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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그룹 핑클 출신 배우 성유리(36·오른쪽)가 동갑내기 프로골퍼 안성현과 4년간의 열애 끝에 결혼했다. 결혼식은 외부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치렀다. 성유리의 소속사 에스엘이엔티는 16일 “4년간 진지한 만남을 이어온 성유리와 안성현이 15일 직계 가족과 가정 예배 형식으로 결혼식을 올렸다”며 “예식 비용은 전액 기부했다”고 밝혔다. 또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서로에게 집중하며 조용히 보내고 싶다는 두 사람의 뜻에 따라 결혼 소식을 미리 알리지 못했다”고 전했다. 성유리는 이날 자신의 인터넷 팬카페에 올린 손편지를 통해 “조용하게 경건하게 보내고 싶은 마음에 미리 전하지 못해서 미안하고 또 미안해요”라고 밝혔다. 성유리는 1998년 그룹 핑클로 데뷔해 연기자로 전향했다. 결혼 후에도 배우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소속사는 밝혔다. 안성현은 2005년부터 프로골퍼 생활을 했으며 골프 국가대표팀 상비군 코치로 활동 중이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연예인이라면 흔히 동행하는 스타일리스트도, 메이크업 아티스트도 없었다. 14일 혈혈단신의 몸으로 서울 마포구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DDMC)에서 만난 방송인 이상민 씨(44). 출연하는 프로그램만 7개로 지칠 만도 한데 그에게서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저는 감기에 걸리면 안 되고, 아파서도 안 되는 몸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처럼 왕성하게 일할 수 있는 모습을 유지하려고 이 악물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우여곡절을 겪은 방송인이 있을까. 1990년대 중반 대한민국 가요계를 휩쓸었던 그룹 ‘룰라’의 리더이자 샤크라 등 유명 가수들을 키워낸 스타 제작자. 하지만 2000년부터 잇따른 사업 실패로 인해 수십억 원에 이르는 빚에 시달리는 ‘채무의 아이콘’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지금은 채널A ‘풍문으로 들었쇼’, SBS ‘미운 우리 새끼’ 등에 출연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절망에서 다시 떠오르기까진 쉽지 않았을 터. 그는 자신만의 색깔을 잃지 않은 것이 재기를 이끈 힘이라고 밝혔다. “아무리 경제적으로 힘들더라도 ‘이상민 스타일’을 잃어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언젠간 다시 알아봐줄 날이 올 것이라고 확신했죠. 그러다 보니 3년 전부터 방송활동도 다시 많아졌고, 수입도 증가하니 빚도 차근차근 갚아 나가고 있습니다.” 한때 최고의 자리에 있던 그가 최근 방송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다소 애처롭기도 하다.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직접 값싼 연어 머리를 구입해 음식을 해 먹는 모습과 알뜰하게 피부 관리를 하는 모습까지. 연예인이라면 감추고 싶은 부분도 그만의 매력으로 승화한다. “닥치면 뭐든 하게 되더라고요. 시장에서 2900원을 주고 산 티셔츠를 입고 방송에 나가기도 하지만 제가 멋있다고 생각하면 누구도 값싼 물건인지 모르더라고요. 오히려 제가 어렵게 익힌 삶의 노하우를 전달해 주면서 느끼는 재미와 보람이 더 큽니다.” 그는 특히 다음 달 2일부터 새로 시작하는 채널A 예능 ‘하트시그널’에 대한 애정을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연애심리 추리’라는 독특한 형식의 예능이다. 일반인 출연자들이 서울의 한 셰어하우스에서 한 달간 머물며 마음속 애정을 확인해 가는 방식이다. 이상민을 비롯해 방송인 윤종신, 슈퍼주니어 멤버 신동, 작사가 김이나 등이 일반인 출연자들의 애정 전선을 추리하는 ‘예측자’로 출연한다. “요즘 젊은 남녀의 사랑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서 출연하게 됐어요. 사실 제 20대는 팬들의 넘치는 사랑을 받느라 오히려 연애 경험이 별로 없었거든요. 사랑이라는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를 독특하게 풀어가기 때문에 시청자분들이 좋아하실 것 같다는 느낌이 팍팍 듭니다.” 다시 전성기를 맞고 있는 그는 “지금처럼만”이라며 자신의 미래를 소망했다. “계속해서 사랑받고, 꾸준하게 활동하고 싶어요. 지금은 여의치 않지만 나중에 여건이 되면 음악 작업도 다시 하고 싶고요.”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채널A가 독특한 형식과 내용의 신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더욱 젊고 새로워진다. ‘2049세대’(20∼49세) 시청자를 겨냥한 대대적인 프로그램 개편에 나선다.○ 연애 추리·맛집 소개 신규 예능 우선 6월 2일에 방송할 예정인 ‘하트시그널’은 심리 추리 예능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프로그램이다. 청춘 남녀 6명이 서울시내의 한 셰어하우스에서 한 달간 함께 지내며 서로를 탐색하고, 마음속에 숨겨진 시그널(신호)을 통해 러브라인을 만들어간다. 청춘 남녀들의 애정 전선을 분석하고 추리하는 ‘예측자’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대세 예능인이 총출동한다. 스타 제작자이자 방송인 윤종신을 필두로 그룹 ‘룰라’ 출신의 방송인 이상민,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신동, 천재 작사가 김이나, 정신건강전문의 양재웅 등이 출연한다. 윤종신은 첫 녹화 후 “매회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전개될 것”이라고 밝혀 기대감을 높였다. 외식 전성시대를 맞아 맛집을 소개하는 신개념 먹방(먹는 방송) ‘맛있는 토요일 밥 한번 먹자’가 5월 말 첫 방송된다. ‘손님과 함께 음식 나눠먹기’ ‘스타들의 사연을 담은 음식 테이크 아웃’ 코너 등 기존 먹방과 차별화된 코너로 시청자를 찾아간다. 100만 명이 넘는 팔로어를 자랑하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통령으로 불리는 개그맨 김재우, 먹방 연예인으로 유명한 개그우먼 홍윤화와 가수 신동, 예능감과 안정된 진행 능력을 겸비한 방송인 김일중이 출연한다. ‘∼밥 한번 먹자’의 송병수 PD는 “빠르게 변화하는 외식 트렌드에 맞춰 시청자들이 원하는 외식 정보와 새로운 재미를 주는 프로그램”이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 ‘먹거리 X파일’ ‘개밥남’ 시즌2 돌입 2012년부터 6년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 온 ‘먹거리 X파일’이 ‘착한농부’(가제)로 개편돼 6월 중 처음 방송될 예정이다. 유명 요리사 이연복 강레오 씨가 진행을 맡았다. 전국의 땅과 바다에서 건강한 먹거리를 정직하게 생산하고 있는 농부와 어부들의 노력을 잔잔하게 전달할 예정이다. 