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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 2위 의결권 자문회사인 ISS와 글라스루이스가 회원사들에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삼성전자에 미칠 영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삼성전자는 이달 24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사실상 ‘삼성특검’으로 끝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결과가 삼성전자의 대외신인도 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ISS와 글라스루이스 보고서는 외국인 기관투자가 등 주요 주주들에게 영향력이 적지 않다. 두 회사는 7일과 8일 각각 낸 보고서에서 주총 안건인 재무제표 승인의 건과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에 대해 모두 ‘찬성’을 권고했다. 그러면서도 주석 형태로 최근 최순실 사태와 삼성그룹 연루 의혹을 소개하며 주주들에게 조심스레 지켜봐야 한다고 권고했다. 통상 찬성 또는 반대 의견만 제시하는 것과 달리 긴 부연설명이 달려 증권가에선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다. ISS는 이번 사태를 “박근혜 대통령과 그의 오랜 벗 최순실이 연루된 K스포츠와 미르재단에 40개가 넘는 기업이 자금을 지원해 생긴 스캔들”이라고 했다. 이어 “삼성그룹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논란 등으로 수사 과정 내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ISS는 특검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수뇌부에 대한 일괄 기소 사실도 전했다. 보고서 말미에는 “아직 진행 중인 사건인 만큼 (삼성에) 불러올 영향을 섣불리 예단하긴 어렵다”고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글라스루이스도 “최근 회사가 처한 상황이 불러올 파장을 고려하면 주주들은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 등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찬성 의견을 제시한 이유로는 “법적 과정이 아직 진행 중이며 현재로선 증거가 불충분해 주총 안건에 대해 반대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사태를 계속 조심스럽게 지켜볼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 재판 과정 등에서 확인되지 않은 주장들이 쏟아져 나올 경우 글로벌 투자사들의 태도가 더 부정적으로 바뀔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추후 신규 이사 선임 등 민감한 안건이 논의될 때는 ‘법적 리스크’를 고려해 제동을 걸 수도 있다는 것이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삼성SDI가 전영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57)을 대표이사로 선임한 데 이어 소형전지 총괄 부사장에도 삼성전자의 반도체 전문가를 영입했다. 삼성SDI는 안태혁 삼성전자 시스템LSI제조센터장(55·부사장)을 소형전지사업부장으로 선임했다고 6일 밝혔다. 소형전지사업부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배터리 등을 납품하는 조직이다. 안 부사장은 라인 건설 및 운영 전문가다. 삼성SDI의 추후 배터리 라인 신설 및 운영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전자업계는 삼성SDI가 삼성전자 출신 고위급 인사를 잇달아 영입해 지난해의 갤럭시 노트7 배터리 사태 재발을 방지하고 조직 쇄신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1등 DNA를 삼성SDI에도 적용하려는 의지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삼성그룹 계열사 임원 인사는 통상 미래전략실 인사팀이 총괄해 왔다. 미전실이 지난달 28일 해체되면서 이번 인사는 삼성전자와 삼성SDI 고위 관계자 간 협의를 통한 관계사 전배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안 부사장은 경북대 전자공학과, 한양대 금속공학 석사, 일본 나고야대 전기공학 박사 출신이다. 삼성전자에서 메모리공정개발팀 담당임원, 메모리기술팀장 등을 지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 2014년 2월 개봉한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진성전자’에 다니다 사망한 ‘윤미’와 딸의 죽음을 억울해하는 아버지 ‘상구’의 이야기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일하다 2007년 3월 6일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숨진 황유미 씨(당시 23세)와 그의 아버지 황상기 씨를 모티브로 만든 영화다. 영화에는 상구 측 변호를 맡아 진성전자가 고용한 대형 로펌과 대항하는 열혈 변호사 한 명이 등장한다. 박상훈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16기)를 모델로 한 인물이다. 김태윤 감독은 개봉 후 인터뷰에서 “영화 속 설정대로 노동법 전문 판사셨고 지금 로펌에서 일하는 분이다. 그분도 아무 대가 없이 들어오셔서 사건을 끝까지 하고 계신다”고 소개했다. 유미 씨 10주기를 앞둔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아셈타워 화우 사무실에서 박 변호사를 만났다. 그는 2008년부터 지금까지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해 온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내 백혈병 논란을 쭉 지켜봐 온 증인이다. 》 박 변호사는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출신으로 2009년부터 6년간 황상기 씨 등 5명의 무료 변호를 맡았다. 2014년 9월부터는 황 씨가 속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에서 분리된 가족대책위원회의 법률 대리인으로 활동 중이다. 지금까지 이 사건에 투입한 개인 시간만 1000시간이 넘는다고 했다. “저도 그 영화에 1000만 원이나 투자했어요.” 영화 이야기를 꺼내자 박 변호사가 웃으며 얘기했다. 당시 제작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영화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만들어졌다. 그는 “영화 속 구체적인 사실 관계는 좀 다르다. 하지만 ‘끝까지 투쟁해야 한다’는 대신 ‘투쟁과 조정을 병행해야 한다’는 게 영화 속 그리고 실제 나의 생각이었다”고 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서울대 법대 출신 판사였고, 대형 로펌의 잘나가는 변호사인 그가 이 일에 처음 발을 들인 시점은 2009년이다. 2007년 3월 유미 씨 사망 후 반올림이 발족하면서 ‘삼성 백혈병’ 문제가 본격적으로 이슈화되던 때였다. 법원을 떠난 지 만 2년 된 그에게 황상기 씨 등의 무료 변호를 맡아 달라는 요청이 왔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국내 최대 고객사인 삼성을 상대로 싸우는 일이었기에 회사도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는 “내 시간과 회사 시간을 엄격하게 구분하겠다”며 회사를 설득했다. “삼성을 적으로 돌린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어요. 그때까지 확인된 팩트는 삼성전자 직원이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했다는 것뿐이었죠. 원인이 뭔지 찾는 건 사회적으로도, 노동법 전공자인 저에게도 굉장히 유의미한 일이라 생각해 받아들였습니다.” 2010년 1월 11일. 그는 첫 소장을 내던 날짜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2016년 8월 30일 마지막 대법원 판결이 나기까지 무려 6년 반이 걸렸다. 황상기 씨 등 2명은 2심에서 사실상 승소했고, 고 황민웅 씨 유족 등 3명은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2승 3패’인 셈이다. 이 사안은 법원 판결보다 노사 간 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온 그의 생각이 결과적으로 맞았던 셈이다. “만일 5건을 모두 승소했더라면 삼성이 산재를 인정 안 해준 나쁜 기업이죠. 반대로 전부 패소했더라면 노동자들의 무리한 요구인 거고요.”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옳고 틀리다고 볼 수 없는 ‘의미 있는 무승부’가 될 가능성이 컸기에 조정으로 풀어야 한다고 봤다는 거다. 2012년 11월 그가 처음 대화를 제안하자 반올림 내부에서는 반대가 많았다. 그가 협상을 중시하는 인물이니 당분간 모임에서 배제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왔을 정도다. 그는 “어렵게 대화를 시작했지만 삼성과 반올림은 2년 동안 ‘샅바 싸움’만 했다”고 회고했다. 반올림은 문제가 해결될 경우 시민운동단체로서의 동력이 상실될 우려가 컸고, 삼성은 “보상을 해주면 반도체 사업이 망할 것”이란 내부 강경파 반발에 부닥쳤을 것이라는 게 그의 해석이다. 공전(空轉)만 반복한 지 2년째 되던 2014년 3월, 그는 양측에 사과, 보상, 대책을 3대 내용으로 담은 의견서를 제시했다. 마침 한 달 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제3의 중재 기구’를 세우자고 제안하면서 조금씩 진전이 생기는 듯했다. 그해 5월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던 권오현 부회장이 첫 사과 기자회견을 했다. 하지만 대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2014년 5∼11월 7차례 협상이 이어졌지만 이견만 늘고 진척은 없었다. 지친 유가족들 사이에서 불협화음이 생겼다. 반올림 8명 중 6명이 “문제를 해결해야지 책임공방만 이어져서는 안 된다”며 ‘가족대책위’(가대위)로 분리해 나왔다. 박 변호사는 2014년 9월부터 가대위 법률대리인을 맡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 구성에 나섰다. 조정위는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2014년 12월 출범했다. 