 감축을 통한 비용 절감 계획 등 지상파의 경영 쇄신안에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석진 방통위 상임위원은 회의에서 “지상파가 마지못해 정부에 제출한 경영자구책 관련 서류는 공문도 아닌 데다 국민에게 직접 경영 쇄신책을 알리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약속을 믿을 수 있겠느냐”라고 지적했다. 표철수 방통위 상임위원도 “지상파의 자구 노력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에서 KBS 주요 간부는 방통위원장의 발언을 메모하지도 않는 등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다”면서 “주무 기관에 대한 KBS 경영진의 불성실함이 재발되지 않도록 각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국내 지상파는 2012년 심야방송 허용, 2015년 광고총량제 도입, 700MHz 대역 주파수 무상 할당 등 규제 완화 정책의 특혜를 받아 왔다. 또한 지난해부터는 프로그램을 1, 2부로 나눠 중간에 광고를 끼워 넣는 유사 중간광고 형태의 ‘프리미엄 광고(PCM)’를 운영해 왔다. 이런 와중에 방통위는 KBS에 대해 중간광고 허용과 함께 수신료 인상까지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위원장은 10월 국정감사에서 “37년째 묶여 있는 KBS 수신료를 올려줘야 한다”고 말했지만 시청자들의 수신료 납부 거부 민원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KBS가 수신료 인상을 요구할 때마다 예로 든 BBC, NHK 같은 공영방송은 상업광고와 협찬 자체를 금한다”며 “중간광고 요구보다는 먼저 신뢰를 회복하고 사회적 합의에 따라 수신료 현실화를 요청하는 게 공영방송다운 길”이라고 지적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영국 BBC는 광고 없이도 직원을 10% 이상 감원하는 등 연간 3%의 예산 절감을 이뤄 방송 재원을 충당했다”며 “‘특혜’를 받아온 만큼 반드시 경영 개선을 이뤄야 한다”고 했다.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으로 매체 간 균형 발전이 저해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에 따르면 중간광고가 도입될 경우 2021년 지상파 광고비는 1177억 원 늘어난다. 반면 신문은 216억 원, 케이블TV는 114억 원, 잡지는 50억 원이 줄어든다. 중소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광고시장마저 독식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찬수 중소PP발전위원회 회장은 “지상파에 중간광고가 허용되면 안 그래도 어려운 중소 PP들의 광고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작지만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PP들의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꼴”이라며 “지상파들이 공영성이란 책무를 등한시한 채 광고수익 올리기에만 몰두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신규진 newjin@donga.com·이지운·신무경 기자}

    • 2018-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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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녀 돌보며… 일흔에 ‘세상의 진리’ 다시 배웠어요”

    “아이들의 질문 속에는 세상만사가 담겨 있어요. 설명하기 어려운 철학이나 과학 질문들도 많아 당황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조연순 이화여대 사범대 명예교수(70·여·오른쪽 사진)는 2013년 정년퇴임을 한 뒤 지난해까지 손녀를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데리고 다녔다. 두 살 때부터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유치원 귀갓길에 함께 한 할머니에게 아이는 수많은 질문을 던졌다. 사랑과 가족, 삶과 죽음 등 분야도 다양했다. 그가 펴낸 ‘손녀와의 대화’(1만2000원·학지사)는 아이의 질문을 아동 발달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조부모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등을 담은 책이다. 조 교수는 “손녀의 질문은 신비 그 자체였다. 평소 어른들이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냥 지나쳐 버린 것들을 반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이의 “나무는 마음이 있어?”라는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유치원에서 ‘인간의 몸의 구조’를 배워 식물과 연관지은 것. 결국 조 교수는 책을 살펴 가며 나무의 구조까지 공부했다. “엘리베이터에 나중에 탄 사람이 왜 먼저 내리느냐”는 질문도 있었다. ‘먼저 탄 사람이 먼저 내려야 한다’는 질서의 개념을 엘리베이터 층수에 연관지었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높이에 관한 실제적 감각을 갖도록 하기 위해 1층에서 직접 층수를 알려줬다”고 했다. 그는 “손녀가 두 살까지 외할머니 밑에서 자란 탓에 친할머니로서 손녀와 친해지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처음 어린이집에 데리러 갈 때는 손녀가 나오기를 거부한 적도 많았을 정도. 그런데 손녀가 언어를 구사하기 시작한 세 살이 되고 난 후부터는 집에 오는 길에 호기심 담긴 질문이 시작됐다고 한다. 조 교수는 “요새 자녀의 육아를 할머니, 할아버지가 적극적으로 도와주지만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조부모들이 아이의 질문을 귀찮은 것으로 치부하지 않고 올바른 아동 발달로 이끌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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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메이크 드라마 제작 열풍…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은?

