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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 있는 죽음을 위한 첫 단추는 잘 채워졌다. 하지만 논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8일 국회를 통과한 웰다잉법(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 말기 환자와 가족들의 고통을 크게 덜어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2018년 1월 법 시행 전까지 직면할 난관과 보완할 대책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2년의 유예기간’ 동안 일선 병원 현장의 혼란을 막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한다. 웰다잉법 통과로 말기 환자들의 연명의료 중단 요구는 급증하겠지만 병원들은 법 시행 전까지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아 분쟁이 잇따를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임종 직전 환자의 연명의료 중단은 현재도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2009년 12월 ‘김 할머니’의 연명의료를 중단했던 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이 무죄 판결을 받은 이후부터다.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의사 1명이 환자의 ‘회생 불가능’을 결정하는 경우도 있었다. 8일 통과된 웰다잉법은 ‘가족 전원의 동의와 의사 2명의 회생불능 판정’이 있을 때만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게 명시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환자와 병원의 갈등을 막고, 연명의료 중단의 남용을 막기 위한 정부의 관리가 법 시행 이전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유근형 noel@donga.com·조건희 기자}

《 생의 마지막 길을 스스로 결정할 길이 열렸다. 존엄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웰다잉(well-dying)’ 법안이 8일 국회를 통과해 2018년부터 시행된다. 회생 가능성이 없거나 사망이 임박한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멈출 수 없어 환자나 가족이 감내해야 했던 고통을 끝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생명의 가치를 무시하는 처사라는 종교계 등의 지적도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 회생 가능성이 없는 임종 단계 환자의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규정한 이른바 ‘웰다잉(well-dying)’ 법안이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무의미한 연명(延命) 행위를 끝내고 ‘품격 있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연명의료를 중단한 의사를 살인방조죄로 처벌했던 1997년 12월 보라매병원 사건 이후 18년 만에 합법적 대안이 마련된 셈이다. 의학계와 시민사회의 차분한 환영 분위기 속에 남은 과제들을 어떻게 풀어 갈지 주목된다.○ 생의 마지막, 내가 결정한다 국회는 이날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와 본회의를 잇달아 열어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안(웰다잉법)’을 통과시켰다. 의원 203명이 표결에 참여해 202명 찬성, 1명 기권의 압도적 지지 속에 통과됐다. 웰다잉법은 △회생 가능성이 없고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돼 사망에 임박해 있고 △치료해도 회복되지 않는 환자를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네 가지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8년부터 시행된다. 말기 및 임종 단계의 환자가 주치의와 함께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내용의 연명의료계획서(POLST)를 작성하면 된다. 당장 건강에 문제가 없는 만 19세 이상 성인도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됐을 때 연명의료 중단을 희망한다’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AD)를 작성해 이를 주치의에게 확인받아 놓으면 된다. 본인의 연명의료계획서가 없어도 가족과 의료진의 판단으로 연명의료 중단이 가능하다. 환자 가족 전원이 연명의료를 안 받겠다는 뜻을 전달하고 의사 2명이 이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가족이 없는 환자는 의료기관의 내·외부 전문가 5명 이상으로 구성되는 ‘의료기관 윤리위원회’가 만장일치로 결정하면 연명의료를 끊을 수 있다. 윤리위원회는 종교계, 법조계, 윤리학계, 시민단체 등의 추천을 받은 비(非)의료인 위원을 2명 이상 포함해야 한다. 연명의료를 중단하더라도 환자에게 영양과 수분, 산소 공급은 계속된다. 의사가 중단 대상이 아닌 환자에게 중단 결정을 내렸거나 환자 가족이 거짓 진술을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보건복지부 장관 산하에는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이 설치돼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데이터베이스(DB) 구축 및 관리, 연명의료 결정 현황 조사 및 연구 등 업무를 맡게 된다.○ ‘죽음 결정권’ 악용 소지 없애야 오랜 진통 끝에 웰다잉법이 제정됐다는 소식에 의료계 및 환자의 가족들은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끝낼 수 있게 됐다”며 조용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현재 연명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3만여 명. 이로 인한 본인 및 가족의 고통도 가중돼 왔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90%가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놓은 노인은 물론이고 젊은이들도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대 법의학과 이윤성 교수(대한의학회장)는 “과거에는 불치병에 대해 쉬쉬하는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병명조차 알지 못한 채 생의 마지막을 맞이한 경우도 많았다”며 “연명의료의 기준이 제시된 만큼 이제 국민들이 죽음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해 볼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법은 통과됐지만 실제 시행 과정에서 점검해야 할 여러 과제가 남아 있다. 무엇보다 연명의료 중단에 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으면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생 가능성이나 임종기 여부를 놓고 오판할 가능성도 있다. 생명윤리를 중시하는 종교계의 거부감 역시 강하게 남아 있다.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는 “본인의 결정이 아닌 가족이나 제3자의 대리 동의를 허용한 것은 환자의 생명권과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다. 한의학계의 움직임도 지켜볼 부분이다. 일부 한의학계에서는 연명치료 중단을 결정할 수 있는 담당 의사에 한의사도 포함시켜 달라고 요구해 왔다. 이정은 lightee@donga.com·유근형·임현석 기자}
보건복지부는 정부와의 사전 협의가 끝나기 전에 올해 청년수당 예산(90억 원)을 편성한 서울시를 15일 대법원에 제소하기로 했다. 청년수당 예산 집행 정지 신청도 함께 하기로 했다. 서울시가 ‘청년수당 예산을 재논의하라’는 복지부의 요구를 7일 공문을 통해 거부했기 때문이다. 8일 본보가 입수한 이 공문에 따르면 서울시는 “청년수당 사업이 포함된 올해 예산은 지방자치법, 지방재정법에 의해 적법하게 편성 심의 확정됐다”며 “예산 의결을 재논의하라는 복지부가 오히려 그런 입장을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복지부의 예산 재논의 요구를 최종적으로 거부한 것이다. 서울시는 올해 예산안에 청년수당을 포함시킨 것이 위법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공문을 통해 “사회보장기본법 26조는 신규 복지사업을 신설, 변경할 때 중앙정부와 협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편성 내용까지 중앙정부와 협의를 하라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15일 대법원 제소를 위한 소장을 접수시키기로 했으며, 대법원을 통해 서울시의 사회보장기본법, 지방재정법 위반 여부를 밝힌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대법원에 서울시 청년수당 예산의 집행 정지도 신청할 계획이다. 서울시의 위법 여부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1∼2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일단 청년수당 예산의 집행 정지를 먼저 신청하겠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방의회가 의결한 조례의 효력을 정지하는 판결이 제소 후 15일 또는 4개월 만에 이뤄진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법원 제소와 함께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 협의 제도를 따르지 않은 서울시의 교부금을 감액할 예정이다. 복지부의 대법원 제소가 가시화되면서 경기 성남시 등 무상복지를 강행하고 있는 여타 지자체에 대한 법적 조치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경기도는 성남시의 청년배당 사업 중단을 위한 대법원 제소를 검토 중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경기도와 함께 무분별한 무상복지 확대를 막기 위해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11일 서울시의회에 누리과정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한 내년도 예산안을 재의해 달라고 공식 요청할 예정이다. 이날 교육부는 모든 시도교육청에 누리과정 추경 예산 편성 계획을 12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3대 무상복지(청년배당, 무상교복, 공공산후조리 지원)를 강행하고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은 “다른 지역 재정은 대통령이 걱정할 일이다”라고 했다. 