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진

신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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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에서 국방부를 출입하고 있습니다.

newjin@donga.com

취재분야

2025-11-17~2025-12-17
대통령70%
정치일반6%
국방6%
사건·범죄6%
남북한 관계4%
칼럼2%
학술2%
검찰-법원판결2%
인사일반2%
  • 죽어도 죽지 못한 ‘처녀 귀신’이 좀비와 가장 비슷

    “이름 모를 괴질이 서쪽 변방에서 만연해 이 병에 걸리면 심하게 설사를 하고, 궐역(厥逆)이 생겼다. 사망자가 수십만 명이나 됐다.” 김은희 작가(47)가 좀비 사극 드라마 ‘킹덤’을 구상한 배경이라고 밝힌 조선왕조실록의 순조실록(1821년)에 등장하는 한 대목이다. 끔찍한 전염병에 걸렸던 당시 백성들은 실제로 좀비로 변했던 것일까. 답은 당연히 ‘아니요’다. 양종승 한국샤머니즘박물관장은 “당시 유행한 콜레라 등 질병을 표현한 대목으로 우리나라 전통문화 속에 좀비가 등장한 경우는 없었다”며 “좀비는 카리브해 아이티 등지에서 믿는 ‘부두교’의 주술 신앙에 바탕을 둔 것으로, 20세기 중후반에 들어서야 우리나라에 소개됐다”고 말했다. 좀비는 없었지만 저승으로 가지 못한 채 인간 삶에 영향을 끼치는 존재인 일종의 ‘언데드’들은 우리나라 전통 문화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전해진다. “호조 정랑 이두(李杜)의 집에 죽은 지 10년이나 되는 고모 귀신이 와서 집안의 크고 작은 일을 간섭했는데, 허리 위는 보이지 않고 하반신은 종이로 가렸지만 살은 없고 뼈뿐이었다.” 조선왕조실록 성종실록(1486년)에는 이 같은 내용이 나온다. 죽은 고모가 좀비와 같은 모습으로 후손을 괴롭힌다며 임금에게 이를 해결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내용이 공식 기록에 등장한 것. 정사(正史)가 아닌 숱한 신화와 설화 속에서 수배(隨陪·상급 신을 따라 다니는 귀신), 걸립(乞粒·가택신의 사자), 영산(靈山·비명횡사한 남녀의 혼령) 등 각종 귀신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처녀귀신으로 불리는 ‘손각씨’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점이 특징. 서영대 인하대 사학과 명예교수는 “귀신 문화는 사회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남존여비 관념이 철저해진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결혼을 하지 못하거나 아들을 낳지 못한 여성이 귀신으로 변한 이야기가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비슷한 가부장 문화를 갖고 있지만, 결혼 제도는 데릴사위제 등이 발달해 처녀 대신 유부녀 귀신이 많은 게 특징이라고 한다.  유원모 onemore@donga.com·신규진 기자}

    • 2019-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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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드라마 이어 VR 체험관까지… ‘좀비 전성시대’

    “으악!” “깜짝이야.” 16일 서울 마포구 한 VR(가상현실) 체험관이 10여 명의 비명 소리로 가득 찼다. VR 전용 헤드셋을 낀 이들은 연신 기관총 방아쇠를 당겼다. 주춤주춤 긴장한 몸짓이 우스꽝스러울 수 있지만, 가상현실 세계에선 얘기가 달라진다. 불빛 하나 없는 지하철에서 좀비들이 돌진한다. 팔, 다리가 잘려 피가 쏟아져 나오지만 좀비들은 거침이 없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좀비 때문에 생기는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방마다 직원들이 배치될 정도. 중간에 낙오자가 생기는 일도 잦다. 매주 이곳을 찾는다는 대학생 이명진 씨(26)는 “공포영화 보는 것보다 훨씬 낫다”며 “1인칭 슈팅 게임(FPS) ‘마니아’인데 좀비가 나오는 게임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실제로 체험관에서 제공하는 5개 VR 게임 가운데 좀비 소재 게임이 가장 인기가 많다. 업체를 운영하는 이준섭 이트라이브 본부장은 “좀비라는 소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최근 예약이 폭주한다”고 전했다. 요즘 한국은 좀비 전성시대라고 할 만하다. 일부 마니아만 찾던 컬트적인 소재인 좀비가 최근 국내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넘어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확산되고 있다. 해외와 차별화해 “한국형 좀비”를 일컫는 ‘K좀비’라는 신조어도 생길 정도다. 본격적인 계기는 영화였다. 1100만 명 관객을 돌파한 영화 ‘부산행’(2016년)의 흥행이 컸다.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을 만들 때만 해도 좀비는 대중적인 소재가 아니었다”며 “거부감이 만만치 않아 좀비 대신 ‘감염자’로 홍보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원래 해외에서도 좀비 소재는 저예산 공포 영화의 B급 장르로 취급받아 왔다. 시초는 조지 로메로 감독의 1968년 작 ‘살아있는 시체의 밤’. 하지만 2010년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 시리즈와 2억 달러(약 2259억 원)의 제작비를 투입한 좀비 블록버스터 영화 ‘월드워Z’(2013년)가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하며 메인 장르로 발돋움했다. 지난달 25일 공개한 넷플릭스 6부작 드라마 ‘킹덤’은 본격적인 ‘K좀비’ 시대를 알린 작품이다. 조선시대가 배경인 이 드라마에서 탐관오리의 횡포와 굶주림에 시달리던 백성들은 역병에 걸려 좀비가 된다. 특히 좀비 소재에 당대 시대상을 결합한 시도가 신선했다는 의견이 많다. 곤룡포 등을 입고 빠르게 뛰는 좀비의 모습은 기존 서구의 것과 차별화됐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할리우드 좀비물이 다소 주춤한 상황에서 기대 이상의 슬리퍼히트작이 탄생했다”고 평했다. 13일 개봉한 영화 ‘기묘한 가족’은 좀비에 코미디를 결합했다. 좀비 바이러스는 회춘의 비결이고, ‘쫑비’란 애칭을 얻은 좀비는 양배추에 케첩을 뿌려먹는 채식주의자. 엉뚱한 설정이지만, “좀비물의 새 장르를 개척했다(?)”는 관객 평도 나온다.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 속편 ‘반도’나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준비 중인 ‘여의도’ 등 당분간 좀비 소재 영화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동근 작가의 좀비 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은 영화 ‘완벽한 타인’의 이재규 감독을 만나 드라마로 만들어진다. 좀비 ‘콜라보’도 확장되고 있다. 지난해 말 걸그룹 ‘라붐’은 타이틀 곡 ‘불을 켜(Turn It On)’ 뮤직비디오에 좀비를 등장시켜 스산한 앨범 콘셉트를 강화했다. 피 칠갑을 한 대형 좀비 피규어 등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좀비테마 술집도 인기. 이사배 등 인기 유튜버의 좀비 특수효과 분장 영상이나 좀비 분장 후 타인을 놀라게 하는 몰래카메라 영상도 인기를 끌고 있다. 좀비물이 국내에서 이렇게 반응이 뜨거운 이유는 뭘까. 지난해 발간한 ‘좀비 사회학’에서 일본 문예평론가 후지타 나오야는 “좀비를 대중의 무의식과 시대 분위기를 반영하는 표상”이라고 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좀비물이 B급 소재에서 현대사회의 문제를 드러내는 장치로 쓰이고 있다”며 “단순한 재미, 놀 거리를 넘어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어 한동안 좀비 열풍이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신규진 newjin@donga.com·유원모 기자}

