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양환

정양환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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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양환 기자입니다.

ray@donga.com

취재분야

2025-11-05~202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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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마드’에 천주교 성체 훼손 사진… 도 넘은 남성혐오

    여성 우월주의를 표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에 천주교의 성체(聖體)를 훼손한 사진이 10일 올라와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천주교에서 성체는 빵의 형상이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한 몸을 상징한다. 이 때문에 가톨릭교회에서는 성체를 신성시하며 이를 훼손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천주교 측은 11일 “공개적 모독 행위는 절대 묵과할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10일 ‘워마드’ 게시판에는 ‘예수 ××× 불태웠다’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익명의 글쓴이가 자신이 성당에서 받아온 성체에 빨간 펜으로 예수를 모독하는 욕설을 쓴 뒤 이를 불로 태워 훼손한 사진을 게시한 것이다. 해당 글에는 천주교가 낙태죄 폐지와 여성인권에 반대한다며 성체를 훼손한 이유가 적혀 있다. 글쓴이는 “그냥 밀가루 구워서 만든 떡인데 천주교에서는 예수××의 몸이라고 ××떨고 신성시한다. 천주교는 지금도 여자는 사제도 못 하게 하고 낙태죄 폐지를 절대 안 된다고 여성인권 정책마다 ××× 떠는데 천주교를 존중해야 할 이유가 어디 있나”라고 적었다. 또 “밀가루를 구워 만든 과자를 두고 예수라고 말하는 게 황당하다. 난 오로지 성별이 여자인 신만 믿는다”고 썼다. 게시글이 온라인에 급속히 퍼지면서 천주교를 모독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성체 훼손 글과 사진을 올린 사람을 처벌하고 워마드 사이트를 폐쇄하라고 촉구하는 글이 수십 건 게재됐다. 한 청원자는 “이번 사건은 일반 국내 사건이 아니라 국제 이슈가 될 문제”라며 “성체를 훼손한 과정과 이유를 정확히 파악해야 국제적 망신거리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11일 ‘워마드’에는 논란이 커지는 와중에도 또 다른 성체 훼손 글이 올라왔다. 피 묻힌 성체를 유리컵에 담근 사진이다. 글쓴이는 예수를 가리켜 ‘꽃뱀 같은 ×’이라고 적고 “여기저기 몸 팔고 다니는 국제 ××”라고 비난했다. 천주교 측은 ‘워마드’의 성체 훼손 행위를 심각한 사안으로 보고 우려의 뜻을 밝혔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성체 모독과 훼손 사건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주교회의는 발표문에서 “이는 천주교 신앙의 핵심 교리에 맞서는 것이며 천주교 신자에 대한 모독 행위이며 개인의 일탈이라 할지라도 종교적 가치를 소중하게 여겨온 모든 종교인에게 충격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주교회의는 또 “자신의 신념을 표현하는 일은 자유롭게 허용되지만, 보편적 상식과 공동선에 어긋나는 사회악이라면 마땅히 비판받고 법적 처벌도 이뤄져야 한다. 한국 사회가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가 되기를 간곡히 바란다”고 호소했다.이지훈 easyhoon@donga.com·정양환 기자}

    • 2018-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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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노력으로 성공했다고요? 운이 참 좋으시네요”

    야호, 이럴 줄 알았다. 처음 몇 장을 넘기며 쾌재를 불렀다. 잘나가는 ×들. 그동안 배 아팠다. 딱히 대단치도 않아 보이건만. 근데 유명 경제학자가 그게 ‘운발’이라 해주다니. 어찌 아니 기쁠쏘냐. 게다가 미 코넬대 석좌교수인 이 양반, 거물 아닌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와 공동 집필한 ‘경제학’은 낯설다 치자. 2000년대 후반 국내에도 출간됐던 ‘승자독식사회’ ‘이코노믹 씽킹’은 꽤 뜨거웠다. 식견 높은 학자가 글도 어찌나 재미난지. 저자가 건네는 위로는 대략 이렇다. 자본주의 사회는 ‘실력주의’ 신화가 존재한다. 1958년 영국 사회학자 마이클 영이 만들었다는 이 용어는 성공은 오로지 당사자의 노력과 능력으로 이뤘다고 믿는 걸 일컫는다. 그런데 여기에 슬쩍 태클을 건다. 정말 오로지 그들만의 힘으로 이뤄진 거냐고. ‘실력과 노력으로…’는 거기에 상당한 ‘행운’이 작용했다고 본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인 빌 게이츠도 그렇다. 물론 그는 열심히,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그가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1960년대 귀하디귀한 컴퓨터 프로그래밍 단말기가 있는 사립학교를 안 다녔다면 그런 성공이 가당키나 했을까. 심지어 게이츠는 처음엔 IBM의 MS-DOS 개발 의뢰를 맡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행운이 성과에 작은 영향만을 미치는데도 운이 좋지 않고서는 경쟁자가 많은 상황에서 승리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행운은 필연적으로 임의성을 띠기 때문에 가장 능력 있는 경쟁자라고 해서 남보다 운까지 좋을 수는 없다. 둘째, 경쟁자 수가 많으면 재능 수준이 최고에 가까운 사람 또한 많기 마련이고, 그들 가운데 적어도 누군가는 운마저 굉장히 좋을 수 있다.” 한데 현실에서 사람들은 보통 반대로 생각한다. 자신의 실패는 운이 나빴다고 “기꺼이 그리고 재빨리” 받아들인다. 반면 성공은 행운의 영향을 ‘과소평가’한다. 흔하디흔한 ‘내로남불’이랄까. 그러다 보니 사회가 가져다준 ‘복’에 감사할 줄 모른다. 이를 받아들이고 자신도 이바지할 수 있어야 세상이 좀 더 윤택해진다. 이 책은 읽다 보면 다소 당황스럽다. 편한 술자리인 줄 알고 반바지 차림으로 갔더니, 정장을 갖춘 공식 만찬이랄까. 슬렁슬렁 드러누워 읽다가 쭈뼛쭈뼛 자세를 고쳐 앉는다. 심지어 뒤로 갈수록 만찬마저도 아닌 학술 포럼이었다. 스포일러 하고 싶진 않지만, ‘누진소득세’ 얘기까지 나올 땐 어쭙잖게 피라미드 조직에 끌려온 기분이다. 그래도 이 피라미드, 굉장히 설득력이 좋긴 하다. ‘자석 요’를 수십 장 사들고 나오게 생겼다. 중언부언이 있긴 한데, 그게 세뇌를 시킨다고나 할까. 특히 “행운에 감사할 줄 알아야 타인에게도 너그러울 수 있다”는 금언은 새겨둘 만하다. 다만 괜스레 의심도 든다. 저자는 정말 이런 이상사회 도래를 확신하는 건가. 글은 명불허전인데, 뭔가 마지막 카드는 감춰놓은 듯한 이 찝찝함은 왜일까. 원제 ‘Success and Luck’(2016년).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8-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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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나간다고? 당신의 성공, 실력과 노력이 아니라 운이다

