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진

신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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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16~2025-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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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감-논쟁 불러 모은 ‘기생충 현상’… 예술성-대중성 두토끼 잡다[인사이드&인사이트]

    “영화의 만듦새와 스타일로 볼 때 당연히 칸에 초청될 줄은 알았죠. 그런데 이 정도까지는 예상하지 못했어요. ‘기생충’이 관객을 행복하게 만드는 영화는 아니잖아요. 달라진 한국 관객들의 힘이죠.” 영화 ‘기생충’ 개봉을 앞두고 제작사인 바른손이엔에이의 곽신애 대표(51)는 관객 500만 명, 잘해야 700만 명을 예상했다고 한다. 극장가 비수기로 불리는 5월, 역대 최고 흥행작이었던 2011년 ‘써니’(745만 명)를 기준점으로 삼은 탓이다. 하지만 5월 26일(한국 시간)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은 평가나 흥행 면에서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지난달 29일 기준 국내 관객 940만 명을 돌파한 ‘기생충’은 이르면 이번 주 ‘괴물’(2006년)에 이어 봉준호 감독(50)의 두 번째 ‘1000만 영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예술적 면에서 대중적인 ‘기생충’의 기록들 ‘기생충’의 가장 큰 수확은 평단과 관객을 모두 사로잡았다는 점이다. 그간 칸의 부름을 받은 한국 영화들은 ‘어렵고 지루하다’는 선입견으로 인해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기생충’을 제외하고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른 한국 영화 16편 중 가장 많은 관객을 끌어모은 작품은 2016년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428만 명). 순제작비 135억 원인 ‘기생충’은 손익분기점을 닷새 만에 가뿐히 넘겼다. 봉 감독 작품이라 재미있을 것이라는 관객들의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실제로 봉 감독은 “예술성과 대중성을 정해 놓고 작품에 들어가지 않는다. 두 부분을 나눠 저울질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뒤 ‘기생충’을 ‘피아노’(1993년)나 ‘펄프픽션’(1994년), ‘어둠 속의 댄서’(2000년)와 비교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모두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다. 역시나 해외에서도 반응이 뜨겁다. 지난달 5일(현지 시간) 프랑스에서 개봉한 ‘기생충’은 개봉 18일 만에 관객 68만 명을 돌파하면서 봉 감독의 이전 작품인 ‘설국열차’(2013년)가 갖고 있던 역대 한국 영화 관객 수 1위 기록을 넘어섰다. 심지어 지난달 17일엔 사상 최초로 프랑스 전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쾌거도 이뤘다. 상영관도 180여 개에서 30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현지 언론은 “‘펄프픽션’ 이후 오랜만에 우리를 찾아온,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황금종려상 수상작임을 여실히 증명하는 중”(프랑스퀼튀르), “가족영화의 전통을 살리면서도 특유의 다양한 천재성을 발휘한다”(르몽드) 등 호평을 쏟아냈다. 프랑스를 시작으로 각국에서 개봉이 이어지며 ‘기생충’ 열풍은 세계로 퍼져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칸 국제영화제 필름마켓에서 192개국에 팔린 ‘기생충’은 이후 10개국에 추가로 판매됐다. 세계 202개국 판매는 역대 한국 영화 1위 기록이다. “‘기생충’은 아카데미영화제 외국어영화상을 넘어 감독상과 각본상 후보에도 들 수 있다”(뉴욕타임스)는 예상까지 나올 정도다. 향후 각종 영화제에서 ‘상복’을 누릴 일만 남았다.○ 공감하고 논쟁하는, 관객들의 영화 곱씹기 봉 감독의 전작 ‘괴물’ ‘마더’(2009년)보다 메시지가 명료하고 ‘설국열차’나 ‘옥자’(2017년)에 비해선 반전의 충격이 강하며 서사의 몰입도도 높다. 해외에서 찬사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보편적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짜빠구리’ ‘반지하’ 등 영화 곳곳에 “한국인만 100% 이해할 디테일”들이 가득해 친근하다. 화룡점정처럼 복선마저 깔끔하게 회수돼 “완성도가 높다”는 평이다. 뭣보다 ‘빈부격차’라는 세계적 이슈를 세련된 방식으로 풀어냈다.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찌르는 반지하에 사는 전원 백수 기택(송강호)네, 언덕 위 대저택에 사는 박 사장(이선균)네는 모두가 선악의 이분법으로 쉽게 재단하기 힘든 입체적인 인물들. 봉 감독도 “가난한 가족도 적당히 뻔뻔하고, 부잣집 가족도 누군가를 해코지하는 악당이 아니다. 적당히 나쁘고 적당히 착한,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나오는데도 끝내 극한 상황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두려움과 슬픔을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두 가족을 넘나드는, 감정이입을 경험했다”는 관객의 반응이 나온 건 꽤나 잘 짜인 수순대로 흘러간 셈이다. 특히 ‘기생충’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영화 속 장치에 대한 해석과 논쟁이 끊이지 않았던 점이 눈에 띈다. 20, 30대는 기우(최우식)의 팍팍한 삶에서 ‘내 집 마련’의 어려움과 청년 실업에 공감했다. 40, 50대는 기택을 통해 가장의 무게감을 떠올렸다. “변기가 높은 곳에 위치한 반지하의 디테일을 정확하게 구현했다” “대중교통을 탈 때 정말 ‘냄새’를 맡아봤다” 등 소소한 경험을 털어놓거나, 박 사장과 연교(조여정)의 애정행위 등을 언급하며 15세 관람가인 ‘기생충’의 관람 등급을 문제 삼는 냉철한 지적도 있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소위 ‘킬링타임’용 영화와 다르게 관객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영화를 소비하는 새 문화를 만든 셈이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재관람률이 4.9%에 이르는 ‘N차 관람’ 열풍이 이어졌다. 영화를 3번 봤다는 김종민 씨(42)는 “볼 때마다 다른 감상을 전해주는 작품이다. 처음 볼 땐 재미를, 두세 번째엔 슬픔과 공포를 가져다줬다”고 했다. 그 와중에 “스토리 전개를 최대한 감춰주신다면 제작진에게 큰 선물이 될 것”이라던 개봉 전 봉 감독의 이례적인 요청을 관객들도 이해한 것일까. 관객들이 앞장서서 스포일러를 거부하는 ‘자발적 마케팅’도 잇따랐다. 오죽하면 프랑스에선 박 사장이 아내 연교에게 귓속말을 하는 장면에다 “Si tu me spoiles la fin, je te tue!”(스포일러하면, 널 죽여버리겠어)라는 문구를 달아 포스터를 제작했으니 말이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영화를 봐야 충격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관객들의 공감대가 형성돼 순기능적인 마케팅 효과가 작동했다”고 분석했다. 봉 감독도 지난달 23일 800만 명 돌파 기념 GV(관객과의 만남) 행사에서 “스포일러를 자제해 달라는 부탁을 잘 지켜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영화계 ‘선한 영향력’ 계속돼야 봉 감독은 “우리만 유별난 건 아니다”라고 겸양했지만, ‘기생충’은 모든 스태프와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주 52시간을 준수한 ‘좋은 영화 만들기’의 표본이 됐다. 첫 표준근로계약 사례가 아닌데도 조명을 받은 건 그간 우리 사회가 영화 제작진의 처우에 무관심했다는 증거다. 60여 회 차 사이즈였지만 제작비 상승을 감수한 제작사의 ‘통 큰’ 배려로 77회 차에 촬영을 마쳤다. 폭염에 아역배우가 뛰노는 장면을 촬영할 수 없어 컴퓨터그래픽(CG)으로 처리한 건 이미 유명한 얘기가 됐다. 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2014년)을 시작으로 표준근로계약이 정착돼 온 영화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처지에 있던 방송계가 반응한 건 칸의 위력일지도 모르겠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방송 분야 표준계약서 사용지침’을 만들었고 ‘지상파방송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 공동협의체’가 출범해 드라마 제작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미약하지만 ‘선한 영향력’이 문화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는 긍정적인 신호다. 물론 여전히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표준근로계약을 맺은 작품 비율은 2015년 36.3%에서 지난해 77.8%로 늘었지만 10억 원 이하 저예산 독립영화 등은 집계조차 되지 않는 실정이다. “대형 투자사가 없는 영화들은 여전히 근로기준법대로 영화를 만들기 버겁다”는 한 영화 제작사 관계자의 말을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는 앞으로가 중요하다. ‘포스트 봉준호’ 양성을 위해선 다양한 영화적 시도가 용인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장의 다양성이 감소되고 흥행 공식을 답습한 유사 영화들이 재생산될 때마다 ‘한국 영화의 위기설’이 흘러나왔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의미다. 곽 대표도 ‘올드보이’ ‘살인의 추억’ 등 젊은 감독들의 다양한 영화적 시도가 많았던 2003년을 떠올리며 “‘기생충’이 이런 분위기가 다시 돌아올 수 있게 만드는 마중물이 돼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흥행에 대한 부담으로 도전을 주저하게 된 업계 분위기가 유망한 감독의 창의성을 억압하진 않는지 반성해 볼 때다. 신규진 문화부 기자 newjin@donga.com}

