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미국이 북한의 잇따른 극초음속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12일(현지시간) 북한과 러시아 국적 개인 7명과 1개 기관에 대한 전격 제재에 나섰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북한의 미사일 개발에 대한 첫 제재다. 특히 바이든 정부가 4년여 만에 유엔 안정보장이사회를 통한 추가 제재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는 등 대북 압박을 본격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적절한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며 “북한과 관련한 7명의 개인과 1개 기관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제재 대상에는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주도해온 제2자연과학원(현 국방과학원) 산하 기관 간부로 중국 러시아에서 활동하며 북한 미사일 개발을 위한 통신장비 등 물품을 조달해온 최명현 심광석 김성훈 강철학 편광철이 포함됐다. 또 북한에 미사일 고체연료 기술을 전달한 오용호와 러시아 회사 파섹 LCC, 이 회사의 기술이사인 로만 아냐톨리예비치 알라도 제재 대상에 올랐다. 미 재부부는 이번 제재에 대해 “2021년 9월 이후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하고 6차례 탄도미사일을 발사한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신규 제재를 단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2월 10일 리영길 국방상 등에 대해 추가 제재를 단행한 적은 있지만 이는 노동교화소 등에서 자행된 인권유린과 관련된 조치였다. 특히 토마스 그린필드 유엔 미국대사는 이날 “미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유엔 제재를 제안한다”며 “모든 유엔 회원들은 유엔 결의안의 책임을 완전히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북한의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위반 행위를 종합해 새로운 결의안이나 제재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비토권을 갖고 있는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은 북-미 대화가 본격화되기 전인 2017년 12월이 마지막이었다. 미사일 개발에 대한 제재를 ‘이중기준’이라고 비판해온 북한은 미국의 제재에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가세할 경우 미-중, 미-러 갈등의 불씨가 한반도로 옮겨붙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상원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규정을 개정해서라도 투표권 강화 법안을 통과시킬 것을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이민자 등의 투표권을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공화당에 맞선 것. ‘1·6 의사당 난입 사태’에 연루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을 “쿠데타 세력”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바이든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결집의 승부수를 던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조지아주 애틀랜타대 연설에서 “우리는 쿠데타를 시도한 세력에 맞서기 위해 여기 모였다”며 “‘투표 자유법’을 통과시켜라”고 말했다. 투표 자유법은 상원에 계류 중인 ‘투표 자유법’과 ‘존 루이스 투표권 증진법’ 등을 말한다. 최근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한 10여 개 주에서 이민자 등의 부정투표 방지를 명분으로 투표권 행사를 까다롭게 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민주당은 이에 맞서 연방정부가 주 정부 차원의 투표권 제약을 막고 민주당 지지자들이 많이 참여하는 우편투표 등을 확대하는 투표 자유법을 내놓은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상원에선 50 대 50으로 찬성한다. 51명의 대통령이 있다는 뜻”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원 의석을 민주당과 공화당이 50석씩 나눠 가지면서 주요 법안들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비판한 것이다. 특히 그는 “필리버스터를 없애는 것을 비롯해 상원 규칙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필리버스터를 중단할 수 있는 규정을 기존 ‘60석 이상 동의’에서 ‘51석 이상’으로 바꿔 법안을 표결할 수 있도록 하자는 얘기다. 상원 의장인 부통령이 캐스팅보터가 되면 민주당이 51표가 된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직후 미국 서부 공항에서 ‘이륙 금지(ground stop)’ 명령이 내려져 미사일 발사와 연관성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11일(현지 시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예방적 조치 차원에서 10일 밤 서부 해안 일부 공항에서 항공기 이륙을 정지시켰다”며 “조치는 15분간 이어졌다”고 밝혔다. FAA는 ”정기적으로 예방적 조치를 취한다“면서도 조치의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CNN은 “북한 미사일 발사 직후 이륙 금지 조치가 발동됐다”며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다. 이륙 금지 조치가 발동된 시간은 현지 시간 10일 오후 5시 반경부터 15분가량. 한국 시간으로 11일 오전 7시 반으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 3분 뒤다. 특히 미국 군사전문 매체 등은 이번 이륙 금지 조치가 서부 해안 공항뿐 아니라 하와이와 애리조나 공항 등에도 발동됐으며 관제탑 무전에서 ‘전국적 이륙 금지’ ‘국가안보 위협’ 등의 대화가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전국적 이륙 금지’는 2001년 9·11테러 때 사상 처음으로 발동됐던 조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FAA는 로이터통신에 이번 조치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있었던 사건의 초기 보고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FAA는 만일의 사태에 대해 조심하자는 차원으로 (조치의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경보를 잘못 발령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2020년 러시아의 미사일 훈련 당시에도 이 미사일이 독일의 미군 공군기지를 향해 발사된 것으로 잘못 판단해 경보가 발령된 적이 있다는 것. 다만 CNN은 북미항공우주방위군(NORAD)이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미국에 대한 잠재적 위협 경보를 내린 적이 없다”고 전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북한이 극초음속미사일 “최종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12일 청와대는 “강한 유감”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미국은 ‘도발’이라고 강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북한이 최근 미사일을 연속 발사한 것은 강한 유감”이라며 “남북관계가 긴장되지 않고 국민이 불안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해나가겠다”고 했다. 전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에 이어 ‘강한 유감’이라고 표현했지만 여전히 북한이 민감해하는 ‘도발’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 청와대 일각에선 “북한이 ‘최종 시험’이라고 한 만큼 당분간 추가 도발은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향후 남북 관계를 낙관하는 기류까지 감지됐다. 다만 이 관계자는 “우리 군도 국민들이 안보 위협에 대해 우려하지 않도록 현 위협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북한의 무기 개발 실태를 예의주시하면서 진화되는 위협에 대해 실질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다양한 역량을 키워 나가고 있다”고 했다. 미국은 이날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이어갈 경우 추가 제재 등 대북 압박 정책으로 선회할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북한을 압박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무기고(arsenal)에 많은 수단을 갖고 있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과 국제 평화 안보에 가하는 위협, 그리고 광범위한 북한의 도전 등 북한의 위법 행위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기 위해 이런 수단을 계속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대화를 촉구해 온 그동안의 기조보다 한층 수위를 높여 북한에 경고하고 나선 것. 