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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경남 양산시 통도사 경내에서는 김모 씨(75)가 몰던 체어맨 승용차가 갑자기 속도를 높이면서 보행자와 도로 가장자리에 앉아 쉬고 있던 사람들을 잇달아 들이받는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로 1명이 숨지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 차량 운전자 김 씨는 급발진 사고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운전 미숙에 의한 사고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 중이다. 통도사 경내 사고처럼 65세 이상 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가 2014년 2만275건에서 해마다 늘어 지난해 3만12건을 기록했다. 고령 운전자에 의한 사고가 급증하면서 이들의 면허증 자진 반납을 유도하는 지방자치단체들도 속속 늘고 있다. 면허증 자진 반납을 기대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정 연령에 이르면 모든 운전면허 보유자가 운전능력을 다시 평가받도록 하는 등 고령 운전자에 대한 관리를 엄격히 하는 나라들도 있다. 고령자의 운전면허증 효력을 ‘리셋(초기화)’한 뒤 운전능력 평가에서 합격점을 받은 운전자에 대해서만 면허를 갱신해 주는 것이다. 사실상 ‘강제 반납 후 재발급’으로 봐도 무방한 이 같은 제도를 운영 중인 나라는 뉴질랜드와 덴마크, 아일랜드다. 이들 국가에서는 일정 나이에 이르면 모든 운전자는 반드시 자신의 운전능력을 경찰과 의료진에 의해 평가받아야 한다. 뉴질랜드와 덴마크는 75세, 아일랜드는 70세부터 대상이다. 경찰과 의료진은 신체·인지능력과 차량 운전능력 등을 측정한다. 측정에서 ‘운전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 면허가 갱신되지 않는다. 검사를 통과하더라도 나라별로 1∼5년마다 재검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독일과 스위스, 미국의 아이오와·캘리포니아주 등에서는 고령자가 운전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 등에 제한을 두는 일종의 ‘한정 면허’ 제도를 두고 있다. 고령 운전자의 신체와 인지능력 등을 검사한 뒤 시력이 좋지 않을 경우 야간운전을 제한할 수 있다. 또 고령 운전자의 운전지역을 제한하거나 주행 속도를 도로 최고 제한속도보다 낮게 지정할 수도 있다. 스위스는 정부가 교통안전 분야 전담 의료진을 지정하고,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전국의 고령자 복지를 위한 상담창구를 운영하면서 운전과 관련된 내용도 다루고 있다. 고령 운전자가 언제든지 자신의 운전능력과 관련한 의학적 상담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이성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도 고령자가 자신의 운전능력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도와주는 사회적 지원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아직 의료진의 판단만으로는 고령자의 운전을 제한할 방법이 없다. 고령 운전자의 면허증 관리 강화를 위한 법안 5건이 국회에 발의돼 계류 중이다. 하지만 면허증을 자진 반납할 경우 지급하는 교통카드 등의 각종 혜택 제공에 들어가는 재원을 중앙정부가 마련하도록 했을 뿐 면허증 갱신이나 면허 조건에 제한을 두도록 한 법안은 없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도로교통연구본부 연구위원은 “고령 운전자의 면허관리 제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며 “그러려면 고령자의 이동성을 보장하기 위한 대중교통 공급 확대 등의 대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서형석 skytree08@donga.com·김자현 기자}

경찰이 교통 사망 사고와 교통 법규 위반 행위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에서 두 달여 동안 집중적인 단속과 순찰 활동을 벌여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크게 줄였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올해 2월 20일부터 4월 30일까지 교통 사망 사고 다발 지역과 교통 무질서 지점, 강남대로 등 주요 간선도로에서 ‘트래픽원팀’을 운영한 결과 사망자가 30% 이상 감소했다”고 9일 밝혔다. 교통순찰대와 도시고속순찰대, 교통범죄수사팀, 교통 외근 경찰 등 가용한 인력을 총동원해 구성한 트래픽원팀은 음주운전과 신호위반 등을 집중적으로 단속했다. 트래픽원팀이 한 번 출동할 때 80여 명의 경찰이 동원됐다. 트래픽원팀의 단속으로 교통사고 사망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1.8%가 감소했다. 지난해 10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나 올해 단속 기간에는 73명으로 줄었다. 특히 무단횡단에 대한 순찰을 강화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보행자는 지난해 80명에서 올해 47명으로 41.3%나 줄었다. 단속 기간에 발생한 전체 교통사고는 1만1712건으로 지난해의 1만2432건보다 5.8% 감소했다. 트래픽원팀의 ‘맞춤형 단속’이 교통사고와 사망자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트래픽원팀은 오후 2∼5시에는 종로구 광장시장, 동대문시장 등지에서 주로 단속 활동을 벌였다. 이륜차와 사업용 차량의 통행이 많은 시간대와 지역을 골라 안전모 미착용과 신호위반 등을 집중 단속하기 위해서였다. 오후 10시부터 오전 1시 사이에는 영등포역, 홍익대 앞, 강남역 등 유흥업소 밀집 지역과 자동차전용도로 진출입로 등에서 음주운전을 단속했다. 단속 기간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자는 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9명보다 줄었다. 경찰은 트래픽원팀 운영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둠에 따라 교통사고가 잦은 수∼일요일 야간·새벽 시간대 집중 단속과 순찰을 계속할 계획이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경찰이 교통 사망사고와 교통 법규 위반 행위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에서 두 달여 동안 집중적인 단속과 순찰활동을 벌여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크게 줄였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올해 2월 20일부터 4월 30일까지 교통 사망사고 다발지역과 교통 무질서 지점, 강남대로 등 주요 간선도로에서 ‘트래픽원팀’을 운영한 결과 사망자 수가 30% 이상 감소했다”고 9일 밝혔다. 교통순찰대와 도시고속순찰대, 교통범죄수사팀, 교통 외근 경찰 등 가용한 인력을 총동원해 구성한 트래픽원팀은 음주운전과 신호위반 등을 집중적으로 단속했다. 트래픽원팀이 한 번 출동할 때 80여 명의 경찰이 동원됐다. 트래픽원팀의 단속으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1.8%가 감소했다. 지난해 10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나 올해 단속 기간에는 73명으로 줄었다. 특히 무단횡단에 대한 순찰을 강화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보행자는 지난해 80명에서 올해 47명으로 41.3%나 줄었다. 단속 기간에 발행한 전체 교통사고는 1만1712건으로 지난해의 1만2432건 보다 5.8% 감소했다. 트래픽원팀의 ‘맞춤형 단속’이 교통사고와 사망자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트래픽원팀은 오후 2~5시에는 종로구 광장시장, 동대문구 동대문시장 등지에서 주로 단속 활동을 벌였다. 이륜차와 사업용 차량의 통행이 많은 시간대와 지역을 골라 안전모 미착용과 신호위반 등을 집중 단속하기 위해서였다. 오후 10시부터 오전 1시 사이에는 영등포역, 홍대입구, 강남역 등 유흥업소 밀집지역과 자동차전용도로 진출입로 등에서 음주운전을 단속했다. 단속 기간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자는 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9명보다 줄었다. 경찰은 트래픽원팀 운영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둠에 따라 교통사고가 잦은 수~일요일 야간·새벽 시간대 집중 단속과 순찰을 계속 실시할 계획이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5만 원, 7만 원, 11만 원.’ 지난달 18일 오후. 대학생 이민우 씨(23)는 그동안 한 번도 본 적 없는 고액의 영화 티켓 가격을 보게 됐다. 이 씨는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영화 티켓을 구하는 중이었다. 같은 달 24일 개봉 예정이던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티켓 예매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 씨가 예매하려 했던 서울 용산의 CGV 아이맥스관은 개봉 당일 조조부터 심야 상영까지 전석이 매진된 상태였다. 아무리 그래도 영화 한 편 보는 데 11만 원이라니…. 이 씨는 당황스러웠다. CGV 용산 아이맥스관 티켓 정가는 2만3000원. 