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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외국인 선수 교체 기한이 정확히 4주 앞으로 다가왔다. 이후에도 외국인 교체가 가능하지만 포스트시즌에서 뛰려면 최소 31일까지 등록을 마쳐야 한다. 가을야구에 사활을 건 팀들에는 사실상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셈이다. 고질적인 허리 통증으로 결장이 잦은 조셉(LG), 타격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간 베탄코트(NC), 어깨 부상, 부진에 시달리는 버틀러(NC), 헤일리(삼성) 등이 유력한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4위(LG), 5위(NC), 7위(삼성)로 모두 가을야구 경쟁을 벌이고 있어 외국인 선수 교체를 통한 분위기 전환이 절실하다. 하위권에 있는 KIA, 롯데의 경우 최근 외국인 선수 교체로 전력을 재정비하며 꼴찌 탈출에 성공했거나 눈앞에 두고 있다. 교체 자체로도 화제를 모을 수 있다. 2015년 8월 대체 외국인으로 한국야구위원회(KBO)리그에 입성한 로저스(당시 한화)는 데뷔전 완투승(외국인 역대 1호)을 포함해 10경기에서 4번 완투하며 6승 2패 평균자책점 2.97로 팀의 후반기 흥행을 이끌었다. 최근 SK의 대체 외국인으로 KBO리그로 복귀한 소사도 2012년 KIA 대체 외국인으로 처음 한국 땅을 밟은 뒤 ‘이닝이터’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KBO가 올 시즌부터 새 외국인 영입 총액 상한을 100만 달러(약 11억6000만 원)로 규정해 대체 외국인 선수 영입도 쉽지 않다. 이적료 등을 포함한 총액이 시즌이 지날수록 날짜에 맞춰 줄어들기 때문이다. 현재 시즌이 반환점을 갓 돌아 각 구단이 지출할 수 있는 금액은 50만 달러 수준이다. 선수 영입 시 이적료가 발생하는 경우 그만큼 선수 연봉을 낮춰야 해 눈높이에 맞는 대체 선수 영입도 어려워진다.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새 얼굴 영입 작업이 생각보다 더딘 이유다. 현재 일부 팀은 미국 마이너리그 트리플A보다 낮은 리그에서 활약하는 몸값이 싼 원석을 찾거나 메이저리그에 승격하지 못해 ‘옵트아웃’(계약기간 중 연봉을 포기하고 자유계약선수를 선언할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할 수 있는 선수들을 ‘열심히’ 찾고 있다. 가을야구에 사활을 건 팀들이 똘똘한 대체 외국인으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입에서 매일 단내 나요(웃음).” 12일 개막하는 광주 세계수영선수권을 앞두고 최근 만난 한국 혼영 간판 김서영(25·경북도청, 우리금융그룹)의 표정은 밝았지만 지쳐 보였다. 이유가 있다. 지구력 훈련 등에 집중해온 그가 5월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 이후 과거와 차원이 다른 ‘스피드 훈련’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매일 녹초가 된 몸을 쉬게 할 만도 하지만 일과가 끝난 뒤에도 그는 밤늦게까지 웨이트트레이닝을 빼놓지 않고 한다. 지난달 5∼9일 열린 동아수영대회 기간에 김서영은 경기 전날에도 웨이트트레이닝을 했다.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김서영을 스스로 훈련으로 이끌고 있단다. 사실 지난해 아시아경기 이후 올해 초까지 김서영은 슬럼프를 겪었다. 아시아경기에서 금, 은메달을 목에 걸며 그를 향한 기대치는 높아졌지만 자신의 실력을 선보일 만한 대회가 없었다. 김서영은 “대회가 없으니 제 기량이 가늠도 안 되고 불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4, 5월 중국, 헝가리에서 열린 국제수영연맹(FINA) 경영 챔피언십에서 여자 혼영 최강자로 불리는 카틴카 호수(30·헝가리)와 맞붙어 두 번 연속 2위에 오르면서 불안함이 싹 가셨다. 이후 세계수영선수권이 열리는 장소에서 개최된 동아수영대회에 참가해 배영, 평영(이상 100m), 자유형(200m×4 계영) 물감을 익혔다. 강훈련으로 몸은 천근만근이었지만 배영에서는 개인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등 대회 내내 싱글벙글했다. ‘올림픽 메달’이 가장 큰 목표라는 김서영에게 국내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은 도약의 기회다. 자신보다 10cm 더 큰 호수와의 ‘다윗과 골리앗 대결’, 일본 수영 천재 오하시 유이(24)와의 ‘한일전’ 등 부담이 많지만 안방 관중의 전폭적인 응원 속에 자신의 한계도 넘어볼 만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도 안방 관중의 응원이 선수들을 한발 더 뛰게 한 결과다. 지난달 9일부터는 오랜만에 충북 진천선수촌에 입촌해 막판 담금질에 돌입했다.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해외 전지훈련보다 시설 좋은 선수촌에서 루틴을 유지하는 게 최적이라는 판단에서다. 김인균 감독, 이지선 코치 등 경북도청 ‘김서영 전담팀’, 훈련하며 태극마크까지 함께 단 박수진(20) 등 경북도청 동생들과 경영 종목 시작일인 21일을 꼽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관중의 응원을 받으며 뛸 수 있는 대회예요. 제 가족들도 다 와요(웃음). 2년 전 결선(헝가리 세계수영선수권 혼영 200m 6위)을 넘는, 최고 결과에 도전해 보겠습니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마산용마고와 유신고가 창단 첫 황금사자기 우승을 놓고 다투게 됐다. 두 팀 모두 준결승에서 1점 차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마산용마고(경상권A 5위)는 28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3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주말리그 왕중왕전 4강전에서 충훈고(경기권A 2위)에 0-7로 뒤지던 9회말 8점을 내며 8-7, 기적 같은 역전승을 거뒀다. 마산용마고는 충훈고 선발 이노아(3학년)의 ‘인생투구’에 고전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2년 동안 총 6이닝 투구가 전부였던 이노아는 마산용마고 타선을 맞아 8회까지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8회까지 공 88개를 던져 자신의 첫 완봉승도 바라보는 듯했다. 하지만 마산용마고의 뒷심도 만만찮았다. 선두타자 박부근(3학년)의 볼넷을 시작으로 그 회에 다시 박부근이 타석에 설 때까지 아웃카운트 하나 없이 안타 4개, 볼넷 5개로 7-6까지 충훈고를 추격했다. 충훈고가 투수 교체로 분위기 전환을 노렸지만 한번 타오른 마산용마고 타선의 불길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무사만루에서 박부근이 다시 볼넷을 얻으며 7-7 동점을 만든 뒤, 강태경이 투수 앞 병살타(2사 2, 3루)를 쳐 추가 득점에 실패하며 한풀 꺾이는 듯했지만 박성빈(이상 3학년)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한 뒤 2학년 김혁준이 끝내기 안타를 치며 극적인 역전극에 마침표를 찍었다. 