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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당이 꺼내든 ‘모병제 카드’를 둘러싼 논란이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2025년부터 징집 대상 인원이 부족해지고, 2033년부터는 (목표로 하는) 병력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모병제 전환이 불가피하다. 2025년부터 단계적 모병제를 실시하자”면서 모병제 공론화의 불씨를 댕겼다. 휴전과 남북 대치 상황에서 병역 문제는 국민적 관심사다. 취업과 병역이 ‘지상과제’로 닥친 20대 청년층에게 모병제 공약의 파급력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논란이 커지자 국방부는 일단 모병제 도입을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총선이 다가올수록 정치권의 ‘표심 경쟁’이 가열되면서 다시 한번 이슈로 부상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병력 의존형 군대’ 한계 봉착하며 모병제 거론 민주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인구 급감을 모병제 전환의 핵심 이유로 제시했다. 징병제에 기반을 둔 ‘병력 의존형 군대’는 조만간 한계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19∼21세 남성은 올해 100만4000여 명에서 2023년에는 76만8000여 명으로 줄어든다. 2030∼2040년에는 70만8000명에서 46만5000명까지 감소된다. 20년 뒤에는 군 입대 연령층이 지금의 ‘반 토막’ 수준으로 쪼그라드는 것이다. 병력 부족 사태는 이미 비상등이 켜졌다. 인구 감소로 병역의무자가 줄면서 육군은 8개 군단을 2022년까지 6개로 줄여서 3만 명을 감축할 계획이다. 정부는 내년에 병역법을 고쳐서 귀화자에게도 병역의무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군도 간부 및 여군 확대, 의경 등 전환복무 폐지, 대체복무 축소 등 갖은 대책을 짜내고 있다. 하지만 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이 1.0도 안 되는 초저출산의 고착화로 2030년대 중반부터는 지금의 병력 수급 시스템이 지속되기 힘들다는 것. ‘인구절벽’에 따른 초유의 병력 부족 사태에 대처하려면 병역 제도의 원점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받는 이유다. 물론 모병제가 갖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 본인이 선택한 군 복무여서 의무복무보다 더 책임감을 갖게 되고, 전문기술 요원과 숙련병 확보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직업군인으로 군이 채워지면 지휘 통솔이 용이하고, 병영 악습도 사라져 전투력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안보·경제 무시한 ‘군(軍)퓰리즘’ 하지만 안보·경제 여건상 ‘시기상조’이고 ‘총선용 포퓰리즘’이라는 반론도 거세다. 당장 북한의 핵·미사일이 고도화되는데 병력 감축을 전제로 한 모병제 전환은 ‘자해행위’와 같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28만 명의 상비 병력(정규군)과 760여만 명의 예비 병력까지 갖춘 북한군에 맞서려면 적정 수준의 병력 유지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합참의장을 지낸 한 예비역 인사는 “아무리 첨단전력으로 보강해도 병력 열세가 ‘임계치’를 넘으면 유사시 전승을 보장할 수 없다”며 “북한의 위협이 상존하는 한 통일 이전까지 50만 명은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 국방개혁이 목표로 삼은 ‘2022년 말 50만 명 수준’이 ‘마지노선’이라는 얘기다. 예산 문제도 큰 걸림돌이다. 모병제는 많은 재원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직업군인에게 소요되는 인건비(봉급, 수당, 연금 등) 등 직간접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연구원에 따르면 모병제 전환 후 병사 25만 명에게 월 300만 원을 지급하면 매달 7500억 원, 연간 9조 원이 들어간다. 올해 국방예산(약 46조7000억 원)의 19%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군 관계자는 “병력 공백을 메울 첨단전력 도입과 간부 월급 인상 등을 감안하면 모병제를 유지하려면 국방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3∼4%는 돼야 한다”고 말했다. GDP 대비 2.6% 수준의 올해 국방예산으론 턱없이 부족하고, 경제침체 심화로 국방비의 대폭 증액도 힘든 현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모병제를 해도 병력난이 해소되지 않을 수도 있다. 많은 봉급을 줘도 병 신분으로 장기복무를 자원할 사람이 태부족할 수 있다는 것. 모병제와 비슷한 유급지원병(군 복무 후 6∼18개월 전문하사로 근무) 제도도 2013∼2015년 평균 운영률(정원 대비 운영 병력)이 50%를 밑돌고 있다. 국방부 산하기관인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2017년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모병제로 전환해 병력 30만 명을 유지하려면 20세 인구의 지원 입대율이 현재(4.5%)의 2배 이상인 9.5%는 돼야 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군 관계자는 “대만은 2008년부터 단계적 모병제를 추진했지만 낮은 지원율로 계속 늦어지다 작년 말에야 전면 시행에 들어갔다”며 “미국 등 모병제 국가 중 다수가 모병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경제적 취약 계층에게 국방 의무가 전가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등 선진국보다 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고, 군 복무 기피 풍조가 여전한 현실에서 경제적 처지가 어려운 지원자들이 군에 몰려 ‘병역 양극화’가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시한을 못 박고 모병제를 밀어붙일 경우 기존에 복무 중인 병사와의 형평성 문제와 함께 군 입대 연기 사태로 병력난이 가중되는 등 후유증이 초래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보완책을 세워가면서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선거철마다 ‘이슈화’되지만 반대 여론이 우세 모병제는 병 복무기간 단축과 함께 대선 때마다 ‘단골’로 등장했다. 2007년에는 정동영 대선후보(대통합민주신당)가 모병제의 기틀 마련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2012년에는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가 병력을 30만 명까지 줄여 모병제를 실시하겠다는 공약을 들고나왔다. 2016년엔 당시 대선주자였던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2023년부터 모병제 전면 도입을 주장하자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가난한 집 자식만 군에 가는 정의롭지 못한 발상”이라고 비판해 양측이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시절 한 간담회에서 “앞으로 군대는 징병에 의존할 게 아니라 제대로 처우해 주면서 모병제로 발전해야 한다”며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에는 “모병제는 훨씬 미래의 일이고, 통일 이후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한발 물러섰다. 최근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연구원이 제안한 모병제의 찬성은 33.3%, 반대는 52.5%로 집계됐다. 찬성 응답이 2012년(15.5%)과 2016년(27.0%) 여론조사 때보다는 높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게 국민적 총론으로 분석된다.○ 징병제 환원 국가도, 안보 최우선 고려해야 현재 모병제를 채택한 나라는 미국과 영국, 독일 등 103개국으로 유엔 회원국(192개국)의 57.4%에 달한다. 한국과 이스라엘 등 징병제 국가(66개국)보다 더 많다. 