    • 2019-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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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센 디즈니 돌풍… ‘알라딘’-‘토이스토리4’ 선두 각축

    여름 성수기를 앞둔 국내 극장가에 디즈니 돌풍이 매섭다. 박스오피스는 ‘알라딘’과 ‘토이스토리4’가 선두 자리를 놓고 집안싸움을 벌이는 형국이다. 지난달 24일부터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알라딘’은 최근 관객 수 800만 명을 돌파했다. 5월 23일 개봉한 뒤 박스오피스 역주행만 5번에 이른다. ‘기생충’이 개봉한 직후 2위로 밀려났던 ‘알라딘’은 뒷심을 발휘해 지난달 20일 개봉한 ‘토이스토리4’와 함께 1, 2위 자리를 오르내리고 있다. ‘토이스토리4’도 관객 수 20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 기세를 이어갔다. 두 영화 모두 원작에 대한 애정이 두터운 팬들의 지지가 컸다. ‘알라딘’은 판타지적 요소가 많아 실사영화에 대한 우려가 많았지만, 1992년 원작 애니메이션을 컴퓨터그래픽(CG)을 활용해 현대적 스타일로 재해석했다는 호평. 특히 4DX관 싱어롱(노래를 따라 부르는 영화 감상) 상영도 관객 수 60만 명을 목전에 뒀다. ‘토이스토리3’(2010년) 이후 9년 만에 돌아온 ‘토이스토리4’는 전작의 동화적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드레스를 벗고 저돌적인 해결사로 나선 인형 보핍을 전면에 내세워 달라진 시대를 잘 반영했다. 디즈니의 흥행 열풍은 1994년 애니메이션을 실사영화로 만든 ‘라이온킹’(17일 개봉)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크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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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미와 슬픔-공포도 느껴”…‘기생충’ 곱씹는 관객들, 세대별 반응도 달라

    “영화의 만듦새와 스타일로 볼 때 당연히 칸에 초청될 줄은 알았죠. 그런데 이 정도까지는 예상 못했어요. ‘기생충’이 관객을 행복하게 만드는 영화는 아니잖아요. 달라진 한국 관객들의 힘이죠.” 영화 ‘기생충’ 개봉을 앞두고 제작사인 바른손이엔에이의 곽신애 대표(51)도 500만 명, 잘 해야 700만 명을 예상했다고 한다. 극장가 비수기인 5월 개봉작 가운데 역대 최고 흥행작이었던 2011년 ‘써니’(740만 명)를 기준점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은 평가나 흥행 면에서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영화는 29일 기준 국내 관객 940만 명을 돌파했다. 흥행세가 다소 꺾였다는 관측에도, ‘기생충’은 이르면 이번 주 ‘괴물’(2006년)에 이어 봉준호 감독(50)의 두 번째 ‘1000만 영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예술적면서 대중적인 ‘기생충’의 기록들 평단과 관객을 모두 사로잡았다는 점에서 ‘기생충’이 영화계에 주는 시사점은 적지 않다. 그간 칸 국제영화제에 부름을 받은 한국 영화들은 “어렵고 지루하다”는 관객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2002년)을 시작으로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른 16편의 한국영화들 중에, 그나마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2016년)가 428만 명으로 가장 흥행에 성공했다. 박 감독의 ‘올드보이’(2003년)와 ‘박쥐’(2009년)가 각각 327만 명, 220만 명이 관람했다. 임상수 감독의 ‘하녀’(2010년)나 이창동 감독의 ‘밀양’(2007년)은 226만 명, 160만 명에 그쳤다. 반면 순제작비 135억 원인 ‘기생충’은 손익분기점을 5일 만에 가뿐히 넘겼다. 강유정 영화평론가의 말처럼 “봉 감독 작품이라 상을 받았어도 재미있을 것이라는 관객들의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실제로 봉 감독은 “예술성과 대중성을 정해놓고 작품에 들어가지 않는다. 두 부분을 나눠 저울질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뒤 ‘기생충’을 ‘피아노’(1993년)나 ‘펄프픽션’(1994년), ‘어둠 속의 댄서’(2000년)와 비교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모두 흥행에 성공했던 작품이었다. 반응은 해외에서도 뜨겁다. 지난달 5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개봉한 ‘기생충’은 개봉 18일 만에 관객 수 68만 명을 돌파했다. 역시 봉 감독의 작품인 ‘설국열차’(2013년)가 갖고 있던 역대 한국영화 관객 수 1위 기록을 넘어섰다. 심지어 지난달 17일엔 사상 최초로 프랑스 전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상영관도 180여 개에서 30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현지 언론들은 “‘펄프픽션’ 이후 오랜만에 우리를 찾아온,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황금종려상 수상작임을 여실히 증명하는 중”(프랑스컬처) “가족영화의 전통을 살리면서도 특유의 다양한 천재성을 발휘한다”(르몽드) 등 호평을 쏟아냈다. 프랑스를 시작으로 각국에서 개봉이 이어지며 ‘기생충’ 열풍은 세계로 퍼져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칸 국제영화제 필름 마켓에서 192개국에 팔렸던 ‘기생충’은 이후 10개국에 추가로 판매됐다. 세계 202개국 판매는 역대 한국영화 1위 기록이다. “‘기생충’은 아카데미영화제 외국어영화상을 넘어 감독상과 각본상 후보에도 들 수 있다”(뉴욕타임스)는 예상까지 나온다. 향후 각종 영화제에서 ‘상복’을 누릴 일만 남았다. ●공감하고 논쟁하는, 관객들의 영화 곱씹기 ‘기생충’은 전작 ‘괴물’, ‘마더’(2009년)보다 메시지가 명료하다. 그러면서 ‘설국열차’나 ‘옥자’(2017년)에 비해 반전의 충격이 강하고 서사의 몰입도도 높다. 해외에서 찬사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보편적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짜빠구리’ ‘반지하’ 등 영화 곳곳에 “한국인만 100% 이해할 디테일”들로 가득해 친근하다. 화룡점정처럼 복선마저 깔끔하게 회수돼 “완성도가 높다”는 평이 흘러나온다. 뭣보다 빈부격차라는 세계적 이슈를 세련된 방식으로 풀어냈다.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찌르는 반지하에 사는 전원 백수 기택(송강호)네, 언덕 위 대저택에 사는 박 사장(이선균)네는 모두가 선악의 이분법으로 쉽게 재단하기 힘든 입체적인 인물들. 봉 감독은 “가난한 가족도 적당히 뻔뻔하고, 부잣집 가족도 누군가를 해코지하는 악당이 아니다. 적당히 나쁘고 적당히 착한,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나오는데도 끝내 극한 상황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두려움과 슬픔을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실제로 “두 가족을 넘나드는, 감정 이입을 경험했다”는 관객 반응이 많았다. “다양한 토론, 해석이 공존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윤성은 영화평론가)되기도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관람 후기를 공유하는 움직임이 활발했다. 영화 속 장치에 대한 해석과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변기가 높은 곳에 위치한 반지하의 디테일을 정확하게 구현했다” “대중교통을 탈 때 정말 ‘냄새’를 맡아봤다” 등 소소한 경험을 털어놓는 이들도 많았다. 박 사장과 연교(조여정)의 애정행위 등을 언급하며 15세 관람가인 ‘기생충’의 관람 등급을 문제 삼기도 했다. 세대별 반응도 남달랐다. 20, 30대는 기우(최우식)의 팍팍한 삶에서 ‘내 집 마련’의 어려움과 청년 실업을 공감했다. 40, 50대는 기택을 통해 가장의 무게감을 떠올렸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40대 이상 관람객 비율은 36.5%, 재관람율도 4.9%에 이른다. 영화를 3번 봤다는 김종민 씨(42)는 “볼 때마다 다른 감상을 전해주는 작품이다. 처음 볼 땐 재미를, 두세 번째엔 슬픔과 공포를 가져다줬다”고 했다. 곽 대표도 “‘킬링타임 용’ 영화와 달리 극장을 나오면 끝나는 게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소비를 적극적으로 해준 관객에게 감동 받았다”고 한다. 영화적 체험을 온전히 느끼기 위한 관객들의 ‘자발적 마케팅’도 잇따랐다. 개봉 전 봉 감독은 이례적으로 “스토리 전개를 최대한 감춰주신다면 제작진에게 큰 선물이 될 것”이라며 한국어와 영어, 프랑스어로 된 편지를 언론에 공개했다. 프랑스에선 박 사장이 아내 연교에게 귓속말을 하는 장면에 “Si tu me spoiles la fin, je te tue!”(스포일러하면, 널 죽여 버리겠어) 문구를 달아 포스터를 제작하기도 했다. 강 평론가는 “영화를 봐야 충격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관객들의 공감대가 형성돼 순기능적인 마케팅 효과가 작동했다”고 분석했다. 봉 감독도 지난달 23일 800만 명 돌파 기념 GV(관객과의 만남) 행사에서 “스포일러를 자제해달라는 부탁을 잘 지켜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영화계 ‘선한 영향력’ 계속돼야 봉 감독은 “우리만 유별난 건 아니다”고 겸양했지만, ‘기생충’은 모든 스태프들과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주52시간을 준수한 ‘좋은 영화 만들기’의 표본이 됐다. “60여 회 차 사이즈”였지만 제작비상승을 감수하며 77회 차에 촬영을 마쳤다. 폭염에 아역배우가 뛰노는 장면을 촬영할 수 없어 컴퓨터그래픽(CG)으로 처리한 건 유명한 일화. 윤 평론가는 “첫 표준근로계약이 아닌데도 관심을 끄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영화 제작진의 처우에 무관심했다는 반증”이라고 했다. 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2014년)을 시작으로 표준근로계약이 정착돼 온 영화계에 비해, ‘기생충’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처지에 있던 방송계에도 영향을 끼쳤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방송 분야 표준계약서 사용지침’을 만들었고 ‘지상파방송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 공동협의체’가 출범해 드라마 제작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표준근로계약을 맺은 작품 비율은 2015년 36.3%에서 지난해 77.8%로 늘었다. 물론 10억 원 이하 저예산 독립영화 등은 조사대상에서 빠져있어 사각지대도 여전하다. 한 영화제작사 관계자는 “대형 투자사가 없는 영화들은 여전히 근로기준법대로 영화를 만들기 버거운 게 현실”이라고 말한다. ‘기생충’의 성공을 계기로 다양한 영화적 시도를 용인하는 업계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시장의 다양성이 감소되고 흥행 공식을 답습한 유사한 영화가 재생산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의미다. 곽 대표도 “젊은 감독들의 다양한 시도로 가득 찬 2003년 한국영화계처럼, ‘기생충’이 그런 분위기 정착의 마중물이 돼야한다”는 말을 남겼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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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상파 방송들, 지난해 경영성과 일제히 저조