마산용마고의 결승 진출은 2017년 대회 이후 2년 만이다. 당시 덕수고 양창섭의 호투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그 직전 해 대회에서도 마산용마고는 덕수고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황금사자기 준우승만 4번, 이번이 첫 우승 도전이다. 문남열 마산용마고 감독대행은 “경기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선수들이 대견하다”며 “마지막 경기까지 최선을 다해 이번에는 반드시 우승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일고와 유신고의 4강전에서는 프로야구에서도 보기 힘든 ‘명품 투수전’이 펼쳐졌다. 지난해 이 대회 우승팀이자 고교야구 주말리그 전라권A 1위에 오른 광주일고와 경기·강원권 1위에 오른 유신고가 맞붙어 ‘사실상의 결승전’이라고도 불린 이날 경기에 광주일고는 지난해 결승전 승리를 이끈 에이스 정해영을, 유신고는 소형준과 함께 ‘원투펀치’ 한 축을 지키고 있는 허윤동(이상 3학년)을 앞세웠다. 양 팀의 ‘0-0’ 균형은 5회말 깨졌다. 유신고 선두타자 강현우(3학년)가 정해영으로부터 안타를 쳐서 출루한 뒤 이영재(2학년)의 안타 때 홈을 밟으며 이 점수가 결승점이 됐다. 유신고는 결승전을 위해 아껴둔 소형준을 8회초 1사 1, 2루에서 투입시키는 강수를 두며 1-0 승리를 가져갔다. 소형준은 이날 공 26개를 던지며 결승전에도 등판할 수 있게 됐다. 규정상 투구 수 45구 이하는 의무휴식일이 없다. 유신고의 결승 진출은 2006년 이후 13년 만이다. 당시 장충고에 1-2로 고배를 마시는 등 준우승만 2차례 거둔 유신고도 대회 첫 우승에 도전한다. 이성열 유신고 감독은 “오늘 등판한 소형준, 박영현(1학년)을 포함해 투수 5명을 결승전에서 가용할 수 있다. 총공세로 우승하겠다”고 말했다. 결승은 29일 오후 2시에 열린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열심히 응원할 일만 남았습니다(웃음).” 28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3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4강전에서 유신고를 13년 만에 결승전으로 이끈 3학년 왼손 투수 허윤동(사진)의 표정은 모처럼 폈다. 이날 선발로 나서 지난해 우승 주역인 광주일고 에이스 정해영(3학년)과 벼랑 끝 승부를 펼친 그는 6과 3분의 1이닝 무실점으로, 7이닝 1실점을 기록한 정해영에게 판정승을 거뒀다. 고교야구 주말리그 전·후반기에서 28과 3분의 2이닝 동안 볼넷을 2개밖에 내주지 않은 ‘제구 마스터’ 명성 그대로였다. 이번 대회 들어 3경기 사사구 4개로 체면을 구긴 그는 이날 한 개의 볼넷도 안 내주며 맞혀 잡는 ‘효율 피칭’을 했다. 6회초 1사 광주일고 박시원(3학년)과의 승부에서의 집중력은 압권이었다. 13구의 끈질긴 승부가 벌어졌지만 기어코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7회초 허윤동이 마운드를 내려가는 순간 관중은 “허윤동”을 연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이날 공 85개를 던진 허윤동은 3일 의무휴식이 필요해 하루 뒤 열릴 결승전에 못 나선다. 하지만 후회는 없단다. 그는 “오늘도 뒤의 동료들을 믿었는데 잘해 줬다. 내일도 마찬가지”라며 동료들에게 신뢰를 보였다. 남은 목표는 대회 우승과 프로 신인 지명 2차 5라운드 이내 선발이다. 프로에서는 키움 이승호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 “같은 왼손투수에 젊은 나이에도 노련하게 타자들을 잘 맞혀 잡는 모습을 닮고 싶어요. 더 노력해야죠. 아, 그 전에 물론 황금사자기 우승부터 하고요. 하하.”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진심 어린 유감의 뜻을 전하고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찜찜하다.KT 간판타자 강백호(20) 이야기다.강백호는 2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9회말 수비 도중 부상으로 교체됐다. 롯데 신본기의 파울 타구를 잡으려 그물망 부분까지 달려가는 과정에서 구장 시설물에 오른손 손바닥이 걸려 약 5cm 정도 찢어졌다.근육 손상까지 입어 26일 서울 중앙대병원에서 전신마취 후 봉합 수술까지 받아야 했던 큰 부상이다. 상처는 깊었지만 다행히 신경손상을 입지 않아 복귀까지 3~4주가 걸린단다.겉으로는 강백호의 오른손 상처도, 사태도 일단 봉합된 듯 하다.하지만 KT 팬들의 분노는 가시지 않았다. KT의 미래이자 간판이 구장관리 소홀로 인한 아주 ‘황당한’ 부상을 당했기 때문. 한 KT 팬은 “이게 유감이라고 하고 넘어가질 일인가. 반대로 수원구장에서 이대호나 손아섭이 같은 부상을 당했다고 생각해봐라. 이렇게 스리슬쩍 넘어가지지 않을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사과를 주고받은 주체도 사실 단장들, ‘높으신 분들’이다. 피해 당사자인 강백호가 최소한 “상황을 받아들이겠다, 씩씩하게 이겨가겠다”라는 입장발표 없이 단장들 사이에 전광석화처럼 이야기가 오갔다. 마치 선수는 구단의 재산이라는 생각을 가진 듯 하다.현실적으로 골 아플 일들만 강백호 앞에 고스란히 남았다.우선 1군 등록기간. 25일 1군에서 말소된 강백호는 26일부터 3일째 엔트리에서 말소 처리된 상태다. 3~4주가 걸린다고 하지만 앞으로 언제 다시 1군으로 복귀할지 알 수 없다. 이강철 감독도 “성급하게 무리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 황당한 부상으로 강백호의 올 시즌 1군 등록기간은 95일(3월 23일~6월 25일)에서 멈췄다. 지나친 우려일 수도 있겠지만 올 시즌 강백호가 145일을 채우지 못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누리는 시기도 자칫 늦어질 수 있다. 앞서 1군 등록일수가 ‘하루’ 부족해 FA 자격 획득까지 ‘일년’이 늦어진 불운했던 김민성(LG)의 사례도 있다.감각 저하도 우려된다. KBO리그 2년차를 맞은 강백호는 공인구 여파로 장타율은 다소 줄었지만 타율을 0.049(0.290→0.339) 끌어올리며 타격의 정교함은 한층 물올라 있었다. 좌타자라 힘을 써야 할 왼손이 아닌 게 천만다행이라 하지만 왼손을 받쳐 타구방향, 세기 등을 뒷받침해줘야 할 오른손, 미세한 손바닥 근육이 손상을 입으며 사실상 타격 감각 저하도 불가피해졌다. 같은 상황에서 부상 기억을 안고 있을 강백호가 전처럼 전력으로 뛰어가 공을 잡으려 할지도 알 수 없다.김선웅 프로야구선수협회 사무총장은 “KT의 상징적인 선수기에 합당한 대우를 해준다고 하겠지만 부상으로 인한 결장, 부상 여파로 인한 성적하락 등은 연봉협상 테이블에서 ‘마이너스 요인’들이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제든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우려했다.