냉전 이후 병력보다는 첨단무기에 기반을 둔 현대전이 부각되면서 모병제가 대세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유럽을 중심으로 징병제로 환원하는 국가도 늘어나고 있다. 2010년 모병제를 채택했던 스웨덴은 러시아의 위협이 고조되자 2017년에 징병제를 부활시켰다. 우크라이나(2014년), 리투아니아(2015년), 노르웨이(2016년)도 같은 이유로 징병제를 다시 도입했다. 군 안팎에서는 병역 제도가 ‘강한 군대’의 전제조건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정예강군은 군 구조 개선과 전력 증강, 병영문화 개선 등 다각적 노력의 산물이지 병역 제도만 바꿔선 실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시한을 정해두고 모병제를 강행하기보다 지금처럼 징병제의 틀 속에서 예산과 병력 수급 상황 등을 고려해 모병제 요소를 늘려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모병제를 정략적 방편으로 활용해선 안 된다는 비판도 많다. 군의 근간인 병역 문제는 관련 부처와 전문가,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안보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최대한 신중히 검토해야 하는데 표심 잡기나 당리당략 차원에서 불쑥 던지는 것은 ‘안보 포퓰리즘’만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군 고위 당국자는 “지금과 같은 모병제 논의는 순서가 뒤바뀐 것”이라며 “현재 우리가 직면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의 대처 방안부터 확실히 강구한 뒤 이를 뒷받침하는 병역 제도 개편 등 전반적 안보 현안을 국민적 공감대 속에서 검토하는 게 바른 수순”이라고 말했다. 모병제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안보를 도외시한 국론 소모전이 되지 않도록 정치권과 군이 각별한 관심을 경주해야 할 때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15일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미래연합사령부의 기본운용능력(IOC) 검증평가 결과를 승인함에 따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작업이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미래연합사는 전작권 전환 이후 한미연합사를 대체하는 전쟁지휘부다. 지휘구조도 ‘미군 사령관-한국군 부사령관’에서 ‘한국군 사령관-미군 부사령관’으로 역전된다. 이날 합의는 한국군 주도의 미래연합사가 ‘전작권 테스트’의 첫 시험대를 통과했다는 의미다. 군 관계자는 “전작권 전환 작업이 큰 진전과 함께 본궤도에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미는 다음 단계인 미래연합사의 완전운용능력(FOC) 검증평가를 내년에 추진하기로 했다. 이후 2021년경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을 거쳐 한국군이 ‘3대 조건’을 갖춘 걸로 한미가 결론을 내리면 양국 군통수권자의 최종 승인을 거쳐 전작권은 한국군으로 넘어오게 된다. 전작권 전환의 3대 조건은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확보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군의 초기 필수대응능력 구비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역내 안보환경이다. 정 장관은 “이번 합의가 굳건한 한미동맹 기반하에서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전작권 전환에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현 정부 임기(2022년 5월) 내 전작권 전환의 여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예단할 수 없다는 관측이 많다. 북핵 위협의 고도화와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 심화 등 대내외 안보여건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이 전작권을 받을 수 있다고 해도 미국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 전환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앞서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14일 한국 기자들과 만나 “전작권 전환은 시간이 아닌, 조건에 기초한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한미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18일로 예정된 한미 연합 공중훈련의 유예나 취소 가능성을 거론했다. 정 장관은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어떤 결심을 하는 게 가장 좋을지 에스퍼 장관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 최적의 결심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도 “외교적 문이 닫히지 않도록 계속 지원할 것”이라면서 북-미 대화의 끈을 유지하기 위한 군사적 뒷받침을 강조했다. 일각에선 17, 18일 태국에서 열리는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담(ADMM-Plus)에 참석하는 두 장관이 연합 공중훈련의 취소나 유예를 전격 발표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한미는 주한미군 기지 이전·반환의 조속한 추진이 양국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환경여건(오염치유 문제) 등 제반사항에 대해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앞서 청와대는 8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서울 용산기지 등 26개 주한미군 기지의 조기 반환을 적극 추진한다고 발표했지만 미 측이 오염치유 비용을 부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이날 발표한 공동 성명에 ‘시설·구역의 원상회복 책임은 양측 합의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고 명시된 것은 한국이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미 측이 환경정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군 당국자는 “기지 반환이 늦어질수록 ‘동맹 갈등’으로 비화될 소지가 큰 만큼 기지 이전·반환 협상에 전향적 태도로 임해줄 것을 미 측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한편 에스퍼 장관이 이날 회의에서 한국군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를 공식 제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군 관계자는 “관련 언급이 없었다”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박한기 합참의장과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14일 서울 용산구 합참 청사에서 제44차 한미 군사위원회(MCM)를 열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주요 동맹 현안을 논의했다. 23일 0시부로 종료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연장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에 대한 의견 교환도 이뤄졌다. 미국은 지소미아가 한미일 안보 공조의 ‘핵심축’임을 강조하면서 우리 정부의 종료 방침에 반대의 뜻을 개진했다고 한다. 밀리 의장은 이날 회의 직후 ‘지소미아 문제를 논의했느냐’는 한국 기자들의 질문에 “박 의장과 약간의(a little bit) 대화를 나눴다”고 답했다. 밀리 의장은 박 의장과의 개별 면담에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조속히 타결되길 바란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는 이날 회의 후 배포한 공동 보도자료에서 “양측은 동맹의 연합 방위태세 강화 방안과 미군 사령관에서 한국군 사령관 지휘로 바뀌는 전작권 전환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국적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다국적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MCM 보도문에는 이런 대목이 없었다. 