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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제작 중단 해결책이 결국 프로그램 쪼개기 광고 늘리기였네요.” 올 상반기로 예상했던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 시기가 지연되면서 프로그램 쪼개기를 통한 ‘유사 중간광고’가 더 늘어나는 게 아니냐는 시청자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달 28일 KBS는 정준영 불법 촬영, 차태현-김준호 내기골프 논란 등으로 3월부터 제작이 중단된 ‘해피선데이-1박2일’을 대체할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2004년부터 방송한 ‘해피선데이’ 대신 새 예능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와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단독 편성하고, 각 프로그램을 1부와 2부로 나눴다. 각 프로그램 1·2부 사이에는 15초 분량의 프리미엄 광고(PCM) 4건이 붙었다. 늘어난 PCM에 대해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꼼수 편성”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SBS 예능 ‘미운 우리 새끼(미우새)’는 60분씩 2부로 방송됐지만 4월 7일부터 40분씩 3부로 편성해 PCM을 늘렸다. 2017년 MBC 예능 ‘라디오스타’를 시작으로 PCM을 도입해 온 지상파에서 한 프로그램을 3부로 나눈 것은 이례적이다. SBS는 “짧아진 시청 패턴에 맞춘 편성”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청에 방해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미우새’는 비난에 쏟아지자 홈페이지에 시청 평을 남길 수 있는 게시판을 따로 두지 않아 빈축을 사기도 했다. KBS는 “프로그램 전후 광고까지 포함하면 ‘해피선데이’보다 광고 시간이 줄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석현 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팀장은 “프로그램 중간에 삽입되는 PCM은 시청자 이탈이 적어 광고 단가가 프로그램 전후 광고보다 높다”며 “PCM을 늘리는 건 줄어든 광고매출을 메우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TV광고는 2015년 광고 총량제가 도입된 후 프로그램 총 시간의 15% 이내에서 자유로운 형식으로 편성할 수 있어 지상파에서 4부, 5부로 쪼갠 예능 프로그램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팀장은 “방송통신위원회는 불법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상파의 ‘꼼수 편성’을 묵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방통위가 지난해 12월 입법예고한 지상파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문화체육관광부, 청와대가 “시청자들의 거부감 여론이 높고, 지상파의 자구노력 방안이 미흡하다”는 의견을 전달해 전체회의 의결이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진기자 newjin@donga.com}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민병욱)이 신문 독자와 뉴스 시청자들이 올바른 뉴스 이용 습관의 중요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뉴스 읽기, 뉴스 일기’ 공모전을 개최한다. 언론재단은 다음 달 31일까지 신청하는 개인이나 단체에 ‘뉴스 일기’(사진) 책자를 무료로 나누어 준다. 공모전 참가자들은 일상 속 뉴스를 주제로 느낀 생각이나 감정을 재단이 배포한 일기장에 30회 이상 기술한 뒤 내년 2월 24일부터 3월 6일까지 언론재단에 제출하면 된다. 참가 부문은 개인과 30인 이하 단체이고, 심사 결과는 내년 3월 23일 재단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재단은 심사를 거쳐 13개 부문 60여 명에게 총 1억 원 상당의 상금과 상패를 수여할 예정이다. 시상식은 내년 ‘신문의 날’인 4월 7일에 열린다. 언론재단 측은 “가짜뉴스가 많은 현 미디어 환경에서 뉴스를 접하고 뉴스의 출처, 게이트키핑 과정 등을 뉴스 소비자가 직접 이해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캠페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의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매체 이해력) 교육은 신문을 교육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에서 출발해 신문 등 미디어 자체를 학습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오수정 재단 미디어교육팀장은 “과거에는 논술 교육을 위한 신문활용교육(NIE)이 주를 이뤘다면, 지금은 뉴스를 생산하는 알고리즘 등을 배움으로써 언론 신뢰도를 높이는 방향의 교육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했다. 5월 31일까지 누구나 언론재단에 ‘뉴스 일기장’을 신청할 수 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봉준호 감독(50)의 7번째 장편영화 ‘기생충’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가족의 삶을 비춘다. 똑같은 4인 가족이지만 이들의 공간은 극과 극. 구성원 모두가 백수인 기택(송강호)네는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찌르고 방역소독제가 창문으로 스며드는 반지하. 반면 글로벌 IT기업을 경영하는 박 사장(이선균)네는 화려한 노란 조명이 감도는 언덕 위 저택에 산다. 봉 감독은 마주칠 기회조차 없을 것 같은 두 가족의 접점을 ‘과외’에서 찾았다. 기택의 아들 기우(최우식)는 박 사장 집에서 고액 과외를 할 기회를 얻는다. 거기서 젊고 아름다운 안주인 연교(조여정)를 만나게 되는데…. 22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봉 감독은 “경계선이 구획된 것은 아니지만 사회에는 암묵적으로 나눠진 공간이 있다고 생각한다. 부유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의 동선이 다르다”며 “두 공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영화가 시작된다”고 했다. 그는 2013년 지인과 대화하던 도중에 양극단의 두 가족을 떠올렸다고. ‘기생충’의 원래 제목은 ‘데칼코마니’였다고 한다. ‘마더’(2009년) 이후 10년 만에 충무로로 돌아온 그의 작품답게, ‘기생충’은 “가장 한국적인 뉘앙스와 디테일로 가득 차 있는 영화”다. ‘옥자’(2017년)에 이어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도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봉 감독은 “외국 관객들은 100% 이해하지 못할 디테일이 포진해 있다. 한국 개봉이 기다려지는 이유”라면서도 “빈부의 차이는 전 세계의 보편적인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가족 구성원 중 엄마가 없거나 엄마만 존재하던 ‘괴물’(2006년)과 ‘마더’나, 할아버지와 손녀만 등장하는 ‘옥자’와 다르게, ‘기생충’은 전형적인 가족이 등장하는 그의 첫 영화이기도 하다. 많은 대사를 통해 ‘설국열차’(2013년)와 ‘옥자’처럼 계급과 계층 갈등을 그리면서도 가족 구성원의 삶 속에 담긴 희비를 보여준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보편적인 가족들”에게 선악의 구별도 무의미하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가장 먼저 떠올린 배우는 역시 송강호. ‘살인의 추억’(2002년)부터 4편의 영화를 함께한 봉 감독의 페르소나다. 빈틈이 많아 보이지만 “연체동물” 같은 적응력을 지닌 기택을 통해 소시민 연기에서 빛을 발하는 그의 장점을 살렸다. 송강호는 “‘살인의 추억’ 시나리오를 받아 봤을 때 느낌과 비슷했다. 한국 영화의 진화라 할 만하다”고 단언했다. 봉 감독은 “정신적으로도 의지가 되는, 영화계의 메시나 호날두 같은 존재다. 영화 전체의 흐름을 규정하는 배우”라고 극찬했다. ‘옥자’에서 비정규직 트럭운전사 역할을 맡았던 배우 최우식의 비중도 크게 늘었다. 본격적으로 ‘봉의 남자’가 된 모양새. 과외를 통해 가정 경제를 책임지는 기우는 팍팍한 청년 세대의 현실을 대변한다. 봉 감독은 “우리 시대 젊은이의 모습을 품고 있다. 유연하지만 기묘하게 측은지심을 자아내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옥자’ 촬영 뒤 몸을 만들겠다는 그에게 “마른 체형을 유지하라”는 귀띔을 했다고 한다. 