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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정부가 1987년 11월 29일 발생한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 사건을 대선에 정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KAL기 폭파범 김현희를 대선 전 국내로 데려오려고 노력한 정황이 30여 년 전 외교문서를 통해 재확인됐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후폭풍을 우려해 정부가 북한과 ‘고위급 교신’을 주고받은 뒤 이를 공개하려 한 사실도 드러났다. 외교부가 31일 공개한 1988년 외교문서에 따르면 KAL기 폭파 사건 직후 김현희가 붙잡혀 있던 바레인에 특사로 파견된 박수길 외교부 차관보는 바레인 측과의 면담 뒤 “늦어도 1987년 12월 15일까지 김현희가 한국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12일까지는 바레인 측으로부터 인도 통보를 받아야 한다”고 정부에 보고했다. 그해 대선이 12월 16일이었다. 박 차관보는 같은 해 12월 10일 “마유미(김현희의 일본 이름)의 인도에 관한 미국의 입장이 민감(delicate)한 것으로 생각된다”며 “마유미의 인도가 선거 이후로 되도록 미국(입김)이 바레인 측에 작용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마유미의 인도 문제와 관련하여 미국 측에 너무 소상한 정보를 주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보고했다. 전두환 정부가 북한과 주고받은 1987년 2월 정치·군사 고위급 회담 개최에 관련한 회신의 발표 시점을 박종철 49재(3월 3일)로 늦춘 정황도 포착됐다. 88 서울 올림픽 관련 각종 외교비사도 있었다.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소련 등 사회주의 국가의 참가를 위해 88 올림픽의 남북 분산 개최를 북한에 제안하기도 했다. “북한이 경기를 반반 나누어 개최하자고 한다든가, 육상 같은 주요 경기를 주면 하겠다는 식으로 나오면 곤란하다”는 한국 측의 우려에 사마란치 위원장은 “양궁 같은 작은 경기가 그것(분산 개최 종목)이고 모든 주요 경기와 개·폐막식은 서울에서 열릴 것”이라고 안심시키기도 했다. 1988년 2월 일본 주간 산케이가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성 성인용 삽화를 게재해 발칵 뒤집혔던 사실도 새로 알려졌다. 반나체의 김현희와 이를 희롱하는 전 전 대통령의 그림이 실리자 당시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가 산케이 서울지국의 즉각 폐쇄 등을 검토하고 취재비자 발행 일체를 중지하는 등 강력한 조치에 들어갔던 것이다.신나리 journari@donga.com·한기재 기자}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빅딜 문서’의 구체적인 내용을 로이터통신이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일부 공개했다. 빅딜 문서에는 미국이 정의하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에 필요한 요소들이 핵무기 미국 이전, 핵시설 및 화학·생물전 프로그램 해체 등 광범위한 비핵화 조치 요구라는 내용이 들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로이터가 입수한 ‘빅딜 문서’ 영문본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의 핵 인프라, 화학·생물전 프로그램과 관련 이중용도 능력(군사적 목적으로 사용 가능한 능력), 탄도미사일 및 발사 장치, 관련 시설 등을 완전히 해체하라”고 북한에 요구했다. 이 외 문서에는 △핵무기와 핵분열 물질을 미국에 이전하고 △핵 프로그램 포괄적 신고 및 미국과 국제 사찰단의 완전한 접근을 허용하는 한편 △핵 관련 활동 및 새 시설물 건축을 중단하고 △핵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모든 과학자 및 기술자가 상업 활동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요구사항이 담겼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글본과 영문본으로 된 이 문서를 2월 28일 김 위원장에게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이 문서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오랫동안 주장해 온 ‘리비아 모델(선비핵화, 후보상)’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이는 김 위원장에게 모욕적이고 도발적인 것으로 보였을 것”이라고 전했다. 제니 타운 스팀슨센터 연구원은 “이러한 요구는 (북한이) 몇 번이고 거절했던 것”이라며 “계속 거론하는 것은 (북한에) 모욕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도 ‘빅딜 문서’ 내용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음을 시사했다. 11일 한-미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덜레스공항에 도착한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디브리핑을 받고 있었다”고 답했다. 속속 공개되는 하노이 회담 전말은 미국이 북측에 요구한 비핵화 문턱이 상당히 높아졌음을 알리는 효과가 있다. 특히 핵물질 핵무기 이전 요구는 볼턴 보좌관이 지난해 5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핵무기를 폐기해 미국 테네시주 오크리지로 가져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힌 바 있어 협상의 원점으로 되돌아온 셈이라는 분석도 나온다.위은지 wizi@donga.com·신나리 기자}
중국 정부가 28일 “한국 측이 ‘일대일로(一帶一路) 건설에 적극 참여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고 발표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중국의 경제영토 확장 프로젝트인 일대일로는 미국이 강하게 견제하고 있는 미중 갈등의 핵심 요소다. 한국이 일대일로 참여를 선언하면 동맹국인 미국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 민감한 이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낙연 총리와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27일 하이난(海南)에서 회담한 지 하루가 지나서야 뒤늦게 공개한 회담 결과를 통해 “(이 총리가) 한국은 일대일로 공동 건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원한다. 중국과 각종 분야에서 협력을 심화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일대일로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이 총리는 일본과 중국이 (제3국 시장 진출에서) 협력하는 것처럼 한국도 협력하겠다는 취지로 말했으나 중국 측에서 자신들의 입장에 맞춰 ‘참여’로 적극 해석한 것 같다”며 “한국의 신(新)남방정책과 일대일로 구상 사이에서 접점을 찾는 게 한국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무조정실이 27일 공개했던 회담 결과에 “리 총리가 일대일로 구상에 대한 한국의 참여를 환영했다”는 대목이 포함된 것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랴오닝(遼寧)성 정부가 단둥(丹東)을 관문 삼아 일대일로를 한반도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하는 등 중국은 적극적이다. 