이연복 요리사는 상어지느러미의 비인도적 채취 방식을 알게 된 후 자신의 중식당 메뉴에서 샥스핀을 지워 버렸다고 한다. 강레오 요리사 역시 2년 전부터 건강한 식재료를 찾아 매달 전국을 혼자 누비고 있을 정도로 건강한 식재료에 관심이 많은 요리사다. 착한농부는 올 2월 파일럿 형식으로 두 차례 소개된 바 있다. 연예인과 반려견의 소통을 관찰하는 ‘개밥 주는 남자 시즌2’는 본격 동물 예능 프로그램으로 4월 말 첫 방송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시즌1에 출연했던 방송인 주병진 씨의 반려견 웰시코기 삼둥이 ‘대, 중, 소’의 인기를 뛰어넘을 차우차우(배우 이경영), 시베리안 허스키(요리사 최현석), 아메리칸 불리(가수 강타) 등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오전 7시 이후 어린이 프로그램 2개 고정 편성 지난해 11월 이후 방송해 온 ‘채널A 뉴스특보’(매일 오전 11시 50분)와 일부 시사논평 프로그램을 폐지한다. 채널A는 뉴스 및 시사 프로그램의 편성 비중을 줄이는 한편 공정성과 객관성, 품격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예정이다. 또 현재 주중 오전 6시 40분부터 1시간 동안 방송되는 어린이 프로그램을 15일부터 20분 늦춰 오전 7시부터 편성한다. 국산 인기 애니메이션인 ‘고롤라즈’와 ‘숲속수사대 명탐정 피트’가 방송된다. 종합편성채널 가운데 오전 7시 이후 어린이 프로그램 2개를 고정 시간대에 편성하는 것은 채널A가 유일하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중국은 한족의 나라다. 중국의 역사 역시 인구의 91.5%를 차지하는 한족과 중원을 지배했던 일부 왕조를 중심으로 기록해온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한족을 제외한 55개의 소수민족이 항상 중국 역사 속에 존재해왔다. 이들의 뿌리가 어디에 있고, 누구인지 제대로 알아야 온전히 중국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메시지다. 저자는 중국 국토자원 작가협회 부주석으로 활동하는 작가다. 강단의 학자가 아닌 문인 출신답게 다양한 시와 고사성어 등을 활용한다. 대상은 흉노, 거란, 돌궐 등 오늘날 중국 국경 내에서 살았던 18개의 옛 소수민족의 역사다. 방대한 책의 분량과 중국 소수민족이 다소 낯설 수 있는 국내 독자들을 위해 150여 쪽에 이르는 주석이 이해를 돕는다. 가장 눈에 띄는 소수민족은 흉노다. 진(秦)나라 진시황(기원전 259년∼기원전 210년)은 흉노의 침입을 막기 위해 만리장성 건설을 명했고, 한(漢)나라 역시 강력한 군대를 가진 흉노의 위협에 시달렸다. 흉노를 계승한 훈족이 4세기 유럽으로 이주해 민족 대이동을 초래한 역사까지. 500년간의 역사를 한 편의 문학처럼 다룬다. 이 밖에도 오아시스 왕국을 세웠던 누란, 당(唐)나라 시기 중앙아시아 위구르 지역의 패권자로 군림했던 회골, 우리에게 익숙한 거란과 말갈 등을 소개한다. 이 책은 중국 공산당원 교육 연수코스 교재로 쓰일 정도로 중국 내에서 널리 알려진 교양도서다. 저자의 중화(中華)주의적 시선과 동북공정의 관점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의 소수민족에 대한 관점이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생후 400개월’이 넘었지만 어머니의 눈에는 여전히 마음 쓰이는 아들들이 있다. SBS 예능 ‘미운우리새끼’에 등장하는 다 큰 성인 연예인들 얘기다. 최근 이 프로그램에 합류한 방송인 이상민의 어머니는 아들이 빚을 갚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방송에 나오자 “우리 아들이 책임감이 크다”며 애잔한 말을 남겼다. 직업이 무엇이든, 버는 돈이 얼마든 간에 모자의 모습은 비슷한가 보다. 이런 공감 덕분인지 최근 육아예능이 대세임에도 이 프로그램은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어버이날을 앞둔 얼마 전 인터넷으로 진행한 전자결제가 되지 않는다는 어머니의 도움 요청을 받았다. 그날따라 피곤한 몸 때문인지 귀찮은 듯 건성으로 대답하고 말았다. 그래도 어머니는 “미세먼지가 많으니 꼭 마스크를 챙기라”고 당부했다. 아직 생후 400개월이 안 된 탓일까. 한없이 쑥스럽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좋은 술은 아니지만 사양 말고 한껏 드시게/시골로 돌아가는 동년 노생을 보내며(送同年盧生還田居序)” 고려 중기의 문인 이규보(1168∼1241)는 노 씨 성을 가진 동년(同年·함께 과거에 합격한 동기생을 가리키는 말)에게 이 같은 시를 남겼다. 우리 선조들의 아름다운 전통 중 하나는 떠나는 이에게 글을 지어 보내는 것이었다. 송서(送序) 문화는 중국 수·당 시대부터 시작해 고려 중엽 한반도로 퍼졌고, 조선시대 들어 꽃을 피웠다. 한국고전번역원은 옛 문인들의 송서를 묶은 책 ‘송서(送序), 길 떠나는 그대에게’(사진)를 펴냈다. 이번 책에는 총 48편의 송서가 담겨 있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그대에게’, ‘사신으로 나가는 그대에게’, ‘유람으로 떠나는 그대에게’ 등 주제별로 묶인 5장으로 구성됐다. 송서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당시의 시대 흐름과 선조들의 사상의 흔적을 좇을 수 있다. 고려시대 이곡이 전임 수령들이 모두 죽어 관료들이 기피했던 지역에 자원한 친구 김연을 응원한 글에선 우정과 공직자의 자세에 대한 해답을 발견할 수 있다. 정약용이 청나라로 가는 이기양에게 이용후생(利用厚生)과 관련한 선진 문물을 배워 오라고 부탁한 글에선 조선 후기 지식인들의 노력이 엿보인다. 다름을 인정하고, 교류하는 자세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성리학적 이상을 추구한 조선 사림파의 사조(師祖) 김종직이 승려 계징에게 쓴 송서에선 자신이 추구하는 학문에 대한 자신감과 다른 신념을 가진 상대를 존중하는 여유를 보게 해준다. 이 책은 고전번역원이 내놓은 고전 대중화 사업의 일환인 고전작품선집 시리즈 세 번째 편이다. 앞서 ‘잠(箴), 마음에 놓는 침’, ‘병중사색(病中思索)’을 출간한 바 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저거 연민정(이유리) 아니야?” TV를 보던 에이전트26(유원모)은 눈을 의심했다. 그도 그럴 것이, 2014년 MBC 주말극 ‘왔다! 장보리’의 악녀가 2017년 KBS2 드라마에 나올 리 없지 않은가. 아하, 그럼 그렇지. 자세히 보니 배우도 조여정(이은희 역)이다. 어라, 근데…. 왜 이렇게 닮았지. 미니시리즈 ‘완벽한 아내’(2일 종영)는 로코(로맨틱코미디) 아니었나. 알고 보니 완벽한 막드(막장드라마)인걸. 그때,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온 에이전트2(정양환). “정신 차리게, 요원26! ‘제국의 역습’이네. 막장이 또다시 마수를 뻗치기 시작했네.” 아, 그 양반. 또 ‘궁서체’네. 근데 그 말이 맞긴 하다. 잠잠하다 했더니 요즘 또 막드가 여기저기서 기승을 부린다. 도대체 한반도에 왜 이렇게 자꾸 출몰하는 걸까. 요원들은 장롱에 고이 모셔뒀던 탐지기 ‘막장 버스터’를 꺼내들었다.○ ‘막스’ ‘막사’ 하이브리드 막장의 시대 탐지기에 걸린 막드는 각양각색이었다. 대놓고 막장을 내세운 작품부터 묘한 혼종까지. 막드의 본거지인 아침·일일드라마는 예외로 치자. 