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은 대법관 13명이 전원일치로 유죄를 선고했는데 대법관 전부가 곡학아세(曲學阿世)하고 법을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정의가 마비됐다는 것이냐.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유죄를 선고한 13명의 대법관이 속된말로 ‘제정신이 아니다’, ‘또라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 “말이 좀 심하다. 집권당 대표와 관련해 ‘또라이’ 표현을 쓴 것을 시정해 달라.”(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2년간 복역하고 23일 만기 출소한 한명숙 전 총리(73)를 놓고 정치권이 하루 종일 들끓었다. ○ 秋 “기소도 재판도 잘못”…野 “법치주의 파괴” 논란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전날 한 전 총리에 대해 “기소도 잘못됐고, 재판도 잘못됐다. 기소독점주의의 폐단으로 사법 부정의 피해를 입었다”고 지적하면서부터 일기 시작했다. 추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 회의에서도 “그분(한 전 총리)의 진실과 양심을 믿기에 매우 안타까웠다”고 했다. 여기에 김현 민주당 대변인이 불을 더 지폈다. 김 대변인은 한 전 총리가 출소한 직후인 오전 5시 15분경 서면 논평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 추도식 때 추모사를 낭독했다는 이유로 한명숙 총리를 향한 정치보복이 시작됐다”며 “정치탄압을 기획하고 검찰권을 남용하며 정권에 부화뇌동한 관련자들은 청산되어야 할 적폐세력”이라고 사법부를 정면 겨냥했다. 야당 의원들은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발언이라며 추 대표를 일제히 비판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추 대표의 발언에 대해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무책임한 발언이며 자기들만 옳다는 이분법적 사고의 전형”이라면서 “구악 중의 구악”이라고 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여당 지도부가 3권 분립 체제하에서 대법원의 판결을 부정하는 웃지 못할 일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며 “정말로 한 전 총리의 재판이 잘못된 것이라 믿는다면 국정조사를 제안해 달라”고 역공을 폈다. 법사위에 출석한 김소영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근거 없는 비난은 사법부의 신뢰에 영향을 많이 미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대법관으로서 한 전 총리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에 참여했다.○ 추징금 8억8000만 원 중 250만 원만 환수 논란에 휩싸인 한 전 총리는 이날 오전 5시 10분경 경기 의정부교도소 문 밖으로 나왔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를 비롯해 이해찬 문희상 홍영표 정성호 민병두 유승희 유은혜 전해철 기동민 김경수 의원 등과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등 전·현직 의원 20여 명을 포함해 지지자 200여 명이 한 전 총리를 맞았다. 친노(친노무현) 진영의 상징색인 노란색 풍선이 출소 길을 장식했다. 한 전 총리는 수척해진 얼굴로 10여 분간 짧은 소회만을 밝혔다. 눈물을 흘리지도, 억울함을 호소하지도 않았다. 한 전 총리는 “짧지 않은 2년 동안 가혹했던 고통이 있었지만 새로운 세상을 드디어 만나게 됐다”며 “앞으로도 당당하게 열심히 살아 나가겠다”고 말한 뒤 현장을 떠났다. 2015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300만 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2007년 대통령 선거 후보 당내 경선 과정에서 한 전 총리가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에게서 세 차례에 걸쳐 현금과 수표, 달러 등 9억 원을 받은 혐의를 인정했다. 검찰은 선고 직후 추징금 환수팀까지 꾸렸지만 현재까지 한 전 총리의 교도소 영치금 250만 원만 추징했다. 한 전 총리 명의였다가 남편 이름으로 바뀐 아파트 보증금 1억5000만 원은 환수 대상이라고 법원이 판단했지만 한 전 총리가 불복해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다. 한 전 총리는 사면받지 않으면 만 83세까지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박성진 psjin@donga.com·이호재·홍수영 기자}
“(저는) 31년 5개월 동안 법정에서, 그것도 사실심 법정에서 당사자들과 호흡하면서 재판만 해온 사람입니다. 그 사람이 어떤 수준인지, 어떤 모습인지 이번에 보여드리겠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58·사법연수원 15기)는 22일 오후 양승태 대법원장(69·2기)과의 면담을 위해 대법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법원장직 수행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김 후보자는 시종 미소 띤 얼굴로 “대법원에서 3년간(1999∼2002년) 재판연구원으로 밤낮 일을 했는데 오늘은 오는 기분이 좀 다르다”며 “(양승태) 대법원장님을 뵙고 앞으로 청문회나 이후 절차에 관해 가르침을 받으려 한다”고 말했다. ○ “청문회 통해 우려 불식할 것” 이날 김 후보자는 “어제 발표 이후 저에 대해 분에 넘치는 기대 그리고 또 상당한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충분히 이해가 될 만한 그런 내용이다”라고 말했다. 전임 대법원장에 비해 사법연수원 기수가 13기나 낮고, 전·현직 대법관도 아닌 자신이 대법원장으로 전격 지명된 데 대한 법원 안팎의 심리적 충격을 이해한다는 뜻이었다. 김 후보자는 “이번 청문 절차 준비를 통해 그런 기대에는 더욱 부응하고 우려는 불식시킬 것”이라며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특정 판사의 동향을 사찰했다는 일명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 구체적 현안에 대해서는 “청문회에서 말씀드리겠다”며 입을 다물었다. 양 대법원장을 만나러 근무지인 강원 춘천에서 서울로 올라오면서 김 후보자는 수행원을 대동하지 않고 관용차 대신 시외버스를 탔다. 서울 광진구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한 뒤에도 지하철로 대법원이 있는 서초역으로 이동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김 후보자가 대법원장 후보자 자격으로 양 대법원장을 면담하러 상경하는 일이 춘천지법의 공무가 아니라고 판단해 춘천지법 관용차를 이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양 대법원장과 오후 3시 반부터 면담을 한 뒤 오후 5시경 일정을 마치고 대법원을 떠났다. 양 대법원장은 김 후보자에게 축하인사를 건네고 청문회 준비 등에 대해 세심한 조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 법원 내부 ‘파격 인사’ 충격 법원 내부는 여전히 파격 인사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분위기다. 김 후보자보다 선배 기수인 일부 고위 법관이 용퇴를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특히 진보성향 법관 모임 ‘우리법연구회’의 회장을 지낸 김 후보자의 뚜렷한 성향에 대해서는 법원 안팎에서 기대와 우려가 엇갈렸다. 법조계의 한 원로급 인사는 “대법원장은 특정 정치 진영의 논리에 휩쓸려서는 안 되는 자리”라며 “김 후보자가 사법부 수장으로서 올바른 처신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한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법관 독립을 강조해 온 김 후보자가 취임하면 판사들이 재판에만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지 않겠느냐”며 김 후보자의 개혁 성향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검찰도 김 후보자가 사법부에 어떤 색깔을 입혀 나갈지 큰 관심을 보였다. 한 검찰 간부는 “김 후보자가 대법원장에 취임하면 당장 형사재판부터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노동사건 등을 중심으로 진보적 색채의 판결이 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원로 법조인들은 김 후보자에게 사법부 수장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가져줄 것을 주문했다.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장(75)은 “사법개혁은 한 사람이 단시간에 뚝딱 이룰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며 “원칙으로 돌아가 사법권의 독립을 굳건히 잘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진강 전 대법원 양형위원장(74)은 “대법원에서 권리 구제를 받고자 하는 국민들의 바람이 제대로 실현되도록, 국민에게 다가가는 사법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권오혁 hyuk@donga.com·이호재·전주영 기자}