과연 성남발 무상복지는 성남만의 문제일까. 동아일보의 취재 결과 성남의 무차별적 복지가 다른 지역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 지역 지자체장도 ‘표(票)를 위한 복지’의 유혹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성남발 복지 포퓰리즘이 타 지역에 끼친 영향을 분석했다. 》 경기 성남시가 3대 무상복지(청년배당, 무상교복, 공공산후조리 지원)를 추진한 뒤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표(票)를 위한 복지의 유혹에 빠져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성남시가 지난해 3월 민간 산후조리원 이용비 지원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뒤 10개 지자체가 유사 사업을 진행했다. 특히 전남 광양시는 성남시가 무상교복을 추진하자 지난해 10월 같은 제도를 추진하기도 했다. 성남발(發) 무상복지가 타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재정 어려워도 票 복지 따라 하기 문제는 성남발 무상복지를 추진하는 지자체들의 재정 상황이 대부분 좋지 않다는 점이다. 10개 지자체 중 성남시(61.9%)보다 재정자립도가 높은 곳은 인천(64.4%) 한 곳뿐. 나머지 9곳은 전국 지자체 평균(50.6%)에 못 미쳤고, 재정자립도가 20% 이하인 곳도 5곳이나 됐다. 성남의 영향을 받은 지자체들이 재정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무상복지를 늘리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복지부는 성남과 유사한 신규 복지 사업을 하겠다고 밝힌 10개 지자체 중 3곳만 조건부로 사업 추진을 허용했다. 김충환 복지부 사회보장조정과장은 “재정 여건이 좋지 않거나 이미 유사한 제도를 갖고 있는데도 무상복지를 늘리려는 지자체가 많다”며 “성남발 무상복지가 타 지역으로 전염되듯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남발 무상복지가 확산될 기미를 보이면서 주변 지자체들까지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성남의 영향으로 무상복지에 대한 지역민의 요구가 커지면 재정 건전성을 위한 균형 예산 운영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야당 시장도 우려의 목소리 경전철 건설로 생긴 빚 5000억 원을 갚느라 꼭 필요한 사업만 엄선해 진행 중인 경기 용인시는 ‘조건 없이 돈을 주는 복지를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찬민 용인시장(새누리당)은 “아직 1300억 원의 부채가 남아 있어 시민들에게 그냥 나눠 줄 돈도 없지만 있어도 다른 방식으로 쓸 것이다”라며 “부채 상환에 맞춰 고용과 연계되고 파급 효과와 사회적 의미가 있는 용인만의 복지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명 성남시장과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염태영 수원시장도 성남식 무상복지에는 견해를 달리했다. 염 시장은 “청년 문제는 단순히 돈을 지원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청년들이 정책 아이디어를 내고 직접 입안 및 실행에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예산과 전담 조직, 제도를 만들어 지원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지자체 폭주 막을 수단 부족해 문제는 지자체가 중앙정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독자적으로 선심성 복지를 쏟아 내더라도 정부가 이를 견제할 뚜렷한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교부금을 삭감해 해당 지자체를 압박하거나 예산안 재의를 요구할 수 있지만 둘 다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교부금을 삭감해도 재정이 비교적 넉넉한 지자체는 별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 지난해 12월 개정된 지방교부세법에 따라 정부와 사회보장제도 신설을 합의하지 않은 지자체는 복지 사업에 들어가는 액수만큼 교부금이 감액된다. 그러나 서울시와 성남시 등은 교부금 감액을 감수하면서까지 청년수당, 청년배당 등 무상복지를 강행할 뜻을 밝히고 있다. 성남시 재정이 상대적으로 넉넉한 것은 위례, 판교 등 신규 택지 개발에 따른 일시적인 세수 증가 덕인 측면이 크다. 정부의 예산안 재의 요구도 한계가 있다. 지자체장이 정부 또는 상급 지자체의 재의 요청을 받아도 지방의회에 재의 요구를 하지 않고 버티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정부는 지루한 법정다툼에 기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경기도는 무상복지 예산안의 재의 요구를 성남시에 지시했지만 성남시는 오히려 철회를 요청했다. 김남준 성남시 대변인은 7일 “경기도의 재의 요구는 지방자치 훼손이자 복지 후퇴를 종용하는 부당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또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민주당) 출신 이기우 경기도 사회통합부지사가 재의 요구 지시에 반대하는 등 남경필 지사의 연정마저 흔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성남시는 이날 남자 아이를 출산한 홍모 씨(31)에게 25만 원 상당의 성남사랑상품권을 처음으로 지급했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와 지자체의 협의가 끝나기도 전에 성남시가 무상복지를 강행하는 게 바람직한지 되묻고 싶다”며 “재원 여력이 있으니 마음대로 돈을 쓰겠다는 지자체는 재원조정제도를 활용해 더 큰 불이익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해당 지역 주민이 무상복지의 허와 실을 직시하고 지자체장에게 선심성 복지가 ‘표’에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알려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공공연구실장은 “무상복지가 다음 선거에서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시민들이 여론으로 보여 줘야 과도한 복지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가 과도하게 지자체 복지를 막기보다는, 시민들이 무분별한 복지를 진행한 지자체장을 낙선시키면 학습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 지자체 예산 年6% 늘때 복지부문은 14%씩 증가 ▼방치땐 재정위기 초래 불보듯 최근 10년간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예산은 매년 약 13%씩 늘고 있는 반면 지자체의 예산 증가분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대로 가면 ‘표를 위한 복지’가 지자체 재정을 크게 위협할 것이란 경고가 나온다. 동아일보는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행하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예산 자료 중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10년간의 수치를 분석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중앙정부의 매년 총지출액과 복지재정 금액, 그리고 전국 지자체의 순계 예산과 사회복지예산 등을 매년 통계로 내놓고 있다. 본보가 분석한 위 4개 항목 중 가장 가파르게 늘어난 항목은 ‘지자체의 사회복지 예산’이었다. 2006년 13조8000억 원이던 전국 지자체 사회복지 예산은 매년 늘어 지난해에는 44조1000억 원에 달했다. 10년 동안 매년 13.78%씩 늘어난 것. 반면 2006년 101조4000억 원이던 지자체 예산은 지난해 173조3000억 원이었다. 매년 6.14%가량 증가한 수치다. 복지예산은 매년 13%가 넘게 늘고 있는데 총예산이 늘어나는 속도는 절반가량인 연 6% 선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이는 복지가 지자체 재정을 빠르게 잠식함으로써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복지 분야에 투입되는 예산 비중이 커질수록 다른 사회기반시설 구축이나 지역경제 활성화 등에 투입되는 예산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자체의 이런 복지 확대 추세는 중앙정부와 비교하면 ‘눈덩이’처럼 커지는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중앙정부가 복지에 쓴 돈은 2006년 56조 원, 지난해 115조7000억 원이다. 10년간 연평균 증가율은 8.40%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자체 복지예산 증가 속도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자체 복지 비용이 불어나는 원인은 다양하다. 물론 지자체장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선심성 공약이 가장 큰 이유지만, 복지정책의 구조가 바뀐 탓도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정부에서 시행하던 복지 사업 중 다수가 지자체로 넘어온 것. 이 경우 보통 정부와 지자체가 비용을 일정 비율 분담하기 때문에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는 복지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이상호 동국대 다르마칼리지 교수는 지난해 중앙정부와 지자체 예산을 분석해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복지 지출이 지자체의 재정 부담을 심각하게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자체가 더이상의 복지 지출을 견디기 어렵다”며 “전국적인 형평성과 통일성이 요구되는 복지 사업은 지자체에서 중앙정부로 이관해야 한다”고 분석했다.유근형 noel@donga.com / 수원=남경현 / 송충현 기자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경기 성남시의 한 장애인 관련 단체는 별도의 후원금 없이 매년 성남시에서 받는 약 1억 원의 지원금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사회복지사 4, 5명이 장애인 수백 명을 돕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인건비를 제외하면 지원금의 20∼30% 정도만 실제 장애인 지원에 투입된다. 단체 측은 여러 차례 지원금 증액을 건의했지만 4, 5년간 늘어난 돈은 물가상승분 수준에 그쳤다. 성남시가 청년배당과 공공산후조리지원, 무상교복 등 3대 무상복지 강행을 밝혔다. 하지만 이처럼 성남지역에도 더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 적지 않다. 