    드라마계에 ‘리메이크’ 열풍이 불고 있다. 영화, 해외 드라마를 각색해 제작한 작품만 올해 10편 이상이다. 검증된 스토리와 두꺼운 고정 팬을 확보할 수 있다는 안정성 때문이다. 하지만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3일 처음 방영한 MBC 드라마 ‘나쁜 형사’는 영국 BBC의 2010년도 드라마 ‘루서’를 가져왔다. 범인을 잡기 위해 불법도 저지르는 형사 우태석(신하균)과 사이코패스 은선재(이설)가 아슬아슬한 공조를 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관전 포인트. 시청률은 이미 10%를 넘겼다. 올해 6월 방영돼 호평을 받은 OCN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도 동명의 BBC 드라마(2006년)를 다시 만든 수사물이었다. 각각 타임슬립(시간여행)과 불법 형사 등 원작의 핵심 소재를 차용해 여러 사건을 해결하는 옴니버스 형식의 스토리라인이 흥미를 높였다는 평이다. 매회 진행되는 각각의 사건들을 국내 정서에 맞게 변주하기도 용이하다. 방송계 관계자들이 “수사 드라마를 하면 70%는 성공한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나쁜 형사’ 연출을 맡은 김대진 PD는 “원작의 영국 감성이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어 사건보다 인물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루서’와 다르게 13년 전 미해결 살인 사건을 보여주며 우태석이 무자비한 형사가 된 이유를 보여줬다. 잔혹한 범죄의 리얼리티를 살리다 보니 지상파 드라마로는 드물게 1, 2회 ‘19세 미만 관람 불가’ 판정도 받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대중에게 익숙한 소재가 리메이크하기에도 용이하다”며 “최근 강력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 ‘권선징악’을 실천하는 형사에게서 카타르시스를 느낀 시청자가 많다”고 분석했다. 현지화 미숙은 필패(必敗)로 이어진다. KBS 드라마 ‘최고의 이혼’은 동명의 일본 드라마를 각색해 작품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혼 후 부부가 동거한다는 극 중 설정이 한국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동명의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tvN 드라마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 개의 별’ 역시 남매가 서로 사랑한다는 근친상간의 소재를 어린 시절 비극적 사건을 함께 겪은 사이로 변주했지만 개연성을 잃었다. 1973년 영국을 1988년 한국으로 옮겨온 ‘라이프 온 마스’는 원작자로부터 “오리지널 버전의 핵심을 반영하면서도 지역적 매력을 갖췄다”는 평을 받았다. 구조조정이 한창인 조선업의 도시 거제에서 춤을 추는 소녀들을 그린 KBS 드라마 ‘땐뽀걸즈’는 지난해 개봉한 동명의 다큐멘터리가 원작이다. 인물 간 갈등 같은 극적효과를 위해 원작에 없던 남성 주인공이 추가됐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년)를 리메이크한 tvN ‘왕이 된 남자’도 내년 1월 방영된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영화와 다큐멘터리에 비해 드라마는 호흡이 훨씬 길기에 이야기가 늘어지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성공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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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옴니버스 구성·현지화 ‘흥’하고…드라마 리메이크 열풍 분석

    드라마계에 ‘리메이크’ 열풍이 불고 있다. 영화, 해외 드라마를 각색해 제작한 작품만 올해 10편 이상이다. 검증된 스토리와 두터운 고정 팬을 확보할 수 있다는 안정성 때문이다. 하지만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제작자들 사이에서는 “너도나도 리메이크에 뛰어들지만 흥행 여부는 ‘로또’ 수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3일 첫 방영한 MBC 드라마 ‘나쁜 형사’는 영국 BBC의 2010년도 드라마 ‘루터’를 가져왔다. 범인을 잡기 위해 불법도 저지르는 형사 우태석(신하균)과 사이코패스 은선재(이설)가 아슬아슬한 공조를 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관전 포인트. 시청률은 이미 10%를 넘겼다. 