정가보다 최고 5배 가까이 비싼 티켓이 예매 첫날부터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것이다. 예매 첫날부터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 등에는 ‘어벤져스: 엔드게임’ 영화 티켓을 되팔겠다는 게시글이 줄을 이었다. 티켓을 예매한 뒤 온라인에서 되파는 ‘티켓 리셀러(reseller)’들이 올린 글이다. 어벤져스 시리즈의 열성 팬인 이 씨는 약간의 웃돈을 주고 티켓을 구매할 생각은 있었다. 하지만 리셀러들이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려놓은 가격은 도저히 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영화뿐만 아니라 방탄소년단(BTS), 엑소(EXO) 등 인기 아이돌 그룹의 공연이나 뮤지컬, 프로스포츠의 ‘빅 매치’ 등도 티켓 재판매를 노리는 리셀러들이 눈독을 들이는 것이다. ‘프리미엄’이란 딱지를 붙여 웃돈을 받고 티켓을 재판매하는 리셀러들은 온라인 플랫폼 활성화와 함께 늘어나는 추세다.○ VIP석 잡으면 ‘잭팟’ BTS를 비롯한 인기 아이돌 그룹의 공연 티켓은 대개 ‘피케팅’(피 튀기는 티케팅) 5분 정도면 매진된다. 그리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적게는 수십 배, 많을 땐 100배 이상 부풀려진 티켓 가격으로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나 티켓 리셀 사이트에 올라온다. 리셀러들 사이에선 ‘BTS 콘서트 티켓 예매에 성공하면 한 달 월급을 벌 수 있다’는 얘기가 돌 정도다. 이렇다 보니 티켓 리셀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욕먹어도 돈이 좋다’며 재판매를 목적으로 한 티케팅에 나서는 이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들은 일명 ‘플미충’(프리미엄+충) ‘플미꾼’(프리미엄+꾼)으로 불린다. 공연을 직접 볼 생각은 없고 티켓을 되파는 것이 목적인 ‘꾼들’이다. 인기 공연일수록 리셀계의 타짜들이 많이 몰린다. BTS, 워너원 등 열성 팬이 많은 인기 아이돌 그룹의 공연 티켓 값은 천정부지로 뛴다. VIP석 하나를 건지면 말 그대로 잭팟이다. 지난해 BTS 등이 출연한 제9회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의 입장 티켓은 무료였다. 하지만 좌석이 한정된 탓에 재판매 가격은 150만 원까지 치솟았다. 다음 달 15일로 예정된 BTS의 팬미팅을 겸한 공연 티켓은 정가가 8만8000원이다. 하지만 이달 2일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이 티켓을 무려 560만 원에 되팔겠다는 게시글도 있었다. 티켓 리셀러들이 아이돌 그룹 공연에만 관심을 두는 건 아니다. 6월로 예정된 가수 나훈아의 ‘2019 청춘어게인’ 공연 티켓은 정가의 5배 가까운 값에 거래사이트에 나왔다. 정가가 16만5000원인 티켓을 80만 원에 팔겠다는 리셀러의 게시글이 있다. 재판매 티켓이 거래 사이트에 올려놓은 가격대로 모두 팔리는 건 아니다. 구매자들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일단 비싼 값에 올려놓고 보는 리셀러들도 있어 실제 판매 가격과는 차이가 날 수 있다. 하지만 인기 공연의 VIP석은 200만∼300만 원에 거래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리셀러들은 티켓 예매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매크로를 동원하기도 한다. 매크로는 사람이 해야 하는 반복 작업을 컴퓨터가 대신 하도록 해 작업 효율을 높이는 프로그램이다. 사람이 손으로 마우스를 클릭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해 티켓 예매 전쟁터에서 효자 노릇을 한다. 일단 표를 구한 리셀러는 그때부터 바로 ‘갑’이다. 좋은 좌석을 손에 넣은 리셀러들은 재판매 가격을 먼저 제시하지 않는다. 구매 희망자들을 모아놓고, 높은 값을 부르는 사람이 표를 갖도록 경매에 부친다. 부르는 게 값이다. ○ 리셀 두고 논쟁 벌어지기도 리셀 시장이 커지면서 불법 논란도 벌어졌다. 지난해 10월 래퍼 허클베리피(본명 박상혁·35)와 리셀러 A 씨는 티켓 재판매를 두고 온라인에서 공개 논쟁을 벌였다. 허클베리피는 당시 트위터에 자신의 공연 티켓을 프리미엄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A 씨를 언급하며 “남의 콘텐츠로 법망 요리조리 피해서 돈 챙기는 거지××가 뭐 이렇게 당당해”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A 씨가 반박하고 나섰다. A 씨는 “온라인을 통해 거래되는 유가증권 형태의 공연 티켓 상거래는 불법이 아니다”라며 “암표가 아닌데 오히려 허클베리피가 특정인을 사회적으로 매장하려 한다”고 맞받았다. 노력해서 티켓 예매라는 경쟁에서 이겼고, 이런 노력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웃돈을 붙여 판매하는 건 정당한 상거래라는 게 A 씨의 주장이다. 하지만 티켓 구매자인 팬들은 속이 탄다. 팬들은 콘서트 티켓을 예매하기 위해 PC방에 가서 초시계를 켜두고 예매 시작 시간을 기다린다. 하지만 티켓 예매에 실패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그러면 팬들은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고 예매 취소 표를 찾아 온갖 사이트를 찾아다닌다. 하지만 예매가 취소된 티켓마저 리셀러들이 채가는 경우가 흔하다. 콘서트 주최 측은 팬들을 위해 팬클럽에 가입된 회원들에게만 티켓을 사전 예매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도 리셀러들의 티켓 사냥을 막지는 못한다. 리셀러들이 팬클럽 회원으로 가입해 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리셀러들은 팬클럽의 공공의 적이 됐다. EXO 팬 최가연 씨(23·여)는 “EXO 콘서트를 4번 봤는데 3번은 예매를 하지 못해 재판매 티켓을 사서 봤다”며 “세 번 모두 10만 원대 티켓을 30만 원가량 주고 사야 했다”고 말했다. 최 씨는 “플미충이 갈수록 늘어나니 진짜 팬들은 점점 더 티케팅이 어려워진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공연진의 생각도 팬들과 다르지 않다. 티켓 재판매는 팬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행위라는 것이다. 래퍼 B 씨(29)는 리셀러들에 대해 “불특정 다수가 공정하지 않은 방식으로 내 공연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순수함을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티켓 리셀러들이 공연 문화를 망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택광 문화평론가는 “돈벌이 목적의 리셀은 투기 성격이 짙다”며 “이런 현상이 만연하면 개인의 문화 향유권이 박탈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 법을 만들어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티켓 리셀이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의 한 경매사이트에서는 2016년 미국프로농구(NBA) 결승전 티켓이 우리 돈 약 5800만 원에 팔렸다. 작년엔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이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티켓을 높은 가격에 재판매한 레알 마드리드 팬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등 리셀링은 해외에서도 종종 논란이 되고 있다. 온라인에서의 티켓 재판매 행위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나라들이 생기고 있다. 네덜란드의 리셀 전문 업체 티켓스와프(TicketSwap)는 자체적으로 리셀 가격 상한제를 도입했다. 리셀 자체는 허용하되 티켓 정가보다 20% 이상 더 받을 수 없도록 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에서는 리그 참가 구단이 지정한 리셀 사이트에서만 표를 되팔 수 있도록 했다. 구단과 협약을 맺은 곳 외에 다른 사이트에서 경기 티켓을 되파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단속하는 것이다. 미국은 2016년 ‘더 나은 온라인 티켓 판매 행위를 위한 법안’을 만들어 매크로 프로그램을 동원한 티켓 구매자 등을 처벌하고 있다. 캐나다도 지난달부터 매크로를 이용한 티켓 구매와 재판매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단속에 나섰다.○ 온라인 티켓 재판매 처벌 근거 없어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온라인에서의 티켓 재판매를 제재할 수단이 없다. 매크로를 사용해 티켓을 예매한 뒤 되팔아도 처벌할 수 없다. 경기장 주변 등 오프라인에서의 암표 판매 행위는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과료의 형에 처한다. 이처럼 온라인에서의 티켓 재판매를 처벌할 방법이 없다 보니 팬들은 공연 주최 측에 “플미충을 잡아 달라”고 호소하기도 한다. 또 팬카페에서 ‘플미충 괴롭히기’ 매뉴얼을 공유하며 사적 보복에 나선다. 단체로 티켓 거래 사이트 등에 댓글을 달아 리셀러들을 사기꾼으로 몰고 가는 식이다. 최근 영화 어벤져스 티켓의 리셀이 성행하자 CGV 측은 사이트에 ‘예매 티켓 재판매 관련 공지’를 띄웠다. 예매 티켓 재판매자에 대해 회원 강제 탈퇴 및 예매 취소 조치를 할 것이라는 경고였다. 