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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3일부터 세종특별자치시에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등 6개 부처가 이전한다. 이전 공무원 인구만도 5000명이 넘는다. 국무총리실과 기획재정부 등에 이어 2단계다. 이로써 세종시는 제2행정수도로서의 면모를 나날이 갖춰 가고 있다. 정부부처 2단계 이전을 앞두고 유한식 세종특별자치시장(사진)을 만났다. ―추가로 이전하는 기관은…. “올해 말까지 산업부 복지부 문화체육관광부 고용노동부 교육부 국가보훈처 등 6개 부처와 한국개발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이 이전한다. 세종시는 7개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매월 대책보고회를 갖는다.” ―당초 이전하기로 한 미래창조과학부와 해양수산부의 세종시 이전은…. “9월 당정회의에서 세종시 이전에 대해 원칙적인 합의가 이뤄졌다. 현행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에는 국방·외교·통일·안전행정부·여성·법무 등 6개 부처를 제외하곤 모두 세종시로 옮기게 돼 있다. 그동안 여러 차례 국회와 정부 부처를 방문해 이전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우리시의 방침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안행부가 공청회 등 의견 수렴을 거쳐 입법 고시해야 한다.” ―‘세종특별자치시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이 매우 시급하다는데…. “세종시 면적은 서울의 75%, 광주와 비슷한 규모다. 건설지역 16% 개발은 국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22조5000억 원을 들여 진행하고 있으나 나머지 지역은 아무 지원이 없다. 자족기능 확충과 시 전역 균형발전을 위해 자치입법권 강화, 대학 및 기업유치 지원제도, 보통교부세 및 국고보조금 지원 등을 골자로 한 관련 법률 개정이 시급하다. 이달 중순 새누리당이 중앙당 차원에서 ‘지속 가능한 세종시 발전특위’를 운영키로 하고, 충남도지사를 내던진 이완구 의원을 위원장으로 내정해 기대가 크다.” ―정주 여건 편의를 위한 계획은…. “도로, 교통, 주거 등 정주여건 공사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수도권과 세종시를 연결하는 핵심 교통망을 위해 제2경부고속도로가 조기에 건설되도록 노력 중이다. 조치원 연결도로의 확장, 간선급행버스(BRT) 운행 및 동서 연결도로 확충 등 광역교통을 개선해 건설지역과 읍면지역의 동반 발전을 촉진하고 있다. 특히 세종시와 경북의 새로운 행정중심지역인 북부권 지역과의 직결도로가 없어 접근성 향상 및 국토 균형발전을 위한 고속도로망 조기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계획이 이뤄지면 세종시는 전국 2시간 이내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갖추게 된다.” 연기군수 출신으로 초대 세종시장이 된 유 시장은 “세종시민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20대 명품도시’의 기반을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세종=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천상의 소리’를 내는 남자 아이의 합창단은 대전의 도시 브랜드를 높일 것이다.” “형평성에 맞지 않고 관에서 주도하는 것도 문제다.” 초등학교 남학생들로만 구성되는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 창단을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지역 문화계와 대전시, 대전시의회 등의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 대전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김명경 의원은 예산 심의를 앞두고 필요성을 주제로 한 정책토론회까지 열었다. 21일 열리는 대전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예산 심의에서 그 ‘운명’이 결정될 예정이다. 찬성하는 쪽은 “국내 최초의 (시립)소년합창단으로서 음악 영재를 발굴하고, 도시 가치를 높이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김덕규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 예술감독은 “9∼14세 남자 아이들은 폐활량이 크고 여자 아이들과 비교할 때 울림도 좋다. 수백 년 역사를 지닌 파리나무십자가나 빈소년합창단과 같은 합창단이 대전에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고석우 씨엘보이스앙상블 예술감독은 “대전시와 대한민국의 어린이를 위한 좋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어디에서 설립하든 좋은 방향을 찾아내는 것이 어른들 역할”이라고 찬성했다. 종전의 대전청소년합창단은 초·중·고등부, 대학부로 구성된 혼합 형태. 단원 대부분이 대학생이었다. 국내에서 울산과 강원 춘천, 충북 청주에 시립청소년합창단이 있으나 변성기 직전 소년들로만 구성된 시립합창단은 없다. 반면 김영집 음악학 박사는 “대전시가 자원을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지도 의문이고, 여력이 있을 때 창단해도 늦지 않다”고 밝혔다. 인터넷신문인 ‘디트뉴스’ 김선미 주필도 “반드시 시립이어야 할 이유가 있느냐. 아동 청소년에 대한 문화 예술 지원은 특수 집단이 아닌 더 많은 아이들에게 지원돼야 한다”며 보편성과 형평성을 우려했다. 한준구 대전소년소녀합창단 지휘자 역시 “합창단이 민간 주도로 이양되는 추세”라며 반대 의사를 보였다. 대전시는 ‘합창도시’를 지향하는 대전으로서 어린이 문화 프로그램 창조와 대전의 합창 도시 이미지 향상을 위해 창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합창단은 9∼14세 남자 초등학생 40명(예비 단원 포함)으로 구성하고 주 3회 연습, 방학을 이용한 캠프 연수를 비롯해 국제화를 위해 영어 수업 등도 구상하고 있다. 시는 이를 위해 7월 운영비 예산 5000만 원을 추경에 편성했다가 무산되자 내년 본예산에 1억4000만 원을 다시 편성했다. 염홍철 대전시장도 그동안 “(국내엔) 변성기 이전의 보이스 소프라노 합창단이 없다. 대전은 합창 도시다. 그런 공연을 통해 시민들에게 많은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며 이를 추진해 왔다. 반면 토론회를 주관한 김 의원은 “추경에서 예산이 삭감된 뒤 동일 사업을 본예산으로 다시 추진할 경우에는 충분한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아파트 거주비율이 70%에 육박하는 대전시의 고민 중 하나는 ‘층간소음’이다. 앞집에 누가 사는지조차 모르는 현실에서 위층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좀처럼 견디기 힘들다. 고민에 빠진 대전시는 ‘층간소음 방지용 슬리퍼’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리고 올 7월 1000켤레를 제작해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빚어온 가구에 보급했다. 