올해 6월 방영돼 호평을 받은 OCN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도 동명의 BBC 드라마(2006년)를 다시 만든 수사물이었다. 각각 타임슬립(시간여행)과 불법 형사 등 원작의 핵심 소재를 차용해 여러 사건들을 해결하는 옴니버스 형식의 스토리 라인이 흥미를 높였다는 평이다. 매회 진행되는 각각의 사건들을 국내 정서에 맞게 변주하기도 용이하다. 방송계 관계자들이 “수사 드라마를 하면 70%는 성공한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나쁜 형사’ 연출을 맡은 김대진 PD는 “원작의 영국 감성이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어 사건보다 인물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루터’와 다르게 13년 전 미해결 살인 사건을 보여주며 우태석이 무자비한 형사가 된 이유를 보여줬다. 잔혹한 범죄의 리얼리티를 살리다보니 지상파 드라마로는 드물게 1, 2회 ‘19세 미만 관람불가’ 판정도 받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대중에게 익숙한 소재가 리메이크하기에도 용이하다”며 “최근 강력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 ‘권선징악’을 실천하는 형사에 카타르시스를 느낀 시청자들이 많다”고 분석했다. 현지화 미숙은 필패(必敗)로 이어진다. KBS 드라마 ‘최고의 이혼’은 동명의 일본 드라마를 각색해 작품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혼 후 부부가 동거한다는 극 중 설정이 한국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동명의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tvN 드라마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 개의 별’ 역시 남매가 서로 사랑한다는 근친상간의 소재를 어린 시절 비극적 사건을 함께 겪은 사이로 변주했지만 개연성을 잃었다. 1973년 영국을 1988년 한국으로 옮겨온 ‘라이프 온 마스’는 원작자로부터 “오리지널 버전의 핵심을 반영하면서도 지역적 매력을 갖췄다”는 평을 받았다. 구조조정이 한창인 조선업의 도시 거제에서 춤을 추는 소녀들을 그린 KBS 드라마 ‘땐뽀걸즈’는 지난해 개봉한 동명의 다큐멘터리가 원작이다. 인물 간 갈등 같은 극적효과를 위해 원작에 없던 남성 주인공이 추가됐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년)를 리메이크한 tvN ‘왕이 된 남자’도 내년 1월 방영된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영화와 다큐멘터리에 비해 드라마는 호흡이 훨씬 길기에 이야기가 늘어지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성공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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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사랑보다 오래 기억될 성숙한 이별에 대하여

    둘은 2002년 대학에 입학한 동기였고 선거 출구조사 아르바이트를 함께했다. 연인이 됐지만 현실적인 이유들로 헤어졌다. 그랬던 재훈과 매기가 14년 만에 다시 만났다. 이미 가정이 있는 매기와 미혼인 재훈은 그렇게 아슬아슬한 연인관계를 다시 시작한다. 불륜이지만 격정적이지 않다. 오히려 차분하다. 재회를 대하는 둘의 태도는 달랐다. 재훈의 말대로, “마치 빗물이 손바닥을 적시듯 매기가 내 인생으로 툭툭 떨어져 내렸다.” 매기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그들이 함께 공유했던 ‘X’자 문신을 반복해 그리며 재훈을 밀어낸다. 돌아가야 할 자리, 각자의 삶이 있었다. 그들의 사랑은 완성될 수 없다. 격하게 쟁취하는 사랑보다 서로를 존중하며 응원하는 이별을 택했다. 아픔 속에 성장과 성숙이 있다. 둘은 지난 시간에 대한 믿음과 앞으로의 희망을 간직한 채 각자의 삶을 찾아 나선다. 물론 서로에 대한 애틋함은 버릴 수 없다. “동산 수풀은 사라지고 장미꽃은 피어 만발하더라도. 시간이 지나 나의 사랑, 매기가 백발이 다 된 이후라도” 서로의 기억을 잊지 못할 것이라는 재훈의 고백처럼 말이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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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담배회사는 왜 질병 연구를 후원할까