하지만 이런 경고를 비웃기라도 하듯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와 리셀 사이트 등에서는 여전히 CGV 용산 아이맥스관의 티켓이 5만 원대에 팔리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온라인에서의 티켓 재판매와 매크로를 동원한 티켓 예매 등을 두고 논란이 불거지면서 20대 국회에서만 10여 건의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다. 대부분 온라인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해 구입한 티켓을 거래하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법안들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리셀러가 많아지면서 티켓 사기도 늘고 있다. 직장인 김모 씨(27·여)는 3월 말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박모 씨(여)로부터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티켓 2장을 34만 원에 구매했다. 장당 정가는 12만6000원이었지만 웃돈을 얹어주고 산 것이다. 김 씨는 예매가 힘들기로 유명한 공연이라 웃돈 5만 원가량을 더 주는 정도면 나쁘지 않은 거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기였다. 박 씨는 김 씨에게 팔겠다고 했던 티켓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팔겠다고 했고, 여기저기서 티켓 값을 받아 챙긴 것이다. 박 씨에게 사기를 당한 한 피해자가 정보 공유를 위해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개설하자 피해자들이 대거 몰렸다. 박 씨에게 공연 티켓 사기를 당했다는 피해자는 60명이 넘었다. 피해액은 2000만 원에 달했다. 리셀이 개인 간 거래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티켓 재판매자의 사기 전력 등을 확인하기가 힘들다. 김 씨처럼 온라인에서 사기 범죄 피해를 당하는 사례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온라인 사기 사례 가운데 티켓 사기가 포함되는 개인 간 거래·기타 항목의 사기 사건 건수는 2014년 5만3295건에서 2018년 10만1606건으로 4년간 2배 가까이로 늘었다. 김자현 zion37@donga.com·김소영·신아형 기자}

“신축 아파트가 그 모양인데 오래된 아파트는 훨씬 더 심할 거예요.” 2년 동안 아파트 층간소음으로 고통받아 온 조모 씨(35·여)는 3일 분통을 터뜨렸다. 수도권의 신축 공공·민간 아파트 191채 중 96%(184채)가 층간소음 차단 성능 등급이 사전에 인정받은 수준보다 낮게 지어졌고 60%(114채)가 최소한의 성능 기준에도 못 미친다는 감사원 조사 결과를 접한 직후였다. 조 씨는 2017년 서울 양천구 목동의 아파트로 이사 온 뒤부터 층간소음에 시달려 불면증까지 걸렸다. 윗집에서 쿵쿵거리는 사람 발소리와 애견이 뛰는 소리가 들리자 ‘소음을 줄여 달라’고 윗집 주인에게 수십 차례 부탁했지만 소용없었다. 2년 동안 참아 오던 조 씨는 최근 고무망치로 천장을 두드리고 욕실 환풍기 근처에서 담배를 태워 윗집으로 연기를 날리며 보복에 나섰다. 그래도 층간소음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우퍼 스피커를 천장에 붙여 보복하는 걸 고려 중이다. 조 씨처럼 이웃 간 층간소음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은 최근 6년 사이 3배 이상으로 늘었다. 환경부 산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민원 건수가 2012년 8795건에서 2018년 2만8231건으로 늘었다. 하지만 조 씨와 같은 방법으로 보복에 나섰다간 자칫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아래층 사람이 천장에 스피커 등을 달아 소음을 전달하는 건 위층 사람을 괴롭히려는 고의가 명백해 폭행죄가 인정될 수 있다. 반면 위층 사람이 낸 소음은 고의성이 없다면 처벌 대상이 아닌 사례가 많다. 충북 청주시 아파트에 사는 A 씨(45)는 2월 자택 천장에 최대 출력 120W에 달하는 스피커를 설치하고 10시간 동안 아이 울음소리와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를 틀었다. 윗집 바닥이 ‘웅웅’ 울릴 정도로 큰 소리였다. 윗집에서 애견이 뛰거나 짖는 소리가 고스란히 전달되자 복수에 나선 것이다. 윗집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고의성이 있다고 보고 A 씨를 폭행 혐의로 입건해 조사했다. A 씨는 사안이 다소 경미해 경범죄처벌법 위반(인근 소란)으로 벌금 10만 원에 처해졌다. 정부가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를 운영하며 갈등 중재에 나서고 있지만 대부분은 아파트의 구조적인 문제여서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 민사소송을 제기해 소음이 ‘통상적으로 참을 수 있는 범위’를 넘었다고 인정되면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지만 장기간의 소송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번 감사원 조사로 건설사들의 층간소음 방지 부실공사 실태가 드러나면서 정부가 해당 아파트 명단을 공개하고 전국 아파트를 전수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축 아파트 입주를 앞둔 조모 씨(34)는 “부실공사를 했다는 아파트가 어느 아파트인지 모르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자현 zion37@donga.com·김소영 기자}

‘5만 원, 7만 원, 11만 원’ 지난달 18일 오후. 대학생 이민우 씨(23)는 그동안 한 번도 본 적 없는 고액의 영화 티켓 가격을 보게 됐다. 이 씨는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영화 티켓을 구하는 중이었다. 같은 달 24일 개봉 예정이던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 티켓 예매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 씨가 예매하려 했던 서울 용산의 CGV 아이맥스관은 개봉 당일 조조부터 심야상영까지 전석이 매진 상태였다. 아무리 그래도 영화 한 편 보는데 11만 원이라니…. 이 씨는 당황스러웠다. CGV 용산 아이맥스관 티켓 정가는 2만3000원. 정가보다 최고 5배 가까이 비싼 티켓이 예매 첫 날부터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것이다 예매 첫 날부터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 등에는 ‘어벤져스:엔드게임’ 영화 티켓을 되팔겠다고 하는 게시글이 줄을 이었다. 티켓을 예매한 뒤 온라인에서 되파는 ‘티켓 리셀러(reseller)’들이 올린 글이다. 어벤져스 시리즈의 열성 팬인 이 씨는 약간의 웃돈을 주고 티켓을 구매할 생각은 있었다. 하지만 리셀러들이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려놓은 가격은 도저히 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영화뿐 아니라 방탄소년단(BTS), 엑소(EXO) 등 인기 아이돌그룹의 공연이나 뮤지컬, 프로 스포츠의 ‘빅 매치’ 등도 티켓 재판매를 노리는 리셀러들이 눈독을 들이는 곳이다. ‘프리미엄’이라는 딱지를 붙여 웃돈을 받고 티켓을 재판매하는 리셀러들은 온라인 플랫폼 활성화와 함께 늘어나는 추세다.●VIP석 잡으면 ‘잭팟’ BTS를 비롯한 인기 아이돌그룹의 공연 티켓은 대개 ‘피켓팅(피 튀기는 티켓팅)’ 5분 정도면 매진된다. 그리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적게는 수십 배, 많을 땐 100배 이상 부풀려진 티켓 가격으로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나 티켓리셀 사이트에 올라온다. 리셀러들 사이에선 ‘BTS 콘서트 티켓 예매에 성공하면 한달 월급을 벌 수 있다’는 얘기가 돌 정도다. 이렇다 보니 티켓 리셀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욕먹어도 돈이 좋다’며 재판매를 목적으로 한 티켓팅에 나서는 이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들은 일명 ‘플미충(프리미엄+충)’, ‘플미꾼(프리미엄+꾼)’으로 불린다. 공연을 직접 볼 생각은 없고 티켓을 되파는 것이 목적인 ‘꾼들’이다. 인기 공연일수록 리셀계의 타짜들이 많이 몰린다. BTS, 워너원 등 열성 팬이 많은 인기 아이돌 그룹의 공연 티켓 값은 천정부지로 뛴다. VIP석 하나를 건지면 말 그대로 잭팟이다. 지난해 BTS 등이 출연한 제9회 대한민국 대중문화 예술상 시상식의 입장 티켓은 무료였다. 하지만 좌석이 한정된 탓에 재판매 가격은 150만 원까지 치솟았다. 다음달 15일로 예정된 BTS의 팬 미팅을 겸한 공연 티켓은 정가가 8만8000원이다. 하지만 이달 2일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이 티켓을 무려 560만 원에 되팔겠다는 게시글도 있었다. 티켓 리셀러들이 아이돌 그룹 공연에만 관심을 두는 건 아니다. 6월로 예정된 가수 나훈아의 ‘2019 청춘어게인’ 공연 티켓은 정가의 5배 가까운 값에 거래사이트에 나왔다. 정가가 16만5000원인 티켓을 80만 원에 팔겠다는 리셀러의 게시글이 있다. 재판매 티켓이 거래 사이트에 올려놓은 가격대로 모두 팔리는 것은 아니다. 구매자들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일단 비싼 값에 올려놓고 보는 리셀러들도 있어 실제 판매가격과는 차이가 날 수 있다. 하지만 인기 공연의 VIP석은 200만~300만 원에 거래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리셀러들은 티켓 예매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매크로를 동원하기도 한다. 