프라이스 대변인은 ‘북한이 대화 제의에 응답하지 않는 지금 상황에서 대화를 위해 선제조건 철회 등 추가 움직임이 필요하냐’는 질문엔 “어떤 선제 조건도 없다”고 못 박았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우리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북한 지도부에 안보리의 모든 결의에 따른 국제 의무를 준수하고 대화를 재개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북한이 12일 극초음속미사일(사진) ‘최종시험’ 발사를 성공했다고 밝혔다. 극초음속미사일 개발 공언 1년여 만에 완성을 선언한 것. 북한은 이번 미사일 사거리가 1000km에 달했다고 밝혀 중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극초음속미사일 전력화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 미사일이 실전 배치될 경우 북한은 핵을 실은 음속의 10배(마하10) 속도를 갖춘 미사일로 남한 전역을 3분대에 타격할 수 있다. 특히 저고도 변칙비행이 가능한 이 미사일은 한미의 미사일방어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북한 미사일 성능을 평가 절하했던 우리 군은 오판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북한 관영매체인 노동신문은 이날 “김정은 동지께서 1월 11일 국방과학원에서 진행한 극초음속미사일 시험 발사를 참관했다”며 “최종시험 발사를 통하여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의 뛰어난 기동 능력이 더욱 뚜렷이 확증됐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사일 발사 현장을 찾은 건 661일 만이다.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이례적으로 현장을 참관했다. 신문은 또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탄두부)는 거리 600km 계선에서부터 활공 재도약하며 초기 발사 방위각으로부터 목표점 방위각에로 240km 강한 선회기동을 수행해 1000km 수역의 설정 표적을 명중했다”고 주장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1일(현지 시간) ‘대북 정책의 방향을 바꾸는 데 시한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무기고(arsenal)에 많은 수단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이어갈 경우 추가 제재 등 대북 압박 정책으로 선회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청와대는 12일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성공 발표와 관련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北 ‘마하10’ 쏘면… 靑까지 1분, 사드기지 2분, 南전역 3분대 타격北 “극초음속으로 240km 강한 선회”… 변칙기동으로 탐지-요격 어려워사거리 300km 늘어 1000km… 우리軍 안일한 판단 책임론 커져김정은, 661일만에 시험발사 참관, 김여정도 동석… 2인자 입지 과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초 개발을 공언한 지 1년 만에 북한이 극초음속미사일의 최종 시험발사에 성공하면서 대북 요격망에 ‘빨간불’이 켜졌다. 러시아와 중국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전력화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 조만간 1∼3분 내에 한미 요격망을 뚫고 남한 전역을 기습 핵타격할 수 있는 ‘게임체인저’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상황을 간과한 채 “성능이 과장됐다” “진전됐다” 등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보인 군 지휘부의 오판 책임론도 거세다. ○ 청와대 1분 30여 초 등 南 전역 3분대 핵타격 가능북한이 11일에 쏜 극초음속미사일은 엿새 전(5일) 발사 때보다 훨씬 진전된 성능을 입증했다. 사거리는 1000km로 5일 발사 때보다 300여 km나 더 나갔다. 함북 최북단에서 남한 끝까지 닿는 거리다. 미사일에서 분리된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탄두부)’가 240km 강한 선회기동을 했다는 대목도 위협적이다. 5일 발사 때 ‘120km 측면기동’을 선보인 데 이어 한미 탐지·요격망을 회피하는 ‘장거리 변칙기동’에 성공했다는 의미여서다. 당초 군이 이 미사일의 사거리를 ‘700km 이상’이라고 얼버무린 것도 궤도를 수시로 바꾼 탓에 정확한 낙하지점을 놓쳤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최대 비행속도가 음속의 10배 안팎인 극초음속미사일은 자강도에서 쏘면 청와대는 1분 30여 초, 평택 미군기지는 1분 50여 초, 성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는 2분 30여 초면 도달한다. 유사시 남한의 어떤 표적이라도 3분대에 타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전술핵을 장착한 극초음속미사일을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등 과 섞어 대량으로 쏠 경우 현재의 한미 요격망으로 막기엔 역부족”이라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이날 극초음속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레일건’(전자기력으로 발사체를 쏘는 최첨단 무기) 등 신형 무기 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北 ‘초스피드’ 개발에 방심하다 허 찔린 軍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개발은 ‘초스피드’로 진행됐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1월 개발을 공언한 지 8개월 뒤 ‘화성-8형’을 첫 시험발사했고, 이후 4개월 만에 최종 시험까지 단 세 차례의 테스트를 거쳐 1년 만에 전력화 문턱에 닿은 것. 중국이 ‘둥펑(DF)-17’ 극초음속미사일을 5년여간 8, 9차례의 시험발사 끝에 완성한 것과 비교하면 북한의 ‘미사일 실력’이 상당한 수준임이 드러난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DF-17의 개발 과정과 거의 유사하지만 (북한은) 시험발사 횟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등 신속하고 압축적 개발에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합동참모본부와 군 연구기관은 5일 발사 당시 “(미사일의) 성능이 과장됐다” “극초음속미사일이 아니다”라고 했다가 11일 발사 직후엔 “진전됐다”고 번복된 평가를 내놓는 등 북한 극초음속미사일 기술의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다. 군 소식통은 “북한의 기술이 설마 이 수준까지 되겠냐고 방심하다가 완전히 허를 찔린 격”이라며 “안일한 판단으로 혼선을 초래한 군 지휘부의 책임이 크다”고 했다.○ 김정은 661일 만에 미사일 발사 참관김 위원장이 2020년 3월 21일 북한판 에이태킴스(KN-24) 발사 참관 이후 661일 만에 이번 극초음속미사일 최종 시험 현장을 찾은 건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은 그동안 무기 최종 완성 단계나 기술적 최종 확증 단계에서 현장 참관해 왔다”며 “이번에도 그러한 자신감이 드러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다음 도발 수순으로는 군 정찰위성 발사가 유력하게 거론된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미국이 북한 탄도미사일 개발의 핵심 역할을 맡아온 제2자연과학원(SANS) 관계자 등 7명과 1개 기관 대한 제재를 단행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지 40시간여 만에 전격적으로 신규 대북제재를 단행한 것이다. 특히 미국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 이번 대북제재의 분명히 배경이라고 밝히면서 북한이 도발을 계속하면 압박 수위를 더 높이겠다는 경고를 보냈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은 12일(현지시간) 오전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관련 프로그램의 물품 조달책임을 맡고 있는 개인 등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제재 대상에는 제2자연과학원에 미사일 개발 관련 물품을 제공해온 최명현 심광석 김성훈 강철학 편광철이 포함됐다. 이들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중국 다롄, 선양에 있는 제2자연과학원 산하 기관 대표 및 부대표로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위한 통신관련 장비나 소프트웨어, 화학물질, 철강 및 합금을 북한에 조달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재무부는 밝혔다. 