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혁

임재혁 기자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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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동아일보 사회부 사건팀 임재혁입니다.

heok@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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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풍숲이 준 액체황금” 50년 나무 키워, 메이플시럽 시장 72% 차지

    “숲은 다른 어떤 농사와도 다릅니다. 씨앗을 사지도, 비료를 주지도, 농약을 치지도 않지만 언제나 최고의 선물을 주지요.” 지난달 22일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시에서 남동쪽으로 80km 떨어진 브로몽의 파인 마운틴 숲을 찾았다. 퀘벡 지역은 세계 메이플 시럽의 72%, 캐나다 메이플 시럽의 90%를 생산하는 전 세계 메이플 시럽의 핵심 생산지다. 이곳에서 만난 메이플 시럽 생산자 데이비드 홀 씨(65)는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울창한 단풍나무들을 쓰다듬으며 “숲에서 태어나고 숲에서 자란 우리에게 숲이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수액 흘러넘치는 봄의 단풍나무 숲홀 씨의 단풍나무 숲은 얼핏 보기엔 잎사귀 없는 나무들로 가득한 겨울 산의 모습이었다. 군데군데 여전히 녹지 않은 눈들이 덮여 있었다. 하지만 수액 채취를 위해 단풍나무마다 1, 2개씩 꽂아놓은 관을 가만히 살펴보니 놀라울 만큼 빠른 속도로 수액이 흘러나와 튜브를 통해 산 아래쪽 수액 탱크로 내려가고 있었다. 홀 씨는 “지금처럼 낮과 밤의 일교차가 커 수액 흐름이 왕성한 3월이 단풍나무 수액을 채취할 수 있는 유일한 시기”라며 “많게는 하루에 한 그루당 3갤런(11.4L)을 채취하는데, 이런 나무가 이 숲에 2만3000그루”라고 설명했다.메이플 생산자들은 봄이 오기 전 미리 나무에 드릴로 구멍 1, 2개를 뚫고 수액 채취 관을 연결한다. 20여 일 뒤 채취를 끝내고 관을 제거하면 1년 뒤 나무는 스스로 재생을 통해 그 구멍을 메운다. 나무에서 막 흘러나온 단풍나무 수액은 달콤한 생수 같은 맛이 난다. 이를 수액 탱크에 싣고 단풍나무 숲 근처 일종의 처리 시설인 ‘슈거섁(Sugar Shack·설탕 오두막)’으로 가져간다. 수액을 끓이자 마침내 갈색빛이 나는 메이플 시럽이 됐다. 홀 씨는 “1L의 메이플 시럽을 만드는 데 평균 40L의 수액이 필요하다”며 “메이플 시럽의 브릭스와 농도는 생산 설비 내 컴퓨터 센서를 통해 균질하게 관리된다”고 설명했다.● 대 이어 청년 농가 만드는 ‘액체 황금’ 홀 씨의 집안은 1860년부터 6대째 메이플 시럽을 생산하고 있다. 그는 “아버지의 아버지 이전에도 우리는 늘 이 숲에 있었다”며 “어린 시절 아버지를 도와 일하던 때와 달라진 점이라면 그때는 채취한 수액을 마차에 실어 산 아래로 가지고 내려왔다는 것뿐”이라며 웃었다. 홀 씨는 “오직 자연과 호흡하며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게 일터로서의 숲의 매력”이라며 “맥길대 졸업 후 스스로 이 숲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홀 씨의 아들 앤드루 씨(31)도 마찬가지다. 아버지처럼 맥길대에서 자연과학을 전공한 뒤 숲으로 돌아와 메이플 시럽을 함께 생산하고 있다. 실제 퀘벡 지역에는 귀농한 청년층 등 젊은 메이플 시럽 생산자가 꾸준히 유입되며 그 수가 늘고 있다. 캐나다 정부 통계와 퀘벡 메이플 시럽 생산자협회(QMSP)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생산 농가 수는 20% 가까이 늘어 현재 1만3500가구에 달한다. 이렇게 창출된 정규직 일자리도 1만2600개에 이른다. QMSP는 “메이플 시럽 산업은 퀘벡주 국내총생산(GDP)에 11억 캐나다달러(약 1조1300억 원) 이상을 기여한다”며 “벌목에 비해 GDP는 9배, 고용은 16배 더 높다”고 분석했다. 홀 씨 역시 “메이플 시럽 생산을 통해 매년 40만 캐나다달러(약 4억1170만 원)의 수익을 얻는다”고 말했다.● 숲푸드로 지역경제 활성화 세계 3대 산림국 중 하나인 캐나다는 숲에서 얻는 임산물이 이처럼 국가 경제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캐나다의 임산물은 목재와 펄프부터 시작해 블루베리, 크랜베리 등 숲 열매와 단풍나무 수액 등 비(非)목재 임산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산림 전문가들은 “버섯, 산나물, 감, 대추, 밤 등 먹는 임산물, 일명 ‘숲푸드’는 자연산 무공해 식품인 데다 탄소 배출, 토양 오염 등도 줄여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며 “지역의 숲푸드를 잘 살리면 지역 경제도 좋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캐나다의 숲을 지키고 지역을 살리려 노력하는 일부 청년들은 캐나다 숲의 오랜 주인이었던 원주민 부족들과 함께 직접 숲으로 나가 버섯과 허브, 약초 등을 채취하고 이를 판매하는 지역 기반 사업체를 세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들은 ‘야생 바구니(The Wild Basket)’라는 이니셔티브를 통해 지역과 땅을 연결하고 주민들과 인근 식당에 신선한 임산물을 공급해 주목받았다. 다만 최근 캐나다 숲 농가들은 기후변화 위기와 맞서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극한기후 속 산불 재해 위험성 등이 커졌기 때문이다. 홀 씨는 “모든 숲을 지금처럼 유지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메이플 시럽 산업의 미래와 다음 세대를 위해 필요한 숲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새로운 단풍나무를 심어 메이플 시럽을 생산하려면 최소 50년 이상이 걸린다”고 말했다. 최근 퀘벡 지역의 메이플 시럽 생산 농가들은 ‘숲이 없으면 시럽도 없다’ 캠페인을 시작했다. 메이플 시럽 패키지에 캠페인 문구가 새겨진 10만 개의 스티커를 붙여 국내외 메이플 시럽 소비자들에게도 숲의 중요성을 알리자는 취지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

    • 2025-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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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풍나무 숲 ‘설탕 오두막’ 체험, 가족 관광객 줄이어

    캐나다 퀘벡주(州) 일대의 메이플 시럽 생산 농가들은 시럽 생산에서 더 나아가 메이플 시럽을 지역의 요리 및 문화 유산과 결합시킨 체험형 사업을 통해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바로 퀘벡 지역의 독특한 전통 문화인 ‘슈거섁(설탕 오두막)’을 통해서다. 1850년대부터 등장한 것으로 알려진 설탕 오두막은 메이플 시럽 생산이 절정에 달하는 이른 봄, 온 가족이 눈 덮인 숲에서 종일 일하다가 저녁에 모여 함께 술과 음식을 나눠 먹으며 휴식을 취하던 문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도 퀘벡주의 단풍나무 숲 일대에는 100여 개의 설탕 오두막이 존재하는데, 대부분 단풍나무 수액 채취가 이뤄지는 3월에 집중적으로 운영된다. 이 시기에 설탕 오두막을 방문하면 갓 끓여낸 메이플 시럽을 눈 위에 붓고 나무 막대에 돌돌 말아 막대 사탕처럼 굳혀 먹는 ‘메이플 태피’를 경험할 수 있다. 메이플 시럽을 이용한 팬케이크나 크레이프 등 다양한 퀘벡 전통 요리도 제공된다. 설탕 오두막 옆 단풍나무 숲에서 방문객들은 직접 단풍나무 수액 채취 과정을 관찰하고 생산자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일부 설탕 오두막은 무쇠 솥에 단풍나무 수액을 붓고 장작을 피워 메이플 시럽을 만드는 전통 방식을 시연하는가 하면, 단풍나무 숲 산책이나 마차 체험 등 다양한 활동을 제공하다 보니 이 시기 슈거섁에는 가족 단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퀘벡주는 2020년 메이플 시럽 생산 100주년을 기념한 데 이어 2021년 단풍나무 수액 채취 시즌을 문화유산법에 따라 퀘벡의 공식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또 메이플 시럽의 역사와 생산을 초등학교 교육 과정에서 다뤄 지역의 숲 자원이 산업을 넘어 교육과 공유 유산으로 이어지도록 하고 있다. 지역의 기술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메이플 시럽 생산 자격증도 딸 수 있다. 퀘벡주는 지난해 단풍나무를 퀘벡 문화와 정체성의 상징으로 공식화하기 위해 10월 셋째 주 일요일을 ‘국립 단풍나무의 날’로 선포하는 법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이날은 단풍나무와 단풍 시럽 생산, 단풍나무 제품과 관련된 모든 것을 기념한다. 퀘벡의 문화, 사회, 요리, 역사에서 단풍나무 숲이 가지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서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

    • 2025-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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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산촌의 기적’… 폐목재 발전소 세우자 인구-관광객 늘었다

