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형

김재형 기자

동아일보 산업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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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을 출입하며 산업 현장의 변화상을 기록합니다.

monami@donga.com

취재분야

2025-11-28~2025-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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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헬리콥터맘, 홀로서기 막아… 필요할때만 돕는 ‘빗자루맘’ 돼야

    “이게 위원회가 열릴 만한 일인지…. 애들끼리 충분히 이야기해서 풀 문제 같은데….” 중학교 교사인 정모 씨(38)는 최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소집된 것을 놓고 이렇게 얘기했다. 피해 여학생 A 양(14) 부모의 주장은 “아이가 집단 따돌림을 당해 자살충동을 느끼고 있으니 가해자들을 모두 처벌해 달라”는 것이었다. 진상조사 결과 아이들 간에 때리거나 욕을 한 일은 없었다. 다만 학년이 바뀌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A 양을 뺀 것이 발단이었다. 요즘 아이들은 본인만 빠진 대화방이 있다는 사실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자신이 모르는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를 따돌린다”며 집에서 눈물을 터뜨리자 A 양 부모는 위원회를 열어 사실관계를 확인해 달라고 항의했다. 전문가들은 서로 얼굴을 맞대고 어울리며 소통하는 사이였다면 이렇게까지 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속 빈 ‘어른이’를 키우는 부모 어른을 따라 하면서 행동이나 말투, 현실감각 습득 시점이 과거보다 빨라진 우리 어린이들은 그에 걸맞게 ‘속’도 영글고 있을까. 본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아동·청소년 512명(초등학교 4∼5학년 260명, 중학생 252명)을 조사해보니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아이들 479명 중 52.8%는 “얼굴을 직접 보며 대화하는 것보다 카카오톡 등 문자메시지가 편하다”고 답변했다. 19.6%는 “스마트폰이 있다면 하루 이상 아무와도 만나거나 대화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세상 모든 곳과 인터넷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스마트폰으로 인해 오히려 대면관계나 직접적인 소통은 약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어른이’들이 사회성이 발달하지 못하고 문제해결 능력이 떨어지는 이유다. 이제훈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은 “자녀가 한두 명밖에 없어 부모들 딴에는 완벽한 환경을 만들어 주려고 하는데 오히려 이게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기성세대는 형제, 친구들과 어울리며 다투고 화해하며 컸다. 자의든 타의든 서로 소통하며 문제해결 능력을 서서히 갖췄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부모들의 과잉 보호에 더해 스마트폰 속에 갇혀 살다보니 ‘혼자만의 세계’에 사로잡혀 성장기에 중요한 사회성을 잃어가고 있다. 유미숙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지혜를 배워가며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지나 어른이 되어야 하는데 우리 아이들은 스마트폰과 부모의 과보호 탓에 지금 속 빈 강정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단하게 자신을 성숙시켜 나가는 과정이 없다보니 작은 좌절에도 다시 일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빗자루형 부모’가 돼라 아이들과 소통하면서 독립적인 자아를 키워주는 2016년형 이상적인 부모상은 무엇일까. 홍득표 인하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세대 차이는 엄연히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데서 소통이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도미향 남서울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디지털 최첨단 지식사회에서 전통적인 방법으로 아이를 통제할 경우 대화 자체가 단절된다”고 말했다. 그 대신 그들만의 스마트폰 소통을 지켜보면서 서서히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SNS로 아이들과 소통을 시작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전문가들은 “아이가 내면까지 성숙할 수 있도록 하려면 부모가 빗자루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평소에는 들지 않지만 청소가 필요할 때 긴요한 빗자루처럼 ‘빗자루형 부모’는 아이가 극복할 수 없는 큰 장애물에 맞닥뜨렸을 때만 살짝 빗자루로 청소하듯 거들어주는 부모를 뜻한다. 부모가 판단해 아이를 필요한 곳에 헬리콥터처럼 이동시키는 ‘헬리콥터 맘’이나 호랑이처럼 이끌어 시험 성적을 높이는 ‘타이거 맘’과도 다르다. 이동순 한국부모교육센터 소장은 “아이들이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나 위험한 경우,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에만 빗자루를 들라”고 조언했다. 빗자루형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아버지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버지는 학업 스트레스에 내몰린 요즘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야외활동 파트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전호석 씨(48)는 한 달에 한 번은 아들 상우 군(15)과 야외로 나간다. 전 씨가 회장으로 있는 ‘아버지회’ 회원들은 아이들과 축구, 농구, 등산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숨쉴 틈’을 준다. 전 씨는 ‘메신저 대화’에만 빠져드는 아들이 걱정돼 퇴근 후에는 30분씩 얼굴을 맞대고 가벼운 대화도 주고받는다. 서울 광진구 광남초등학교에 있는 아버지회도 주기적으로 캠핑 행사를 연다. 다양한 아버지상을 보며 아이들은 인간관계의 시야를 넓히게 된다. 박용욱 광남초교 아버지회 회장은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쳐도 모른 척하던 아이들이 언젠가부터 ‘삼촌’이라 부르며 정답게 인사하더라”며 “각양각색의 사람들과 어울리며 아이들은 결국 돈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른이 ::어른과 어린이를 합친 신조어. 행동이나 말투는 어른 뺨치게 조숙하지만 속은 여물지 않은 아동·청소년을 일컫는다. 노지현 isityou@donga.com·김재형 기자}

    • 2016-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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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마트폰 속 ‘왜곡된 性’ 현실로 착각… 실행 옮기는 아이들