성남시 복지정책의 우선순위가 바뀌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5일 본보 취재진이 성남지역에서 만난 시민 가운데 상당수는 “복지 예산이 가장 필요한 곳은 따로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저소득층 아이들을 돌보는 성남의 한 아동센터 관계자도 “성남시가 지원하는 돈에서 인건비를 빼면 운영비가 거의 남지 않는다. 겨울에는 난방비까지 걱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폐지된 복지정책에 대한 반감도 컸다. 성남시는 보건복지부의 권고를 받아들여 올해부터 장수(長壽)수당을 폐지하기로 지난해 10월 결정했다. 장수수당은 1년 이상 거주한 90세 이상 노인에게 매월 3만 원씩 지급하는 제도다. 연간 사업비가 9억 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성남시는 계속 지급할 경우 지방교부세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폐지를 결정했다. 강모 할머니(93)는 “3만 원이라도 주면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줬다가 뺏으니 너무 착잡하다”고 말했다. 노인들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대하고 야당 성향이 강한 청년층과 젊은 부모들을 배려하는 성남시의 무상복지가 이른바 표심(票心)만 노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성남시발(發) 무상복지가 후보자들 사이에 기승을 부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재정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없는 포퓰리즘 복지정책은 제2의 누리과정 사태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진다. 정작 필요한 곳에 예산이 투입되지 않는 ‘복지 사각지대’를 만들고 지역별로 복지 혜택의 차별을 가중시키는 복지 디바이드(복지 격차)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중앙정부와 도의 지원을 받는 성남시가 시급하다고 보기 어려운 무상복지를 하는 건 적절치 않을 뿐 아니라 타 지역과의 복지 형평도 저해하는 행위”라고 말했다.송충현 balgun@donga.com·유근형 기자}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무리할 수밖에 없다”(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 “다른 지역 재정은 대통령이 걱정할 일이다”(이재명 성남시장) 성남시의 3대 무상복지 강행을 놓고 방 차관과 이 시장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두 사람은 5일 각각 본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견해를 조목조목 밝혔다. 이 시장은 “3대 복지정책은 100만 시민과 약속한 공약”이라고 주장했다. 재정 악화의 우려에 대해서도 그는 “빚을 내서 하는 것도 아니고 최대한 세금을 아껴서 하는 사업”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방 차관은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조정절차가 진행 중인데 성남시가 이런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있다”며 “계획대로 대법원에 제소하겠다”라고 말했다. 성남시의 3대 무상복지가 지역별 복지 격차를 심화시켜 이른바 ‘복지 디바이드’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방 차관은 “현재 성남시가 다른 지자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정 여건이 좋은 이유는 위례신도시 등 택지개발에 따른 일시적인 세수 증가 때문”이라며 “성남시가 무리하면 다른 지자체도 무리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 시장은 “지자체별 선의의 경쟁을 통해 상향 평준화를 이뤄야 한다”며 “타 지역 재정은 대통령이 걱정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추후 다른 시장이 취임해 복지정책을 중단할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 이 시장은 “임기제 시스템에서는 언제나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모든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는 위험이며 성남시에만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3대 무상복지 중에서 가장 이견이 큰 것은 청년배당이었다. 방 차관은 “나중에 취업을 해도 돈을 지급하겠다는 건 타당하지 않다”라며 “고용지원을 강화해 일자리 창출에 신경 쓰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현금을 주는 게 아니라 성남에서만 쓸 수 있는 성남사랑상품권, 전자화폐로 지급할 것이다. 술집 도박장 등 유흥업소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라며 문제없다고 해명했다. 다만 대화의 필요성은 양측 모두 인정했다. 이 시장은 “향후에도 중앙정부와의 협의 조정은 계속 성실하게 이행하겠다”고 했고, 방 차관은 “지자체 특성에 맞는 복지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조정을 통해 제도 설계가 적절히 이뤄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다음은 이재명 성남시장과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과의 인터뷰 전문<이재명 성남시장>-정부 반대에도 3대 복지정책을 강행하는 이유는? “성남시장 선거 때 100만 시민들과 한 공약이다. 최대한 세금을 아껴서 최대한 복지를 확대하는 게 의무다. 마구 쓰거나 빚을 내거나 하는 게 아니라면 권장사항이다. 헌법에 국가는 사회복지확대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돼있다.”-대상자를 선별하지 않고 모두에게 지원하는 것이 합리적인가? 청년 중에서도 일정 조건을 정해 지원하는 것이 낫지 않나? “그 지적(차등을 두는 것)은 일리 있는 말이다. 하지만 이건 유럽에서 시행 중인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의미(소득 수익 자산에 관계없이 주는)가 있다. 다음으로 현재는 99대 1의 사회다. 극소수는 너무 많이 가졌고 나머지는 너무 못 가졌다. 이 1% 부분을 가려내는데 전산 작업이나 인력 투입 등으로 인해 예산이 오히려 더 들어간다. 마지막으로 세금을 납부할 때 이미 소득자산에 따라 차등이 있다. 그런데 지출할 때도 차등해야 하는지는 고려해봐야 할 사안이다. 이중차등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청년 지원을 굳이 현금으로 해야 하나, 다른 방법은 고려하지 않았나?“현금이 아니라 성남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성남사랑상품권이나 전자화폐같은 지역화폐로 지급한다. 이거는 술집이나 도박장 등 유해업소나 대형유통점 등에서는 못쓴다.”-지자체 재정으로 감당할 수 있나? “성남시는 이미 타 지역과 차별된 복지정책을 상당히 펼치고 있다. 대략 연 600억 원정도 된다. 시 재정여건을 충분히 검토해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나중에 성남시 재정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또 다른 생각을 가진 시장이 나올 수도 있다. 그때는 어떻게 하나? “임기제를 채택하고 있는 민주주의 시스템에서는 언제나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국가나 다른 지자체나 마찬가지다. 모든 정책에 따라 붙는 위험으로 볼 수 있다. 성남시에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다.”-타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도 나온다. 재정여건이 좋지 않은 지역주민들은 벌써부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데? “성남시장으로서 성남시 살림을 잘하는 것이 내 의무다.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이 지방자치다. 이를 통해 상향 평준화를 이뤄야 한다. 다른 지역 걱정은 대통령이 하는 것이다.” -성남시 재정이 좋아진 데는 신도시 개발 등 정부 정책의 득을 본 것도 있는 셈이다. 이를 성남지역에만 쓴다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있다.“성남시에 있는 우수 기업이나 도시개발을 통한 세입 중에서 이미 정부가 가져간 게 80%고, 나머지 20% 배정된 지방세를 갖고 운영하는 것이다. 이마저 다른 지역에 쓰는 것은 말이 안 된다.”-90세 이상 노인에게 월 3만 원 주는 장수수당을 지난해 10월 폐지했다. 노인복지는 없애고 청년복지는 늘리는 게 모순이라는 지적이다.“성남시는 소일거리 사업 35억 원, 경로당 운영비 50%인상 등 꾸준히 노인 복지 확대하고 있다. 장수수당은 정부의 폐지 방침도 있었고, 기초연금 받고 있는데 또 주는 것은 이중 수혜이기도 하다.”<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성남시가 3대 복지정책을 강행키로 했는데….“지자체가 새로운 복지제도 시행을 위해서는 사회보장기본법에 의해 복지부와 미리 협의해야하는데, 성남시의 사업들은 아직 협의 절차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을 강행하려는 것으로 이는 명백히 법령 위반이다. 예산안과 같은 지방의회 의결이 법령에 위반할 경우 광역단체장이 기초단체장에게 재의 요구를 지시하고, 기초단체장이 예산안 재의 요구 지시에 불응하거나 지방의회의 위법한 의결이 다시 있는 경우 대법원에 제소하도록 한 지방자치법 제172조 규정에 따라 관련 절차를 추진하겠다.”-성남시는 차별을 두지 말고 지원하자는 입장이다. 기왕이면 모두에게 골고루 혜택을 주자는 건 해당 지역 주민들도 원하는 바 일텐데?“현재 성남시의 재정여건은 위례신도시 등 일시적 세수 증가 때문으로 이러한 현상이 지속된다고 보기 어렵다. 지자체장이 지자체가 돈이 많다고 마음대로 복지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옳지 않기 때문에 일정한 기준이 필요하다.”-성남시는 재정이 충분하다는 의견이다. 그렇다면 지자체가 알아서 해도 되지 않나? “국민이 낸 세금을 꼭 필요한 사람에게 지원하기 위해서는 일정 기준을 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성남시가 재정 여력이 좋다고 무차별적인 지원을 할 경우, 다른 지자체도 주민들의 요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따라 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재정 여건이 취약한 지자체에서 무리하게 복지제도를 도입하는 경우 결과적으로는 국민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성남시는 즉각적인 지원 효과를 위해 현금(상품권)을 지급한다고 한다. 일리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현금 지원이 불합리한 이유가 있나?“청년배당은 취업을 하고 있어도 돈을 지급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타당하지 않다. 구직 중인 청년들에게 고용지원을 강화해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역량을 먼저 키워주는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 성남시가 돈이 많다고 ‘헬리콥터 머니’를 뿌리면 타 지자체장은 당선을 위해 따라서 무리하게 복지사업을 벌여 결국에는 재정을 파탄나게 할 수 있다.” -성남시와 협의해 중간 수준에서 절충할 수 있는 방안은 없나?“지역특성에 맞는 복지제도를 운영하겠다는 것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추후 조정절차를 통해 가장 바람직한 제도설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계속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유근형 noel@donga.com / 성남=남경현 기자}