    《日 인구소멸지역 되살린 숲오카야마현 마니와시는 산림 면적이 80%에 달하는 일본의 대표적 산촌이다. 목재 생산으로 지역 경제를 이끌어 왔지만, 주택 경기 침체로 목재 수요가 줄며 젊은층이 떠나고 인구도 급감해 인구소멸 지역으로 전락했다. 반전의 계기를 만든 것은 다시 ‘숲’이었다. 버려지던 폐목재를 원료로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세워 전기를 생산하고 그 전기로 다시 목재를 가공하며 친환경 순환 경제를 이뤄냈다. 지속가능한 산촌 모델로 주목받자 도시 청년들까지 하나둘 정착했다. 숲을 잘 활용해 지역 경제를 살리고 결과적으로 숲도 사는 ‘그린시프트’를 이뤄낸 것이다.》“친환경 산림 관련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산촌 생활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1일 일본 중부 오카야마현 마니와시(市)에서 만난 나카야마 나오키 씨(35)에게 산촌 생활을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나카야마 씨는 돗토리현 소재 대학의 전기전자공업과를 졸업한 뒤 2014년 마니와시 목재 및 발전 기업인 메이켄(銘建)공업에 입사해 이곳에 정착했다. 일본 또한 젊은 사람들은 대개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가지만, 역으로 산촌으로 들어와 12년째 살고 있는 것이다. 그는 현재 회사의 바이오매스 발전소 관리 및 기계 운용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나카야마 씨는 “바이오매스 발전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며 이곳을 택한 이유를 말했다.● 인구소멸지역에 日 최대 폐목재 발전소 나카야마 씨가 정착한 마니와시는 2005년 3월 인구가 줄어든 9개 마을을 합해 새로 탄생한 시다. 관할 내 산림 면적이 80%에 달해 임업과 목재 생산이 지역 경제 생산의 약 30%를 차지했다. 하지만 저출산 고령화가 지속되며 주택 경기가 침체됐고 목재 수요도 줄었다. 다른 산촌처럼 젊은이들이 지역을 떠났고 고령화가 심해졌다. ‘3K’(위험하고 고되고 불결한 일·3D의 일본식 표현)로 인식되는 임업과 목재 산업의 종사자는 갈수록 줄었다. 이런 지역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이 목재 가공 과정에서 버려지는 가지, 톱밥 등 폐목재를 연료로 전기를 생산하는 바이오매스 발전소다. 폐기물 감량은 물론 나무가 흡수한 탄소를 발전 과정에서 다시 배출하는 것이라 탄소 중립 효과도 있다. 매연저감설비를 통해 대기오염물질 발생도 최소화했다. 메이켄공업은 1984년 발전능력 175kW짜리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지역에 처음 만들었다. 이어 1998년 1950kW짜리를 추가했다.2015년엔 마니와시와 메이켄공업을 비롯한 10개 지역 기업들이 함께 출자해 ‘마니와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건립했다. 마니와시 관계자는 “‘폐목재를 버리느니 한번 회사에서 필요한 전기를 직접 만들어 보자’란 생각이었는데 예상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생산됐다”며 “침체된 지역 경제의 활로를 찾으려던 다른 기업들까지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총자본금 2억5000만 엔(약 25억 원) 중 마니와시도 3000만 엔을 출자했다. 이곳은 일본 최대 목재 바이오매스 발전소가 됐다. 연간 8만7500MWh의 전력을 생산해 약 20억 엔의 매출을 올린다. 버리는 목재를 재활용하면서 연간 1억 엔이 들었던 폐기 처분 비용도 절감했다.● ‘산촌의 기적’ 보러 연 4만 명 관광폐목재로 만든 전기는 지역 기업, 관광서, 학교, 주택에 공급된다. 마니와시의 에너지 자급률은 72%에 달한다. 목재 재활용으로 목재도 살고, 지역도 사는 ‘친환경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일본 내에서도 ‘산촌 경제’의 새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산촌의 기적’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마을 사람들은 2006년 투어 상품도 만들었다. 도쿄에서 신칸센을 타고 출발해도 반나절 넘게 걸리는 이곳 벽지를 다녀간 사람이 연 4만 명이 넘는다. 나카야마 씨도 이런 지역의 가능성을 믿고 정착했다. 6년 전 회사에서 차로 5분 거리인 곳에 새집을 짓고 세 아이를 낳았다. 그는 “더 공부하고 노력해 친환경 발전 전문가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마니와시에서 미래를 그리는 것은 나카야마 씨뿐만은 아니다. 메이켄공업에는 도시에서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이 찾아오고 있다. 1923년 창업한 메이켄공업은 기존 집성판보다 강도가 높은 CLT(합판을 직각 교차해 압축시켜 강도를 높인 집성판)를 생산한다. 목재로 지어진 2020년 도쿄 올림픽 주경기장뿐 아니라 2025 오사카 간사이 엑스포 시설에도 마니와시에서 생산된 CLT가 사용됐다. 메이켄공업 인사과 관계자는 “우리는 100년 넘게 목재를 다룬 회사다. 바이오매스 발전뿐 아니라 목재를 가공하는 기술과 노하우가 축적돼 있어 이를 배우러 도쿄나 오사카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하는 젊은이도 적지 않다”며 “도시에서 온 젊은이들이 15명 정도”라고 했다. 마니와시 본사와 공장에는 약 300명이 근무 중인데 20∼40대 직원이 전체 직원의 60%다. 평균 연령은 39.8세다. 일본의 제조업 근로자 평균 연령이 43.1세(2021년 기준)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비교적 젊은 회사인 것이다.● “산림 경제의 새로운 성공 모델” 사람들은 삶의 터전인 숲을 더 가꾸고 있다. 전체 산림 중 인공적으로 조성한 숲이 57%가 넘는다. 보존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가꾸고 활용하면서 숲도 되레 더 커졌다. 시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이곳 목재 기업은 벌목부터 목재 가공까지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했다. 정부 지원을 받아 지난해부터 연간 1500t의 음식물쓰레기와 배설물 등을 수거한 뒤 발효시키고, 이 과정에서 나온 바이오가스로 발전을 한다. 액체 비료도 생산된다.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든다’는 게 마니와시의 목표다. 2018년에는 일본 정부가 정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시범 도시로 선정되기도 했다. 미야자키대 산림환경학과의 사쿠라이 린 부교수는 “마니와시의 시민, 기업가, 공무원들은 ‘숲을 통해 우리가 함께 지속하고, 살아갈 수 있다’는 공통된 의식을 확실히 공유하고 있다. 그런 믿음이 산림 경제의 새로운 성공 모델을 만들어 가는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

    • 2025-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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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국유림 산림욕-온천욕 ‘헬스 투어’… 지역경제도 살려

    일본의 산림 면적은 약 2500ha로 국토의 68.4%를 차지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핀란드(73.7%), 스웨덴(68.7%) 다음으로 많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황폐화된 산림 복구 산업이 결실을 거둬 지난 50년 사이 산림 면적이 2.6배로 늘었다. 산림 자원이 풍족해진 만큼 단순히 목재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산림이 갖고 있는 다양한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시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의 산림청 역할을 하는 일본 임야청은 2018년 ‘산림서비스산업 검토위원회’를 마련했다. 크게 건강, 교육, 관광,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등 4개 분야로 나눠 산림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녹화추진기구’ ‘숲만들기전국추진회’ 등 민간 단체들과의 의견 교류도 활발하다. ‘관광 대국’ 일본은 특히 도쿄, 오사카, 교토 등 일부 대도시에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것을 분산시키고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최근 산림 관광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다. 2017년 전국 국유림 83곳을 ‘일본 아름다운 숲, 추천 국유림’으로 선정하고 알리기에 나섰다. 지역의 표지판과 안내문 설치 등 외국어 정보 서비스를 늘리고 있으며, 노후한 숙박과 교통 시설 정비에도 나서고 있다. 산림욕, 온천욕 등과 결합시킨 ‘헬스 투어’도 인기다. 나가노현 이이야마(飯山)시 모리노이에(森の家)와 같은 산촌생태시설은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산림 치료를 중심으로 요가, 카누, 소바 만들기, 산나물 캐기 등 200여 가지 체험 코스를 만들어 사업 초기인 2007년에 최고 200만 명이 다녀갔다. 지금도 연간 수만 명이 찾는다. 기업들도 산림 활용에 적극적이다. 정보기술(IT) 기업 세일스포스닷컴은 직원 46명이 1년간 와카야마현 산림에서 재택업무와 지역 봉사를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이전보다 매출(계약 금액)이 24% 증가하는 등 생산성이 오르는 효과를 봤다. 일본 정부는 2019년 ‘산림환경양여세’, 2024년 ‘산림환경세’ 등을 신설해 마련한 예산을 산림 지역에 투입해 산촌 경제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대형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산림 강국의 이미지도 강조하고 있다. 2020 도쿄 올림픽 주경기장 건물은 목재로 지어졌다. 이달 13일 개막하는 2025 오사카 간사이 엑스포의 상징물 또한 목재로 만들어진 ‘그랜드 링’이다. 폭 30m, 최대 높이 20m에 둘레가 무려 2km에 달하는 원형의 목조 건축물을 못을 쓰지 않고 목재들을 끼워 넣는 일본 전통 기법으로 만들었다. 지난달 4일 세계 최대 목조 건축물로 기네스 인증도 받았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

    • 2025-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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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한복판 매일 시위하는데 외국인 관광객 19% 늘었다, 왜?

    “서울 한복판에서 시위가 있다는 걸 알고는 ‘어떤 모습일까’ 기대했어요. 생각보다 많은 경찰에 놀랐지만, 신나는 노래들이 나와서 오히려 즐겁네요.”4일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인근에서 만난 미국인 관광객 브라이언 씨(51)는 집회 현장을 연신 휴대전화로 촬영하며 이렇게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후 지난 4개월간 도심에서의 대규모 집회는 일상이었다. 이러한 계엄-탄핵 국면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해외여행객 입국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전문가들은 탄핵 찬성·반대 집회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다크투어리즘’(역사적 장소나 재해 현장 등을 둘러보는 여행)’의 대상이 됐다고 분석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공유된 ‘K-민주주의’가 외국인들의 관심을 끌었으며, 환율 상승도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계엄, 탄핵으로 추락한 국가 이미지를 캠페인 등을 통해 회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동기간 대비 해외여행객 약 19% 증가7일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2월 해외여행객 입국자 수는 113만8408명으로, 전년 동월(103만244명) 대비 10.5%(10만8164명) 늘어났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구속됐던 1월에는 111만7243명의 해외여행객이 한국에 입국했다. 이는 지난해 1월(88만881명)보다 23만6362명 늘어난 수치다. 계엄 사태가 발생했던 지난해 12월(127만863명)도 2023년 12월(103만6625명)보다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증가세는 12월에서 2월까지의 기간으로 비교했을 때 이번 계엄 국면에서 지난해 동기 대비 약 19%의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한 셈이다. 이러한 수치는 코로나19 이전인 2018, 2019년 동기간 관광객 수와 유사한 수치다. 국가가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해외여행객이 늘어난 배경에는 ‘다크투어리즘’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크투어리즘이란 재난 등 역사적 비극이 발생한 현장을 방문하는 관광으로 ‘역사 교훈 여행’이라고도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있던 4일 안국역 일대에는 집회 현장을 카메라로 찍거나 손에 피켓을 든 외국인들을 볼 수 있었다. 일본인 관광객 카나미 씨(26)는 “대통령 때문에 나라가 정신없다는 얘길 들었지만 한번 와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여행가이드 중에는 집회 현장을 관광 코스로 홍보하는 이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K-민주주의’ 관심…원화 가치 떨어진 영향도전문가들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SNS를 통해 공유되는 집회 현장을 보고 ‘한국이 안전하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고 봤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안전하고 평화로운 ‘K-민주주의’에 외국인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며 “오히려 축제 같은 집회 등이 SNS로 공유되며 하나의 새로운 트렌드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해외 SNS상에는 한국의 집회 문화를 ‘축제 같다’며 흥미로워하는 반응이 다수 발견되기도 했다.이외에도 원-달러 환율 상승이 관광객 유입을 이끌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치적 혼란으로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정욱 모두의관광연구소 공동대표는 “원-달러 환율이 높아지면서 서울 체류 비용과 관광 상품 가격이 저렴해진 게 관광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계엄 사태 전인 지난해 10월 말 130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이달 1470원대까지 치솟았다.●전문가 “국가 이미지 제고에 힘써야” 전문가들은 비록 해외여행객 입국이 늘었더라도 계엄-탄핵으로 인해 추락한 국가 이미지 회복에 더 힘써야 한다고 입 모았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겸임교수는 “국가기관에서 외국인에 대한 혐오 정서를 일으키는 가짜뉴스를 적극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며 “외국인 관광객 유치가 우리나라 경제나 관광 수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려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 2025-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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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분해진 주말 광장… 헌재 선고후 탄핵갈등 점차 수그러들어