    지난해 지상파 방송사들이 일제히 저조한 경영 성과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6월 30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2017년 영업이익 202억 원을 냈던 KBS는 지난해 585억 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방송매출액도 지난해 1조4199억 원으로 전년 1조4163억 원보다 0.3% 증가하는데 그쳤다. 총매출액 가운데 수신료 수입은 지난해 6595억 원으로 46%에 이른다. 2017년에는 총매출액의 45.1%인 6462억 원이었다. MBC는 지난해 방송매출이 6753억 원으로 2017년 6655억 원에서 1.5% 늘었지만, 영업 손실은 1237억 원으로 전년 565억 원보다 119%가 증가했다. 방통위는 두 방송사 영업 손실의 원인을 “매출은 정체됐고, 프로그램 제작비를 포함한 매출원가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SBS는 지난해 방송매출이 8473억 원으로 전년의 7163억 원보다 18.3% 늘어났다. 영업이익은 2017년 140억 원에서 지난해 7억 원으로 95.1% 축소됐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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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송커플, 20개월만에 파경

    ‘송송커플’로 유명한 한류스타 배우 송중기(34) 송혜교(38) 부부가 이혼 절차를 밟는다.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2016년)를 함께 찍은 뒤 실제 연인으로 발전해 2017년 10월 세기의 결혼식을 올린 지 1년 8개월 만이다. 송중기는 27일 법률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광장을 통해 전날 서울가정법원에 이혼 조정 신청서를 접수시켰다고 밝혔다. 그는 “저를 사랑해주시고 아껴주시는 많은 분들께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해 드리게 돼 죄송하다”며 “두 사람 모두 잘잘못을 따져가며 서로를 비난하기보다는 원만하게 이혼 절차를 마무리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이날 송혜교 소속사인 UAA코리아도 “(이혼) 사유는 성격 차이로, 둘의 다름을 극복하지 못해 부득이하게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구체적 내용은 사생활이기에 확인해 드릴 수 없어 양해를 구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국내외 누리꾼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특히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권 매체들은 관련 뉴스를 비중 있게 다뤘다. ‘송혜교 송중기 이혼’이라는 키워드가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 실시간 트렌드 검색어 1위에 올랐고, 관련 해시태그 조회 수는 20억 회를 넘어섰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와 일본 ‘야후저팬’은 연예 부문 메인 기사로 올렸다. 인도네시아 포털사이트 ‘리부탄6’에선 이혼 조정 관련 기사가 동시에 실시간 인기 기사 1, 2위에 올랐다. 영어권 유명 케이팝 사이트 ‘올케이팝(Allkpop)’에서도 조회 수 1∼4위 자리를 모두 채웠다. 장동건-고소영, 원빈-이나영, 비-김태희 등 스타 부부의 계보를 이어온 이들의 이혼이 알려지자, SNS에는 파경 원인 추측을 남발한 ‘지라시’(사설 정보지)도 확산되고 있다. 결혼 당시 식장에 드론을 몰래 띄워 논란이 됐던 중국 언론들은 올해 2월 “송혜교 손에 결혼반지가 없다”며 불화설을 제기했다. 하지만 지난달 송중기는 tvN ‘아스달 연대기’ 제작 발표회에서 “(결혼으로) 마음의 안정을 얻었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송중기의 소속사 블러썸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이날 “이혼 관련 악성 소문은 모두 전혀 사실무근이다. 소문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혜교 측 변호인은 “양측은 이미 이혼에 합의한 상태로 이에 따른 조정 절차만 앞두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이혼에 동의하더라도 재산 분할이나 이혼 시기 등 세부 조건까지 합의하지 못하면 법원에 이혼 조정을 신청하거나 이혼 소송을 내야 한다. 연예인들은 사생활이 노출될 위험을 줄이기 위해 곧바로 이혼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 이혼 소송을 제기할 때는 소장에 구체적인 이혼 사유를 적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수진 이혼 전문 변호사는 “두 배우는 결혼 기간이 짧고, 자녀가 없어 다툴 내용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광고와 영화, 드라마 출연료 등으로 벌어들인 둘의 총자산이 1000억 원에 이르러 재산 분할 문제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두 사람은 각자 법률 대리인을 통해 남은 이혼 절차 세부 과정을 빠르게 마무리 짓는 동시에 차기작을 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예정대로라면 송중기는 다음 달부터 영화 ‘승리호’ 촬영에 들어간다. 현재 출연 중인 ‘아스달 연대기’는 사전 제작 드라마로 지난달 촬영이 마무리됐다. 송혜교는 영화 ‘안나’ 출연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신규진 newjin@donga.com·이호재·김재희 기자}

    • 2019-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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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도한 靑수석 ‘KBS외압’ 부인… 법적대응 시사

    청와대가 KBS 시사프로그램 방송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제작진의 주장에 대해 “KBS가 가해자”라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윤도한 대통령국민소통수석은 26일 “(제작진이) 무슨 언론 탄압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KBS는 현재 저희 관점에서 보면 가해자”라며 “가해자가 피해자를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KBS ‘시사기획 창’은 18일 방송에서 “저수지 면적의 10% 이하에 설치하게 돼 있는 태양광 시설이 청와대 태스크포스(TF) 회의 이후 제한 면적이 없어졌다”는 취지로 최규성 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의 인터뷰를 보도했으나 청와대는 “사실이 아니다”며 KBS에 정정보도와 사과방송을 요청했다. 이어 해당 프로그램의 재방송이 결방되자 KBS 제작진과 노동조합은 ‘청와대가 부당한 외부 압력을 가했다’며 반발했다. 이에 대해 윤 수석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 “제작진과 KBS 노조는 청와대가 무슨 근거로 사과방송을 요구하느냐고 묻는데, 이 보도가 허위이기 때문에 사과방송을 요구하는 것이다. KBS가 정정보도와 사과방송을 거부하면 당연히 언론중재위원회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KBS는 “이번 주 내로 보도위원회를 다시 열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BS 양승동 사장은 이날 정기이사회에서 “청와대로부터 (정정보도 및 사과 요구)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문병기 weappon@donga.com·신규진 기자}

