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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지난해 12월 19일 오후 9시 50분경 동대문구 전농동 골목길에서 지체장애인 A 씨(55)를 갤로퍼 승합차로 밟고 넘어간 뒤 달아나 숨지게 한 운전자 이모 씨(58)에 대해 30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이 입수한 사고지점 인근 차량의 블랙박스에는 이 씨 차량이 길에 누워 있던 A 씨를 타고 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이 씨는 사고 직후 차에서 내려 A 씨의 상태와 얼굴까지 확인하고도 차를 몰고 달아났다. A 씨는 이 사고로 늑골이 골절되고 장기가 파열되는 중상을 입은 채 순찰하던 경찰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이 씨는 사고 발생 13시간 만에 붙잡혔지만 경찰 조사에서 “아내가 사고를 냈다”며 줄곧 범행을 부인해왔다. 하지만 이 씨는 이어진 경찰 조사에서 “당시 소주 한두 병을 마셨다. 사고를 내고 보니 너무 무서워서 도망쳤다”고 진술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지난달 19일 오후 9시50분경 동대문구 전농동 골목길에서 지체장애인 A 씨(55)를 갤로퍼 승합차로 밟고 넘어간 뒤 도주해 숨지게 한 운전자 이모 씨(58)에 대해 30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이 입수한 사고지점 인근 차량의 블랙박스에는 이 씨가 길에 누워 있던 A 씨를 타고 넘은 뒤 차에서 내려 A 씨의 상태와 얼굴까지 확인하고도 차를 빠르게 몰고 그대로 달아나는 장면이 담겨 있다. A 씨는 이 사고로 늑골이 골절되고 장기가 파열되는 중상을 입은 채 사고 발생 10분 뒤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이 씨는 사고 발생 13시간 만에 붙잡혔지만 경찰 조사에서 “부인이 사고를 냈다”며 줄곧 범행을 부인해왔다. 하지만 이 씨는 이어진 경찰 조사에서 “당시 소주 1, 2병을 마셨다. 사고를 내고보니 너무 무서워서 도망쳤다”고 진술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어머니를 살해하고 도주한 혐의로 검거된 탈영병 강모 일병(22)의 수첩에서 자신의 범행을 시인하는 내용의 글이 발견됐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28일 0시 5분경 강남역 지하상가 벤치에 있던 강 일병을 헌병대가 검거했다고 밝혔다. 인근 편의점에서 체크카드로 음료수 등을 구입하다 덜미가 잡혔다. 조사 결과 강 일병 수첩에는 자신이 어머니를 살해했다는 것을 암시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또 강 일병은 군 당국의 조사 과정에서 “어머니의 죽음을 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첩에는 자살을 암시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는데 강 일병은 도주 중 한 차례 자살을 기도했다가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 화천의 모 포병부대 소속인 강 일병은 휴가 마지막 날인 22일 오후 7시경 서울 도봉구 방학동 어머니 이모 씨(54) 집에 불을 지르고 달아났다. 숨진 채 발견된 이 씨는 부검 결과 둔기에 맞아 두개골이 골절되면서 사망한 것으로 확인돼 경찰이 강 일병을 용의자로 보고 추적해왔다. 강 일병은 소속 부대에서 A급 관심 사병으로 판정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기준을 강화하는 ‘세림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이 29일부터 시행된다. 2013년 3월 충북 청주에서 김세림 양(당시 3세)이 통학버스에 치여 숨진 지 675일 만에 이룬 결실이다. 동아일보는 2013년 2월 7세 어린이가 태권도장 통학차량에 옷이 끼여 끌려가다 숨진 사고와 한 달 뒤 김 양의 사고를 계기로 어린이 통학차량의 안전을 강화하는 세림이법의 입법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본보의 연이은 보도는 국회의원들이 관련 내용을 담은 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이 개정안이 2013년 12월 31일 본회의를 통과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세림이법이 시행됨에 따라 어린이 통학차량(9인승 이상 버스·승합차)은 반드시 관할 경찰서에 신고해야 한다. 시행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신고를 하지 않으면 과태료 30만 원이 부과된다. 또 운전자 외에 성인 보호자 한 명이 동승해 어린이의 승하차 안전을 확인해야 한다. 보호자 동승 규정은 학원, 체육시설 등의 15인승 이하 차량에 한해서 2년간 유예된다. 운전자는 승차한 어린이가 안전띠를 맸는지 확인한 뒤 출발해야 한다. 세림이법은 어린이들의 통학 풍경을 바꿔 놓고 있다. 어린이집, 유치원의 어린이 통학차량은 대부분 보호 표지와 표시등 등 안전장치를 설치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27, 28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양천구 목동, 노원구 중계동 학원가를 찾아가 보니 2년 전과는 분명 다른 모습이었다. 이날 취재팀이 확인한 65대 통학차량 중 51대(78.5%)가 어린이 보호 차량을 뜻하는 노란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일부 도색이 안 돼 있는 차량도 조만간 도색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어린이 보호 차량’이라고 쓰인 보호 표지도 대부분 달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세림이법의 시행으로 어린이 통학차량의 안전 문제가 많이 개선됐다고 입을 모았다. 박천수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세림이법이 본격 시행되기 전부터 이미 신고제도 및 안전교육 등이 강화되면서 어린이 통학차량의 안전 문제가 크게 개선됐다”며 “어린이 통학차량 사고는 대폭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찰에 신고된 어린이 통학차량 수도 크게 늘었다. 2013년 5만5885대였던 어린이 통학차량 신고대수는 2014년 6만7121대로 20.1%나 증가했다. 특히 1484대에 불과했던 학원 소속 어린이 보호 차량은 같은 기간 1484대에서 2240대로 50% 넘게 늘었다. 그동안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학원 및 체육시설의 차량들이 대거 정부의 안전관리 대상으로 들어온 것이다. ▼ 학원車 3분의2 안전띠 안해… 계도 필요 ▼세림이法 29일 시행… 통학풍경 바꾸다유동배 경찰청 교통안전계장은 “어린이 통학차량에 대한 관리감독을 꾸준히 강화해 세림이법이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어린이시설 관계자와 학부모들도 세림이법 시행에 따른 기대감을 나타냈다. 학원 통학차량을 운전하는 김모 씨(47)는 “세림이법이 통과되고 안전에 대한 학부모 관심이 높아져 학원에서도 아이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학원버스 운전기사들 사이에서도 먼저 반성하고 조심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안정희 씨(35)는 “아이 혼자 학원에 보내 걱정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보조교사가 통학차량에 함께 타는 학원이 많아 안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과제도 적지 않다. 제도는 갖췄지만 아직 세림이법을 제대로 모르거나 알면서도 시행을 미루는 곳이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특히 영세한 학원과 체육시설은 사각지대로 남아있다. 한 태권도장 관장은 “세림이법 내용은 알지만 작은 도장을 운영하면서 차량을 개조하고 보호자까지 동승시키기에는 경제적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학원가 3개 지역의 학원 차량 중 3분의 2 이상 차량에 탄 어린이들이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았다. 경찰은 교육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지난해부터 현장점검단을 운영하고 있으며 앞으로 신고기간인 6개월 동안 관련 시설에 대한 홍보 및 계도활동을 대폭 늘릴 예정이다. 일부 어린이 통학차량 운전자의 안전불감증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날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에선 모 학원 차량이 인도에서 1m 이상 떨어진 차도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원생 2명을 내려주기도 했다. 발판이 높아 두 발로 뛰어내렸는데 안전발판도, 보조교사도 없었다. 허억 가천대 도시계획학과 교수(어린이안전학교 대표)는 “세림이법을 통해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 규정이 많이 강화됐지만 어린이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학부모와 일반 운전자의 노력도 필요하다”며 “아이가 스스로 안전의식을 키우고 사고 위험을 줄이도록 평소 안전교육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권오혁 hyuk@donga.com·김재형 기자}