이는 사회적 자본의 핵심 가치 중 하나인 이웃에 대한 ‘배려’를 행정 차원에서 촉진시키겠다는 발상에서 나온 정책이다. 대전시는 층간소음 문제를 시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슬리퍼를 지속적으로 배포하는 등 이를 홍보할 계획이다. 10월 26일 대전 중구 으능정이(문화의 거리)에는 100여 개의 긴 식탁이 놓였다. 앞치마를 두른 아빠와 자녀들이 함께 참여하는 대전시 주관의 아빠요리대회에 87개 팀이 참가한 것. 대회에 참가한 가족들의 소통 시간이었다. 이 역시 사회적 자본의 가치 중 하나인 ‘소통’을 위한 것이다. 윤모 씨(51·여·유성구 노은동)는 최근 갑상샘암 수술을 받았다. 그는 ‘사찰 음식’이 몸에 좋다는 얘기를 듣고 수소문하던 중 대전평생학습진흥원 시민대학에서 ‘산사의 자연을 담은 사찰음식과 건강식’이라는 강좌에 등록해 지금은 직접 사찰 음식을 만들어 먹고 있다. 올해 7월 중구 선화동 옛 충남도청 자리에 문을 연 대전시민대학은 시민들의 다양한 평생학습 욕구를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11월 현재 시민대학에 개설된 강좌는 915개. 이 강좌들에 등록한 시민은 무려 1만2000여 명에 이른다. 강좌당 4∼12주 강의에 1만∼10만 원 수준으로 저렴하다. 시민들의 평생학습 욕구에 맞춰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민대학은 사회 구성원 간 연대를 강화시켜 ‘사회적 자본’ 창출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 덕분에 충남도청이 내포신도시(충남 홍성·예산)로 이전해 텅 비었던 구도심은 요즘 활기를 되찾았다. 연규문 대전평생교육진흥원장은 “평생학습은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고용 가능성도 높여줘 생활에너지 재충전의 기회가 되고 있다”며 “사회적 자본의 가치인 이해와 협력의 모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취미가 같거나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또 하나의 연대가 형성된다는 얘기다. 대전시는 ‘신뢰’ ‘배려’ ‘참여’ ‘소통’ ‘협력’ ‘나눔’을 핵심 가치로 시민대학을 비롯해 40여 개에 이르는 ‘사회적 자본 넓히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전대 곽현근 교수(행정학)는 “혈연 학연 같은 배타적 연고주의가 몸에 밴 현실 속에서 사회적 신뢰 회복은 쉽지 않은 과제”라며 “대전은 이러한 시대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처음으로 사회적 자본 사업에 도전한 광역정부”라고 평가했다. 곽 교수는 사회적 자본 증진의 촉진자, 촉매자로서 대전시의 노력을 두 가지로 요약했다. 하나는 시민사회 구성원 사이의 자발적, 수평적 결사체 조직과 참여를 장려하고 상호교류를 활성화한다는 것. 예를 들어 아파트 옥상에 텃밭을 가꾸도록 지원한 뒤 ‘회색도시’에 사는 사람들을 모이게 하거나 근로자복지회관에 북 카페를 만들어 지식과 정보의 나눔 공간으로 활용토록 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또 하나는 투명하고 혁신적인 자치 행정을 통해 광역정부의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곽 교수는 “사회적 자본 확충은 지속가능한 시민의 행복을 위한 길이다. 이를 선도하는 대전시의 도전은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겨레의 명산이자 성지인 ‘계룡산’의 역사가 춤으로 풀어진다. 대전시립무용단(예술감독 정은혜 충남대 교수)은 계룡산 이야기를 주제로 한 제56회 정기공연 ‘계룡이 날아오르샤’를 15, 16일 대전문화예술의 전당 무대에 올린다. 프로그램은 ‘달리는 산맥’, ‘날개 묻은 닭’에서부터 ‘계룡산 대동굿’까지 모두 7개 마당으로 구성됐다. 계룡산의 수용추·암용추 설화를 정도령과 산각시로 의인화한 무용극. 신화적 판타지를 한국무용과 접목시키되 결코 허황된 이야기가 아님을 얘기한다. 만남 그리고 시련과 이별이 어디에든 있듯, 이 이야기는 계룡산에 얽힌 신화와 전설 속 남녀의 인연과 시련, 견딤과 극복 과정을 몸짓으로 풀어간다. 곳곳에 해학이 넘치는 판타지와 마당굿은 관객의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시립단원 40여 명이 모두 등장해 전체적인 분위기는 대서사시다. 단원들은 계룡산의 ‘기(氣)’도 받기 위해 국내 예술단에서는 보기 드문 계룡산 등반까지 했다. 혹여 작품 속에서 이런 것은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왜 계룡산 천도설(遷都說)은 끊이질 않는 걸까? 왜 계룡산 근처에 3군 본부가, 연구단지가, 그리고 세종시가 들어서는 걸까. 무슨 이야기가 있길래….’ 정은혜 감독은 “전통 춤이 추는 자만의 것이 아니라 함께 공유하는 관점에서 시도했다. 무대와 관객이 하나가 돼 신명나는 한 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5일 오후 7시 30분, 16일 오후 5시. 5000원∼2만 원. 042-270-8355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두루’를 아시나요?” 11일 오후 대전 대덕구 법동의 한 한의원. 김원일 씨(56·교사)가 보약을 한 첩 짓고 10만 원을 지불하면서 “7만 원은 신용카드로, 나머지는 ‘두루’로 내겠다”고 말하자 직원은 아무 말 없이 계산했다. ‘골고루’라는 순우리말에서 비롯된 ‘두루’는 대전에서만 유통되는 무형의 화폐다. 개인의 재능기부와 자원봉사활동의 가치를 지역 품앗이 조직체인 ‘한밭레츠(LETS)’가 화폐 단위로 환산해 축적해준다. 레츠는 지역화폐(Local Exchange Trading System)의 줄임말로, 미리 등록한 회원들끼리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노동과 재화를 거래할 수 있는 다자 간 품앗이인 셈이다. 2000년부터 대덕구 법동에서 시작됐다. 이 한의원도 한밭레츠 회원이다. 김제선 대전 사회적자본지원센터장은 “현재 600여 가구의 회원이 물품과 재화를 두루로 거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단체 홈페이지에는 중고물품 등도 수시로 올라오며 두루로 물건을 거래한다. 대덕연구단지인 유성구 전민동 일대에서는 ‘무료 과외’가 성행하고 있다. 과외에 나선 주인공은 바로 연구단지에 근무하는 석·박사들. 이들은 자녀와 자녀 친구, 동네 아이들에게 과학 교육을 무료로 해준다. 대전시가 추진하는 과학자 활용 프로그램에 따른 것이다. 이 밖에 대전 서구에서 탄생한 육아 온라인 카페인 ㈜도담도담은 회원이 3만여 명에 이른다. 이들은 공동육아 품앗이학교, 예비맘 교실, 임신출산육아박람회 등을 개최해 주부들의 ‘공동체 모델’로 꼽힌다. 대전시는 도담도담을 ‘사회적 자본형 마을기업’으로 선정해 육성자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은 대전시가 시정 기조로 삼고 있는 ‘사회적 자본이 풍부한 대전’의 대표적 성공 사례다. 대전에서 사회적 자본을 일구는 모임과 기업이 늘고 있는 건 염홍철 대전시장(사진)의 강한 의지에서 비롯했다. 염 시장은 1980년대 대학생의 필독서였던 ‘제3세계의 종속이론’ 저자다. 그는 지난해 8월 호주에서 열린 세계과학도시연합(WTA) 행사에 참석한 뒤 귀국하던 중 깊은 생각에 잠겼다. 