이후 반올림, 삼성전자, 가대위 협상주체 3곳을 불러 모아 6차례 협상을 벌였다. 반년 만인 2015년 7월에는 ‘사단법인 설립을 통한 보상을 하라’는 조정권고안도 발표했다. 하지만 이것 역시 끝이 아니었다. 문제는 여전히 첩첩산중이었다. 가대위는 조정위가 제시한 보상기준에 불만이 컸다. 삼성전자도 사단법인은 세울 수 없다고 맞섰다. 반올림은 보상기준을 올릴 것을 요구했다. 결국 3자는 완전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그 대신 삼성전자가 가대위 요구사항을 받아들여 반올림을 뺀 양자 간 합의가 이뤄졌다. 삼성이 낸 1000억 원을 재원으로 보상위원회를 꾸리자 금세 150명이 보상을 신청했다. 이 중 120명이 보상을 받았다. 합의가 이뤄진 사람들에겐 회사가 개별적으로 사과를 했다. 그가 제안했던 사과, 보상, 대책 중 2가지가 해결된 것이다. 마지막 ‘대책’에 대한 합의는 지난해 1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 대한 종합진단과 예방대책을 내놓을 외부 독립기구(옴부즈맨위원회)가 출범하면서 해결됐다. 박 변호사는 “‘한국 기업 역사상 가장 큰 갈등이 조정으로 해결된 첫 사례’라고 평가하고 싶다”고 했다. 다만 반올림을 끝까지 안고 가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감추지 못했다. 그는 “삼성 노조 설립을 주장하는 반올림을 설득할 때 ‘산재 문제는 산재로 끝내야 한다’고 거듭 말했다”고 했다. 자신도 삼성에 노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이 판에서 논의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노조 문제는 지금 삼성전자를 다니고 있는 사람들이 해결해야 할 또 다른 라운드”라며 “과거의 산재 문제를 원동력 삼아 현재의 노조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계기로 백혈병 이슈를 다시 제기하는 정치권에 대한 비판도 쏟아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삼성전자 백혈병 피해에 대한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가 일정을 미룬 상태다. “정경유착에 대한 새로운 문제 제기는 분명 좋은 겁니다. 그런데 그걸 백혈병 이슈랑 엮으면 안 되죠. 사실상 풀린 매듭을 다시 묶는 건 이 일을 해결하려고 노력해 온 저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모독입니다.” 그는 “최순실 일가에겐 500억 원 가까이 주고 백혈병 피해자에겐 500만 원만 줬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위로금 중 일부로 500만 원을 준 것”이라고 바로잡았다. 이제 와서 500만 원을 부각해 비판하는 건 정치적인 의도성이 명백해 보인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도 최근 한 언론이 500만 원만 지급했다고 보도하자 4일 자사 홈페이지에 “전혀 사실이 아니며 몇 차례에 걸쳐 지급된 치료비와 위로금 등의 증빙자료를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 변호사는 정작 자신의 첫 의뢰인인 유미 씨에 대한 보상과 협상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이 가장 마음이 쓰인다고 했다. 그는 “이제까지 유미 씨 아버님이 고생을 가장 많이 했다. 유미 씨까지 잘 마무리되는 게 이 라운드의 진정한 끝”이라고 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삼성전자가 냉장고 속 선반, 도어, 커버 등 음식이 닿는 모든 공간을 메탈(금속) 소재로 감싸 신선함을 유지시키는 2017년형 ‘셰프컬렉션’ 냉장고(사진)를 1일 출시했다. 채소 전용 보관실인 ‘수분케어채소실+(플러스)’와 육류 어류 전용 보관실인 ‘셰프팬트리’는 내부까지 완전히 메탈 소재만 사용했다. 올해 제품은 ‘액티브 쿨링’ 기능도 새로 적용했다.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상부에서 냉기를 분출하면서 형성되는 에어커튼 효과는 외부 공기가 섞이는 것을 줄여 준다. 2017년형 ‘T9000’ 냉장고도 함께 출시했다. 최상위 모델에만 적용됐던 ‘메탈쿨링’ 선반을 적용해 신선 보관 기능을 강화했다. 출고가는 셰프컬렉션(840∼950L)이 604만∼869만 원, T9000(730∼854L)은 229만∼419만 원이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삼성 미래전략실 전격 해체 및 실·팀장 전원 사표 소식이 발표된 뒤인 28일 오후 5시.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5층 다목적홀에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이하 250여 명의 미전실 임직원이 모두 모였다. 연단에 오른 최 부회장은 직원들에게 사죄부터 했다. “지난해 말쯤 미전실을 여러 가지로 개편할 계획이 있었는데 바깥 상황으로 인해 결국 해체하게 됐다”며 송구하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여러분이 새로운 곳에서도 미전실의 긍지를 살려 훌륭한 경영자가 됐다는 소식을 듣고 싶다”고 했다. 이날부로 만 40년 ‘삼성맨’ 생활을 끝내게 된 그는 “(회사) 밖에 나가서 백의종군하며 무죄 입증을 통해 실추된 자존심을 회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함께 사표를 제출한 장충기 차장(사장)과 김종중 전략팀장(사장) 등 나머지 수뇌부 8명은 침묵을 지켰다.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는 것으로 마지막 미전실 조례는 끝났다. 갑작스러운 해체와 최고위 임원들의 공동 사표에 미전실 임직원들은 더 큰 혼란에 빠졌다. 직원들은 아직 어디에서 근무할지조차 통보받지 못한 상황. A 씨는 “언제 어느 팀으로 오느냐는 원소속 계열사 동료들의 문의가 이어지는데 사실 내가 제일 궁금하다”고 했다. 삼성전자로 돌아가게 된 B 씨는 “일부 언론은 ‘대기 발령’이라는 표현을 썼던데 실제로도 당장 맡을 업무가 없고 정식으로 소속된 조직도 없다”고 말했다. 미전실 임직원들은 일단 이번 주까지 서울 서초사옥으로 출근한다. 삼성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42층 집무실을 제외한 그룹 관련 사무실을 이번 주 내에 모두 비울 예정이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5번째로 소환된 지난달 26일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특검 사무실에서 짧게 만났다. 최 부회장도 당시 특검에 소환됐다. 변호인 입회하에 가진 ‘마지막 만남’에서 두 사람은 미전실의 실·팀장 전원 사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삼성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 구속 직후부터 미전실 해체를 위한 실무 작업과 각종 후속 쇄신안을 준비해 오던 기류가 주말을 기점으로 확 바뀌었다”고 했다. 그는 “이 부회장 외에는 미전실 수뇌부 전원 사퇴 등을 결정지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덧붙였다. 진정한 과거와의 결별 및 쇄신을 다짐하는 차원에서 ‘완벽한 해체’라는 결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미전실 수뇌부는 해체를 앞두고 10개 이상의 쇄신책을 준비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체되는 마당에 사장단 인사와 채용, 감사 등 주요 기능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계열사에 유산처럼 남겨서는 안 된다”는 내부 지적이 나오면서 이조차 모두 덮었다. 미전실 팀장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한 시각도 28일 정오경이었다. 그만큼 상황이 급박하게 흘러갔다는 얘기다.○ 58년 만에 문 닫은 컨트롤타워 미전실은 1959년 고 이병철 회장 시절 설치된 삼성물산 비서실이 토대다. 이후 58년간 총수 직속 조직으로 운영되며 명맥을 이어왔다. 그동안 미전실은 총수를 보좌하면서 계열사 사장단도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영향력과 권한을 행사했다. 계열사 간 사업 조정 및 대형 인수합병(M&A)부터 사장단 및 임원 인사, 그룹 공채, 계열사 내부 감사, 정부와 국회를 대상으로 한 대관 업무 등 굵직굵직한 그룹 현안은 모두 미전실 손을 거쳤다. 막강한 권한만큼 대형 리스크도 많았다. 1998년 외환위기 직후 ‘구조조정본부’로 재편됐지만 8년 만인 2006년 ‘삼성 X파일’ 사건이 터지면서 ‘전략기획실’로 축소됐다. 2008년 ‘삼성특검’ 직후에는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전략기획실이 전면 해체됐다. 그러나 당시에는 사장단 협의체가 일부 기능을 이어받았다. 2년 반 뒤인 2010년 12월 이건희 회장의 경영 복귀와 함께 미래전략실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번에는 사장단 협의체 등 조금의 실마리도 남기지 않고 완전히 없앴다는 것이 2008년 때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변화의 중심에는 이 부회장이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해 “국민들 사이에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면 (미전실을) 없애겠다”고 직접 약속했다. 삼성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청문회 직전까지도 미전실 해체는 내부에서 확정되지 않았던 이슈”라고 전했다. 이 부회장 본인 의지가 컸다는 의미다.○ 선단식에서 계열사 중심 경영으로 삼성은 그동안 그룹이 계열사를 총괄하는 선단식 경영을 해왔다. 앞으로는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로 바뀐다. 3대 계열사인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을 중심축으로 관련 계열사들이 함께 주요 사안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미전실이 주도했던 그룹 사장단 회의와 연말 최고경영자(CEO) 세미나, 간부 승격자 교육, 신입사원 연수 등의 행사도 모두 없어진다. 신입사원 공채 역시 계열사별로 필요한 만큼 알아서 뽑는 방식으로 바뀐다. 