지난달 15일 시작한 SBS 토요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도 예상했던 바다. 한때 ‘막장 F4’로 불렸던 김순옥 작가의 신작이니까. 그런데 ‘완벽한 아내’나 SBS ‘피고인’, MBC ‘당신은 너무합니다’ 등 장르 불문하고 막장 논란이 불거진다. ‘막스(막장 스릴러)’ ‘막사(막장 사극)’란 말도 빈번하게 쓰인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본질적으로 스토리 얼개를 무시하고 자극을 남발하는 게 ‘막장’의 생리”라며 “케이블TV 드라마가 성장하며 경쟁이 치열해지자 장르물에 막장 코드를 갖다 쓰는 풍조가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최근 경향을 보면, 처음엔 그 나름대로 ‘정상적’이었다가 뒤로 갈수록 얼토당토않은 전개가 펼쳐진다는 점도 공통분모다. ‘피고인’이나 ‘완벽한 아내’만 해도 초반엔 “웰메이드 스릴러” “색다른 취향의 로코”란 호평도 받았다. 그런데 갑자기 정의롭던 국선변호사가 검사 사무실에서 도둑질하고, 점잖던 가정주부가 ‘미저리’ 최강 사이코로 뒤바뀐다. 한 누리꾼은 “완벽한 아내는 원작이 ‘지킬과 하이드’냐”라고 비아냥거렸다. 이런 막드의 무한확장성은 어디서 오는 걸까. ‘우리는 왜 막장드라마에 열광하는가’(프로방스)를 집필한 최성락 동양미래대 교수는 전형적인 ‘한국 드라마의 제작 시스템’이 이런 혼합된 형태의 막드를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와 달리 여전히 한국에선 사전제작은커녕 대본이 완결된 상태에서 촬영에 들어가는 일도 거의 없습니다. 방송사 윗선이나 시청자 반응에 영향을 받을 여지가 너무 크죠. 잘되면 억지 연장방송, 안 되면 자극적인 에피소드 남발. 특히 막장 코드는 논란이든 뭐든 어쨌든 화제가 되니까요.”○ ‘그래도 내 인생은 나쁘지 않다’ 단지 그뿐이 아니다. 나올 때마다 비난이 봇물 터지듯 하지만, 사실 막드는 정서적으로 시청자의 취향을 묘하게 건드린다. ‘갱도의 막다른 곳’을 뜻하는 막장이 드라마와 결합된 건 대략 2000년대 초반부터. 하지만 출생의 비밀이나 복잡한 악연은 이전부터 반복된 소재다. 최 교수는 “따지고 보면 그리스신화나 한국 설화에도 막장은 줄기차게 등장했다”며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는 오이디푸스, 얽히고설킨 주몽이나 온조왕의 가계를 보면 요즘 막장 못지않다”고 설명했다. 실은 우리 DNA 자체가 막장에 반응하는 메커니즘을 지니고 있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요즘 막드의 범람은 주 시청자로 꼽히는 중년여성 책임만은 아니다. 대체로 비난하는 입장인 젊은층도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다.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작품을 거론하고 동영상클립을 공유하며 자기도 모르는 새 ‘화제성’을 올려준다. 한 드라마 제작사 PD는 “전형적인 노이즈마케팅이지만 결국 SNS 주목도가 올라가면 광고단가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경제적 압박이 심할수록 작가나 제작진으로선 그 유혹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털어놨다. 사회적인 측면도 있다. 삶이 팍팍하다 보니 정신적으로 지쳐 단순하고 자극적인 걸 더 찾는단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막장의 주요 장치인 ‘세상 어디에도 없을 악당’은 은연중에 “그래도 내 인생은 괜찮은 편이다”는 위로를 건넨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막드는 방송사 입장에선 ‘타율 좋은 타자’이고 시청자에겐 맛 좋은 ‘불량식품’”이라며 “큰 모험을 하지 않는 선에서 안정된 수익구조를 창출하는 ‘서로 합의된’ 코드인 셈”이라고 진단했다. (다음 회에 계속) 정양환 ray@donga.com·유원모 기자}

“사람들이 꿈꾸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 드라마 작가의 매력 아닐까요.” 최수현 씨(41·여)는 7년째 드라마 데뷔를 준비하고 있는 작가 지망생이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기도 했었지만 둘째를 낳은 이후부턴 작가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25년 전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를 지금도 다시 볼 정도로 잊을 수가 없어요. 시간이 흘러도 찾아보는 대하드라마 작가가 될 겁니다.” 서울 마포구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DDMC)에 위치한 ‘오펜’센터. 지난달 27일 이곳에서 데뷔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3인의 드라마 작가 지망생을 만났다. 오펜센터는 CJ E&M과 CJ문화재단이 드라마와 영화 작가를 꿈꾸는 지망생들을 위해 지난달 18일부터 마련한 창작 지원 공간. 약 1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온 35명의 예비 작가를 위한 집필과 강의 공간이 365일 운영된다. 우수 작품 10편은 올해 하반기 tvN에서 단막극으로 방송된다. 이 같은 지원 공간은 드라마 작가 지망생들에게 ‘파격’으로 받아들여진다. 드라마 작가의 지원·데뷔 기회가 거의 없다시피 한 한국 콘텐츠 업계의 현실 때문이다. 드라마 작가 데뷔 통로는 대표적으로 지상파 방송사에서 1년에 한 번 진행하는 드라마 극본 공모전이다. 공모전이 열리면 2만∼2만5000편의 작품이 출품된다. 하지만 지상파 3사를 통틀어 1년에 10편 내외의 대본만이 당선의 영광을 거머쥐는 것이 현실. 작가 지망생들 사이에서 ‘드라마 고시’로 불리는 이유다. 이마저도 신인 작가가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단막극 분야는 KBS 한 곳에서만 진행한다. MBC는 2014년부터 단막 드라마 전용 프로그램인 ‘드라마 페스티벌’을 폐지하고, 미니시리즈 공모만 진행하고 있다. 건축자재 사무실에서 일하며 작가 데뷔를 준비하는 최지훈 씨(31)는 “공모전에 당선되더라도 실제 드라마로 데뷔하는 경우는 1년에 3, 4명 정도”라며 “워낙 문이 좁기 때문에 준비 과정에서 포기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스타 작가의 보조 작가로 활동하며 꿈을 키우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체계적인 교육이나 안정적인 시스템이 부재해 실제 작가로 데뷔한 경우는 극소수다.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인 컬럼비아대 공대를 졸업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작가를 꿈꾸고 있는 최성욱 씨(33)는 “미국이나 캐나다에선 팀으로 작가진이 운영되고, 작가에서 PD로 전향하는 경우도 많아 비교적 작가 데뷔 기회가 넓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이들이 드라마 작가를 꿈꾸는 이유는 뭘까. 이들은 한목소리로 “드라마의 원천은 작가의 힘”이라고 말했다. “작가를 하면 굶어죽기 십상이라고 하는데, ‘이야기’가 너무 재밌어서 멈출 수 없어요. 