매크로는 사람이 해야 하는 반복 작업을 컴퓨터가 대신 하도록 해 작업 효율을 높이는 프로그램이다. 사람이 손으로 마우스를 클릭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해 티켓 예매 전쟁터에서 효자 노릇을 한다. 일단 표를 구한 리셀러는 그때부터 바로 ‘갑’이다. 좋은 좌석을 손에 넣은 리셀러들은 재판매 가격을 먼저 제시하지 않는다. 구매 희망자들을 모아놓고 높은 값을 부르는 사람이 표를 갖도록 경매에 붙인다. 부르는 게 값이다. ●리셀 두고 논쟁 벌어지기도 리셀 시장이 커지면서 불법 논란도 벌어졌다. 지난해 10월 래퍼 허클베리피(본명 박상혁·35)와 리셀러 A 씨는 티켓 재판매를 두고 온라인에서 공개 논쟁을 벌였다. 허클베리피는 당시 트위터에 자신의 공연 티켓을 프리미엄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A 씨를 언급하며 “남의 콘텐츠로 법망 요리조리 피해서 돈 챙기는 거지XX가 뭐 이렇게 당당해”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A 씨가 반박하고 나섰다. A 씨는 “온라인을 통해 거래되는 유가증권 형태의 공연 티켓 상거래는 불법이 아니다”며 “암표가 아닌데 오히려 허클베리피가 특정인을 사회적으로 매장하려 한다”고 맞받았다. 노력해서 티켓 예매라는 경쟁에서 이겼고, 이런 노력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웃돈을 붙여 판매하는 건 정당한 상거래라는 게 A 씨의 주장이다. 하지만 티켓 구매자인 팬들은 속이 탄다. 팬들은 콘서트 티켓을 예매하기 위해 PC방에 가서 초시계를 켜두고 예매 시작 시간을 기다린다. 하지만 티켓 예매에 실패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그러면 팬들은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고 예매 취소표를 찾아 온갖 사이트를 찾아다닌다. 하지만 예매가 취소된 티켓마저 리셀러들이 채가는 경우가 있다. 콘서트 주최 측은 팬들을 위해 팬클럽에 가입된 회원들에게만 티켓을 사전 예매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도 리셀러들의 티켓 사냥을 막지는 못 한다. 리셀러들이 팬클럽 회원으로 가입해 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리셀러들은 팬클럽의 공공의 적이 됐다. EXO 팬 최가연 씨(23·여)는 “EXO 콘서트를 4번 봤는데 3번은 예매를 하지 못해 재판매 티켓을 사서 봤다”며 “세 번 모두 10만 원대 티켓을 30만 원가량 주고 사야했다”고 말했다. 최 씨는 “플미충들이 갈수록 늘어나니 진짜 팬들은 점점 더 티켓팅이 어려워진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공연진들의 생각도 팬들과 다르지 않다. 티켓 재판매는 팬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행위라는 것이다. 래퍼 B 씨(29)는 리셀러들에 대해 “불특정 다수가 공정하지 않은 방식으로 내 공연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순수함을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티켓 리셀러들이 공연 문화를 망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택광 문화평론가는 “돈벌이 목적의 리셀은 투기 성격이 짙다”며 “이런 현상이 만연하면 개인의 문화 향유권이 박탈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 법을 만들어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티켓 리셀이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의 한 경매사이트에서는 2016년 미국프로농구(NBA) 결승전 티켓이 우리 돈 약 5800만 원에 팔렸다. 작년엔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이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티켓을 높은 가격에 재판매한 레알 마드리드 팬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등 리셀링은 해외에서도 종종 논란이 되고 있다. 온라인에서의 티켓 재판매 행위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나라들이 생기고 있다. 네덜란드의 리셀 전문 업체 티켓스왑(TicketSwap)은 자체적으로 리셀 가격 상한제를 도입했다. 리셀 자체는 허용하되 티켓 정가보다 20% 이상 더 받을 수 없도록 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에서는 리그 참가 구단이 지정한 리셀 사이트에서만 표를 되팔 수 있도록 했다. 구단과 협약을 맺은 곳 외에 다른 사이트에서 경기 티켓을 되파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단속하는 것이다. 미국은 2016년 ‘더 나은 온라인 티켓 판매 행위를 위한 법안’을 만들어 매크로 프로그램을 동원한 티켓 구매자 등을 처벌하고 있다. 캐나다도 지난달부터 매크로를 이용한 티켓 구매와 재판매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단속에 나섰다. ●온라인 티켓 재판매 처벌 근거 없어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온라인에서의 티켓 재판매를 제재할 수단이 없다. 매크로를 사용해 티켓을 예매한 뒤 되팔아도 처벌할 수 없다. 경기장 주변 등 오프라인에서의 암표 판매행위는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과료의 형에 처한다. 이처럼 온라인에서의 티켓 재판매를 처벌할 방법이 없다보니 팬들은 공연 주최 측에 “플미충을 잡아달라”고 호소하기도 한다. 또 팬카페에서 ‘플미충 괴롭히기’ 매뉴얼을 공유하며 사적 보복에 나선다. 단체로 티켓 거래 사이트 등에 댓글을 달아 리셀러들을 사기꾼으로 몰고 가는 식이다. 최근 영화 어벤져스 티켓의 리셀이 성행하자 CGV 측은 사이트에 ‘예매 티켓 재판매 관련공지’를 띄웠다. 예매 티켓 재판매자에 대해 회원 강제 탈퇴 및 예매 취소 조치를 할 것이라는 경고였다. 하지만 이런 경고를 비웃기라도 하듯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와 리셀 사이트 등에서는 여전히 CGV 용산 아이맥스관의 티켓이 5만 원 대에 팔리고 있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온라인에서의 티켓 재판매와 매크로를 동원한 티켓 예매 등을 두고 논란이 불거지면서 20대 국회에서만 10여 건의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다. 대부분 온라인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해 구입한 티켓을 거래하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법안들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리셀러들이 많아지면서 티켓 사기도 늘고 있다. 직장인 김모 씨(27·여)는 3월 말 중고거래사이트에서 박모 씨(여)로부터 뮤지컬 ‘지킬 앤드 하이드’ 티켓 2장을 34만 원에 구매했다. 1장당 정가는 12만6000원이었지만 웃돈을 얹어주고 산 것이다. 김 씨는 예매가 힘들기로 유명한 공연이라 웃돈 5만 원 가량을 더 주는 정도면 나쁘지 않은 거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기였다. 박 씨는 김 씨에게 팔겠다고 했던 티켓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팔겠다고 했고 여기저기서 티켓값을 받아 챙긴 것이다. 박 씨에게 사기를 당한 한 피해자가 정보 공유를 위해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개설하자 피해자들이 대거 몰렸다. 박 씨에게 공연 티켓 사기를 당했다는 피해자들은 60명이 넘었다. 피해액은 2000만원에 달했다. 리셀이 개인 간 거래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티켓 재판자의 사기 전력 등을 확인하기가 힘들다. 김 씨처럼 온라인에서 사기 범죄 피해를 당하는 사례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온라인 사기 사례 가운데 티켓 사기가 포함되는 개인 간 거래·기타 항목의 사기 사건 건수는 2014년 5만3295건에서 2018년 10만1606건으로 4년간 2배 가까이 늘었다. 김자현기자 zion37@donga.com김소영기자 ksy@donga.com}