김상만 미술감독이 제작한 균형 잡힌 구도와 정제된 색채, 인물들의 눈을 가린 기묘한 포스터처럼, 제목 ‘기생충’은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다. 봉 감독은 “학창 시절 ‘님의 침묵’을 읽고 ‘님’의 의미를 생각해보듯, 보고 나면 ‘기생충’의 의미를 추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5월 국내 개봉. 15세 관람가.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봉준호 감독(50)의 7번째 장편영화 ‘기생충’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가족의 삶을 비춘다. 똑같은 4인 가족이지만 이들의 공간은 극과 극. 구성원 모두가 백수인 기택(송강호) 네는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찌르고 방역소독제가 창문으로 스며드는 반지하. 반면 글로벌 IT기업을 경영하는 박 사장(이선균) 네는 화려한 노란 조명이 감도는 언덕 위 저택에 산다. 봉 감독은 마주칠 기회조차 없을 것 같은 두 가족의 접점을 ‘과외’에서 찾았다. 기택의 아들 기우(최우식)는 박 사장 집에서 고액 과외를 할 기회를 얻는다. 거기서 젊고 아름다운 안주인 연교(조여정)을 만나게 되는데…. 22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봉 감독은 “경계선이 구획된 것은 아니지만 사회에는 암묵적으로 나눠진 공간이 있다고 생각한다. 부유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의 동선이 다르다”며 “두 공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영화가 시작된다”고 했다. 그는 2013년 지인과 대화하던 도중에 양 극단의 두 가족을 떠올렸다고. ‘기생충’의 원래 제목은 ‘데칼코마니’였다고 한다. ‘마더’(2009년) 이후 10년 만에 충무로로 돌아온 그의 작품답게, ‘기생충’은 “가장 한국적인 뉘앙스와 디테일로 가득 차 있는 영화”다. ‘옥자’(2017년)에 이어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도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봉 감독은 “외국 관객들은 100% 이해하지 못할 디테일이 포진해있다. 한국 개봉이 기다려지는 이유”라면서도 “빈부의 차이는 전 세계의 보편적인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가족 구성원 중 엄마가 없거나 엄마만 존재하던 ‘괴물’(2006년)과 ‘마더’나, 할아버지와 손녀만 등장하는 ‘옥자’와 다르게, ‘기생충’은 전형적인 가족이 등장하는 그의 첫 영화이기도 하다. 많은 대사를 통해 ‘설국열차’(2013년)와 ‘옥자’처럼 계급과 계층 갈등을 그리면서도 가족 구성원의 삶 속에 담긴 희비를 담았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보편적인 가족들”에게 선악의 구별도 무의미하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가장 먼저 떠올린 배우는 역시 송강호. ‘살인의 추억’(2002년)부터 4편의 영화를 함께한 봉 감독의 페르소나다. 빈틈이 많아 보이지만 “연체동물” 같은 적응력을 지닌 기택을 통해 소시민 연기에서 빛을 발하는 그의 장점을 살렸다. 송강호는 “‘살인의 추억’ 시나리오를 받아 봤을 때 느낌과 비슷했다. 한국 영화의 진화라 할 만하다”고 단언했다. 봉 감독은 “정신적으로도 의지가 되는, 영화계의 메시나 호날두 같은 존재다. 영화 전체의 흐름을 규정하는 배우”라고 극찬했다. ‘옥자’에서 비정규직 트럭운전사 역할을 맡았던 배우 최우식의 비중도 크게 늘었다. 본격적으로 ‘봉의 남자’가 된 모양새. 과외를 통해 가정 경제를 책임지는 기우는 팍팍한 청년 세대의 현실을 대변한다. 봉 감독은 “우리 시대 젊은이의 모습을 품고 있다. 유연하지만 기묘하게 측은지심을 자아내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옥자’ 촬영 뒤 몸을 만들겠다는 그에게 “마른 체형을 유지하라”는 귀띔을 했다고 한다. 김상만 미술감독이 제작한 균형 잡힌 구도와 정제된 색체, 인물들의 눈을 가린 기묘한 포스터처럼, 제목 ‘기생충’은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다. 봉 감독은 “학창 시절 ‘님의 침묵’을 읽고 ‘님’의 의미를 생각해보듯, 보고 나면 ‘기생충’의 의미를 추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5월 국내 개봉. 15세 관람가. 신규진기자 newjin@donga.com}

피사체를 담는 일만 20년이 넘었지만, 모델로선 어색하기 그지없다. “웃어보라”는 말에 수줍은 미소가 흘러나오고 갈 곳 잃은 손끝은 허공을 맴돈다. 서로를 마주 보고 나서야 호탕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서울 강남구 에이전시 ‘테오’에서 10일 만난 사진작가 안성진(52), 이전호 씨(51)는 “찍혀 보면 찍히는 사람이 대단하다는 걸 이해하게 된다”며 웃었다. ‘올드보이’ ‘도둑들’ ‘국제시장’ ‘부산행’ ‘독전’ 등 이들을 빼놓고 한국영화 포스터를 논하기 힘들다. 시놉시스만 보고 한 컷을 고민하는 경우도 많다. 이 작가는 ‘올드보이’ 촬영 당시 박찬욱 감독이 영화의 핵심 이미지로 제시한 ‘보랏빛’을 가지고 사흘 동안 머리를 싸맸다. 안 작가는 지난달 개봉한 ‘돈’ 포스터 촬영 때, 극 중 어리바리한 신입사원에서 베테랑 주식 브로커로 변해가는 류준열에게 “100만 원 벌었다” “스포츠카를 계약한다” 등을 외치며 표정 변화를 담아냈다. 2003년 이들이 설립한 ‘테오’는 사진작가들의 계약 등 사업을 대행하는 업체다. 사진작가들의 소속사인 셈. 젊은 작가를 양성하고 이들의 권익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둘이 뜻을 모았다. “요새는 작가가 없어요. 점점 에디터, 광고주 뜻대로 사진만 찍는 직업이 돼가고 있죠.” 사진작가의 세계를 묻자마자 이 작가 입에서 쓴소리가 먼저 나왔다. ‘기획력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안 작가는 “카피, 기존 작품을 참조한다는 명목으로 창작의 영역이 줄고 있다. 그저 안정적인 수준의 사진을 재생산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유명 패션잡지 화보 촬영을 해도 외국 잡지를 찢어오는 에디터들이 허다하다. 잡지 사진 가격도 페이지당 15만 원으로, 10년 전 그대로다. “예전에는 촬영을 하기 전 에디터, 제작사와 촬영 키워드, 주제를 떠올리며 함께 기획하고 발전시켜 나갔어요. 조명 설계만 수십 차례 변경할 정도였죠. 지금은 말 잘 듣는 사진작가가 최고인 것 같아요.”(안성진) 필름에서 디지털로 카메라 기술이 변화한 이유도 크다. 안 작가는 “셔터 한 번의 중요성이 희석됐다. 기관총 쏘듯이 수천 장을 찍을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 특성상 ‘찍고 나중에 고치자’는 인식도 확산됐다”고 했다. 그래도 시류의 변화에 무작정 불평만 할 순 없는 일. ‘테오’와 여러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모여 진행한 ‘신인에게 경배를(SALUTE FOR ROOKIES)’ 프로젝트는 새로운 도전의 일환이다. 자신을 알릴 기회가 적은 신인 배우들의 사진, 영상 등을 제작하기 위해 이 작가와 이유진 CJ ENM PD가 기획했다. 소속사가 없는 배우들로도 대상을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너에겐 추억, 나에겐 데이터”라는 안 작가의 말처럼, 일상은 영감의 원천이다. 무심코 들른 식당, 공원도 좋은 촬영 장소가 된다. 안 작가가 종로구 익선동의 한식당 옆 골목을 걷다가 느낌이 좋아 가수 윤종신을 앉혀 놓고 찍은 사진이 1996년 그의 5집 앨범 ‘우(愚)’의 표지가 됐다. 이를 눈여겨본 이 작가는 영화 ‘가족’(2004년) 포스터를 이 골목에서 찍었다. 두 작가 뒤로 천장까지 솟은 큰 책장이 눈에 들어왔다.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2000여 개 프로젝트의 ‘보물’ 사진들이다. “필름 카메라의 쇠퇴를 보여주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사진작가들에게 가장 슬픈 영화예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변화에 맞춰 우리도 바뀌어가야죠.”(안성진)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방탄소년단이 12일 발표한 새 앨범 ‘MAP OF THE SOUL: PERSONA’(페르소나)에 세계인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14일 신작 타이틀곡인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Feat. Halsey)의 뮤직비디오가 유튜브 역사상 뮤직비디오로는 최단시간에 조회수 1억 회를 돌파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이 비디오는 37시간 37분 만에 1억 조회수를 넘겼다.○ 스포티파이 글로벌 차트 4위… 기록적 관심 세계 최대 디지털 음악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는 이 노래가 전 세계 차트와 미국 차트 4위에 올랐다. ‘소우주(Mikrokosmos)’ 등 방탄소년단 신작의 다른 수록곡들도 50위권에 고루 포진했다. 