강백호를 계기로 메이저리그(MLB)의 ‘부상자명단(IL)’같은 선수보호 제도가 생겨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김 총장은 “강백호의 부상은 선수의 잘못이라기보다 명백하게 야구장 관리부실에 의한 부상이고, 관리주체에게 손해배상청구도 가능하다”라며 “1군 말소로 인한 등록일수 불이익을 없애는 부상자명단 제도라도 생긴다면 강백호의 억울함도 조금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따지고 보면 의례적으로 할 수 있는 사과, 당연히 됐었어야 할 시설점검 외에 강백호의 억울함을 풀어줄 만한 눈에 띄는 롯데의 행보는 없다. 강백호의 황당한 부상에 대한 치료비용도 롯데가 아닌 강백호의 선수상해보험으로 KT에서 처리된다고 한다. 한 야구인은 “별 행동 없는 사과는 비난 여론을 줄이기 위한 ‘악어의 눈물’ 아닌가”라며 혀를 끌끌 찬다.부상 치료비 등 세세한 부분에 대한 팬들의 의문이 생기기 전에 ‘유감’을 표한 롯데가 치료비만큼을 ‘강백호 장학금’(가칭)으로라도 조성해 아마 야구 등 지원이 필요한 곳에 기부해 불의의 부상을 당한 강백호를 위로하겠다는 눈에 보이는 ‘액션’이라도 취했으면 어땠을까. 롯데의 대응도 조금은 아쉽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8회초 1사 3루, 마산용마고 박범진(3학년)이 서울 목동구장 왼쪽 담장으로 띄운 타구가 담장 밖을 향해 쭉쭉 뻗자 부산고 더그아웃에 침묵이, 마산용마고 더그아웃에 환호성이 흘렀다. 마산용마고가 27일 열린 제73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8강전에서 박범진의 쐐기 홈런포를 앞세워 부산고를 11-3으로 꺾고 4강에 합류했다. 2016∼2017년 2년 연속 황금사자기 우승 문턱에서 좌절(준우승)한 뒤 지난해 2회전에서 고배를 마신 마산용마고는 2년 만에 4강에 오르며 대권을 바라보게 됐다. 객관적인 전력은 부산고가 마산용마고(경상권A 5위)에 앞선다는 평가였다. 고교야구 주말리그 부산·제주권 1위에 오른 부산고는 1회전에서 지역 라이벌 경남고를 꺾는 등 파죽지세였다. 16강전에서는 천안북일고를 15-2로 대파한 인상고의 돌풍까지 잠재웠다. 김성현 부산고 감독은 매 경기 한승주, 신용상, 최종인(이상 3학년) 등 주축 투수들의 투구 수도 적절히 관리해가며 그 다음 경기까지 대비하는 여유도 보였다. 하지만 마산용마고 에이스 김태경(3학년)의 벽은 높았다. 22일 광명공고전 등판(6이닝 무실점 승) 후 5일 만에 마운드에 오른 김태경은 6이닝 7피안타 4탈삼진 2실점(비자책)으로 부산고 타선을 봉쇄했다. 김태경의 호투에 자신감을 얻은 마산용마고 타선은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타올랐다. 2-2로 팽팽히 맞서던 7회초 2점을 내며 역전에 성공한 뒤 8회 2점, 9회 5점을 내며 점수 차를 크게 벌렸다. 문남열 마산용마고 감독대행은 “김태경의 호투로 선수들도 경기 후반부로 갈수록 자신감을 얻었다. 2년 만의 황금사자기 4강이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타격이 살아나고 있는 만큼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충훈고는 배재고를 4-3으로 꺾고 2007년 야구부 창단 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전국대회 4강에 올랐다. 1회말 1번 타자 김대원의 2루타로 기회를 잡은 충훈고는 2번 타자 성준한(이상 3학년)의 희생번트 때 김대원이 3루를 돌아 홈까지 파고드는 공격적인 주루로 선취점을 냈다. 기선을 잡은 충훈고는 2회, 5회에도 각각 1점, 2점을 내며 한번 잡은 리드를 내주지 않았다. 이번 대회 첫 경기(22일)에서 7과 3분의 1이닝 1실점(105구) 호투로 팀을 16강으로 이끈 에이스 윤세웅(3학년)은 4일 의무휴식을 가진 뒤 돌아온 이날도 제 몫을 했다. 5와 3분의 2이닝 동안 안타 3개, 볼넷 5개를 내줬지만 위기 때마다 삼진(7개)을 솎아내며 1점만 내줬다. 윤세웅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박지현(3학년)이 앞선 3경기에서 역전승을 일군 배재고의 경기 막판 끈질긴 추격을 따돌렸다. 이로써 황금사자기 우승을 다툴 네 팀의 대진이 확정됐다. 28일 오후 3시 광주일고와 유신고의 경기를 시작으로 뒤이어 충훈고와 마산용마고가 결승 진출을 놓고 격돌한다. 황금사자기 4강 경험이 없는 팀은 충훈고가 유일하다. 정회선 충훈고 감독은 “특출난 선수는 없지만 선수들이 승부처에서 똘똘 뭉치며 여기까지 왔다. 응집력으로 한계를 돌파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김배중 wanted@donga.com·조응형 기자}

“해영이 형처럼 결승전 마운드에 서고 싶습니다.” 광주일고 2학년 왼손 투수 이의리(사진)의 표정은 밝았다. 26일 제73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광주동성고와의 8강전에 선발로 나선 그는 5이닝 무실점으로 제 임무를 100% 완수했다. 이의리가 동성고 타선을 봉쇄하는 사이 광주일고 타선이 폭발하며 9-1, 7회 콜드승을 거두고 준결승전에 올랐다. 성영재 광주일고 감독의 믿음에 의리를 지킨 투구였다. 올해 초 어깨염증 부상으로 주말리그 전·후반기 3경기에서 총 5와 3분의 2이닝(평균자책점 0)밖에 던지지 않았지만 올해 처음 한 경기에서 5이닝을 소화한 이날 기복 없이 ‘미스터 제로’의 위용을 과시했다. 이의리는 “1회초 밸런스가 흔들려 위기(1사 2, 3루)를 맞은 게 다소 아쉽지만 이후 몸이 풀리면서 제 투구를 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왼손 투수치고 빠른 시속 143km까지 나왔고, 중요한 순간마다 구사한, 종으로 크게 떨어지는 슬라이더(일명 슬러브)는 타자들의 무게중심을 흐트러뜨리며 헛스윙을 유도하는 ‘마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번 대회에서 생긴 작은 소망은 결승전(29일) 선발이다. 이날 공을 67개 던져 2일 휴식 후 투구가 가능해 결승전 등판이 가능하다. 지난해 광주일고는 당시 2학년이던 정해영이 결승전 선발로 나와 6과 3분의 2이닝 6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하며 황금사자기 우승컵을 들어올린 기분 좋은 추억도 있다. 영광의 순간을 위해 이의리도 한겨울 내내 하체 웨이트트레이닝에 집중하는 등 구슬땀을 흘렸단다. “큰 대회 결승전에서 2학년이 씩씩하게 던지는 모습이 존경스럽고 부러웠어요. 이제 제가 그 2학년이 됐어요. 자신 있습니다(웃음).”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2026년 겨울올림픽의 개최지로 이탈리아 밀라노와 코르티나담페초가 확정됐다. 25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제134차 총회 투표에서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는 전체 82표 중 47표를 얻어 스웨덴의 스톡홀름-오레(34표)에 앞섰다. 남은 1표는 기권으로 확인됐다. 이탈리아의 겨울올림픽 유치는 1956년 코르티나담페초, 2006년 토리노에 이어 세 번째다. 