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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이석기 의원은 5월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종교시설에서 지하조직 RO 조직원 130여 명이 모인 비밀회합을 갖고 경기 남부지역의 항만 철도 통신 유류 시설 파괴를 모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소수가 아닌 130여 명의 많은 조직원 앞에서 주요 시설 공격이라는 은밀한 계획을 밝혔다는 것에 의문점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국정원이 최소 3개 이상의 녹취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비밀회합이 2010년부터 최근까지 40여 차례에 걸쳐 대규모와 소규모로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주요 시설 공격 계획은 소수 조직원의 핵심 모임에서 밝힌 것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국정원 관계자는 “비밀회합에 모인 조직원 130명은 민족민주혁명당 조직원을 비롯해 김일성과 김정일에게 충성을 맹세한 핵심 그룹으로 보고 있다. 직업혁명가인 이들은 대학 시절부터 지하조직에서 함께 활동해 왔기 때문에 이들을 통해 계획이 새 나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은 29일 마포구 도화동에 있는 이 의원의 오피스텔을 압수수색하던 중 신발장에서 검은 비닐봉지에 싸인 현금 1억4000만 원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관계자는 “달러와 루블이 포함돼 있었다”고 말했다. 액수는 미화 600달러(약 66만 원)와 러시아 화폐 1만 루블(약 33만 원)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거액이라 볼 수는 없지만 외화, 특히 루블화가 포함된 점에 국정원은 주목하고 있다. 통진당 측에선 “임차보증금”이라는 설명이 나오지만, 거액의 임차보증금을 계좌이체가 아닌 현금 뭉치로 지불하는 경우가 흔치 않아 의문을 낳고 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10대 그룹 회장들에게 선도적 투자를 강하게 요청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그룹 회장단 오찬 간담회에서 “지금이야말로 각 기업에서 적극적이고 선도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국민이 간절히 바라고 있는 일자리 창출은 정부가 아니라 기업의 의지가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어려운 상황을 맞을 때마다 과감한 선제적 투자는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경제를 새롭게 일으키는 동력이 돼왔다”며 그 예로 중화학공업, 전자산업, 자동차산업, 정보기술(IT)산업 등을 들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를 의식한 듯 “정부는 경제민주화가 대기업 옥죄기나 과도한 규제로 변질되지 않고 본래 취지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경영권 침해 여부로 논란이 되고 있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그에 대한 우려를 잘 알고 있다. 그 문제는 정부가 신중히 검토해서 많은 의견을 청취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법 개정안의 일부 수정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정부가 기업의 투자 여건을 만들고 기업 활동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박 대통령은 “기업들이 안심하고 마음 놓고 기업가 정신으로 도전하고 국내외에서 열심히 뛸 수 있도록 모든 장애물과 어려움과 애로를 해소하고 법·제도적으로 기업을 뒷받침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또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경제발전을 이끄는 것도 결국 기업이다. 기업인 여러분이 국정의 동반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는 기업인이 투자할 여건과 제도를 만들어 투자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 것”이라며 “경제민주화도 결국 경제활성화를 위한 것이고 모든 경제주체가 노력한 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핵심 국정과제인 창조경제의 키워드를 신(新)기술, 신아이디어, 신산업의 ‘신3’으로 규정하고 창조경제 구현에 기업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요청했다.윤완준·문병기 기자 zeitung@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은 28일 10대 그룹 회장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사회를 자청했다. 회장단에 직접 발언 기회를 주면서 “평소에 여러 가지 아쉬웠던 부분과 애로사항은 뭐든지 기탄없이 말해 달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기업들의 투자를 압박만 하기보다는 투자 여건 마련을 위한 정부 지원을 강조했다. 자연스럽게 투자를 유도하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간담회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허창수 회장(GS그룹 회장)을 비롯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재성 현대중공업 사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홍기준 한화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참석했다. 이건희 회장은 “세계 경제가 어렵다. (정부가) 규제를 풀어줘 기업에 큰 힘이 된다. 투자 고용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 창조 경제는 한국 경제가 나아갈 올바른 방향이다. 기업들이 앞장서서 실행하고 이끌어가야 한다”며 박 대통령의 구상에 힘을 보탰다. 정몽구 회장도 “자동차와 철강 등에 대한 투자를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에 대한 대기업 회장단의 요구 사항도 쏟아졌다. 구본무 회장은 “융·복합 정보기술(IT), 에너지저장장치, 전기자동차 등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전기차 보조금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박용만 회장은 “72곳의 지역상의 회장들과 면담해보니 투자와 일자리 창출 의지는 있는데 투자처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통상임금은 공멸의 문제다. (경제)입법이 너무 많이 쏟아져 기업들이 법의 어디 부분에 자신들이 해당하는지 모를 정도”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조양호 회장은 “사회적 보상 시스템이 없어 고용 시장의 수급이 불균형하다. 정부와 기업이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근 의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지수를 줄 세우기 식으로 평가하지 말고 기업별로 자발적으로 잘할 수 있는 분야를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재성 사장은 “심해저 자원개발과 해양플랜트에 대한 자원외교 강화가 필요하다. 골드러시(gold rush)에서 블루러시(blue rush) 시대가 도래한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물꼬를 터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런 대기업 회장단의 요청에 박 대통령은 일일이 답하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너무 많은 입법이 쏟아지고 있는데,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모든 경제 주체들이 희망을 갖고 발전하는 데 도움이 돼야지 본의 아니게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입법이 되면 문제가 심각하다. 입법에 독소조항은 없는지 검토하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답했다. 