국회 논의 과정에서 벽에 부딪쳤던 ‘웰다잉(Well-Dying)법’이 19대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는 돌파구가 마련됐다.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정부와 새누리당은 웰다잉을 위한 연명의료 중단의 대상을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네 가지로 제한하는 것에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논란이 됐던 법안 문구를 조정해 네 가지만 연명의료 중단의 대상으로 명시하는 내용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호스피스 완화 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웰다잉법)’은 임종을 앞둔 환자가 품위 있게 생을 마칠 수 있도록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18대 국회에 이어 19대 내내 논란을 거듭하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해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그달 30일 법사위에서 일부 여야 의원의 반대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가장 큰 논란 지점은 연명의료의 대상이었다. 당초 웰다잉법은 연명의료의 대상을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의학술 시술’로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이라는 표현이 향후 연명의료의 범위를 무리하게 넓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연명의료를 결정할 수 있는 의료인에 한의사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정은 4일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이라는 문구를 빼 향후 논란의 소지를 없애기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부가 위의 문구를 삭제하는 걸 수용하고, 한의사의 참여를 주장한 김진태 의원도 한발 물러나 법안 통과에 돌파구가 생겼다”고 말했다. 김진태 의원실 관계자도 “논란이 됐던 문구만 해소된다면 웰다잉법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향후 법사위 논의가 잘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법사위는 이르면 8일 열린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문형표 신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4일 새해 첫 출근길부터 노조원들의 출근 저지 투쟁에 직면했다. 문 이사장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보건복지부 장관에서 경질된 지 4개월 만에 공직에 복귀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논란 속에 지난해 12월 31일 취임했다. 문 이사장은 전북 전주시 국민연금 본부 사옥으로 관용차량을 이용해 출근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회원 30여 명이 오전 7시부터 사옥 정문에 천막을 설치하고 입구를 봉쇄했다. 문 이사장은 청사 진입 시점을 저울질하다 오전 9시가 다 돼서 다시 출근을 시도했지만 노조원들에게 또다시 가로막혀 승강이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김영균 국민연금지부 노조위원장은 문 이사장에게 “그동안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사적연금을 옹호하는 등 이사장으로서 인정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문 이사장은 “모든 건 오해다. 소통을 많이 해가면서 하나씩 풀어보자”라며 노조원 설득에 나섰다. 하지만 노조원들이 끝내 길을 터주지 않자 문 이사장은 다시 청사 외부로 물러났다가 노조원들이 9시 15분경 철수한 뒤에야 사옥으로 출근할 수 있었다. 취임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면서 문 이사장은 당분간 조용한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문 이사장이 평소 주장하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를 급하게 추진하기보다 당분간 내부 조직 안정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민연금 기금공사화 관련 법안들은 19대 국회에선 사실상 통과가 어려운 실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문 이사장이 논란을 키울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우여곡절 끝에 새해 업무를 시작한 문 이사장은 논란을 의식한 듯 공단 직원들에게 불요불굴(不撓不屈)을 강조했다. 그는 신년사를 통해 “흔들리지도 굽히지도 않는다는 뜻의 사자성어처럼 앞으로 다가올 어려움에 의연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입법 마비’로 질타를 받고 있는 국회가 노동개혁 5대 입법안을 처리하지 않으면서 올해 실업급여는 상하한액 구분 없이 하루 4만3416원으로 일단 정해졌다. 정부안은 노사정 합의에 따라 상한액을 5만 원으로 높이고 하한액 산출 방식을 바꾸자는 내용이지만 8일까지 통과되지 않으면 4만3416원이 그대로 확정된다. 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서 올해 실업급여는 4만3416원으로 정해졌다. 현행 고용보험법상 지난해 실업급여 상한액은 4만3000원, 하한액은 4만176원(최저임금의 90%)이었다. 그러나 최저임금(지난해 시급 5580원)이 올해 6030원으로 인상되면서 하한액(4만3416원·6030원×0.9×하루 8시간)이 상한액을 초과하게 됐다. 정부는 이런 ‘역전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올해 하한액은 지난해와 같고, 상한액만 지난해보다 7000원 인상되는 내용이다. 그러나 야당의 반대로 국회에서 처리가 되지 않고 있다. 특히 고용보험법은 기간제법 등 노동개혁법과 연계돼 있어 임시국회 회기(8일) 내 처리가 불투명하다. 이에 따라 올해 실업급여는 현행법에 따라 하루 최저임금의 90%(하한액)인 4만3416원으로 일괄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고용부 관계자는 “상한액만 인상하고 하한액 산출 기준을 그대로 두면 연간 최대 4000억 원의 고용보험료를 노사가 추가 부담해야 한다”며 “어려운 경제 상황을 감안해 조속히 법이 통과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한편 실직자의 국민연금 보험료를 국가가 최대 75%까지 1년간 지원해주는 ‘실업크레디트’ 제도가 이르면 3월부터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런 내용이 담긴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지난해 12월 30일 통과시켰다. 이달 본회의를 통과하면 3월 1일부터 시행된다. 유성열 ryu@donga.com·유근형 기자}

생산에서 소비까지 대한민국의 국가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생산인구(25∼49세)가 7년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년 뒤에는 1900만 명 선마저 무너지는 것으로 추산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본보가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을 통해 분석한 결과 핵심생산인구는 2008년(2075만4000명)에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1939만8000명)까지 7년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평균 20만 명씩 줄어든 셈이다. 2019년(1884만 명)에는 사상 최초로 1900만 명 선이 무너지고, 2024년(1792만2000명)에는 1800만 명 선까지 붕괴할 것으로 추산됐다. 전체 생산가능인구(15∼64세)에서 핵심생산인구가 차지하는 비중도 매년 떨어져 2029년(49.9%)부터 50%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달러 이상인 국가 중 2만 달러를 돌파한 뒤 핵심생산인구가 7년 이상 줄어든 나라는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과 호주뿐이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의 핵심생산인구 감소 속도가 4만 달러를 돌파한 국가보다 훨씬 빠르다는 점. 원인은 저출산이다. 지난해 한국 여성 1인당 합계출산율은 1.2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았다. 핵심생산인구가 감소하면서 근로자 평균 연령도 높아져 제조업(지난해 39.4세)의 경우 이미 40세에 육박하고 있다. 이에 동아일보는 핵심생산인구 감소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시리즈를 시작한다.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장은 “출산율을 높이는 것은 기본이고 고령자의 직무능력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대폭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유성열 ryu@donga.com·이세형·유근형 기자}