지소미아 연장과 호르무즈 파병 문제에 대해 한국이 전향적 태도를 보여 달라는 미국 내 기류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이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어 지소미아 문제 등 최근 한일 관계 상황을 점검하고, 외교 채널을 통한 협의 방향을 논의했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 진행 상황도 점검하고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한미연합사령관과 부사령관을 지낸 한미 예비역 장성들은 14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은 한미일 안보협력과 한국 방어를 위해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재향군인회는 이날 존 틸럴리, 월터 샤프, 제임스 서먼, 커티스 스캐퍼로티 전 연합사령관과 정승조, 이성출, 권오성 전 연합사부사령관 등 7명을 서울 서초구 향군회관으로 초청해 김진호 향군회장 주관으로 한미동맹 강화와 최근 안보현안 관련 토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지소미아가 단순히 한일 간의 문제만은 아니며 한미일 안보협력체계의 상징으로서 현 정부의 북한 비핵화 정책을 뒷받침하는 원동력일 뿐 아니라 한국 방어계획상 증원전력 전개를 위한 긴요한 군사협정으로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향군은 전했다. 미국의 지소미아 연장 요구를 한국이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하는 것이 한반도 안보와 한미일 안보 공조에 바람직하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박한기 합참의장과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14일 서울 용산구 합참 청사에서 제44차 한미 군사위원회(MCM)를 열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주요 동맹 현안을 논의했다. 23일 0시부로 종료되는 한일 군사정보보협정(GSOMIA·지소미아)의 연장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에 대한 의견 교환도 이뤄졌다. 미국은 지소미아가 한미일 안보 공조의 ‘핵심축’임을 강조하면서 우리 정부의 종료 방침에 반대의 뜻을 개진했다고 한다. 밀리 의장은 이날 회의 직후 ‘지소미아 문제를 논의했냐’는 한국 기자들의 질문에 “박 의장과 약간의(a little bit) 대화를 나눴다‘고 답했다. MCM 직후 열린 한미 고위급 회의에 필립 데이비슨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이 배석한 것도 지소미아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갖는 위치를 간과하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한 미국은 한반도 방어와 주한미군 대비태세 완비를 위해선 방위비 분담금 증액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는 이날 회의 후 배포한 공동 보도자료에서 ”양측은 한반도 및 동북아 지역 안보 상황 평가를 보고받고, 동맹의 연합방위태세 강화 방안과 미군 사령관에서 한국군 사령관 지휘로 바뀌는 전작권 전환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역 안보와 평화에 기여하기 위해 다국적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다국적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작년 MSC 보도문에는 이런 대목이 없었다. 지소미아 연장과 호르무즈 파병 문제에 대해 한국이 전향적 태도를 보여달라는 미국 내 기류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방한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도 밀리 의장 등 미군 수뇌부와 함께 1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리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같은 취지의 압박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에스퍼 장관은 13일(현지 시간) 한국으로 향하는 기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 증진을 위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미가 SCM에서 이달 중순에 실시되는 한미 연합공중훈련의 축소 또는 유예를 검토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는 이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어 지소미아 문제 등 최근 한일관계 상황을 점검하고, 외교채널을 통한 협의방향을 논의했다. 방위비분담금 협상 진행 상황도 점검하고 관련대책을 논의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사진)은 12일 1시간에 걸친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의 ‘최종 수혜자’가 한국의 국민과 경제라는 점을 누차 강조했다.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 압박에 대한 한국 내 비판 여론을 의식하면서도 미측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주한미군의 수장이 미 국방 고위 당국자들의 대거 방한에 맞춰 이런 메시지를 발신한 것 자체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방위비 압박 수위가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방위비 분담금은 한국에 돌아가는 돈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기자들을 만나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소신 발언’을 쏟아냈다. 과거 주한미군 사령관들에게선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이례적인 모습이다. 그는 분담금의 가장 우선적인 사용처로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군무원의 급여를 들었다. 9200명에 달하는 한국인 군무원 봉급의 75%가 방위비 분담금에서 지출된다는 점을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이다. 특히 “한국 국민의 세금으로 한국인 월급을 주는 것”이라고까지 언급한 것은 방위비 분담금이 미국의 ‘쌈짓돈’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군 관계자는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거부할 경우 한국인 군무원의 급여 지급 등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이 시사한 대로 주한미군 감축이라는 사태까지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의 이해를 구하는 동시에 방위비 협상 결렬 시 그 부작용과 동맹 파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경고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주한미군 대비태세 유지를 위해 평택 미군기지 밖의 노후시설 개선과 신축, 군수지원도 방위비 분담금에서 지출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현재 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에 일부 반영된 관련 비용으로는 대북 방어태세 등에 만전을 기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 그는 주한미군 시설 보수나 신축 공사도 한국에서 이뤄지는 만큼 여기에 소요되는 방위비 분담금도 결국은 한국 경제로 돌아간다는 논리를 인터뷰 내내 이어갔다. 군 소식통은 “14일 방한하는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 등 미군 수뇌부들은 15일 열리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도 같은 논리로 전방위적인 증액 압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소미아 종료하면 북-중-러에 잘못된 신호 줄 것 이와 함께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종료에 대해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소미아의 근본 원칙은 한국과 일본이 역사적 차이를 뒤로 하고, 지역 안정과 안보를 최우선에 두고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지역에 던진 것”이라며 “지소미아가 없으면 우리가 그만큼 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보낼 위험이 있다”고 했다. 