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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허위 매물 신고량이 분기별로 꾸준하게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지난해 8월 허위 매물 단속을 강화한 영향으로 보인다. 15일 부동산정보업체 다방이 발표한 ‘2020년 다방 허위매물 신고 동향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허위 매물 신고량의 분기별 비중은 1분기(1∼3월) 35.2%에서 △2분기 26.6% △3분기 23.8% △4분기 14.4%로 꾸준히 하락했다. 조사는 다방 플랫폼 내 매물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다방 관계자는 “허위 매물 처벌을 강화한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이 본격 시행된 지난해 8월 전부터 인력을 추가 투입해 사전 대응 차원에서 집중 검수를 진행했고 중개사들도 과태료 부담으로 허위 매물 등록을 자제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허위 매물로 신고된 뒤 허위 매물로 판명돼 조치가 이뤄진 신고 처리율은 전국 평균 74.6%로 집계됐다. 주말보다는 주중에 신고가 많이 이뤄졌다. 요일별로는 목요일 신고 비중(전체의 16.5%)이 가장 높았다. 주말인 토요일(12.7%)과 일요일(9.0%)의 신고 비중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다방 관계자는 “주말에 방을 보러 가기 위해 주중에 미리 매물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허위 매물이 적발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정부가 철도 차량을 무선으로 연결하거나 분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기관사와 차량 분리 작업을 하는 작업자 간 소통상의 문제로 생기는 사고를 줄이려는 취지다. 14일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공사는 이달 15일부터 대전조차장역에서 무선제어 입환 시스템을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다. 입환이란 열차를 편성하기 위해 차량을 연결·분리·교환하거나 이동시키는 작업을 말한다. 기존 입환 방식은 기관사와 작업자가 교신으로 철도 차량을 제어해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 사고 위험이 컸다. 시범 도입하는 무선제어 입환 시스템은 철도 물류에 처음 적용되는 방식이다. 입환 작업자가 기관차 외부에서 무선 제어장치(리모컨)를 통해 기관차를 움직이면서 연결·분리 작업 등을 할 수 있다. 작업자가 차량의 연결 상태를 외부에서 눈으로 확인하며 작업하기 때문에 안전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미국 연방 철도국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무선제어 입환 시스템 도입으로 입환 작업 중 사상 사고가 50%가량 줄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최근 10년 동안 입환 작업 중 36건의 사고가 발생해 4명이 숨지고 32명이 다쳤다. 국토부는 “무선제어 입환의 본격적인 도입을 위해 올해 안으로 법규정비, 제도개선 등 지원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항공 여객 수가 2000년 이후 최소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국토교통부는 14일 지난해 항공 여객이 전년 대비 68.1% 줄어든 3940만 명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특히 국제선 여객의 감소 폭이 컸다. 전년 대비 84.2% 줄어든 1424만 명을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일본이 88.2% 줄며, 가장 큰 감소 폭을 나타냈다. 코로나19는 물론이고, 수출규제 조치(2019년 7월)와 무비자 입국 금지(2020년 3월) 등의 영향이 겹친 결과다. 이어 △중국 ―87.8% △아시아 ―83.4% △유럽 ―82.2% △미주 ―72.3% 등의 순이었다. 국내선은 지난해 3월 110만 명으로 가장 적은 여객을 기록한 후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지난해 11월(294만 명)에는 전년 동월 대비 2.5% 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코로나19의 3차 유행이 진행되면서, 결국 전년 대비 23.7% 감소한 2516만 명의 여객을 기록했다. 전체 항공화물은 국내외 운항을 멈춘 여객기가 늘면서 전년 대비 23.9% 감소했으나, 국제선 화물(수화물 제외)은 0.4% 증가하며 선방한 모습이었다. 국내 항공사들이 일반 여객기의 좌석 공간이나 화물칸을 활용해 화물 수요 변화에 대응한 결과로 해석된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지난해 7월 말 임대차법 시행 이후 거래된 서울 아파트 임대차 3건 중 1건은 ‘반전세’로 나타났다. 집주인이 보유세 인상분을 세입자에게 전가하거나 세입자가 높아진 전셋값을 감당 못하고 월세를 더 내는 사례가 늘어난 결과로 보인다. 1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말 임대차법 시행 이후 올해 1월 말까지 6개월간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7만5684건) 중 ‘반전세’는 2만4909건(32.9%)으로 집계됐다. 임대차법 시행 직전 6개월 동안(지난해 2∼7월)의 수치(28.2%)와 비교하면 4.7%포인트 증가했다. 반전세 계약에는 월세(보증금이 월세의 12개월 치 이하)와 준월세(보증금이 월세의 12개월 초과∼240개월 치), 준전세(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 치 초과) 등이 해당한다. 임대료도 급등세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전용면적 59m²의 반전세는 지난해 5월 보증금 2억 원, 월세 82만 원에서 지난해 12월 보증금 2억 원에 월세 155만 원으로 뛰었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m² 반전세 역시 지난해 상반기(1∼6월) 보증금 1억 원, 월세 250만 원 수준이었으나 지난달에는 보증금 1억 원, 월세 330만 원에 거래됐다. 