    “이제 집회 시위 줄고 날도 따뜻해지니 전처럼 장사가 잘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60대 김모 씨가 기대에 찬 표정으로 5일 말했다. 지난 몇 달간 주말마다 집회와 시위가 이어졌던 헌재 앞은 이날 한산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전까지 일대를 가득 메웠던 시위대는 보이지 않았다. 헌재 정문 주변을 빼곡하게 둘렀던 윤 전 대통령 응원 화환도 자취를 감췄다. 탄핵 반대 집회가 이어지던 천도교 수운회관 앞 트럭 가설 무대와 의자들도 철거된 상태였다. ● 오랜만에 조용한 주말… 집회 취소·축소 서울 도심은 간만에 조용한 주말을 맞이했다. 보수 성향의 시민사회단체 대부분이 주말 집회를 열지 않았다.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에서 집회를 이어 온 세이브코리아는 “헌재 결정을 받아들이겠다”며 5일 여의도에서 예정된 집회를 취소했다. 주말 동안 용산구 대통령 관저 앞도 한산했다. 서초구가 집회를 금지한 윤 전 대통령 자택 아크로비스타 앞 역시 모인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50대 회사원 박모 씨는 “헌재가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 파면을 결정한 여파 같다”고 했다.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가 6일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집회를 열었지만, 규모는 당초 신고했던 1만 명보다 적은 6000명(경찰 비공식 추산)에 그쳤다. 전날 참가자가 1만8000명(경찰 비공식 추산)에 이르렀던 것과 비교하면 3분의 1로 줄었다. 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된 1월 18일에는 서울서부지법 인근에 전 목사를 주축으로 4만4000명(경찰 비공식 추산)의 지지자가 결집했다. 3·1절에는 전 목사의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대국본) 집회에 무려 10만1000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모이기도 했다. 파면 전 주말인 지난달 29일에도 대국본 집회에는 2만8000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집결했다. 집회가 줄어든 데 대해 시민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반응을 보였다. 5일 헌재 앞에서 만난 손주훈 씨(21·경기 안양시)는 “집회 시위가 한창일 때는 소음과 시위대의 격한 반응 때문에 안국역 일대를 방문하기 부담스러웠는데 지금은 마음 놓고 구경할 수 있어 좋다”라고 말했다. ● 재판관 가족까지 신상 털기 일부 극단적인 지지자들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이어갔다. 온라인상에서는 윤 전 대통령 파면을 인용한 재판관들을 두고 신상 털기(개인정보 유포)가 벌어지기도 했다. 4일 극우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는 정형식 재판관에 대해 ‘반국가세력에 부역한 XX’라고 칭하며 자녀의 사진, 직장 주소, 전화번호 등을 정리한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편하게 살 생각 접어야지”라고 적었고 150개 이상의 추천이 달렸다. 이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조한창 김복형 재판관의 가족에 대한 신상정보 등을 정리한 글도 게재됐다. 작성자는 “직장명을 찾으면 전화라도 걸어서 욕지거리나 퍼부어야 할 듯”이라고 덧붙였다. 5일 사랑제일교회 집회에서도 무대에 오른 전 목사가 “헌재는 국민저항권으로 해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연사들은 “(재판관들은) 법관 이전에 인간이 먼저 돼야 했다”며 “죽을 때까지 저주할 수밖에 없다”고 외쳤다.● 尹 지지자 자해… 경찰버스 파손 남성은 구속 일부 극우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폭력적 행동을 조장하는 듯한 게시물도 게재됐다. 4일 디시인사이드에는 한 이용자가 “백골단이 옳았다”라며 “사법부, 행정부까지 넘어간 상태에서 평화시위는 말이 안 된다”는 글을 올렸다. 백골단은 1980년대 군사독재 시절 하얀 헬멧을 쓰고 폭력적으로 시위대를 진압했던 사복 경찰부대를 부르는 별칭이다. 최근 흰 헬멧과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린 윤 전 대통령 일부 지지자들을 두고 ‘백골단을 연상케 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6일에는 윤 전 대통령 지지자인 40대 남성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통령 파면에 불만을 품고 자해를 시도해 가슴에 찰과상을 입었다. 경찰은 흉기를 압수하고 남성을 귀가 조치했다. 이날 경찰은 윤 전 대통령 선고일인 4일 파면 소식에 격분해 안국역 앞에 세워진 경찰버스를곤봉으로 파손한 20대 남성을 특수공용물건 손상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 2025-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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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위대 사라진 헌재 앞, 충돌 없었다…일부는 재판관 가족 신상털기도

    “이제 집회 시위 줄고 날도 따뜻해지니 전처럼 장사가 잘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60대 김모 씨가 기대에 찬 표정으로 5일 말했다. 지난 몇 달간 주말마다 집회와 시위가 이어졌던 헌재 앞은 이날 한산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전까지 일대를 가득 메웠던 시위대는 보이지 않았다. 헌재 정문 주변을 빼곡하게 둘렀던 윤 전 대통령 응원 화환도 자취를 감췄다. 탄핵 반대 집회가 이어지던 천도교 수운회관 앞 트럭 가설무대와 의자들도 철거된 상태였다.● 오랜만에 조용한 주말…집회 취소·축소서울 도심은 간만에 조용한 주말을 맞이했다. 보수 성향의 시민사회단체 대부분이 주말 집회를 열지 않았다.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에서 집회를 이어 온 세이브코리아는 “헌재 결정을 받아들이겠다”며 5일 여의도에서 예정된 집회를 취소했다. 주말 동안 용산구 대통령 관저 앞도 한산했다. 서초구가 집회를 금지한 윤 전 대통령 자택 아크로비스타 앞 역시 모인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50대 회사원 박모 씨는 “헌재가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 파면을 결정한 여파 같다”고 했다.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가 6일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집회를 열었지만, 규모는 당초 신고했던 1만 명보다 적은 6000명(경찰 비공식 추산)에 그쳤다. 전날 참가자가 1만8000명(경찰 비공식 추산)에 이르렀던 것과 비교하면 3분의 1로 줄었다.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된 1월 18일에는 서울서부지법 인근에 전 목사를 주축으로 4만4000명(경찰 비공식 추산)의 지지자가 결집했다. 3·1절에는 전 목사의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대국본) 집회에 무려 10만1000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모이기도 했다. 파면 전 주말인 지난달 29일에도 대국본 집회에는 2만8000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집결했다.집회가 줄어든 데 대해 시민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반응을 보였다. 5일 헌재 앞에서 만난 손주훈 씨(21·경기 안양시)는 “집회 시위가 한창일 때는 소음과 시위대의 격한 반응 때문에 안국역 일대를 방문하기 부담스러웠는데 지금은 마음 놓고 구경할 수 있어 좋다”라고 말했다.● 재판관 가족 신상 털기일부 극단적인 지지자들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이어갔다. 온라인상에서는 윤 전 대통령 파면을 인용한 재판관들을 두고 신상 털기(개인정보 유포)가 벌어지기도 했다.4일 극우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는 정형식 재판관에 대해 ‘반국가세력에 부역한 XX’라고 칭하며 자녀의 사진, 직장 주소, 전화번호 등을 정리한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편하게 살 생각 접어야지”라고 적었고 150개 이상의 추천이 달렸다. 이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조한창 김복형 재판관의 가족에 대한 신상정보 등을 정리한 글도 게재됐다. 작성자는 “직장명을 찾으면 전화라도 걸어서 욕지거리나 퍼부어야 할 듯”이라고 덧붙였다. 5일 사랑제일교회 집회에서도 무대에 오른 전 목사가 “헌재는 국민저항권으로 해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연사들은 “(재판관들은) 법관 이전에 인간이 먼저 돼야 했다”며 “죽을 때까지 저주할 수밖에 없다”고 외쳤다.● 尹 지지자 자해…경찰버스 파손 남성은 구속일부 극우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폭력적 행동을 조장하는 듯한 게시물도 게재됐다. 4일 디시인사이드에는 한 이용자가 “백골단이 옳았다”라며 “사법부, 행정부까지 넘어간 상태에서 평화시위는 말이 안 된다”는 글을 올렸다. 백골단은 1980년대 군사독재 시절 하얀 헬멧을 쓰고 폭력적으로 시위대를 진압했던 사복 경찰부대를 부르는 별칭이다. 최근 흰 헬멧과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린 윤 전 대통령 일부 지지자들을 두고 ‘백골단을 연상케 한다’는 반응이 나왔다.6일에는 윤 전 대통령 지지자인 40대 남성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통령 파면에 불만을 품고 자해를 시도해 가슴에 찰과상을 입었다. 경찰은 흉기를 압수하고 남성을 귀가 조치했다. 이날 경찰은 윤 전 대통령 선고일인 4일 파면 소식에 격분해 안국역 앞에 세워진 경찰버스를곤봉으로 파손한 20대 남성을 특수공용물건 손상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 2025-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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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찬탄측 “주권시민 만세”…반탄측 “국민저항 나서야”

    “주권자가 승리했다.”4일 오전 11시 22분,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주문을 읊자 안국역 일대에 6000여 명이 모인 탄핵 찬성 측에선 환호성이 쏟아졌다.시위 진행자가 “주권자가 승리했다”를 반복해서 외치자 이를 따라 외치는 모습이 보였다.곳곳에서 “파면됐다” “우리가 이겼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기쁨의 눈물을 훔치는 이들도 있었다. “주권 시민의 승리입니다” 등을 진행자가 말하자 “대한민국 만세” “주권 시민 만세” 등의 반응이 시위대에서 흘러나왔다.한남동 관저 앞 500여 명이 모인 탄핵 찬성 집회 현장에서도 이른 오전부터 울리던 요란한 꽹과리 소리와 “윤석열 파면”을 외치던 함성이 더 커졌다.시위대는 “이겼다”를 연신 외치고 일어나서 함께 부둥켜안았고. 파면이 결정나자 50대 여성 두 명은 껴안은 채 소리 내어 울기도 했다. 일부는 플랜카드를 찢어버리며 환호를 질렀다.반면 같은 시각 탄핵 반대 집회에선 고성이 터져나왔다. 오전 11시 선고 시작 이후 22분간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침묵 속 숨을 죽이며 대형 모니터를 바라보던 탄핵 반대 측 시위대 약 5000명 사이에서는 일순간에 울음 섞인 고성과 욕설이 나왔다.문 대행을 향해 “개XX라며 욕설이 튀어나왔고, “으아아아” 하는 절규가 쏟아졌다. 통곡과 울음으로 집회 현장은 눈물바다가 됐고, 다리가 풀린 듯 일순간 주저앉은 이들도 있었다.시위대에선 “대한민국의 법치가 무너졌다. 국민저항권 발동을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 같다”는 외침이 나왔다.헌재의 탄핵 인용 직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4.19와 5.16으로 대처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유튜브 채널 ‘신의 한수’의 신해식 대표는 “(전) 목사의 제안으로 어젯밤에 300여 명이 모여 국민저항위원회를 만들었다. 이제 대한민국은 더 이상 국회와 사법부를 믿고 갈 수가 없다고 판단하고, 국민저항위원회를 만들어서 본격적인 국민저항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같은 시각 헌재 인근에서 집회를 이어가던 200여 명의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도 선고 이후 “야 이 XX놈들아,” “개XX들아” 들의 욕설을 내뱉으며 태극기를 집어 던졌다.오전 11시 30분경에는 방독면을 쓴 한 지지자가 철제봉으로 방호벽을 3회 내려쳐 취재진이 몰려들고 경찰이 제지하는 상황도 벌어졌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조승연 기자 cho@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 2025-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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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앞까지 닥친 불에 끝이라 생각… 숲길로 온 진화차가 살렸다”