    A형, B형, AB형, O형…. 믿거나 말거나, 우리는 혈액형에 따라 성격이 다르다고 여긴다. 이처럼 혈액형으로 인간의 특성을 설명하려는 시도는 20세기 초 제국주의 시대에서도 존재했다. 루드비크 히르슈펠트는 마케도니아 전장에서 16개국 군인 8500명의 피를 뽑아 ‘생화학적 인종계수(AB형+A형/AB형+B형)’라는 척도를 만들었다. 쉽게 말해 A형 인자를 가진 사람이 B형 인자를 가진 사람보다 더 진화했다는 것. 이 지수는 당시 조선을 식민지로 삼고 있던 일본의 주요 관심사가 됐다. 일본 연구자들은 인종계수를 통해 조선인보다 일본인이 더 우월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지난해 ‘아픔이 길이 되려면’으로 주목받은 김승섭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교수는 “(인종계수가) 일본에 조선을 식민지로 통치할 ‘과학적’ 명분의 기회를 제공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렇듯 이 책은 우리 몸을 둘러싼 지식이 어떻게 생산되고, 누가 지식을 생산하는지 등을 묻는다. 특정 연구와 지식에 담긴 관점, 연구 결과에 담긴 ‘진짜 의도’를 비판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를 위해 논문 1120편과 문헌 300여 편을 참고했다. 지금도 수많은 연구자, 혹은 후원 업체의 입맛에 맞는 ‘맞춤형 지식들’이 양산된다. 1969년 담배회사 필립모리스는 생리학자 한스 셀리에에게 3년간 15만 달러를 주는 프로젝트를 지원했다. 그는 처음으로 ‘스트레스’ 개념을 만든 인물이다. 담배가 발암 물질을 담고 있다는 연구들이 나오는 상황에서 필립모리스의 의도는 명확했다. “질병의 원인이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말해줄 객관적인 목소리가 필요했던 것. 셀리에는 법정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수단으로 담배의 장점을 증언하기도 했다. 건강을 연구하는 학자가 건강을 해치는 상품을 옹호하는 ‘아이러니’가 벌어졌다.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한 학문을 하는 이들이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상품을 파는 회사의 돈으로 연구를 하는 것을 윤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 먼저 따져봐야 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데릭 야크 박사는 지난해 10월 ‘연기 없는 세상을 위한 재단’이라는 논문에서 담배를 끊기 힘들어하는 이에게 덜 위험한 담배를 권하는 것이 담배로 인한 사망률을 낮추는 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대안은 ‘전자담배’였다. 그는 당시 필립모리스가 만든 ‘연기 없는 세상’이라는 재단 이사장이었다. 하지만 그는 2001년 ‘담배를 권하는 가짜 과학’ 논문에서 담배회사가 과학자들을 매수했다고 비판한 인물이기도 했다. 김 교수는 지식이 담고 있는 불평등도 지적한다. 표준화된 인간은 여성이 아닌 남성이다. 적정 사무실 온도가 21도로 알려져 있는 것과 달리, 2015년 보리스 킹마 박사에 따르면 실내에서 일하는 여성이 선호하는 최적 온도는 23.2∼26.1도였다. 1960년대 몸무게 70kg, 40세 성인 남성을 표준으로 삼은 탓이다. 패트리스 트루일러 박사 연구팀은 1975년부터 1999년 사이에 미국, 유럽에서 판매가 허가된 신약 1393개를 분석했다. 중·저소득 국가에 필요한 감염성 질환 치료약이 적고 고소득 국가에 필요한 신경계, 심혈관계 질환 치료약이 많다는 결론이 나왔다. 저자의 말대로 “이윤은 어떤 약을 개발할지와 그 약을 만드는 데 필요한 지식을 생산할지를 판단하는 기준”이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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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 ‘오늘밤 김제동’ 김정은찬양 인터뷰 논란

    KBS 시사 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찬양하는 내용의 인터뷰를 내보내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밤 ‘오늘밤 김제동’에서 방영된 녹화 인터뷰에서 김수근 위인맞이 환영단장은 “(김정은에게서) 우리 정치인들에게 볼 수 없는 모습을 봤다. 겸손하고 지도자의 능력과 실력이 있고, 지금 (북한의) 경제 발전을 보면서 팬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나는 공산당이 좋다”는 등의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그는 이날 방송에서 북한의 세습과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박정희 전 대통령 이후에 박근혜 전 대통령도 대통령이 됐다. 시진핑이나 푸틴은 20년 넘게 하는데 왜 세습이라고 이야기 안 하냐”라고 했다. 이에 대해 KBS 공영노동조합은 성명에서 “공영방송 KBS가 보도할 내용이 맞는가. 