주한미군 측은 그가 언급한 ‘우리’는 ‘한미일’이고, 잘못된 메시지의 수신국은 북-중-러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밀리 합참의장에 이어 한미일 안보협력의 핵심 축인 지소미아를 한국이 일방적으로 종료하는 것은 한미동맹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 가능하다고 보느냐’는 질의에 그는 “전작권 전환은 시간 기반이 아닌 조건 기반이고, 한미 양국은 그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북핵 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군의 필수대응 능력 등 조건이 미비한 상태에서 정치적 논리로 전작권 전환이 이뤄질 가능성은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편 취임 후 처음으로 일본을 거쳐 13일 방한한 밀리 의장은 박한기 합참의장이 주관하는 만찬 참석을 시작으로 방한 일정에 들어갔다. 양측은 14일 서울 용산구 합참 청사에서 제44차 한미군사위원회(MCM)를 갖고 8월 한미연합지휘소 훈련에서 시행한 전작권 기본운용능력(IOC) 검증 결과 등 동맹 현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공식 의제와는 별개로 밀리 의장이 방위비 분담금 증액과 지소미아 연장 요구에 더 무게를 둘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평택=공동취재단·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미국이 지난주 국무부에 이어 이번 주 군 최고위 인사들을 통해 연 48억 달러 규모의 주한미군 분담금 인상을 압박하자 국회에서 미국 요구대로 분담금 협상이 타결될 경우 비준동의를 거부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친문(친문재인) 핵심인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은 13일 페이스북에서 “방위비 협상 결과가 합당한 수준이 아니라면 국회에서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비준동의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 최대 계파 중 하나인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 소속 우원식 전 원내대표도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 요구안이 국회에 제출될 경우 비준에 동의해주기 어렵다”고 했다. 자유한국당도 우려를 표시했다. 방위비 주무 상임위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한국당 윤상현 의원은 “비합리적이고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 요구의 국회 비준동의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가 비준동의를 거부하면 정부는 미국에 분담금을 지불할 수 없다. 비준동의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된다. 미국은 압박 강도를 높였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은 12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분담금과 관련해 “그 돈은 한국 경제와 한국 국민들에게 다시 돌아가는 것이고, 우리에게 오는 게 아니다”며 “한국이 더 부담할 수 있고, 부담해야 한다는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의 발언에 동의한다”고 했다.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까지 시사한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13일 방한해 박한기 합참의장 등을 만났다. 14일에는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방한한다. 이들은 14일 한미 군사위원회(MCM), 15일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방위비 증액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반대 의사를 한국에 공식 개진할 예정이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증액 요구와 관련해 “그 돈(방위비분담금)은 한국 경제와 한국 국민들에게 다시 돌아가는 것이고, 우리에게 오는 게 아니다”라며 한국 정부가 더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까지 시사한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에 이어 주한미군 수장까지 연 48억 달러 규모의 방위비 증액 압박에 가세한 것이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12일 취임 1주년을 맞아 경기 평택시 캠프험프리스 기지에서 한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 기지의 한국인 군무원(9200명) 임금의 75%가 방위비분담금에서 나온다. 한국 국민의 세금으로 한국인 월급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더 부담할 수 있고, 부담해야 한다는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의 발언에 동의한다”고 말한 뒤 “한미 양국은 납세자와 시민들에게 (방위비분담에 대해) 더 잘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와 함께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없으면 우리가 예전만큼 강하지 않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보낼 위험이 있다”면서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방침에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밀리 의장은 이날 오후 일본 방문을 마치고 한국에 도착해 박한기 합참의장 등을 만났다. 14일에는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방한한다. 이들은 14일 한미군사위원회(MCM), 15일 한미연례안보협의회(SMC)에서 방위비 증액과 지소미아 연장 반대 의사를 한국에 공식 개진할 예정이다. 미국의 방위비 압박이 본격화되자 여권에선 미국이 요구하는 수준의 방위비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비준동의를 거부할 수 있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친문 핵심인 민주당 김태년 의원은 13일 페이스북에 “미국 측이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고 있다”며 “방위비 협상 결과가 합당한 수준이 아니라면 국회에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 비준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이 11일(현지 시간) 기자들과 만나 비용 문제를 언급하며 주한미군의 주둔 필요성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그동안 미 행정부 인사들과는 또 다른 차원의 압박으로 한미 외교가는 평가하고 있다. 올해보다 5배가량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에 난색을 표하는 한국에 미군 현역 최고위 인사가 한미동맹의 상징인 주한미군 카드를 거론하고 나섰기 때문. 밀리 의장은 주한 미 2사단 대대장으로 복무한 적이 있어 주한미군 메커니즘을 잘 안다는 평을 받는다. 미 합참의장은 ‘Chairman of the Joint Chiefs of Staff’, 일명 CJCS로 불리며 대통령에게 수시로 군사 정책을 조언하고 전 세계에 파견되어 있는 미군을 지휘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밀리 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보통의 미국인(Average American)들은 한국과 일본에 대해 ‘왜 미군들이 거기(한일)에 필요하고, 얼마가 들어가며, 왜 매우 돈 많은 부자 나라들이 스스로를 방어하지 못하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fundamental question)을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군 최고 지휘관이 군사전략적 관점이 아닌 평범한 미국인의 시각에서 주한미군의 비용과 효용 가치에 의문을 제기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분담금 증액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충동적 요구’가 아니라 미국 사람들의 평균적 요구임을 강조한 새로운 압박법으로 해석된다. 