    • 2019-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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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시너님스’,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 수상

    이스라엘 출신 나다프 라피드 감독의 영화 ‘시너님스(Synonyms)’가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곰상’을 받았다. 베를린영화제 측은 16일(현지 시간) ‘시너님스’에 황금곰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이스라엘, 독일에서 공동으로 제작된 ‘시너님스’는 이스라엘 전직 군인이 프랑스 파리로 이주한 뒤 이스라엘인의 정체성을 지우려는 모습을 담았다. 감독상인 은곰상은 가톨릭교회의 아동학대 피해자들을 다룬 영화 ‘바이 더 그레이스 오브 갓(By the Grace of God)’의 프랑스 출신 프랑소와 오종 감독이 받았다. 한국 영화로는 김보라 감독의 영화 ‘벌새’가 ‘제너레이션 14플러스 섹션’에 초청돼 ‘그랑프리상’을 받았다. 14세 이상 관람가 영화 중 어린이와 청소년의 성장기를 담은 영화를 소개하는 섹션이다. 이 외에도 이수진 감독의 ‘우상’, 김태용 감독의 ‘꼭두 이야기’ 등 총 5편의 한국 영화가 초청됐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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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도시에 적응하기 위해 모기는 동면을 포기했다

    영국 런던 지하철에 서식하는 집모기는 동면에 들지 않는다. 날씨가 극도로 추워지는 일이 없어 생물학적 시계를 관리하는 유전자가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하에 흩어져 사는지라 다대다에서 일대일로 짝짓기 방식도 달라졌다. 생태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인 저자는 “갈수록 넓어지는 도시화 시대에도 자연은 새로운 생태계를 형성하며 진화하고 있다”고 역설한다. 모기를 비롯해 딱정벌레, 까마귀, 나방, 쥐 등 여러 개체를 추적해 그들이 놓인 환경과 변화 양상을 담았다. 자연과 인간을 분리하는 관점에서 벗어나는 일이 우선이다. 흔히, 자연은 인간과 대비돼 인위적 요소가 제거된, 청정한 환경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동식물들 역시 인간처럼 환경 변화에 맞춰 진화를 거듭해 왔다. “저 멀리 나무에 매달린 개미집은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면서 왜 인간이 만든 도시는 그렇지 않다고 여길까? 근본적으로는 차이가 없는데도 그렇다.” 분석에서 나아가, 풍부한 도시 생태계를 위한 인간의 역할도 강조했다. 조경하듯 생물 종을 선별하지 말고 내버려 둬야 한다. 굳이 통로를 만들어 자연을 연결하기보다 특색 있는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분리시키자는, 도시 설계 가이드라인이다. 저자는 네덜란드 전역의 달팽이 사진이 업로드돼 있는 ‘스네일스냅’ 애플리케이션(앱)처럼, 자연의 진화 양상을 관찰하는 인간의 관심과 참여도 역설한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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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날 날씨예보 재방송… KBS 9시뉴스 황당사고

    KBS 메인 뉴스에서 전날 내보낸 기상예보를 재방송하는 대형 방송 사고가 났다. 13일 KBS 1TV ‘KBS 뉴스9’가 끝나기 직전 방송되는 날씨예보에서 다음 날인 14일 날씨정보 대신 12일 방영분이 나갔다. 내일 날씨가 아니라 오늘 날씨를 ‘예보’한 것이다. 재방송된 기상예보는 미세먼지 예측 그래픽에 기간이 12일 오후부터 13일까지로 표기돼 있었지만 별다른 사과 없이 뉴스가 끝났다. KBS는 13일 밤 12시 30분 뉴스에서 뒤늦게 사과했고 다음 날 ‘KBS 뉴스9’에서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엄경철 앵커는 14일 클로징 멘트에서 “어젯밤 9시 뉴스에서 전해드린 ‘KBS 날씨’가 제작진의 착오로 그 전날인 12일 제작물이 방송됐습니다. 시청자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립니다”라고 했다. 사고는 12일 날씨예보 녹화 파일을 13일 방송 큐시트에 잘못 올리면서 벌어졌다. KBS는 “날씨예보 파일을 매핑하는 과정에서 제작진의 실수가 있었다”고 밝혔다. 매핑은 디지털 방송 제작물을 큐시트에 업로드하는 과정으로 KBS는 이 방송 형식을 2015년에 도입했다. 메인 뉴스의 방송 사고를 줄이기 위해 날씨 예보를 사전 제작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잘못된 날씨 정보가 방송되기까지 게이트키핑 과정이 부실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날씨예보는 기상 캐스터와 전담 PD가 제작한 뒤 뉴스 제작진을 거쳐 통합뉴스룸 국장이 최종 확인한다. 이 과정은 평소처럼 진행됐지만 오류를 잡아내지 못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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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체부, 지상파 중간광고 반대여론 방통위에 전달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상파 방송의 중간광고 도입을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섰다. 문체부는 14일 지상파에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우려하는 의견을 지난달 방송통신위원회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문체부 관계자는 “한국신문협회 등 여러 단체에서 지상파 중간 광고 도입에 대해 우려하고 있고,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에서도 중간광고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방통위가 이런 의견들을 충분히 고려해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지난해 11월 전체회의에서 지상파 중간광고를 허용하겠다고 밝히고, 지난해 12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방통위는 당초 2월 내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처리한 뒤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의결 등의 절차를 밟을 예정이었다. 방통위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여러 의견이 들어와 현재 검토하고 있다”며 “전체회의에 안건을 언제 상정할지는 아직 미정이며, 문체부 등 부처 간 협의를 충분히 한 뒤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신문협회는 지난달 4일 방통위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은 언론과 광고산업뿐 아니라 국민들의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저널리즘 및 미디어 정책의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문체부가 적극 나서 이번 개정안을 폐기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문협회는 의견서에서 지상파 중간 광고가 도입되면 매체 간 균형 발전이 저해된다고 지적했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에 따르면 중간광고가 도입될 경우 2021년 지상파 광고비는 1177억 원이 증가한다. 반면 신문 광고비는 216억 원, 케이블TV는 114억 원, 잡지는 50억 원이 줄어든다. 국민들도 중간광고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지난해 10월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60.9%가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을 반대해 찬성(30.1%)의 두 배가 넘었다. 또한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은 시청률 경쟁과 상업화를 심화시키고 방송의 공정성을 훼손해 국민의 시청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미국 일본 영국 등 해외에서는 공공성을 이유로 지상파 공영방송은 중간광고는 물론이고 광고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간광고를 도입하기 전에 지상파의 방만한 경영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KBS는 지난해 상반기 441억 원, MBC는 536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KBS 임직원 가운데 연봉 1억 원 이상을 받는 비중이 60%를 넘는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손효림 aryssong@donga.com·신규진 기자}

