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우

신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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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동아일보 신진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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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9~2025-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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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다스의 손’ 조광래를 거쳤다

    "한 마디로 미다스의 손이죠. 옆에서 지켜보면 감탄사가 나옵니다." 경남 골키퍼 김병지(40)는 조광래 감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선수를 볼 때 기준이 확실하다. 이름값보다는 직접 플레이를 꼼꼼하게 확인한 뒤 잠재력을 평가한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의 말대로 조 감독의 선수 보는 안목은 정평이 나 있다. 그의 손을 거친 선수로만 팀을 꾸려도 당장 대표팀을 구성할 수 있을 정도다. 이제 막 월드컵이 끝난 상황에서 4년 뒤를 대비하기 위한 장기적인 카드로 그만한 인물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대표적인 '조광래의 아이'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 중인 이청용(볼턴). 조 감독은 안양 LG(현 FC 서울)감독 시절이던 2003년 중학생이던 이청용의 플레이를 보고 반해 1억 원이 넘는 파격적인 계약금을 주고 데려왔다. '축구 천재' 박주영(모나코)과도 같은 해 인연이 있었다. 당시 청구고 3학년이던 박주영의 플레이를 눈여겨 본 조 감독은 그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대구 집까지 찾아가 설득했다. 일단 대학에 보내겠다는 가족의 반대로 즉시 영입은 실패했지만 나중에 박주영을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박주영은 조 감독이 서울을 떠난 다음 해인 2005년 입단해 둘은 스승과 제자의 인연을 맺지는 못했다. 이영표(알 힐랄)와 김동진(울산 현대)도 조 감독의 애제자다. 조 감독은 둘을 영입한 뒤 대표급 수비수로 키워 2000년 LG를 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골 넣는 수비수' 이정수(가시마) 역시 조 감독의 작품. 이정수는 2002년 안양 입단 당시 공격수였지만 조 감독의 설득으로 수비수로 전향한 뒤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의 인연도 빼놓을 수 없다. 2004년 서울 감독직에서 물러난 뒤 유럽에서 지도자 공부를 하던 조 감독은 당시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서 활약하던 박지성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맨유, 첼시 등 빅 클럽들의 적극적인 구애로 고민하던 박지성에게 맨유 입단을 권유한 것은 그였다. 2006년 경남 사령탑에 오른 뒤에도 그의 안목은 빛을 발했다. 이용래, 윤빛가람, 김동찬 등 젊은 선수들을 발굴해 경남은 '경남유치원'으로 불리기 시작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2010-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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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 2경기… 세계가 주목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별이 하나 떠 있네요.” 설날을 하루 앞둔 제법 쌀쌀한 오후 한때. 지나가던 스님이 어느 집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더니 이렇게 말했다. 시주하러 나온 어머니는 이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스님은 방문을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스님이 눈길을 준 방 안엔 돌을 막 지난 한 아이가 낮잠을 자고 있었다. 그로부터 18년 뒤. 어머니는 그때서야 깨달았다. 스님이 말한 의미를.○ 강단 센 여장군 아이는 동네에서 알아주는 개구쟁이였다. 사내처럼 짧게 깎은 머리는 그의 트레이드마크. 체격은 반에서 가장 작았지만 남자 아이들보다 영리하고 운동신경도 좋았다. 그래서 학교에서 불린 별명이 ‘여장군’. 강단도 남달랐다. 하루는 아파트 앞에 불법 복제 책을 파는 잡상인이 등장했다. 아이는 집요하게 그를 따라다니며 주변 사람들에게 “이건 가짜”라고 말하고 다녔다. 화가 난 잡상인이 아무리 겁을 줘도 아이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결국 아이는 발길질을 당했고, 그 장면을 본 동네 주민들이 잡상인을 끌고 경찰서로 갔다. 경찰서에서도 어른스럽게 자기 생각을 조목조목 밝히는 아이를 본 동네 주민들은 이렇게 말했다. “이 아이는 나중에 크게 될 거야.”○ 축구 여제의 탄생 아이에게 인생의 전환점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왔다. 평소 공차는 걸 좋아하던 그는 우연히 학교 축구부 모집 전단을 본 뒤 축구선수가 되기로 결심했다. 부모 생각은 절대 반대. 남자 아이들과 함께 거친 운동을 하는 걸 지켜볼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딸의 고집을 꺾을 순 없었다. 피아노, 태권도, 바이올린 등 다른 걸 아무리 시켜도 아이는 오로지 축구만 했다. 결국 “축구하면 키가 큰다. 또 얼마나 멋있느냐”는 이웃집 아저씨의 설득에 힘입어 아이는 꿈에도 그리던 축구 유니폼을 입었다. 초등학생 시절 여자 축구부가 없어 남자 아이들과 뛸 때부터 아이는 두각을 나타냈다. 여자 축구부에서 뛰기 시작한 중학교 이후엔 또래 가운데 적수가 없었다. 중학교 3년 동안 12번 우승컵을 거머쥐었고, 고등학생 땐 대회마다 최우수선수를 휩쓸어 ‘괴물’이라 불렸다. 남녀 축구대표팀을 통틀어 최연소 A매치 데뷔(15세 8개월), 최연소 A매치 골(15세 293일)의 주인공은 그의 몫이었다. 그리고 현재 열리고 있는 국제축구연맹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 그는 조별리그 두 경기에서 5골을 몰아치며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누나이자 아빠” “엄마, 나 잘했지? 아프지 마.” 17일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이 끝난 직후 어머니는 딸에게서 이런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전화비 비싸다고 전화하지 말라고 핀잔을 주면서도 본인은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하는 딸. 어머니의 눈시울은 붉어졌다. 어머니는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자궁경부암 수술을 받은 뒤 이후 큰 수술을 세 번이나 더 받았다. 일찍이 남편과 갈라서면서 경제사정이 어려워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정부 지원금을 받는 힘든 형편. 딸은 항상 어머니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내가 아빠 몫까지 다 할게. 조금만 기다려 줘.” 어머니 김애리 씨(43)는 “자기는 간식 하나 사먹는 것도 아끼면서 고등학생인 남동생에게 아낌없이 사주는 딸을 보면 고마우면서 또 미안하다”고 말했다. 남동생 숭연 군(17)은 “누나는 누나이면서 아빠다. 누나를 보면서 나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배운다”고 전했다. 밤하늘의 별처럼 한국 축구를 빛내고 있는 지소연(19·한양여대) 얘기다. 지소연의 활약을 앞세워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에서 8강행을 이미 확정지은 한국은 22일 오전 1시 독일 빌레펠트에서 미국을 상대로 조별리그 3차전을 치른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2010-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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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링 위에서 또… 프로복서 배기석, TKO패 후 의식불명

    프로복싱 선수가 경기 후 쓰러져 의식불명상태에 빠졌다. 배기석(23·부산거북체육관·사진)은 17일 충남 예산중학교에서 열린 정진기(일산주엽체육관)와의 슈퍼플라이급(52.160kg) 한국타이틀 매치에서 8회 TKO패를 당한 뒤 두통과 구토 증세를 보여 예산병원으로 이송됐다. 이곳에서 ‘정밀검사가 필요하다’는 소견에 따라 다시 대전 을지병원으로 옮겨져 검사 후 5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았지만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임정근 부산거북체육관장은 “경기 도중 선수 간 충돌이 많았고 몇 차례 큰 펀치를 허용했는데 그게 악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을지병원 관계자는 “병원에 도착했을 당시 이미 의식이 없었다. 한 차례 큰 고비는 넘겼지만 여전히 좋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2003년 5월 프로에 데뷔한 배기석은 7승(4KO) 1무 7패를 기록하고 있다. 복싱계는 2007년 12월 프로복서 최요삼이 경기 직후 뇌출혈을 일으켜 숨진 지 2년 6개월 만에 다시 사고가 터져 충격에 휩싸였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2010-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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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빠르다, 부드럽다… ‘영그는 킬러본능’