마치 북한 중앙방송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KBS 공영노조는 “국민 모두로부터 수신료를 받아 운영되는 국가 기간방송이 어떻게 현행법에 반국가 단체로 규정된 북한의 김정은을 일방적으로 찬양하는 발언을 그대로 방송하는가”라고 지적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6일 성명을 내고 “양승동 KBS 사장 지명자가 임명된 이래 편파적이고 이념적인 방송을 일삼더니 마침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며 ‘오늘밤 김제동’ 프로그램 폐지를 요구했다. 한편 KBS ‘오늘밤…’ 제작진은 “해당 방송에서 MC인 김제동 씨는 김정은 방남 환영 단체들에 대한 정치권의 비판적인 반응을 전달하며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했다”고 해명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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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高임금-방만경영 손 안대고… 중간광고로 적자 메우려는 지상파

    “60초 후에 공개합니다!” 이르면 내년 초부터 지상파 방송에서도 이런 멘트가 자주 등장하게 될 우려가 커졌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달 9일 ‘차별적 규제 해소’를 근거로 지상파 중간광고를 허용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지난달 28일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과 관련된 시행령을 입법 예고할 예정이었으나 방송의 공공성 훼손을 우려한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를 연기했다.○ 국민의 60.9%가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반대 미국, 일본, 영국 등 해외에서는 공공성을 이유로 지상파 공영방송은 중간광고는 물론이고 광고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은 1974년 오일쇼크 당시 과소비 방지 차원에서 중간광고가 금지된 뒤 광고 매출이 감소한다는 이유로 중간광고 도입을 꾸준히 요구해 왔다. 이미 지상파는 지난해부터 ‘프리미엄 광고(PCM)’ 명목으로 유사 중간광고를 운영해 왔다. 인기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을 1부와 2부로 나누고 중간에 광고를 끼워 넣는 식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국민의 재원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 편법으로 중간광고를 하고 있지만 방통위는 손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한열 방통위 방송기반국장은 지난달 23일 “지상파의 콘텐츠 품질 하락이 시청자의 손해로 돌아오고 있다”며 중간광고 허용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지상파의 광고 매출 하락이 중간광고 도입 명분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7년 방송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상파 광고 매출은 2011년 2조3754억 원에서 2016년 1조6228억 원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자회사를 포함한 지상파의 전체 매출액은 오히려 증가해 같은 기간 3조9145억 원에서 3조9987억 원으로 842억 원이 늘었다. 주문형비디오(VOD), 재송신료 등의 수익이 증가한 결과다. 계열사를 포함한 지상파 광고 점유율도 2016년 기준 60.3%로 절반을 넘는다. 지상파 3사가 보유한 이익잉여금도 2011년 2조2064억 원에서 2016년 2조4712억 원으로 늘었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에 따르면 중간광고가 도입될 경우 2021년 지상파 광고비가 1177억 원이 증가한다. 반면 신문 광고비는 216억 원, 케이블TV는 114억 원, 잡지는 50억 원이 줄어든다. 매체 간 균형발전이 저해된다는 지적이다. 여론도 중간광고 도입에 부정적이다. 10월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60.9%가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을 반대했다. 