또 “기업들이 법안 중 무엇에 해당하는지 모른다는 말도 맞다”며 “중소기업에 일목요연하게 정보를 제공하는 길을 찾아 기업들이 손해를 입거나 혜택을 못 보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이나 국가의 보증확대 등 여러 말을 해줬는데 기업마다 맞춤형으로 해 투자의 걸림돌이 제거될 수 있도록 하라”며 배석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에게 곧바로 지시하기도 했다. 특히 “(경제민주화 입법을) 경기가 살아나는 방향으로 논의해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또 박 대통령은 “기업들이 투자를 희망하는 부분은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필요 없는 규제는 완화해 기업이 적극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손에 잡히는 경제활성화다. 이를 위해 어떻게든 돕는 게 정부의 사명”이라고 약속했다. “규제 전반을 네거티브 시스템(원칙적 허용+선별적 금지 방식)으로 바꾸는 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불합리한 규제가 새로 도입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은 27일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북핵 포기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고 북한 경제개발 등 대북정책에서 한국과 중국이 생각이 같다는 점을 확인했다”면서 “대북정책에서 한미중 3자 협력이 가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오찬을 겸한 제1차 국가안보자문단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박 대통령은 또 “시 주석과 (남북)통일 문제에 대해 의견을 많이 나눴고 시 주석이 통일에 대한 지지도 표명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오늘이 6자회담이 시작된 지 10년째 되는 날”이라며 “북핵 개발의 시간만 끌어주는 6자회담은 의미가 없고 핵을 포기하겠다는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를 이끌어 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회의에서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발제를 통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억지→전환→비핵화’의 3단계 로드맵으로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환은 남북이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다. 박 대통령은 “신뢰가 생기려면 북한으로 하여금 자신의 행동에 대해 한국이 어떻게 대응할지 예측이 가능하도록 원칙과 일관성을 지속해 예측 가능성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는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을 10월 2일 금강산에서 개최하자고 27일 북한에 제의했다. 이는 정부가 당초 제안한 회담일(9월 25일)보다 1주일 늦어진 것이다. 다음 달 열릴 이산가족 상봉 행사(9월 25∼30일) 이후 금강산 회담을 하자는 것이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이명박 정부가 2008년 4대강 사업의 국회 예산 통과 과정에서 국회에 4대강 사업이 강 주변 지하수에 미칠 영향에 대한 지적을 듣고 그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책을 세우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한구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사진)는 2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08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으로 있을 때 환경·농업 전문가들을 비공개로 불러 4대강 사업으로 생길 수 있는 영향을 청취하는 과정에서 동아일보 기사처럼 ‘4대강 사업에서 강 본류를 너무 깊이 파면 본류 인근 논밭의 지하수가 빠져나가는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어 방비를 해야 한다’는 지적을 여러 차례 들었다”고 밝혔다. 이 전 원내대표는 “수위가 일정하게 유지되면 주변 땅에 큰 영향이 없지만 수위가 달라지면 물이 (강으로) 빠져 들어온다는 우려였다”고 전했다. 그는 “본류나 보(洑) 가까이 있는 논밭이 습지처럼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대운하 사업을 4대강 사업으로 바꿔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대운하 사업을 추진한다는 의심을 받았기 때문에 국회가 관련 예산 통과에 신중을 기하던 시기였다. 이 전 원내대표는 “당시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 장관 등 관계기관들로부터 (4대강이라고 해놓고) 나중에 (대운하를 추진하는)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는 다짐까지 받았던 때”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당시 업무담당자가 아니어서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본보가 이와 관련한 상황을 듣기 위해 정종환 당시 국토부 장관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같은 시기에 전문가들로부터 4대강 사업이 지하수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를 들은 이 전 원내대표는 “정부에 그 문제를 어떻게 막을지 검토를 시켰고 정부는 지하수 영향 문제 대비책을 세우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전 원내대표는 당시 이명박 정부가 지하수 문제 대비책을 세웠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윤완준·이태훈 기자 zeitung@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민생 5자회담(대통령, 여야 대표, 여야 원내대표)을 고수하고 민주당이 이 제의를 거부하면서 정국은 꼬여만 가고 있다. 27일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선(先)양자-후(後)다자’ 회담 제의에 청와대는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9월 정기국회의 파행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민생 5자회담을 제안하면서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문제는 나와 상관없다. 민생만 얘기하자”며 국회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정치학자들은 정국 대치에 야당의 책임도 크다고 비판하면서도 박 대통령이 나서서 꼬인 정국을 푸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는 “야당이 국정원 문제를 부정선거로 몰아가며 링 밖에서 프로레슬링을 하듯 장외에서 투쟁하는 건 매우 잘못됐다”며 “국정원의 대선 개입 문제에 대해 박 대통령이 잘못한 게 없다. 그것 때문에 당선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야가 이토록 극단적으로 대치할 일이 아니다”라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김 교수는 “민주주의 정치의 핵심은 협상과 타협, 양보”라며 박 대통령이 조금 양보해 야당에 손을 내밀어 마음을 열 것을 제안했다. 물밑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아야 야당에 회군할 명분을 주고 야당 내 온건파의 입지를 살릴 수 있다는 지적도 많았다. 박 대통령이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국가적 낭비의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정국 경색 책임의 화살 역시 ‘정쟁 국회’뿐 아니라 박 대통령 본인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잘못이 아닌 국정원 문제에 대해 대통령의 사과를 강요하는 민주당의 무리한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정원 논란은 국회가 해결할 일’이라는 청와대의 인식은 문제라는 전문가가 많았다. 우리나라는 ‘권력 분산’의 대통령제를 채택했지만 청와대 정부 여당이 한 몸으로 움직이면서 사실상 ‘권력 융합’의 내각제처럼 운용되고 있다(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것이다. 