“정부가 저출산 대책을 계속 발표했다는데…. 정작 제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은 없네요.” 5년 차 증권맨 한성환 씨(34)는 2년째 결혼을 미루고 있다. 신혼집을 구할 자금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씨는 평균 연봉 약 4500만 원을 받으며 5년 동안 8000만 원가량을 모았다. 하지만 근무지인 여의도 주변 인기 주거지(서울 마포구, 양천구)의 20평대(66m² 이상) 아파트 전세금은 4억 원 이상이라 꿈도 꾸지 못했다. 서울 강서구, 경기 김포시, 경기 고양시 등 외곽으로 눈을 돌려도 20년 넘은 아파트의 전세금이 3억 원 가까이 됐다. 무리해서 2억 원 이상 대출을 받을까도 생각했지만, 이자만 50만 원(시중 금리 3%) 이상에 원금 상환까지 부담하며 살 자신이 없었다. 정부가 공급하는 신혼부부용 임대주택으로 눈을 돌려보지만, 소득이 높아 지원 자격조차 되지 않는다. 한 씨는 “중견기업에 다니는 청년들도 정부 지원에 기댈 수 없는 처지다”라면서 “무리해서 대출을 받거나, 결혼을 미룰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인구절벽이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화두로 떠오르면서 정부의 저출산 정책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10년 동안 보육에 집중했던 1, 2차 저출산 정책을 사실상 실패로 규정하고 ‘초혼연령 낮추기’로 정책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보육 지원이 기혼 여성의 취업에는 도움을 줬지만, 신생아 수를 늘리는 데는 별 도움을 주지 못하면서 출산율을 높이는 효과가 적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계획(브리지 플랜 2020)을 지난해 12월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 ‘언 발에 오줌 누기’ 주택 정책 정부가 저출산 정책의 목표를 ‘결혼 빨리 시키기’로 전환한 것 자체에는 긍정적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정책에 투입된 재원의 총량이 적어 청년들이 결혼을 결심하게 만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혼을 막는 제1 장애물인 주택 마련을 지원하는 정책들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행복주택, 국민임대주택 등 시세보다 저렴한 주택 13만 채를 확충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원 자격이 엄격해 중견기업 이상 다니는 맞벌이 부부는 지원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경쟁률이 200 대 1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높은 행복주택의 경우 맞벌이 부부가 월 소득 456만 원 이상이거나, 약 2500만 원 이상의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으면 지원할 수 없다. 일반 주택을 구할 때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신혼부부 전세자금 저금리 대출 한도를 당초 1억 원에서 1억2000만 원까지 올렸다. 하지만 지난해만 서울 지역 전세금이 평균 5000만 원 오른 상황에서 체감 효과가 거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주거비 부담이 낮은 덴마크 네덜란드는 출산율이 높은 반면, 주거비 부담이 큰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는 출산율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찔끔 내리는 금리 정책은 이제 의미가 없고 파격적인 주택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산 특구’ 전국에 10개 조성 주택 마련의 문턱을 낮추지 않는 한 ‘합계출산율 1.5명’이란 정부 목표는 공염불이 될 공산이 크다. 주택 걱정 없고, 각종 세제 혜택까지 주는 ‘출산 특구’를 전국에 최소 10곳 이상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출산 특구는 2016년부터 5300호가 공급 예정인 ‘행복주택 신혼부부 특화 단지’를 확대 개편하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사업이다. 행복주택은 기존 임대주택지보다 교통 여건이 좋은 서울 오류, 경기 하남 미사, 성남 고등, 과천 지식, 부산 정관 등에 설립될 예정이라 신혼부부에게 인기가 높다. 경쟁률이 200 대 1에 이를 정도다. 주택 건설 예정지 주변에는 국공립어린이집, 어린이도서관, 장난감놀이방, 등하굣길 폐쇄회로(CC)TV, 자녀 안심 자전거길, 차 없는 보행로, 단지 내 쌈지농장 등 아동 양육 친화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주변 시세의 60∼80%라 부담도 적고, 출산하면 최대 1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신혼부부 특화단지의 총량을 10배 이상 늘려 출산 특구로 지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맞벌이 부부도 혜택을 볼 수 있을 정도로 확대돼야 실제 결혼과 출산율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조명래 단국대 도시기획계획과 교수는 “현재 전체 주택 중 임대주택 비율이 2% 수준인데 10배 가까이 늘려야 청년층이 체감할 수 있다”며 “정부는 재원 문제로, 민간 업자는 수익 문제로 임대 주택 확대를 꺼리고 있는데, 정부가 과감하게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산 특구는 기존 신혼부부 특화단지보다 질적으로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특화단지는 36m² 투룸형이 주를 이루는데, 출산 후에는 다소 좁다는 지적이 있다. 33m²대뿐 아니라 66m²대 이상 중형 주택으로 종류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이 단지에 입주한 신혼부부에게 절세 혜택까지 주면 실질적인 결혼 유도 효과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신혼부부 특화단지를 10배 늘리려면 약 4조 원의 재원이 필요한데 국민연금기금을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며 “출산 특구가 활성화되면 양질의 공공 일자리도 창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佛 미혼모 보호정책, 저출산 극복에 한몫 ▼혼인여부 관계없이 양육 지원… 출산율 21년새 1.65→2.08명 ‘1.21명 vs 2.08명’. 2014년 한국과 프랑스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 비교다. 1993년에는 두 나라가 1.65명으로 같았지만 21년 만에 배 가까이로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혼외출산이 사회적·제도적으로 차별받지 않도록 배려한 프랑스의 정책을 결정적 이유로 꼽는다. 프랑스에서는 자녀를 양육하고 있다는 사실만 입증하면 동거 남녀도 법적 부부와 똑같이 자녀 수에 따라 영유아 수당과 가족 보조금, 육아휴직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혼외출산과 법적 부부의 출산을 구별하는 가족법 규정을 2006년 폐지한 데 따른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2000년대 초 이미 혼외출산 아이의 수가 법적 부부의 신생아 수를 앞질렀다. 한국의 혼외출산 비율은 2012년 기준 2.1%로 프랑스(55%)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8.7%)에 크게 못 미친다. 지난해 한국여성단체협의회가 성인 3085명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 2477명(80.3%)이 “의료보험 혜택과 양육 수당을 미혼모 가정에도 똑같이 줘야 한다”고 답했다. 미혼모에게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한 응답자는 2520명(81.7%)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미혼모에게 지원하는 자녀 양육비는 월 최대 15만 원이고, 의료비는 2만4000원이다. 24세 이하 미혼모의 자립을 돕는 여성가족부 ‘한부모 자립지원비’ 예산은 2010년 120억8000만 원에서 지난해 23억300만 원으로 크게 줄었다. 임산부를 진료할 때 혼인 여부를 묻거나 배우자 등록을 요구하지 못하게 하는 의료법 개정안은 해를 넘겨 국회에 계류 중이다. 박영미 한국미혼모네트워크 대표는 “가족 형태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제도와 사회 인식이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열쇠”라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자문위원단(가나다순)=곽동욱 제일병원 산부인과 교수, 김두섭 한양대 사회학과 교수, 김병수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보험금융학과 교수,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박영범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장,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안주엽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경우 울산발전연구원 경제산업팀장, 이동우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철규 건국대 신산업융합과 교수,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조형제 울산대 사회학과 교수}
전국 34개 지방의료원의 경영실적, 인력 현황, 운영평가 결과 등이 1일부터 ‘지역거점공공병원 알리미(rhs.mohw.go.kr)’ 사이트에 공개됐다. 보건복지부는 “제2의 진주의료원 사태를 막기 위한 지방의료원 관리 강화 차원에서 정보 공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지방의료원의 정보 공개가 불성실하거나, 허위일 경우 시정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유근형기자 noel@donga.com}