차기 시장 선거(2014년)에 출마하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을 때였다. “한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치면서 지난 50년 동안 숨 가쁘게 달려와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뤘다. 반면 삶의 질은 그에 비해 좋아지지 않았다. 사람 냄새가 나고 제대로 대접받는 ‘인간 중심의 도시’를 만들자는 게 시장으로서 마지막 바람이었다. 그게 ‘사회적 자본’이었다.” 염 시장은 사회적 자본을 더불어 사는 황제펭귄의 ‘허들링’에 비유했다. 허들링이란 황제펭귄이 추위를 이기기 위해 둥글게 모여 체온을 유지하다가 가장 바깥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펭귄에게 안쪽 자리를 내주는 걸 의미한다. 이런 나눔과 배려가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김동선 대전시 자치행정과장은 “사회적 자본 확충을 위한 3대 실천전략을 제도 마련, 시민 중심, 공간 창출로 정하고 시정의 틀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제도 마련’에는 조례 제정과 함께 사회적 네트워크와 공동체 형성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도시 공간구조의 재구성도 포함돼 있다. 예컨대 아파트를 건축할 때 주민 간 접촉을 늘리기 위해 도서관, 공원 등 공익시설을 중심부에 배치하도록 사전에 논의를 거치는 방식이다. ‘시민 중심’은 시민사회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대전 희망 지피기(시민대학, 배달강좌제, 인문학 프로그램 신설 등)와 대전 아이 키우기(토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주니어 아크로폴리스 프로젝트, 지역 문화유산 강좌, 과학체험 프로그램 운영 등), 대전 마을 가꾸기(마을공원, 마을미디어, 마을기업, 마을텃밭사업 등) 등이다. ‘공간 창출’은 대덕연구단지 내 정부 출연 연구기관과 민간 연구기관, 각 대학이 각종 체육 및 휴식시설을 시민들과 함께 사용하는 대전 자원 나누기 운동과 공동체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문화를 만드는 대전 사랑 나누기 운동으로 전개된다. 염 시장은 “사회적 자본이 풍부하면 대전의 도시 이미지 프리미엄은 한층 높아진다. 남은 임기 동안 누구나 ‘나는 대전 사람’이라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사회적 자본 여건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대전 유성구 봉명동에 있는 한 어린이놀이터에는 어린이가 없다. 주변이 호텔과 술집뿐이어서 밤만 되면 우범지대가 되는 곳이었다. 대전시는 주민들에게 동네 특성에 맞게 테마공원으로 꾸며볼 것을 제안했다. 주민 스스로 시설을 개선하고 운영까지 맡도록 한 것. 그 후 이 공원은 지역 쉼터로 자리 잡았다. 대덕특구 정부출연연구기관장 등을 지낸 뒤 은퇴한 고(高)경력 과학자들은 요즘 대전시내 초등학교나 시민대학으로 강의를 나간다. 이정순 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안동만 전 국방과학연구소장, 장근호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등이 학생 시민에게 재밌는 과학 이야기를 들려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대전 서구 월평동에 사는 주부 조정미 씨(48)는 와인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 와인아카데미에 등록하려 했다. 하지만 비용(2개월 60만 원)이 만만치 않았다. 그러던 중 대전시가 운영 중인 학습자 맞춤형 방문교육 서비스인 ‘배달 강좌제’를 알게 됐다. 5명 이상이 모이면 와인 강사가 집까지 찾아와 강의를 해 주는 것. 강습료 없이 재료비만 내면 된다. 조 씨는 이웃 주민들과 함께 배달강좌제를 신청했고 요즘 와인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고 있다. 이 같은 성과는 모두 요즘 대전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사회적 자본 키우기 사업’의 결과물들이다. ‘사회적 자본’이란 주민 간 유대강화와 참여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었던 1차 인수위원회에서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한국이 넘어야 할 마지막 관문이 사회적 자본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대전시는 이미 지난해 8월부터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사회적 자본 담당 부서를 신설하고 ‘사회적 자본 확충 기본조례’를 제정했다. 민관협력 중간지원기관인 사회적 자본 지원센터를 설립하는 등 후속 사업도 전개했다. 대전시의 ‘사회적 자본’ 프로젝트는 이제 다른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돼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제주도는 올 7월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광주시도 전담조직을 신설했다. 재단법인 한국선진화포럼(이사장 이승윤)은 사회적 자본을 전국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5월 대전시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부산이 아시아영화제의 메카라면 대전은 TV 드라마의 중심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됩니다.”(이효정 대전문화산업진흥원장·전 한국대중문화예술인단체총연합회 이사장) 올 한 해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던 드라마의 주역들이 총출동하고 드라마와 관련한 각종 행사가 잇따라 열리는 대전드라마페스티벌이 13∼16일 개최된다.○ 안방극장 스타 총출동 대전시와 대전문화산업진흥원은 드라마 시상식인 ‘2013 아판 스타 어워즈’ 행사를 16일 충남대 정심화홀에서 개최한다고 12일 밝혔다. 아판(APAN·Asia Pacific Actors Network)은 아시아 태평양 연기자 네트워크를 말한다. 이 시상식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9월 말까지 국내 지상파·종합편성채널·케이블TV에서 방영된 총 75편의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들을 대상으로 한다. 심사에는 드라마 PD, 드라마 작가, 드라마 평론가, 대중문화 평론가 등 심사위원 9명이 참여했다. 본상 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에는 고수(황금의 제국), 소지섭(주군의 태양), 이준기(투윅스), 주원(굿 닥터), 조인성(그 겨울 바람이 분다)이 후보로 올랐다. 여자 최우수연기상에는 공효진(주군의 태양), 김혜수(직장의 신), 송혜교(그 겨울 바람이 분다), 수애(야왕), 이보영(내 딸 서영이, 너의 목소리가 들려)이 각각 후보로 올랐으며 이 가운데서 올해의 대상이 선정된다. 시상은 최우수연기상 외에 남녀 우수연기상, 남녀 연기상, 신인상, 아역상, 인기스타상, 공로상, 베스트캐릭터상, 베스트커플상, 액션상, 드레서상, 작가상, 연출상 등 모두 15개 부문에서 이뤄진다.○ OST 콘서트 등 다양한 드라마 행사도 이에 앞서 드라마와 관련한 다양한 행사도 열린다. 13일에는 롯데시네마 대전점에서 ‘단막극장’이 열려 TV에서 방영된 우수 단막드라마와 지역에서 제작된 우수 HD다큐멘터리 등이 상영된다. 