재무부는 또 북한 무기 개발을 위한 물품 조달 활동에 연루된 오영호와 러시아인 로만 아나톨리비치 알라르, 러시아 회사 파섹LLC 등도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 미국의 제재 리스트에 오르면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 기업과의 거래 금지, 미국 비자 발급 제한 등의 조치가 가해진다. 제2자연과학원은 1964년 설립된 북한의 군사무기 개발 연구소로 산하에 60여개 연구소를 갖추고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탄도미사일 등의 개발을 주도해온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2010년부터 제2자연과학원을 제재 기관으로 지정하고 있다. 특히 재무부는 “이번 제재는 북한의 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막고 관련 기술을 확산시키려는 북한의 시도를 저지하려는 미국의 노력”이라며 “북한은 2021년 9월 이후 6차례에 걸쳐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다”고 제재 사유를 밝혔다.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가 대북제재의 이유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앞으로 추가도발에 나서면 계속 대응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인 탄도미사일 발사를 거듭하는데도 안보리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단독으로 자체 제제에 나서겠다는 것. 특히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을 발사한 지 이틀도 안돼 대북제재에 나선 것을 두고 바이든 행정부가 대화와 함께 압박을 병행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기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브라이언 넬슨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은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국제사회의 외교와 비핵화 요구에도 북한이 금지된 프로그램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과의 대화와 외교를 모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북한의 불법 무기 개발 프로그램이 미국과 국제사회에 미치는 위협에 대해선 계속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계속 도발에 나설 경우 추가 제재 단행으로 북한을 압박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앞서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도 11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우리는 무기고(arsenal)에 많은 수단을 갖고 있다”며 “북한의 위법 행위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기 위해 이런 수단을 계속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북한이 대화 제의에 응답하지 않는 상황에서 대화를 위한 선제조건 철회 등 추가 움직임이 필요 하느냐’는 질문엔 “어떤 선제 조건도 없다”고 했다. 북한이 대화 조건으로 내걸 고 있는 적대 정책 철회와 관련해 추가 조치를 취할 계획이 없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현재로선 대화가 실행 가능한 선택”이라며 “(대화를 위해)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북한의 책임”이라고 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상원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규정을 개정해서라도 투표권 강화 법안을 통과시킬 것을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이민자 등의 투표권을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공화당에 맞선 것. ‘1·6 의사당 난입 사태’에 연루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을 “쿠데타 세력”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바이든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결집의 승부수를 던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조지아주 애틀랜타대 연설에서 “우리는 원칙보다 권력을 중시하는 세력, 즉 쿠데타를 시도한 세력에 맞서기 위해 여기 모였다”며 “‘투표 자유법’을 통과시켜라”고 말했다. 투표 자유법은 상원에 계류 중인 ‘투표자유법’과 ‘존 루이스 투표권 증진법’ 등을 말한다. 최근 공화당은 의회를 장악한 10여 개 주에서 이민자 등의 부정투표 방지를 명분으로 투표권 행사를 까다롭게 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민주당은 이에 맞서 연방정부가 주 정부 차원의 투표권 제약을 막고 민주당 지지자들이 많이 참여하는 우편투표 등을 확대하는 투표 자유법을 내놓은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상원에선 50 대 50으로 찬성한다. 51명의 대통령이 있다는 뜻”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원 의석을 민주당과 공화당이 50석씩 나눠가지면서 주요 법안들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비판한 것이다.특히 그는 “상원은 껍데기가 됐다”며 “필리버스터를 없애는 것을 비롯해 상원 규칙을 바꾸지 않고는 다른 선택이 없다”고 했다. 필리버스터를 중단할 수 있는 규정을 기존 ‘60석 이상 동의’에서 ‘51석 이상’으로 바꿔 법안을 표결할 수 있도록 하자는 얘기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직후 미국 서부 공항에서 ‘이륙금지(ground stop)’ 명령이 내려진 것을 둘러싸고 의문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는 11일(현지시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예방적 조치 차원에서 10일 밤 서부 해안 일부 공항에서 항공기 이륙을 정지시켰다”며 “이 같은 조치는 15분간 이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FAA는 정기적으로 예방적 조치를 취한다. 이번 그라운드 스톱 조치 관련 과정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이륙금지 조치의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채 일시적인 ‘예방적 조치’라고 밝힌 셈이다. CNN은 “북한 미사일 발사 직후 이륙 금지 조치가 발동됐다”고 보도했다. 이륙금지 조치가 발동된 시간은 현지시간 10일 오후 5시반경부터 15분가량. 한국 시간으로 11일 오전 7시 30분으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지 3분 뒤다. 특히 미국 군사전문 매체 등에 따르면 이번 이륙금지 조치는 서부 해안 공항뿐만 아니라 하와이와 애리조나 공항 등에도 발동이 됐으며 관제탑 무전에서 ‘전국적 이륙금지’, ‘국가안보 위협’ 등의 대화가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전국적 이륙금지’는 2001년 9·11 테러 때 사상 처음으로 발동됐던 조치다. 이 때문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경보를 잘못 발령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020년 러시아의 미사일 훈련 당시에도 이 미사일이 독일의 미군 공군기지를 향해 발사된 것으로 잘못 판단해 경보가 발령된 적이 있다는 것. 하지만 CNN에 따르면 북미항공우주방위군(NORAD)은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미국에 대한 잠재적 위협 경보를 내린 적이 없다”고 밝혔다. 북한 미사일 발사가 감지되면 NORAD에서 곧바로 미국 본토에 위협이 되는지 평가하며 FAA 역시 NORAD 상황실에 파견돼 있기 때문에 북한 자강도 일대에서 700㎞ 떨어진 곳에 떨어진 북한 미사일을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으로 오판해 이륙금지 조치를 내릴 가능성이 낮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해킹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난해 1월에는 뉴욕 관제탑에 미국의 공습으로 사망한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거셈 솔레이마니에 대한 복수를 언급하며 “국회의사당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는 기계음으로 된 가짜 무전이 접수된 적이 있다고 미 CBS가 보도하기도 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회담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 단행할 제재와 관련해 한국을 주요 협의 대상국으로 꼽았다. 