    • 2019-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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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적 콘텐츠의 힘과 가능성 깨달았어요”

    왼쪽엔 선(善)이, 오른쪽엔 악(惡)이 공존한다. 나이가 들수록 왼쪽 눈이 오른쪽 눈보다 도드라진다. 그의 짝눈처럼, 배우 주지훈(37)은 최근 다양한 연기 변신을 해왔다. 2017년부터 2년 연속 ‘쌍 천만’ 영화가 된 ‘신과 함께’ 시리즈에선 저승사자를, 지난해 영화 ‘공작’, ‘암수살인’에서는 북한 장교와 연쇄살인범을 맡았다. 지난달 25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에선 갓을 쓴 왕세자가 됐다. 그에게도, 넷플릭스란 플랫폼은 여러모로 낯설다. 1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주지훈은 “(‘킹덤’은) 드라마도, 영화도 아닌 듯하다. 공개됐지만 공개되지 않은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라고 했다. 시즌2 촬영에 들어갔지만 ‘킹덤’ 시즌1 흥행 성적은 철저히 비공개다. 그는 “흥행 공식이나 금기에 매달리지 않아도 돼 더 자유로웠다”며 개의치 않았다. 190여 개국에서 선보인 ‘킹덤’은 확실히 해외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모양새다. 조선 의복에 익숙지 않은 외국인들에게 극 중 인물들이 착용한 ‘갓’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였다. 그는 “‘킹덤’이 공개된 다음 날 화보 촬영차 발리에 갔는데, 공항에 현지인들 20여 명이 나와 있었다. 글로벌한 위력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주지훈은 ‘킹덤’을 계기로 한국 콘텐츠에 대한 사명감마저 생겼단다. “한국이 이렇게 아름다운 나라인 줄 미처 몰랐다.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것보다 한국적인 작품을 열심히 만드는 것 또한 굉장한 파괴력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그래서 짬을 내 궁이나 박물관 등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해외여행을 가면 그 나라의 유명한 공원이나 미술관을 찾잖아요. ‘등잔 밑이 어둡다’처럼, 어느 순간 한국에 있는 아름다운 곳들을 잊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그에게 사극은 MBC 드라마 ‘궁’(2006년),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2012년), ‘간신’(2015년) 등에 출연하며 꽤나 익숙한 장르다. 간접체험을 통해 그 나름의 노하우도 쌓았다. 그는 “사극 연기는 몸이 굉장히 힘들다”며 “30분만 망건을 써도 두통이 오는데 손가락 하나를 대고 머리 공간을 남겨두면 살 만하다”면서 웃었다. 주지훈도 벌써 14년 차 배우. 하지만 영국 배우 앤서니 홉킨스가 대본을 200번 읽는다는 말에 감명 받아 작품마다 대본을 100번 넘게 읽는 노력파다. 요샌 요령도 생겨 현장에서 감독들과 소통도 편해졌다고. “요샌 컴퓨터그래픽(CG) 기반 영화들이 많다. 연기를 할 때 감정뿐만 아니라 기술과의 조화도 중요하다고 느낀다.” 10년 전 마약 투약 사건으로 바닥을 치고 올라온 만큼, 들어오는 어느 작품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다. 그 덕에 3년 동안 작품을 6개나 찍기도 했다. 거의 유일한 취미였던 책 읽기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분주했다. 다만 최근 ‘궁’을 다시 보며 20대 때 청춘 드라마를 좀 더 하지 못한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예전엔 ‘궁’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어요.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연기가 있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죠. 그래서일까요. 지금 30대 때 보여줄 수 있는 연기를 최대한 해보고 싶습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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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널A, 3월 방영 새 예능 프로그램 ‘굿 피플’

    개그맨 강호동과 이수근이 채널A 새 예능 프로그램 ‘신입사원 탄생기―굿 피플’(이하 ‘굿 피플’) MC로 합류했다. ‘굿 피플’은 로스쿨 출신 일반인 출연자들이 로펌에서 인턴생활을 하면서 변호사 업무를 보조하는 과정을 그린다. ‘고용 창출 예능’이라는 새로운 콘셉트로 사회초년생의 애환을 엿보고 이들을 응원하고자 하는 취지를 담았다. 시즌제로 기획돼 다음 시즌에서는 다른 직군을 다룰 예정이다. 강호동과 이수근은 스튜디오에서 VCR을 보며 한 달 후 최종 입사자를 예측하는 역할을 맡는다. 둘은 KBS ‘1박 2일’을 시작으로 tvN ‘신서유기’ ‘섬총사’ 등으로 수차례 호흡을 맞춰온 베테랑 콤비여서 온라인에서는 벌써부터 “‘케미’가 돋보이니 기대된다” “꿀 조합” 등의 반응이 나온다. 강호동의 채널A 첫 출연작이기도 하다. 연출은 2017년과 지난해 화제를 모았던 ‘하트시그널1, 2’ 제작진이 맡았다. 이진민 PD는 “스튜디오에서 청년들을 지켜보며 에너지를 전달하는 데 강호동 이수근의 조합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며 “열심히 촬영 중이니 기대해 달라”고 했다. ‘굿 피플’은 이달 초 촬영을 시작해 3월에 방영될 예정이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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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호동X이수근, 채널A 새 예능 ‘신입사원 탄생기 굿 피플’ MC 합류

    개그맨 강호동과 이수근이 채널A 새 예능 프로그램 ‘신입사원 탄생기―굿 피플’(이하 ‘굿 피플’) MC로 합류했다. ‘굿 피플’은 로스쿨 출신 일반인 출연자들이 로펌에서 인턴 생활을 하면서 변호사 업무를 보조하는 과정을 그린다. 오피스물에 추리 방식을 결합한, ‘고용창출 추리예능’이라는 새로운 콘셉트로, 사회초년생의 애환을 엿보고 이들을 응원하고자 하는 취지를 담았다. 시즌제로 기획돼 다음 시즌에서는 다른 직군을 다룰 예정이다. 강호동과 이수근은 스튜디오에서 VCR을 보며 한 달 후 최종 입사자를 추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둘은 KBS ‘1박2일’을 시작으로 tvN ‘신서유기’, ‘섬총사’ 등으로 수차례 호흡을 맞춰온 베테랑 콤비여서 온라인에서는 벌써부터 “‘케미’가 돋보이니 기대된다” “꿀 조합” 등 반응이 나온다. 강호동의 채널A 첫 출연작이기도 하다. 연출은 2017년과 지난해 화제를 모았던 ‘하트시그널1, 2’ 제작진이 맡았다. 이진민 PD는 “스튜디오에서 청년들을 지켜보며 에너지를 전달하는 데 강호동 이수근의 조합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며 “열심히 촬영 중이니 기대해 달라”고 했다. ‘굿 피플’은 이달 초 촬영을 시작해 3월 중 방영될 예정이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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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갓 쓴 왕세자’로 변신 주지훈 “‘킹덤’ 촬영 후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에 빠져”