같은 날 대전액션영상센터에서는 센터 건립과 액션영상센터 개관을 기념하기 위한 액션쇼케이스 공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14일에는 대전문화산업진흥원 시사실에서 tvN 인기드라마 ‘나인’ 관계자들을 초청한 대전영상콘텐츠포럼이 마련된다. 15일에는 정심화홀에서 바비킴, 더 원, 박완규, 써니힐 등의 유명가수가 출연하는 ‘드라마 OST 콘서트’가 열려 인기 드라마의 진한 감동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대전드라마페스티벌은 대전 엑스포과학공원의 HD드라마타운, 대전액션센터 등 지역이 보유한 첨단영상 인프라를 국내외에 홍보하고, 지역 내 영상물 제작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시작됐다.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2011년 4월 인터넷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해 번 110억 원을 전북 김제의 마늘밭에 묻어뒀다가 발각된 이른바 ‘김제 마늘밭 사건’이 대전에서 재연될 조짐이다. 대전지방경찰청은 11일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며 수백억 원대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환전한 혐의(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임모(45), 문모 씨(49) 등 4명을 구속하고 1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임 씨 등은 2011년 7월부터 최근까지 인터넷상의 한 가상 서버를 이용해 고스톱 포커 바둑이 등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며 발생한 수익금 454억 원을 현금으로 챙긴 혐의다. 경찰은 이들이 숨겨둔 거액의 현금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임 씨 등은 중국에 본사를 두고 국내 지역 본사-가맹점으로 이어지는 점조직 형태로 불법 사이트를 운영했다. 이용자들의 판돈 가운데 12.8%를 딜러비 명목으로 공제했다. 이들이 국내 지역 본사를 운영하며 딜러비로 뗀 돈은 모두 454억 원. 임 씨 등은 130여 개 대포통장을 이용해 거래했으며 서울과 인천을 비롯한 수도권 등지에 있는 현금인출기에서 하루 최대 1억 원까지 5만 원권으로 인출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경찰이 압수한 금액은 임 씨 집 옷장에 보관돼 있던 5만 원권 2000만 원과 범행 계좌에서 발견된 잔액 8950만 원뿐이다. 나머지 453억 원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다. 경찰은 이들이 빼돌린 현금으로 제3의 장소에 은닉했거나 부동산을 구입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특히 구속된 임 씨, 문 씨는 2011년 110억 원의 뭉칫돈이 발견된 ‘김제 마늘밭 사건’의 주범인 이모 씨 형제와 동향 친구였다는 사실을 밝혀내 이들과의 연관성도 조사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9개월간 추적해 온 김선영 대전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경정)은 “범행 방식 등을 고려할 때 ‘김제 마늘밭 사건’ 당시 함께 운영됐던 하부조직이 잡히지 않은 채 현재까지 운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불법 도박 수익금이 어디 있는지, 또 다른 조직은 없는지 등을 찾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대전,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의 대표 축제로!” 지난달 3∼6일 열린 대전 국제푸드&와인페스티벌은 국제 축제로 거듭났다. 47만 명이 방문했고 548억 원의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거뒀다. 또 관람객 1인당 4만592원을 지출해 총 관람객 소비 지출은 19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배재대 관광이벤트경영학과 정강환 교수(세계축제협회 한국지부장)팀이 분석한 최종 평가 결과다. 이번 평가는 현장 조사와 국내외 관람객 및 참가 업체 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등으로 진행됐다.○ 외지인 비율 38.5%, 20∼30대 젊은층 80.2% 대전 국제푸드&와인페스티벌을 방문한 관람객 47만여 명 중 20, 30대가 80.2%, 여성이 63.4%를 차지했다. 특히 외지인 비율(38.5%)은 울산고래축제(24.5%), 추억의 7080충장축제(28.9%)보다도 높은 수치다. 외지인과 소비 성향이 높은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중부권 대표 축제로서의 가능성을 보여 줬다. 관람객은 주요 시간대별 입장객 집계와 와인 소비량, 경찰 추산 결과 등을 통해 산출된 것. 관람객의 소비 지출은 190억 원(1인당 4만592원)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파급 효과는 548억 원(생산유발 352억, 소득유발 57억, 부가가치유발 139억 원)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저비용 고효율 축제로 평가됐다. 참가 업체 중 78.4%가 ‘내년 행사에도 참여하겠다’고 밝혀 지속적인 발전 가능성을 보여 줬다.○ 지역 음식점과 연계한 비즈니스는 보완해야 올해로 두 번째 열린 이번 행사는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 주요 와인 수출국 20개국과 총 243개 와인 관련 기관 및 단체, 340개 부스(해외 와인 84, 국내 와인 및 전통주 154, 음식 102개)가 참여했다. 지난해 베를린 와인트로피(세계 4대 와인품평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올해 처음 열린 제1회 대전 와인트로피(9월 29일∼10월 1일)에는 전 세계 26개국 2635종의 와인이 출품돼 세계 3위, 아시아 최대 규모였다. 이번 평가에 참여한 배재대 김주호 교수는 “예산 대비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큰 효율성 높은 축제로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역 음식점 등과의 연계를 통해 축제 효과를 대전 전체로 넓혀 나갈 수 있는 콘텐츠를 발굴하고 비즈니스 프로그램을 보완해 수익사업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체험 공간이 좁고 프로그램 정보가 부족했다는 비판도 개선할 점으로 꼽혔다. 전문가들은 대전 국제푸드&와인페스티벌을 확대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고재윤 경희대 교수(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회장)는 “대전이 ‘와인도시’로 브랜드화하는 데 성공했고 세계적인 축제의 가능성을 보여 줬다”고 평가했다. 변상록 혜천대 교수도 “와인페스티벌이 홍콩 등 외국의 와인 행사보다 더 발전할 수 있음을 확신하게 됐다”고 했다. 