    야호, 이럴 줄 알았다. 처음 몇 장을 넘기며 쾌재를 불렀다. 잘 나가는 X들. 그 동안 배 아팠다. 딱히 대단치도 않아 보이건만. 근데 유명 경제학자가 그게 ‘운 빨’이라 해주다니. 어찌 아니 기쁠쏘냐. 게다가 미 코넬대 석좌교수인 이 양반, 거물 아닌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와 공동 집필한 ‘경제학’은 낯설다 치자. 2000년대 후반 국내에도 출간됐던 ‘승자독식사회’ ‘이코노미 씽킹’은 꽤 뜨거웠다. 식견 높은 학자가 글도 어찌나 재미난 지. 저자가 건네는 위로는 대략 이렇다. 자본주의 사회는 ‘실력주의’ 신화가 존재한다. 1958년 영국 사회학자 마이클 영이 만들었다는 이 용어는 성공은 오로지 당사자의 노력과 능력으로 이뤘다고 믿는 걸 일컫는다. 그런데 여기에 슬쩍 태클을 건다. 정말 오로지 그들만의 힘으로 이뤄진 거냐고. ‘실력과 노력으로…’는 거기에 상당한 ‘행운’이 작용했다고 본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인 빌 게이츠도 그렇다. 물론 그는 열심히,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그가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1960년대 귀하디귀한 컴퓨터 프로그래밍 단말기가 있는 사립학교를 안 다녔다면 그런 성공이 가당키나 했을까. 심지어 게이츠는 처음엔 IBM의 MS-DOS 개발 의뢰를 맡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행운이 성과에 작은 영향만을 미치는데도 운이 좋지 않고서는 경쟁자가 많은 상황에서 승리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행운은 필연적으로 임의성을 띠기 때문에 가장 능력 있는 경쟁자라고 해서 남보다 운까지 좋을 수는 없다. 둘째, 경쟁자 수가 많으면 재능 수준이 최고에 가까운 사람 또한 많기 마련이고, 그들 가운데 적어도 누군가는 운마저 굉장히 좋을 수 있다.” 한데 현실에서 사람들은 보통 반대로 생각한다. 자신의 실패는 운이 나빴다고 “기꺼이 그리고 재빨리” 받아들인다. 반면 성공은 행운의 영향을 ‘과소평가’한다. 흔하디흔한 ‘내로남불’이랄까. 그러다보니 사회가 가져다준 ‘복’에 감사할 줄 모른다. 이를 받아들이고 자신도 이바지할 수 있어야 세상이 좀더 윤택해진다. 이 책은 읽다보면 다소 당황스럽다. 편한 술자리인 줄 알고 반바지 차림으로 갔더니, 정장을 갖춘 공식만찬이랄까. 슬렁슬렁 드러누워 읽다가 쭈뼛쭈뼛 자세를 고쳐 앉는다. 심지어 뒤로 갈수록 만찬마저도 아닌 학술 포럼이었다. 스포일러하고 싶진 않지만, ‘누진소득세’ 얘기까지 나올 땐 어쭙잖게 피라미드 조직에 끌려온 기분이다. 그래도, 이 피라미드 굉장히 설득력이 좋긴 하다. ‘자석 요’를 수십 장 사들고 나오게 생겼다. 중언부언이 있긴 한데, 그게 세뇌를 시킨다고나 할까. 특히 “행운에 감사할 줄 알아야 타인에게도 너그러울 수 있다”는 금언은 새겨둘 만하다. 다만 괜스레 의심도 든다. 저자는 정말 이런 이상사회 도래를 확신하는 건가. 글은 명불허전인데, 뭔가 마지막 카드는 감춰놓은 듯한 이 찝찝함은 왜일까. 원제 ‘Success and Luck.’(2016)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8-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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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화는 그저그런 그림? 계층 아우른 고품격 대중예술!

    “조선시대 ‘민화(民畵)’는 대중에게 친숙하게 여겨지지만, 알고 보면 너무나 오해가 많은 그림이죠.”(고연희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교수) 정말 그렇다. 미술품이나 문화재에 약한 초심자라도, 왠지 민화라고 하면 마음가짐이 느슨해진다. 살짝 만만하다고나 할까. 당대 일상생활이 깊숙이 투영돼 편안하게 느껴지는 측면도 있고. 하지만 그게 민화의 전부일까. 4일부터 열리는 갤러리현대의 ‘민화, 현대를 만나다: 조선시대 꽃그림’은 어쩌면 우리가 민화를 바라보던 선입견을 확실하게 깰 좋은 기회일 수 있다. 이번 전시를 공동 기획한 고 교수에 따르면 ‘민화’는 일본 민예연구가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1889∼1961)가 처음으로 쓴 용어다. 이전까지 ‘속화(俗畵)’라 뭉뚱그려 불렸던 작품들을 나름 지위를 갖춘 예술장르로 격상시킨 셈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상류층과 서민 할 것 없이 즐기던 광의의 문화가 ‘아마추어 예술’ ‘백성의 그림’이란 이미지로 제한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실제로 이번 전시에 선보인 예술품 60여 점을 보면 ‘화조도’나 ‘화훼도’ ‘낙도’ 등 대단히 기품 있는 문화재가 많다. 물론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작품도 더러 있지만, 그 역시 상당한 공력이 느껴진다. 17∼19세기 민화라는 카테고리로 묶여 있지만, 궁중화원의 솜씨임이 분명한 작품도 적지 않다. 고 교수는 “19세기 민화의 주요 고객은 대부분 사대부 양반 상류층으로 왕실과 대갓집을 장식했다”며 “다양한 소재와 표현방식을 자유롭게 오가다 보니 오히려 예술적 성취가 더 높은 경우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근 민화의 재발견은 해외에서 민화가 새로운 ‘K아트’로 각광받으며 더욱 분위기를 타고 있다. 2016년경부터 미국의 유명 박물관과 언론이 민화에 상당한 관심을 표하기 시작하면서 국내로 그 열기가 옮겨 붙는 모양새. 갤러리 관계자는 “현대회화 못지않은 색감과 화풍이 세계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 유일하게 선보인 현대작인 이돈아 작가의 ‘花鳥圖(화조도) in Space’도 눈길을 끈다. 전통적인 민화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해석해온 이 작가는 디지털영상을 이용해 독특하고 미래지향적인 작품을 선보였다. 유명 작곡가 김형석 씨의 음악이 함께해 더욱 인상적이다. 다음 달 19일까지.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 본관&신관, 두가헌갤러리. 5000∼8000원.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8-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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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트럼프 대북정책 오바마보다 낫다?

