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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은 개뿔. 팔 하나 잃으면 잃는 거지 뭐. 팔 하나 잃는 것보다 더한 일도 있어. 사람한테는 팔이든 뭐든 두 개씩 있지만, 팔이든 뭐든 하나만 있어도 남자는 남자야. 개뿔 같은 소리. 그 얘긴 하고 싶지 않아.” 잠시 뒤 그가 말을 이었다. “그래도 아직 그거는 두 개야.”(111쪽) 쿠바 키웨스트에서 낚싯배를 모는 바다 사나이 해리 모건. 그는 여름이면 낚시꾼을 배에 싣고 데리고 다니면서 돈을 번다. 여름 한 철 번 돈으로 1년 동안 처자식을 먹여 살려야 하는데, 어느 날 수고비를 모두 떼이는 사기를 당한다. 결국 생계를 위해 거절해왔던 밀수업에 손을 댔다가 총에 맞아 한 팔과 배까지 모두 잃는데…. “내 집에서 행복을 누릴 기회가 다시 있을까? 어째서 난 출발점보다 더 못한 곳으로 돌아왔을까?” ‘노인과 바다’로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국내 초역 소설. 헤밍웨이가 1934년 단편소설과 1936년 후속편으로 발표한 중편소설을 1937년 한데 묶은 책이다. 소설은 시나리오로 각색돼 4번이나 영화화됐다. 1944년 당시 최고의 배우 험프리 보가트가 주인공 해리를 맡아 화제가 됐다. 당시 상대역이 훗날 보가트와 결혼한 로런 바콜이다. 삶이 버겁다고 느껴질 때, 하드보일드 소설의 주인공이 돼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바스러져 버린 과거를 찾으러 가는 과거로의 여행자, 파트리크 모디아노. 모디아노가 르 클레지오보다 먼저 노벨문학상을 받아야 했다.” 파트리크 모디아노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전하는 뉴스에 프랑스 현지 독자들이 달아놓은 댓글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은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보다 6년 늦었지만 프랑스 문단과 독자의 평가는 그에 못지않다. 모디아노의 어린 시절은 순탄치 않았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이던 1945년 7월 30일 프랑스 파리 교외 불로뉴비양쿠르에서 태어났는데, 아버지는 유대계 이탈리아인으로 사업가였고 벨기에인 어머니는 무명 영화배우였다. 아버지는 살벌했던 유대인 검거를 피하기 위해 가짜 이름을 여러 개 바꿔 써가며 도망 다녔고, 어머니는 순회공연으로 집을 비우는 일이 잦았다. 부부는 모디아노를 낳았을 때 가족수첩에조차 가족의 본명 대신 가명을 적어 넣어야 했다. 어린 시절 경험은 훗날 그의 작품 세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는 2011년 한 인터뷰에서 “결국 우리는 태어난 시간과 장소에 의해 결정된다”고 했다. 그의 작품을 여러 권 번역한 김화영 고려대 불문과 명예교수는 “어린 시절 겪은 혼란 속에서 어떤 것은 기억나고 어떤 것은 기억나지 않는 공중에 붕 뜬 것 같은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희미한 과거, 존재들의 사라짐, 공허함의 과정 속에 부재하는 정체성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반복했다”고 말했다. 모디아노는 15세 되던 해에 그의 문학 인생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와 마주치게 된다. 어머니의 친구이자 ‘지하철 안의 자지(Zazie dans le metro)’로 유명한 소설가 레몽 크노를 기하학 개인교사로 만난 것이다. 그를 통해 모디아노는 유서 깊은 갈리마르 출판사의 칵테일파티에 참석해 문단의 저명인사들을 알게 되고, 1963년 대학입학자격시험에 합격하지만 진학 대신 소설가의 길을 걷기로 한다. 그리고 5년 후인 1968년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첫 소설 ‘에투알 광장’을 발표했다. 이 소설로 로제 니미에 상과 페네옹 상을 수상한 그는 이후 글쓰기에만 전념했다. 모디아노는 파리에 살면서 파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주로 쓴다. 명성에 비해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편이다. 김화영 교수는 “파리에 살면서 딱 한 번 TV에 나온 것을 봤는데, 명쾌한 문장을 구사하는 모디아노가 끊임없이 말을 더듬으며 한 문장도 제대로 끝맺지 못하는 모습이 오히려 감동적이었다. 다음 날 그의 눌변이 시청자를 가장 많이 감동시켰다는 신문기사들이 보도됐다”고 전했다. 모디아노는 2012년 프랑스 르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그의 글쓰기를 안갯속에서 운전하는 일에 비유했다. “당신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저 계속 가야 한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죠.” ▼ ‘어두운…’ ‘도라 브루더’ 등 10여권 국내에 번역 출간 ▼모디아노 작품은 국내에 10여 권이 번역돼 있다. 1978년 공쿠르상 수상작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를 비롯해 ‘도라 브루더’ ‘신원 미상 여자’ ‘작은 보석’ ‘한밤의 사고’ ‘혈통’과 어린이용 그림책 ‘그 녀석 슈라에겐 별별 일이 다 있었지’(이상 문학동네), 모디아노의 글에 장 자크 상페의 그림을 더한 ‘우리 아빠는 엉뚱해’(별천지), 소설 ‘슬픈 빌라’(책세상)와 ‘아득한 기억의 저편’(자작나무)이다.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모디아노의 작품은 국내에 더 쏟아질 예정이다. 문학동네는 9일 “‘잃어버린 젊음의 카페에서’ ‘팔월의 일요일들’ ‘추억을 완성하기 위하여’ ‘청춘시절’ ‘지평선’까지 5권의 책을 더 출간할 것”이라고 밝혔다. 벨기에 영화배우 출신의 어머니를 둔 모디아노는 영화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는 프랑스 누벨바그의 거장 루이 말 감독의 영화 ‘라콩브 뤼시앵’(1974년)의 시나리오를 썼다. 이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레지스탕스에 가담하려고 했다가 오히려 친나치 의용대 활동을 한 청년의 이야기를 다뤘다. 영화 ‘가스코뉴의 아들’ ‘여행 잘하세요’ 등의 시나리오도 썼다. 모디아노는 직접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1997년 영화 ‘범죄의 계보’에서 프랑스 여배우 카트린 드뇌브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작품 중 ‘청춘시절’ ‘슬픈 빌라’ ‘잃어버린 대학’ 등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파리=전승훈 특파원김상운 sukim@donga.com·임희윤 기자}