그룹 차원의 채용 공고가 이날까지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에 상반기(1∼6월) 공채부터 계열사별로 진행된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는 한날한시에 보지 않으면 문제가 유출될 우려가 있어 이번에는 날짜를 맞춰 치른다”며 “다만 앞으로는 채용 방식에도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그룹 공채가 폐지됨에 따라 삼성의 전체 채용 규모도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신입사원보다는 경력 채용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공채와 더불어 그룹 인사팀의 핵심 업무였던 사장단 및 임원 인사도 각 계열사에서 알아서 하게 된다. 각 사 이사회에 CEO추천위원회 등을 신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이날 이사회를 열어 전영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앞으로 이뤄질 삼성 계열사별 사장단 인사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변화다. 삼성SDI 관계자는 “이사회가 사내이사 선임 권한을 갖고 있어 사내이사 중 대표이사를 선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사장은 24일 정기주주총회를 통과하면 신임 대표이사에 오르게 된다. 조남성 전 삼성SDI 사장은 지난해 ‘갤럭시 노트7’ 배터리 결함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8년 삼성 특검 이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차명계좌를 실명으로 전환하면서 발생한 이익금의 용처는 이날 언급되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가족들과 상의해 용처를 찾겠다”고 약속했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 지분 등으로 구성된 이익금은 2008년 기준 1조 원가량이었지만 현재 3조∼4조 원까지 불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그 돈은 이 회장의 재산이어서 지금 당장 처분을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법적 검토가 좀 더 필요하다”고 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신동진 기자}
삼성이 계열사 60개와 종업원 50만 명을 이끌던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28일 전격 해체했다. 최지성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등 팀장 이상 고위 임원 9명도 1일자로 전원 사퇴한다. 고문 등의 직함도 받지 않고 회사를 완전히 떠난다. 이로써 1959년 고 이병철 선대회장의 삼성물산 비서실로 시작된 이른바 ‘그룹 기능’은 58년 만에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그룹 기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시절에는 ‘구조조정본부’와 ‘전략기획실’이라는 이름으로, 2010년 12월부터는 ‘미래전략실’로 이름을 바꿔 운영돼 왔다. 재계에서 예상했던 그룹 쇄신안은 이날 발표하지 않았다. 미전실을 해체하면서 마지막 가이드라인을 내놓기보다는 각 계열사에서 혁신방안을 자율적으로 마련해 실행한다는 취지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그룹 차원의 쇄신안을 내놓지 않은 것이 진짜 쇄신책”이라고 했다. 이준 미전실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은 이날 오후 3시 15분경 서울 서초사옥 기자실을 찾아 4분간 짤막하게 해체 발표를 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실·차장 등 삼성 수뇌부 5명을 일괄 기소한다고 발표한 직후였다. 이 팀장은 5줄짜리 발표 자료를 통해 “각사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중심의 자율경영을 한다”고 밝혔다. 선대회장 때부터 이어져 온 수요 사장단 회의는 폐지됐다. 정경유착 근절과 재발 방지를 위해 대관(對官)업무 조직은 완전히 해체한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삼성SDI는 향후 가파른 성장이 예상되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사업에 2020년까지 3조 원을 투자하기로 하는 등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전기차 중심의 사업 구조를 갖추고, 글로벌 시장을 선점한다는 목표다.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세계 ‘톱’ 수준을 달성할 계획이다. 우선 한국, 중국, 헝가리로 이어지는 ‘3각 체제’를 구축해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의 글로벌화를 달성하기로 했다. 소재 연구개발(R&D) 센터 신설 등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조직을 정비해 소재 내재화도 본격 추진할 방침이다. 앞서 삼성SDI는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사인 마그나의 전기차 배터리팩 사업부문을 인수했다. 중국 시안에 업계 최초로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준공해 본격 양산에 돌입하는 등 선행 투자에 적극적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오토차이나 2016’에 참가해 세계적 수준의 안전성 기술을 구현한 제품들과 급속충전 셀, 표준형 모듈, 원통형 셀 등을 선보였다. 셀부터 모듈, 팩까지 다양한 전기차용 배터리들을 선보여 중국 전기차 시장을 겨냥한다는 목표였다. 특히 고밀도 전기차용 배터리셀인 50Ah와 120Ah 셀을 기존에 선보였던 37Ah와 94Ah 셀과 함께 새롭게 선보였다. 50Ah는 37Ah에 비해 35%, 120Ah는 94Ah에 비해 28% 용량이 향상됐다. 동일한 표준형 모듈을 적용했기 때문에 이미 개발된 모듈 디자인에도 주행거리가 늘어난 전기차 개발을 할 수 있다. 아울러 개발 비용 또한 대폭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SDI는 또 각형 배터리뿐만 아니라 원통형 배터리도 선보였다. 원통형 배터리는 소형 IT기기용 분야에서 세계 1위로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원통형 배터리 채용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2016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는 한번 충전해서 600km까지 주행 가능한 고(高)에너지밀도 전기차 배터리 셀을 선보였다. 이 배터리 셀은 업계에서 개발 중인 500km급보다 20∼30% 주행거리를 향상시킨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이 집약된 제품이다. 현재 내연기관 자동차가 평균 1번 연료를 주입했을 때 주행거리가 600∼700km임을 감안했을 때, 이 제품이 상용화될 2020년에는 전기차 시장의 티핑 포인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혁명 2030’의 저자인 미국 스탠퍼드대 토니 세바 교수는 “2020년을 기점으로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고 2030년에는 모든 신차가 전기차가 될 것”이라 내다본 바 있다. 삼성SDI는 해외 업체들과의 협력에도 힘을 싣고 있다. 2015년 8월 독일 아우디와 전기 SUV(Battery-electric Sports Utility Vehicle)을 공동 개발하는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한 번 충전으로 500km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다. 기존 전기차의 한계로 지적된 주행거리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삼성SDI는 용량, 무게, 부피 등에서 진보한 혁신적인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2009년부터 삼성SDI와 파트너십을 맺어온 BMW그룹은 2013, 2014년에 삼성SDI의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자동차 i3(EV), i8(PHEV)을 잇따라 출시하며 전기차 시대를 앞당겼다. 2014년 7월에는 삼성SDI와 BMW그룹이 전기차 배터리 공급 확대를 위한 MOU를 체결해 협력관계를 공고히 하기도 했다. 삼성SDI는 이 외에도 크라이슬러, 벤틀리, 포르쉐, 인도 마힌드라 등 세계 유수의 자동차 메이커들과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2014년에는 미국의 메이저 자동차 회사인 포드와 ‘초경량 리튬이온 배터리 콘셉트’, ‘듀얼 배터리 시스템’의 공동 개발을 위한 상호협력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삼성물산 상사부문은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1369메가와트(MW) 규모의 신재생에너지 발전단지 조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른바 ‘온타리오 프로젝트’는 발주, 입찰, 수주, 건설의 일반적 대형 프로젝트 사업 프로세스를 탈피한 ‘제안형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프로젝트 오거나이징 업계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해외 선진시장에서 기존에 없던 패러다임의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고 과감히 도전함으로써 미래 유망 사업인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새로운 청사진을 그려냈다. 삼성은 2008년 온타리오 주정부가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청정 에너지원 확보와 일자리 창출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풍력과 태양광을 활용한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클러스터 조성을 먼저 제안했다. 2010년부터 삼성물산은 캐나다 온타리오 주정부와 함께 풍력 및 태양광 발전사업을 단계별로 진행해 왔다. 현지 투자 공장 유치 및 고용 창출에도 기여하는 등 전체적인 사업의 틀을 정하는 신재생 발전사업 투자 기본 협약인 ‘GEIA’(Green Energy Investment Agreement)도 체결했다. 