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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태풍 ‘위투’의 영향으로 사이판에 발이 묶인 국민들을 이송하기 위해 28일에도 군 수송기로 괌에 수송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27일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공지문자를 통해 “사이판 공항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는 있으나, 28일 사이판에서 괌까지 우리 여행객 300여 명을 추가로 수송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군 수송기편으로 괌에 도착할 여행객들의 신속한 귀국을 위해 국토부 및 항공사 등과 협조해 28일 오후(현지시간) 출발하는 괌-인천 간 항공기 2대를 증편했다고도 설명했다. 사이판 공항은 28일(현지시간) 오전부터 재개됐으나 공항 관리인원이나 시설 사용가능이 제한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에서도 자체적으로 사이판-인천 직항편을 띄워 300명 정도의 탑승객을 싣고 곧바로 귀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7일 긴급 투입된 우리 군 수송기는 두 차례에 걸쳐 국민 161명을 사이판에서 괌으로 수송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괌으로 빠져나온 이들 가운데 20여 명은 이날 오후 9시 경 한국에 도착했고 나머지 140명 정도가 28일 새벽 국적기로 귀국했다”고 전했다. 당초 1차 탑승객 85명, 2차 탑승객 76명이 차례로 귀국할 예정이었으나 수속절차가 늦어지면서 새벽 도착 인원이 많아졌다. 기후 사정에 따라 28일 많게는 600여 명이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면 사이판에 고립된 나머지 국민은 1000명에 이르게 된다. 외교부는 “29일(월)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티웨이 항공 등에서 자체 항공편을 이용해 모두 수송시킬 계획이다. 항공사와 국토교통부와 협의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초대형 태풍 ‘위투’가 24, 25일(현지 시간) 사이판섬을 강타해 대부분의 지역이 폐허로 돌변하면서 한국인 관광객 1800여 명이 오도 가도 못하는 노숙인 신세가 됐다. 현지 공항은 폐쇄됐으며 숙박시설이 부족해 많은 관광객들이 호텔 로비나 사무실 등에서 뜬눈으로 밤을 보내야 했다. 물과 전기 공급이 끊기고 식당도 상당수 운영이 중단돼 임산부나 노약자들은 건강에 위협을 받고 있다. 가족 여행을 왔다가 한순간에 ‘난민 가족’이 된 관광객은 정부의 소극적인 대처에 불만을 터뜨렸다. ‘안전에 유의하라’는 원론적 수준의 로밍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 외에 다른 초동대응이 없었다는 것이다. 관광객들은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숙박 정보나 구호물품 등을 주고받으며 ‘자력갱생’했다. 제26호 태풍 ‘위투’는 최대풍속이 초속 58m에 이르는 초대형 태풍이다. 이 태풍으로 가로수와 전신주가 도미노처럼 쓰러지고 건물 지붕이 뜯겨 날아갔다. 현지 여성(44세) 한 명이 숨졌고, 133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사이판 국제공항은 24일 폐쇄돼 한국인 관광객들의 발이 묶였다. 사이판으로 신혼여행을 온 김모 씨(25·여)는 “한순간에 숙소 천장이 무너지고 유리창이 깨졌다. 유리창이 추가로 깨지는 것을 막으려고 침대와 소파를 창문 앞에 세워놓고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고 말했다. 조모 씨(36·여)는 “비바람이 워낙 거세 건물이 흔들렸다. 방이 무너질까 봐 여권만 챙겨 뛰쳐나왔다”고 했다. 대부분의 숙소는 물과 전기가 끊겼다. 휴대전화 등 통신 연결이 원활하지 않아 외부와 연락하기도 쉽지 않다. 호텔 저층이 발목까지 물이 차 고층으로 올라가 복도에서 대기하는 투숙객도 많았다. 귀국길이 막혀 열악한 숙소라도 구해야 하지만 이마저 ‘하늘의 별 따기’다. 방이 필요한 관광객이 폭증한 데다 집을 잃은 현지인까지 숙소 확보에 나선 탓이다. 방값은 2배까지 치솟았다. 한 관광객은 “비싼 방값도 문제지만 방 자체가 없어 무작정 기다려야 한다. 일단 구해도 기간 연장이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생필품 물가도 폭등했다. 1.75달러이던 생수 한 병이 3배가량 오른 5달러에 팔린다. 관광객 금모 씨(24·여)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부서져 인출도 못 한다. 비행기가 며칠 더 못 뜨면 굶으며 노숙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 태교여행-효도관광 왔다가… “숙소 복도서 뜬눈으로 밤새워” ▼ 사이판에 고립된 한국인 관광객 중에는 가족 단위 여행객이 많다. 인천공항에서 직항으로 4시간 거리인 사이판은 연간 20만 명 정도가 방문하고, 특히 태교 여행이나 효도 관광지로 인기가 높다. 이 때문에 현지에 고립된 관광객 중에는 신혼부부나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온 가족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직장인 최모 씨(34·여)는 “몇 년간 돈을 모아 아이 데리고 떠나온 첫 해외여행인데 이렇게 갇혀버렸다. 묵을 곳도 없고 갑자기 오른 물가를 감당하려면 빚내서 귀국하게 생겼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노인, 임산부 등 노약자들은 제때 챙겨 먹어야 할 약이 떨어지거나 아수라장 속에서 안정을 취하지 못해 고통을 호소했다. 영유아를 데리고 온 부부들은 기저귀가 떨어져 손으로 빨아서 재사용하며 버텼다. 정부는 태풍 전후 현지 관광객들에게 두 차례 긴급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24일 ‘태풍 통과로 공항 폐쇄 예정, 신변안전 유의’, 25일 ‘태풍 통과에 따라 공항 폐쇄, 항공기 일정 변경 등에 유의, 항공기 일정은 각 항공사 홈페이지 참조 요망’ 등 2건이었다. 하지만 원론적인 안내에 불과해 관광객들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의료 지원이나 항공편 이용 등 실질적인 정보는 제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관광객 서모 씨(20·여)는 “25일 외교부 영사콜센터에 항공편이나 공항 이용에 대해 문의했지만 ‘모르겠다’ ‘항공사에 문의하라’는 무책임한 답변만 들었다. ‘사이판에 태풍이 심각하냐’고 되물으며 안이한 인식을 보였다”고 말했다. 관광객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단체대화방을 개설해 빈 객실이 있는 숙소와 생필품 물가 등 정보를 공유했다. 일부 관광객들은 서로 필요한 물품을 주고받았다. 신혼여행 중인 임신부 박모 씨(27)는 “숙소, 식사 등 모든 게 불안정해 몸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졌다. 철분제가 필요해 다른 임산부들에게 수소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이판 공항은 27일까지 시설 보수를 끝내고 이르면 28일부터 일부 구간 운영을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항공사들은 귀국 항공기 운영 일정을 아직 잡지 못하고 있다. 사이판에 취항 중인 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가운데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각각 31일과 28일까지 결항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군 수송기를 사이판에 파견해 관광객들의 귀환을 돕기로 하는 등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외교부 등 관계기관은 26일 대책회의를 열고 사이판 공항 재개가 늦어질 경우 27일 군 수송기 1대 파견을 추진하기로 했다. 군 수송기는 사이판에서 괌으로 우리 국민을 수송한다. 괌에서 한국까지는 국적 항공기를 추가 편성해 귀환을 도울 계획이다. 군 수송기는 최대 90명이 탈 수 있으며 하루 2회 운항한다. 