    • 2019-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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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靑, 태양광사업 의혹 보도 사과방송 요구… KBS노조-해당 제작진 “외압” 반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태양광 발전 사업의 난맥상을 고발한 KBS ‘시사기획 창’ 제작진에 대해 청와대가 시정조치를 요구하고, KBS 경영진도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시사기획 창’ 제작진은 25일 ‘복마전…태양광 사업을 외압으로 누르려 하지 마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21일 청와대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KBS에) 즉각 시정조치를 요구했지만, 사흘이 지났는데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고 했다”며 “KBS 측 누구에게 언제, 어떤 방식으로 시정조치를 요구했는지 밝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성명에서 “청와대 주장을 일방적으로 옮겨 적은 기사들이 KBS 신뢰도에 큰 타격을 주고 있는데도 보도본부에선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발생했다”면서 “보도본부 수뇌부가 ‘2, 3일 지나면 잠잠해진다’느니 하면서 반박문 발표를 막았다”고 주장했다. ‘시사기획 창’은 18일 방송에서 “저수지 면적의 10% 이하에 설치하게 돼 있는 태양광 시설이 청와대 태스크포스(TF) 회의 이후 제한 면적이 없어졌다”는 취지로 최규성 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인터뷰를 보도했다. 최 전 사장은 방송에서 “차관이 처음에 30%를 합의해 주다가 다 풀어버리더라고. 왜냐하면 대통령께서 60% 한 데를 보고 박수를 쳤거든. 그러니까 차관이 사장님 30% 그것도 없애버립시다, 그래요”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태양광 사업 의혹의 중심에 청와대가 있는 것처럼 보도했는데 사실이 아니다”라며 KBS에 정정보도와 사과방송을 요청했다. KBS노동조합도 이날 ‘보도 외압 망령이 되살아났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외부 압력에 심각히 훼손된 KBS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에 대해 사측이 진실을 밝히고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며 “사측은 청와대의 요구를 전달받은 수뇌부를 공개하라”고 주장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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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프라인 스타들의 ‘온라인 스타’ 만들기… 미디어 경계 허문다

    “제가 피처링으로 (랩) 한마디에 100만 원을 받아요. 그런데 앨범 제작까지 공짜로 해줄게요.” 래퍼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이 스왜그(Swag·자기애와 과시로 대표되는 힙합 문화)에 혹할 만하다. 최근 인기 래퍼 수퍼비가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했거나 어떻게 랩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친구들을 위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그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제자(?)로 받아 달라는 ‘꿈나무’ 래퍼들의 요청이 쇄도했다고 한다. 그는 “레슨비를 받는 한물간 래퍼들처럼 돈을 벌고 싶지 않다”는 ‘디스’도 내뱉는다. 플랫폼을 확보하니 포맷은 문제가 되지 않나 보다. 요새 유튜브 등 온라인을 통한 오디션 콘텐츠가 부쩍 늘었다. 규모나 화제성을 봐도 굳이 TV 방송에 나갈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 1인 방송 포맷을 가져다 쓰는 최근 TV 트렌드 속에서 방송 포맷을 역차용하는 시도인 셈이다. 당초 800명이 지원할 줄 알았던 ‘수퍼비의 랩 학원’에 6000여 명이 몰렸다. 인도, 러시아, 덴마크 등 국적도 다양하다. 슬리피 등 인지도 있는 래퍼들까지 오디션 장을 찾았다. 수퍼비는 “Mnet ‘쇼미더머니’에 1만∼2만 명이 지원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비슷한 수준의 화력이다. (지원 영상을 일일이 확인하는) PD들의 고충도 느껴진다”고 했다. 방송 수위는 TV 그 이상이다. 욕설이 많은 랩도 ‘삐’ 처리 없이 그대로 내보낸다. 그는 소속사 영앤리치레코즈를 통해 “방송이 끝나더라도 우승자가 스타가 될 때까지 끊임없이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래퍼 매드클라운도 ‘마미손’ 유튜브 채널에 Mnet ‘고등래퍼’를 패러디한 ‘중등래퍼’ 지원자들을 선발해 함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플랫폼 특성상 방송 시간에 얽매일 필요가 없는 것은 당연지사. 수퍼비도 20시간에 걸친 1차 오디션을 날것 그대로 생중계했다. 그래서 일부 오디션 TV 예능이 겪는 ‘악마의 편집’ 논란에서도 자유롭다. 패션 ‘인싸’(인사이더) 발굴을 내건 유튜브 채널 ‘고등학생 간지대회’는 구독자의 요청에 맞춰 수시로 참가자들의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 영상을 공개한다. 정규 방송까지 포함하면 거의 매일 편성이 이뤄지는 셈. 제작을 맡은 블랭크코퍼레이션은 “기존 미디어와 다른, 온라인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그간 끼와 재능을 펼치지 못했던 일반인 출연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유튜브 오디션의 가치는 작지 않다. 구독자들은 ‘고등학생 간지대회’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고교생 13명의 화려한 패션에서 웹툰 ‘패션왕’(기안84)을 떠올린다. 심사위원인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은 참가자들의 옷차림에 대해 독설을 날리다가도 여성복까지 소화하는 남성 고교생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가수 홍진영이 SBS 모바일 콘텐츠 ‘모비딕’과 함께 제작 중인 ‘홍디션’에선 기성 가수 못지않게 트로트 공연을 펼치는 참가자들이 수두룩하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전통미디어와 뉴미디어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온라인 콘텐츠의 질적 향상이 이뤄지면서 기본 방송 포맷은 더 이상 TV의 전유물이 아니게 됐다. 향후 오디션뿐만 아니라 TV 포맷을 창조적으로 변형한 새로운 시도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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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 적폐청산 ‘진미위’ 직원 19명 징계 착수 논란

    KBS의 적폐청산을 위한 ‘진실과 미래위원회’(진미위)가 운영규정의 적법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직원 19명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24일 서울 영등포구 KBS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진미위 위원장인 정필모 KBS 부사장은 “지난 10개월간 불행했던 과거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출범한 진미위는 △‘KBS 기자협회 정상화 모임’의 편성규약, 취업규칙 위반 사례 △최순실 국정농단 보도 △2008년 대통령 주례연설 청와대 개입 문건 등 22건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위원회는 이 중 5건의 사례를 근거로 총 19명에 대해 징계를 권고했다. 그러나 KBS 공영노조와 조사대상자들은 “진미위 운영규정에 문제가 있는데도 회사는 지난달부터 19명에게 인사위원회 개최를 통보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서울고등법원은 1심에서 효력정지 처분이 내려진 조사대상자에 대한 징계요구권(제10조 제1항 제3호)을 인정했지만, 조사에 불응하거나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등 조사방해자에 대한 징계요구권(제13조)은 효력이 정지된 상태다. 일부 조사대상자는 이달 초 서울남부지법에 징계절차 중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한 조사대상자는 “진미위는 지난해부터 효력이 정지된 규정을 바탕으로 강압적인 조사를 했다”며 “게다가 2심 재판부도 KBS 사장이 진미위의 징계 권고를 그대로 따르는 것을 우려했다”고 지적했다. 반면에 복진선 진미위 단장은 “문제가 된 규정(제13조)은 법원 판결을 수용해 항고하지 않았고, (현재 징계 절차는) 법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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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6일 개봉 ‘비스트’… 살인마를 잡으려다 괴물이 돼가는 두 형사