김명수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58·사법연수원 15기)는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지낸 대표적인 진보 성향 현직 법관이다. 평소 사법부 개혁 문제에 대해 거침없는 소신 발언을 해온 까닭에 문재인 정부와도 이념적 코드가 잘 맞을 거라는 평가가 나온다. 부산고, 서울대 법대 출신인 김 후보자는 1986년 서울지법 북부지원(현 서울북부지법) 판사로 임관한 뒤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한 것을 제외하고는 줄곧 일선에서 재판 업무만 해왔다. 종종 노동사건 등에서 진보 색채가 뚜렷한 판결로 주목받았다. 서울고법 행정10부 재판장이던 2015년 11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정부를 상대로 낸 ‘법외(法外) 노조’ 통보처분 효력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교조는 당시 해직 교원이 가입돼 있다는 이유로 고용노동부로부터 법적 지위를 박탈하겠다는 통보를 받은 상태였다. 대법원이 고용부의 통보가 적법하다는 취지로 파기 환송했던 해당 사건에서 김 후보자는 “전교조 사건은 다툴 만한 쟁점이 남아 있어 가처분 인용 필요성이 있다”며 전교조 측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에는 자유한국당 김진태, 염동열 의원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법정에 세우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두 의원은 지난해 4·13총선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 대상이 됐지만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김 후보자가 위원장을 맡고 있던 강원도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춘천시선관위는 이에 불복해 재정신청을 냈고 서울고법은 이를 받아들여 두 의원에 대해 공소제기 명령을 내렸다. 법원행정처 고위 간부가 올해 초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학술행사를 축소하려고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을 때, 김 후보자는 대법원을 비판하며 진상 조사를 촉구하는 쪽에 섰다. 김 후보자는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초대, 2대 회장을 지냈다. 지난달 양승태 대법원장의 임기 중 마지막 대법관 제청 때, 김 후보자가 최종 후보군에서 탈락하자 법원 내부에서는 “국제인권법연구회를 두둔하다가 미운털이 박혔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김 후보자는 부인 이혜주 씨와의 사이에 둔 딸 정운 씨(34·38기·대구가정법원 판사), 아들 한철 씨(31·42기·전주지법 판사)가 모두 현직 법관인 법조인 가족이다. 사위는 이세종 부산지검 검사(35·38기)다. 성품이 온화한 편이어서 젊은 후배 법관들 가운데 따르는 이들이 많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김 후보자는 리더십이 뛰어나 법원 내 갈등을 잘 풀어 나갈 적임자”라고 평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관광호텔 지으려는데 6000만 원만 빌려줘. 두 달 안에 갚을게.” 2014년 1월 서울 관악구의 한 카페. 쇼핑몰 굿모닝시티 분양 사기로 복역하고 2013년 6월 출소한 윤창열 씨(63)는 여자친구 A 씨에게 이렇게 부탁했다. 윤 씨는 교도소에서 10년 동안 살고 나와 재산이 한 푼도 없었지만 A 씨는 결혼을 약속한 윤 씨의 말을 믿었다. 부동산을 팔고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린 A 씨가 138차례에 걸쳐 윤 씨에게 전달한 돈은 모두 13억4600만 원. 윤 씨는 다른 지인들에게도 “사업 비용이 부족하다” “1주일 후에 틀림없이 갚겠다”며 돈을 빌렸다. 윤 씨는 A 씨 등에게서 빌린 17억 원의 대부분을 다른 빚을 갚거나 집 월세를 내는 데 쓰고 돌려주지 않았다. 결국 사기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윤 씨는 올 4월 잠적해 1심 선고 공판에 나타나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달 21일 윤 씨를 찾아내 구속했다. 윤 씨는 11일 환자복을 입고 법정에 출석해 선고 판결을 듣다가 바닥에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건강에 별문제가 없어 같은 날 다시 법정에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A 씨와 결혼할 것처럼 믿게 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며 윤 씨에게 징역 4년형을 선고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2014년 사망)의 시신을 처음 발견한 80대 남성이 경찰의 신고 보상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8단독 유영일 판사는 유 전 회장의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박모 씨(80)가 “보상금 1억 원을 지급하라”며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박 씨는 2014년 6월 12일 전남 순천시 자신의 매실밭에서 얼굴이 부패해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당시 박 씨는 물론이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도 유 전 회장의 시신이라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부검을 거친 시신은 40일이 지난 7월 22일 유 전 회장으로 확인됐다. 당시 경찰은 유 전 회장을 공개 수배하고 신고보상금 5억 원을 걸었다. 그러나 전남지방경찰청 범인검거공로자 보상심의위원회는 2014년 9월 박 씨에게 보상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박 씨가 신고 당시 “밭에 시체가 있으니 와 달라”고 했을 뿐 유 전 회장과 관련된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다만 박 씨는 시신 수습과 경찰 수색으로 발생한 매실밭 손실보상금으로 정부에서 400만 원가량을 받았다. 박 씨는 “사후에 유 전 회장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이상 정부가 내건 보상금 가운데 일부를 지급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그러나 재판부는 “신고 대상이 유 전 회장이거나 그렇게 볼 합리적인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박 씨가 알고 제보해야 한다”며 “박 씨는 시신이 유 전 회장이라는 점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박시환 전 대법관이 이 시점에서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는 데에 이의를 제기하는 분은 없을 것이다.” 전수안 전 대법관(65·사법연수원 8기)이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박 전 대법관(64·12기·현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 다음 달 24일 임기를 마치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후임이 돼야 한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전 전 대법관과 박 전 대법관은 2006년 7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5년 동안 함께 대법관으로 재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 전 대법관과 전 전 대법관을 각각 새 대법원장 후보 1, 2순위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대법관은 페이스북에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던데, 법원 안팎의 간절한 염원이 부디 이루어지기를”이라는 글도 올렸다. 