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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22일 원전 폭발 사고로 녹아내린 핵연료 잔해를 꺼내는 작업을 시작하려다가 개시 직전 연기했다. 2011년 원전 사고 이후 13년 5개월 만, 오염수 방류 후 1년 만에 시작하려던 본격적인 핵연료 잔해 제거 작업이 시작부터 삐거덕거리는 것이다.일본 정부는 오염수 방류, 핵연료 잔해 제거를 마친 뒤 2050년까지 후쿠시마 1원전 폐로 작업을 마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핵연료 잔해 제거는 시작조차 못 하고 있고, 오염수 방류도 종료일이 정해지지 않았다. 일본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후쿠시마 원전 인근 바다에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원전을 둘러싼 불안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후쿠시마 핵연료 제거 시작부터 ‘삐걱’ 도쿄전력은 이날 후쿠시마 1원전 2호기에서 핵연료 잔해 파편 시험 제거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장비 설치 작업 중 실수가 발생해 준비 작업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향후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아사히신문은 “폐로 작업에서 가장 어려운 잔해 제거 작업이 첫 날부터 난관에 봉착했다”고 전했다.후쿠시마 원전 내 원자로 바닥에는 폭발 사고로 녹아내린 핵연료 잔해 880t가량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잔해 인근에서는 시간당 최대 수십 시버트의 방사선량이 계측되고 있다. 이는 사람이 몇 분만 머물러도 죽을 수 있는 수준이다.이 때문에 사람이 직접 작업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로봇을 개발해 원격 조종으로 꺼내겠다는 계획이다. 도쿄전력은 이번 시험 제거에서 원자로 격납 용기의 지름 60cm 파이프에 장치를 넣고 바닥 21m 밑에서 3g 무게의 작은 파편을 집어낼 예정이었다. 내시경 수술과 비슷한 원리다. 도쿄전력은 시험 제거한 핵연료 잔해 파편을 분석한 뒤 향후 본격적인 핵연료 제거 작업 계획 등을 세울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에 꺼낼 핵연료 잔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앞으로 언제 어떻게 어느 정도 양을 제거할지는 아직 계획이 없다. 이 때문에 일본 내에서도 2050년 폐로 계획 달성은 사실상 어려운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끝 보이지 않는 오염수 처리 방류 1년째를 맞은 오염수 처리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달 25일까지 1년간 8차례 방류로 총 6만2800t의 오염수를 바다에 버렸지만 현재 탱크에 보관돼 있는 오염수는 131만 t에 달한다. 오염수는 지금도 빗물, 지하수 등이 뒤섞이며 계속 생기고 있어 처리에는 최소 수십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전력의 허술한 대응도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지난해 10월에는 도쿄전력 협력업체 직원들이 오염수 정화 장비인 다핵종제거설비(ALPS) 배관을 청소하다가 방사성 액체를 뒤집어쓰는 사고가 발생했다. 올 2월에는 밸브를 실수로 열고 오염수 정화 장치 오염 제거 작업을 하다가 오염수 1.5t이 땅에 스며들었다. 사이토 겐(齋藤健) 일본 경제산업상은 잇딴 사고를 일으키는 도쿄전력 경영진을 불러 “도쿄전력의 폐로 작업 안정성을 둘러싸고 지역과 국내외 불안을 사고 있다. 무겁게 받아들여 달라”고 이례적으로 공개 경고했다. 한편 현재까지 일본 정부, IAEA 등이 측정한 후쿠시마 인근 바다에서 삼중수소 등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를 넘어 분석된 적은 없다. 후쿠시마 1원전 주위에서 채취한 바닷물의 삼중수소 농도는 일본 정부와 IAEA가 정한 방출 기준(L당 1500베크렐·연 22조 베크렐)보다 크게 낮은 200~300베크렐 수준이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의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제106회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고시엔)에서 대망의 결승에 올랐다. 2021년 4강 진출을 넘어선 역대 최고 성적이다. 1999년 야구부를 창단한 교토국제고는 23일 동도쿄 대표 간토다이이치(關東第一)고교와 결승전을 갖고 한국계 고교 사상 첫 고시엔 우승이라는 위업에 도전한다. 교토국제고는 21일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한신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고시엔 준결승전에서 아오모리현 대표인 아오모리야마다(青森山田)고교를 3-2 역전승으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승리 후 교토국제고 선수들은 홈플레이트에 모여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라는 한국어 교가를 제창했다. 교가를 부르는 장면은 한국어 가사 자막을 달고 NHK 등으로 전국에 생중계됐다. 이번 대회에 교토국제고의 승리 후 교가 제창은 5번째다. 백승환 교토국제고 교장은 경기 후 “꿈에 그리던 결승까지 올라가게 돼서 정말 기쁘고 (학생들이) 대견스럽다”며 “일본에 계신 동포분들께 감동을 드릴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토국제고의 연전연승에 재일동포 사회는 흥분하고 있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중앙본부 관계자들은 이날 미니 태극기를 들고 모여 응원전을 펼쳤다. 김이중 민단 중앙단장은 “이번 쾌거는 일본 전역의 동포에게 용기를 준 기쁜 일”이라며 “결승전은 고시엔 구장에 직접 가 응원석에서 동포들과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고교야구가 프로야구 이상의 인기를 구가하는 일본에서는 교토국제고의 결승 진출을 이변을 넘어 기적으로 평가한다. 올해 고시엔에는 일본 전국 3441개 팀이 지역 예선에 도전해 49개 팀이 본선에 올랐다. 예선부터 한 번이라도 지면 그대로 탈락하기 때문에 고시엔 본선 자체가 ‘꿈의 무대’로 불린다. 각 지역의 야구 명문교에는 초고교급 선수들이 즐비하다. 이날 준결승에서 만난 아오모리야마다고교는 시속 152km를 뽐내는 에이스가 마운드에 올랐다. 반면 교토국제고는 전교생이 160명에 불과하고 정규 규격 야구장의 절반 크기인 반쪽 운동장에서 연습한다. 야구공조차 부족해 실밥이 터지면 테이프로 칭칭 감아 공이 찌그러질 때까지 쓴다. 이번 대회 출정식을 연 학교 강당은 낡은 에어컨이 고장 나 선수들이 선풍기로 더위를 식혀야 했다. 일본에 한국계 민족학교는 도쿄 1곳, 오사카 2곳, 교토 1곳 등 총 4곳이 있다. 도쿄와 오사카는 최근 이주한 한국인도 많고 외교관, 기업 주재원 등이 있어 학교에 입학하려면 추첨을 거쳐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하지만 교토는 재일교포가 3, 4세로 넘어가면서 일본 사회에 동화됐고 도시 특성상 새로 이주해 오는 한국인도 적다. 운영난을 겪던 학교는 2003년 일본 정부의 인가를 받아 교토 한국학교에서 교토국제중고교로 재편했다. 재학생 90%가 일본인이지만, 민단이 운영하며 한일 양국 정부의 지원도 받는다. 이사장과 교장도 한국인이다. 한국어 수업을 하고 한국으로 수학여행을 가며 K팝 댄스부도 운영한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의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제106회 일본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고시엔·甲子園)에서 사상 최초로 결승에 올랐다. 교토국제고는 23일 동도쿄 대표인 간토 다이이치(關東 第一) 고교와 우승기를 놓고 결전을 치른다. 교토국제고는 21일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한신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고시엔 준준결승에서 아오모리현 대표 아오모리야마다(青森山田) 고교를 3-2로 꺾었다. 올봄 선발 고교야구 대회(봄 고시엔) 1회전에서 졌던 상대 팀으로 설욕에 성공했다. 이날 승리 후 교토국제고 선수들은 홈플레이트에 모여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라는 한국어 교가를 제창했다. NHK 등으로 전국에 생중계됐다. 