    왼쪽엔 선(善)이, 오른쪽에선 악(惡)이 공존한다. 나이가 들수록 왼쪽 눈이 오른쪽 눈보다 도드라진다. 그의 짝눈처럼, 배우 주지훈(37)은 최근 다양한 연기 변신을 해왔다. 2017년부터 2년 연속 ‘쌍 천만’ 영화가 된 ‘신과 함께’ 시리즈에선 저승사자를, 지난해 영화 ‘공작’, ‘암수살인’에서 북한 장교와 연쇄살인범을 맡았다. 지난달 25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에선 갓을 쓴 왕세자가 됐다. 그에게도, 넷플릭스란 플랫폼은 여러모로 낯설다. 1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주지훈은 “(‘킹덤’은) 드라마도, 영화도 아닌 듯하다. 공개됐지만 공개되지 않은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라고 했다. 시즌2 촬영에 들어갔지만 ‘킹덤’ 시즌1 흥행 성적은 철저히 비공개다. 그는 “흥행 공식이나 금기에 매달리지 않아도 돼 더 자유로웠다”며 개의치 않았다. 190여 개국에서 선보인 ‘킹덤’은 확실히 해외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모양새다. 조선 의복에 익숙지 않은 외국인들에게 극 중 인물들이 착용한 ‘갓’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였다. 그는 “‘킹덤’이 공개된 다음날 화보 촬영 차 발리에 갔는데, 공항에 현지인들 20여 명이 나와 있었다. 글로벌한 위력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주지훈은 ‘킹덤’을 계기로 한국 콘텐츠에 대한 사명감마저 생겼단다. “한국이 이렇게 아름다운 나라인 줄 미처 몰랐다.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것보다 한국적인 작품을 열심히 만드는 것 또한 굉장한 파괴력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그래서 짬을 내 궁이나 박물관 등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해외여행을 가면 그 나라의 유명한 공원이나 미술관을 찾잖아요. ‘등잔 밑이 어둡다’처럼, 어느 순간 한국에 있는 아름다운 곳들을 잊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그에게 사극은 MBC 드라마 ‘궁’(2006년),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2012년), ‘간신’(2015년) 등에 출연하며 꽤나 익숙한 장르다. 간접체험을 통해 나름 노하우도 쌓았다. 그는 “사극 연기는 몸이 굉장히 힘들다”며 “30분만 망건을 써도 두통이 오는데 손가락 하나를 대고 머리 공간을 남겨두면 살 만 하다”고 웃었다. 주지훈도 벌써 14년차 배우. 하지만 영국 배우 앤서니 홉킨스가 대본을 200번 읽는다는 말에 감명 받아 작품마다 대본을 100번 넘게 읽는 노력파다. 요샌 요령도 생겨 현장에서 감독들과 소통도 편해졌다고. “요샌 컴퓨터그래픽(CG) 기반 영화들이 많다. 연기를 할 때 감정뿐만 아니라 기술과의 조화도 중요하다고 느낀다.” 10년 전 마약 투약 사건으로 바닥을 치고 올라온 만큼, 들어오는 어느 작품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다. 그 덕에 3년 동안 작품을 6개나 찍기도 했다. 거의 유일한 취미였던 책 읽기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분주했다. 다만 최근 ‘궁’을 다시 보며 20대 때 청춘 드라마를 좀더 하지 못한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예전엔 ‘궁’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어요.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연기가 있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죠. 그래서일까요. 지금 30대 때 보여줄 수 있는 연기를 최대한 해보고 싶습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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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도연 “뱃멀미 No! 난 타고난 낚시꾼 체질”

    인터뷰 내내 생각지도 못한 단어들이 튀어나왔다. 174cm의 큰 키에서 나오는 뭇 남성 못지않은 호탕한 웃음소리가 가히 ‘뼈그맨’(뼛속까지 개그맨)이라고 할 만했다. 최근 채널A 예능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의 고정 출연자로 합류한 장도연(34)을 12일 서울 마포구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DDMC)에서 만났다. 2007년 K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할 때부터 “소심한 성격으로 희극인 자질을 의심해왔다”던 장도연은 현재 고정 프로그램만 7개인 ‘대세’ 예능인이다. 그런 그에게도 ‘도시어부’ 고정 멤버는 ‘독이 든 성배’로 다가온다고 했다. 꾸준히 4%대 시청률을 유지하는, 잘 꾸려진 프로그램에 숟가락을 얹는 셈이지만 그만큼 전 멤버의 빈자리를 메워야 한다는 부담도 크다. 낚시 문외한인 만큼 촬영 전 인터넷과 낚시 채널을 뒤지며 예습을 했다. 그래도 지난해와 올해 초 ‘도시어부’ 게스트로 목포와 제주도를 다녀온 경험이 도움이 된다. 당시 생애 첫 낚시에 5자 민어 등 월척을 낚아 화제가 됐다. 아직까지 뱃멀미도 없어 낚시 체질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잡았을 땐 어복이 있는가 싶다가도 막상 긴장하면 용왕님이 고기를 안 주더라”며 웃었다. 기존 멤버인 이덕화, 이경규와의 나이차는 특유의 넉살로 채웠다. 이덕화가 올드팝을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블루투스 마이크를 저녁 식사 때 들고 가 재롱잔치를 벌였다. 우상이었던 이경규는 그를 “아끼는 후배”라며 먼저 챙긴다. 기본이 2박 3일인 지방촬영 특성상 출연진, 제작진 간 끈끈한 가족애도 ‘도시어부’의 매력 중 하나란다. “현장에서 느껴지는 두 선배의 낚시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더라고요. 입질이 오지 않을 때 분노 게이지가 치솟는 모습조차 순수해 보여요.” 그는 ‘가늘고 긴 희극인’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Olive ‘밥블레스유’의 최화정 이영자 송은이 김숙을 보면서 “나도 방송을 계속할 수 있겠다”는 희망도 얻었다. 대학생 시절 용돈을 벌기 위해 우연히 출연한 2006년 Mnet ‘톡킹 18금’에서 신동엽의 권유로 개그맨 시험을 봤다. “저는 ‘빵’ 하고 뜬 적 없어요. 반 보씩 천천히 올라왔다고 생각해요. 불러주는 곳이 있을 때마다 감사함을 느껴요.” 웃기기 위해 남 기분을 상하게 하지 말자는 원칙도 세웠다. “카메라 앞에서 남을 깎아내리면서 재미있게 한다고 해서 인생이 달라지진 않더라고요. 캐릭터가 강하지 않아 어디에 붙여놔도 튀지 않는 게 저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콤플렉스였던 큰 키도 장점으로 승화시켰다. 바쁜 일정에도 피부 관리를 받으며 외모를 가꾼다. 그는 “외모에 자신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사리판’은 아니다”며 웃었다. 거침없던 그도 취미를 묻자 잠시 말문이 막혔다. 주 6일 촬영하는 빡빡한 스케줄 탓에 저녁에 맥주를 마시는 것 외에는 취미가 없다고 했다. “낚시가 취미가 될 것 같아요. 회 뜨는 것도 배워보고 싶네요.”(웃음)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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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뼈그맨’ 장도연 “‘도시어부’ 첫 출연서 5짜 민어 월척…‘낚시’ 체질?”