“형님 요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얼굴이 확 피셨네~” 지난해 11월17일 서울 강북구 덕릉로 한신대 사거리를 지나던 김모 씨(74)는 자신에게 반갑게 인사말을 건넨 신모 씨(69)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신 씨가 누군지 도통 기억이 나질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 씨가 하도 살갑게 대하자 김 씨는 잊고 지내던 후배라 확신하고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덕담을 주고받던 중 신 씨는 김 씨를 골목으로 부른 뒤 큰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솔깃한 말을 했다. ‘내기장기’를 두면 무조건 이길 수 있으니 투자하라는 것이었다. 신 씨는 이 자리에서 모 인삼조합장 노모 씨(71)를 소개시키며 김 씨를 안심시켰다. 사실 신 씨는 김 씨와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김 씨에게 소개시킨 노 씨도 신 씨가 사기를 위해 끌어들인 공범이었다. 꼬임에 넘어간 김 씨는 곧장 근처 은행에서 5200만 원을 인출해 신 씨에게 건넸다. 퇴직금과 용돈을 아껴 마련한 노후자금이었다. 신 씨는 돈을 받자 마자 김 씨를 근처 커피자판기로 유인한 뒤 미리 준비한 차를 타고 노 씨와 함께 달아났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할아버지를 상대로 이 같은 방식으로 돈을 훔친 혐의로 신 씨와 노 씨 등 세 명을 구속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관계자는 “김 씨는 자신 또래의 사람들이 아는 척을 해 전혀 의심을 하지 않았다”며 “노인들이 ‘내기 장기’ 같은 사기에 당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 씨 등은 경마와 도박으로 돈을 날리고 수중에는 500여만 원만 남았다고 한다.김재형기자 monami@donga.com}

16일 경기 성남시에서는 끼어들기를 하다 시비가 붙어 가스총을 꺼내든 운전자가 경찰에 체포됐다. “분명히 방향지시등을 켜고 들어갔는데 경적을 길게 울려 화가 났다”는 게 가스총을 꺼낸 운전자의 주장이다. 반면 피해 운전자는 “방향지시등도 켜지 않고 차선을 끼어들어왔다”고 맞서고 있다. 조금이라도 빨리 가려는 습성이 있는 한국에선 차로를 이리저리 바꾸는 운전이 아직도 일상적이다. ‘나도 빨리 가야지’라는 생각은 정상적으로 방향지시등을 켜고 차로를 바꾸려는 차량에도 경적 소음을 퍼부으며 양보하지 않는 행태를 낳기도 한다. 이런 행태는 다시 운전자가 ‘아예 방향지시등을 켜지 말고 확 끼어들어야지’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 방향지시등을 제대로 쓰지 않아 발생하는 교통사고는 전체의 3분의 1이 넘는 수준이다. 교통사고를 줄이고 상대방의 분노를 일으키지 않는 첫 단추, 바로 방향지시등이다.○ “깜빡이 켜고 하나 둘 셋!”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좌·우회전, U턴, 차로 변경을 할 때는 해당 지점에 이르기 30m(고속도로는 100m) 전부터 방향을 바꿀 때까지 방향지시등을 켜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운전자는 1∼2초간 방향지시등을 켜는 데 그친다. 아예 켜지 않는 운전자도 수두룩하다. 전문가들은 ‘3초의 여유’를 강조했다. 설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방향지시등을 켜면 그 차량이 어디로 가려는지 쉽게 알 수 있어 사고 위험을 크게 줄인다”며 “3초만 여유 있게 운전하면 차로 변경 차량이나 양보 차량 모두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향을 바꾸려는 운전자는 지시등을 켜고 3초 뒤 진입을 시작하고 양보 차량은 지시등을 보면 3초 내에 속도를 줄여 앞차를 끼워주자는 말이다. 운전자가 전방의 교통 상황을 보고 브레이크 페달에 발을 올려놓는 데 걸리는 시간은 0.75∼1초, 여기에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 차가 속도를 줄일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2초 이상으로 본다. 영국 스웨덴 등 교통선진국은 기본적인 교통안전 수칙으로 3초 안에 앞차에 닿기 어려울 만큼 충분한 거리를 유지하도록 하는 ‘3초 거리 룰’을 강조하고 있다. 차로 변경 시에는 운전자가 고개를 돌려 사각지대를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한다. 자동차 사이드미러나 룸미러로 잘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방향지시등과 함께 빠르게 고개를 돌려 확인하는 운전습관이 중요하다.○ 배려와 안전의 시작 전문가 지적처럼 방향지시등은 다른 운전자를 위한 배려의 신호다. 운전자는 다른 운전자나 보행자가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방향지시등을 작동해야 한다.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진로를 변경한 운전자에게는 범칙금 3만 원(승용차)이 부과된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진로 변경, 좌·우회전, U턴, 앞지르기 등 방향지시등이 쓰이는 상황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비율은 2013년 전체 교통사고 21만5354건의 33.3%인 7만1615건에 달했다. 이 중 방향지시등을 아예 켜지 않거나 제대로 사용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가 상당수다. 박영수 경찰청 교통기획계장은 “방향전환이나 진로변경 때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으면 주변 차량이 신속히 반응하기 어려워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고 말했다. 실제 도로에서 운전자들의 방향지시등 점등 실태는 어떨까. 본보 취재팀이 16∼18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교차로, 중구 시청 앞 교차로, 용산구 한강대교 북단교차로 등 3곳을 관찰한 결과 절반 이상의 운전자(57.7%)가 방향지시등을 제대로 켜지 않았다. 교통안전공단이 발표한 지난해 방향지시등 점등률(64.9%)보다 낮았다. 취재진이 1시간 동안 관찰한 결과 좌·우회전을 한 차량 122대 중 방향지시등을 켠 차량은 18대(14.8%)에 불과했다. 도로 위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취재팀이 직접 자동차를 몰고 1시간 동안 서울 도심 약 20km를 주행하는데 기자 앞에 끼어든 차량 32대 중 방향지시등을 제대로 켠 차량은 4대에 불과했다. 나머지 28대 중 끼어들기와 동시에 방향지시등을 형식적으로 2, 3회 켠 차량이 20대, 아예 켜지 않은 차량이 8대였다. 이날 동행한 임채홍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운전자들 간에 방향지시등을 통한 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지시등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고 배려해주려는 생각 없이 그저 ‘요식행위’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지시등 안켜고 불쑥 끼어들어 등골 오싹” ▼日서 15년 무사고 베테랑, 한국서 운전대 잡아보니… “‘이러다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고사까지 지냈어요.” 한국에서 사케(일본술)를 판매하는 구마가이 겐(熊谷謙·41·사진) 씨는 아침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운전대를 잡는다. 과속은 기본이고 불쑥 끼어드는 차량 때문에 출근길마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 최근 6개월 동안 연이어 여섯 번이나 교통사고를 당해 주변 친구들의 추천으로 고사까지 지냈다. 이제는 난폭 운전하는 한국 운전자들을 만날 때마다 저승사자를 본 것처럼 등골이 오싹해진다. 그는 15년 동안 일본에서 무사고 운전을 한 베테랑 운전사였다. 틈틈이 자동차를 직접 손보며 드라이브하는 것을 즐기는 애호가이기도 하다. 이런 그가 가장 질색하는 한국 운전자들의 운전 습관 중 하나가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채 차로를 변경하는 것이다. 구마가이 씨는 지난해 10월 한국 운전자가 방향지시등을 켜는 것에 얼마나 인색한지 제대로 경험했다. 그는 “술을 마신 뒤 대리운전기사를 불렀는데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채 차로를 변경하다 사고가 났다”며 “나는 술을 마신 상태였고 큰 사고도 아니어서 계속 운전을 시켰는데 이후에도 방향지시등을 한 번도 켜지 않는 것을 보고 질려버렸다”고 말했다. 