    《 데스크톱 컴퓨터 한 대를 가족 모두 이용하던 시절, PC는 거실 같은 개방된 공간에 놓여 있었다. 부모님이 없는 틈을 타 몰래 ‘야동(야한 동영상)’을 보려면 진땀을 흘려야 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필수품이 된 지금, 아이는 자신만의 공간에서 단 1초 만에 스마트폰을 켜고 성(性)을 배운다. 그리고 나이에 걸맞지 않게 풍부한 성 지식을 갖춘 ‘어른이’가 돼 간다. 생물 교육에 그치는 학교 성교육은 알고 싶은 걸 알려주지 못한다. 부모님께는 민망해서 물을 수 없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그것이 노골적이든, 왜곡된 것이든 어른이들에게 성 지식을 제공한다. 》 초등학생 자녀를 둔 김성이(가명·40·여) 씨는 최근 두 딸을 태우고 운전하다 뒤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에 귀를 의심했다. “나 엄청 웃긴 거 봤는데 진짜 큰 엉덩이가 씰룩씰룩한다. 언니도 봤어야 했는데…. 그런데 어떤 아저씨가 나와서 막 엉덩이에다가…. 하하하.” 아직 초등학교 2학년인 딸이 중학생 언니의 휴대전화를 만지다 인터넷 사이트의 ‘야한 광고’를 클릭한 것이다. 김 씨는 “아직 ‘방귀’ ‘똥’ 이야기에 깔깔 웃는 나이여서 정확한 의미는 모르지만 뭐가 번쩍번쩍 나오니까 머릿속에 인상이 콱 남은 것 같다”고 말했다. ‘뭔가 아는 듯한’ 얼굴을 한 큰딸(13)은 엄마 눈치를 보고 있어 당황했다는 것이다.○ 클릭 한 번으로 조숙해진 아이들 주모 씨(42·여)는 초등학교 6학년 딸이 방문을 닫고 있으면 마음이 불안하다. 너무 조용하다 싶으면 불시에 문을 벌컥 열어 보기도 한다. 주 씨가 불안해진 것은 3개월 전 딸이 자위하는 모습을 우연히 목격한 다음부터. 지금도 주 씨는 ‘그 일’에 대해 대화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부모 세대는 부모에게 성(性) 문제를 물어볼 생각조차 한 적이 없었고 여자가 성에 관심을 갖는 시기도 지금보다 늦었다. 그 대신 주 씨는 몰래 딸의 스마트폰을 훔쳐보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신저에는 ‘엄빠주의’(엄마 아빠가 근처에 있는지 주의하라는 뜻), ‘후방주의’(뒤에 사람이 있는지 조심하라는 뜻)란 말과 함께 음란사이트 링크가 걸려 있었다. 아이돌 스타를 소재로 쓴 가상소설 ‘팬픽’도 돌려 보는 것 같았다. 주 씨는 “내가 생각하는 ‘그런 데 관심 가지는 시기’는 중학교 3학년 이후였는데 준비도 없이 아이가 커버려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어른이’는 검색으로만 끝내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실행’하는 시기가 빨라졌다. 청소년 고민 상담 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올라오는 내용이 “체외사정을 했는데 임신이 됐는지 안 됐는지”를 묻는 것이다. 동아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최근 한 달간 수도권 아동·청소년 512명(초등학교 4∼6학년 260명, 중학생 252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음란물을 접한 경험이 있다”는 비율은 32.8%였다. 남학생이 38.8%, 여학생이 26.6%에 달해 의외로 여학생들도 빨리 음란물을 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이 ‘어른이’가 될 환경이 도처에 있는 셈이다. 스마트폰은 ‘전달’ 기능 하나로 동시다발적으로 링크를 보낸다. 이모 군(14)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친구들이 내 스마트폰에 음란사이트 주소를 입력해줬다. 가입 절차가 따로 없어 아무나 들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은밀한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구글을 자주 이용한다. 구글도 네이버와 다음 등 국내 포털업체와 마찬가지로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여성가족부에서 지정한 청소년 유해 매체에 접근할 땐 성인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여성부가 지정하지 않은 유해 매체에 대한 필터링 기능이 국내 포털보다 허술하다. 구글에서는 특정 신체 부위만 입력해도 누드 사진이 무수히 뜬다.○ 애들 욕구는 큰데 학교 성교육은 부실 조사 대상자 중 71.9%는 ‘성교육을 학교에서 받았다’고 답했지만 만족도는 낮았다. 설석범 군(14)은 “지난해 양호선생님 주도하에 45분씩 2번 받았는데 주요 내용은 여성의 신체구조, 남성의 신체구조, 여성의 생리였다”고 말했다. 박근영 양(14)은 “1년에 한두 번 주기적으로 진행하는데 생리와 아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교육받는다”고 말했다. 원모 양(16)은 “담임선생님이 성교육이 끝난 후 ‘아직 학생이니 공부가 우선이고 이성친구는 절대 만들지 말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교육을 받을 때 아이들의 호응은 컸다. 우민선 양(14)은 “우리 학교는 매번 교육 내용을 다르게 하고 아이들이 알기 원하는 내용을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학교는 성병 안 걸리게 하는 방법, 콘돔 바르게 착용하는 법을 알려줬다. 직접 콘돔을 만져 보게 하기도 하고 오이에 콘돔을 끼우는 실습을 남녀 모두 했다. 우 양은 “일부 싫어하는 학생도 있었지만 오히려 성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중요한 사람 생기면 부모님과 대화하고 싶어” 대부분의 아이들은 “민망해서 부모님과 야한 이야기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진짜 속마음은 달랐다. 이동훈 군(14)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 땐 부모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며 “사람 간의 관계를 어떻게 할지 인터넷은 알려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청소년상담단체인 ‘푸른아우성’ 신동민 책임상담원은 “과도한 사교육으로 스트레스를 받아서인지 아이들이 랜덤채팅앱이나 인터넷 미팅카페에서 인간관계를 맺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올바른 성교육의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은 부모들과의 대화라고 지적한다. 친근하게 접근하는 부모를 아이들은 거부하지 않는다. 신 상담원은 “유아기 때부터 성에 대한 얘기를 나누면서 아이의 거부감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평소에는 아무 대화도 나누지 않다가 갑자기 “자, 솔직히 말해 봐” 한다고 아이와 성 상담이 이뤄지진 않는다. 신뢰를 쌓아 한 단계씩 대화의 계단을 높여야 한다. 이연화 씨(40·여)는 “‘절대 안 돼’라는 말부터 시작하니 아이가 입을 닫았다”며 “아이의 관심사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을 조금씩 교환하다 보니 대화 내용이 깊어졌다”고 말했다. ▼ 청소년상담 최다 고민은 ‘여친 임신 여부’ ▼여학생들 ‘남친의 성관계 요구’ 걱정… 음란물 탓 ‘性은 더럽다’ 인식도 아이들이 ‘성(性)’에 대해 가장 알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청소년상담 단체들에 주로 접수되는 고민 유형은 크게 5가지로 나뉜다. 상담 학생은 중고교생이 많지만 초등학생도 적지 않다. 가장 많은 고민은 ‘여자친구가 임신했을까’ 하는 임신 여부다. 정확하지 않은 피임 지식을 갖고 일단 성관계부터 맺고 보는 것이다. 두 번째 유형은 음란물 중독.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야동을 보기 시작해 중독 수준에 이르렀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부터 “딸이 모르는 남자들과 음란 채팅을 한다”는 부모들의 고민도 깊다. 고민 상담의 80%는 여학생인데 가장 많은 상담 내용이 ‘원치 않는 성관계 요구’에 대한 대처법이다. “사귄 지 넉 달이 됐는데 ‘사랑하면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 ‘다른 커플들은 다 한다’라며 압박을 준다”는 고민이다. ‘부모의 성생활’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는 게 흥미롭다. 고민 중에는 “새벽에 물 먹으러 나갔다가 안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고 부모님도 한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았다”는 내용이 적지 않다. 성을 인생의 자연스러운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모바일 소설의 왜곡된 단면만 떠올리는 것이다. 이동순 한국부모교육센터 소장은 “부모는 아이들이 엇나간 성 인식을 갖지 않도록 정보를 걸러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먼저 본인의 연애 시절 얘기를 꺼내도 보고 자녀에게 먼저 다가가고 또 경청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노지현 isityou@donga.com·김재형 기자}

    • 2016-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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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마트폰 정보, 옥석 가리는 훈련 해야”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천진난만함을 잃고 조숙해진 것은 스마트폰 속의 넘치는 정보에 무방비로 노출된 결과라고 지적한다.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줄어드는 부모를 대신해 스마트폰은 아이들이 사회를 배워 가는 ‘1차 배움터’이자 외로움을 달래는 놀이터가 됐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어른의 문화’를 접한 아이들은 ‘나도 알 것은 안다’는 착각을 하기 쉽다. 안재진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 교수는 “‘헬조선’으로 상징되는 경쟁사회의 이면을 접하고, 이를 자신의 문제로 치부해 불안감을 호소하는 아이들이 많다”며 “이들은 스마트폰에서 회자되는 이야기를 알지 못하면 스스로 뒤처진다는 강박증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부모가 아이들과 스마트폰 사용 규칙을 정하고 스마트폰과 일정 시간 거리를 두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깨끗한 미디어를 위한 교사운동 모임 김해동 대표는 부모에게 아이들의 절제력을 기르는 교육방법으로 ‘스마트폰 바구니 운동’을 소개했다. 스마트폰 바구니를 거실에 놓고 정해진 시간엔 가족 모두 스마트폰을 무음(無音) 모드로 바꿔 바구니에 넣어 두라는 것. 부모가 동참하니 자녀의 반발도 줄고 스마트폰에서 해방된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스스로 결정해 실행하는 훈련을 할 수 있다. 일단 절제력만 생기면 스마트폰은 아이들이 사회성을 기르는 데 좋은 학습도구가 될 수도 있다.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사회 이슈를 찾아보게 하고 이를 놓고 가벼운 토론을 해보는 것이다. 김 대표는 “자녀의 절제력이 어느 정도 갖춰지면 스마트폰을 이용해 어떤 정보가 가치 있는지 옥석을 가려내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 2016-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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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수저 흙수저 따지는 아이들… “형편 비슷해야 친구” 68%