소설 ‘미스터 폭스, 꼬리치고 도망친 남자’(다산책방)의 주인공인 인기 작가 세인트 존 폭스. 그에겐 예술적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상상의 존재인 ‘뮤즈’ 메리가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메리가 실체를 갖춘 모습으로 그의 앞에 나타나 반기를 든다. 별다른 이유 없이 소설 속 여주인공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그를 향해 “당신은 연쇄살인마야”라며 이야기 대결을 제안한다. 메리는 수다스럽다며 아내의 목을 잘랐다가 평생 공포와 후회 속에 살아가는 의사 이야기로 폭스를 비꼰다. 폭스는 유명 작가인 자신을 흠모해 습작품을 보낸 메리의 원고를 불태우는 이야기로 반격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심장을 스스로 버린 소녀와 예술 작품에 넣을 심장을 구하러 다니는 소년의 사랑 같은, 기괴한 사랑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영국 여성 작가 헬렌 오이예미가 ‘미스터 폭스…’의 한국 출간을 맞아 방한했다. 그는 지난해 10년에 한 번씩 선정하는 ‘영국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 20인’에 올랐고, ‘서머싯 몸’ ‘조라 닐 허스턴·리처드 라이트 레거시’ 등 젊은 작가에게 주는 상을 대부분 수상했다. 고교 시절 쓴 소설을 포함해 지금까지 장편 소설만 5편을 썼다. 7일 서울 주한 영국문화원에서 만나 상상력의 원천을 탐구했다. “여성 피살 사건을 보도한 신문기사를 보면 로맨스와 폭력이 얽혀 있었어요. 마침 뒤 모리에의 소설 ‘레베카’와 잔혹동화 ‘푸른 수염’을 읽었는데, 여성을 살해하는 사건 속에 담긴 로맨스와 폭력의 연관성을 우화적으로 다뤄보고 싶었어요.” 오이예미는 나이지리아 출생으로 네 살 때 부모와 함께 영국으로 이민 왔다. 그리고 독서를 통해 작가로 성장했다. “삶이 진정 시작하는 때는 도서관 대출 카드를 처음 손에 쥔 날이란 말이 있어요. 부모님의 대출 카드까지 동원해 잔뜩 빌린 책을 읽고 상상의 나래를 펼쳤어요. 하루는 성에 갇힌 공주도 됐다가 다음 날은 100살 먹은 노인이 되는 식이었죠.” 오이예미는 문단 데뷔도 파격적으로 했다. 고교생이던 그는 도입부만 쓴 소설을 출판사에 보냈다. 다음 날 덜컥 그 작품과 다음 작품의 판권까지 사겠다며 40만 파운드(약 6억8000만 원)에 계약하자는 파격적 제안을 받았다. 곧장 교사에게 과제를 빼달라고 부탁하고 나머지 소설을 완성해 출판사에 보냈다. 그 작품이 첫 소설 ‘이카루스 소녀’다. 그는 “실제 손에 쥔 돈은 그만큼 되지 않는다. 그래도 대학 진학 비용을 해결하기에 충분했다”며 웃었다. 오이예미는 9일 경기 파주출판도시 ‘2014 파주북소리’ 축제에 참가해 ‘살인자의 기억법’ 등을 쓴 김영하 작가와 대담을 나눈다. 그는 “김 작가의 작품을 읽었는데, 스타일이 흥미로웠다. 왜 영화나 다른 매체가 아닌 소설을 선택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그에게 “당신은 왜 소설을 택했느냐”고 되물었다. “소설이 나를 택했어요.”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인촌 김성수(仁村 金性洙) 선생의 유지를 기리기 위해 제정된 제28회 인촌상 시상식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 크리스털볼룸에서 열렸다. 이 상은 일제강점기 암울한 시대에 동아일보를 창간하고 경성방직과 고려대를 설립한 민족 지도자 인촌 선생의 뜻을 잇기 위해 1987년 제정됐다. 해마다 인촌 선생의 탄생일(10월 11일)에 맞춰 시상식을 열고 있다. 인촌상은 재단법인 인촌기념회(이사장 이용훈)와 동아일보사가 제정해 운영한다. 이 이사장은 이날 시상식에서 △안병영 연세대 명예교수(교육) △한글학회(언론·문화) △김경동 KAIST 초빙교수(인문·사회) △유진녕 LG화학 기술연구원장(과학·기술) 등 부문별 수상자에게 상패와 기념메달, 상금 1억 원을 각각 수여했다. 이 이사장은 “인촌 선생이 추구한 민족 정체성 확립과 실력 양성은 앞으로도 난관 극복을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며 “수상자들은 이런 방향에서 우리 사회에 크게 공헌한 분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축사에서 “지금이야말로 인촌 선생이 몸소 실천했던 공선사후(公先私後)와 신의일관(信義一貫)의 정신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앞서 인촌상운영위원회(위원장 이돈희)는 외부 심사위원 17명을 위촉해 △교육 △언론·문화 △인문·사회 △과학·기술 등 4개 부문에 걸쳐 6월부터 부문별로 세 차례 회의를 열어 최종 후보를 선정한 뒤 수상자를 확정했다. 교육 부문에서 수상한 안병영 연세대 명예교수는 “지난 정부에서 교육부 수장으로 일하면서 겪은 가장 어려운 점은 교육계 내 이념 갈등이었다”며 “인촌의 상생정신에 따라 교육 문제에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언론·문화 부문 수상단체인 한글학회의 김종택 회장은 “한글학회의 인촌상 수상을 일제강점기 당시 한글학회 전신인 조선어학회를 지원한 인촌 선생이 가장 기뻐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인문·사회 부문에서 상을 받은 김경동 KAIST 초빙교수는 “문화 독립운동을 전개한 인촌 선생의 뜻을 이어받아 우리나라 인문·사회과학의 서구 종속성을 탈피하는 데 정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자동차용 2차전지와 3차원(3D) TV 핵심 소재인 편광필름패턴(FPR)을 개발한 공을 인정받아 과학·기술 분야에서 수상한 유진녕 LG화학 기술연구원장은 “자율과 창의, 집단 지성을 활용해 세상에 없는 제품과 산업을 만드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개척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수상자와 가족, 역대 수상자를 비롯해 각계 인사 300여 명이 참석했으며, 바리톤 공병우 씨와 실내악단 ‘조이 오브 스트링스’가 축하공연을 펼쳤다. ▼ 주요 참석자 명단 ▼▽정·관·법조계=김수한 전 국회의장, 현승종 고건 김석수 전 국무총리, (이하 가나다순) 강인섭 전 국회의원, 김병국 전 청와대외교안보수석비서관, 김시중 전 과학기술처 장관, 박기정 이북5도위원회 함경북도 도지사, 서남수 전 교육부 장관, 이경재 전 방송통신위원장, 정성진 전 법무부 장관, 조강환 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 조완규 전 교육부 장관, 최광식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 ▽학계 교육계=강상진 연세대 교수, 강성모 KAIST 총장, 권대봉 고려대 교수, 권숙일 대한민국학술원 회장, 권순달 수원대 교수, 권오경 한양대 교수, 권오상 고려사이버대 교무처장, 김도훈 숙명여대 교수, 김병완 고려대사범대부속고 교감, 김병윤 KAIST 연구부총장, 김병철 고려대 총장, 김상식 고려대 산학협력단장, 김상용 고려대 대외협력처장, 김성중 중앙중 교장, 김우경 고려대 의료원장, 김용민 포스텍 총장, 김인환 고려대 보건과학대학장, 김정기 위덕대 총장, 김정은 고려사이버대 연구개발처장, 김종길 고려대 명예교수, 김종필 중앙고 교장, 김중순 고려사이버대 총장, 김학준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김흔 중앙고 전 행정실장, 남시욱 세종대 석좌교수, 도성재 고려대 교무부총장, 류시혁 고려사이버대 총괄행정실장, 명순구 고려대 교무처장, 민성혜 고려사이버대 학생처장, 박동원 고려중앙학원 사무국장, 박명규 서울대 교수, 박명식 고려중앙학원 본부장, 박연정 고려사이버대 대외협력처장, 배규한 국민대 교수, 백완기 고려대 명예교수, 서상희 고려대 KU-KIST 융합대학원장, 송현 한글문화원 원장, 신광순 서울대 명예교수, 신영호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신용하 