즉, 항상 여당은 정부를 옹호하고 야당은 정부를 반대하는 왜곡되고 뒤틀린 정치구조의 현실을 외면한 채 박 대통령이 ‘국회에서 다루는 국정원 문제에 대한 개입 불가론’을 펴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삼권분립에도 의회 협력 얻으려 노력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국정원 문제에 대해서는 삼권분립이라며 국회와 거리를 두고 정부에 필요한 일(민생)을 할 때는 국회의 협조를 얻으려는 태도로는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입법조사처장을 지낸 심지연 경남대 교수는 “여당이 청와대의 의중을 따르는 상황에서 지금의 국회 파행은 청와대의 결단과 협조 없이 풀기 어렵다”며 “국정원 문제는 대통령 자신과 상관없다는 태도를 고수하는 건 꼬인 정국을 풀 의지가 없는 것 아닌지 의심이 들게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처럼 당정청 협의가 없고 행정부 정책이 곧바로 의회의 상임위원회로 넘어가는 ‘삼권분립의 나라’ 미국에서도 가장 높게 평가받는 대통령의 리더십은 여야 할 것 없이 의회의 지지와 협력을 얻어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도 정치권과 대화가 단절된 상태에서 국회를 ‘정쟁의 본산’으로 비판만 하기보다는 여야와 솔직하게 소통하면서 국회와 유기적 관계를 맺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소통의 지속 없이 집권 초를 넘겨 중반으로 넘어가면 청와대와 국회의 관계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대통령중심제에선 모든 사안을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책임지는 게 숙명”이라며 “대화를 단절한 채 모든 걸 여의도 정치권에 맡기면 사태만 악화된다. 정치적 난제를 해결하는 것도 대통령의 의무”라고 강조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가정보원 개혁을 강조하고 여야 지도부와의 민생회담을 제의한 것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 논란 정국을 끝내고 민생을 고리로 출구를 찾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국회에 오른 경제민주화, 부동산 대책 관련 법안, 지하경제 양성화 투자 활성화 법안은 국민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다음 달 정기국회에서 정부의 경제, 민생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 하반기 국정 운영도 성과 없이 끝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박 대통령이 이날 정치권의 정쟁을 강하게 비판하며 “국민을 위해” 민생법안 입법에 협조해 달라고 야당을 강하게 압박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국민의 고통과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은 정치권 모두 산적한 민생을 위해 정쟁을 접고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국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국민을 위해 협조할 것은 초당적인 마음으로 임해줘야 경기도 살리고 국민들의 삶도 나아질 수 있다”고도 했다. 이어 “민생과 거리가 먼 정치와 금도(본래 다른 사람을 포용할 만한 도량이라는 뜻이지만 여기서는 ‘넘어서는 안 될 선’의 뜻으로 사용한 듯)를 넘어서는 것은 국민을 분열시키고 정치를 파행으로 몰게 될 것이다.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다”라며 강한 어조의 비판도 쏟아냈다. 박 대통령의 민생회담 제안은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을 통해 기존에 제안했던 5자회담 형식을 고수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민생입법과 관련한 5자회담에 관해서는 그 어떤 바쁜 일정도 제치고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야당이 요구하고 있는 국정원 대선 개입 논란에 관한 대화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박 대통령의 5자회담 제의를 거부하고 양자회담을 거듭 촉구했다. 형식(5자회담 대 양자회담)과 내용(민생 대 국정원 대선 개입 논란)에서 박 대통령과 야당의 간극이 커서 짧은 시간 안에 회담이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 개혁에 대해 “과거로부터 이어진 비리와 부패의 관행을 보면서 그동안 과연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을 정도로 비애감이 들 때가 많다. 지난 정부에서 국정원 개혁을 왜 하지 않았느냐’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정치권이나 외부에서 부당하게 개입해 노사관계를 왜곡시키는 일이 발생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전윤철 전 감사원장(사진)은 2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끝난 다음 전 정부에 대한 감사를 했다고 해서 그것을 ‘(새) 정권 코드 맞추기식 감사’라고 보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말했다.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가 ‘이명박 정부에 있었던 일을 박근혜 정부의 감사원이 한다’는 이유만으로 ‘정치 감사’라고 비판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 뒤 감사의 결론이 정권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달라졌다면 공분(公憤)을 사야 한다”고 말했다. 전 전 원장은 노무현 정부 때 선임됐으며 1차 임기를 마친 뒤 2007년 10월 연임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유임됐다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2008년 5월 물러났다. 26일 물러난 양건 감사원장과 비슷하다. ―양 원장은 청와대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았다는 얘기가 있다. “나는 이명박 정부 때 유임된 뒤 처음엔 몰랐는데 내가 그만두기를 바란다는 얘기를 (청와대로부터) 들었다. 그 얘기를 들은 지 한 달 만에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사표를 내고 나왔다.” ―당시 감사의 독립성을 해칠 만한 청와대의 압박도 있었나. “없었다. 나만큼 대통령 면담을 적게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필요한 보고는 해야 하지만 입맛을 맞추기 위해 보고하러 다닌 적은 없다. 이 대통령이 내게 (독립성을 해치는) 지시를 한 적도 없고 내가 그런 지시를 받았다고 해도 들을 사람도 아니었다.” ―양 원장은 감사위원 제청 문제로 청와대와 갈등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물론 감사원장이 대통령에게 ‘노(NO)’라고 말할 수 있다. 다만 독립성과 중립성을 갖고 업무를 처리할 감사위원의 요건에 맞으면 (청와대와 감사원장이) 서로 상의해 결정할 수 있는 문제다.” ―대통령이 감사원장을 임명하는 현 제도가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감사원장은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받아 임명한다. 대통령 혼자가 아니라 국회와의 합작 임명이다. 감사원 기능을 국회로 이관해야 한다는 지적은 도식적이고 파편화된 생각이다. 반대한다. 감사원은 정부의 시스템이 잘못됐는지 살펴서 고칠 책무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공직자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시스템을 고칠 동력은 행정부에 있다. 정당 간의 이해관계가 극단적으로 상충되는 국회에선 이런 ‘시스템 감사’가 어렵다.” ―그러면 감사원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헌법 정신에 충실하면 된다. 정권은 헌법 정신에 따라 감사원을 운영하고 감사원장은 헌법 정신에 따라 감사하면 된다. 의지의 문제이지 제도의 문제는 아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양건 감사원장이 26일 이임사를 통해 재임 기간 중 감사원 업무에 대한 ‘외압’이 있었음을 강하게 내비쳤다. 