염홍철 대전시장은 “소비 성향이 강한 젊은층과 여성이 많이 방문한 것은 축제의 성공 요건 중 하나”라며 “내년에는 와인 마니아를 위한 별도 이벤트 공간을 만들어 유료화 전문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아침밥은 꼭 챙겨 먹읍시다.’ 사단법인 식생활교육대전네트워크(상임대표 김미리 충남대 교수·사진)는 11일 ‘농업인의 날’을 맞아 대전시청과 탄방중학교 부근에서 아침밥 먹기 캠페인을 개최한다. 대전시와 대전시교육청, 농협중앙회대전지역본부, 식생활교육대전서구네트워크와 함께 진행하는 이날 캠페인에서 회원들은 2500인 분의 삼각김밥을 준비해 등교하는 학생과 시민들에게 나눠 주고, 아침밥의 중요성을 알리는 홍보물도 배포할 예정이다. 김 상임대표는 “아침밥 먹기는 비만과 당뇨병, 고혈압 등 생활 습관병을 예방하고, 국민의 주 에너지원인 쌀 소비를 촉진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가을 꽃게 조업철을 맞아 충남 보령시 대천항과 태안군 안흥항 등 서해안 항포구는 꽃게 가 풍어를 이루고 있다. 항구로 들어오는 어선마다 만선을 이루면서 어민이나 미식가 모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10일 보령수협에 따르면 꽃게 금어기가 끝난 9∼10월까지의 꽃게 위판량은 107t으로 최근 5년 중 가장 많은 위탁판매량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70t에 비해 1.5배가량 증가한 것. 보령지역의 가을 꽃게 위판량(9∼10월)은 5년 전인 2009년 16.8t에서 2010년에는 57.6t으로 대폭 증가한 이후 2011년 72.2t, 지난해에는 70.4t이었다. 올해 처음으로 두 달 동안 100t을 넘어선 것. 서해안 가을철 고급 어종인 대하에 이어 꽃게 풍어가 이어지자 어민들도 짭짭할 수입을 올리고 있다. 가격도 낮아져 미식가들도 부담 없는 꽃게 포식이 가능해졌다. 대천항과 안흥항 일대에서의 활 꽃게 소매가격은 kg당 1만5000원 선. 지난해 2만∼2만2000원 선에 비해 낮아졌다. 충남 서해안 일대 꽃게가 풍어를 이룬 것은 철저한 금어기 관리와 매년 치어 방류가 늘고 있기 때문. 충남도와 보령시 등 서해안 지역 지방자치단체들은 수산자원 증대를 위해 대하 꽃게 넙치 해삼 쥐치 조피볼락 등을 방류하고 있다. 보령지역의 경우 지난해 꽃게 43만9000마리를 방류한 데 이어 올해에는 60만6000마리를 방류했다. 해삼 넙치 대하 등의 치어도 모두 1719만 마리 방류했다. 보령시 관계자는 “지속적인 수산 종묘 방류 사업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꽃게 어획량이 대폭 증가했다”며 “앞으로도 종묘 방류를 지속적으로 늘려 가겠다”고 말했다.보령=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백숙 팔면 하루 세 끼는 먹고살 수 있지 않겠느냐”는 아내(김주금·64)의 말에 남편 문인만 씨(65)는 마음이 무거웠다. 1남 2녀를 둔 가장으로 제 역할을 못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문 씨는 부산에서 합판공장을 운영하던 ‘잘나가는’ 사업가였다. 하지만 외환위기 때 사업이 기울었다. 거래하던 대기업은 하루아침에 등을 돌렸다. 막내딸은 고교에 재학 중이었다. 한창 돈이 들어갈 때였다. 결국 그는 사업을 접고 고향인 경북 비슬산 동쪽 자락에 자리를 잡았다. 올 1월 11일 채널A ‘이영돈 PD의 먹거리X파일’에서 33번째 착한식당(청국장)으로 선정된 ‘소나무집’은 그렇게 태어났다. 3일 청도군 각북면 오산리에 있는 소나무집을 찾았다. 대구와 청도를 잇는 좁은 도로에서 차 한 대가 겨우 지날 수 있는 비탈길을 한참을 올라가야 했다. 식당 입구에는 오전부터 차량 20여 대가 빼곡하게 들어 차 있었다. 식당 앞에 수령 200여 년쯤 돼 보이는 소나무 세 그루가 눈에 띄었다. 문 씨가 식당 문을 연 건 2002년. 애당초에는 부모님이 미리 사 둔 땅에 집을 지은 뒤 이를 팔아 사업을 다시 시작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사업자금은 쉽게 모이지 않았다. 헐값에 부모님이 준 땅을 팔 순 없었다. 그때 아내는 ‘백숙집’을 제안했다. 전남 목포가 고향인 아내의 음식 솜씨는 괜찮았다. 아내는 난생 처음으로 식당에 취업해 주방에서 4, 5개월간 일을 배웠다. “처음에는 하루에 2, 3팀, 어떤 때에는 손님 한 명 구경하기 힘들 정도였죠.” 냉장고에 넣어둔 생닭은 시간이 지나 수차례 버릴 수밖에 없었다. 메뉴에 삼겹살을 추가했지만 손님은 늘지 않았다. 도심에 있는 자녀에게 부쳐야 할 돈이 밀리기도 했다. 그러던 중 아내는 청국장이 떠올랐다. 경북 청도군 각남면과 풍각면 일대는 콩 산지였다. 대량 생산되는 국산 콩으로 청국장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청국장은 냉동보관하면 오래 저장할 수 있었다. 집 구조도 청국장과 궁합이 맞았다. 사랑채에 전통 아궁이가 있고, 가마솥도 있었다. 국산 콩만으로 전통적인 방식에 의해 청국장을 띄우기 시작했다. 직접 콩을 삶아 이불을 덮어 발효를 시켰다. 사랑채에 삶은 콩을 고석(볏짚)과 함께 소쿠리에 담아 면 보자기로 덮고 다시 이불을 덮어 40도 온도에 60% 습도를 유지하는 데 정성을 쏟았다.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근처 비슬산과 용천사 관광지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한번쯤 들러보는 곳이 됐죠.” 단골이 생기면서 큰돈을 벌진 못했지만 생계는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국산 콩이 중국산 등에 비해 가격이 배 이상 비쌌지만 맛을 유지하기 위해 국산을 고집했다. 2, 3일에 한 번씩 청국장을 띄울 때 사랑채 근처는 구수한 냄새로 가득했다. 막내딸은 처음에는 “옷에 청국장 냄새가 배어 세탁을 해도 사라지지 않는다”고 투정을 부렸지만 철이 들면서는 그런 말도 하지 않았다. 식당 문을 연 지 12년째. 문 씨 부부는 60대에 접어들었고 막내딸까지 시집을 보냈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혼자 주방을 지키는 아내도 힘에 부칠 날이 올 텐데….” 문 씨는 이렇게 혼잣말로 중얼거리곤 했다. 그러던 중 ‘사건’이 터졌다. 지난해 말 낯선 손님 서너 명이 식당에 찾아와 청국장을 주문한 뒤 음식을 세세히 살피고 떠났다. 그러곤 며칠 뒤 ‘채널A’라며 불쑥 제작진이 찾아왔다. 문 씨는 10여 년간 한 가지 메뉴만 고집하며 정성껏 손님을 맞이하다 보니 방송에서도 찾아와주는구나 정도로 받아들였다. 올 1월 11일 ‘이영돈 PD의 먹거리X파일’에 ‘준착한식당’으로 방송됐을 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런데 방송이 나간 날 오후 11시 40분경부터 문의 전화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장소가 어디냐, 어떻게 가느냐, 미리 예약할 수 있느냐”는 전화가 오전 2시까지 걸려왔다. 이튿날인 토요일 오전 10시경 식당 밖에서 웅성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식당으로 진입하는 좁은 길을 차들이 가득 메웠다. 일할 사람은 문 씨와 아내뿐인데 100여 명이 청국장을 맛보겠노라고 전국에서 찾아온 것이다. 이날 문 씨는 어떻게 손님을 받았는지, 몇 명이 왔다 갔는지, 계산은 했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그릇이 모자라 1인용 뚝배기가 모두 소진됐다. 식당 밖의 차량이 뒤엉켰지만 손 쓸 방법조차 없었다. 같은 시간 청도군청 당직실도 전날 방영된 청국장집의 전화번호와 상호를 알려 달라는 전화가 쇄도해 업무까지 마비될 정도였다고 한다. 그 후에도 전화가 쇄도하자 청도군청 위생과는 인터넷에 ‘청도군 청국장집은 소나무집입니다’라며 찾아가는 방법과 전화번호를 올렸다. 