    “900만 파운드(약 167억 원)에 사고 싶다.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선수다.” 남아공 월드컵이 한창이던 5일 아일랜드의 스타플레이어 출신 해설자 앤디 타운센드는 영국의 한 월드컵 특집 프로그램에 나와 이렇게 말했다. 축구 전문매체 골닷컴은 18일 월드컵에서 활약한 선수 가운데 비용 대비 효과적인 스타 11명을 꼽으며 공격수 자리에 그의 이름을 올렸다. ‘축구 천재’ 박주영(25·AS모나코) 얘기다. 남아공 월드컵을 계기로 그의 주가가 폭등하고 있다. 이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5개 구단이 그의 영입에 관심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예상 몸값도 엄청나다. 2008년 여름 서울에서 모나코로 이적할 당시 받은 200만 유로(약 32억 원)의 3배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핵심 키워드는 ‘유연성과 스피드’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지만 이적설이 터져 나온다는 사실 자체가 박주영의 달라진 위상을 말해 준다. 대체 그의 어떤 매력이 유럽의 내로라하는 구단들을 반하게 만들었을까. 프로축구 8개 구단 스카우트들로부터 그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 스카우트들이 가장 높게 평가한 부분은 바로 유연성. 한 사람당 3개 항목을 꼽은 뒤 1위 3점, 2위 2점, 3위 1점씩을 부여해 합산한 점수에서 유연성은 14점을 얻었다. 황득하 스카우트(수원)는 “박주영이 고등학생일 때부터 지켜봤는데 유연성과 탄력이 아프리카 선수 못지않았다. 차범근 전 감독도 박주영이 뛰던 서울을 상대할 당시 ‘유연하게 돌아서는 주영이의 몸놀림을 정말 막기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두 번째로 높은 점수를 받은 부분은 순간 스피드(11점). 이병근 스카우트(경남)는 “보통 스카우트들이 공격수를 평가할 때 순간 스피드와 볼 컨트롤을 가장 먼저 본다. 박주영은 스피드를 살리면서 볼 컨트롤이 가능한 보기 드문 공격수”라고 평가했다. 남창훈 스카우트(포항)도 “압박이 심한 현대 축구에서 공격수가 살아남기 위한 두 가지 조건은 스피드와 유연성”이라며 “박주영은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수십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선수”라고 강조했다.○ ‘무쇠 몸’으로 진화 축구 지능(7점), 골 결정력(6점), 위치 선정(5점)이 뒤를 이었다. 이평재 스카우트(전남)는 “축구 지능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부분이 많다. 축구 지능을 일반 지능지수로 환산한다면 박주영은 150이 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볼 컨트롤(2점), 헤딩 능력(2점), 창의력(1점)에 점수를 준 스카우트들도 있었다. 대표팀 중앙 수비수 조용형(제주)은 월드컵이 끝난 뒤 “주영이가 상대 장신 수비수들을 앞에 두고서도 제공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거친 몸싸움도 잘했다”며 놀라워했다. 스카우트들도 박주영이 프랑스 리그에서 뛰면서 가장 크게 좋아진 점으로 몸싸움과 헤딩 능력을 꼽았다. 남 스카우트는 “체격이 크고 몸싸움이 좋은 유럽 선수들을 상대하면서 스스로 생존법을 터득한 것 같다. 한땐 ‘후’ 불면 날아갈 것 같았지만 이젠 무쇠 몸이 됐다”고 감탄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2010-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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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ark, 얼굴색만 다른 브라질 선수”

    “어릴 때부터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박주영은 청구고 1학년 때인 2001년 포항, 전남 지역 축구 꿈나무 20명과 함께 브라질로 축구 유학을 떠났다. 당시 함께 갔던 이평재 전 광양제철고 감독(현 전남 스카우트)은 이렇게 말했다. “주영이의 플레이를 지켜본 상대 감독들의 반응은 한결같았죠. 모두 ‘저 아이가 대체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어요.”○ 어린 나이에 이해-집중력 탁월 11개월 동안 브라질의 ‘지쿠(하얀 펠레로 불린 브라질의 전설적인 선수) 축구 교실’에서 유학한 박주영은 전 세계에서 모인 쟁쟁한 꿈나무 사이에서도 금세 두각을 나타냈다. 모든 일정이 끝난 뒤 축구 교실이 내린 선수 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한국 선수는 5명. 그중에서도 박주영은 ‘브라질에서 뛰어도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인정 받은 유일한 선수였다. 깐깐하기로 유명한 축구 교실이었지만 그에게만큼은 ‘몸이 유연하고 축구 센스가 좋다. 점프력과 위치 선정도 발군이다’는 평가를 내렸다. 한국 선수들은 매주 두 차례씩 현지 유소년 클럽 선수들과 경기를 하며 실전 경험을 쌓았다. 다른 선수들은 남미, 유럽 선수들의 개인기와 힘에 눌렸지만 박주영은 반대였다. 스펀지처럼 선진 축구를 흡수했다. ○ 당시 감독 “브라질서도 성공 가능” 당시 한국 선수들을 지도했던 브라질의 자이니 감독은 “축구를 이해하고 공의 흐름을 몸으로 느끼는 선수다. 어린 나이답지 않게 집중력도 좋다”며 극찬했다. 훈련도 가장 열심히 했다. 이 스카우트는 “주위에서 잘한다고 아무리 칭찬해도 씩 웃고 말 뿐 게으름을 부린 적이 없다. 남보다 한 시간 일찍 나와 한 시간 늦게 들어갔다”고 전했다. 또 “평소엔 유순한데 그라운드에만 나서면 싸움닭처럼 승부욕이 엄청났다”고 덧붙였다. 당시 연습경기에서 박주영을 수비했던 한 브라질 선수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이런 말을 했다. “저 선수는 얼굴색만 다르지 브라질 선수보다 더 유연하다. 나중에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2010-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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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카우트들이 본 ‘주가 폭등’ 박주영의 매력

    "900만 파운드(약 167억 원)에 사고 싶다.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선수다." 남아공 월드컵이 한창이던 5일 아일랜드의 스타플레이어 출신 해설자 앤디 타운센드는 영국의 한 월드컵 특집 프로그램에 나와 이렇게 말했다. 축구 전문매체 골닷컴은 18일 월드컵에서 활약한 선수 가운데 비용 대비 효과적인 스타 11명을 꼽으며 공격수 자리에 그의 이름을 올렸다. '축구 천재' 박주영(25·AS모나코) 얘기다. 남아공 월드컵을 계기로 그의 주가가 폭등하고 있다. 이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5개 구단이 그의 영입에 관심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예상 몸값도 엄청나다. 2008년 여름 서울에서 모나코로 이적할 당시 받은 200만 유로(약 32억 원)의 3배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 핵심 키워드는 '유연성과 스피드'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지만 이적설이 터져 나온다는 사실 자체가 박주영의 달라진 위상을 말해 준다. 대체 그의 어떤 매력이 유럽의 내로라하는 구단들을 반하게 만들었을까. 프로축구 8개 구단 스카우트들로부터 그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 스카우트들이 가장 높게 평가한 부분은 바로 유연성. 한 사람 당 3개 항목을 꼽은 뒤 1위 3점, 2위 2점, 3위 1점씩을 부여해 합산한 점수에서 유연성은 14점을 얻었다. 황득하 스카우트(수원)는 "박주영이 고등학생일 때부터 지켜봤는데 유연성과 탄력이 아프리카 선수 못지않았다. 차범근 전 감독도 박주영이 뛰던 서울을 상대할 당시 '유연하게 돌아서는 주영이의 몸놀림을 정말 막기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두 번째로 높은 점수를 받은 부분은 순간 스피드(11점). 이병근 스카우트(경남)는 "보통 스카우트들이 공격수를 평가할 때 순간 스피드와 볼 컨트롤을 가장 먼저 본다. 박주영은 스피드를 살리면서 볼 컨트롤이 가능한 보기 드문 공격수"라고 평가했다. 남창훈 스카우트(포항)도 "압박이 심한 현대 축구에서 공격수가 살아남기 위한 두 가지 조건은 스피드와 유연성"이라며 "박주영은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수십 년에 한번 나올까 하는 선수"라고 강조했다.● '무쇠 몸'으로 진화 축구 지능(7점), 골 결정력(6점), 위치 선정(5점)이 뒤를 이었다. 이평재 스카우트(전남)는 "축구 지능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부분이 많다. 축구 지능을 일반 지능 지수로 환산한다면 박주영은 150이 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볼 컨트롤(2점), 헤딩 능력(2점), 창의력(1점)에 점수를 준 스카우트들도 있었다. 대표팀 중앙 수비수 조용형(제주)은 월드컵이 끝난 뒤 "주영이가 상대 장신 수비수들을 앞에 두고서도 제공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거친 몸싸움도 잘했다"고 놀라워했다. 스카우트들도 박주영이 프랑스 리그에서 뛰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으로 몸싸움과 헤딩 능력을 꼽았다. 남 스카우트는 "체격이 크고 몸싸움이 좋은 유럽 선수들을 상대하면서 스스로 생존법을 터득한 것 같다. 한땐 '후' 불면 날아갈 것 같았지만 이젠 무쇠 몸이 됐다"고 감탄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2010-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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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컴 “한국 조직력, 독일처럼 강했다”