적어도 2, 3초간 방향지시등을 켠 뒤 조심스럽게 차로를 변경하는 일본의 교통문화와 상반된 모습이라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방향지시등을 켰을 때 뒤에서 양보해주지 않는 운전자들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구마가이 씨는 “방향지시등을 켜면 당연히 속도를 낮춰야 하는데 자리를 내주지 않으려고 오히려 속도를 높이는 운전자가 많다”며 “아무도 양보해주지 않으니 차로 변경을 하려는 차가 무리하게 앞지르기를 하는 등 공격적인 운전을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구마가이 씨가 반겼던 한국의 교통문화도 있다. 운전자들이 비상등으로 감사나 양해의 뜻을 전하는 ‘비상등 매너’가 그것이다. 구마가이 씨는 “일본에서도 비슷한 상황에서 비상등으로 감사 표시를 한다”며 “한국에서는 일본보다 사용 빈도도 높고 손까지 흔들어 주는 운전자가 많아 삭막한 도로 위에서 그나마 정감을 나눌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과속방지턱의 힘! 사고건수-사망자 40% 뚝 ▼서울 강북구 수유동 광산교차로에서는 해마다 30여 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2012년 차량 회전 때 방향을 안내해주는 유도선과 과속방지턱 등이 설치된 뒤 사고가 40%가량 감소했다. 시설물을 설치하거나 고치는 작은 노력이 안전 운전으로 이어진 셈이다. 국민안전처와 교통안전공단은 ‘2012년 교통사고 잦은 곳 개선 사업’을 전국 294곳에서 실시한 결과 사고와 사망자가 대폭 감소했다고 26일 밝혔다. 2011년 해당 지역의 교통사고는 2871건, 사망자는 43명이었지만 개선 이후 사고는 40.1% 감소한 1721건, 사망자는 39.5% 감소한 26명이었다. 방기성 안전처 안전정책실장은 “교통사고 잦은 곳을 꾸준히 파악해 시설물을 개선하고 안전띠 착용 생활화 등 교통문화 개선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gooddriver@donga.com 독자 여러분 의견을 받습니다 권오혁 hyuk@donga.com·김재형·황인찬 기자 공동기획: 국민안전처·국토교통부·경찰청·교통안전공단·손해보험협회·도로교통공단·한국교통연구원·한국도로공사·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tbs교통방송}
“‘이러다 죽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고사까지 지냈어요.” 한국에서 사케(일본술)를 판매하는 쿠마가이 켄(熊谷謙) 씨(41)는 아침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운전대를 잡는다. 과속은 기본이고 불쑥 끼어드는 차량 때문에 출근길마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 최근 6개월 동안 연이어 6번 교통사고를 당해 주변 친구들의 추천으로 고사까지 지냈다. 이제는 난폭운전 하는 한국 운전자들을 만날 때마다 저승사자를 본 것처럼 등골이 오싹해진다. 그는 15년 동안 일본에서 무사고 운전을 한 베테랑운전사였다. 틈틈이 자동차를 직접 손보며 드라이브 하는 것을 즐기던 애호가이기도 하다. 이런 그가 가장 질색하는 한국 운전자들의 운전 습관 중 하나가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채 차로변경을 하는 것이다. 쿠마가이 씨는 지난해 10월 한국 운전자가 방향지시등 켜는 것에 얼마나 인색한 지 제대로 경험했다. 그는 “술을 마신 뒤 대리운전기사를 불렀는데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채 차로변경을 하다 사고가 났다”며 “나는 술을 마신 상태였고 큰 사고도 아니어서 계속 운전을 시켰는데 이후에도 방향지시등을 한번도 켜지 않는 것을 보고 질려버렸다”라고 말했다. 적어도 2~3초간 방향지시등을 켠 뒤 조심스럽게 차로변경을 하는 일본의 교통문화와 상반된 모습이라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방향지시등을 켰을 때 뒤에서 양보해주지 않는 운전자들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쿠마가이 씨는 “방향지시등을 켜면 당연히 속도를 낮춰야 하는데 자리를 내주지 않으려 오히려 속도를 높이는 운전자가 많다”며 “아무도 양보해주지 않으니 차로변경을 하려는 차가 무리하게 앞지르기를 하는 등 공격적인 운전을 할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쿠마가이 씨가 반겼던 한국의 교통문화도 있다. 운전자들이 비상등으로 감사나 양해의 뜻을 전하는 ‘비상등 매너’가 그 주인공이다. 쿠마가이 씨는 “일본에서도 비슷한 상황에서 비상등으로 감사 표현을 한다”라며 “한국에서는 일본보다 사용 빈도도 높고 손까지 흔들어 주는 운전자가 많아 삭막한 도로 위에서 그나마 정감을 나눌 수 있다”고 설명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16일 경기 성남시에선 끼어들기 하다 시비가 붙어 가스총을 꺼내든 운전자가 경찰에 체포됐다. “분명히 방향지시등을 켜고 들어갔는데 경적을 길게 울려 화가 났다”는 게 가스총을 꺼낸 운전자의 주장이다.반면 피해 운전자는 “방향지시등도 켜지 않고 차선을 끼어들어왔다”고 맞서는 중이다. 조금이라도 빨리 가려는 습성이 있는 한국에선 차로를 이리저리 바꾸는 운전이 아직도 일상적이다. ‘나도 빨리 가야지’라는 생각은 정상적으로 방향지시등을 켜고 차로를 바꾸려는 차량에게도 경적 소음을 퍼부으며 양보하지 않는 행태를 낳기도 한다. 이런 행태는 다시 운전자가 ‘아예 방향지시등 켜지말고 확 끼어들어야지’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 방향지시등을 제대로 쓰지 않아 발생하는 교통사고는 전체의 3분의 1이 넘는 수준이다. 교통사고를 줄이고 상대방의 분노를 일으키지 않는 첫단추, 바로 방향지시등이다.● “깜빡이 켜고 하나 둘 셋!”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좌·우회전, U턴, 차로변경 할 때는 해당 지점에 이르기 30m(고속도로는 100m) 전부터 방향을 바꿀 때까지 방향지시등을 켜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대부분 운전자들은 1~2초 잠깐 방향지시등을 켜는 데 그친다. 아예 켜지 않는 운전자도 수두룩하다. 전문가들은 ‘3초의 여유’를 강조했다. 설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방향지시등을 켜면 그 차량이 어디로 가려는지 쉽게 알 수 있어 사고 위험을 크게 줄인다”며 “3초만 여유있게 운전하면 차로 변경 차량이나 양보차량 모두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향을 바꾸려는 운전자는 지시등을 켜고 3초 뒤에 진입을 시작하고 양보차량은 지시등을 보면 3초 내에 속도를 줄여 앞차를 끼워주자는 말이다. 운전자가 전방의 교통 상황을 보고 브레이크 페달에 발을 올려놓는데 걸리는 시간은 0.75~1초, 여기에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 차가 속도를 줄일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2초 이상으로 본다. 영국·스웨덴 등 교통선진국은 기본적인 교통안전 수칙으로 3초 안에 앞차에 닿기 어려울 만큼 충분한 거리를 유지하도록 하는 ‘3초 거리 룰’을 강조하고 있다. 차로 변경 시에는 운전자가 고개를 돌려 사각지대를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한다. 자동차 사이드미러나 룸미러로 잘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방향지시등과 함께 빠르게 고개를 돌려 확인하는 운전습관이 중요하다. ‘도로는 남과 함께 사용하는 공적공간’이란 인식도 필요하다. 안주석 국회교통안전포럼 사무처장은 “일부 운전자는 도로가 자신만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운전자에게 양보하지 않는다”며 “방향지시등 켜기 등을 습관화화면서 남과 함께 안전하게 주행하자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려와 안전의 시작 전문가 지적처럼 방향지시등은 다른 운전자를 위한 배려의 신호다. 운전자는 다른 운전자나 보행자가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방향지시등을 작동해야 한다.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진로를 변경한 운전자에게는 범칙금 3만 원(승용차)이 부과된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진로변경, 좌·우회전, U턴, 앞지르기 등 방향지시등이 쓰이는 상황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비율은 2013년 전체 교통사고 21만5354건의 33.3%인 7만1615건에 달했다. 이 중 방향지시등을 아예 켜지 않거나 제대로 사용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가 상당수다. 박영수 경찰청 교통기획계장은 “방향전환이나 진로변경 때 지시등을 켜지 않아 나는 사고가 실제 상당히 많다”며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으면 주변 차량이 신속히 반응하기 어려워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고 말했다. 실제 도로에서 운전자들의 방향지시등 점등 실태는 어떨까. 