삶의 활력소를 만드는 작가가 될 겁니다.”(최지훈 씨) “대학에 가고, 취업을 한 것도 정말 원해서 한 꿈은 아니었어요. 정말 원하는 일인 만큼 제대로 노력해야죠.”(최성욱 씨) “초등학생 애들이 마감시간 때면 내게 빈둥대지 말고, 일하라고 재촉해요. 애들에게 멋진 엄마가 될 겁니다.”(최수현 씨)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아버지 어머니께 ◇시를 잊은 그대에게/정재찬 지음/휴머니스트·2015년백일장 앞두고 가족 모두 모여 시와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던 시간이 어느새 추억이 됐습니다. 어렸을 때보다 작아 보이는 아버지 어머니 모습을 뵐 때면 그 허전함을 무엇으로 채워드려야 할지 고민이 늘어납니다. ‘한 편의 시로부터 삶의 위로와 힘을 얻는다’고들 합니다. 시(詩)라는 새 가족을 맞이해보심은 어떨지요. 자주 접해 친숙할 시 46편에 저자의 해박하면서도 공감 가는 해설이 더해져 편안함을 안겨주는 책입니다. “시를 찾고, 노래를 하며, 누가 뭐래도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을 떠올려 보라”는 저자의 외침에선 더욱 부모님이 생각나네요. 워킹맘인 나에게◇타임 푸어/브리짓 슐트 지음/더퀘스트·2015년“왜 이렇게 챙길 일이 많고, 늘 해야 할 일에 쫓기는 걸까?”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까지. 이번 달 내내 잇따른 행사를 치르다 보면 이런 말이 입에서 절로 나올 거야. 엄마, 아내로서의 삶은 하루에 한 시간도 마음 편히 쉴 틈이 없는 게 현실이더라. 그래도 휴일에 잠시 짬을 내 이 책을 다시 읽어보길 권해. 퓰리처상을 수상한 유능한 기자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저자가 ‘일하는 여성들은 왜 이렇게 시간이 부족한지’ 예리한 시각으로 짚어나간 책이지. 전문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꼭 내 모습 같은 저자의 ‘워킹맘 좌충우돌기’도 함께 담겨 있어. 처음 읽었을 때, 정말 가슴을 치면서 후련하게 공감했잖아. 아내에게 ◇어른 없는 사회/우치다 타츠루 지음/민들레·2016년돌이켜보면 어린 시절 동네에서는 어디에서 누구와 놀아도 동네 어른들의 시선을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동네’라는 게 행정구역 이상의 의미가 없는 지금은 도시에서 어린아이 혼자 나가 놀라고 하기가 영 부담스럽네요. 이 책의 부제는 ‘사회수선론자가 말하는 각자도생 시대의 생존법’이에요. 성장을 대가로 전통적 공동체의 미덕을 희생시킨 사회, 모두가 소비의 주체가 돼 버린 사회는 성장 신화가 붕괴한 시대에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가 주제죠. 결국 “어른이 필요하다”고 하네요. 내가 버린 게 아니라도 발아래 떨어진 유리조각을 먼저 줍는 사람이, 어른인 거겠죠. 역사학도를 꿈꾸는 첫째에게 ◇하버드 중국사 남북조/마크에드워드루이스지음/너머북스·2016년아들아. 나는 네가 사료(史料)만 추종하는 역사학자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가끔 아비는 역사책을 읽을 때 이른바 ‘사료 비판’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단다. 승자의 기록답게 사료엔 팩트 왜곡이 포함되기 일쑤지. 이것을 구별하려면 사료에 매몰되지 않고 거시적인 주변 연구를 통해 역사적 맥락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측면에서 아비가 최근 읽은 이 책은 퍽 흥미로웠다. 저자는 단순히 역사뿐 아니라 도교, 불교 사상사와 시(詩) 부(賦) 등의 고대 문학, 가족 제도까지 포함한 다양한 시각으로 남북조시대를 조망하고 있어. 이 책의 독특한 접근 방식을 네가 배웠으면 한다. 어머니께 ◇마음의 소리 레전드 100/조석 지음/위즈덤하우스·2016년며칠 전 저녁식사 자리에서 못난 마음에 “좋은 날이 올까요?” 여쭙는 제게 말씀하셨죠. “늘 오늘뿐이다. 오늘을 살아갈 수 있으면 감사한 일이다.”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제가 가까운 이들에게 기쁨과 도움은커녕 슬픔과 어려움만 더하는 사람임을 뒤늦게 돌아보고 있습니다. 또 꾸짖음을 듣겠지만 어머니께 어떤 자식일지, 생각하기도 두렵습니다. 왁자지껄 웃는 사람들이 부러울 때가 많습니다. 저 어릴 때 만화책만 본다고 야단하시던 어머니께 그래서 이 책을 드립니다. 잠시라도 시름 잊고 가볍게 웃으시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요. 조금이라도 웃겨드려야, 아버지께도 덜 혼날 듯하고요.유원모 기자·장선희 기자·조종엽 기자·김상운 기자·손택균 기자}

도시의 상징 중엔 특정 건축물과 관련된 것이 많다. 파리의 개선문, 베이징의 쯔진청(紫禁城), 서울의 광화문처럼 말이다. 건축의 매력이자 특징은 이처럼 개인적인 공간뿐만 아니라 도시와 사회의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는 점이다. 이른바 건축의 사회성이다. 이 책은 건축이 역사를 어떻게 표현하고, 기억해 내는지에 대해 주목한다. 저자는 이탈리아에서 도시와 건축 등을 공부하고 2014년 한국으로 돌아온 건축가다. 책은 2015년 저자가 시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사회적 고통과 기억의 공간: 아픔의 건축과 도시 읽기’ 강좌 내용을 바탕으로 풀어냈다. 건축에 대한 전문 지식이 풍부하게 제시돼 있지만 그보다는 일반 시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진 자료와 역사적 맥락 해설이 주를 이룬다. 각 장마다 강좌에서 다뤄졌던 토론 내용도 함께 있다. 책은 작은 것에서 큰 것으로 뻗어 나가고, 의미가 확장되도록 설계됐다. 공간에서 건축으로, 건물에서 도시로 전개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한국 현대 건축의 아이콘 김수근이 설계한 ‘남영동 대공분실’이다. 고문을 은폐하기 위해 설치한 소형 창문과 비명 소리만 울려 퍼지도록 고안된 벽면, 그리고 심리적 고통을 배가시키는 김수근 특유의 나선형 계단까지. 저자는 한국 현대 건축물에서 가장 악랄한 공간으로 표현하며 건축가의 윤리성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건축가를 넘어 우리 사회에서 잊히고 있는 건축물들을 조명하며 한국 사회의 ‘망각성’에 대한 논의가 책의 중후반을 차지한다. 주한 일본대사관 앞 길거리에 서 있는 평화의 소녀상은 철거 위협에 늘 시달리고 있고, 서울 마포구의 한 가정집을 개조한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은 찾기 힘든 위치와 협소한 공간 등으로 시민들의 기억 속에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반면 독일 베를린 시내 한가운데 위치한 ‘유럽의 학살된 유대인을 위한 기념비’는 세계적인 명소다. 아픈 역사를 잊지 않고, 이를 시민의 삶 속에 녹여들게 했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공감과 기억이라는 키워드로 건축을 풀어낸 저자의 통찰이, 매일 보는 건축에 대해 새로운 시선을 독자에게 선물해줄 듯하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배우 이동건(오른쪽)과 조윤희가 부부가 됐다. 