이번 대회 들어서만 5번째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20일 일본 도쿄 주오구의 한 슈퍼마켓. 평소 쌀이 가득 쌓여 있던 매대가 텅 비었다. “안정될 때까지 당분간 가구당 하루 한 봉지만 팔겠다”는 안내문이 무색하게 쌀 자체가 동났다. 인근 슈퍼마켓을 둘러봤지만 쌀을 파는 가게는 없었다. 점원은 “언제 쌀이 들어올지 약속드릴 수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일본에서 때아닌 쌀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폭염에 따른 흉작으로 쌀 수확량이 감소하고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 쌀 소비량이 늘어났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일본에서 쌀 수확량이 20여 년째 감소 추세인 데다 외국인이 많이 왔다고 쌀이 동난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매장에서는 쌀 판매대에 현미, 찹쌀이나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을 수 있는 즉석밥을 진열해 팔고 있다. 일본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 판매 중인 쌀을 클릭하면 품절됐거나 9월 이후에 배송이 가능하다는 안내가 뜬다. 때아닌 ‘여름 보릿고개’에 일본 거주 한국인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쌀을 파는 슈퍼마켓 목록을 공유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식구가 4명인데 남은 쌀이 10kg도 안 돼 걱정이다” “가을까지 어떻게든 쌀을 아껴 먹으려 한다” 등의 글도 있다. 쌀값도 크게 올랐다.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지난해 5kg에 1500엔(약 1만4000원) 안팎이던 쌀값은 최근 2500엔 안팎까지 상승했다. 농림수산성 통계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민간 쌀 재고량은 156만 t으로 1999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애초에 지난해 수확량이 적어 재고가 적다 보니 가을을 코앞에 둔 늦여름에 쌀이 동난 것이다. 다만 정부는 가을 벼 수확이 시작돼 햅쌀이 출하되면 품귀 현상은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쌀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별다른 소동은 벌어지지 않고 있다. 언론에 전국 곳곳에서 쌀이 부족하다는 기사가 나오지만, 대체로 재고 상황을 보여 주는 안내 기사다. 50대 일본인 주부는 “한 달 정도 먹을 쌀은 있고 다른 먹거리도 충분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다음 달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사진)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하는 방안을 한국과 일본 정부가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일본 교도통신도 이날 기시다 총리가 다음 달 초 한국을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음 달 27일 치러질 자민당 총재 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기시다 총리가 퇴임 전 윤 대통령을 만나 한일 협력의 지속을 확인하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가 방한해 윤 대통령과 회담할 경우 올해 두 번째 방한, 지난해부터 10번째 정상회담이 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시다 총리의 자민당 총재 선거 불출마 결정 이전부터 일본 측이 기시다 총리의 방한 의사를 표명해 왔고 불출마 발표 이후에도 관련 논의가 있어 왔으나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며 “윤 대통령은 한일 간 셔틀외교 차원에서 언제든 기시다 총리를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기시다 총리의 불출마 발표 이후 일본 측에서 먼저 ‘다음 달에 퇴임하는데 방한해도 괜찮겠느냐’고 양해를 구해 왔다”며 “우리는 한일 우호 증진 차원에서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불출마 표명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주요 성과로 한일 관계 개선 등을 꼽으며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한일 관계 정상화를 더욱 확실히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기시다 총리는 재임 기간 국회 연설 등을 통해 “윤 대통령과의 개인적 신뢰 관계를 토대로 폭넓은 연대를 심화해 가고 있다”고 여러 차례 말한 바 있다. 교도통신은 “일본 사도 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등을 놓고 윤석열 정부에 대한 한국 국내 비판 여론을 고려해 기시다 총리 방한 여부가 유동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다음 달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하는 방안을 한국과 일본 정부가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일본 교도통신도 이날 기시다 총리가 다음달 초 한국을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음달 27일 치러질 자민당 총재 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한 기시다 총리가 퇴임 전 윤 대통령을 만나 한일 협력의 지속을 확인하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가 방한해 윤 대통령과 회담할 경우 올해 두 번째 방한, 지난해부터 10번째 정상회담이 된다. 대통령실은 “기시다 총리의 자민당 총재 선거 불출마 결정 이전부터 일본측이 기시다 총리의 방한 의사를 표명해왔고 불출마 발표 이후에도 관련 논의가 있어 왔으나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며 “윤 대통령은 한일 간 셔틀외교 차원에서 언제든 기시다 총리를 만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기시다 총리의 불출마 발표 이후 일본 측에서 먼저 ‘다음달 에 퇴임하는데도 방한해도 괜찮겠느냐’고 양해를 구했왔다”며 “우리는 한일 우호 증진 차원에서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불출마 표명 기자 회견에서 자신의 주요 성과로 한일 관계 개선 등을 꼽으며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한일 관계 정상화를 더욱 확실히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기시다 총리는 재임 기간 국회 연설 등을 통해 “윤 대통령과의 개인적 신뢰 관계를 토대로 폭넓은 연대를 심화해 가고 있다”고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교도통신은 “일본 사도 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등을 놓고 윤석열 정부에 대한 한국 국내 비판 여론을 고려해 기시다 총리 방한 여부가 유동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20일 일본 도쿄 주오구의 한 슈퍼마켓. 평소 쌀이 가득 쌓여 있던 매대가 텅 비었다. “안정될 때까지 당분간 1가구당 하루 한 봉지만 팔겠다”는 안내문이 무색하게 쌀 자체가 동이 났다. 인근 슈퍼마켓을 둘러 봤지만 쌀을 파는 가게는 없었다. 점원은 “언제 쌀이 들어올지 약속드릴 수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일본에서 때아닌 쌀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폭염에 따른 흉작으로 쌀 수확량이 감소하고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 쌀 소비량이 늘어났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일본에서 쌀 수확은 20여 년째 감소 추세인 데다, 외국인이 많이 왔다고 쌀이 동난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매장에서는 쌀 판매대에 현미, 찹쌀이나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을 수 있는 즉석밥을 진열해 팔고 있다. 일본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 판매 중인 쌀을 클릭하면 품절됐거나 9월 이후에 배송이 가능하다는 안내가 뜬다. 