문 대통령이 박 전 대법관을 새 대법원장으로 임명하길 바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여기에 일부 동료 법조인들이 댓글을 달아 “이의 있다. 전 전 대법관이 가장 적임자다”, “초대 여성 대법원장이 나올 때가 됐다”며 전 전 대법관이 새 대법원장으로 적합하다는 반론을 제기했다. 이에 전 전 대법관은 댓글을 통해 “여성 대법원장이 유일하거나 최고의 가치는 아니다”라며 “검찰은 재개발, 법원은 재건축 수준의 응급수술이 필요한 비상시다. 촌각을 다투는 어려운 시점에 여의사를 고집할 환자나 가족은 없을 것”이라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최근 박 전 대법관에게 새 대법원장을 맡아 달라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박 전 대법관은 완강하게 고사했다고 한다. 박 전 대법관은 1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생각이 없다’는 제 뜻은 (문 대통령에게) 전달이 됐다. 제 입장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또 “최근에 생각이 변화됐다는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법관은 문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다. 대법관이 되기 전인 2004년 문 대통령과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대리인으로 활동했다. 최근 법원공무원 4166명과 법관 92명이 참여한 법원노조 투표에서 전 전 대법관과 박 전 대법관이 각각 대법원장 후보 1, 2위로 뽑혔다. 문 대통령은 이르면 이번 주 후반(17, 18일) 새 대법원장 후보자를 지명할 가능성이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는 데 한 달가량 걸리기 때문에 양 대법원장 퇴임(9월 24일) 전 새 대법원장 임명을 위한 절차가 마무리돼야 하기 때문이다. 양 대법원장과 전임 이용훈 전 대법원장은 각각 2011년 8월 18일, 2005년 8월 18일 후보자로 지명됐다. 법조계 일각에선 박, 전 전 대법관이 끝까지 새 대법원장직을 고사하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출신 김선수 변호사(56·17기)가 후보자로 지명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 변호사가 대법관 출신이 아니라서 문 대통령이 그를 지명하는 데 부담을 느낀다는 분석이 많다.김윤수 ys@donga.com·이호재 기자}
한국타이어가 공장에서 일하다 폐암으로 사망한 직원의 유족에게 약 1억 원을 배상하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3단독 정재욱 판사는 2009년 9월 폐암으로 숨진 직원 안모 씨의 유족이 한국타이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유족 4명에게 1억280만 원을 지급하라”며 10일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일하다 병을 얻어 숨진 다른 직원 측의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 판사는 안 씨의 업무와 폐암 발생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봤다. 정 판사는 “안 씨가 작업 도중 가장 노출이 많이 된 고무가 폐암의 원인이 됐다고 보는 것이 확실하다”며 “(폐암과 공장 업무의) 직업적 연관성을 제한적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안 씨는 비(非)흡연자이고 가족력 등 질병과 관련된 다른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또 한국타이어가 근로자의 안전을 제대로 배려하지 않은 책임도 물었다. 정 판사는 “(회사 측은) 타이어 제조와 발암의 연관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며 “마스크 착용 독려 행위만으로는 충분히 안전 배려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안 씨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작업하기도 한 점 등, 스스로 자신의 안전을 지켜야 할 주의 의무도 있다”며 회사의 책임을 50%만 인정했다. 안 씨는 1993년 12월 한국타이어에 입사해 생산관리팀 등에서 일하다 2015년 1월 숨졌다. 근로복지공단은 안 씨의 폐암 발생이 유해물질 중독으로 인한 업무상 재해라고 인정했다. 이에 유족은 “한국타이어가 근로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환경을 정비하는 안전 의무를 위반했다”며 약 2억8000만 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한국타이어 공장과 협력업체에서 근무하다 암, 순환기질환 등으로 사망한 근로자는 46명이다. 일부 유족은 산업재해 보상을 청구했으나 현장 유해물질 허용치가 법정 기준보다 낮게 검출됐다는 이유로 대부분 기각됐다. 한국타이어는 측은 이날 “다음 주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와 현장 조치 등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이호재 hoho@donga.com·곽도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의 1심 재판 심리를 모두 마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25일 선고를 앞두고 18일간의 숙고에 들어갔다. 4개월 동안 이어진 공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이 부회장 측이 치열하게 다툰 뇌물죄의 유무 등을 판단해야 하는 재판부는 선고에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많은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국정 농단 사건 재판인 데다 앞선 관련 사건 재판에서 판사가 여론의 ‘마녀사냥’ 표적이 된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1)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가 대표적인 예다. 조 전 장관의 선고 결과 기사에는 재판장인 황 부장판사를 ‘적폐 판사’, ‘국정 농단의 부역자’라고 비난하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그 와중에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2015년 황 부장판사가 라면을 훔친 사람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는 ‘가짜 뉴스’를 유포해 물의를 빚었다. 오민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올 2월 특검이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0)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가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면서 이른바 ‘신상이 털리는’ 곤욕을 치렀다. 많은 누리꾼들은 오 판사의 사진과 경력 등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며 “오 판사도 ‘우병우 라인’”이라는 식의 근거 없는 인신공격을 퍼부었다. 이 부회장 등의 선고 공판이 첫 방송 생중계 재판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재판부에는 부담이다. 법정 생중계는 재판부가 전 국민 앞에 서는 듯한 심리적 압박을 느끼게 만들 수 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여름휴가 보내주는 대신 뽀뽀해 줘.” 2015년 8월 경기도의 한 비영리단체 사무국장 김모 씨는 휴가를 가겠다는 여직원 A 씨에게 이런 황당한 요구를 했다. 김 씨는 자신의 손을 A 씨의 입술에 들이대 기어코 ‘손 뽀뽀’를 받아냈다. 또 A 씨에게 ‘성희롱, 성추행 문제를 삼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 뽀뽀 2개 남은 것은 필요할 때 하겠다’는 각서까지 받아냈다. 김 씨의 성희롱은 그뿐이 아니었다. A 씨의 귀를 잡아당긴 뒤, A 씨가 아프다고 소리를 지르자 “성관계할 때 내는 소리 같다”며 놀렸다. 또 향수를 진하게 뿌렸다며 “사창가 여자 같다. ‘투잡(Two job)’ 뛰나?”라고 비아냥거렸다. 허리를 감싸 안는 등 부적절한 신체 접촉도 했다. A 씨는 김 씨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정신건강의학과 치료까지 받았고 결국 회사에 김 씨가 한 일을 알렸다. 