이중근 청도군수까지 소나무집을 방문했다. 소나무집의 청국장 맛은 어떨까. 기자가 방문한 날은 전날 오전 콩을 삶아 사랑채에서 이틀째 띄우고 있었다.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 암모니아 가스 냄새가 코를 찔렀다. 대두의 단백질이 발효되면서 생긴 아미노산이 분해돼 풍기는 냄새였다. 나무 국자로 청국장을 한 움큼 떠올리자 실같이 끈적끈적한 점성물질이 확연하게 나타났다. 청국장은 수백억 마리의 발효균, 우리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항암물질과 항산화물질, 면역증강물질 등이 있는 보신백화점 같은 식품이다. 잠시 후 식사가 나왔다. 대부분 도심 식당의 청국장은 고춧가루나 조개 등을 사용하지만 이 집 청국장은 두부와 무 호박 파 등이 들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색깔은 연한 볏짚색깔처럼 맑은 편이었다. 반찬도 단출했다. 콩볶음, 꽈리고추 밀가루지짐, 무생채, 김치, 두부를 만들고 난 비지가 전부였다. 청국장 맛을 보니 특유의 냄새는 있었지만 톡 쏘는 맛은 아니었다. 부드러웠다. 일반 식당에서 느꼈던 청국장 맛을 떠올린 뒤 다시 맛을 보자 맨송맨송하다는 느낌이 더욱 다가왔다. “100% 우리 콩만으로 집에서 띄우고 다시마와 멸치 새우 표고버섯으로 육수를 만들지만 잡다한 재료는 넣지 않았습니다.” 깔끔한 청국장 맛의 비결이었다. 두부도 탱글탱글하면서 고소했다. 반찬 식재료인 배추 무 고추 고춧가루 등은 대부분 집 주변에서 직접 재배한 것이다. 봄이 되면 인근에서 유명한 정대 미나리도 사용한다. 원래 소나무집은 ‘이영돈 PD의 먹거리X파일’ 프로그램에서 완전한 ‘착한식당’이 아니었다. 음식을 만드는 정성과 노력은 착한식당 못지않지만 소량의 인공조미료를 사용하거나 위생 등 아쉬운 점이 나타나면 ‘준착한식당’으로 선정한 뒤 개선되면 착한식당으로 승격시킨다. 소나무식당도 청국장 발효과정에서 넣는 볏짚을 플라스틱 홀더로 묶고, 가마솥에서 삶은 콩을 퍼낼 때 환경호르몬 배출이 우려되는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준착한식당’으로 선정됐었다. 뒤늦게 한식명인, 호텔조리과 교수, 식자재유통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비밀검증단이 이를 개선한 사실을 발견해 ‘착한식당’으로 승격했다. 방송이 나간 뒤 어려운 점도 많았다. 친절하지 않다거나 반찬이 부실하다는 등의 지적이 인터넷에 올랐다. 이를 본 경기 남양주에 사는 큰딸 희진 씨(38)는 전화를 걸어 “왜 욕 얻어먹고 사느냐”며 난리였다. 그럴 때마다 문 씨와 아내는 “먹는장사는 마음까지 후해야 한다”며 말렸다. 문 씨는 소나무집 손님이 늘면서 주방과 홀에 마을 주민을 채용했다. 인근 울산의 한 대기업에서는 점심시간에 청국장 600인분을 주문하기도 했다. 국산 콩만을 고집하자 주변의 콩 값이 덩달아 오르기도 했다. “한 말에 6만5000원 선이 정상가격인데 우리 집은 국산 콩만을 사용한다고 소문이 나 7만5000원대까지 올랐어요. ‘이영돈 PD의 부작용’이랄까요.”(웃음) 울산에서 가족과 함께 소나무집을 찾은 박헌영 씨(43·여)는 “청국장 맛이 깊고 부드러웠다. 건강한 먹을거리를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씨는 “많은 손님을 맞을 때는 힘이 들지만 청국장 한 그릇을 후딱 비우고 떠나가는 이들을 보면 건강한 먹을거리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방송이 나간 뒤 손님이 늘어나자 상상하지도 못할 거액을 제시하며 식당을 팔라는 제안도 받았지만 이젠 손님과의 약속을 지킨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청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대전평생교육진흥원(원장 연규문) 대전시민대학은 최근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배추 농가를 돕기 위해 18∼24일 ‘김장특강’을 연다. 신청은 13일까지. 특강 내용은 배추김치 20kg, 돌산 갓김치 2kg 담그기 등으로 총 6회 진행하며 수강료 10만 원(재료비 9만 원, 교육비 1만 원)을 내면 직접 담가서 갖고 갈 수 있다. 과정별로 선착순 20명씩 모집하며 대전시민대학(구 충남도청) 장암관 1층 교육서비스센터로 방문하거나 요리아카데미(042-712-9905, 9914)로 신청하면 된다. 대전시민대학 관계자는 “이번 특강은 김치와 김장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앞두고 지역 농가를 돕기 위해 마련했다”며 “김장을 부담스러워하는 맞벌이 주부나 젊은 주부들의 호응이 기대된다”고 말했다.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수험생’이라는 무거운 짐을 벗은 고교 3년생을 위해 충청과 강원의 대학들과 박물관 등에서 다양한 공연과 입시설명회 등을 마련했다.○ 충청 대전권 대학들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신입생 유치를 위해 캠퍼스 투어, 초청강사 특강, 장기자랑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한밭대는 12∼14일 사흘간 열리는 ‘잡 페어(Job Fair)’ 기간을 활용해 서대전고와 노은고, 전민고, 반석고 등 대전지역 9개 고교 3100여 수험생을 대상으로 입학설명회를 연다. 배재대도 11∼22일 대전지역 34개 고교를 대상으로 입시설명회를 연다. 입시설명회에서는 단순한 일방적 설명이 아니라 재학생 위문 공연과 수험생 장기자랑, 캠퍼스 투어 등으로 진행해 수험생들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축제의 장으로 꾸몄다. 목원대도 11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20여 개 고교 수험생 9432명을 초청한다. 한남대도 18∼22일 교내 56주년 기념관에서 7개 고교 수험생 1000여 명이 참가하는 전공체험 박람회를 연다. 또 외부 초청강사 김기옥 씨의 ‘한국사 특강’과 밴드동아리 공연도 선보인다. 충남 천안상록리조트(대표 석인성)는 수능 수험생을 대상으로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다양한 우대 혜택을 제공한다. 수험생과 가족은 숙박시설(호텔, 콘도)을 50% 특별 할인된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다. 또 놀이동산 자유이용권은 본인을 포함해 4인까지 50% 할인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상록호텔 내에 있는 커피숍에서는 원두커피 메뉴, 브런치 세트 등 전체 메뉴를 30% 특별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한다. 이 이벤트는 30일까지 진행되며, 수험표를 제시하면 된다. 충북학생교육문화원은 14일 정시모집 설명회를 열고 △수능시험 분석 △정시모집 특성 △주요 대학 전형 특징 △효율적인 지원전략 정보 제공 등을 소개할 계획이다. 충북도중앙도서관은 16일 오후 2시 인문학과 음악의 만남을 주제로 한 ‘강신주의 필로소피 북콘서트’를 마련했다. 철학자 강신주 씨가 ‘김수영과 함께 시를 읽다’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책을 노래로 읽어주는 도서관 밴드 ‘책의 노래 서율’ 공연이 펼쳐진다. 또 수험생을 위한 ‘충북도교육감기 고3 학교스포츠 클럽 대회’가 19∼28일 청주 일원에서 열린다. 종목은 축구, 농구다. 