    서울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 박준영 군(13)은 한 달 용돈이 2만 원이다. 더 풍족한 용돈을 받는 친구들이 부러울 때가 많다. 박 군은 “친구들과 용돈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엄마 아빠의 직업, 수입으로 화제가 옮아간다”고 했다. 그에게 “금수저, 흙수저가 무슨 뜻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박 군은 별걸 다 묻는다는 표정으로 “반 친구들끼리도 잘사는 집 애는 금수저, 그냥 그러면 흙수저로 부른다”며 “인터넷 찾아보면 금방 나온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6학년 김지민 양(13)은 “넓은 아파트에 사는 애들은 친구들도 잘 초대하고, 자신감도 넘치는데 아파트 평수가 작은 애들은 이야기도 잘 안 한다”고 거들었다. 그는 “친척들의 직업을 조사해 발표하는 과제가 있었는데 수업이 끝나고도 한동안 화제가 됐다”고 덧붙였다.○ “너네 집 몇 평인데?” 아이들의 대화 속에 집 평수, 부모의 직업과 연봉이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지방은 물론이고 서울에서도 부잣집, 가난한 집 아이들이 어울려 노는 것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학군(學群) 개념이 강해지고 부모의 경제여건에 따라 주거지가 나뉘면서 아이들의 교우 관계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본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만 10∼15세의 수도권 아동청소년 512명(초등학교 4∼6학년 260명, 중학생 25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나와 집안 형편이 비슷한 친구들과 사귄다’고 응답한 비율이 67.6%에 달했다. 친구의 부러운 점으로 응답자 셋 중 둘은 ‘똑똑한 머리’(37.7%)나 ‘외모’(30.3%)를 꼽았지만 ‘부모의 재력이 부럽다’는 응답도 21.5%나 됐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아이들은 인간관계를 돈으로 따지는 어른들의 행동을 자주 목격하고 이를 닮아간다”고 말했다. 부모가 왜곡된 가치관을 1차로 걸러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부모마저 이웃의 집 평수나 남의 연봉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말하면 아이들에게는 ‘돈은 굉장히 중요한 기준’이라는 가치관이 자리 잡는다는 것이다.○ 웃자란 현실감…“돈 없이는 꿈도 못 꿔” 어린 시절부터 현실감각이 지나치게 발달하는 것도 ‘어른이’들의 특징이다. ‘돈이 없어도 나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데 공감한 응답자는 49.2%였다. 유미숙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과거 이 나이의 어린이들은 소원을 말해보라고 하면 공주, 통일, 장난감 등을 들었는데 요즘은 ‘부자’라고 하는 아이들이 가장 많다”며 “어른들의 가치관에 아이들이 자기도 모르게 젖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평생 먹고살 수 있는 돈이 있다면 나는 일을 안 하겠다’라고 한 응답은 41.4%에 이르렀다. 김지현 명지대 아동학과 교수는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생 시기는 아이들 스스로 행복의 순위와 자신의 장래를 고민해야 하는 때인데 스마트폰 등의 영향으로 어른들의 세계에 노출되다 보니 자아를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작은 역경에도 모래성처럼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부모들의 교육은 차고 넘치지만 ‘왜 성적이 안 오를까’ ‘우리 아이에게 어떤 직업을 갖게 할까’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다른 학부모들을 만나서도 학원 이야기, 교재 이야기만 하지 말고 주인공인 아이들을 화제에 올리라는 조언이다.○ “용돈 모아 커플링 선물할 거예요” ‘어른이’들은 이성 친구를 사귀거나 외모를 가꿀 때도 진짜 어른들 못지않은 행태를 보인다. 초등학생 박서원(가명·13) 군은 여자 친구와 사귄 지 100일째 되던 날 커플링을 구입했다. 언젠가 대학생인 사촌 형이 끼고 있던 반지를 보고 판매처를 물어 외우고 다녔다. 가격은 20여만 원. 박 군은 이날을 위해 두 달 전부터 용돈을 한 푼도 쓰지 않았다. ‘빼빼로 데이’(11월 11일)를 맞은 초등학교 풍경도 바뀌었다. 좋아하는 이성 친구에게 학교 앞 문구점이나 편의점에서 파는 과자를 건넸다가는 면박을 당하기 일쑤. 특별한 선물을 위해 요즘 아이들은 ‘한정판 빼빼로’를 파는 대형 마켓을 찾는다. 정시우 군(13)은 “다른 친구들보다 더 특별한 선물을 하기 위해 먼 백화점까지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영화나 드라마 속 연인을 위한 이벤트 장면을 재연하는 친구들도 있다. 김지원 양은 “한 친구는 사귄 지 100일째에 남자 친구가 영화 ‘러브 액츄얼리’의 한 장면처럼 스케치북에 사랑한다는 글자를 적어 이벤트를 해줬다며 자랑했다”며 “이벤트는 가벼운 뽀뽀로 마무리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화장, 다이어트 등 외모 가꾸기를 시작하는 나이도 초등학생으로 낮아졌다. 초등학생 채지원(가명·13) 양은 쉬는 시간이면 반 친구들과 화장 비법을 전수해주는 유튜브 스타 ‘씬님’의 영상을 챙겨 본다. 화장품을 사는 데 한 달 평균 2만 원 정도를 쓴다. 틴트 등 기초 화장품이 대부분이지만 눈 화장에 필요한 아이라이너도 틈날 때마다 산다.김재형 monami@donga.com·노지현 기자}

    • 2016-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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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마트폰이 낳은 ‘어른이’들

    “네 아버지는 중소기업 사장이니 나중에 거기 취직하면 되겠네.” “야, 너희 집은 못 사니까 ‘기균충’이라도 노려 봐.” 김모 군(14)이 전하는 경기 구리시의 한 중학교 교실 안 풍경이다. 기균충이란 저소득층이나 소외계층을 배려하는 대학전형인 기회균등선발전형을 비하한 표현이다. 김 군 또래에겐 기균충은 ‘흙수저’와도 통한다. 중학교 2학년이지만 벌써부터 취업난을 걱정하고 부모의 재력에 따라 자연스럽게 ‘계급’을 형성하기도 한다. 아이들이 과거 부모세대보다 훨씬 조숙해지고 있다. 동아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최근 한 달간 만 10∼15세의 수도권 아동·청소년 5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아이들은 놀랄 만큼 빨리 ‘어른의 세계’에 눈을 뜨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른 같은 아이, 즉 ‘어른이’가 많아지고 있다. 어른이의 등장엔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큰 역할을 했다. 아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수저 계급론 같은 사회 이슈, ‘헬조선’ 등 어른이 하는 고민을 여과 없이 접하고 의견을 교환한다. 이번 조사에서 ‘돈이 없어도 나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말에 공감한 응답자는 전체의 49.2%, 절반이 채 안 됐다. ‘마음에 들지 않지만 친구의 배경(부모의 재력 등)이 좋아 의견을 들어준 적이 있다’는 답은 32.6%였다. 장래 희망으로 대통령, 미스코리아 같은 꿈을 외치던 아이들은 줄어들고 현실을 고민하는 어른이가 많아진 것이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인터넷에 익숙한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부모와의 간극이 커져 아이들의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도 많다”고 진단했다. 외모,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증세도 깊어졌다. ‘사회생활을 할 때 예쁜(잘생긴) 외모가 도움이 된다’고 답한 아이들은 63.6%.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0.6%는 ‘추후 성형수술을 희망한다’고 답했다. 여학생 70.6%가 화장을 한 적이 있었고, 중학생은 26.6%가 ‘연애’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미숙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아이들의 뇌가 성숙한 게 아니라 사고나 행동이 어른인 척하는 것이어서 오히려 아이다움의 기회를 놓쳐버린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어른이어른과 어린이를 합친 신조어. 행동이나 말투는 어른 뺨치게 조숙하지만 속은 여물지 않은 아동·청소년을 일컫는다. 김재형 monami@donga.com·노지현 기자}

    • 2016-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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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징용자 쪽방, 재개발로 사라질판… 지명 ‘삼릉’ 유래도 몰라