앞서 7일 블랙핑크의 ‘KILL THIS LOVE’가 세계 차트 4위에 오른 데 이은 선전이다. 방탄소년단은 13일 저녁(현지 시간) 방영한 미국 NBC TV 인기 프로그램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를 통해 신곡 무대를 세계에 처음 공개했다. 이날 메인 출연자인 할리우드 배우 에마 스톤이 나와 “레이디스 앤드 젠틀맨, BTS”라고 무대를 소개했다. ‘MIC Drop’(Steve Aoki Remix)까지 이날 방탄소년단이 부른 두 곡의 무대 영상은 SNL 유튜브 공식 채널에 게시돼 4시간 만에 각각 47만, 46만 회의 조회수를 보였다. 국내에서는 방탄소년단의 신작을 들으려는 팬들이 몰리며 음원사이트 멜론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 접속 장애를 일으켰다. 12일과 13일 각각 1시간 넘게 장애를 보인 멜론은 이용권을 보유한 모든 고객의 사용 기간을 이틀 연장하기로 했다.○ “음악은 밝고 대중적으로 변화” 전문가들은 방탄소년단의 음악에 대중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방탄소년단 사상 가장 밝고 가벼운 분위기의 앨범”이라고 봤다. 웹진 ‘아이돌로지’의 미묘 편집장은 “앨범 수록곡 하나하나가 북미 시장 대중에게도 받아들여질 만큼 부담 없는 음악으로 구성한 게 특징”이라고 했다.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는 “전작들이 강렬한 편곡과 시대를 대변하는 듯한 메시지를 내세웠다면, 신작은 부드러운 댄스 팝에 팬에 대한 감사의 메시지를 담으며 대중성에 집중했다”고 분석했다. 서구 현지에서 대중적 음악 소비의 바로미터라고 할 스포티파이에서 선전한 것은 주목할 만한 성과이지만 아직은 갈 길이 남았다는 의견도 있다. 미묘 편집장은 “‘방탄소년단이 나왔다니 한번 들어보자’ 하는 세계적 관심이 일단 반영된 듯하다”면서도 “아직 방탄소년단은 현지에서 ‘크게 성공한 서브컬처’로 봐야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려면 일반 대중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대화 평론가는 “‘작은 것들을…’은 방탄소년단의 근작 타이틀곡들 가운데 도드라질 정도로 좋은 곡이지만 완성도 면에서 여전히 해외 현지의 세계적 히트 곡들과는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임희윤 imi@donga.com·신규진·곽도영 기자}
지난해 10월 나영석 PD와 배우 정유미의 불륜설이 일반인들에게 광범위하게 퍼진 시간은 단 3일. 일부 방송작가가 만들어낸 ‘지라시(사설 정보지)’는 70여 개의 카톡방을 거쳐 전국으로 번져나갔다. 이 소문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했고 일부 인터넷 뉴스로 재생산됐다. 국내 가짜뉴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전파되는 경우가 많다. 최지향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가 2017년 발표한 ‘가짜뉴스 유통 현황과 이용자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이용자의 19.7%가 SNS를 통해 가짜뉴스를 접했다. 이 가운데 약 3분의 1은 해당 정보를 SNS에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선호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은 “최근 SNS 기업들이 알고리즘 변경 등을 통해 가짜뉴스를 걸러내는 작업을 하자 채팅방이 가짜뉴스의 진원지로 급부상했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가짜뉴스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은 어디까지 진행됐을까. 온라인 공간에서 허위 정보를 생산, 유통하는 것에 대한 경각심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17년부터 강해졌다. 이에 2017년 이후 가짜뉴스와 관련한 22개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지난해 10월 이낙연 국무총리는 “악의적 의도로 가짜뉴스를 만든 사람, 계획적 조직적으로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사람은 의법 처리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수사와 처벌을 강조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정부 차원의 가짜뉴스 단속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어 시민사회 영역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2017년 3월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가 설립한 SNU 팩트체크센터는 대학과 언론사가 협업하는 팩트체크 모델이다. 27개 언론사는 특정 이슈에 대해 사실 여부를 판단하는 콘텐츠를 게시한다. △사실 △대체로 사실 △절반의 사실 △대체로 사실 아님 △전혀 사실 아님 △판단 유보 등 판정에 이르기까지의 검증 과정도 공개한다. 정치인 발언의 진위를 판단하거나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는 정보를 통계, 관련 법률 등 구체적인 증거를 통해 검증한다. 차미영 KAIST 전산학부 교수팀은 단어, 어절 등 뉴스에 담긴 정보 패턴을 머신러닝(반복적인 기계 학습)으로 분석해 가짜뉴스를 판단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연구 중이다. 연세대 바른ICT연구소는 본보와 공동으로 가짜뉴스 체크리스트를 제작하는 한편 가짜뉴스에 대한 인식을 조사하는 등 가짜뉴스를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다. 뉴스 유통, 소비가 주로 이뤄지는 포털의 역할론도 대두된다. 구글은 가짜뉴스로 판정된 경우 해당 기사를 검색하면 ‘거짓’이라고 명시하고 신뢰 지표를 도입해 검색 시 언론사의 신뢰도에 따라 기사가 배열되는 알고리즘을 도입했다. 하지만 국내 포털은 자체적인 가짜뉴스 대응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가 네이버 카카오 등 9개 회원사 사이트에서 언론사, 언론인을 사칭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콘텐츠에 대해 심의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에는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나연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포털에 가짜뉴스가 게재됐을 때 책임을 엄중하게 물을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언론사도 팩트체크의 필요성과 기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호 연구위원도 “팩트체크를 열심히 해도 노출이 되지 않으면 의미가 퇴색된다. 팩트체크 콘텐츠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포털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카메라는 250년 역사의 ‘퍼스트 리폼드’ 교회를 향해 서서히 줌인 한다. 폴 슈레이더 감독은 ‘로 앵글’로 거대해진 교회를 통해 본질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종교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담아낸다. 250주년 기념행사를 앞두고 담임목사 톨러(이선 호크)는 팻말에 이 같은 문구를 새긴다. ‘주님께서 용서하실까요?’ 유서 깊은 이 교회는 이미 관광명소로 전락한 지 오래. 톨러는 “기념품 가게”라며 자조를 내뱉는다. 그런 그에게 교인 메리(어맨다 사이프리드)와 우울증에 빠진 남편 마이클(필립 에팅거)이 찾아온다. 마이클은 인간의 환경파괴로 지구가 곧 종말할 것이라고 믿는 극단적인 환경주의자. 아이가 절망적인 미래에서 살아가선 안 된다는 믿음 때문에 임신 중인 아내에게 낙태를 종용한 그는 결국 자살을 택한다. 미치광이처럼 보였던 마이클의 죽음으로 희망과 사랑을 역설해야 할 톨러는 절망에 전염돼 간다. 그는 마이클의 유품에서 교회의 교단이 환경파괴 기업과 유착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분노한다. 이라크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아들에게 입대를 권유했다는 죄책감과 나빠진 건강으로 고통받던 그의 내면은 끝없는 광기에 사로잡힌다. 불안한 정신과 고통받는 육체 속에서도 올곧은 믿음을 지키고자 한 그는 생전 마이클이 제작했던 자살폭탄조끼를 입고 교회 250주년 기념식에서 순교를 결심하기에 이른다. 