    인터뷰 내내 생각지도 못한 단어들이 튀어나왔다. 174㎝의 큰 키에서 나오는 뭇 남성 못지않은 호탕한 웃음소리가 가히 ‘뼈그맨(뼈 속까지 개그맨)’이라고 할 만했다. 2007년 K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할 때부터 “소심한 성격으로 희극인 자질을 의심해왔다”던 장도연(34)은 현재 고정 프로그램만 7개에 달하는, ‘대세’ 예능인이다. 서울 마포구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DDMC)에서 12일 만난 그는 “데뷔 초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 ‘여차하면 개그계를 떠나자’고 했던 다짐이 ‘무조건 열심히 하자’는 생각으로 변했다”고 했다. 그는 최근 채널A 예능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의 고정 출연자로 합류했다. ‘도시어부’ 고정 멤버는 ‘독이 든 성배’라고 했다. 꾸준히 4%대 시청률을 유지하는, 잘 꾸려진 프로그램에 숟가락을 얹는 셈이지만 그만큼 전 멤버의 빈자리를 메워야 한다는 부담도 크다. 낚시 문외한인 만큼 촬영 전 인터넷과 낚시 채널을 뒤지며 예습을 했다. 몇 장 읽진 않았지만 보여주기용(?)으로 지인에게 받은 낚시책도 차에 넣고 다닌다. 그래도 지난해와 올해 초 ‘도시어부’ 게스트로서 목포와 제주도를 다녀온 경험이 도움이 된다. 당시 생애 첫 낚시에 5짜 민어 등 월척을 낚아 화제가 됐다. 아직까지 배 멀미도 없어 낚시 체질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잡았을 땐 어복이 있는가 싶다가도 막상 긴장하면 용왕님이 고기를 안 주더라”며 웃었다. 기존 멤버인 이덕화, 이경규와의 나이차는 특유의 넉살로 채웠다. 이덕화가 올드팝을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블루투스 마이크를 저녁 식사 때 들고 가 재롱잔치를 벌였다. 우상이었던 이경규는 그를 “아끼는 후배”라며 먼저 챙긴다. 기본 2박 3일 지방촬영 특성 상 출연진, 제작진 간 끈끈한 가족애도 ‘도시어부’의 매력 중 하나란다. Olive ‘밥블레스유’의 최화정 이영자 송은이 김숙 등 언니들 틈에서 촬영해 본 덕에 막내역할도 익숙하다. “시청자로 볼 때보다 현장에서 느껴지는 두 선배들의 낚시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더라고요. 입질이 오지 않을 때 분노 게이지가 치솟는 모습조차 순수해 보여요.” 그는 ‘가늘고 긴 희극인’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밥블레스유’의 선배들을 보면서 “나도 방송을 계속 할 수 있겠다”는 희망도 얻었다. 대학생 시절 용돈을 벌기 위해 우연히 출연한 2006년 Mnet ‘톡킹 18금’에서 신동엽의 권유로 개그맨 시험을 봤다. 학창시절 반장, 전교회장, 전국노래자랑 출연 등 희극인의 정석 루트도 밟지 않았다고 한다. “그동안 저는 ‘빵’하고 뜬 적이 없었어요. 반 보씩 천천히 올라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불러주는 곳이 있을 때마다 감사함을 느껴요. 물론 오늘 고정이어도 내일 내쳐질 수 있는 게 방송이긴 하지만요.” 수많은 예능에 출연하면서 “웃기기 위해 남 기분을 상하게 하지 말자”는 원칙도 세웠다. 의욕적으로 나서다가 후회한 적도 많았다. “쟤가 저기에 왜 있느냐”는 댓글에 상처도 받았다. 그는 “카메라 앞에서 남을 깎아 내리면서 재미있게 한다고 해서 인생이 달라지진 않더라”며 쿨하게 말했다. 그래서 그는 곤욕스러워 하면서도 “캐릭터가 강하지 않아 어디에 붙여놔도 튀지 않는다”는 점을 본인의 매력으로 꼽았다. 콤플렉스였던 큰 키도 장점으로 승화시켰다. 바쁜 일정에도 피부 관리를 받으며 외모를 가꾼다. “희극인 치고 예쁘다는 말은 편견”이라고 했다. 그는 “외모에 자신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사리판’은 아니다”며 웃었다. 거침없던 그도 “취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잠시 말문이 막혔다. 주 6일 촬영하는 빡빡한 스케줄 탓에 저녁에 맥주를 마시는 것 외에는 취미가 없다고 했다. “낚시가 취미가 될 것 같아요. 회 뜨는 것도 배워보고 싶네요.”(웃음) 신규진기자 newjin@donga.com}

    • 2019-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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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의 품격 잊은 ‘황후의 품격’

