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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업체에 근무하는 민모 씨(43·여)는 지난해 회사를 그만둘 생각을 했다. 집안일과 자녀 양육의 어려움 속에서도 20년 가까이 근속하면서 부파트장에까지 오른 민 씨였지만 직장 내 ‘왕따(집단 따돌림)’ 앞에선 무릎을 꿇었다. 새로 옮긴 부서에서 남자 파트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왕따를 당한 것이다. 매일 아침 부하직원들은 민 씨의 인사를 잘 받아주지 않았다. 민 씨 모르게 일을 처리하거나 결재 문서를 파트장에게 바로 올리는 일도 다반사였다. 결국 민 씨는 불면증에 시달리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았다. 민 씨는 의사에게 “지금 회사를 관두려니 청춘을 바친 게 정말 억울하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결국 부서를 옮겨야 했다. 아이돌 걸그룹 ‘티아라’에서 왕따로 지목됐던 멤버 화영(본명 류화영·19)이 탈퇴한 것을 계기로 성인 왕따 현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학교 내 왕따 문제에 가려 있었지만 성인 왕따 현상도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지난해 7월 해병대 내 왕따인 ‘기수열외’를 당한 김모 상병(20)이 총기사건을 일으켜 해병대원 4명이 사망했다. 올 2월에는 충남 서산에서 전 직장 동료들에게 왕따를 당한 성모 씨(31)가 엽총을 난사해 1명이 숨지고 자신도 목숨을 끊었다. 전문가들은 왕따가 나이와 관계없이 인간이 집단을 꾸려 생활하는 곳에선 항상 일어나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취업포털사이트 ‘사람인’이 5월 22일부터 일주일간 직장인 30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3명 중 1명꼴로 “직장에서 왕따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왕따를 당한 직장인들은 직장 동료가 자신 몰래 대화를 나누거나 뒷담화를 하고 회식 등 모임에서 소외돼 고통을 받았다. 심한 경우 이직을 택하거나 불면증 또는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기도 했다. 피해자가 문제를 삼을 수 없도록 ‘은따(은근히 따돌리는 것)’를 시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현명호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직장 내에서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동물 세계처럼 힘이 약하거나 적응을 잘 못하는 사람을 밀어내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성인들이 아동 청소년과 달리 왕따 문제를 고백하지 않아 부각되지 않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왕따를 ‘아싸(아웃사이더)’로 칭하는 대학에서도 매년 3, 4월 따돌림을 당해서 고민이라는 신입생의 고민 글이 학내 인터넷 게시판에 자주 올라온다. 17년간 남미에서 살다가 고교시절 한국에 돌아온 A 씨(28·여)는 서울의 명문대에 입학했지만 대학에서도 아싸 처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아동 왕따는 생김새나 성적 등을 계기로 일어나는 1차원적인 문제라 해결이 쉽지만 어른 왕따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풀기가 쉽지 않다”며 “방치했다간 극단적인 폭력으로 표출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황성혜 인턴기자 서울대 대학원 정치학과 석사과정 }

7년이란 세월도 김점덕(45)의 추악한 성욕을 잠재우지 못했다. 그는 2005년 62세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중상을 입혀 4년을 복역했다. 당시에는 전자발찌 제도가 도입되지 않아 출소 후 별다른 감시 없이 3년을 지냈다. 평범하고 성실한 가장이라는 가면을 쓴 채 잠복해 있던 그의 수욕(獸慾)은 자신을 아저씨라며 따르던 이웃 열 살 소녀를 향해 분출됐다.이제 더는 백화점식의 구호만 요란한 대책은 필요 없다. 하나라도 실효성 있는 대책을 확실하게 실행에 옮겨야 한다. 전자발찌 부착 대상을 제도 도입 이전 이후를 따지지 말고 성폭력 전과자 전체로 확대하는 게 그 첫 번째 단계가 될 것이다. 일각에서 ‘소급 적용’이며 ‘이중 처벌’이라고 지적하지만 전자발찌 부착 확대는 소급 처벌이 아닌, 흉악 범죄 예방 정책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자발찌 착용 확대해야김점덕과 같은 성범죄자는 두 명 가운데 한 명꼴로 재범을 한다. 제대로 된 재발 방지 장치가 없어 성폭력 범죄자를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우리는 하루 3번꼴로 아동 성범죄가 일어나는 나라에 살고 있다.현재 전국에는 경남 통영 초등생 성폭행 살해 피의자인 김점덕처럼 신상정보 공개 대상에서 제외되고 전자발찌도 차지 않은 성범죄 전과자가 2만 명에 달한다. 경찰은 현재 신상정보 공개 대상은 아니지만 재범 확률이 높은 성범죄 우범자 2만여 명의 명단을 작성해 관리하고 있다. 성범죄로 최근 15년 안에 5년 이상 또는 최근 10년 안에 3년 이상 실형을 선고받거나 최근 5년 안에 세 차례 이상 입건된 사람들이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을 감시할 법적 근거가 없어 1∼3개월에 한 차례 주변인을 통해 동향을 파악하는 정도에 그친다. 또 이 중 누가 아동 성범죄자인지도 모르고 있다. 감시 대상자가 추가 성범죄를 저질러도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관리가 허술하다. 경찰은 김점덕을 성범죄 우범자로 분류해 사건 발생 이틀 전 동향을 점검하고도 특이점을 찾지 못해 범행을 방치한 꼴이 됐다.○ 유명무실 신상정보 공개성범죄 우범자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 소급 적용만으로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24일 취재팀이 성범죄자 신상정보가 공개돼 있는 정부의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에 들어가 봤다. 특정 읍면동을 검색하면 그 안에 사는 성범죄자의 이름과 얼굴, 간략한 범죄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자녀 학교명으로 검색하면 학교를 중심으로 반경 1km 안에 사는 성범죄 전과자의 신상정보가 뜬다. 하지만 읍면동까지만 공개되고 세부 주소는 안 나온다.부모들은 “도시의 동이라는 게 얼마나 큰 행정구역인데 어느 동에 산다는 정보만으로 성범죄자를 어떻게 식별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또 신상정보가 공개돼도 주민들이 성범죄자의 얼굴과 이름을 일일이 외우고 다니지 않는 한 예방효과가 크지 않다는 게 문제다.