찬성(30.1%) 의견의 두 배가 넘는다. ○ 방만 경영 구조 개선이 선행돼야 중간광고 도입 전에 지상파의 방만한 경영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KBS는 올해 상반기 441억 원, MBC는 536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KBS 임직원 중 연봉 1억 원 이상을 받는 비중이 60%를 넘고, 시사 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 진행자 김제동 씨가 회당 350만 원의 고액 출연료를 받는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석진 방통위 상임위원은 “지상파의 시청률 하락은 특정 이념에 편향된 프로그램들을 만들면서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당한 결과다. 방만한 경영과 고임금 구조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간 지상파에 대한 규제 완화는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2012년에는 지상파 심야방송이 허용됐고, 2015년에는 지상파 광고를 자율적으로 편성하게 한 광고총량제가 도입됐다. ‘황금 주파수’로 불리는 700MHz 대역 주파수도 초고화질(UHD) 방송을 위해 지상파에 무상으로 할당했다. 허승호 한국신문협회 사무총장은 “지상파는 거듭되는 특혜성 조치에도 콘텐츠 질과 시청률 등에서 과거보다 나아진 게 없다”고 했다.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은 방송의 사회적 역할 및 공적 책임을 강조해 왔던 현 정부 방침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중간광고는 시청률 경쟁을 심화시켜 방송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상업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며 “지상파 광고 수입이 늘어나는 것 외에 어떤 장점도 보이지 않는 정책을 정부가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규진 newjin@donga.com·이지운 기자}

    • 2018-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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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통위, KBS 수신료까지 인상 추진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방침에 이어 KBS 수신료 인상까지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10월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현재 지상파 방송의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는 방안들을 살펴보고 있다”며 “37년째 묶여있는 KBS 수신료를 올려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KBS는 현행 1가구당 2500원인 수신료를 인상해주면 KBS 2TV의 광고를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그러나 방통위가 공영성을 명목으로 수신료를 올려 주어야 한다고 하면서, 광고 폐지는커녕 중간광고까지 허용해주겠다는 정책은 모순된다는 지적이다. KBS는 물가 인상률을 반영한 일본 NHK, 영국 BBC 등 해외 공영방송 수신료와 비교했을 때 수신료가 낮다며 인상을 요구해왔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지난달 19일 양승동 KBS 사장 인사청문회에서 “KBS가 수신료 인상을 요구할 때마다 예로 든 BBC, NHK는 상업광고와 협찬 자체를 금한다”며 “중간광고를 (요구하기)보다 신뢰를 회복하고 사회적 합의에 따라 수신료 현실화를 요청하는 게 공영방송다운 길”이라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지상파가 아닌 유료 케이블TV나 모바일 등으로 방송을 시청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KBS 수신료 납부를 거부하겠다는 민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수신료 환불민원은 2016년 1만5746건에서 지난해 2만246건으로 늘었다. 올해만 해도 9월까지 2만5964건에 이른다. 신규진 newjin@donga.com·이지운 기자}

    • 2018-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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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0초 후에 공개합니다?” 방만 경영 지상파, 중간광고로 적자 메우나?