때아닌 ‘여름 보릿고개’에 일본 거주 한국인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쌀을 파는 슈퍼마켓 목록을 공유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식구가 4명인데 남은 쌀이 10kg도 안 돼 걱정이다” “가을까지 어떻게든 쌀을 아껴먹으려 한다” 등의 글도 있다. 쌀값도 크게 올랐다.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지난해 5kg에 1500엔(약 1만4000원) 안팎이던 쌀값은 최근 2500엔 안팎까지 상승했다. 농림수산성 통계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민간 쌀 재고량은 156만 t으로 1999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애초 지난해 수확량이 적어 재고가 적다 보니 가을을 코앞에 둔 늦여름에 쌀이 동난 것이다. 다만 정부는 가을 벼 수확이 시작돼 햅쌀이 출하되면 품귀 현상은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쌀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별다른 소동은 벌어지고 있지 않다. 언론에 전국 곳곳에서 쌀이 부족하다는 기사가 나오지만, 대체로 재고 상황을 보여주는 안내 기사다. 50대 일본인 주부는 “한 달 정도 먹을 쌀은 있고 다른 먹거리도 충분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의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제106회 일본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고시엔·甲子園)에서 4강에 올랐다. 2021년 이후 3년 만의 준결승 진출이다. 교토국제고는 19일 효고현 니시노미야의 한신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고시엔 준준결승에서 나라현 대표 지벤가쿠엔(智辯學園)고교를 4-0으로 꺾었다. 이날 맞붙은 지벤가쿠엔고는 2021년 4강에서 패한 상대다. 3년 만에 설욕에 성공했다. 승리 후 교토국제고 선수들은 홈플레이트에 모여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라는 한국어 교가를 제창했다. 이 장면은 공영 NHK방송을 통해 일본 전역에 생중계됐다. 이번 대회 들어서만 4번째다. 이날 2학년 선발 니시무라 잇키(西村一毅)는 9회까지 118개의 공을 던지며 완봉승을 했다. 6피안타 2탈삼진의 쾌투였다. 그는 17일 본선 3회전 승리 투수였던 나카자키 루이(中崎琉生)와 함께 교토국제고의 ‘원투 펀치’로 불린다. 두 선수는 최근 3경기째 완봉승을 거두며 27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승리의 주역 니시무라 선수는 “선배들이 점수를 뽑아 줬기 때문에 상대 타선을 막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던졌다”고 했다. 향후 경기에 대해 “다음을 생각하지 않고 모든 힘을 쏟아 경기에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백승환 교장 또한 “주장인 후지모토 하루키(藤本陽毅)가 한일 양국 팬들에게 기쁨을 안겨 주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는데 약속을 지켜줘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야구를 통해 학교가 발전하고 재일동포 사회가 하나가 되는 계기를 만들어 기쁘게 생각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교토국제고는 21일 아오모리현 대표 아오모리야마다(青森山田)고교와 결승 티켓을 놓고 맞대결을 펼친다. 시속 152km 강속구가 주무기인 상대 팀 에이스 세키 고이치로(關浩一郎)와 맞붙을 가능성이 있다. 이 학교와는 올봄 전국 대회에서 맞붙어 패했다. 교토국제고는 1999년 일본 고교야구연맹에 가입했다. 2021년에 처음 고시엔 본선에 진출해 4강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지역 예선에서 탈락했지만 올해 다시 4강의 기쁨을 맛봤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 집권 자민당의 소장파 의원 고바야시 다카유키(小林鷹之·49)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19일 주요 주자 중 처음으로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자민당은 다음 달 27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후임을 뽑는 총재 선거를 실시할 예정이다. 현재 이시바 시게루(石破茂·67) 전 자민당 간사장 등 당내 유력 주자들도 속속 출마 선언 채비에 나서고 있다. 뚜렷한 ‘1강’이 없는 ‘춘추전국시대’ 양상이지만, 자민당 내에서는 파벌 비자금 스캔들로 추락한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면 당 쇄신을 이끌 젊은 인물을 내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 40대 주자 속속 출마 채비 고바야시 전 경제안보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민당이 다시 태어나는 모습을 당원, 국민에게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장에는 젊은 의원을 중심으로 20명 넘는 의원이 동석해 세를 과시했다. 총재 선거에 출마하려면 20명 이상의 의원을 추천인으로 세워야 한다. 일부 출마 희망자들은 추천인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지만, 그는 여유 있게 추천인을 확보하며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졌다. 1974년 11월생인 그는 2012년 처음 의원 배지를 단 4선(選) 의원이다. 10선 안팎 의원이 즐비한 자민당에서 아직 50세 생일을 맞지 않았고, 4선이라는 점에서 ‘젊은 소장파’로 분류된다. 대장성(현 재무성)에 들어가 국고 관리를 하는 재무성 이재국 등에서 일했다. 주미 일본대사관 근무 경험도 있는 엘리트다. 자민당에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2012년 말 두 번째로 정권을 잡았을 때 대거 국회에 입성한 젊은 의원들을 ‘아베 키즈’로 부른다. 고바야시 전 경제안보상은 아베 키즈의 선두 격이다. 과거처럼 당내 파벌의 영향력이 강했다면 나이, 경륜, 지명도 부족 등으로 그의 총리 도전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다르다. 젊은 의원들은 물론이고 아베 전 총리의 갑작스러운 피격 사망 후 구심점을 잃고 흔들리는 보수파 의원 또한 그를 지지하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아들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43) 전 환경상의 출마도 유력하다. 인지도가 높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 등의 지원도 받고 있다. 고바야시 전 경제안보상, 고이즈미 전 환경상 등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당내 ‘젊은 기수론’은 점점 힘을 받고 있다.● 이시바 등도 출마 준비 나서 이시바 전 간사장은 빠르면 이번 주 안으로 지역구 돗토리현에서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요 언론들이 보도했다. 차기 총리감을 묻는 여러 여론조사에서 단골로 1위를 할 만큼 일반 국민의 지지가 높다. 다만 당내에서는 보수파를 중심으로 거부감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당내 파벌 간 합종연횡이 선거 승자를 결정할 때가 많다. 우익 성향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63) 경제안보 담당상은 소셜미디어에 “국가 경영을 담당하기 위해 마음을 굳히고 있다”며 출마 의지를 불태웠다.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71) 외상 또한 “입후보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많은 사람에게 격려받고 있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가 자신의 파벌을 해체하기 전 기시다파 소속이었던 가미카와 외상은 기시다 총리에게도 직접 전화를 걸어 출마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 사이토 겐(齋藤健·65) 경제산업상,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63) 관방장관, 노다 세이코(野田聖子·63) 전 저출산 담당상,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68) 전 관방장관,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68) 등도 출마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공영 NHK방송은 현재 출마할 것으로 보이는 자민당 의원이 11명에 달한다며 “과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파벌 대부분이 해체돼 과거 같은 교통 정리가 되지 않아서다. 