국민연금공단 신임 이사장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물러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사진)이 지난해 12월 31일 임명됐다. 최광 전 이사장이 국민연금 기금운용 방식을 두고 복지부와 갈등을 빚고 사퇴한 지 2개월 만이다. 평소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분리·독립을 주장했던 문 이사장이 취임하면서 기금공사화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문 이사장은 이날 전북 전주시 국민연금공단 본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문 이사장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조직 역량을 강화하고 기금운용의 전문성, 중립성,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라며 “우리가 거인이 된 기금(약 500조 원)에 걸맞은 옷을 입고 있는지, 아직도 어린아이의 옷을 입고 있는 건 아닌지 되짚어 봐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야당과 시민사회의 소득대체율(재직 시 소득 대비 퇴직 후 연금 비율) 상향 조정 주장을 인식한 듯 “22세기까지 내다보면서 국민연금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섣불리 연금액을 올릴 경우 기금 고갈 시점이 빨라질 수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문 신임 이사장의 취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메르스 사태의 책임을 지고 보건복지부 장관에서 경질된 지 4개월 만에 산하 단체 이사장에 복귀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도처에서 제기됐기 때문. 특히 메르스 방역 현장을 책임졌던 공무원 10여 명은 감사원 감사에 따른 중징계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수장만 복귀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인선이 마무리됨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후임 기금운용본부장 인선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사진)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임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2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진엽 장관은 금명간 문 전 장관을 국민연금 이사장 최종 후보자로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할 예정이다. 청와대가 복지부 장관의 추천을 받아들이면 이르면 올해 안에 임명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사장 공모에는 문 전 장관과 지방대 교수 2명 등 총 3명이 지원했으며 서류 심사에서 1명이 탈락했다. 임원추천위원회는 남은 2명에 대해 21일 면접을 실시하고 복지부 장관에게 최종 복수 후보로 추천한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전직 장관이 바로 산하 기관장으로 내려오는 경우가 거의 없어 정치적 부담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문 전 장관은 이 분야의 전문가인 만큼 많이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국민연금 이사장 공개 모집은 문 전 장관 임명을 위한 형식적인 절차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지 4개월 만에 산하 단체 이사장에 복귀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 특히 메르스 방역 현장을 책임졌던 공무원 10여 명은 감사원 감사에 따른 중징계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수장만 복귀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문 전 장관이 이사장에 오를 경우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공사 설립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럴 경우 국민 노후 자산인 국민연금 기금이 지나치게 수익성 위주로 운영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국민연금지부는 문 전 장관의 이사장 임명 반대 의사를 밝힌 조합원 3270명의 서명서를 28일 청와대에 제출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새 이사장 선임 절차를 올해 안에 마무리하고 최광 전 이사장과의 인사 갈등 끝에 연임 불가 통보를 받은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의 후임 인선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최문순 씨(78)는 세상 그 누구보다 건강에 자신이 있었다. 고교 시절 단거리 육상 선수로 활약할 정도로 타고난 신체 조건을 가졌고, 지금도 50kg짜리 역기로 매일 운동을 할 만큼 건강관리를 해왔기 때문이다. 몸매와 근육량으로만 보면 40, 50대가 부럽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지난해 50년 동안 함께했던 아내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 뒤 모든 것이 엉망이 됐다. 떡을 먹다 기도가 막히는 불의의 사고였기에 충격은 더 컸다. 최 씨는 “아내를 평생 고생만 시키다 떠나보냈다”라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집 밖에 잘 나가지 않고 라면 등으로 끼니를 불규칙하게 때우는 일이 많아졌다. 즐기던 운동도 전혀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밤마다 소주 두세 병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이루지 못했다. 최 씨는 “처음에는 슬픈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사별 후 3개월 정도 불규칙하게 생활하니 ‘이러다 나도 죽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이후 동호회에 나가고, 경로당에 나가 봉사도 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했다”라고 말했다.○ 사별 후 스트레스, 삶 송두리째 흔들어 부부가 같이 늙다보면 배우자가 자신의 곁을 떠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늙는 것과 같이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스트레스의 강도는 노년기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 정도로 크다는 게 중론이다. 자녀 없이 노부부만 사는 가정이 늘고, 이웃과의 교류도 점점 줄어드는 것도 배우자 상실에 따른 아픔이 큰 이유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토머스 홈스 박사와 리처드 라히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배우자 사망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100점 만점에 100점으로 이혼(73점)을 하거나, 구속(63점) 및 해고(47점)를 당했을 때보다 컸다. 특히 배우자가 암처럼 오랜 투병 끝에 사망하는 경우 후유증이 더 클 수 있다. 병의 진단, 수술, 항암치료, 사망까지 전 과정을 마치 자신이 겪은 것 같은 지친 감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나도 저 병에 걸리면 어쩌지’라는 건강염려증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망한 배우자가 아팠던 신체 부위의 통증을 호소하는데, 정작 별문제가 없는 사례도 많다”라며 “평소 투병 과정에서 배우자를 미워하거나 원망했던 사람도, 정작 떠난 뒤에는 상실감 때문에 우울증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 사별 아픔, 면역체계 이상까지 불러 사별 후 스트레스가 심할 경우 본인의 건강도 악화될 수 있다. 영국 버밍엄대 재닛 로드 박사에 따르면 배우자의 죽음으로 인한 상심은 면역체계를 약화시켰다. 사별로 인해 우울증과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면 혈액 속에 존재하는 백혈구의 일종인 호중성 백혈구의 활동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호중성 백혈구는 폐렴 등 일정한 바이러스성 감염에 맞서 싸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로 1950년대 미국의 유명 가수 조니 캐시는 2003년 아내가 떠난 뒤 4개월 만에 생을 마감했다. 특히 명절, 생신잔치 등 온 가족이 모이는 기간이 지난 뒤를 주의해야 한다. 자식 친지와 지내면서 외로운 감정이 감춰지다가, 다시 혼자가 된 이후 감정이 폭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 조사에 따르면 2008년부터 5년 동안 성인의 경우 명절 연휴 다음 날 자살자 수(41.5명)는 명절 연휴 기간 하루 평균 자살자 수(29.1명)를 크게 웃돌았다. 이동우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명절 동안 친구나 이웃 등 다른 사람의 처지와 비교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 쉽다”라며 “명절 이후 사별자에 대한 관심과 위로가 더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 사별 후 아픈 건 당연하다? 사별 후 스트레스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고립’에서 탈피해야 한다. 먼저 오랜 기간 집에 혼자 있는 것을 피해야 한다. 혼자 있게 되면 우울한 기분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최 씨처럼 친구나 동료, 좋아하는 사람을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는 모임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 말을 참지 않고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울한 감정을 억제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말하면 경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책보다는 가벼운 소설이나 잡지를 읽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배우자가 죽었으니 아픈 건 당연하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아야 한다. 우울증을 장기간 방치하다 뒤늦게 병원에 갔다가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전 교수는 “우울한 감정이 1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치료의 필요성을 부인할 경우 주변에서 더 적극적으로 상담 및 치료를 권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이성민(가명·32) 씨는 최근 9급 공무원 시험에 낙방했다. 대학 졸업 후 4년 동안 5급 행정고시 기술직에 계속 실패한 뒤 답답한 마음에 지원했으나 이마저도 잘 풀리지 않은 것이다. 이 씨는 30대에 접어든 뒤 뒤늦게 건설사 몇 곳에 원서를 제출했지만 서류전형에서 탈락했다. 이 씨는 “기업은 나이 때문에 안 되고, 공무원 시험도 5급은커녕 9급까지 낙방해 사면초가다”라며 “차라리 20대 중반부터 눈높이를 낮춰 중견 건설사에라도 취업할 걸 후회가 된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 씨처럼 정규 교육기관에서 학업을 이어가는 것도 아니면서, 경제활동도 하지 않는 니트(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족이 국내에 유독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졸 이상 고학력자 중 니트족이 많다는 게 외국과 달랐다. 