    월드컵 덕에 살짝 열기가 식긴 했지만, 올해 한반도 정세는 몇 달 내내 최고의 핫이슈였다. 특히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은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초대형 이벤트였다. 그걸 지켜보는 속내야 각양각색이었겠지만, 다들 한번쯤 엇비슷한 의문을 품어봤음 직하다. ‘왜 전임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는 이러지 못했을까.’ 북한학 박사로 동아일보 국제부장과 워싱턴특파원 등을 역임한 저자는 이 궁금증의 실마리를 기존 시각과 다른 방향에서 풀어낸다. 인물보다는 미국이 추구하고 지속한 대북정책의 흐름 속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면, 트럼프는 거의 입만 열면 전 정권의 대북정책을 비난해 왔다. 하지만 저자가 볼 때 트럼프의 강도 높은 압박은 오바마 정부가 8년 동안 펼친 ‘대북정책 패키지’(흔히 ‘전략적 인내’로 상징되는)의 연장선에서 가능했다. 연속성이란 측면에서 줄기를 파악하면 차이점도 눈에 들어온다. 오바마 정부가 ‘남한에 의한 한반도 통일’을 대북정책의 비전으로 삼았다면, 트럼프는 ‘북한 비핵화’에 더 핵심 가치를 두고 있다. 이런 결정적 차이에 국내외 정세 변화까지 감안하면 트럼프의 대북정책이 어떤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지, 얼마만큼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짚어볼 수 있다. 이 책은 솔직히 그리 만만하지 않다. 관련 사안을 꾸준히 들여다보지 않은 초심자라면 걸리는 대목도 잦다. 하지만 생생한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큰 틀을 조망하려는 저자의 ‘전략적 인내’를 찬찬히 따라가면, 예상보다 훨씬 더 큰 만족을 얻을 수 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8-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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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으로 만나는 ‘라틴아메리카의 속살’

    라틴아메리카의 사진 예술을 즐길 수 있는 전시 ‘태평양동맹: 올라! Hola!’가 21일부터 서울 중구 KF갤러리에서 개최됐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주한 콜롬비아대사관이 주최하는 ‘태평양동맹…’은 콜롬비아와 칠레 페루 멕시코 등 중남미 4개국의 문화 콘텐츠를 소개하는 자리다. 콜롬비아는 세계적 사진작가로 이름 높은 페르난도 카노 부스케츠(62)의 작품 21점을 소개한다. 40년 넘게 조국의 일상 풍경을 흑백으로 담아온 그의 사진은 콜롬비아의 독특한 색채가 물씬 풍긴다. 칠레 출신인 크리스티안 하메트(38)는 미국과 유럽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역시 사진을 통해 칠레의 사회상을 조명한 작품들이 많다. 페루는 13명의 현지 작가들이 아마조니아 지역을 조명한 사진을 선보인다. 전통 아마존 마을의 현재를 사진으로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멕시코는 고대 원주민 문화의 정수라 할 수 있는 고문서(코디세·codice)들을 전시한다. 사료적 가치도 크지만, 당대의 문화적 예술적 수준 자체가 매우 높다. 8월 17일까지.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8-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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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이 된 애니메이션, 미술관을 차지하다