이 때문에 신상정보 공개를 강화하고 동시에 전자발찌 착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13세 미만 아동을 성폭행하거나, 2회 이상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 형기를 마친 후에도 발목에 전자발찌를 채우는 이 제도는 성범죄 전력자의 동선을 실시간 추적 감시할 수 있어 실효성이 높다. 법무부 조사 결과 2008년 9월 제도 시행 이후 3년간 전자발찌 착용자의 재범률은 0.9%에 불과했다. 제도 시행 전인 2005∼2008년 검거된 성폭력 전과자의 재범률이 14.5%에 이르렀던 것과 비교하면 많이 낮아진 수치다. 조윤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전자발찌 착용자에 대한 설문 결과 83%가 발찌 부착 기간에 불법 행동을 피하려 노력했다고 답했다”며 “범행을 하면 바로 수사선상에 오를 것에 심적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론 전자발찌 제도 도입 전 범행을 저지른 성범죄 우범자들에게까지 전자발찌를 채우는 것은 소급 적용이라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전자발찌를 형벌의 차원이 아니라 범죄 예방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소급 적용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의견도 많다.전자발찌 제도에 대한 사법부의 적극적인 의지도 필요하다. 올 1월부터 지난달 30일까지 법원이 검찰의 전자발찌 명령 청구를 기각한 비율은 40.9%다. 이영란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판사들이 법 이론에 얽매여 피고인 인권보장에 무게를 두고 성범죄의 높은 재범률은 간과하고 있다”며 “사법부가 2차 피해를 막는다는 의지를 갖고 전자발찌 착용 대상을 적극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전자발찌제의 내실 있는 운영을 위해 인력 확충도 시급하다. 현재 전자발찌 착용자는 982명으로 2008년 151명에서 6.5배로 늘었다. 하지만 위치추적 관제센터 요원과 현장 보호관찰관 등 관리 인력은 64명에서 102명으로 1.6배로 느는 데 그쳤다.○ 화학적 거세 실효성 논란 결론내야지난해 7월 대대적인 토론 끝에 도입됐지만 실제론 유명무실해진 ‘화학적 거세(성충동 억제 약물치료)’ 제도를 이대로 방치할 것인지도 논의해야 한다. 화학적 거세 제도가 지난해 7월 도입된 이후 실제 집행 건수는 1건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약물치료의 실효성을 입증할 연구 결과가 미흡해 법원이 집행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한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약물치료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연구와 조사 결과가 서둘러 뒷받침돼야만 제도를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강제로 남성성을 억제하면 스트레스를 받은 성범죄자가 또 다른 범죄를 일으킬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며 “성폭력 가해자들의 심리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뒤 이를 토대로 지속적인 심리치료를 병행해야 근본적 해결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충격적 사건이 발생하면 백화점식으로 숱한 제도를 도입한 뒤 어느 하나도 제대로 시행하지 않는 당국의 무관심이 어린이 성폭행 사건의 재발을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이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가정주부 김모 씨(64)는 올 5월 중순 경기 가평군의 한 정신병원에 입원하기 위해 수속을 밟기 시작했다. 정신건강에 문제가 없는 김 씨가 정신병동행을 택한 것은 자신의 곗돈 1억5000만 원을 갖고 정신병원으로 달아난 계주 정모 씨(69·여)를 찾아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김 씨가 수속을 밟는 사이 정 씨는 중국으로 출국해버렸다.정 씨는 수년 전부터 서울 강남권에서 ‘정경회’ 계주를 맡아 매달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씩 곗돈을 부으면 은행 이자의 5, 6배를 쳐주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지인의 소개로 정 씨를 만난 김 씨는 “은행이나 부동산보다 돈을 굴리기 좋다”는 말에 정경회 초창기 멤버가 됐다. 이미 수차례 정 씨가 주도하는 계에 가입해 곗돈을 탄 김 씨는 “이번에 사기 당하기 전까지는 한 달에 1000만 원씩 곗돈을 붓고 탈 순서를 맨 뒤로 하면 남의 돈을 그냥 받는 기분이 들 정도로 이자 수익이 괜찮았다”며 “오히려 돈이 너무 잘 불어나니 불안해서 곗돈을 줄이기도 했다”고 말했다.정경회는 번호계와 낙찰계 방식으로 운영됐다. 계원이 매달 일정한 금액을 내면 번호계는 순서를 정해서 곗돈을 타고 낙찰계는 가장 적은 금액의 희망 곗돈을 써낸 사람이 먼저 돈을 타가는 방식으로 급전이 필요한 사람이 적은 금액을 타가면 남은 금액을 후순위 사람들이 나눠 갖는 것이다. 부동산이나 주식보다 단기간 수익이 높아 강남지역에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정 씨는 올 초부터 갖은 핑계를 대며 곗돈 지급을 미뤘다. 현재 경찰에 고소한 계원 10여 명이 받지 못한 돈은 60억여 원에 이른다. 17일 중국으로 도피했던 정 씨가 서울 송파구 가락동 송파경찰서에 자진 출석한다는 말에 피해를 본 김 씨 등 50, 60대 여성 10여 명이 경찰서로 찾아왔다. 이날 오후 9시경 정 씨가 조사를 받고 나오자 경찰서 로비는 중년 여성들의 고함소리로 쩌렁쩌렁 울렸다. 한 여성이 정 씨에게 삿대질을 하며 “어떻게 모은 돈인데 나를 속였느냐”며 소리쳤다. 하지만 명품으로 치장한 몇몇 중년 여성은 애써 다급한 마음을 감추고 품위를 지키려 했다. 이들은 “우리 품위 떨어지지 않도록 목소리를 높이진 말자”며 서로를 말리기도 했다. “푼돈인 몇천만 원 이자 받으려다가 별 고생을 다 한다”며 하소연하는 사람도 있었다. 정 씨는 “중국에 쉬러 다녀왔다. 경찰 조사를 마치면 우리 다시 계를 잘 이어가 보자”며 고개를 숙였다.피해자 중에는 몇 년 전 세간의 입방아에 올랐던 수백억 원의 귀족계 사기사건인 ‘다복회’나 ‘한마음회’ 때 피해를 본 사람도 있다. 주부 장모 씨(59)는 다복회가 깨진 후 피해 회복 문제로 만난 사람들의 소개로 한마음계와 정경회에 가입했다. 장 씨는 한마음계에서 4억 원의 피해를 봤지만 곗돈을 두 배까지 불려준다는 정 씨의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 일명 ‘다이아나’(귀금속 가게 주인에게서 따온 별명)로 불리며 과거 귀족계를 운영하다가 곗돈을 가로챘던 사람의 여동생도 정경회에 가입했다가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를 본 Y 씨는 “곗돈 사기범 동생도 계로 돈을 떼이는 곳이 강남”이라며 씁쓸하게 웃었다.한 피해 여성은 “우리 중에는 이름만 대면 다들 아는 고위직 남편, 대기업 임원 남편을 둔 주부들이 있고 판사 딸을 둔 엄마도 있다”고 기자에게 말했다가 주변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강남지역 일부 부인은 귀족계를 세금도 안 내는 고수익 상품으로 여겨 불나방처럼 계를 찾고 돈을 붓는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 씨를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17일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성모 인턴기자 중앙대 경제학과 4학년 }