    《지난달 2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블룸폰테인의 프리스테이트 경기장. 월드컵 16강전에서 잉글랜드가 독일에 1-4로 참패한 이날 종료 휘슬이 울린 뒤 카메라에 가장 먼저 비친 얼굴은 파비오 카펠로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이 아니었다. 벤치에 앉아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의 모습이었다. 감독이 되기엔 너무 이른 나이. 하지만 잉글랜드 언론과 팬들은 벌써부터 차기 대표팀 사령탑으로 그의 이름을 첫손가락에 꼽고 있다. ‘꽃미남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35·LA갤럭시) 얘기다. 웹포털 야후의 글로벌 홍보대사인 그가 15일 야후 주최로 영국 런던에서 열린 월드 인터뷰로 전 세계 팬들과 만났다.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 스페인 홍콩 인도 등 19개국 언론사 취재진과 팬들이 첨단 영상회의 시스템으로 90분 동안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동아일보는 한국을 대표해 인터뷰에 참석했다.》○ 한국? 독일처럼 잘 정비된 팀“경기장에서 직접 경기를 모두 봤고 팀의 일원으로 함께 있는 것처럼 느꼈습니다.”월드컵에서 한국 경기를 봤느냐는 질문에 베컴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이렇게 얘기했다. 그는 “한국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항상 인상적인 경기를 펼친 특별한 팀”이라며 “16강 진출은 대단한 업적이자 영광스러운 승리”라고 극찬했다.그는 “특히 한국 선수들의 열정이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한국의 조직력도 높게 평가했다. 독일처럼 하나의 결집된 모습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는 것. 한국 대표팀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선수를 꼽아 달라는 질문엔 잠시 고민하더니 “한 선수만을 고르기 힘들다”고 답했다. 조직력이 좋은 한국은 팀으로 빛이 나 팀 전체를 꼽고 싶다는 게 이유였다.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베컴은 “열광적인 팬들의 환호가 머릿속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또 “당시 나는 ‘모히칸 헤어스타일’(수탉처럼 가운데만 남긴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었는데 젊은 엄마가 똑같은 헤어스타일을 한 아기를 데리고 보러온 게 생각난다”며 웃었다.○ 보물 1호는 아내와 세 아들베컴은 가족 이야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여성그룹 ‘스파이스걸스’ 멤버였던 아내 빅토리아와 세 아들 얘기를 할 때면 흥에 겨워 목소리가 높아졌고 흐뭇한 듯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온몸에 문신을 한 타투 마니아인 그에게 ‘가장 애착이 가는 문신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도 주저 없이 “등에 새겨진 세 아들 이름과 팔에 새겨진 아내 이름 문신”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아들이 문신을 하겠다고 하면 허락할 건가’라고 묻자 “아내가 그걸 좋아할지 모르겠다. 아버지도 문신을 좀 했는데 어머니가 썩 좋아하진 않으셨다”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그는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고 있을 당시 축구장을 찾은 아내와의 첫 만남도 생생하게 기억했다. 너무 부끄러워 처음에 말도 못 붙였던 사연, 첫 키스 장소, 처음 3개월 동안 비밀 만남을 가졌던 추억 등을 회상할 땐 수줍은 듯 얼굴이 붉어졌다. 베컴은 “내 모든 계획의 최우선 순위는 아내와 세 아들”이라며 ‘공인 애처가’다운 면모를 보였다.○ 2014년 월드컵 결승에서 결승골 넣고 싶어베컴은 감독직과 관련해선 시기상조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걸 좋아하지만 아직은 선수로서 열정을 불태우고 싶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가장 인상에 남는 경기를 꼽아 달라는 질문엔 “잉글랜드 대표팀 일원으로 우승을 결정짓는 골을 성공시킨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이라며 뼈 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베컴은 자신을 한마디로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 ‘결단력’이란 단어를 선택했다. “어렸을 때부터 이 단어를 좋아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항상 강조하는 말이죠.”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동영상 = 베컴, 전세계 팬들과 화상인터뷰▼65인치 스크린 3개 연결… 숨소리도 들려▼최첨단 화상회의 시스템 지구 반대편에 있었지만 바로 곁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졌다. 대화를 할 때면 상대방이 손에 닿을 듯 실물 크기로 눈앞에 있었다.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과 전 세계 팬들의 화상 인터뷰 배경엔 최첨단 과학이 숨어 있었다. 미국 네트워크 통신회사인 시스코가 개발한 텔레프레즌스 시스템 덕분이다. 텔레프레즌스는 영상회의 장비와 회의실이 결합된 최첨단 시스템이다. 핵심은 65인치 스크린 3개가 연결된 초고화질(full HD) 비디오 이미지. 상대방 모습이 화상 인터뷰에서도 실제처럼 그대로 구현됐다. 공간지각형 오디오는 베컴의 숨소리까지 들리도록 정교하게 장치돼 대화에 생동감을 더했다. 회의실 내부 인테리어와 조명 등도 최상의 대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제작됐다. 직접 체험한 기자는 마치 베컴과 같은 장소에서 얘기를 나누는 듯한 착각까지 들었다. 시스코코리아 이영미 홍보이사는 “최근 유엔 기후변화회의에서도 텔레프레즌스가 사용됐다. 기업회의는 물론이고 일반인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미래형 회의 시스템”이라고 전했다.}

    • 2010-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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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컴 “한국? 독일처럼 잘 정비된 팀”

    지난달 2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블룸폰테인의 프리스테이트 경기장. 월드컵 16강전에서 잉글랜드가 독일에 1-4로 참패한 이날 종료 휘슬이 울린 뒤 카메라에 가장 먼저 비친 얼굴은 파비오 카펠로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이 아니었다. 벤치에 앉아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의 모습이었다. 감독이 되기엔 너무 이른 나이. 하지만 잉글랜드 언론과 팬들은 벌써부터 차기 대표팀 사령탑으로 그의 이름을 첫 손가락에 꼽고 있다. '꽃미남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35·LA갤럭시) 얘기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야후의 글로벌 홍보대사인 그가 15일 야후 주최로 영국 런던에서 가진 월드 인터뷰를 통해 전 세계 팬들과 만났다.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 스페인, 홍콩, 인도 등 19개국 언론사 취재진과 팬들이 첨단 영상회의 시스템으로 90분 동안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동아일보는 한국을 대표해 인터뷰에 참석했다. ● 한국? 독일처럼 잘 정비된 팀 "경기장에서 직접 경기를 모두 봤고, 팀의 일원으로 함께 있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월드컵에서 한국 경기를 봤느냐는 질문에 베컴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이렇게 얘기했다. 그는 "한국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항상 인상적인 경기를 펼친 특별한 팀"이라며 "16강 진출은 대단한 업적이자 영광스러운 승리"라고 극찬했다. 그는 "특히 한국 선수들의 열정이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한국의 조직력도 높게 평가했다. 독일처럼 하나의 결집된 모습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는 것. 한국 대표팀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선수를 꼽아 달라는 질문엔 잠시 고민하더니 "한 선수만을 고르기 힘들다"고 답했다. 조직력이 좋은 한국은 팀으로 빛이 나 팀 전체를 꼽고 싶다는 게 이유였다.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베컴은 "열광적인 팬들의 환호가 머리 속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또 "당시 나는 '모히칸 헤어스타일(수탉처럼 가운데만 남긴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었는데 똑같은 헤어스타일을 한 젊은 엄마가 아기를 데리고 보러온 게 생각난다"며 웃었다.● 보물 1호는 아내와 세 아들 베컴은 가족 이야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여성그룹 '스파이스 걸즈' 멤버였던 아내 빅토리아와 세 아들 얘기를 할 때면 흥에 겨워 목소리가 높아졌고, 흐뭇한 듯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온 몸에 문신을 한 타투 마니아인 그에게 "가장 애착이 가는 문신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도 주저 없이 "등에 새겨진 세 아들 이름과 팔에 새겨진 아내 이름 문신"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아들이 문신을 하겠다고 하면 허락할 건가"라고 묻자 "아내가 그걸 좋아할지 모르겠다. 아버지도 문신을 좀 했었는데 어머니가 썩 좋아하진 않으셨다"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고 있을 당시 축구장을 찾은 아내와의 첫 만남도 생생하게 기억했다. 너무 부끄러워 처음에 말도 못 붙였던 사연, 첫 키스 장소, 처음 3개월 동안 비밀 만남을 가졌던 추억 등을 회상할 땐 수줍은 듯 얼굴이 붉어졌다. 베컴은 "내 모든 계획의 최우선 순위는 아내와 세 아들"이라며 '공인 애처가'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2014년 월드컵 결승에서 결승골 넣고 싶어 베컴은 감독직과 관련해선 시기상조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걸 좋아하지만 아직은 선수로서 열정을 불태우고 싶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가장 인상에 남는 경기를 꼽아달라는 질문엔 "잉글랜드 대표팀 일원으로 우승을 결정짓는 골을 성공시킨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이라며 뼈 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베컴은 자신을 한 마디로 설명해달라는 질문에 '결단력'이란 단어를 선택했다. "어렸을 때부터 이 단어를 좋아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항상 강조하는 말이죠."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2010-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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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팀 10명이 “얍 ”… 재미있는 태권도