반면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27일 “한국 정부의 신남방정책은 (일대일로를 견제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상당 부분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신나리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해외 순방 도중 인사말 착오 등으로 불거진 외교 결례 논란과 관련해 “외교부 수장으로서 부끄러움과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정작 청와대와 상대국 관료는 “문제없다”는 입장을 내놨는데 외교부 장관이 외교 실책을 인정한 셈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강 장관이 22일 외교부 간부회의에서 “외교 관련 사안은 형식이든 내용이든 외교부가 국가를 대표하는 기관으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진다는 무거운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고 26일 전했다. 외교 결례 논란은 문 대통령이 13일 말레이시아 국빈 방문 당시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와의 공동 회견에서 인도네시아 인사말인 “슬라맛 소르(selamat sore)”라고 인사하면서 불거졌다. 이후 청와대는 “말레이시아에서도 쓰이는 인사말”이라고 설명했다. AFP통신은 22일 말레이시아 총리실 관료를 인용해 “문 대통령이 인사를 건넸을 때 우리는 행복했고 재밌었다”고 전했다. 복수의 외교부 관계자들은 강 장관 발언에 대해 “내부 기강 확립 차원으로 이해했다”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미 청와대가 외교 결례 논란을 일단락 지었는데 강 장관이 다시 불을 지폈다”는 말도 나온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15일 평양 기자회견에서 군부와 군수업체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비핵화 반대 의사를 표출했다고 한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최고지도자가 내부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미국과의 협상에 나섰음을 강조한 말이지만 북한이 비핵화를 지연하거나 도발을 감행할 경우 그 명분을 쌓기 위한 작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26일 공개된 최 부상의 당시 회견 발언문에 따르면 최 부상은 “사실 우리 인민들, 특히 군부와 군수공업 부문은 우리가 절대로 핵을 포기하면 안 된다면서 우리 국무위원장 동지께 수천 통의 청원 편지를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최고지도자에게 반대 의사를 밝혔다는 건 매우 이례적이고 드문 내용”이라고 말했다. 핵·미사일과 직접 연관된 군부와 군수업체들을 내세워 언급한 것을 ‘좋지 않은 조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미국과의 협상이 결렬되고, 교착 국면이 길어지면 군부 등이 김 위원장에 대한 충성 경쟁의 일환으로 도발을 강하게 주장하거나 강행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012년 2월 29일 북한이 미국과 핵실험 및 미사일 모라토리엄을 약속한 2·29합의에 서명을 한 지 2개월 만에 인공위성을 발사했던 전례도 있다. 앤드레이 에이브러해미언 미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연구원은 ‘서바이벌’지 최근호에 게재한 ‘북한의 제한적 합리성(North Korea‘s Bounded Rationality)’이라는 논문에서 “북한 외교부는 미국과 성실하게 협상에 임했으나 호전적인 군부가 외교부를 손상시키기 위해 발사를 강행했다”고 분석했다. 최 부상의 회견 발언문을 살펴보면 북한의 아전인수식 상황 이해가 드러난다. 당시 외신 보도에는 언급되지 않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스냅백(snapback·제재를 해제했다가 향후 도발 시 복원하는 것)’ 조항 제안 대목이 대표적이다. 마치 회담 초반부터 북-미가 대등하게 주고받은 것처럼 그려져 있지만, 실제는 북한이 막판까지 제재 완화에 매달렸다는 게 협상 사정을 잘 아는 인사들의 공통된 견해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겨냥해 ‘거짓말쟁이(liar)’라며 불편한 감정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노이 회담 후 남북미 간에 잇따라 터져 나오는 이상 기류는 합의 결렬 때문이라기보다는 정상회담 전부터 워싱턴이 남북에 대해 각각 가져온 불만과 불신이 누적됐다가 폭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복수의 한미 소식통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해 12월 조지 부시 전 미 대통령(아버지 부시) 장례식에 참석한 한국 정부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비핵화 문제에 있어서 김정은 위원장은 ‘라이어’다. 도대체 믿지 못할 인물”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북-미는 2차 정상회담 재개를 놓고 물밑 대화를 이어가던 시점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우리는 ‘보텀 업’(실무 합의 후 정상 간 결정)으로 하려고 해도 그(김 위원장)는 정상 간 톱다운 방식으로 만나서 쇼만 하려고 한다. 그게 비핵화 협의를 망치는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정부 관계자는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을 확인해줄 수는 없다”면서도 “미국에서 김정은에 대한 회의적 시선이 강하다는 건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닌 데다 개인적인 감정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후 정부 관계자와의 접촉에서 정 실장을 언급하며 역시 ‘라이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실장이 지난해 방북한 뒤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백악관에 전달했지만, 정작 북측이 비핵화 조치를 이행하지 않고 시간을 끄는 데 대해 ‘(정 실장의) 메시지가 잘못된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린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해 12월 정부 관계자들과의 대화에서 한국 정부의 남북 경협 추진 등을 거론하며 “비핵화 진전이 없는데 한국이 너무 나간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개인의 감정적인 언사로 한미 공조가 흔들리지는 않는다”며 “한미 정상 간 신뢰는 여전히 두텁다”고 말했다. 하지만 약속을 중시하는 미국 사회에서 ‘라이어’는 단순히 거짓말쟁이를 가리키는 단어가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욕설과 다름없는 표현이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선 하노이 회담 후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우선 한미 간 이견부터 줄여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유한국당 소속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불신과 오해가 쌓이기 전에 문재인 대통령이 하루라도 빨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폼페이오 장관과의 외교장관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하노이 결렬’이 28일로 한 달을 맞는 가운데 화려한 정상외교의 그늘에 가려진 남북미 간의 이견과 갈등이 고스란히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유례없는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진행되던 비핵화 협상이 하노이에서 궤도를 이탈하자 남북미 3각 구도의 실타래가 더욱 꼬여가는 형국이다.》 