밀라노에서 쇼트트랙, 피겨스케이팅, 아이스하키 등 빙상 종목이, 코르티나담페초에서 썰매, 여자 알파인스키 등 설상 종목이 열린다. 설상 종목은 보르미오, 리비뇨 등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지역에서도 분산돼 진행된다. 스위스 시옹, 오스트리아 그라츠, 캐나다 캘거리, 일본 삿포로 등이 앞서 겨울올림픽 유치 희망 의사를 밝혔지만 시옹, 그라츠, 캘거리는 막대한 유치 비용, 사후 시설관리 문제 등으로 주민 반대에 부딪혀 결국 철회했다. 삿포로는 지난해 지진 여파로 2030년 대회 유치로 선회했다. 반면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는 주민의 83%가 겨울올림픽 유치 지지 의사를 밝혀 스톡홀름-오레(55%)에도 앞섰다. 2026년 겨울올림픽은 현지 시간으로 2월 6일부터 22일까지, 겨울패럴림픽은 3월 6일부터 15일까지 열린다. 2022년 겨울올림픽은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1이닝 1피안타 1사사구 무실점. KBO리그 사상 첫 비선수 출신인 LG 한선태(25·사진)의 1군 무대 데뷔전은 ‘만점’이었다. 25일 SK와의 경기에서 3-5로 뒤진 8회초 LG의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한선태는 상대 선두 타자 이재원(32)에게 우익수 앞 안타를 맞았지만 안상현(22)을 상대로 2루수, 유격수, 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를 잡으며 데뷔 첫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이후 SK 1번 타자 고종욱을 1루수 앞 땅볼로 잡으며 ‘1이닝 무실점 투구’를 완성했다. 한선태는 “첫 타자를 꼭 잡고 싶었는데 안타를 맞아 아쉬웠다. 수비수들의 도움을 많이 받은 하루였다. 점점 더 좋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LG는 SK 최정에게 19, 20호 홈런을 맞으며 SK에 3-8로 패했지만 한선태는 데뷔 무대서 호투를 펼치며 이기는 경기에 등판할 가능성을 높였다. 두산은 삼성에 2-11로 패하며 4연패에 빠졌다. 지난 주말 3연전에서 SK에 스윕패를 당하며 선두와의 경기 차가 4경기로 벌어진 두산은 선두 SK와의 경기 차가 5경기로 더 벌어졌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사회인야구에는 나름의 위계가 있다.프로구단을 거쳤거나 고교 혹은 대학까지 엘리트 선수로 활약한 일명 ‘선출’, 야구를 오래 전 그만뒀지만 어린 시절 기본기를 배우고 경기에도 나가 일반인보다 기량이 좋은 ‘중출’(중학교 선수 출신), ‘초출’(초등학교 선수 출신) 등. 선출 꼬리표가 붙으면 프로무대에서 쓴맛을 봤을지언정 사회인 리그에서는 일반 동호인들보다 실력이 좋아 각 팀에서 프로구단의 외국인 선수 같은 대우도 받는다.‘비선출’(선수 출신이 아닌 일반인을 지칭) 중 야구를 잘 한다는 사람들도 많지만 선출이 되기까지 인고의 시간을 거쳤기에 치명적인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접지 않은 이상 선출과 비선출의 엄연한 실력의 경계선은 있다. 그렇기에 선출 중 투수에게 만 40세 이전까지 투구를 금지시키거나 타자에게 알루미늄 배트 사용을 규제하는 등 각 리그에서 선출과 비선출 간의 경계를 희미하게 하기 위한 여러 노력을 기울이지만 선출은 ‘낭중지추’처럼 그라운드에서 선출 특유의 포스를 뽐낸다.그런 사회에서 최근 위계를 뒤흔든 한 인물이 화제가 되고 있다.한선태(25·LG).비선출로 서울경기지역 사회인 리그에서 활약하던 그는 지난해 비선출 사상 최초로 프로구단 LG의 지명(2차 10라운드 95순위)을 받았다. 부천공고에서 금형 기술을 배우던 일반 학생으로 고3때까지 야구공을 잡아본 적이 없다는 한선태는 약 7년 뒤 십 수 년 동안 밥 먹고 야구만 한 엘리트들도 바늘구멍이라 여기는 프로구단 지명, 더 나아가 1군 진입에도 성공했다.류중일 LG 감독이 13일 서울 잠실구장으로 그를 불러 불펜투구를 지켜본 뒤 약 열흘 만이다. 퓨처스리그에서는 이미 0점대 평균자책점(19경기 25이닝 1패 1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0.36)으로 검증을 마쳤다. 25일 동아일보와 연락한 한선태는 “어제까지 정말 긴장됐는데 다행히 잠은 잘 잤다. 평상시와 다르지 않다”며 각오를 다졌다.한선태의 ‘프로 입문기’는 한 편의 드라마 같다. 야구의 ‘야’자도 몰랐지만 소질이 있던 청년은 매년 기량이 급성장했다. 스무 살이 된 2013년부터 사회인 리그 기록통계사이트 게임원에 ‘족적’을 남긴 한선태는 2017년까지 5년 동안 투수(타자기록은 제외)로 5개 팀에서 82경기 34승 11패 평균자책점 2.61을 기록했다. 군 제대 후인 2016~2017년에는 매년 30경기 이상을 뛰며 평균 90이닝 이상을 소화하면서도 뛰어난 성적을 유지했다.한선태의 사회인리그 성적은 사실 경이롭다. 사회인 리그는 동호인들이 ‘괴물’ ‘흉기’ 등으로 부르는 고반발력을 가진 알루미늄 혹은 카본 배트를 들고 나와 무자비(?)한 타격전을 벌여 매 경기 팀별로 10점대의 점수가 나오는 걸 어렵지 않게 본다. 또한 타격 친화적이기에 야수들의 실책에도 비교적 관대하다. 선출이 드물기에 수비실책도 잦아 야수들의 도움을 받기도 녹록치 않다. 타석에서 손맛을 못 봐 슬픈 표정을 짓는 이가 있을지언정 마운드에서 실점을 많이 했다고 같은 표정을 짓는 이는 없다. 10점을 내주면 11점을 내서 이기면 된다.그런 ‘정글’에서 비선출이 기록한 초특급 성적이다. 한선태와 한 팀에서 활약했거나 그를 본 동호인들은 한선태를 야구에 미쳐 레슨장에서 마치 선수처럼 훈련에 열중하던 선수, 공이 매우 빨랐던 선수로 기억한다.사회인 리그에서 보기 드문 언더핸드 투구동작으로 시속 120~130km 사이의 강속구를 손쉽게 뿌렸던 한선태는 2017년 팔각도를 올려 스리쿼터로 동작을 바꾼 뒤 구속이 10km 증가했다. 구속만큼은 고교야구 엘리트 선수 수준으로 올라선 것이다.비선출들이 엄두를 낸 적 없는 ‘프로진출’을 꿈꾼 것도 이맘때다. KBO리그에 비선출의 프로진출 규정이 없어 좌절할 만도 했지만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는 한편 일본진출도 염두하고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2017년 가을 한선태를 프로선수로 탈바꿈시켜준 ‘선출’ 김수인 쇼케이스포츠 대표를 만나 일본 독립리그 도치기 골든브레이브스로 진출했고, 그곳에서 일본프로야구(NPB) 소프트뱅크 등서 활약했던 김무영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기량이 성장했다.그사이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규정을 신설(2018년 1월 이사회)해 비선출의 프로진출 가능성을 열었고 한선태는 그해 8월 해외파 트라이아웃에 일반인 자격으로 참가해 시속 145km의 공을 던져 관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한 달 뒤 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100명 중 95번째로 LG의 부름을 받았다.엘리트에 비해 하얀 도화지 같은 한선태의 학습력도 어마무시했다. 프로구단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받은 한선태는 짧은 시간 동안 2군 무대에서 주름잡을 만큼 성장했다. 