    지상파 방송사들이 이르면 내년 초부터 중간광고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침에 대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상파 방송의 방만한 경영에 대한 혁신없이 중간광고를 허용함으로써 공공성을 훼손하고 매체 간 균형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9일 ‘차별적 규제 해소’를 근거로 지상파 중간광고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방통위는 지난달 28일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과 관련된 시행령을 입법예고 할 예정이었으나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를 연기했다.● 국민의 60.9%가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반대 미국, 일본, 영국 등 해외에서는 공공성을 이유로 공영 방송의 중간광고는 물론 광고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은 1974년 오일쇼크 당시 과소비 방지 차원에서 중간광고가 금지된 뒤 광고 매출이 감소한다는 이유로 중간광고 도입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이미 지상파는 지난해부터 ‘프리미엄 광고(PCM)’ 명목으로 유사 중간광고를 운영해왔다. 인기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을 1부와 2부로 나누고 중간에 광고를 끼워 넣는 식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 교수는 “국민의 재원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 편법으로 중간광고를 하고 있지만 방통위는 손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한걸음 더 나아가 양한열 방통위 방송기반국장은 지난달 2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지상파와 유료방송 간) 비대칭 규제를 할 명분이 사라졌다. 지상파의 콘텐츠 품질 하락이 시청자의 손해로 돌아오고 있다”며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방침을 밝혔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광고매출 하락을 이유로 중간광고 도입을 주장하지만 사실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방송 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상파 광고매출은 2011년 2조3754억 원에서 2016년 1조6228억 원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그러나 자회사를 포함한 지상파의 전체 매출액은 오히려 증가했다. 같은 기간 3조9145억 원에서 3조9987억 원으로 842억 원이 늘었다. 직접적인 광고 매출은 감소했지만 주문형비디오(VOD), 재송신료 등의 수익이 증가한 결과다. 계열사를 포함한 지상파 광고 점유율도 2016년 기준 60.3%로 과반을 넘는다. 지상파 3사가 보유한 이익잉여금도 2011년 2조2064억 원에서 2016년 2조4712억 원으로 늘었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에 따르면 중간광고가 도입될 경우 2021년 지상파 광고비가 1177억 원이 증가한다. 반면 신문 광고비는 216억 원, 케이블TV는 114억 원, 잡지는 50억 원이 줄어든다. 매체 간 균형발전이 저해된다는 지적이다. 여론도 중간광고 도입에 부정적이다. 10월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60.9%가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을 반대했다. 찬성(30.1%) 의견의 두 배가 넘는다. ● 방만 경영 구조 개선이 선행돼야 중간광고 도입보다 지상파의 방만한 경영으로 인한 적자 해소가 우선이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KBS는 올해 상반기 441억 원, MBC는 536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시사 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 진행자 김제동 씨가 회당 350만 원의 출연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고액 출연료’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상파의 방만 경영에 대해서는 방통위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석진 방통위 상임위원은 “지상파의 시청률 하락은 특정 이념에 편향된 프로그램들을 만들면서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당한 결과다. 방만한 경영과 고임금 구조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간 지상파와 유료방송 간 비대칭 규제의 경계는 무너져왔다. 2012년에는 지상파 심야방송이 허용됐고, 2015년에는 지상파 광고를 정해진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편성하게 한 광고총량제가 도입됐다. ‘황금 주파수’로 불리는 700MHz 대역 주파수도 UHD(초고화질) 방송을 위해 지상파에 무상으로 할당했다. 