    “‘황후의 품격’ 제작진 처벌을 요청드립니다.” 지난달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 같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전날 SBS 드라마 ‘황후의 품격’에서 태후(신은경)가 앵무새의 꽁지에 불을 붙여 태우는 장면이 방송됐기 때문이다. 시청자 500여 명이 청원에 동참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선정적인 장면이 너무 많다”는 의견이 계속 올라온다. 이와는 별개로 SBS는 14일 종영 예정이던 ‘황후의 품격’을 4회 연장했다. 15% 이상의 높은 시청률 덕분이다. 동물 학대 논란뿐 아니라 ‘황후의 품격’은 방영 초부터 막장, 선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19세 이상 시청가’로 등급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방송사 자체 드라마 심의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11일 전체회의를 열고 ‘황후의 품격’에 법정제재인 ‘주의’를 의결했다. △태후가 테러범을 “조현병 환자”라고 언급해 편견을 조장했고 △황제(신성록)와 비서(이엘리야)가 욕조에서 노골적인 애정 행각을 벌이거나 △태후가 비서를 결박한 채 콘크리트 반죽을 쏟아부으며 위협하는 등 6개 장면이 문제가 됐다. SBS 심의실은 해당 장면이 방송되기 전 제작진에 8건의 심의의견을 전달했지만 수정되지 않았다. 방심위는 “(선정적 장면을) ‘15세 이상 시청가’로 방송한 것은 물론이고 청소년 시청 보호시간대에 재방송했다”고 밝혔다. 박영수 SBS PD는 “잔혹한 장면들은 짧게 묘사하려 노력했고 청소년 보호시간대에 방영된 재방송에는 편집을 더 했다”고 해명했지만 제재 이후에도 방심위에 들어온 ‘황후의 품격’과 관련된 민원은 20건이 넘는다.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관람 등급을 정하는 영화와 다르게, 드라마는 방송사 내부 사전 심의에 의해 결정된다. 20명 내외로 구성된 자체 심의팀이 방심위의 ‘방송프로그램 등급제 규칙’에 따라 주제, 폭력성, 언어 사용, 모방 위험 등을 고려해 등급을 정한다. 최근 MBC ‘나쁜형사’, OCN ‘손 the guest’는 드라마의 일부 또는 전체 회차가 19세 이상 시청가로 방영됐다. 방심위의 사후 규제가 본방송은 물론이고 재방송까지 방영된 뒤에야 이뤄지는 만큼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선정적 장면들로 논란이 된 SBS ‘리턴’도 1, 2회를 19세 이상 시청가로 조정하라는 방심위의 등급 권고가 방송 한 달 뒤에 결정됐다. 한 지상파 전직 심의위원은 “심의팀의 의견이 구속력이 없어 제작진이 참고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한석현 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팀장은 “드라마별 등급이 상이한 경우가 많아 시청지도에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세부적인 심의 가이드라인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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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치함-기발함은 한 끗 차이… 뻔하게 안 쓰려고 애써”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영화 ‘극한직업’에 나오는 이 맛깔나는 대사는 배세영 작가(44)의 배고픔에서 시작됐다. 2016년 10월 경기 수원시 작업실에서 시나리오를 쓰던 그는 동네에서 유명한 왕갈비를 먹고 싶다는 생각을 치킨과 엮었다. 개봉 18일 만에 1200만 명 관객을 돌파한 지금, 온라인에서 왕갈비통닭은 누리꾼들이 레시피를 공유하는 ‘핫’한 음식이다. 11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배 작가는 “작품이 잘돼서 왕갈비와 치킨을 실컷 먹고 싶었는데, 행복하다”며 웃었다. 심각한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대사로 허를 찌르는 게 그의 장기. 실적 부진으로 마약반 해체를 논하는 경찰서장 앞에서 “수원왕갈비 통닭입니다”라며 태연하게 전화를 받는 고 반장(류승룡)의 대사에 관객들은 무너졌다. 그는 “형사와 치킨집 사장의 경계를 넘나드는 설정이 핵심이었다”고 했다. “유치함과 기발함은 한 끗 차이라고 생각해요. 수위를 지키기 위한 완급 조절이 정말 중요합니다. 그래서 대사를 쓸 때마다 뻔함을 깨기 위한 고민을 해요.” 배 작가는 지난해 520만 명 관객을 동원한 ‘완벽한 타인’도 집필했다. 그의 말대로, 두 작품 모두 “‘말맛’에서 오는 재미를 살리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집과 치킨가게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캐릭터의 대사로 승부하는 점도 닮았다. ‘극한직업’에선 영화 말미 격투 장면의 반전을 위해 초반엔 형사 5인조의 ‘찌질함’을 부각했다. 그는 “사건보다 사람에게 끌리는 편”이라며 “형사들을 주·조연 없이 동등하게 놓고 ‘어벤져스’를 생각하며 썼다”고 했다. 그는 항상 일상에서 ‘있을 법한’ 소재들을 떠올린다. ‘극한직업’에선 정직을 당한 고 반장에게 바가지를 긁으며 “치킨집만 아니면 된다”는 아내 캐릭터를 추가했다. ‘완벽한 타인’에선 ‘앞뒤가 다른’ 특성을 지닌 캐릭터들의 서사를 만들어냈다. 배 작가는 코미디 특성상 셀프 연기를 하면서 시나리오를 쓴다고 한다. 그는 “직접 말했을 때 재미없는 대사들은 집필 과정에서 다 쳐내는 게 원칙”이라고 했다. 물론 감독과의 ‘케미’도 중요하다. “시나리오에서 고 반장은 그저 ‘버티기에 능한’ 캐릭터였어요. 이 지점에서 이병헌 감독님이 맞아도 버티는 ‘좀비’를 떠올리셨더라고요. 연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올해 13년차 작가인 그는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극한직업’ 집필을 위해 한 달 동안 집을 비웠던 그는 미안한 마음에 아이들 이름을 작품마다 넣고 있다. “tvN ‘SNL 코리아’에서 했던 ‘여의도 텔레토비’처럼 정치 풍자 코미디도 하고 싶다”고 했다. ‘극한직업’을 쓸 때 가졌던 “언젠간 코미디 영화의 시대가 돌아오지 않을까”라는 그의 바람은 현실이 됐다. 뭣보다 두 영화의 연이은 흥행으로 시나리오의 중요성이 부각된 점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시나리오가 영화의 부속품 정도로 여겨졌던 때도 있었죠. 요즘은 투자자들이 작가를 찾기 시작하는 등 업계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어요. 관객의 ‘보는 눈’이 달라졌다는 사실에 언제나 감사함을 느낍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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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ㅈ-핵인싸-좋맛탱… 이런 말 방송서 써도 돼? 안돼?

    지난달 한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ㅇㅈ(인정)’이란 자막을 두고 담당 PD들 간에 묘한 신경전이 일었다. “방송용으로 부적합하다”며 자막을 삭제한 선배 PD에게 “그 장면엔 ‘급식체’(급식 먹는 초중고교생들이 쓴다는 뜻의 인터넷 은어)가 최선”이라며 후배 PD가 반발했다. 한 지상파 PD는 “자막이 방송국 내 세대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며 “앞으로 더 괴상한(?) 용어가 많아질 텐데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TV 예능이 ‘자막 전쟁터’가 됐다. 신조어와 급식체를 어느 수준까지 써야 하는지 논란이 일고 있다. 예능의 흥미를 높이는 데 자막은 갈수록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 추세. 이 때문에 제작진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어 혼란이 커지고 있다. 시작은 2년 전이다. TV에 스며든 급식체 등 ‘한글 파괴’ 용어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제재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방심위는 지난달 3일에도 우리말을 훼손하는 자막을 썼다며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 행정제재인 ‘권고’를 내렸다. ‘핵인싸’, ‘득템’, ‘S땅해’, ‘만렙’ 등 제재 대상에 오른 자막 종류도 다양하다. 하지만 방송에선 급식체가 버젓이 제목이 된 프로그램이 생기는 게 현실. 지난해 12월 tvN 드라마 ‘좋맛탱’(급식체 ‘존맛탱’을 방송용으로 순화)은 제목의 적절성을 두고 누리꾼들이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앞서 온라인에 게재된 예능 클립 제목은 이미 급식체 사용이 일상화됐다. KBS ‘해피투게더4’, SBS ‘런닝맨’, tvN ‘국경없는 포차’ 등도 ‘광탈잼’, ‘추억돋네’, ‘갑분싸’ 등을 빈번하게 쓴다. 방심위 제재 이후 일부 제작진은 급식체를 자막으로 쓰지 않거나 ‘갑분싸’를 ‘갑자기 분위기 싸해짐’으로 바꾸는 등 부득이한 줄임말을 풀어 써주기도 한다. 하지만 주로 영상에 자막을 입히는 젊은 조연출들은 “혐오나 차별적 표현이 아니라면 트렌드를 반영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지상파 PD는 “자막 사용의 기준이 사실상 메인 PD의 성향에 따라 달라진다”며 “유튜브에선 일상화된 용어인데 왜 TV에만 까다로운지 모르겠다”고 했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방송언어는 표준어를 원칙으로 하되, 언어생활을 해치는 억양, 어조 및 비속어, 은어, 유행어, 조어 등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방심위 관계자는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과거 심의 사례 등을 참고해 유동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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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 원로들 “방송 편향, 더는 침묵 못해”