    《산불 진화 지름길 ‘임도’지난달 25일 울산 울주군 화장산 산불은 20여 시간 만에 꺼진 반면 바로 옆 대운산 산불은 진화에 닷새가 걸렸다. 두 산의 운명을 가른 건 폭 3.5m의 산불진화 임도 유무였다. 영남권을 덮친 산불로 31명이 숨지고 4만여 ha(헥타르)의 산야가 불탄 가운데 산을 바꾸고 진화 역량을 높여 대형 산불에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는 영남권 산불 현장을 찾아 진화 과정의 문제를 분석하고 개선책을 살펴봤다.》“불도깨비가 고마 코앞까지 가첩게(가깝게) 온다 아인교. 인제 마 끝이구나 싶었는데, 그때 기적같이 산불진화차가 숲길(임도)을 타고 올라오는 거라.” 지난달 30일 오전 11시경 울산 울주군 언양읍 화장산에서 만난 김모 씨(68)는 이번 산불에서 “죽다 살았다”며 연거푸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난달 22일 시작된 울주 산불은 25일 화장산에 이르렀다. 하지만 산불은 하루도 안 돼 진화됐다. 폭 3.5m 이상으로, 진화 차량 두 대가 동시에 오갈 수 있는 ‘산불진화 임도(林道)’ 덕이었다. 영남권에 발생한 역대 최악의 산불로 31명이 사망하고 4만여 ha(헥타르) 산야가 잿더미가 됐다. 기후변화로 산불이 더 커지고 잦아질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산을 바꾸고 산불 진화 역량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는 3일 대형 산불이 발생한 숲을 찾아 진화 과정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책을 짚어 봤다.● 폭 3.5m 이상 산불진화 임도 만들어야 지난달 31일 기자가 차를 타고 임도를 달려 화장산 정상까지 오르는 데 걸린 시간은 5분에 불과했다. 일반 산길로 걸으면 3시간은 올라야 하는 거리였다. 한국산림휴양학회에 따르면 산림 2km 거리를 차(시속 30km)로 오르면 4분, 도보(시속 2.51km)로 오르면 48분이 걸린다. 임도가 있으면 산불 진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임도는 턱없이 부족하다. 전체 산림에 설치된 임도의 총길이는 2만6785km(2024년 말 기준)로 1ha당 길이는 4.25m다. 독일 54m, 오스트리아 50.5m, 일본 24.1m와 비교하면 현저히 짧다. 임도가 있어야 진화장비와 인력이 숲 깊이 들어가 불을 끌 수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분석 결과 임도로부터 1m씩 멀어질수록 산불 피해 면적이 1.55m²씩 늘어났다. 하지만 마냥 길을 낸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 화장산 바로 옆 대운산에도 임도가 있었지만, 대운산 산불은 진화에 닷새가 걸렸다. 화장산 진화 시간의 5배다. 기자가 대운산 임도를 살펴본 결과 폭이 좁아 차 한 대도 겨우 지나갈 너비였다.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산림자원법)에 따르면 임도는 간선 임도, 지선 임도, 작업 임도, 산불예방진화 임도로 돼 있다. 이 중 산불진화 임도는 차량이 교행할 수 있도록 도로 폭을 3.5m 이상으로 닦아야 하고 취수장과 ‘불방패’ 역할을 하는 내화수림대를 갖춰야 한다. 전문가들은 규정에 맞는 산불진화 임도를 제대로 지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문현철 한국재난학회 부회장(호남대 교수)은 “역대 최악의 산불로 임도를 설치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커졌는데, 규격에 맞춰 제대로 설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산지 기상관측장비 보완해야 산불 방향을 특정하기 위해서는 기상 관측도 중요하다. 동아일보가 역대 최장 시간을 기록한 경남 산청 산불 지역(산청, 하동군)을 살펴본 결과 기상청 자동기상관측장비(AWS) 총 8개가 설치돼 있었다. 이 중 산지에 설치된 것은 1개(지리산 872지점)에 불과했다. 사실상 화재 지역의 정확한 풍향과 풍량을 확인하는 게 불가능했던 셈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AWS 시설을 늘리거나 산불진화차량에 이동식 관측 장비를 달면 기상 관측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며 “산불을 키우는 바람의 속도, 방향 등을 정확히 예측해 산불 진화를 정교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산불에서 헬기는 산불 진화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라 불릴 정도로 중요하다. 하지만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소속 산불 진화용 헬기 50대 중 담수량 8000L 대형 헬기는 7대뿐이다. 그나마 2대는 부품 문제로 운항 중지 상태다. 나머지는 담수량 3000L 중형, 600∼800L 소형이다. 중형으로 따져도 대형 헬기가 한 번에 옮길 수 있는 물을 나르려면 최소 3번을 오가야 하는 셈이다. 채희문 강원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대형 산불은 강풍이 최대 변수인데 지금 헬기 체계로는 강풍에 운항할 수 있는 게 부족하다. 강풍에 견디는 대형 헬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진화예방대원 60대 이상 74% 산림청 소속 산불 전문 인력으로는 산불재난특수진화대와 공중진화대가 있다. 그리고 각 지역에 한시적으로 고용되는 산불예방진화대원들이 활동한다. 산림청에 따르면 현재 전체 공중진화대 103명 가운데 20대는 4명뿐이다. 산불재난특수진화대도 전체 410명 가운데 50대(110명) 및 60대 이상(19명)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다. 전체 산불진화대(9959명)의 94%(9446명)를 차지하는 산불예방진화대는 더욱 심각하다. 주로 주민으로 이뤄지는 탓에 60대 이상이 74%(7071명)다. 강원 강릉시는 2017년 산불예방진화대원 급여를 20만 원가량 올렸는데(250만→270만 원) 20∼40대 젊은 인력이 대거 지원했다. 김동선 강릉시 산불예방진화대장은 “젊은 인력 유입을 위해 진화대원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

    • 2025-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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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림재난방지법’ 내년 2월부터 시행… “화재 위험시설 시정 강제 못해 보완 필요”

    역대 최악의 산불로 31명이 숨진 가운데 산불과 산사태, 병해충 등 산림 3대 재난을 아우르는 ‘산림재난방지법’이 내년 2월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산림 인근 화재 위험 시설에 대해 시정 조치를 강제할 수 없는 점 등은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림재난방지법은 산불 등 재난에 대한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1월 제정됐다. 핵심 내용은 산림 관리와 재난 대응의 최고 책임자인 산림청장을 중심으로 5년마다 산림재난 방지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산림재난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산불의 위험도를 사전 예보하거나 확산 경로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대형 산불과 병해충, 산사태 발생 위험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산림재난 전반을 포괄하는 법이 마련된 건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그동안 3가지 재난은 서로 다른 기관에서 조사·대응해 통합적인 정책 수립과 현장 조율이 어려웠다. 그러나 새 법이 시행돼도 아쉬운 점은 남아 있다. 산림재난방지법에 따라 산림청장은 전국을 대상으로 ‘산림재난 위험도 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불에 잘 타는 침엽수나 소나무 분포 현황, 지역별 기후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반영한다. 하지만 문제가 확인된 시설이나 토지에 위험 요소 제거나 시정 조치를 강제할 법적 권한은 없어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림청에 따르면 건물 등 시설물에서 시작된 화재가 산불로 번진 사례는 2000년대 연평균 7.5건에서 2020년대에는 연평균 36건으로 크게 늘었다. 문현철 한국재난학회 부회장(호남대 교수)은 “단순히 위험도를 평가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가연성 물질을 다량 보유한 건축물 등 위험 요소에 대해 행정기관이 강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시행령 등을 통해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화자에 대한 형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산림재난안전법에 명시된 형량은 현행과 동일하다. 고의로 불을 질러 큰 피해를 내도 1∼15년 징역형이 내려지는 게 전부다. 실수로 냈다면 3년 이하의 징역,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부과된다. 새 법에 산림재난방지 교육 이수 대상자가 정확히 명시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재난 현장을 총괄 지휘하는 지방자치단체장 등을 교육 대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

    • 2025-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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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드론-열화상 카메라로 산불 감시… 위성으론 통신망 복구