정부는 임산부 등 노약자부터 우선 수송한 뒤 필요하면 추가 파견을 검토할 계획이다. 관광객들은 “1800여 명이 고립되어 있는데 하루 최대 수송인원이 180명뿐이라면 나머지는 어떡하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등은 출발일 기준 11월 말까지 사이판 여행상품을 예약한 고객에게 취소 수수료 없이 100% 환불 처리를 할 방침이다. 구특교 kootg@donga.com·김정훈·신나리 기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68·사진)가 14회 서울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현직 외국 정상이 서울평화상을 받는 것은 2014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 이어 두 번째다. 서울평화상문화재단(이사장 권이혁)은 2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회견에서 모디 총리를 2018 서울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서울평화상 심사위원회는 “인도와 세계 경제 성장에 기여하고, 빈민과 부유한 사람들 사이의 사회적 경제적 격차를 줄인 공로를 치하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또 반부패 조치와 화폐개혁 단행을 비롯해 ‘모디 독트린’으로 불리는 적극적 외교 정책을 통해 지역 및 세계 평화에 기여한 점도 들었다. 모디 총리는 수상 소식을 듣고 감사와 함께 수락 의사를 표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남북 간 정상합의 법제화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남북관계가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에서다. 실제로 남북 정상 간에 이뤄진 2000년 6·15공동선언이나 2007년 10·4공동선언은 비준을 거치지 않았다. 특히 노무현 정부 임기 말 채택된 10·4공동선언을 놓고 ‘말뚝박기용’ 비준 논란이 거세지면서 통일부가 법제처의 유권 해석을 근거로 비준 동의를 받지 않기로 했다. 국회가 비준을 동의한 첫 남북 간 합의서는 4대 남북경협합의서다. 남북 사이의 투자 보장과 소득에 대한 이중과세 방지, 상사분쟁 해결 절차와 청산결제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2000년 합의가 체결되고 이듬해 국회에 동의안이 제출됐지만 2003년에 국회 동의를 거쳐 비준됐다. 이후 2004년 경협 분야 후속합의서 9개도 국회 비준 동의 절차를 거쳤다. 이 과정에서 남북합의의 국회 비준 동의 요건과 발효 절차를 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남북관계발전법이 2005년 제정됐다. 남북관계발전법 21조에 따라 중대한 재정 부담과 입법사항을 필요로 하는 남북합의는 국회 비준 동의를 받도록 한 것이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한반도 위기 요인을 없애 우리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평양공동선언과 남북 군사 분야 합의서 비준의 효과를 이렇게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평양공동선언을 비준했다. 모체 격인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가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야당의 반발을 무릅쓰고 후속 합의인 평양공동선언과 군사 분야 합의서 비준을 강행하는 ‘속도전’에 나선 것. 이 때문에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지연 가능성에도 청와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방한을 추진하는 것은 물론이고 남북협력 확대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선언’ 채택과 남북경협 확대 위한 포석 문 대통령의 비준으로 평양공동선언은 이르면 이번 주중 관보 게재로 공포돼 법적 효력을 갖게 된다. 남북 정상 합의 중 처음으로 법제화되는 것이다. 군사 분야 합의서는 북한과 문건 교환 이후 공포된다. 왜 문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서명한 지 한 달여 만에 평양공동선언을 전격적으로 비준했을까. 실제로 이날 결정은 정권교체 후에도 ‘불가역적인 남북 합의’를 구축하겠다는 평소 의지와는 온도 차가 있다. 남북관계발전법에 따르면 국회 동의를 얻지 않고 비준된 남북합의는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언제든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다. 여기에 야당의 반발로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는 더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평양공동선언의 전격 비준은 남북협력 확대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청와대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내년으로 늦춰지더라도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은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방침. 특히 김 위원장 답방 기간 군사적 긴장 완화와 남북협력 확대를 통한 ‘서울선언’을 채택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선 사실상 ‘종전’에 대한 남북 간 합의를 담은 평양공동선언과 군사 분야 합의를 법제화해 근거를 튼튼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것. 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평양공동선언 비준에 대해 “남북관계의 발전과 군사적 긴장 완화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더 쉽게 만들어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증진하는 길”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남북 경제협력 확대를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많다. 유럽 순방 기간 국제사회에 대북제재 완화 요구를 공식화했지만 현재까지 부정적 반응이 많아 일단 국내 기업 참여 등 경협 확대를 위한 국내법적 토대를 마련하려 했다는 것이다.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은 남북 경제특구 조성 등 ‘민족 경제의 균형발전’ 합의를 담은 평양공동선언의 이행 가속화를 요구하고 있다.○ 법제처 “판문점선언 전제한 것” 하지만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안이 아직 계류 중인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평양공동선언을 전격 비준한 데 대해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은 “국회 무시”, “오만과 독선”이라고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 내에서도 국회 동의를 받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설명이 엇갈린다. 청와대와 주무 부처인 통일부는 평양공동선언 이행에 들어가는 재정 부담이 없는 데다 판문점선언과 별개의 독자적 선언이기 때문에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 통과 전 비준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제처는 평양공동선언이 판문점선언의 이행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핵심 이유로 내걸었다. 법제처 관계자는 “판문점선언이 국회 비준 동의를 받는다는 전제하에 평양공동선언은 국회 동의가 필요 없다고 해석한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김영석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남북관계발전법은 재정적 부담과 입법사항으로 국회 비준 동의 요건을 정하고 있다. 