연세대 문과대 동창회(회장 노원복)는 16일 2012년 정기총회를 열고 정구종 동서대 석좌교수(67·국문과 63학번·사진)를 신임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기는 2년. 신임 정 회장은 동아일보 편집국장, 동아닷컴 사장, 한국온라인신문협회 회장, 연세언론인회 회장을 지냈다.}

올 5월 경기 성남시 A초등학교에서 6학년 조모 군(12)과 나모 군(12)이 장난을 치다 싸움이 붙었다. 화가 난 나 군이 일방적으로 조 군을 때렸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조 군의 부모는 학교 측에 가해학생의 징계 수위 등을 결정하는 학교폭력자치위원회를 열어 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나 군 부모에게는 위원회 개최 요청을 철회해 줄 테니 합의금을 달라고 요구했다. 위원회가 열리면 위원회 개최 사실을 비롯해 각종 징계 사항 등이 5년 동안 학교생활기록부에 남는다는 점을 의식한 나 군 부모는 어쩔 수 없이 100만 원을 주고 위원회 개최를 막았다.○ 합의금 요구 수단이 되기도 학교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도입된 학교폭력자치위원회 제도가 일부에서 악용되고 있다. 제도의 취지와 효과에 대해 대다수가 공감하고 있지만 한편에선 일부 학부모가 아이들 사이에 벌어진 아주 경미한 다툼에 대해서도 위원회 개최를 요구하고, 심지어 ‘뒷돈’을 요구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최근 경기 성남의 B초등학교에서는 의사가 “상처도 남지 않을 정도로 경미한 사안이라 진단서를 끊어 줄 수 없다”고 한 초등학생 간 싸움에 대해 피해 학생 부모가 위원회 개최 요구를 철회하는 조건으로 합의금 1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위원회가 남용되는 경우도 있다. 학생들끼리 화해를 하고, 교사가 재발방지를 위한 교육을 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위원회를 열지 않아도 되지만 교육과학기술부 권고에 따라 올해부터 어느 한쪽이라도 학부모가 개최를 요청할 경우 학교는 반드시 위원회를 열어야 한다. 10일 서울 강남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싸움을 한 학생들끼리는 바로 화해가 이뤄졌는데도 학부모들의 감정싸움이 커져 위원회가 열렸다. ‘자식교육 잘 시키라’는 피해 학생 부모와 ‘사과를 했는데 왜 자꾸 문제 삼냐’는 가해 학생 부모의 갈등이 이어지면서 피해 학생 부모가 뒤늦게 위원회 개최를 요구한 것이다. ○ 위원회 개최 요건 명확화 등 보완 필요 일선 교사들은 학교폭력을 막기 위해 위원회 개최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한다. 하지만 교사가 충분히 훈계를 하고 학생들이 서로 화해를 한 경우에도 학부모 요구가 있기만 하면 무조건 위원회를 열어야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여기에다 검찰이 올 2월 학교폭력을 방관한 서울 S중학교 교사를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하면서 위원회를 제대로 열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는 것도 교사들은 부담으로 느낀다. 서울 마포구 D중학교 서모 교사(57)는 “경미한 사안이나 교사의 통제가 가능한 상황에도 무조건 위원회를 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경자 공교육살리기 학부모연합 대표는 “중재가 가능한 사안의 경우에는 위원회 개최 전에 교사들이 중재해 사건을 해결하고 위원회 개최 요건을 명확히 하는 등 제도적 보완을 통해 위원회가 긍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종기 인턴기자 서강대 경영학과 4학년 }

올 1월 경찰에 붙잡힌 2인조 빈집털이범 최모 씨(29)와 김모 씨(31)는 고층 아파트 꼭대기층만 노렸다. 김 씨가 초인종을 눌러 빈집임을 확인하면 최 씨는 옥상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가 열린 베란다로 집안에 들어갔다. 이들은 서울, 경북 구미 등지에서 20여 차례에 걸쳐 1억4000만 원어치를 훔쳤다. 경찰 관계자는 “고층 아파트 상층부의 열에 아홉은 베란다를 열어 놓아 빈집털이범이 오히려 저층 아파트를 털 때보다 범행이 수월했다”고 말했다.○ 열린 창문이 빈집털이범을 불러 장기간 집을 비우는 휴가철을 앞두고 아파트 빈집털이범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일반 주택가에 비해 폐쇄회로(CC)TV가 잘 설치돼 있고 경비원이 근무하는 아파트에 오히려 문단속이 소홀한 가정이 많아 빈집털이범의 표적이 됐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빈집털이범은 귀신같이 아파트 빈집을 알아맞힌다”며 “특히 최신식 아파트에 비해 방범 시설이 부족한 오래된 고급 아파트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대검찰청이 내놓은 ‘범죄분석 2011’에 따르면 2010년에 발생한 침입절도 1만8911건 중 6384건이 열린 베란다나 창문, 문을 통해 침입한 사건이었다. 아파트 빈집털이범은 외벽에 설치된 가스배관을 타고 올라가거나 옥상에서 로프를 타고 내려와 베란다나 창문으로 주로 들어간다. 경찰청 생활안전계 관계자는 “아파트 빈집 절도 예방의 가장 기본은 문단속을 철저히 하는 것”이라며 “아파트 외곽에서 침입하는 빈집털이범은 주변에 들킬 위험이나 체력적 부담으로 잠긴 창문을 깨기보다 열린 곳을 골라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주된 침입경로인 가스배관에 철가시형 덮개를 씌우거나 로프를 묶을 수 있는 옥상 구조물을 없애는 것이 아파트 빈집털이 범죄를 예방하는 방법이라고 경찰은 조언했다.○ 주민 협조와 관심으로 예방해야 닫힌 현관문도 빈집털이범을 막을 순 없다. 빈집털이범은 노루발못뽑이(배척), 십자드라이버 등 공구를 이용해 문과 잠금장치를 뜯고 들어가는 전통적인 ‘제끼기’ 수법부터 고압전류가 나오는 전기충격기로 전자식 잠금장치를 고장 내거나 현관문 주변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해 잠금장치 비밀번호를 입수하는 방법도 사용한다. 침입을 막으려면 아파트 주민 간 협조도 필요하다. 초인종을 눌러 빈집을 확인하는 빈집털이범의 습관을 역이용하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빈집털이범은 초인종을 눌러 사람이 있으면 조용히 사라지거나 집을 잘못 찾아온 척하기도 한다”며 “대수롭게 여기지 말고 경비원에게 알려야 다른 집의 피해를 막는다”고 말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전기계량기가 빈집을 알려준다.’ 