이동건의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는 2일 “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을 인연으로 사랑을 키워 온 이동건, 조윤희 씨가 결혼으로 그 결실을 맺게 됐다”며 “이와 함께 결혼을 준비하던 과정에서 귀한 생명이 찾아왔다”고 조윤희의 임신 소식을 함께 전했다. 이어 “두 사람은 먼저 혼인신고를 해 서류상으로 법적 부부가 된 상태로, 결혼식은 5월 말 방송을 시작하는 KBS2 드라마 ‘7일의 왕비’를 마친 후 치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노숙하는 분들이 신문을 덮고 자는 경우가 많던데 신문 종이가 따뜻해서 그런가요?”(코미디언 박지선) “신문용지 자체가 두껍기보단 저렴한 가격에 쉽게 구할 수 있으니 다른 종이들보다 친숙하게 느껴지기 때문이겠죠.”(기자) 지난달 26일 EBS 라디오 ‘사물의 재발견’(월∼토 오후 2시) 녹음 현장에서 있었던 대화다. 매일 기사를 쓰는 기자에게도 이날만큼은 신문이 다르게 보였다. 익숙하지 않은 질문엔 허를 찔리기도 했다. “돌돌 말린 신문에 맞을 땐 꽤 아프던데, 왜 그럴까요?”라는 질문에는 식은땀이 났다. 정신을 차리고,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신문의 다양한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1920년대 동아일보에는 한 담배회사의 티저 광고(예고 광고)가 있었어요. 과거 신문을 읽다 보면 드라마처럼 타임슬립(시간여행)의 재미를 느낄 수 있죠.”(기자) 이 프로그램은 매일 한 가지 사물에 대해 새로운 가치를 찾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주제는 신문이었다. 이날 녹음된 방송은 29일 전파를 탔다.‘사물…’은 3월부터 방송을 시작했다. 요일별로 시인, 가수, 셰프 등 다양한 패널들이 출연해왔다. 보사노바 뮤지션 나희경이 출연하는 화요일에는 ‘사물의 음표’라는 코너가 진행돼 음악으로 사물의 가치를 조명한다. 목요일 방송되는 ‘사물의 부엌’에선 박준우 셰프가 음식에 얽힌 에피소드 등을 풀어낸다. 오은 시인과 장재열 청춘상담소 대표, 코미디언 박영진 씨 등 개성 강한 출연진도 함께한다. 다소 딱딱할 수 있는 분위기는 KBS 개그콘서트 등에 출연 중인 박지선의 진행으로 금세 풀어진다. 박지선은 “진행자 혼자 프로그램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여러 전문가가 출연해 다양한 관점을 소개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매력”이라며 “청취자들에게 같은 사물도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정보를 매일 하나씩 제공하자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정윤범 EBS PD는 “전문성과 정보를 무기로 한 팟캐스트가 인기를 끌면서 경쟁력 있는 새로운 형식의 라디오 프로그램이 필요해졌다”며 “시간이 지나도 다시 찾아 들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정보가 많은 라디오 프로그램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1~3일로 예정됐던 미국 유명 팝가수 리처드 막스(54·사진)의 한국 방문 일정이 취소됐다. 공연 주최사인 코리아아트컴퍼니는 “6월 내한공연 홍보를 위해 5월 1~3일 방문 예정이었던 리처드 막스의 한국 방문이 취소됐다”고 30일 밝혔다. 이 회사는 또 “막스의 미국 소속사가 한반도 정세 불안과 군사적 긴장감으로 인해 내한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라며 “막스 역시 이번 방문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해왔고, 한국 팬들을 만나고 싶었기에 아쉬워했다. 이른 시일 안에 다시 방문하겠다는 말을 전해왔다”고 덧붙였다. 6월 계획된 그의 내한공연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공연 주최 측은 밝혔다. 막스는 6월 2일 인천 남동체육관, 3일 서울 연세대학교 노천극장, 4일 부산 벡스코에서 내한공연을 열 계획이다. 그의 내한공연은 1995년과 지난해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막스는 지난해 12월 대한항공 기내에서 난동을 부리는 승객을 제압하는 데 힘을 보태고 항공사의 미숙한 대처를 질타하는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2014년 개봉한 영화 ‘인터스텔라’에는 주인공이 서랍같이 생긴 우주 건너편의 공간에서 지구의 시공간으로 넘어오는 장면이 나온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수백만, 수천만 개의 우주가 존재한다는 점을 표현한 것이다. 영화 속 상상만이 아니다. 빅뱅이론과 팽창이론 등 우주는 하나가 아니라 헤아릴 수 없이 많다는 것이 우주론 학계에서 점점 대두되고 있다. 이 책은 우주에 관한 이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수학에서 찾았다. 저자 맥스 테그마크는 스웨덴 출신 물리학자이자 우주론 학자인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다. 대학교수답게 질문과 대답 식으로 책을 구성했다. 어떻게 공간이 무한하지 않을 수 있을까? 우리 우주는 어디로 팽창하는가? 등 16가지에 대한 답변을 13개 장에 나눠 답변한다. 책은 대중 과학서라기보다 우주 전문가의 과학 자서전에 가깝다. 저자는 우주가 4단계(레벨)의 다중우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을 책 전반에 걸쳐 풀어간다. 우리의 우주 같은 평행우주가 모인 1단계부터 급팽창이론을 바탕으로 생겨나 인류가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2단계 우주. 그리고 수학적 가설에 의해 세워진 4단계 우주까지. 양자역학, 상대성이론, 팽창이론 등 다양한 물리천문학 이론이 동원된다. 기본적으로 물리학과 수학 등에 관한 배경지식이 많이 나와 다소 어렵게 느낄 독자를 위해 각 장에 ‘요점 정리’를 덧붙이고 있다. 책 중간마다 다양한 사진과 그림, 각 종교의 우주관 등이 함께 소개돼 딱딱한 과학이론을 편하게 소화하도록 돕는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24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작가 조승연 씨(36)는 책을 보고 있었다. 프랑스 작가 미셸 우엘베크의 소설 ‘어느 섬의 가능성’ 원서였다. 그는 디스토피아적인 미래 사회를 다루고 있는 이 소설의 배경과 함께 유럽 학계에서 활발하게 논의되는 현대문명의 위기 논쟁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프랑스 대선판의 변화 등 기존의 가치관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서구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유럽에선 새로운 가치관을 정립하는 철학 등 인문학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어요. 