두 선언이 반드시 같이 가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반면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군사 분야 합의서는 주권 제약의 입법 사항이 있기 때문에 국회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관계발전법 제정 작업을 주도한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은 “판문점선언이나 평양공동선언은 정치적 선언”이라며 “모두 국회 비준 동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애초에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를 추진한 것 자체가 법리적으로 맞지 않는 정치적 이벤트라는 것이다.문병기 weappon@donga.com·신나리·김상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공동선언과 군사 분야 합의서를 비준하기로 하면서 남북관계 속도를 둘러싼 논란이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를 놓고 여야가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 등을 담고 있는 평양 남북 공동선언에 대해선 국회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기로 한 것.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또 무산된 가운데 남북 협력을 가속화하려는 한국과 속도 조절을 요구하는 미국 간의 이견이 더 커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평양선언 비준으로 남북관계 더 가속화 정부는 23일 문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평양 남북 공동선언과 군사 분야 합의서를 심의 의결할 예정이다. 법제처가 이들 두 합의에 대해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없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평양공동선언은 판문점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후속 합의의 성격이 강하다는 이유에서다. 법제처는 군사 분야 합의서 역시 판문점선언의 부속 합의 성격인 데다 비준 동의 요건인 ‘중대한 재정적 부담’이 발생하지 않아 비준 동의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청와대 관계자는 “평양공동선언에 담긴 합의는 합의 이행에 비용이 들지 않아 비준 대상이 아니다”라며 “미국도 남북 평양 정상회담 직후 환영 성명을 낸 내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평양공동선언의 ‘모체’ 격인 판문점선언에 대한 비준동의안이 아직 국회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해석대로라면 상위 합의문인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에서 후속 합의인 평양공동선언과 군사 분야 합의서를 먼저 비준하는 셈이다. 야당이 판문점선언 비용 추계를 문제 삼고 있는 만큼 ‘국회를 무시했다’는 비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당초 정부 내에선 평양공동선언도 비준동의를 받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1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평양공동선언 비준 동의안에 대해 검토 중이다. 필요하다면 국회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국회 동의 절차 없이 정부가 평양 공동선언을 비준키로 한 것은 남북 경협의 동력을 이어가고 더 나아가 비핵화 협상의 마중물로 삼겠다는 것이다. 북한 매체들은 판문점선언 비준동의가 장기화되자 최근 야당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22일 “남조선 각 계층은 보수 야당의 수구냉전시대 선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강하게 비난하며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덜컹이는 북-미 대화에도 문 대통령 “걱정 말라” 하지만 일각에선 평양 공동선언과 군사 분야 합의서 비준을 계기로 남북관계 속도를 둘러싼 한미 간 온도차가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내년 초로 늦출 가능성을 내비친 가운데 남북관계도 북한 비핵화와 속도를 맞추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의 비핵화 실무협상이 또 무산되면서 비핵화 협상이 다시 힘겨루기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비건 특별대표는 16일 유럽 순방에 나서면서 북한과 실무협상을 제안했으나 최 부상 측으로부터 답을 받지 못하고 21일 귀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비핵화 협상에 대해) 낙관적이다. 참모들이 걱정하면 오히려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한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큰 틀에서 맞는 길로 가고 있다는 확신과 자신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때 많은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북-미가) 만날 때가 됐다. 예상대로 일이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제재 완화 요구를 둘러싼 한미 간 이견에 대해선 “가는 과정은 좀 다를지 몰라도 결국 같은 길로 가는 것이다. 오히려 우리가 미국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신나리 기자}

19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과 정상회담을 갖고 대북제재 완화를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영국 메이 총리와 만나 “북한이 계속 비핵화 조치를 추진하도록 국제사회가 유엔 안보리를 중심으로 견인책에 대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적어도 북한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비핵화를 진척시킬 경우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나 대북 제재 완화가 필요하고 그런 프로세스에 대한 논의가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메이 총리는 “북한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대한 과감하고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메이 총리의 발언 순서로 회담이 20분 만에 종료되자 본회의장에서 다시 메이 총리를 만나 15분간 추가로 비핵화에 대해 논의했다. ASEM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은 의장성명을 통해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요구했다. 특히 정상들은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조속히 복귀할 것과 모니터링 시스템에 협조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핵시설 신고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NPT 복귀와 함께 국제기구의 사찰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정상들은 또 성명에 “현재 진행 중인 외교적 노력이 북한의 인권 및 인도적 상황 개선에도 기여해야 할 것”이라고 명시해 북한 인권 개선 요구를 분명히 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유엔총회에서 유엔사령부 해체를 요구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김인철 유엔 주재 북한대사관 서기관은 12일 유엔총회 제6위원회에서 “유엔사는 괴물 같은(monster-like) 조직”이라며 “유엔사를 가능한 한 빨리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미국의 소리(VOA)는 전했다. 브뤼셀=한상준 alwaysj@donga.com / 신나리 기자}