    ‘애니메이션, 파인아트(fine art·순수미술)의 무대에 오르다.’ 실은, 젠체하는 선긋기와 상관없이 애니메이션은 이미 ‘차고 넘치게’ 훌륭한 예술이다. 일민미술관이 “애니메이션 장르의 예술적 확장 가능성을 모색하는” 전시를 기획한다 했을 때 별로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예술은 굳이 따로 멍석을 깔 필요가 없다. 미술관에 가야 퀄리티가 올라가는 건 결코 아니니까. 하지만 18일 시작한 일민미술관의 기획전 ‘플립북(Flip Book): 21세기 애니메이션의 혁명’을 직접 관람해 보니 편견은 오히려 반대로 작용했음을 깨닫는다. 정형화할 필요가 없는 공간은 미술관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디서건 그 ‘앙꼬’(혹은 정수)만 만끽하면 되는 것을…. 애니메이션이란 작품 자체는 물론이고, 그 이면의 스토리까지 담아냈기에 이 전시는 매우 흥미진진하다. 미술관에서 “본편”이라 부르는 ‘동화제작소’부터 살펴보자. 여기서 동화(動(화,획))란 말 그대로 ‘움직임을 표현한 그림’이다. 이런 과정에 필요한 스케치와 콘티 북, 스토리보드 등이 작품과 함께 전시된다. 일단 출품작들이 쟁쟁하다. 2011년 프랑스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받았던 ‘나의 저승길 이야기’로 유명한 루마니아의 안카 다미안과 지난해 부천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도 화제를 모았던 ‘1917, 붉은 시월’을 연출한 카트린 로테 등 최근 해외에서 눈부신 명성을 쌓아가는 감독들의 작품이 포진했다. 한국의 이성강 오성윤, 일본의 아라이 후유와 사와코 가부키도 요즘 ‘힙한’ 작가들. 개막 전날인 17일 만난 로테 감독은 “애니메이션 역시 세상을 담고 드러내는 표현 수단”이라며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는 뜻에서 이번 전시에 참여하게 된 것을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밌는 건, “번외편”이라 부르지만 ‘#해저여행기담_상태 업데이트’도 본편 못지않게 인상 깊다. 조주현 일민미술관 학예실장에 따르면 우리 땅에 처음으로 소개된 SF소설은 쥘 베른의 19세기 고전 ‘해저 2만 리’다. 1907년 일본에서 유학하던 한국 학생들이 이를 ‘해저여행기담(海底旅行奇談)’이란 이름으로 번역해 ‘태극학보’에 그해 3월부터 1908년 5월까지 연재했다. 이 작품은 원본에 충실하기보단 조국의 근대화에 기여하려는 계몽적 목적으로 상당 부분을 번안했다고 한다. 미술관은 예술가 8개 팀에 당시 중단됐던 연재의 ‘이어 쓰기 혹은 다시 쓰기’를 맡겼다. 회화와 설치미술, 애니메이션과 가상현실(VR) 등 다양한 방식으로 그 뒷이야기 혹은 전혀 새로운 스토리를 선보인다. 관객들이 박혜수 작가와 함께 직접 슬라이드 필름 위에 그림을 그려보는 하이브리드 참여형 프로그램도 있다. 아울러 미술관이 소장한 1883년판 ‘해저 2만 리’ 원본과 고려대 도서관이 소장한 1908년 ‘태극학보’ 원본도 함께 만날 수 있다. 8월 12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특별프로그램도 푸짐하다. 다음 달엔 아라이, 사와코 감독이 내한해 감독과의 대화 시간을 갖는다. 7, 8월엔 이성강 오성윤 감독도 참여한다. 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와 한창완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 등의 강연도 있다. 자세한 일정은 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02-2020-2083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8-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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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처님오신날]위안, 건강, 비움, 꿈을 찾아…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위안과 건강, 비움 그리고 꿈과 희망을 찾아서.’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이들은 템플스테이를 단지 ‘불교 체험’ 정도로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아예 틀린 소린 아니지만, 그렇다고 정답도 아니다. 2002년을 기점으로 널리 퍼진 템플스테이는 크게 종교와 상관없이 각자 자기가 원하는 것을 찾는 길일 뿐이다. 다만 과거엔 휴식이나 수행 위주로 나뉘었다면, 최근엔 △위로 △건강 △비움 △꿈 등 좀 더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프로그램으로 발전했다. 22일 불기 2562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특별 템플스테이가 열리는 주요 사찰들을 소개한다. △백담사=설악산 대청봉에서 절에 이르기까지 백 개의 못이 있다는 뜻인 백담사. 예로부터 천혜의 수행처로 꼽힌 이곳은 최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크거나 삶의 가치관을 세우지 못한 이들을 위한 템플스테이로도 이름이 높다. 자신의 희망을 담은 연꽃등을 만들어 ‘탑돌이’에 참여하고, 세상 사물의 울림을 듣는 ‘소리명상’ 등이 특히 인기있다. 요가와 결합한 108배 배우기는 몸 건강도 챙기는 보너스다. △용주사=신라 문성왕 16년(854년) ‘갈양사’로 창건됐다가 병자호란 때 소실된 뒤, 조선 정조가 중창하며 사도세자 묘의 능침사찰로 삼은 용주사. 그래서 용주사는 정조의 아름다운 마음이 담긴 ‘효심의 본찰’로도 불린다. 이곳 템플스테이는 몸과 마음, 생각을 쉬게 도와주는 데 중점을 둔 게 특색. 대표적인 프로그램 ‘소금만다라’는 색 소금으로 그림을 채워가며 무상함을 깨닫고 집착을 버리는 수행을 체험한다. △보성 대원사=대원사는 절 자체도 훌륭하지만, 국내에선 보기 힘든 티베트박물관이 함께 있기로 유명하다. 올해 4월부터 이 박물관에서 ‘어서와, 저승은 처음이지’ 특별전이 열리는데, 이와 연계한 템플스테이를 경험할 수 있다. 영화로도 큰 인기를 모은 웹툰 ‘신과 함께’를 소재로 다양한 저승 체험을 마련한 것. ‘지장보살도’ ‘시왕도’ 등을 돌아보며 유서 쓰기와 입관체험 등을 하다 보면 살아있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는 소중한 계기를 얻을 수 있다. △선운사=백제 위덕왕 24년(577년)에 창건한 선운사는 절 자체가 아름답기로 명성이 자자한 곳. 사계절 언제 찾아가도 실망하지 않는다. 템플스테이 역시 유별난데, 사찰이 소장한 전북유형문화재 14호인 ‘선운사 석씨원류’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부처님의 일대기를 기록한 이 목판에 대한 강연은 물론 부처님오신날 당일에는 경판을 머리에 이고 옮기는 ‘이운식’에도 참여할 수 있다. △법주사=신라 진흥왕 14년(553년) 창건한 법주사의 템플스테이는 아기자기한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희망풍선 띄우기’는 물론 제등행렬, 불꽃놀이, 축하공연을 마련했다. 체험 부스에선 ‘12가지 목걸이 만들기’와 ‘연꽃 컵 등 만들기’ ‘페이스페인팅’도 운영한다. 이 밖에도 ‘나를 깨우는 108배’ ‘스님과의 차담’ 등 체험거리가 풍부하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8-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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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종 교수 “훌륭한 스승, 뛰어난 선후배, 놀라운 제자 만난 나는 행운아”