《 “2년째 치매를 앓고 계신 우리 어머니, 집에서 계속 모시자니 아내가 너무 힘들어하고 요양병원에 모시자니 ‘불효자’가 되는 것만 같아서요….” 박영섭(가명·59) 씨와 같은 고민을 안고 사는 가정은 더 이상 소수가 아니다. 부모를 집에서 모셔야 ‘효도’라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사회구조가 변화하면서 효자 노릇이 버거운 사람이 많다. 과거처럼 어르신 부양을 가족이 도맡는 것만이 진짜 ‘효도’일까? 신예기가 부모 모시는 것에 대한 고민의 답을 찾아봤다. 》 “언제나 제 유년 시절 기억 속에 포근하고 유쾌한 모습으로 남아있는 어머니. 그런 어머니가 치매의 덫에 걸리신 지 벌써 2년째입니다. 제 나이 쉰아홉 살, 어머니는 벌써 80대시니 무리도 아니지요. 그런데도 여전히 전 어머니가 방금 전 식사한 것도 잊으시고 밥을 찾으실 때마다, 화장실에서 뒤처리를 하지 못해 헤매는 모습을 볼 때마다 억장이 무너집니다. 어머니를 돌보는 일을 저보다 더 많이 하게 되는 아내를 볼 면목도 없습니다. 이제 어머니도, 아내도 모두 노인인데 얼마나 지치겠습니까. 결국 얼마 전 장남인 제가 다섯 동생을 모았습니다. 무거운 마음으로 요양병원 얘기를 꺼냈죠. 다들 말이 없더군요. 내심 제가 계속 어머니를 모시길 바라는 눈치였어요. 그래도 저희 가족의 고생을 아니까 차마 말은 못 하고 “어떡하지, 어떡하지” 걱정만 하더군요. 결국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동생들에게 어렵게 말은 꺼냈지만 저도 사실 결정이 바로 서진 않습니다. 어머니가 우릴 어떻게 키웠는데 요양병원이라니요. 이런 불효자가 있을까요. 하지만 매일 마주하는 현실이 너무 어렵습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치매에 걸린 부모님을 모시는 문제로 고심하고 있는 박모 씨(59) 이야기다. 치매를 앓던 어머니가 지난해 세상을 떠난 광주의 정모 씨(58). 그는 8년 전 고향 집에서 홀로 지내던 80세 노모를 요양병원으로 모신 날 펑펑 울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오랜 당뇨 투병으로 합병증이 생겨 정기적인 신장 투석이 필요했지만, 어머니는 요양병원에 가느니 차라리 투석을 안 받고 죽겠다고 버텼다. 어머니는 “네가 날 입원시킨 걸 알고 동네 사람들이 널 불효자라 욕하면 어쩌냐”며 “너를 욕보이느니 차라리 혼자 죽겠다”고 했다. 어렵게 도착한 요양병원은 모텔을 개조한 건물이었다. 병실엔 다닥다닥 붙은 침대 6대와 서랍장 6개가 전부였다. 서 있을 공간조차 없어 가족이 1시간 이상 머물기도 어려웠다. 입원 후 눈에 띄게 기력이 약해진 어머니는 2년 만에 치매에 걸렸고, 6년간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다가 작년에 세상을 떠났다. 정 씨는 “지금도 죄인인 마음”이라고 말했다. 아침엔 부모님께 문안인사를 올리고, 저녁엔 잠자리를 봐드린다는 ‘혼정신성(昏定晨省)’은 한국인의 오래된 효 문화다. 하지만 100세 시대가 열리면서 병든 상태로 노년기를 보내는 인구가 늘어난 반면에 대가족 해체와 맞벌이 증가에 따라 이들을 돌볼 가족은 사라지면서 ‘정서’와 ‘현실’ 간 괴리가 커졌다. 어쩔 수 없이 부모를 시설에 맡기면서도 ‘불효’라는 죄책감을 벗을 수 없는 이유다. 홍순권 효사관학교장은 “과거엔 부모를 집에서 모셔도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었지만 요즘은 그게 불가능하다”며 “이제는 농경사회 시대의 ‘효’와는 다른 문화를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효행을 장려하겠다며 2008년부터 시행 중인 ‘효행 장려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효’는 ‘자녀가 부모를 성실하게 부양하는 것’이다. 김덕균 한국효문화진흥원 효문화연구사업단장은 “이젠 어르신 부양을 자녀 개인이 아닌 사회 차원에서 준비해야 할 때”라며 “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제도적 변화와 함께 필요한 건 각 개인과 가정이 ‘우리 집안의 노년기’에 대해 함께 대화하고 합의점을 찾는 것이다. 김 단장은 “부모님이 온전할 때 스스로 고민하고 ‘내 건강이 안 좋아지면 특정 요양시설에 맡겨 달라’고 자녀에게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그 대신 ‘일주일에 식사 1번은 꼭 같이 하자’는 등의 조건을 달면 좋다”고 조언했다. 부모님 부양 방식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까지 가족 내 ‘눈치 싸움’도 적지 않은 만큼 분란을 줄이기 위해 이견을 조율할 조정자를 결정할 필요도 있다. 남일성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상황이 나빠지기 전에 가족이 미리 협의하고, 필요하다면 주 보호자를 정해 그 사람에게 결정의 전권을 맡기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어르신들의 생각은 어떨까. 서울요양원 주야간보호센터를 5개월째 이용 중인 조영환 씨(94)는 “시설 선생님들이 매우 친절하고 집 밖에 나와 친구들도 만날 수 있어 좋다”면서도 “자녀들이 자주 찾아오고 최대한 부모를 생각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모친을 3년째 서부시립노인전문요양센터에 모시고 있는 백라혜 씨(61)는 “어머니를 이곳에 모시기 전 충분히 얘기를 나눴지만 막상 입소 후 ‘나를 버리고 가느냐’고 말해 마음이 아팠다”며 “그래서 첫 석 달은 매일 찾아뵀더니 그제야 안심하시더라. 부모가 괜찮다고 해도 자녀가 자주 찾아뵙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요양시설을 선택할 때 ‘자주 찾아갈 수 있는 곳’을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어르신들은 요양시설에 들어가는 순간 과거와 단절된 삶을 살게 돼 매우 힘들어한다”며 “자원봉사자가 많고 가족도 자주 오갈 수 있는 곳이어야 적응도 빠르고 학대 가능성도 작아진다”고 조언했다. 박득수 서울요양원장은 “시설에 처음 갔을 때 건물에 밴 냄새가 많이 난다면 관리가 잘 안 된다는 증거일 수 있다”며 “반드시 가족이 직접 시설에 가봐야 청결 수준과 직원의 친절도 등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위은지 wizi@donga.com·김자현·신동진 기자}

고 장자연 씨와 관련한 거짓 증언 의혹이 제기되고 명예훼손 등 혐의로 피소된 지 하루 만에 캐나다로 떠난 윤지오(본명 윤애영·32) 씨가 자신이 밝힌 출국 사유는 거짓이었다고 25일 밝혔다. 전날 출국하면서는 “(이달) 4일부터 엄마가 아프셨고 보호자 역할을 하러 가야 한다”고 했던 윤 씨는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어머니가 캐나다가 아닌 한국에 있다”고 했다. 이어 “탁구공만 한 종양이 (가슴에) 보여 어머니를 한국으로 모셨다”며 “이후 어머니와 나에게 협박 전화가 왔고 숙소까지 노출됐다”며 위협을 피해 떠났다고 주장했다. 윤 씨는 글을 올린 직후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윤 씨를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로 고소한 작가 김모 씨의 법률대리인 박훈 변호사는 26일윤 씨를 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박 변호사는 “윤 씨가 신변에 위협이 있는 것처럼 사람들을 속였고 존재하지 않는 리스트가 존재하는 것처럼 말했다”며 “(이를 이용해) 경호비용, 공익 제보자 후원 등 명목으로 재산상 이득을 취해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가수 승리(본명 이승현·29)와 정준영 씨(30·구속) 등이 속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의 한 멤버가 해외에서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 카톡 대화방 멤버인 강남 클럽 버닝썬 전 직원 김모 씨를 준강간 혐의로 지난달 29일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2016년 승리와 그룹 FT아일랜드 출신 최종훈 씨(29), 유리홀딩스 대표 유모 씨(34) 등과 함께 해외에 모인 자리에서 승리의 지인 소개로 합류한 A 씨(여)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지난달 경찰 조사에서 당시 이들과 술을 마신 뒤 기억을 잃고 쓰러졌는데 나중에 김 씨가 성폭행 장면을 불법 촬영해 이 카톡 대화방에 올린 것을 알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경찰에서 “불법 촬영은 인정하지만 합의한 성관계”라고 주장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위이이잉.” 17일 오전 4시 25분경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에 화재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불이야”라는 외침이 들렸다. 불이 난 곳은 406호. 평소 이웃들에게 자주 난동을 부리던 안모 씨(42)의 집이었다. 안 씨의 집 베란다 창밖으로 시커먼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아파트 1∼10층에 사는 80가구 주민들은 황급히 중앙계단으로 대피하다 2층에서 멈춰 섰다. 어둠 속에 있던 안 씨가 갑자기 막아섰기 때문이다. 안 씨는 양손에 흉기를 들고 있었다.○ 대피 주민들 기다렸다 무차별 살해 아파트는 경보음과 비명이 뒤섞인 아수라장이 됐다. 안 씨는 잠옷 차림으로 대피하던 주민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 무방비상태에서 얼굴과 목 등 급소를 공격당한 주민들은 저항 한번 제대로 못하고 쓰러졌다. 주민 박모 씨는 “화재경보 소리에 놀라 정신없이 계단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2층 계단 쪽에 쓰러진 4, 5명의 목과 가슴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며 몸서리쳤다. 안 씨는 도망가려는 피해자를 한 손으로 붙잡고 다른 한 손으로 흉기를 휘두르기도 했다. 주민 김모 씨(55·여)는 안 씨에게 오른팔을 붙잡힌 채 목 주변을 두 차례 공격당했지만, 두꺼운 외투를 입은 덕에 목숨을 건졌다. 김 씨는 간신히 건물 밖으로 도망친 뒤 자녀들에게 전화를 걸어 “너희는 살아있느냐”며 오열했다. 안 씨의 범행은 치밀했다. 복도식 아파트이기 때문에 주민들은 화재가 나면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중앙 계단으로 대피할 수밖에 없었다. 안 씨는 주민들이 집중적으로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2층 계단 주변에서 기다렸다. 주민들에 따르면 안 씨는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주민들을 끌어내기 위해 복도 파이프 배관을 흉기로 두드려 ‘탕’ ‘탕’ 소리를 내고 “불이야”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한 주민은 “안 씨가 주민들을 향해 무자비하게 흉기를 휘두른 뒤 ‘다 죽였다’고 소리쳤다”고 전했다. ○ 12세 초등학생, 19세 여고생 희생 안 씨에게 공격당한 사망자 5명과 중상자 3명은 모두 여성과 노인, 장애인 등 약자들이었다. 숨진 희생자는 12세 초등학생, 시각장애와 뇌병변장애가 있는 19세 여고생, 그리고 50대 후반과 60, 70대 노인이었다. 한 주민은 “안 씨가 자기보다 덩치가 큰 남성들은 공격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피했다”고 전했다. 화재 대피 요령에 따라 신속히 계단으로 내려온 주민들이 주로 희생양이 됐다. 엘리베이터를 탔거나 옥상으로 대피한 주민들은 화를 피했다. 경찰은 신고 접수 3분 만인 오전 4시 35분경 현장에 도착했다. 안 씨가 또 다른 공격 대상을 찾고 있을 때였다. 안 씨는 15분간 격렬하게 저항했다. 경찰이 안 씨에게 테이저건을 쐈지만 안 씨가 두꺼운 옷을 입고 있어 효과가 없었다. 안 씨는 경찰을 향해 흉기를 집어던졌다. 경찰은 공포탄을 한 발 발사한 뒤 안 씨의 하체를 향해 실탄을 한 발 발사했지만 빗나갔다. 안 씨는 경찰이 다시 실탄을 쏘려고 하자 다른 흉기를 다시 경찰에게 던졌다. 경찰은 안 씨에게 또 다른 흉기가 없는지 확인한 뒤 장봉으로 안 씨를 제압했다.진주=김정훈 hun@donga.com·박상준 / 김자현 기자}