입단 직전까지 입단동기 중 아는 사람이 없어 외로웠던 그는 야구를 잘해 엘리트 출신들도 함부로 무시하지 않는 팀 내 ‘셀럽’이 됐다. 프로입단 전 최고 146km까지 던져봤다던 그는 2군에서도 146km의 공을 던져 입단 전 자기 PR이 결코 허언이 아니었음도 증명했다.한선태의 장점은 일반인이라 하기에 뛰어난 운동신경과 영리함에 있다. 김 대표는 “비선출인 한선태가 공을 던지는 걸 보고 어느 날 문득 프로구단 유니폼을 입혀보고 싶다는 생각이 스쳐지나갈 정도로 유연하고 운동신경이 좋았다”고 한선태에 대한 첫 인상을 설명했다. 한때 프로구단 지명을 받았던 선출의 눈에도 한선태는 ‘물건’이었던 것. 게다가 한번 가르치면 부단한 노력으로 ‘자기 것’으로 만들어냈단다. 일본에서 투수 출신의 김무영 코치에게 주자견제, 번트수비 등 디테일한 부분을 체계적으로 배워 결코 고교 선수보다 기본기가 떨어지지 않는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한선태를 계기로 KBO리그도 선수층을 넓힐 기회를 얻었다. 김 대표는 “한선태 이후 ‘야구선수가 되고 싶다’는 비선출의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눈에 그중 2명이 한선태와 비슷한 자질을 선보여 성인인 1명은 올해 트라이아웃에서 실력을 선보이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한선태가 1군 무대에서도 진화한 모습으로 만화 같은 모습을 이어간다면, 소위 ‘밭 갈던 마크 트라웃’들이 스파이크를 고쳐 매고 수준 이하 경기력으로 지탄받고 있는 위기의 KBO리그를 구하러 나설지도 모를 일이다. 한선태의 KBO리그에서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7이닝 6탈삼진 4피안타 2볼넷 무실점. 부산정보고의 에이스 남지민(3학년·사진)은 24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3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16강전에서 고교야구 주말리그 서울권A 1위 경기고를 맞아 ‘올 시즌 최고’의 투구를 펼쳤다. 마지막 105번째 공(한 경기 제한 투구 수)까지 상대 타자의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낼 정도로 공에 힘이 넘쳤다. 패스트볼 최고 시속은 145km였고,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최고 133km), 왼손타자 바깥으로 살짝 꺾이는 체인지업(최고 127km) 모두 스카우트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남지민이 마운드를 내려간 뒤 8회에 이르러 경기고는 기지개를 켰다. 4번 타자 장규빈(3학년)이 1사 2, 3루에서 3점 홈런을 터뜨리며 전세를 역전(3-1)시킨 것. 하지만 기쁨도 잠시 부산정보고는 8회말 경기고 2루수, 투수, 우익수의 3연속 실책을 틈타 4점을 내며 재역전승(5-3)을 거뒀다. 남지민의 ‘인생투’가 팀원들의 ‘승리 DNA’를 일깨운 셈이다. 중학교 때부터 두각을 드러낸 남지민은 지역 명문 경남고, 부산고 진학 대신 선수 층이 얇은 부산정보고 진학을 택했다. 1학년 때부터 많은 출전 기회를 얻으며 실력을 기른 그는 3학년 첫 전국대회에서 투타를 안 가리고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선보이고 있다. 그의 맹활약에 부산·제주권 4위 팀은 세간의 예상도 비웃고 있다. 남지민은 “재역전승을 거둬 우리 모두 큰 자신감을 얻었다. 투수 등판은 (105구 투구로 4일 휴식 후 등판이 가능해) 29일 결승전에서 가능하다. 그 전까지 8강(26일)·준결승전(28일)에서 방망이로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언더도그(우승이나 이길 확률이 적은 팀이나 선수)의 반란’의 주인공은 부산정보고만이 아니었다. 같은 날 충훈고(경기권A 2위)도 우승 후보로 꼽힌 충암고(서울권B 1위)를 4-3으로 꺾고 8강에 올랐다. 충암고가 1회초부터 점수를 내며 낙승이 예상됐지만 충훈고도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5회초까지 두 팀이 3-3으로 맞서는 등 팽팽한 승부가 이어졌다. 결정적인 순간 나온 몸에 맞는 공 2개가 양 팀의 균형을 깼다. 5회말 충훈고 선두타자 신의진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한 뒤 변상우가 번트를 시도했는데, 타구를 잡은 투수 김범준(이상 3학년)이 2루로 던진 공이 이번에는 2루심의 몸에 맞았다. 1사 1루가 될 뻔한 상황이 무사 1, 2루 찬스로 뒤바뀐 뒤 충훈고가 1점을 달아났고, 그대로 결승점이 됐다. 충훈고 포수 원민기(3학년)는 투수의 투구를 받아 2루로 송구해 3루 쪽으로 치우쳐 있던 2루 주자를 2차례 아웃시켰고, 2루로 도루하던 주자도 한 차례 잡는 등 야전 사령관으로 팀 동료들의 기를 제대로 살렸다. 원민기는 “충암고 경기 영상을 보고, 상대해본 다른 학교 친구들로부터 정보를 얻어 충암고 선수들의 성향을 자체적으로 분석했는데 잘 맞았다”며 “대회 전 목표(8강 진출)를 이뤘다. 이제 더 높은 곳을 바라보겠다”고 말했다. 이날 유신고(경기·강원권 1위)만 체면을 지켰다. 성남고(서울권B 3위)와의 대결에서 1학년 박영현의 6과 3분의 2이닝 8탈삼진 1피안타 무실점 호투를 앞세워 4-1로 승리했다. 유신고는 26일 부산정보고와 4강행 티켓을 놓고 대결한다. 김배중 wanted@donga.com·이헌재 기자}

“제가 잘한 것보다 ‘편견’을 깨서 정말 기쁩니다.” 인상고 이승호(3학년·사진)는 경기 후 승리 순간이 생각난 듯 씩 웃었다. 23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3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2회전에서 인상고는 우승후보로 꼽히는 북일고를 만나 15-2, 5회 콜드승을 거두는 이변을 일으켰다. 일등공신은 4번 타자로 공격의 중심에 선 이승호다. 1회초 2사 3루에서 좌익수 앞 적시타로 팀에 선취점을 안긴 그는 4회초 2사 2루에서는 한화 1차 지명이 유력한 북일고 에이스 신지후(3학년)의 시속 148km 강속구를 왼쪽 담장 밖으로 넘겨 팀의 14, 15번째 득점도 안겼다. 3회초 고의사구를 얻는 등 4타석 3타수 3안타(1홈런) 3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이승호는 “상대 투수들의 공이 빨라 히팅 포인트를 평소보다 앞에 두고 쳤다. 빠른 공에 자신이 있는데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178cm에 108kg으로 최준석(전 NC)을 연상케 하는 이승호는 뛰어난 운동신경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승호는 이번 대회 개막에 앞서 대진표를 본 뒤 북일고를 꺾겠다는 1차 목표를 세웠다. 팀을 16강으로 이끈 이승호는 “오늘 승리로 부담을 덜게 돼 더 잘할 수 있을 거 같다. 나와 3학년 동기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 프로나 대학에 진출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코리안 좀비’ 정찬성(32·코리안좀비MMA·페더급 12위·사진)이 화끈하게 부활했다. 