비정상으로 보일지라도 자신의 신념을 극단적인 행동으로 밀고 나간다는 점에서 톨러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연출한 ‘택시 드라이버’(1976년)의 참전용사 트래비스(로버트 드니로)와 닮았다. 슈레이더 감독은 ‘택시 드라이버’의 각본을 썼다. 베트남전쟁 이후 영웅적 망상에 빠져 살인을 저지르는 트래비스와 달리, 톨러의 자살 시도는 메리와의 입맞춤으로 중단된다. 종교의 타락을 비추면서도 결국 종교의 핵심 가치인 사랑을 통해 희망을 찾고자 한 것은 아닐까. 정적인 카메라의 시선은 이선 호크의 절제된 연기를 만나 빛을 발한다. 답답해 보이는 4 대 3 화면 비율도 인간 내면의 고독감을 담아낸다. 물론 종교, 환경 문제 등 다소 장황한 소재와 내레이션으로 등장하는 난해한 성경 구절로 불친절한 영화라는 인상은 지울 수 없다. 11일 개봉. 15세 관람가.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너네 도발하지 마. 도발 안 하는 게 더 세보여.” 프로듀서 코드 쿤스트가 무대를 마치고 내려온 고교 2학년 윤현선 학생에게 말한다. 지난달 15일 Mnet 예능 ‘고등래퍼3’에서 무대가 만족스럽냐는 질문에 윤 군이 “여러분들이 다 보시지 않았냐”며 ‘스왜그(Swag·자기애와 과시로 대표되는 힙합 문화)’를 보였기 때문이다. 코드 쿤스트는 “겸손교육 시킬 예정입니다”라며 공연장 분위기를 진정시킨다. 욕설과 도발, 자기 과시 등 기존 힙합 문화에 대한 대중의 비판적인 여론을 의식해서일까. 항상 ‘스왜그’만 가득할 줄 알았던 힙합 예능도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다. 오히려 힙합 정신(?)과 멀어 보였던 인성, 겸손의 덕목이 강조될 정도다. 2월부터 방영 중인 ‘고등래퍼3’는 고교생이 출연하는 예능답게, 기존 힙합의 이미지를 깨부수는 시도들로 가득하다. 고교생들이 처음 만난 자리에서 “(교복) 넥타이를 풀어 헤쳐야 힙합이지”라는 말에 1학년 이영지 학생은 “어디서 배운 거야 그런 힙합?”이라고 반문한다. 옷 자랑, 돈 자랑 일색이었던 래퍼들의 ‘flex(자신을 뽐낸다는 의미)’보다는 우승 상금 1000만 원으로 “카메라를 좋은 것으로 사고 싶다”며 소박하고 실속 있는 바람을 내뱉는다. 확실히 힙합 예능의 시초 격인 Mnet ‘쇼미더머니’ 시리즈와 비교해도 지나치게(?) 건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랩 가사에 욕설도, 그 흔한 디스전도 없다. 학생들은 정호승의 ‘고래를 위하여’, 김수영의 ‘눈’ 등 교과서에 수록된 시를 각자 해석해 근사한 랩을 만들어낸다. 멘토 기리보이가 선생님처럼 김수영의 ‘눈’을 낭송하고, 멘토 더 콰이엇은 시종일관 “인성힙합”을 강조한다. 과거 ‘고등래퍼’는 출연자의 학교폭력, 성매매 등 의혹으로 논란을 겪어 왔다. 이 때문에 제작진은 참가자 검증 심의위원회까지 만들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떠도는 소문까지 검증했다. 방송에 출연할 학생 32명을 최종 선정하고, 마지막 단계에서 부모들과 통화도 거쳤다고. 급기야 ‘힙한’ 래퍼들이 ‘올드’한 노포(老鋪)까지 찾아 나섰다. 지난달 25일부터 방영된 Olive ‘노포래퍼’에서 행주, 매드클라운 등 래퍼들은 이용원, 생과자점을 방문해 장인들과 교감을 나눈다. 닳고 닳아 과도가 돼버린 식당 주인의 칼도 래퍼들에겐 ‘리스펙트’ 포인트. 지난달 25일 종영한 EBS ‘배워서 남줄랩 시즌2’도 학생들이 기성 세대의 강의를 듣고 느낀 점을 랩으로 표현하는 과정을 담았다. 반면 기존 힙합 이미지를 답습한 예능은 외면받기 일쑤다. 경연을 통해 빌보드 차트에 진출할 래퍼를 가리는 MBC ‘킬빌’은 도끼, 양동근, 제시 등 인지도 높은 래퍼들을 기용했지만 경연 포맷의 진부함과 도발, 선정적 가사 등으로 1%대 시청률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어머니의 채무 논란을 해명하면서 “1000만 원은 한 달 밥값”이라고 해 논란이 된 래퍼 도끼는 여전히 무대에서 돈 자랑을 늘어놓는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기존 힙합 예능의 신선함이 퇴색되고 승리-정준영 사태로 연예인의 인성이 문제가 되면서 힙합에 대한 대중의 피로도도 높아지고 있다. 겸손, 소통 등 기존 힙합과 다른 가치를 내세운 예능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저렇게 책을 망가뜨리고선 양심도 없지….” 새로 문을 연 서점형 복합 문화공간에서 톡톡 튀는 큐레이션과 개성 있는 생활용품을 구경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직장인 김현경 씨(36)는 최근 불쾌한 장면을 목격했다. 한 남성이 모서리를 접어가며 책을 읽더니 책장 맨 아래에 넣어두고선 유유히 사라진 것. 김 씨는 “도서관에서 빌린 책도 조심히 보는 편인데 판매하는 책을 훼손하는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졌다”며 “그런 책을 다른 이들이 구입하면 누가 책임질지 의문이다”고 했다.》 ○ 서점, 다목적 쉼터가 되다 책만 사고파는 서점은 이제 구시대 유물이 됐다. 거의 모든 대형 서점이 먹고 마시고 쇼핑하다가 쉬어가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도서 정가제 시행과 온라인 서점의 등장으로 위기에 몰린 오프라인 서점이 자구책으로 ‘카페화’와 ‘도서관화’를 택했기 때문이다. 최근 광고회사 이노션이 온라인 플랫폼에서 생성된 서점 관련 검색어를 분석한 결과 서점을 문화공간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점에서 휴가를 즐기는 ‘서캉스’(서점+바캉스) ‘책캉스’(책+바캉스) 문화도 자리 잡았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서울 중구 ‘아크앤북’이 대표적이다. 일본 쓰타야 서점을 본뜬 공간으로 최근 ‘핫’한 카페와 식당이 다수 입점해 있다. 주중엔 직장인들의 틈새 휴식 공간으로, 주말에는 가족 나들이 명소로 인기가 높다. 하지만 서점의 변화로 인한 문제도 적지 않다. 출판계의 주된 불만은 책 훼손이다.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의 한 대형 서점. 한 20대 남성이 서점 내 카페에서 여행책 대여섯 권을 펼친 채 페이지마다 사진을 찍고 있었다. 책을 쌓아두고 꾹꾹 눌러가며 읽는 이들도 보였다.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대형 서점 풍경도 비슷했다. 기다란 테이블 옆에 에티켓 지침을 담은 표지판을 세워 뒀지만 수험서를 쌓아두고 공부하는 이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서가에서도 책을 휙휙 넘기거나 구겨가며 읽는 이가 많았다. 한 서점 관계자는 “시험 기간의 도서관처럼 자리다툼도 종종 벌어진다”고 귀띔했다. ○ “책, 소중히 다뤄야” 출판계는 훼손된 책으로 인한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서점에 책을 보낸 뒤 판매되지 않은 책은 모두 되돌려 받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은행나무출판사의 주연선 대표는 “훼손된 채로 반품되는 책이 계속 늘고 있다. 독자들이 서점에서 책을 살펴보는 것은 좋지만 음식을 먹으면서까지 책을 읽도록 허용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카페를 겸한 독립서점의 사정도 비슷하다. 서울 강남구 ‘최인아책방’의 최인아 대표는 “커피를 시켰으니 책을 봐도 된다고 생각하는 손님이 많은데, 한 시간씩 새 책을 보면 그 책은 다른 사람이 구입하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며 “책 훼손을 줄이기 위해 구입한 책만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 ‘새벽감성1집’의 김지선 대표는 “엄연히 판매용 새 책인데 카페에 진열된 책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많아 초반에 스트레스가 컸다. 손님들의 인식이 성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했다. 불공정한 데다 책을 홀대하는 서점의 방침도 도마에 올랐다. 한 1인 출판사 대표는 “대형 서점의 공간 상당 부분이 카페, 생활용품점 등 다른 사업을 위한 공간이 돼 버렸다”며 “책을 다른 제품 판매를 위한 일종의 ‘미끼’로 사용하는 듯해 불쾌한 기분이 든다”고 했다. 서점 측이 견본 책을 비치하도록 제도적으로 못 박는 것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이에 대해 한 대형 서점 관계자는 “팔리지 않은 책은 출판사에 되돌려 주는데, 그 가운데 손때가 묻은 책이 더러 섞인다. 그런 부분까지 일일이 걸러낼 수는 없다. 출판사에서 반품을 거부하는 경우 책을 구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책을 대하는 자세를 비롯해 도서 문화 전반을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도서관과 서점은 엄연히 그 성격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서점업계는 물론이고 시민들도 책의 가치를 인정하고 소중히 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설 snow@donga.com·신규진 기자}