특히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회담 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지목해 ‘거짓말쟁이(liar)’라고 비판한 것이 알려지면서 정부가 비핵화 협상 촉진에 앞서 한미관계 봉합부터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북에 불만 쏟아낸 트럼프의 북핵 키맨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해 12월 초 김 위원장과 정 실장에 대해 잇따라 강한 불만을 토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지 부시(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 참석한 한국 정부 관계자에게 “비핵화 문제에 있어서 김 위원장은 ‘라이어’다. 도대체 믿지 못할 인물”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초는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이후 북-미가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저울질하며 신경전을 벌이던 때다. 앞서 11월 초 미국 뉴욕에서 개최하려던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과 폼페이오 장관 간의 북-미 고위급 회담이 무산된 지 한 달 정도 지난 뒤다. 대화의 불씨를 살려가던 시기에 나온 ‘라이어’ 발언은 네 차례나 평양을 다녀왔는데도 폼페이오 장관이 여전히 북한을 불신하고 있음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폼페이오의 핵심 측근인 앤드루 김 전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이 20일 비공개 강연에서 “비핵화에 대한 김 위원장의 입장이 일관되지 않은 것 같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미 대화를 이끈 트럼프 행정부 내 ‘키맨’들 사이에선 이미 지난해부터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심이 확산되고 있었다는 얘기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후 한국 정부 관계자와의 통화에선 지난해 9월 2차 대북특사로 방북해 북-미 대화 재개의 물꼬를 텄던 정 실장에 대해서도 ‘라이어’라는 표현으로 비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 실장이 전달한 김 위원장의 ‘비핵화 메시지’가 사실과 다른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로 풀이된다. 하노이 회담에서 ‘비핵화 개념 정의’를 요구하며 합의를 무산시킨 트럼프 행정부가 회담 전부터 북한은 물론이고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연대 보증’한 한국에 대해서도 불만을 갖고 책임을 물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김 전 센터장은 20일 강연에서 청와대를 겨냥해 “비핵화 논의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이 언론을 통해 부각되는 것과 관련해 미국이 청와대 측에 상당한 불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간 오해부터 정리해야 미국은 결국 믿을 건 북한도, 한국도 아닌 독자적 결단이라는 입장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추가 대북제재를 발표한 것도 그 연장선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북한까지 거센 비판을 쏟아내면서 ‘촉진자’를 자처한 한국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북한의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25일 “대북제재의 틀 내에서 북남협력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남측 입장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비핵화 외교 우선순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비핵화에 대한 북-미 이견이 확인된 만큼 한미 간에 쌓인 불필요한 오해부터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이 시점에선 비핵화 정의에 대해 확실히 하는 방향으로 한미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며 “북한에 특사를 보낸다면 (북한을) 설득하는 특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우선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미 간 차이점을 분명히 인식한 상태에서 북한에 대한 공통적인 인식을 찾아내는 노력을 한 뒤 한미 정상이 이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조언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한기재 기자}

《 ‘김정은 집사’인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사진)이 24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다. 앞서 19일 모스크바 도착 후 크렘린궁을 찾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러 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전해진 데 이어 북-러 접경 주변에도 모습을 드러낸 것. 2012년 김 위원장 집권 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르면 다음 달 전용열차를 이용해 러시아를 방문할 징후들이 잇따라 포착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방러 전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15일 회견에서 언급한 북-미 관계 및 비핵화 관련 ‘입장 표명’을 할 것으로 보여 이달 말과 다음 달 초가 비핵화 협상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비핵화 입장을 표명한 뒤 러시아를 방문할 것으로 점쳐진다. 다음 달 11일 김정은 체제 2기 출범식 격인 최고인민회의 개최가 예고돼 있고, 15일은 김일성 생일(태양절)인 만큼 북한의 가시적인 비핵화 관련 움직임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장세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원은 “북한 입장에서 러시아 방문은 중국 방문보다 난도가 더 높아 오늘 내일 갑자기 이뤄지긴 어렵다. 최고인민회의가 끝난 뒤 김 위원장의 북-미 프로세스에 대한 전망 및 발표가 나오고 방러가 유력하다”고 분석했다. ‘김정은의 집사’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은 19일부터 모스크바에서 닷새간의 일정을 마치고 24일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방러 때처럼 열차로 모스크바를 갈 수도 있고, 극동지방인 블라디보스토크 또는 이르쿠츠크에서 북-러 정상회담을 진행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 위원장은 이번에도 열차 대장정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매달 12일과 26일 두 번 운행되는 평양∼모스크바 국제 객차운행표에 따르면 편도 운행(1만308km)에 8일 15시간 정도 걸리는데, 왕복 약 2만 km는 지구 반 바퀴 거리와 맞먹는다. 