    13일 경북 영천체육관. 홍팀 중량급 선수가 묵직한 돌려차기를 날리자 키가 20cm 이상 작은 청팀 경량급 선수가 날렵한 뒤차기로 응수해 2점을 획득했다. 힘과 스피드의 대결에서 스피드가 승리하는 순간 플로어 옆에서 지켜보던 홍팀 감독이 교체를 의미하는 빨간 깃발을 들어올렸다. 중량급 선수가 머쓱한 표정으로 내려가자 이번엔 날렵한 경량급 선수가 등장했다. 청팀 경량급 선수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자 청팀 감독도 새로운 교체 카드로 응수했다. 경기 내내 감독과 동료 선수들은 목청이 터져라 작전을 지시했다. 관중석의 열기도 후끈 달아올랐다. 발차기가 오갈 때마다 환호와 탄식이 교차했다. 한 40대 여성은 “어제 우연히 단체전 경기를 본 뒤 너무 재미있어서 다시 체육관을 찾았다. 태권도가 이렇게 박진감 넘치는 운동인 줄 몰랐다”며 활짝 웃었다. 제1회 국제클럽오픈태권도대회(한국실업태권도연맹, 영천시, 경북태권도협회 공동 주최)가 영천에서 열렸다. 60여 개국에서 온 3000여 명의 선수가 9∼13일 태권도로 ‘별의 도시’ 영천을 뜨겁게 달궜다. 이번 대회의 백미는 역시 단체전. 그동안 실업대회에서 단체전을 이벤트 경기로 한 적은 있지만 국제대회로 격상시켜 본격적으로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재미있는 태권도’란 대회 슬로건에 맞춰 규칙도 새롭게 다듬어졌다. 5인조의 경우 전반전엔 양팀에서 5명(선봉 전위 중견 후위 주장)이 차례로 나서 1분씩 실력을 겨뤘다. 단체전의 하이라이트는 후반전이었다. 10분 경기에서 선수 교체는 자유. 감독의 교체 신호에 따라 한 선수가 10분을 뛸 수도, 1초 만에 교체될 수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양팀 간 치열한 전략싸움이 볼거리를 더했다. 단국대 태권도학과 이재구 코치는 “단체전에선 상대 선수가 자주 쓰는 발동작이나 습관 하나하나까지 꼼꼼히 파악하면 경량급 선수도 중량급 선수를 쓰러뜨릴 수 있다”며 웃었다. 또 경기가 느슨해질 만하면 쉼 없이 선수가 교체돼 관객들의 흥미를 끌었다. 5초 안에 공격하지 않으면 경고를 주고 머리 공격 등에 점수를 후하게 준 것도 박진감 넘치는 태권도를 이끌어 낸 요인이란 평가. 김태일 실업연맹 회장은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단체전에 대한 국내외 평가가 아주 좋다”며 “앞으로 더욱 발전시키면 국가 간 자존심을 겨루는 태권도 ‘월드리그’ 창설도 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영천=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태권+마상무예… 2대2 겨루기… “아이디어 넘쳐요”▼‘말을 탄 사람이 활을 쏜다. 도복을 입은 시범 단원이 품새 동작으로 능숙하게 활을 막아 낸다. 기마 무인과 태권 무인과의 한판 승부가 펼쳐진다.’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한국실업태권도연맹이 구상 중인 태권도 콘텐츠 가운데 하나다. 태권도에 ‘재미’를 입히기 위한 실업연맹의 노력은 이번 국제클럽오픈태권도대회에서 단체전 등을 통해 가능성을 확인하며 탄력을 받았다. 실업연맹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콘텐츠는 태권도와 마상무예(말을 탄 상태에서 창 검 활 등을 사용하는 전통무예)를 결합한 ‘태권마상무예’. 태권도의 화려한 동작과 마상무예의 역동성을 모두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태권도 시범이다. 팀별로 2명씩 동시에 출전해 겨루기를 하는 ‘2 대 2 겨루기’도 새로운 시도다. 2 대 2 겨루기는 실업대회에서 시범종목으로 이미 몇 차례 선보여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다소 단조롭고 직선적인 공격 위주인 일대일 겨루기에 비해 여러 방향에서 입체적인 공격이 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매력. 팀원끼리 호흡을 맞춰 협공을 할 수 있어 다양한 전략을 짜는 것도 가능하다. 좀 더 규칙을 정비해 부상의 위험성만 낮춘다면 대표 인기종목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평가다. 수십 명이 한꺼번에 나와 겨루기로 최후의 승자를 가리는 ‘서바이벌 격투 배틀’도 새롭게 구상 중인 콘텐츠. 실업연맹은 기존 사각 경기장보다 큰 원형경기장에서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하겠다는 생각이다. 이 밖에 태권도에 발레나 비보이 공연 등을 결합한 ‘퓨전 태권도 시범’ 등도 검토하고 있다.}

    • 2010-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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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주영 “이젠 유럽서 성원에 보답”

    박주영(25·AS모나코)의 표정은 밝았다. 우루과이와의 월드컵 16강전에서 좌절했던 아쉬움은 이미 훌훌 털어낸 모습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그는 “월드컵 기간 국민들이 보내준 뜨거운 성원을 기억하고 있다. 이제 유럽 무대에서의 활약으로 그 성원에 보답할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의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이끈 박주영이 11일 인천 월드컵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프랑스 1부 리그의 강호 모나코와 가진 친선 경기에 출전했다. 월드컵 이후 휴식을 취하고 있는 박주영은 선발 출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벤치에 앉아 있는 그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가끔 대형 화면에 그의 얼굴이 잡힐 때마다 환호성을 질렀다. 박주영은 수줍은 듯 밝은 미소로 팬들의 환호에 화답했다. 박주영은 컨디션이 좋지 않았음에도 후반 30분 그라운드를 밟았다. 15분이라는 짧은 시간. 경기에 앞서 따로 훈련할 여유도 없었지만 특유의 날카로운 몸놀림은 살아 있었다. 간결한 드리블과 예리한 시야도 돋보였다. 경기가 끝난 뒤 박주영은 “특별한 날, 특별한 경기에서 함께 뛰는 동료들과 한국 팬들에게 인사를 드려 만족한다.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 라콩브 모나코 감독은 “박주영의 나라에 와서 경기해 즐거웠다. 박주영의 몸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서 15분 동안만 뛰게 했는데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경기에선 양 팀이 2-2로 비겼다. 인천은 전반 2골을 허용했지만 후반 도화성과 이세주가 골을 터뜨렸다. 수원 윤성효 감독 데뷔전 日팀과 친선경기 0-0 비겨한편 이날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일본 우라와 레즈의 친선경기도 0-0으로 비겼다. 차범근 감독의 뒤를 이어 지난달 수원 사령탑을 맡은 삼성 윤성효 감독(48)은 데뷔전에서 승리를 신고하지 못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2010-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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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축구인생 다시 시작됐다”