“저렇게 책을 망가뜨리고선 양심도 없지….” 새로 문을 연 서점형 복합 문화공간에서 톡톡 튀는 큐레이션과 개성 있는 생활 용품을 구경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직장인 김현경 씨(36)는 최근 불쾌한 장면을 목격했다. 한 남성이 모서리를 접어가며 책을 읽더니 책장 맨 아래에 넣어두고선 유유히 사라진 것. 김 씨는 “도서관에서 빌린 책도 조심히 보는 편인데 판매하는 책을 훼손하는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졌다”며 “그런 책을 다른 이들이 구입하면 누가 책임질지 의문이다”고 했다. ●서점, 다목적 쉼터가 되다 책만 사고 파는 서점은 이제 구시대 유물이 됐다. 거의 모든 대형 서점이 먹고 마시고 쇼핑하다가 쉬어가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도서 정가제 시행과 온라인 서점의 등장으로 위기에 몰린 오프라인 서점이 자구책으로 ‘카페화’와 ‘도서관화’를 택했기 때문이다. 최근 광고회사 이노션이 온라인 플랫폼에서 생성된 서점 관련 검색어를 분석한 결과 서점을 문화공간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점에서 휴가를 즐기는 ‘서캉스(서점+바캉스)’ ‘책캉스(책+바캉스)’ 문화도 자리 잡았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서울 중구 ‘아크앤북’이 대표적이다. 일본 츠타야 서점을 본뜬 공간으로 최근 ‘핫’한 카페와 식당이 다수 입점해 있다. 주중엔 직장인들의 틈새 휴식 공간으로, 주말에는 가족 나들이 명소로 인기가 높다. 하지만 서점의 변화로 인한 문제도 적지 않다. 출판계의 주된 불만은 책 훼손이다.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의 한 대형 서점. 한 20대 남성이 서점 내 카페에서 여행책 대여섯 권을 펼친 채 페이지마다 사진을 찍고 있었다. 책을 쌓아두고 꾹꾹 눌러가며 읽는 이들도 보였다.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대형 서점 풍경도 비슷했다. 기다란 테이블 옆에 에티켓 지침을 담은 표지판을 세워 뒀지만, 수험서를 쌓아두고 공부하는 이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서가에서도 책을 휙휙 넘기거나 구겨가며 읽는 이가 많았다. 한 서점 관계자는 “시험 기간의 도서관처럼 자리다툼도 종종 벌어진다”고 귀띔했다. ●“책, 소중히 다뤄야” 출판계는 훼손된 책으로 인한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서점에 책을 보낸 뒤 판매되지 않은 책은 모두 되돌려 받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은행나무 출판사의 주연선 대표는 “훼손된 채로 반품되는 책이 계속 늘고 있다. 독자들이 서점에서 책을 살펴보는 것은 좋지만 음식을 먹으면서까지 책을 읽도록 허용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카페를 겸한 독립서점의 사정도 비슷하다. 서울 강남구 ‘최인아책방’의 최인아 대표는 “커피를 시켰으니 책을 봐도 된다고 생각하는 손님들이 많은데, 한 시간씩 새 책을 보면 그 책은 다른 사람이 구입하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며 “책 훼손을 줄이기 위해 구입한 책만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 ‘새벽감성1집’의 김지선 대표는 “엄연히 판매용 새 책인데 카페에 진열된 책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많아 초반에 스트레스가 컸다. 손님들의 인식이 성숙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했다. 불공정한 데다 책을 홀대하는 서점의 방침도 도마에 올랐다. 한 1인 출판사 대표는 “대형 서점의 공간 상당 부분이 카페, 생활용품점 등 다른 사업을 위한 공간이 돼 버렸다”며 “책을 다른 제품 판매를 위한 일종의 ‘미끼’로 사용하는 듯해 불쾌한 기분이 든다”고 했다. 서점 측이 견본책을 비치하도록 제도적으로 못 박는 것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이에 대해 한 대형 서점 관계자는 “팔리지 않은 책은 출판사에 되돌려 주는데, 그 가운데 손때가 묻은 책이 더러 섞인다. 그런 부분까지 일일이 걸러낼 수는 없다. 출판사에서 반품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책을 구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책을 대하는 자세를 비롯해 도서 문화 전반을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도서관과 서점은 엄연히 그 성격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서점업계는 물론 시민들도 책의 가치를 인정하고 소중히 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가짜뉴스와 진짜뉴스가 뒤섞이고 거짓이 진실을 가리는 ‘탈(脫)진실’의 시대가 왔다. 세계 곳곳에선 가짜뉴스가 사회적 혼란을 일으키지 않도록 전통 미디어와 정부, 연구단체가 손잡고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동아일보는 창간 99주년을 맞아 연세대 바른ICT연구소와 함께 최근 국내에서 유통된 가짜뉴스 101건의 특징을 분석했다. 그 결과, 가짜뉴스는 △언론사명과 기자 이름이 부정확하고 △실체를 알 수 없는 전문가나 참고 자료가 인용되며 △상식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되는 등의 특징이 나타났다. 동아일보와 바른ICT연구소는 이를 바탕으로 뉴스 소비자들이 올바른 ‘팩트 체커(fact checker)’가 될 수 있도록 돕는 ‘가짜뉴스 체크리스트’를 제작했다. 2016년 대통령선거 시기부터 가짜뉴스의 폐해를 본격적으로 경험한 미국과 유럽은 뉴욕타임스와 같이 팩트 체크 경험과 취재력을 보유한 전통 미디어기업을 중심으로 팩트 체크 전문팀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뉴스 소비자들이 가짜뉴스의 또 다른 유포자가 되지 않도록, 언론사들이 나서 소비자 스스로 가짜뉴스를 분별할 수 있는 다양한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매체 이해력)’ 교육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국내외 현장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10일 총 157명을 태운 에티오피아항공 여객기가 이륙 6분 만에 추락했다. 사건 이후 유튜브에는 ‘에티오피아항공 추락 영상’이 공유되기 시작했다. 도로에서 달리던 차가 추락하는 비행기를 찍은 영상, 항공기 기내에서 충격에 빠진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는 영상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그러나 곧 이 영상들은 ‘가짜뉴스’인 것으로 판명 났다. 추락하는 비행기 영상은 몇 년 전 미군 군용기가 추락한 영상으로 드러났다. 요즘 유튜브는 그야말로 전쟁터다. 최근 유튜브 댓글 창에는 “악성 가짜뉴스 신고해서 유튜브 수익을 끊읍시다”라는 글이 끊임없이 공유되고 있다. 보수와 진보 성향의 정치 콘텐츠를 담은 유튜브 방송 리스트가 공유되며 서로 상대 진영의 유튜브에 있는 ‘신고하기’ 버튼을 눌러 방송을 차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누리꾼들이 보수 성향의 유튜브 방송 댓글에 ‘가짜뉴스’라고 댓글을 달거나 반대로 진보 성향의 방송에 몰려가 ‘신고하기’ 버튼을 조직적으로 누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도 가짜뉴스를 차단해 달라는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의도를 담아 만든 가짜뉴스가 텍스트와 동영상으로 빠르게 공유되는 시대, 인공지능(AI)과 딥러닝, 로봇 저널리즘과 같은 첨단기술을 활용한 가짜뉴스는 무서울 정도로 교묘해지고 있다. 동아일보는 창간 99주년을 맞아 연세대 바른ICT연구소(소장 김범수 교수)와 함께 뉴스 소비자들이 참고할 만한 ‘가짜뉴스 체크리스트’를 제작했다. ○ 딥페이크의 시대 진화하는 가짜뉴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당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김아랑 선수가 쇼트트랙 여자 1500m에서 4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을 담은 카드뉴스가 전달됐다. 중간계측 기록과 메달 현황이 담긴 뉴스는 마지막에 ‘김아랑 선수,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 이 기사를 작성한 기사는 ‘로봇’이었다. 즉,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이 팩트를 모아 작성한 기사다. 2015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이준환 교수 연구팀은 로봇이 작성하는 텍스트 형식의 스포츠 기사로 주목을 받았다. 