본보 취재팀이 16~18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교차로·중구 시청 앞 교차로·용산구 한강대교 북단교차로 등 3곳을 관찰한 결과 절반 이상의 운전자(57.7%)가 방향지시등을 제대로 켜지 않았다. 교통안전공단이 발표한 지난해 방향지시등 점등률(64.9%)보다도 낮았다. 재래시장과 기차역이 위치해 서울 시내 상습정체 구간으로 손꼽히는 청량리역 사거리의 방향지시등 점등률은 특히 저조했다. 취재진이 1시간 동안 관찰한 결과 좌·우회전을 한 차량 122대 중 방향지시등을 켠 차량은 18대(14.8%)에 불과했다. 도로 위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취재팀이 직접 자동차를 몰고 1시간 동안 서울도심 약 20km를 주행하는데 기자의 앞에 끼어든 32대 차량 중 방향지시등을 제대로 켠 차량은 4대에 불과했다. 나머지 28대 중 끼어들기와 동시에 방향지시등을 형식적으로 2~3회 켠 차량이 20대, 아예 켜지 않은 차량이 8대였다. 이날 동행한 임채홍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운전자들 간에 방향지시등을 통한 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지시등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고 배려해주려는 생각없이 그저 ‘요식행위’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김재형기자 monami@donga.com}
총무원장 퇴진을 둘러싼 태고종 내분이 커지고 있다. 태고종 총무원 측은 24일 총무원장인 도산스님 명의의 기자회견문을 통해 “23일 오후 5시 비상대책위원회 승려 10여 명이 망치 등 흉기를 들고 종로구 총무원 사무실에 불법 난입해 본인(도산스님)을 포함해 종무원 등을 폭행하고 총무원을 점거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전에 이런 폭력과 폭거를 막지 못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총무원 측은 “이는 명백한 불법이자 폭거”라며 “평화적으로 수습해 종단화합과 통일을 꾀하고 이번 사태를 일으킨 주동 세력을 발본색원해 종헌 종법에 따라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총무원 관계자는 “도산스님은 집단폭행으로 거동이 불편한 상태”라고 말했다. 반면 비대위 측은 ‘종단사태에 대한 성명서’를 내고 “승가의 일원으로 오늘의 사태까지 벌어지게 된데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면서 “그러나 도산(스님) 집행부를 방치한다면 불교계 전체의 큰 암덩어리로 남을 수밖에 없기에 총무원사 진입을 결행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김재형기자 monami@donga.com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화재 출동 중입니다. 모두 좌우측으로 비켜 주십시오!” 13일 오전 9시 38분 서울 종로구 신영동 삼거리.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다급한 확성기 방송이 도로에 울려 퍼졌다. 신호에 걸려 앞에 늘어선 자동차들은 꼼짝하지 않았다. 편도 4차로의 넓은 도로였지만 소방차 앞 차량 운전자들은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움직이지 않았다. 이미 화재 신고 접수 이후 5분이 지났다. 불이 난 곳은 서울 종로구의 한 교회. 소방차 13대와 구급차 2대 등 총 15대의 앞길이 막혔다. 출동하던 종로소방서 소방관들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구조대 차량 운전을 맡은 이주원 소방교(38)는 “소방차 앞을 막고 있는 차만 줄어도 출동시간을 훨씬 줄일 수 있을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일부 차량은 차로를 바꿔 양보해 주기는커녕 소방차 앞에서 맹렬히 속도를 내며 달렸다. 소방차가 길을 헤집고 달리자 바로 뒤에 따라오며 ‘속도’를 즐기는 차량까지 있었다. 진짜 난관은 골목길에서 시작됐다. 골목길에 들어서자마자 벤츠 BMW 등 고급 차량이 불법 주차돼 있었다. 폭이 5m가 채 되지 않는 좁은 골목길에서 소방차 행렬은 불법주차 차량을 만날 때마다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종로소방서에서 출동해 6.8km 떨어진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11분. 화재 초기 진압의 ‘골든타임’인 5분은 그렇게 훌쩍 지나가고 말았다. ○ 소방차 오면 일단 오른쪽 차로로 본보 취재진이 화재 현장에 출동하는 종로소방서 소방대원들과 동행해 본 결과 상당수 자동차 운전자는 소방차 등 긴급자동차가 출동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 우왕좌왕하거나 오히려 소방차 앞을 달리며 속도를 높이는 경우도 많았다. 긴급차량 출동 때 운전자가 해야 할 행동은 간단하다. 뒤에 소방차 등이 긴급 업무를 위해 사이렌을 켜고 따라오면 도로의 우측 차로로 피해 일시 정지하면 된다. 도로교통법에도 규정되어 있는 내용이지만 국내 도로에서는 좀처럼 실현되지 않고 있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과거에 비해 긴급자동차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진 편이긴 하지만 아직도 소방차가 올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피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주행 중인 도로에 따라 양보 요령에도 차이가 있다. 만약 편도 1차로나 일방통행로에서 운전하다가 소방차가 따라붙으면 무조건 최대한 우측 가장자리로 이동해 일시 정지해야 한다. 편도 2차로에서는 소방차 등 긴급차량이 통상 1차로로 이동하기 때문에 일반 운전자는 2차로로 붙어서 양보하면 된다. 편도 3차로 이상인 도로에서는 소방차의 좌우로 차로 변경을 하면 된다. 긴급자동차를 위해 양보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앙선 침범이나 신호 위반 등 교통법규 위반을 하거나 사고 위험에 노출될 정도로 무리해선 안 된다. 불가피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양보를 하지 않았다면 처벌받지 않는다. ○ 좁은 골목길 불법 주·정차 차량도 문제 전문가들은 화재 진압의 ‘골든타임’이 화재 발생 후 5분 이내라고 말한다. 통상 불이 난 이후 5분이 지나면 화재의 확산 속도 및 피해 면적이 급격히 늘어난다. 지난해 전국 소방서의 현장 도착 결과를 분석해 보면 ‘출동시간 5분’을 지킨 경우는 60.9%에 불과했다. 의정부가 속한 경기 북부지역의 ‘5분 준수율’은 36.7%에 그쳤다. 소방당국이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 및 단속 활동도 펼치고 있지만 아직 효과는 크지 않다. 국내에서 긴급자동차에 길을 양보하지 않으면 운전자에게 20만 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2012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서울에서는 4만∼6만 원 수준으로 부과하는 데다 그나마 이 명목의 과태료가 부과된 건수는 44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의미다. 소방차나 구급차의 진로를 막는 불법 주정차 역시 마찬가지로 처벌 대상이다. 현행법상 △소화전 등 소화용수시설 5m 이내 △황색 주차금지선 △좁은 골목이나 길모퉁이 △아파트 내 소방차 전용주차구역 등에는 주정차를 할 수 없다. 해외에서는 엄격한 단속으로 소방차의 진로를 확보하고 있다. 미국은 긴급자동차에 진로를 양보하지 않은 운전자에게 주(州)에 따라 50∼200달러의 벌금을 내게 하거나 최대 15일 구류에 처한다. 김상옥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일반 운전자들이 긴급자동차가 출동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은 만큼 대국민 교육을 해야 한다”며 “상습적으로 적발되는 운전자는 지금보다 가중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길비켜주다 신호 어겨도 과태료… 이의제기 통해 사실확인땐 구제 ▼긴급차 양보 Q&A그저 빨리 달린다는 이유로 견인차가 긴급자동차에 포함된다고 잘못 알고 있는 운전자도 적지 않다. 복잡한 도로에서 긴급자동차가 뒤에서 달려오면 어떻게 비켜줘야 할지 정확히 알아야 다른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줄 수 있다. Q. 경광등 단 견인차는 긴급자동차? A. 그렇지 않다. 견인차를 긴급자동차로 착각하는 운전자가 많다. 긴급자동차와 유사하게 꾸미거나 경광등(사이렌)을 달아놓은 경우가 많아서다. 도로교통법상 견인차는 긴급자동차에 해당하지 않아 다른 차량처럼 신호와 속도 등 규정을 지켜야 한다. 현실적으론 경찰이 제대로 단속하지 않는 데다 워낙 난폭하게 달리기 때문에 견인차를 보면 피하는 게 상책이다. 법적인 긴급자동차는 소방차, 구급차, 혈액 공급차, 경찰차, 군대수송차, 수사기관차량 등이다. Q. 긴급자동차에 양보하다가 신호를 위반했다면? A. 