허승호 한국신문협회 사무총장은 “지상파는 거듭되는 특혜성 조치에도 콘텐츠 질과 시청률 등에서 과거보다 나아진 게 없다”고 했다.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은 방송의 사회적 역할 및 공적 책임을 강조해왔던 현 정부 방침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중간 광고는 시청률 경쟁을 심화시켜 방송의 상업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공정성 훼손이 불가피하다. 지상파 광고 수입이 늘어나는 것 외에 어떤 장점도 보이지 않는 정책을 정부가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이어 KBS 수신료 인상까지?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방침에 이어 KBS 수신료 인상까지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0월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현재 지상파 방송의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는 방안들을 살펴보고 있다”며 “37년째 묶여있는 KBS 수신료를 올려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KBS는 현행 1가구 당 2500원인 수신료를 인상해주면 KBS 2TV의 광고를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그러나 방통위가 공영성을 명목으로 수신료를 올려 주어야 한다고 하면서, 광고폐지는커녕 중간광고까지 허용해주겠다는 정책은 모순된다는 지적이다. KBS는 물가 인상률을 반영한 일본 NHK, 영국 BBC 등 해외 공영방송 수신료와 비교했을 때 수신료가 낮다며 인상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방통위에 따르면 수신료 수입은 1인 가구 증가 등 매년 징수 대상이 확대되면서 2014년 6250억 원에서 2016년 6333억 원으로 꾸준히 늘어왔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지난달 19일 양승동 KBS 사장 인사청문회에서 “KBS가 수신료 인상을 요구할 때마다 예로 든 BBC, NHK는 상업광고와 협찬 자체를 금한다”며 “중간광고를 (요구하기)보다 신뢰를 회복하고 사회적 합의에 따라 수신료 현실화를 요청하는 게 공영방송다운 길”이라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지상파가 아닌 유료 케이블TV나 모바일 등으로 방송을 시청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KBS 수신료 납부를 거부하겠다는 민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수신료 환불민원은 2016년 1만5746건에서 지난해 2만246건으로 늘었다. 올해만 해도 9월까지 2만5964건에 이른다. KBS 전체민원에서 수신료 환불민원이 차지하는 비율도 2016년 4.7%에서 지난해 6.5%로 상승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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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걷기는 인생과 닮았다” 배우 하정우의 걷기 예찬

    배우 하정우(40)에게 걷기는 곧 인생이다. 갈 길을 스스로 선택해서 걷는 것, 보폭을 알고 무리해서 걷지 않는 것, 내 숨으로 온전히 걷는 것. 그는 “걷기에서 잊지 않아야 할 것들은 묘하게도 인생과 이토록 닮았다”고 말한다. 에세이집에는 그가 무명배우 시절부터 1000만 배우로 거듭나기까지 서울을 걸었던 기억, 걷기에 대한 애정, 노하우 등이 담겼다. 2011년 그림에 관한 에세이집 ‘하정우, 느낌있다’ 이후 7년 만이다. 그는 하루에 최대 10만 보까지 걷는 유별난 ‘걷기 마니아’다. 손목에 걸음수를 체크하는 밴드를 차고 다니며 걷기 모임 친구들과 걸음수를 공유한다. “강남에서 홍대까지 1만6000보 정도면 간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차로 몇 분 거리’ ‘몇 킬로미터’가 아니라 ‘도보로 몇 분’이 더 익숙하다. “돌아보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오직 걷기밖에 없는 것만 같았던 시절도 있었다. 걷기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것만 같았던 과거의 어느 막막한 날에도, 이따금 잠까지 줄여가며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지금도 꾸준히 나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영화 속에서 ‘먹방’으로 유명한 그는 “걷기를 즐기지 않았더라면 150kg은 넘었을 것 같다”고 말한다. 영화감독, 배우로서 흥행에 부담감을 느낄 때마다 걷기를 통해 마음을 다잡았다. 하늘, 노을, 새벽 걷기의 쉼터이자 간이카페가 되어 주는 한강 편의점 등 길 위의 풍경을 담담하게 그렸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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