    “정말 오랫동안 기다렸는데….” 힘겹게 이 말을 내뱉은 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큰 한숨을 내쉰 그의 눈엔 눈물이 글썽거렸다. 그는 “내가 생각했던 월드컵은 이게 아니다. 당분간은 정리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며 힘겹게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빠져나갔다. 지난달 27일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에서 열린 월드컵 16강전 직후였다. 한국이 우루과이에 1-2로 패한 이날 ‘라이언 킹’ 이동국(31·전북·사진)이 12년을 기다린 월드컵도 끝이 났다. 월드컵 휴식기를 거친 뒤 재개된 K리그 전북-대구 경기가 열린 10일 전주 월드컵경기장. 전북은 그를 환영하는 의미에서 이날을 ‘라이언 킹 데이’로 지정했다. 어린이 팬들은 이동국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었다. 서포터스들은 ‘이동국 송’을 부르며 경기장을 달궜다. 후반 초반 마침내 이동국이 모습을 드러내자 1만2000여 명의 팬은 일제히 환호했다. 지난 시즌 K리그 득점왕 이동국에게 ‘정리할 시간’은 많이 필요치 않았다. 전북이 2-0으로 앞선 후반 9분 김형범을 대신해 들어간 그는 교체 투입 22분 만에 3-0으로 앞서는 쐐기 골을 터뜨렸다. 루이스의 슈팅이 상대 골키퍼 손에 맞고 나오자 오른발 슛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그는 후반 추가 시간에는 재치 있는 로빙슛으로 상대 골네트를 다시 흔들며 넘치는 ‘킬러 본능’을 과시했다. 경기가 끝난 뒤 그는 부담을 털어낸 듯 홀가분한 표정을 지었다. “경기장에 걸린 대형 현수막을 보고 상당히 놀랐다. 홈팬들의 응원이 많은 힘이 됐다”며 웃었다. 또 “월드컵이 끝난 뒤 주변에서 격려를 많이 해줘 눈물이 날 만큼 고마웠다. 월드컵은 끝났지만 내 축구 인생은 다시 시작”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디펜딩 챔피언 전북은 전반 27분과 후반 6분 터진 로브렉의 두 골과 이동국의 두 골을 묶어 4-0으로 승리하며 앞선 3경기 1무 2패의 부진에서 벗어났다. 5승 4무 2패(승점 19)로 6위. 대구는 2승 2무 7패(승점 8)로 14위. 포항 스틸러스는 전남 드래곤즈와의 홈경기에서 1-1로 비겼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다 국내로 유턴한 설기현(포항)은 K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최근 9경기 3무 6패에 머문 포항은 2승 4무 6패(승점 10)로 11위. 전남은 3승 3무 6패(승점 12)로 한 계단 높은 10위.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2010-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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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풀었다! 獨한 징크스… 걸렸다! 아르헨 저주

    정말 지독하게 인연이 없었다. 유럽 정상급 초호화 멤버, 예선을 가볍게 통과하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지니고도 본선무대에만 서면 작아졌다. 월드컵 80년 역사에서 이 팀이 거둔 최고 성적은 4위. ‘무적함대’란 별명으로 자신만만하게 결전의 땅에 입성했지만 대회가 끝날 때면 ‘새가슴’이란 손가락질을 받곤 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월드컵 출전 사상 처음으로 결승 무대를 밟으며 한을 풀었다. 8일 남아공 더반의 모저스마비다 경기장에서 열린 준결승에서 독일을 1-0으로 꺾은 스페인 얘기다. 스페인의 결승 진출은 독일 징크스를 털고 이룬 성과라 기쁨이 더 컸다. 역대 월드컵에서 스페인은 독일을 한 번도 잡지 못했다. 그동안 세 번 만나 2무 1패. 독일의 캡틴 필리프 람(바이에른 뮌헨)은 경기를 앞두고 “스페인은 최강의 상대지만 우리는 월드컵 본선에서만큼은 스페인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게다가 독일은 월드컵 3회 우승, 4회 준우승에 빛나는 토너먼트의 절대 강자. 이번 월드컵까지 3회 연속 4강에 진출하며 그 명성을 이어갔다. 젊은 피로 수혈을 받은 ‘신형전차’ 독일은 어느 때보다 강했다. 하지만 스페인의 ‘점유율 축구’는 독일을 압도했다. 시종일관 경기를 지배한 끝에 수비수 카를레스 푸욜(바르셀로나)의 한 방으로 독일 징크스를 훌훌 털었다. 경기가 끝난 뒤 비센테 델보스케 스페인 감독은 “이제 스페인 축구가 정상에 오를 때가 됐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독일은 아르헨티나 징크스에 또 울었다. 독일은 자국에서 열린 2006년 월드컵 8강전에서 아르헨티나를 꺾고 준결승에 올랐지만 이탈리아와 연장 승부 끝에 0-2로 무릎을 꿇었다. 이번에도 8강전에서 아르헨티나를 4-0으로 대파했지만 스페인 벽을 넘지 못했다. ‘월드컵 토너먼트에서 아르헨티나를 꺾은 팀은 다음 경기에서 패한다’는 징크스가 독일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아르헨티나가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제외하곤 루마니아(1994년 미국), 네덜란드(1998년 프랑스)도 아르헨티나를 꺾은 뒤 고배를 마셔 1994년부터 이 징크스는 이어져왔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2010-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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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神인들 알았을까 그라운드의 반전을

    “월드컵은 각본 없는 드라마다.” 브라질의 축구황제 펠레가 자주 하는 말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도 대회 전의 예상을 깨는 극적인 반전 드라마가 연출돼 팬들을 웃고 울렸다. 남아공 월드컵 ‘최고의 반전, 최악의 반전’ 베스트 3를 꼽아봤다.○ 최고의 반전③조별리그 통과도 힘들다? ‘죽음의 조’ A조에 속했던 우루과이에 대한 대회 직전 평가였다. 남미 예선에서 5위로 턱걸이해 플레이오프까지 치른 우루과이의 본선 경쟁력에 대해선 자국 언론마저 회의적이었다. 한 일간지는 ‘브라질, 아르헨티나와 달리 큰 대회 경험이 적은 우루과이는 세계의 벽을 넘기 힘들다’며 냉소했다. 하지만 이를 비웃듯 우루과이는 두 팀의 성적을 훌쩍 뛰어넘었다. 예선에서 21골을 내줘 ‘구멍’으로 지적받은 수비라인은 본선에서 철벽 수비진으로 거듭났다.②감독부터 바꿔라? 그 감독이 어느새 국민 영웅이 됐다. 월드컵 조 추첨 뒤 일본의 오카다 다케시 감독이 “4강이 목표”라고 하자 전 세계가 코웃음을 쳤다. 평가전에서 1무 4패로 부진할 땐 퇴진운동까지 일어났다. 하지만 본선이 시작되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강호 카메룬, 덴마크를 연파했다. ‘지루한 수비축구’라던 비난은 ‘세련된 실리축구’란 찬사로 바뀌었다. 16강전에서 파라과이에 승부차기 끝에 석패했지만 일본은 행복한 6월을 보냈다.①역대 최약체 라인업? 대회 전 전문가들은 “독일이 아무리 토너먼트 강자라지만 이번만은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부 주축 선수는 노쇠한 데다 신예들은 검증되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 설상가상으로 대회 직전엔 미하엘 발라크마저 부상당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아니었다. 기계 같은 조직력에 스피드, 개인기까지 가미된 ‘신형 전차’의 거침없는 질주에 잉글랜드, 아르헨티나 등이 줄줄이 희생양이 됐다. 이제는 요아힘 뢰프 독일 감독의 패션 스타일까지 화제가 되고 있다.○ 최악의 반전③이번만은 다르다?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뻥 축구’는 여전했다. 고질적인 골키퍼 문제는 끝까지 발목을 잡았다. 대회 전만 해도 초호화 멤버를 보유한 잉글랜드의 기세는 하늘을 찔렀다. 유럽 예선에서 터뜨린 34골은 본선 진출국 가운데 최다. 하지만 이번에도 아니었다. 간신히 16강에 오르더니 독일전 1-4 패배란 대형 참사로 44년 만의 우승 대신 민망한 귀국길에 올랐다. 잉글랜드 팬들은 지금 스트라이커 웨인 루니의 시원한 골 소식 대신 수비수 애슐리 콜의 스캔들 소식을 들으며 한숨을 쉬고 있다.②나라면 기꺼이 돈 내고 보겠다? 8강전을 앞두고 네덜란드의 축구 영웅 요한 크라위프가 “브라질 경기는 돈 내고 볼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카를루스 둥가 브라질 감독은 “이기는 게 재미있는 축구”라며 화려한 공격 대신 탄탄한 수비에 기반을 둔 실리축구를 계속할 뜻을 밝혔다. 네덜란드와의 8강전 전반까지만 해도 그의 뜻대로 되는 듯했다. 하지만 후반 동점골에 역전골까지 허용하자 브라질 선수들은 공격하는 법을 잊은 듯 허둥대다 결국 무릎을 꿇었다. 브라질 축구협회는 ‘승리’란 면죄부를 잃은 둥가에게 기다렸다는 듯 해임을 통보했다.①그래도 챔피언인데? 2회 연속 우승을 노리지 않았더라면 차라리 덜 부끄러웠을 듯하다. 디펜딩 챔피언 이탈리아는 그래도 4강까진 무난할 것으로 보였다. 조 편성도 좋았다. 그러나 노쇠한 빗장 수비는 3경기도 버티지 못했다. 파라과이, 뉴질랜드에 비기면서 불길한 조짐을 보이더니 슬로바키아에 3골이나 내주며 조기 탈락했다. 지난 대회 준우승팀 프랑스는 더 심하다. 조별리그 1무 2패로 다른 팀들의 승점 제조기 역할만 했다. 대회 기간 내내 시끄러웠던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불협화음은 아직도 정리가 안 됐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2010-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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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컵 ‘최고, 최악의 반전’ 베스트3는