이는 국회입법조사처가 24일 발간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 청년 NEET의 특징과 시사점’에 담긴 내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15∼29세 청년 대학 졸업자 4명 중 1명(24.4%)이 니트족이었다.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39.2%), 터키(24.5%)에 이어 조사대상인 OECD 주요 14개 국가 중 3번째로 높았다. OECD 평균(12.9%)의 약 2배다. 중졸→고졸→대졸 등 학력이 증가하면서 니트족 비율이 높아지는 것도 특이한 지점이다. 국내 중졸자는 5.1%만 니트족인 반면, 고졸자(22.9%) 대졸자(24.4%)는 비율이 더 높았다. 고학력자일수록 니트족 비율이 떨어지는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등과 대조적이다. 이만우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장은 “고학력자들이 취업 준비 기간을 늘리더라도 양질의 일자리를 찾으려는 경향이 높다 보니 나타나는 현상이다”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니트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맞춤형 처방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영국 등 저학력 니트족 비율이 높은 나라들은 단순 직업 훈련 강화를 통해서도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국내 상황은 이와 다르기 때문이다. 장기 취업준비를 통해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전문 일자리가 필요한 것이다. 이 팀장은 “임시직이라도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일자리를 공공부문에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동아일보는 연중기획 ‘2015 건강 리디자인’을 통해 가족력(‘당신의 건강가계도를 아십니까’)과 소아 비만(‘아이건강 평생건강’), 3040 직장인 생활습관 개선(‘당신의 노후건강, 3040 때 결정’), 노년 건강(‘70대는 100세 건강의 골든타임’) 등 4대 건강 프로젝트를 진행해 큰 호응을 얻었다. 독자 체험단 118명과 의료진 32명 등 총 150명이 참여했다. 이들이 함께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개선책을 찾는 과정을 지면을 통해 공유하면서 생생한 건강정보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5대 질환 가족력 ‘맞춤형 컨설팅’ 가족의 병력 체크는 가족력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필수 사전 조치. ‘당신의 건강가계도를 아십니까’는 심근경색과 대장암, 뇌출혈, 당뇨병, 고혈압 등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걸리는 5대 질환의 가족력을 상세히 다뤘다. 실제 3대 이상 같은 질환이 나타난 가정을 찾아 전문의와 영양사, 운동처방사가 함께 진단하는 ‘맞춤형 컨설팅’을 진행했다. 박주진 씨(36)는 술도 거의 마시지 않고 담배도 전혀 피우지 않으며 매일 운동을 했지만 30대에 대장암에 걸렸다. 아버지가 50대에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가족력이 있다. 영양팀은 박 씨와 함께 장을 보고 좋은 식재료를 선별하는 방법을 알려줬다. 박 씨는 “견과류를 자주 먹는데, 이를 실온에 오랫동안 보관하면 ‘아프라톡신’이라는 발암물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임수 분당서울대병원 내과 교수는 “실제 사례를 토대로 활용도 높은 건강관리 비법을 소개해 독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 집밥과 운동으로 소아 비만 퇴치 ‘아이건강 평생건강’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소아 비만에 대해 다뤘다. 소아 비만은 성인이 된 이후 각종 성인병이 나타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어릴 적부터 관리를 해줘야 한다. 본보는 올 3월 서울아산병원 의료진과 함께 서울 도봉구 가인초등학교의 3학년 학생 92명을 대상으로 신체 발달 검사를 진행했다. 비만에 해당되는 학생은 18명(19.5%)으로 5명 중 한 명꼴이었다. 이 중 고도비만에 해당되는 학생 3명과 보건교사의 추천을 받은 6학년 고도비만 학생 1명 등 4명을 선발해 7개월 동안 서울아산병원 전문의와 영양사 등으로 구성된 특별치료팀에서 관리를 받도록 했다. 대책으로는 외식을 줄이고 ‘집밥’을 주로 먹일 것과, 아이가 좋아하는 운동을 가족 모두가 함께하라는 등 가족이 함께해야 하는 것들이 주를 이뤘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4명 모두 키는 컸지만 몸무게는 거의 늘지 않았고,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 수치도 좋아졌다. 조자향 서울아산병원 소아내분비대사과 전임의는 “소아 비만은 무조건 체중 감량을 하면 성장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몸무게는 현 상태를 유지하면서 키를 키우는 것이 바람직한데 아이들 모두 합격점을 줄 만하다”고 말했다. ○ 3040 생활습관 개선 ‘1대1 원칙’ ‘당신의 노후건강, 3040 때 결정’ 편은 직장 생활로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는 30, 40대의 기본적인 건강 리디자인을 위한 시도였다. 30, 40대가 어떻게 하면 현재보다 바람직한 △수면 △식사 △음주·회식 관련 습관을 갖출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또 30, 40대를 위한 스트레스 줄이기와 살 빼기 전략을 함께 소개했다. 완전한 체질 개선보다는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한 대안들을 제시했다. 음주와 야근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30, 40대가 ‘한국형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시도할 수 있는 노력을 집중적으로 알린 것. 당시 소개됐던 △퇴근 때 걷기를 통한 정신 피로 줄이기 △젓가락만으로 식사하기(국물 섭취 줄이기) △1대1 원칙(물 한 잔, 술 한 잔과 야채 한 입, 고기 한 입) △고기를 쌈장에 스치듯 찍기 △가상 식판 그리기를 통한 다이어트 전략 세우기 등은 직장인 사이에서 적잖은 화제가 됐다. ○ 다(多)질환 및 낙상 많은 70대 건강법 ‘70대는 100세 건강의 골든타임’ 시리즈는 정부의 건강정책과 담론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70대를 재조명했다. 전문가들은 60대와 70대의 신체 기능과 질병의 발현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한다. 70대는 3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이 함께 찾아오는 다질환자가 급증하고 골밀도가 급격히 낮아지면서 낙상 사고가 급증한다. 우울증도 60대보다 2배나 많다. 전문가들은 70대 건강은 60대와는 다르게 접근해야 하고, 특히 관리하면 좋아지니 ‘살 만큼 살았다’고 체념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취지로 삼성서울병원과 함께 진행한 ‘70대 노인 건강 체험단’ 10명은 4월부터 11월까지 맞춤형 건강관리를 받았다. 매년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할 정도로 건강을 자신했던 이동현 씨(72)는 건강 체험단 과정에서 심장동맥 협착증이 발견돼 운동 강도를 낮추면서 심근경색 위험을 낮췄다. 고기를 거의 먹지 않다가 단백질 부족 판정을 받은 박용규 씨(72)는 동물성 단백질 섭취를 늘려 체중은 유지하면서 근육량을 대폭 늘리기도 했다. ▼ 초등생부터 어르신까지… 독자 참여로 생생정보 ▼전문가 “건강100세 멘토역할 톡톡” 올해 동아일보는 독자들과 함께하는 건강 리디자인 시리즈를 통해 대한민국의 ‘건강 가이드북’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독자와 같이 호흡하는 기획이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상급의 의료진과 체험단이 함께 만든 건강 리디자인을 통해 많은 국민들이 생생한 건강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성상철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역시 “건강 리디자인은 독자들이 참여해 실질적으로 건강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해줘 국민건강보험의 재정 절감에도 크게 기여했다”라고 평가했다. 정보의 홍수 속에 쏠쏠한 ‘맞춤형’ 정보를 제공했다는 평가도 많았다. 박상근 대한병원협회장은 “누구나 인터넷을 이용하여 많은 건강정보를 접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 정보 중에서 자신에게 적합한 것을 찾기란 쉽지 않다”면서 ‘건강 리디자인 프로젝트’는 독자들에게 맞춤형 건강 멘토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권오정 삼성서울병원 원장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70년을 사는 것은 지금도 여전히 어렵고 드문 일인데 올해 동아일보의 건강 리디자인을 보면 답이 있었다”고 말했다. 시리즈 가운데서는 ‘아이건강 평생건강’ 시리즈에 대한 호평이 많았다. 이기형 대한소아내분비학회 회장은 “아이건강 평생건강 시리즈는 학생들의 생생한 비만 프로젝트 참여 사례를 통해 날로 증가하는 소아청소년 비만과 합병증 위험을 알렸다”면서 “올바른 성장에 대한 부모의 관심을 촉구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기획이었다”고 평가했다. 박영서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장도 “캠페인에 참여한 아동들의 개선 결과를 통해 소아 비만의 치료는 아동 혼자의 노력이 아니라 가족의 관심과 도움이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새해에도 생생한 사례 중심의 건강 기사가 계속됐으면 한다는 바람이 있었다. 김희중 서울대병원 진료부원장은 “건강 리디자인 시리즈를 통해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성질환을 비롯해 다양한 건강정보를 알기 쉽게 설명해 준 점과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가이드를 해준 점이 좋았다”면서 “앞으로 성별, 연령별로 좀 더 다양하고 세분화된 건강정보를 줄 수 있는 건강 기사가 이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지은 smiley@donga.com·이세형·유근형·김수연 기자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복지 재정 갈등이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23일 3∼5세 누리과정(무상보육)의 내년도 예산 편성을 끝내 거부했다. 