김 위원장의 첫 러시아 방문은 미국 중국 등을 겨냥한 상징적인 행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 재무부가 대북 추가 제재를 발표한 상황에서 중국과 함께 대표적인 대북제재 ‘구멍’으로 꼽히는 러시아와 손잡음으로써 ‘내겐 러시아라는 대화 상대도 있다’는 것을 공개 천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19일 귀국했던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와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대사는 23일 중국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 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비핵화 문제에 대한 김 위원장의 지시를 각각 중국, 미국 측에 전할 가능성이 있다. 이들과 함께 귀국했던 김형준 주러 북한대사는 이날 서우두 공항에 나타나지 않아 김 위원장의 방러 일정을 추가 협의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한기재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사진)이 21일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요구한 건 핵 폐기가 아니라 핵 동결”이라고 밝혀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하노이 결렬’ 후 미국이 거듭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목표로 강조해온 상황에서 한미 엇박자 발언이 또 나온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강 장관은 이날 국회 남북경제협력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하노이 회담 때 미국은 핵무기를 포함한 생화학무기의 완전한 폐기를 내걸었는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거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된 것 아니냐”는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러자 같은 당 김성원 의원이 “미국이 요구한 것은 완전한 비핵화라고 알고 있는데 지금 장관이 핵 동결이라고 했다”고 다시 물었지만 강 장관은 “모든 핵·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 동결”이라고 했다. 이후 야당 의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강 장관은 “이번 미국 목표는 동결이었다는 뜻이며 (전체적인) 비핵화 개념에 관한 것은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 “북한과 미국, 한국의 비핵화 개념이 같다고 보느냐”는 질문엔 “같다”고 답하기도 했다. 미세먼지 발언도 구설수에 올랐다. 강 장관은 같은 회의에서 “중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우리에게 영향을 주고, 계절에 따라서는 우리 강토 내에서 발생하는 게 중국 쪽으로 날아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북서풍이 많이 부는 겨울에도 (중국으로 향하는) 남동풍이 불곤 한다. (강 장관이) 미세먼지가 초국경적인 이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상식적인 수준의 일반론을 밝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어 “(미세먼지 통계를 보면) 중국에서 오는 것도 있지만 우리 쪽에서 간다는 발표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통계는 밝히지 못했다. 무엇보다 사실 여부를 떠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신경 써야 할 외교 수장이 너무 무신경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세먼지 외교전이 격화된 상황에서 중국에 빌미를 준 것 같다. 중국이 이 발언을 근거로 우리를 공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강성휘 기자}
북한이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내부결속을 다지면서 ‘자력갱생’ 강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현 상황을 ‘유례가 없는 시련’이라고 표현해 대북제재로 인해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노동신문은 21일 ‘우리의 전진은 줄기차고 억세다’는 글에서 “굶어 죽고 얼어 죽을지언정 버릴 수 없는 것이 민족자존”이라며 “자존은 어렵고 힘겨운 것이지만 국력을 장성 강화하는 보약과 같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그 어떤 시련이 휘몰아쳐 와도 끝까지 자기의 힘으로 밝은 앞길을 열어나간다는 것을 증명하여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신문은 북한 주민들이 겪고 있는 현재 경제상황을 ‘난관’ ‘시련’이라고 칭했다. “유례가 없는 시련 속에서…”라거나 “전후 잿더미도 헤치고 고난의 행군도 해봤지만 현세기의 10년대에 우리가 겪은 난관은 사실상 공화국의 역사에서 가장 엄혹한 시련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대목들이 그렇다. ‘고난의 행군’이라 불리는 1990년대보다 국제사회의 제재가 본격화된 최근 10년이 가장 어려운 시기임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신문은 지면의 상당부분을 할애해 강원도의 발전소를 비롯해 경공업전선과 농업전선, 금속공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고 주장하며 주민들의 자강과 자존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인민이라는 두 글자에 축적돼 있는 에네르기(에너지)는 이 세상 유일무이한 최고의 힘”이라고 했다. 신나리기자 journari@donga.com}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말레이시아 국빈 방문 중 인도네시아어(語)로 잘못된 인사를 한 것에 대해 “현지어 인사말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혼란이 발생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로부터 문제 제기는 없었다”고 20일 밝혔다. 하지만 누적된 외교 결례에 대한 후폭풍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계속된 의전 실수를 두고 외교가에서는 “한두 번도 아니고 누적된 실수는 청와대의 의전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의미”라는 말이 나온다. 가장 큰 이유로 비(非)전문가의 중용이 꼽힌다. 정부 출범 이후 조한기 제1부속실장, 김종천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이 의전을 맡아 왔지만 모두 대선 캠프 출신으로, 외교·의전 분야의 경험은 없다. 