총 3단계로 나누어 진행되는 온타리오 프로젝트는 전체 1369MW 중 1, 2단계 풍력(869MW) 및 태양광(200MW) 발전 단지를 완공해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 대규모로 생산된 전력은 전력판매계약(PPA)에 따라 온타리오 주 전력청에 판매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사업 구상에 따른 오거나이징 수익(Organizing Fee)과 발전단지 운영수익을 얻는 식이다. 삼성물산은 올해 말까지 온타리오 프로젝트 3단계 태양광발전단지를 준공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삼성그룹이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 종료에 맞춰 28일 전후로 미래전략실(미전실)을 전격 해체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쇄신안을 내놓는다. 특히 정경유착 근절 의지를 보여주는 차원에서 그룹 대관 업무는 계열사로 이관하지 않고 해체하는 방안도 막판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우선 미전실의 ‘물리적 해체’를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 입주해 있는 서울 서초사옥에서 서둘러 ‘방’부터 뺀다는 것. 미전실 소속 임직원 250여 명은 해체 직후 각자의 출신 소속사가 아닌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3개 부문으로 임시 이동한다. 이들은 한 달여간 3개 회사에서 미전실 해체 후처리 작업 및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 준비 등을 한다. 이후 조직 및 인사 개편안이 마무리되면 그룹의 모든 계열사로 흩어지는 최종 인사 발령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3사에 미전실 인력이 머무르며 경영지원실 인력을 강화하는 형태가 되면 자칫 미전실을 분화한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후 이 부회장 1심이 끝나는 5월 말 추가로 최종 인사가 나지 않겠느냐는 해석이다. 미전실의 완전한 해체까지 처리돼야 할 일도 적지 않다. 기존에 미전실에서 해오던 △인사 △감사 △홍보 △법무 △기획 등 주요 기능 중 꼭 필요한 업무를 어떤 형태로 계열사들에 ‘이식’하는가가 중요한 과제다. 우선 계열사별로 이사회 내에 ‘최고경영자(CEO) 추천위원회’ 등을 신설해 직접 사장단 인사를 하게 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CEO 추천위가 가령 3배수로 사장단 후보를 올린 뒤 이사회가 면접을 거쳐 최종 선발하게 하는 식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경우 이사회 내에 경영위원회와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만 있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컨트롤타워가 사라지면 가장 복잡해질 작업 중 하나가 사장 인사”라며 “특히 이 부회장 개인 지분이 거의 없는 금융 계열사들은 앞으로 지배구조를 잘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칫 사장이 이사회와 손잡고 파벌을 형성하거나 인사권을 독점하는 등의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이사회의 독립성을 지켜내야 한다는 것이다. 신입사원 공채도 계열사별로 진행한다. 삼성 관계자는 “새로운 인재 수혈은 매년 꼭 필요하기 때문에 총수 부재에 관계없이 공채는 반드시 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룹 공채가 폐지되는 만큼 장기적으로 삼성직무적성검사(GSAT) 등 기존 채용 방식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그 외 △전략 △법무 등은 일단 삼성전자로 이동해 추후 업무 분장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08년 삼성 특검 이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차명계좌를 실명으로 전환하면서 발생한 이익금의 용처는 쇄신안과 관계없이 별도로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삼성전자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신제품 ‘엑시노스 9(8895)’를 1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핀펫(FinFET) 공정으로 양산한다고 23일 밝혔다. 엑시노스 9는 삼성의 올해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8’의 두뇌 역할을 하게 된다. 10nm 공정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10월 반도체업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기술이다. 수치가 낮아질수록 회로 간 폭이 좁아져 전자의 이동 거리도 짧다. 10nm 공정으로 양산하면 기존 14nm 공정과 비교해 성능은 27% 개선되고, 소비전력은 40% 줄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미국 퀄컴의 차세대 모바일 AP인 ‘스냅드래건 835’를 10nm 공정으로 전량 위탁 생산한다고 발표했다. 엑시노스 9와 스냅드래건 835 모두 갤럭시S8에 탑재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업계에서는 10nm 핀펫 공정 양산을 계기로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도 기술 리더십을 확고히 하게 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엑시노스 9는 최고 사양의 롱텀에볼루션(LTE) 모뎀을 내장한 통합 칩으로 기가비트(Gb)급 통신 속도를 지원한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으로 주목받고 있는 인공지능(AI)과 딥러닝 등 고성능 컴퓨팅 분야에도 활용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독자 개발한 2세대 64비트 중앙처리장치(CPU)와 영국 암(ARM)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내장했다. 초고화질(UHD)의 가상현실(VR) 영상과 게임도 더 현실감 있게 즐길 수 있다. 삼성전자 부품(DS)부문 시스템LSI사업부의 허국 상무는 “엑시노스 9는 차세대 스마트폰과 태블릿PC뿐 아니라 VR, 증강현실(AR) 기기 등 혁신적인 제품 개발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반도체는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장치산업이다. 시장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한 적기 투자가 성패를 가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SK하이닉스는 2012년 반도체 업황이 불투명해 업계의 평균 투자 규모가 축소된 가운데서도 전년 대비 10%가량 늘어난 3조8500억 원을 투자했다. 이후에도 매년 3조 원대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2011년 8000억 원 수준이던 연구개발(R&D) 자금도 2015년에는 2배 이상인 1조7600억 원 수준으로 확대했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수준의 R&D 투자를 통해 빠른 시장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경쟁력 강화에 주력했다. 올해도 기술개발 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를 지속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현재 모바일 중심인 정보기술(IT) 시장에서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해 모바일용 D램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2013년 말에는 차세대 모바일 D램 규격인 LPDDR4 제품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모바일 D램 비중을 지난해 3분기(7∼9월)까지 40% 이상으로 확대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분기부터 20나노 초반급의 LPDDR4 제품을 시장에 공급하며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빅데이터 및 클라우드 확대로 급증하는 서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고용량 DDR4 제품을 중심으로 서버용 D램 경쟁력도 강화하고 있다. 2014년 4월 20나노급 8Gb DDR4 기반으로 세계 최대용량인 128GB(기가바이트) DDR4 모듈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20나노급 4Gb DDR4 기반으로 서버용 비휘발성 메모리 모듈인 NVDIMM 기준 최대 용량인 16GB 제품을 업계 최초로 개발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의 20나노급 제품 대비 원가절감 효과가 큰 10나노급 제품을 올해 2분기(4∼6월) 중 양산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D램 사업에서의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모바일 및 서버 D램 분야에서 기술리더십을 강화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SSD, UFS 등의 다양한 응용복합제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낸드플래시 솔루션 경쟁력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작년 중국에서 열린 인텔개발자포럼(IDF)에서 자체 개발한 컨트롤러와 3D낸드가 탑재된 서버용 NVMe SSD를 선보였다. 