지난달 11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한 아파트. 양복을 말끔히 차려 입은 김모 씨(50)가 계단을 걸어 올라가며 각 가구의 현관문 옆에 설치된 전기계량기를 유심히 살폈다. 그는 전기 사용량이 적어 기계식 전기계량기 원판이 거의 돌지 않거나 천천히 도는 집을 골라 초인종을 눌렀다. 빈집으로 확인되면 잠금장치를 부수고 들어가 현금과 귀금속을 훔쳐 유유히 사라졌다. 이 같은 수법으로 빈집을 파악해 2월부터 23회에 걸쳐 현금과 귀중품 등 1억5000만 원가량을 훔친 김 씨는 그의 동선을 추적해온 경찰에 9일 검거돼 13일 구속됐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과거엔 무작정 초인종을 눌러 빈집을 확인했는데 전기계량기를 미리 확인해 확률을 높였다”고 진술했다. 기계식 전기계량기가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한국전력공사 관계자는 “우리가 어떻게 손쓸 방법은 없다”며 “기계식 전기계량기를 2020년까지 모두 전자식으로 교체할 예정인데 전자식은 전기사용 정보를 복잡한 숫자로 전달하기 때문에 검침원이 아니면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사용되는 전기계량기의 80%는 기계식이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최소 일당 100만 원을 보장합니다.”11일 유명 A아르바이트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한 20대 여성 B 씨는 자신에게 온 e메일을 열어 본 뒤 깜짝 놀랐다. 서울 강남 지역의 한 모델 에이전시가 멤버십으로 운영하는 사교클럽 회원을 모집한다며 보낸 구인광고 메일이었다. 사실상 ‘스폰서 받을 여성’을 모집하는 광고였다. 메일에는 “낮 시간에 술도 안 마시고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남성분들과 만날 수 있다”며 “한 시간에 최소 50만 원부터 평균 100만 원 이상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단 “예쁘신 여성만 경제적 지원을 해 준다”고 조건을 달았다. 나이 20∼25세, 키 170cm 이상, 가슴 사이즈는 C컵이어야 지원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얼굴 못생긴 분은 사절한다”며 사진까지 요구했다.같은 내용의 메일을 받은 여성들은 인터넷에 “직업을 구하려고 개인 정보를 올렸는데 성매매 알선 광고 글을 받으니 황당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A사이트 관계자는 “정체불명의 업체가 우리의 메일 주소를 도용해 e메일을 보낸 것 같다”며 “우리와는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공개적인 성매매 알선 광고 글이지만 구체적으로 성매매가 이뤄진 증거도 없이 광고만으로 수사를 하긴 어렵다”고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보수단체인 자유청년연합(대표 장기정)이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로맹) 사건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한 하경철 전 민주화보상심의위원장 등 당시 심의위원 9명을 직권남용, 국가보안법상 편의제공죄 등의 혐의로 대검찰청에 9일 고발했다. 자유청년연합은 고발장에서 “대법원이 사로맹 관련자에게 무기징역 등 유죄를 확정하고 사회주의혁명 조직이라고 명시했다”며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려 한 사로맹 관련자들을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판정한 것은 직권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사로맹사건은 1990년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에서 시인 박노해(본명 박기평) 씨 등 사로맹 조직원들을 일제 구속 및 수배했던 것으로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는 2008년 박 씨 등을 민주화운동 인사로 인정했다.}

《 한 달 뒤 한국에서 만나자며 웃음 짓던 어머니는 차디찬 주검으로 아들을 맞았다. 어머니가 살던 한국 집을 찾은 아들은 남편의 폭력 속에서 식당일로 힘들게 번 돈 일부를 중국으로 보내온 어머니의 고통스러운 삶의 흔적을 목격하고 눈물을 훔쳤다. 》6일 오후 장맛비 속에서 서울 강동구 성내동의 살인사건 현장을 찾은 중국동포 김모 씨(34) 얘기다. 김 씨는 2일 반지하방에서 새 남편 홍모 씨(67)의 칼에 찔려 숨진 결혼이주여성 이모 씨(57·중국동포)의 아들이다. 숨진 이 씨는 2005년 한국인인 홍 씨와 결혼하기 위해 한국에 왔으나 홍 씨의 반대로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채 남편의 폭력을 감내하다 결국 살해됐다. 비보를 듣고 5일 한국에 온 아들 김 씨는 혼이 반쯤 빠져나간 듯한 표정이었다. 이 씨가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인 그는 “한 달 전 1년 반 만에 집(중국 지린 성)에 다니러 온 어머니에게 한국 생활을 물었더니 ‘행복하다’고만 했다. 그 말을 바보처럼 믿었다”며 말을 흐렸다. 김 씨는 어머니의 죽음이 자신의 탓인 양 괴로워했다. 어머니는 중국에서 어렵게 생활하는 아들을 위해 한국에서 번 돈 일부를 생활비로 보냈으며 아들을 데려오고 싶어 했다. 하지만 홍 씨는 주변에 ‘아내가 불법체류자다, 밀입국했다’고 거짓말을 해 이 씨를 고립시키면서 폭력을 휘둘러왔다.김 씨는 사건 당일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불안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건너편에서 ‘다 죽이겠다’는 그 사람의 소리가 들렸다”며 “그게 어머니의 마지막 목소리가 될지 몰랐다”고 했다. 유품을 정리하는 김 씨의 눈에 평소 남편에게 맞고 지낸 어머니의 흔적이 들어왔다. 어머니의 남루한 옷가지들은 찢어져 있고, 외출 때 쓰는 가방도 칼로 잘려 있었다. 어머니와 이모 2명이 찍은 사진 위에는 칼자국이 선명했다. 모자가 찍은 사진에는 자신의 모습이 잘려 나가고 없었다. 김 씨는 어머니가 일했던 식당도 찾았다. 식당 주인은 김 씨의 두 손을 꼭 잡고 “엄마랑 많이 닮았다”며 “신장이 안 좋아 소변에 피가 나도 엄마는 네 생각을 하며 일했다. 마음을 굳게 먹고 살아라”라고 당부했다. 어머니가 고생했던 얘기를 들은 아들은 “고맙다”는 말밖에 하지 못했다. 딱한 사연을 접한 검찰범죄피해자지원센터와 경찰,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이 씨의 법적 절차와 장례식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성모 인턴기자 중앙대 경제학과 4학년 }