약 4년이 흐른 지금 로봇 기자는 더 정교해졌다. 최근 미국의 비영리 AI 연구기관 ‘오픈AI’는 새로 개발한 글쓰기 AI 시스템 ‘GPT-2’가 쓴 가짜기사를 보고 기겁을 했다. ‘핵물질을 실은 기차가 미국 신시내티에서 도난당했다’는 기사가 너무나 논리적으로 완벽하게 쓰여 있기 때문이었다. 연구진은 가짜뉴스로 사회가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생각에 결국 고심 끝에 AI 글쓰기 시스템을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딥페이크’로 불리는 동영상 분야의 가짜뉴스 기술도 빠른 속도로 발전 중이다. 미국에서는 버락 오바마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표정과 말투를 본뜬 가짜영상이 등장했으며, 중국에서는 사람과 똑같은 AI 앵커가 등장해 언론 조작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작성자가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내는 ‘가짜뉴스’가 최근 빠른 속도로 발전 중인 ‘로봇 저널리즘’을 만나면 더욱 혼란스러운 상황을 야기할 수 있다. 2017년 다우존스가 ‘구글이 애플을 90억 달러에 인수한다’는 오보를 내보낸 것이 단적인 예다. 분초를 다퉈 돌아가는 주식시장은 이 뉴스에 즉각 반응해 당시 애플의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다우존스는 즉각 ‘기술적 오류’라며 사과하고 해당 기사를 삭제했다. 서울대 이준환 교수는 “데이터의 오류는 바로잡을 수 있지만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낸 가짜뉴스는 더 큰 문제를 만들 수 있다”며 “로봇이 만드는 뉴스는 기사의 양이나 확산되는 속도 면에서 파급력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뉴스 수용자가 스스로 팩트체커 돼야” 동아일보는 연세대 바른ICT연구소와 함께 국내외 가짜뉴스 유형을 분석해 10개의 ‘가짜뉴스 체크리스트’를 제작했다. 김범수 소장은 “가짜뉴스에 속지 않으려면 뉴스 소비자가 먼저 적극적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며 “SNS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전파되는 가짜뉴스 중심에는 뉴스를 전달받은 사람 역시 무차별적 유포의 고리에 속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선 언론사명, 기자 이름, 작성일이 명확한지 확인해야 한다. 기사에 인용된 전문가가 실체를 알 수 있는 인물인지도 검증해야 한다. 2016년 11월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급속히 퍼진 ‘영국과 일본의 저명한 정치학자들, 비정상적인 탄핵운동 지적’이라는 기사는 마치 기사 내용을 옮겨온 듯한 제목과 글의 작성 시기가 나와 있었지만 합성된 가짜뉴스인 것으로 드러났다. 글 속에 등장하는 정치학자 이름은 실존 인물이 아니라 게임과 애니메이션 속 허구의 인물들이었다. 앱마켓에서는 이 같은 가짜트윗이나 가짜뉴스를 합성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손쉽게 내려받을 수 있다. 이 같은 허위정보를 걸러내기 위해서는 믿을 만한 언론사에서 제공된 기사인지 확인해야 한다. 실제로 존재하는 언론사인지 확인하고 한국ABC협회 등 신문과 잡지, 웹사이트의 매체량을 나타내는 공신력 있는 사이트를 통해 교차 확인할 필요가 있다. 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유포된 루머는 △불확실하고 애매한 표현 △오타와 어색한 문장 △‘이유를 불문하고 공유해 주세요’라는 문구가 자주 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짜뉴스의 형태를 모방한 가짜뉴스는 어색한 레이아웃과 오타, 어색한 문장 등이 특징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같은 글은 메신저앱을 통해 자주 유통되는 ‘휴대전화 요금할인 20%’ 글이나 ‘오늘부터 시행되는 교통법규입니다’와 같이 주기적으로 반복 유통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특정 집단이 의도를 가지고 유통시키는 기사는 기사의 진위와 관계없이 출처가 불분명한데도 공유 수가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일반적인 상식에 어긋나는 기사인지도 살펴야 한다. 다우존스의 ‘구글, 애플 인수’ 기사의 경우 ‘90억 달러’라는 인수금액이 애플의 실제 시가총액(현재 기준 약 8000억 달러)에 비해 터무니없어 금세 오류로 드러난 사례다. 이 밖에도 △기사 제목이 자극적인지 △특정 집단의 입장만 편파적으로 옹호하는지 등을 살펴보면 가짜뉴스의 함정에 빠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조사를 진행한 바른ICT연구소 김보라 교수는 “내 생각과 일치하는 뉴스 기사만 보다 보면 자기 믿음을 확인시켜 주는 확증편향에 빠지기 쉽고 가짜뉴스에 취약한 뉴스 소비자가 되기 쉽다”며 “평소에 정보의 교차 검증을 통해 다양한 관점을 가진 정보를 습득하고 균형감각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커지는 전통 언론의 팩트체크 역할 가짜뉴스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취재 인력과 사실 검증 노하우를 보유한 전통 언론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팩트를 검증해 알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뉴스 수용자들은 사설 정보지, 오보, 칼럼까지 가짜뉴스로 인식하는 만큼 기존 언론이 사실과 거짓 정보를 정확히 바로잡아 주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등장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취재의 능력, 분석에 있어서 숙련된 기자들이 많은 기성 언론은 뉴미디어 시대에 더 중요한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승목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가짜뉴스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 저널리즘 훈련을 받은 기성 언론이 팩트체크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정은령 서울대 SNU팩트체크센터장은 “수용자들의 정보 접근권이 강화하는 현실에서 전통 언론이 나서서 정보를 공개하고 독자들과 투명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기자들이 적극적으로 기사에서 활용한 근거 자료를 오픈소스로 공개하면 독자들과 더욱 잘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서현 baltika7@donga.com·신규진 기자}

1인 방송 콘텐츠가 TV를 점령한 지는 오래다. 하지만 29일 오후 9시 반 채널A에서는 조금은 색다른 1인 방송을 만날 수 있다. ‘지구인 라이브’는 제목 그대로, 전 세계 1인 크리에이터들이 한데 모여 소통하는 글로벌 토크쇼 예능이다. 외국인을 스튜디오에 모아놓고 ‘떼토크’를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각국 크리에이터와의 다원 생중계를 위해 시차의 장벽도 넘어선다. 스웨덴의 한 크리에이터는 오전 5시에 집에서 이상민 박준형 하하 김종민 안현모 등 스튜디오에 있는 MC들과 화상 통화를 한다. “크리에이터의 눈으로 본 세상을 담고 싶었다”는 김경훈 PD의 말대로, ‘라이브’를 통해 그들만의 이국적인 콘텐츠가 쏟아진다. 4차원의 일본 크리에이터 유이는 1000엔으로 일본 3대 편의점 점령에 나선다. 그 많은 국내 먹방 크리에이터들에게선 볼 수 없는 리액션이 볼거리. 계란 샌드위치를 먹으며 “이타다키마스(잘 먹겠습니다)”를 외치고, 일본인 특유의 과장된 반응도 눈길을 끈다. 슈퍼모델 미란다 커를 닮은 터키의 이렘은 이스탄불 다방에서 커피를 마신다. 유명 여행지가 아니라 현지인의 실생활을 보여주는 ‘핫 플레이스’인 셈이다. 한국 돈 1만 원으로 태국에서 과일을 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태국 소녀 프래가 현지 시장에서 1개 100원인 파인애플을 100개 달라고 하자 상인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바나나 30송이까지, 리어카에 가득 실어도 모자랄 판. 콘텐츠를 선보였으면 크리에이터들의 ‘글로벌한’ 피드백을 받아야 할 차례다. 1만 원으로 두바이에서는 빵을 30개 살 수 있고, 스웨덴에서는 샌드위치 1개를 사거나 버스를 두 번밖에 탈 수 없다는 ‘깨알 정보’가 쏟아진다. 해외 크리에이터들과의 소통을 위해 ‘핵인싸’ MC들도 여럿 참여했다. 유튜브 구독자 177만 명을 보유한 ‘와썹맨’ 박준형은 특유의 자유분방함으로 분위기를 주도한다. 그는 “(유튜브와 달리) TV에 나오면 제약이 많지만 여기서는 좀 더 자유롭게 해도 된다고 했다”며 그가 유행어로 만든 감탄사 “BAAM(뱀)”을 외친다. 이상민은 1인 방송에 문외한이지만 산전수전(?)을 겪으며 얻은 여러 지식으로 박준형과 대결을 벌인다. 