밀리 의장이 이날 “우리는 미군이 어떻게 동북아의 힘을 안정화시키고 무력충돌을 방지하는지를 적절히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한 것도 방위비 분담금 증액만이 미국민에게 왜 한국에 대규모 주한미군을 주둔시켜야 하는지를 납득시킬 유일한 방법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외교가와 군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을 거쳐 13일 방한하는 밀리 의장에게 모종의 지침을 줬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의 반대에도 밀리를 합참의장에 지명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9월 밀리 의장 취임식에서 “내 친구, 조언자다. 이 직책을 맡을 자격이 있다”며 신임을 표시한 바 있다. 14일 방한하는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도 1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리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같은 취지의 제안을 할 개연성이 커 보인다. 실제로 미국은 진행 중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에서 주한미군의 인건비와 순환배치 및 역외 훈련 비용, 미사일 방어 등 군사적 지원을 합쳐 총 48억 달러 수준의 방위비 분담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밀리 의장의 발언이 압박 차원을 넘어 주한미군의 감축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작지 않다. SMA 협상이 결렬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초기부터 거론한 주한미군 감축, 철수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경고라는 것. 미 2사단 예하 전투여단(5000∼6000명)의 한반도 순환배치(6∼9개월)를 잠정 중단시키는 방안이 가장 우선적으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렇게 되면 주한미군은 현재 2만8500명에서 2만3000명 수준으로 줄어든다. 군 관계자는 “밀리 의장의 발언은 그런 사태가 오지 않도록 한국이 동맹 파트너로 적극 협조해 달라는 뜻인 동시에 미국의 동맹 청구서가 한국이 수용 가능한 수준이라는 메시지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밀리 의장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과 관련해서도 “지소미아는 역내 한미일 안보 공조의 핵심이고, 일본과 미국으로부터 한국을 분리하는 것은 명백히 중국과 북한에 이익이 된다”고 말했다. 지소미아가 ‘한미일 대 북-중’ 대결 구도의 최전선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한미일은 함께할 때 더 강력하며 3개국을 모두 긴밀하게 연관시키는 것이 우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했지만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한국 대 일본과 미국’으로 현재 구도를 언급했다. 지소미아가 23일 0시에 종료되면 일본보다 한국 책임이 더 크고, 이 문제에 대해 미일 양국이 같은 편에 있음을 은연중에 드러낸 셈이다. 또 다른 군 소식통은 “지소미아와 한미동맹은 전혀 별개라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발언 등 우리 정부 입장과 달리 밀리 의장은 이 문제가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 공조의 핵심 현안임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창설 74주년(11일)을 맞은 해군에서 3대(代)에 걸쳐 영해를 수호하고 있는 ‘해군 가족’이 화제다. 천민기 소령(38) 등 3형제와 이들의 아버지 3형제, 할아버지 등 7명이 주인공. 천 소령의 조부인 천용수 예비역 상사(작고)는 1947년 5월 해방병단(해군 전신)에 해상병 7기로 입대해 함정과 육상에서 복무하다 1964년 전역했다. 해군과의 인연은 그의 세 아들로 이어졌다. 천 상사의 장남인 천의도 예비역 중사(68)는 1969년 부사관 12기로 해군에 입대했다. 베트남전 당시 보급물자 수송 임무에도 참여했다. 차남인 천성도 예비역 하사(작고)도 큰형을 따라 1973년 부사관 26기로 입대해 충북함(구축함) 등에서 복무하다 1978년 전역했다. 삼남인 천군도 예비역 원사(63)는 1977년 부사관 50기로 입대해 교육훈련전대 초대 교관과 6항공전단 주임원사 등을 지낸 뒤 2012년 전역했다. 천 원사의 세 아들도 나란히 해군에 입대해 복무 중이다. 첫째인 천민기 소령은 2005년 소위(해사 59)로 임관해 현재 해군 1함대 사령부에서 고속정편대장을 맡고 있다. 둘째 천승욱 소령(36)은 2007년 해군사관후보생 102기로 임관했다. 2018년 바레인에 있는 연합해군사령부(CMF) 통신참모로 파병을 다녀오기도 했다. 막내인 천민욱 중사는 2013년 부사관 239기로 임관해 현재 제6항공전단에서 해상초계기 승무원으로 근무 중이다. 천 원사는 “할아버지와 아버지, 아들로 이어지는 해군 가문의 전통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북한이 6일 권정근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 명의의 담화를 내고 “미국의 무분별한 군사적 광기는 점점 꺼져가고 있는 조미(북-미) 대화의 불씨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우리의 인내심이 한계점을 가까이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권 대사는 이날 담화에서 “결코 미국의 무모한 군사적 움직임을 가만히 앉아 지켜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그는 “최근 미 국방성은 남조선군과의 연합공중훈련을 12월에 재개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며 “우리에 대한 대결 선언으로밖에 달리 해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군 고위 당국자는 “도발 임박 징후는 없지만 예의주시 중이다. 원산, 신포 일대를 중심으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에서 사실상 차석 대표로 활동했던 권정근 전 외무성 미국담당국장이 이날 처음으로 순회대사란 직책으로 담화를 낸 것에 정부 당국은 주목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스톡홀름 협상 결렬 책임을 물어 당시 수석대표였던 김명길 순회대사를 경질하고 권정근을 대신 내세웠을 가능성, 그리고 권정근이 이미 순회대사로 당시 차석대사 역할을 맡았을 가능성 모두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대북 군사정보의 수집·분석을 책임지는 군 당국자가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대한 기술적 평가를 한 달도 안 돼 번복해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의 북한 군사위협 축소 기조에 대한 ‘코드 맞추기’가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김영환 국방정보본부장(육군 중장)은 6일 국회 정보위원회의 비공개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ICBM을 이동식발사대(TEL)에서 발사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고 국회 정보위원장인 바른미래당 이혜훈 의원이 전했다. 김 본부장은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은 TEL에서 한 번 쐈지만 ICBM은 아직 TEL에서 쏘지 못했고, 발사하려다가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그런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김 본부장은 지난달 8일 합참 국감에선 “북한의 ICBM은 현재 TEL로 발사 가능한 수준까지 고도화된 상태”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그는 당시 “북한이 ICBM급은 TEL로 발사를 해왔다”고도 했다. 