    흙이 우수수 떨어질 것 같았다. 흙벽 위로 벽지를 발랐지만, 벽지까지도 빛바래 찢겨 나간 곳이 많았다. 28일 김현석 부평역사박물관 학술조사전문위원과 함께 찾은 인천 부평구 부평2동. 1940년대에는 ‘미쓰비시(三菱) 마을’ 또는 ‘삼릉’(미쓰비시를 한자 음으로 읽은 것)이라 불린 사택(社宅) 일부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미쓰비시는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 동원 피해 조사 및 국외 강제 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가 공식 확인한 일본 전범 기업 103곳 중 하나다. 사택들은 한 채, 한 채 독립적으로 지은 것이 아니라 일곱 채가 나란히 벽을 맞대고 있었다. 지붕 하나가 일곱 채 위에 얹혀 있는 형태였다. 그 끝에는 공용으로 쓰는 화장실이 붙어 있지만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을씨년스러운 모습이었다. 현재 이곳에 남아 있는 사택은 총 87채. 일본이 군수물자를 한창 만들어 내던 1940년대와 비교하면 10% 정도만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미쓰비시에는 조선인 1000여 명이 근무한 것으로 보인다. 안에 들어가 보니 성인 걸음으로 다섯 걸음이면 방 끝에서 끝까지 다다랐다. 노동자 4, 5명이 모여 살기에는 너무 비좁아 보였다. 현 주민들은 동네 이름을 여전히 ‘삼릉’이라고 불렀지만, 어떤 용도로 이 사택이 생겼는지 잘 몰랐다. 주민도 20여 명밖에 남지 않았다. 6·25전쟁 때 북에서 내려와 이곳에서 60여 년을 살아온 박모 씨(87·여)는 “옛날에 여기 살던 사람들은 다 사라졌는데 일본말을 많이 썼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사택에 살진 않았지만 남편이 미쓰비시에서 2년간 일했다고 밝힌 장가란 씨(86·여)는 “공장 노동자들은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했는데 1년 내내 휴가란 건 없었다”고 회고했다. 김 전문위원은 “일단 공장에 들어오면 자발적으로 그만둘 수 없었고,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사택은 올해 3월 부평구 주거 개선 프로젝트 대상으로 선정됐다. 정혜경 강제동원피해조사위원회 조사1과장은 “한 채만이라도 상징적 의미로 남기거나 표지를 세워서 이 장소의 의미를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식민지 조선 청년들은 중국과 인접한 데다 항만 시설까지 갖춘 인천으로 끌려와 군수물자 생산에 동원됐다. 1939년 인천에는 남한 최대 군수공장인 인천육군조병창이 들어서기도 했다. 김 연구위원은 “밥 세 끼를 먹을 수 있는 등 해외로 끌려간 사람들보다는 나은 대우를 받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일본군 위안부나 해외 강제 징용을 피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삼릉 근처 소화여학교에 다니던 조선인 여학생들은 1940년부터는 위안부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미쓰비시나 조병창에 취업했다는 증언이 나온다. 조병창은 1953년 이후 미군 군수지원사령부(일명 캠프마켓)로 바뀌었다. 이날 찾은 충북 영동군 매천리 역시 과거에는 탄약을 저장한 땅굴이었다. 장시용 매천리 이장은 “매천리에는 167개 이상의 토굴이 있었지만 무너져 막힌 것을 제외하면 100여 개가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 동굴은 와인 저장고로 사용되면서 코레일이 운영하는 와인 열차 관광 코스가 됐다. 폭 3∼4m, 길이 56m로 굽은 동굴에 와인 약 5만 병과 와인 오크통 35개가 보관돼 있다. 장 씨는 “우리 할아버지도 토굴 만드는 데 끌려갔는데 영동체육관 앞쪽 공터에 집단 주거지가 형성돼 그곳에서 먹고 자고 하면서 토굴을 만들었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1999년 이곳에 일제강점기에 강제 동원된 사실을 적은 표지판을 세웠지만, 관광객들의 관심은 아무래도 와인에 더 쏠렸다. 그나마 남아 있는 매천리 동굴은 다행스러운 편이다. 서울 강서구 가양동 ‘궁산터널’은 1940년대 굴착한 군사 시설물이지만 역사공원을 조성하겠다는 이유로 지방자치단체가 원형을 심하게 훼손했다. 그마저도 개장이 여의치 않자 2010년 결국 폐쇄했다.인천=김재형 monami@donga.com / 영동=김민 기자}

    • 2015-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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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흡연도 매너있게”

    회사원 강현수 씨(42)는 담배를 피울 때 지켜야 할 3가지 원칙을 정해 10년 넘게 실천해왔다. 첫 번째는 금연구역에선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는 것. 회식 때 동료가 식당 안에서 담배를 피우면 강 씨는 “담배 피우고 오겠다”며 일부러 흡연구역을 찾아간다. 민망해서라도 동료가 자신을 따라왔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두 번째는 담뱃재와 꽁초를 쓰레기통에 제대로 버리는 것. 흡연이 끝나면 옷에 탈취제를 뿌리고, 손과 입 안을 깨끗이 씻어내는 일이 마지막이다. 강 씨는 “‘주변에 가족이 있다’고 생각하면 저절로 실천하게 될 일”이라고 말했다. 강 씨처럼 매너 있게 흡연하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떳떳하게’ 흡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원칙을 정해 이를 실천하는 ‘매너 흡연자’다. 지정된 장소에서만 담배를 피워도 비흡연자에겐 큰 배려가 된다. 23일 오후 1시 반 서울 중구의 한 백화점 앞 흡연실. 점심 식사 후 성인 남녀 14명이 이곳에서 담배를 즐기고 있었다. 숨쉬기 어렵고 옷에 냄새가 밴다는 이유로 흡연실 밖에서 담배를 피우려는 얌체 흡연자는 없었다. 이곳에서 만난 관광 가이드 왕모 씨(51)는 “관광객과 명동을 찾을 때면 길 한복판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들 때문에 괜히 부끄러워질 때가 많았다. ‘나라도 저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담배 피울 땐 꼭 흡연실을 찾는다”고 말했다. 흡연실이 ‘기피 장소’가 되지 않으려면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서울 중구는 흡연실 환경을 쾌적하게 유지하기 위해 보통 하루 3번 쓰레기통과 환풍기 등을 점검한다. 중구 관계자는 “시설 관리뿐만 아니라 금연지도원들이 수시로 흡연실을 방문해 흡연자가 흡연실 밖으로 나오지 않도록 지도한다”고 했다. 한국담배소비자협회 최비오 정책부장(42)은 “기본적인 흡연 매너조차 지키지 않으면서 ‘흡연권’을 주장할 순 없다. 정해진 공간에서 매너 있게 담배를 피우는 것은 흡연자의 의무”라며 “흡연자, 비흡연자가 공존할 수 있게 쾌적한 흡연실을 지원해야 할 정부의 몫도 있다”고 덧붙였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 2015-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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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안전 최후보루… 물러설 수 없었다”

    하루 3시간 쪽잠을 자며 환자를 돌봤다. 무더위에 보호복을 입으면 찜통에 들어간 것 같았다. 탈진으로 몇 번이나 쓰러질 뻔했다.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 울고 싶을 때도 많았다. 갑자기 상태가 악화된 환자 때문에 잠을 잘 때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그럴 때마다 함께 고생하는 동료들을 떠올리며 버텼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전쟁’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한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동 수간호사 정은숙 씨(53) 이야기다. 21일 만난 정 씨는 아직도 ‘전투 중’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다녀온 한 메르스 의심환자를 살피느라 눈코 뜰 새 없었다. 인터뷰 도중에도 수시로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의료진에게 보고했다. 올여름 그는 ‘슈퍼맨’이었다. 이곳에서 치료받은 메르스 확진환자는 30명, 의심환자는 33명이었다. 환자 치료와 보호복 관리까지 모두 그의 몫이었다. 감염 가능성 때문에 사망한 환자의 몸을 소독해 화장터로 보내는 것까지 직접 맡았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책임감으로 전쟁 같은 하루를 버텼죠.” 당시 정 씨를 포함한 의료진은 최후의 보루에 서 있다는 압박감을 이겨내기 위해 하루에도 여러 번 이런 주문을 되뇌었다. 그는 “에크모(ECMO·체외막 산소화장치)를 달아야 할 정도로 병세가 악화됐던 메르스 1호 환자가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을 때 느낀 보람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환자 치료뿐만 아니라 의료진의 감염을 막는 것도 중요한 과제였다. 간호사들은 순서를 정해 치료를 마친 의료진의 보호복 탈의 과정을 일일이 확인했다. 조금이라도 열이 나는 간호사는 집에서 쉬도록 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메르스 환자를 치료했던 병원 중 유일하게 의료진 감염이 없었던 곳이다. “메르스 환자를 돌봤던 모든 의료진이 같은 마음이었을 겁니다.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는 것, 이것이 국민을 위하는 길이라 생각했습니다.” 정 씨를 만난 지 이틀 뒤인 23일 보건복지부는 ‘메르스 종식’을 공식 선언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 201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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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vs 스님 ‘인간벽’ 극한 대치 진입직전 총무원장 호소로 중단