정찬성은 23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154 메인이벤트 페더급 경기에서 랭킹 5위 헤나투 모이카누(30·브라질)를 1라운드 58초 만에 TKO로 제압했다. ‘언더도그’(이길 확률이 작은 팀이나 선수)로 평가받던 정찬성은 상위 랭커를 완파하며 챔피언 벨트 도전에 청신호를 켰다. 정찬성이 1라운드에서 경기를 끝낸 건 2011년 마크 호미닉(37·캐나다)전의 6.2초 이후 8년 만이다. 오랜만에 정찬성이 연출한 짜릿한 경기에 관중은 ‘좀비’를 연호하며 기립박수를 보냈다. 경기 후 정찬성은 “오른손 카운터펀치는 계속 연습해 왔다. 언제 나올지가 관건이었을 뿐”이라며 “나는 늘 준비돼 있다. 누구라도 상관없다”며 자신감을 표했다. 지난해 11월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야이르 로드리게스(27·멕시코·11위)에게 경기 종료 1초 전 리버스 엘보 공격을 허용해 충격의 KO패를 당한 정찬성은 1라운드부터 신중한 모습이었다. 탐색전을 벌이며 상대의 빈틈을 찾았다. 예상보다 기회는 빨리 왔다. 1라운드 30초 모이카누가 왼손 잽을 내는 순간 이를 피한 정찬성은 오른손 펀치를 모이카누의 턱에 적중시켰다. 뒤이어 날아온 정찬성의 왼손 훅 연타를 맞은 모이카누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정찬성은 기회를 안 놓쳤다. 모이카누 위로 올라간 정찬성은 그의 머리를 향해 파운딩 공격을 퍼부었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파운딩에 모이카누가 방어를 못 하자 주심은 경기를 중단시키고 정찬성의 TKO 승리를 선언했다. 정찬성의 다음 상대는 페더급 ‘톱 5’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페더급 톱 5에는 챔피언 맥스 홀러웨이(28·미국)를 비롯해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31·호주·1위) 및 앞서 대결이 무산된 프랭키 에드거(38·미국·4위) 등이 포진해 있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왼손 에이스들이 선보이던 팽팽한 투수전은 6회 균열이 생겼다. KIA 양현종(사진)과 5회까지 ‘0’의 대결을 펼치던 LG 차우찬은 투구 수 80개가 넘은 6회초 급격히 무너졌다. KIA 선두타자 나지완에게 안타를 허용한 그는 1사 1루에서 연속 볼넷을 내준 뒤(1사 만루) 희생플라이로 첫 실점을 했다. 이후 다시 연속 안타로 4점째를 내주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차우찬 강판 이후 승계 주자까지 홈을 밟아 그의 실점도 5점으로 늘었다. 지난달 19일 이후 한 달 넘게 ‘등판=승리’ 공식을 써온 양현종의 개인 7연승이 일찌감치 확정된 순간이다. 타선 지원을 등에 업고 7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친 양현종은 KIA의 7-0 승리를 이끌고 시즌 8승(7패)째를 거뒀다. SK는 최정, 이재원의 홈런포 두 방을 앞세워 두산을 3-2로 꺾고 두산과의 주말 3연전을 모두 이겼다. 두산은 1회초 1사 3루에서 최주환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내며 스위프 패 탈출에 안간힘을 썼지만 1회말 최정에게 1점, 4회말 이재원에게 2점 홈런을 내주며 역전당했다. 9회초 1점을 추격한 뒤 1사 만루 기회를 잡았지만 끝내 재역전에 실패했다. 선두 SK는 2위 두산과의 승차를 4경기 차로 벌렸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1차 지명 대상자들의 ‘한 끗’ 차가 팀의 희비도 갈랐다. 21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3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2회전에서 성남고가 야탑고를 6-3으로 꺾고 16강전에 올랐다. 주말리그 경기권A 1위(야탑고), 서울권B 3위(성남고)로 전력이 탄탄한 두 팀의 대결은 이날 최고의 관심사였다. 성남고에는 두산이 1차 지명 여부를 두고 고민 중인 이종민과 이주엽이, 야탑고에는 SK의 1차 지명 대상자인 오원석, 안인산(이상 3학년)이 각각 마운드 주축으로 활약하기 때문이다. 박성균 성남고 감독과 야탑고 유격수 박민(3학년)의 ‘부자’ 대결(?)도 이색 볼거리였다. 우선 선발로 나온 성남고 이종민과 야탑고 오원석은 나란히 제 몫을 했다. 이종민은 6이닝 7탈삼진 4피안타 3실점으로, 오원석은 6과 3분의 2이닝 7탈삼진 6피안타 2실점(1자책)으로 임무를 완수했다. 두 팀 선발들의 호투 속에 ‘0’의 균형이 4회까지 이어졌고 5회초 첫 득점(야탑고·1점)이 나왔다. 양 팀의 운명은 두 번째로 마운드에 오른 또 다른 간판들의 활약에 갈렸다. 이종민에 이어 등판한 이주엽은 최고 시속 146km의 빠른 강속구를 앞세워 3이닝 5탈삼진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종민 못지않은 이주엽의 활약에 두산 관계자들도 또 한 번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반면 오원석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안인산은 아웃 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하고 3피안타 1볼넷을 내주며 3실점했다. 팀이 역전패를 당하며 패전의 멍에도 안았다. 야수 중에서는 성남고 1학년 포수 이주헌의 활약이 돋보였다. 마운드 위 ‘형님’들을 안정적으로 리드한 이주헌은 이날 공격에서 9번 타자로 나서 2타수 2안타 2타점으로 쏠쏠한 활약을 선보였다. 야탑고 박민은 3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침묵했다. 유신고는 신일고에 14-7, 7회 콜드승을 거뒀다. KT 1차 지명이 유력한 소형준을 비롯해 ‘고교 최고 포수’로 꼽히는 강현우(이상 3학년) 등 프로에서 눈독을 들이는 선수가 많아 강력한 우승 후보로 평가받는 유신고는 경기 초반 마운드가 무너지며 신일고와 5회초까지 7-7 시소게임을 펼쳤다. 선발 허윤동이 1과 3분의 1이닝 3실점(2자책), 구원 등판한 소형준도 3과 3분의 1이닝 4실점(1자책)으로 부진했다. 하지만 5회말 2점, 6회말 5점을 낸 화끈한 방망이 덕을 보며 경기 막판 웃었다. 이성열 유신고 감독은 “투수들이 전국대회 첫 무대에서 다소 부담감을 가졌던 것 같다. 첫 승을 거둔 만큼 좀 더 나아지리라 본다”고 말했다. 성남고와 유신고는 16강전에서 8강 티켓을 두고 24일 맞대결을 벌인다. 세광고는 선린인터넷고를 6-1로 꺾었다. 세광고 선발 박계륜(3학년)은 5회 1사까지 노히트노런 행진을 이어가는 등 5이닝 1피안타 3탈삼진 3볼넷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배재고는 광주진흥고에 1, 2회 3점을 내주며 0-3으로 끌려가다 3, 4회 각각 3점을 내며 역전승(6-5)을 거뒀다. 나란히 16강에 오른 세광고와 배재고는 25일 8강 길목에서 격돌한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첫 전국대회라 이를 악물었습니다.” 