이 밖에 20, 21일 학생교육문화원에서는 피터 섀퍼 원작의 풍자코미디 연극인 ‘블랙 코미디’가 공연되고, 다음 달 18, 19일에는 김유정의 소설 ‘봄봄’을 현대적 음악극으로 제작한 ‘김유정의 봄봄’이 무대에 오른다.○ 강원 국립춘천박물관은 20일부터 다음 달 20일까지 매주 수·목·금요일 오전 고3 수험생과 중3 학생 단체를 대상으로 ‘박물관에서 꿈을 찾다’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전시유물 퀴즈와 전통공예 체험, 큐레이터의 문화재 특강 등이 준비돼 있다. 참가비는 무료. (재)원주문화재단은 29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원주백운아트홀에서 ‘수험생과 원주시민을 위한 작은 축제’를 연다. 29, 30일에는 뮤지컬계의 디바 전수경의 뮤지컬 갈라쇼가 무대에 오르고 1일에는 SH발레단의 발레콘서트가 이어진다. 수능을 치른 고3 수험생과 가족은 50% 할인 혜택이 주어져 1회 공연을 5000원에 관람할 수 있다. 춘천시 서면의 애니메이션박물관과 로봇체험관은 8일부터 12월 말까지 고3 수험생을 위한 문화프로그램 ‘Dream & Future’를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은 시험 준비로 지친 고3 수험생들의 몸과 마음을 달래주고 진로를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 마련됐다. 두 시설의 전시물 관람과 애니메이션 상영, 로봇 관련 강의, 애니메이션 관련 직업 소개 등으로 이뤄진다. 수험표나 학생증 등을 제시하면 프로그램에 따라 50% 할인이나 무료입장이 가능하다.장기우 straw825@donga.com·이기진·이인모 기자}
KAIST는 7일부터 내달 12일까지 모두 6회에 걸쳐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인문 및 교양 강좌 프로그램을 무료로 개설한다. 매주 목요일 오후 2시부터 2시간 동안 KAIST 인문사회과학동 국제세미나실(N4, 1431호)에서 열린다. 이번 강좌는 모두 6회에 걸쳐 개최되며 인문학 분야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이면 누구나 무료로 참가할 수 있다. 올해 주제는 ‘한글, 세상을 바꾸다’. 한글날이 다시 공휴일로 지정된 것을 기념해 한글이 우리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되새겨 보기 위한 것. 강좌는 KAIST 인문사회과학과 시정곤 교수가 ‘한글 탄생의 비밀’ ‘한글과 근대의 탄생’을 주제로 강연한다. 또 동서울대 교양학부 정주리 교수는 ‘한글과 조선시대의 문자생활’ ‘여성의 삶과 한글’을, 원광대 국문과 최경봉 교수는 ‘한글과 사전 이야기’ ‘한글과 철자법 논쟁’ 등에 대해 강의한다. 강좌를 총괄하는 시 교수는 “한글이 우리 삶에 얼마나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역사적으로 조망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의는 6일까지 인문사회과학과 홈페이지(hss.kaist.ac.kr).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충남 당진의 신성대(총장 김병묵·사진)가 교육부가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으로 인정하는 ‘WCC(World Class College)’에 선정됐다. 올해로 개교 18주년을 맞은 신성대는 교육 인프라, 재정 건전성, 교육 만족도 등을 종합 평가하는 이번 심사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WCC로 지정된 학교들은 국내외 산업체 요구 및 기술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교육 여건과 환경을 갖춘 전문대학. 올해부터 3년간 매년 평균 10억 원을 지원받으며 학사학위 전공심화 과정과 산업체 위탁교육 운영이 완화되는 등 자율성도 확대된다. 올해에는 전국 10개 전문대가 선정됐다. 신성대는 교육 불모지였던 당진에 ‘교양 있는 전문 지식인 양성’이라는 목표로 설립됐다. 개교 초기부터 8년 연속 우수공업계대학 선정을 시작으로 △학사제도시범전문대 선정(2006년) △한국생산성본부 대학품질경영 시스템인증(ISO 9001) △전문대 기관평가인증 획득(2010년) △최우수 LINC사업단 선정(2012년) 등의 성과를 얻었다. 또 간호학과 치위생학과 보건환경과를 비롯해 인근 현대제철 등을 겨냥한 제철산업과 등 특성학과 중심의 학과 구성으로 70%대의 취업률을 유지하고 있다. 신성대 설립자는 이병하 명예총장이고, 총장(제3대)은 경희대 총장을 지낸 김병묵 박사다. 당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독립운동가이자 사학자, 언론인이었던 대전 출신의 단재 신채호 선생(1880∼1936)의 언론정신을 기리기 위한 ‘단재 언론상’ 제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 사단법인 대전언론문화연구원(이사장 정재학)은 최근 ‘단재 언론상 제정과 충청언론의 미래’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언론상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운현 전 한국언론재단 이사는 주제발표에서 “단재 선생은 언론 역사 종교 사상 의열단 등 각 분야에서 국권 회복을 위해 몸을 바쳤다”며 “그중 가장 두드러지고 지속적으로 활동했던 분야가 언론이었다”고 했다. 그는 “충청지역 언론 발전을 위해 단재 선생의 항일 언론투쟁을 기리고 언론인들에게 귀감으로 삼기 위한 ‘단재 언론상’을 제정하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단재는 충남 대덕군 산내면 어남리(현 대전 중구 어남동) 도림마을에서 유생인 신광식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국운이 기울던 시기에 사설 ‘시일야방성대곡’으로 유명한 ‘황성신문’에 논설기자로 입사했다. 이어 ‘대한매일신보’에서도 일제 침략을 고발하고 민족의 각성을 촉구하는 논객으로 활동하다 해외로 망명한 뒤 ‘신대한’ ‘천고’ ‘권업신문’ 등의 매체를 주도하면서 항일언론 활동을 벌였다.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20년 전인 1993년 11월 10일. 서울대 자연과학대 김상종 교수(미생물학과)와 류근배 교수(지리학), 당시 최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일행이 충남 보령시 천북면과 홍성군 서부면 일대 천수만 홍보간척사업지구를 방문했다. 당시 홍보지구어민보상대책위 이신복 위원장이 간척사업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가 심각하다며 방문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었다. 현장을 둘러본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김 교수는 “어족의 최대 산란지로 꼽히는 천수만에 기존 서산A·B방조제 외에 또 다른 방조제가 만들어지면 해류 차단과 유속 변화로 해수면 상승은 물론이고 수생생물의 먹이가 줄어들어 해양오염과 어획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지적은 본보에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20년이 지난 최근 홍보방조제 안 8100ha의 갯벌은 게와 조개, 굴과 김 양식장 등의 수생생물이 멸종되고 해초만 무성한 ‘죽음의 땅’으로 변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충남도가 ‘역간척 프로젝트’를 제안해 관심을 끌고 있다. ○ “방조제는 역사를 거스르는 일” 충남도의 ‘역간척 프로젝트’는 천수만 일대 간척사업으로 해양오염이 심화되는 곳에 해수를 유통시켜 갯벌을 살리겠다는 취지. 