모든 자동차는 긴급자동차에 진로를 양보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 긴급자동차는 교통법규를 위반해도 특례 조항에 따라 처벌되지 않지만 양보해준 일반자동차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양보한다면서 일부러 신호를 위반하거나 무리한 끼어들기를 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분명하게 긴급자동차에 양보하다 법규를 위반했다면 차량 운전자가 이의를 제기해 그 사실이 확인되면 과태료 부과는 무효가 된다. Q. 출동 중인 긴급자동차와 부딪치면 누구 과실? A. 교통 선진국과 차이가 큰 대목이다. 주요 교통선진국에선 긴급자동차에 잘못을 묻지 않는다. 그래서 선진국 긴급자동차는 한국 긴급자동차보다 훨씬 거칠게 질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제대로 양보해주었는데도 피해를 입었다면 국가가 피해 차량 운전자에게 손실을 보상해주긴 한다. 하지만 국내에선 신호를 무시하고 교차로를 지나가던 긴급자동차가 사고를 내면 고스란히 긴급자동차에 책임을 물린다. 전문가들은 이런 규정부터 선진국 수준으로 고쳐야 긴급자동차에 양보하는 운전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한다.gooddriver@donga.com 독자 여러분 의견을 받습니다권오혁 hyuk@donga.com·김재형 기자공동기획 : 국민안전처 국토교통부 경찰청 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한국도로공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tbs교통방송}
130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의정부 아파트 화재 피해 주민들은 어떤 절차에 따라 어느 정도 보상을 받게 될까. ‘화재로 인한 재해보상과 보험가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건물주가 의무적으로 건물 전체에 화재보험에 가입해야 할 경우는 아파트는 16층 이상, 일반건물(도시형 생활주택)은 11층 이상일 때다. 화재가 난 세 건물은 모두 아파트로 지정돼 의무가입 대상은 아니다. 처음 불이 난 대봉그린아파트는 의무가입 대상이 아니지만 건물주가 가재도구나 가전제품 피해까지 보상받을 수 있는 37억 원 상당의 화재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뜨는마을아파트 역시 56억 원의 화재보험에 가입했지만 대부분 훼손된 건물을 복구하는 데 필요한 보상금만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드림타운아파트는 건물주의 보험가입 기간이 만료돼 입주자들이 개별적으로 화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보상을 받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따로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발화 원인이 된 대봉그린아파트 건물주로부터 받게 될 5억 원 안팎의 대물보상금으로 전체 입주자들이 나눠 가져야 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의정부=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경기 의정부 아파트 화재 때 1층에서 난 불이 빠르게 고층으로 번진 것은 외벽을 ‘드라이비트(dryvit)’ 공법으로 시공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건물 외벽에 우레탄폼이나 스티로폼을 바른 뒤 시멘트 모르타르 등을 발라 마무리하는 공법이다. 돌로 외벽을 공사할 때보다 비용이 50% 이상 저렴하고 공사 기간도 절반 정도 단축돼 건축주가 선호한다. 실제 숙박시설이나 웨딩홀 원룸 등 주거용보다 눈에 띄게 하려는 건물에 많이 쓰인다. 2010년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도 가로 3m, 세로 6m 외벽에 이 공법으로 외장재를 시공해 벽 안쪽에 불을 붙여보니 불과 1분 30초 만에 외벽으로 옮아 붙었다. 이어 4분 만에 불은 외벽을 집어삼켜 화염이 6m까지 치솟으며 검은 유독가스를 내뿜었다. 이번 의정부 화재와 판박이였다. 신현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은 12일 “불이 잘 붙어 맹독성 가스가 배출되며 화재 시엔 먼지가 대량 발생해 연기를 마시게 되면 폐에 손상을 가져올 수 있는 위험한 자재”라고 지적했다. 국민안전처는 의정부 화재 직후 화재에 취약한 외장재 사용을 규제하겠다고 나섰다. 국민안전처는 12일 국회 안전행정위 긴급 현안보고에 앞서 의정부 아파트 화재 후속 대책으로 건물 외부 마감재 사용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외벽에 단열재 시공 시 건축물 높이나 용도에 관계없이 불이 잘 붙지 않는 재료 사용을 의무화한다는 것. 현행법상 고층건물과 상업지역 내 다중이용업소, 공장을 제외하면 불연재 사용 의무화 규정은 없다. 한편 화재 원인 수사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으로 구성된 합동수사본부는 사고 발생 초기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토대로 주민 김모 씨(53)가 아파트 1층 주차장에 세워둔 4륜 오토바이 안장에서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파악했을 뿐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오토바이 잔해에서 전기배선이 과열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지만 훼손 정도가 심해 정확한 감식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 수사본부는 오토바이 소유자 김 씨도 큰 부상을 당했으며 직접 불을 붙이는 장면이 없다는 점으로 미뤄 방화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이건혁 gun@donga.com·박성민 / 의정부=김재형 기자}
국민안전처가 지난해 11월 출범 이후 겪은 첫 대형 재난인 경기 의정부 아파트 화재에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안전처를 ‘재난 대응의 컨트롤타워’로 평가했지만 첫 ‘실전’인 이번 사고에서는 지난해 4월 세월호 침몰 때와 마찬가지로 대응 기관별 혼선이 여전했다. 국민안전처는 화재 발생 직후인 10일 오전 10시 40분경 중앙긴급구조통제단을 꾸렸다. 화재 진압 및 정확한 사고 조사를 위해서였다. 하지만 국민안전처의 역할은 거기까지였다. 통제단은 화재 이틀이 지난 12일까지 경찰, 의정부시 등 재난 대응 유관기관과 대책회의조차 열지 않았다. 세월호 사고 당시 기관마다 피해자 수가 엇갈려 여론의 질타를 받은 ‘엉터리 집계’는 이번 사고에서도 바뀌지 않았다. 11일 오전 11시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가 배포한 화재 발생 보고서를 보면 처음 불이 난 대봉그린아파트는 총 95가구, 불이 번진 드림타운아파트와 해뜨는마을은 각각 95가구와 74가구로 돼 있다. 하지만 의정부시 자료에 따르면 각각 92가구, 93가구, 70가구다. 북부소방재난본부는 “(자료를) 의정부시에서 받았다”고 말했다가 “소방서는 진화만 담당하는 곳”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본보 취재 결과 해당 보고는 현장 소방관들이 자체적으로 파악한 숫자로 작성됐다. 재난 대응에 나선 기관끼리 사고 수습의 기본인 피해 규모도 공유하지 않은 것이다. 사실을 정확하게 알리기보다는 책임질 일이 생기지나 않을까 몸을 사리는 모습도 여전했다. ‘소방차 출동 시 불법 주차 때문에 초기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의정부소방서 관계자는 “현장에 도착한 지 1분 만인 9시 34분에 진화작업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취재팀이 당시 현장에 있던 시민을 통해 확인한 결과 도로에 불법 주차된 차량들을 견인하느라 10여 분간 진화작업이 지연됐다.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이 사고 이틀이 지나도록 의정부 화재 현장을 찾지 않은 것도 재난 대응 부처의 수장으로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화재로 사상자 130명에 300명 가까운 이재민이 발생했다. 국민안전처는 “(박 장관이) 사고 당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상황실에 나와 전체 상황을 총괄했다”고 밝혔다. 김근영 강남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국민안전처 출범 이후에도 위기대응 능력이 나아지지 않았다는 게 드러났다”며 “재난 총괄 부처가 출범했지만 꾸준한 소통과 훈련을 반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의정부=강홍구 windup@donga.com·김재형 기자}