이에 힘입어 향후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서버용 스토리지 시장 수요에 선제 대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기존 16나노 낸드 제품보다 공정을 미세화한 14나노 제품 비중을 지속 확대해 수익성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메모리 시장에서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3D낸드와 관련해 2016년 상반기(1∼6월) 36단 제품 양산에 이어 48단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올해 안에는 72단 제품 개발을 완료, 양산해 낸드 시장에서의 기술리더십을 확보할 방침이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삼성전자는 고객의 요구를 먼저 파악하고 발상의 전환을 통해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제품, 미래를 선도하는 기술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3계층의 연구개발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1, 2년 내에 시장에 선보일 상품화 기술을 개발하는 각 부문의 산하 사업부 개발팀, 3∼5년 후 미래 유망 중장기 기술을 개발하는 각 부문연구소가 있다. 그리고 미래 성장엔진에 필요한 핵심 요소 기술을 선행 개발하는 종합기술원까지 연구개발(R&D) 구조를 체계화해 운영 중이다. 삼성전자 연구개발비도 매년 늘고 있다. 2011년 10조3000억 원이던 R&D 투자비는 2012년 11조9000억 원, 2013년 14조8000억 원, 2014년 15조3000억 원이었다. 삼성전자는 곳곳에 연구소도 운영 중이다. 서울 우면동의 ‘삼성 서울 R&D 캠퍼스’는 2015년 말 입주한 연면적 33만 m²의 연구소다. 6개동에는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소프트웨어센터, DMC 연구소 임직원 등이 근무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다자인, 소프트웨어(SW)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소프트 파워’의 중심지로 꼽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존의 딱딱한 연구소가 아닌 자유롭고 창의적인 분위기를 강조했다”고 했다. 특히 주변 우면산은 물론 기존 마을 등과 조화를 이루는 친환경 연구소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연구원들이 마음껏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2014년 3월 문을 연 경기 화성 부품연구동은 지상 27개층, 지하 5개층의 연면적 약 33만 m² 규모의 부품 전문 연구동이다. 삼성전자 부품(DS) 부문에 소속된 메모리, 시스템LSI, 발광다이오드(LED) 3개 사업부와 생산기술연구소의 연구인력을 하나의 건물로 모았다. 부품사업 R&D 시너지 효과 창출을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 증축 중인 3번째 동은 내년 상반기(1∼6월) 완공될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삼성SDI 등이 참여하는 수원 사업장 2단지 내 전자소재 연구단지는 2013년 11월 문을 열었다. 이 밖에 수원 디지털시티 내에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제2의 도약을 이뤄낼 모바일 연구소(R5)도 자리 잡고 있다. 수원 디지털시티 안에 다섯 번째로 들어서는 종합연구시설인 R5에는 그동안 사업장 안에 흩어져 있던 휴대전화 R&D 인력이 입주해 차세대 모바일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이 같은 연구소 활동을 토대로 확보한 기술 특허와 노하우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0년 특허 관련 조직을 개편해 종합기술원 산하 IP센터를 최고경영자(CEO) 직속 조직으로 편입시켰다. 또 변호사와 변리사를 포함한 IP 전담 인력을 지속 확충하고 있다. 신제품 기획 단계부터 특허 전문 인력을 참여시키고 있으며, 임직원들의 발명 활동과 특허 출원을 장려하기 위해 IT업계 최고 수준의 직무발명보상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미국 특허 취득 건수는 5518건으로 2006년부터 IBM에 이어 11년 연속 2위를 지키고 있다. 삼성전자는 1984년 최초로 미국 특허를 등록시킨 이래 현재 세계적으로 총 10만6707건의 특허를 갖고 있다. 대부분 스마트폰, 스마트 TV, 메모리, 시스템LSI 등에 관한 특허로 삼성전자 전략사업 제품에 쓰이거나 향후 활용될 예정이다. 사업을 보호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유사 기술 및 특허의 난립과 경쟁사 견제 역할도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LED TV 등에 적용한 고유의 디자인을 보호하기 위해 디자인특허 확보도 강화했다. 2014년에는 미국에서 832건의 디자인 특허를 취득했다. 삼성전자는 사내 R&D 분야별 전문가 육성을 위해 2009년부터 ‘마스터(Master)’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일종의 ‘기술 부문 리더’로서, 연구원들이 해당 분야 전문가로 연구에만 전념하면서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도입한 제도다. 마스터가 되면 본인의 전문 분야 연구에 전념하며 특허 출원과 논문 발표, 학회 참석 등 다양한 대내외 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그 동안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술을 중시하는 기업 철학이 바탕이 되고,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유감없이 발휘 중인 마스터의 활약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평가했다. 2015년 12월에는 디지털TV 시스템 소프트웨어와 차세대 3차원(3D) 디스플레이, 차세대 반도체 핵심공정과 설비분야에서 세계 최고 전문성을 보유한 인력 6명을 ‘2016년 신규 마스터’로 선임했다. 이로써 현재까지 총 58명이 사내에서 마스터로 활동하고 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이후 미국과 영국, 일본 등 해외 유력 매체들이 연일 이번 사태를 분석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외국 기자들의 눈에 비친 이번 사태의 본질은 ‘한국 땅에 토대를 둔 글로벌 기업 삼성의 딜레마’였다. 이 부회장 본인은 해외에서 영어 이름 ‘Jay’로 불리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공부를 한 ‘서양화된(westernized)’ 인물이지만, 결국 ‘삼성’이란 한국식 재벌 체제에 적응해야 했다는 분석이다. 20일(현지 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부회장 주변 인물 인터뷰를 통해 “그는 (부친보다) 더 국제적인 시각을 갖고 서양식 경영을 선호했으며, 토론과 창의성을 중시했다”고 분석했다. “2014년 아버지 부재 속에 삼성 총수 자리를 물려받은 이 부회장이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회사 재편에 나서며 불투명한 기업 문화와 정경유착으로 얼룩진 나라에서 투명성과 신뢰성의 시대를 약속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이 주변 사람들에게 “재벌 체제는 끝났다”고 말했다는 사실도 전했다. 신문은 동시에 “이재용 부회장을 잘 아는 사람들은 이 부회장이 새로운 변화에 대한 욕구와 오랜 비즈니스 관행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의 지인으로 기사에 소개된 박윤식 미국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이 부회장은 굉장히 서양화된 사업가지만, 한국적인 경제·정치·사업 환경 속에서 경영했다”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전날 사설을 통해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FT는 “영어 이름 ‘Jay’를 쓰는 이 부회장은 주주 배당 확대와 해외 기업 인수 등 다소 공격적으로 보일 수 있는 기업 개혁 방향을 설정해 놨다”고 분석했다. FT는 이 같은 변화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한국에서는 이 부회장 구속 수사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무조건 관용을 베풀기보다는 법정에서 공정하고 엄격한 절차를 밟는 게 중요하다”며 “이 부회장이 유죄로 판명난다면 죗값을 치러야겠지만, 무죄라면 더 이상 정치적 희생양으로 만들어선 안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식 재벌 체제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재벌이 한국 경제에 확고히 자리 잡고 있으며, 10대 재벌의 연매출이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80%를 넘어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한국 특유의 재벌 체제로 인해 이 부회장의 구속이 가져다줄 타격의 심각성도 지적했다. NYT는 “재벌 문화는 한국에서 종종 제정 군주제에 비유되는데, 회장이 기업에 대한 결정을 하거나 승인을 해야 한다. 따라서 실질적인 리더인 이 부회장의 부재는 일반적인 회사에서 최고 중역의 부재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고 분석했다. 일본 언론은 상대적으로 차분하게 이번 이슈를 들여다보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삼성의 최고 경영진이 구속된 것은 처음이며 재계를 중심으로 이번 특검 수사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산케이신문은 이 부회장의 구속이 일본 전자업체들에 좋은 기회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18일자에서 “이 부회장의 구속은 ‘갤럭시 노트7’ 배터리 발화 사고에 이어 기업 이미지를 크게 저하시키는 문제”라며 “소비자들의 ‘삼성 기피’가 가속화되면 일본 전자업체들엔 사업 기회가 늘어 스마트폰 및 TV의 세계 점유율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이샘물 evey@donga.com·김지현 기자}