    국내 기업들과 관계 당국은 산불 진화에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산불의 예방, 감시, 진화 등 전 영역에 걸쳐 인공지능(AI), 열화상 카메라, 드론 등을 접목해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AI 산불 관리 솔루션인 ‘T 라이브 캐스터’ 서비스를 최근 서울 노원구와 구로구 등의 지자체에 추가 보급하기로 했다. 현재 130여 개 지자체에서 이를 활용하고 있다. T 라이브 캐스터 서비스는 산불 감시 드론에서 보내온 영상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AI가 이를 분석해 산불 발생을 감지하자마자 사전 지정된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기술이다. 올 2월 서울 구로구에서 발생한 산불을 초기에 탐지했고, 초기 진화가 마무리된 뒤 오후 11시쯤 다시 드론의 열화상 카메라를 통해 잔불을 발견하는 성과를 냈다. SK텔레콤은 또 산불로 인해 통신망이 소실된 산악지역에서 저궤도 위성통신을 활용해 통신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했다. 향후 국내에 저궤도 위성이 상용화되면 실제 활용이 가능하다. SK그룹의 계열사인 SK임업은 저전력 무선 산불감지 시스템을 친환경 정보기술(IT) 업체인 테크나인과 2023년 공동 개발했다. 현재는 일부 산불 위험 지역에 시범 설치하고 있다. 이는 연기 발생 여부를 센서를 통해 AI가 감지하는 기술이다. 해당 산불 감지 시스템에는 배터리를 두 개 장착해 한쪽이 태양광과 풍력으로 충전되는 동안 나머지 배터리의 에너지로 구동되도록 하고 있다. 배터리 교체 없이 오랜 기간 상시적으로 산불 상황을 감지하고 문제가 발견되면 이를 통신으로 전파할 수 있다. AI 업체인 스피어AX는 산불 감시 시스템인 ‘파이어워처’를 2022년에 개발해 현재 16개 시군구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파이어워처는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AI가 연기를 감지해 산불이 발생했는지 여부를 조기에 알리는 시스템이다. AI가 학습을 통해 화재로 인한 연기를 구름, 안개 등과 구별할 수 있다. 회사에 따르면 감지 정확도가 93.4%에 이른다. 올해 1월 25일 대구 동구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했을 때 해당 시스템을 적용한 대구시가 빠르게 발화 위치를 파악해 조기 진압했다. 산불 확산 예측에도 첨단 기술이 접목되어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산불이 발생했을 경우 일몰 후 드론을 띄워 정찰 비행을 실시한다. 낮에는 진화가 우선이기 때문에 저녁 시간에 열화상 센서를 장착한 드론을 통해 산불이 어느 방향으로 확산할지 예측 정보를 취득하는 것이다. 수천 장의 사진을 커다란 사진으로 합친 뒤 이를 지도로 만들어서 재난 대응 유관 기관에 실시간으로 공유하기도 한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한재희 기자(산업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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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헌재 주변 ‘진공 구역’ 100m→150m 확대… 선고 당일 경찰특공대 배치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4일)에 발생할 폭력 사태를 대비해 헌법재판소 주변 통제 구역을 반경 100m에서 150m로 늘렸다. 헌재 주변 상인들은 가게 물건을 미리 치우며 불안감을 나타냈고, 정독도서관도 임시 휴관에 들어간다. 선고를 이틀 앞둔 2일 경찰은 서울 종로구 헌재 앞의 일명 ‘진공상태’ 구역을 기존 반경 100m에서 150m로 확대했다. 경찰버스 160여 대와 차벽트럭 20여 대, 그 외 승합차 등 차량 200여 대를 동원해 헌재 주변을 틀어막았다. 이날부터 헌재 주변에는 차량 통행, 집회가 금지됐고 일반 시민들만 인도를 통해 이동할 수 있다. 헌재 주변의 따릉이, 공유 개인형 이동장치(PM), 길거리 쓰레기통은 모두 안국, 광화문, 여의도 등 주요 집회 지역 밖으로 옮겨졌다. 경찰 관계자는 “선고 당일에는 (진공상태 구역에)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고 당일 헌재 내부에는 경찰특공대 20∼30명이 대기한다. 경찰기동대 인력으로 대응이 어려운 테러나 드론 공격 등이 발생하면 특공대가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특공대는 인명 구조, 폭발물 탐색 등에 전문화돼 있다. 경찰은 외교 시설, 언론사, 대통령 집무실, 국회 등에도 차벽과 경찰을 배치한다. 캡사이신, 경찰봉 사용도 적극 검토 중이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2일 탄핵선고일 대비 경찰 지휘부 화상회의에서 시설 파괴, 재판관 신변 위협 등을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겠다. 현행범 체포와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선고 전날(3일)부터 5일까지 하루 최대 2400여 명의 현장 인력을 인파 관리에 투입한다. 헌재와 가장 가까운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은 2일부터 이미 1∼4번 출입구가 폐쇄됐고, 선고 당일에는 모든 출입구를 하루 종일 폐쇄하며 열차는 무정차 통과한다. 3∼5일 집회 장소 주변의 따릉이 대여소 71곳도 이용이 전면 중지된다. 헌재 주변 정독도서관도 4일 임시 휴관에 들어간다. 경복궁역과 가까운 청운중은 3, 4일 단축 수업을 실시한다. 서울시교육청은 헌재와 용산구 한남동 관저 인근의 학교, 유치원 등 13곳과 경복궁역 주변 학교 3곳도 선고 당일 휴업한다고 밝혔다. 시위 현장에서 부상자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서울대병원은 관련 인력을 배치했고, 강북삼성병원은 외과, 정형외과, 내과 등 의료진으로 비상 대기 인력을 구성했다. 선고일이 다가오면서 헌재 인근 상인들의 불안은 커지는 모양새다. 경찰 차벽이 도로를 둘러싼 가운데 주변 가게들은 손님이 없어 한산했다. 시위대가 격렬해질 상황에 대비해 미리 가게 앞의 벽돌이나 빈 술병 등을 치우는 상인들도 많았다. 헌재에서 100m 떨어진 곳에서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 씨(48)는 “집회가 시작된 뒤 매출이 80% 줄었다. 점점 격화되는 것 같아 선고 이후 한동안 가게 문을 닫는 것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직장인들도 불편을 호소했다. 2일 오전 서울 지하철 안국역 인근에서 만난 직장인 최모 씨(54)는 “아침부터 집회가 있다고 해서 평소보다 20분 빨리 나왔다. 선고 당일에는 역도 다 폐쇄한다는데 집회로 도로가 다 막힌다면 출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김민지 기자 min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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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봇이 숲-나무 관리… 산불 막는 美오리건

    “로봇이 산불 발생 시 불쏘시개가 될 나무들의 부피를 측정하는 중이에요. 그냥 놔두면 대형 산불의 연료가 되거든요.”지난달 22일(현지 시간) 미국 오리건주 코밸리스시(市)에 위치한 맥도널드던 숲에서 오리건주립대 산림학과 소속 연구원 맷 슈만 씨가 연구실에서 개발한 산림 다목적 로봇을 가리키며 말했다. 약 1m 높이에 측정 장치와 컴퓨터, 트랙 바퀴가 달린 로봇이 움직이자 슈만 씨 손에 들린 스마트 패드에 주변 숲이 3차원으로 구현되기 시작했다. 슈만 씨는 “로봇이 숲을 돌아다니며 벌채 후 남아 있는 목재 등 산불 위험 요소를 찾고 임도 형태나 숲의 모양을 3차원으로 구현한다”며 “이 데이터로 산불을 조기 발견하고 나무의 쓰러짐 등으로 산사태 발생 여부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숲이 주의 절반인 1173만5883ha를 차지하는 오리건주는 여름철 극도로 고온 건조해져 매년 대형 산불에 시달렸다. 이에 산불 예방에 많은 자원을 투입해 왔지만 산림 관련 업종이 궂은일에 속하는 탓에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오리건주립대 등 지역 학교와 연구기관들이 산림 로봇 등 기술 개발에 몰두하게 된 이유다.美도 깊은숲 관리 기피, 인력 못구해… 로봇 투입 ‘산불지도’ 만들어〈2〉 美, 산림기술 개발 집중이동형 ‘계획적 불놓기’ 로봇 개발… “마른 풀-나무 미리 태워 산불 예방”번개 떨어진 지점 추적해 조기 대응… 드론 활용해 묘목 자동식재 기술도州-美정부, 수백억원 예산 적극 지원“산불 예방 로봇을 활용하면 사람이 들어가기 어려운 숲 구석구석까지 확인할 수 있어요. 숲의 구조나 위험 요소도 사람보다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죠.”슈먼 씨가 스마트패드로 로봇을 원격 조작하며 말했다. 슈먼 씨가 소속된 오리건주립대 포레스트리 연구실은 지난해 델루카 학장이 로봇 전문가인 우희성 교수를 영입하며 산림 관리 로봇들을 개발해오고 있다. 이 개발 중인 산림 기술은 이뿐만이 아니다. 드론을 이용해 원하는 목표 지점에 나무를 심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단일 수종으로 이뤄진 숲은 산불 발생 시 불이 빠르게 번진다. 혼합림을 조성하거나 불에 강한 나무들을 심어야 하지만, 넓은 산림에 사람이 직접 들어가 묘목을 일일이 심기란 쉽지 않다. 슈먼 씨는 “흙에서 썩는 상자에 묘목을 담아 드론으로 숲까지 운반한 뒤 목표 지점에 투하해 자동으로 나무를 심는 기술을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불 커지는데 인력 감소… 기술 개발 불가피미국에서는 2012~2021년 10년간 연평균 6만1225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이 산불로 총 297만7776ha(헥타르) 산야가 잿더미가 됐다. 경기도의 약 3배에 이르는 면적이다.기후 변화로 산불은 더욱 커지고 잦아질 전망이지만, 미국에서도 산림 관련 업종은 힘든 일로 여겨져 인력 유입이 점차 줄고 있다. 21일 오리건주 임업회사 스타커에서 임도 개발 업무를 담당하는 제니퍼 비스는 “산림대학에서 꾸준히 젊은 산림 전문가들을 양성하고 있지만 숲에 자주 가거나 벌목을 하는 것이 어렵거나 위험한 일이라는 생각 때문에 새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졌다”며 “산불 관리, 나무 식재 업무의 경우 주로 멕시코 이민자들을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에 미국은 대형 산불을 예방하고 부족한 인력을 대체하기 위해 산림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 등과 협력해 위성 이미지, 기상 자료를 활용한 ‘산불 연료 지도’를 구축했다. 산불이 발생했을 때 연료가 될 만한 수종, 목재 잔재, 마른풀 등이 어디에 많은지 확인해 산불 위험 정도를 표시한 지도다. 지금은 측정 기술과 데이터가 보강돼 산불 발생 시 확산 속도와 화염 정도를 추정할 수 있는 모델로 고도화됐다.● 산불 위험 마른나무 소각하는 로봇도학교와 연구기관뿐 아니라 민간 기업들도 다양한 산림 기술을 시도하고 있다. 숲을 통한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산불 예방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오리건주와 함께 미 서부에서 가장 산불이 많이 나는 캘리포니아주에서 로봇을 개발 중인 스타트업 ‘번봇’은 계획적 불놓기를 위한 이동형 로봇을 2023년 개발했다. 계획적 불놓기란 산불을 일으키거나 산불 발생 시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나무 잔재, 마른풀을 미리 소각해 대형 산불을 예방하는 산림 관리법이다.트레일러가 달린 대형 트럭처럼 생긴 이 로봇은 숲을 돌다 산불의 연료가 될 만한 마른나무, 풀을 발견하면 트레일러 하단에서 불이 나와 이를 소각한다. 인력을 대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트레일러가 불의 확산을 막고 연기를 흡수하기 때문에 환경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다. 26일 번봇 직원인 로릴아이 노어비 씨는 “기존에 계획적 불놓기는 날씨, 장소 제약이 심했는데 이 기기를 활용하면 연중 불놓기로 산불 위험을 제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이 같은 기술은 단지 개별 기관의 노력으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정부가 기술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번봇의 계획적 불놓기 기기도 미국 산림청이 약 2970만 달러(약 436억8276만 원)를 지원한 덕에 빠르게 개발될 수 있었다. 2025~2026년 캘리포니아 주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캘리포니아는 화재 감지 카메라와 위성 기술 매핑 등 산불 예방 첨단 기술 개발에만 1040만 달러(약 152억9000만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번개도 추적해 산불 선제 대응미국에서는 전체 산불의 약 46%가 번개 때문에 발생한다. 실제로 오리건주에서는 2022년 발생한 산불 889건 중 216건이 번개로 인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위성 및 고해상 카메라 등을 이용해 번개가 떨어진 지점을 추적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곳도 많다. 리스 도브마이어 스타커 산불예방 담당자는 21일 “번개가 내리친 지점을 빠르게 확인하면 산불에 조기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인공지능(AI)을 활용한 병충해 관리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기존에는 연구진이 일일이 나무를 확인해 병충해 진행 정도를 파악했다면, AI 기술은 기존 데이터를 학습해 나뭇잎의 병충해 정도를 자동으로 분석한다. 이 기술을 드론에 탑재하면 광범위한 산림의 병충해 상황을 빠르게 진단할 수 있다. 토머스 델루카 오리건주립대 산림대학장은 “병충해 피해로 죽은 나무는 불에 더 잘 탄다”며 “기술을 이용하면 더 안전하고 정확하게 숲을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한재희 기자(산업1부)}