“요리도 배우고 신부 수업 받는다며 즐거워하던 사람이에요. 이달 말에 웨딩 촬영 하기로 했는데…” 결혼을 두 달여 앞둔 11일 화마(火魔)에 아리따운 예비신부 윤효정 씨(29)를 잃은 김모 씨(31)는 의정부백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애써 울음을 삼키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전날 밤 영상통화로 봤던 윤 씨 얼굴이 계속 떠올랐다. 김 씨는 “직장이 지방이라 일주일에 한두 번 만나는 게 고작이었지만 서로 의지하며 2년 넘게 만났다”며 “결혼 날짜를 3월 21일로 잡아놓고 다음 달이면 집도 옮길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10일 화재로 화상을 입은 윤 씨는 의정부성모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아버지 윤원진 씨(56)는 “지난해 내가 쓰러졌을 때 딸아이는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병원에서 나를 간호했다”며 “사고 전날 집에 와서 요리를 배우고 갔는데 그날 재우고 보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라며 눈물을 흘렸다. 6년 전 남편과 사별한 뒤 홀로 택시 운전을 하던 안현순 씨(68·여)도 이번 화재로 희생됐다. 안 씨는 사고 당일 새벽까지 일을 하고 집에서 잠을 자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교 때부터 안 씨를 알고 지내던 한 지인은 “맨발로 도망치다 실패했는지 병원에 왔을 때 발바닥이 새까맣게 재로 얼룩져 있었다. 이달 말에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려 했는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번 화재로 집을 잃은 주민은 모두 296명. 대부분이 원룸과 투룸에 혼자 사는 20, 30대 직장인과 대학생이다. 화재 현장 인근 경의초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에는 40여 명이 대피해 있다. 나머지 주민들은 찜질방이나 친척집 등을 전전하고 있다. 대피소에서 만난 김모 씨(32)는 “충남 천안에 일자리를 잡아 이사하기 위해 짐을 옮기던 중이었다”며 “1층에서 불길이 치솟고 차량이 ‘펑펑’ 소리를 내며 폭발해 어쩔 수 없이 모든 걸 내려놓고 도망쳐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의 급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의정부=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10일 오전 경기 의정부소방서 송산119안전센터 진옥진 소방사(34)는 요란한 소화전 벨소리에 눈을 떴다. 마침 이날 비번이라 단잠을 자던 그는 단숨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진 소방사는 현관문을 열었다. 복도는 이미 매캐한 연기로 가득 찼다. 그의 집은 불이 난 대봉그린아파트 8층이었다. 진 소방사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가까운 이웃들을 찾았다. 계단으로 올라오는 연기가 심상찮았다. 그는 주민 10여 명을 이끌고 다급히 옥상으로 향했다. 빠르게 확산되는 연기를 헤치고 가까스로 옥상에 도착했지만 언제 불길이 치솟아 오를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유일한 탈출구는 1m가량 떨어진 옆 동 옥상뿐이었다. 진 소방사가 먼저 옥상 난간을 넘어 건넜다. 이어 여성과 노인들이 그를 붙잡고 차례로 옮겨 갔다. 일부 주민은 다리가 후들거려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진 소방사는 남자들의 도움을 받아 겁먹은 주민들을 안심시키며 모두 대피시켰다. 또 건너온 주민들이 성급하게 계단과 엘리베이터로 달려가자 “밑에서 불길이 올라올 수 있다”며 진정시켰다. 잠시 후 구조대가 도착했고 그를 따라 대피한 주민 13명은 모두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진 소방사 역시 다리를 다친 여성을 업고 1층까지 내려왔다. 대피 과정에서 연기를 마셔 치료 중인 진 소방사는 “나 역시 무서웠지만 꼭 해야 할 일이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지난해 5월 임용된 새내기 소방관으로 구급요원으로 일하고 있다. 의정부경찰서 신곡지구대 소속 이재정 순경(34)의 활약도 빛났다. 그는 불이 나자 건물 3층까지 들어가 주민들을 대피시키다 순식간에 들이닥친 연기에 갇혔다. 다급해진 이 순경은 창 밖으로 몸을 던졌고, 왼팔과 오른쪽 안구 뼈가 골절되면서 일시적인 실명 증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지방경찰청 10기동대 임성규 순경(26)도 주민을 구하러 두 번이나 건물에 들어갔다가 정신을 잃기 직전 극적으로 구조됐다.의정부=김재형 monami@donga.com / 박성민 기자}

대한민국 안전 수준의 맨얼굴을 고스란히 드러낸 화재였다. 10일 경기 의정부시에서 발생한 화재는 지난해 발생한 수많은 재난의 ‘복사판’이었다. 제도의 허점이 고스란히 노출됐고 시민들의 안전의식 수준도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와 사회가 수없이 ‘안전 강화’를 외쳤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① 없어도 되는 스프링클러 인근 오피스텔, 주차타워, 단독주택 등 건물 6개 동을 삼킨 대형 화재는 10일 오전 9시 15분경 대봉그린아파트 1층 주차장에 있던 4륜 오토바이 안장에서 시작됐다. 문제는 초기 진화에 효과적인 스프링클러가 발화 지점인 대봉그린아파트에 단 한 대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봉그린아파트와 1.7m 간격으로 붙어 있는 드림타운아파트도 마찬가지였다. 현행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11층 이상인 특정소방대상물에는 모든 층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 두 건물은 모두 10층이라 법적으로는 설치 의무가 없다. 92가구가 모여 사는 공간이란 점을 법규정이 무시했다는 비판이 나온다.② 방화벽 없는 건물 사이 좁은 건물 간격은 불길을 키운 원인이다. 이번에 불이 붙은 주요 건물 간격은 2m가 채 되지 않았다. 불길을 피해 옥상으로 대피한 거주민들이 쉽게 옆 건물로 옮겨갈 수 있을 정도였다. 대봉그린아파트와 드림타운아파트의 간격은 1.7m, 드림타운아파트와 해뜨는마을아파트 주차센터의 간격은 1.8m였다. 사고 발생 지역은 상업 지역이라 건물 간격이 최소 0.5m 이상만 되면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다. 윤용균 세명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안전을 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건물 자체의 미관이나 편의성만 고려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건물 간격은 좁은데 방화벽이나 방염처리 의무는 없어 화재에 취약한 드라이비트 시공을 한 것도 악재였다. 건물 외벽에 스티로폼 단열재를 붙이다 보니 불길이 쉽게 위층으로, 옆 건물로 번졌다. 주거 공간과 분리되는 지하주차장을 만들지 않아도 되는 것도 화재를 키운 원인으로 꼽힌다. 지상 1층 주차장에서 난 불이 아파트 입구를 막아 버려 대피와 화재 진압을 어렵게 만들었다. 자동차엔 연료가 있는 데다 페인트 성분이 칠해져 있어 유독가스가 많이 발생하고 불을 끄기도 어렵다.③ 화재 경보에도 태연 부족한 안전의식 문제도 되풀이됐다. 화재 발생 당시 건물 내에서는 화재경보기가 울렸지만 이를 무시한 주민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봉그린아파트 주민 강명숙 씨(43·여)는 “화재경보기가 10∼15분 울렸는데 상당수가 대피하지 않았다”며 “최근 몇 차례 경보기가 오작동한 적이 있어 주민 대부분이 별일 아닌 걸로 오판했다. 그 때문에 피해가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건물에 사는 A 씨는 “집 밖에서 ‘불이야’ ‘살려 달라’는 소리가 들렸지만 장난인 줄로만 알고 넘기려다 간신히 빠져나왔다”고 말했다.④ 소방차 가로막는 불법주차 이번에도 불법주차가 소방차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취재팀이 당시 화재 현장에 있었던 주민들에게 확인한 결과 진입로 입구에는 승용차 여러 대가 불법주차 중이었다. 이 때문에 견인차가 차를 빼고 주민들이 일일이 전화를 걸어 이동시킨 후에야 소방차가 화재현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주민 김모 씨(59)는 “1초가 아까운데 차들을 옮기느라 적어도 10분은 허비했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소방차 진로를 가로막거나 소방도로에 불법주차하면 2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실제 화재 현장에서 별 효과가 없었다.⑤ 건물 내 하나뿐인 대피 계단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의 계단이 하나다 보니 화재 진압 및 주민들의 대피가 쉽지 않았다. 오히려 계단을 통해 유독가스가 건물 위쪽으로 급속하게 이동하는 결과만 불러왔다. 화재 당시 4층 집에서 자고 있던 송태환 씨(23)는 “연기가 자욱해 앞을 볼 수 없었고 계단 손잡이가 뜨거워 쉽게 나아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송 씨는 소방관의 도움으로 몸에 밧줄을 묶은 뒤 가스 배관을 붙잡고 밖으로 탈출했다. 내부 대피로가 막힌 상태로 화재가 발생했을 때 건물 밖으로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비상 사다리, 완강기, 방독면, 비상 플래시 등을 추가 설치할 필요가 있다.