    9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은신 중인 조계사 관음전 주변은 하루 종일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였다. 이날 경찰이 통보한 체포영장 집행 시간인 오후 4시가 가까워질수록 관음전 주변 긴장감은 높아졌다. 오후 2시 10분경 조계사 측은 충돌에 대비해 대웅전 앞마당에서 관음전 2층으로 연결된 구름다리를 분리했다. 관음전 1층 출입구도 모두 잠갔다. 오후 2시 50분부터 조계종 스님과 종무원 등 200여 명은 한 위원장 검거를 저지하기 위해 “공권력 투입 반대”, “평화적 해결” 피켓을 들고 관음전 주변에 집결했다. 스님들은 항의의 의미로 목탁을 두드렸다. 이들을 향해 보수단체 회원 20여 명은 “한상균을 체포하라”고 소리쳤다. 이날 오전 조계종 기획실장 일감 스님은 “법 집행을 명분으로 경찰력이 조계사를 진입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신중에 신중을 기해 주시길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관음전 내부로 진입하기 위해 경찰관 1000여 명을 조계사에 투입했다. 13년 만의 종교시설 진입이었다. 이들은 관음전 주변을 에워쌌다. 조계사 밖에는 경찰관 7000여 명이 조계사로 진입하는 출입통로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민주노총 관계자 등 외부인의 출입을 막았다. 경찰은 한 위원장의 투신에 대비해 수십 개의 매트리스도 관음전 주변에 설치했다. 경찰은 오후 3시 17분 관음전 서문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조계종 스님과 직원 200여 명은 스크럼을 짜고 “여긴 절이다. 경찰은 나가라”며 맞섰다. 경찰은 한 차례 물러난 다음 30분이 지나 조계종 관계자를 한두 명씩 끌어냈다. 연행 과정에서 조계종 관계자와 경찰 간에 고성이 오갔다. 오후 4시 4분경 서문 출입구를 장악했다. 관음전 주변을 둘러싼 조계종 관계자의 ‘인간벽’도 해체됐다. 같은 시각 경찰이 조계사 주변 경비를 강화해 민주노총 조합원 등은 관음전 주변에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 경찰 조끼를 입은 사복차림의 경찰 검거조는 관음전 출입구를 확보하고 체포영장 집행을 위한 준비를 마친 후 조계종 측의 뜻을 존중하기 위해 조계종 화쟁위원회가 한 위원장에게 제안한 오후 5시까지 집행을 기다렸다. 오후 5시가 되면 종로경찰서 수사과 직원들이 체포영장을 들고 검거조와 함께 관음전으로 들어갈 계획이었다. 경찰이 행동 개시에 막 나서려는 순간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의 기자회견 소식이 들려오면서 상황은 급반전했다. 오후 5시경 자승 총무원장은 한 위원장 은신 이후 처음 성명을 내놓고 “영장 집행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내일(10일) 정오까지 거취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예상치 못한 조계종의 발표에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시시각각 상황을 점검하고 있던 경찰청 지휘부는 긴급회의를 열었다. 강신명 경찰청장과 수사국장, 정보국장, 경비국장 등은 30분간 숙의한 끝에 “큰 종교계 지도자이니 (그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맞다”고 결론을 내렸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조계종 총무원장이 직접 시간을 정해 해결하겠다고 하니 여기서 더 밀어붙이면 충돌만 야기할 뿐”이라며 “단, 총무원장이 약속한 시간을 넘기면 가차 없이 진입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체포 명령만 기다리던 검거조에도 “내일 정오까지 연기한다”는 지시가 전달됐다. 검거 작전이 연기된 뒤 경찰은 관음전 주변 30명 등 병력 700여 명만 현장에 남긴 채 철수했다. 민주노총은 경찰이 체포 작전에 돌입하자 “즉각 총파업과 총력투쟁에 돌입하겠다”며 반발했다. 경찰의 체포 작전이 벌어지던 오후 5시 10분경 민주노총 조합원 30여 명은 서울 남대문경찰서 앞에서 경찰 체포 작전에 항의하는 기습시위를 벌였다. 이날 오후 7시부터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대한불교청년회 회원 등 100여 명과 함께 ‘사회적 약자를 위한 동체대비 법회’를 열고 경찰 대응을 비판했다.권오혁 hyuk@donga.com·박훈상·김재형 기자}

    • 2015-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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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흉기들고 침입한 군인을 살해… 경찰, 정당방위 25년만에 인정

    자신의 신혼집에 침입해 예비신부를 해친 군인을 살해한 남성에게 경찰이 정당방위를 인정했다. 살인 피의자에게 수사기관이 정당방위를 적용한 것은 1990년 이후 25년 만이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양모 씨(36)가 자신의 집에 무단 침입해 예비신부 박모 씨(33)를 흉기로 찌르고 자신마저 해치려 한 강원도의 육군 모 부대 소속 장모 상병(20)을 살해한 행위가 정당방위라고 판단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휴가 나온 장 상병은 만취한 채 9월 24일 오전 5시 반경 서울 노원구 공릉동 양 씨 집에 침입했다. 양 씨는 장 상병이 주방에 있던 흉기로 박 씨를 찔러 살해한 뒤 자신에게 달려들자 격투를 벌이다 흉기를 빼앗아 장 상병을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양 씨도 흉기에 이마와 손 등을 다쳤다. 경찰은 “정당방위의 제1요건인 ‘자신과 타인의 법익에 대한 부당한 침해를 받은 경우’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며 “양 씨가 당장 닥친 위험을 제거할 다른 방법을 찾을 여유가 없었다는 점에서 사회 통념상 (정당방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박 씨나 양 씨와 모르던 사이인 장 상병이 당시 만취해 있었다는 사실 등을 바탕으로 이번 사건을 술김에 벌어진 ‘우발적 살인’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건은 1990년 경북에서 자신을 결박한 채 애인을 성폭행한 사람을 격투 끝에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남성이 정당방위를 인정받은 사건 이후 경찰이 25년 만에 살인 피의자에게 정당방위를 인정한 것이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 2015-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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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년간 전국 고급주택 턴 3인조 강도, 담배꽁초 하나 때문에…

    4년간 전국을 돌며 고급 전원주택만 골라 침입한 뒤 금품을 훔쳐온 3인조 강도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2011년 5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전국을 돌며 36회에 걸쳐 총 12억 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로(특수강도 등) 김모 씨(47)와 박모 씨(46)를 구속하고 김모 씨(47)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 일당은 2012년 10월 용인 수지구에 위치한 정모 씨(69)의 전원주택 1층 창문으로 침입해 칼로 피해자를 위협하고 금고 안에 있던 현금과 귀금속 등 총 2억5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다. 또 경기 용인과 경남 울산의 전원주택에서 피해자들의 머리를 골프채로 때린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은 고가의 귀금속이 많고, 쉽게 제압할 수 있는 노부부가 주로 거주한다는 점을 노리고 고급 전원주택을 주요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불법으로 구매한 고가 외제차를 타고 범행 전날 사전 답사를 한 뒤, 범행 후 집에 설치돼 있던 폐쇄회로(CC)TV를 떼내 폐기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보안 장비가 있을 경우 집에 사람이 있을 땐 이를 꺼둔다는 점을 노려 사람이 있을 때만 침입했다. 훔친 귀금속 중에 추적의 빌미를 줄 수 있는 명품 시계나 반지 등은 홍콩으로 건너가 팔아넘겼다. 4년간 이어지던 이들의 범행은 범죄 현장에서 발견된 담배꽁초 하나 때문에 덜미가 잡혔다. 경찰은 “부산 기장군의 전원주택에서 발견된 담배꽁초에서 DNA를 확인해 김 씨를 용의자로 특정했고 이후 그간의 수사기록을 근거로 김 씨를 취조해 자백을 받았다”고 밝혔다.김재형기자 monami@donga.com}