    • 2025-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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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헌재 주변 ‘진공 구역’ 100→150m 확대…선고당일 특공대 배치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4일)에 발생할 폭력 사태를 대비해 헌법재판소 주변 통제 구역을 반경 100m에서 150m로 늘렸다. 헌재 주변 상인들은 가게 물건을 미리 치우며 불안감을 나타냈고, 정독도서관도 임시 휴관에 들어간다.선고를 이틀 앞둔 2일 경찰은 서울 종로구 헌재 앞의 일명 ‘진공상태’ 구역을 기존 반경 100m에서 150m로 확대했다. 경찰버스 160여대와 차벽트럭 20여대, 그외 승합차 등 차량 200여대를 동원해 헌재 주변을 틀어막았다. 이날부터 헌재 주변에는 차량 통행, 집회가 금지됐고 일반 시민들만 인도를 통해 이동할 수 있다. 헌재 주변의 따릉이, 공유 개인형 이동장치(PM), 길거리 쓰레기통은 모두 안국, 광화문, 여의도 등 주요 집회 지역 밖으로 옮겨졌다. 경찰 관계자는 “선고 당일에는 (진공상태 구역에)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고 당일 헌재 내부에는 경찰특공대 20~30명이 대기한다. 경찰기동대 인력으로 대응이 어려운 테러나 드론공격 등이 발생하면 특공대가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특공대는 인명 구조, 폭발품 탐색 등에 전문화돼있다. 경찰은 외교 시설, 언론사, 대통령집무실, 국회 등에도 차벽과 경찰을 배치한다. 캡사이신, 경찰봉 사용도 적극 검토 중이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2일 탄핵선고일 대비 경찰지휘부 화상회의에서 시설 파괴, 재판관 신변 위협 등을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겠다. 현행범 체포와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서울시는 선고 전날(3일)부터 5일까지 하루 최대 2400여 명의 현장 인력을 인파 관리에 투입한다. 헌재와 가장 가까운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은 2일부터 이미 1∼4번 출입구가 폐쇄됐고, 선고 당일에는 모든 출입구를 하루 종일 폐쇄되며 열차는 무정차 통과한다. 3~5일 사이 집회장소 주변의 따릉이 대여소 71곳도 이용이 전면 중지된다.헌재 주변 정독도서관도 4일 임시휴관에 들어간다. 경복궁역과 가까운 청운중은 3, 4일 단축 수업을 실시한다. 서울시교육청은 헌재와 용산구 한남동 관저 인근의 학교, 유치원 등 13곳과 경복궁역 주변 학교 3곳도 선고 당일 휴업한다고 밝혔다. 선고일이 다가오면서 헌재 인근 상인들의 불안은 커지는 모양새다. 경찰 차벽이 도로를 둘러싼 가운데 주변 가게들은 손님이 없어 한산했다. 시위대 격렬해질 상황에 대비해 미리 가게 앞의 벽돌이나 빈 술병 등을 치우는 상인들도 많았다. 헌재에서 100m 떨어진 곳에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 씨(48)은 “집회가 시작된 뒤 매출이 80% 줄었다. 점점 격화되는 것 같아 선고 이후 한동안 가게 문을 닫는 것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직장인들도 불편을 호소했다. 2일 오전 서울 지하철 안국역 인근에서 만난 직장인 최모 씨(54)는 “아침부터 집회가 있다고 해서 평소보다 20분 빨리 나왔다. 선고 당일에는 역도 다 폐쇄한다는데 집회로 도로가 다 막힌다면 출근을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송진호 기자jino@donga.com김민지 기자 minji@donga.com}

    • 2025-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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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불 피해 컸던 美, 미리 나무 솎아내 확산 막아

    “오른쪽은 나무 위까지 탔는데, 왼쪽은 밑동만 그을렸죠. 나무 사이 빈 공간이 숲의 생사를 갈랐습니다.” 지난달 24일(현지 시간) 미국 서북부 오리건주 유진시 벅(Buck)산의 숲에서 존 베일리 오리건주립대 산림학과 교수가 말했다. 지난해 7월 이 지역에 산불이 났지만 간벌(間伐·나무 솎아내기) 작업으로 숲 사이 공간을 만든 덕에 불길은 더 나아가지 못했다.영남권을 할퀸 대형 산불로 30명이 숨지고, 4만8239ha의 산림이 잿더미가 된 가운데 대형 산불을 막기 위해 우리 숲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 대비 산림 비율이 63%나 되지만, 숲을 계획적으로 관리하지 않아 산불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나무들이 지나치게 빽빽한 남부 산림은 강풍을 맞자 불을 빠르게 확산시켰다. 국내 산불 피해 면적은 최근 10년(2014~2023년) 연평균 4003.7ha로 2004~2013년(775.8ha)의 5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숲을 변화시켜 산불에 강한 숲을 만들고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그린 시프트(green shift)’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본보 특별취재팀은 해법을 찾고자 지난달 21일부터 국내외 주요 숲을 심층 취재했다.집 500채 태운 벅산 산불, 나무 솎아낸 뒤엔 큰 피해없이 진화나무 솎아내기로 산속에 ‘완충지대’… “불길 확산 막고 건강한 숲에도 도움” 한국 면적 절반 태운 2020년 산불후 美, ‘간벌 효과’ 공감대 전역 확산 혼합식재로 불에 강한 숲 조성도“주황색 표시가 그려진 나무들 보이죠? 이곳은 이미 간벌 작업을 거쳤으니 ‘이 나무들은 자르지 않아도 된다’는 표시입니다.”지난달 24일(현지 시간) 미국 서북부 오리건주 유진시 벅(Buck)산 숲. 존 베일리 오리건주립대 산림학과 교수가 가리킨 나무 기둥에는 오리건주 산림부(Department for Forestry)가 간벌 작업 후 남겨놓은 주황색 일(一) 자 선이 그려져 있었다. 간벌은 숲의 나무를 솎아내 산불이 발생했을 때 빠르게 번지지 않도록 완충지대를 조성하는 것이다. 아무 나무나 자르는 것은 아니다. 산림당국이 위치와 나무 생육 상태 등을 조사해 간벌 장소와 정도를 정한다.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산불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베일리 교수는 “불이 나면 나뭇잎에서 나뭇잎으로 불이 옮겨붙는다”며 “나무를 잘라 공간을 만들면 재해를 막을 뿐 아니라 다른 나무들도 더 건강하게 생장한다. 숲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빽빽한 숲… 오리건주 산불로 12조 원 이상 피해이날 베일리 교수와 함께 방문한 벅산(고도 약 1466m)은 오리건주 서부에 위치한 주 최대 숲 윌라멧 국유림(약 6880㎢ 넓이)의 일부다. 오리건주와 캘리포니아주는 지중해성 기후로 여름철이 되면 극도로 고온건조해지고 강풍이 불어 산불 위험이 커진다.2020년 미 서부를 휩쓴 기록적 산불 당시 이곳도 피해를 당했다. 7월 시작된 산불은 수개월 지속되며 총 404만6856ha의 산야를 태웠다. 남한 국토 절반 크기다. 오리건주에서만 2020년 한 해 2027건 화재로 49만4252ha가 불타고 최소 11명 이상이 사망했다. 그해 9월 발생한 12건의 대형 화재만 따져도 피해액이 84억8800만 달러(약 12조4820억 원)에 이르렀다.벅산 숲도 인근에서도 큰 화재가 발생했다. 빽빽하게 붙어 있던 나무들이 불의 전달체가 되었다. 실제 기자가 방문한 지난달 24일 벅산 입구에서 당시 화재로 불에 탄 고사목들이 빽빽히 선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혼합식재로 불에 강한 숲 조성화재 후 오리건주는 직접 간벌하거나 사유림 소유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숲에 완충지대를 만들었다. 그 결과 지난해 7월 16일 인근에서 ‘오레(Ore) 산불’이 발생했는데, 간벌을 시행한 벅산 숲은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불은 완충지대 경계선에 선 나무 일부를 태웠지만 더는 나아가지 못했다. 베일리 교수는 “나무를 벤다는 것에 거부감을 가질 수 있지만 통상 산불은 나뭇잎에서 나뭇잎으로 불이 번지며 걷잡을 수 없게 커지는 것”이라며 “관리하지 않으면 더 큰 재앙이 닥친다”고 설명했다. 간벌의 효과가 널리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주민이 직접 인근 숲을 간벌하기 위한 기금을 모금하는 경우도 생겼다.간벌만으로 산불을 막을 수는 없다. 오리건주 산림당국은 혼합식재를 통한 내화수림(불에 내성이 강한 숲) 구성에도 힘쓰고 있다. 한 종류의 나무로 숲을 구성할 경우 화재는 물론 병충해에도 취약하다. 산불과 병충해로 나무들이 고사하면 산사태가 일어나기 쉽다. 세 가지 산림 재난은 모두 연결돼 있다.이런 문제를 알기에 오리건주에서는 일반 기업들도 혼합림과 내화수림 조성에 힘쓰고 있었다. 21일 코밸리스시의 한 숲에서 만난 임업기업 스타커사 조림 담당자 스티븐 코스키 씨는 “일반적으로 한 구역에 최대 4개의 다른 종을 심는데 건조한 지역인지, 특정한 병해충 등이 발생하는 지역인지를 고려해 조림한다”고 말했다. 스타커사는 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약 3만8400ha 숲에 85%는 더글라스 전나무, 나머지 15%는 내화성이 뛰어난 자이언트 세쿼이아 등 13개 종을 심고 있다.● 산 정상까지 숲길로… “환경영향 최소화해 건설”이런 숲 관리는 차로 이동 가능한 숲길(임도)가 잘 마련된 덕에 가능했다. 지난달 24일 기자가 방문한 벅산도 산 정상까지 숲길이 나 있었다. 숲길이 있으면 산불 발생 시 신속한 진화가 가능하다. 이날 차를 타고 지난해 산불 피해를 입은 고도 400m 지점까지 6.9km를 이동하는 데 차로 6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프레스턴 그린 밀러 팀버 부사장은 “숲길은 숲을 가꾸기 위해서 필수적인 요건”이라며 “미국의 경우 산림 공학자들이 지향을 살피고 환경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도로를 설계해 임도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린 시프트(Green Shift) ::산불 등 재해에 강하고 임산물과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에 기여하는 숲으로 전환함으로써 숲에 대한 인식과 관리 방식의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의미.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태영 기자 live@donga.com유진=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 2025-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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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터전 잃은 이재민들 “떠나겠다”… 마을 통째 사라질 위기