21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신일고와의 경기에서 4타수 4안타(1홈런) 4타점 2득점 맹활약을 선보인 유신고 오진우(3학년·사진)는 경기 후 모처럼 활짝 웃었다. 올 시즌 고교야구 주말리그 전·후반기 12경기에서 46타수 10안타(타율 0.217)로 부진했던 오진우는 이날 그간의 부진을 털어내는 맹활약으로 팀의 14-7, 7회 콜드게임 승리를 이끌었다. 고교야구 최강의 ‘원투펀치’로 평가받는 소형준과 허윤동, 지난해 황금사자기 홈런왕 강현우(이상 3학년) 등 쟁쟁한 선수가 많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유신고는 부담감 탓인지 경기 초반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선발 허윤동에 이어 소형준까지 모두 나왔지만 5회초까지 7점을 내줘 이때까지 7-7,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오진우의 맹활약이 소중했던 이유다. 1-1로 맞선 1회말 무사 만루에서 좌익수 앞 적시타(2타점)로 손맛을 본 오진우는 3-6으로 뒤지던 3회말 목동구장 왼쪽 담장을 넘기는 1점 홈런을, 6-6으로 맞선 4회말 우익수 앞 적시타(1타점)를 쳤다. 오진우의 맹타 덕에 유신고는 초반의 위기를 잘 이겨냈다. 유신고가 9-7로 앞서던 6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선 오진우는 중견수 앞 안타를 치며 팀이 5점을 내는 데 선봉장 역할을 했다. 자신감을 완벽히 회복한 오진우는 황금사자기 우승을 목표로 삼았다. 그는 “(5번 타순인) 내가 잘해야 팀도 편하게 경기를 할 수 있다”며 “더 잘해서 프로무대에 진출해 롤모델인 박병호, 최정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메이저리그(MLB) 평균자책점 전체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류현진(32·LA 다저스·사진)이 선발 일정 조정으로 올스타전 출전 확률이 높아졌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20일 샌프란시스코와의 경기를 앞두고 “선발 투수들에게 휴식을 주기 위해 21일 선발로 훌리오 우리아스가 선발 등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1일 우리아스가 샌프란시스코전에 나서며 당초 등판 예정이던 워커 뷸러가 22일, 류현진이 23일 콜로라도와의 안방경기에 나서게 됐다. 올스타전을 향한 일정도 여유로워졌다. 종전 순번상 류현진의 올스타전 휴식기 전 마지막 등판은 다음 달 8일 샌디에이고전으로 예정돼 10일 올스타전 등판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었지만 일정 조정으로 다음 달 4일 애리조나와의 안방경기에 등판한 뒤 올스타전 휴식기를 맞게 된다. 지금 같은 호투 행진을 이어간다면 일정상 올스타전 등판에 장애물은 없는 셈이다. 올스타전을 향한 가장 ‘험난한 산’은 28일 콜로라도와의 방문경기 등판이다. 콜로라도의 안방인 쿠어스필드는 미국 덴버의 해발 1600m 고지대에 있어 타구의 공기 저항이 적다. 그렇기에 타자들에게 천국, 투수들에게 지옥으로 불린다. 류현진의 호투로 최근 회자되는 ‘제구력의 마법사’ 그레그 매덕스조차 쿠어스필드에 14번 등판해 8승 2패를 거뒀지만 평균자책점은 5.19(ML 통산 3.16)였을 정도로 어려운 곳이었다. 류현진도 쿠어스필드에서 통산 4경기 1승 3패 평균자책점 7.46으로 부진했다. 류현진은 이미 5일 쿠어스필드와 함께 투수 지옥으로 악명 높은 애리조나 안방 체이스필드에서 과거의 부진(통산 7경기 2승 2패 평균자책점 4.89)을 딛고 7이닝 3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를 챙겼다. 부상에서 완벽한 부활을 알리고 있는 류현진이 쿠어스필드마저 정복하고 올스타전 마운드에 당당히 오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롯데는 9회초까지 한화에 7-3으로 앞섰다. 주중 3연전 3연승을 눈앞에 둔 듯했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었다. 롯데는 20일 대전 방문경기에서 9회말 구원투수 박진형(25)이 한화 이성열(35·사진)에게 끝내기 만루홈런을 허용하는 등 7점을 내주며 7-10으로 역전패했다. 이성열의 끝내기 만루홈런은 2004년 KBO리그 1군 데뷔 후 개인 첫 기록이다. 최근 7연패로 9위로 추락한 한화는 이날 극적인 승리로 최하위 롯데와의 승차를 2.5경기 차로 벌렸다. 한화는 4점 뒤진 채 시작한 9회말 지성준과 장진혁의 연속 안타와 변우혁의 볼넷으로 맞은 무사 만루에서 노시환의 우익수 희생 플라이로 추격을 시작했다. 한화는 1사 1, 3루에서 정은원의 1루 땅볼 때 롯데 투수 구승민의 악송구로 1점을 보태 5-7까지 추격했다. 강경학의 삼진으로 2사 1, 3루에서 호잉의 타석 때 구승민의 폭투로 1점 차까지 쫓아간 한화는 김태균의 고의 볼넷으로 맞은 2사 만루에서 이성열이 시즌 첫 끝내기 만루홈런으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두산 에이스 린드블럼(32)은 NC를 6연패에 빠뜨리며 다승 단독 1위에 올라섰다. 두산은 NC와의 경기에서 린드블럼의 6이닝 2실점을 앞세워 14-2로 승리해 4연승을 달렸다. 이날 11승째를 챙긴 린드블럼은 산체스(20·SK·10승)를 제쳤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꽃범호’ 이범호(38·KIA)가 최근 은퇴를 선언했다.KIA는 17일 “이범호가 구단과 면담을 하고 현역 생활을 마무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발표했다. 이범호도 “성장하는 후배들과 팀의 미래를 위해 선수 생활을 마치기로 결심했다. 향후 지도자로 후배들과 즐겁고 멋진 야구를 해보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지난해 20홈런을 기록하며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노익장을 과시한 이범호였지만 최근 햄스트링 등 잦은 부상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기 힘들다고 판단하자 미련 없이 유니폼을 벗기로 마음먹었다. 2016시즌 이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KIA와 최대 4년 36억 원에 계약을 맺어 의지만 있다면 내년까지 현역 생활도 가능했다.‘용단’을 내린 이범호에 KIA도 9년 간 헌신했던 그의 마지막에 ‘꽃길’을 놔주기로 했다. 다음달 13일 한화와의 광주경기에서 이범호의 은퇴식이 열린다. 안방 팬뿐 아니라 2011년 KIA 유니폼을 입기 전 몸담았던(2000~2009년) 친정팀의 선수, 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은퇴할 수 있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 이번 행사는 KIA 출신(데뷔 기준)이 아닌 선수의 첫 은퇴식이다.뿐만 아니다. 2000년 KBO리그 데뷔 후 19시즌(2010년 일본 제외) 동안 1995경기에 출장한 이범호는 의미 있는 숫자가 될 ‘2000경기’ 출전도 약속 받았다. 