한 의원은 현 선거전 양상을 두고 “‘배틀로열(여러 선수가 하나의 링에서 동시에 싸우는 프로레슬링 방식)’ 같은 분위기”라고 밝혔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의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제106회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고시엔·甲子園)에서 3연승을 거두며 8강에 올랐다. 교토국제고는 17일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한신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고시엔 본선 3차전에서 후쿠오카현 대표 니시닛폰단기대 부속고를 4-0으로 꺾고 8강에 진출했다. 19일 열리는 준준결승에서 이기면 3년 만에 ‘4강 신화’를 재현하게 된다. 이날 승리가 확정되자 교토국제고 선수들은 홈플레이트에 도열해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라는 한국어 교가를 제창했다. 공영 NHK 방송은 선수들이 교가를 부르는 장면을 한국어 가사 자막, 일본어 번역과 함께 화면에 실어 일본 전역에 생중계했다. 이번 대회 들어서만 3번째로 NHK를 통해 방영된 장면이다. 교토국제고는 이날 경기에서 선발 나카자키 루이(中崎琉生)가 9회까지 삼진 14개를 뽑아내는 위력적인 투구로 상대 타선을 틀어막으며 완봉승을 거뒀다. 교토국제고는 고시엔에 처음 출전한 2021년에 거둔 최고 성적 4강에 다시 한 번 도전한다. 공교롭게도 8강 상대인 나라현 대표 지벤가쿠엔(智辯學園)고는 3년 전 4강에서 맞붙어 패했던 상대다. 고마키 노리쓰구(小牧憲継) 교토국제고 감독은 “3년 전에 졌던 상대인 만큼, 이길 수 있는 부분을 잘 공략해 승리하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백승환 교토국제고 교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아이들이 너무 잘해줘서 감동 받았다”며 “학생들이 한일의 가교로서, 우호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한다. 이런 발전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마음이 우리 선수들을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교토국제고는 재일교포를 중심으로 민족 교육을 위해 1947년 개교한 교토조선 중학교가 뿌리다. 이후 교토한국 중고교로 재편돼 한국 정부의 인가를 받았다. 재일교포 감소로 학생 수가 줄어 운영난으로 고민하던 학교는 2003년 일본 정부의 정규 학교 인가를 받아 지금의 교토국제 중고교가 됐다. 지금은 전체 학생의 약 90%가 일본인이다. K팝 등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학교 문을 두드린다. 최근에는 야구부가 고시엔에 단골로 출전하면서 야구 명문교로 주목받고 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의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제106회 일본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고시엔·甲子園)에서 3연승을 거두며 8강에 올랐다. 교토국제고는 17일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한신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고시엔 본선 3차전에서 후쿠오카현 대표 니시닛폰단기대 부속고를 4-0으로 꺾고 8강에 진출했다. 19일 열리는 준준결승에서 이기면 3년 만에 ‘4강 신화’를 재현하게 된다.이날 승리가 확정되자 교토국제고 선수들은 홈플레이트에 도열해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라는 한국어 교가를 제창했다. 공영 NHK 방송은 선수들이 교가를 부르는 장면을 한국어 가사 자막, 일본어 번역과 함께 화면에 실어 일본 전역에 생중계했다. 이번 대회 들어서만 3번째로 NHK를 통해 방영된 장면이다.교토국제고는 이날 경기에서 선발 나카자키 루이(中崎琉生)가 9회까지 삼진 14개를 뽑아내는 위력적인 투구로 상대 타선을 틀어막으며 완봉승을 거뒀다.교토국제고는 고시엔에 처음 출전한 2021년에 거둔 최고 성적 4강에 다시 한 번 도전한다. 공교롭게도 8강 상대인 나라현 대표 지벤가쿠엔(智辯學園)고는 3년 전 4강에서 맞붙어 패했던 상대다. 고마키 노리쓰구(小牧憲継) 교토국제고 감독은 “3년 전에 졌던 상대인 만큼, 이길 수 있는 부분을 잘 공략해 승리하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백승환 교토국제고 교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아이들이 너무 잘해줘서 감동을 받았다”며 “학생들이 한일의 가교로서, 우호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한다. 이런 발전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마음이 우리 선수들을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교토국제고는 재일교포를 중심으로 민족 교육을 위해 1947년 개교한 교토조선 중학교가 뿌리다. 이후 교토한국 중고교로 재편돼 한국 정부의 인가를 받았다. 재일교포 감소로 학생 수가 줄어 운영난으로 고민하던 학교는 2003년 일본 정부의 정규 학교 인가를 받아 지금의 교토국제 중고교가 됐다.지금은 전체 학생의 약 90%가 일본인이다. K팝 등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학교 문을 두드린다. 최근에는 야구부가 고시엔에 단골로 출전하면서 야구 명문교로 주목받고 있다.올해 고시엔에는 일본 내 3715개 고교가 도전했고 49개 학교가 본선에 올랐다. 경쟁이 워낙 치열하고 프로야구를 뛰어넘을 정도로 인기가 높아 고시엔 본선 자체가 일본 고교 야구 선수들에게는 ‘꿈의 무대’로 여겨진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 정부 주요 각료들이 제2차 세계대전 패전일인 15일을 맞아 2차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기하라 미노루(木原稔) 일본 방위상은 이날 오전 야스쿠니신사를 직접 찾아 참배했다. 현직 방위상이 패전일 전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건 2021년 이후 3년 만이다. 기하라 방위상은 참배 뒤 “귀중한 생명을 희생한 이들에게 애도를 바치고 존경의 마음을 전했다”고 밝혔다. 신도 요시타카 경제재생 담당상과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 담당상,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 담당상 등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일본 국회의 초당파 의원 연맹인 ‘다 함께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 70여 명도 집단 참배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야스쿠니신사에 다마구시(玉串·비쭈기나무 가지에 흰 종이를 단 것) 대금을 봉납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전국 전몰자 추도식’에서 “전쟁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지난해 표현을 되풀이했다. 일본의 과거 아시아 국가에 대한 가해 사실이나 반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한국 정부는 15일 기시다 총리 등이 야스쿠니신사에 공물료를 내거나 참배한 것과 관련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명했다.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지적했다. 외교부는 김상훈 아시아태평양국장이 미바에 다이스케(實生泰介)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이날 오전 초치해 엄중히 항의하기도 했다. 