김 씨는 지난해 초 이 일로 회사에서 해고를 당했고 형사처벌도 받았다. 김 씨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 등에 낸 부당해고 구제신청이 기각당하자 이에 불복해 법원에 소송을 냈다. 김 씨는 “20년 가까이 단 한 번의 실수나 징계 없이 성실히 근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판사 김용철)는 “김 씨가 상급자로서 부하 직원을 성희롱, 성추행한 정도가 심하다”며 김 씨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6일 밝혔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직장인 김모 씨(29·여)는 2013년 9월 서울 강남구 그랜드성형외과를 찾았다. 평소 콤플렉스였던 턱과 광대뼈 교정을 받고 싶어서였다. 전문의 A 씨는 김 씨에게 “내가 직접 수술을 하려 한다”며 친절하게 수술 방식을 알려줬다. 김 씨가 받을 수술은 얼굴뼈를 전기톱과 망치로 조각낸 뒤 다시 붙여 나가는 위험한 과정이었다. 김 씨는 서울에서 ‘빅3 성형외과’로 꼽히는 병원의 명성과 A 씨의 전문성을 믿고 780만 원을 지불했다. 하지만 수술은 실패했고 김 씨의 얼굴은 엉망진창이 됐다. 턱 모양은 좌우 균형이 맞지 않았고, 수술 부위의 감각도 이전에 비해 크게 무뎌졌다. 같은 해 12월 김 씨와 같은 병원에서 코와 쌍꺼풀 수술을 받은 여고생이 뇌사 상태에 빠지는 사고가 터지며 ‘유령수술(ghost surgery)’ 의혹이 불거졌다. 환자가 마취 상태에 빠졌을 때 성형외과 전문의 대신에 인건비가 싼 다른 의사가 몰래 수술을 집도했다는 것이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의 조사 결과 유령수술 의혹은 사실로 확인됐다. 김 씨는 자신도 유령수술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랜드성형외과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김 씨는 의사 A 씨가 유령수술을 인정하고 양심선언을 한 점을 감안해 병원 측을 상대로만 소송을 냈다. 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01단독 임성철 부장판사는 김 씨가 그랜드성형외과 유모 원장(45)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유 씨 등은 손해배상금과 위자료 등 총 8795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유 원장은 유령수술 의혹과 관련해 사기 혐의로 기소돼 형사재판도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유 원장은 2012년 11월∼2013년 10월 환자 33명에게 자신이 직접 수술을 할 것처럼 속인 뒤 다른 의사에게 수술을 맡겨 1억5200만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유 원장의 병원에서 유령수술에 투입된 의사들은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니라 치과 또는 이비인후과 의사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수술을 집도한 의사 대신 유령수술을 하도록 시킨 병원장에게 의료사고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유령수술이 병원장 주도로 장기적, 조직적으로 저질러진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한 케이스”라며 “유령수술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이 3일 법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을 독대했을 때 경영권 승계 청탁을 대가로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정유라 씨(21) 모녀에 대한 승마 지원을 약속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경영권 승계를 돕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이 부회장은 변호인 측 신문에 답하며 2014년 9월과 2015년 7월, 2016년 2월 3차례에 걸쳐 박 전 대통령을 독대했을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밝혔다. 요지는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대화가 전혀 없었다는 것. 전날 박영수 특검팀 측 신문에 이어 이날도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뇌물을 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청탁할 분위기 아니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을 처음 독대했을 때부터 (박 전 대통령이) 정 씨에 대한 승마 지원을 요구했고 이 부회장이 이를 수락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1차 독대에서 정 씨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없었다”며 “대통령의 승마 지원 요청을 공익적 차원에서 한 것으로 이해했지, 사익을 위한 것으로 생각 안 했다”고 강조했다. 또 “당시 독대가 5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이뤄져 무슨 말을 할 겨를도 없이 듣기만 하다 끝났다”고 설명했다. 특검이 공소장에서 본격적인 청탁과 뇌물 요구가 오갔다고 적시한 2, 3차 독대에 대해서도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 작업이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언급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2차 독대에 대해 이 부회장은 “제가 아버님께 야단맞은 것 빼고는 야단맞은 기억이 없는데 여자분한테 그렇게 싫은 소리 들은 게 처음이었다”고 회상했다. 삼성의 승마협회 지원이 부실하다고 박 전 대통령이 질책한 상황을 묘사한 것이다. 또 3차 독대에 대해서는 박 전 대통령이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 등에 대한 비난을 쏟아낸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분위기가 2차 독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무거웠다. (경영권 승계) 이야기를 꺼낼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특검에서) 검사님이 ‘부회장님은 정말 모르시네요. 시간이 부족하니까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거나 잘 모르지만 그랬을 것 같다 등 두 가지 답을 조서에 써줄 테니 변호사와 확인하시라’고 했다”고 말했다. 특검 조서가 충실한 문답을 거쳐 작성된 것이 아니라는 의미였다. 이에 특검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피고인 신문 막바지에는 재판부가 직접 이 부회장에게 질문을 했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전 승마협회장)에게 승마협회 문제를 신경 쓰지 않게 해 달라며 협회를 지원하라는 취지로 말한 이유가 무엇이었냐”고 재판부가 묻자 이 부회장은 “스포츠 지원을 1년에 천 몇백억 원을 하는 것으로 아는데 조금 더 한다고 문제가 될까 싶었다. 웬만하면 해주는 게 어떻겠느냐. 방법 등은 알아서 해달라고 했던 것 같다”고 답했다. 또 재판부가 “대통령의 승마 지원 요청에 신경을 안 쓸 수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묻자 이 부회장은 “저나 회장님(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께서도 그런 건에 대해 일일이 챙기거나 보고받으려 하질 않는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께서 알아서 챙겨주실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부정한 청탁 있었다” vs “청탁할 이유 근거 없다” 이 부회장에 대한 신문이 끝난 뒤 특검과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재판 주요 쟁점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특검은 “3차례 독대에서 박 전 대통령은 이 부회장 승계를,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의 권한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2차 독대에 대해선 “청와대 ‘안가(安家) 독대’라는 부적절한 방법으로 돈을 요구하고 도와주고 싶다는 의사가 있었음이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부회장 측은 “특검은 1차 독대 때 두 사람 사이에 이미 (부정한 청탁과 대가성 지원에 대한) 인식 공유가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밝혀진 게 없다”며 “어떻게 부정한 청탁이 성립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공박했다. 