    "월드컵은 각본 없는 드라마다." 브라질의 축구 황제 펠레가 자주 하는 말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도 대회 전 예상을 깨는 극적인 반전 드라마가 연출돼 팬들을 웃고 울렸다. 남아공 월드컵 '최고의 반전, 최악의 반전' 베스트 3을 꼽아봤다.● 최고의 반전③조별리그 통과도 힘들다? '죽음의 조' A조에 속했던 우루과이에 대한 대회 직전 평가였다. 남미 예선에서 5위로 턱걸이 해 플레이오프까지 치른 우루과이의 본선 경쟁력에 대해선 자국 언론마저 회의적이었다. 한 일간지는 "브라질, 아르헨티나와 달리 큰 대회 경험이 적은 우루과이는 세계의 벽을 넘기 힘들다"고 냉소했다. 하지만 이를 비웃듯 우루과이는 두 팀의 성적을 훌쩍 뛰어넘었다. 예선에서 21골을 내줘 '구멍'으로 지적받은 수비라인은 본선에서 철벽 수비진으로 거듭났다.②감독부터 바꿔라? 그 감독이 어느새 국민 영웅이 됐다. 월드컵 조 추점 뒤 일본의 오카다 다케시 감독이 "4강이 목표"라고 하자 전 세계가 코웃음을 쳤다. 평가전에서 1무 4패로 부진할 땐 퇴진 운동까지 일어났다. 하지만 본선이 시작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강호 카메룬, 덴마크를 연파했다. '지루한 수비축구'라던 비난은 '세련된 실리축구'란 찬사로 바뀌었다. 16강전에서 파라과이에 승부차기 끝에 석패했지만 일본은 행복한 6월을 보냈다.①역대 최약체 라인업? 대회 전 전문가들은 "독일이 아무리 토너먼트 강자라지만 이번만큼은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부 주축 선수들은 노쇠한데다 신예들은 검증되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 설상가상으로 대회 직전엔 미하엘 발라크마저 부상으로 잃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아니었다. 기계 같은 조직력에 스피드, 개인기까지 가미된 '신형 전차'의 거침없는 질주에 잉글랜드, 아르헨티나 등이 줄줄이 희생양이 됐다. 이제는 요아힘 뢰프 독일 감독의 패션 스타일까지 화제가 되고 있다.●최악의 반전③이번만큼은 다르다?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뻥 축구'는 여전했다. 고질적인 골키퍼 문제는 끝까지 발목을 잡았다. 대회 전만 해도 초호화 멤버를 보유한 잉글랜드의 기세는 하늘을 찔렀다. 유럽 예선에서 터뜨린 34골은 본선 진출국 가운데 최다. 하지만 이번에도 아니었다. 간신히 16강에 오르더니 독일 전 1-4 패배란 대형 참사로 44년 만의 우승 대신 민망한 귀국길에 올랐다. 잉글랜드 팬들은 지금 스트라이커 웨인 루니의 시원한 골 소식 대신 수비수 애슐리 콜의 스캔들 소식을 들으며 한숨을 쉬고 있다.②나라면 기꺼이 돈 내고 보겠다? 8강전을 앞두고 네덜란드의 축구 영웅 요한 크라위프가 "브라질 경기는 돈 내고 볼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둥가 브라질 감독은 "이기는 게 재미있는 축구"라며 화려한 공격 대신 탄탄한 수비에 기반을 둔 실리축구를 계속할 뜻을 밝혔다. 네덜란드와의 8강전 전반까지만 해도 그의 뜻대로 되는 듯했다. 하지만 후반 동점골에 역전골까지 허용하자 브라질 선수들은 공격하는 법을 잊은 듯 허둥대다 결국 무릎을 꿇었다. 브라질 축구협회는 '승리'란 면죄부를 잃은 둥가에게 기다렸다는 듯 해임을 통보했다.①그래도 챔피언인데? 2회 연속 우승을 노리지 않았더라면 차라리 덜 부끄러웠을 듯하다. 디펜딩 챔피언 이탈리아는 그래도 4강까진 무난할 것으로 보였다. 조 편성도 좋았다. 그러나 노쇠한 빗장 수비는 3경기도 버티지 못했다. 파라과이, 뉴질랜드에 비기며 불길한 조짐을 보이더니 슬로바키아에 3골이나 내주며 조기 탈락했다. 지난 대회 준 우승팀 프랑스는 더 심하다. 조별리그 1무 2패로 다른 팀들의 승점 제조기 역할만 했다. 대회 기간 내내 시끄러웠던 선수, 코칭스태프의 불협화음은 아직도 정리가 안 됐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2010-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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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 월드컵]氣센 유럽 3총사 技도 세졌다

    《“유럽의 자존심을 살렸다.” 남아공 월드컵 8강전이 끝난 뒤 유럽 주요 언론은 일제히 이 말을 전했다. 반면 남미는 우울해졌다. 8강까지 4개 팀이 이름을 올리며 득의양양했지만 8강전에서 남미의 ‘양대 산맥’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짐을 쌌고 이제 우루과이만 남았다. 코파아메리카(남미의 국가대항전)가 될 뻔한 이번 월드컵에서 유럽을 구한 삼총사는 스페인과 독일, 네덜란드. 특히 이 세 팀은 부진한 경기력으로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긴 프랑스, 이탈리아, 잉글랜드 등 전통의 유럽 축구 강국과 대조돼 더 빛났다.》○ 기술이 다르다유럽 축구 강호들의 엇갈린 ‘명암(明暗)’은 우연이 아니다.이번 대회를 보면 수비를 탄탄하게 한 뒤 역습을 노리는 실리 축구가 하나의 흐름이 됐다. 특히 ‘잠그는’ 축구에 일가견이 있는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 남미 팀은 이런 전술로 만족스러운 성적표를 얻었다. 상대 팀에 대한 정보도 넘쳐나 수비수들에겐 더 유리해진 상황. 기존 유럽 축구의 장점인 좋은 신체조건과 힘만으론 이제 세계 축구를 지배할 수 없게 됐다.스페인은 ‘유럽의 브라질’로 불릴 만큼 세밀한 축구로 유명하다. 네덜란드 역시 화려한 기술 축구가 장점. 힘과 조직력으로 대표되던 독일도 메주트 외칠(브레멘), 토마스 뮐러(바이에른 뮌헨) 등 창의력과 개인기가 좋은 자원들이 합류하며 힘과 기술이 접목됐다.결국 기술 축구가 접목된 국가만 살아남았다는 얘기다. 실제 이들 국가는 세밀함의 척도인 패스 성공률에서 다른 유럽 국가에 앞섰다. 특히 빠르고 날카로운 공격의 연결 고리인 중간거리 패스 성공률에서 그 차이가 뚜렷했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 상대적으로 긴 패스에 의존한 ‘뻥 축구’를 구사한 팀들은 성적이 초라했다(표1 참조).슈팅의 질도 달랐다. 기술이 뒷받침된 세 국가는 반발력이 좋아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인구 자불라니를 잘 다뤘다. 상대적으로 높은 유효슈팅 비율이 이를 증명해주는 지표다(표2 참조). 유효슈팅을 득점으로 연결하는 비율에서도 독일(37.1%), 네덜란드(26.5%), 스페인(17.1%)은 잉글랜드(9.7%), 프랑스(9%) 등을 압도했다.○ 크로스가 다르다수비 축구를 뚫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무엇일까. 측면 크로스가 정답이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선수비, 후공격’의 전술을 쓸 경우 중앙 수비 라인은 빈틈을 찾을 수 없을 만큼 촘촘해진다”며 “결국 날카로운 측면 크로스가 돌파구”라고 말했다.안드레스 이니에스타(바르셀로나), 다비드 실바(발렌시아) 등 패스 마스터가 넘쳐나는 스페인은 경기당 크로스 시도가 25개로 본선 진출국 가운데 단연 최고. 뮐러, 외칠 등 공격 자원 외에도 필리프 람(바이에른 뮌헨) 등 수비수들의 오버래핑에 이은 크로스 능력까지 좋은 독일(32%)도 높은 크로스(측면 세트피스 상황 프리킥까지 포함) 성공률을 자랑했다. 아르연 로번(바이에른 뮌헨) 등 개인기와 스피드가 좋은 측면 공격수들을 보유한 네덜란드(30%) 역시 크로스 성공률이 높았다. 반면 측면 공격수 문제로 고민이 컸던 잉글랜드, 프랑스 등은 정확도가 떨어지는 크로스로 일관하며 공격을 제대로 풀어가지 못했다(표3 참조).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2010-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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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변과 충격의 월드컵 8강전… 키워드로 정리한 명승부