대통령 국내외 행사 실무를 맡았던 탁현민 전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역시 행사 기획 경험은 많지만 의전 분야에 몸담은 적은 없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이날 대정부 질문에서 계속된 의전 실수에 대해 “뭔가 집중력이 없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직원들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청와대가 문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가욋일’에 집중하는 것이 영향을 미친다는 말도 있다. 청와대는 지난주 문 대통령의 동남아시아 순방에서도 디지털미디어소통센터 직원들을 대거 투입해 고민정 부대변인의 하루를 담은 동영상, 공식 사진이 아닌 이른바 ‘B컷 사진’ 등을 SNS에 올렸다. 돌발, 파격을 선호하는 현 청와대의 기류가 반영된 것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정상 행사를 준비하는 의전팀이 가장 기피하는 것이 돌발과 파격”이라며 “외교 의전은 형식을 잘 갖춰서 국격을 드러내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 청와대 참모는 “대통령 내외도 아닌 청와대 직원들이 밥 먹는 모습, 행사 준비하는 모습 등을 보여주며 ‘우리가 이렇게 고생합니다’라며 홍보하는 게 맞는 일인지 내부적으로 우려가 상당하다”고 전했다. 또 수행단 규모가 한정된 상황에서 SNS 담당 인력 등이 늘어나면서 의전, 외교, 기록 등 꼭 필요한 업무를 맡는 인력이 줄어든다는 불만도 있다. 청와대는 처음으로 정통 외교 관료 출신인 박상훈 의전비서관을 최근 임명했다. 이번 동남아시아 순방에서는 박 비서관이 아닌 조 부속실장이 문 대통령 옆에 탔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차를 타고 가는 동안 옆자리는 부속실장이 타고, 의전비서관은 바로 뒤에 있는 차를 탄다"고 설명했다. 여권 관계자는 “외교부의 뿌리 깊은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는 청와대의 기류가 의전 프로토콜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며 “계속된 의전 결례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의전 시스템 전반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탁 전 선임행정관의 후임에 홍희경 전 MBC C&I 부국장(49)을 임명했다.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홍 선임행정관은 MBC 자회사인 C&I에서 이벤트 PD 등으로 일하며 공연 전시 축제 등 각종 행사를 기획·연출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신나리 기자}
정부가 남북 경협을 위해 개발도상국에 대한 무상 공적개발원조(ODA) 방식까지 검토하는 것은 하노이 합의 결렬 이후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북한을 비핵화 궤도에 묶어 두고 북-미 간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가겠다는 의도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압박 속에 남북 경협을 위한 손발이 묶인 상황에서 지금까지 논의되지 않았던 ODA 방식으로 북한 비핵화를 이끌 유인책을 만들어 보겠다는 것. 실제로 정부 여당은 지난해 비핵화 대화 분위기가 이어지자 북한의 경제개발 사업을 위한 재원 조달 방식과 법률적 검토 작업을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은 ODA 방식으로 북한을 지원하면 일회성 지원에서 탈피해 지속 가능하고 효과적인 지원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무상 ODA 방식의 대북 지원은 여러 법적, 정치적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현행법상 ODA 대상인 개도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의 개발원조위원회가 지정한 ‘국가’인데 헌법상 영토조항과 남북교류협력법 등을 감안하면 북한을 ODA의 지원 대상 국가로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지난해 8월 ‘남북 간의 거래는 민족 내부의 거래’로 규정한 남북교류협력법을 ODA에는 적용하지 않도록 해 ODA 방식 대북 지원의 법적 근거가 될 국제개발협력기본법 개정안까지 발의한 상태다.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대북 ODA 사업 추진은 걸림돌이 여러 가지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국제개발협력기본법 개정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개별 사업별로 통일부 장관의 사업 승인, 사업인력 방북과 북한 주민 접촉, 물품의 반출·반입 등 개별사업 추진 전 과정에 걸쳐 통일부 장관의 추가 승인도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무상 ODA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망을 흔들 수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등 국제사회의 우려를 넘기가 쉽지 않다. 정부는 지난해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해 남북협력기금 800만 달러(약 90억3300만 원)를 의결했지만 대북제재 기조를 완화할 수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의식해 아직 집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장관석 jks@donga.com·신나리 기자}

외교부 산하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이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무상 공적개발원조(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형태로 대북 지원에 나서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식량 등 일시적인 대북 인도적 지원이 아니라 농업개발 등 체계적 지원을 하겠다는 것. ‘하노이 노딜’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빅딜과 ‘토털 솔루션’을 강조하며 남북 경협을 통한 대북제재 이완 가능성에 우려를 표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핵화 해법을 놓고 한미 간 간극이 더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해 정부의 총 ODA 규모는 3조2003억 원이다. 19일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실에 따르면 코이카는 12일 작성한 ‘대북 무상 ODA 연구계획안’ 문건에서 “국내외 대북 ODA 동향 및 방식과 독일 사례를 종합해 향후 무상 ODA를 통한 코이카의 실질적인 대북 지원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며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연구 용역을 제안했다. 용역비 4360만 원이 투입돼 올해 8월 완료 예정인 이 연구는 △대북 개발 원조 효과성 제고 △코이카의 구체적 지원 방식을 제시하는 게 주제다. 코이카는 ODA 연구계획안에서 “단순 지원이 아닌 ODA 방식은 ‘북한 개발 협력’으로 전환돼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일 수 있다”며 “교육 보건 의료 및 식량난 극복을 위한 농업개발 환경 지원은 (단순한) 경제적 지원보다 큰 효과가 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북-미가 하노이에서 대북제재 완화 이슈를 놓고 충돌한 뒤 비핵화 대화 이탈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무리하게 ODA 방식까지 동원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망을 흔드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무상 ODA 방식은 ‘남북한 간 거래는 국가 간 거래가 아닌 민족 내부 거래로 본다’는 남북 교류협력법률과도 상충한다. 이종명 의원은 “대북제재 국면에서 대북 ODA 사업 추진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실질적 비핵화는 없는 상황인데도 정부가 북한 지원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장관석 jks@donga.com·신나리 기자}