의정부=강홍구 windup@donga.com·김재형 / 이건혁 기자}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소화기 한 개면 충분히 끌 수 있었던 경미한 화재가 130명의 사상자를 내는 참사로 이어졌다. 짓는 데에만 신경 쓴 도시형 생활주택의 허술한 소방 안전 관리 체계와 좁은 골목길 불법 주차가 불러온 인재(人災)다. 10일 오전 9시 15분 경기 의정부시 평화로 대봉그린아파트 1층 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가 바로 옆 건물로 번지기까지는 2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사고가 난 도시형 생활주택은 동 사이의 거리가 최소 1.5m에 불과했다. 일반 아파트의 최소 동간 거리(6m)의 4분의 1밖에 되지 않았다. 좁은 건물 간격은 화염이 올라가는 ‘굴뚝’ 역할을 하면서 피해를 키웠다. 정부는 2009년 5월 서민 주거 해결 목적으로 도시형 생활주택을 도입하면서 안전 규제를 대거 풀었다. 동 사이의 거리 축소는 물론이고 건물 안전을 점검하는 관리사무소를 설치하지 않아도 됐다. 심지어 공사 감리 없이 건축 허가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이렇게 ‘화마(火魔)’에 취약한 도시형 생활주택은 전국에 32만8000채가 지어졌고, 그중 61%가 서울 등 수도권에 몰려 있다. 발화 지점인 대봉그린아파트는 건물 전체에 스프링클러가 1대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김석원 의정부소방서장은 “화재가 난 건물 중 두 곳이 10층 이하라 소방법상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이 아니었다”라고 밝혔다. 92가구가 몰려 사는 공동주택인데도 생명을 지켜 줄 안전장치는 의무가 아니었다. 건물 내에 하나뿐인 계단도 화재를 키웠다. 한 개의 통로에서 소방관들의 진화 작업과 주민 대피가 동시에 이뤄지다 보니 진화와 대피 어느 하나도 쉽지 않았다. 오히려 계단을 통해 유독가스가 건물 위로 빠르게 퍼져 인명 피해가 커졌다. 국민 안전 의식도 세월호 참사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본보 취재 결과 일부 주민은 “화재경보기가 평소 고장 나 있는 경우가 많아 경보음이 울려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건물 앞 불법 주차 때문에 소방차는 견인차를 앞세우고 차량을 끌어낸 뒤에야 현장에 접근할 수 있었다. 11일 오후 11시 현재 안현순(68·여), 이광혁(43), 윤효정(29·여), 한경진 씨(27·여) 등 4명이 사망했고 126명이 부상했다. 전신 화상 등 중상자가 11명이어서 추가 사망자가 나올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재민은 296명이 발생했다.의정부=강홍구 windup@donga.com·김재형 / 홍수영 기자}

“비보호 좌회전인데 답답하게 왜 안 가는 거야!” 지난해 초 서울 양천구의 한 교차로. 30대 중반의 1t 화물차 운전자는 교차로에서 신호 대기 중인 A 씨(52)를 향해 언성을 높였다. 비보호 좌회전을 하기 위해 기다리던 A 씨는 당혹스러웠다. A 씨는 비보호 좌회전은 녹색신호에 해야 한다고 반박했지만 화물차 운전자는 “비보호니까 차가 오지 않으면 빨간불에 가도 된다”고 받아쳤다. 분을 삭이지 못한 화물차 운전자는 결국 A 씨의 집 앞까지 쫓아와 “당신 같은 사람 때문에 교통이 엉망진창이다. 똑바로 운전해!”라고 소리치며 30분 넘게 언쟁을 이어갔다. 적색신호 비보호 좌회전은 도로교통법상 신호 위반에 해당한다. 하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운전자가 신호와 관계없이 맞은편 차량만 주의하면 된다고 알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실시한 평가 결과 운전자 4명 중 1명은 비보호 좌회전 관련 규정을 잘못 알고 있었다. 기본적인 교통법규를 정확히 모르면 혼잡은 물론이고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교통법규는 여러 운전자와 보행자가 함께 사용하는 도로 위의 안전을 위해 만든 최소한의 약속이다.○ 교통안전 상식 57.8점으로 낙제점 동아일보 ‘시동 켜요 착한 운전’ 취재팀은 운전자의 교통법규 이해도를 알아보기 위해 400명을 대상으로 교통법규 테스트를 실시했다. 실제 운전과 밀접한 교통법규를 근거로 총 20개 문항을 새로 만들었다. 출제와 감수에는 안주석 국회 교통안전포럼 사무처장, 설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장택영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 등 교통안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 평가 결과 운전자 400명의 평균 점수는 57.8점(100점 만점)이었다. 참가 운전자 중 104명(26%)이 50점 미만으로 교통법규 이해가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80점 이상의 고득점자는 26명(6.5%)에 불과했다. 문제를 출제한 안 사무처장은 “운전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내용마저 헷갈릴 만큼 운전자들의 교통법규 지식이 부족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버스 택시 화물차 등 사업용 차량 운전자 112명의 평균은 52.5점으로 일반 운전자 288명의 평균(59.6점)보다도 낮았다. 사업용 차량은 일반 차량에 비해 높은 수준의 안전이 요구되지만 운수 종사자들의 교통법규 이해도는 오히려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무사고 운전자들의 평균점수는 교통사고를 경험한 운전자보다 높았다. 일반 운전자 288명 중 최근 3년간 교통사고를 낸 적이 없는 운전자 208명의 평균은 60.7점으로 사고 경력자 80명의 평균 57.4점보다 3점 이상 높았다. 또한 1년간 교통법규 위반으로 단속된 경험이 없는 운전자의 평균 점수도 단속 경험이 있는 운전자에 비해 3점 높게 나타났다. 평가문항 중 안전운전과 직결된 교통신호 안전표지 속도 규정 관련 문항의 정답률은 특히 낮았다. 일반도로와 자동차전용도로 법정 제한속도를 묻는 문제의 정답률은 20%에도 못 미쳤다. 서행과 양보, 주·정차 금지 등 안전표지에 관한 문제도 절반 가까이 틀렸다. 규정을 정확히 모르다 보니 괜찮은 줄 알고 운전하다 사고를 내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지속적인 학습 필요 도로교통법을 올바로 숙지하는 것은 도로 위에서 자신과 타인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교통법규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운전면허 취득 과정을 더욱 까다롭게 하고 취득 후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에 면허 취득자를 위한 재교육 기회는 없다. 법규 위반자를 대상으로 한 소양 교육이 있을 뿐 정부가 공식적으로 제공하는 안전교육은 없다. 김인석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박사는 “우리나라 운전자들은 운전면허 취득 후 교통안전에 대해 교육받을 기회가 없는 상황”이라며 “교통안전교육은 단순히 면허를 취득할 때뿐만 아니라 상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2011년 운전면허 시험이 간소화된 이후 운전자의 기본 소양 교육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필기시험 문제은행 문항 수도 대폭 줄어드는 등 교통법규에 대한 평가기준이 크게 낮아졌다. 하지만 이러한 추세는 점차 안전 관련 기준을 강화하는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다른 나라 운전면허 필기시험 합격 기준은 우리나라에 비해 까다롭다. 필기시험 문제은행이 없거나 합격 점수대가 높다. 문제은행이 있는 일본과 중국도 필기시험 90점 이상을 받아야 합격이다. 도로 위에서 웃으며 운전할 수 있는 ‘착한 운전’의 시작인 면허 취득 과정이 좀 더 어려워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375만명 함께한 ‘시동꺼 반칙운전’ 2년… 착한운전 시동 켭니다 ▼동아일보와 채널A는 2013년부터 ‘시동 꺼! 반칙운전’ 기획시리즈를 지속적으로 보도하며 국내 교통문화의 문제점을 고발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해 왔습니다. 동아일보가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과 관련해 제안한 ‘세림이법(法)’은 이달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또한 운전자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착한 운전 마일리지’는 375만 명이 참여할 정도로 빠르게 정착되고 있습니다. 이미 이 중 206만 명의 운전자가 1년간 무위반·무사고로 착한 운전 서약을 실천해 마일리지 10점을 받았습니다. 아직 착한 운전 마일리지 제도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인터넷 홈페이지(www.efine.go.kr)나 전국 경찰서 민원실, 지구대, 파출소, 운전면허시험장 등에서 할 수 있습니다. 동아일보는 올해 3년차에 접어든 ‘시동 꺼! 반칙운전’을 ‘시동 켜요 착한 운전’으로 업그레이드해 운전자들이 직접 체감하고 쉽게 배울 수 있는 ‘착한 운전’의 방법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착한 운전’의 첫걸음은 ‘운전자 간의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운전자들이 충분히 소통하면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달에는 도로 위 운전자 간의 소통 강화를 위해 수신호 및 비상등 방향지시등 등 자동차를 활용한 의사소통 방법을 다룰 예정입니다. 동아일보 ‘시동 켜요 착한 운전’ 취재팀은 독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다양한 의견과 제안을 e메일(gooddriver@donga.com)로 받습니다. △내가 추천하는 착한 운전자 △내가 생각하는 착한 운전 △착한 운전 정착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 등 교통문화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무엇이든 환영합니다.gooddriver@donga.com 독자 여러분 의견을 받습니다권오혁 hyuk@donga.com·김재형 기자 공동기획: 국민안전처 국토교통부 경찰청 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한국도로공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tbs교통방송}