울산대 석좌교수, 양재진 연세대 교수,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 유병현 고려대 기획예산처장, 유평준 연세대 교수, 유혁 고려대 정보대학장, 육정수 배재대 초빙교수, 윤병길 고려대사범대부속고 교장, 윤재풍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윤주명 순천향대 교수,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 이동관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총장, 이동렬 고려대 임상치의학대학원장, 이두희 고려대 경영대학장, 이승무 진명여고 교장, 이재열 서울대 교수, 이정복 서울대 명예교수, 이주현 고대부중 교장, 이태수 서울대 명예교수, 장승문 중앙중 교감, 전명식 고려대 미래전략실장, 전영우 수원과학대 초빙교수, 정갑영 연세대 총장, 정근식 서울대 교수, 정낙철 고려대 교수, 정무권 연세대 교수, 정원주 고려대 정보전산처장, 정일균 서울대 교수, 정종욱 고려사이버대 기획예산처장, 정철영 서울대 교수, 조광 고려대 명예교수, 조도현 전 아주대 교수, 조성관 고려사이버대 기획행정실장, 진덕규 이화여대 석좌교수, 최동훈 고려대 교수, 최덕 명지대 교수, 최승일 고려대 세종캠퍼스 부총장, 최희조 세종대 석좌교수, 하연섭 연세대 교수, 한용진 고려대 사범대학장, 홍두승 서울대 교수, 홍일식 전 고려대 총장, 홍정선 인하대 교수 ▽경제계=권영운 LG화학 기술연구원 상무, 권이상 전 경방 감사, 금동화 한국공학한림원 부회장, 김선휘 삼양염업 고문,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김이환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부회장, 김재억 삼양밀맥스 고문,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김준 경방 사장, 목상균 전 삼양사 감사, 안병모 비오엠 건축사 사무소 대표, 양재룡 전 한국은행 금융통계부장, 오윤택 회계법인 바른 대표, 이병연 세화애드컴 대표, 이준용 대림산업 회장, 이중홍 경방 회장, 조덕규 전 건설공제조합 이사장, 조혜성 LG화학 기술연구원 상무, 황인석 LG화학 기술연구원 상무 ▽언론·출판·문화·체육계=권이혁 서울대 명예교수, 고승철 나남출판 대표, 김광희 전 동우회장, 김달수 울산김씨대종회장, 김병건 동아꿈나무재단 이사장, 김상준 울산김씨대종회 상근부회장, 김석득 한글학회 명예이사, 김성수 울산김씨대종회 서울지역종친회장, 김승곤 한글학회 재단이사, 김은구 대한언론인회장, 김인호 전 동아일보 광고국장, 김은 인촌기념회 이사, 김정일 전 동아애드넷 대표, 김정태 동아꿈나무재단 이사, 김종완 전 재외동포재단 이사, 김종태 평화의마을 대표, 김준하 전 대한언론인회 이사, 김차균 한글학회 부회장, 김태선 동우회장, 문명호 공정언론시민연대 공동대표, 문영복 전 한국방송광고공사 이사, 박문두 경일상사 대표, 박붕배 한글학회 재단이사, 박오학 전 동아일보 전무, 박청수 원불교 교무, 박충서 동아꿈나무재단 사무국장, 성기옥 세계화교육문화재단 회장, 성낙오 대한언론인회 편집위원장, 송영언 동아프린테크 사장, 신광식 전 KBS 국장, 신홍순 전 예술의전당 사장, 어경택 화정평화재단 감사, 여영무 뉴스앤피플 대표, 오동춘 한글학회 감사, 오웅진 예수의꽃동네유지재단 이사장, 윤양중 일민문화재단 이사장, 이규민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이대훈 전 동아일보 이사, 이명득 전 동아일보 시설본부 국장, 이연택 대한체육회 명예회장, 이영탁 세계미래포럼 이사장, 이오영 한글학회 재단이사, 이재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 이종석 위암장지연선생 기념사업회장, 이종세 대한체육회 홍보위원장, 이종수 한글학회 재단감사, 이철승 서울평화상문화재단 이사장, 이현락 전 경기일보 사장, 이현복 한글학회 명예이사, 임연철 전 국립중앙극장장, 장석준 한국자원봉사협의회 상임대표, 전만길 전 대한매일신보 사장, 전용호 한국어문언론인협회 부회장, 정동환 한글학회 재단감사, 정재도 한글학회 명예이사, 정출도 전 전국문화원연합회 사무총장, 정형민 국립현대미술관장, 차재경 세종대왕기념관 관장, 최규철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고문, 최이식 전 전북도교육위원, 최홍식 한글학회 재단이사, 한돈희 인촌기념회 감사, 홍성훈 수당재단 사무국장, 홍원기 대한언론인회 명예회장김상운 sukim@donga.com·박훈상 기자}

유리창에 성에가 낀 고요한 겨울밤, 눈을 기다리는 ‘나’는 잠들지 못하고 있다. 그는 서랍 속 여름옷을 꺼내 펴보거나 부엌 싱크대 물을 틀며 서성이고 있다. 밤이 깊어질수록 그는 희박해지고, 희미해진다. 그는 마지막 애인에게 미안한 일이 많았다며 꽃을 선물하고 싶어 한다. 결혼식 부케용으로 인기인 리시안셔스의 꽃말은 변치 않는 사랑이다. ‘이달에 만나는 시’ 10월 추천작은 성동혁 시인(29)의 ‘리시안셔스’다. 2011년 ‘세계의 문학’을 통해 등단한 시인의 첫 시집 ‘6’(민음사)에 실렸다. 추천에는 김요일 신용목 이건청 이원 장석주 시인이 참여했다. 성 시인은 시집의 ‘시인의 말’에 딱 한 줄 ‘이곳이 나의 예배당입니다’라고만 썼다. 그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다섯 번의 수술을 거치며 신에 대한 믿음과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이 커졌다. 시집을 엮으며 이 시집이 하나의 아름다운 기도문이 되길, 하나의 아름다운 편지가 되길 바랐다”고 했다. “맥박이 희미해질 때가 있었어요. 저를 살리려고 여러 사람들이 헌혈을 하고 기도를 했어요. 수술실 안에서 열아홉 시간을 보냈어요. 깨어 보니 중환자실이었어요. 인공심폐기를 끼고 움직일 수도 없는 순간이었지만 전 다짐했어요. 이곳을 나가면 수술실 밖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에게 꼭 사랑한다고 말해야지. 이 시는 제가 희박해지고 희미해진 순간, 저를 붙들고 있던 사람에게 건네는 꽃다발 같은 거예요. 제가 잠든 후에야 잠들던 사람에게 쓴 편지 같은 거예요.” 장석주 시인은 “성동혁 시를 읽는 일은 불편하다. 그의 몽환적 화법이 낯설기도 하거니와 어린아이의 연약함을 유지한 채 괴물 같은 자기 운명과 싸우는 모습이 애처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라운 직관으로 생의 본질들을 꿰어내는 흔치 않은 시적 재능이 번뜩인다”고 했다. 이원 시인은 “성동혁의 첫 시집으로 한국시의 청교도 계보는 더 깊은 방향으로 써지게 됐다. 성동혁은 세상 너머까지 다다르는 희박한 언어를 만들어낸다”고 평했다. 신용목 시인은 손택수 시집 ‘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창비)를 추천하면서 “시어는 무거워지고 시는 가벼워지는 시대에 가벼운 시어로 무거운 시를 완성할 줄 아는, ‘삶의 장인’”이라고 했다. 김요일 시인은 안성덕 시인의 첫 시집 ‘몸붓’(문학의전당)을 꼽았다. “오일장에서 불콰하게 한잔 걸치고 구성진 노래 부르며 멀어지는 사내의 뒷그림자를 닮았다. 능청스레 풀어놓은 그의 시편들은, 맛있는 비빔밥처럼 풍자와 은유가 제대로 버무려져 읽는 내내 ‘얼쑤’ 하며 맞장구치게 한다.” 이건청 시인은 김영석 시집 ‘고양이가 다 보고 있다’(천년의시작)를 골랐다. 그는 “공고하면서도 단아한 서정시의 광채를 본다. 