    • 2015-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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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그컵엔 300원 할인’ 줄잇는 동참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스타벅스 교대점. 오후 5시 40분부터 8시까지 주문 손님 40명 중 텀블러(개인 보온병)에 음료를 주문한 사람은 6명이었다. 이혜성 점장(33)은 “아침 시간대에 텀블러를 쓰는 사람이 특히 많은데 10명 중 5, 6명이 텀블러에 담아 달라고 한다”며 “과거에는 텀블러 이용 고객층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직장인 여성 위주였다면 최근에는 젊은 남성과 중장년층까지 확대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300원씩 할인을 해주겠다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는 매장 곳곳에 ‘텀블러나 개인 머그컵을 사용해 환경을 살리자’라는 포스터를 붙여놓고 있다. 투썸플레이스 역시 계산대 바로 앞, 고객들의 눈길이 가장 많이 머무는 곳에 커피 값을 깎아주니 많이 활용해 달라는 표지를 달았다. 단순히 300원 때문만은 아니다. 이날 카페에서 만난 김정민 씨(23·여)는 “개인 컵을 쓰면 깨끗하고 오랫동안 따뜻하게 마실 수 있다”고 말했다. 2년 전부터 텀블러를 쓰고 있다는 조한나 씨(23·여)는 “텀블러 씻는 것이 처음에는 귀찮을 수 있지만 편리한 점이 더 많다”고 예찬했다. 이런 개인의 실천들이 모여 스타벅스는 2007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올해 3월 할인 건수가 1000만 건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2014년 관세청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커피 원두 수입량은 6127t으로 1인당 연간 298잔의 커피를 마신 것으로 추정된다. 많이 마시는 사람은 하루에 카페에 두세 번씩 가는 만큼 종이컵 수요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환경단체들은 1인당 연간 일회용 컵 소비량을 500개로 추정한다. 일회용 컵은 30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다. 따뜻한 커피향을 즐길 줄 아는 커피 애호가라면, 오늘부터 텀블러나 개인 머그컵을 적극 활용하는 것은 어떨까. 실속과 위생, 환경 보호까지 일석삼조로 챙길 수 있다.김재형 monami@donga.com·노지현 기자}

    • 2015-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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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렬, 원더보이즈 폭행-횡령 혐의로 고소 당해…무슨 일?

    가수 김창렬 씨(42)가 자신이 운영하는 A 기획사 소속 연예인을 폭행하고 월급을 가로챘다는 이유로 고소당했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김모 씨(21) 등 그룹 ‘원더보이즈’ 멤버 3명이 자신들을 폭행하고 월급을 가로챘다며 A 기획사 대표인 김창렬 씨를 폭행 및 횡령 혐의로 고소해 수사 중이라고 1일 밝혔다. 고소장에 따르면 김창렬 씨는 2012년 노원구의 한 식당에서 멤버 김 씨의 뺨을 때리고 2011년 10월부터 2013년 9월까지 멤버 3명의 급여 통장에서 3000만 원을 빼내 개인용도로 썼다. 멤버 김 씨 등은 지난달 20일 이런 내용의 고소장을 서울동부지검에 접수했다. 사건 수사를 맡은 광진경찰서는 조만간 고소인 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4인조 남성 그룹인 원더보이즈는 2014년 결성됐다. 올 초 김 씨 등 멤버 3명이 계약기간 만료 전 그룹을 탈퇴했고 A 기획사측은 계약 위반이라며 이들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A 기획사 측은 “급여를 빼돌린 사실이 없고 폭행 역시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혐의 사실을 강하게 부인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 201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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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포폴 132차례 ‘불법 투약 혐의’ 강남 A산부인과 원장 입건

    유흥업소 종업원들에게 수면 마취제인 프로포폴을 불법으로 투약해 온 서울 강남의 한 산부인과 원장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프로포폴을 불법으로 투약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강남구 A 산부인과 원장 황모 씨(56)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30일 밝혔다. 황 원장에게 프로포폴을 투여 받은 유흥업소 종업원 박모 씨(35·여)등 5명도 같은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황 원장은 프로포폴 투약을 목적으로 병원을 찾은 박 씨 등에게 필러시술을 받은 것처럼 위장해 2011년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총 132차례 불법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황 원장의 은행계좌를 통해 확인한 것만 132차례이고, 주로 현금거래로 불법 투약이 이뤄진 것을 감안하면 실제 범행 횟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A 병원에서 프로포폴을 불법으로 투약 받다 적발된 사람들은 대부분 유흥업소 종업원들로 전직 걸그룹 멤버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에선 약물에 중독 돼 돈을 빌려 투약해온 사람도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김재형기자 monami@donga.com}

    • 2015-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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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지 사각지대의 장애인들… 선정기준-중복사업 정비 필요

    신선아 씨(74·여)는 1년 전부터 야학에 다니는 딸 정혜운 씨(48·지적장애 2급)의 등하교를 돕고 있다. 저혈압으로 한 달 전 길거리에서 쓰러질 정도로 자신의 건강이 좋지 않지만 딸을 챙기는 것은 오직 엄마 신 씨의 몫이다. 남편과는 오래전 이혼해 도움을 받을 처지가 아니다. 답답한 마음에 신 씨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활동보조 서비스를 신청했었다. 그러나 평가 기관인 국민연금공단 장애심사센터는 ‘걸을 수 있다’는 이유로 지원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활동보조 서비스도 마찬가지였다. 딸이 혼자 집에 오도록 연습도 시켜봤다. 하지만 매번 길을 잃어 어쩔 수 없이 신 씨가 아픈 몸을 이끌고 딸을 마중하러 나간다. 주변을 둘러보면 신 씨처럼 필요한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 가정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복지사업의 두 축인 정부(보건복지부)와 지자체의 지원 대상 중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같은 서비스를 중복 지원받는 사례도 많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사업이 비슷하고 그 대상 선정 기준도 겹치는 탓이다. 정부는 중복 혜택 대상자 수를 줄여 신 씨처럼 지원이 절실한 사람에게 복지 혜택을 늘리기 위해 내년 초 정부와 지자체 간 사회보장사업 통폐합을 계획 중이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중앙과 지방 간 중복된 사회보장사업은 1496개. 이 중 378개(25.2%)가 장애인 연관 사업이었다. 전문가들은 그간 정부와 지자체가 조율하지 못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던 장애인 지원을 체계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장애인 지원 사업의 전체적인 틀을 짜는 일은 정부가, 지원 대상자의 형편을 따져 제공해야 하는 대인서비스는 지자체가 맡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소득 보장이나 고용 지원 등은 복지부가 처리하고 지자체는 각 가정의 형편에 맞는 특색 있는 사업을 개발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폐합은 하되 수혜 가정의 처지와 지원 사업의 성격을 감안해 ‘중복 지원’을 일부 허용해줘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뇌병변 1급인 자녀의 엄마 김미정 씨(44)는 “정부가 지원하는 장애인 연금은 20만 원이다. 생활비의 30%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지자체에서 지원하고 있는 5만 원가량의 생활보조금을 중복 지원이라고 없애버리면 그게 합리적이냐”고 말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 2015-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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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자리에 가방만 ‘달랑’