2015년 5월 4일, 주시카고 총영사관은 불법체류 중이던 우리 재외국민 S 씨가 이틀 전부터 관내 교도소에 구금돼 있다는 사실을 미국 출입국관리사무소로부터 통보받았다. 그러나 총영사관은 구금 사유를 파악하지도, S 씨에 대한 면담을 진행하지도 않았다. 아무런 보호조치를 받지 못한 S 씨는 결국 석 달 뒤 강제 추방됐다. 네덜란드에서도 유사 사례가 발생했다. 지난해 8월 주네덜란드 한국대사관은 주재국 법무부로부터 절도 혐의로 적발된 A 씨에 대해 구금 사실을 통보받았지만 인적 사항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1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재외공관 예산집행 및 공관원 복무관리 실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과 2017년 매년 한 차례 개최하는 공관장회의 참석을 전후해 재외공관장 10명이 외교부 장관의 허가도 받지 않은 채 무단으로 국내 또는 제3국에 추가 체류했다. 이 가운데 3명은 무단 휴가를 내거나 본인이 직접 ‘셀프 결재’해 휴가를 떠났다. 대사나 총영사들이 공관장회의를 전후해 앞뒤로 휴가를 붙이는 관행이 있지만 회의 기간이 아닌 때에 공무 외 목적으로 체류할 경우엔 반드시 외교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A 총영사는 공관장회의 후 부임지로 귀임하면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연가 신청 없이 나흘간 체류했고 B 대사는 회의가 끝난 뒤 허가 없이 국내에 이틀 더 머물렀다. 한편 주후쿠오카 총영사관과 주호찌민 총영사관은 입국 금지 또는 거부 대상인 사증발급 규제자 4명에게 관광비자와 결혼비자를 내 주기도 했다. 주상파울루 총영사관은 현지 검찰에서 횡령 및 돈세탁 혐의로 기소한 주지사를 명예영사로 임명한다고 외교부 본부에 통보하기도 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가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직위를 헌법상 국가수반으로 명시하기 위해 개헌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을 내놨다. 태 전 공사는 17일 자신의 블로그에서 “김정은이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는데 이러한 현상은 북한 역사에서 처음 보는 일”이라며 “다음 달 초 열릴 제14기 1차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을 새로운 직위로 추천하고 이와 관련한 헌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지 않은가 생각된다”고 분석했다. 앞서 조선중앙TV는 12일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 당선자 687명을 발표하면서 김 위원장 이름을 빼놔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최고지도자가 대의원에서 빠진 것은 북한 정권 수립 이래 처음이다. 현재 북한의 최고 통치자는 김 위원장이지만, 헌법상 대외적인 국가수반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다. 태 전 공사는 김 위원장을 국가수반으로 명시하려는 것에 대해 “향후 다국적 합의로 체결될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에 서명할 김정은의 헌법적 직위를 명백히 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공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영남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직은 폐지함으로써 1970년대 김일성의 주석제를 다시 도입하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8일 미국이 단계적으로 대북제재를 완화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해 다시 한번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은 영변 핵시설과 유엔 대북제재 중 핵심 5개를 맞교환하자는 북한의 제안에 “완전한 비핵화 후 대북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 강 장관의 발언은 청와대가 전날 빅딜과 스몰딜의 중간인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충분한 수준의 합의)’과 ‘조기 수확(early harvest)’ 개념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한미 간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대북제재 단계적 이행방안 미 측 입장” 강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북제재 해제의 단계적 이행방안이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후에도 살아 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이수혁 의원의 질의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이 의원이 재차 “단계별 상응조치에 제재완화도 포함됐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네 그렇습니다”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강 장관은 앞서 같은 당 추미애 전 대표와의 질의응답에선 “미국 측도 완전한 비핵화가 이루어진다면 완전한 제재 해제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며 사뭇 다른 말을 했다. 강 장관의 이날 발언은 단순 실언일 수도 있지만, ‘빅딜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측이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 외교 소식통은 강 장관의 발언에 대해 “2차 하노이 정상회담 전의 미국 입장과 섞여 질의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혼동을 빚은 것으로 이해한다”고 평가했다. ○ 비핵화 해법 두고 남북미 ‘동상삼몽’ 강 장관의 발언처럼 한국 정부가 하노이 회담 후 내놓는 해법과 제안들이 남북미의 간극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가 17일 내놓은 비핵화 대화 재개 해법인 ‘굿 이너프 딜’과 구체적인 접근 방식으로 제시한 ‘조기 수확’이 대표적이다. 이는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영변 핵시설을 포함한 모든 핵시설 폐기는 물론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등 전체 대량살상무기(WMD)를 포괄하는 합의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북-미가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절충점을 찾자는 것. 미국이 주장하는 ‘토털솔루션’ 대신 북-미가 합의할 수 있는 비핵화 및 상응조치부터 먼저 결과물을 내놓으면서 신뢰수준을 높여 비핵화를 달성하자는 얘기다. 청와대는 북한의 ‘살라미 전술’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반영해 완전한 비핵화 과정을 잘게 쪼개는 대신 크게 2, 3개 단계로 나눠 합의하는 방식을 내세웠다. 