서울 모대학교 4학년 A 씨(27)는 최근 ‘잔심부름 대행업체’를 통해 대리출석 아르바이트생을 구했다. 졸업 요건을 갖추기 위해선 방학 때 열리는 학과 수업에 참석해야 하지만 수업 시간이 취업 준비를 위해 등록한 사설학원 강좌와 겹친 탓이다. A 씨는 “이틀에 4만 원이라는 거금이 들긴 하지만 취업을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적발되면 학칙에 따라 징계를 받거나 수강 무효 처분을 받을 수도 있지만 대행업체가 쉽게 구해져 유혹을 떨치지 못했다. 바쁜 현대인의 팔다리를 자처했던 잔심부름 대행업체들이 점점 음지의 길을 걷고 있다. 성인인증 절차 없이 술·담배 배달이 가능해 청소년들의 탈선창구로 활용되는가 하면 입금만 시키면 배달회사 현금을 원하는 사람에게 배달해줘 비자금 전달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음지로 가는 배달 서비스 “배달비용 2만8000원에 물건(술·담배)값이 포함된 돈만 통장으로 입금하면 됩니다.” 4일 취재진이 접촉한 서울 강남구의 한 잔심부름 대행업체는 술·담배 배달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실제 거래에 이르기까지 성인인증 절차는 전혀 없었다. 그저 홈페이지에 떠 있는 배달 주문창에 배달 품목과 위치, 휴대전화 번호를 적어 넣거나 상대방의 메신저 아이디(ID)를 등록해 주문 사항을 보내면 끝이었다. 업체 측이 불러준 계좌에 돈만 입금하면 어떤 장벽도 없이 ‘앉아서’ 술·담배를 받을 수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술·담배 배달 자체가 불법이라 볼 순 없지만 청소년이 우회적으로 이 같은 제품을 살 수 있는 불법의 통로가 될 수 있다”며 “청소년이 이런 방법으로 구매했을 때 배달업자는 청소년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거액의 현금을 돌돌 말아 기다란 과자 형태로 만든 뒤 배달하는 것도 가능했다. 업체 담당자는 “금액에 상관없이 배달이 가능하고 계좌에 입금만 해주면 익명으로도 보낼 수 있다”며 “배달에 사용되는 돈은 우리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비자금 전달 및 자금 세탁의 통로로 악용될 위험성이 큰 대목이다. 이 밖에도 상대방을 속이기 위한 상견례 자리 부모 역할 대행 등도 제공하고 있었다.○ 단속 사각지대에 놓인 배달업 잔심부름 대행업체는 2000년대 초 바쁜 회사 업무 속에 공과금 납부, 장보기 등을 처리하기 힘든 사람들을 위해 등장했다. 당시 부모와 떨어져 사는 대학생 자취생과 20, 30대 직장인 싱글족 등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배달만 전문으로 하는 배달 대행업체가 늘면서 잔심부름 대행업체는 위법성 논란이 있는 영역에까지 손대기 시작했다. 배달 대행업체의 한 관계자는 “최근 배달 대행업체와 배달 전용앱(애플리케이션) 등이 늘어 술·담배, 대리출석, 피임약 배달 등을 주로 담당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비행 청소년을 포함해 불법적인 목적으로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며 “하지만 심부름과 관련된 일들을 일일이 제재할 법률이 없어 단속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미래에 대한 구체적 계획조차 없는 ‘대기업바라기’는 우리 중소기업도 원하지 않습니다.” 중소기업과 취업준비생 간 ‘구인·구직 미스매치’가 문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런 고민에서 벗어난 중소기업도 많다.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선정한 ‘2014년도 인재육성형 중소기업’은 우수한 구직자를 끌어들이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이 기업들은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임금 및 복지에 과감한 투자를 해왔고, 이 결과 취업준비생 사이에서 ‘갈 만한 기업’이란 평가로 되돌아왔다. 구인난에서 벗어난 것도 당연하다. 해외연수 및 체계적 교육프로그램 운영 등 우수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투자에 인색하지 않은 중소기업은 매년 채용 과정에서 중견·대기업 못지않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이 뽑고 싶은 ‘강소기업형 인재’는 어떤 모습일까.○ ‘3S형’ 인재가 강소기업형 인재 중소기업 사장들은 도전정신이 투철하고 회사와 함께 커가는 기쁨을 즐기고자 하는 인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액상타입 커피 및 핸드드립 원두커피 등을 생산하며 한 해 평균 15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는 한국맥널티 이은정 대표는 ‘3S를 갖춘 사람’을 강소기업형 인재로 꼽는다. 이 대표는 “3S는 스마일(Smile), 자기계발(Self-developer), 만족감(Satisfaction)을 뜻한다”며 “작은 기업일수록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공유하고 동기 부여를 하며 발전할 자세를 갖춘 인물을 찾는다”고 말했다. 자기계발에 대한 의지와 능동적인 자세 또한 중요한 요소다. 이 대표는 “학교에서 배운 것만 실천하려 하지 않고 창의적이고 능동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며 “신제품 개발 등 회사에 크고 작은 일이 있을 때마다 직원들과 토론을 하는데 이 같은 자리에서 책임감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현하는 인재에게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도 열정에 투자할 마음 있다 중국, 스페인 등 세계 각국으로 시장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헬스케어 의료기기 업체 에인에이 김현철 대표는 ‘자기계발에 대한 열정이 강하고 스스로 배우고자 노력하는 사람’을 뽑고 싶은 인재로 꼽았다. 김 대표는 “보통 석사, 박사급 인력들은 대기업으로 가고 싶어 하는데 그 이유는 연구에만 몰입하고 싶어서다”라며 “하지만 중소기업에서도 연구원들의 연구 환경을 개선하려 연구개발(R&D) 관련 투자를 진행하며 해외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에인에이는 직원들에게 의무적으로 40시간씩 자기계발을 위한 강의를 받도록 하고 있으며, 성과가 우수한 직원을 선발해 별도의 직무 관련 교육 기회나 인센티브를 준다.○ ‘대기업바라기’는 중소기업도 사절 강소기업 대표들은 모두 고급 인력 유출에 아쉬운 마음을 갖고 있다. 지방에도 고급 인력이 넘치지만 졸업 후 모두 ‘서울 소재 대기업행’을 택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방위산업 분야 히든챔피언으로 꼽히는 아이쓰리시스템의 오봉혁 인사팀장은 “급여는 얼마든지 줄 수 있는데 문제는 이들이 ‘직업의 안정성’을 이유로 ‘지방기업’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점”이라며 “중소기업들도 관련 R&D 인력 확보가 절실하지만 이 같은 편견 때문에 고급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막 코팅 장비 제작업체 석원 이종윤 대표는 “도전정신이 있고 회사와 함께 커가는 기쁨을 즐길 준비가 된 사람들이 ‘중소기업형 인재’”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에 들어가는 것이 자신의 미래에 불이익을 줄 것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힌 대기업바라기가 아니라, 현장에 충실하며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투지 넘치는 구직자를 원한다는 뜻이다.서동일 dong@donga.com·김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