국방부도 이승범 국방부 국제정책관이 주한 일본대사관 다케다 요헤이(武田洋平) 방위주재관을 초치해 강력히 항의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이 광복절인 15일 일본 국회에서 “우리나라 행정부에 일본 밀정 같은 존재들이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 정부가 일본을 떠받드는 ‘숭일(崇日)’ 정책을 펴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강 임미애, 조국혁신당 김준형 이해민, 진보당 정혜경 등 야권 의원 5명은 이날 일본 도쿄 국회 참의원(상원) 의원회관에서 ‘사도광산 진실수호 대한민국 국회의원 방일단’으로 기자 간담회를 갖고 한국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의원은 “범국민적 역사 인식을 넘어선, 일본 밀정과 같은 존재들이 우리나라 행정부 곳곳에 존재하는 것 같다”며 “과거를 제대로 돌아보지 못한 미완의 청산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또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가지 친일을 넘어선 숭일 정책 행정, 여기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에 드리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로는 일본 밀정들을 앉혀놓고, 국외로는 친일 외교하는 정부는 탄핵 포인트를 하나씩 쌓고 있음을 알려 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일본어 통역사가 참석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일본어로 통역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이 의원은 발언 전 “통역 필요 없이 한국 기자에게 한국 정부에 드리는 메시지를 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는 교도통신, 니가타닛포 등 일본 매체 기자들도 참석했다. 이 의원은 일본어 통역을 하지 말라고 한 이유를 묻자 “제가 드리는 메시지의 전달 대상이 대한민국”이라고 설명했다. 야권 의원들로 구성된 방일단은 일본 외무성에 의견서를 전달하고 사도광산에 방문하기 위해 일본에 왔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한국 국회의원이 일본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 정부를 향해 극단적인 비판 메시지를 발표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 의원이 일본까지 와서 한국 정부를 일본 기자들 앞에서 비판하는 게 좀 껄끄러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이 열린 일본 의원회관 회의실은 일본 참의원 의원인 오쓰바키 유코(大椿裕子) 일본 사회민주당 부당수가 빌려줬다. 오쓰바키 의원은 한국 정부를 밀정, 숭일로 비판한 것에 대해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해 어떤 표현을 썼는지 몰랐다”며 “그런 표현을 했는지 내가 발언할 위치가 아니고 말할 입장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광복절은 우리 재일동포한테 설, 추석보다 큰 명절이에요. 오랜만에 이웃들도 만나고, 너무 좋네요.”15일 오전 일본 도쿄 이타바시구립 문화회관. 대강당에 들어가는 사람이 작은 태극기가 들어있는 파란색 가방을 하나씩 받아 들었다. 일본 최대 동포단체인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이 주최한 제79주년 광복절 중앙기념식전에 참석하는 동포들이었다. 한국에서는 정쟁으로 갈라져 광복절마저 정부와 광복회, 야당이 따로따로 개최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동포들이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여 즐기는 축제의 날이었다. 34년째 일본에서 거주 중인 최숙자 씨(51)는 남편도 재일교포다. 최 씨는 “한국에서 광복절에 정치권이 싸운다는 뉴스를 봤다. 일본에 해방된 기쁜 날마저 굳이 이래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회관 인근에는 경찰들이 군데군데 배치됐다. 다행히 우익 세력이나 헤이트스피치(증오 발언)를 쏟아내는 사람들은 오지 않았다. 한 60대 동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인이라고 드러내는 것 자체가 꺼려질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않았는데 지금은 달라졌다. 신오쿠보 코리아타운 같은 데서 혐한 발언을 하는 건 요즘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행사장 앞에서는 파란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태극기와 사은품을 나눠줬다. 도쿄한국학교에 재학 중인 고2 여학생들이었다. “학교에서 봉사활동 왔어요. 서로 오겠다고 신청해 경쟁률이 치열했는데, 운 좋게 뽑혔어요.” 이날 한국학교에서 온 학생들은 25명. 전날 무대장비 설치는 남학생들이 맡았다고 한다. 무더운 공휴일에 행사에 와서 힘들지 않냐는 말에 학생들은 서로 쳐다보며 웃었다. “내년엔 고3이니 못하잖아요. 친구들이랑 같이 하니 재밌고 좋아요.”이날 행사장에는 1000여 명의 재일동포들이 자리를 메웠다. 박철희 주일 한국대사가 윤석열 대통령 경축사를 대독하고 김이중 민단중앙본부 단장 등이 광복절 경축사를 했다. 행사장 좌석은 민단의 지역 지부 별로 좌석이 배정됐다. 동포들은 행사 중간중간에 눈인사를 하며 악수를 나눴다. 행사장 밖 로비에서는 오랜만에 만난 동포들끼리 한국어, 일본어를 뒤섞으며 인사를 나누느라 시골 장터처럼 왁자지껄했다. “신주쿠에서 새로 개업한 고깃집은 잘 되나요?” “요즘 남편 사업 매출이 줄어 고민이 커요.” “그 집 애는 이번에 한국으로 대학 갔다더니 적응은 잘 해요?” “날씨 선선해지면 소주 한 잔 합시다.” 로비 한 쪽에서는 초등학생 어린이 30여 명이 태극기를 들고 노래 연습에 한창이었다. 한국학교에서 매주 토요일 우리말을 하는 어린이토요학교의 합창단이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몇몇 엄마들은 태극기를 들고 노래를 부르는 아이가 기특한지 연습 장면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찍었다. 1부 기념식이 끝나자 2부 축하공연이 열렸다. 초대가수 태진아가 첫 곡으로 ‘동반자’를 불렀다. 동포들은 함성을 지르며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으라 부산했다. “동포 여러분. 박수 부탁드립니다.” 몇몇 동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어깨를 들썩이며 춤을 췄다. 재일교포들에게 광복절은 정치와 무관한 잔칫날이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사진) 일본 총리가 다음 달 말 치러질 예정인 집권 자민당의 차기 총재 선거에 불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기시다 총리는 자민당 총재 임기 만료일인 9월 30일을 끝으로 총리직에서 물러난다. 기시다 총리는 14일 오전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민당 변화를 보여주는 가장 알기 쉬운 첫걸음은 제가 물러나는 것”이라며 “다가오는 총재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자민당 파벌 비자금 조성 스캔들과 자민당의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과의 유착 문제 등을 거론하며 “소속 의원이 일으킨 중대한 사태에 대해 조직의 수장으로서 책임을 지는 것에 조금도 망설임이 없다”고 말했다. 내각책임제인 일본은 다수당 대표가 총리를 맡는다. 다수당인 자민당은 다음 달 국회의원 및 지역 당원 등이 참가하는 당내 선거를 통해 차기 총리를 맡게 될 당 총재를 뽑는다. 기시다 총리는 국회의원으로서 활동을 계속하고 총재 선거에서도 표를 행사한다. 기시다 총리는 2021년 10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의 후임으로 취임했다. 비자금 스캔들 등 잇따른 악재가 이어지며 올해 들어 내각 지지율이 ‘퇴진 위기’ 수준인 10∼20%대에 줄곧 머물렀다. 기시다 총리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자민당 내에선 차기 총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 기시다’ 두고, 이시바-고노-모테기 등 ‘1강’ 없는 경쟁기시다 日총리, 내달 3년만에 퇴임당내 비자금 추문 등에 지지율 추락… “기시다로 안돼” 당내서도 교체론“한일관계 확실한 정상화” 주문… 외교가 “누가 돼도 큰 변화 없어”“기시다 총리로는 다음 선거를 치를 수 없다.” “빨리 기시다 정권이 무너지는 게 자민당에 차라리 좋다.” 최근 일본 집권 자민당 안팎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를 둘러싸고 공공연히 오간 말들이다. 