남북관계와 비핵화 속도를 두고 이견을 빚는 한미가 공교롭게도 같은 날 상대국 주재 대사들을 앞세워 북핵 공조를 놓고 엇갈린 목소리를 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한미 간) 일치된 입장만이 대북문제를 풀 수 있다’고 강조한 반면 조윤제 주미 대사는 “남북과 북-미의 속도가 같을 순 없다”고 했다. ○ 해리스 美 대사 “한미, 한목소리 내야” 해리스 대사는 17일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남북대화는 비핵화와 연계돼야 하며 한국은 미국과 일치된(synchronized) 입장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오전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 우드로윌슨센터가 공동으로 주최한 전문가 좌담회에서 기조연설 말미에 방탄소년단이 장식한 ‘타임’지 표지를 들고 한미 공조를 역설하다가 “잠깐 분위기를 바꿔서 가장 큰 외교정책, 한국에 큰 영향을 주는 북한 이슈에 대해 말하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목소리를 낮게 깔며 “한미가 북한 문제에 공동의 목소리(a common voice)로 접근해 나간다면 평양과 판문점, 싱가포르에서의 약속을 현실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한 뒤 “그래야만, 그래야만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강조했다. 해리스 대사가 ‘일치’ ‘공동’이란 표현을 반복하면서 한국 정부에 대북 속도를 맞추라고 공개적으로 강도 높게 요청한 것. 특히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남북군사합의서 불만 제기, 미 재무부의 국내 시중은행에 대북제재 이행 준수 경고 등 불협화음이 잇따르던 시점에 주한 미대사가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를 앞세운다고 지적한 것이어서 주목을 끌었다. 외교가에선 해리스 대사의 연설 전에 본국의 훈령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참석자는 “한미 관계가 삐걱대던 노무현 정부 때 종종 쓴소리를 하던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 미대사가 떠오를 정도였다. 워싱턴에서 서울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조윤제 주미 대사 “남북이 북-미보다 앞서 나갈 수 있어” 1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는 조 대사가 해리스 대사와 다른 메시지를 냈다. 조 대사는 세종연구소와 미 외교협회(CFR)가 공동주관한 포럼의 기조연설에서 “남북관계와 비핵화 과정이 항상 똑같은 속도로 움직일 수는 없다”면서 “남북관계가 북-미협상보다 조금 앞서나갈 경우 한국이 레버리지를 갖고 촉진자 역할을 해, 북-미 협상 정체를 풀어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17일 MBC 100분토론에 나와 “(한미 간) 때로는 입장에 따라서 생각이 조금 다를 수가 있지만, 행동으로 나올 때는 협의를 거쳐서 항상 하나의 행동으로 나오고 있다”면서도 “모든 생각까지 같다면 두 나라일 필요가 없다”고 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일부 언론의 한미 이견 보도에 대해 “한미 공조에 대해서 노심초사하는 우국충정은 충분히 이해하겠지만 이제 그만 걱정을 내려놓으라”며 “부부 사이에도 애들 진학 문제, 집 문제 이런 걸로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이혼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12월호 기고에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합의를 이루게 될 경우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가 이란과 (2015년) 체결한 핵합의 ‘포괄적 공동 행동계획(JCPOA)’보다 더 강력한 검증 기준이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신나리 journari@donga.com·문병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북제재 유지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광물 및 농산물 분야 글로벌 기업들이 최근 극비리에 방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세컨더리 제재’까지 경고하며 대북제재 고삐를 죄면서도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끌어내기 위한 당근을 동시에 제시한 것이어서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16일 복수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말 독일에 본사를 둔 다국적기업으로, 광물자원과 에너지 사업을 해온 A사와 미국의 최대 곡물업체인 B사 등 글로벌 기업 관계자들이 방북해 북측 인사들을 만났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결정되고 북-미 대화가 재개되면서 다시 훈풍을 타던 시기였다. 대북 소식통은 “북측 인사들이 이번에 방문한 해외 기업 관계자들을 ‘경제시찰단’이라고 부르며 크게 신경 썼던 것으로 안다”며 “북한 내부에서는 앞으로 제재가 완화되면서 외부의 투자금이 흘러들어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져 있다”고 전했다. A사는 북한의 마그네사이트 등 광물자원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지역은 각종 희귀금속과 희토류를 포함해 잠재가치가 4000조 원가량에 이르는 광물자원이 매장된 광물자원의 보고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이 한국광물자원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북한에 매장된 마그네사이트는 60억 t, 흑연 200만 t, 철광과 중석은 각각 50억 t과 25만 t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B사는 곡물 및 종자, 육류 단백질을 생산 및 유통하는 세계적 기업 중 한 곳으로 한국에도 지사를 두고 있다. 낙후된 북한의 농업분야의 환경 조사 및 투자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기업 관계자의 방북은 1차적으로 민간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지만 미국의 주요 기업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암묵적 승인이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정부가 대북제재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북한의 비핵화 조치 이행을 설득할 상응 조치의 하나로 투자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9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외국인 투자를 원하고 있다는 걸 확실히 말할 수 있다. 그게 바로 북-미 대화가 잘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한 바 있다.이정은 lightee@donga.com·신나리 기자}