신생아 사망사고 은폐 의혹을 받고 있는 경기 성남시 분당차여성병원 의료진이 사고 이후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조직적으로 진료기록을 삭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따르면 이 병원 의료진 간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에서 신생아 사망 사고를 숨기기 위해 진료기록 삭제를 지시한 정황이 확인됐다. 경찰이 진료부원장 A 씨와 산부인과 주치의 B 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포렌식(디지털 저장매체 복구 및 분석)한 결과 2016년 8월 사고가 나고 며칠 뒤 B 씨가 A 씨에게 신생아의 ‘두개골 골절 진료기록 삭제’를 건의하고 이를 A 씨가 받아들인 정황도 드러났다. B 씨의 휴대전화에서는 행정직원이 보낸 ‘기록 삭제를 완료했다’는 보고 문자메시지도 들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병원에서는 2016년 8월 레지던트 C 씨가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난 아기를 옮기던 중 미끄러지면서 바닥으로 떨어진 아기가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사고 후 신생아의 뇌초음파 사진을 찍어 외상 흔적을 확인했던 소아청소년과 주치의 D 씨는 한 레지던트에게 ‘진료기록을 삭제했는지 확인하라’고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자현 zion37@donga.com·구특교 기자}
신생아 사망사고 은폐 의혹을 받고 있는 경기 성남시 분당차여성병원 의료진이 사고 이후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조직적으로 진료기록을 삭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따르면 이 병원 의료진 간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에서 신생아 사망사고를 숨기기 위해 진료기록 삭제를 지시한 정황이 확인됐다. 경찰이 진료부원장 A 씨와 산부인과 주치의 B 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포렌식(디지털 저장매체 복구 및 분석)한 결과 2016년 8월 사고가 나고 며칠 뒤 B 씨가 A 씨에게 신생아의 ‘두개골 골절 진료기록 삭제’를 건의하고 이를 A 씨가 받아들인 정황도 드러났다. B 씨의 휴대전화에서는 행정직원이 보낸 ‘기록 삭제를 완료했다’는 보고 문자메시지도 들어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병원에서는 2016년 8월 레지던트 C 씨가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난 아기를 옮기던 중 미끄러지면서 바닥으로 떨어진 아기가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사고 후 신생아의 뇌초음파 사진을 찍어 외상흔적을 확인했던 소아청소년과 주치의 D 씨는 한 레지던트에게 ‘진료기록을 삭제했는지 확인하라’고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증거인멸을 주도한 B 씨와 D 씨에 대해 16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자현기자 zion37@donga.com구특교기자 kootg@donga.com}

경찰이 가수 정준영 씨(30·구속)와 아이돌 그룹 ‘빅뱅’ 전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29) 등이 속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마약류를 뜻하는 것으로 보이는 은어(隱語)가 수차례 언급된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8일 알려졌다. 경찰은 2016년경 카톡 대화방 참여자 일부가 마약을 가리키는 은어를 언급하면서 ‘오늘 먹자’ 등의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볼 때 마약 투약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정 씨와 승리 등이 포함된 대화방에서 대마초를 뜻하는 은어인 ‘고기’와 엑스터시 합성마약을 가리키는 ‘캔디’라는 단어가 수차례 등장하는 대화 내용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등에 따르면 대화방 멤버들은 ‘오늘 고기 먹을래?’ ‘오늘 사탕 먹자’라는 식의 대화를 나눴는데 경찰은 이런 대화가 오간 것으로 볼 때 마약 투약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정 씨와 가까운 A 씨는 최근 본보 기자에게 “2016년 10월경 대화방에서 ‘고기 먹자’라는 대화가 오간 걸 직접 봤다”고 말했다. 당시 친분이 있던 대화방 멤버 중 한 명이 “우리 친구들은 대마초를 ‘고기’라고 부른다”며 A 씨에게 대화 내용을 보여줬다고 한다. 고기는 대마초를 뜻하는 여러 은어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A 씨는 대화방 멤버가 “여자친구와 캔디를 먹었다”고 말하는 것을 듣기도 했다고 한다. 환각물질인 엑스터시 합성마약 ‘몰리’는 알약 모양이라 캔디로 불린다. A 씨는 또 대화방 멤버들이 2016년 말∼2017년 초 수사기관의 마약검사에서 걸리지 않는 방법을 공유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당시는 대화방 멤버였던 B 씨가 대마초 흡연 등으로 검찰에 체포된 시기였다. A 씨는 대화방 멤버들이 “탈색과 염색을 번갈아 하면 모발 검사를 해도 마약 검사에 안 걸린다” “수액을 오래 맞으면 소변 검사를 해도 마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을 서로 공유하는 것을 직접 들었다고 한다. A 씨는 “B 씨가 당시 이름을 대지 않아 나머지 대화방 멤버들이 수사를 받지는 않았다”고 말했다.한성희 chef@donga.com·김자현·조동주 기자}

“할머니, 보건소 차 오늘도 왔어요!” 8일 오전 11시경 강원 속초시 장사동 장천마을. 한 사내가 이 마을 경로당 문을 열어젖히며 이렇게 소리쳤다. “뭐라고?” 경로당 안에 있던 노인들은 사내의 말이 잘 들리지 않는 듯 되물었다. 사내는 다시 큰 소리로 또박또박 말했다. “보건소 차로 가서 진찰 받으시라고요.” ○ 피해 노인들 눈과 귀 자처한 ‘5060 청년들’ 장천마을은 나흘 전 고성군에서 시작돼 속초시로까지 번진 산불로 전체 42가구의 절반이 불에 타는 큰 피해를 본 곳이다. 사내는 이 마을 성인 중 최연소인 박인철 씨(50). 노부모를 모시며 농사일로 생계를 유지하는 박 씨 역시 이번 산불로 집을 잃었다. 하지만 그는 집을 잃고 경로당에서 지내는 마을 노인들의 눈과 귀가 되어 주고 있다. 대부분 70, 80대 노인들이어서 거동이 어렵고 귀가 어두운 경우가 많다. 박 씨는 “스무 살까지 이 마을에 살다가 30년 외지 생활을 한 뒤 부모님을 돌보기 위해 지난해 귀향했다. 동네 어르신들이 다 내 부모님 같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이 마을의 또 다른 ‘젊은이’인 어두훈 통장(61)은 스쿠터를 타고 마을 곳곳을 누볐다. 이날은 산불 피해 신고 마지막 날. 이재민들은 주민센터에 피해 내용을 정해진 양식에 맞게 신고해야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어 통장은 노인정과 경로당 주변을 오가며 마을 노인들이 신고를 제대로 했는지 챙겨 물었다. 주민센터의 공지사항을 일일이 전파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어 통장은 “비교적 젊은 사람들이 아들처럼 나서서 이웃 어른들을 부모처럼 챙긴다”고 했다. 장사동 주민센터 직원들도 마을에 찾아와 노인들에게 피해 신고 절차를 안내하고 서류 작성을 도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지역 향우회 등을 중심으로 재건 움직임이 활발하다. 속초 토박이모임인 ‘속초 1279’ 멤버이자 구독자가 5000명이 넘는 블로거 정재훈 씨(55)는 피해 지역의 관광산업이 위축되지 않도록 지역 홍보를 하고 있다. 강릉지역고교동문회연합은 이날 이재민 성금 약 1000만 원을 모아 강릉시에 전달하기로 했다. ○ 교복·교과서 불탄 고3, 주변 도움으로 등교 이재민들을 돕기 위한 의료와 상담 지원도 한창이다. 강원도 한의사협회 의료봉사단은 7일에 이어 이날도 고성군 천진초등학교 대피소를 찾아 노인들에게 침을 놔줬다. 상당수 노인이 급히 대피하는 과정에서 허리와 다리 통증이 심해졌고 두통을 호소하는 이재민도 많다. 한의사협회는 진료 수요가 많아 당초 이틀간 진행하려던 봉사기간을 일주일 연장하기로 했다. 재난심리 상담 전문가인 홍인숙 ‘정다운심리상담연구소’ 소장(56)은 대피소에 머무는 이재민들을 찾아다니며 응급 심리상담을 하고 있다. 홍 소장은 “고위험군으로 판단되는 인원을 선별한 뒤 추후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계해 장기적인 심리상담을 받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피해 지역 주민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려 애쓰는 모습이다. 강릉시 옥계면 노인들은 면사무소에서 진행하는 노인일자리사업에 정상 출근했다. 화재로 집이 모두 타버린 김영자 씨(70·여)는 “아직도 마음은 아프지만 막상 움직이니까 한결 낫다. 힘내서 다시 일해 볼 생각”이라며 웃어 보였다. 이번 화재로 집이 불에 타면서 교복과 교과서도 재로 변한 속초여고 3학년 서모 양(18)은 8일 정상 등교했다. 속초시에서 발 빠르게 교복을 지원했고, 친구들이 책과 참고서 등을 빌려준 덕분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연수원에 임시 거주하는 서 양은 화재 충격에도 새벽까지 독서실에서 공부한다. 서 양의 어머니 양경아 씨(51)는 “주변의 관심과 도움으로 딸이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속초=김자현 zion37@donga.com / 강릉=한성희 / 고성=박상준 기자}