양 원장은 외풍의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임사 곳곳에서 자신이 자진 사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불만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임식 전 감사원 간부들과 15분간 가진 티타임에선 “감사원의 독립성은 제도상 문제가 있다”며 “감사원이 대통령 소속이지만 직무는 독립성을 띤다는 자체가 어폐가 있다”고 말했다.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최근 감사원에서 있었던 일을 돌아보면 이슈는 감사위원 임명 제청 건밖에 없었다. 그 일로 좀 이견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양 원장은 아마도 인사 쪽에서 상당히 좀 독립성을 갖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 원장은 감사위원으로 거론된 장훈 중앙대 교수가 너무 깊숙이 (정치) 활동을 한 게 아니냐고 봤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외압은 인사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감사원 내부의 법적 실무 검토에서는 장 교수가 감사원이 정한 규정을 적용했을 때 결격사유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장 교수는 전날 밤 김 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감사위원 생각이 없다. 신경 쓰지 마라”며 감사위원직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양 원장이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고용복지수석비서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낸 진영곤 감사위원과 김인철 전 감사위원을 제청했다는 점에서 양 원장의 자기모순을 지적했다. 여권 관계자는 “양 원장이 4대강 감사와 원전 비리 감사 부실 등으로 정치권에서 사퇴 압력이 오자 인사 갈등을 구실 삼아 부적절한 출구전략을 사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새누리당 내 친이계에서 대정부질문에 양 원장을 부르고,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사퇴시켜 버리겠다고 벼르고 있었다”며 “외풍은 정치권의 사퇴 압박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감사원 고위 관계자도 “외압이라 하면 꼭 청와대가 아니다. 4대강 감사를 할 때마다 정치권의 압박에 양 원장이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감사원에 4대강 감사 요구를 할 때만 해도 공사 관련 담합에 국한됐던 감사 목적이 대운하 의혹으로 확대되면서 4대강 감사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건 청와대 및 이를 충실하게 따른 감사원 간부들과 양 원장이 갈등을 겪었다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4대강 감사를 진행했던 감사원의 한 관계자는 “4대강이 대운하 사업과 다를 바 없다는 증거는 이미 2월경에 나와 방향이 잡혔다. 양 원장이 이를 덮으라고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양 원장의 이임식 직후 이정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나서 “자신의 결단으로 스스로 사퇴해 유감”이라며 청와대 외압설을 일축했지만 곤혹스러운 기색도 역력하다. 지난 대선 때 국가정보원의 댓글 등 개입 의혹이 국정조사를 끝으로 마무리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또다시 독립기관의 중립성이 훼손되는 사태가 빚어졌기 때문이다. 청와대에선 양 원장이 감사원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 싸우다 물러나는 것처럼 지나치게 스스로를 포장했다는 비판에 불쾌감을 표시하는 기류가 많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아름다운 퇴장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천막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사퇴 의혹 자체가 헌법 위반이자 헌법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정기국회 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된 감사원장, 감사위원 인사 논란의 재발을 막고 ‘표적 감사’ 등 불공정 논란을 척결하겠다는 구상이다. 감사위원 임명 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하고 감사원이 수시로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규정을 삭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도 “헌법 정신에 맞는 감사원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조수진·윤완준 기자 jin0619@donga.com}

양건 감사원장(사진)의 사퇴 배경이 진실 공방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양 원장은 26일 오전 감사원에서 이임사를 통해 사퇴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이임식이 확정됐다는 것은 사표가 수리됐다는 뜻이지만 청와대는 25일 양 원장의 사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양 원장이 앞으로 남은 1년 7개월간 치러야 할 감사는 대부분 이명박 정부 시절 진행된 사업에 대한 감사”라며 “4대강뿐 아니라 자신을 임명해준 이명박 정부의 사업을 계속 감사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곧 있을 9월 정기국회에서 4대강 감사에 대한 ‘정치 감사’ 논란이 최대 이슈로 불거지면서 친이(친이명박)계가 ‘4대강 사업이 대운하 사업이냐’며 양 원장을 몰아칠 것이 확실한 만큼 이에 부담감을 느꼈다는 관측도 많다.이 관계자는 양 원장의 사퇴 이유로 청와대가 4대강 사업 감사에 드라이브를 걸도록 양 원장을 압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데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4대강 사업이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이뤄졌다는 3차 감사 결과는 올해 7월 발표됐지만 실제 감사는 2월에 한창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때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이고 인수위도 양 원장이 정권교체에 따라 자진 사퇴해주기를 바라던 때여서 청와대와 양 원장 간에 소통이 없었던 시기”라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양 원장에게 4대강 감사에 대한 압력을 넣어 양 원장과 갈등을 겪었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청와대가 대통령직인수위원을 지낸 장훈 중앙대 교수를 감사위원으로 임명하려 하자 감사원의 독립성을 이유로 양 원장이 이견을 보인 것이 사퇴 이유라는 관측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감사위원 인선 갈등은 지엽적인 일이다. 사퇴의 직접적인 이유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 원장이) 4대강으로 고민하다 사퇴 명분으로 인사 갈등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장 교수는 감사원이 임명제청을 배제하는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4대강 감사를 둘러싸고 양 원장이 감사원 고위직들과 갈등을 겪었다는 설에 대해 감사원의 한 관계자는 “양 원장이 4대강 감사를 한창 진행하던 때는 2인자인 감사원 사무총장이 양 원장 사람이던 시절이기 때문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여권 관계자는 “양 원장이 4대강 감사의 최종 결과를 사전에 보고받지 못한 뒤 언짢아하면서 ‘미리 나한테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감사원 간부들에게 말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명박 정부 인사인 양 원장이 유임은 됐지만 정권 교체 이후 힘이 빠지면서 감사원 내부 갈등이 심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도 양 원장이 교체되는 게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양 원장의 사퇴를 간접적으로 압박한 측면이 있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 인사와 친이계 의원들뿐 아니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까지 4대강 감사를 ‘정치 감사’라고 비난하면서 양 원장으로서는 전·현직 정부 모두로부터 공격받고 잘못을 다 뒤집어쓰는 듯한 자괴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정부 고위 관계자는 25일 4대강 사업을 ‘대재앙’이라고 규정하고 “이런 대재앙이 초래됐는데도 국토교통부와 환경부가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는지 막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사례의 하나로 ‘4대강 수심 변화에 따른 지하수 고갈과 그로 인한 주변 토양 황폐화 우려’를 들었다. 