    “누구나 마음속에 짐승 한 마리씩 키우고 있다고 하잖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 정연(안시하)의 대사처럼 영화 ‘비스트’의 메시지는 명쾌하다. 그런데 서사는 꼬이고 꼬인 실타래처럼 쉽사리 풀리지 않는다. 결국 라이벌 관계인 두 형사가 폭주하며 짐승이 돼 가는 줄거리인데 말이다. 인천에서 여고생 시신이 발견되고, 강력1팀장 한수(이성민)는 정보원 춘배(전혜진)로부터 살인마를 잡을 결정적 단서를 얻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은폐하고 만다. 수사 경쟁에서 뒤처진 강력2팀장 민태(유재명)는 한수의 수상한 행적을 알고 그를 압박한다. 한수는 민태의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사건은 더욱 꼬여만 간다. 굳이 비교하자면, ‘끝까지 간다’(2013년)의 우울하고 음산한 버전인 셈. 경쟁적으로 사건을 파헤쳐가는 두 형사의 모습은 범인을 잡는다는 사명감보단 승진을 향한 권력욕에 치우쳐 있다. 선악이 뒤섞인 형사들의 고뇌를 다루느라 연쇄 살인마를 쫓는 서사는 다분히 부차적인 요소가 됐다. “인물들의 얽히고설킨 관계와 입장들, 선택의 무게와 책임을 다루고 싶었다”는 이정호 감독의 말에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다만 연결고리가 헐거운 여러 사건들은 혼란스럽고, 살인마에 대한 장황한 설명은 지나치게 친절하다. 끝까지 질주하는 두 형사의 행동을 충분히 납득할 만한, 동기나 배경에 대한 묘사는 헐겁기에 이들의 갈등이 절정으로 치달아도 ‘그까짓 형사과장 자리가 뭐라고 이렇게까지…’라는 생각이 머리를 맴돈다. 두 형사의 존재감에 기대는 영화다 보니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건 당연지사. 흔들리는 눈동자와 입가의 미세한 떨림은 “내가 뭘 잘못했느냐”며 자신도 모르는 새 괴물이 돼 가는 이성민의 디테일이다. ‘공작’(2018년)에서 리명운의 절제된 연기를 떠올리면, 극 후반부 실제 실핏줄이 터질 정도로 처절하게 울부짖는 그의 표정에 놀랄 수밖에 없다. 유재명도 그에 못잖은 강단 있는 연기로 무게중심을 맞춘다. 2004년 프랑스 영화 ‘오르페브르 36번가’가 원작이다. 26일 개봉. 15세 관람 가.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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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년만의 3집… 재즈뮤지션 필윤 “밝고 신나는 리듬 춤추고 싶은 여름”

    재즈 아티스트 필윤(52)이 새 앨범 ‘The Winds From Cuba’로 돌아왔다. 첫 곡 ‘Yo, Como Esta’부터 쿠바와 브라질 음악의 흥겨운 리듬이 흘러나온다. 정통 뉴욕 스타일로 예술성에 초점을 맞췄던 그의 2집 앨범 ‘Reminiscences of Mom’(2012년)과 비교해 봐도 다분히 대중적이다. 그는 20일 전화 인터뷰에서 “밝은 분위기로 특히 여름에 흥을 내기 좋은 음악”이라고 말했다. 쿠바의 전통 리듬과 재즈를 결합한 아프로큐반 스타일을 기본으로 전곡에 한국어, 영어 가사로 된 보컬을 입혔다. 신나게 춤추고 싶다가도, ‘Cloudy Rain’, ‘Snow on the Moon’에선 쓸쓸함과 애잔함이 밀려온다. 앨범 제목에는 모히토를 마시며 쿠바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을 즐겼다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에 대한 오마주를 담았다. 2년 전부터 일본 오키나와, 필리핀 팔라완, 미국 뉴올리언스, 제주도 등을 여행하며 받은 영감과 아름다운 풍경의 이미지를 토대로 가사와 멜로디를 썼다. 1집 앨범 ‘E.J.―Homage to Elvin Jones’(2007년)에서 ‘진도 아리랑’과 ‘한오백년’을 외국 아티스트들과 함께 모던한 느낌으로 재해석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뱃놀이’, ‘진도 아리랑’, ‘한오백년’을 아프로큐반 리듬과 접목해 편곡했다. “재즈 뮤지션이 됐지만 아티스트로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민요를 계속해서 편곡하는 것은 서양음악을 한국적 정서로 풀어내고 싶은 제 바람이기도 해요.” 한국재즈협회 이사인 그는 한국 재즈의 인기에 대해 페스티벌에 인파가 몰리는 등 수도권부터 ‘붐업’이 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편하게 듣기에는 어려운 음악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재즈의 고향, 뉴올리언스에 있는 루이 암스트롱 동상 앞에는 ‘그의 트럼펫이 전 세계에 재즈의 즐거움을 가져다줬다’는 글귀가 있어요. 이렇게 즐거운 재즈가 한국인에게도 쉽게 다가가는 음악이 됐으면 합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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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들의 진솔한 내면 담은 일상속 작은 깨달음 150편