등단 45년 만에 다섯 번째 시집을 펴낸 노시인의 정련된 서정이, 파격과 일탈과 무잡스러움이 판치는 요즘 한국시 속에서 귀한 개성으로 읽힌다”고 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검찰은 김혜경 한국제약 대표(52·여)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사망)의 관계를 둘러싼 무성한 소문의 실체를 확인 중인 것으로 7일 알려졌다. 그동안 전 구원파 신도들 사이에선 “김 씨가 유 전 회장과 최측근 이상의 관계였다”는 얘기들이 나왔고, 일부 언론에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헌상 2차장)은 최근 김 씨 관련 옛 호적부에 1998년생인 김 씨 아들의 아버지로 ‘일본인 이름’이 적혀 있으며 그 이름은 유 전 회장이 과거 일본에서 썼던 것과 같은 것으로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회장은 1941년 2월 11일 일본 교토에서 태어나 1945년 광복 후 한국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검찰은 어떤 연유로 유 전 회장의 일본 이름이 옛 호적부에 올라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의 아버지는 7일 채널A와의 통화에서 “딸이 미국에서 대학에 다닐 때 비슷한 또래인 재일교포 김철 씨와 연애를 해서 두 아이를 낳았다. 하지만 두 아이를 낳고 얼마 안 돼 김철 씨가 폐결핵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딸의 두 자녀가) 유 전 회장의 아이라는 것은 터무니없는 얘기다. 혹시 (유 전 회장의 일본 이름이) 호적에 올라가 있다면 다른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김 씨가 자녀의 유학 문제로 유학원과 민사소송을 벌일 당시 법원에 제출한 소송기록 중 미국에서 작성한 딸(2000년생)의 출생신고서엔 아버지가 ‘HOON KIM(김훈)’으로 적혀 있다. 그는 1961년 2월 11일 일본 태생으로 유 전 회장과 생년만 다르고 생월일은 같았다.최우열 기자 dnsp@donga.com·박정훈 채널A기자}

《 “노벨문학상만 수상하면 바로 책을 인쇄할 수 있도록 준비를 끝냈습니다.” 출판사 들녘의 박성규 주간의 목소리에서 ‘노벨문학상 효과’에 대한 은근한 기대가 묻어났다. 들녘은 케냐 작가 응구기 와 시옹오의 소설 ‘한 톨의 밀알’을 2000년 출간했다. 14년간 판매량은 약 4000부. 시옹오는 올해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박 주간은 “현재 재고가 500부가량 남았는데 수상하면 2만∼3만 부는 팔릴 것으로 기대한다”며 “새로운 표지와 판형, 띠지 문구까지 준비를 끝냈고 발표하자마자 인쇄소에 전화만 하면 된다”고 했다. 》 ○ 노벨문학상 효과 누가 누릴까 스웨덴 한림원이 선정하는 노벨문학상은 사전에 발표 날짜를 확정하지 않지만, 통상 매년 10월 둘째 주 목요일 오후 8시경(한국 시간)에 나온다. 예년대로라면 올해는 9일 저녁에 수상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해마다 이맘때면 노벨상 효과를 기대하며 국내 출판계도 술렁인다. 출판사 ‘북21’은 지난 1년간 노벨문학상을 준비해왔다. ‘북21’은 지난해 캐나다 작가 앨리스 먼로가 수상자로 발표나자 재빨리 올해 유력 수상 후보로 헝가리 작가 나더시 페테르를 점찍고 준비에 들어갔다. 나더시는 지난해에도 유력 수상자로 물망에 올랐고 올해도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북21’은 나더시의 대표작인 ‘세렐렘’의 헝가리 원전을 구해 이번 주에 번역 출간한다. ‘북21’ 조동신 문학팀장은 “2012년엔 아시아(중국의 모옌), 지난해엔 북미 지역(캐나다의 먼로) 작가가 받았으니 올해는 동유럽의 나더시 차례일 확률이 높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무라카미 하루키 등 노벨문학상 단골 후보 10여 명의 책을 출간한 ‘문학동네’도 수상 후보 작가들의 책 재고량을 확인하고 수상할 경우 쓸 띠지 문구와 디자인 준비를 마쳤다. 지난해 문학동네는 먼로의 ‘디어 라이프’ 출간 계약을 해놓고도 수상을 예상하지 못해 노벨문학상이 발표된 후 부랴부랴 펴냈다. 올해는 우크라이나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신간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를 발표 즉시 출간할 수 있도록 준비를 끝냈다. 고은 시인, 밀란 쿤데라 작가의 책을 출간한 민음사의 관계자는 “당일엔 담당 직원을 비상대기시키고 민음사가 책을 낸 작가가 수상할 경우 관련 자료를 즉시 배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마다 후보군에 오르는 고은 시인의 경우 여러 차례 수상에 실패하자 출판계는 차분해진 분위기다. 지난해까지는 출판사도 고은 문학 세트 이벤트 등을 기획했지만 올해는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 노벨문학상 특수 실제로? 노벨문학상을 타면 판매량은 늘어날까. 출판계에서는 어느 정도 노벨상 후광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인터넷 서점 예스24에 의뢰해 2004년부터 노벨문학상 수상자 10명의 대표작 판매량을 발표일 기준으로 한 달 전후를 비교해 보니 판매량이 많게는 수백 배까지 늘었다. 2004년 수상자인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소설 ‘피아노 치는 여자’는 발표 전 한 달 동안 불과 5권만 팔렸지만 발표 이후 한 달 동안 2250권이 판매됐다. 2006년 수상자인 오르한 파무크(터키)의 ‘내 이름은 빨강’도 판매량이 97권에서 6358권으로 늘었다. 발표 전 한 달간 단 한 권도 팔리지 않은 책 ‘홍까오량 가족’(2012년 모옌)과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앨리스 먼로)은 수상 이후 한 달간 각각 984권, 1505권이 팔렸다. 출판사 누적 판매량 집계에 따르면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작품 중 가장 많이 나간 책은 ‘내 이름은 빨강’으로 약 35만 부(1·2권 합계)였다. 이어 도리스 레싱(2007년)의 ‘다섯째 아이’, 헤르타 뮐러(2009년)의 ‘숨그네’, 옐리네크의 ‘피아노 치는 여자’ 등이 각각 5만 부가량 팔렸다. ‘홍까오량 가족’, 르 클레지오(2008년)의 ‘조서’ 등은 4만여 부씩 판매됐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김윤종 기자}