안성용 한국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보유세를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집주인이 늘면서 반전세 거래 비중과 반전세 가격이 급등했다”고 말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지난해 서울 아파트 초기 분양률(분양 후 3∼6개월 내 계약비율)이 100%를 나타냈다.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오른 가운데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에 공급되는 신규 분양 아파트를 사려는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14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민간아파트 초기 분양률 동향 자료에 따르면 서울은 지난해 1분기(1∼3월)부터 4분기(10∼12월)까지 초기 분양률이 4개 분기 연속 100%로 집계됐다. 연간 초기 분양률이 100%에 이른 것은 HUG가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4년 3분기(7∼9월) 이후 처음이다. 전국 아파트 초기 분양률도 지난해 4분기 96.6%로 높았다. 특히 광역시와 세종시를 제외한 기타 지방의 지난해 4분기 초기 분양률은 92.0%로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의 고분양가 통제로 새 아파트가 시세 대비 낮은 가격에 공급되는 상황에서 집값 급등세가 겹치면서 청약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지방에서는 지역별 양극화 현상도 컸다. 지난해 4분기 경남(99.8%)과 충북(99.1%), 충남(98.8%) 등은 높은 초기 분양률을 보였지만 제주(1.3%)는 전 분기보다 9.0%포인트 하락했다. 2019년 4분기(46.8%)와 비교하면 45.5%포인트나 떨어진 수치다. 중국과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여파로 중국인 등 외국인 투자 수요가 줄고, ‘제주살이’ 열풍도 현지 적응의 어려움과 일자리 부족 등의 문제로 잠잠해진 탓이다. 이남수 신한은행 장한평역금융센터 지점장은 “올해에도 집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가격 장점이 뚜렷한 청약 수요는 클 것”이라면서도 “다만, 입지 등에 따른 지역별 기대치가 다른 점은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지난해 집값이 급등하면서 전국 부동산 매매 거래액이 사상 처음 500조 원을 넘어섰다. 9일 부동산정보 플랫폼 부동산플래닛이 국토교통부의 지난해 전국 아파트 상가 오피스텔 건물 토지 등 부동산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총 매매 거래액은 543조1000억 원이었다. 이 같은 거래액은 전년 대비 37.9% 증가한 것으로 2006년 관련 집계가 시작된 이후 최대치다. 거래량도 전년보다 26.3% 늘어난 187만2000건으로 조사됐다. 유형별로는 아파트 거래량이 80만8000건(전년 대비 48.6% 증가)으로 전체의 43.2%를 차지했다. 지난해 아파트 총 매매 금액은 284조8000억 원으로 전체 부동산 거래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토지 거래량이 65만6000건(전체의 35.1%)으로 뒤를 이었고 △연립·다세대 17만9000건(9.5%) △단독·다가구 10만1000건(5.4%) △상가·사무실 5만7000건(3.1%) 등의 순으로 많았다. 지역별로는 서울과 경기 거래액이 전국 거래액의 절반을 넘었다. 서울 거래액이 139조3000억 원(전체의 25.6%), 경기 거래액이 166조5000억 원(30.7%)으로 전체의 56.3%를 차지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대방건설이 아파트와 주상복합, 업무·상업시설 등에 사용할 신규 브랜드 ‘디에트르(D^etre)’를 8일 선보였다. 디에트르는 ‘존재하다’라는 의미의 프랑스어 ‘에트르(^etre)’와 대방의 ‘D’를 결합해 ‘나의 가치를 발견하는 곳’을 뜻한다. 집이라는 공간에서 내가 가장 나다운 존재로 내면의 가치를 발현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대방건설의 새 브랜드는 이달 분양에 나서는 경기 김포시 마송택지지구 내 디에트르 단지를 시작으로 올해 분양되는 전국 약 20개 현장에 순차적으로 적용된다. 대방건설은 새로 짓는 디에트르 단지의 외부 디자인 작업도 병행할 계획이다. 기존 브랜드인 ‘노블랜드’(아파트)와 ‘디엠시티’(복합건축물)는 이미 기존 브랜드가 적용된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등의 경우에는 기존 브랜드를 그대로 유지한다. 대방건설은 신규 브랜드를 선보인 만큼 예술적인 가치까지 높일 수 있게 고민해 나갈 계획이다. 대방건설 관계자는 “시대 변화에 발맞춰 대방건설만의 차별화된 상품을 개발하고 제공하겠다”며 “편안하고 품격 있는 주거문화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정부가 ‘2·4공급대책’ 발표일 이후 거래된 주택이 공공개발지역에 포함되면 우선공급권(입주권)을 박탈키로 하면서 서울 전역에 입주권 없는 ‘물딱지’ 주의보가 내려졌다. 당장 개발 계획이 없더라도 나중에 공공주도 개발 대상지가 되면 꼼짝없이 시세보다 싸게 팔고 이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대책이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산권 침해 논란 초래한 투기 대책 “전 국민을 잠재적 ‘현금 청산’ 대상자로 만들었다.” 7일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정부가 공공주도 개발의 현금 청산 기준일을 대책 발표일로 정한 것이 과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금 청산은 시세보다 저렴한 감정평가액이 기준이라 손해라는 인식이 크다. 일반 정비사업은 정비 예정구역 지정일이 현금 청산 기준일이다. 정부는 2·4공급대책에서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과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을 신설하면서 투기를 막기 위해 현금 청산 기준일을 대책 발표일인 4일로 못 박았다. 문제는 언제 어디서 공공주도 개발이 이뤄질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매수자들은 서울 신축 아파트나 민간 개발이 확정된 곳을 제외하면 집을 못 사게 됐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금 청산 당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매수 수요가 얼어붙으면서 기존 집주인이 집을 팔고 싶어도 팔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불만도 나온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어디서 사업이 진행될지 모르는데 누가 집을 사고팔 수 있겠냐”고 했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이런 불만을 담은 청원까지 등장했다. 