문제는 북-미가 이를 받아들일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제시한 ‘영변 핵시설 폐기+비핵화 로드맵’ 합의를 위해선 핵시설의 포괄적 신고 계획이 포함돼야 하지만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 이상의 조치는 내놓을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일각에선 조기 수확 개념에 대한 미국 조야의 거부감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기 수확은 2005∼2007년 6자회담 당시 미국이 북한에 제안했던 방식이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청와대가 제시한 ‘조기 수확’은 현 상황에선 적절한 표현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입장에서도 초기 조치로 핵무기, 핵물질 반출 등 뒷단계에 있는 조치를 앞으로 당기는 식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고 평가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문병기·한기재 기자}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가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직위를 헌법상 국가수반으로 명시하기 위해 개헌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을 내놨다. 태 전 공사는 17일 자신의 블로그에서 “김정은이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는데 이러한 현상은 북한 역사에서 처음 보는 일”이라며 “다음달 초 열릴 제 14기 1차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을 새로운 직위로 추천하고 이와 관련한 헌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지 않는가 생각된다”고 분석했다. 앞서 조선중앙TV는 12일 제14기 최고 인민회의 대의원선거 당선자 687명을 발표하면서 김 위원장 이름을 빼놔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최고지도자가 대의원에서 빠진 것은 북한 정권 수립 이래 처음이다. 현재 북한의 최고 통치자는 김 위원장이지만, 헌법상 대외적인 국가수반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다. 태 전 공사는 김 위원장을 국가수반으로 명시하려는 것에 대해 “향후 다국적 합의로 체결될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에 서명할 김정은의 헌법적 직위를 명백히 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공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영남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직은 폐지함으로써 1970년대 김일성의 주석제를 다시 도입하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북한이 “핵·미사일 발사 재개를 조만간 결단할 것”이라는 폭탄 선언을 내놓으면서 북-미가 ‘하노이 결렬’ 2주 만에 양보 없는 ‘강(强) 대 강’ 대치 국면에 들어섰다. 북한은 ‘날강도’ ‘기이한 계산’ 등 미국을 향한 말 폭탄을 쏟아내며 비핵화 협상 전면 중단은 물론이고 핵·미사일 도발 재개로 비핵화 협상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새로운 길’에 나설 수 있다며 반격을 한 것. 특히 모든 핵무기·핵시설 폐기를 전제로 한 미국의 ‘빅딜’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미국의 대응에 따라선 비핵화 협상이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빅딜’ 압박에 핵·미사일 실험 재개 경고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15일 오전 평양 주재 외교관과 외신 기자를 대상으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15개월 중단한 데 대한 상응조치를 미국이 취하지 않으면 대화를 지속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최 부상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께서 조만간(a short period of time) 핵실험·미사일 발사 모라토리엄(유예)과 외교적 대화를 지속할지에 대해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핵실험·미사일 발사 중단은 김 위원장이 지난해 3월 북-미 정상회담을 제안하며 내놓은 약속. 당시 김 위원장은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재개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빅딜’ 요구를 철회하지 않으면 사실상 대화 파기로 보고 핵·미사일 실험을 재개하겠다는 것. 최 부상은 이날 “우리는 어떠한 형태로든 미국과 타협할 의도도, 이런 식의 협상을 할 생각이나 계획도 결코 없다”고 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귀국길에 ‘우리가 이런 기차여행을 왜 해야 하느냐’고 했다”며 “미국의 날강도 같은(gangster-like) 태도는 결국 상황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했다. 북한이 미국의 비핵화 요구를 ‘날강도’라고 비난한 것은 지난해 7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3차 방북 이후 8개월 만이다.○ 김정은 성명 예고하면서도 협상 여지는 열어둬 김 위원장의 공식성명 발표도 예고됐다. 성명의 내용과 형식은 밝히지 않았지만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새로운 길’ 구상이 담길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대응을 지켜본 뒤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 단계적으로 긴장 수위를 높이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다만 북한 특유의 ‘블러핑(엄포)’ 전략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이 대화의 판을 깨지 않으면서 미국에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얘기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김 위원장 공식성명이 바로 발표된 게 아니라 최 부상의 예고로 그친 건 아직 방향성이 결정된 건 아니라는 뜻”이라며 “실은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을 잠정 중단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면서도 “대화 판은 깨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 부상은 이날 폼페이오 장관과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해 “불신과 적대적인 회담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비난하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선 “두 최고지도자의 관계는 매우 좋다”며 정상 간 협상 여지를 남겨뒀다.