    ‘선풍기는 에어컨만큼 시원하지도 않다/하지만 열심히 날개를 휙휙 돌리며/에어컨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한다’ 초등학교 5학년 이승민 군은 선풍기를 보며 가족과 떨어져 힘들게 벌목 일을 하는 아버지를 떠올렸고, ‘선풍기 아빠’라는 시를 썼다. 비행기를 탄 적이 없는 초등학교 3학년 김유림 양은 광주 무등산 군왕봉에 오르다 문득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을 상상해 화폭에 옮겼다. 김 양이 그린 ‘등산할 때 일어난 일’에는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나’와 산 아래에서 손을 흔드는 ‘나’가 등장한다. CJ나눔재단이 발간한 ‘꿈이 자라는 방’(사진)에는 이처럼 아이들의 진솔한 내면이 담겨 있다. 전국 지역아동센터(공부방)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꿈키움 문예 공모전’ 응모작 가운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성장해가는 아이들의 작품 150편을 엮었다. CJ나눔재단이 만든 CJ도너스캠프는 공부방 교육지원사업의 일환으로 2015년부터 매년 공모전을 개최해왔다. 지난해 공모전에는 전국 252곳 지역아동센터에서 총 1571편의 작품이 모였다. 표현은 서툴고 장난기는 가득하지만 아이들이 풀어놓은 이야기는 일상 속 작은 깨달음으로 가득하다. 헤어진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나 부모님에 대한 애틋한 마음, 장래 희망, 행복했던 순간 등을 꾸밈없이 표현해냈다. 아이들의 순수하고 창의적인 시, 산문, 그림을 보다보면 어느새 이들의 꿈을 응원하게 된다. 글 부문 심사를 맡은 이해인 수녀는 “솔직함과 참신한 유머가 돋보이는 작품들이 많았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볼까 생각하고 가식적으로 꾸미려 했다면 아마 그런 글이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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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정 100주년 기념 드라마’ 역사 논란 피했지만 성적표는 초라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야심 차게 내놓은 대작 드라마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MBC ‘이몽’은 200억 원대, SBS ‘녹두꽃’은 100억 원대 제작비를 투입한 시대극. 두 드라마 모두 반환점을 돌았지만 시청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이몽’은 방영 전 화제성이 차라리 나았던 경우다. 당시 제작진은 “실제와 허구를 뒤섞었다. 약산 김원봉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이 아니다”라고 해명할 정도로, 외적으로 이념적 논란이 컸다. 하지만 2회(5월 4일) 7.1%(닐슨코리아)로 최고점을 찍은 뒤 갈수록 관심도, 시청률도 저조하다. 15일 23회는 3.3%까지 추락했다. 현재 시청자게시판을 봐도 약산의 월북 행적을 지적하는 글만 눈에 띈다. 심지어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가 큰 파장을 일으켰는데도, 드라마는 정치적 공방(?)에서 자유로웠다. 시청자들은 ‘만듦새’를 지적하고 나섰다. 함께 항일운동을 하면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지닌 인물들의 이몽(異夢)을 섬세하게 그려내지 못했다. 그저 독립투사와 ‘악’ 일제의 쫓고 쫓기는 서사가 지루하게 반복된다. 의열단장 김원봉(유지태)은 언제나 과격하기만 하고, 외과 의사이자 밀정인 가상 인물 이영진(이요원)은 시대를 저버린 채 청순가련하다. “인물의 행동에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평이 쏟아진다. 독립투사를 ‘조폭(조직 폭력배) 판타지’로 만들었단 비난도 있다. 특히 지난달 11일 방영한 6회에서 김원봉이 중국의 비밀 결사인 청방에 홀로 뛰어들어 이영진을 구하는 장면은 “어벤저스급”이란 반응이다. 조선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일본 관리들이나 세트장이 드러나는 헐거운 컴퓨터그래픽(CG)도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다. 짧지만 차분한 전략가의 면모로 김원봉의 존재감을 드러낸 영화 ‘암살’(2015년)이나 ‘밀정’(2016년)과 다르게, 액션에만 치중해 캐릭터의 깊이감은 옅어졌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심리 묘사에서 오는 긴장감 등 세밀한 장르물을 원하던 시청자의 기대와 다르게 단순한 선악 구도가 반복된다”고 했다. 오히려 ‘녹두꽃’은 “물건은 좋은데 마케팅이 별로”라는 평이 많다. 초반인 2회(4월 26일) 가 시청률 11.5%였을 때만 해도 ‘웰메이드 드라마의 성공’이란 평이 많았다. 동학농민운동을 다룬 이 작품은 가상의 이복형제를 앞세워 차별화를 꾀했다. 녹두장군 전봉준(최무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기보단, 이복형제로 농민군인 백이강(조정석)과 토벌대 백이현(윤시윤)의 대립을 통해 역사적 비극을 잘 담아냈다. 역사를 기반으로 해 결말이 예측 가능하다는 ‘역피셜’(역사와 오피셜의 합성어)에 얽매일 필요가 없었던 점도 긴장감을 한껏 올려줬다. 하지만 방영시간대가 발목을 잡았다. ‘녹두꽃’을 방영하는 금·토요일 오후 10시는, 시청자가 가벼운 예능이나 자극적인 막장드라마에 더 익숙한 시간대다. 동학농민운동이란 무거운 주제의식에 “우울해서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다양한 민초들의 삶을 생동감 있게 구현한 점은 나쁘지 않지만, 너무 산발적으로 벌여놓아 새로운 시청자들이 진입하기 어려운 것도 약점으로 꼽힌다. 결국 8일 방영한 27회는 시청률이 4.6%까지 내려갔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두 작품 모두 시의적절한 소재를 다뤘지만, 편성과 연출에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녹두꽃’은 주말에 비극적인 시대상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고, ‘이몽’은 김원봉을 액션스타로 만들어버린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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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재는 좋았지만…제작비 수백 억 들이고도 고전하는 두 대작 드라마들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야심 차게 내놓은 대작 드라마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MBC ‘이몽’은 200억 원대, SBS ‘녹두꽃’은 100억 원대 제작비를 투입한 시대극. 두 드라마 모두 반환점을 돌았지만 시청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이몽’은 방영 전 화제성이 차라리 나았던 경우다. 당시 제작진은 “실제와 허구가 뒤섞였다. 약산 김원봉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이 아니다”고 해명할 정도로, 바깥에서 이념적 논란이 컸다. 하지만 2회(지난달 4일) 7.1%(닐슨코리아)로 최고점을 찍은 뒤 갈수록 관심도 시청률도 저조하다. 15일 23회는 3.3%까지 추락했다. 현재 시청자게시판을 봐도 약산의 월북 행적을 지적하는 글만 눈에 띈다. 심지어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가 큰 파장을 일으켰는데도, 드라마는 정치적 공방(?)에서 자유로웠다. 시청자들은 ‘만듦새’를 지적하고 나섰다. 함께 항일운동을 하면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지닌 인물들의 이몽(異夢)을 섬세하게 그려내지 못했다. 그저 독립투사와 ‘악’ 일제의 쫓고 쫓기는 서사가 지루하게 반복된다. 의열단장 김원봉(유지태)은 언제나 과격하기만 하고, 외과 의사이자 밀정인 가상 인물 이영진(이요원)은 시대를 저버린 채 청순가련하다. “인물의 행동에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평이 쏟아진다. 독립투사를 ‘조폭(조직 폭력배) 판타지’로 만들었단 비난도 있다. 특히 지난달 11일 방영한 6회에서 김원봉이 중국 청방에 홀로 뛰어들어 이영진을 구하는 장면은 “어벤져스 급”이란 반응. 조선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일본 관리들이나 세트장이 드러나는 헐거운 컴퓨터그래픽(CG)도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다. 짧지만 차분한 전략가의 면모로 김원봉의 존재감을 드러낸 영화 ‘암살’(2015년)이나 ‘밀정’(2016년)과 다르게, 액션에만 치중해 캐릭터 깊이감은 옅어졌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심리묘사에서 오는 긴장감 등 세밀한 장르물을 원하던 시청자의 기대와 다르게 단순한 선악 구도가 반복된다”고 했다. 오히려 ‘녹두꽃’은 “물건은 좋은데 마케팅이 별로”라는 평이 많다. 초반인 2회(4월 26일) 가 시청률 11.5%였을 때만 해도 ‘웰메이드 드라마의 성공’이란 평이 많았다. 동학농민운동을 다룬 이 작품은 가상의 이복형제를 앞세워 차별화를 꾀했다. 녹두장군 전봉준(최무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기보단, 이복형제로 농민군인 백이강(조정석)과 토벌대 백이현(윤시윤)의 대립을 통해 역사적 비극을 잘 담아냈다. 역사를 기반으로 해 결말이 예측 가능하다는 ‘역피셜’(역사와 오피셜의 합성어)에 얽매일 필요가 없었던 점도 긴장감을 한껏 올려줬다. 하지만 방영시간대가 발목을 잡았다. ‘녹두꽃’을 방영하는 금·토 오후 10시는, 시청자가 가벼운 예능이나 자극적인 막장드라마에 더 익숙한 시간대다. 동학농민운동이란 무거운 주제의식에 “우울해서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다양한 민초들의 삶을 생동감 있게 구현한 점은 나쁘지 않지만, 너무 산발적으로 벌려놓아 새로운 시청자들이 진입하기 어려운 것도 약점으로 꼽힌다. 결국 8일 방영한 27회는 시청률이 4.6%까지 내려갔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두 작품 모두 시의 적절한 소재를 다뤘지만, 편성과 연출에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녹두꽃’은 주말에 비극적인 시대상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고, ‘이몽’은 김원봉을 액션스타로 만들어버린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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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장수프로의 딜레마 “예전엔 되던 것이 지금은 안돼요”

    “(프로그램을) 잘못 선택하신 듯하네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에 검색 몇 번이면 금방 찾을 줄 알았다. 오히려 방송 분량이 안 나올까 걱정까지 했다고 한다. KBS ‘TV는 사랑을 싣고’에서 형사 출신 김복준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이 MC 윤정수에게 한 말처럼, 2011년 9월 개인정보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사람 찾는 게 더 까다로워졌다. 김 위원이 “사람 조회하면 조회해준 경찰관은 옷을 벗어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프로그램 주기가 더욱 짧아진 시대, 그나마 과거부터 명맥을 이어온 장수 프로그램들이 방송환경 변화로 제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거에 머물지 않고 변화를 줘야 한다는 부담감과 제작 과정의 시행착오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1994년부터 2010년까지 방영한 ‘TV는 사랑을 싣고’는 최고시청률 47%를 기록한 KBS의 대표 장수 예능. 지난해 9월 8년 만에 리부트를 하면서 ‘The Power Of Love’ 노래와 함께 연예인이 찾고 싶은 지인과 감격적으로 상봉하는 스튜디오 촬영 대신, 직접 발품을 파는 외부 촬영을 택했다. 교사가 리포터에게 생활기록부를 폭로(?)하는 특유의 설정이 이젠 시대가 바뀌어 연예인 본인이 직접 가야 가능하기 때문. 구청이나 학교에서 “안 된다”는 답을 듣기 일쑤라 촬영 전후 제작진 3, 4명이 의뢰자를 수소문하는 일도 버거워졌다. 인요한 연세대 교수 편은 6개월 만에 방송이 됐을 만큼 사람을 찾을 단서가 부족하다. 때문에 아예 제작도 못한 연예인도 많다고 한다. 정택수 CP는 “방송 촬영을 나가면 다소 혜택을 보던 시절보다 확실히 제작이 어려워졌다. 전화 한 통이면 풀리던 문제도 지금은 일일이 사람을 붙잡고 물어봐야 한다”고 전했다. 달라진 시대의 흐름이 야속한 건 1999년부터 방영하고 있는 KBS ‘개그콘서트’도 마찬가지. 지난달 1000회를 맞았지만 5∼8% 시청률로 콩트 코미디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것을 체감하고 있다. 원종재 PD는 지난달 간담회에서 “과거 자주 사용하던 가학성, 외모 비하 등의 소재를 더 이상 쓸 수 없다.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에 대사 하나도 고민이 크다”고 토로했다. 녹화날인 수요일을 제외하고 일주일 동안 밤낮으로 회의를 하지만 혹여 논란이 될까 발전시키지 못한 아이디어도 수두룩하다. 일부 출연진의 유튜브 1인 방송 활동도 막을 수 없는 흐름이 됐다. 코너 2개를 맡고 있는 개그맨 신봉선은 “과거엔 되고 지금은 안 되는 선을 맞추기가 너무 어렵다. 후배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방송용으로 만들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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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색만 하면 찾을 줄 알았는데…달라진 시대에 어려워진 장수 TV프로그램