이현성 법무법인 자연수 변호사는 “재산권을 제한하려면 최소한의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하지만 구역 특정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산권을 먼저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일반 정비사업과 현금 청산 기준일이 다르다는 점도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반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신축 아파트 호가 오르는 ‘풍선효과’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법적 논란에 대해 “현금 청산이 법적으로 정당한 보상이라 입주권을 주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어 “소유주 3분의 2 동의를 거치고, 동의 요건을 채워도 최근 ‘손바뀜’이 많이 일어난 곳은 사업 대상 지역에서 제외할 방침”이라며 “4일 이후 실거주 목적으로 매입한 사람이 선의의 피해를 당할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현금 청산 리스크가 없는 신축 아파트의 호가가 오르는 ‘풍선효과’도 감지되고 있다. 2017년 준공된 서울 강동구 ‘래미안강동팰리스’ 전용면적 84m² 호가는 16억 원대 중반에서 17억 원이었는데 대책 이후 17억5000만 원까지 올랐다. 강동구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실제 거래가 이뤄진 건 아니지만 신축 아파트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호가를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혼란이 커지는 가운데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이날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서울 도심에서 충분한 양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며 “이번에는 한번 믿고 기다려봐 달라”고 했다. 민간 참여가 저조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강남권 재건축도) 확실히 이번에 발표한 방식이 이익”이라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와 재건축 조합원 실거주 2년 의무 면제 등 혜택이 많기 때문에 여러 단지에서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김호경 kimhk@donga.com·정순구 기자}
이번 공급대책에는 민간 재건축 사업에 대한 규제 완화 방안이 빠져 있다. 민간 재건축 규제를 풀어주면 집값이 자극받을 수 있고 그 결과 정책 실패 논란이 재부상할 수 있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정부는 이날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직접 시행하는 정비 사업을 도입하면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를 면제해 주는 방안을 내놨다. 이미 공공재개발에 대해 분양가상한제(분상제) 적용을 면제해 주기로 한 데 이어 공공사업에 한해 초과이익환수제라는 족쇄를 풀어준 것이다. 하지만 민간 재건축 사업에 대해서는 재초환과 분상제 모두 유지된다. 정부는 “개발사업을 통해 얻은 개발이익은 사회 모두가 공유해야 한다”며 개발이익을 공공이 환수해 적절히 배분할 수 있는 공공 주도 방식이어야 규제 완화의 대상이 된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현재 민간 재건축은 각종 규제로 사업성이 낮아지면서 2019년부터 서울 서초구 래미안원베일리,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등 서울의 대규모 재건축 단지 분양이 미뤄지고 있다. 둔촌주공에서 나오는 일반분양 물량만 4700채가 넘는다. 당초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1월 민간 협회 등을 만나 간담회를 하면서 민간 공급에 대한 규제 완화 방안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높았다. 한 재건축아파트 조합 관계자는 “단지 용적률만 높이면 주거환경이 나빠질 수 있다”며 “주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싶어하는데 이 점을 정부가 간과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새샘 iamsam@donga.com·정순구 기자}

‘2·4공급대책’을 통해 서울에 공급되는 32만3000채는 경기 성남시의 분당신도시 3개를 합한 물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전국적으로 정부가 공급한다고 밝힌 83만6000채 자체는 역대 최대 규모여서 공급 불안심리를 해소하는 효과를 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서 나온 물량 대부분은 실제 분양까지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은 상태여서 불확실성이 크다. 실제 4일 발표된 공급 방안은 큰 그림만 제시한 구상 단계로 관련 절차를 진행하지 않아 구체적인 공급 대상지가 나오지 못했다. 사업 추진 여부의 결정권을 쥔 토지주나 민간조합, 지방자치단체 등과의 협의가 필수지만 이를 거치지 않은 ‘예상 물량’일 뿐이다. 특히 이번 대책은 2025년까지 부지 확보가 목표여서 실제 공급까지는 최소 3, 4년이 더 걸린다. ○ 무늬만 공급 대책…분양 입주 시기 불투명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현재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엔 역부족이라고 본다. 정부가 ‘부동산정책 실패’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무리하게 물량을 부풀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날 발표된 물량 중 전체의 절반이 넘는 44만2000채는 공공 시행 정비사업, 역세권·준공업지역·저층주거지 복합개발사업, 민간 소규모 재개발 등으로 공급되는 물량이다. 