정부는 이런 우려가 자칫 심각한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직 위험성이 확정적으로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국무조정실에 구성될 4대강사업조사평가위원회를 통해 조사에 나서기로 한 것은 이 때문이다. 감사원은 7월 4대강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의 요청에 따라 국토부가 최소 수심을 대운하 안(6.1m)과 유사하게 결정한 사실을 밝혀냈다. 2009년 국토부는 “이상 가뭄과 홍수에 대처하기 위한 물그릇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애초 안과 중간보고 안은 그보다 얕은 2.5m 또는 4m의 최소 수심으로도 그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봤다. 즉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강을 너무 깊이 파 수위가 높아졌고 이 때문에 보를 개방하면서 강물의 수위가 낮아지면 지하수가 강으로 빨려 들어가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수문을 개방해 지하수가 강으로 빨려 들어가는 문제는 강바닥을 깊이 파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하천 물 높이를 어떻게 유지하느냐의 문제”라며 “수위를 높게 유지하면 아무리 강을 깊게 파도 주위 지하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환경단체들은 수질개선을 위해 보 수문을 완전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수문을 전면 개방하면 강 수위가 떨어지고 인근 지역의 지하수 수위도 낮아져 물을 퍼 올리는 데 지장이 생기기 때문에 수문 개방이나 보 철거는 아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는 4대강이 아니라도 생길 수 있는 문제인데 야권에서 4대강의 문제로 보고 보 철거나 수문 개방을 너무 쉽게 주장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관계자는 “4대강 사업을 진행하면서 일부 지역은 지하수 수위가 높아져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녹조 확산 문제와 관련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해 4대강 하류 일부에 생기던 녹조가 강 전역으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4대강 사업비 22조여 원 중 총인처리시설(화학약품을 넣어 물속에 녹아 있는 인을 제거하는 시설) 구축을 통한 수질 개선에 3조90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음에도 녹조가 생기고 수질이 오히려 더 나빠진 것은 거액의 예산을 낭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수질 개선을 위해 올해에도 1조여 원이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져 4대강 사업에 따른 이중의 예산 낭비도 심각한 것으로 감사원은 파악하고 있다.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이 대운하 사업과 다름없이 진행됐다는 증거들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이런 실체가 9월 정기국회에서 밝혀질 경우 4대강 사업 논란이 최대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감사원은 2011년 1월 공개한 1차 조사에서는 4대강 사업이 법적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논란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감사원장을 지내던 시절이었다. 양건 감사원장은 그해 3월 취임했다. 양 원장은 4대강 사업에 대한 두 차례의 감사를 지휘했다. 올해 1월 발표한 2차 감사에선 4대강 사업이 주요 시설물인 보의 내구성 부족과 미흡한 수질관리, 부당한 준공검사 등으로 총체적 부실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7월 3차 감사에서는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4개를 설치하려던 보를 16개 설치하고 강도 과다하게 깊이 파 4조4000억 원의 예산이 더 투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국토부가 4대강 시공 건설사들의 담합을 알고도 방치했으며 공정거래위원회는 담합 건설사들의 과징금을 400억 원 이상 깎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감사원은 “2011년 1차 감사 때는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이 바뀌고 있는 상황이어서 4대강 사업의 적정한 수심이 얼마인지 확인할 기준이 없었다”며 “감사마다 당시의 4대강 사업 진행 상황과 감사의 중점 대상이 달랐을 뿐 정치적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치 감사’ 비판이 이어지면서 정치권에서 양 원장에 대한 사퇴 압박이 거세졌다.윤완준·정임수 기자 zeitung@donga.com}
정부가 4대강 수질 관리 과정에서 보(洑)의 수문을 개방할 경우 지하수에 영향을 줘 주변 토양이 황폐화될 우려가 있다고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5일 “4대강 사업 때 강바닥을 너무 깊이 파서 강 인근 지하수보다 깊어졌다. 수질 관리를 위해 수문을 개방하면 강물 수위가 낮아져 강 주위의 지하수를 빨아들이면서 주변 토양이 황폐화될 우려가 있어서 실제 위험성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4대강 사업은 대재앙 수준”이라며 “향후 국무조정실의 조사 결과에 따라 수질 개선을 위해 보를 철거해야 한다고 판단하더라도 철거 과정에서 지하수가 고갈되고 주변이 황폐화될 우려가 있어 정부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이런 내용을 파악하고 있으며, 국무조정실에 구성될 4대강사업조사평가위원회에서 4대강 수심의 변화가 주변 지하수에 미치는 영향을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정밀 조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올해 1월과 7월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대운하를 염두에 둔 총체적 부실 사업이라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7월 발표 때는 최소 수심을 2.5m 또는 4m로 해도 된다는 4대강 사업기획단의 안이 있었음에도 대운하 안(6.1m) 수준인 6m로 최소 수심을 설정해 사업을 진행했다고 지적하면서 국토교통부에 적정한 수심 관리를 위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관리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이후 보 수문을 개방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국토부가 해명하는 과정에서 지하수 고갈로 인한 주변 황폐화 위험에 대한 우려가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국토부 관계자는 “지하수 수위에 대해선 따로 조사한 적이 없다”며 “강바닥을 깊이 파서 생기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녹조 현상은 4대강 사업으로 물이 흐르지 않는 호수화 현상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4대강 사업에서 3조9000여억 원을 수질 개선에 투입했는데도 오히려 수질이 나빠졌다”며 “4대강 사업은 강을 수로로 만들어 버렸고 치수(治水) 효과도 없다”고 비판했다. 또 “어종도 110여 종에서 90여 종으로 줄었다. 