미국의 최대 곡물업체와 독일 기반의 글로벌 광물업체 관계자들이 최근 방북한 것은 비핵화 진전에 따라 대북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 이행 조치를 끌어낼 상응 조치를 검토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로서도 민간 기업들을 앞세운 사업 투자는 북한에 ‘밝은 미래’를 보여줄 또 다른 협상카드로 거론돼 왔다. 중국과 러시아 등이 대북 제재 완화의 필요성을 잇달아 언급하며 공조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대북 제재를 풀어도 미국이 먼저 풀고, 미국이 먼저 들어간다”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비핵화는 물론이고 그 후 대북 투자도 트럼프가 주도권을 쥐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 앞세운 협상 ‘당근’ 이번에 방북한 인사들이 글로벌 광물 및 미국 최대 농산물 기업 관계자라는 것은 해외기업들의 향후 대북 투자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북한에는 철광석 무연탄 마그네사이트 등 220여 종의 광물자원이 묻혀 있다. 함경남도 단천 등 주요 광산에 묻혀 있는 희귀금속과 희토류 매장량도 세계 10위권에 드는 자원 부국이다. 글로벌 광물자원 및 에너지 업체인 A사는 북한의 마그네사이트 등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우진 한반도개발협력연구소 에너지자원센터 소장은 “북한의 마그네사이트는 질이 좋고 매장량도 풍부하다”며 “이미 중국 기업들이 눈독을 많이 들이고 투자 가능성을 검토해 왔다”고 말했다. 농산물 분야는 농업 분야가 낙후된 북한으로선 해외 기업들의 투자가 절실한 분야다. 북한 비핵화의 상응 조치로 미국이 쓸 수 있는 대규모 인도적 지원과도 맞닿아 있다. 미국이 최근 ‘세컨더리 제재’ 가능성까지 경고하며 연일 한국은 물론이고 국제사회를 향해 대북 제재 동참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이 방북한 것은 민간투자를 대북 협상의 레버리지로 쓰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비핵화의 조건 중 하나로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하며 해외기업들의 투자를 끌어들이려고 애쓰는 상황. 최근 ‘조선의 무역’이란 무역·투자 전용 웹사이트를 개설해 투자 대상과 주요 사업을 소개하며 투자 홍보에 나서고 있다.○ “대북 제재 완화의 주도권도 미국이 갖는다” 실제로 대북 민간투자는 북-미 비핵화 협상 초기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웠던 당근 중 하나였다. ‘퍼주기 논란’ 등 정치적 리스크가 있는 정부 예산을 쓰는 대신 기업들의 투자 방식으로 북한의 경제개발 수요를 충족시켜 줄 수 있다는 것.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이 외국인 투자를 원한다는 걸 확실히 말할 수 있다”며 이를 북-미 대화의 동력 중 하나로 언급했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5월 “북한이 핵 포기 약속을 지킨다면 미국 기업들의 지원이 준비돼 있다”며 “미국의 농업적 역량이 북한을 지원해 고기를 먹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 지원 차원에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 같은 정부 기관도 북한 투자와 관련된 조사를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 등 정부가 추진하는 대북 경협사업에는 경고를 보내면서 막상 자국의 대북 투자 가능성을 물밑 검토하는 것을 놓고는 양면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국제사회엔 대북 제재를 요구하면서 정작 미국은 비핵화 이후 북한이란 신규 시장을 선점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 가능한 비핵화(FFVD)’의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대북 제재 완화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에는 구호단체 봉사자들의 방북을 불허하는 등 인도적 지원조차 승인하지 않고 있다. 이에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 비핵화 협상의 전면에 서 있는 미국이 북-중-러의 제재 완화 요구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페이스에 따라 제재 완화 시점과 범위를 결정하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이정은 lightee@donga.com·신나리 기자}

정부가 2020년 차세대 여권 도입을 앞두고 새로운 여권 시안을 15일 공개했다. 일반 여권의 경우 표지 색상을 녹색에서 남색으로 바꾸는 것을 우선 검토 중이고, 속지(사증면)에는 문화재와 자연물 등 한국의 다양한 상징적 이미지와 문양을 넣는다. 현재 종이로 되어 있는 신원정보면은 내구성, 내열성이 강화된 플라스틱인 폴리카보네이트(PC) 재질로 바꾼다. 위조를 방지하고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사진과 기재 사항을 레이저로 새겨 넣고 주민등록번호도 여권에서 뺀다. 여권번호 중간에 알파벳도 추가된다. 정부는 ‘여권 디자인 공모전’ 당선작(김수정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을 기초로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디자인을 수정 및 보완해 왔다. 정부는 선호도 조사를 통해 일반 여권(남색), 관용 여권(진회색), 외교관 여권(적색) 등 종류별로 색상을 차별화할지, 색상을 통일한다면 남색, 진회색, 적색 중 어떤 것으로 할지 등을 최종 결정한다. 정부는 12월 여권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최종 도안을 결정한 뒤 2020년 새 여권을 도입한다. 새 여권 도입 이후에도 유효기간이 남은 기존 여권은 계속 사용할 수 있다. 외교부 측은 “여권 발급 비용은 현 수준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남북은 15일 고위급회담을 열고 남북 정상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합의한 경제협력과 관계개선 관련 차기 일정을 잇달아 확정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아직 진행 중이고 미국이 대북제재를 유지하고 있는데도 남북이 경협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남북은 당장 다음 주부터 경의선 철도 현지 공동조사를 시작으로 이르면 11월 말∼12월 초에 철도 및 도로 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을 갖기로 했다. 고위급회담 우리 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경의선은 (이르면) 다음 주 시작될 것”이라며 “철도 공동조사를 위한 철도 차량이 올라가서 신의주까지 조사하고 북측 내에서 다시 동해 쪽으로 넘어가서 금강산부터 함경북도까지 조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별개로 남북은 서해경제, 동해관광 공동특구에 대한 공동연구도 착수하기로 뜻을 모았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등의 재개와 관련된 사전 논의도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 같은 남북 경협을 진행시키기 위해서는 미국이 얼마나 협조할지가 관건이다. 앞서 8월 말 유엔군사령부의 불허로 경의선 북측 구간에 대한 철도 공동조사가 무산된 전례가 있다. 통일부는 회담 후 설명자료를 내 “남북관계 주요 사업 추진 과정에서 대북제재 위반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국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비핵화 조치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선 남북 공동조사 시기를 늦추라는 신호를 미국 측이 여전히 보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 함께 남북은 조속한 시일 내에 장성급 군사회담을 열고 판문점공동선언 군사 분야 이행합의서에 따라 비무장지대 등에서의 군사적 적대관계를 종식하는 문제와 남북군사공동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에 대해서도 논의키로 했다. 조 장관은 “판문점 구역에서 진행 중인 지뢰 제거 공사가 20일경 종료되면 바로 장성급회담 일정을 정해서 하자는 것으로 논의됐다”고 했다. 