기시다 총리는 취임 이듬해인 2022년부터 자민당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의 유착, 인사 논란 등으로 지지율이 줄곧 하락했다. 지난해 말 터진 자민당 파벌 비자금 추문은 결정타가 됐다. ‘총리 교체론’을 막을 명분도 힘도 사라지며 모두가 예상했던 퇴진이 현실화됐다. 이제 일본 정계 관심은 차기 총리가 누가 되느냐로 쏠린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 고노 다로(河野太郞) 디지털상,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간사장 등 자민당 내 거물이 여럿 거론되나 ‘뚜렷한 1강(强)’은 보이지 않아 치열한 선거전이 예상된다. 이미 일부 유력 주자들이 공개적으로 회동을 갖고 의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등 선거전의 막은 올랐다. 9월 말 치러질 자민당 총재 선거 일정은 이달 중 결정된다.● 파벌 비자금 추문에 ‘백기’ 기시다 총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미흡한 대처로 물러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 뒤를 이어 취임했다. 취임 직후 국회 중의원(하원)을 해산해 치른 총선에서 자민당은 단독 과반(233석)을 훨씬 웃도는 261석을 획득해 탄탄한 정권 기반을 다졌다. 2022년 7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피살 후 치러진 참의원(상원) 선거에서도 압승을 거뒀다. ‘황금의 3년’이 열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이때가 정점이었다. 아베 전 총리 사망 후 자민당과 가정연합의 오랜 관계, 특히 주요 각료 및 당 간부의 유착 사실이 드러났다. 기시다 총리는 당내 보수 강경파를 의식해 여론과 동떨어진 채 무리하게 아베 전 총리 장례식을 국장(國葬)으로 밀어붙였다. 지지율은 30%대 밑으로 떨어졌다. 한일 관계 개선, 지역구인 히로시마에서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개최 등으로 잠시 지지율을 회복했지만 오래 못 갔다. 기시다 총리 장남 쇼타로의 총리 공관 송년회 개최, 일본판 주민등록증으로 불리는 ‘마이넘버 카드’의 개인정보 부실 관리 등 악재가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당내 비자금 파문은 사퇴의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연루된 유력 의원들은 경고 수준의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데 그쳤다. 당 총재인 기시다 총리 본인은 아예 징계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며 자민당은 올 4월 중의원 보궐선거 3곳에서 전패했다. 주요 지방선거에서도 패하면서 기시다 총리는 고립무원에 빠졌다. 당내에서 ‘총리 교체론’이 부상했다. 지난달 아사히신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74%는 “기시다 총리의 연임을 원치 않는다”고 답했다. 결국 기시다 총리는 지지율 반등 기회를 만들지 못한 채 당 총재 선거 1개월을 앞두고 불출마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14일로 재임 1046일,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역대 8번째로 오래 재임한 총리라는 기록은 남겼다.● “한일 관계 개선” 치적 강조 기시다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를 개선했다”고 강조했다. 향후 과제로 “내년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으로 한일 관계 정상화를 더욱 확실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물러나는 자리에서도 한일 관계 중요성을 언급하며 자신의 치적으로 꼽았다. 외교가에서는 새 총리가 누가 되든 현재의 한일 관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 관계자는 “기시다 총리가 물러나도 자민당 정권은 이어진다. 관계 개선 추세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감정을 떠나 한미일, 한일 협력이 자국 안보 및 경제에 필수라는 인식이 일본 정치권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다만 역사 인식에 대한 일본의 전향적 태도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자민당은 2000년대 들어 줄곧 역사 문제에서 우경화 행보를 보여왔다. 특히 2015년 아베 전 총리가 ‘미래 세대에 과거사를 사과할 숙명을 지게 하지 않겠다’는 ‘아베 담화’를 발표한 후 이런 움직임은 정책으로 고착화됐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최근 주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에 오른 이시바 전 간사장, 고노 디지털상, 모테기 간사장 외에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아들인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전 환경상,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 담당상, 고바야시 다카유키(小林鷹之) 의원 등이 꼽힌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당 선거다. 국민적 인기와 무관하게 당내 역학 관계에 따라 승부가 갈릴 때가 많다. 최근 당내에서는 ‘킹 메이커’로 꼽히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전 총리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기시다 총리로는 다음 선거를 치를 수 없다.”“빨리 기시다 정권이 무너지는 게 자민당에 차라리 좋다.”최근 일본 집권 자민당 안팎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를 둘러싸고 공공연히 오간 말들이다.기시다 총리는 취임 이듬해인 2022년부터 자민당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의 유착, 인사 논란 등으로 지지율이 줄곧 하락했다. 지난해 말 터진 자민당 파벌 비자금 추문은 결정타가 됐다. ‘총리 교체론’을 막을 명분도 힘도 사라지며 모두가 예상했던 퇴진이 현실화했다.이제 일본 정계 관심은 차기 총리가 누가 되느냐로 쏠린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 고노 다로(河野太郞) 디지털상,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간사장 등 자민당 내 거물들이 여럿 거론되나 ‘뚜렷한 1강(强)’은 보이지 않아 치열한 선거전이 예상된다. 이미 물밑에선 당내 세력 간 협상과 합종연횡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9월 말 치러질 자민당 총재 선거 일정은 이달 중 결정된다.● 파벌 비자금 추문에 ‘백기’기시다 총리는 미흡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로 물러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 뒤를 이어 취임했다. 취임 직후 국회 중의원(하원)을 해산해 치른 총선에서 자민당은 단독 과반(233석)을 훨씬 웃도는 261석을 획득, 탄탄한 정권 기반을 다졌다. 2022년 7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피살 후 치러진 참의원(상원) 선거에서도 압승을 거뒀다. ‘황금의 3년’이 열렸다는 평가가 나왔다.하지만 이때가 정점이었다. 아베 전 총리 사망 후 자민당과 가정연합의 오랜 관계, 특히 주요 각료 및 당 간부의 유착 사실이 드러났다. 기시다 총리는 당내 보수 강경파를 의식해 여론과 동떨어진 채 무리하게 아베 전 총리 장례식을 국장(國葬)으로 밀어붙였다. 지지율은 30%대 밑으로 떨어졌다.한일 관계 개선, 지역구인 히로시마에서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개최 등으로 잠시 지지율을 회복했지만 오래 못 갔다. 기시다 총리 장남 쇼타로의 총리 공관 송년회 개최, 일본판 주민등록증으로 불리는 ‘마이넘버 카드’의 개인정보 부실 관리 등 악재가 이어졌다.이런 상황에서 터진 당내 비자금 파문은 사퇴의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연루된 유력 의원들은 경고 수준의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데 그쳤다. 당 총재인 기시다 총리 본인은 아예 징계 대상에서도 제외됐다.여론의 질타가 이어지며 자민당은 올 4월 중의원 보궐선거 3곳에서 전패했다. 주요 지방선거에서도 패하면서 기시다 총리는 고립무원에 빠졌다. 