미국이 러시아에 휴대전화 등 전자제품 수출을 금지하는 이른바 ‘중국 화웨이식’ 고강도 수출 규제와 관련해 유럽과도 “집중 논의 중”이라고 밝힌 가운데 한국에도 러시아 제재 참여를 요구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美, 韓도 러 제재 협의 주요 대상국 꼽아미 국무부 대변인실은 ‘러시아 제재와 관련해 한국과 협의 계획이 있느냐’는 동아일보의 질의에 “한국은 우리가 긴급한 글로벌 도전과 관련해 협의하는 핵심 동맹국”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크라이나를 향한 러시아의 지속적인 공세는 세계 안보의 심각한 위협으로 모든 동맹국의 우려”라고 덧붙였다. 러시아에 대한 금융·수출 제재와 관련해 한국이 협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뜻을 밝힌 것이다. 앞서 뉴욕타임스(NYT)와 블룸버그 등은 “미국산(産) 반도체나 소프트웨어가 사용된 한국과 유럽의 휴대전화나 세탁기, 냉장고 등 전자제품의 러시아 수출을 금지하는 수출 제재가 검토되고 있다”며 한국산 전자제품 수출 통제를 콕 집어 보도했다. 10일 세르게이 럅코프 러시아 외교부 차관과 스위스 제네바에서 전략안정대화를 마친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회담 후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중대한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럽이 러시아에 대한 전자제품 수출 통제에 동참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수출 통제에 대해 동맹국과 집중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당장 러시아 주요 은행에 대한 제재나 전자제품 수출 금지 등에 나설지는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이란 등과 달리 고강도 제재가 경제에 미칠 파장이 큰 데다 에너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러시아가 보복에 나서면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교 소식통은 “실제 제재가 이루어지려면 거쳐야 할 단계가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러, 첫 고위급 협상서 평행선8시간에 걸친 전략안정대화에서 미국과 러시아는 평행선을 달렸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금지, 나토군의 동유럽 철수 요구를 이어갔고, 미국은 “애당초 고려 대상이 아니다(non-starter)”라고 일축하면서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러시아군의 철수를 촉구했다. 럅코프 차관은 회담을 마친 뒤 “러시아는 우리 영토에서 (군사) 훈련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며 “우리의 반대자들이 뭐라고 하든 상관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상이 실패할 경우 러시아의 대응이 군사·기술적 성격을 띠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미국과 러시아가 일단 추후 회담을 이어가기로 합의하면서 회담 조기 파행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회담 결과에 따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언제든 군사 공격을 명령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열어줬지만 실제 침공은 없을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제재의 핵심 축인 유럽연합(EU) 내에선 우크라이나 협상의 중심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 “EU 리더들이 외교적 협상 테이블에서 제외되는 데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일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회담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 단행할 제재와 관련해 한국을 주요 협의 대상국으로 꼽았다. 미국이 러시아에 휴대전화 등 전자제품 수출을 금지하는 이른바 ‘중국 화웨이식’ 고강도 수출규제와 관련해 유럽과도 “집중 논의 중”이라고 밝힌 가운데 한국에도 러시아 제재 참여를 요구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美, 韓도 러 제재 협의 주요 대상국 꼽아미 국무부 대변인실은 ‘러시아 제재와 관련해 한국과 협의 계획이 있느냐’는 동아일보의 질의에 “한국은 우리가 긴급한 글로벌 도전과 관련해 협의하는 핵심 동맹국”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크라이나를 향한 러시아의 지속적인 공세는 세계 안보의 심각한 위협으로 모든 동맹국의 우려”라고 덧붙였다. 러시아에 대한 금융·수출 제재와 관련해 한국이 협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뜻을 밝힌 것이다. 앞서 뉴욕타임스(NYT)와 블룸버그 등은 “미국산(産) 반도체나 소프트웨어가 사용된 한국과 유럽의 휴대전화나 세탁기, 냉장고 등 전자제품의 러시아 수출을 금지하는 수출제재가 검토되고 있다”며 한국산 전제제품 수출 통제를 꼭 집어 보도했다. 10일 러시아 세르게이 랴브코프 외교부 차관과 스위스 제네바에서 전략안정대화를 마친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회담 후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중대한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럽이 러시아에 대한 전자제품 수출통제에 동참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수출 통제에 대해 동맹국과 집중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당장 러시아 주요 은행에 대한 제재나 전자제품 수출 금지 등에 나설지는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이란 등과 달리 고강도 제재가 경제에 미칠 파장이 큰 데다 에너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러시아가 보복에 나서면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교소식통은 “실제 제재가 이뤄지려먼 아직 거쳐야 할 단계가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러, 첫 고위급 협상서 평행선이날 8시간에 걸친 회의 전략안정대화에서 미국과 러시아는 평행선을 달렸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금지, 나토군의 동유럽 철수 요구를 이어갔고, 미국은 “애당초 고려 대상이 아니다(non-starter)”라고 일축하면서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러시아군 철수를 촉구했다. 랴브코프 차관은 회담을 마친 뒤 “러시아는 우리 영토에서 (군사) 훈련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며 “우리의 반대자들이 뭐라고 하든 상관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상이 실패할 경우 러시아의 대응이 군사·기술적 성격을 띠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미국과 러시아가 일단 추후 회담을 이어가기로 합의하면서 회담 조기 파행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회담 결과에 따라 푸틴이 언제든 군사 공격을 명령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열어줬지만 실제 침공은 없을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라며 “푸틴 입장에서는 중국에 초점을 맞춘 미국, 브렉시트로 정신없는 영국,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퇴임한 독일 등 러시아가 유리한 상황을 활용해 나토 확대를 막아보려는 의도”라고 전했다. 러시아 제재의 핵심축인 유럽연합(EU) 내에선 우크라이나 협상의 중심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 “EU 리더들이 외교적 협상테이블에서 제외되는데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일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세르게이 럅코프 러시아 외교부 차관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10일 우크라이나 사태 해법 담판을 위한 전략안정대화(SSD)에서 만났다. 하지만 러시아가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에 배치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병력 철수부터 요구하고 나서면서 출발부터 팽팽한 신경전으로 흘렀다. 이날 담판에 앞서 전날 셔먼 부장관은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럅코프 차관은 국방부 차관과 함께 제네바 미국대사관에서 2시간가량 ‘2+2 실무 만찬’을 했지만 이견만 노출했다. 미 국무부는 “셔먼 부장관이 주권과 영토 보전, 주권국가가 동맹을 선택할 자유에 대한 미국의 결의를 강조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또 “유럽 동맹 및 파트너들 없이 유럽 안보 문제를 논의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라는 러시아 요구에 선을 그었다. 