연내 추가 이산가족상봉을 논의 중인 남북은 11월에 금강산에서 적십자회담을 열기로 했다. 이산가족 면회소 복구·상시 운영과 화상상봉, 영상편지 교환 등이 주요 의제다. 정부는 이번 고위급회담에서 2008년 박왕자 씨 피살 사건 이후 북측이 몰수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 대해 “몰수 조치 해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판문점=공동취재단}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이 4일 수정한 대북제재 리스트에는 총 466개 대상에 대해 ‘세컨더리 제재 주의(Secondary Sanctions Risk)’라는 문구가 굵은 글씨로 표시돼 있다. 북한과 무기, 사치품을 불법 거래했다는 이유로 터키 기업 1곳과 터키인 2명, 북한 외교관에 대한 독자제재를 발표하면서 새로 추가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북한과 거래한 제3국 개인 또는 기관까지도 제재하겠다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명문화한 건 처음이다.○ 제재 완화 요구에 세컨더리 보이콧 꺼낸 트럼프 미 재무부의 세컨더리 보이콧 경고는 이른바 ‘제재 구멍’을 겨냥한 선전포고로 해석된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개인 및 기업과 거래를 한 제3국 기업과 기관을 미국법에 따라 제재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은 이란 제재에 세컨더리 보이콧을 적용해 핵 포기를 이끌어낸 바 있다. 세컨더리 보이콧 경고 문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핵심 인물들과 함께 광선은행 등 8개 북한 은행과 원유산업성, 노동성 등 내각의 경제부처들도 한꺼번에 적용됐다. 비핵화 협상이 본격화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재무부가 북한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 경고로 제재 고삐를 바짝 당긴 셈이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실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어떻게든 제재 이행을 유지해보고자 낸 묘책”이라며 “북한이 더 이상 도발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새로운 제재를 만들긴 어려운 미국이 앞으로도 제재망을 좁히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 처벌을 경고하고 나선 것은 최근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국제사회의 제재 전열을 재정비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달 말 유엔총회를 기점으로 제재 완화 요구를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달 미 재무부가 7개 국내 시중은행과 접촉해 대북제재 준수를 요구한 것도 남북협력을 확대하려는 한국에 대한 ‘사전 경고’ 차원으로 보인다. 스테펀 해거드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13일 ‘미국의소리(VOA)’에 “세컨더리 제재의 일환으로 (한국) 은행들이 북한과 사업을 못 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5·24조치 해제 검토 발언 등에 대해 미국 내에선 “한국이 남북협력 확대를 위해 대북제재의 ‘경계’를 시험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정부의 대북제재 완화 움직임에 대해 공식적으로 항의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미 워싱턴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이 “한국이 너무 과속하고 있다. 이렇게 가면 안 된다. 대북제재 강화해야 한다고 항의를 들은 바가 없느냐”고 묻자 조윤제 주미대사는 “미 측이 그런 의견을 표명한 바는 있다”고 답했다.○ 국내 은행에 경고한 재무부 간부는 대니얼 모저 정부는 미국이 이미 세컨더리 보이콧 적용의 가능성을 구두로 경고해 온 만큼 새롭게 문구를 명시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공고문에 새로 세컨더리 보이콧 주의 문구가 삽입됐다고 해서 큰 틀이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미가 충분히 협의하는 만큼 해당 문구의 효용이 크진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 재무부의 최근 행보를 볼 때 국내 은행과의 접촉을 단순히 ‘예방적 차원’이라고만 보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실제로 지난달 20, 21일 국내 은행들에 직접 콘퍼런스콜을 요청해 진행한 미 재무부 고위 간부는 이란제재를 담당해온 핵, 테러자금 전문가 ‘대니얼 모저’인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미국 측은 그를 재무부 테러·금융정보국(TFI) 소속의 ‘수석부차관보’라고 은행 측에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저는 테러자금·금융범죄실(TFFC) 소속으로 보수 민간 싱크탱크인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출신으로 알려졌다. FDD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제재 정책 아이디어를 제공한 곳 중 하나로 꼽힌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최우열 기자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남북이 15일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집에서 철도·도로 연결 등 평양 공동선언을 이행하기 위해 고위급 회담을 갖는다. 통일부는 14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천해성 통일부 차관과 김정렬 국토교통부 2차관,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안문현 국무총리실 심의관이 포함된 남측 대표단 명단을 발표했다. 북측은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단장으로 김윤혁 철도성 부상과 박호영 국토환경보호성 부상, 원길우 체육성 부상, 박명철 민족경제협력위원회 부위원장이 회담에 참석한다. 이번 대표단 구성은 판문점선언 이행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6월 1일 열었던 남북 고위급회담 때와 대체로 비슷하다. 우리 측에선 김남중 통일부 정책실장 대신 천해성 차관이, 북측에선 박용일 조평통 부위원장 대신 박호영 부상이 참석한다. 남북 대표단에 도로·철도 사업 담당 고위 당국자가 들어가 있는 만큼 남북 도로·철도 연결 사업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회담에선 북측 철도·도로 현지 공동조사 일정과 관련해 집중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8월 말 남북이 계획했던 경의선 철도 북측 구간 현지 조사는 유엔군사령부가 군사분계선(MDL) 통행 계획을 승인하지 않아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한미 간 추가 논의를 통해 유엔사의 협조를 얻어낸 것으로 알려졌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대일(對日) 외교를 제대로 못하면 나머지 외교는 허당이다. 어느 나라나 외교의 출발은 인접 국가와의 외교다.”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사진)은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남시욱)가 개최한 16회 화정국가대전략 월례강좌에서 후배 외교관들을 향해 쓴소리를 던졌다.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외교부 내 일본 업무 기피 현상을 두고 한 발언이었다. 