반면 보건복지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추진 중인 청년수당 예산은 반영됐다. 영유아 67만 명의 보육료 지원이 당장 끊길 위기란다. 박 시장이 ‘엄마 표심 이탈’이라는 출혈을 감수하고라도 청년수당은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이쯤 되니 예산 갈등은 단순한 ‘쩐의 전쟁’의 차원을 넘어서는 형국이다. 선거를 겨냥해 자신만의 업적을 각인시키기 위한 위정자들의 정치적 플랜이 국민 복지를 볼모로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과 의구심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야권의 주요 대권 주자인 박 시장에겐 대표 브랜드가 부족하다는 평이 많다. 청계천 복원사업으로 상징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이 때문에 청년 실업 문제가 시대적 과제로 대두된 지금 청년수당은 박 시장에겐 청년 표심을 공략할 대단히 매력적인 카드임에 틀림없다. 박근혜 정부와 여권은 청년 실업 문제의 해결이라는 시대적 요청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야권 주자인 박 시장의 ‘나홀로’ 치적 쌓기에 힘을 실어주는 건 곤란하다. 정부가 사회보장위원회를 통해 지자체 복지를 차단하는 것도 그런 맥락 때문일 것이다. 무상보육 갈등도 비슷한 정치적 프레임이 투영돼 있다. 무상보육 0∼5세 전면 확대는 사실 박 대통령의 작품이다.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직장인과 전업주부에 차등을 두고 단계적으로 실시하자’는 반대를 물리치고 전면 확대를 강행했다. 선거용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지만 여야의 명운을 건 대권 싸움 앞에선 이견이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 약속을 목숨처럼 소중히 여긴다는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지자체에 예산 부담을 지우더라도 전면 무상보육 기조를 깨고 싶지 않을 것이다. 박 시장은 이런 누리과정 예산의 문제점과 갈등을 박근혜표 복지에 흠집을 낼 수 있는 기회로 삼으려는 듯한 인상이다. 국민 복지가 정치공학에 의해 춤추고 있다는 지적은 이래서 나온다. 복지의 천국으로 알려진 스웨덴은 사실 복지 개혁을 가장 혹독하게 진행한 나라다. 1990년대 경제 침체 이후 실업급여 등 현금 복지를 하향 조정하고, 대신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사회서비스 복지는 유지했다. 당시 사민당을 필두로 한 좌파 진영도 개혁에 동참해 현 스웨덴 복지의 근간을 세웠다. 반면 정권 교체 때마다 새 복지를 누더기처럼 확대했던 그리스는 결국 재정위기에 빠져 나라가 거덜 났다. 지금도 이익단체와 정파적 이익에 갇힌 정치인들 사이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먼저 누리과정 예산의 정부 부담을 늘리겠다고 선언하면서 지자체와의 대화를 시도해보면 어떨까. 박 시장은 타 지역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대권의 꿈을 이루게 되면 전국의 청년을 상대로 수당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해 보면 어떨까. 정치라는 선글라스를 벗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복지는 요원하다. 유근형 정책사회부 기자 noel@donga.com}

암 환자 10명 중 7명은 5년 넘게 생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학이 발전하고 조기 암 진단이 확대되면서 암이 더이상 불치의 병이 아닌 시대가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는 22일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2013년 암 발생 현황’을 발표했다. 전체 암 발생은 줄어드는 추세다. 2013년 인구 10만 명당 암 환자 수는 311.6명으로 2011년(324.2명) 최고점을 찍은 이후 2년 연속 감소했다. 특히 과잉진료 논란을 빚고 있는 갑상샘(선)암의 경우 2013년 처음 환자가 감소했다. 또 암에 걸려도 5년 이상 생존할 가능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9∼2013년 암을 진단받은 사람이 5년 이상 생존할 가능성은 69.4%로, 2001∼2005년(53.8%)보다 15.6%포인트 높아졌다. 국내 암 5년 생존율은 미국(66.5%), 캐나다(63%), 일본(58.6%) 등 의료 선진국보다 높은 수치다. 특히 갑상샘암 환자들의 경우 5년 생존율이 일반인과 비교했을 때보다 약간 높았다. 이강현 국립암센터 원장은 “갑상샘암 환자들은 건강관리를 더 철저하게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일반인보다 생존율이 높았다”면서 “국가 암 검진과 암 치료법을 더 발전시켜 갑상샘암처럼 생존율을 더 높여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세종=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외국계 투자개방형 병원(영리병원)은 국내 보건의료 체계의 뜨거운 감자였다. 2002년 김대중(DJ) 정부가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에 투자개방형 병원 설립을 허가한 이후 13년 동안 논란만 거듭하다 구체적인 성과물을 내지 못했다. 정부가 18일 국내 1호 투자개방형 병원인 뤼디그룹의 녹지국제병원 설립을 승인하면서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투자 유치와 일자리 창출의 보고가 될 것인가? 의료 영리화의 신호탄이 될 것인가? 1호 투자개방형 병원 탄생의 기대와 개선 방향을 전망해 봤다. 》 “제주도에 중국계 자본이 투자한 병원이 생기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에 오래 머물게 될 것이다.” 중국인 후안 왕 씨(35)는 지난해 제주 서귀포시의 아파트 한 채를 구입했다. 서귀포는 제주영어교육도시 등 영어교육 시설까지 풍부해 휴양과 교육을 겸할 수 있는 장소로 여겨졌다. 하지만 믿을 수 있는 병원이 없는 것이 항상 불만이었다. 왕 씨는 “제주도는 그동안 중국 친화적이라는 느낌이 부족했다”며 “2017년 중국계 병원이 생기면 중국인들이 더 좋은 감정을 갖게 될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국내 거주 중국인 심리적 안정감에 도움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에 중국계 외국인 병원이 들어서면 한국에 대한 중국인들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예컨대 국내에 장기 거주하는 중국인과 관광객들에게 ‘한국은 안심할 수 있는 나라’라는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다. 이는 한국행을 망설였던 중국인 관광객과 환자들의 제주행을 결심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시에 편중된 제주도 내 의료관광객이 서귀포로 분산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다. 제주도가 이 병원을 통해서만 연간 1만 명 이상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의료계에 남아 있던 ‘한국은 의료법 규제가 심해 진출하기 어려운 나라’라는 인식도 줄어 앞으로 다른 경제자유지역의 외국병원투자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개방형 병원 중장기 마스터플랜 필요 1호 투자개방형 병원 도입이 국내 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녹지국제병원은 진료과목이 4개(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로 47병상의 소형병원에 불과하다. 더구나 한국인이 이 병원에 가면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방문객도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녹지국제병원 하나만으로는 국내 의료비가 오르고 건강보험 체계가 위협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병원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날 경우는 얘기가 달라진다. 특히 국내 대형병원들이 외국 자본과 합작 투자를 통해 대형 투자개방형 병원을 세울 경우가 문제다. 이럴 경우 국내 고급진료 수요가 커지면서, 병원들이 의료의 공공성보다는 수익 추구에 집중할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의료 체계 내에서 몇 병상까지 투자개방형 병원을 허용할 것인가에 대한 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 안전 관리 사각지대 우려 또 투자개방형 병원이 과연 우수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도 우려된다. 국내 병원들은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진료비 심사를 통해 적절한 관리감독을 받고 있다. 하지만 투자개방형 병원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를 하기 때문에 불법 줄기세포 시술과 같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의료 행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진료 적절성에 대한 관리는 중앙 정부가 아닌 제주도 소관이라 관리망이 허술한 편이다. 김건훈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서기관은 “투자개방형 병원에 대한 관리감독을 나갈 때 중앙의 심평원 인력이 동행하는 등의 보완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의사 진료 세부 허가기준 필요 의료진의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주도특별자치법에 따르면 투자개방형 병원에 근무하는 외국인 의사는 국내 의사 면허가 없어도 된다. 자격 및 경력의 제한을 받지도 않고, 관련 서류를 제주도에 제출하고 허가받기만 하면 된다. 예를 들어 전문의가 아니고, 경험이 적어도 진료가 가능하다는 것. 특히 중국에서 중의학을 전공한 한국인들도 이 병원에서 근무할 수 있다. 홍민철 한국의료수출협회 사무총장은 “중국은 의사가 귀하기 때문에, 우수한 중국 의사가 국내까지 들어와 진료를 할 가능성은 낮다”며 “질 낮은 의사를 걸러내기 위해 외국인 의사의 국내 진료 허가에 대한 세부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녹지국제병원은 최대한 한국 의사를 중용해 의료의 질을 담보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복지부 관계자는 “주 인력은 한국인 의사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중국 의사들이 국내에 들어와도 한국 의사의 보조 역할밖에 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