    KBS 원로들이 현 KBS 방송 프로그램의 편향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식당에 8일 모인 KBS 원로 20여 명은 ‘방송은 자유민주 체제를 수호하는 도구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KBS ‘오늘밤 김제동’에 대해 ‘문제없음’이란 결과를 발표한 것을 두고 선배 방송인으로서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었다”며 “방송을 도구로 자유민주 체제를 해체하려는 현 정부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언론노조 KBS본부는 사내에 ‘진실과 미래 위원회’를 만들어 적폐 청산이라는 미명하에 사상 검증 등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에는 황규환 전 라디오본부장, 박용식 전 경영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전여옥, 안형환 전 국회의원도 자리를 함께 했다. 안 전 의원은 “정권과 이익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현 KBS는 역사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다”며 “적자도 수백억 원에 이르는 등 경영 상태도 엉망이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향후 수신료 거부와 공영방송 폐지 운동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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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긴 잠 깬 사이보그 전사 “악인에 자비란 없다”

    20여 년간 묵혀 놓았던 덕분에 ‘최고의 명품 된장’이 된 걸까. 5일 개봉한 ‘알리타: 배틀 엔젤’은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숙원을 B급 영화 장인 로버트 로드리게스 감독이 완성했다. 그 결과물은 여러 의미에서 혁신으로 가득 찼다. 1990년대 말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추천을 받아 일본 SF만화 ‘총몽’을 접한 캐머런 감독은 영화화를 꿈꾸며 판권을 구입했다. ‘아바타’(2009년)의 흥행과 속편 제작 탓에 뒤로 밀린 ‘알리타…’를 결국 2005년 로드리게스 감독에게 맡겼다. 캐머런 감독에게서 600쪽 분량의 설명집을 받아 250쪽으로 압축시킨 그는 2016년에야 촬영에 들어갔다. 원작 만화가 지닌 독특한 설정 탓인지, 영화는 작품의 세계관을 설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다. 배경은 2563년.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에 인간 뇌를 탑재한 생체 사이보그 알리타(로사 살라사르)가 사이보그 전문의 다이슨 이도(크리스토프 발츠)의 도움을 받아 여전사로서의 기억과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물론 ‘걸크러시’ 여전사가 적들을 때려 부수는 흐름은 흔하디흔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에일리언’(1979년) 리플리부터 ‘툼 레이더’(2001년) 라라 크로프트, ‘레지던트 이블’(2002년) 앨리스, ‘킬빌’(2003년) 블랙 맘바 등 강렬한 인상을 남긴 캐릭터가 적지 않다. 하지만 배우의 모션 캡처에 특수효과 전문회사 ‘웨타디지털’의 100% 컴퓨터그래픽(CG) 작업을 덧입혀 탄생한 알리타는 한 단계를 뛰어넘었다. 가상인 듯하면서도 현실적인 캐릭터는 머리카락과 얼굴 모공, 주근깨 등 정교한 질감에 실사 배우들과 한 프레임에 담겨도 이질감이 없다. 원작 만화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로드리게스 감독은 소녀의 모습을 한 알리타 눈을 의도적으로 키우기도 했다. ‘알리타…’는 선배의 실수도 잊지 않았다. 역시 일본 SF만화 원작으로 할리우드로 간 2017년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은 일본인 여전사 메이저를 스칼릿 조핸슨이 연기하며 ‘화이트 워싱’ 논란이 컸다. 알리타는 동양인은 아니지만 라틴계 배우 로사 살라사르가 맡으며 이를 살짝 비켜갔다. 로드리게스 감독이 “큰 스크린에서 보는 것을 추천한다”고 밝힌 것처럼, 영화는 총제작비 2억 달러(약 2247억 원) 값어치를 톡톡히 한다. 특권층의 공중도시 ‘자렘’에 대비되는 쓰레기들로 가득 찬 고철도시는 미국 텍사스 3000평 규모 세트장에서 촬영돼 파나마 건물과 풍경 데이터를 덧입혔다. 압권은 역시 액션이다. 자동차 경주와 아이스하키, 농구 등을 섞어 놓은 ‘모터 볼 경기’ 장면은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년)가 떠오를 정도다. 벌써부터 “3D를 위한 최고의 영화”라는 평이 쏟아진다. 빌런(악당)들이 로봇인지라 몸이 두 동강 나거나 목이 잘리는 장면도 허다해 12세 관람가라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 ‘씬시티’(2005년), ‘플래닛 테러’(2007년), ‘마셰티’(2010년) 등 신체 절단이 난무하는 로드리게스의 B급 연출은 확실히 캐머런 스타일과는 다르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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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일 개봉 ‘증인’… “자신과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영화”