이 때문에 한 달도 안 돼 북한의 ICBM 관련 평가를 뒤집었다는 말이 나왔다. 군 안팎에선 “북한 ICBM의 TEL 발사는 불가능하다”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앞선 발언이 논란이 되자 진화에 나섰다는 얘기도 나왔다. 논란이 되자 국방부는 6일 오후 자료를 내 “(김 본부장이) 이동-기립-발사까지 할 수 있는 TEL에서는 ICBM 발사가 불가하고, 이동-기립시킨 후 사전 준비된 지상 받침대에 장착하고 차량은 현지 이탈 후 (ICBM을) 발사하는 방식으로 가능하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이는 청와대가 전날 긴급 배포한 ICBM 관련 자료의 핵심 내용과 일치하는 것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현직 고등군사법원장이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군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5일 군 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방위사업수사부가 모 군납업체의 비리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보통군사법원장인 A 준장의 금품 수수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직할부대인 고등군사법원은 30여개 보통군사법원의 1심 재판에 대한 항소·항고사건 등을 담당하는 군내 유일의 항소심 재판기관이다. 고등군사법원장은 이를 관장하는 군 사법기관의 수장이다. 군 관계자는 “수사 중인 상황에서 정상적인 부대 지휘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A준장을 직무에서 배제했다”며 “수사는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엄정하게 진행될 예정”이라고 했다.윤상호 군사전문 기자 ysh1005@donga.com}

“이미 ‘루비콘강’을 건넜다고 봐도 무방하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합참의장 출신의 한 예비역 장성이 일갈하듯 필자에게 건넨 말이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은 절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는 외신 보도에 대해 견해를 묻자 돌아온 답변이었다. 그는 “북한이 핵을 내려놓을 확률은 0.001%도 없다”고 잘라 말한 뒤 이유를 조목조목 제시했다. 가장 먼저 북한이 핵에 부여한 가치를 한국과 미국이 완전히 오판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핵은 체제 유지를 위한 협상수단이어서 ‘경제·안보 당근책’과 맞바꿀 수 있다는 인식 자체가 ‘신기루’라는 얘기였다. 되레 북한에 핵은 ‘체제 생존’의 명줄이자 목표임이 20년 넘게 실패를 거듭 중인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입증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게다가 중국이 든든한 뒷배를 자임하면서 핵무장을 용인했고, 한미가 대북 군사행동에 나설 수 없음을 경험칙으로 체득한 북한이 핵을 왜 단념하겠느냐고 그는 되물었다. 그러면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하나라도 제시해보라고 했다. ‘증거’라는 단어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도 사용한 표현이다. 펠로시 의장은 2월 워싱턴을 방문한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단에 “지금은 말이 아닌 증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라는 단어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북한이 원하는 건 비핵화가 아니라 한국의 무장해제가 아니냐”고도 했다. 실체적 근거가 결여된 채 외교적 수사로 포장된 비핵화 협상은 성공할 수 없고, 대한민국의 안보만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경고였다. 그로부터 9개월 뒤 그 예견은 현실이 됐다. 북한은 제2차 북-미 정상회담과 비핵화 실무협상을 판판이 깨뜨린 뒤 ‘새로운 계산법’을 내놓으라며 연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하노이 노딜’ 이후 사라졌던 김영철 전 통일전선부장을 전면에 내세워 “당장이라도 불과 불이 오갈 수 있다”고 위협한 것은 ‘거래조건’이 성에 안 차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재개도 각오하라는 최후통첩과 다름없다. 협상이 진행될수록 북한의 비핵화 약속이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 여실히 드러나는 형국이다. 북한이 핵을 고수할 것이라는 ‘증거’도 차고 넘친다. 지난달 원산 앞바다에서 쏴 올린 북극성-3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그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다. 핵을 실은 SLBM은 사전포착과 요격이 불가능한 ‘절대 병기’다. 수소폭탄급 핵탄두(50kt 이상·1kt은 TNT 1000t의 폭발력)를 장착한 SLBM 1발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로시마·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15∼20kt)을 합친 것보다 위력이 세다. 북한은 이런 SLBM을 3발가량 탑재하는 신형 잠수함의 실전 배치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북한의 핵은 양적으로도 ‘임계치’로 치닫고 있다. 현재 40∼50여 기로 추정되는 북한의 핵탄두는 내년에 100여 기까지 늘어날 것으로 미 정보당국은 예상한다. 100기 이상의 핵탄두는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향하는 ‘직행티켓’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협상 시한을 ‘연말까지’라고 못 박은 것도 이런 계산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더 나아가 북한이 내년 초 비핵화 협상의 최종 결렬을 선언하고, 그간 쌓아둔 핵무기고를 전격 공개할 개연성도 있다. 인도, 파키스탄과 맞먹는 가공할 핵 능력을 보여주면 미국도 어쩔 도리 없이 핵군축 협상에 응할 것으로 계산할 수 있다는 말이다. 만약 한미 정부가 한반도 비핵화의 ‘새로운 접근법’ 운운하면서 북한의 이런 셈법을 조금이라도 수용하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런 사태가 현실로 닥치면 북핵 폐기는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북한은 핵무기고를 최대한 잘게 쪼갠 뒤 주한미군 철수와 전략자산 철폐 등 미국의 대한(對韓) 방위공약과 하나씩 맞바꾸는 데 주력할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는 영영 요원해지고 우리 안보태세만 속절없이 허물어질 게 자명하다. 핵을 거머쥔 북한과의 기약도 없는 ‘밀고 당기기’는 ‘평화 만들기’가 아니라 ‘평화 구걸’과 다름없다. 북한의 선의를 맹신해 어설픈 타협으로 비핵화 협상이 유야무야되는 사태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 진의를 부단히 의심하고, 북-미 비핵화 협상의 궤도 이탈 여부를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ysh1005@donga.com}