당내에서 ‘총리 교체론’이 부상했다.지난달 아사히신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74%는 “기시다 총리의 연임을 원치 않는다”고 답했다. 결국 기시다 총리는 지지율 반등 기회를 만들지 못한 채 당 총재 선거 1개월을 앞두고 불출마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14일로 재임 1046일,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역대 8번째로 오래 재임한 총리라는 기록은 남겼다.● “한일 관계 개선” 치적 강조기시다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를 개선했다”고 강조했다. 향후 과제로 “내년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으로 한일 관계 정상화를 더욱 확실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물러나는 자리에서도 한일 관계 중요성을 언급하며 자신의 치적으로 꼽았다.외교가에서는 새 총리가 누가 되든 현재의 한일 관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 관계자는 “기시다 총리가 물러나도 자민당 정권은 이어진다. 관계 개선 추세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감정을 떠나 한미일, 한일 협력이 자국 안보 및 경제에 필수라는 인식이 일본 정치권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다만 역사 인식에 대한 일본의 전향적 태도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자민당은 2000년대 들어 줄곧 역사 문제에서 우경화 행보를 보여왔다. 특히 2015년 아베 전 총리가 ‘미래 세대에 과거사를 사과할 숙명을 지게 하지 않겠다’는 ‘아베 담화’를 발표한 후 이런 움직임은 정책으로 고착화됐다.후임 총리 후보로는 최근 주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에 오른 이시바 전 간사장, 고노 디지털상, 모테기 간사장 외에도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전 환경상,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 담당상, 고바야시 다카유키(小林鷹之) 의원 등이 꼽힌다.자민당 총재 선거는 당 선거다. 국민적 인기와 무관하게 당내 역학 관계에 따라 승부가 갈릴 때가 많다. 최근 당내에서는 ‘킹 메이커’로 꼽히는 아소 다로(麻生太郎) 전 총리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9월 하순 치러지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지 않을 의향을 굳혔다고 교도통신과 공영 NHK방송이 14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기시다 총리는 자민당 새 총재가 선출되면 퇴임하게 된다. 기시다 총리는 곧 기자회견을 갖고 불출마 의향을 공식적으로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총리는 2021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선출돼 그해 10월 총리에 올랐다. 기시다 총리는 그동안 “미룰 수 없는 과제에 하나씩 대처하고 결과를 내겠다”고 밝히며 총리직 연임을 저울질했다. 하지만 재임 내내 발목을 잡아 온 낮은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으면서 연임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지난해 말 불거진 자민당 파벌 비자금 조성 논란으로 일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10%대까지 추락하면서 국정 운영 동력은 더욱 약해졌다. 자민당 내에서는 “기시다 총리 간판으로는 다음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목소리가 강했다. 기시다 총리가 퇴임하게 되면서 새 일본 총리는 다음 달 하순 당내 선거로 뽑히는 신임 자민당 총재가 맡게 된다. 일본에서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 고노 다로(河野太郎) 디지털상,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전 환경상,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담당상 등이 신임 총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9월 하순 치러지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14일 밝혔다. 이로써 기시다 총리는 3년 임기를 마치고 내달 말 총리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기시다 총리는 14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민당이 바뀌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알기 쉬운 첫걸음은 내가 뒤로 물러나는 것”이라며 “다가오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불출마를 공식 표명했다. 기시다 총리는 총리 재임 성과로 한일 관계 등 외교를 꼽았다. 기시다 총리는 “한일 관계 개선 등 외교를 다각적으로 전개했다”며 외교 성과를 올렸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이하는 해”라며 “한일 관계의 정상화를 더욱 확실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시다 총리는 2021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선출돼 그해 10월 총리에 올랐다. 기시다 총리는 그동안 “미룰 수 없는 과제에 하나씩 대처하고 결과를 내겠다”고 밝히며 총리직 연임을 저울질했다. 하지만 재임 내내 발목을 잡아 온 낮은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으면서 연임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지난해 말 불거진 자민당 파벌 비자금 조성 논란으로 일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10%대까지 추락하면서 국정 운영 동력은 더욱 약해졌다. 자민당 내에서는 “기시다 총리 간판으로는 다음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목소리가 강했다. 그는 불출마 이유에 관해 “정치 불신 초래 사태에 분명히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비자금 관련) 사안이 발생한 초기부터 마음을 가다듬어 왔고, 외교 일정이 마무리된 이 시점에서 물러나 마무리를 짓고자 한다”고 말했다.기시다 총리가 퇴임하게 되면서 새 일본 총리는 다음 달 하순 당내 선거로 뽑히는 신임 자민당 총재가 맡게 된다. 일본에서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 고노 다로(河野太郎) 디지털상,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전 환경상,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간사장,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담당상 등이 신임 총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도리아에즈, 나마(일단 생맥주부터).” 최근 40도에 육박하는 불볕더위가 계속되는 일본. 오후 늦게 해가 지면 전철역 인근 선술집에 하나둘 불이 켜진다. 땀에 젖은 와이셔츠 차림의 직장인들은 자리에 앉기도 전에 메뉴판은 보지도 않고 약속이라도 한 듯 “맥주부터”를 외친다. 하지만 ‘여름 하면 맥주 한 잔’이란 영원할 것 같던 공식이 요즘 일본에선 조금씩 바뀌고 있다. 2010년대부터 조금씩 영역을 넓혀 온 ‘무알코올 맥주’가 술 음료 시장의 주류(主流)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술을 좋아하지 않는 청년층을 일컫는 ‘시라후(シラフ) 세대’가 늘며 무알코올 음료는 하나의 사회문화적 현상으로 번지고 있다.》● 기존 맥주 반값, 술집에서도 무알코올 12일 오후 일본 도쿄 시나가와구의 한 대형 할인점. 매장 한쪽에 아사히와 기린, 산토리, 삿포로 등이 내놓은 수십 종류의 맥주가 쌓여 있었다. 최근 한국에서도 인기 높은 하이볼(위스키에 탄산수를 섞은 술), 추하이(과즙 함유 탄산성 술) 등도 나란히 자리했다. 맥주 매대 맞은편에는 ‘알코올 0%’를 전면에 쓴 무알코올 맥주가 가득했다. ‘아사히 제로’ ‘기린 그린스 프리’ ‘산토리 올프리’ 등 무알코올 맥주만 10종이 넘었다. 매대를 한참 지켜보던 70대 남성은 고민 끝에 캔 6개들이 무알코올 맥주 1팩을 집어 들었다. 