지난해 9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5년 국내 ‘1인 가구’는 총 520만3000가구로 국내 가구 중 가장 큰 비중(27.2%)을 차지했다. 1990년 102만1000가구에 비해 5배 이상으로 늘어난 규모다. 둘이 사는 2인 가구까지 합치면 전체 가구 수의 50%가 넘는다. 매년 3월이면 새롭게 자취를 시작하는 대학생과 독립하는 직장인이 늘어난다. 전자업계에서도 떠오르는 소비자층인 ‘나홀로족’ 잡기에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모습이다. 21일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인 가구 소비지출 규모는 2010년 60조 원이었지만 2020년에는 12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2030년에는 194조 원으로 늘어 4인 가구(178조 원) 소비지출 규모를 앞지를 것으로 전망된다. 싱글들이 가전을 고를 때 가장 중시하는 부분은 ‘아담한 크기’다. 너무 큰 냉장고, 세탁기, TV는 부피만 차지하는 부담스러운 존재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리프 TV’의 32인치 레드 컬러모델을 국내 시장에 내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전까지 유럽에서만 24인치 모델로 판매되던 색상인데 국내 출시를 원하는 소비자가 많아 추가로 내놓게 됐다”고 했다. 집이 작아 TV를 따로 둘 공간이 부담스럽다면 프로젝터 TV를 활용해보자. 한 손에 쥘 수 있는 크기인 ‘LG 프로빔 TV’는 촛불 2000개의 밝기와 풀HD(1920x1080) 해상도를 구현한다. 프로젝터로는 처음으로 스마트TV 플랫폼인 ‘웹OS 3.0’을 적용해 셋톱박스나 PC 등 주변기기 없이 무선 인터넷만으로 다양한 동영상, 드라마, 방송 등을 즐길 수 있다. 1인 가구를 위한 상냉장·하냉동 타입의 유럽 스타일 냉장고도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고급 라인업인 ‘셰프컬렉션 냉장고’를 상냉장·하냉동 2도어 타입으로 내놨다. ‘셰프모드’는 기존 4도어 제품의 주요 특징인 내부 온도 편차를 ±0.5도 이하로 관리한다. 온도 변화를 최소화하는 ‘독립냉각’, ‘메탈쿨링’ 등 혁신적인 미세정온 기술도 적용했다. 원하는 장소에 밀어 넣는 ‘슬라이드 인 타입’ 설계로 주방 가구 구조 변경이나 추가 시공 부담 없이 간편하게 설치할 수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320L 용량의 2도어 냉장고를 내놨다. 깊이와 가로가 각각 650mm, 595mm로 주방 조리대 깊이에 맞춰 깔끔하게 설치할 수 있다. 동부대우전자도 기존 대용량 냉장고 대비 전체 크기를 52% 줄인 공간 절약형 ‘콤비냉장고’를 내놨다. 일반 냉장고에 김장김치를 보관할 때 금방 시어버린다는 점에 착안해 1인 가구를 위한 다목적 김치냉장고도 내놨다. 102L 용량의 소형 스탠드형 제품으로, 기존 대용량 김치냉장고 대비 크기가 4분의 1밖에 안 된다. 이 제품은 월 평균 2000대 이상 팔리고 있다. 싱글들 사이에 가장 인기있는 품목 중 하나는 무선 핸디 청소기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내놓은 ‘파워스틱’은 흡입력이 동급 제품 대비 약 3배 강하다. 먼지와 머리카락은 물론이고 쌀알, 모래알처럼 큰 입자도 한번에 잘 흡입할 수 있다. LG전자 ‘코드제로 핸디스틱 터보 2.0’은 핸디스틱 무선청소기에 물걸레 기능까지 더한 제품이다. 청소기 흡입구 바로 뒤에 물걸레 키트가 있어 먼지를 흡입한 뒤 바닥에 남은 미세먼지까지 깨끗하게 닦아주는 방식이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1. 2003년 3월 1일 LG그룹은 화학부문 지주회사인 LGCI와 전자부문 지주회사인 LGEI를 합병해 통합 지주회사 ㈜LG를 공식 출범시켰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LG그룹이 다른 그룹에 한발 앞서 오너 중심의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함으로써 재벌개혁을 핵심 과제로 삼고 있는 새 정부의 정책기조에 가장 먼저 부응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2. 삼성전자는 2017년 3월 말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 안건에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 등 지배구조 개편안을 포함시키지 못했다.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 검토는 지난해 11월 처음 공식화되면서 시장의 기대감을 끌어냈던 이슈다. 그러나 삼성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이어져 온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와 최근 야권에서 주도하는 지주회사 규제 강화에 상당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대체 어쩌란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참여정부 시절 지주회사 전환을 적극 유도했고, 그 취지에 공감해 차근차근 쌓은 결과물이 이제는 개혁 대상이 된다니 당황스러울 따름입니다.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국내 A그룹 임원) 정치권의 ‘정책 역주행’ 속에 지주회사 전환을 둘러싼 재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지주회사란 자회사들의 주식을 전부 또는 일부를 사들여 지배권을 행사하는 회사다. 국내에선 외환위기 이후인 1999년 4월 공정거래법 개정과 함께 처음 도입됐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장려 속에 LG그룹과 SK그룹이 각각 2003년, 2007년 지주회사 전환을 마쳤다. 최근에는 삼성 외에 롯데그룹도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시 정부들과 같은 뿌리를 두고 있는 야당이 잇달아 지주회사 전환을 막는 규제를 내놓자 기업들은 황당해하고 있다.○ 지주회사 규제가 지배구조 개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지주회사의 자회사 의무소유비율을 높이고 부채비율 한도를 축소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가 상장 자회사 지분을 20%(비상장사는 30%) 이상 보유하고 부채비율은 200%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의무소유비율을 어느 정도까지 올리겠다는 건지 알 수 없지만 현행 20%에서 30%로 10%포인트만 늘려도 천문학적 비용이 추가로 들어간다”고 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원론적으로 볼 때 20일 종가 기준으로 지분 30%를 확보하려면 81조 원이 든다. 현행 20%를 확보할 때 필요한 54조 원보다 30조 원가량 더 필요하다. 현대자동차도 9조 원가량이 더 든다. 야권이 이달 임시국회에서 우선 처리하겠다는 공정거래법과 상법개정안에도 지주회사 전환을 막는 방안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지주회사 전환 시 자사주 활용을 제한하는 법안이 대표적이다. 지주회사들이 자회사 의무소유비율을 맞추려면 큰 자금이 든다. 각 기업들은 자회사를 분할할 때 자사주 몫만큼의 분할 자회사 신주를 배정받는 방식으로 요건을 충족해왔다. 개정안들은 배정받은 신주에 대해 법인세를 물리거나 아예 지주회사 전환 전에 갖고 있던 자사주를 모두 소각하도록 하고 있다. 그룹 지배구조 강화에 자사주를 남용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다.○ 지주회사 전환하라고 할 땐 언제고 역설적으로 지주회사 제도는 김대중 정부가 도입하고 노무현 정부 때 안착된 제도다.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했다. LG그룹이 2002년 11월 국내 그룹 중 가장 먼저 지주회사 전환을 결정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재계 관계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외환위기 후 순환출자와 상호출자 등을 기반으로 한 회사의 재무구조 악화가 다른 계열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각심이 높아졌다”고 기억했다.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공감대를 갖게 됐다는 설명이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는 ‘지주회사=선진국형 지배구조’라는 인식이 자리 잡혔다. 2006년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지주회사가 의무적으로 가져야 할 자회사 지분을 30%에서 20%로 완화해 줬을 정도다. GS, SK, CJ 등 대형 그룹들이 잇따라 지주사로 전환했다. 정부와 정치권, 시민단체들은 지주회사 전환을 머뭇거리는 삼성과 현대차 등에 전환을 촉구하기도 했다. 2003년 강철규 당시 공정거래위원장은 “대기업 정책으로 선진국형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적극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정부와 정치권이 지주회사는 재벌 지배구조를 대체할 ‘모범답안’이라는 공감대를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손바닥 뒤집듯 정책을 바꾸는 건 너무 무책임하다”는 반발이 나온다. 규제 실효성에 관한 지적도 있다. 문 전 대표는 지주회사 부채비율이 20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지주회사로 전환한 기업집단의 평균 부채비율은 25.7%에 불과하다.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라는 것이다. 지주회사 전환에 과도한 비용이 들 경우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소액 주주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있다.김지현 jhk85@donga.com·서동일 기자}