육사와 공사가 지난해 입학시험에서 채점 오류로 수험생 43명이 불합격 처리된 것을 확인하고도 후속조치 없이 1년 넘게 방치한 것이 드러났다. 1일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 28일에 치러진 2019학년도 사관학교 선발 1차 필기시험에서 육사, 공사, 해사가 공동 출제한 국어 과목 문항 2개에서 채점 오류가 발생했다. 시험지에 기재된 20번, 21번 문항의 배점은 각각 3점과 2점이었는데 문항 분석표(채점지)에는 두 문항의 배점이 뒤바뀌어, 결국 채점자들이 문제지가 아닌 문항 분석표 기준으로 점수를 잘못 준 것. 이런 문제점은 합격자 발표 직후인 지난해 8월 13일 공사 선발과장이 발견해 다른 사관학교들과 공유했다. 이에 해사는 채점 오류로 불합격 처리된 13명에게 1차 시험 추가 합격 통보를 해서 2차 시험(면접, 체력검정, 신체검사)에 응시하도록 조치했지만 육사와 공사는 후속 조치 없이 전형을 마쳤다. 이로 인해 채점 오류로 불이익을 받은 육사 19명과 공사 23명 등 응시생 42명은 그대로 1차 시험 불합격 처리됐다. 공사에 응시한 1명은 채점 오류에도 불구하고 1차 시험에 합격해 2차 시험을 봤지만 최종 점수에서 1점이 모자라 탈락했다. 자칫 묻힐 뻔했던 이런 사실은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지난달 9일 국정감사에서 의혹을 제기하면서 공론화됐고, 정경두 국방부 장관 지시로 지난달 14일부터 군은 감사를 시작했다. 이에 사관학교들이 관련 문제를 상부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고, 육사와 공사는 1년 넘게 후속조치에 손을 놨다는 비판이 나온다. 군은 이런 내용이 누구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은폐 의도는 없었는지 등을 철저히 조사할 방침이다. 앞선 군 감사에서 육사와 공사 선발과장은 “문항 분석표의 배점이 옳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피해자 구제에도 나섰다. 채점 오류를 정정하면 1차 시험 합격 대상이 되는 불합격자 42명에 대해서는 올해 입시 일정과는 별개로 12월 2차 시험을 볼 수 있게 하고, 최종 평가에서 1점이 모자라 탈락했던 공사 응시생 1명은 최종 합격 처리하기로 한 것. 박재민 국방부 차관은 1일 브리핑에서 “책임자를 엄중히 문책함과 동시에 피해를 입은 수험생 및 학부모께 깊은 사과의 뜻을 전한다”고 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북한이 지난달 31일 평안남도 순천에서 발사해 370km를 날아간 발사체를 초대형 방사포라고 밝히며 “적의 목표구역을 초강력으로 초토화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발사 시 제주도를 제외한 남한 전역이 사정권인 만큼 언제든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핵심 시설을 초토화할 수 있다고 경고장을 날린 셈이다. 노동신문은 1일 “10월 31일 오후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을 성과적으로 진행했다”며 “연속 사격 체계의 완벽성까지 검증됐다”고 보도했다. “적의 위협적인 움직임들을 억제하고 제거하기 위한 핵심 무기”라고도 했다. 이번엔 초대형 방사포(KN-25)의 연속 발사 능력을 집중 점검한 것으로 보인다. 연속 발사 간격도 19분(9월 10일)에서 3분(10월 31일)으로 대폭 단축됐다. 남한의 주요 군사시설들에 대한 가상 타격 실험을 진행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31일 동해상으로 날아간 비행거리(약 370km)를 남쪽으로 틀면 충남 계룡대에 닿는다. 앞서 8월 24일(약 380km)과 9월 10일(약 330km)에 발사한 KN-25도 남쪽으로 쏘면 각각 경북 성주의 사드 기지와 경기 평택 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 인근에 낙하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KN-25엔 소형 핵(전술핵) 탑재가 가능하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16일 백두산 백마 등정을 통해 ‘웅대한 작전’을 예고한 뒤 딱 보름 만에 도발에 나섰고, 이례적으로 워싱턴의 새벽 시간대(오전 3시 35분, 38분)를 노렸다. 클라크 쿠퍼 미 국무부 정치군사담당 차관보는 기자들과 만나 이번 발사에 대해 “완전히 불행하고 부적절하며(Completely unfortunate, completely inappropriate)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일원으로서 역량을 확실히 저해하는 일”이라며 “북-미 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미국의소리(VOA)가 1일 전했다. 이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재개하는 것은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행위이며 그에 상응하는 대응이 요구될 것”이라고 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기술적으로 이동식 발사대(TEL)에서 발사하기 어렵다고 본다.” 1일 청와대를 대상으로 한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같이 말하자 관련 질의에 나선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어이없다는 듯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북한은 이미 2년 전인 2017년 11월 29일 ICBM인 화성-15형을 TEL을 활용해 발사한 바 있다. 청와대가 향후 남북 정상회담 등을 감안해 북한의 대남 위협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정의용 “우리도 미사일 발사 시험하고 있어” 정 실장은 이날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안보에 위중한 위협이 되지 않는다”며 “상세하게 밝힐 수는 없지만 북한보다 적지 않게 (우리도)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고 있다”고 했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도 “(현 정부에서) 가장 잘한 정책은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협을 제거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정 실장은 그러면서 “ICBM은 TEL로 발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이 폐기되면 ICBM 발사 능력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고 답했다.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도 “현재 북한의 능력으로 봐도 ICBM은 TEL로 발사하기는 힘들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실장과 김 차장의 이 같은 발언은 앞서 합동참모본부가 내놓은 입장과 배치된다. 김영환 합참 정보본부장은 지난달 8일 국회 국방위 국감에서 “북한은 현재 TEL로 ICBM을 발사 가능한 수준까지 고도화돼 있는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북한은 2년 전 화성 계열의 ICBM을 TEL을 활용해 세 차례 고각(高角)으로 쏴 올려 미 본토 타격 능력을 입증했다. 화성-14형 ICBM급은 2017년 7월 두 차례 발사에서 각각 8000km 안팎과 1만 km의 최대 사거리를 실증했다. 그해 11월 29일에 발사된 화성-15형 ICBM의 최대 사거리는 1만3000km 이상으로 평양에서 쏘면 미국 워싱턴까지 타격권에 포함되는 것으로 평가됐다. 여기에 동창리 발사장은 ICBM 전 단계인 장거리미사일의 시험장소일 뿐 ICBM 발사기지가 아니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비핵화 대화를 조율해 온 청와대 안보라인의 핵심인 정 실장이 기본적인 사실 관계조차 외면한 채 북한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가 남북 간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관한 국제적 환경이 크게 다른 것을 명확히 설명하지 않는 것도 문제란 지적이 나온다. 불법적으로 핵을 보유한 북한은 남한과 달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로 인해 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엄격히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 강기정, 나경원에게 발끈해 운영위 중단되기도 이와 함께 정 실장은 “상중에 발사시험은 예의가 아니지 않느냐”는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의 질의에 대해 “(전날 북한의 미사일은)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오후 (모친) 장례를 마치고 청와대로 복귀하신 다음에 발사됐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오전 모친 장례 미사를 마친 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기 때문에 ‘상중(喪中) 도발’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정 실장을 향해 “(안보가 괜찮다고) 어거지로 우기지 말라”고 하자, 정 실장 뒤에 앉아있던 강기정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똑바로 해라! 