경찰청은 무단 방북했다가 104일 만에 돌아온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노수희 부의장(68·사진)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6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현재 검찰, 국가정보원과 함께 합동조사단을 꾸려 노 씨의 방북과정에 범민련이 연루됐는지, 북한의 개입은 없었는지를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노 씨가 북한 매체 ‘우리민족끼리’에 보도된 사실만 인정할 뿐 나머지 질문에는 대답을 않고 있다”고 말했다. 5일 경찰이 체포한 범민련 원진욱 사무처장(39)도 이적단체 가입 혐의와 노 씨의 방북을 도운 혐의에 대해서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은 원 씨가 노 씨의 방북 계획에 관여한 관련 증거를 확보하고 국보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측은 “방북과정에서 범민련의 조직적 개입과 북한과의 연관성과 관련한 수사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3월 24일 김정일 사망 100일 추모행사에 참석한다며 북한에 들어간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노수희 부의장(68·서울 강서구 방화동)이 5일 오후 3시경 판문점을 통해 돌아왔다. 북한 체류 104일 만이다. 회색 양복 차림으로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은 그는 대기하고 있던 통일부 연락관에게 신병이 인도된 뒤 곧바로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노 씨에게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판문점 북측 지역에서는 북한 관계자 200여 명이 나와 한반도기를 흔들며 노 씨를 환송한 것으로 전해졌다.곧바로 경기 파주경찰서로 연행된 노 씨는 검찰의 지휘 아래 국가정보원과 경찰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으로부터 방북 경위와 북한에서의 행적 등을 조사받았다. 합수단은 6일 노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노 씨는 정부의 사전허가 없이 무단으로 방북해 김일성과 김정일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는 등 북한 정권을 찬양하고 남한 정부를 비방한 혐의를 받고 있다.경찰은 이날 오전 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실과 노 씨의 집, 원모 범민련 사무처장 집을 압수수색하는 등 범민련 수사를 본격화했다. 또 경찰은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 가입 혐의와 노 씨의 방북을 도운 혐의로 원 사무처장을 체포했다.경찰 관계자는 “압수 증거품을 토대로 무단 방북이 노 씨 개인 차원이 아닌 범민련 조직 전체가 연루된 것인지 집중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범민련은 1990년 11월 20일 북한 통일전선부 산하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북한 추종세력을 결집해 독일 베를린에서 출범시킨 조직이다. 1995년 2월 25일 범민련 남측본부가 결성됐으며 북한 지령하에 연방제 통일 지지, 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철폐 등을 내세우다 1997년 대법원에서 이적단체 판결을 받았다. 1991년 이후 사법처리된 범민련 관계자는 모두 125명이다.파주=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찌르지 마.”2일 오후 8시경 서울 강동구 성내동의 한 주택 반지하 방에서 고함이 들렸다. 굳게 닫힌 문과 창문 사이로 터져 나온 소음을 들은 주민들은 “부부 싸움이 심하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방 안 사정은 긴박했다. 막걸리 3병을 마신 남편 홍모 씨(67)는 20cm 길이의 칼을 손에 쥐고 중국동포인 아내 이모 씨(57·여)를 위협했다. “죽이겠다”는 말과 함께. 홍 씨의 눈은 살기로 희번덕거렸다.신고를 받은 지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경찰이 잠긴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는 “칼을 내려놓으라”는 여자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경찰은 바로 창문의 방범창을 뜯기 시작했다. 2분도 안 돼 창을 뜯고 경찰이 집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이미 아내 이 씨는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남편 홍 씨는 칼을 들고 경찰에 저항하다 경찰봉을 맞고 제압됐다. 오른쪽 쇄골 밑을 칼로 관통당한 이 씨는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과다출혈로 숨졌다. 이 씨의 손과 팔에는 남편의 칼을 필사적으로 막는 과정에서 생긴 상처가 가득했다.2005년 9월 결혼한 두 사람의 생계는 식당일을 하는 아내가 책임졌다. 한국인인 남편은 직업도 없이 늘 술에 취해 살았다. 오히려 술값을 더 벌어 오라며 자주 행패를 부렸다. 한국인과 결혼해 2년 이상 거주하거나 혼인한 지 3년이 경과하고 1년 이상 체류하면 한국 국적을 받을 수 있지만 이 과정에 필요한 남편의 동의를 홍 씨는 해주지 않았다고 한다.그 바람에 이 씨는 결혼한 지 7년이 지나도록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했다. 이 씨는 이혼도 고민했지만 추방될까 봐 말도 꺼내지 못했다. 이웃 주민들은 “홍 씨가 부인을 때릴 때마다 밀입국 중국인이란 거짓말을 주변에 퍼뜨리며 협박했다”고 전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관계자는 “국적을 빌미로 가정폭력을 일삼거나 돈을 요구하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며 “제도적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성모 인턴기자 중앙대 경제학과 4학년 }
범죄 피의자를 유치장이나 구치소로 옮기는 호송 인치 문제로 검찰과 경찰이 다시 갈등을 빚고 있다. 국무총리실은 이달까지 두 기관이 호송 인치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라고 권고했지만 29일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올해 초 이 MOU가 체결되지 않으면 다음 달부터 검찰 사건에 대한 호송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혀 피의자 호송대란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경찰은 이날 검찰과의 협상 시한을 잠정 연기하고 당분간 검찰 사건 피의자 호송 인치를 현행대로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호송 인치는 체포한 피의자를 재판기간에 수감하는 구치소로 보내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그동안 이 업무를 경찰이 전담해왔다. 