    ‘188개 좌석 중 124개 사용.’ 23일 오후 3시 반. 서울 종로구 정독도서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제3열람실 좌석 예약 현황이다. 이곳을 이용하려면 도서관 아이디를 발급받아 좌석 배정기에서 자리를 예약해야 한다. 하지만 예약된 자리에 실제 앉아 있는 사람은 67명뿐. 빈 좌석에는 사람 대신 책이나 옷, 가방이 놓여 있었다. 두시간이 지나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홈페이지에는 120개 좌석이 예약된 것으로 나왔지만 자리에 있는 사람은 71명. 앞서 확인한 빈 좌석은 대부분 그대로였다. 취업준비생 김모 씨(30)는 “기업 공채 시즌 등 이곳이 꽉 찰 때가 많다. 가방만 올려놓고 나가 있는 사람들을 보면 괘씸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좌석 배정 시스템을 도입한 곳이 늘고 있지만 ‘도서관 얌체족’은 여전하다. 이날 서울 관악구 서울대 중앙도서관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오후 2시 반 도서관 제3A열람실은 198개 좌석이 예약된 것으로 나왔지만 53개 좌석에는 사람이 앉아있지 않았다. 오후 4시까지 빈 좌석을 지켜봤지만 자리로 돌아오는 사람은 한두 명에 그쳤다. 예약되지 않은 자리에 물품이 놓여 있는 곳도 80석이나 됐다. 예약 후 이용 가능한 시간(3시간)이 지났는데도 물품을 그대로 놔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대 재학생 신모 씨(23)는 “예약하고 들어갔다가 물품을 보고 다시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먼저 열람실에 들어가서 빈 좌석이 어딘지 파악한 후에 자리 예약을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들이 발 벗고 나서기도 한다. 연세대 이과대 대학원생인 황정환 씨(26)는 “예약 시스템이 없는 열람실에서는 시험 기간 내내 책을 쌓아놓고 자기 자리처럼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이과대 학생회가 중심이 돼 사석화된 자리의 물품을 정리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대는 2008년부터 상습적으로 자리를 사석화하는 학생은 30일간 도서관 출입을 금지시키고 자료 대출을 제한한다. 김정규 서울시립대 중앙도서관 사서과장(58)은 “모두가 필요한 시간만 이용한다면 굳이 사석화를 할 이유조차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 2015-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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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점점 덩치 커져가는 아이… “마음 놓고 맡길 곳 있었으면”

    《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 70명을 심층 설문조사했다. 평생 돌봐야 할 처지를 생각할 때 힘에 부친다는 답변이 나왔다. 해피엔딩일 것 같은 영화 ‘말아톤’의 실제 모델인 엄마 박미경 씨(56)는 아직도 아들의 자립을 위해 온종일 조바심을 쳐야 한다. 장애인 자녀를 돌보는 부모의 고군분투는 장애인 복지예산 2조 원 시대를 맞는 내년에도 계속될 듯하다. 장애인 엄마의 하루는 얼마나 힘이 들까. 》 정부의 내년도 장애인 복지 예산은 사상 처음으로 2조 원에 달한다. 2013년부터 연평균 20% 이상씩 늘려온 결과다. 장애인의 살림이 좀 편해질 법하지만 장애인 자녀를 둔 엄마의 몸과 마음은 여전히 천근만근이다. 본보와 푸르메재단이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 70명을 설문조사했다. 이들은 공공장소에서 낯선 이들이 던지는 생각 없는 한마디에 상처를 입었고 자녀가 혼자 생활해 나갈 수 있을지 늘 걱정이었다. 10년 전 개봉해 화제가 됐던 영화 ‘말아톤’의 실제 주인공 엄마 박미경 씨(56) 역시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박 씨는 재작년에 아들 배형진 씨(32·정신지체 2급)를 경기 성남시의 한 장애인 생활시설(그룹 홈)에 맡기고 자신은 강원 원주시의 친정에 머물고 있다. 나중을 위해 아들이 홀로 사는 법을 배웠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박 씨와 아들의 물리적 거리는 100km. 박 씨는 낯선 곳에서 불안해하는 형진 씨를 위해 온종일 전화기만 붙들고 있다. 장애인의 부모 대부분은 평생 자녀를 보살핀다. 이들은 박 씨의 어제나 오늘과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다. 장애인 부모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엄마들의 하루를 따라가 봤다.○ 아이 둘러멘 강행군 10년 10일 오전 7시 반 서울 은평구의 한 빌라. 1층까지 계단 40여 개. 아름이(가명·10·뇌병변 1급) 엄마 김정덕(가명·45) 씨가 집 밖을 나와 가장 먼저 마주하는 관문이다. 김 씨는 아름이를 한쪽 어깨에 올렸다. 다리가 후들거려서 걷고 서기를 반복했다. 고통스러운 소리가 나올까 봐 입술을 앙다물었다. 가까스로 아름이를 차에 내려놓고 허리를 폈다. 김 씨의 입술에는 잇자국이 선명했다. 이른 아침부터 김 씨가 찾아간 곳은 집에서 차로 20분 거리의 한 대학병원. 아름이의 재활치료를 위해서다. 성장기 장애아동은 재활치료를 조금만 게을리해도 활동 능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아름이는 많게는 하루에 병의원 세 곳을 오가며 재활치료를 받는다. 그런데도 2, 3년마다 새 병원을 찾아 헤맨다고 한다. 그래도 아름이 몸에 수술 자국만 남지 않는다면, 섬이라도 찾아가겠다는 것이 김 씨의 각오이다. 오전 9시 반. 아름이를 학교로 보낸 김 씨는 고장 난 휠체어를 고치기 위해 강서구의 한 장애인복지관으로 향했다. 김 씨의 한 달 생활비는 90만 원. 김 씨는 쉴 시간을 쪼개 싼값에 수리가 가능한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낮 12시 40분. 한시도 쉬지 못한 채 김 씨는 수업이 끝난 아름이와 경기 성남시 분당의 재활치료센터로 향했다. 차로는 1시간 반 정도가 걸린다. 중증 장애아동도 배울 수 있는 언어 재활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는 얘기를 듣고 먼 걸음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런 하루를 10년간 반복했다. 목과 허리에 디스크가 생긴 지도 오래다. 이제는 불면증까지 겹쳐 밤마다 수면제를 먹고 잠든다. ○ 자녀와 같은 운명 10일 오전 7시 서울 성동구의 한 주택가. 엄마 변은정(가명·47) 씨는 선혜(가명·15·발달장애 1급)를 깨워 등교 준비를 돕는다. 가방 챙기는 것부터 교복 입기까지, 변 씨의 손이 거치지 않는 데가 없다. 오전 8시. 선혜를 배웅한 변 씨는 학교 인근 마을공동체 사랑방을 찾는다. 자폐증이 있는 선혜가 수업 중에도 엄마를 찾을 때가 있어 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대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변 씨는 학교 수업이 끝날 때까지 이곳에서 마을공동체 일을 돕는다. 주민들이 서로 어울려 사는 마을을 만들겠다는 것이 이 일의 취지다. 변 씨는 혹시 이 일이 잘된다면, 선혜 같은 아이가 이곳에서 길을 잃어도 주민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오후 3시 반. 변 씨는 수업을 마친 선혜를 데리고 종로구에 있는 재활치료센터로 갔다. 이날은 한 곳이지만 일주일 동안 변 씨 모녀가 재활치료를 위해 찾는 병의원(복지관 포함)은 총 10여 곳에 달한다.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치료를 할 수 있는 곳이 없어서다. 그래도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해 경기 고양시까지 치료를 받으러 다니던 3년 전보다는 나아졌다고 한다. 변 씨는 학교를 다닐 수 있는 지금이 차라리 행복한 시기라고 한다. 4년 뒤면 선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된다. 장애인이라 일자리 구하기도 힘들어 보호시설에 보내지 않으면 선혜의 하루는 오롯이 변 씨가 책임져야 한다. “선혜가 학교에 가면 학교로, 병원에 가면 병원에 갑니다. 훗날 선혜가 집 안에만 있어야 한다면, 저 또한 같은 생활을 해야겠지요.”○ 덩치가 커진 아들, 작아진 엄마 “아들을 사랑하지만 숨이 막히네요.” 19일 통화한 신정순(가명·72) 씨는 수화기 너머로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신 씨는 온종일 집에서 아들 성태(가명·35·정신지체 1급) 씨를 돌본다. 아들이 라디오를 들으며 얌전할 때도 있지만 한순간 돌변해 온 집 안을 어질러 놓는 경우가 많다. 100kg에 육박하는 아들이 몸으로 밀치면, 칠순이 넘은 신 씨는 맥없이 쓰러질 뿐이다. 변실금이 있는 성태 씨가 집 안에 오줌이나 변을 보면 뒤처리를 하는 것도 신 씨의 몫이다. 일용직 노동을 하다가 고혈압으로 몸져누운 남편은 신 씨를 도울 수 없다. 성태 씨가 중학교를 졸업한 이후 신 씨는 집에서 이런 생활을 계속해 왔다. 신 씨가 잠시라도 쉴 수 있는 시간은 일주일에 두 번, 성태 씨와 주간보호소에 가는 날이다. 성태 씨가 이곳에서 놀이를 하는 시간에 신 씨는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거나 다른 어머니와 수다를 떤다. 이마저도 등록 기한이 마감되는 올 12월까지라고 한다. 올해 4월 운 좋게 활동보조 선생님을 구해 한시름 놓는가 했다. 체육학과를 나온 20세 초반의 건장한 남자 선생님이다. 다른 선생님들은 주부이거나 연세가 많은 아저씨라 거구인 성태 씨를 감당하지 못한다. 하지만 내년이면 다른 일을 구한다고 하니, 또 걱정이 밀려온다. 신 씨는 간절히 바란다. “매일 초주검이 돼 잠자리로 가요. 잠깐이라도 숨 쉴 수 있었으면 해요. 제 아들처럼 졸업을 했더라도 또 장애가 심하더라도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정말 좋겠어요. 저도 살고 싶은 마음이 드니까요.” ▼ “동정심 가득한 눈길 부담돼… 차라리 그냥 지나가 주세요” ▼장애인 부모 70명 심층 설문 ‘초원이 엄마’처럼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가 가장 힘들 때는 언제일까. 본보 취재팀과 푸르메재단은 이달 1∼13일 장애인 부모 70명을 대상으로 심층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부모들이 가장 힘겨워할 때는 자녀가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해 소외감을 느낄 때였다. 23명(32.9%)이 이때 가장 힘들다고 답했다. 지적장애 2급 자녀(9)를 둔 엄마(42)는 “아이가 친구를 보고 반갑게 인사하고 싶어하는데 정작 그 아이는 모르는 사람 대하듯 외면할 때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고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자녀가 장애로 힘들어하거나 나아지지 않는 모습에 절망감을 느낄 때가 가장 힘들다는 응답이 15명(21.4%)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어 장시간 돌봄으로 피로를 느낄 때(11명·15.7%), 장애 자녀에게만 집중하다 보니 소외감을 느낀 다른 자녀와 빚는 갈등(8명·11.4%) 등이 부모를 힘들고 지치게 만들었다. 부모의 바람은 간단했다. 호기심이나 동정심 가득한 시선으로 아래위를 훑지 말고 그저 지나가 줬으면 했다. 지나친 호기심과 놀림 때문에 마음에 상처 받는다는 부모가 상당수였다. 자녀가 뇌병변장애 1급인 한 엄마(44)는 “아이가 ‘엄마 사람들이 나를 왜 자꾸 쳐다봐’라고 물어 봐서 ‘너무 귀엽고 예뻐서 그런 거지’라고 말해주고 있지만 매번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가 정부에 가장 원하는 것은 치료비의 건강보험료 급여항목 확대 등 경제적 지원 확대(16명·22.9%)였다. 활동보조서비스(14명·20.0%)와 평생교육기관(13명·18.6%)의 확대, 재활 및 교육 프로그램의 확대(12명·17.1%)도 그들의 작은 바람으로 꼽혔다. 김재형 monami@donga.com·황성호 기자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 2015-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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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총 첫 압수수색… 경찰 무전기-헬멧-손도끼 나와