    “(교단을 떠난다고) 크게 달라질 건 없습니다. ‘그리고 읽고 쓰고 가르치며’ 평생을 보냈는데, 이젠 ‘그리고 읽고 쓰는’ 삶에 좀 더 매진하는 것뿐이지요. 주위에 온통 고마운 분들에게 감사한 일밖에 없었으니, 전 행운아입니다.” 누군가를 찾아가는 발걸음이 이토록 스산했던 적이 있었을까. 3일 김병종 서울대 동양화과 교수(65)를 만나기로 한 서울 종로구 한 카페. 문 앞에서 침을 두어 번 꿀꺽 삼켰더랬다. 지난해 사별한 아내, 소설가 정미경. 고인을 그리며 올해 초까지 세상에 선보인 유작들. 그리고 5월, 세월은 그에게 정년퇴임 회고전을 준비시켰다. 허허로울 심상(心狀)을 괜한 인터뷰로 어지럽히는 건 아닌지. 한데 ‘행운아’라니. 말을 고르느라 한참을 더듬거렸다. ―많이 힘드셨을 텐데…, 어찌 그리 말씀하십니까. “그게 사실이니까요. 제 학교생활 40여 년은 ‘훌륭한 스승, 뛰어난 선후배, 놀라운 제자’가 다입니다. 끊임없이 그들에게 영감과 자극을 받았습니다. 가르치기보단 오히려 배우는 게 컸던 시간이죠. 이렇게 모교에서 회고전까지 여는 선물을 받았는데 어찌 운이 따르지 않았다 하겠습니까.” ―11일부터 열리는 회고전 제목이 ‘바보 예수에서 생명의 노래까지’입니다. “한 우물도 벅찬 게 미술의 길인데, 전 좀 산만했죠. ‘바보 예수’ ‘어린 성자’ ‘숲에서’ ‘생명의 노래’…. 다양한 주제와 시리즈를 파고들었습니다. 밟아온 길을 담담하게 보여주려니 전시 제목도 덧붙일 게 없군요. 2015년 중국 베이징 진르(今日)미술관에서 가진 개인전이 한 번 화가 인생을 정리하는 기회였는데, 당시엔 중국 정부가 종교적 이유로 ‘바보 예수’를 불허했어요. 작품 수(60여 작)는 많지 않지만, 고르고 골랐으니 진정한 ‘회고’는 이번 전시가 되겠습니다.” ―2014년 시진핑(習近平) 주석에게 그림을 선물한 게 계기가 된 전시지요. “그렇죠. 참…, 고마운 인연은 도처에 있습니다. 반응도 썩 엉망은 아니었어요. 진르미술관장이 ‘퇴임 뒤 1년에 6개월은 중국에서 활동하자’는 제안도 했습니다. 긍정적으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일단 전시 끝나고 찬찬히 결정해야죠.” 김 교수는 겸양을 내비쳤지만, 현장 분위기는 무척 뜨거웠다. 현지에서 손꼽히는 미술평론가인 자오리(趙力) 중앙미술학원 교수의 평은 이를 단박에 갈음한다. ‘김병종의 독창적 상상력과 낭만적 색채는 회화예술의 동양적 가치를 견지하면서 서구를 수용한 결과물이다. 중국 미술은 그의 작품으로 많은 시사를 받게 될 것이다.’ 그의 작품세계는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평화의 집 비공개회담장에 2009년 작 ‘화려강산’이 걸리며 또 한 번 주목받았다. ―마음도 정리하실 겸, 훌쩍 떠나는 것도 방법이겠습니다. “정리란 말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이제 본격 ‘전업 작가’로 출발하니, 새로이 도전하는 시작일 뿐이지요. 아내 일은 출간할 유작이 1편 더 남았는데, 정리의 대상은 아니니까요. 아, 최근 아내를 무척 아끼셨던 이어령 선생한테 꾸중을 좀 들었습니다. ‘문학의 일은 문학에 맡겨두시게. 내 책임지고 정 작가 평가는 재정립할 테니, 자네는 붓을 놓지 말게’라고 하셨습니다. 정신이 번뜩 들더군요. 더 맹렬하게, 치열하게 살아야죠. …누가 되지 않도록.” 인터뷰 끝자락, 비가 무척이나 굵게 내렸다. “아들이 회고전에 입을 양복 한 벌 사러 가자네요. 뭔 기념이냐며 거절했는데 한사코…. 부쩍 아비가 신경 쓰이나 봐요”라며 자리를 뜬 김 교수. 젖은 구름 새 햇살이 내비친 게 겨우 얼마 뒤임을 그땐 알지 못했다. 야멸치던 거리 공기가, 곰지락 개운해졌다. 20일까지.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미술관. 02-880-9504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8-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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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0돌 덕수궁미술관, 스스로 작품이 되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이 덕수궁관 개관 20주년을 맞아 ‘내가 사랑한 미술관: 근대의 걸작’전을 서울 중구 덕수궁에서 개최했다. 올해는 1938년 석조전 서관을 ‘이왕가미술관’이란 이름으로 건립한 지 80년이 되기도 한다. 비록 일제강점기였긴 해도 덕수궁관은 한국에서 최초로 미술관 용도로 설계한 건물. 전체 5부로 구성한 이번 전시에서 1부를 ‘1938년 건축과 이왕가미술관’이란 주제로 석조전 자체에 초점을 맞춘 이유다. 국립고궁박물관과 일본 하마마쓰시립중앙도서관에 있는 주요 도면과 관련 자료를 선보였는데, 당시 설계도 원본은 처음으로 공개한다. 2∼5부는 덕수궁과 관련 깊은 작품들 위주로 소개한다. 1969년 국현이 설립된 뒤 실질적인 개관전이던 1972년 ‘한국근대미술 60년’이 2부 주제다. 박수근(1914∼1965)의 ‘할아버지와 손자’, 고희동(1886∼1965)의 ‘부채를 든 자화상’ 등 교과서에서 자주 접했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1973∼1998년 기증을 통해 수집한 근대미술 컬렉션을 모은 3부와 1998년 덕수궁관 개관 때 열린 ‘다시 찾은 근대미술’전을 되짚은 4부, 1998∼2018년 최근 20년 궤적을 살핀 5부도 흥미롭다. 이번 전시에 맞춰 국현이 뽑은 ‘덕수궁관 팔경(八景)’을 찾아볼 수 있다. 원형계단실과 중앙홀 등 건축 자체의 정수로 8곳을 선정했다. 다소 억지스럽긴 해도, 미술을 즐기는 다양한 방식으로 받아들일 만하다. 마리 관장은 “한국 근대미술의 진면목을 발견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안내했다. 10월 14일까지. 3000원. 02-2022-0600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8-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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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 정상, ‘북한산’ 앞에서 기념촬영… ‘장산곶’ 바라보며 만찬

    27일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평화의집에 배치하는 미술 작품은 북한산과 금강산, 제주도 등 한반도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담은 작품들로 주로 선정했다. 작가들은 민중미술부터 순수회화, 사진에 이르기까지 고루 포진했다. 1층 로비에 걸려 남북 정상의 기념사진 배경이 될 ‘북한산’을 그린 민정기 화백(69)은 25일 발표 때까지 선정 사실을 몰랐다. 이날 오후 작업실에서 전화를 받은 민 화백은 “막 소식을 들어 다소 당황스럽다”며 “좋은 화가가 많은데 내 그림이 그런 역사적 공간에 걸릴 만한지 스스로 되돌아봤다”고 말했다. 북한산은 민 화백이 2007년 완성한 452.5×264.5cm의 대형 작품. 2010년경 국립현대미술관이 구입해 소장해 왔다. 민 화백은 “조국 산하를 화폭에 담는 일은 조선 진경산수 이래로 이어진 소중한 전통”이라며 “작가로서 열심히 살아온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북한산’은 오랫동안 마음에 품었다가 실행에 옮긴 작품입니다. 두 달 동안 매일 산에 올라 답사한 뒤 작업에 들어갔죠. 겸재 정선(1676∼1759)의 ‘금강전도’처럼 전체를 아우르는 전도(全圖) 형식을 취했어요. 북한산 응봉에서 바라보는 시선으로 산을 감싼 북한산성을 담아낸 형국입니다.” 2층 회담장의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681×181cm)을 그린 신장식 국민대 교수(59)는 30년 가까이 금강산을 그려온 작가다. 그는 “사계의 아름다움이 분명한 금강산은 겸재를 포함해 많은 예인들이 사랑한, 한국 미술사에서 가장 중요한 테마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신 교수 본인이 소장하던 작품으로 이번에 대여 요청을 받고 흔쾌히 승낙했다. “금강산 옥류동 계곡을 올라가면 구룡폭포가 있는데, 그 위에 8개의 소(沼)가 상팔담입니다. 그곳 전경이 하늘에서 내려온 꽃 같다고 ‘천화대’라 부르죠. ‘상팔담에서…’는 그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광경을 담았습니다. 남북 회담이 좋은 결과를 내길 기원합니다.” 1층 접견실 병풍은 김중만 작가(64)의 사진 작품 ‘천년의 동행, 그 시작’. 김 작가는 “지난주 청와대에서 요청이 들어와 작업했다”며 “뜻깊은 작업이라 작품은 무상 제공했다”고 말했다. 세종대왕기념관이 소장한 여초 김응현(1927∼2007)의 ‘훈민정음’을 재해석했다. “한글은 우리가 한민족임을 보여주는 가장 이상적인 매개체입니다. 거기에 남북 정상을 뜻하는 ‘ㅁ’은 파랑, ‘ㄱ’은 빨강으로 색을 집어넣었죠. 미학적 접근인데, 학예연구사들이 각각 ‘통하다’ ‘만들다’는 뜻이 있다고 알려줬어요. 좋은 일에 좋은 뜻이 담겨 기쁩니다.” 3층 연회장 주빈석 뒤에 걸린 ‘두무진에서 장산곶’의 신태수 작가는 “청와대에서 2주 전쯤 연락받았다”며 “소중한 국가 행사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면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2014년 백령도에 머물며 그린 작품입니다. 서해5도는 분쟁의 상처가 남은 장소잖아요. 하지만 백령도의 두무진과 북한 땅 장산곶은 남북이 대치한 장소인데도 땅 자체는 평화로운 기운이 깃들어 있습니다. 그림 속에서 함께 하나가 되길 소망하며 그렸습니다.” 이 밖에 2층 회담장 입구엔 천경자 화백의 수제자로 알려진 이숙자 작가의 ‘청맥, 노란 유채꽃’과 ‘보랏빛 엉겅퀴’가, 로비 방명록 서명 장소에는 판화가 김준권 작가의 ‘산운(山韻)’이 걸린다. 평화의집에 걸리는 작품들은 청와대에서 직접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초기 협조 문의가 오기도 했으나 전체적인 진행은 청와대에서 관할했다”며 “‘북한산’을 포함한 일부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을 청와대에서 요청해 대여해 줬다”고 설명했다.정양환 ray@donga.com·김민 기자}