고인 물에 사는 어종이 늘고 물살이 빠른 물에 사는 어종의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든 것도 4대강 사업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이 대운하 사업과 다름없다는 증거도 많이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감사원에선 “양건 감사원장이 곧 있을 9월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 자신을 임명한 이명박 정부의 최대 핵심사업인 4대강 사업의 심각성을 자세히 밝힐 수밖에 없는 상황을 부담스러워했고, 이것이 사퇴 이유 가운데 하나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3일 “한국은 공적개발원조(ODA)의 좋은 본보기다. ‘새마을운동’이라는 성공 경험을 전 세계와 공유하기 위해 유엔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주한외교단을 대상으로 열린 조찬강연에서 유엔이 설정한 새천년개발목표(MDGs)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새천년개발목표는 유엔이 2000년 새천년정상회의에서 채택한 것으로, 저개발국의 빈곤 퇴치와 모자(母子) 보건, 양성 평등, 교육환경 개선 등 8대 목표를 달성하자는 계획을 말한다. 2015년까지 달성한다는 목표로 유엔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반 총장은 이를 위해 4월 ‘새천년개발목표-행동 1000일’ 캠페인을 시작하는 등 의욕을 보여 왔다. 반 총장은 “새마을운동이 1970년대와 1980년대 한국의 농촌 지역을 어떻게 발전시켰는지 잘 기억하고 있다”며 “한국은 현재 아프리카 국가들이 겪는 것과 똑같은 길을 걸어왔지만 이제 더이상 원조에 의존하지 않고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아프리카 지역의 기아와 빈부 격차, 한 해 15만 명에 이르는 모성사망률 등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하며 한국의 지원을 촉구했다. 이날 포럼에서 김관용 경북지사는 새마을운동의 세계화를 통한 가난극복 성공사례를 발표했다. 김영목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이사장도 반 총장과 별도로 면담하고 새마을운동의 국제화에 대한 유엔의 관심과 협조를 요청했다. 김 이사장은 최근 아프리카 4개국 방문 결과를 설명하면서 “새마을운동을 새천년개발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스마트하게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오후에는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유엔도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DMZ 평화공원을 북한과 협의해 추진하면서 북한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오면 유엔과 협의해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갔으면 한다”며 유엔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에 반 총장은 “이미 한국 외교부와 협의해 유엔에서 실무적으로 평화공원의 법적, 정치적 가능성을 전부 검토했다”며 “남북 간에 공원 조성에 대한 합의만 이뤄지면 유엔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여러 제도적 장치에 대해 조언하고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청와대 방명록에 “대통령님의 영도하에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정착돼 평화와 번영이 깃들기를 기원한다”고 적었다. ‘영도’라는 표현이 눈길을 끌었다.이정은·윤완준 기자 lightee@donga.com}

양건 감사원장(사진)이 23일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양 원장은 비서실장을 통해 청와대에 사의를 전했으며 청와대는 이를 곧 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 원장은 이명박 정부가 임명한 인사로 현 정부 들어 교체 논란이 있어왔으나 감사원의 독립성과 임기 보장 차원에서 유임됐다. 양 원장의 임기는 1년 7개월이 남은 상태다. 이런 양 원장의 갑작스러운 사의 표명은 올해 1월과 지난달 발표된 4대강 사업 감사 결과가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1월 4대강 1차 감사에서 “특별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힌 것에서 180도 달라진 결과를 두 차례 감사에서 내놓았다. ▼ 靑“양건 원장의 단독플레이”… 경질설 부인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이 사실상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진행되면서 당초 보 4개를 설치하려던 계획에서 16개 보로 늘려 약 4조 원의 예산을 더 썼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의 표명에 앞서 양 원장은 지난달 4대강 사업 감사 결과 발표 직후 감사원이 정권에 따라 태도를 바꾼 ‘코드 감사’를 했다는 문제제기가 나왔을 때도 사퇴하려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양 원장이 ‘4대강 감사를 법과 원칙, 소신에 따라 했는데 정치권이 곡해한다’며 사퇴하려던 것을 만류했다”면서 “양 원장은 자신을 임명한 이명박 정부의 최대 핵심사업을 총체적 부실로 지적한 것에 대한 부담감과 책임감을 느껴 사퇴를 고민해왔다”고 말했다. 또 4대강 사업 감사 이외에도 양 원장이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각종 감사를 정권의 입맛에 맞춘다는 주장이 정치권 안팎에서 이어지자 감사원의 존재이유가 퇴색되는 데 대한 부담을 느꼈다는 것이다. 다른 관계자는 “9월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 감사원이 4대강 사업의 실태에 대해 모두 보고한다. 4대강 문제가 최대 이슈로 떠오를 상황에서 양 원장이 직을 유지하는 데 부담을 느껴 정기국회 전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4대강 사업의 심각한 문제와 별도로 감사원이 현 정권의 사인을 받고 태도를 바꾼 것처럼 비치자 부담을 느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경질설을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양 원장의 단독 플레이다. 청와대는 그의 거취를 거론한 적이 없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한 번 유임을 시킨 뒤 번복하는 스타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도 양 원장 사의표명을 사전에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양 원장이 정권에 코드를 맞췄지만 감사원이 정권에 따라 다른 감사 결과를 내놓은 것처럼 비치면서 현 정부로서도 부담이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결국 양 원장은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페르소나 논 그라타’(기피인물)가 됐다. 본인도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국회에 보고할 감사원의 보고안에는 이명박 정부가 무리하게 4대강 공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환경이나 경제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많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 내용이 밝혀지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감사원은 이날 당혹스러운 분위기였다. 고위 관계자들조차 양 원장의 사의 표명을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이날 오후까지도 업무보고를 받는 등 정상적으로 업무를 한 뒤 퇴근했다. 쇼킹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양 원장은 이날 오후 만난 한 관계자에게는 “열심히 하라”며 격려까지 하는 등 사의표명에 대한 내색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한다. 교수 출신인 양 원장은 사표가 수리된 뒤 교단으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 감사원장으로는 안대희 전 대법관,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 등의 이름이 나온다.윤완준·동정민 기자 zeitung@donga.com}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다음 달 9일 오전 탈북 국군포로들을 만난다. 