국토교통부는 해당 물량은 모두 2025년까지 부지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에도 사업계획 수립, 이주, 철거, 공사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지 확보 뒤 실제 입주까지는 3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83만6000채를 공급하기 위한 부지 확보에 5년, 이 물량의 입주까지 3년이 더 걸린다는 의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민간 아파트 입주 물량은 작년 5만채에서 올해 2만8000채, 내년 2만 채 수준으로 급감한다. 이번 대책으로는 코앞에 닥친 입주 물량 급감을 해소하기 쉽지 않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제시한 것은 장기적인 공급 계획으로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민간 참여 많이 할 것” 낙관론에 무리한 추정 정비사업이나 도심 복합개발에 따른 물량 자체도 추정치에 불과하다. 정부는 인센티브가 더 부여됐으니 참여율이 더 높아질 거라는 전제 아래 기존 유사 사업의 주민 참여율보다 더 높은 ‘기대 참여율’로 물량을 산출했다. 공공 시행 정비사업의 경우 공공재건축보다 호응이 더 좋았던 공공재개발 참여율을 근거로 기대 참여율을 적용하기도 했다. 정비사업을 벌이면서 멸실되는 물량도 감안하지 않았다. 실제 순증 물량은 더 줄어든다는 의미다. 국토부 측은 “상당히 보수적으로 물량을 산출했다”고 말했다. 44만2000채를 제외한 나머지 물량 대부분은 신규 공공택지로 공급하겠다는 26만3000채다. 하지만 공급지가 정해진 물량은 세종시에 짓는 1만3000채가 전부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자체, 관계기관 협의가 끝나야 물량이 모두 공급 가능한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재원 마련 방안 등 구체안이 없는 설익은 발표는 오히려 부동산정책 신뢰도만 낮춘다”고 지적했다. ○ 민간조합 “대책 신뢰할 수 있나” 회의적 정부가 산출해 낸 총물량이 실제 공급으로까지 이어지기에는 난관이 적지 않다. 정부는 도심 개발사업에 반대하는 소유주의 토지는 강제 수용한다는 방침이다. 개발에 반대하는 소유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특히 역세권 개발의 경우 상가가 많은데, 상가 소유주와 임차인의 동의를 이끌어낼 만한 유인책도 뚜렷하지 않다. 상가 임차인에게 개발로 인한 휴업 기간에 생긴 영업 손실액을 4개월 치까지 보상해주고 임시영업 시설을 제공해 준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같은 장소에서 계속 장사하길 희망하는 경우가 많다. 국토부는 이날 “주민 동의가 전제조건”이라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민간조합을 실제 접촉해 참여 의사를 확인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주택 수요가 많은 서울 도심에서 정부가 이날 발표한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구역이 나올지 불투명하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공공재건축의 경우 주민 반대가 심해 컨설팅을 신청했다가도 철회하는 단지가 잇달아 나왔다. 서울 강남권 대규모 단지의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공공이 단독 시행을 한다는 건 조합을 해산하고 정부가 마음대로 사업을 하겠다는 의미인데 어떤 조합이 환영하겠나”라고 반문했다.이새샘 iamsam@donga.com·김호경·정순구 기자}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학자 시절 강조했던 ‘공공자가주택’ 방안이 이번 공급대책에 담겼다. 주택 소유권을 공공과 개인이 나눠 갖도록 해 분양가를 낮춘 주택으로 정부는 실제 공급 가능한 물량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총 83만6000채의 공급 물량 가운데 최대 25만 채(30%)를 공공임대와 공공자가주택으로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공공자가주택은 지분적립형, 토지임대부, 환매조건부 주택의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지분적립형은 입주자가 초기에는 주택 지분의 일부만 매입한 뒤 살면서 지분 매입 규모를 늘려가는 방식이다. 정부는 일단 이런 방식으로 공공 자가주택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어 토지임대부는 국가 소유지에 지은 집을 땅값을 제외한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다. 일반분양에 비해 분양가격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환매조건부는 싼값에 분양하되 나중에 주택을 팔 때 반드시 공공기관에 되팔도록 해 차익을 환수하는 방식이다. 변 장관은 세종대 교수로 재직하던 2006년부터 공공 자가주택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당시 주택을 낮은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해 투기세력을 차단하고 시장 안정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구체적인 분양 방식과 물량, 지역 등은 추후 정해진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전용면적이 85m² 이하인 아파트 공공분양에 추첨제를 도입하고 일반공급물량 비중을 전체의 절반으로 늘리는 방안이 추진된다. 현행 제도하에서는 당첨확률이 낮은 30, 40대 중산층의 주택 장만 기회를 넓혀주려는 취지다. 현 제도에서 공공분양을 통해 일반에 공급되는 전용면적 85m² 이하 아파트에 당첨되려면 연령이 높을수록 유리하다. 3년 이상 무주택자 중 청약통장 저축액이 많은 사람이 당첨되는 방식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매달 납입 인정액이 최대 10만 원이고, 공급면적 40m² 이하인 경우 납입 횟수를 중시하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은 불리했다. 공공분양 주택에서 일반공급 물량은 현재 15%에서 50%까지로 늘어난다. 이 일반공급 물량 중 30%를 추첨제로 공급한다. 단 이 추첨제에는 3년 이상 무주택 상태인 가구주와 가구 구성원만 참여할 수 있다. 그동안 공공분양주택에서 일반분양물량은 찾기 힘들었다. 공공분양의 특성상 신혼부부와 생애최초·다자녀 등을 위한 특별공급 물량 확보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현재 전용면적 85m² 이하로 분양가격이 9억 원을 넘지 않는 공공분양에서 일반분양 물량이 15%에 불과하다. 