    • 2018-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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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름 위의 제주, 별 헤는 밤

    광활한 밤하늘에 숨구멍처럼 촘촘히 박힌 별들은 인간에게 어떤 얘기를 들려주려는 걸까. 제주도에서 태어나 평생 제주를 화폭에 담아온 백광익 작가(66)의 개인전 ‘오름, 바람, 별’이 다음 달 9일부터 열린다. 현재 제주국제예술센터 이사장을 맡고 있는 백 작가는 작품 자체가 제주의 정체성과 상징으로 채워져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오름’ 시리즈는 제주 특유의 풍광을 소재로 자연과 인간의 어울림을 담았다. 김영호 중앙대 교수는 “오름은 모태성징의 표상으로 제주인의 마음을 대자연으로 연계시키는 매체”라며 “오름과 그 위로 부는 바람과 별의 움직임을 그려내는 일은 제주 토박이인 백 작가가 가장 자연스럽고 잘할 수 있는 작업”이라고 평했다. 실제로 캔버스 대부분을 차지하는 하늘과 아래쪽에 조그맣게 위치한 오름의 풍경 그림은 묘한 착시를 일으킨다. 딱히 어려울 게 없는 단순한 도상의 조합인 듯한데도 왠지 끊이지 않는 서사의 한가운데로 관객을 초대한다. 김원민 미술평론가는 이를 두고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떠올렸다. “구상적 운동과 통일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밤하늘은 오름과 우주공간이 만들어내는 아름답고 장대한 시가 아닐 수 없다. ‘별 하나에 추억(追憶)과/별 하나에 사랑과/별 하나에 쓸쓸함과….’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이 겹쳐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감정의 이입이다.” 박영택 경기대 교수는 이를 신과 인간의 접점으로 보기도 했다. 박 교수는 “까마득한 우주의 신비를 머금은 온갖 전설과 신화, 설화의 단어들이 떠돈다”며 “그 아래 오름은 거대한 하늘 아래 작고 낮게 자리한 제주라는 땅, 삶의 터전을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작가의 생각은 어떨까. 백 작가는 자신의 작업노트를 통해 오름에 대한 자신의 심정을 이렇게 전했다. “20여 년 세월 동안 신비로운 여인의 모습을 그리워하는 연인의 심정으로 오름 작업을 하고, 이제야 만날 수 있었다.” 다음 달 18일까지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사옥 동아옥션 갤러리.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8-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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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찰나의 흘림… 추상이 된 우리 춤사위

    양재문 사진작가(65)의 초대전 ‘아리랑 판타지’가 18일부터 서울 종로구 금보성아트센터에서 열린다. 1994년부터 한국 전통 춤 사진을 선보인 양 작가는 한국의 전통 춤이 지닌 ‘정중동’한 특징을 포착하며 자기만의 독특한 영역을 구축해왔다. 특히 이번 전시는 다양한 춤이 시작되는 찰나의 흘림에 초점을 맞춘 역동적인 이미지를 소개했다. 양 작가는 “한국 전통춤의 고요함과 역동성은 들숨과 날숨으로 풀어내는 춤사위의 절묘한 호흡 속에 살아 숨 쉰다”며 “아리랑에는 시대적 아픔을 겪어오면서도 슬픔과 한스러움을 넘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기운이 살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경률 중앙대 교수는 “양 작가의 춤 사진은 사진의 형태로 드러난 추상”이라며 “삶의 뒤안길에서 발견한 무의식의 시선과 반항”이라고 평했다. 29일까지. 02-396-8744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8-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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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서양의 경계에서 꽃을 피우다… 이성자 화백 탄생 100주년展