럅코프 차관은 만찬 뒤 “(10일 회담에서) 다가올 이슈들의 핵심 논의에 바로 돌입할 것이기 때문에 회담은 어려울 것”이라며 “우리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고 했다. 나토 동진(東進) 중단 등에 대한 미국의 확약을 요구하며, 별 소득이 없다면 연쇄 회담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 12일에는 나토-러시아위원회(NRC), 13일에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 러시아 간 회담이 이어진다. 우크라이나의 운명을 가를 연쇄 회담 전초전부터 미-러가 격한 신경전을 벌이면서 극적인 타협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러시아의 침공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9일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나토는 유럽에서의 새로운 무력 충돌에 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미국도 러시아 제재 준비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미국 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NSC)은 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 등 대(對)러 강경파들과 화상회의를 갖고 우크라이나 침공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10일 잇단 방송 인터뷰에서 “회담에서 돌파구가 생기리라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목표는 옛 소련 지역 국가들을 다시 러시아 세력권으로 두는 것”이라며 “이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대결을 선택한다면 우리는 매우 단호하게 다룰 준비가 돼있다”고 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러시아의 침공 우려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미국-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러시아 간 담판이 10일부터 13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협상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군사 충돌로 악화될지, 외교 해법을 찾을지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 세계에 충격을 미칠 새로운 화약고가 될지, 극적 타협으로 군사적 충돌 위기에서 벗어날지 가를 운명의 한 주가 시작됐다. 미국을 시작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유럽안보협력기구(OSCE)가 잇따라 러시아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 해법 도출을 위한 담판에 나선다. 러시아가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는 가운데 미국에선 한국산(産)을 포함한 주요 전자제품의 러시아 수출 금지와 러시아 최대 은행기관을 국제 금융 거래에서 차단하는 금융 제재가 동시에 거론되기 시작했다. ○ 美 “일부 합의 가능성”에 러 “양보 안 해”이번 연쇄 회담의 하이라이트는 10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미-러 전략안정대화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선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이, 러시아에선 세르게이 럅코프 외교차관이 협상에 나선다.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나토-러시아위원회(NRC) 회의, 13일에는 OSCE와 러시아 간 협상이 이어진다. 러시아는 연쇄 회담에서 미국에 요구한 안보협정을 재차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안보협정에는 1997년 이후 나토에 가입한 동유럽 국가들에 나토 병력과 무기 배치 중단,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중단, 러시아 영토를 사거리로 하는 지역에 중·단거리 미사일 배치 금지 등이 담겨 있다. 미국과 나토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 등 ‘나토 동진(東進)’을 제한하는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일축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7일 “모든 국가가 자국의 길을 결정할 권리가 있다. 핵심 원칙에서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8일 브리핑에서 미사일과 군사훈련에 대해선 “(합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밝혔다. 미-러가 동시에 유럽과 러시아의 일정 구역 내에 서로를 겨냥한 미사일을 배치하지 않는 새로운 합의를 체결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협상 전망이 밝지는 않다. 로이터에 따르면 러시아의 럅코프 차관은 9일 “(미국과 유럽연합·EU가 보내는 신호에) 실망했다. 미국이 러시아에 일방적으로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며 “(10일 회담에서)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거나 어떤 양보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양국 외교장관도 회담을 앞두고 거친 신경전을 벌였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7일 “(러시아의) ‘가스라이팅’을 예전에도 본 적 있다”며 “최근 역사에서 보듯 러시아 군대가 주둔하면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힘들다”고 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미군이 주둔하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은 300년 미국 역사에서 배울 수 있다”고 맞받아쳤다.○ “러 제재 땐 韓 기업 수출 전자제품도 포함”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미국이 단행할 제재의 구체적 윤곽도 드러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 익명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우크라이나 침공 시 미국은 곧바로 러시아 최대 은행들을 ‘국제 은행 간 통신망(SWIFT)’에서 퇴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은행들은 한국을 포함해 세계 200개국과 거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WIFT에서 퇴출되면 이 은행과 거래하는 은행들도 제재 대상이 돼 한국 기업들이 러시아에 수출하고도 수출대금을 제때 받지 못할 수 있다. 미국이 고려하는 다른 핵심 경제 제재는 수출 통제 조치다. NYT는 “미 상무부는 휴대전화 노트북부터 냉장고와 세탁기 같은 소비재 수출을 통제할 수 있다”며 “미국 제품뿐 아니라 미국산 반도체와 소프트웨어가 들어간 한국 유럽 등 외국산 제품도 포함된다”고 보도했다. 한국산을 처음으로 꼭 집어 언급한 것. 러시아 시장에서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휴대전화 세탁기 냉장고 같은 주요 가전 분야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분명한 것은 러시아가 심각한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우리 정부는 북한이 “극초음속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힌 6일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임기 말 남북 관계 개선에 나선 문재인 정부가 북한 눈치를 보느라 또다시 지나치게 저자세로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는 이날 이번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한미 대응 등을 묻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공유할 소식이 없다”고 밝혔다. 공식적으로 비판 또는 유감 표시를 하지 않은 것. 정부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전날에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고 ‘우려’는 표명했지만 ‘비판’은 하지 않았다. 이번 미사일 발사를 ‘도발’이라 지칭하지도 않았다. 북한의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는 명백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행위다. 통일부 당국자도 이날 “북한의 발사 의도를 어느 한 방향으로 단정하지 않고 있다”고만 했다. 