하지만 앞으론 검찰 사건 피의자에 대해선 검찰이 독자적으로 호송 업무를 해야 한다는 게 경찰 측 주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의 신병을 단순히 옮기는 행위는 수사가 아닌 행정지원에 속하기 때문에 검사의 수사지휘 대상이 아니다”라며 “개정 형사소송법과 대통령령에도 호송지휘 관련 규정이 없어 검사가 경찰에 호송을 요구하는 건 법적 근거가 없는 불합리한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호송 인치가 범인 확보나 증거 보전을 위한 행위로 수사에 해당하는 만큼 지휘 대상에 포함된다고 본다. 호송지휘가 수사지휘의 일환임을 인정한 법원 판례도 있다. 하지만 경찰은 수사 및 수사와 관련된 행정업무까지 검사에게 복종하도록 규정한 검찰청법 제53조가 폐지돼 기존 판례는 변경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한다. 대통령령인 호송규칙 2조에 대한 해석도 엇갈린다. 검찰은 ‘교도소와 교도소 사이의 호송은 교도관이 행하며 그 밖의 호송은 경찰관이 행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호송은 경찰업무라고 주장한다. 반면 이 조항에 나온 ‘경찰관’에는 검찰청 소속 일반사법경찰관리(검찰수사관)도 포함된다는 게 경찰 측 시각이다. 실제로 출입국 관리 세관 등 특별사법경찰관리는 자체적으로 호송 업무를 하고 있다. 검찰은 무술 능력을 갖춘 호송 인력이 부족하고 호송 차량 등 장비 관련 예산이 확보돼 있지 않은 점도 호송 인치를 맡기 어려운 이유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경찰 역시 호송을 위한 인력과 예산이 별도로 편성돼 있지 않고 수사 관련 예산과 장비를 대신 투입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검찰 수사 인력은 경찰의 3분의 1 수준이고 1인당 수사예산도 경찰보다 2배 많으면서도 처리하는 사건은 경찰보다 18배나 적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만약 경찰이 업무 부담이 커서 피의자 호송 인치를 중단해야 한다면 호송 인치를 담당하는 검찰 수사관이 무기를 소지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고 검찰 인력을 증원하는 방안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벼랑 끝에 내몰린 대한민국 자영업자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이 시급하다. 일자리에서 밀려난 40, 50대 베이비붐 은퇴 세대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층, 퇴직한 뒤에도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60, 70대까지 줄지어 자영업 시장에 뛰어들면서 자영업은 피비린내 나는 경쟁이 벌어지는 ‘레드오션’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죽어라 일해도 빚만 지는 자영업자 문제는 과도한 경쟁 탓이 크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자영업자 수가 662만9000명(무급 가족종사자 포함)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비슷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 비해 자영업 부문에 229만 명이 과잉 종사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18일 발간한 보고서에도 “한국의 취업인구 가운데 자영업자 비율이 OECD 평균보다 훨씬 높다”며 “지난해 3월 기준 정기 소득이 없는 자영업자 가계대출의 점유율이 일반 가계대출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라 염려스럽다”고 진단했다. 과잉공급과 소득저하의 악순환 고리가 고착되면서 자영업자의 빚도 계속 늘어 국가재정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대한상공회의소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자영업자의 부채를 포함한 가계부채가 952.3조 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1%로 OECD 평균보다 8%포인트 높고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85%)에 육박했다. 전문가들은 “유로존 위기 등 경기불황에 민감한 자영업자의 파산이 이어지면 스페인 그리스 사태가 한국에서도 빚어질 수 있다”며 자영업자 문제 해결 3가지 대안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생계형 자영업자나 예비 자영업자에게 새로운 취업 기회를 제시해 자영업자 수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만난 자영업자들 중에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창업을 하거나 실업자 신세가 두려워 폐업을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와 기업이 나서서 낮은 임금의 일자리라도 창출해야 반실업 형태의 자영업자 양산을 막을 수 있다”며 “월수입 150만 원 수준의 일자리를 제공한다면 기업과 자영업 탈출을 꿈꾸는 사람의 이해가 맞아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 신규 진입 조건을 까다롭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상규 강원대 경영학과 교수는 “독일에서는 작은 구멍가게를 개업할 때도 상권 분석 등 컨설팅을 받고 시의 허가를 받아 개업한다”며 “우리도 자영업 개업과 관련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에서도 국가재정을 압박하는 자영엽자 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25일 금융위 간부회의에서 “자영업자의 경우 상용근로자 등과 비교하면 소득에 비해 부채규모가 크고, 제2금융권을 이용하는 비중이 높은 상황”이라며 “자영업자의 채무상환 부담에 대한 주의 깊은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쟁력 있는 자영업자는 적극 지원하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자영업자의 빚은 탕감해 주면서 폐업을 유도하는 ‘선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영업자가 어려움을 호소한다고 현행 ‘미소금융’ 방식으로 퍼주기 지원을 하면 자영업자는 근근이 가게를 운영하면서 다시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려 국가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빚이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에 마지막 희망을 건 40, 50대 조기은퇴 자영업자를 위한 고용보험·연금보험 가입을 늘리고 산재보험 가입을 허용하는 등 사회안전망도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영업자 대상 고용보험은 1월 시행 이후 360만 명의 가입대상자 중 가입자가 25일 기준으로 9489명에 불과하다. 자영업자 절반이 50대 이상인 점을 감안할 때 현재 3명 중 1명꼴로 가입해 있는 자영업자의 국민연금 가입률 역시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아울러 고령화사회가 지속되면서 건강한 노동력의 유지·보존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서 4대 보험 중 유일하게 자영업자가 가입할 수 없는 산재보험의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독일의 경우 산재보험법에 따라 자영업자도 산재보험이 강제 적용되고 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