    “동양적 유산에서 나온 오묘한 성격을 간직한 채 서양미술의 흐름 속에 용기 있게 합류한 본보기다.”(자크 라세뉴 전 프랑스 파리시립미술관장)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은 이성자 화백(1918∼2009)을 조명한 전시 ‘이성자: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이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 과천관에서 열리고 있다. 올드 팬에게 이 화백은 ‘종이배’를 불렀던 가수 위키 리(본명 이한필·1936∼2015)의 누나로 친숙하다. 위키 리는 KBS 장수 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의 초대 MC이기도 했다. 2009년 프랑스 투레트에서 세상을 떠난 이 화백은 흔히 재불 서양화가로 불린다. “이국 땅에서 불모지를 일구듯 치열함과 처절함을 갖춘, 토속적이지 않으면서도 동양적인”(이지은 명지대 교수) 그의 그림은 오히려 더 한국적이었다. 그런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주제로 미술관은 ‘조형탐색기(1950년대)’ ‘여성과 대지(1960년대)’ ‘음과 양(1970년대)’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1980년대 이후)’로 나눠 소개했다. 이 화백은 아픔을 예술로 승화시켰단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이혼으로 세 아이와 이별한 뒤의 타향살이는 상상 이상으로 고됐을 터. 심지어 고국에선 미술을 전공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나는 여자이고, 여자는 어머니고, 어머니는 대지다”라며 여성의 삶을 받아들였다. 미술관은 “어머니와 조국, 아들에 대한 사랑은 삶의 목적이자 그림을 그리는 이유였다”고 설명한다. 1980년대부터 별세할 때까지 천착했던 ‘하늘’과 ‘우주’ 역시 이 화백 인생의 여정이 오롯하다.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선보인 작업을 그는 “동서의 극을 오가는 내 생활의 그림일기”라고 불렀다고 한다. 전시 제목인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에 담긴 뜻이다. 비행기에서 바라본 극지 풍경에서 경계의 접점과 조우한 것이리라. 그 하늘나라로 떠난 작가는 이젠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작품은 말을 해줄 듯 말 듯하다. 7월 29일까지. 02-2188-6000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8-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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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인의 10가지 꿈… 노화랑 11일부터 ‘내일의 작가’전

    최근 한국 현대미술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작가 10인을 소개하는 전시 ‘내일의 작가·행복한 꿈’이 11일부터 서울 종로구 노화랑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국내외 다양한 기획전에 참여하며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김덕기 김동유 노세환 박성민 박형진 송명진 윤병락 이강욱 이동재 이호련 등이 참여했다.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40, 50대 작가들로 현대사회가 품고 있는 복잡한 이야기를 개성 있게 풀어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족이 꿈꾸는 행복을 화려하고 과감한 색채로 담아내는 김덕기 작가부터 일상과 예술처럼 이원적인 대립세계를 우아하고 부드러운 터치로 표현하는 이강욱 작가, 현대인의 관음증을 자극하며 회화와 사진의 한계에 도전하는 이호련 작가 등 다양한 작품을 만나는 재미가 있다. 20일까지. 02-732-3558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8-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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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억과 재미… ‘월레스&그로밋’ ‘치킨 런’ 전시장에 떴다

    영화 ‘월레스와 그로밋’ ‘치킨 런’ ‘숀더쉽’…. 제목만 들어도 가슴이 뛰는 영국 클레이애니메이션의 명가 아드먼스튜디오의 예술작품들이 한국 관객들을 만난다. 현지 스태프가 직접 설치작업에 참여한 ‘아드만 애니메이션전―월레스&그로밋과 친구들’ 특별전이 13일부터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전시관에서 개최된다. 아드먼스튜디오 공식 전시가 아시아 국가에서 열리는 건 처음이다. 프랑스와 독일, 호주에 이어 세계에서도 4번째 전시다. 1972년 설립한 아드먼스튜디오는 영국 남서부 월턴온템스란 작은 마을에서 함께 자란 친구 피터 로드와 데이비드 프록스턴이 창업자다. 어릴 때부터 애니메이션 제작만 꿈꿔 왔던 둘은 남아프리카에 사는 땅돼지 ‘아드바크(aardvark)’에 슈퍼히어로를 뜻하는 ‘…맨’을 합쳐 ‘아드먼’이란 애니메이션 주인공을 창조했다. 영국은 물론 전 세계를 열광시킨 ‘아드먼스튜디오’의 기원이다. 이후 TV 시리즈와 영화를 히트시키며 세계인들에게 ‘클레이애니메이션=아드먼’이란 등식을 각인시켰다. 미국 아카데미상 4회, 영국 아카데미상을 2회나 받았다. 이번 특별전은 아드먼 초창기부터 최근작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전시물을 372점이나 소개한다. 애니메이션의 출발인 드로잉 작업과 스케치는 물론 실제 영화에 등장했던 인형과 촬영세트, 디지털영상 등 볼거리가 화려하다. 아드먼 관계자는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영화와 이어지는 추억의 감성을 떠올려 볼 수 있는 자리”라며 “예술가의 상상력이 어떻게 실제 영상으로 구현되는지를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시장에서 만나는 작품들은 그 유머러스함도 인상 깊지만, 스케일이나 섬세함이 한 번 더 탄복하게 만든다. 특히 2015년 국내에도 개봉했던 영화 ‘숀더쉽’ 등의 영화 세트를 그대로 옮겨온 전시물은 놓치면 아쉽다. 아드먼의 조명 디자이너들이 직접 제작하고 설치했는데, 영화에서 보여준 낮밤의 변화나 구름이 지나가며 생기는 그림자 등을 당시 촬영 현장 그대로 재현했다. 심지어 조그만 찰흙인형 하나도 대충 만든 게 아니었다. 로봇이라 불러도 될 정도로 정밀한 철제 골격을 만들어 움직임의 생동감을 살렸다. 아드먼스튜디오 전문가 외에 프랑스 파리 ‘아트루디크뮤지엄’ 스태프도 방한해 설치작업에 참여한 점도 눈길을 끈다. 아트루디크는 월트 디즈니전, 스튜디오 지브리전, 마블 히어로전 등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던 대중문화 전시로 명성을 떨쳤다. 이번 전시를 공동 주최한 바이스의 최아영 본부장은 “아드먼의 세계 첫 전시를 이끌었던 곳으로 관객들을 매료시킬 노하우가 풍부하다”고 귀띔했다. 이번 전시는 수동적인 관람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체험 존과 포토 존을 마련해 더욱 큰 즐거움을 선사한다. 앙증맞은 인형과 쿠션, 에코백 등 관련 상품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배우 송윤아가 오디오 가이드에 재능 기부로 참여해 작품 이해를 좀 더 친근하고 편안하게 돕는다. 7월 12일까지. 7000∼1만5000원. 02-577-8415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8-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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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麻布 위에 펼친 40년… ‘실재와 환영’ 박장년 첫 회고전

    성곡미술관이 2009년 세상을 떠난 박장년 화백의 첫 회고전 ‘박장년 1963∼2009 실재와 환영의 경계에서’를 개최했다. 단색화와 극사실주의 사조를 아우르며 현대회화의 지평을 넓힌 것으로 평가받는 박 화백의 작품 90여 점을 전시했다. 특히 이번 전시엔 1970년대부터 작가가 매진했다는 ‘마포(麻布)’ 시리즈(사진)가 눈길을 끈다. 캔버스를 싼 마포 위에서 그림과 실제 천이 어우러지며 ‘경계’를 무너뜨린다. 작가는 이를 ‘캔버스 표면을 표면 그 자체로 되돌려준다’고 표현했다고 한다. 오광수 미술평론가는 고인의 회화를 두고 “격렬한 제스처 대신 무겁게 침잠하는 심연과 같은 기운이 지배하고 있다”고 평하기도 했다. 서울 종로구 성곡미술관. 다음 달 13일까지. 3000∼7000원. 02-737-7650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8-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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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사 깊은 상처 위에 핀 평화의 외침