또 “특검은 ‘승계 작업’이라는 실재하지도 않는 가공의 프레임으로 두 사람 사이에 합의가 있었다고 억지로 주장한다”며 “이 부회장은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청탁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의 피고인 신문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이날 서울중앙지법 2층에는 오전 6시경부터 방청 행렬이 늘어섰다. 50여 명의 일반 시민과 취재진은 제한된 방청권을 얻기 위해 4시간가량 기다렸다.권오혁 hyuk@donga.com·이호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이 2일 법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과 독대한 자리에서 경영권 승계 청탁을 한 일이 없다고 진술했다. 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개입하지 않았으며 삼성이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모녀 승마훈련을 지원한 일도 자신의 경영권 승계와 무관하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66)에 대한 공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부회장을 삼성의 최종 결정권자로 지목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 측은 “최 전 실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최 씨 모녀 승마 지원 등을 결정했다”고 맞섰다. 이 부회장이 올 2월 특검에 의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 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뒤 법정에서 자신의 혐의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10일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 증언대에 섰지만 증언을 거부했다. ○ “박근혜, 홍석현 맹비난…부탁할 분위기 아냐” 흰색 와이셔츠에 정장 차림을 한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4시 35분경 최 전 실장에 이어 피고인 신문을 받기 시작했다. 답변을 신중하게 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손짓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 15일 독대한 박 전 대통령에게 삼성생명의 금융지주 전환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청탁이 없었다는 의미다. 또 최 씨 모녀에 대한 승마 지원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의 수첩에 적힌 ‘금융지주회사, 글로벌금융, 은산분리’ 메모에 대해서도 “그런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에 따르면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이 부회장에게 “중앙일보의 자회사 JTBC가, 뉴스 프로그램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나라를 생각하면 그럴 수 있느냐”며 ‘이적단체’라는 말을 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은 이 부회장에게 “중앙이 삼성 계열사였으니 얘기 좀 하라”고 요구했다. 이 부회장이 “독립 언론사고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이) 손위 어른이어서 어렵다”고 답하자 박 전 대통령은 “어머니(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홍 전 회장 누나)에게 말씀드리라”며 짜증을 냈다고 한다.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굉장히 흥분해 얼굴이 빨개졌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또 “박 전 대통령이 정치인 두 명의 실명을 거론하며 ‘(홍 전 회장이) 누구랑 내 얘기 어떻게 하는지 모르느냐’, ‘모 국회의원이랑 모의하고 다니는 거 모르느냐’ ‘정치 야망이 있는 것 같은데 삼성이 줄 대는 거냐’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그날 분위기는 제가 얘기를 하고 (경영권 승계) 부탁을 하고 그럴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독대 당일) 오후에 홍 전 회장에게 그대로 전달했다”며 “그 뒤로 (홍 전 회장이) 대통령을 몇 번 만났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정유라, 누구인지…승마선수인 줄 몰랐다” 이 부회장은 2015년 7월 박 전 대통령 독대 당시 최 씨의 딸 정유라 씨(21)가 누구인지, 승마선수인지 몰랐다고 진술했다. 이 부회장은 “국내 정치에 관심이 없다. 정윤회 씨(정 씨의 아버지) 이름은 들어본 것 같은데 그의 딸의 ‘공주 승마’ 의혹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받기 위해 정 씨의 승마 지원을 한 사실이 없다는 의미다. 또 당시 자신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별다른 역할을 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부회장은 “논란이 된 건 알았는데 두 회사의 업무에 대해 잘 몰랐다. 합병도 두 회사 사장님들과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에서 알아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 전 실장에게)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제로베이스(원점)에서 다시 검토해 보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건의한 적이 있다”며 “회사의 미래를 위해 경쟁력을 쌓아야 하는데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합병에 반대한 미국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를 상대로 합병을 밀어붙이는 게 효율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또 “나는 미전실에 소속되거나 근무한 적이 없다. 처음부터 삼성전자 소속으로 업무의 90∼95%가 전자 및 전자 계열사에 관한 것”이라며 삼성그룹의 의사결정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업무에 매진하느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지성 “승마 지원, 이 부회장에게 보고 안 해” 최 전 실장은 피고인 신문에서 “(미전실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그룹 내 최종 의사결정은 제 책임하에 했다”며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 실무는 잘 모른다”고 강조했다. 최 전 실장은 또 이 부회장은 최 씨 모녀 승마 지원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승마지원은 대통령이 요청한 내용이지만 정 씨 지원이라고는 (이 부회장에게) 말한 적 없다. 최 씨가 뒤에서 장난질을 친 것 같은데 이걸 확인할 수도 없고 자칫 유언비어 같은 내용을 이 부회장에게 옮기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나중에 곤란하면 내가 물러나면 된다고 생각해 이 부회장에게 (승마 지원 문제를) 얘기하지 않는 걸로 했다”고 설명했다.권오혁 hyuk@donga.com·이호재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과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에 대한 뇌물 공여 혐의로 기소된 삼성 전직 임원들이 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지시나 강요가 아니라 최 씨의 겁박으로 최 씨의 딸 정유라 씨(21)에 대한 승마 지원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 등의 공판에서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64)은 피고인 신문에서 “원래 올림픽 선수단을 지원할 예정이었는데 최 씨의 겁박으로 정 씨만 지원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사장은 “(지원을 해주지 않으면) 최 씨가 박 전 대통령에게 (삼성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우려됐다”고 설명했다.