박흥식 감독대행은 “곧 선수단에 합류해 다음달 13일까지 1군과 함께하며 자신이 뛰었던 야구장을 모두 돌아보게 될 거다. 적당한 시점에 5경기도 소화할 수 있게 하겠다”라고 말했다.어쩌면 이범호라 누릴 수 있을 특전들이다.2000년 한화에서 데뷔한 이범호는 데뷔 초기에 주목받지 못했다. 같은 해 천안북일고 출신1차 지명 신인 조규수가 데뷔시즌 10승을 거두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이듬해 또 다른 천안북일고 출신의 1차 지명 신인 김태균이 데뷔시즌 20홈런으로 신인왕을 거머쥐었다.하지만 이범호는 타고난 근성, 노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창출했다. 2002년 한화의 주전 3루수로 자리 잡은 뒤 2004년부터 매년 20홈런 이상을 보장하는 믿을만한 3루수가 된 이범호는 2006,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도 출전했다. 특히 2009 WBC 일본과의 결승전 당시 9회말 2사 1, 2루에서 다르빗슈 유를 상대로 동점 적시타를 때려 큰 경기에 강한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이를 계기로 2010년 일본(소프트뱅크)에도 진출하기도 했다.그의 별명 꽃범호는 “야구는 몰라도 꽃범호는 안다”는 말이 돌았을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KBS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였던 ‘꽃보다 아름다워’(2004년) 출연자 오지헌과 외모가 비슷해 팬들로부터 이 별명을 얻은 이후 그야말로 꽃 같은 활약을 했다. 2009년 WBC 이후 오지헌이 한 개그프로에 나와 “예전엔 이범호가 나를 닮았다고 했는데, 요새는 내가 이범호를 닮았다고 한다”고 인정했을 정도였다.한화에서 10년, KIA에서 9년을 활약하며 KBO리그에서 이범호가 기록한 성적은 타율 0.271, 1726안타, 329홈런, 1125타점, 954득점. 홈런은 KBO리그 역대 5위 기록이자 3루수 최다 기록이다. 특히 큰 경기와 찬스에 강했던 이범호가 쏘아올린 17개의 만루홈런은 독보적인 1위로 2위(심정수·12개)와 무려 5개나 차이가 난다. 2017년 당시에는 KIA를 우승으로 이끌며 챔피언 반지를 손에 끼기도 했다. 부상 등을 제외하면 선수생활 대부분 한 시즌 100경기 이상 출전해 홈런 20개 이상을 치는 꾸준함을 보여 한화, KIA팬을 막론하고 많은 사랑을 받았다.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열흘 붉은 꽃은 없다’는 뜻으로 권력 혹은 아름다움 같은 좋은 건 오래 못 간다는 걸 꼬집으려 할 때 이 표현을 쓴다. 하지만 항상 겸손히 땀 흘리며 노력해왔던 KBO리그를 대표하는 꽃은 주변의 많은 관심과 사랑 속에 역사상 가장 오래 피다 졌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18일 서울 신월구장에서 열린 제73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부산고와 경남고의 맞대결은 스카우트들의 최고 관심사였다. 1982년 KBO리그 출범 이후 경남고가 155명(역대 4위), 부산고가 153명(공동 5위)의 프로선수를 배출했을 정도로 우수한 선수들이 많은 팀인 데다, 부산 지역의 오랜 라이벌이 1회전부터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 경남고가 부산고를 압도했지만 올해 4월 고교야구 주말리그 첫 맞대결에서는 부산고가 경남고를 6-4로 꺾으며 전반기 부산·제주권에서 1위(6승)에 오르는 등 전력이 탄탄해져 부산고의 ‘수성’, 경남고의 ‘설욕’ 여부에도 관심이 쏠렸다. 같은 시간 목동구장에서도 1회전 경기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10개 구단 스카우트팀장 및 메이저리그(MLB) 스카우트 관계자들이 두 팀의 경기가 열리는 시각에 맞춰 일제히 신월구장으로 몰려 규모가 작은 신월구장은 오랜만에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소문난 잔치’답게 실책 없는 명경기가 펼쳐졌다. 경남고는 롯데의 1차 지명이 유력한 에이스 최준용(3학년)을 앞세웠다. 부산고는 주말리그 첫 경기에서 타도 경남고의 선봉에 섰던 한승주(당시 7이닝 2실점 승리) 대신 최종인, 신용상(이상 3학년)을 1이닝씩 ‘오프너’로 내세우는 전략을 썼지만 결코 경남고에 밀리지 않았다. 양 팀의 ‘0-0’ 균형은 3회말 부산고 에이스 한승주가 마운드에 오른 뒤 깨졌다. 선두타자 이상돈(2학년)에게 볼넷을 내준 한승주는 보크(무사 2루), 번트안타에 이은 1루주자 도루까지 허용해 무사 2, 3루 위기를 맞은 뒤 외야뜬공으로 1점을 내줬다. 하지만 첫 실점 이후 평정을 찾으며 4회부터 8회까지 삼자범퇴 행진을 이어갔다. 에이스가 호투하는 사이 부산고 타선은 5회초 맞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경남고 최준용이 몸에 맞는 공 2개를 내주며 흔들린 틈을 타 홍재민(1번), 정현수(2번·이상 3학년)가 연속 2루타를 치며 3점을 뽑아 역전(3-1)에 성공했다. 이후 다시 투수전 양상이 전개되며 경기는 3-1, 부산고의 승리로 끝났다. 승리, 패전투수로 희비가 갈렸지만 부산 대천중의 원투펀치로 활약했던 각 학교 에이스들은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부산고 한승주는 7이닝 2피안타 7탈삼진 1실점으로, 경남고 최준용은 7과 3분의 1이닝 4피안타 6탈삼진 3실점으로 호투했다. 김성현 부산고 감독은 “올해부터 경남고를 잡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선수들 사이에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기고 서로에 대한 믿음도 높아졌다”며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투수들이 많은 게 우리 팀의 큰 장점이다. 황금사자기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목동구장에서는 ‘약체’로 평가받던 원주고가 전통의 강호 경북고를 6-2로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이날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 원주고 이병길(3학년)은 5이닝 동안 경북고 타선을 4피안타 2탈삼진 1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승리의 선봉장이 됐다. 타선에서는 7, 9번 타순에 포진한 김재훈, 김영훈(이상 3학년)이 각각 2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인상고는 도개고를 6-3으로, 물금고는 부천고를 5-1로, 배재고도 부산공고를 5-1로 꺾고 2회전에 진출했다. 광명공고는 2004년 서울대 야구부의 최초 승리를 이끈 탁정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신생팀’ 세현고에 10-3, 7회 콜드승을 거두고 2회전에 올랐다. 이날 예정된 비봉고, 선린인고의 경기는 우천으로 하루 연기됐다.김배중 wanted@donga.com·이헌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