영국의 베팅사이트 래드브룩스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시즌이면 주목받는다. 래드브룩스는 자체 전문가 그룹을 통해 수상할 가능성이 큰 노벨문학상 후보를 정하고 배당률을 산정하는데 그동안 높은 적중률을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2006년에는 오르한 파무크(터키)를 정확히 맞혀 화제가 됐고 이후에도 수상자를 근접하게 예측해 왔다. 2011년 수상자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스웨덴), 2012년 모옌(중국), 그리고 지난해 앨리스 먼로(캐나다)는 모두 래드브룩스가 꼽은 유력 후보 2위였다. 올해는 응구기 와 시옹오, 무라카미 하루키가 배당률 4 대 1로 1위(배당률이 낮을수록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를 달리고 있다. 고은 시인은 25 대 1로 공동 16위로 꼽혔는데 지난해 7위에서 순위가 내려갔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좀비’, ‘대디 러브’를 통해 악인의 심연을 들여다본 조이스 캐럴 오츠의 자선(自選)집. 노벨 문학상 유력 후보인 그는 ‘악몽’을 테마로 1995∼2010년 발표한 작품 중에서 단편 여섯 편과 중편 한 편을 직접 선별했다. “거대한 배 속, 거대한 심장이 쿵 쿵 쿵 뛰며 맹목적으로 생명을 길어 올렸던 곳. 심장이 하나 있어야 할 자리에 둘 있었다. 악마 형제는 더 크고 게걸스러웠고 다른 하나는 그보다 작았다.” ‘세계환상문학대상 단편상’을 수상한 ‘화석 형상’은 쌍둥이 아들을 임신한 여성의 자궁 속을 꿰뚫어 보며 시작된다. 악마 형제(에드거)는 “대체 왜 다른 존재가 여기 있는 거지. 나만 있어야 하는데”라며 자궁 속 영양분을 모두 빨아들이는 것도 부족해 작은 형제(에드워드)의 뒤통수에 이마를 대고 꿀꺽 씹어 삼키고 싶은 욕구를 발산한다. 건강한 악마 형제는 어릴 때부터 몸이 쭈그러든 듯한 병약한 작은 형제를 괴롭혔다. 훗날 악마 형제는 국회의원으로 성공하고, 작은 형제는 등뼈 꺾인 모습으로 기괴한 작품을 만드는 언더그라운드 예술가가 됐다. 오랫동안 둘은 떨어져 살았지만 매년 생일이면 서로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한순간 파멸한 악마 형제는 다시 작은 형제를 찾는다. 그리고 수십 년이 흘러 소설은 이렇게 끝난다. “(악마 형제가) 보호하듯 자신의 몸을 동생의 불구의 몸에 맞췄고 이마를 다정하게 동생의 뒤통수에 대고 있더군요. 두 형체는 한데 얽혀 돌로 굳어진 혹투성이 유기체처럼 서로를 감고 있었습니다.” 다른 단편들도 ‘쿵 쿵 쿵’ 심장을 자극하는 강렬한 이야기다. 상대를 증오하면서 동시에 갈망하는 쌍둥이의 이중심리를 그린 ‘알광대버섯’에서도 형제는 ‘기괴하게 합쳐져서 마치 한 몸’처럼 죽는다. ‘베르셰바’에선 의붓아버지를 외딴 곳으로 유인해 아킬레스건을 끊어버리는 딸이, ‘아무도 내 이름을 몰라’에는 평소 질투했던 여동생의 죽음을 소망하는 소녀가 등장한다. ‘머리 구멍’도 기괴한데, 신경외과 의사에게 열등감을 가진 성형외과 의사에게 머리에 구멍을 내는 ‘개공술’을 요구하는 환자들이 찾아온다는 설정이다. 작가가 만들어낸 사람들은 가까운 사람에게 사랑받지 못하자 괴로워하고 좌절한다. 존재를 확인받으려고 타인을 해치기도 하고 선의를 베풀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고립된다. 가까이 가려 할수록 멀어지는 사람들, 점점 혐오스러운 자신들. ‘악몽’ 속 등장인물들이 감정을 폭발적으로 분출할 때 그들 모습에서 찰나의 순간, 마치 거울 앞에 선 것처럼 내가 보였다. 내 안에 그들이 있고, 나와 그들이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 가장 공포스럽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세계로 가는 젊은 한국문학.’ 아시아 출판사가 한국 젊은 작가의 최신 단편소설을 영어로 번역해 세계에 소개하는 한영 대역 소설 ‘K픽션’ 시리즈를 출간했다. 1차분 5권은 박민규의 ‘버핏과의 저녁 식사’(사진), 박형서의 ‘아르판’, 손보미의 ‘애드벌룬’, 오한기의 ‘나의 클린트 이스트우드’, 최민우의 ‘이베리아의 전갈’이다. 아시아 출판사는 “해외에서 한류 열풍을 선도하는 ‘K팝’에 착안해 ‘K픽션’으로 이름 붙였다”며 “젊은 작가의 최근작을 K픽션 브랜드로 소개함으로써 한국문학의 영토를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시아는 한국 근현대문학 고전 100여 권을 번역한 ‘바이링궐 시리즈’를 출간한 바 있다. K픽션에도 바이링궐 시리즈를 번역한 한국문학 번역 전문가들이 참가해 번역의 질을 높였다. 번역에 참가한 전승희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 연구원은 “지구화 시대에 전 세계 사람들과 호흡할 수 있는 주제의식을 가진 뛰어난 작품들”이라며 “가벼워 보이는 문체지만 상당히 깊이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고 밝혔다. 책에는 작가의 생각을 담은 ‘창작노트’와 평론가의 비평을 담은 ‘해설’과 ‘비평의 목소리’도 함께 실어 외국 독자들의 이해도 돕는다. 책은 인터넷서점 아마존 등을 통해 판매된다. 한국을 찾은 해외 유학생이나 단기 거주 외국인에게 K픽션을 소개하기 위한 한국 단편소설 읽기 강좌 등도 진행할 예정이다. 각 권 7500원.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당신은 뭐 하는 사람이오.” 2012년 10월 말 경북 경주시 대구지법 경주지원. 중년의 판사가 수상한 남자를 불러 세웠다. 판사는 한 달 가까이 거의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법정에 들어와 무엇인가를 적고 그리는 남자의 정체가 궁금했다. 수상한 남자는 “법정 만화를 준비하고 있다”며 수첩을 들어 보였다. 그의 수첩에는 판사의 손가락에 낀 골무와 팔에 찬 토시, 법조인 특유의 말투와 몸짓, 재판정 내부의 사람과 물건의 위치 등이 빼곡히 그려져 있었다. 판사는 가당치 않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해츨링(본명 김양수·32) 작가가 웹툰 ‘동네 변호사 조들호’를 준비하면서 겪은 일이다. 당시 만화가 데뷔를 준비하던 그는 그해 경기 의정부시의 한 시장에서 활약하는 동네 변호사 기사를 읽고 법률 만화를 그리기로 결심했다. 그는 “다른 만화와 차별화하고 사회적 약자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만화를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당시 살던 경주의 법원은 물론이고 대구법원이나 국민참여재판이 열리는 법정 등을 부지런히 찾아다녔다. 법정은 그에게 낯설었다. 실제 법정 풍경은 영화나 드라마 속의 극적인 장면들과 달랐다. 그는 “판사는 민원을 처리하는 공무원 같고, 변호사는 민원 처리를 기다리는 민원인처럼 보였다. 만화 속에 이런 리얼리티를 최대한 살렸다”고 했다. 그는 법학과 거리가 한참 먼 디자인과 출신. 전문적인 법률 지식이 부족했다. 아는 변호사가 없어 법률가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에 무작정 글을 올렸다. ‘만화가인데 법 관련 만화를 그리려고 하니 도움을….’ 그는 “일면식도 없는 박진희 변호사(법무법인 동서양재)가 연락이 왔다”며 “돈도 안받고 꼬치꼬치 캐묻는 제 질문에 흔쾌히 답을 해줘서 정말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대구대 법학대학원에 다니는 후배의 도움도 받았다. 드디어 지난해 3월 네이버 웹툰에 ‘동네 변호사 조들호’란 제목으로 매주 목요일 연재를 시작했다. 들호는 ‘들판의 호랑이’라는 뜻. 지난달 단행본으로 묶어 출간했고 법무부가 추천도서로 선정했다. 만화 속 주인공 조들호 변호사는 검사 시절 거대 로펌 대표의 사위가 돼 출세가도를 달리지만 검찰 조직의 비리를 견디지 못해 이를 고발하고 동네 변호사로 변신한다. 작가는 조 변호사가 사회적 약자나 서민을 돕는 과정에서 청소년보호법, 모자보건법, 공익신고자 보호법 등 딱딱한 법을 알기 쉽게 만화에 녹였다. 그는 “만화를 읽는 변호사들이 ‘속 시원하다’ ‘재밌게 보고 있다’는 댓글을 달 때 보람을 느낀다”며 “법이란 사람을 행복하게 해줘야 하는 것으로 사람의 가치가 우선이고 법은 도와주는 수단일 뿐이다”라고 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당신은 뭐하는 사람이오." 2012년 10월 말 경북 경주시 대구지법 경주지원. 