2011년 5월부터 2년간 주일 대사를 지낸 신 전 차관은 “가장 중요한 이웃나라에 외교관이 가려고 하지 않아서 공관 인원 모집을 재공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면 개탄스럽다”고 했다. 신 전 차관은 ‘전환기 정세와 새로운 한일관계’라는 주제로 펼친 이날 강연에서 이제는 상생과 협력에 기초한 한일관계를 마련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일관계를 양자관계 관점에서만 보는 경향이 있는데 동아시아, 동북아, 아시아태평양지역 관점에서 보면 시각이 풍부해진다”고 했다. 북핵 문제 협력과 중국의 부상에 따른 안보 분야부터 저출산·고령화 사회, 4차 산업혁명 등의 최근 다양한 경제·사회 변화상을 가리켜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전환기”라고 전제한 뒤 “건전한 한일관계는 ‘해도 없는 항해’에 나침반이 될 것”이라고 비유했다. 그러면서 “일본을 바라보는 눈을 세계적인 기준, 즉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서 봐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감정이 아닌, 사실에 기초한 객관적인 기준을 들이댈 때 ‘2018년의 일본’을 제대로 볼 수 있다는 것. 그는 “한일관계 악화로 인한 기회비용이 늘어나면 협력 기회도 줄어들뿐더러 우리가 경제적으로나 여러모로 손해임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신 전 차관은 “한국과 일본이 윈윈 관계로 나가기 위해서는 역사 화해라는 어렵고도 힘든 과정을 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가 21세기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발표한 지 20년이 된 만큼 “민관 협력이 중요하다. 최근 변화상을 반영한 ‘파트너십 선언 2.0’을 새롭게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장관님을 위증으로 고발할까요?”(무소속 이정현 의원) “언제부터 외교부 장관이 통일부 장관을 겸직했습니까?”(바른미래당 박주선 의원) 1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가 진행된 외교부 청사 18층 회의장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5·24조치 해제 검토 언급을 놓고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다. 야당은 정부의 대북제재 완화 신호탄이라며 강 장관을 몰아붙였다. 하지만 강 장관은 수차례 답변을 바꿔 위증 논란까지 낳았다. 이날 논란은 지난달 평양 정상회담에 다녀온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질의에서 시작됐다. 이 대표는 “우리가 금강산관광을 못하는 것은 (유엔) 제재 대상이라서가 아니라 5·24조치 때문 아니냐”며 5·24조치 해제 용의가 있느냐고 물었다. 강 장관은 “네, 관련 부처와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응해 정부가 내놓은 독자적 대북제재를 폐기할 수 있다고 외교 수장이 공식적으로 밝힌 것. 의원들의 질의가 거듭되면서 대북제재 해제 파문으로 번지자 강 장관은 “범정부 차원에서 논의한 게 아니다” “분명하지 않고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데 사과드린다”며 한발 물러섰다. 외교부도 급히 해명자료를 내고 “유연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정부 차원에서 본격적인 검토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며 불을 끄려 했다. 하지만 집권 여당 대표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답변인 만큼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야당에선 평소 당정협의에서 나누던 이야기가 국감장에서 ‘천기누설’됐다는 말이 나왔다. 이에 강 장관은 오후 휴회 시간에 외교부 간부들과 대응책을 상의한 뒤 “관련부처‘와’ 검토한다는 게 아니라 관련부처‘가’ 검토 중이라는 뜻이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여권 관계자는 “외교부 장관이 ‘비외교적’인 답변을 해놓고 제대로 해명하지 못해 스스로 늪에 빠졌다”며 혀를 찼다. 강 장관의 해명이 논란을 키우면서 야당의 공세는 거세졌다.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은 “북한이 천안함 폭침에 대해 사과는커녕 인정도 안 하고 있는데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이 해서는 안 되는 발언을 했다”고 비판했다. 박주선 의원은 “5·24조치 때문에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게 아니다”며 사실관계 시정부터 요구했다. 5·24조치는 △남북교역 중단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불허 △개성공단과 금강산 제외 방북 불허 △북한에 대한 신규투자 불허 △인도적 지원을 제외한 대북지원 사업 보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5·24조치 해제는 남북 정상이 지난달 평양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의 빗장을 풀 출발점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북한의 비핵화 이행 조치가 미흡한 데다 미국이 대북제재 필요성을 고수하면서 해제 논의를 공식화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 많았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자칫 북한의 도발도 그냥 넘어갈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유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북한 비핵화 진전도 없이 5·24조치 해제를 운운하는 강 장관은 김정은의 대변인인지 대한민국 장관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다른 부처는 5·24조치 해제 검토 논의를 부인했다. 이날 국방부 감사에서 정경두 국방장관은 “(5·24조치 해제에 대한) 사전 협의가 있었던 건 아니다”며 “외교장관 입장에선 향후에 평화체제 신뢰 구축 차원에서 앞으로 진전되면 그런 부분까지도 해갈 수 있지 않나 하는 뜻으로 말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이정은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대북제재 행정명령인 5·24조치에 대해 관련 부처 간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가 이를 번복해 논란이 일고 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공식 사과가 없는 상황에서 5·24조치의 주무(통일부)도 아닌 강 장관이 선제적으로 대북 교역 및 신규 투자 제한을 완화하겠다고 했다가 야당이 반발하자 말을 바꾼 것.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예민한 시점에 한국 정부의 외교 수장이 정부 내부 조율을 거치지도 않은 언급으로 불필요한 파장을 낳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강 장관은 1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5·24조치를 해제할 용의가 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질의에 “관련 부처가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가 “금강산 관광을 못하는 것은 제재 대상이라서가 아니라 5·24조치 때문인가”라고 묻자 강 장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답변이 대북제재 해제 논란으로 번지자 강 장관은 “5·24조치는 중요한 행정명령인 만큼 지속적으로 (해제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는 뜻이고 범정부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는 게 아니다”라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유연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었다”고 해명했다. 