북한의 이번 도발이 대외용이 아닌 자체 국방력 강화 계획에 따른 것일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 내에선 북한이 이번에 ‘레드라인’을 넘지 않았다는 점에서 오히려 대화 의지가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미사일 도발에 대한 한미 간 기류 차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미 국무부는 5일(현지 시간) 북한의 발표 후 동아일보의 질의에 “우리는 역내 그리고 국제사회를 불안정하게 하는 북한의 계속된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상과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는 입장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블링컨 장관은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는 별도 통화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한미 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지난해 1월 6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된 대선 결과에 불복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미국 국회의사당에 난입해 폭력 시위를 벌인 ‘1·6 의사당 난입 사태’ 1주년을 하루 앞둔 5일 오후 8시. ‘1월 6일, 기억하고 행동해야 할 날’을 슬로건으로 내건 화상 모임이 시작되자 곧 1000명 넘는 이들이 모여들었다. 사회를 맡은 프랜시스 아뇰리 씨는 “최근 ‘민주주의와 선거 지원 국제기구(IDEA)’에 따르면 미국은 민주주의가 퇴보해 처음으로 브라질 인도 헝가리 폴란드와 같은 그룹으로 묶였다”며 “희망은 멀고 슬픔과 분노 공포 혼돈 냉소가 아직도 바로 앞에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유대교 랍비인 샤론 브루스 씨는 “끔찍한 폭력으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정의를 원한다”며 “오늘이 새로운 미국이 되는 촉매제가 되기 바란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정치적 양극화가 우리 가족과 지역사회, 이웃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민주주의를 되살리기 위해 내가 할 일은 무엇인가’ 등의 질문을 나누며 각자 의견을 적기도 했다. 비영리 천주교 단체인 ‘프란치스코 행동 네트워크’ ‘충실한 민주주의 연합’을 비롯한 각종 시민단체들이 주최한 이 행사는 1·6 의사당 난입 사태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5, 6일 미국 전역에서 열린 약 330개 온·오프라인 집회 중 하나다. 모임을 주최한 미셸 던 프란치스코 행동 네트워크 이사는 동아일보에 “1월 6일은 국가적 상처가 됐다. 일부는 여전히 두려워하고 다른 일부는 여전히 (선거 결과를) 부정한다”며 “더 심한 정치적 폭력과 민주주의 쇠퇴를 막기 위해 이 상처는 반드시 치유돼야 한다”고 말했다. 1·6 의사당 난입 사태는 미국 민주주의 역사상 가장 수치스러운 사건의 하나로 꼽힌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사당 폭력 시위 과정에서 시위대 4명과 경찰 5명이 숨지고 140여 명이 다쳤다. 6일 오전 미 의회는 폭력 시위가 벌어진 의사당 내셔널 스태추어리 홀에서 1주년 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에는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참석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날을 세웠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전 대통령이 민주주의에 위협을 드리우고, 계속해서 법치주의를 해치고 있는지 똑똑히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폭력 시위 참가자에게 국한됐던 수사와 처벌의 화살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을 향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시위대를 선동했다는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법무부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할지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초 6일 열기로 했던 맞불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그 대신 15일 애리조나에서 집회를 열고 대선이 부정 선거였다는 주장을 이어갈 계획이다. 미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와 시장조사 기업 모멘티브가 1∼3일 미국인 2649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미국인의 42%는 여전히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북한의 새해 첫 미사일 도발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 노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임기 끝까지 종전선언을 비롯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추진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북한의 명백한 도발에 ‘면죄부’를 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군에 따르면 5일 오전 8시 10분경 자강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1발이 발사됐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지난해 10월 신형 ‘소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이후 78일 만이다. 미사일은 40∼50km의 정점고도로 400여 km를 날아간 뒤 추적 레이더에서 사라졌다고 한다. 군은 추가 분석을 통해 500km 이상 비행한 걸로 보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 3시간 뒤 문 대통령은 강원 고성군 제진역에서 열린 ‘동해선 강릉∼제진 철도 건설 착공식’에 참석해 “오늘 아침 북한의 미상의 단거리 발사체 시험 발사로 긴장이 조성되고 남북관계 정체가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면서도 “이런 상황을 근원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대화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도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회의를 연 뒤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하지 않고 대화 재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국무부는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입장을 묻는 동아일보의 질의에 “미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며 “이는 여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위반한 것이고 북한의 이웃 국가들과 국제사회에 위협이 된다”고 밝혔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데이비드 스틸웰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2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미가 최신화하기로 합의한 연합작전계획(작계·OPLAN)에 대해 “중국에 의해 초래되는 장기적인 안보 문제에도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미 연합군의 작계에 북한뿐 아니라 중국의 위협에 대한 대응이 포함돼야 한다는 의미다. 한미 외교가에선 이 문제가 한미 동맹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스틸웰 전 차관보는 미중 충돌의 핵심으로 떠오른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도 “왜 (대만 방어에) 한국이 기여하지 않아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스틸웰 전 차관보는 미국 합동참모본부 아시아담당 부국장을 거쳐 도널트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9~2020년 한국 등 동아시아태평양 지역 외교 정책을 총괄하는 동아태 차관보를 지냈다. 지난해 1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으로 퇴임한 스틸웰 전 차관보가 국내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터뷰는 이메일로 이뤄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미 작전계획에 중국에 대한 대응이 포함돼야 한다고 보나. “개념은 타당하다. 한미동맹은 여러 위협들에 지속적으로 적응해야 한다. 북한은 핵과 화학무기, 재래식 무기로 즉각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있지만, 우리는 중국에 의해 초래되는 장기적인 안보 문제에도 대처해야 한다. 왜 한국이 한반도는 물론 더 넓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지원하는 데 관심을 갖지 않겠는가. 한국인에게는 둘 다 매우 중요하다.” ―한국이 대만을 보호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왜 한국이 기여하지 않아야 하는가? 