이 사업의 핵심은 천수만 안쪽 홍보지구 내에서 진행 중인 홍성호와 보령호(홍보지구)다. 홍보지구 사업은 1991년 시작돼 2016년까지 26년간 4833억 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간척사업. 보령시 오천면과 천북면 사이 방조제가 생기면서 오천면 등 5개 면과 홍성군 광천읍 등 9개 읍면의 갯벌(8100ha 규모)에 방조제와 양수장, 배수갑문 등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방조제가 완공된 후 바닷물이 오가던 갯벌은 홍성과 보령 양돈단지에서 흘러들어오는 분뇨와 악취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때문에 방조제 배수갑문을 열어놓고 해수를 유통시키고 있다. 보령시에 따르면 주변 양돈농가 67곳에서 기르는 가축은 17만 마리로 하루 배출 분뇨만도 848t에 이른다. 홍성군의 양돈 규모도 25만 마리. 옛날 주민들의 생계 터전이자 어족들의 산란지가 아무런 쓸모가 없게 됐다. ○ 관련 기관, 주민 설득과 합의가 관건 역간척 구상이 나오자 기관단체마다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업 주체인 한국농어촌공사는 반발하고 있다. 농어촌공사 측은 “논에 물을 넣어야 하는데 이 방법 말고는 농업용수를 확보할 대체 용수원이 없다”고 밝혔다. 홍보지구를 이대로 두는 것에 대한 회의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즉 식량이 부족했던 때에는 간척사업을 통해 식량자급에 기여했지만, 이제는 주변 산업구조가 농업에서 축산업으로 바뀌었고 간척사업으로 해양오염, 생태계 파괴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것. 또 갯벌에 대한 부가가치가 갈수록 높아가고 있는 것도 역간척의 당위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간척사업으로 인한 농지가 경제성 있는지, 갯벌에서 생산되는 각종 수산물과 생태계가 부가가치 있는지 비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령시 청소면 신송리 주민 이모 씨(59)는 “천수만은 생명의 보고이자, 생계수단이었다”며 “그냥 놔두기만 했어도 마을 주민들이 갯벌에서 게도 잡고, 굴도 따고, 조개도 캤을 텐데…”라며 복원을 주장했다. 주민 편모 씨(54)도 “보령 오천과 천북 사이 방조제를 만든 뒤 갯벌에 공업지구, 관광지구를 만든다더니 이제는 필요도 없는 농업용수를 공급하겠다고 한다. 조직(농어촌공사)을 유지하기 위한 핑계”라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간척사업이 주는 실익을 따져 볼 때 새로운 해양발전 전략이 필요하다”며 “산업·경제적 관점과 해양관광, 항만의 관점에서 실·국별로 어업 면허부터 방조제까지 각종 정책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홍성=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종가음식의 수줍은 외출.’ 수백 년간 대문 안에 숨어 있던 한 집안의 종가음식이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됐다. 국립농업과학원은 29일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 내 수원 백씨 백낙중 종가인 ‘학인당’에서 국내외 인사를 초청해 ‘종가음식 개발 및 관광자원화 모델 개발을 위한 팸 투어’ 행사를 가졌다. 종가음식이 과연 관광자원이 될 수 있느냐를 시험하기 위해 농업과학원과 경희대 및 호서대 외식경영학과 등이 손잡은 것. 팸 투어 참가자들은 ‘온고푸드’사가 국내외 인사들을 대상으로 인터넷으로 모집했다. 외국인으로는 미국 프랑스 캐나다 중국 싱가포르 호주 영국 등에서 온 여행객이거나 국내 거주자 12명이 참가했다. 국내에서는 대학교수 디자이너 여행칼럼니스트 요리사 등 오피니언 리더들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이날 전주 한옥마을을 둘러본 뒤 1908년 궁궐양식으로 지어진 학인당에서 종부 서화순 씨(54)의 영접을 받았다. 이어 조선시대 때 영빈관으로 사용됐고 백범 김구 선생도 머물렀던 학인당 대청마루에서 판소리 공연 등을 감상했다. 메인 행사는 이 집안 종가음식 체험. 먼저 종부 서 씨가 집안 대대로 내려온 음식과 스토리, 그리고 숙성과 발효, 그리고 조리과정을 설명했다. 상차림은 식전 메인 기본쟁첩(찬) 후식으로 구분됐다. 음식은 유기반상세트에 담았다. 우선 식전주와 대하잣즙무침 흰살생선전이, 메인으로는 청주와 떡갈비 송이버섯구이, 차조밥과 쇠고기 맑은 뭇국, 고들빼기김치가 나왔다. 이들 요리에는 50년 숙성된 집안 씨간장을 소스로 사용했다. 월과채와 더덕구기, 생합작, 한채가 찬으로 놓였고, 후식으로는 역시 집안에서 생산 발효시킨 달빛차가 나왔다. 후식 포함해 총 25가지. 프랑스 출신 모니크 레브랑시 씨(47)가 “고들빼기의 맛이 특이하다”며 만드는 과정을 묻자 서 씨는 “야생초로 만든 약선 요리로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가을무를 채로 썰어 연분홍 석류즙과 잣으로 버무린 한채에서는 참가자들의 감탄사가 쏟아졌다. 한 상차림 기본에 추가 음식이 하나씩 제공되는 동안 아름다운 고명과 깊은 맛에 참가자들은 감탄했다. 경희대 김태희 교수(외식경영학과)는 “전주의 종갓집 맛과 멋이 은은하게 녹아 있는 음식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며 “단순히 배를 채워주는 먹을거리가 아닌 오감과 감성을 자극하는 체험이었다”고 평가했다. 시식이 끝나자 종가음식이 관광자원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국립농업과학원 한귀정 가공이용과장은 “최근 대대손손 전해져 온 지역 종가음식을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며 “이번 팸 투어에서 토의된 내용을 토대로 종가음식 관광자원화 모델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전주=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바로잡습니다]◇30일자 A26면 ‘수백 년 만에 공개된 종가의 맛…’ 기사 가운데 학인당 종부 ‘서인화 씨’를 ‘서화순 씨’로 바로잡습니다.}
개장한 지 25년 된 대전 대덕구 오정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이 5년간의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크게 바뀌었다. 대전시는 2009년부터 오정농수산물도매시장 현대화 사업에 나서 최근까지 5년 동안 기존의 노후 건물을 철거하고 지상 2, 3층의 입체화된 현대식 건물(총면적 3만2399m²)로 탈바꿈시켰다. 이 사업에는 국비 120억 원, 시비 156억 원 등 모두 399억 원이 투입됐다. 새롭게 바뀐 시장은 채소경매동, 복합상가동, 양파경매동 등이다. 쓰레기처리장 등도 별도로 만들어졌으며 그동안 고질적 문제였던 주차장도 1000여 대가 주차할 수 있도록 늘렸다. 저온창고를 복층화해 건물의 효율성을 높였다. 이 밖에 오정시장 주변 교통정체 해소를 위해 한밭대로 도로 폭을 확장하고 시장 진입도로를 개설했다. 대전시는 31일 오후 3시부터 오정농수산물도매시장의 준공식과 수산물 안전성 홍보 및 소비 촉진을 위한 무료 수산물 시식회를 할 예정이다.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