분양가격이 9억 원을 넘는 공공분양 주택에는 소득요건을 배제한다. 기존에는 전용면적 60m² 이하 공공분양의 일반공급 물량에는 소득(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100% 이하)과 자산요건(부동산 2억1550만 원 이하, 자동차 2764만 원 이하)을 적용했다. 앞으로는 전용면적 60m² 이하인 경우에도 분양가격이 9억 원을 넘으면 소득요건을 넣지 않아 중산층의 청약 기회를 늘리기로 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임대차법이 지난해 7월 말 시행 이후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이 커지면서 세입자를 내보내기 위한 ‘명도소송’ 상담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명도소송 전문 법률상담을 제공하는 법도 명도소송센터에 따르면 임대차법이 시행된 후인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5개월간 총 명도소송 상담 건수는 344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상담 건수(284건)보다 21% 증가한 수준이다. 명도소송 상담 중에서 임대차법 관련 갈등의 대부분은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실거주를 목적으로 한 집주인이 세입자의 계약갱신요구권을 거부하면서 이에 응하지 않는 세입자를 상대로 하는 명도소송 절차와 비용 상담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대차법에 따르면 집주인은 실거주를 목적으로 할 때 세입자의 계약갱신요구권을 거절할 수 있다. 다만 계약이 종료되기 2∼6개월 전 관련 통지가 이뤄져야 한다. 세입자가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경우라도, 장래 이행의 소로 미리 명도소송을 청구하는 것이 갈등을 줄이는 방법이다. 또 다른 주의점도 있다. 세입자의 계약 만료일이 6개월 남지 않은 시점에 부동산을 매입한 경우다. 세입자가 이미 전 주인에게 갱신요구권을 행사했다면, 새로운 소유권자는 실거주의 이유로 계약갱신요구권 사용을 거절할 수 없다는 것이 국토교통부의 해석이다. 엄정숙 변호사는 “논란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6개월 이전에 등기까지 모두 마친 뒤에 실거주임을 이유로 갱신 거절의 의사표시를 분명히 하는 것이 분쟁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2025년까지 전국에 주택 83만6000채를 지을 수 있는 땅을 확보하는 공급 대책을 정부가 내놓았다. 물량만으로는 매머드급이지만 실제 분양과 입주 시기를 가늠하기 힘든 데다 절차 미비로 신규 택지 후보지도 발표하지 못한 상태여서 반쪽짜리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하는 ‘대도시권 주택 공급 획기적 확대 방안’을 내놓았다. 이 방안에 따르면 지역별로 서울에 32만3000채, 인천·경기에 29만3000채, 5대 광역시에 22만 채의 주택이 공급된다. 정부는 전체 공급량 중 44만2000채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 주도의 도심 고밀 개발 사업과 소규모 정비 사업을 통해 짓는다. 이어 26만3000채는 신규 공공택지 지정을 통해 확보하고 13만1000채는 도시재생 사업과 상가 등 비주택 리모델링 등을 통해 공급한다. 정부는 서울 222곳 등 전국 383곳을 ‘우선 추진 검토구역’으로 선정해 부지 확보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정부는 민간 조합 대신 공공이 직접 시행하는 재건축 방식을 신설해 용적률을 올려주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면제해 사업 속도를 높일 예정이다. 3년간 한시 적용되는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특별법을 도입해 역세권과 준공업 지역, 저층노후 주거지를 고밀 개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공공이 개입하기 힘든 소규모 지역에는 도시 건축규제 완화 등을 통해 개발을 유도할 예정이다. 이런 방식으로 짓는 주택의 70∼80%는 임대가 아닌 분양 방식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이번 대책은 지자체 협의, 주민 협의 등이 잘 이뤄지는 최선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것이어서 공급이 기대만큼 빨리 이뤄질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많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책에 대한 신뢰가 낮은데 공공 주도 개발에 민간이 호응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이새샘 iamsam@donga.com·김호경·정순구 기자}
다가올 설 연휴(2월 11∼14일)에도 지난해 추석 때처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음식을 먹을 수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10일부터 14일까지 관계기관 합동으로 이런 내용을 담은 특별교통대책을 실시하기로 했다. 대책에 따르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방문객들은 출입 명부를 작성해야 한다. 또 휴게소 내 모든 메뉴는 포장만 할 수 있고 실내 취식은 금지된다. 정부는 고향 방문이나 여행 자제를 유도하기 위해 고속도로 통행료도 정상적으로 부과한다. 이 기간 통행료 수입은 코로나19 방역에 사용할 방침이다. 정부는 대중교통 방역에도 힘쓴다. 철도는 창가 좌석만 판매 중이며, 버스·항공편도 창가 좌석 우선 예매를 권고했다. 모든 교통수단은 운행 전후 소독을 강화하고, 차내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이번 설 연휴 이동량은 하루 평균 438만 명으로 지난해 설 연휴 대비 32.6%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추석 연휴 일평균 이동량(460만 명)보다는 5%가량 적은 수준이다. 다만 대중교통보다 자가용을 이용하겠다는 비중이 93.5%로 지난 5년 평균(86.2%)보다 급증해 고속도로는 혼잡할 것으로 예상된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다가올 설 연휴(2월 11~14일)에도 지난해 추석 때처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음식을 먹을 수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다음달 10일부터 14일까지 관계기관 합동으로 이런 내용을 담은 특별교통대책을 실시하기로 했다. 