중년의 판사가 수상한 남자를 불러 세웠다. 판사는 한달 가까이 거의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법정에 들어와 무엇인가를 적고 그리는 남자의 정체가 궁금했다. 수상한 남자는 "법정 만화를 준비하고 있다"며 수첩을 들어보였다. 그의 수첩에는 판사의 손가락에 낀 골무와 팔에 찬 토시, 법조인 특유의 말투와 몸짓, 재판정 내부의 사람과 물건의 위치 등이 빼곡히 그려져 있었다. 판사는 가당치 않다는 듯 콧방귀를 꼈다. 해츨링 작가(본명 김양수·32)가 웹툰 '동네 변호사 조들호'를 준비하면서 겪은 일이다. 당시 만화가 데뷔를 준비하던 그는 그해 경기 의정부시 한 시장에서 활약하는 동네 변호사 기사를 읽고 법률 만화를 그리기로 결심했다. 그는 "다른 만화와 차별화하고 사회적 약자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만화를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당시 살던 경주의 법원은 물론 대구법원이나 국민참여재판이 열리는 법정 등을 부지런히 찾아다녔다. 법정은 그에게 낯설었다. 실제 법정 풍경은 영화나 드라마 속의 극적인 장면들과 달랐다. 그는 "판사는 민원을 처리하는 공무원 같고, 변호사는 민원처리를 기다리는 민원인처럼 보였다. 만화 속에 이런 리얼리티를 최대한 살렸다"고 했다. 그는 법학과 거리가 한참 먼 디자인과 출신. 전문적인 법률 지식이 부족했다. 아는 변호사가 없어 법률가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에 무작정 글을 올렸다. '만화가인데 법 관련 만화를 그리려고 하니 도움을…'. 그는 "일면식도 없는 박진희 변호사(법무법인 동서양재)가 연락이 왔다"며 "돈도 안받고 꼬치꼬치 캐묻는 제 질문에 흔쾌히 답을 해줘서 정말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대구대 법학대학원에 다니는 후배의 도움도 받았다. 드디어 지난해 3월 네이버 웹툰에 '동네 변호사 조들호'란 제목으로 매주 목요일마다 연재를 시작했다. 들호는 '들판의 호랑이'라는 뜻. 지난달 단행본으로 묶어 출간했고 법무부가 추천도서로 선정했다. 만화 속 주인공 조들호 변호사는 검사 시절 거대 로펌 대표의 사위가 돼 출세가도를 달리지만 검찰 조직의 비리를 견디지 못해 이를 고발하고 동네변호사로 변신한다. 작가는 조 변호사가 사회적 약자나 서민을 돕는 과정에서 청소년보호법, 모자보건법, 공익신고자 보호법 등 딱딱한 법을 알기 쉽게 만화에 녹였다. 그는 "만화를 읽는 변호사들이 '속 시원하다' '재밌게 보고 있다'는 댓글을 달 때 보람을 느낀다"며 "법이란 사람을 행복하게 해줘야 하는 것으로 사람의 가치가 우선이고 법은 도와주는 수단일 뿐이다"고 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최초의 인간’(알베르 카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괴테), ‘무기여 잘 있거라’(헤밍웨이)…. 학창시절부터 갖고 싶던 책이었어요.” 회사원 이모 씨(40)는 학생 때 집집마다 서재에 꽂혀 있던 ‘세계문학 전집’이 부러웠다. 이 씨는 “요즘 100권이 넘는 문학전집을 사는 사람이 적겠지만 옛 로망 때문에 구매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지불한 비용은 0원. 전자책(e북) 단말기를 사자 전자책 세계문학전집을 공짜로 받았다.○ 전자책 150권이 공짜…e북 무료 경쟁 가속화 최근 국내 대형 서점들은 자사 전자책 단말기를 구매하면 100만 원 상당의 전자책 콘텐츠를 공짜로 제공하고 있다. 전자책 단말기 ‘크레마원 에디션’을 출시한 예스24는 단말기(23만9000원)만 사면 세계문학 155권(94만9000원 상당)을 주는 ‘세계문학 에디션’과 이문열 작가의 ‘삼국지’ ‘수호지’ ‘초한지’ 등 책 30권(18만900원 상당)을 주는 ‘이문열(민음사) 에디션’ 등을 판매 중이다. 예스24는 “전자책을 공짜로 주기 시작한 지난달 이후 전자책 단말기 판매량이 5배나 늘었다”고 밝혔다. 교보문고도 자사 전자책 단말기(샘)를 사면 세계문학전집 100권을 무료로 끼워 준다. 전자책 권당 가격은 종이책의 70% 수준. 보통 1만 원짜리 전자책 한 권이 판매되면 7000원은 출판사가, 3000원은 유통사가 가진다. 그렇다면 어떻게 100권 이상의 전자책을 공짜로 줄 수 있는 걸까. 출판사와 유통사가 수천 권을 매절(買切) 계약을 했기 때문이다. 보통 매절 계약을 하면 출판사는 권당 약 500∼1000원에 유통사에 판다. 도서출판 ‘열린책들’은 자사 세계문학(155권) 수천 세트를 매절해 예스24에 판매했다. 예스24는 이 책들을 전자책 단말기 판매를 위해 공짜로 끼워준다. 예스24 관계자는 “스마트폰, 태블릿PC가 많이 보급된 상황에서 전자책 단말기를 팔려면 무료로 콘텐츠를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마존 벤치마킹? 출판계 “전자책 공짜 인식 만들어 공멸” 출판계는 이런 행태에 부글부글 끓고 있다. A출판사 편집자는 “최근 유통사와 일부 출판사의 행위는 출판계 전체에 해악을 끼칠 것”이라고 분노했다. 한국출판콘텐츠 신경렬 대표도 “매절 계약을 한 유통사와 출판사가 당장은 돈을 벌겠지만 독자에게 ‘전자책은 공짜’라는 인식을 심어줘 나중에 그 피해가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B출판사 대표는 “제조업체가 월마트에, 음반회사가 아이튠스의 납품업체로 종속된 것처럼 출판사도 유통사에 종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자책을 매절한 출판사들도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열린책들’ 측은 “지난해 예스24에 세계문학 세트를 대량으로 팔긴 했지만 공짜로 단말기에 넣을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반면에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김진우 전자출판팀장은 “콘텐츠를 공짜로 주더라도 일단 전자책 시장을 일정 규모로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유통사들이 ‘아마존 전략’을 벤치마킹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마존은 자사 단말기 ‘킨들’에 약 80만 종의 전자책을 무료로 제공해 미국 전자책 시장의 약 65%를 장악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출판계의 공적이 됐다. 실제 6월에는 수익 배분을 두고 갈등을 일으킨 출판사의 책에 대한 신간 예약을 중단해 논란이 일었다. 한국전자출판협회 장기영 사무국장은 “출판사와 유통사 중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시장을 주도하기보다는 서로 협의를 통해 전자책 시장을 키우되 ‘전자책은 공짜’라는 인식을 심어주지 않기 위해 합리적 가격 선을 합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종 zozo@donga.com·박훈상 기자}