우리나라 역시 머지않아 인문학의 시대가 도래할 겁니다.” 50만 권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공부기술’ 등 20여 권의 책을 집필한 작가이자 tvN ‘어쩌다 어른’과 MBC ‘마이리틀 텔레비전’ 등을 통해 해박한 인문학 지식을 전달해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으로 잘 알려진 방송인 조 씨. 7개 국어를 구사해 ‘언어천재’로도 불리는 그는 미국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지에서 유학하면서 각국 언어를 배우고 역사 문헌을 찾아보면서 독일어와 라틴어, 중국어를 익혔다고 했다. 조 씨의 해외 유학 경력에 대해 ‘금수저’가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그는 대학 시절 집안 사정이 어려워 학업을 중단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뉴욕에서 대학 다닐 때 학비를 벌기 위해 ‘공부기술’을 썼어요. 친구 삼촌의 가게에서 일하며 밤에 자지 않고 쓴 책입니다. 중학교 시절 수학 50점에 불과했던 제가 미국 뉴욕대에 입학하게 되기까지 성적이 상승한 공부법을 담았어요. 이 책이 생각지도 못한 대박을 쳤습니다.” 그는 갑작스러운 ‘대박’이 오히려 독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인세가 어마어마하게 들어왔지만 흥청망청 썼습니다. 곧 신기루처럼 사라졌어요. 남은 돈으론 혼자 뉴욕의 단칸방에서 책을 읽는 것밖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어요.” 그때 읽은 많은 책들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역사와 철학 등 다양한 인문학에 능통해 ‘세계 문화 전문가’로 불리는 그는 “책의 힘 덕분”이라고 했다. “책을 읽을 때마다 시력이 좋아지는 새로운 안경을 쓰는 느낌이에요. 통념을 뒤집거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책들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가 방송에서 보여주는 다양한 지식의 배경이다. 인스턴트 인문학이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그는 “그게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통 철학을 연구하는 분들보단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어요. 하지만 과거 철학자의 딱딱한 말을 그대로 옮기는 대신 당시 시대 상황과 문화에 대한 정보를 덧붙여 전달하면 사람들이 편하게 이해할 수 있고 쉽게 공감합니다.” 그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읽고, 쓰고, 말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금처럼 재밌게 문화생활을 즐기며 살고 싶습니다. 욕심이 있다면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 등 다양한 국가의 청년들과 함께 대화하고 강연하고 싶어요.”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남자가 여자를 본다고 ‘시선 강간’이라고 하는 것은 모든 남자를 잠재적인 성범죄자로 보는 것.”(정영진 시사평론가) “노출 의상을 입은 여성은 쳐다봐도 된다는 건가.”(은하선 작가) 방송 내내 불꽃 튀는 설전이 이어진다. 주제는 우리 사회의 성(性)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지난달 27일부터 ‘젠더 토크쇼’라는 타이틀로 방송을 시작한 EBS의 ‘까칠남녀’다. ‘교육방송이니 주제나 형식에서 한계가 있지 않을까?’라는 의구심은 기우다. 그동안 지상파 TV 등에서 공개적으로 다루지 않은 주제를 전면에서 다룬다. 첫 회 주제는 ‘공주도 털이 있다’는 제목으로 여성들의 털을 터부시하는 우리 사회의 암묵적인 분위기를 지적했다. 이후 ‘피임’, ‘졸혼’(결혼 졸업), ‘김치녀’(남성에게 의존하는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 ‘시선 폭력’ 등 다소 민감한 이슈들이 소개됐다. 제작진은 앞으로 데이트 폭력이나 성소수자 문제 등 더 과감한 주제 역시 다루겠다고 밝혔다. 기 센 패널들의 사이다 발언도 방송을 보는 재미다. 페미니스트 작가 은하선, 에로 영화 감독으로 유명한 봉만대, 단국대 의대 서민 교수, 방송인 서유리와 MC 박미선 등이 고정 출연한다. 페미니스트 작가 등이 포진된 여성 출연자들에 비해 남성 출연자들의 성 문제에 관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다. 그 대신 남성 출연자 중 서민 교수가 과학적인 근거 등을 소개해 남녀 간 전문성 차이를 만회한다. 그동안 성 문제는 남녀 간에 핏대를 세우며 싸우는 주제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던져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5개 만점)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불기 2561년 부처님오신날(5월 3일)을 앞두고 25일 불교계와 이웃 종교 지도자들이 봉축과 축하 메시지를 발표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은 이날 봉축 법어에서 “(부처님오신날은) 무명(無明)의 사바세계에 지혜의 광명으로 부처님께서 강탄(降誕)하신 인류 정신 문화의 날이며 환희가 충만한 날”이라며 “(부처님은) 고통의 바다에 빠진 중생을 위해 대자대비(大慈大悲)의 연민으로 참나 선언과 참된 생명 본연을 만유 법계에 천명하셨다”고 말했다. 또 “큰 지혜와 공덕을 누리고자 할진대, 일상생활 속에서 오매불망 간절히 ‘부모에게 나기 전에 어떤 것이 참나인가?’ 하고 의심하고 의심할지어다”라고 당부했다.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도 봉축사에서 “모든 존재가 본래 자유롭고 평등한 불성(佛性)의 소유자이며, 모두가 존귀하고 스스로 온전하여 소중한 존재”라며 “시비분별을 멈추면 본래부터 완전한 자성이 모습을 드러내고, 자성이 청정한 줄 알게 되면 순간순간 대하는 온 중생을 부처로서 마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불교천태종 종정 도용 스님은 ‘오늘은 참 좋은 날’이라는 제목의 봉축 법어에서 “자비로운 마음으로 나와 이웃을 인도하여 청정한 불국토를 실현하는 그 자리에 부처님은 오신다”고 밝혔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은 “부처님의 자비가 온 누리에 충만하시기를 기원한다”는 축하 메시지를 밝혔다. 염 추기경은 이 메시지에서 “우리나라는 요즘 안팎에서 많은 혼란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때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가치는 부처님의 자비 정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DDMC) 채널A ‘개밥 주는 남자(개밥남) 시즌2’ 녹화장. 출연진과 제작진이 분주하게 촬영 준비를 하던 중 중국 황실에서 키우던 강아지로 알려진 차우차우 2마리가 녹화장 한쪽에 마련된 반려견용 배변 패드로 향했다. 