정치권의 오락가락 정책 행보 속에 재계가 길을 잃었다. 정부와 정치권이 20년 전부터 ‘기업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를 외치며 주도해 온 지주회사 정책 때문이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야권이 ‘재벌 개혁’을 목표로 내놓은 공정거래법과 상법개정안에는 지주회사 관련 규제 강화 방안이 다수 포함돼 있다.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를 대상으로 주주대표소송 및 장부열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특정 주주가 지주회사 지분 1%만 획득해도 자회사 전체를 대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어 기업으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생긴다. 법인세법 개정안은 회사 분할 시 자사주에 분할신주를 배정하면 해당 신주만큼 따로 법인세를 매기도록 하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 전에 갖고 있던 자사주를 모두 소각하게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추진되고 있다. 기업으로서는 지주회사 전환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180도 달라진 정치권의 태도에 2003년 LG그룹을 시작으로 SK, 두산, CJ 등 재계 전반으로 확산되던 지주회사 전환 움직임은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기업들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지주회사 전환을 적극 독려했다는 점에서 현재 야권의 태도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중장기 전략을 세워나가야 하는데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규제 때문에 갈피를 잡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참여정부가 타결시켰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민주당이 2012년 총선에서 “집권 후 폐기하겠다”고 선언했던 선례를 연상시킨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이날 정치권이 우후죽순 발의하고 있는 규제 법안들에 대해 “‘교각살우(矯角殺牛·쇠뿔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인다)’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공개적으로 우려를 나타냈다. 박 회장은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열린 ‘유일호 경제부총리 초청 최고경영자 조찬 간담회’에서 “쓰나미처럼 쏟아지는 규제 법안이 휩쓸리듯 통과되면 법 잘 지키고 성실하게 사업하는 많은 분들이 과연 어떻게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20대 국회가 출범한 지난해 5월부터 연말까지 발의된 기업 관련 법안은 590개다. 이 중 규제 법안은 407개(69%), 지원 법안은 183개(31%)다. 김지현 jhk85@donga.com·이샘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에 이어 19일에도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소환돼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수척한 모습의 이 부회장은 수용자번호 배지가 붙은 양복 차림에 수갑과 포승줄로 묶인 상태로 압송됐다. 법무부 규정상 70세 이상 고령자나 여성은 포승줄을 생략할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에 따라 수갑은 본인 희망에 따라 천 등으로 가릴 수 있지만 포승줄은 가리지 않는 게 관례다. 이 부회장은 이틀간의 조사에서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정부로부터 어떤 특혜를 받은 적이 없다”고 의혹을 거듭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포승줄에 묶여 끌려가는 사진이 앞으로 두고두고 삼성 대외 이미지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추후 무죄 판결이 나온다면 이로 인한 피해는 누가 보상해줄 것이냐”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초유의 총수 구속 사태를 맞은 삼성그룹은 앞으로의 대응 전략 짜기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주말 동안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비서팀장 출신인 이승구 미래전략실 상무가 이 부회장을 면회했다. 가족들의 안부인사와 현안 등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이 부회장이 1심 재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는 게 삼성의 첫 번째 과제다. 특검법에 따르면 특검이 기소한 사건은 다른 재판에 우선해 심리하고 1심은 기소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하도록 돼 있다. 특검은 수사기간 연장이 불발될 경우 이 부회장을 이달 28일 전에 기소해야 한다. 이 경우 1심 선고는 5월 말에 이뤄진다. 삼성이 보석 신청 등 이 부회장의 조기 석방을 시도할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위험 부담도 있다. 섣불리 보석을 신청했다가 기각당하면 자칫 ‘유죄 이미지’만 굳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13년 1월∼2015년 8월 재벌 총수 중 최장 기간을 복역한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같은 이유로 병보석을 신청하지 않았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07년과 2012년 구속됐을 때 보석 신청이 모두 기각됐다. 다만 2006년 구속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두 달여 만에 10억 원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 삼성 경영진은 이 부회장 신병 건과 별도로 ‘내부 다잡기’에도 진땀을 흘리고 있다. 어느 때보다 뒤숭숭한 사내 분위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특검 수사로 삼성 직원들의 정신적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 해외법인 현지 직원들의 동요도 감지된다. 삼성 직원들만 참여하는 익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블라인드’ 게시판에서는 이 부회장의 구속에 대한 찬반 투표가 이뤄지기도 했다. 삼성 사장단은 이 부회장 구속 다음 날인 18일 오전 사내 인트라넷에 ‘임직원께 드리는 글’을 올렸다. 그룹 사장단 명의의 메시지는 이례적이다. 여기에는 “초유의 사태로 인해 충격과 상심이 클 것입니다. … 회사를 믿고 각자 자리에서 흔들림 없이 최선을 다해 주시길 당부드립니다”는 내용을 담았다. 주요 계열사들은 기존 사업을 흔들림 없이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18일(이하 현지 시간) 싱가포르에서 ‘삼성 동남아 포럼’을 마무리했다. 삼성 포럼은 매년 초 삼성전자가 주요 지역별로 바이어와 협력사를 초청해 신제품을 소개하는 행사다. 세계 최대 전장업체인 하만 인수도 17일 미국에서 열린 하만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무사히 마무리됐다. 26일 스페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태블릿PC 신제품 ‘갤럭시탭S3’를 선보이고 ‘갤럭시S8’도 예정대로 다음 달 29일 공개한다.김지현 jhk85@donga.com·신동진 기자}
17일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은 경기 의왕시 소재 서울구치소에서 6.56m²(약 1.9평) 규모 독방에서 생활을 시작했다. 이 부회장은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음식을 독방 안에서 먹어야 한다. 식사가 끝나면 화장실 세면대에서 스스로 식판과 식기를 설거지해 반납하게 돼 있다. 구치소 독방에서는 TV를 시청할 수 있다. 다만 모든 수용자는 법무부 교화방송센터에서 제작 편성한 교화프로그램(단일채널)을 시청해야 하며, 채널을 돌리지 못한다. 독방 바닥에는 전기 열선이 들어간 난방 패널이 깔려 있다. 겨울에는 목욕탕에서 일주일에 2회씩 온수 목욕을 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은 형이 확정될 때까지 주로 변호인과 접견을 하면서 재판 준비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구치소에 따르면 형이 확정되지 않은 수용자는 가족이나 지인 등을 만나는 접견은 하루에 한 번만 10분 이내로 할 수 있지만, 변호인 접견은 횟수 및 시간에 제한이 없다. 일반 접견은 모든 대화 내용이 녹취되는 반면, 변호인 접견은 형사소송법상 방어권 보장을 위해 녹취나 교도소 직원 입회 없이 진행된다. 재계에서는 총수가 변호인을 자주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최소한의 옥바라지’로 꼽는다. 다만 삼성은 불필요한 특혜 논란이 제기되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하는 분위기다. 과거 총수 구속 사태를 경험한 다른 기업 사례도 참고할 것으로 보인다. 몇 년 전 총수가 구속됐던 A그룹은 구치소 인근에 임시 사무실을 만들어 재판을 준비하면서 총수의 가족과 지인, 변호인의 접견 일정을 조율했다. 이 그룹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많은 내용을 물어보지만 총수는 세부적으로 다 기억하지 못하는 만큼 본인이 무슨 혐의를 왜 받는지 꼼꼼히 복기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전했다. 그는 또 “임원들이 총수 접견을 갈 때마다 눈물을 짤 수도 없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회사 이야기만 할 수도 없고 애매했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경영진과의 접촉도 상당한 제약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총수 구속을 경험한 B그룹 관계자는 “접견이 가능한 횟수가 제한돼 있는 만큼, 가족이나 지인 등의 일정을 고려해 회사 경영진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방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화 내용이 녹취가 되는 만큼, 경영상 민감한 내용은 외부로 알려질 소지가 다분히 많아 접견 과정에서 언급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원격 경영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과거 구치소에 수감된 총수들은 접견 시간을 제외하고는 상당한 시간을 책을 읽으면서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루 2만 원 사용 한도인 영치금을 활용하면 신문이나 책, 잡지 등을 구독할 수 있다. 총수 옥바라지를 전문으로 했던 C그룹 관계자는 “영치금이 마르지 않도록 계속 입금하는 것이 주요 업무 중 하나였다”고 전했다.이샘물 evey@donga.com·김지현 기자}