대책에 따르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방문객들은 출입 명부를 작성해야 한다. 또 휴게소 내 모든 메뉴는 포장만 할 수 있고 실내 취식은 금지된다. 정부는 고향 방문이나 여행 자제를 유도하기 위해 고속도로 통행료도 정상 부과한다. 이 기간 통행료 수입은 코로나19 방역에 사용할 방침이다. 정부는 대중교통 방역에도 힘쓴다. 철도는 창가 좌석만 판매 중이며, 버스·항공편도 창가 좌석 우선 예매를 권고했다. 모든 교통수단은 운행 전후 소독을 강화하고, 차내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이번 설 연휴 이동량은 하루 평균 438만 명으로 지난해 설 연휴 대비 32.6%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대중교통보다 자가용을 이용하겠다는 비중이 93.5%로 지난 5년 평균(86.2%)보다 급증해 고속도로는 혼잡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지난해 전국 상가 평균 권리금이 약 4000만 원으로 조사돼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급격히 위축된 오프라인 상권의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2일 상가정보연구소가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0년 전국 상가 평균 권리금은 4074만 원(3.3m²당 174만2000원)으로 집계됐다. 전년(4276만 원)보다 약 200만 원 낮아진 것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최저치다. 상가 평균 권리금은 2017년 4777만 원을 정점으로 3년 연속 하락세다. 권리금 감소 폭이 전년 대비 가장 컸던 업종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예술·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1261만 원 감소)으로 나타났다. 영화관이나 헬스장 등이 해당된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온라인 상권의 급성장으로 권리금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업종별 양극화가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사는 김성민(가명·62) 씨는 요즘 하루 종일 손자를 돌본다. 원래 손자는 아파트 1층 어린이집에 다녔다. 하지만 어린이집을 세놓던 집주인이 직접 들어와 살겠다고 하면서 어린이집이 문을 닫았고 김 씨의 ‘독박 육아’가 시작됐다. 지난해 6월 재건축 조합원이 2년 동안 실제 살지 않으면 분양자격을 박탈하는 법 개정안이 발표되면서 불똥이 김 씨에게 튄 셈이다. 은마아파트를 7년째 보유 중인 김 씨는 세금 문제로도 고민 중이다. 2010년 자녀 교육을 위해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전세로 들어왔다. 주거여건이 마음에 들어 2014년 전세금 5억 원에 은행 대출 3억 원과 현금 1억 원을 보태 생애 처음 자기 집을 마련했다. 평생 살 생각이었던 만큼 집값은 그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다만 집값 급등으로 보유세가 크게 오른 게 문제였다. 그는 지난해 보유세로 약 540만 원을 냈다. 보유세는 올해 750만 원에 이어 내년에는 960만 원까지 뛴다. 1979년 지어진 은마아파트는 한국 재건축 아파트의 상징이었다. 투기 수요가 몰려 집값을 요동치게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그 때문에 정부 규제의 타깃이 돼 대출과 세금 규제, 실거주요건 강화 추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이 쏟아졌다. 이러면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매물이 늘어나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기대였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2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인 밸류맵과 은마아파트 4424채 가운데 평형과 동에 따라 추출한 1147채(25.9%)의 등기부등본을 정밀 분석한 결과 지난 41년 동안 은마아파트 1채당 거래 횟수는 평균 2.5회로 나타났다. 아파트를 산 사람들의 평균 대출금은 1억8760만 원이었고, 집주인의 절반은 대출금이 한 푼도 없었다. 집주인 10명 중 6명은 집을 산 뒤 10년 이상 보유했다. 은마아파트에는 고액 대출로 집을 산 뒤 시세차익을 노려 단타매매를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통념을 뒤집는 결과다. 주택시장의 ‘뜨거운 감자’인 은마아파트 주거실태를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주요 재건축 단지에 대한 정교한 주민실태 분석 없이 부동산정책을 추진해왔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제대로 된 진단 없이 처방하다 보니 온갖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순구 soon9@donga.com·김호경·이새샘 기자}

이정용(가명·75) 씨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1987년부터 35년째 살고 있는 1주택자다. 처음 이사 올 당시 전용면적 76m²의 매매가는 4000만 원. 이 시기 삼성전자 대졸 신입사원 월급이 35만 원 선이었다. 한 푼도 안 쓰고 10년 가까이 월급을 모아야 살 수 있는 집이었다. 직장이 있는 서초동까지 가려면 버스를 4번 갈아타야 했지만 그는 대치동의 주거여건이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에 기대를 걸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은마아파트에는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미래의 ‘한 방’을 기다리겠다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주택대출 규제에 문턱 더 높아진 ‘그들만의 리그’ 은마아파트 전체 매매의 43.1%는 대치동이 ‘교육 1번지’로 유명해지기 시작한 1995년부터 10년 동안 이뤄졌다. 직장인 김성인(가명·32) 씨가 은마아파트로 이사 온 것도 1990년대 중반 무렵이다. 