    ‘검붉은 저녁햇살에 꽃잎 시들었어도 살 흐르는 세월에 그 향기 더욱 진하리.’(노래 ‘잠들지 않는 남도’에서) 4월이면 대지를 뒤덮는 유채꽃. 섬은 그 잔향만큼 진한 아픔을 머금었다. 강산이 일곱 번 바뀌었건만. 붓 칠한 역사의 캔버스는 갈수록 또렷하다. 제주도립미술관(관장 김준기)이 올해 제주 4·3사건 70주년을 맞아 ‘4·3 70주년 특별전 포스트 트라우마’를 개최했다. 1948년의 상처를 다시금 조명하고, 동시대에 필요한 상생의 길로 나아가자는 마음을 담아 마련했다. 이번 전시는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에 휩쓸릴 수밖에 없었던 ‘개인’의 실존적 자취에 주목했다. 4·3사건이 벌어졌던 제주는 물론이고 광주와 중국 난징, 일본 오키나와 등 집단 학살의 범죄가 벌어졌던 현장은 모두 해당된다. 중일전쟁 당시 731부대의 생체실험을 고발한 재중작가 권오송의 수묵화나 제2차 세계대전 때 오키나와 전투에 희생된 평범한 현지 주민의 참상을 담은 일본 작가 야마시로 지카코의 작품 등을 선보인다. 특히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제주 출신 강요배 작가의 ‘불인’은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제주시 조천읍 북촌을 담은 이 작품은 아무런 말이 없는 풍경화로도 쓰라린 역사를 얼마나 잘 표현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 제주에서 태어나 덴마크로 해외 입양됐다는 제인 진 카이젠 작가의 영상작품 ‘Remains’도 챙겨 볼만하다. 특별전은 모두 226점을 전시한다. 제주까지 찾기 힘든 이들도 아쉬움을 달랠 기회가 있다.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 등 6곳에서 도립미술관과 연계해 프로젝트 전시 ‘잠들지 않는 남도’를 지난달 31일부터 선보였다. 4·3사건을 모티브로 한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공간 41 △대안공간 루프 △성북예술창작터 △성북예술가압장 △d/p(이산낙원)이 참여했다. 김준기 관장은 “4·3의 상처를 평화라는 인류사적인 보편 가치로 재해석한 전시”라며 “학살의 아픔을 평화의 메시지로 승화시킬 계기를 마련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제주 전시는 6월 24일까지. 서울 전시는 29일까지. 064-710-4300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8-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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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년 단색화 외길… 색깔있는 회화세계

    “성공도 명성도 바란 적이 없습니다. 평생 그림을 그리며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으니 그보다 행복한 일이 없지요. 이번 전시 역시 꾸준히 ‘나의 길’을 가던 당시의 숨결이 그대로 담겨있습니다.” 단색화가 이정지 화백(77). 웬만큼 그림을 아는 이들에게도 낯선 이름일 수 있다. 단색화로 인기를 끌었던 박서보 하종현 서승원 등 남성 단색화가에 비해 주목도가 낮았다. 하지만 국내 여성작가로는 유일하게 40년 이상 단색화 외길을 걸어온 그는 최소한 지금보다는 더 큰 상찬을 받아 마땅한 예술가다. 최근 열린 개인전 ‘이정지: 80년대 단색조회화(單色調繪畵)를 중심으로’는 그런 그의 품격을 엿볼 수 있는 자리다. 1980년대 “엄격하게 신체를 활용해 바르고 긁기를 반복한” 작품 30여 점은 형언하기 힘든 묵직함이 가득하다. 이 화백은 “40대 왕성하던 시절 캔버스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데 집중했다”며 “얼핏 닮아 보이지만 어느 하나도 동어반복인 작품이 없다. 우주적이면서도 인간적인, 깊이와 인생관을 담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굳이 ‘단색조회화’라 부르는 이유도 설명했다. “서양 단색화와는 전제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지요. 1970년대 화단을 지배한 모노크롬의 극성기에 작품 활동에 합류하긴 했지만, 그 집단성에서 벗어나길 바랐습니다. 예를 들어 제 작품을 단색, 하나의 색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누리끼리하거나 거무스름하죠. 이건 서양의 잣대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이에요. 한국적인 정서를 표현한 거예요.” 해외에서 더 큰 평가를 받아온 그는 당시 작품을 선보였던 일본 개인전에서는 “기량이 완숙의 경지에 이르렀으며, 한국 모더니즘 계승의 중심 주자에 속해 있음을 증명했다”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이 화백은 “60년 가까이 주위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작품에 매진했다”며 “화가는 한 사람이라도 알아봐주는 이가 있다면 만족하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그런 뜻에서 난 인복 많고 축복 받은 화가”라고 말했다. 다음 달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선화랑. 02-734-0458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8-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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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18정신-제3세계 예술, 9월 광주 수놓는다

    9월 7일 개막하는 ‘2018 광주비엔날레’(대표이사 김선정)가 올해의 라인업을 발표했다. ‘상상된 경계들(Imaged Borders)’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비엔날레는 40개국 153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2010년 제63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영화 ‘엉클 분미’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태국의 아피찻뽕 위라세타쿤 감독과 일본 ‘네오 팝아트’의 대표화가인 나라 요시토모 등 면면도 화려하다. 올해는 국내외 작가들이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작품을 많이 선보인다. 영국 설치미술가인 마이크 넬슨은 당시 주요 현장이던 옛 국군병원을 모티브로 한 작품을 소개한다. 프랑스 현대미술가 카데르 아티아도 당대의 광주시민과 지금의 현대인을 연결한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다. 박화연 여상희 등 한국의 젊은 작가들도 광주의 역사성을 반영한 작품으로 비엔날레에 참여한다. 남미와 중동 등 제3세계 작가나 디아스포라 이력을 지닌 작가의 참여도 늘었다. 아시아 작가 비중도 67%로 역대 최대다. 비엔날레 측은 “광주비엔날레가 유럽 중심 담론에서 탈피해 변방과 경계 지대의 이슈를 생산하며 현대미술의 중심축을 이동시키려는 열망의 반영”이라고 설명했다. ‘2018 광주비엔날레’는 9월 7일부터 11월 11일까지 광주비엔날레 전시관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에서 열린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8-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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