남중국해와 (대만이 있는) 동중국해를 통과하는 무역과 에너지 수송에 혼란이 일어나면 일본만큼이나 한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국은 2013년 방공식별구역(ADIZ)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한국의 주권을 위협하는 이어도 영유권 문제도 포함돼 있다. 중국군은 또 한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과 인접한 영공과 한반도의 서쪽, 최근에는 동쪽에서도 불필요하게 (군사) 활동을 늘리고 있다. 이런 공세는 한국이 미국 일본과 함께 설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시험하는 것이다. 중국의 공세는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미 동맹의 역량은 한반도에서 (일어날) 한 가지 급변사태에만 국한될 수 없다.” ―한국이 미중 간 ‘전략적 모호성’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나는 ‘우리가 미국과 중국 중에 선택하도록 하지 말라’는 진부한 얘기를 자주 듣는다. 한국은 민주주의와 인간의 존엄성, 법치주의를 약속했을 때 이미 선택을 했다. 중국을 화나게 하지 않는 것과 한국과 한미동맹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 사이에서 선택을 할 때는 (안보 분야만이 아니라) 동맹협력 전체의 틀에서 이해해야 한다. 미국은 일본에 이어 한국에 두 번째로 투자를 많이 하는 국가다. 미국과 일본은 한국 내 외국인 직접투자의 40%를 차지한다. 중국은 3% 정도다. 미국 기업들은 꾸준히 한국과 손을 잡고 한국이 지금 세계를 뒤흔드는 산업을 발전시켜 왔다. 1960~1970년대 포드는 현대와 제휴했고 1970~1980년대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 시동을 건 것은 모토롤라와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였다. 이건 고마움의 문제가 아니라 두 가지의 전혀 다른 경제협력 접근법에 대한 얘기다. 하나(한미 협력)는 상호 이익이 되는 관계이고 다른 하나(한중 협력)는 약탈적인 관계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다자협력체인 ‘쿼드’나 ‘쿼드 플러스’에 한국 참여를 논의한 적이 있나. “한국은 북한과 중국이라는 역내 안보 우려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한미 동맹에 최대한 기여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은 상당부분 아세안에 대한 미국의 정책과 맞물려 있다. 한국이 아세안에 지속적이고 생산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큰 틀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을 지원하는 것이다.” ―한국은 미국의 베이징 겨울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은 직전 대회인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의 개최지라는 점 때문에 자국이 (베이징 올림픽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캐나다는 1976년 겨울올림픽을 개최하고도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자 1980년 모스크바 겨울올림픽을 보이콧했다. 트럼프, 바이든 행정부는 모두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자행되고 있는 중국의 행동을 집단 학살(제노사이드)로 규정하고 있다. 다른 국제기구들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베이징 올림픽 참가를 재고하지 않더라도 인권을 옹호할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이 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유감스러울 것이다. 세계인권선언을 위반하는 중국의 행동을 조용히 방관하는 것은 (중국과) 공모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전시작전권 전환 시점을 두고 한미 간 이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는 (전작권 전환 시점을 담은 문서인) ‘전략동맹(SA) 2012’와 ‘SA 2015’ (작성)에 참여한 적이 있다. 한국 정치권이 선거에서 전작권 전환에 대해(전작권 전환을 약속해) 표를 얻었지만 ‘SA 2012’와 ‘SA 2015’를 위해 투자하고 훈련하고 연습할 때가 되자 한국은 두 번이나 (전환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2014년 이후엔 전작권 전환 조건과 관련해 미세한 수정이 이어지면서 이 문제가 어떻게 흘러가는지조차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다. 미국은 계속 기준을 달성하고 있지만 한국은 목표 달성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못하면서 양국 관계에 상당히 껄끄러운 문제(irritant)가 되고 있다. 한국이 (전작권 전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한국을 빈틈없이 방어할 수 있는 한미연합사령부의 현재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에 투자해야 한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한미 연합훈련이 축소·취소된 것이 전작권 전환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나. “2019, 2020년 훈련 축소에 대해 언급할 수는 없지만, 훈련 축소가 북한과의 대화에 어떤 이득도 주지 못했다는 것은 우리 모두 동의할 수 있다. 훈련을 줄이는 것은 동맹 역량을 약화시킬 뿐 북한을 비핵화에 개방적으로 만들지 못했다.” ―2019년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사태 당시 한일 중재에 나섰는데. “북한의 미사일은 한국뿐 아니라 한국에 체류하는 주한미군 등 미국인, 그리고 일본인 등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한국이 지소미아에서 빠지겠다고 위협한 것은 미군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었다.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상당수는 급변사태가 발생하면 한국을 방어하러 올 자원들이다. 일본에 대해 불쾌감을 표현하려면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들이 있다.”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조언을 한다면…. “한국과 일본이 역사 문제에 집중하는 대신 현재 한일 모두에게 공통으로 안보 위협이 되는 문제를 명확히 인식하고 집중하는 게 필요하다. 일본은 대만에 대한 중국 정부의 위협적인 행동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현재와 미래의 중요한 도전에 대해 협력하면 한일 관계를 개선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종전선언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한마디로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가장 큰 리스크는 종전선언이 무엇을 뜻하느냐에 대한 오해를 불러 올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어떤 결정이 됐든 한미 동맹 차원에서 내려져야 한다. 핵심은 북한이 한국과 미국의 약속을 믿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북한은 조선노동당을 없애기 위한 (한국과 미국의) 공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믿을 때까지 핵과 미사일이 필요하다고 느낄 것이다. 북한을 뒤쫓아 대화를 하는 것은 결코 통하지 않는다. 북한이 스스로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점점 더 강한 압박을 가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북한 비핵화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나.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좋지 않다. 그냥 정략결혼일 뿐이다. 미국인 상당수는 북한과 중국이 자연스러운 동맹이라고 믿고 있지만 사실 북-중 관계는 1979년 전쟁을 벌인 중국과 베트남의 관계와 비슷하다. 아직 레버리지로 활용하지 못한 (북-중 관계의) 이런 점들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북한 문제가 바이든 정부 외교정책의 최우선 과제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북한이 언제 미국과 대화를 하고 싶어 하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일반적으로는 제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유일하게 다른 이유로 대화에 나서려 했던 때가 2017년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낮추기 위해서였다. 슬프게도 북한은 하노이에서 기회를 놓쳤다. 그런 기회는 다시 없을 것으로 보인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대사(사진)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6·25전쟁 종전선언에 대해 “종전선언에 서명한 다음 날 과연 뭐가 바뀌는지 자문해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해리스 대사는 4일(현지 시간) 워싱턴타임스 재단 주최로 열린 화상세미나에서 “종전선언은 평화협정이 아니다”면서 “나는 항상 종전선언이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것은 정전협정이라고 불리며 수십 년간 잘 작동해왔다”고 말했다. 