시원하게 일을 마무리한 이들을 본 배우 이경영(57)은 “오늘따라 우리 애들이 소화가 엄청 잘되는 것 같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이경영이 데뷔 후 처음으로 예능에 출연한다. 29일 오후 9시 반 첫 방송 예정인 채널A ‘개밥남 시즌2’를 통해서다. 독특한 점은 반려견 및 동료 배우들과 함께한다는 것. 같은 소속사인 피움엔터테인먼트 동료 배우 김원해 박철민 이근희 고수희 등과 함께 ‘반려견 공동 육아’에 도전한다. 녹화장에서 이경영과 영화 ‘타짜’ ‘미쓰 와이프’ 등에서 명품 조연을 의미하는 ‘신 스틸러’로 불렸던 배우 고수희(41)를 만났다. 이경영은 영화 ‘내부자들’ ‘제보자’ ‘더 테러 라이브’ 등 그동안 출연한 작품에서 고개를 설레설레 젓게 될 정도로 지독한 악역 등 개성이 강한 연기를 펼쳐 왔다. 배우로서 산전수전 다 겪었지만 처음 시도한 예능은 “쉬운 도전은 아니었다”는 게 그의 소감이다. “온 방에 카메라가 설치돼 일거수일투족이 다 드러났다. 카메라가 돌아가면 본능적으로 연기를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첫 촬영부터 너무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셀프카메라로 제작진에게 추가 영상을 보내고 상의하면서 재밌게 예능 방식에 적응해 가고 있다.” ‘충무로의 다작 배우’는 그의 별명 중 하나다. 다양한 작품 활동을 펼쳐온 그의 연기 세계를 보여주는 말이다. 바쁜 스케줄 탓에 반려견과 함께할 시간이 부족하진 않을까. “반려견 공동 육아라는 독특한 포맷에 끌린 이유다. 동료 배우들과 함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화 방을 만들어 ‘활짝이’와 ‘피움이’가 밥은 어떻게 먹는지, 산책을 얼마나 했는지 등 세세한 내용을 공유한다. 그 덕분에 동료 배우들과 마음속 깊은 얘기를 나눌 기회가 많아진 것도 큰 선물이다.” 공동 육아 멤버의 홍일점인 고수희는 이들 중 유일하게 반려견을 실제로 키우고 있다. 4년째 푸들과 비숑프리제의 ‘엄마’로 지내고 있는 그의 경험이 방송 촬영에서도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반려견을 키우려면 부모로서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걱정이 큰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은 다른 배우들도 조금씩 부모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며 “사실 반려견을 돌보는 것보다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을 돌보는 게 더 힘들다”며 웃었다. 촬영 현장에서는 ‘활짝이’ ‘피움이’가 생후 4개월밖에 되지 않은 강아지이기 때문에 해프닝도 적지 않았다는 게 제작진의 귀띔이다. 이 과정에서 ‘개통령’으로 알려진 강아지 조련사 강형욱 보듬컴퍼니 대표의 도움이 컸다는 후문이다. 강 대표는 개밥남에서 출연 배우들의 반려견 양육 과정을 돕는 멘토 역할로 출연한다. 고수희는 “넓은 공간에서 서서히 친하게 하라는 조언과 밥 먹는 과정에서 싸움이 나지 않게 사료를 따로 주라는 팁까지 개통령의 도움을 크게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영은 개밥남을 통해 자신에게 찾아온 다양한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생각이다. “혼자 살 때만 하더라도 원래 말이 없었다. 그런데 ‘아이’들과 함께 살다 보니 늘 말하고 싶고, 수다쟁이가 되는 것 같다. 삶의 새로운 재미가 된 반려견과 함께하는 모습을 기대해 주길 바란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익숙한 듯 낯설었다. 전통 도자기 형태에 옻칠과 나전이라는 파격적인 디자인이 합쳐졌다. 4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트리엔날레 전시장에서 선보인 도예가 이헌정 씨의 도자기가 그랬다. 이 씨는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와 영국의 유명 건축가 노먼 포스터 등이 그의 작품을 수집할 정도로 해외에서 인기가 높은 작가다. 그는 “공예나 도자기하면 언뜻 어렵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직관적으로 쉽게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작품을 고민했다”며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한국 도자를 쉽고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다양한 도자를 준비했다”라고 말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국내 도자 분야 대표 작가 16명의 작품 100여 점이 9일까지 6일간 ‘한국공예의 법고창신 2017: 한국도자의 정중동(靜中動)’이란 주제로 열린 한국공예전을 통해 선보였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이 주관한 이 행사는 올해로 5회째를 맞았다. 하지만 이전과는 달리 올해부턴 한 가지 주제만 소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해당 영역의 ’마에스트로‘를 집중 조명해 한국의 공예 문화를 심도 깊게 알린다는 점에서 ‘밀라노 한국공예전 2.0’의 첫 번째 전시회였다. 내년에는 목, 칠, 나전 등의 작품, 2019년에는 섬유와 금속 관련 공예 작품이 선보일 예정이다. 유럽 현지에서 피어나는 ‘공예 한류’ 현장을 들여다봤다. 한국 미(美)의 정수 정중동 이번 공예전의 특징은 전통 공예의 상징 도자의 다양한 매력을 조명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도자는 작품의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중국이나 일본 등에 비해 해외에서 덜 알려진 것이 사실이다. 작품 전시를 총괄한 조혜영 예술감독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서 볼 수 없는 분청사기와 옹기 등을 전시해 한국 도자의 숨은 매력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라며 “정적인 백자부터 화려한 기술의 집약체인 청자까지 우리나라 전통 문화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줄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크게 마에스트로 16명의 작품을 ‘정(靜), 중(中), 동(動)’이라는 세 가지 전시 공간에 맞춰 재구성했다. ‘정(靜)’은 전통적인 제작 기법을 계승하는 작가들이 만든 청자와 백자 작품들이 주로 배치됐다. ‘동(動)’에는 현대적인 표현 방식으로 재해석된 작품들을 전시해 대비되는 느낌을 줬다. 두 공간을 연결하는 공간인 ‘중(中)’은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진 옹기 작품들을 배치해 둘 사이의 긴장감을 해소하고, 균형과 조화를 이끌어냈다. 실제 전시장에 들어가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오향종 작가의 옹기(항아리)였다. 항아리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그리고 왕가부터 서민까지 모두에게 사랑 받아온 우리나라의 대표 도자다. 