그는 “아프면 동생을 찾아가고, 법적 문제가 생기면 로스쿨 출신 동창에게 연락하는 식”이라며 “이런 인맥이야말로 이 동네에서 자라 누리는 혜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입지와 인적 네트워크는 은마아파트 소유주들이 “낡고 불편해도 계속 보유하고 싶다”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1주택자는 물론이고 다른 곳에 집을 갖고 있는 다주택자들도 은마를 ‘똘똘한 한 채’로 여기고 있었다. 현재 15억 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 규정 때문에 은마아파트를 사려는 사람들은 은행에서 담보 대출을 받을 수 없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실거주 목적의 매매만 가능하다. 그런데도 지난해 12월에 이어 올해 1월에도 매물이 나오는 대로 거래가 이뤄진다. ‘현금 부자’들의 수요는 꾸준하다는 뜻이다. 실제 은마아파트 1147채의 등기부등본 분석 결과 577가구(50.3%)의 집주인들은 대출이 전혀 없었다. 전체 평균 대출액도 1억8700만 원 선으로 현 시세의 10%에도 못 미친다. 2016년 대출 없이 은마아파트를 산 양혜숙(가명·55) 씨는 “정부 규제가 돈 있는 사람들한테는 통하지 않는다”며 “대출 규제는 중산층이 대치동에 진입하는 걸 막는 장벽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 양도세 피해 증여로…집주인 ‘버티기’에 매물 실종 부동산시장의 리스크에 익숙해진 이곳 집주인들은 정부 규제의 영향을 나름대로 분석하며 탈출구를 찾고 있다. 서울 광진구에서 전세로 살던 강승민(가명·44) 씨는 2018년 부모님에게 은마아파트를 증여받은 뒤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들어와 살고 있다. 맞벌이라 어린 두 자녀를 부모님에게 맡기려면 은마아파트 외에는 대안이 없었다. 학창 시절을 은마아파트에서 보낸 강 씨는 “부모님이나 저나 은마를 팔 생각이 없다”며 “재건축 이후에도 계속 거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금 부담 때문에 증여로 돌아서는 추세도 감지되고 있다. 지금까지 이뤄진 은마아파트 증여의 57.7%가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이후 이뤄졌다. 집주인들은 보유세와 양도세 인상 여파로 세금이 늘었지만 집을 팔기보다는 자녀들에게 물려주는 걸 택했다. 정부는 고가주택 소유자와 다주택자를 겨냥해 세금 인상 카드로 아파트를 팔라고 압박하지만 은마아파트 집주인에게는 먹히지 않은 셈이다. 은마아파트 집주인의 58.3%는 10년 이상 보유한 사람들이었다. 단지의 가치를 잘 아는 장기 보유자가 많아 정책 변수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이 아파트에서 10년 넘게 살고 있는 김성민(가명·62) 씨도 자녀들이 향후 여기서 살기를 원한다. 그는 “재건축까지 된다면 주거 환경이 더 좋아지지 않겠느냐”며 “자녀들에게 입지를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산 사람도 버티기에 들어갔다. 일선 중개업소는 다주택자들이 상대적으로 미래 가치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은마아파트를 먼저 팔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를 소유한 등록임대사업자 이강열(가명·67) 씨는 임대의무 기간을 채우기 위해 2025년까지 은마아파트를 보유하며 세를 줄 예정이다. 그전에 팔면 양도세가 중과된다. 그는 “최대한 오래 버티려고 한다”고 했다. 김호경 kimhk@donga.com·정순구·이새샘 기자 ‘은마’ 집주인 절반 대출 없는데 대출-세금 규제 ‘엉뚱한 처방’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사는 김성민(가명·62) 씨는 요즘 하루 종일 손자를 돌본다. 원래 손자는 아파트 1층 어린이집에 다녔다. 하지만 어린이집을 세놓던 집주인이 직접 들어와 살겠다고 하면서 어린이집이 문을 닫았고 김 씨의 ‘독박 육아’가 시작됐다. 지난해 6월 재건축 조합원이 2년 동안 실제 살지 않으면 분양자격을 박탈하는 법 개정안이 발표되면서 불똥이 김 씨에게 튄 셈이다. 은마아파트를 7년째 보유 중인 김 씨는 세금 문제로도 고민 중이다. 2010년 자녀 교육을 위해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전세로 들어왔다. 주거여건이 마음에 들어 2014년 전세금 5억 원에 은행 대출 3억 원과 현금 1억 원을 보태 생애 처음 자기 집을 마련했다. 평생 살 생각이었던 만큼 집값은 그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다만 집값 급등으로 보유세가 크게 오른 게 문제였다. 그는 지난해 보유세로 약 540만 원을 냈다. 보유세는 올해 750만 원에 이어 내년에는 960만 원까지 뛴다. 1979년 지어진 은마아파트는 한국 재건축 아파트의 상징이었다. 투기 수요가 몰려 집값을 요동치게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그 때문에 정부 규제의 타깃이 돼 대출과 세금 규제, 실거주요건 강화 추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이 쏟아졌다. 이러면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매물이 늘어나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기대였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2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인 밸류맵과 은마아파트 4424채 가운데 평형과 동에 따라 추출한 1147채(25.9%)의 등기부등본을 정밀 분석한 결과 지난 41년 동안 은마아파트 1채당 거래 횟수는 평균 2.5회로 나타났다. 아파트를 산 사람들의 평균 대출금은 1억8760만 원이었고, 집주인의 절반은 대출금이 한 푼도 없었다. 집주인 10명 중 6명은 집을 산 뒤 10년 이상 보유했다. 은마아파트에는 고액 대출로 집을 산 뒤 시세차익을 노려 단타매매를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통념을 뒤집는 결과다. 주택시장의 ‘뜨거운 감자’인 은마아파트 주거실태를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주요 재건축 단지에 대한 정교한 주민실태 분석 없이 부동산정책을 추진해왔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제대로 된 진단 없이 처방하다 보니 온갖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순구 soon9@donga.com·김호경·이새샘 기자2억→11억→7억… ‘부동산경기 바로미터’ 은마 “평당가 68만 원, 동·호수 지정 선착순 계약!” 1979년 은마아파트가 준공될 당시 광고 문구다. 작은 평수인 31평형(현재 전용면적 76m²)의 분양가가 2100만 원 안팎이었다. 현재 같은 평형의 은마아파트 시세는 20억 원을 훌쩍 넘어섰다. 40년 사이 100배 수준으로 올랐다. 