“쉬지 않고 일해도 희망이 없다.” 대한민국 자영업자가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국내 경제활동인구(2593만 명) 4, 5명 중 한 명은 자영업 종사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자영업 종사자는 584만6400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 닥친 2008년 12월 이후 42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전체 335만5000개 사업체 중에서 종업원이 5인 미만이면서 연 매출 1억 원 미만인 업체를 운영하는 ‘생계형 자영업자’는 196만여 명. 특히 이들 중 150만여 명은 연 매출이 50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네 식당이나 청과물상 슈퍼 문구점 사장들은 인건비 줄 돈도 없어 가족까지 총동원해 가게를 운영해 보지만 손에 쥐는 돈은 최저임금(시간당 4580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동아일보는 14일부터 20일까지 이승렬 한국노동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의 조언을 거쳐 소상공인진흥원과 함께 전국 56개 소상공인지원센터를 통해 자영업자 51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가난한 사장님’들은 노동자의 주당 법정근로시간 40시간보다 무려 32시간이나 많은 주 72시간 이상 노동을 하면서도 벌이는 최저생계비 수준에 그쳤다. 설문에 참여한 자영업자의 절반 이상(52.1%)이 하루 12시간 이상 일을 하고 있었다. 10명 중 3명가량(28.8%)은 14시간 이상을 일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4.9%는 월평균 28일 이상 일을 했다. 이들은 “가게 문을 열어 놓지 않으면 손님이 떨어진다. 한 푼이라도 더 벌려면 휴일에도 일해야 한다”고 했다. 일만 하는 데도 벌이는 시원찮았다. 생계형 자영업자의 대다수(75.6%)가 40대 이상이었지만 중소기업 신입사원 수준에도 못 미치는 돈을 벌고 있었다. 응답자의 절반가량인 45.3%는 장사를 해서 손에 넣는 순이익이 200만 원이 못 됐다. 10명 가운데 2명은 한 달 순이익이 4인 가족 최저생계비(149만5550원)도 안 됐다. 형편이 쪼들리다 보니 종업원을 두는 것도 어려웠다. 49.4%가 혼자 또는 가족 1명과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절반가량(45.1%)은 “전업이나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생계형 자영업자가 빈곤층으로 전락하면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처럼 국가경제에도 큰 짐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대로 방치하면 자영업 시장이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을 넘어 공멸의 블랙오션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선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노후준비가 미흡한 생계형 자영업자의 증가는 복지수요를 팽창시키는 등 정치·사회적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계형 자영업자 ::통상 ‘생계형 자영업자’는 연간 매출액 1억 원, 직원 5인 미만의 업체를 운영하는 사업자를 말한다. 통계청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5인 미만인 256만3000개 업체 중 연간 매출액 1억 원 미만은 196만3000곳으로 전체의 76.6%였다. 이들의 업체당 연 매출액은 3513만 원, 영업이익은 1566만 원이었다. 업체당 월 순익이 겨우 100만 원을 넘는 사람들로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사이에 걸쳐 있다.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하루도 쉬는 날이 없으니 재충전이 안 되네요.” 23일 오전 2시경 서울 광진구 자양동 ‘자양골목 전통시장’ 인근 하모니마트 사장 김민수 씨(35)의 얼굴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손님이 뜸한 시간에 꾸벅꾸벅 졸다가 계산대 앞에 선 손님을 뒤늦게 발견하고 깜짝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김 사장과 함께 보낸 24시간, 기자는 딱 하루만 지켜보는데도 두 다리가 퉁퉁 부었다. 대형마트 점장으로 일하던 김 씨는 지난해 3월 족저근막염이 매우 심해져 직장을 관뒀다. 그는 “발바닥이 아파 어쩔 수 없이 퇴사했지만 가족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도 있을 것 같아 가게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퇴직금으로 전세 대출금을 갚고 다시 대출을 받아 지난해 5월 8일 편의점을 열었다. 하지만 현재 김 씨의 일은 더 늘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더 줄었다. 마진을 줄여 주변 가게에 비해 판매가를 낮췄지만 매출은 약간는 데 반해 순익은 그대로였다. 김 씨 가게는 24시간 문을 열지만 직원은 김 씨와 아내 이화연 씨(33) 둘뿐이다. 이 씨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김 씨가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맞교대로 일한다. 부부가 함께 보내는 시간은 교대시간 때 가게를 함께 정리하는 한두 시간이 전부다. 전 직장에서 하루 11시간을 일하던 김 씨는 오히려 사장님이 된 뒤 근무시간이 3시간 더 늘었다. 좁은 공간에서 일하고 퇴근 이후에는 잠자기 바쁘다 보니 몸무게는 1년 새 7∼8kg 늘었다. 부부는 식사시간이 따로 없다. 김 씨는 출출할 때면 팔리지 않아 유통기한이 지난 빵이나 우유, 김밥으로 끼니를 때운다. 가끔 아내가 싸준 도시락을 먹을 때도 있지만 한 명이 서 있기도 힘든 좁고 밀폐된 창고에서 박스 위에 앉아 허겁지겁 먹기 일쑤다. 화장실에 갈 때도 가게 문을 잠그고 뛰어 갔다 와야 한다. 낮에는 이 씨가 가게를 지켰다. 가정주부였던 이 씨는 처음 가게로 출근할 때는 바깥일도 하고 남편을 돕는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했지만 살림과 가게 두 마리 토끼를 잡느라 이제는 고단하기만 할 뿐이다. 