○ 북-미 대치 장기화되나 하지만 북한이 예상밖의 강수를 두면서 북-미 대치 상황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미가 기 싸움을 넘어 김 위원장이 모라토리엄을 접겠다고 밝히게 되면 상황은 장기적으로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도 “현재로선 대화의 틀을 깨는 수순이라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북한 입장에선 강 대 강 대치가 장기화될수록 도발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계산된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영변 핵시설에서 무기급 플루토늄(Pu) 생산을 재개해 영변이 여전히 북핵 핵심시설이라는 점을 과시하려 하거나, 민간 위성발사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과시하려 할 수 있다는 것. 아예 실체가 공개되지 않은 신형 ICBM인 ‘화성-13형’ 발사를 시도해 충격 효과를 도모할 수도 있다. 청와대는 “진의 파악이 우선”이라며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한 중재 의지를 강조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캄보디아 총리와의 정상회담 도중 (기자회견 내용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며 “국가안보실에서도 (최선희가) 정확하게 무슨 발언을 했고, 그 발언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각도로 접촉해 진의를 파악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목적지까지 도달해 가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우여곡절도 있고 어려움과 난관도 있지 않겠느냐”며 “(남북) 물밑 접촉은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 프놈펜=한상준 기자}

“한국 정부가 북-미 사이에서 해야 할 것은 중재가 아닌 촉진(facilitating)이다. 성공적인 ‘중매쟁이’가 되려면 이젠 빠져나와야(get out of the way) 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 중 한 명인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사진)은 12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하노이 노딜 이후 한국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세종연구소와 CFR의 ‘서울-워싱턴 포럼’ 참석차 방한한 그는 우리말로 ‘중매’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한국이 메신저가 될 순 있겠지만 중재자가 되려고 해선 안 된다”고 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원인에 대해 “북한도 오판했고, 미국도 오판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국내 정치 문제로 자신들과의 거래에 매우 절박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만나 보니 트럼프 대통령은 절박하지 않았다. 미공개 핵시설까지 구체적으로 요구했으니 더욱 놀랐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역시 실무협상에서 비핵화와 제재 해제를 둘러싼 북-미 간의 확연한 입장 차를 확인했지만 두 정상이 그걸 채울 수 있다고 기대했다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스나이더 연구원은 “북한도 미국도 오판했지만 하노이 회담의 주목할 만한 결과 중 하나는 회담에 앞선 한국 정부의 (상황) 평가가 정확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한국 정부는 하노이 회담 결과로 대북 제재 면제(exemption)를 예상했지만 사실상 제재 해제(removal)를 원했던 북한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 하반기 한때 성사될 것으로 거론됐던 종전선언도 남북미 간 입장이 명확히 전달되지 않아 좌절됐다고 덧붙였다. ‘일괄 타결’을 앞세운 미국의 대북 기조가 바뀐 것이냐는 물음에 그는 “지금 미국의 비핵화 입장은 진화(evolution)를 거치고 있다”고 답했다. 합리적 성향의 대화파 인사로 분류되는 스나이더 연구원은 “톱다운은 비록 실패했지만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깔려 있는 실무협상을 조속히 열어 접점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하노이 회담 결렬도 길게 보면 양측의 관계가 성숙해지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감사원이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청와대의 업무추진비 사적 사용 의혹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려 “청와대 면죄부 감사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감사원이 13일 공개한 ‘업무추진비 집행실태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5월부터 지난해 9월 말까지 대통령비서실이 공휴일과 주말, 심야(오후 11시 이후) 등 이른바 ‘사용제한 시간’에 사용한 업무추진비는 총 2461건이다. 감사원은 전수조사를 통해 영수증과 증빙서류를 대조해 사용이 적정했는지, 휴일 및 심야 사용이 불가피했는지 검토했지만 “긴급 현안 대응 및 국회, 기자 등과의 업무 협의 과정에서 집행된 것이 대부분으로 사적 사용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쟁점은 크게 네 가지였다. △주점에서 사용해도 됐는지 △사용 명세 중 누락된 업종의 사유는 무엇인지 △고급 일식점에서 무분별하게 사용한 것은 아닌지 △영화관이나 백화점 등 사용 목적이 불명확한 곳에서 쓰인 것은 문제가 없는지 등이다. 대통령비서실이 주점에서 업무추진비를 집행한 81건의 경우 “단란주점 및 유흥주점 등 제한 업종이 아닌 집행이 허용되는 업종에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고 영수증 허위 작성 등 부당 사례도 적발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업종 누락 건은 ‘카드사의 시스템 오류’ 때문이라고 했다. 감사원은 일부 정부 구매 카드사가 업종 코드를 전송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대통령비서실이 1인당 9만 원부터 시작하는 고급 일식당에서 업무추진비를 쓴 사례에 대해서는 “지침을 위반했다는 기준이 없어 문제 삼지 않았다”고 밝혔다. 비서실이 건당 50만 원 이상 지불한 내역은 총 43건, 2794만 원 상당으로 파악됐다. “업무 특성상 보안 유지가 필요한 경우가 많아 손님들이 물리적으로 분리돼 있는 일식당을 업무 협의 장소로 주로 활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일식당에서의 집행이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청와대가 접대하는 게 아니라 업무를 추진하고 집행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감사 대상에서 제외시켰다”고 해명했다. 영화관이나 백화점에서 집행된 업무추진비도 행사 관련 티켓이나 음료, 기념품, 행사 진행에 필요한 식자재 등을 구입한 것으로 적합하게 사용됐다고 발표했다. 감사원이 적발한 청와대 업무추진비 감사의 부당 사항은 비서실 3건, 대통령경호처 1건 등 총 4건이었고 이마저도 주의 또는 제도 개선 통보로 그쳤다. 경호처 직원들의 사우나 이용에 대해서는 사용제한 업종임에도 결제가 된 건 카드사의 잘못이라고 돌리면서 “평창 올림픽 준비 경호팀을 격려하기 위해 이용한 것으로 잘못 집행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이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