“우리 한국의 하늘은 지독히 푸릅니다. 하늘뿐이 아니라 동해바다 또한 푸르고 맑아서 흰 수건을 적시면 푸른 물이 들 것 같은 그런 바다입니다. (중략) 푸른 하늘, 푸른 바다에 사는 우리들은 푸른 자기 청자를 만들었고… 아름다운 백자를 만들었습니다.”(고 김환기 화백) 김 화백이 늘 곁에 두고 사랑하며 그림까지 그렸던 조선 청화백자. 그 푸른빛 아름다움에 흠뻑 취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30일부터 기획특별전시 ‘조선청화(靑(화,획)), 푸른빛에 물들다’를 개최한다. 이번 기획전은 국보 및 보물 10점 등 총 500여 점을 전시한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뿐만 아니라 국립고궁박물관, 삼성 미술관 리움, 호림박물관,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이데미쓰미술관 등이 소장하고 있는 청화백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공예와 회화가 결합된 왕실 미의식의 정수인 조선 청화백자만 따로 모은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전시”라고 밝혔다. 조선 왕조는 백자를 왕의 그릇으로 정하고 경기 광주 관요(官窯)에서 생산했다. 백자는 순백자, 상감백자, 진사백자, 철회백자 등 여러 종류가 있지만 청화백자는 산화코발트 안료로 그림을 그린 것. 산화코발트는 천연 광물 상태에서는 흑갈색이지만 가마에서 높은 온도를 이겨내면서 신비스러운 청색으로 변한다. 전시에선 왕실의 예를 대표하는 ‘용무늬항아리(용준·龍樽)’를 만날 수 있다. 왕실 행사 때 술을 담거나 꽃을 꽂아 장식하는 용도로 사용됐는데 임금의 절대적인 권위와 위엄을 상징한다. 큰 것은 높이가 60cm에 이른다. 18세기 영·정조 시대에 제작된 청화백자는 검박하고 격조 있는 아름다움을 고수했다. 몸체의 팽팽한 양감, 맑고 깨끗한 설백(雪白)의 색깔, 문인 취향을 표현하는 사군자와 초화, 산수 인물, 시구 등의 담백한 문양을 담았다. 당시 문인사대부 사이에서는 청화백자 문방구가 크게 유행했다. 11월 16일까지 전시. 3000∼5000원. 02-1688-2046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24일 밤 12시. 서재에 꽂힌 책들을 훑어봤다. 2시간이 훌쩍 지났다. 회사원 이정미(가명·36) 씨는 최근 페이스북 지인으로부터 ‘나에게 영향을 줬던 책 10권 소개하기’의 다음 주자로 지명받았지만 책을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 이 씨는 서가에 꽂힌 책을 하나씩 빼서 검토해 신중하게 10권을 고른 뒤 이유를 정리해 페이스북에 올렸다. ‘댈러웨이 부인’ ‘탈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글 읽기와 삶 읽기’ ‘한시 미학 산책’ 등이 이 씨가 뽑은 책이다. 이 씨는 “요즘 읽은 책보다는 고교, 대학 등 성장기에 읽었던 책”이라며 “남들이 보는 만큼 신경이 많이 쓰였다”고 말했다.○ 아이스 버킷에 이은 북 버킷? 요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책 소개하기’가 유행이다. 일명 ‘북 버킷’이다. 페이스북에 간단한 이유와 함께 ‘내 인생의 책’ 10권을 고른 뒤 이 놀이를 이어갈 사람을 2, 3명 지목한다. 루게릭 병 환자를 위한 얼음물 뒤집어쓰기 릴레이 아이스 버킷 챌린지와 유사하다. 지난달부터 미국, 영국 등에서 시작해 큰 인기를 끌자 페이스북은 게시글 13만 건에 언급된 ‘10권의 책’들을 분석했다. 그 결과 가장 많이 언급된 책은 해리포터 시리즈(21.1%)였다. 이어 ‘앵무새 죽이기’(14.5%), ‘반지의 제왕’(13.9%), ‘호빗’(7.5%) 순이었다. 영화로도 만들어져 대중적인 인기를 끈 문학 작품들이다. 본보 취재팀은 국내 페이스북 이용자 30명의 ‘북 버킷’ 리스트를 분석했다. 대체로 인문철학서적이나 고전 등 묵직한 책이 많았다. 소설의 경우 무라카미 하루키나 베르나르 베르베르 같은 베스트셀러 작가의 작품보다 ‘토지’ ‘태백산맥’ 등 대하소설이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같은 서양고전을 선호했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이나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 논고’ 같은 인문 철학서도 눈에 띄었다.○ 지명받아도 고민, 안 받아도 고민 ‘북 버킷’은 지명을 받아도, 혹은 받지 못해도 스트레스다. 회사원 박재헌 씨(39)는 “페이스북을 함께 하는 친구가 나를 빼고 다른 사람들을 지목했다”며 “‘내가 무식해 보이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북 버킷’ 취지를 알리는 서두에는 “너무 오래, 복잡하게 고민하지 말라”고 적혀 있지만 책 리스트는 자신의 지적 수준이나 취향을 보여주기에 며칠씩 고민하기도 한다. 회사원 김정희(가명·30) 씨는 “평소 하루키 책을 좋아하지만 페이스북에 올릴 때는 어렵고 뭔가 ‘있어 보이는’ 책 위주로 골랐다”며 “북 버킷이 지식의 공유화를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지식 과시 욕구도 뺄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미화 독서평론가는 “영미권은 자기중심적인 반면 한국은 남의 시선을 중시하기 때문에 있어 보이는 책을 고르려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책을 고르면서 인생을 되돌아보게 됐다는 사람들도 많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생의 책’을 고르다 보면 자연스레 나를 되돌아보고, 자신을 추스르며 살아갈 원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김윤종 zozo@donga.com·박훈상 기자}

어린이에게 샤를 페로의 동화 ‘푸른 수염’(1697년)은 배신의 아이콘이다. 동화책인 줄 알고 읽었더니 오줌을 바지에 찔끔할 정도로 잔혹한 살인극이 펼쳐진다. 푸른 수염을 가진 부유한 남자는 결혼한 뒤 아내를 살해하는 일을 여러 차례 반복해 왔다. 푸른 수염은 새로 결혼한 아내에게 복도 끝 구석진 방에는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 여자는 남편의 비밀이 궁금해 방문을 연다. 방 벽에는 푸른 수염이 죽인 아내의 시체들이 매달려 있다. 마지막 장을 덮은 어린이들은 푸른색이 ‘푸른 하늘’처럼 평화로운 색깔이 아니라 창백하게 파란, 공포스러운 색깔임을 배운다. 벨기에 출신 프랑스 소설가 아멜리 노통브는 푸른 수염을 현대판으로 재해석했다. 매년 한 권씩 책을 내는 그가 데뷔 20주년(2012년)을 맞아 20번째 이야기로 푸른 수염을 골랐다. 저자는 출간 당시 “나는 한순간도 빠짐없이, 늘 ‘푸른 수염’에 사로잡혀 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의미 있는 동화이며, ‘푸른 수염’은 내가 깊이 이해하고 있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는 살인자이기 전에, 비밀의 의미를 제대로 아는 인간이다”라고 했다. 기발한 발상, 지적이면서 경쾌한 문체로 폭넓은 마니아층을 확보한 저자는 이번 소설에서도 팬들을 배신하지 않는다. 현대판 푸른 수염의 배경은 프랑스 파리다. 벨기에 출신 여성 사튀르닌 퓌이상(25)은 루브르 미술학교 보조교사로 일하다가 신문에서 월세 광고를 본다. 파리 한복판에 있는 호화 저택 방의 월세가 단돈 500유로(약 66만 원). 친구 집에 얹혀사는 가난한 청춘에게 이 같은 유혹을 뿌리치긴 어려웠다. 사튀르닌은 집주인인 에스파냐 귀족 ‘돈 엘레미리오 니발 이 밀카르’의 아내 8명이 사라졌다는 사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사한다. 소설은 고급 와인, 샴페인, 화려한 요리를 곁들인 저녁 식사 자리에서 두 사람이 주고받는 대화가 중심이다. 남녀가 마치 무예로 일합을 겨루듯 ‘밀당’하는 대화들이 책 속으로 푹 빠지게 만든다. “도대체 무슨 변태 놀이를 하시는 거예요. 