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63)도 피고인 신문에서 “최 씨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최 씨가 어떤 형태로든 저희를 비난하고 험담하고 해코지할 우려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장 전 차장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수사를 받을 당시 했던 진술을 뒤집었다. “‘박 전 대통령의 강요로 정 씨 승마 훈련을 지원했다’고 진술했던 것은 뇌물 공여 책임을 피하려고 한 추측성 발언이었다”며 “사실 대통령이 지시했는지 안 했는지 그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장 전 차장은 또 박 전 대통령이 2015년 7월 독대한 이 부회장을 질책한 내용에 대해 “특정 선수(정 씨)를 지원하라고 이야기한 건 아닌 것 같고 (승마 종목) 올림픽 지원을 제대로 준비 안 한다고 질책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장 전 차장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계획안을 이 부회장에게서 받았다”고 했던 특검 진술도 번복했다. “(영재센터 지원 계획안을)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건네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최원영 전 대통령고용복지수석비서관(59)은 “박 전 대통령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구체적인 지시를 한 바 없다”며 박 전 대통령의 합병 개입을 부인했다.권오혁 hyuk@donga.com·이호재 기자}

양승태 대법원장의 퇴임이 5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문재인 정부가 사법개혁 과제를 맡길 차기 대법원장 자리에 누가 오를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와대는 최근 대법원장 후보군에 대해 인사검증 작업을 벌이고 있다. 대법원장 인선은 대통령이 후임자를 지명한 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최종 임명까지 한 달가량이 걸린다. 9월 25일로 예정된 양 대법원장의 퇴임 일정을 감안하면 늦어도 8월 중순까지는 차기 대법원장 지명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법원 안팎에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은 문재인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12기 동기인 박시환 전 대법관(64)이다. 박 전 대법관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문 대통령과 함께 노 전 대통령 대리인으로 활동한 바 있다.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초대 회장을 지내며 강한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파 논리에 휩쓸리지 않는 합리적 면모를 갖추고 있어 후배 법관들에게 신망이 높다는 것도 강점이다. 진보 성향 변호사 단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회장 출신인 김선수 법무법인 시민 대표변호사(56·17기)도 자주 거론되는 후보다. 김 변호사는 판사, 검사를 거치지 않은 순수 재야 변호사다. 법관 출신이 아닌 김 변호사의 대법원장 기용은 그 자체로 사법개혁의 상징적 장면이 될 수 있다. 김 변호사는 노무현 정부에서 사법개혁추진위원회 기획추진단장을 지내 문 대통령의 법조 분야 개혁 구상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다. 박시환 전 대법관 등과 함께 진보 성향 대법관 ‘독수리 5형제’로 불렸던 전수안 전 대법관(65·8기)도 대법원장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여성 인재 중용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의 성향을 감안할 때 첫 여성 대법원장 탄생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분위기다. 다만 전 전 대법관은 나이가 걸림돌이다. 법원조직법상 대법원장 정년은 만 70세까지여서, 전 전 대법관은 2023년 9월까지인 대법원장 임기를 다 채울 수 없다. 법원행정처 고위 간부의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행사 축소 외압 사건으로 촉발된 사법부 내분을 수습할 적임자로 이인복 전 대법관(61·11기)을 꼽는 이도 적지 않다. 이 전 대법관은 온화하고 소탈한 성품으로 법관 후배들은 물론이고 법원 직원들에게도 인기가 높다.배석준 eulius@donga.com·이호재 기자}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 등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1심 선고는 아직 심리가 끝나지 않은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의 재판 결과를 예측할 가늠자가 될 수 있다. 김 전 실장을 포함해 블랙리스트 사건 관련자들의 공소 사실이 박 전 대통령의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와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김 전 실장 등과 다른 재판부에서 재판을 받고 있으므로 그 결과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박 전 대통령이 한 역할이 다른 재판부의 눈에 어떻게 비쳤는지 보여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는 김상률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57)이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57·현 문체부 2차관)에게 사직을 요구한 게 “공무원의 신분 보장과 직업공무원 제도를 본질적으로 침해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위법하고 부당한 지시를 내렸고, 김 전 비서관이 이를 그대로 따랐다”며 두 사람을 공범 관계로 봤다. 사실상 박 전 대통령이 노 전 국장 해임을 주도한 주범이라 본 것이다. 반면 재판부는 김 전 실장이 블랙리스트 작성 및 실행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과 공모했다는 특검의 판단은 인정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이 구체적 지시를 한 일이 없는데도, 김 전 실장이 독단적으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와 문체부의 보고를 받았을 가능성은 크지만 범행을 지시하거나 지휘한 증거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이 공모공동정범(共謀共同正犯·구체적 실행에 가담하지 않은 공모자도 공동정범으로 봐야 한다는 이론)이라는 특검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재판부는 최순실 씨(61·구속 기소)가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에 개입했다는 특검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최 씨가 박 전 대통령에게 노 전 국장의 해임을 요청하거나 개입했다는 특검의 공소사실도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피고인 김기춘을 징역 3년에 처한다. 피고인 조윤선은 징역 1년에 처하되 2년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1월 구속돼 약 5개월간 같은 법정에서 함께 재판을 받아온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1)의 운명은 27일 1심 선고공판에서 극적으로 엇갈렸다. 재판장이 1시간가량 판결문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환자복 수의를 입은 김 전 실장은 시종일관 굳은 표정이었다. 반면 조 전 장관은 두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차분한 표정으로 판결문 내용을 경청했다.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조 전 장관은 약 6개월간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이날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됐다.