    배우 정우성(46)에게 13일 개봉하는 영화 ‘증인’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는 살인 용의자의 변론을 맡아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 지우(김향기)를 법정에 세우려 하는 대형 로펌 변호사 순호를 연기했다. ‘아수라’(2016년), ‘더 킹’(2017년), ‘인랑’(2018년) 등 남성적 향기를 진하게 풍기던 전작의 이미지를 완전히 버렸다.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그동안 남자들과 으르렁대다가 향기 씨를 만나니까 포근한 안식처에 온 느낌”이라며 웃었다. 첫 자폐 연기는 배우 김향기(19)에게도 쉽지 않았다. 촬영 전 KBS 다큐멘터리 ‘엄마와 클라리넷’, 영화 ‘템플 그랜딘’ 등 자폐스펙트럼장애(ASD)와 관련된 영상을 찾아봤다. 실제 자폐아들을 만나 그들을 관찰하기도 했다. 이날 만난 그는 “처음 연기할 땐 자폐 장애를 가진 친구들이 봤을 때 상처받지 않을까 부담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사실 ‘증인’은 속물 변호사가 순수한 영혼을 만나 정의를 외치며 초심을 찾는다는 뻔할 수 있는 이야기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당신은 나를 이용할 것입니까?” 등 지우가 순호에게 던지는 질문들도 다소 투박하다. 그럼에도 두 배우는 “자신과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만족한다”고 개의치 않았다. 극 중 순호와 지우처럼 둘도 천천히, 조금씩 친해졌다고 한다. 2003년 한 제과 브랜드 CF에서 처음 만났지만 둘 다 그때를 기억하지 못한다. ‘삼촌’이라는 말도 이제야 섞어 쓰기 시작했다. 촬영장에서 정우성 특유의 ‘아재 개그’에 김향기가 무너진 적도 많았다고. 정우성은 “향기 씨가 말이 적지만 그래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더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어느덧 중년에 접어든 정우성은 아직도 하고 싶은 게 많다. 사극액션 영화감독으로서의 데뷔도 앞두고 있다. 물론 결혼도 항상 인생 목표다. 유니세프 활동이나 난민 등 사회문제에 소신을 밝히는 것도 배우에 대한 선입견을 깨기 위한 노력의 하나였다. 그는 “고등학교 중퇴로 제도권 밖으로 빨리 튀어나왔기 때문에 그만큼 사회를 더 일찍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를 통해 ‘국민 동생’ 수식어를 얻은 김향기는 올해 고교를 졸업했다. 아역과 성인 배우의 갈림길에 서 있는 만큼 착한 이미지가 굳어질까 고민이다. 단, 걱정을 하진 않는다고. “억지로 큰 변화를 주는 게 오히려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할 수 있을 듯해요. 현재에 충실히 연기하면서 이 시기를 보내고 싶습니다. 성인 돼서도 교복, 입을 수 있지 않나요?”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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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이 들어도 팔팔한 혈관 자랑하는 스타들 건강 비결

    중년이라면 추운 설 연휴 이 건강정보에 귀 기울여 보자. 매년 1만 건 이상 벌어지는 돌연사는 여름보다 겨울에 빈번하다. 낮은 기온으로 체내 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압이 상승하고 혈전이 생겨 혈관이 막힐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노년의 나이에도 팔팔한 혈관을 자랑하는 스타들의 건강 비결을 모았다. 2016년 뇌경색 진단을 받은 선우용여는 일상생활 중에도 발레, 발가락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김민정도 혈액 순환을 위해 까치발 스트레칭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음식 관리도 중요한데 10년 전 심근경색으로 어머니를 떠나보낸 가수 겸 배우 신신애는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포도씨유, 카놀라유, 올리브유 등을 요리에 활용한다. 부정맥, 간암 등 중병을 이겨낸 배우 양택조는 매일 대추를 손질해 차로 끓이거나 우려낸 물로 만든 약밥을 먹는다. 방송인 이상벽은 연자육(연꽃의 씨앗을 건조한 약재)으로 체내 염증 관리에 힘쓴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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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5억 vs 1677억… 한국영화 가성비냐, 할리우드 자본이냐

    명절 연휴에는 하루 평균 120만 명이 극장을 찾는다. 영화계에서는 올해 연휴에도 관객 수가 650만 명을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개봉 영화 면면이 예년과는 다르다. 대목 때마다 극장을 메운 소위 ‘큰돈’ 들인 한국영화가 없고, ‘극한직업’ ‘뺑반’처럼 알짜배기 영화들 위주다. 주요 배급사들은 연휴 1, 2주 전으로 개봉을 앞당기고 개봉 날짜를 분산해 관객 선점에 나섰다. ‘명절용 영화’를 내걸고 연휴 직전 동시에 개봉했던 한국영화들이 공멸했던 지난해 설, 추석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판단에서다.○ 한국영화 키워드 ‘가성비’ CJ엔터테인먼트는 ‘극한직업’, 쇼박스는 ‘뺑반’을 내놨다. NEW는 애니메이션 ‘극장판 헬로카봇: 옴파로스 섬의 비밀’을, 롯데엔터테인먼트는 9일 개봉한 ‘말모이’로 명절을 대체했다. ‘안시성’(NEW), ‘협상’(CJ엔터테인먼트), ‘물괴’(롯데엔터테인먼트) 등 총제작비 100억 원 이상 영화들로 채워졌던 지난해 추석과 비교하면 확실히 규모가 줄었다. 물론 대작이 사라진 만큼 손익분기점을 넘기에 수월하다. 23일 개봉한 코믹 수사물 영화 ‘극한직업’은 5일 만에 관객 수 300만 명을 넘겼다. 순제작비가 65억 원으로 손익분기점은 230만 명. 배급사는 설 연휴 흥행을 발판으로 5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할 것으로 보고 있다. 30일 개봉하는 ‘뺑반’은 액션에 코미디를 가미해 설 연휴 ‘극한직업’과 함께 쌍끌이 흥행을 노린다. 장르도 ‘7번방의 선물’(2013년), ‘수상한 그녀’(2014년) 등 과거 명절에 굳건하게 자리 잡았던 코미디물로 돌아갔다. ‘공조’ ‘더 킹’(2017년 설), ‘골든슬럼버’(지난해 설)처럼 남성적 향기를 진하게 풍기던 액션물도, ‘남한산성’(2017년 추석), ‘흥부’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지난해 설) 같은 사극도 자취를 감췄다. 배급사 관계자들은 “대목에 꼭 대작을 내놓을 필요가 없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한국영화 관객 점유율은 2014년 이후 최저인 50.9%. ‘마약왕’ ‘스윙키즈’ 등 대작 한국영화의 흥행 참패로 제기된 한국영화 위기설을 설 연휴를 계기로 극복하려는 모양새다. 황재현 CGV 홍보팀장은 “지난해와 다르게 한국영화 제작비 규모가 크지 않아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있다”고 했다.○ ‘블랙팬서’의 악몽 재연될까 변수는 역시 할리우드 대작 영화다. 지난해 설 연휴 마블 히어로 영화 ‘블랙팬서’가 박스오피스 1위를 싹쓸이했기 때문이다. 다음 달 5일에는 ‘타이타닉’ ‘아바타’의 감독 제임스 캐머런이 제작하고 ‘씬 시티’의 로버트 로드리게스 감독이 연출을 맡은 ‘알리타: 배틀엔젤’이 개봉된다. 26세기 고철 도시를 배경으로 인간의 두뇌와 기계의 몸을 가진 사이보그 소녀가 과거 기억을 되찾고 최강 전사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알리타…’는 순제작비만 약 1677억 원에 달한다. 2009년 관객 1300만 명 이상이 관람했던 ‘아바타’의 파급력과 맞먹는다는 관측도 나온다. 30일 개봉하는 ‘드래곤 길들이기3’는 바이킹 족장으로 거듭난 히컵과 용 투슬리스의 마지막 모험을 그렸다. 2010, 2014년 개봉한 1, 2편이 각각 259만 명, 299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은 바 있어 시리즈 마지막 작품에 대한 기대가 높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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