당신은 방이 필요한 여자들을 집에 들이고, 유혹하고, 잘못을 저지르게 부추기고, 그리고 처벌해요.”(사튀르닌·47쪽) “잘못 알고 있군. 이 성을 얻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여자들이 도처에 널려 있소. 경제위기가 귀족의 위신을 더욱 고양시켜 놨지.”(돈 엘레미리오·48쪽) 원래 동화가 푸른색과 핏빛으로 단조로웠다면 현대판은 화려하고 다채롭고 예술적이다. 돈 엘레미리오의 비밀을 푸는 열쇠도 색깔이다. 연쇄살인마와의 사랑 같은 로맨틱 블랙코미디로 빠르게 읽히다가 마지막 문장에선 여운을 남긴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얼마 전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제트추진연구소 과학자들은 화성의 운석 ‘블록 아일랜드’와 똑같은 복제품을 손에 넣었다. 실제 운석은 화성에 있지만 탐사로봇이 전송한 운석 데이터를 가지고 3차원(3D) 프린터로 복제한 것. 운석은 3D 프린터를 타고 우주를 건넜다. 중국에서는 3D 프린팅 기술로 반쪽을 잃어버린 남성의 머리를 복원하고 한국에선 옥수수, 사탕수수 등 유기물로 바이오 플라스틱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저자가 그린 3D 프린팅 기술의 미래는 박동하는 심장을 만들고 건설장비 없이 건물을 세우는 등 마치 공상과학소설 같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2014 파주북소리 축제’가 다음 달 3일부터 열흘간 경기 파주출판도시에서 열린다. 올해로 4회째인 파주북소리 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선정했다. 전시, 국제행사, 인문학콘서트, 체험, 공연, 도서전 등을 매개로 국내외 작가 500여 명과 독자가 책으로 소통하는 행사다. 대표적 전시행사는 ‘7인7색 내가 사랑한 책들’. 조직위원장인 김언호 한길사 대표 등을 비롯해 대표적인 출판인들이 자신의 장서를 공개한다. 국제행사로는 일본 노마 히데키의 특별 강연 ‘지적 혁명으로서의 한글: 한국의 지(知)를 읽다’, 스토리텔링 아시아 국제 인문학 콘서트가 마련됐다. 소설가 김영하, 정이현, 연극배우 손숙, 평론가 황현산, 유시민 전 의원, 시인 최영미 등이 참가하는 강연도 열린다. www.pajubooksori.org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오탁번 심사위원장 사회적 정치적 이념이나 보수-진보의 대립을 넘어서서 자연과 인간이 대립하고 화해하는 현장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형상화시켰는가를 심사 기준으로 삼았다. 슐링크의 작품은 작가의 일관된 역사인식이 흥미진진한 서사구조로 짜여 있어서 단순한 시대소설의 차원을 넘어서 인간과 인간 사이의 용서와 화해라는 보다 높은 문학적 차원에 도달하고 있다.○ 김성곤 심사위원 슐링크는 ‘책 읽어주는 남자’에서 부모 세대가 유죄라는 사실을 발견한 젊은 세대와 그것을 감추려 하는 부모 세대의 심리적 상처 치유와 상호 이해, 궁극적 화해의 절실함을 문학적으로 잘 형상화했다. 이는 이분법적 이념 대립 속에서 세대 간에 첨예하게 대립하고 반목하는 한국 사회가 시급히 배워야 할 덕목이다.○ 김승옥 심사위원 ‘치열하고 준엄한 문학정신’이 작품에 내재해 있다면 결국 시간과 장소의 차이나 가치관의 상이성도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오욕된 과거를 드러내 반성하며 치유하고자 하는 노력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슐링크는 그것을 해낸 작가다.○ 유석호 심사위원 ‘책 읽어주는 남자’에서 여주인공을 문맹으로 설정한 것이 작위적이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소설적 재미와 탄탄한 구성, 작가의 일관된 문제의식 등이 이런 약점을 충분히 보완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현재도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현역 작가다.○ 이세기 심사위원 기성세대의 역사적 허물을 청산하고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해 가는 과정이 독일 전후세대의 자아 찾기 여정과 맞물리면서 지나치게 의식소설적인 요소 없이 소설이 주장하려는 휴머니즘을 냉엄하게 성취시키고 있다. 흥미로운 전개와 지적인 문체, 탄탄한 구성, 악의 본성에 관한 힘 있는 통찰까지 갖췄다.○ 최윤 심사위원 슐링크는 서사력이 뛰어나며 매우 안정적인 문체와 다채로운 소설적 구성을 만들어낼 줄 아는 능란한 작가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평범한 일상적 사건 속에 숨어 있는 공동의 과거의 주름들이 작가의 유연한 서사 속에서, 매우 익숙한 현실의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의 갈피에서 조금씩 펼쳐진다. ▼ 유럽작가 초점… 인품-사회기여 종합평가 ▼■ 박경리문학상 심사과정한국의 첫 세계문학상인 박경리문학상은 작품성뿐만 아니라 작가의 인품, 사회적 기여까지 종합 평가한다. 제4회 박경리문학상은 약 1년간 준비와 심사 과정을 통해 수상자를 선정했다. 박경리문학상위원회(위원장 이어령, 위원 장명수 정창영 최문순 최일남)는 지난해 10월 심사위원회를 구성했다. 박경리문학상은 그동안 한국, 러시아, 미국 작가가 영광을 차지했는데 올해는 유럽 작가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심사위원회는 올 1월부터 한 달간 유럽지역 문학단체를 통해 1차 후보자 13명을 추천받았다. 이후 3월 심사위원회의를 열고 후보자를 5명으로 압축하고 후보자의 원서와 번역서를 검토했다. 심사위원회(위원장 오탁번)는 최종심사에서 만장일치로 베른하르트 슐링크를 내정했고 박경리문학상위원회가 최종 추인했다. 강원 원주시 토지문화관과 박경리문학공원 일대에서는 다음 달 10∼28일 ‘2014 원주박경리문학제’가 개최된다. 마지막 날인 28일 서울 연세대에서 슐링크의 강연이 열린다. 033-762-1382, www.tojicf.org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토지문화재단과 박경리문학상위원회, 동아일보가 공동 주최하는 제4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로 독일 작가 베른하르트 슐링크(70·사진)가 선정됐다. 토지문화재단은 24일 “슐링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자행한 반인간적인 학살과 문명 파괴에 대한 독일인의 무한책임을 중심 주제로 다뤄 왔다”며 “박경리문학상에 부합하는 투철한 작가정신으로, 역사를 통찰하고 문학적으로 승화시키는 역량이 돋보인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박경리문학상은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1926∼2008)의 문학정신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11년 한국 최초의 세계문학상으로 제정됐다. 1회 최인훈(한국)을 시작으로 류드밀라 울리츠카야(러시아), 메릴린 로빈슨(미국)이 차례로 수상했다. 상금은 1억 원. 강원도와 원주시가 공동 후원했다. 시상식은 다음 달 25일 강원 원주시 토지문화관에서 열린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