    “부모님 젊었을 적부터 70년 살아온 집인데 호미 자루 하나 안 남기고 다 타뿌따. 정부 지원이 없으믄 이 동네는 더는 뭐 살아갈 길이 없어. 먹고살 길이 없는데 자식들 있는 데로 가든가 대구로 나가든가 해야지. 다 떠나야지.” 31일 경북 영양군 석보면 상논실마을에서 만난 산불 이재민 최윤기 씨(65)는 집과 농작지 1500평이 모두 불에 탔다고 했다. 21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25일 영양까지 번지면서 이 마을 주택 22채 중 15채가 전소됐다. 최 씨는 “어르신들도 자식 사는 곳으로 뿔뿔이 흩어지게 될 상황”이라며 “마을 자체가 사라지게 생겼다”고 씁쓸해했다.● 이재민들 “먹고살 게 없으니 떠나” 남부 산불의 큰불은 꺼졌지만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 중 일부는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집도 밭도 사라졌는데 먹고는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여기서 뭘 해서 먹고살겠나”라고 되물었다. 상논실마을에서 만난 한 이재민은 “남아 있는 게 몸밖에 없다. 대피할 때 가져나온 차와 몸이 전부”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취재팀이 경북 의성군 단촌면 병방리에서 만난 주민 김규환 씨(68)는 2억3000만 원을 들여 4500평에 달하는 고추, 마늘 농사를 지었지만 이번 산불로 전소됐다. 그는 “정부 대책은 시간이 오래 걸려 다른 도심으로 옮겨갈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경북 영덕군 영덕읍에서 만난 마을 이장은 “피해를 입은 150여 가구 중 10가구 정도는 대도시로 옮겨가시지 싶다. 아무리 정이 든 동네라고 하더라도 집 없이 살 수가 있냐”고 말했다. 김해춘 안동시 고곡리 이장은 “집을 새로 지어도 있던 자리보다 여건이 좋은 대도심에서 시작하는 게 낫다는 어르신들이 계시다”라고 말했다.● 도시서 온 귀농인들, 다시 도시로 지역에 연고가 없이 정착했던 귀농인들은 다시 도심으로 옮겨가려는 경우가 노인들보다 많았다. 3년 전 경북 청송군 후평리에 귀농해 사과 농사를 짓다 이번에 모두 잃은 류영우 씨(59)는 “희망찼던 귀농의 꿈이 하루아침에 지옥으로 변했다”며 “단 하루도 더 이곳에 있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는 과거 잠시 살았던 인천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김형동 경상북도 귀촌귀농연합회장은 “피해 지역에 사는 귀농귀촌인 약 100명 중 30명 정도가 귀도(도시로 돌아감) 의사를 밝힌 상황”이라며 “산불이 비켜간 김천 등에서도 ‘겁이 나서 방을 내놓고 다시 서울로 가려 한다’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반복되는 재난마다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 같은 인구 유출이 가속화될 거란 우려도 나온다. 한국고용정보원 자료에 따르면 이번 산불 피해가 컸던 경북 의성, 안동, 영양, 청송, 영덕은 인구 유출로 인해 지역 소멸 위험이 큰 ‘고위험 지역’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 “일자리-주거 지원 늘려야” 경북 의성군 단천면 두계리에 사는 박모 씨(66)도 “시골 마을에서는 상대적으로 젊은 우리 60대들은 마을을 지키겠지만, 더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은 집을 잃은 경우 요양병원으로 옮기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 여건이 안 되는 이재민들은 “돈이 없어서 이주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시내는 집세도 비싸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도 산불 피해가 지역 인구 유출과 인구 소멸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재민들이 언제까지나 임시 대피소나 학교에서 지낼 순 없다”며 “생계를 도모할 수 있도록 일자리와 주거 지원 등을 늘려 재정착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31일 국가트라우마센터에 통합심리지원단을 구성하고 대형 산불로 재난을 경험한 국민을 대상으로 심리 지원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피해 농업인의 농업 재개를 위해 볍씨를 무상 공급하고 과수 묘목이 우선 공급될 수 있도록 민간업체와 협의할 계획이다.지방소멸 위험지수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고령 인구로 나눈 값. 해당 지역의 인구 소멸 위험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0.5 이하면 소멸 위험에 진입한 것으로 본다.영덕=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영양=조승연 기자 cho@donga.com의성-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 2025-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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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밭 다 탔는데 뭐 먹고사나”…이재민 떠나 마을 통째 사라질 위기

    “부모님 젊었을 적부터 70년 살아온 집인데 호밋자루 하나 안 남기고 다 타부렀어. 정부 지원이 없으믄 이 동네는 더는 뭐 살아갈 길이 없어. 먹고 살 길이 없는데 자식들 있는데로 가든가 대구로 나가든가 해야지. 다 떠나야지.”31일 경북 영양군 석보면 상논실마을에서 만난 산불 이재민 최윤기 씨(65)는 집과 농작지 1500평이 모두 불에 탔다고 했다. 21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25일 영양까지 번지면서 이 마을 주택 22채 중 15채가 전소됐다. 최 씨는 “어르신들도 자식 사는 곳으로 뿔뿔이 흩어지게 될 상황”이라며 “마을 자체가 사라지게 생겼다”고 씁쓸해했다.● 집도 밭도 타버린 이재민들 “먹고 살 게 없으니 떠나”남부 산불의 큰 불은 꺼졌지만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 중 일부는 지역을 떠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집도 밭도 사라졌는데 먹고는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여기서 뭘 해서 먹고 살겠나”고 되물었다. 상논실마을에서 만난 한 이재민은 “남아 있는 게 몸밖에 없다. 대피할 때 가져나온 차와 몸이 전부”라고 말했다.30일 취재팀이 경북 의성 단촌면 병방리에서 만난 주민 김규환 씨(68)는 2억3000만 원을 들여 4500평에 달하는 고추, 마늘 농사를 지었지만 이번 산불로 전소됐다. 그는 “정부 대책은 시간이 오래 걸려 다른 도심으로 옮겨갈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경북 영덕군 영덕읍에서 만난 마을 이장은 “피해를 입은 150여 가구 중 10가구 정도는 대도시로 옮겨가시지 싶다. 아무리 정이 든 동네라고 하더라도 집 없이 살 수가 있냐”고 말했다. 김해춘 안동시 고곡리 이장은 “집을 새로 지어도 있던 자리보다 여건이 좋은 대도심에서 시작하는 게 낫다는 어르신들이 계시다”고 말했다. ● 도시에 온 귀농인들, 다시 도시로지역에 연고가 없이 정착했던 귀농인들은 다시 도심으로 옮겨가려는 경우가 노인들보다 많았다. 3년 전 경북 청송군 후평리에 귀농해 사과 농사를 짓다 이번에 모두 잃은 류영우 씨(59)는 “희망찼던 귀농의 꿈이 하루아침에 지옥으로 변했다”며 “단 하루라도 더 이곳에 있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는 과거 잠시 살았던 인천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김형동 경상북도 귀촌귀농연합회장은 “피해 지역에 사는 귀농귀촌인 약 100명 중 30명 정도가 귀도(도시로 돌아감) 의사를 밝힌 상황”이라며 “산불이 비켜간 김천 등에서도 ‘겁이 나서 방을 내놓고 다시 서울로 가려 한다’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앞으로 반복되는 재난마다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 같은 인구 유출이 가속화 될거란 우려도 나온다. 한국고용정보원 자료에 따르면 이번 산불 피해가 컸던 경북 의성, 안동, 영양, 청송, 영덕은 인구 유출로 인해 지역 소멸 위험이 큰 ‘고위험 지역’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 “일자리-주거 지원 늘려야”경북 의성군 단천면 두계리에 사는 박모 씨(66)도 “시골 마을에서는 상대적으로 젊은 우리 60대들은 마을을 지키겠지만, 더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은 집을 잃은 경우 요양병원으로 옮기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 여건이 안 되는 이주민들은 “돈이 없어서 옮길 수도, 이주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시내는 집세도 비싸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상논실마을의 한 이재민은 “나이 60넘어 지금 다른 지역에 가서 뭘 해 먹고 살겠나”라며 “대책이 없다”고 막막해했다.전문가들도 산불 피해가 지역 인구 유출과 인구 소멸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이재민들이 언제까지나 임시 대피소나 학교에서 지낼 순 없다”며 “생계를 도모할 수 있도록 일자리와 주거 지원 등을 늘려 재정착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31일 국가트라우마센터에 통합심리지원단을 구성하고 대형산불로 재난을 경험한 국민을 대상으로 심리지원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영덕=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영양=조승연 기자 cho@donga.com의성=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 2025-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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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먼저 간 영감 사진 하나 못챙기고, 이젠 집이고 뭐고 싹다 타삣다”

    “작년 10월 우리 영감 먼저 가버리고, 인제는 집이고 뭐고 싹 다 타삣다. 먼저 간 영감 사진 하나도 몬 챙기고 나왔다. 한 장도 없어. 싹 다 타버리고 없심더. 집도 없구 영감도 없는 내는 이제 우째 살지 모르겠심더.” 30일 오후 경북 안동시 임하면 고곡리에서 만난 김연희 씨(65)는 울음을 꾹꾹 눌러 참으며 말했다. 김 씨의 집은 마을 어귀에 있었다. 불과 나흘 전만 해도 사별한 남편의 추억이 곳곳에 가득했던 그의 집은 27일 밤 마을을 덮친 화마에 잿더미가 됐다. 그날 이 마을에서만 50채의 집이 불탔다. 김 씨의 집이 있던 자리엔 검게 변해버린 벽돌과 기와가 나뒹굴었다. 김 씨는 작년 10월에 남편과 사별한 뒤 홀로 과수원을 일구며 살아왔다. 남편과 함께 가꾸던 나무들이었다. 이번 화재로 절반은 다 타버렸고 나머지 절반도 불길이 스쳐 꽃이 필 수 없게 됐다. 남편이 세상을 떠나기 전 농사에 서툰 김 씨를 위해 남긴 ‘농사 노트’도 불탔다. 남편의 묘도 잿더미가 됐다. ● 터전 잃은 주민들 “언제 복구될지도 깜깜” 경북, 경남 일대를 휩쓴 산불은 이날 주불이 모두 잡혔지만 이미 집과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은 “살 곳도 갈 곳도 없다”며 울기만 했다. 안동시 임하면 나천리는 주택 15채가 전소됐고, 주민 김옥남 씨(68)의 집과 농장 사과나무가 모두 타버렸다. 산불 당시 김 씨는 마을회관에 머물고 있었던 탓에 대피하라는 연락을 못 받았다. 대피가 늦어지면서 과수원과 농기계가 모두 전소됐다. 김 씨는 “남편은 ‘죽고 싶다’는 말만 하고 딸은 걱정하며 아버지를 다독이고 있다”고 했다. 아름다운 풍광으로 ‘한국의 산토리니’라 불리는 경북 영덕군 석리 바닷가 마을도 화마를 피해 가지 못했다. 내륙 산을 태우던 불이 해안까지 번졌고, 뒷산과 가까이 있는 집들은 불에 타서 지붕이 바닥에 내려앉았다. 바닷가 가까이 집들이 다닥다닥 모여 있는 모습이 따개비 같다고 해 이름 붙여진 ‘따개비 마을’ 민가들도 대부분 불에 타 형체를 알 수 없었다. 이미상 석리 이장은 “민박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했는데 집이 다 타버려 돈을 벌 방법이 없다”며 “공사장 노가다(막일)라도 하려고 했는데 손목 수술을 받아 몸 쓰기도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석리의 바다 풍경이 ‘대한민국 제일’이라는 자부심으로 살았는데 화재로 망가진 마을을 보니 마음이 무너진다”고 말했다.취재팀이 이날 경북 의성군, 안동시, 영덕군 등 3곳 대피소에서 만난 이재민들은 차가운 바닥에서 쪽잠을 자고 옷가지 등 생필품이 부족해 불편을 겪고 있었다. 이재민 대부분 고령층이라 건강 악화도 우려됐다. 의성군 단천면 주민 권원수 씨(71)는 “대피소는 소등 이후에도 계속해서 사람들이 왔다 갔다 드나든다”며 “이재민 대다수가 노인이고, 노인들은 밤새 앓는다. 그 고통스러워하는 소리에 밤새 잠을 이루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들은 화장실에서 겨우 간단한 세수를 할 뿐 샤워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안동시 일직면 우원리 주민 원두리 씨(86)는 원래 걸음이 불편해 주변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가 쓰던 보행보조기는 이번에 불탔다. 원 씨는 “허리도 못 쓰고 다리도 부어서 걷지를 못한다. 이동할 때 구르마(보행보조기)가 있어야 하는데 여기엔 없어서 이동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집 없이 2년씩 지내기도… “생계 자립 지원 필요” 산불 이재민들은 길게는 수개월, 수년을 거처 없이 지내는 경우도 많다. 2022년 3월 4일 경북 울진에서 시작돼 강원 삼척까지 번졌던 초대형 산불로 집을 잃었던 주민 181가구 가운데 30가구는 지난해 초까지 임시 컨테이너에 살았다. 피해 보상은 턱없이 부족하다. 경북도에 따르면 화재·산불 등으로 집이 타버린 경우 받는 주거비 지원금은 최대 3600만 원 수준이다. 홍수는 6600만∼1억2000만 원까지 지원된다. 홍수는 자연재해지만 산불은 인재(人災)라는 이유에서다. 고령층이 많은 지역의 경우 산불이 지역 소멸을 가속화할 거란 우려도 나온다. 경북도는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했다. 문현철 한국재난관리학회 부회장(호남대 교수)은 “산불 같은 경우 주거지는 물론 텃밭, 축사 등 생계 수단을 전부 앗아간다”며 “단기적으로는 지자체가 소유한 연수원, 임대주택 등을 총동원해 이들의 거주 문제를 해결하고, 장기적으로는 생계 수단을 상실한 이재민들에게 일자리 등을 지원해 자립이 가능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산불 피해자를 지원하고 이재민의 일상을 보호하기 위해 중앙합동지원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경북도와 경남도는 피해 주민들에게 1인당 30만 원씩 지원하겠다고 밝혔다.안동=조승연 기자 cho@donga.com영덕=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의성=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 2025-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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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주전 다시 고향 모셔온 100세 어머니, 산불에 가실줄이야”