그는 “젊었을 때는 맥주를 즐겼지만, 요즘은 한 잔만 마셔도 머리가 아프다”며 “무알코올 맥주는 그런 걱정이 없으니 자주 즐긴다”고 말했다. 무알코올 주류는 맥주가 전부가 아니다. 최근 하이볼이나 소주 칵테일은 물론이고 와인까지 종류별로 무알코올 술이 나왔다. ‘알코올 0.00%’라는 겉면 표시만 없으면 영락없는 술이다. 가격도 저렴하다. 대형 마트에서 맥주는 캔 6개들이 기준 1000∼1200엔(약 9300∼1만1200원)이지만, 무알코올 맥주는 600엔 안팎으로 50∼60% 수준이다. 과거에는 맥주와 맛이 사뭇 달라 꺼리는 이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알코올이 들어간 맥주와 거의 비슷한 맛을 지닌 제품들이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일반 술집에서도 무알코올 술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일본 직장인의 성지로 여겨지는 도쿄 신바시의 한 주점에서도 무알코올 술을 즐기는 이들이 적잖다. 이달 초 한 주점에서 회식 중인 직장인 4명을 만났다. 밝은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던 이들은 “건배”를 외치며 술잔을 부딪쳤다. 4명 중 2명은 ‘진짜 맥주’를, 나머지 2명은 무알코올 맥주를 즐겼다. 무알코올을 선택한 30대 남성은 “술은 못 마시지만, 술자리 분위기는 좋아한다”며 “콜라나 사이다는 어색하지만, 무알코올 맥주는 누가 봐도 맥주 같아 분위기를 맞추고 함께 즐기는 데 제격”이라고 말했다.● 올림픽, F1에도 등장한 ‘무알코올 맥주’ 무알코올 술의 인기는 일본에 국한되지 않는다. 올림픽 마케팅 상품으로 등장할 만큼 세계적으로 흥행몰이 중이다. 올해 1월 월드와이드 올림픽 파트너사가 된 벨기에 맥주회사 안호이저부시 인베브는 ‘2024 파리 올림픽’ 공식 맥주로 무알코올 맥주인 ‘코로나 세로(Corona Cero)’를 선정했다. 미셸 두케리스 안호이저부시 인베브 최고경영자(CEO)는 “맥주와 스포츠는 궁합이 맞는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코로나 세로가 흐름을 선도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제품 홍보에 나섰다. 네덜란드 하이네켄도 ‘하이네켄 0.0’을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판매하고 있다. 하이네켄은 술과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포뮬러1(F1) 스폰서까지 맡으며 적극적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특히 도수가 0%이니 맥주처럼 즐겨도 음주 운전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 홍보할 수 있다. 일본 맥주업계가 음주 운전 처벌 강화에 대응하고자 무알코올 맥주를 2009년 처음 출시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독일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0년 231억 달러(약 31조6800억 원) 규모였던 세계 무알코올 맥주 시장은 2028년 512억 달러에 이르며 2배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맥주의 나라 독일에서도 무알코올 맥주가 맥주 시장의 8%를 차지할 정도여서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은 2009년 도수 0% 맥주가 처음 등장했다. 2007년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음주 운전 처벌이 강해지면서 음주 운전자는 물론이고 동승자와 술 판매자까지 처벌할 수 있게 됐다. 이런 분위기에 맞춰 맥주회사 기린이 처음 무알코올 맥주 ‘기린 프리’를 출시한 것. 세계 최초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한 이 제품이 인기를 끌자 다른 회사들이 비슷한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 무알코올 주류 시장은 일본만 놓고 보면 15년 사이 7배 가까이로 커졌다. 산토리홀딩스 조사에 따르면 2009년 1억6500만 개(350mL 병·캔 기준)에서 올해 10억 개 이상으로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2010년대엔 해마다 시장이 커졌던 ‘무알코올 주류’는 이후 증가세가 다소 주춤했다가 다시 추진력을 얻고 있다. 최근 이른바 ‘RTD(Ready to drink·즉석 음용)’로 불리는 하이볼, 추하이 무알코올 제품이 등장했고, 와인까지 도수 0%가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 초 단맛으로 인기가 높은 매실주도 무알코올 제품이 나왔다.● 술 꺼리는 젊은층 ‘시라후 세대’ 공략 일본 무알코올 주류 시장의 확대는 술 시장 축소 분위기와 맞물려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일본 국세청에 따르면 성인 1명당 술 소비량은 1995년 100L에서 2020년 75L로 25%가량 감소했다. 더 이상 술을 즐기지 않고 술에 취하는 것도 꺼리는 젊은이들을 일본에선 ‘시라후 세대’라 부른다. 시라후는 ‘술을 마시지 않은’ ‘맨정신’이라는 뜻의 일본어다. 일본의 ‘알코올 프리’ 문화를 보여주는 신조어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알코올을 떠나 멀리한다는 ‘알코올 바나레(アルコ―ル離れ)’나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을 뜻하는 ‘게코(ゲコ)’를 타깃으로 시장이 형성된다는 뜻의 ‘게코노믹스’라는 말도 있다. 과거 한국 못지않게 술 없으면 사회생활이 어려웠던 문화는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을 비주류나 부적응자로 손가락질하던 분위기도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 일본 술 시장의 축소를 이끈 저출산 고령화가 무알코올 주류 시장에 영향을 끼친다는 분석도 나온다. 2020년대 들어 과거와 같은 폭발적 성장세가 주춤해졌지만, 제품 품질을 높이고 예민한 소비자 입맛에 맞춘 신제품이 잇달아 출시되며 다시 분위기를 타고 있다. 아사히맥주가 올해 4월 출시한 ‘아사히 제로’는 올해 목표로 했던 1200만 병 판매 목표를 3개월 만에 달성했다. 이에 연말까지 판매 목표를 2배로 늘렸고 생산 설비도 확충했다. “2배로 진한 맥주를 만든 뒤 알코올을 제거하는 공정을 반복해 맥주와 최대한 가까운 맛을 낸 게 인기 비결”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기린은 ‘라임 과즙이 들어간 0% 맥주 맛 음료’라는 제품으로 기존 맥주와 차별화된 맛으로 승부하고 있다. 산토리는 내장 지방을 줄이는 성분을 넣었다며 ‘몸을 생각한다’는 개념으로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이상훈 도쿄 특파원 sanghun@donga.com}

부산과 일본 후쿠오카를 잇는 고속선 ‘퀸 비틀’ 운항사인 일본 JR규슈고속선이 3개월 이상 배에서 물이 새는 걸 숨긴 채 운항을 계속한 사실이 확인됐다. 회사 측은 13일부터 ‘부산~후쿠오카’ 쾌속선 운항을 잠정 중단했다. ‘퀸 비틀’은 부산~후쿠오카를 잇던 쾌속선 ‘비틀’을 대체해 2022년부터 운항을 시작했다. 부산에서 후쿠오카까지 3시간 40분에 갈 수 있어 선박 중에서는 한국과 일본을 가장 빠르게 오갈 수 있다. 정원 502명에 매일 1회 왕복했다. 김해국제공항보다 부산 도심에서 가까운 부산국제여객터미널로 들어오고 수하물 제한이 까다롭지 않은데다 운임도 저렴해 인기를 끌었다.JR규슈고속선은 이날 “국토교통성 감사에서 당사가 7월 제출한 개선보고서에 기재한 대책이 실시되고 있지 않아 13일부터 당분간 운항을 중지하고 11월 25일까지 신규 예약 접수를 중지한다”고 홈페이지에 밝혔다. 운항 재개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 기간 중 예약한 승객에게는 환불해 주기로 했다. 일본 국토교통성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 2월 ‘퀸 비틀’에서 균열이 발생해 물이 새고 있는 걸 파악했다. 하지만 법으로 규정된 검사 및 수시를 실시하지 않았고 관할 부처인 국토교통성에 보고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침수를 감지하는 경보 센서 위치를 옮겨 작동하지 않게 조작했다. 관련 데이터도 변조해 마치 침수가 없었던 것처럼 거짓으로 꾸몄다. 회사 측은 펌프로 물을 퍼내면서 운항을 계속했다. 하지만 침수가 악화돼 더 이상 대응이 어렵다고 판단한 뒤에야 국토교통성과 모회사 JR규슈에 마치 처음 사실이 발견된 것처럼 보고했다. 이 회사가 해당 기간동안 태운 승객은 5만5000여 명에 달한다. JR규슈고속선은 지난해 2월에도 선체 균열로 침수가 발생했지만, 법으로 의무화된 검사를 받지 않고 운항하다가 일본 정부로부터 행정 처분을 받았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