비핵화를 전제로 한 평화협정과 달리 종전선언은 정전협정과 다를 바가 없다는 의미다. 해리스 전 대사는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서도 “북한과의 대화 요구가 위협에 대응할 능력을 희생시키는 대가로 이뤄져서는 결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그저 북한이 협상장으로 나오게 하기 위해 (북한에 대한) 제재나 연합훈련을 완화해서는 안 된다. 이는 실패로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 존 커비 대변인은 4일(현지 시간) 한미 연합작전계획(작계)에 중국에 대한 대응이 담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 “(지난해 12월 한국에서 열린)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한 발언을 살펴보라”고 했다. 오스틴 장관은 당시 “지역 관심사를 해결하기 위해 동맹의 초점을 넓힐 방법을 논의했다”고 했다. 일각에선 작계에 중국 문제가 포함될 여지를 남긴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대사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6.25전쟁 종전선언에 대해 “종전선언에 서명한 다음날 과연 뭐가 바뀌는지 자문해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해리스 대사는 4일(현지시간) 워싱턴타임스 재단 주최로 열린 화상세미나에서 “종전선언은 평화협정이 아니다”라면서 “나는 항상 종전선언이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것은 정전협정이라고 불리며 수십 년간 잘 작동해왔다”고 말했다. 비핵화를 전제로 한 평화협정과 달리 종전선언은 정전협정과 다를 바가 없다는 의미다. 해리스 전 대사는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서도 “북한과의 대화 요구가 위협에 대응할 능력을 희생시키는 대가로 이뤄져서는 결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그저 북한이 협상장으로 나오게 하기 위해 (북한에 대한) 제재나 연합훈련을 완화해서는 안 된다. 이는 실패로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 존 커비 대변인은 4일(현지시간) 한미 연합작전계획(작계)에 중국에 대한 대응이 담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 “(지난해 12월 한국에 열린) 한미 안보협의회(SCM)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한 발언을 살펴보라”고 했다. 오스틴 장관은 당시 “지역 관심사를 해결하기 위해 동맹의 초점을 넓힐 방법을 논의했다”고 했다. 일각에선 작계에 중국 문제가 포함될 여지를 남긴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부는 5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북한의 불법적인 무기 프로그램이 (역내 안보환경을) 불안정하게 하는 효과(destabilizing impact)를 부각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태평양 사령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는 탄도미사일 발사를 인지하고 있으며 동맹국 및 파트너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다만 인도태평양 사령부는 “이번 사건이 미국과 동맹의 영토와 인명에 즉각적인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일본을 방어한다는 약속은 철통(ironclad)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인도태평양 사령부의 성명 내용은 지난해 10월 19일 북한이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당시 인도태평양사령부는 “북한은 지역 불안정을 조성하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 국무부와 국방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입장을 묻는 본보의 질의에 “인도태평양 사령부 입장을 참고하라”고 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인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미국이 강경 대응을 자제하고 있는 것은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고 있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 국무부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4시간 전 진행된 전화브리핑에서 “미국은 북한과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한반도에서 항구적인 평화를 달성하는데 전념하고 있다”며 “북한과 전제조건 없이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미국과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등 핵무기 보유 5개국 정상이 3일 ‘핵전쟁 방지와 군비 경쟁 방지’ 공동성명을 발표하자 미국과 갈등 관계인 러시아와 중국은 즉각 환영하고 나섰다. 반면 미국 조야(朝野)에선 동맹에 대한 핵우산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프랑스도 성명 도출 과정에서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이 5개국(P5) 정상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핵무기는 방어적 목적으로만 사용돼야 하며 침략을 억제하고 전쟁을 방지하는 용도로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핵무기의 의도치 않은 사용을 막기 위한 국가적 조치를 유지하고 더욱 강화할 생각”이라며 “핵무기가 서로, 또는 다른 어떤 국가도 겨냥하지 않는다는 것을 재확인한다”고 명시했다. 이번 공동성명은 4일 열릴 예정이던 핵확산금지조약(NPT) 전체회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연기된 가운데 나왔다. 특히 9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국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러시아 간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최종 담판이 될 수 있는 연쇄 회담을 앞둔 상황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서방과 러시아, 중국 간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나온 이례적인 성명”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성명을 내고 “이번 공동성명은 우리 주도로 이뤄졌다”며 “이런 정치적 성명이 국제적 긴장 수준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AFP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공동성명은 강대국 간 경쟁을 화합과 협력으로 바꿀 것”이라면서도 “안보를 위한 핵무기 현대화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프랑스는 이 성명이 핵 억지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면서 성명에 ‘침략을 억제하고’라는 문구를 반영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미국 백악관은 공동성명에 대한 별도 성명이나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미국 의회연구소(CRS)는 3일 오후 내놓은 ‘미-러 군비 통제’ 보고서에서 “일각에선 이 공동성명이 지역 분쟁(regional conflict)에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제외시켜 대규모 재래식 및 사이버 공격 억지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이 공동성명이 미국 먼저 핵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선제 핵 불사용(No First Use)’ 원칙이나 직접 핵무기 공격을 받지 않는 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단일 목적(Sole Purpose)’ 원칙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올해 초 발표하는 핵태세검토(NPR) 보고서에 이런 내용을 반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한국 일본이나 유럽 동맹국에서 전쟁이 나도 미국이 직접 핵무기 공격을 받지 않는 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이 보고서는 “최근 안보 환경에서 이 공동성명의 가치에 대한 의구심이 나온다”며 “일부는 지역 분쟁에서 핵무기 가치를 포기하는 이 성명을 따르려면 (미국이) 핵무기 배치 정책을 수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