    “100세 어머니를 영덕으로 다시 모셔 온 지 3주밖에 안 됐는데 이렇게 가실 줄은 몰랐습니다. 한이 맺혀요.” 27일 오전 경북 영덕군 영덕읍의 한 장례식장. 어머니 이모 씨(100)의 빈소를 지키던 막내아들 김모 씨(65)가 눈시울을 훔치며 말했다. 김 씨는 8개월 전 어머니를 자신이 사는 부산으로 모셨지만, 3주 전 어머니는 “답답하다”며 원래 살던 영덕읍 석리로 다시 돌아갔다. 어머니는 26일 산불이 마을을 덮칠 때 대피하지 못했고 그날 오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13년 경력 진화대원, 귀가 도중 참변 이번 산불에 어머니를 잃은 김 씨는 “어머니는 조그마한 먹을 거 하나도 동네분들께 다 나눠주던 다정한 분이셨다”며 “사망 당일 아침에도 집사람과 ‘누룽지를 맛있게 끓여 먹었다’며 통화를 했는데 이렇게 돌아가실 줄은 전혀 몰랐다”고 애통해했다. 생전 이 씨는 80세까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농사일을 나갈 정도로 정정했다고 한다. 석리 마을 주민 상당수는 산불을 피해 해안가 방파제로 대피했지만, 일찍 잠자리에 들었던 이 씨는 재난 문자 알림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이날 차려진 빈소에서 이 씨의 자녀들은 “불쌍한 우리 엄마, 얼마나 무섭고 뜨거웠을까”라며 엎드려 통곡했다.22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6일째 영남 지역 곳곳으로 확산하고 있다. 산불로 가족을 잃은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도 이어지고 있다. 경북 영덕 매정리에선 산불 진화 작업을 하고 귀가하던 신모 씨(69)가 숨진 채 발견됐다. 산불예방진화대원으로 13년간 근무한 신 씨는 25일 오전 경북 의성군 산불 진압에 자원했다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사망했다. 신 씨는 25일 오후 8시 반경 아내와 “(집에) 다 왔다, 이제 집으로 간다”는 통화를 끝으로 휴대전화 전원이 꺼졌고, 이틀 뒤인 27일 오전 11시 반경 본인의 차에서 1m 떨어진 인도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의용소방대원인 신 씨의 큰아들(47)은 “아버지는 가족밖에 모르고, 10원 하나 허투루 쓰지 않던, 매사에 성실하던 분”이라며 “남동생이 내년 봄에 결혼하는데 이렇게 가셔서 너무 허망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신 씨의 큰아들 역시 25일 영덕에서 산불을 진압하느라 아버지와 통화를 하지 못했다고 한다. 같은 지역에선 80대 노부부가 대피 도중 참변을 당했다. 26일 오후 영덕군의 한 장례식장에서 만난 큰아들 이모 씨(60)는 “25일 오후 8시 40분경 부모님이 조카와 통화하면서 ‘불은 안 보이는데 연기가 꽉 찼다’고 하셨다고 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 씨는 “당연히 대피하셨을거라 생각해서 대피소를 다 뒤지고, 주무시는 어르신들 얼굴에 불빛을 비춰가면서 부모님인지를 확인했다”며 “다시 집에 가보니 부모님이 누워계셨고 움직이질 않으셨다”고 말했다.● “아직 아빠 엄마랑 하고 싶은 게 많은데….”이번 산불로 사망한 경북 영양군 석보면 삼의리의 권모 이장(64)과 부인 우모 씨(59)의 딸 권모 씨(38)는 26일 빈소에서 “아직 아빠 엄마랑 같이 하고 싶은 게 많은데 이렇게 떠나다니 황망하다”고 통곡했다. 권 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아빠와 떨어져 대구로 ‘지역 유학’을 갔다. 부부는 딸의 학업을 위해 대구에 집을 마련해 줄 만큼 딸에게 정성을 쏟는 부모였다고 한다. 권 씨는 “거의 한평생을 엄마 아빠랑 떨어져 살아 그리움이 컸는데 앞으로 이 그리움을 어떻게 하냐”며 “동생이 아버지에게 선물해 드린 차를 보니 500km밖에 못 탔다. 사고 나지 말라고 같이 고사를 지낸 게 마지막 (모습)이었다”고 오열했다. 권 씨의 외삼촌 역시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누나를 구하러 갔지만 여기로 가면 저기 도로로 가라고 하고, 또 그곳으로 가면 다른 도로로 가라고 하는 바람에 누나를 구하지 못했다”며 “통제가 잘됐다면 누나를 구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산불 희생자들을 위한 합동분향소는 경북 청송군 보건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분향소에는 국화 수십 송이와 산불로 희생된 이들의 명패가 차례로 놓여 있었다. 이날 합동분향소엔 윤경희 청송군수와 경북 청송경찰서장 등이 방문해 고인들에 대한 조의를 표했다.영덕=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영덕=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영양=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청송=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 2025-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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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시 싫다고 3주전 귀향하셨는데”…영덕 100세 사망자 유족 오열

    “100세 어머니를 영덕으로 다시 모셔 온 지 3주밖에 안 됐는데 이렇게 가실 줄은 몰랐습니다. 한이 맺혀요.”27일 오전 경북 영덕군 영덕읍의 한 장례식장. 어머니 이모 씨(100)의 빈소를 지키던 막내아들 김모 씨(65)가 눈시울을 훔치며 말했다. 김 씨는 8개월 전 어머니를 자신이 사는 부산으로 모셨지만, 3주 전 어머니는 “답답하다”며 원래 살던 영덕읍 석리로 다시 돌아갔다. 어머니는 26일 산불이 마을을 덮칠 때 대피하지 못했고 그날 오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13년 경력 진화대원, 귀가 도중 참변이번 산불에 어머니를 잃은 김 씨는 “어머니는 조그마한 먹을 거 하나도 동네 분들께 다 나눠주던 다정한 분이셨다”며 “사망 당일 아침에도 집사람과 ‘누룽지를 맛있게 끓여 먹었다’며 통화를 했는데 이렇게 돌아가실 줄은 전혀 몰랐다”고 애통해했다. 생전 이 씨는 80세까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농사일을 나갈 정도로 정정했다고 한다. 석리 마을 주민 상당수는 산불을 피해 해안가 방파제로 대피했지만, 일찍 잠자리에 들었던 이 씨는 재난 문자 알림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이날 차려진 빈소에서 이 씨의 자녀들은 “불쌍한 우리 엄마, 얼마나 무섭고 뜨거웠을까”라며 엎드려 통곡했다.22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6일째 영남 지역 곳곳으로 확산하고 있다. 산불로 가족을 잃은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도 이어지고 있다. 경북 영덕 매정리에선 산불 진화 작업을 하고 귀가하던 신모 씨(69)가 숨진 채 발견됐다. 산불예방진화대원으로 13년간 근무한 신 씨는 25일 오전 경북 의성군 산불 진압에 자원했다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사망했다. 신 씨는 25일 오후 8시반경 아내와 “(집에) 다 왔다, 이제 집으로 간다”는 통화를 끝으로 휴대전화 전원이 꺼졌고, 이틀 뒤인 27일 오전 11시반경 본인의 차에서 1m 떨어진 인도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의용소방대원인 신 씨의 큰아들(47)은 “아버지는 가족밖에 모르고, 10원 하나 허투루 쓰지 않던, 매사에 성실하던 분”이라며 “남동생이 내년 봄에 결혼하는데 이렇게 가셔서 너무 허망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신 씨의 큰아들 역시 25일 영덕에서 산불을 진압하느라 아버지와 통화를 하지 못했다고 한다.같은 지역에선 80대 노부부가 대피 도중 참변을 당했다. 26일 오후 영덕군의 한 장례식장에서 만난 큰아들 이모 씨(60)는 “25일 오후 8시 40분경 부모님이 조카와 통화하면서 ‘불은 안 보이는데 연기가 꽉 찼다’고 하셨다고 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 씨는 “당연히 대피하셨을거라 생각해서 대피소를 다 뒤지고, 주무시는 어르신들 얼굴에 불빛을 비춰가면서 부모님인지를 확인했다”며 “다시 집에 가보니 부모님이 누워계셨고 움직이질 않으셨다”고 말했다.● “아직 아빠 엄마랑 하고 싶은 게 많은데….”이번 산불로 사망한 경북 영양군 석보면 삼의리의 권모 이장(64)와 부인 우모 씨(59)의 딸 권모 씨(38)는 26일 빈소에서 “아직 아빠 엄마랑 같이 하고 싶은 게 많은데 이렇게 떠나다니 황망하다”고 통곡했다. 권 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아빠와 떨어져 대구로 ‘지역 유학’을 갔다. 부부는 딸의 학업을 위해 대구에 집을 마련해줄 만큼 딸에게 정성을 쏟는 부모였다고 한다.권 씨는 “거의 한 평생을 엄마 아빠랑 떨어져 살아 그리움이 컸는데 앞으로 이 그리움을 어떻게 하냐”며 “동생이 아버지에게 선물해 드린 차를 보니 500km밖에 못 탔다. 사고 나지 말라고 같이 고사를 지낸 게 마지막 (모습)이었다”고 오열했다. 권 씨의 외삼촌 역시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누나를 구하러 갔지만 여기로 가면 저기 도로로 가라고 하고, 또 그곳으로 가면 다른 도로로 가라고 하는 바람에 누나를 구하지 못했다”며 “통제가 잘 됐다면 누나를 구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산불 희생자들을 위한 합동분향소는 경북 청송군 보건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분향소에는 국화 수십 송이와 산불로 희생된 이들의 명패가 차례로 놓여져 있었다. 이날 합동분향소엔 윤경희 청송군수와 경북 청송경찰서장 등이 방문해 사망자들의 고인들에 대한 조의를 표했다.영덕=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영덕=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영양=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영양=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청송=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 2025-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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