바른미래당 박주선 의원이 금강산 관광 중단은 “2008년 박왕자 씨 피살사건을 계기로 중단된 것”이라고 지적하자 “사실관계와 다르게 발언한 것을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강 장관의 5·24조치 해제 검토 발언이 집권여당 수장인 이 대표의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나온 만큼, 김정은이 비핵화에 더 적극 나서도록 대북제재 해제 카드로 설득해야 한다는 여권의 인식이 반영되어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국방부와 통일부는 이날 5·24조치 해제와 관련해 사전 검토가 없었다고 밝혀, 강 장관이 행정부 내에서도 조율되지 않은 민감한 이슈를 실언(失言)에 가깝게 불쑥 언급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은 강 장관의 이날 발언을 당분간 이슈화시킬 태세여서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를 놓고 여야 간 갈등의 골만 더 키웠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날 시작된 올해 국정감사는 29일까지 진행된다. :: 5·24조치 ::2010년 3월 26일 북한의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이명박 정부가 같은 해 5월 24일 단행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대북 제재 행정조치. 개성공단과 금강산을 제외한 방북 불허, 남북 교역 중단, 대북 신규 투자 금지 등을 담고 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이정은 기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남북이 서명한 군사합의서에 대해 한국 정부에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 후 폼페이오 장관이 강 장관과의 통화에서 남북 군사합의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느냐”고 묻자 “예, 맞습니다”라고 답했다. 강 장관은 또 “폼페이오 장관이 욕설이 있거나 격한 표현은 아니었으나 (군사합의 내용에 대한) 충분한 브리핑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여러 질문이 많았다”고도 했다. 앞서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정오쯤 “남북 화해 무드에 집중하고 있는 한국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이 크게 화를 낸 소동이 있었다”며 “한미 외교장관 통화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남북 군사합의서에 격분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냐’라고 강 장관을 힐난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오후 5시경 “(폼페이오 장관이) ‘힐난’ ‘격분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정부는 미 측과 긴밀히 협의해 왔다”며 공식 부인했지만 강 장관이 한 시간여 만에 국감장에서 폼페이오의 항의 사실을 시인했다. 이후 강 장관은 폼페이오 장관이 불만을 표시한 통화는 “남북 정상회담 후가 아니라 전이었다”고 답변을 정정했다. 남북이 지난달 평양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군사합의서는 군사분계선(MDL) 양측 10∼40km 이내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고 공중정찰 활동 등 공중적대행위를 중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손효주 기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7일 방북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당초 알려진 3시간 30분보다 2시간 더 긴 5시간 30분간 면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8일 브리핑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김 위원장 간 두 사람의 접견 시간이 2시간, 1시간 30분으로 (외신) 기사가 나오던데 어제 폼페이오 장관과 같이 갔던 분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과 만난 총 시간이 5시간 30분이라고 한다”고 바로잡았다. 이어 “오전에 2시간 (회담을) 하고, 점심식사를 1시간 반, 오후에도 또 2시간가량 접견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만큼 김 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과의 만남에 무게를 두고 충분한 시간과 성의를 다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네 번째 방북에서는 북측이 미국과의 신뢰 구축을 염두에 둔 전향적인 자세들이 포착돼 눈길을 끈다. 5시간을 넘긴 김정은과의 접견도 ‘빈손 방북’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7월 초 세 번째 방북과 비교하면 전혀 다르다. 김정은과의 면담에서 여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단독으로 배석한 것도 이런 기조와 무관치 않다. 그동안 폼페이오 장관의 카운터파트였던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빠지고 김정은의 최측근인 김여정만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폼페이오와의 면담에 무게감을 실었다는 것.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달 유엔 총회 전 성명을 통해 ‘리용호 외무상과의 만남을 고대한다’고 밝히면서 김영철을 거부하는 뉘앙스를 풍긴 바 있다. 북-미 협상의 진전을 위해 과감히 소통 채널을 교체할 수도 있고 필요하면 김여정 카드도 사용하겠다는 북한의 융통성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전 세계의 초미의 관심사로 되는 문제 해결”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공식화했다. 노동신문은 8일 김정은이 “예정된 2차 조미(북-미) 수뇌회담을 계기로 지난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제시한 목표 달성에서 반드시 큰 전진이 이룩될 것이라는 의지와 확신을 표명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김정은이 ‘비핵화’라고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전 세계의 초미의 관심사’로 에둘러 표현해 북한의 비핵화 해결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폼페이오 장관과의 회담에서 조속한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실무협상을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하기로 합의하면서 절차적인 문제들도 논의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8일 중국 베이징으로 향하는 기내에서 간담회를 통해 “우리는 더 자주 고위급 실무협상을 가질 것”이라면서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카운터파트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비건 대표는 중국과 러시아 방문으로 평양에 부재중이었던 최선희를 의식한 듯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만나자고 내 카운터파트에게 지난밤 초청장을 보냈다”며 “우리는 북-미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날짜와 장소에 대해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