이 씨가 가장 안타까워하는 것은 딸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는 점. 아이는 어린이집 교사나 할머니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5월 5일 어린이날에도 이 씨는 가게를 지키고 아침에 일을 마친 남편이 졸린 눈을 비비면서 딸과 함께 공원에 갔다. 이 씨는 “딸이 더 크면 엄마 아빠가 함께 해주지 못하는 빈자리를 더 크게 느낄 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 부부의 월 순수입은 180만 원, 시간당 2500원이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한양대가 6·25 참전국 에티오피아에 ‘보은(報恩)’의 의미로 현지 대학과 학술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한양대는 24일 에티오피아 아다마과학기술대와 MOU를 체결하고 한양대 ERICA캠퍼스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2명을 아다마과기대에 파견하는 한편 아다마과기대 교수 5명의 한양대 박사 학위 취득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아다마과기대에 컴퓨터 전공서적 등을 기증할 예정이다.아다마과기대는 에티오피아 최초의 과학기술 중점대학으로 강사진 1000여 명에 학생이 2만여 명에 이르는 명문대다. 한양대가 지원을 결정한 아다마과기대 토목공학과는 학생 규모가 2000명이 넘지만 교수는 단 3명에 불과하다. 강사진 71명은 학사 혹은 석사 학위만 갖고 있어 교수진 지원이 절실했다. 한양대 심종성 이종세 교수는 방학과 안식년을 이용해 콘크리트구조공학과 구조역학 분야를 강의하며 다리 건설과 관련된 기술 보급에 도움을 줄 계획이다. 에티오피아는 1951년 5월 6일 한국을 지원하기 위해 3518명의 군인을 파병하는 등 전쟁이 끝날 때까지 모두 6037명의 군인을 파견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GS샵-열린의사회 태국 방콕서 참전 용사-주민 찾아 의료봉사 활동6·25전쟁 발발 62주년을 맞아 GS샵과 열린의사회가 23∼25일 참전국인 태국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펼쳤다. 태국은 1950년 11월 7일부터 모두 1만3000여 명을 파병했고, 이 가운데 136명이 전사했다.의사 7명과 간호사, 약사, GS샵 직원, 자원봉사자로 이뤄진 의료봉사단은 당시 참전부대 본부가 있었던 방콕 인근 촌부리 지역에서 참전용사와 주민들을 대상으로 외과수술과 약 처방, 침 시술 등을 했다.이번 봉사활동에는 GS샵의 태국 홈쇼핑 합작사인 트루GS에서 활동하고 있는 쇼핑호스트 5명도 함께 참여했다. GS샵은 지난해 5월 태국에 트루GS를 설립하고 같은 해 10월부터 24시간 홈쇼핑 방송을 하고 있다. 한국 홈쇼핑 업체가 태국시장에 진출한 것은 트루GS가 처음이다.GS샵 해외사업부문장인 조성구 전무는 “태국은 6·25전쟁 당시 우리를 도와준 혈맹인 동시에 한류 붐을 계기로 한국과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국가”라며 “이번 의료봉사활동을 계기로 양국의 우호관계를 강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보험사기범은 반드시 붙잡힙니다.”치밀하게 계획된 보험사기도 그의 레이더에 걸리면 덜미가 잡힌다. 동양생명 보험사기 특별조사팀(SIU) 지경순 수석(52·여) 이야기다. 19일 서울 중구 생명보험협회에서 기자와 만난 지 수석은 사회에 만연한 보험사기와의 전쟁 최전선에 있어서인지 결연한 표정이었다.그는 국내 유일의 여자 경찰 출신 보험사기 조사관이다. 보험금 때문에 캄보디아인 아내를 살해한 남편, 중국에서 허위로 사망한 것처럼 꾸민 자매, 고아로 자란 청년을 사고로 위장해 살해한 사채업자 등 세간에 화제가 됐던 보험사기극의 전모는 그의 손을 통해 드러났다.태권도 국가대표 출신인 그는 1979년 박근혜 씨(현 새누리당 의원) 경호팀 경호원으로 특채됐다가 그해 박정희 전 대통령 사망 이후 경호팀이 해체돼 경찰이 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여자형사기동대 창립 멤버로 대형 호스트바를 추적해 검거한 일은 후배 여형사들에게 전설로 통한다. 1994년 경위 계급장의 경찰복을 벗은 그는 2005년 보험조사관으로 일하던 옛 동료 경찰의 권유로 보험조사관 일을 시작했다.그는 보험조사관으로 변신한 첫해 52억 원 규모의 보험사기 사건을 해결했다. 2004년 4월 정육점 주인 A 씨가 운전 미숙으로 경기도 외곽 절벽에서 추락해 언어청각 1급 장애 진단을 받았다며 2005년 7월 11개 보험사에 52억 원의 보험금을 청구한 사건이었다. 보험사는 A 씨가 단기간에 여러 보험사의 보험에 집중 가입한 사실을 확인하고 조사에 들어갔다. 지 수석은 A 씨의 거짓말을 밝히려고 두 달간 A 씨 동네에서 생활했다. 동네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고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며 동네 사람들과 친분을 쌓았다.A 씨도 만만치 않았다. 지 수석이 갑자기 A 씨의 이름을 불러도 답하지 않았고 동네 사람과 화투를 칠 때도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A 씨의 범행은 욕심 때문에 발각됐다. A 씨 아내가 추가 보험금을 타내려고 보험사와 통화하던 중 A 씨를 바꿔줬다가 A 씨가 무심코 ‘네’라고 말한 녹취록을 찾은 것. 지 수석은 “한번 보험사기에 성공한 사람은 더 큰 욕심을 좇다 결국 파멸하게 된다”고 했다. 지 수석은 인터뷰 다음 날 병원 입원기록을 속인 보험사기를 밝혀내기 위해 다시 지방으로 갔다. 그는 “보험금에 눈멀어 사람을 죽이는 악마가 되는 걸 막으려면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되기 전에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차라리 도망치지 말걸….”40여 일간 도주 끝에 15일 검거된 전과 17범 박모 씨(42). 그는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냉천동의 주택가에서 탐문하던 경찰에게 붙잡히자 오히려 고마워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도주 이후 밖에서 발소리가 날 때마다 놀라 잠을 못 자니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며 “그때 도망치지 말걸 계속 후회했다”고 경찰관에게 털어놨다. 신문과 TV에도 그의 도주 행각이 보도돼 그는 ‘전국구 도망자’ 신세로 살아야 했다. 그는 지난달 5일 강남의 한 술집에서 돈을 훔치다 절도 현행범으로 파출소에 연행됐다. 손목이 아프다고 소리치는 그의 수갑을 경찰이 느슨하게 풀어주자 손을 빼고 달아났다. 불안감에 자수할까 고민했지만 스무 살 이후 모두 합쳐 약 12년의 세월을 보낸 교도소 생활을 다시 하기 싫었다. 도주 중에는 고시원이나 가게 주인 몰래 물건을 훔치는 ‘들치기’ 수법으로 생활비를 충당했다.경찰은 가족 친구와 연락을 끊고 휴대전화와 컴퓨터도 쓰지 않는 박 씨를 주된 범행 장소인 서대문구 마포구 은평구 일대를 이 잡듯이 뒤지고 난 뒤에야 붙잡을 수 있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