○ 조윤선,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여 혐의 무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는 조 전 장관이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 김 전 실장과 공모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의 문예기금 지원 심의, 영화진흥위원회의 예산지원 사업 심사 등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직권남용)를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조 전 장관이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으로 근무할 때 이 같은 일들을 지시하거나 보고받는 등 역할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이 영화 ‘다이빙 벨’ 상영 때, 영화의 (여론에 대한) 파장을 줄일 방안을 검토한 사실 등은 인정된다”면서도 “이와 관련해 ‘다이빙 벨’을 상영한 극장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 등의 위법한 조치를 취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이 지난해 10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고받았다”고 허위 증언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은 이미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의 실상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판시했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재판이 끝난 뒤 서울구치소를 나서면서 기자들과 만나 “(항소심) 재판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며 “(재판부가) 저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재판에서 자신의 변호인이었던 남편 박성엽 변호사(56)의 차를 타고 귀가했다. 박 변호사도 “제가 (재판부에) 오해라는 말씀을 드렸는데, 너무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기춘이 블랙리스트 범행 ‘정점’” 조 전 장관과 달리 김 전 실장,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60·구속 기소), 김상률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57) 등 블랙리스트 사건의 다른 공범들에게는 블랙리스트 관여 혐의로 유죄가 선고됐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온 김 전 수석은 이날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재판부는 김 전 실장 등이 문화예술계 인사 및 단체에 대한 지원 배제 명단을 작성하고 이를 보조금 지급 등에 실제로 적용한 게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블랙리스트 실행 과정에서 예술위 직원 등을 ‘협박’했다고 볼 행위는 없었다”며 강요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실장이나 장관 등으로서 자신들에게 주어진 막대한 권한을 남용해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범행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특히 김 전 실장에 대해서는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범행을 가장 정점에서 지시하고 실행 계획을 승인, 독려했음에도 발뺌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체부 공무원에 대한 사직 강요 혐의는 사안별로 유무죄 판단이 엇갈렸다. 재판부는 김 전 실장이 블랙리스트 실행에 소극적이었던 문체부 실장 3명에 대해 사직을 강요한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이 ‘나쁜 사람’으로 지목한 노태강 당시 문체부 체육국장(57·현 문체부 2차관)에 대해 김 전 장관과 김 전 수석이 사직을 강요한 것은 직권남용이라고 판단했다. 문체부 실장들은 1급 공무원이어서 신분 보장 대상이 아니지만, 당시 2급 공무원이던 노 전 국장은 공무원법상 신분이 보장돼야 한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권오혁 hyuk@donga.com·이호재 기자정성규 인턴기자 서강대 신문방송학·사회학 4학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작성과 실행을 주도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1) 등 7명 모두에게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김 전 실장은 문예기금과 영화 관련 지원 배제 등의 혐의가 인정돼 징역 3년, 조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는 모두 무죄이지만 국회 위증 혐의가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받고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는 27일 김 전 실장 등의 블랙리스트 작성 및 실행에 대해 직권남용죄를 적용해 유죄를 선고했다. 강요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이 김 전 실장에게 블랙리스트 작성 및 실행을 지시한 게 아니어서 박 전 대통령과 김 전 실장의 공모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날 재판에서 김 전 실장과 함께 구속 기소된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60)은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57·현 문체부 2차관)에게 사직을 요구한 혐의 등이 인정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예술위 책임심의위원 선정에 부당 개입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김소영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실 문화체육비서관(51)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또 노 전 국장 사직 요구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상률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57)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53·구속 기소)과 신동철 전 대통령정무비서관(56·구속 기소)에게는 문예기금 등 지원 배제에 대한 직권남용죄가 적용돼 징역 1년 6개월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범행은 정치권력의 기호에 따라 지원금 지급을 차별해 헌법과 문화기본법이 보장하고 있는 문화 표현과 활동에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밝혔다.권오혁 hyuk@donga.com·이호재 기자}
최순실 씨(61·구속 기소)가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하지만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신문에 대한 증언을 전면 거부했고 “피가 거꾸로 솟는다”며 특검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의 공판에서 최 씨는 특검 측이 신문을 시작하자마자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지난번 이 재판에 나와서 전부 진술하려 했는데 저희 딸 (정)유라가 먼저 나와서 혼선을 빚었다”며 “특검을 신뢰할 수 없어 증언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최 씨는 “(특검의) 비정상적인 회유와 압박의 방법을 일일이 말할 필요는 없다”며 “특검이 저희 딸을 데려가서 먼저 신문한 건 딸로 저를 압박하려는 것이고 제2의 장시호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딸과 제 목줄을 잡고 흔드는 질문에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 내내 최 씨는 굳은 표정으로 특검 측을 노려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최 씨는 위증죄에 걸릴까봐 특검을 강하게 비난하며 증언을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형사재판에서 증인 선서를 한 뒤 증언한 내용은 거짓으로 드러날 경우 위증죄로 처벌을 받게 된다. 