삼성그룹은 16일 밤까지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구속영장이 기각될 것으로 굳게 믿고 있었다. 삼성 수뇌부는 이날 오후 9시부터 이 부회장의 체어맨 차량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 대기시킨 채 서울 서초사옥에서 그의 복귀를 기다렸을 정도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영장실질심사 이후 분위기를 파악해본 결과 ‘51 대 49’로 영장이 기각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몇 시간 뒤 ‘총수 구속’이란 초유의 사태를 맞은 삼성은 17일 하루 종일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삼성그룹 오너 일가의 구속은 창업 79년 만에 처음 겪는 일이다. 삼성은 구속된 이 부회장이 앞으로 특별검사팀에 소환될 때 호송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전 세계로 보도될 수밖에 없어 엄청난 글로벌 이미지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200조 원의 매출액 중 90%를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삼성은 총수 구속으로 미국 해외부패방지법(FCPA) 타깃이 될 가능성이 있다. FCPA는 미국 기업이 해외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거나 회계 부정을 저지르는 것을 처벌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지만 2008년 법 적용 대상이 확대됐다. 제재 대상이 되면 과징금 처벌은 물론이고 미국 내 공공 조달사업에서 퇴출당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애플 같은 글로벌 경쟁자들이 소비자 단체를 동원해 해외부패방지법 적용을 부추기면 삼성의 미국 내 경영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 미국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한 것 같은 대형 인수합병(M&A)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해외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고민이다. 삼성 주요 주주인 해외 연기금이나 일부 대형 펀드는 뇌물죄를 저지른 기업에는 투자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는 “이번 구속은 세계에서 가장 큰 스마트폰 회사 오너의 승계를 위험에 빠뜨리는 이례적인 조치”라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해 ‘갤럭시 노트7’ 단종 이후 모바일 사업의 회생을 위해 고군분투한 한국의 가장 큰 기업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은 이날부터 즉각 미래전략실 중심의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고, 오후 늦게 “앞으로 재판에서 진실이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이 이날 오전 이 부회장을 가장 먼저 면회해 앞으로의 수사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계획됐던 미래전략실 해체 등 삼성의 쇄신 프로젝트는 모두 미뤄지게 됐다. 올해 상반기(1∼6월)는 이 부회장이 승계 작업을 사실상 마무리하려던 시기였다. 삼성전자를 인적 분할해 지주회사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무기한 연기됐다. 삼성은 2013년부터 복잡하게 얽힌 계열사 간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작업을 벌여 왔다. 다음 달 열릴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처음 참석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해졌다. 기소 후 보석 신청이 받아들여진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이사회 의장으로 취임해 이사회 중심 경영을 펼치려던 계획이었다. 글로벌 행보도 불가능해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내려진 출국금지 조치로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의 네트워크를 확대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다. 다음 달 23일 중국에서 개막하는 ‘보아오 포럼’ 참석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2013년 이 포럼 이사를 맡아 중국 최고지도자들과 연을 맺어왔다. 충격은 삼성뿐만 아니라 재계 전반으로 퍼졌다. SK, 롯데, CJ 등 특검 수사 대상으로 언급됐던 기업들은 다시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수사 기간 연장을 요청한 특검은 이날 “다른 대기업 수사는 수사 기간 연장과 맞물려 있다”고 밝혔다. SK그룹은 특검 대응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하는 만큼 다양한 경우의 수를 두고 대응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수사 대상 기업들은 자칫 특검을 자극할 수 있어 대응 논리가 있어도 말을 아낄 것”이라고 말했다. 21일 그룹 조직 개편과 인사를 확정 발표할 예정이던 롯데그룹도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그룹 쇄신안의 핵심이었던 호텔롯데 상장 역시 당초 상반기에 추진하려던 목표가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김지현 jhk85@donga.com·서동일·이새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의 두 번째 사전구속영장 실질심사를 하루 앞둔 15일 삼성그룹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였다. 지난달 첫 영장심사 당시는 8년 만에 처음으로 수요사장단 회의를 취소했지만, 이날은 예정대로 수요회의를 진행했다. 이 부회장은 구속영장 재청구 소식이 전해진 14일 저녁 최지성 미래전략실장(66·부회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63·사장)과 만나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특혜 의혹…대가 관계 없어” 삼성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6일 오전 10시 반 시작될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 삼성이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모녀를 지원한 것의 대가성 여부를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 삼성 측이 처분해야 할 강화된 순환출자 지분을 의도적으로 줄여줬냐는 게 쟁점이다. 특검은 공정위가 당초 1000만 주이던 처분 주식수를 500만 주로 깎아줬다고 보고, 그 과정에 삼성 측이 청와대를 통해 공정위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첫 구속영장에는 없던 혐의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원래 ‘삼성전자→삼성전기→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물산→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 내의 회사들이다. 이는 두 회사의 합병으로 ‘①삼성전자→삼성전기→통합 삼성물산→삼성전자’ ‘②통합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통합 삼성물산’ 두 개의 고리로 나뉜다. 공정위는 이를 새 순환출자 고리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500만 주 외에 삼성전기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500만 주도 함께 처분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삼성 측은 ‘같은 순환출자 고리에 속한 회사 간 합병은 순환출자 강화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한 공정거래법 제9조 2항을 근거로 이의를 제기했고, 공정위는 처분대상 주식 수를 삼성SDI가 보유한 500만 주로 줄였다. 삼성은 “공정위가 원래대로 1000만 주를 처분하라고 명령했다면, 이는 공정거래법 위반이 될 수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정위의 처분에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청와대에 부정한 청탁을 할 이유가 없었고, 최 씨 모녀 지원과의 대가 관계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첫 영장 기각 사유 뒤집을 수 있나” 특검 안팎에선 이 부회장의 첫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뒤집을 만큼 증거나 정황이 충분히 확보됐는지가 논란이다. 두 번째 구속영장에는 기각된 첫 구속영장과 마찬가지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이 부회장의 433억 원 뇌물공여 혐의가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204억 원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이다. 청와대가 ‘공개된 창구’인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해 모금한 돈을 ‘부정한 청탁’과 얽힌 뇌물로 볼 수 있는가 하는 점은 이번 영장심사에서도 논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특검이 뇌물이라고 본 삼성전자와 최 씨의 독일 법인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 간 213억 원 후원 계약에 대해 삼성 측은 일관되게 “박 대통령의 강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원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검이 이를 깰 만한 증거를 확보했는지가 관건이다. 만약 특검이 16일 영장실질심사에서 이런 부분들을 충분히 소명하지 못한다면 또다시 이 부회장 구속영장은 기각될 가능성이 있다.김준일 jikim@donga.com·김지현·장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