우기다니”라며 발끈해 국감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북한이 지난달 31일 평안남도 순천에서 발사해 370km를 날아간 발사체를 초대형 방사포라고 밝히며 “적의 목표구역을 초강력으로 초토화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발사 시 제주도를 제외한 남한 전역이 사정권인 만큼 언제든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핵심 시설을 초토화할 수 있다고 경고장을 날린 셈이다. 노동신문은 1일 “10월 31일 오후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을 성과적으로 진행했다”며 “연속 사격 체계의 완벽성까지 검증됐다”고 보도했다. “적의 위협적인 움직임들을 억제하고 제거하기 위한 핵심 무기”라고도 했다. 이번엔 초대형 방사포(KN-25)의 연속 발사 능력을 집중 점검한 것으로 보인다. 연속 발사 간격도 19분(9월 10일)에서 3분(10월 31일)으로 대폭 단축됐다. 남한의 주요 군사시설들에 대한 가상 타격 실험을 진행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31일 동해상으로 날아간 비행거리(약 370km)를 남쪽으로 틀면 충남 계룡대에 닿는다. 앞서 8월 24일(약 380km)과 9월 10일(약 330km)에 발사한 KN-25도 남쪽으로 쏘면 각각 경북 성주의 사드 기지와 경기 평택 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 인근에 낙하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KN-25엔 소형 핵(전술핵) 탑재가 가능하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16일 백두산 백마 등정을 통해 ‘웅대한 작전’을 예고한 뒤 딱 보름 만에 도발에 나섰고, 이례적으로 워싱턴의 새벽 시간대(오전 3시 35분, 38분)를 노렸다. 클라크 쿠퍼 미 국무부 정치군사담당 차관보는 기자들과 만나 이번 발사에 대해 “완전히 불행하고 부적절하며(Completely unfortunate, completely inappropriate)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일원으로서 역량을 확실히 저해하는 일”이라며 “북-미 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미국의소리(VOA)가 1일 전했다. 이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재개하는 것은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행위이며 그에 상응하는 대응이 요구될 것”이라고 했다.황인찬 hic@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미국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 한미동맹 차원에서 대응해야 할 위기 사태의 범위를 확대할 것을 제안해와 한미 군 당국이 논의에 착수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인상 요구에 이어 분쟁지역 병력 파견 등 한국이 더 많은 동맹 책임을 떠맡으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외교적 압박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9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 군 당국은 최근 전작권 전환 이후를 대비한 ‘한미 동맹위기 관리 각서’를 개정하는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 각서는 동맹 위기 사태 발생 시 연합대응 및 각각의 역할을 규정한 문건(대외비)이다. 이 문서에는 한미 연합 차원에서 대응해야 할 위기의 관리 범위를 ‘한반도 유사시’로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미국이 이를 ‘한반도 유사시 및 미국 유사시’로 수정하자고 한국에 제안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한반도뿐만 아니라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한 타 지역으로 한미 연합 차원의 군사적 대응 범위를 확대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가령 호르무즈 해협을 비롯한 중동지역과 남중국해 등 미국의 핵심적인 군사작전 구역에 대해 한국군 파병을 비롯한 한국의 군사 지원 및 협력 근거를 만들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군 소식통은 “한국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분쟁지역에서 미국이 위기 사태를 선포하거나 위협을 받는다고 판단하면 한국이 동맹 차원에서 ‘의무적으로’ 군사 지원에 나서도록 하려는 메시지로 해석될 소지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이 한미상호방위조약(1953년 10월 1일 체결)에 의거해 한국의 책임과 의무를 현실화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어느 일방국이 외부 공격으로 위협을 받으면 자국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해 각자의 헌법적 절차에 따라 공동 대응하는 것이 골자다. 그런데 이 조약이 ‘한국 일방을 위한 방어조약’과 다름없고 조약의 이행 과정에서 미국에만 책임이 전가됐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증액 요구에 이어 전작권 전환을 계기로 한국이 더 많은 동맹 책임을 떠맡으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청구서’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다른 군 소식통은 “미국이 전작권을 한국에 넘기면 대중(對中) 견제 등 역내는 물론이고 글로벌 차원의 분쟁과 위기관리에 더 적극 개입할 여지가 생긴다”며 “이 과정에서 한국 등 동맹국의 군사적 협조 지원을 최대한 받아내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미국의 제안에 일단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전작권 전환 후 미국이 위기라고 판단하는 분쟁지역에 우리 군을 보내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무력공격의 대응 범위를 ‘태평양 지역’으로 국한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의 관련 규정과 미국의 위기 사태 확대 주장은 상충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미국이 전작권 전환과 방위비 분담금 등을 조건으로 내세워 자국의 요구 관철에 나설 경우 또 다른 동맹 갈등으로 비화될 소지도 없지 않다. 군 관계자는 “아직 실무 차원에서의 협의가 초기 단계이고, 장시간 긴밀한 논의를 거쳐 결정될 사안”이라며 “현재로선 미국의 의견대로 확정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미국 국무부가 러시아 군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진입에 대해 ‘도발적 작전(provocative operations)’이라며 러시아의 추가 진입 시도를 막겠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22일(현지 시간) 언론 질의에 “미국은 최근 러시아 항공기의 도발적인 공군 작전과 관련해 동맹국인 한국과 그 우려를 강력히 지지한다. 이번 사건에 대해 한국과 긴밀히 조율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는 상황을 계속 주시하면서 역내를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러시아의 추가적인 시도를 막을 것”이라며 러시아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한국과 러시아 군 당국은 23일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 청사에서 합동군사위원회를 열었다. 24일까지 진행되는 비공개 회의에서 양측은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방공식별구역에 접근하는 항공기의 비행정보를 교환하는 직통전화 개통 문제를 집중 논의한다. 이날 회의에서 우리 군은 전날(22일) 러시아 군용기 6대의 KADIZ 무단 진입에 대해 강력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고 한다. 군 소식통은 “러시아는 직통전화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KADIZ를 비롯해 타국의 방공식별구역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러 합동군사위는 양국 간 우발적 군사충돌 방지와 군사교류 및 우호협력 증진을 위해 매년 개최되는 협의체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