최 씨의 딸 정유라 씨(21)는 앞서 12일 이 부회장 재판에 ‘깜짝 출석’해 삼성의 승마 훈련 지원에 대해 최 씨에게 불리할 수 있는 내용을 증언했다. 최 씨가 이 부회장 재판에서 딸과 다른 내용의 증언을 하면 경우에 따라 최 씨 모녀 가운데 한 사람은 위증죄로 처벌을 받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재판부는 최 씨의 발언이 길어지자 “이 자리는 증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자리가 아니라 검찰과 변호인, 재판부의 질문에 답하는 자리”라고 지적했다. 또 “(증언을 거부할 거면) 왜 나왔느냐”고 물었다. 최 씨는 “오늘 자진 출석하려고 했는데 구인장을 발부했다고 해서 당황스러웠다”고 답했다. 24일 구인장을 발부한 재판부에 불만을 나타낸 것이다. 또 특검 측이 질문을 계속 하자 재판부를 향해 “증언을 거부하는데 계속 물어보는 것도 곤욕이다. 계속 이렇게 고문식으로 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이에 최 씨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68)는 자리에서 일어나 재판장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최 씨의 언사를 양해해 달라는 의미였다. 최 씨가 피고인이 아니라 증인 신분으로 법정에 나왔기 때문에 이 변호사는 최 씨 옆에 앉지 못했다. 재판장이 이 부회장 변호인단에 최 씨에 대한 증인 신문을 할 의사가 있는지 묻자 특검 측은 “변호인이 신문을 하면 우리도 반대 신문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3차례 휴정이 거듭된 끝에 이 부회장 측은 증인 신문을 하지 않기로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 자문위원회가 법관 인사를 담당할 헌법상 기구인 사법평의회 신설을 포함한 사법부 개혁 방안을 내놓았다. 개헌특위 자문위 2소위 사법부 분과는 24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자문보고서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했다. 자문위 보고서는 법적인 강제력은 없지만 향후 국회가 논의할 개헌 방향을 미리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자문위는 보고서에서 대법관과 법관 인사 및 법원의 예산 문제 등 사법행정 전반을 총괄할 헌법 기구인 사법평의회 설치를 건의했다. 사법평의회는 국회에서 선출하는 위원 8명과 대통령이 지명하는 2명, 법관회의가 선출하는 6명 등 모두 16명으로 구성된다. 사실상 국회가 사법행정의 주도권을 쥐는 구조다. 사법평의회 위원의 임기는 6년으로 하고, 위원으로 임명되면 법관을 겸직할 수 없으며 위원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대법관이 될 수 없도록 했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을 분산하고, 중립적인 합의체 기구가 법관 독립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인사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사법부 내부에서 법관 인사를 할 경우 법관들이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느라 필연적으로 정치성을 띨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사법평의회에는 현재 대법원장이 행사하고 있는 대법관 임명 제청권도 부여된다. 사법평의회 재적 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대법관 후보자를 뽑도록 한 것이다. 보고서는 또 현재 대법원장을 포함해 14명인 대법관 수도 24명 이상으로 증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자문위는 개정 헌법에 법조계의 고질적 병폐인 전관예우를 근절할 근거 조항도 삽입하자고 제안했다.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법관의 변호사 개업을 법률로 제한할 수 있도록 헌법에 명시하자는 것이다. 사실상 국회에 사법행정권을 내주는 자문위 보고서 내용을 두고 법원 내부에서는 부정적 시각이 우세하다. 서울의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사법평의회에 법관 인사권을 부여하면 궁극적으로는 법관들이 정치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부산지법의 한 판사는 “국회 등 제3의 기구가 객관적, 중립적 근무평정을 토대로 인사를 하는 편이 현행 제도보다 공정할 것”이라며 찬성했다.● 법관회의 “특위 만들어 개헌관련 논의” 이날 오전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는 일선 법원 대표로 뽑힌 법관 94명이 모여 2차 임시 전국법관대표회의(법관회의)를 열고 제도개선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사법평의회 신설 등 개헌 관련 사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배석준 eulius@donga.com·이호재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57)이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56)을 상대로 19일 법원에 이혼조정을 신청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최 회장 부부의 이혼조정은 서울가정법원 가사12단독 이은정 판사(44·사법연수원 33기)가 맡았다. 최 회장은 법원에 재산 분할 조정 신청은 하지 않았다. 만약 노 관장이 이혼에 동의하고 재산 분할을 원할 경우 조정 신청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노 관장은 그동안 줄곧 이혼 거부 의사를 유지해 왔고 24일에도 일부 언론에 “이혼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이혼조정 신청 사유에서 장기간 별거를 해 결혼생활이 파탄난 지 오래됐고 법적인 이혼 절차만 남은 관계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 부부는 2009년 말 별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 회장은 자신이 2015년 8·15특별사면을 받기 전 의정부교도소에서 복역할 때 노 관장이 당시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면에 반대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사실은 이혼조정 신청 사유에 넣지 않았다. 노 관장은 편지에서 “최 회장 석방이 경제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최 회장이 석방될 경우 친동생인 최재원 SK 수석부회장(54)과 형제 간 다툼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내용도 편지에 쓴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지난달 22일 박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노 관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쓴 편지의 내용을 알고 있는지 묻는 검찰의 질문에 “들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노 관장이 이혼조정을 거부해 이혼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박 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가 이혼 사유의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최 회장은 2015년 12월 한 신문사에 보낸 편지에서 노 관장과의 이혼 의사를 밝히면서 “결혼생활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점에 서로 공감하고 이혼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이어가던 중 우연히 마음의 위로가 되는 한 사람을 만났다”고 고백했다. 또 “수년 전 여름에 저와 그분과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다”고 밝혔다. 최 회장 부부는 미국 시카고대 유학 시절에 만나 노 관장의 아버지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집권한 1988년 결혼했다. 최 회장은 2012년 말 이혼소송 대리인을 지정하고 소장까지 작성했지만 법원에 접수시키지는 않았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