김 PD는 “일반적인 토크쇼 녹화는 분위기의 등락이 심한데, 4시간 넘게 촬영하는 동안 분위기가 가라앉은 적이 없다. 발언 수위상 녹화분의 10%밖에 방송할 수 없어 안타깝다”며 웃었다. 안현모는 영어, 독일어 등을 구사하며 크리에이터와 MC들 간 소통을 돕는다. 그는 “기자로 일할 때는 주로 특파원을 통해 제한적으로 해외 소식을 접했다. 각국의 실생활을 보고 들으며 세상은 넓고 여전히 배울 게 많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단순히 팔로어가 많은 크리에이터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안현모는 “‘진주’ 같은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이들 간 연대와 소통을 다루는 취지가 좋았다”고 말했다. ‘지구인…’에 출연한 크리에이터가 제작한 영상은 채널A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 일주일 안에 조회 수 100만 회를 돌파하면 콘텐츠 지원금을 받는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가수 승리, 정준영 사태로 왜곡된 성 관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연예계에서는 특정 구성원의 일탈로 치부하기에 앞서 한류와 케이팝 콘텐츠에 만연한 부도덕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뮤직비디오와 가사에 여성 혐오, 성적 대상화, 성 역할 고정 관념이 범람한다는 지적이 있다. 웹진 ‘아이돌로지’의 미묘 편집장은 “송민호의 ‘아낙네’ 등 여러 뮤직비디오에서 성공한 남자는 노출이 심한 여성들 사이를 누비다 한 명을 간택하는 식으로 묘사된다”며 “일부 창작자의 성폭력 불감증이 녹아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2014년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 ‘위너’의 멤버로 데뷔한 송민호는 이듬해 ‘쇼미더머니4’에 출연해 “MINO 딸내미 저격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 하는 랩을 해 각계의 비난을 받고 사과했다. 하지만 결국 준우승을 차지했고 ‘위너’의 멤버로 활동을 이어갔다. 2017년에는 아이돌 그룹 ‘빅스’의 라비가 솔로 곡 ‘BOMB’의 뮤직비디오에서 여성 혐오와 성적 대상화 논란이 일자 사과하고 해당 부분을 삭제한 바 있다.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국내 힙합에서도 여성 혐오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말에는 산이의 ‘FEMINIST’에 대해 페미니즘을 비꼬는 내용을 다룬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래퍼 블랙넛, 빌스택스에게도 여성 혐오 가사 논란이 따라붙었다. 이런 배경에는 미국 힙합 문화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웹진 ‘리드머’의 강일권 편집장은 “돈만 보고 남자에게 접근하는 여자들을 비난하는 일명 ‘골드 디거(gold digger)’ 서사, 순종적 여성상을 찬송하는 내용이 국내 힙합에 이식되며 ‘김치녀’ ‘된장녀’ ‘꽃뱀’ 서사와 페미니스트를 비꼬는 내용으로 확장됐다”고 비판했다. 강 편집장은 “뿌리 깊은 여성 혐오 가사는 저항음악으로서의 힙합이 지닌 가치와 극단적으로 대척되는 지점이다. 오히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런 표현을 쓰는 래퍼들에 대한 보이콧 운동이 근래 활발하다. 국내처럼 기획사가 대변인으로서 ‘사실 무근’ ‘법적 대응’이란 성명을 내놓으며 큰소리치기 전에 아티스트가 먼저 공개 사과하는 일이 일반적이다”고 했다. 남성 가수만의 문제는 아니다. 성 역할 고정관념이나 성적 대상화를 담은 콘텐츠는 여성 가수를 통해 나오기도 한다. 박준우 평론가는 최근까지도 신인 여성 그룹들이 데뷔 때부터 안무, 의상, 뮤직비디오에서 짧은 치마와 교복 등 성적 대상화 여지가 있는 고정적 모습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고 했다. 김윤하 평론가도 “걸그룹이라는 존재 자체가 여성의 성적 대상화 혐의를 벗기 힘든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부터 더욱 깊게 고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투 운동으로 사회 전반에 성 인지 감수성이 높아졌지만 여성을 도구로 객체화하고 존중하지 않는 문화가 여전하다”며 “왜곡된 성 관념 등을 방조한 기획사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임희윤 imi@donga.com·신규진 기자}

채널A 미니시리즈 극본 공모전에서 ‘귀족학원’이 대상을 받았다.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26일 열린 시상식에서 미니시리즈 극본 5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대상을 수상한 ‘귀족학원’은 상류층이 다니는 고교에 잠입한 여형사와 꽃미남 고교생의 호러맨스물이다. 박현진 작가와 함께 극본을 집필한 권희경 작가는 “그동안 버텨왔던 시간들을 보상받는 느낌이다. ‘뼈를 때리는’ 드라마로 탄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상금으로 5000만 원이 수여됐다. 심사위원들은 ‘귀족학원’에 대해 “대본의 몰입도와 흡입력이 우수하며 대사의 리듬감이 좋다. 주인공뿐 아니라 악역, 조연 등 캐릭터가 개성 있게 구축됐고 기성 작품과 차별되는 소재의 신선함과 기획의 뾰족함이 있다”고 평가했다. 또 “대중적 취향을 따라가는 상품성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제 사건팀 형사가 수도방위사령부 여성 대위와 함께 탈영병의 연쇄살인을 추적하는 최도원 작가의 ‘그곳에 있었다’와 스스로 사이코패스임을 밝힌 범죄심리학 교수가 부인을 죽인 오명(stigma)을 풀어나가는 유기성 작가의 ‘스티그마’가 우수상을 받았다. 상금은 각각 1000만 원이다. 장려상은 의료계를 다룬 작품들이 선정됐다. 소아외과 전문의가 병원을 둘러싼 권력다툼에 휘말리는 변문경 작가의 ‘신생아 집중 치료실’과 신출내기 의사가 외딴 섬의 호스피스 병원에서 진정한 의사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은 이준호 작가의 ‘제너럴 호스피스’ 등 두 편이다. 상금은 각각 500만 원이다. 김차수 채널A 대표이사는 “수상작 5편은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훌륭했다. 작가들의 뜨거운 창작 열정과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최종 심사에 참여한 최진원 작가도 “소재 선택이 신인답게 도전적이었고 기성 작가 이상의 역량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이번 공모전은 드라마 작가를 발굴하고 채널A 드라마 제작의 초석을 마련하기 위해 드라마센터에서 처음 시행했다. 지난해 12월 20일부터 31일까지 극본 총 463편이 접수됐고 심사위원 12명이 수상작을 선정했다. 향후 1년간 드라마센터 PD들과 작품 개발을 진행한 뒤 수상작들을 채널A 미니시리즈로 제작할지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가수 승리, 정준영 사태로 왜곡된 성 관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연예계에서는 특정 구성원의 일탈로 치부하기에 앞서 한류와 케이팝 콘텐츠에 만연한 부도덕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뮤직비디오와 가사에 여성 혐오, 성적 대상화, 성 역할 고정 관념이 범람한다는 지적이다. 웹진 ‘아이돌로지’의 미묘 편집장은 “송민호의 ‘아낙네’ 등 여러 뮤직비디오에서 성공한 남자는 노출이 심한 여성들 사이를 누비다 한 명을 간택하는 식으로 묘사된다”며 “일부 창작자들의 성폭력 불감증이 녹아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2014년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 ‘위너’의 멤버로 데뷔한 송민호는 이듬해 ‘쇼미더머니4’에 출연해 “MINO 딸내미 저격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 하는 랩을 해 각계의 비난을 받고 사과했다. 하지만 결국 준우승을 차지했고 ‘위너’의 멤버로 활동을 이어갔다. 2017년에는 아이돌 그룹 ‘빅스’의 라비가 솔로 곡 ‘BOMB’의 뮤직비디오에서 여성혐오와 여성 대상화 논란이 일자 사과하고 해당 부분을 삭제한 바 있다.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국내 힙합에서도 여성혐오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말에는 산이의 ‘FEMINIST’에 대해 페미니즘을 비꼬는 내용을 다룬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래퍼 블랙넛, 빌 스택스에게도 여성 혐오 가사 논란이 따라붙었다. 