토요일인 6일 오후 5시 강원 속초시 대포항 수산시장. 길가에 늘어선 횟집들의 수조는 팔리지 않은 해산물로 가득했다. 한 횟집 주인 김모 씨(47·여)는 “손님이 너무 없어서 생선을 다 버리게 생겼다. 평소 300만 원어치를 팔았는데 오늘은 20만 원도 못 팔았다”고 말했다. 평소 주말 같으면 가게 앞에 줄을 선 손님들 옆에서 바삐 횟감을 손질할 시간에 김 씨는 가게 앞 의자에 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이곳 수산시장 횟집 30여 곳 중에는 일찌감치 문을 닫은 가게도 여러 곳 눈에 띄었다. 속초시 고성군 강릉시 등 강원 지역을 휩쓴 산불은 6일 정오 완전히 잡혔지만 전국 관광객들이 숙소 예약을 대거 취소하고 방문을 미루면서 지역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대포항, 설악산, 정동진 등 산불 피해가 없었던 유명 관광지들도 봄철 성수기에 상춘객들의 발길이 끊겼다. 이날 속초시 설악산국립공원은 완연한 봄 날씨가 무색하게 한산했다. 이날 오후 1시, 만개한 벚꽃이 터널을 이루는 것으로 유명한 설악산 초입의 신흥사 방향 진입로에는 관광객 30명 정도만 눈에 띄었다. 이곳 주차장에는 차량 10여 대가 주차돼 있을 뿐이었다. 이날 설악산국립공원 입장객 수는 약 5000명. 매년 비슷한 시기 하루 평균 1만5000여 명이 몰리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들었다. 신흥사 방향 진입로 주변에서 편의점과 숙박시설을 운영하는 안모 씨(59·여)는 “보통 30개 객실이 꽉 차서 투숙하러 온 손님을 돌려보낼 정도인데 오늘은 투숙객이 거짓말처럼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평일과 주말 가리지 않고 붐비던 속초시 청호동 아바이마을도 상황은 비슷했다. 2대째 순대가게를 운영하는 김모 씨(70·여)는 “작년 주말에는 하루 평균 300만 원 가까이 벌었지만 어제는 1만 원도 못 벌고 셔터를 내렸다. 인건비는커녕 세금도 못 내게 생겼다”고 걱정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유명해져 전국에서 온 손님들이 가게 앞에 장사진을 치던 속초중앙시장 ‘만석닭강정’에도 이날 고객을 찾기 어려웠다. 지역 숙박업소도 타격이 컸다. 예년 같으면 이 시기 한화리조트설악은 전국 중고교 수학여행객들이 몰려 전체 770개 객실이 거의 다 동나지만 이날은 17%인 130개 객실만 찼다. 아이파크콘도와 레이크오션리조트 등의 객실이용률도 10%대에 그쳤다. 속초관광협회 이기호 회장(41)은 “속초는 사실상 4, 5월 수학여행을 비롯한 단체손님으로 먹고사는데 산불 탓에 모두 죽게 생겼다”고 걱정했다. 강릉시 관광업계도 피해가 컸다. 산불이 난 옥계면에서 10km 넘게 떨어진 정동진역 일대에서는 산불 흔적을 찾을 수조차 없었지만 방문객은 눈에 띄게 줄었다. 이곳에서 23년째 횟집을 하고 있는 김모 씨(62)는 “당장 오늘 예약 4건이 취소됐다. 본래 주말 새벽은 적어도 손님이 50명은 오는데 오늘은 한 명도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속초=김자현 zion37@donga.com·한성희 / 강릉=남건우·신아영 기자}

4일 강원도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민가를 덮치면서 속초시와 강릉시, 고성군과 인제군 일원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전체 40여 가구 중 절반이 불에 타 없어진 속초시 장사동 장천마을은 큰불이 잡힌 5일 오후까지 곳곳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여러 집의 지붕이 주저앉았고 숯덩이처럼 새카맣게 탄 나무기둥이 길가에 나뒹굴었다. 장독대 위로 담벼락이 무너져 내리면서 깨진 장독 틈으로 누런 된장이 쏟아져 나와 있었다. 마당 한편에는 불에 타 녹아내린 분홍색 어린이 자전거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주민 대부분이 대피한 마을엔 적막이 흘렀다. 장천마을에서 나고 자란 엄기성 씨(47)는 터만 남은 집 앞에 주저앉아 한참을 떠나지 못했다. 엄 씨는 “어머니가 시집올 때부터 50년 넘게 살면서 두 형제를 키워주신 곳이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어머니 혼자 농사지으며 이 집에서 우리를 키우셨다”고 했다. 바람이 향하는 방향에서 비껴 있어 불길을 피한 주민들은 피해를 입은 주민의 손을 붙잡고 함께 울었다. 이들은 “힘내라는 말도 안 나와, 어떡해” “뭘 좀 먹어야지, 살았으면 되는 거야”라는 말을 건네며 위로했다. 새카맣게 타버린 집 앞에는 이웃들이 가져다 놓은 빵과 물, 과자 등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불에 탄 마을 곳곳에는 벚꽃이 만개해 있었다. 마을 너머로는 파란 바다가 넘실거렸다. 하지만 화마가 훑고 지나간 자리는 흑백사진처럼 회색빛으로 바래 있었다. 속초시와 고성군 일대 관광 명소도 불길을 피하지 못했다. 한화리조트 안에 있는 6만3720m²(약 2만 평) 규모의 영화세트장은 거대한 잔해로 변했다. 드라마 ‘대조영’ 등 사극 촬영지로 인기가 많았던 곳이다. 바다를 마주한 풍차 모양 건물로 관광객들이 많이 찾던 한 대형 커피전문점은 육각형 철제 뼈대만 앙상하게 남았다. 영랑호 리조트 인근 펜션과 창고 일부도 불에 탔다. 축사에 갇혀 있던 가축들도 화를 면치 못했다. 고성군 토성면에 사는 이모 씨(62)의 축사에는 소 두 마리가 네 다리를 뻗은 채 누워 있었다. 용케 살아남은 다른 소들은 등과 머리를 새카맣게 그을린 채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이 씨는 “6월 출산 예정인 소가 죽을 것 같다. 어미도 그렇지만 배 속에 있는 새끼가 너무 불쌍하다”며 울먹였다. 주인이 함께 데려가지 못한 강아지는 목줄이 매인 채 쓰러져 있었다. 속초시의 한 물류창고는 불길에 휩싸이면서 지붕이 통째로 내려앉았다. 창고에 있던 맥주병 1만여 개가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엉겨 붙어 있었다. 속초터미널의 물류창고에도 불길이 옮겨 붙었다. 속초 전역 택배 물량의 절반 이상이 여기서 처리돼 택배 발송에 당분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5일 터미널 앞에는 전국 각지에서 도착한 택배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불이 옮겨 붙으면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 주유소 주변에는 밤새 소방관들이 사투를 벌인 흔적이 남아있었다. 속초시 노학동의 한 주유소와 폐차장 주변에는 밤새도록 뿌린 물들이 재와 뒤섞여 얼룩져 있었다. 또 연료통을 떼지 않은 폐차들이 급히 옮겨진 듯 도로변에 제멋대로 주차돼 있었다. 고성군에 있는 경동대 기숙사에도 불이 옮겨 붙을 뻔했다. 학교 뒷산을 집어삼킨 불이 건물로 번지기 직전에 진화된 듯 불에 탄 검은 땅과 타지 않은 땅의 경계가 뚜렷했다.고성=김자현 zion37@donga.com·박상준 / 강릉=신아형 기자}

4일 강원 고성군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인근 속초시 교동 등 아파트 단지와 주택 밀집 지역 인근으로 확산되면서 주민들이 대피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1시 반 현재 화재로 1명이 숨졌고 1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고성과 속초의 주민 1000여 명이 5일 새벽까지 초등학교와 박물관 등으로 대피했다. 4일 오후 7시 17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일성콘도 근처에서 산불이 났다. 도로변 인근 변압기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불은 초속 7m의 강풍을 타고 빠르게 번졌다. 토성면 한 도로변에서 김모 씨(58)가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 당국은 날이 어두워 화재 지역 상공에 헬기를 띄우지 못하고 물탱크와 펌프차 등 장비 23대와 소방대원 등 78명을 투입해 초기 진화에 나섰으나 바람이 강해 불길을 잡지 못했다. 속초시는 산불 발생 지역과 인접한 바람꽃마을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고 한화콘도와 장천마을 주민들에게 청소년수련관으로 대피하라는 재난안전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또 영랑동과 장사동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소방청은 전국 소방서에 가용 가능한 소방차 총 출동을 지시했다. 또 오후 10시 20분경 최고 화재 대응 수준인 3단계를 발령했다. 