    《8분의 4→4분의 1. 이틀 만에 극적인 반전이 이뤄졌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돌풍을 일으키던 남미 팀들이 유럽의 역풍을 맞아 기세가 꺾였다. 남미는 본선 진출 5개팀 가운데 4개팀이 8강까지 오르며 기세등등했지만 3, 4일 열린 8강전에서 3개팀이 패배하며 고개를 숙였다.》 ■ ‘失’利축구둥가 감독의 실리축구 실책 - 퇴장에 무너져전반 10분 호비뉴(산투스)의 선제골로 1-0으로 앞선 브라질. 화끈한 공격 대신 탄탄한 수비와 조직력을 택한 둥가 감독의 실리 축구에서 한 골은 충분해 보였다. 하지만 후반 8분 브라질 미드필더 펠리피 멜루(유벤투스)의 머리가 이변의 서곡을 알렸다. 네덜란드 베슬러이 스네이더르(인터 밀란)가 올린 크로스를 걷어낸다고 한 게 그의 머리를 스치며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스네이더르의 골로 인정됐지만 자책골이나 다름없었다.멜루와 충돌하며 균형을 잃은 브라질 골키퍼 줄리우 세자르(인터 밀란)는 망연자실한 채 그만 바라봤다. 행운의 동점골을 얻고 기세를 탄 네덜란드는 후반 23분 스네이더르가 헤딩 역전 골까지 터뜨리며 2-1로 거함 브라질을 침몰시켰다. 호비뉴의 동점골을 어시스트한 멜루는 후반 28분에는 불필요한 반칙으로 퇴장까지 당하며 고개를 숙였다. ■ ‘手’아레스손으로 슛막은 수아레스 승리 공신 돼 ‘국민영웅’연장 후반 종료 직전. 가나의 도미니크 아디이아(AC 밀란)가 회심의 헤딩슛을 날렸다. 골키퍼까지 쓰러져 있던 상황. 볼은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타난 손이 그 볼을 막았다. 손의 주인공은 우루과이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아약스). 주심은 수아레스에게 퇴장을 명령했고 가나엔 페널티킥이 주어졌다. 전반 가나의 선제골과 후반 우루과이의 동점골로 스코어는 1-1. 이 페널티킥만 성공하면 경기는 가나의 승리로 돌아가는 상황. 하지만 아사모아 기안(렌)의 킥은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퇴장당해 경기장 밖으로 나간 수아레스는 펄쩍펄쩍 뛰며 기뻐했다. 극적으로 기사회생한 우루과이는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가나를 4-2로 꺾고 40년 만에 월드컵 4강 신화를 썼다. ‘신의 손’ 수아레스는 퇴장으로 한 경기 출장 정지를 당했지만 국민 영웅이 됐다. ■ 혼절 탱고개인기에 의존 아르헨 전략부재로 최악 참패경기 전 요아힘 뢰프 독일 감독의 표정은 언제나 그랬듯 얼음같이 냉정했다. 반면 디에고 마라도나 아르헨티나 감독은 선수들을 일일이 포옹하며 키스를 해줬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마라도나 감독은 선수들을 안으며 입을 맞췄다. 하지만 표정은 일그러졌고 눈물이 글썽거렸다. 그는 “무하마드 알리에게 얻어맞은 듯 힘이 다 빠졌다. 나는 내일 팀을 떠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전차 군단 독일이 아르헨티나를 4-0으로 꺾었다. 뢰프 감독은 뛰어난 패션 감각 못지않게 치밀한 전략으로 ‘지적인 승부사’란 별명을 얻었다. 초보 사령탑 마라도나 감독은 승리를 호언장담했지만 그의 전략은 그 말을 따라주지 못했다. 약속된 전술 없이 개인기에 의존하던 공격수들은 독일의 철벽 수비에 꽁꽁 묶였다. 수비수들은 독일의 폭풍 같은 공격에 넋을 잃고 공간을 내줬다. 독일은 잉글랜드와의 16강전(4-1승)에 이어 또 한번 대승을 거뒀다. ■ PK 無情양팀 다 페널티킥 실축 후반 막판 비야 결승골기회는 파라과이가 먼저 잡았다. 후반 14분 스페인 수비수의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얻었다. 하지만 오스카르 카르도소(벤피카)의 슛은 스페인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레알 마드리드)의 선방에 막혔다. 3분 뒤엔 스페인이 파라과이의 반칙으로 똑같은 찬스를 얻었다. 키커로 나선 사비 알론소(레알 마드리드)는 침착하게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심판은 슈팅 전에 스페인 선수들이 먼저 페널티 지역으로 들어왔다고 판단해 그 슛을 무효로 선언했다. 알론소의 다음 슈팅은 파라과이 골키퍼에게 막혔다. 양팀의 운명은 후반 38분에 갈렸다. 다비드 비야(바르셀로나)가 이번 대회 다섯 번째 골을 터뜨리며 스페인에 1-0 승리를 선물했다. 스페인은 60년 만에 준결승에 올라 무관의 제왕에서 벗어날 기회를 잡았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2010-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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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숫자로 본 ‘제2 홍명보’ 조용형

    지난달 26일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만델라베이 경기장. 한국 축구대표팀은 16강전에서 우루과이를 만나 1-2로 아쉽게 졌다. 하지만 이날 등번호 4번을 단 태극전사의 플레이는 마치 현역 시절 ‘아시아의 리베로’ 홍명보(올림픽대표팀 감독)를 보는 듯 인상적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우루과이 공격수 디에고 포를란(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은 “특히 4번의 플레이가 눈에 띄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세계적인 공격수 포를란이 지목한 4번은 ‘제2의 홍명보’로 불리는 조용형(27·제주)이다. 월드컵이 끝난 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그를 2일 경기 고양시에 있는 그의 에이전트 사무실에서 만났다.○ 스페셜 넘버 4 조용형에게 숫자 4는 특별한 의미다. 그는 “원래 좋아하는 숫자였는데 프로에 온 뒤 계속 4번을 달고 뛰면서 더 애착이 간다”며 웃었다. 축구를 처음 시작한 것도 초등학교 4학년. 육상부였던 그를 눈여겨본 당시 축구부 감독의 권유로 운동화를 바꿔 신었다. 축구 선수로서 그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도 4명이다. 먼저 부평동중 시절 그를 지도했던 신호철 감독. 조용형은 “감독님께선 당시 혹독하다 싶을 만큼 기본기를 강조했다. 지금 나의 장점은 그때 모두 습득한 것”이라고 말했다. 첫 프로 팀인 부천 SK 사령탑이었던 정해성 현 대표팀 수석코치와 부평고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이천수(오미야), 대표팀에서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한 이영표(알 힐랄) 등도 그가 꼽은 사람들이다.○ 공포의 숫자 10 수비수들에게 10은 공포의 숫자다. 보통 팀 내 공격의 핵심이 10번을 단다. 월드컵을 거치면서 그에게도 10번은 잊지 못할 숫자가 됐다. 먼저 태극전사들에게 패배의 쓴맛을 안겨 준 아르헨티나의 10번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조용형은 “드리블이 좋고 무게중심도 낮고 빠르다는 걸 알면서도 눈뜨고 당했다. 메시만 신경 쓰다 다른 쪽 선수를 놓친 것도 안타깝다”고 했다. 또 “수비수는 보통 공격수의 첫 번째 볼 터치를 보고 수준을 가늠하는데 메시의 볼 터치는 인간의 경지를 넘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우루과이의 10번 포를란도 잊지 못할 상대. 조용형은 “경기 당일 컨디션이 좋아 보이지 않았는데 결국 도움도 기록하고 자기 역할을 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그리운 숫자 23 23명의 태극전사들은 월드컵을 치르면서 가족처럼 특별한 사이가 됐다. 조용형에게도 마찬가지. 그는 “최고의 선후배들과 월드컵이란 무대를 함께 밟았다는 사실 자체가 영광”이라며 웃었다. 안타까운 순간도 있었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오범석(울산) 차두리(셀틱) 등이 일부 누리꾼의 ‘악플’에 시달릴 땐 자기 일처럼 힘들었다고 한다. 아르헨티나전 실축 한 번으로 비난을 받은 ‘절친(절친한 친구)’ 염기훈에겐 “그때 골을 넣었으면 엄청난 인터넷 댓글 대신 영웅 대접을 받았을 것”이라며 농담했지만 마음이 아팠다. 그는 “나 역시 얼마 전까지 ‘자동문’이라는 등 비난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그리고 45 대표팀 캡틴 박지성은 최근 그의 자서전에서 “나는 지금 축구 인생에서 후반 20분을 뛰고 있다”고 밝혔다. 조용형은 어떨까. 잠시 생각하더니 “전반 45분 끝나고 딱 후반 시작할 무렵”이라고 말했다. “전 뒤늦게 빛을 봤어요. 전반 30분이 지나서야 제 플레이를 하게 됐죠. 후반엔 좀 더 큰 무대에서 계속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고양=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2010-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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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극전사 휴식 백태