    “(프로그램을) 잘못 선택하신 듯하네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에 검색 몇 번이면 금방 찾을 줄 알았다. 오히려 방송 분량이 안 나올까 걱정까지 했다고 한다. KBS ‘TV는 사랑을 싣고’에서 형사 출신 김복준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이 MC 윤정수에게 한 말처럼, 2011년 9월 개인정보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사람 찾는 게 더 까다로워졌다. 김 위원이 “사람조회하면 조회해준 경찰관은 옷을 벗어야한다”고 말할 정도다. 프로그램 주기가 더욱 짧아진 시대, 그나마 과거부터 명맥을 이어온 장수 프로그램들이 방송환경 변화로 제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거에 머물지 않고 변화를 줘야 한다는 부담감과 제작과정의 시행착오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1994년부터 2010년까지 방영한 ‘TV는 사랑을 싣고’는 최고시청률 47%를 기록한 KBS의 대표 장수 예능. 지난해 9월 8년 만에 리부트를 하면서 ‘The Power Of Love’ 노래와 함께 연예인이 찾고 싶은 지인과 감격적으로 상봉하는 스튜디오 촬영 대신, 직접 발품을 파는 외부 촬영을 택했다. 교사가 리포터에게 생활기록부를 폭로(?)하는 특유의 설정이 이젠 시대가 바뀌어 연예인 본인이 직접 가야 가능하기 때문. 구청이나 학교에서 “안 된다”는 답을 듣기 일쑤라 촬영 전후 제작진 3, 4명이 의뢰자를 수소문하는 일도 버거워졌다. 인요한 연세대 교수 편은 6개월 만에 방송이 됐을 만큼 사람을 찾을 단서가 부족하다. 때문에 아예 제작도 못한 연예인들도 많다고 한다. 정택수 CP는 “방송 촬영을 나가면 다소 혜택을 보던 시절보다 확실히 제작이 어려워졌다. 전화 한 통이면 풀리던 문제도 지금은 일일이 사람을 붙잡고 물어봐야한다”고 전했다. 달라진 시대의 흐름이 야속한 건 1999년부터 방영하고 있는 KBS ‘개그콘서트’도 마찬가지. 지난달 1000회를 맞았지만, 5~8% 시청률로 콩트 코미디에 대한 떨어진 관심을 체감하고 있다. 원종재 PD는 지난달 간담회에서 “과거 자주 사용하던 가학성, 외모 비하 등 소재를 더 이상 쓸 수 없다.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에 대사 하나도 고민이 크다”고 토로했다. 녹화날인 수요일을 제외하고 일주일 동안 밤낮으로 회의를 하지만 혹여 논란이 될까 발전시키지 못한 아이디어도 수두룩하다. 일부 출연진의 유튜브 1인 방송 활동도 막을 수 없는 흐름이 됐다. 코너 2개를 맡고 있는 개그맨 신봉선은 “과거엔 되고 지금은 안 되는 선을 맞추기가 너무 어렵다 후배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방송용으로 만들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신규진기자 newjin@donga.com}

    • 2019-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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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면 하나하나 직접 그려 콘티대로 촬영… 이래서 ‘봉테일’

    “감독님 콘티 안에는 모든 디테일이 그려져 있어요. ‘이미 모든 게 머릿속에 있구나’ 싶더라고요.” 영화 ‘기생충’에 출연한 배우 최우식의 말이다. 9일 기생충이 개봉 11일 만에 관객 수 700만 명을 돌파한 가운데, 봉준호 감독(50)의 작업 방식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봉테일’이라는 별명처럼, 스토리보드 안에 카메라 앵글, 동선, 배경 등 그의 디테일이 모두 담긴다. 컷만 나누는 게 아니라 핸드헬드(손으로 들고 찍기) 등 연출 느낌까지 스케치로 표현한다. 그는 첫 장편영화 ‘플란다스의 개’(2000년)부터 전문 작가들에게 맡기지 않고 시나리오와 콘티를 직접 작업해 왔다. “스토리보드를 미리 해놓지 않으면 불안해서 현장에 못 나가거든요. 콘티 없이 현장에 가는 건 마치 바지를 안 입고 팬티만 입고 시부야 한복판에 서 있는 그런 느낌이죠.” 홍경표 촬영감독도 1000개 가까운 컷이 담긴 완벽한 콘티 덕분에 77회 차 만에 기생충 촬영을 수월하게 끝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사전에 철저하게 계획한 만큼 촬영 현장에서 겪는 시행착오도 줄었다. 표준근로계약서를 준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했다. “봉 감독은 찍고 편집하는 게 아니라 머릿속 편집본대로 찍는다. 집을 지으면서 ‘못 한 포대 달라’고 하는 게 아니라 ‘못이 53개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크리스 에번스)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다. 동시에 (배우들은) 매우 자유로워진다. 마치 유치원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틸다 스윈턴) 배우들 입장에서 연기하기 한층 수월해지는 건 당연지사. 직접 그린 콘티를 만화책처럼 만들어 보여주고, 디테일한 설명이 이어진다. ‘마더’(2009년)의 김혜자, ‘옥자’(2017년)의 제이크 질런홀 등 연기파 배우들에게 직접 명연기(?)를 선보이는 일도 잦다. 기생충을 함께한 배우 장혜진, 이선균이 “모든 것을 맡기고 자판기 연기를 하고 싶었다” “가이드 봉준호가 이끄는 패키지여행”이라고 촬영 후기를 남길 정도. 그는 어릴 적 만화가를 꿈꿨던 ‘만화광’이었다. 외할아버지인 소설가 구보 박태원(1909∼1986)보단 국내 1세대 디자이너인 아버지 봉상균(1932∼2017)의 영향이 더 컸다고 한다. 외국 출장 때마다 아버지가 사온 그래픽 책과 서재에 놓인 화집들을 읽어온 그는 5세부터 만화를 그렸다. 2005년 서울 마포구 홍익대 주변 서점에서 접한 프랑스 만화 ‘설국열차’는 결국 영화로 만들었다. 10대 시절 열광했던 미야자키 하야오의 ‘미래소년 코난’(1978년)에서 코난을 돕는 라나는 ‘괴물’(2006년)에서 세주(이동호)를 지키는 현서(고아성)의 이미지로 이어졌다. 강원도 산골에서 미자(안서현)와 옥자가 교감하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원령공주’(1997년)를 떠올리게 했다. 연세대 사회학과 88학번인 그는 군 전역 뒤 1993년 학보사 ‘연세춘추’에 4컷 만화와 만평을 1학기 동안 연재했다. 문민정부 초기 노동 현실, 대학생의 처지 등을 풍자하는 내용이다. “장르 규칙을 따르지 않고 그 틈바구니로 사회 현실이 들어간다”는 봉 감독의 말처럼, 사회 비판적 메시지 속에서 웃음을 잃지 않는 그의 영화 스타일과도 닮아 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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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준호 감독 “‘이것’ 없으면 불안해서 촬영 현장에 못 나간다”