국정원장이 국군포로를 면담하는 것도, 국군포로들이 국정원을 방문하는 것도 처음이다. 사단법인 물망초 박선영 이사장(전 국회의원)은 23일 “유영복 씨(84) 등 국군포로 12명과 보호자 및 국군포로 자녀 등 모두 32명이 국정원을 방문해 국정원장 접견실에서 남 원장을 만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남 원장은 이날 다른 일정을 미룬 채 국군포로를 만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 원장은 국군포로 문제 해결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박 이사장은 남 원장이 “국군포로는 살아 있는 인간안보 자원”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 이사장은 “국군포로는 북한을 자극하기 때문에 숨기고 쉬쉬할 대상이 아니라 6·25전쟁 때 포로가 된 과정과 북한에서 겪은 고초를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릴 수 있는 최고의 안보 자원이라는 뜻에서 남 원장이 그런 의지를 피력했다”고 말했다. 국군포로들은 남 원장과의 면담에서 그동안 한국 정부가 국군포로들에 대해 무관심한 면이 있었다는 점에 유감을 표시하고 국군포로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필요하다는 점 등 요구사항을 남 원장에게 전할 계획이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정부는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와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부정 등 과거사 왜곡 문제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거나 조치를 취하지 않는 상태에선 한일 정상회담을 열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다음 달 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일본의 한일 정상회담 제안에 대해서도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신뢰 여건이 조성되려면 △10월 하순 아베 내각이 야스쿠니신사 추계참배를 하지 않거나,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야 하고 △위안부 문제 등에서 왜곡 발언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등의 사전 정지 작업이 있어야 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침략과 위안부 강제동원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인정한 고노 담화, 무라야마 담화를 아베 정부가 계승하겠다는 것인지가 불분명하다”며 “이에 대해 아베 내각이 분명한 태도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전 일본 총리의 2011년 12월 회담을 ‘정상이 만나 실패한 최악의 한일회담’으로 꼽고 이런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풀기 위한 양국 간 사전 협의가 부족한 상태에서 노다 전 총리에게 위안부 문제 해결을 강하게 압박했고 노다 전 총리가 이를 거부하면서 회담이 냉랭하게 끝났다. 이 전 대통령이 다음 해 8월 독도를 방문하고 노다 전 총리가 반발하면서 해결점 없이 한일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됐다는 것이다. 한편 일본 자민당에서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일본 총리(사진)가 22일 서울 방문 때 박근혜 대통령과 면담이 가능한지 청와대에 타진했으나 일정 문제로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윤완준 기자·도쿄=배극인 특파원 zeitung@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 달 7∼11일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다음 달 5, 6일)한 뒤 곧바로 베트남을 방문하는 것이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가 베트남에서 본격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응우옌푸쫑 베트남 당서기장, 응우옌떤중 총리, 응우옌신흥 국회의장 등 베트남 최고권력 3인방을 모두 만난다. 박 대통령은 이들에게 한국과 베트남이 수의계약을 맺고 예비 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인 베트남 원전 5, 6호기의 한국 수주를 강하게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은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연합군사연습 첫날인 19일 오전 8시부터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지하 벙커) 상황실에서 ‘을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했다.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지하 벙커를 찾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 NSC를 주재한 것은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이어 오전 9시부터 위기관리센터 회의실로 옮겨 을지연습에 따른 ‘을지 국무회의’를 열었다. 30분 뒤 같은 장소에서 20일 열릴 예정이었던 ‘일반 국무회의’가 이어졌다. 박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 참모와 장관들 모두 노란색 민방위복을 입었다. 위기관리센터 회의실은 전시(戰時)에 비상 국무회의를 여는 곳으로 박 대통령이 이곳에서 회의를 연 것도 처음이다. 지하 벙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여는 등 자주 회의를 했던 곳이지만 박 대통령은 이곳에서 회의를 여는 걸 자제했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정부도 을지연습에 따라 NSC와 국무회의를 위기관리센터에서 열었다”고 말했으나 안보를 강조하기 위한 의도라는 관측이 나왔다. 박 대통령은 ‘을지 국무회의’에서 “천하가 태평하다고 해도 전쟁을 잊으면 반드시 위기가 온다”는 말을 인용하며 수도권과 후방 지역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북한의 테러와 생화학 무기 공격 등 세세한 부분까지 대비태세 지침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박 대통령은 “개전 초기 (북한의) 장사정포 포격 시에 주민 대피와 방호시설을 점검하고 수도권과 후방 지역에 대한 테러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사이버 공격이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교란을 비롯해 최근 나타나는 새로운 도발 양상을 고려한 훈련에도 역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북한이 보유한 다양한 생화학무기가 사용될 경우 많은 의약품이 일시에 필요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탄저균 같은 생물학 무기의 치료제나 백신이 충분히 구비돼 있는지, 화학무기가 사용될 경우 군과 민간 모두 충분한 의약품 보급을 받을 수 있는지, 의약품 생산 공장들이 포격을 당할 경우 대안이 있는지 치밀하게 고려해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시설이 폭격받을 경우 전기 수도 가스 등을 공급받지 못할 상황일 때 전시 비상식량이 충분한지, 민간에 보급되는 전시 식품이 전기 수도 가스 없이 만들어 먹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검토해 달라”는 지시까지 했다. 박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 대비는 국가안보와 국민안위에 가장 필수적인 것으로, 한시도 소홀히 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안보태세를 강조한 것은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강력한 대북 억지력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로 남북관계가 개선되기 시작했지만 여성 대통령으로서 안보에 약점을 보이지 않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테러와 생화학 무기 공격 징후 첩보를 감지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으나 청와대 관계자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을지 국무회의’에서 “1968년 청와대 기습사건을 계기로 을지연습이 시작됐다”고 말한 것처럼 청와대 기습사건에 대한 악몽이 강하게 남아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한편 북한은 을지연습에 대한 비난을 자제한 채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하는 데 치중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남북이 불신하고 대결하던 과거를 털어버릴 때가 됐다. 남북관계 개선의 비결은 ‘우리 민족끼리’에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신문은 “외세 의존, 외세와의 공조에 계속 매달린다면 신뢰는 고사하고 대결의 악몽만 되풀이하게 될 것”이라는 정도로 을지연습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북한의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는 “어떤 경우에도 대결과 긴장을 격화시키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윤완준·김철중 기자 zeitung@donga.com}