이런 배경에는 미국 힙합 문화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웹진 ‘리드머’의 강일권 편집장은 “돈만 보고 남자에게 접근하는 여자들을 비난하는 일명 ‘골드 디거(gold digger)’ 서사, 순종적 여성상을 찬송하는 내용이 국내 힙합에 이식되며 ‘김치녀’ ‘된장녀’ ‘꽃뱀’ 서사와 페미니스트를 비꼬는 내용으로 확장됐다”고 비판했다. 강 편집장은 “뿌리 깊은 여성 혐오 가사는 저항음악으로서의 힙합이 지닌 가치와 극단적으로 대척되는 지점이다. 오히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런 표현을 쓰는 래퍼들에 대한 보이콧 운동이 근래 활발하다. 국내처럼 기획사가 대변인으로서 ‘사실 무근’ ‘법적 대응’이란 성명을 내놓으며 큰소리치기 전에 아티스트가 먼저 공개 사과하는 일이 일반적이다”고 했다. 남성 가수만의 문제는 아니다. 성역할 고정관념이나 성적 대상화를 담은 콘텐츠는 여성 가수를 통해 나오기도 한다. 박준우 평론가는 ”최근까지도 신인 여성그룹들이 데뷔 때부터 안무, 의상, 뮤직비디오에서 짧은 치마와 교복 등 성적대상화 여지가 있는 고정적 모습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고 했다. 김윤하 평론가도 “걸그룹이라는 존재 자체가 여성 대상화의 혐의를 벗기 힘든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부터 더욱 깊게 고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투 운동으로 사회 전반에 성인지 감수성이 높아졌지만 여성을 도구로 객체화하고 존중하지 않는 문화가 여전하다”며 “왜곡된 성 관념 등을 방조한 기획사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마블을 피하려다 극장가 비수기인 3월에 한국 영화 3파전이 벌어졌다. 지난해 4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개봉 한 달 앞뒤로 한국 영화가 눈에 띄게 적었던 때와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어쨌거나, 6일 개봉해 500만 명 관객을 돌파한 ‘캡틴 마블’의 흥행세가 꺾이고 ‘어벤져스: 엔드 게임’이 개봉하는 4월 말까지 이들에겐 한 달가량 빠듯한 시간만 남은 셈이다. 20일 개봉한 ‘돈’과 ‘우상’, ‘악질경찰’은 모두 한국 사회 부패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일단 출발은 여의도 증권가의 실상을 가볍게 풀어낸 ‘돈’이 좋다. 주식 브로커 일현(류준열)은 실적 부진에 시달리다 작전 설계자 번호표(유지태)를 만나면서 주가조작에 가담한다. 어수룩한 청년이 부자가 되겠다는 삐뚤어진 야망으로 질주하는 과정이 대리만족을 준다. 어렵거나 민감한 소재를 다룬 ‘우상’과 ‘악질경찰’은 다소 고전하는 모양새. ‘우상’에서 도의원 구명회(한석규)는 교통사고를 내고 이를 은폐한 아들 때문에 정치 인생의 위기를 맞게 된다. 아들이 차로 들이받은 이는 유중식(설경구)의 지체장애인 아들. 그가 죽고 현장에 있던 유중식의 며느리 최련화(천우희)가 실종되면서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진다. 각자의 ‘우상’을 맹목적으로 좇는 세 인물의 암투를 다뤘지만 “불친절하다”는 평이 많다. ‘악질경찰’은 수사기관 부패의 총집합이다. 경찰이 돈을 받고 마약사범 뒤를 봐주거나, 돈이 필요해 범죄도 저지른다. 부패한 경찰 조필호(이선균)가 사회의 부조리를 깨닫고 반성하는 기존 범죄물 클리셰에 세월호 참사로 친구를 잃고 방황하는 소녀 장미나(전소니)의 서사를 끌어들였다. 3편 모두 총제작비 80억∼90억 원대로 200만∼260만 명가량의 손익 분기점을 넘기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한적한 충남 서천군의 한 마을. 출연자들이 식사 준비를 하러 바다로, 산으로 향한다. 마당에서 음식을 손질하며 “음식 코드가 맞는다”는 전소민에게 양세형은 “나한테 ‘끼’부리는 것이냐”며 난데없는 상황극을 벌인다. 22일 종영한 ‘미추리 8-1000 시즌2’는 1000만 원을 획득하기 위한 출연자 8명의 사투를 그렸다. 추리 예능이지만 SBS ‘패밀리가 떴다’(2010년)를 연상하는 이가 적지 않다. 관찰, 여행 예능이 여전히 인기를 끌지만 최근 추리를 이용한 예능이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tvN ‘더 지니어스’ 시리즈 등 추리에만 집중했던 과거 예능 틀에서 벗어나 설정이나 소재의 디테일을 살려 변화를 꾀하는 모양새다. ‘런닝맨’을 연출한 정철민 PD가 ‘미추리 8-1000 시즌2’를 맡은 덕분인지 프로그램에는 전작의 향수가 배어 있다. 추리를 하는 도중 빗자루와 장난감 망치를 들고 하키게임을 하거나 승리한 팀에 추가 힌트를 주는 방식은 ‘런닝맨’의 보물찾기 미션을 연상시킨다. 지난해 11월 파일럿 프로그램이었던 시즌1의 호평으로 추가 제작이 이뤄졌다. 추리 예능이라고 해서 꼭 추리로 승부를 보는 것은 아니다. 17일 첫 방영된 tvN ‘대탈출2’는 추리를 통해 밀실에서 탈출하는 내용이지만 출연자 각각의 캐릭터를 살렸다. 맏형 강호동은 추리를 하기보다는 힘(?)으로 캐비닛을 열거나 책상과 의자로 가로막힌 길을 뚫고 지나간다. 격투기 선수 김동현은 어둠을 무서워하는 겁쟁이 캐릭터다. 경기 포천시의 미래대 체육관을 통째로 빌려 지난해 7월 시즌1보다 세트의 스케일도 커졌다. 방탈출 카페를 즐겨 찾는 이들에게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 준다”는 평도 나온다. 16일 첫 방영된 tvN ‘호구들의 감빵생활’은 익숙한 마피아 게임을 스튜디오로 옮겨왔다. 성실반과 정직반이 노래 맞히기 등 게임을 하면서 마피아를 색출하는 과정은 SBS ‘X맨 일요일이 좋다’(2006년)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추리 예능 특성상 높은 진입장벽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시청률은 1∼3%에 그치고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관찰 예능의 반대급부로 추리 예능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지만 중장년층 시청자를 잡기 위해선 버라이어티적인 요소를 가미하는 식의 변주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SBS 수목드라마 ‘빅이슈’가 편집이 덜 끝난 화면을 내보내는 대형 방송 사고를 냈다. ‘빅이슈’는 21일 컴퓨터그래픽(CG) 작업이 덜 된 10여 장면을 송출했다. 2개의 화면이 겹쳐서 나오거나, 영상과 소리가 맞지 않았다. 강에서 찍은 장면과 등장인물이 수영장에서 수중 촬영한 장면이 이질적으로 한 화면에 담기기도 했다. 또 제작진이 CG팀에 보낼 ‘창 좀 어둡게’ ‘다 지워주세요’ 등 작업 지시사항 자막과 컬러바 화면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 절반가량이 미완성이었지만 SBS는 방송을 중단하지 않았다. 방송 직후 시청자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확인도 안 하고 방송을 내보내느냐” “차라리 결방을 하라” 등 제작진을 비판했다. SBS는 이날 방영분에 대한 다시보기 서비스를 중단하고 “시청자와 연기자, 스태프에게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촬영, 편집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사고는 CG작업 등 드라마 제작 업무는 늘었는데, 제작환경이나 지원이 뒷받침하지 못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2017년에도 tvN 드라마 ‘화유기’가 CG작업이 끝나지 않은 채 방영되는 사고를 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KBS노동조합(1노조)이 20일 양승동 KBS 사장 등 자사 직원들을 서울남부고용노동지청에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했다. 보직자 인사 발령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언론노조 KBS본부(2노조) 출신 직원을 중용하고, 1노조는 배제한 ‘코드 인사’로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줬다는 취지다. KBS1노조는 “올해 3월 KBS 인사 현황에 따르면 국장급 보직자 73명 중 1노조 출신은 한 명도 없고, 부장급 보직자도 155명 중 13명(8%)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반면 국장급 보직자 중 59%(43명), 부장급 보직자 중 72%(112명)가 2노조 출신이다. 나머지 국장급 보직자는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직원이다. 1노조는 “현재 KBS 14개의 뉴스를 맡고 있는 앵커 22명은 모두 2노조 출신”이라며 “보직자뿐 아니라 뉴스앵커도 편향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KBS 측은 “사장의 인사권에 대한 1노조의 부당한 주장이다. 올해 인사는 조직개편에 따른 인사발령이었다”고 밝혔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