    “감독님 콘티 안에는 모든 디테일이 그려져 있어요. ‘이미 모든 게 머리 속에 있구나’ 싶더라고요.” 영화 ‘기생충’에 출연한 배우 최우식의 말이다. 9일 ‘기생충’이 개봉 11일 만에 관객 수 700만 명을 돌파한 가운데, 봉준호 감독(50)의 작업 방식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봉테일’이라는 별명처럼, 스토리보드 안에 카메라 앵글, 동선, 배경 등 그의 디테일이 모두 담긴다. 컷만 나누는 게 아니라 핸드헬드(손으로 들고 찍기) 등 연출 느낌까지 스케치로 표현한다. 그는 첫 장편영화 ‘플란다스의 개’(2000년)부터 전문 작가들에게 맡기지 않고 시나리오와 콘티를 직접 작업해왔다. “스토리보드를 미리 해놓지 않으면 불안해서 현장에 못 나가거든요. 콘티 없이 현장에 가는 건 마치 바지를 안 입고 팬티만 입고 시부야 한복판에 서있는 그런 느낌이죠.” 홍경표 촬영감독도 1000개 가까운 컷이 담긴 완벽한 콘티 덕분에 77회 차 만에 ‘기생충’ 촬영을 수월하게 끝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사전에 철저하게 계획한 만큼 촬영 현장에서 겪는 시행착오도 줄었다. 표준근로계약서를 준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했다. “봉 감독은 찍고 편집하는 게 아니라 머릿속 편집본대로 찍는다. 집을 지으면서 ‘못 한 포대 달라’고 하는 게 아니라 ‘못이 53개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크리스 에번스)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다. 동시에 (배우들은) 매우 자유로워진다. 마치 유치원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틸다 스윈튼) 배우들 입장에서 연기하기 한층 수월해지는 건 당연지사. 직접 그린 콘티를 만화책처럼 만들어 보여주고, 디테일한 설명이 이어진다. ‘마더’(2009년)의 김혜자, ‘옥자’(2017년)의 제이크 질런홀 등 연기파 배우들에게 직접 명연기(?)를 선보이는 일도 잦다. ‘기생충’을 함께한 배우 장혜진, 이선균이 “모든 것을 맡기고 자판기 연기를 하고 싶었다” “가이드 봉준호가 이끄는 패키지여행”이라고 촬영 후기를 남길 정도. 그는 어릴 적 만화가를 꿈꿨던 ‘만화광’이었다. 외할아버지인 소설가 구보 박태원(1909~1986)보단 국내 1세대 디자이너인 아버지 봉상균(1932~2017)의 영향이 더 컸다고 한다. 외국 출창 때마다 아버지가 사온 그래픽 책과 서재에 놓인 화집들을 읽어온 그는 5세부터 만화를 그렸다. 2005년 서울 마포구 홍익대 주변 서점에서 접한 프랑스 만화 ‘설국열차’는 결국 영화로 만들었다. 10대 시절 열광했던 미야자키 하야오의 ‘미래소년 코난’(1978년)에서 코난을 돕는 라나는 ‘괴물’(2006년)에서 세주(이동호)를 지키는 현서(고아성)의 이미지로 이어졌다. 강원도 산골에서 미자(안서현)와 옥자가 교감하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원령공주’(1997년)를 떠올리게 했다. 연세대 사회학과 88학번인 그는 군 전역 뒤 1993년 학보사 ‘연세춘추’에 4컷 만화와 만평을 1학기 동안 연재했다. 문민정부 초기 노동 현실, 대학생의 처지 등을 풍자하는 내용이다. “장르규칙을 따르지 않고 그 틈바구니로 사회 현실이 들어간다”는 봉 감독의 말처럼, 사회 비판적 메시지 속에서 웃음을 잃지 않는 그의 영화 스타일과도 닮아있다. 신규진기자 newjin@donga.com}

    • 2019-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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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둡고 싸늘한 시선 많이 걷혔지만… 디스토피아적 상상력 그대로

    디스토피아적인 미래 속 인간의 어두운 욕망과 예상치 못한 반전은 2011년부터 ‘블랙 미러’ 시리즈를 이끌어 온 원동력이었다. 영국 총리와 돼지의 수간(獸姦)을 요구하는 납치범의 이야기를 다룬 시즌1의 첫 에피소드처럼 ‘블랙 미러’는 줄곧 기술의 진보로 파생된 여러 문제들을 충격적이고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지난해 영화판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에선 시청자가 극 중 서사에 참여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로 ‘미래형 드라마가 등장했다’(가디언)는 평까지 받았다. “‘블랙 미러’는 기술이 나쁘다고 묘사하는 건 아니에요. 사람들이 기술을 어떻게 잘못 사용하는지에 관한 이야기죠.” 시즌1부터 각본 및 제작에 참여해 온 찰리 브루커가 7일 국내 언론과의 화상 통화에서 전한 말처럼, 넷플릭스가 최근 공개한 시즌5의 3개 에피소드도 동일한 주제의식을 이어받았다. 희망적인 기술의 진보를 보여준 시즌3 ‘샌주니페로’처럼 시리즈 특유의 어둡고 싸늘한 시선도 많이 걷어냈다. 오랜만에 대학 친구와 재회한 대니는 가상현실(VR) 기술로 출시된 격투게임 ‘스트라이킹 바이퍼스’를 하게 되고, 물리적 접촉이 모두 실제처럼 느껴지는 게임 속 현실에 성실한 가장이던 대니의 삶이 흔들린다. ‘스미더린’에선 동명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으로 인해 부인을 잃었다고 주장하는 한 남성이 기업 사장과의 통화를 요구하는 인질극을 벌인다. ‘레이철, 잭, 애슐리 투’는 정체불명의 약까지 먹이며 가수에게 창작을 강요하는 잔혹한 아이돌 산업의 실체를 드러낸다. 기술적 상상력은 그대로, 비판의 날은 무뎌졌다. ‘스트라이킹 바이퍼스’에 접속하기 위해 관자놀이에 붙이는 첨단 기기는 우주 함선 속 이야기로 에미상까지 수상한 시즌4의 ‘USS 칼리스터’에서 쓰인 기술 그대로다. 가입자들의 개인정보를 통해 경찰, 미 연방수사국(FBI) 등 수사기관보다 더 많은 정보력을 지닌 SNS 기업들의 전지전능함은 그간 반복돼 온 주제. SNS 중독은 시대에 뒤떨어진 느낌마저 준다. “전 시즌 에피소드들을 살짝 뒤튼 기시감이 든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그래도 알 수 없는 가까운 미래를 간접 체험하는 시리즈 본연의 재미는 여전하다. 하이틴 드라마스러운 ‘레이철, 잭, 애슐리 투’의 분위기는 이질적이지만 분명 색다른 시도다.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의 팰컨(앤서니 매키), 영국 드라마 ‘셜록’의 짐 모리아티(앤드루 스콧), 가수 마일리 사이러스 등 익숙한 얼굴들의 호연도 다소 아쉬운 서사에도 끝까지 보게 만드는 몰입감을 준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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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나가던 로맨스 드라마, 요즘 무슨 일?

    봄과 여름 사이, 로맨스 드라마가 TV를 메우고 있다. SBS ‘열혈사제’, KBS ‘국민 여러분!’ 등 범죄, 코미디 장르에서 최근 로맨스로 분위기가 확실히 전환된 모양새다. 7편의 멜로물이 몇 주 간격으로 편성돼 평일 저녁은 ‘로맨스 드라마’ 대전이 됐다. 그중 판타지물은 5편. 물론 SBS ‘별에서 온 그대’(2013년), tvN ‘도깨비’(2016년) 같은 기발한 상상력과 신선함으로 시청률 20∼30%를 오가던 과거의 아우라는 사라졌다. “10%만 넘겨도 대박”이라는 척박한 드라마 시장을 고려하더라도 2∼3% 시청률로 김이 빠지는 건 사실이다. 일단 소재 면에서는 새로움을 찾기 위한 노고가 엿보인다. 향수를 뿌리면 젊었던 ‘리즈 시절’로 돌아가고(KBS ‘퍼퓸’) 천사가 등장하거나(KBS ‘단, 하나의 사랑’) 안면실인증에 걸린 기업 본부장과 비서와의 사랑(SBS ‘초면에 사랑합니다’)을 다룬다. 죽은 이를 되살리는 ‘영혼 소생 구슬’이나(tvN ‘어비스’) 연인용 피규어까지 등장했다(SBS ‘절대그이’). 어중간한 코미디 요소를 덜고 발레 공연으로 볼거리를 준 ‘단, 하나의 사랑’이 그나마 시청률이 9%대로 가장 높다. 안구 기증으로 시력을 되찾은 냉소적인 발레리나 연서(신혜선)와 사고뭉치 천사 단(김명수)의 조합이 신선하다는 평이다. 6%대 시청률로 출발한 ‘퍼퓸’은 향수 기운이 떨어지면서 예린(고원희)의 옷이 찢어지고 살이 삐져나오는 과정을 코믹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판타지 배경과 소재를 벗겨내면 신데렐라, 키다리 아저씨 등 해묵은 서사에 의존해 갈수록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다. 오랜 시간 기다린 피규어 제로나인(여진구)에게 “그쪽 바보예요? 기다리다가 몇 시간씩 안 오면 그냥 돌아가야지”라는 다다(방민아)의 대사는 지고지순한 기다림을 표현하는 한국 드라마의 클리셰를 답습한다. 안면실인증 소재를 빼면 ‘초면에…’는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구도를 빼다 박았다. 반면 시청률 6%대 MBC ‘봄밤’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결혼할 상대가 있는 정인(한지민)과 싱글 대디 지호(정해인)의 만남을 잔잔하게 그린다. 안판석 PD와 정해인의 전작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와 비슷한 감성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MBC ‘이몽’, SBS ‘녹두꽃’, tvN ‘아스달 연대기’ 같은 대작 드라마에 많은 비용을 투입한 방송사들이 가성비가 높은 멜로물을 선택한 건 예견된 일”이라며 “자극적인 요소보다 서사의 힘으로 승부를 봐야 시청자에게 외면받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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