화재 대응 1단계는 국지적 사태, 2단계는 시·도 경계를 넘는 범위, 3단계는 전국적 수준의 사고일 때 발령한다. 강원교육청은 속초와 고성 지역 모든 유치원과 초, 중, 고등학교에 대해 5일 휴교령을 내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후 11시 15분 관계 부처에 “가용 자원을 모두 동원해 총력 대응하고 진화 과정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고성=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4일 강원 고성군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인근 속초시 교동 등 아파트 단지와 주택 밀집 지역 인근으로 확산되면서 주민들이 대피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1시 반 현재 화재로 1명이 숨졌고 1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고성과 속초의 주민 1000여 명이 5일 새벽까지 초등학교와 박물관 등으로 대피했다. 4일 오후 7시 17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일성콘도 근처에서 산불이 났다. 도로변 인근 변압기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불은 초속 7m의 강풍을 타고 빠르게 번졌다. 토성면 한 도로변에서 김모 씨(58)가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 당국은 날이 어두워 화재 지역 상공에 헬기를 띄우지 못하고 물탱크와 펌프차 등 장비 23대와 소방대원 등 78명을 투입해 초기 진화에 나섰으나 바람이 강해 불길을 잡지 못했다. 속초시는 산불 발생 지역과 인접한 바람꽃마을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고 한화콘도와 장천마을 주민들에게 청소년수련관으로 대피하라는 재난안전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또 영랑동과 장사동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소방청은 전국 소방서에 가용 가능한 소방차 총 출동을 지시했다. 또 오후 10시 20분경 최고 화재 대응 수준인 3단계를 발령했다. 화재 대응 1단계는 국지적 사태, 2단계는 시·도 경계를 넘는 범위, 3단계는 전국적 수준의 사고일 때 발령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후 11시 15분 관계 부처에 “가용 자원을 모두 동원해 총력 대응하고 진화 과정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고성=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우리는 자궁이 아니다. 낙태죄를 폐지하라!” “태아도 생명권의 주체입니다. 국가가 보호할 의무가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오후 3시 반 서울 중구 세종대로. 10개 차로를 사이에 두고 서울파이낸스센터 앞과 동화면세점 인근 원표공원에서 각각 낙태죄 폐지 찬반 집회가 열렸다. 이르면 이달 안에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위헌 여부 결정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진 데 따른 것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등 23개 단체가 모인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1500여 명(주최 측 추산)은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카운트다운! 우리가 만드는 낙태죄 폐지 이후의 세계’ 집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낙태죄 폐지’ ‘형법 제269조 폐지’가 적힌 검은색 망토를 두르거나 ‘낙태죄 위헌’ 등이 쓰인 피켓을 들고 낙태죄 폐지를 촉구했다. 집회 주최 측은 선언문을 통해 “낙태죄를 폐지할 것이고, 국가의 필요에 따라 여성의 몸을 통제하고 징벌하며 건강과 삶을 위협해온 역사를 종결할 것”이라고 했다. 전남대 페미니스트 모임 ‘팩트’의 수진 씨는 집회 지지 발언에서 “여성이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원하는 바에 따라 아이를 낳는 사회를 요구한다”며 “여성은 자궁이 아니다. 형법 269조 낙태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원표공원에선 낙태죄폐지반대국민연합 등 47개 단체가 모인 ‘낙태 반대 국민대회’ 3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태아는 생명이다’ ‘낙태법 유지는 생명 존중’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낙태죄 유지를 촉구했다. 집회 발언자로 나선 대학생 홍은샘 씨(22·여)는 2012년 헌재의 낙태죄 합헌 결정을 인용해 “태아도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가 되며, 국가는 헌법 제10조에 따라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태아의 생명은 어느 때는 인정됐다가 어느 때는 인정되지 않는 저급한 권리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협력단체는) 협력이 아니라 불편의 대상일 뿐입니다.’ 14일 경찰 내부 통신망에 ‘이제는 경찰 협력단체부터 해체합시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작성자인 대구지방경찰청 소속 A 경위는 게시글에서 “버닝썬 사태를 보면서 걱정이 앞서는 부분이 경찰 협력단체”라고 썼다. 이어 “교통단속을 하면서 협력단체 회원들과 얼굴 붉히는 일이 많았다”며 “유착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협력단체와 결별을 이번 기회에 선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근 ‘버닝썬’을 비롯해 서울 강남 클럽들과 경찰의 유착 의혹이 불거진 것을 계기로 현직 경찰들 사이에서도 경찰 협력단체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버닝썬의 모기업 이사가 강남경찰서 경찰발전위원으로 활동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협력단체는 치안과 경찰 행정의 발전을 위해 지역사회와 협력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일종의 자문단체다. 1999년 ‘행정발전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출발해 2009년 명칭이 바뀐 ‘경찰발전위원회(경발위)’가 대표적이다. 지역 주민들의 의견 수렴 창구로 만든 ‘생활안전협의회’도 대표적인 경찰 협력단체다. 하지만 이런 취지와 달리 협력단체가 실제로 하는 일은 거의 없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지역 사업가들이 구성원이 되는 경우가 많아 주민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지역 치안과제 발굴 등을 위한 의견 청취를 명분으로 모임을 갖지만 대부분 술자리 친목이나 사교모임으로 변질되면서 수사기관 민원창구가 되고 만다는 지적도 있다. 2013년 광주에선 음주 단속에 걸려 면허가 정지된 전력이 있던 경발위원이 음주운전을 하다 사망 사고를 냈는데도 경찰이 불구속 입건을 해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2015년 경기 지역의 한 지구대 경찰은 생활안전협의회 위원장을 지낸 이모 씨에게서 청탁을 받고 이 씨에게 소송을 건 상대방에 대한 ‘표적 음주단속’을 해 견책처분을 받은 일도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A 경위의 글에는 ‘늙은 양반들 접대용 아니냐’, ‘협력단체 가입하는 순간 그 집 막냇동생 된다’는 등 협력단체 폐지를 주장하는 댓글이 100건 넘게 달렸다. ‘교통단속을 하다 보면 먼저 내미는 것이 신분증이 아니라 협력단체 회원증’이라는 단속 경찰의 경험담도 올랐다. A 경위의 게시글로 조직 내부에서 협력단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경찰청 경무담당관실은 “국민이 원하는 투명하고 역량 있는 경찰 협력단체 구성을 위해 위원 적격 여부를 심사하는 등 일제점검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검찰은 시민들이 법무와 검찰 업무를 돕는 취지로 ‘범죄예방위원회’를 운영해오다 청탁 등으로 문제가 되자 2014년부터 ‘법사랑위원회’를 만들고 봉사활동 중심의 협력단체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2019년 회삿돈 약 50억 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경찰이 기소의견을 달아 송치한 법사랑위원을 검찰이 무혐의 처분해 봐주기 논란이 제기되는 등 잡음이 적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수사기관의 민간 협력단체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관련 규정을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종술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시민 의견을 경찰에 전달하는 통로로서 협력단체는 필요하지만 대부분 관내 사업가나 이른바 유지들이 참여하고 길게는 10년씩 연임하는 경우도 있어 유착이 쉽다”며 “수사기관 위촉이 아니라 공개모집 등의 방식을 통해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김자현 zion37@donga.com·김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