    열심히 일한 당신 쉬어라. 남아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의 대업을 이루고 금의환향한 태극전사들이 꿀맛 같은 휴식에 들어갔다.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서 월드컵을 치른 선수들에게 이번 휴식기는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다. 태극전사들은 휴식기를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바쁘다 바빠…마당발형 월드컵 기간만큼 바쁜 휴식기를 보내고 있는 선수들이다. 월드컵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캡틴’ 박지성이 대표적이다. 2일 첫 공식 일정으로 경기도청과 수원시청을 방문했고 구리주니어클럽과 수원삼성리틀윙즈클럽 유소년 축구선수 12명도 만났다. 3일엔 안산에서 열릴 할렐루야와의 다문화가정 돕기 자선경기에 나선다. 24일엔 ‘박지성 유소년 축구센터’ 준공식에 참석한다. 조용형 정성룡은 월드컵 후 쇄도하는 인터뷰 요청에 연예인 뺨치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조용형은 귀국 후 하루 3개 이상의 인터뷰를 진행하며 높아진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정성룡도 밀려드는 인터뷰 요청에 월드컵 기간에 태어난 아들 ‘사랑이’를 볼 시간도 부족하다고 한다.○ 최고의 휴식처는 집…가정충실형 대외 활동을 접고 휴식에 전념하는 태극전사도 많다.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부족했던 가족과의 시간을 많이 갖는 게 최고라는 가정충실형이다. 이동국은 모든 외부 일정을 접고 아내, 부모님과 함께 경기도 인근 조용한 장소로 여행을 떠났다. 염기훈은 임신 중인 아내를 극진히 돌보며 못 다한 남편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입덧이 심한 아내를 위해 집안일을 도맡아 하면서 따뜻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연일 계속된 합숙으로 떨어진 체력을 ‘집 밥’으로 보충하는 선수들도 있다. “집 밥이 보약”이라는 김형일은 김치찌개, 돈가스 등 사랑 가득한 ‘어머니표 밥상’을 앞에 놓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번 겨울 결혼 예정인 여자친구를 집으로 초청해 어머니와 함께 미래 계획도 세웠다. 이정수는 오랜만에 가족들과 야식을 함께한 후 장염에 걸려 병원까지 다녀왔다. 박주영은 에이전트와도 연락을 끊고 두문불출하며 가족과 휴식에 전념하고 있다.○ 소속팀에 보답을…결초보은형 반면 월드컵 때 출전 시간이 적었던 선수들은 소속팀 복귀를 위해 몸만들기에 들어갔다. 김보경은 휴가도 반납하고 예정보다 이른 2일 소속팀인 일본 오이타로 복귀했다. 김동진은 풋살과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국내 복귀 때 많은 배려를 해줬던 울산의 우승을 위해 디나모 모스크바의 영입 제안도 거절했다. 강민수는 본가가 있는 일산에서 구단 트레이닝센터가 있는 수원까지 원정 운동을 진행 중이다. 월드컵 기간에 훈련량이 부족했다는 판단에서다. 이 밖에 이청용 기성용 등은 친구들과 회포를 풀며 스트레스를 날리고 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2010-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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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흰색 유니폼 징크스에 또 울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이번에도 흰색 유니폼 징크스에 또 울었다.한국은 26일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 상하의와 양말 등 흰색 일색인 유니폼을 입었다. A조 1위 우루과이의 홈경기로 열기기 때문에 B조 2위 한국은 원정 유니폼을 입게 됐던 것.한국은 2006년 독일 월드컵까지 흰색 통일 유니폼을 입었을 때 1무 2패에 그쳤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조별리그 스페인전에서 1-3 패배. 1994년 미국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스페인과 다시 만나 2-2로 비겼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선 조별리그 스위스와의 최종전에서 0-2로 져 16강에 오르지 못했다.대한축구협회는 우루과이와의 경기 하루 전 열린 회의에서 붉은색 유니폼을 입게 해달라고 국제축구연맹(FIFA)에 요청했다. 우루과이 유니폼 색깔은 하늘색이고, FIFA가 색깔이 확실히 구분되는 유니폼을 입도록 하고 있어 대표팀의 상징이자 승률도 높은 붉은색 유니폼을 입어도 무리가 없겠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FIFA는 "흑백 TV를 보는 시청자들은 하늘색과 붉은색을 구분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흑백 TV로 월드컵을 보는 10억 명의 팬들을 배려해야 한다"며 거부했다.2001년 이후 흰색 상의를 입었을 때 한국의 A매치 승률은 37.5%(12승 11무 9패)로 붉은색 상의를 입었을 때의 승률 46.1%(59승 38무 31패)보다 낮다. 하의와 양말까지 흰색으로 통일했을 때는 20%(2승 5무 3패)로 더 낮았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 2010-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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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치지않는 산소탱크 역시 박지성!

    캡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역시 '월드 클래스'였다. 한국은 2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만델라베이 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 16강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서 1-2로 패했다. 비록 아쉽게 패했지만 박지성의 활약은 변함없었다. 이날 박지성은 원래의 포지션인 측면이 아닌 중앙에서 선발 출격했다. 원톱 박주영(모나코)의 바로 밑에서 공격을 이끄는 역할. 역습에 능한 우루과이의 빠른 공격을 미리 차단하고, 풍부한 경험과 자신감으로 노련하게 경기를 조율하는 역할도 부여받았다. 경기엔 패했지만 '박지성 시프트'는 성공적이었다. '산소탱크'란 별명답게 특유의 왕성한 활동량으로 중원을 휘저으며 우루과이 수비진을 위축시켰다. 순간적으로 치고 들어가는 드리블도 일품. 좋은 지점에서 몇 차례 상대 파울을 이끌어내며 공격을 이끌었다. 언제나 그랬듯 수비 가담 역시 훌륭했다. 조별리그에서 우루과이 공격의 시작점 역할을 했던 미드필더 디에고 페레스(모나코)-알바로 페레이라(포르투) 콤비를 압박하며 흐름을 적절하게 끊었다. 경기 초반 우루과이의 빠른 패스와 현란한 개인기에 다소 위축됐던 태극전사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준 것도 역시 박지성. 전반 8분 실점 이후에도 그는 선수들의 이름을 부르며 "잘했다"고 격려하고 박수를 치면서 분위기를 이끌었다. 한준희 KBS해설위원은 "박지성이 공수에서 꼭짓점 역할을 하며 윤활유 역할을 한 덕분에 미드필더에 힘이 붙었다"고 말했다. 경기에 앞서 우루과이 선수들은 한국 선수 가운데 최고 선수로 모두 박지성을 꼽았다. 공격수 디에고 포를란(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은 "박지성은 이미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선수"라며 "그의 발을 묶어야 경기를 승리로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스트라이커 루이스 수아레스(아약스)도 "박지성의 플레이를 잘 알고 있다"며 경계대상 1호로 그를 지목했다. 박지성은 조별리그 첫 경기 그리스 전에서 후반 쐐기 골을 터트리는 등 맹활약으로 16강 진출에 디딤돌을 놓았다.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 전에서도 캡틴다운 듬직한 믿음을 줬다. 그리스, 나이지리아 전 경기 최우수 선수는 모두 그의 몫이었다. 한국은 비록 8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박지성은 이미 세계 정상급 선수로 자리매김했다.포트엘리자베스=신진우기자 niceshin@donga.com}

    • 2010-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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