정부가 남북교류를 전면 중단한 5·24 대북제재 조치를 남북 당국 간 대화로 해제해 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18일 “앞으로 5·24조치 해제 협의를 위한 남북 당국 간 대화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5·24조치는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 이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발표한 일종의 남북관계 단절 선언이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북한 선박의 남측 해역 운항을 전면 불허하고 △남북교역을 중단하며 △국민의 방북을 불허하고 △대북 신규 투자를 불허하며 △대북 지원사업을 원칙적으로 보류한다는 5개항이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도 “정부가 현재로서는 5·24조치의 해제를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겠지만 14일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에 따라 개성공단 국제화에 나서기로 했기 때문에 5·24조치는 사실상 해제 절차를 밟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문에서 남북이 외국 기업의 유치와 투자설명회에 적극 나서기로 한 만큼 대북 신규 투자를 금지한 5·24조치 일부는 사실상 해제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개성공단 정상화를 계기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추진할 환경이 조성됐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는 중단돼 있는 종교와 스포츠 등 정치성 없는 사회문화 교류를 우선적으로 점차 허용해 나갈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종류의 교류를 위한 방북도 엄격히 따지면 5·24조치와 충돌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5·24조치의 해제가 순차적으로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정부는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는 5·24조치를 명시적으로 해제하려면 남북 당국 간 회담을 통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캠프가 “천안함 폭침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책임 있는 조치를 북한이 취해야 5·24조치 해제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밝혔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개성공단 정상화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가 보여 준 새로운 대북 원칙과 접근법에 따라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를 받아 낼 것”이라고 말했다.윤완준·동정민 기자 zeitung@donga.com}
남북 교류를 사실상 전면 중단시켜 놓은 5·24조치를 풀어가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북한의 태도 변화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본격 추진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필연적으로 5·24조치와 충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를 받아내는 건 시간이 걸리는 과정이라는 판단도 깔려 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따라 본격 추진하게 될 개성공단의 국제화 등은 5·24조치에 상관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사실상 5·24조치의 일부 대북 제재가 자연스럽게 해제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1단계로 인도적 지원과 이산가족 상봉 등을 해결하고 2단계로 개성공단 국제화와 경제·사회문화 교류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간다는 구상을 담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 국제화가 단순히 개성공단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이를 통해 국제사회의 대북 투자 여건을 만들고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럼으로써 북한을 국제사회로 이끌어 내고 남북관계를 정상화하는 큰 그림을 그려 가겠다는 것이다. 즉 개성공단 국제화의 핵심은 외국 기업의 신규 투자이다. 이는 엄격히 말해 5·24조치가 규정한 ‘신규 투자 불허’와 맞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남북이 개성공단 국제화에 나서기로 합의한 순간 5·24조치는 사실상 해제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정치성 없는 종교계와 스포츠계의 사회문화 교류를 조금씩 풀어간다는 방침을 세우고 이를 위한 방북 신청도 허용할 방침이다. 정부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포함시킨 경제교류 내실화, 즉 남북 교역 재개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역시 엄밀히 말하면 ‘개성공단과 금강산지구 이외 지역 방북 불허’ 및 ‘남북 교역 중단’을 규정한 5·24조치와 명목상으로는 충돌할 여지가 크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5·24조치 때문에 비정치적 남북 교류까지 막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5·24조치상의 ‘대북 지원 사업의 원칙적 보류’도 점차 사문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런 태도는 북한이 상식을 무시한 채 신뢰와 약속을 깨면 한 치의 타협 없이 대응하겠지만 상식적인 태도로 대화의 손을 내밀면 유연성을 발휘해 적극적으로 남북관계의 새 틀을 짜겠다는 ‘박근혜표 대북 접근법’을 반영한다. 하지만 정부의 고민도 있다. 북한이 천안함 폭침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한 5·24조치 해제에 대한 비판 여론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3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원인에 대해 북한이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것들을 남북이 함께 대화를 통해 이뤄낼 수 있다면 (5·24조치의) 해제는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북한이 남북 당국 간 대화에서 천안함 폭침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한다면 좋겠지만 북한은 천안함 폭침을 자신들에 대한 모략극이라고 주장해 왔다. 정부 일각에서는 “개성공단 가동 중단의 책임 문제는 합의서상의 다소 모호한 표현으로 타결될 수 있었지만 천안함 폭침은 그런 방식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개성공단 정상화와 5·24조치 해제는 차원이 다른 사안”이라는 우려가 나온다.윤완준·동정민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