은마는 줄곧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대명사로 불리며 부동산 시장 흐름을 그대로 반영해 왔다. 시세가 급등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재건축이 가시화되면서다. 전국이 집값 급등에 몸살을 앓았던 때다. 정부는 은마 등 재건축 아파트를 집값 불안의 진원지로 보고 재건축을 규제했다. 그런데도 은마 시세는 2000년 2억 원에서 2007년 11억 원 이상으로 치솟았다.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크게 충격을 받은 단지 역시 은마였다. 2013년 7억 원대까지로 하락했다. 주택 경기가 살아나며 2017년 11억 원대로 가격이 반등했다. 정부는 이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상한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 강력한 규제를 잇달아 도입했다. 하지만 매물이 실종돼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부 거래를 통해 가격만 오르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1∼6월) 내내 200∼300개 수준이던 은마아파트 매물은 지난해 7월 이후 급감해 이달 2일 현재 75개 수준에 그친다. 실거래 건수도 지난해 상반기 75건에서 하반기 21건으로 급감했다. 은마아파트 전용 84m²는 지난달 24억 원에 거래됐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지난달 29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출근 시간이 지났지만 주차 공간을 찾기 어려웠다. 2중, 3중 주차로 가뜩이나 빽빽한 주차장에 이삿짐 차량이 3대나 나란히 서 있었다. 리모델링 업체나 인테리어 업체의 트럭들이 좁은 길을 연이어 오가고 있었다. 아파트 공동 현관에 들어서니 1층 입구부터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 짐이 줄지어 있었다. 이곳에서 전세로 사는 직장인 최성욱(가명·49) 씨는 “부쩍 늘어난 이사 차량을 볼 때마다 언젠가 나도 쫓겨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씁쓸해했다. 동아일보가 은마아파트 등기부등본을 분석한 결과 이 아파트 주민 중 세입자 비중은 66%에 이르렀다. 계약갱신요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담은 임대차2법이 시행된 데다 2년 이상 거주한 집주인에게만 재건축 조합원 자격을 주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이 아파트 기존 세입자가 대거 내몰릴 수 있는 상황이다.○ 재건축 실거주 규제에 2600가구 세입자 불안 성동구에 살던 최 씨가 이곳으로 이사 온 건 지난해 1월. 올해 고등학생과 중학생이 되는 자녀의 교육 때문이었다. “새 학교에선 알아서 공부하는 분위기라더라”는 아이의 말을 듣고 막내의 대학 입시 때까지 살기로 했다. 은마아파트에서 최소 6년은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전용면적 76m²에 보증금 5억 원을 내고 전세로 들어온 최 씨는 벌써 주거 불안을 느끼고 있다. 내년 1월에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해도 지금 조건대로 살 수 있는 기간은 앞으로 3년. 이후 계약 때 이 아파트의 다른 전셋집을 찾으려면 보증금을 크게 올려줘야 할 수도 있다. 최근 전세 시세는 10억 원 언저리다. 이처럼 마음을 졸이는 세입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은마아파트 등기부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 아파트의 현 소유자 중 은마에 살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 전체의 59.8%(2600여 채)에 이른다. 실거주 요건을 강화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집주인들의 전입 러시가 이어질 수 있다. 현 세입자들은 다른 집을 찾아야 하는 셈이다. 집주인이 2년 거주 요건을 채운 뒤에는 전세금을 올려 다시 세를 놓으려 할 수 있다. ○ 임대차법 시행에 전세난 심화 은마아파트는 그동안 자금이 부족해도 자녀를 대치동에서 교육하고 싶은 학부모들에게 가성비가 좋은 전세물량을 제공하는 역할을 해왔다. 2003년부터 10년간 은마아파트에 살며 학창 시절을 보낸 김종현(가명·32) 씨는 은마아파트를 “계층 이동 사다리”라고 했다. 그는 “부잣집은 아니어도 교육열 높은 가정에서 대치동에 전세로 들어와 좋은 교육 인프라를 이용해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은마아파트 전세가 비교적 싸게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건물이 노후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이 약 25%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56%)과는 큰 차이다.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은마아파트 전세가는 약 5억5000만 원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말 임대차법 시행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지난달 중순 전용 76m² 전세가 보증금 10억 원에 계약됐다. 불과 반년 동안 2배 수준으로 오른 셈이다. 직장인 최재혁 씨(28)는 ‘은마 전세대란’의 피해를 보고 있다. 최 씨 가족은 2009년부터 12년째 이곳에 살고 있다. 한집에서 10년 넘게 계약을 연장하는 동안 전세금은 2억3000만 원에서 약 4억 원으로 올랐다. 하지만 올해 7월에는 집을 비워줘야 한다. 집주인이 본인이 거주할 테니 계약이 끝나면 나가 달라고 일찌감치 통보했다. 단지 내 다른 전세매물을 알아봤지만, 임대차2법 시행 이후 전세금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그는 “10년 넘게 산 동네를 떠나고 싶진 않아 인근 빌라 전세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선한 의도로 만든 임대차법이 은마아파트 세입자를 내몰고 있는 셈”이라며 “2∼3년 후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한 세입자들이 쫓겨나기 시작하면 문제는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순구 soon9@donga.com·김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