    경찰이 ‘민중 총궐기 투쟁대회’ 때 불법 폭력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21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산별노조 등 8개 단체의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특히 압수수색 직전 조직적인 증거 인멸 정황을 포착해 수사 중이다. 서울지방경찰청 불법 폭력시위 수사본부는 이날 오전 7시 반부터 약 9시간 동안 서울 중구 민주노총 본부와 서울본부, 금속노조 본부와 서울지부, 건설산업노조 건설노조 플랜트노조 공공운수노조 등 8개 단체의 사무실 12곳을 압수수색했다. 민주노총 본부 압수수색은 1995년 단체 설립 이후 처음이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민주노총 일부 사무실에서 압수한 컴퓨터 52대 중 46대의 저장장치가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22일 “업무용으로 쓰이는 컴퓨터의 탈착식 저장장치를 조합원들이 외부에 갖고 나간 것으로 보인다”며 “문서 파쇄 등을 지시한 정황도 있다”고 말했다. 압수품 중에는 경찰에게서 뺏은 것으로 보이는 경찰 무전기 2대, 경찰 진압 헬멧 1개가 포함됐다. 불법 시위에 사용될 수 있는 손도끼 1개, 해머 7개, 절단기 7개, 노루발못뽑이(속칭 ‘빠루’) 2개, 밧줄 7개 등도 나왔다. 시위용 물품을 시위 현장까지 운반한 승합차 3대도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 단체들이 폭력 시위를 기획하고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압수품을 신속하고 면밀히 분석해 불법 폭력시위의 전모를 밝혀내고 불법 시위자와 기획자, 배후세력까지 모두 검거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경찰 무전기는 집회 현장에서 조합원이 주워 경찰에게 돌려주려던 것”이라며 “밧줄, 손도끼, 절단기도 이번 시위와 아무 관련이 없는 물건”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20일 경찰은 이번 시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 위해 별도의 민사소송 준비팀을 만들었다. 정용선 경찰청 수사국장은 준법 집회시위가 정착될 때까지 불법 폭력시위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며 “다음 달 5일 예고된 2차 투쟁대회에서도 불법 폭력행위는 있어서도 안 되고 용납하지도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번 시위와 관련해 217명을 수사 중이며 이 중 7명을 구속하고 4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투쟁본부 측은 “폭력 사태의 근본 원인은 차벽과 경찰 2만여 명을 동원해 시민의 이동을 막은 정부의 원천 봉쇄에 있다”며 “다음 달 5일 다시 한 번 민중의 요구를 분명히 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김재형 기자}

    • 2015-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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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보]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제14대 대통령을 지낸 김영삼 전 대통령이 22일 향년 88세를 일기로 서거했다. 19일 고열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김 전 대통령은 지병인 패혈증과 급성 심부전증이 겹쳐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이날 오전 0시 22분 숨졌다. 오병희 서울대 병원장은 “그간 뇌졸중 등 혈관 질환이 많아 병원치료를 계속 받아왔다”며 “워낙 고령인데다 지병이 악화되면서 돌아가신 걸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폐렴증세로 서울대 병원에 입원한 뒤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아 일시 상태가 호전되기도 했지만 고령이여서 특별관리를 받아왔다. 김 전 대통령은 이후에도 입원과 퇴원을 반복해 왔다. 김 전 대통령의 서거 당시 병실에는 차남인 김현철 씨(55)를 비롯한 가족들이 임종을 지켰던 것으로 알려졌다.김재형기자 monami@donga.com}

    • 2015-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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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위대 떠난뒤… 광화문 ‘쓰레기 몸살’

    폭력 시위 뒤 서울 도심은 쓰레기로 몸살을 앓았다. 집회가 11시간 동안 이어지면서 이날 거리 곳곳에는 길바닥에서 식사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남은 음식물을 음식물쓰레기 봉투에 담아 버리기도 했지만 일부는 길거리 배수로나 인근 상가 화장실에 그대로 버렸다. 서울 중구의 한 빌딩 관리직원은 “라면과 빵, 심지어 남은 음식물을 죄다 모아 놓은 도시락 통을 들고 화장실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시위대가 행진한 세종대로와 태평로 일대 곳곳에는 찢어진 우비와 각종 전단이 수북이 쌓여 관할 구청은 뒤처리에 진땀을 흘렸다. 14일 오후 11시경 광화문광장에서 만난 환경미화원 임모 씨(56)는 “비에 젖은 전단이 길바닥 곳곳에 얼룩처럼 나붙어 이를 떼어내는 데 힘이 많이 든다”고 했다. 서울 도심의 교통이 통제되면서 관광업계는 적잖은 피해를 봤다. 광화문광장 인근의 한 호텔 지배인은 “관광버스와 택시 등의 접근이 안 돼 이곳 지리를 잘 모르는 외국인 손님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며 “길을 찾지 못해 예약을 취소하거나 소음에 환불을 요청하는 외국인 손님도 많았다”고 토로했다. 한국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는 캐나다 출신 댄 더나히 씨(36)는 “이처럼 과격한 시위에 어린이가 섞여 있는 것이 가장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청계천의 서울빛초롱축제를 보러 나온 독일인 크리스티안 랑 씨(56)는 “(시위의) 목적이 무엇이든 이처럼 무질서한 모습을 보이면 다른 시민들에게 큰 불편을 주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김철웅 채널A 기자}

    • 2015-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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