오 작가는 “음식을 담아내고, 이삿짐을 옮기기도 하는 등 일상에서 항상 애용된다는 점에서 옹기는 우리의 정서를 가장 잘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모두 담고 있는 옹기야말로 우리의 문화를 가장 잘 알릴 수 있는 도자”라고 말했다. 한국 전통 문화 기술의 현대적 계승을 보여준 작품도 여럿 있었다. 특히 ‘이중 투각’기법으로 유명한 대한민국 청자 명장 김세용 명장의 청자에 대한 이탈리아 현지의 관심은 뜨거웠다. 이중 투각은 한 번 구운 도자기 위에 다시 화려한 무늬의 도자기를 덧씌우는 방식을 뜻한다. 화려한 예술성을 자랑하지만 0.1mm라도 어긋나면 균열이 생기는 등 까다로운 방식으로 정평이 나 있다. 김 명장은 “고려시대에 멈춘 청자가 아니라 2017년을 살아가는 우리 세대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21세기형 청자를 연구해 왔다. 도자라고 해서 전통의 답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을 끊임없이 연구해야만 계속해서 사랑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지 호평 얻고, 공예 한류 가능성 커져 이탈리아 현지에서도 한국 공예전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올해 밀라노 트리엔날레에는 6일간 총 18만 명이 방문할 만큼 성공적이었다. 안드레아 칸첼라토 트리엔날레 디자인박물관장은 한국공예전 개막식에 참석해 “이탈리아 특유의 장인 문화와 한국의 장인 문화가 함께하는 놀라운 자리”라며 “한국과 이탈리아를 잇는 새로운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전문가들은 한국 도자기가 유럽에서 작품뿐 아니라 실생활에서도 인기를 끌 수 있는 가능성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로사나 구이다 이탈리아 브레라대 교수(공예평론가)는 “한국의 도자는 물과 불이라는 가장 원초적인 재료를 가지고, 뛰어난 작품성을 보여주고 있어 대륙을 초월하는 예술적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며 “단지 예술적인 부분뿐 아니라 실생활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그릇 등은 이탈리아에서도 시민들이 매우 유용하게 평가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한국 도자 공예의 산업적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점이다. 올해 전시회부턴 유럽 현지 바이어들을 초대해 현지 수출 가능성을 타진하는 자리도 가졌다. 전시회 기간 54곳의 유럽 현지 바이어들이 한국 공예 작품에 대한 구입 문의가 이어졌다. 이번 전시회를 주관한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앞으로 공예 산업을 한류의 새로운 콘텐츠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최봉현 원장은 “올해부터 시행될 예정인 공예산업기본계획 등을 토대로 앞으로 공예가 단지 예술작품이 아닌 한류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할 것”이라며 “이번 밀라노 한국 공예전의 대성공은 그 첫 발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밀라노=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전쟁의 역사는 ‘전쟁 범죄’와 궤를 같이한다. 2400여 년 전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앞두고, 당시로서는 충격적인 전쟁 범죄가 벌어졌다. 스파르타가 아테네 영토의 올리브 나무를 베어버린 것. 열매를 맺기까지 10년 이상 걸리는 올리브 나무를 자른다는 것은 생활 터전을 파괴시킨다는 뜻이었다. 이 같은 전쟁 범죄는 아테네와 스파르타 몰락의 한 원인이 됐다는 주장도 있다. 2017년 4월, 양상은 다르지만 세계는 충격적인 전쟁 범죄에 경악했다. 4일 시리아 정부군이 치명적인 독가스로 알려진 사린가스를 투하해 어린이 포함 87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전쟁에도 규칙이 있다’는 정형화된 틀로는 인류와 함께해 온 전쟁의 본질을 바라볼 수 없다는 게 이 책의 논지다. 저자는 독일 훔볼트대 정치학 교수로 독일 내에서 전쟁 문제에 관해 ‘움직이는 1인 싱크탱크’로 불리는 전쟁 전문가다. 이 책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전쟁이었던 1, 2차 세계대전부터 이슬람국가(IS), 시리아 내전, 크림 반도 사태 등 현재에도 진행 중인 갈등까지 인류가 겪은 전쟁과 그 피해 양상을 꼼꼼하게 복기했다. 단지 기록의 나열이 아니라 전쟁과 관련한 문학 작품 등 다양한 자료를 함께 곁들여 읽는 맛을 더한다. 저자가 꼽는 현대 전쟁의 가장 큰 규칙 변화는 ‘영웅’의 몰락이다. 2차 세계대전까지만 하더라도 국가주의에 사로잡힌 독일의 나치와 공산주의 체제 신봉에 국민을 부속품처럼 여긴 옛 소련처럼 영웅화된 국가가 주류를 이뤘다. ‘전쟁을 불사하는’ 국가가 지배했던 이 시기까지 한 국가를 파멸시킬 정도의 국가 간 전쟁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반면 20세기 중후반부턴 성숙한 시민권, 지나치게 비중이 커져버린 산업자본 등의 영향으로 영웅 문화가 사라졌다. 전쟁의 양상도 달라졌다. 6·25전쟁과 베트남전쟁처럼 체제 대립의 성격을 띤 일부 전쟁을 제외하곤 국가들이 정면으로 부딪치는 전통적인 전면전이 사라진 것. 전쟁을 하는 게 ‘남는 장사’가 아니라고 판단한 국가들의 당연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영웅주의가 여전히 남아 있는 사회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신의 이름으로 성전(聖戰)을 벌인다는 IS, 부족주의 전통이 남아 있는 아프리카 등처럼 말이다. 정상국가에 비해 전력에서 약세인 이들이 택한 방식은 테러다. 선전포고나 외교적 수단도 필요 없다. 서구 민주주의의 상징인 영국 국회의사당이나 미국 자본주의의 자신감이던 세계무역센터를 대상으로 끔찍한 테러가 일어난 이유라고 말한다. “전쟁은 카멜레온처럼 환경에 따라 적응한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과거와 같이 국가 단위로 맞붙는 대규모 전쟁은 사라질 수도 있다. 그러나 민간 군사회사에 의해 자행되는 민영화된 전쟁, 테러와 대규모 화학무기가 사용되는 전쟁 폭력의 비대칭화, 그리고 군인이 아닌 민간인의 피해가 늘어나는 전쟁의 탈군사화 등 현대 전쟁은 더 교묘해진 형태로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예측이다. 그래서 전쟁을 막겠다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늘 새로운 형태의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문한다. 세계 유일의 휴전 국가인 우리나라는 전쟁에 늘 민감할 수밖에 없다. 전쟁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던져주는 이 책이 튼튼한 안보를 꿈꾸는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