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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제누비아2호가 좌초하기 전 ‘바다의 관제탑’인 해상교통관제센터(VTS)가 이상징후를 전혀 감지하지 못한 이유를 해양경찰이 수사하는 가운데, VTS 관제사 1명당 책임져야 하는 해역이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보다 넓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관제사 과실 여부를 넘어 업무 과중, 장비 활용 방식 등 관제 체계 전반의 취약성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남시 크기의 해역을 1명이 감시전남 목포해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는 19일 오후 8시 13분경 통상 항로에서 벗어나 약 1.6km 항해하다가 3분 후인 8시 16분경 신안군 장산면 족도에 충돌했다. 하지만 담당인 목포 VTS 관제사는 이를 경고하지 않았고, 배가 좌초한 뒤 일등 항해사의 신고를 받고서야 상황을 인지했다. 이를 두고 “항로 이탈과 충돌 위험을 선박에 경고하는 VTS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해경은 “사고 당시 이미 경로를 이탈한 또 다른 선박에 집중하고 있었다”는 담당 관제사의 진술을 토대로 과실 여부를 따지고 있다. 목포 VTS는 선박이 족도에서 300m 이내로 접근하면 경보를 울리는 레이더를 갖추고 있는데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도 파악 중이다. 목포 VTS 측은 “항로 준수 의무가 없는 소형 선박에 대한 경보가 너무 자주 울려서 정상적인 관제에 방해가 돼 평소 끄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관제사 사이에서는 ‘1명이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반론도 나온다. 목포 VTS의 관제 범위는 진도에서 목포까지 총 352㎢로 하루 평균 260척이 오간다. 이 중 사고 지점이 포함된 3번 섹터는 147.2㎢²로 경기 성남시(141㎢)보다 넓다. 이 섹터를 관제사 2명이 1시간 30분마다 교대로 관제한다. 즉, 성남시보다 넓은 해역을 관제사 1명이 맡는 구조다.● 세월호 이후 관제사 1명당 해역 1.3배로관제사 1명이 담당하는 해역이 이렇게 넓은 이유는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감시 대상을 지속해서 넓혀 왔기 때문이다. 2014년 11월 총 1만9336㎢였던 전국 VTS 관제 면적은 이달 기준 4만3908㎢로 2.3배로 넓어졌다. 그러나 같은 기간 관제사 인력은 347명에서 611명으로 1.8배로 느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관제사 1명당 평균 담당 해역은 55.7㎢에서 71.9㎢로 1.3배로 늘었다. 관제사들은 “담당 해역 내 모든 상황을 분초 단위로 통제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호소한다. 신호등도 없이 조류가 실시간으로 바뀌는 해상에서 급정거하는 선박이나 탐지가 어려운 소형 배 등 수십 척이 뒤엉켜 움직이는 것을 지켜보려면 강한 집중력이 요구된다는 얘기다. 국제항로표지협회(IALA) 기준에 따르면 관제석 1개당 최소 9.4명의 관제사가 필요하지만 목포 VTS는 6명 수준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관제사를 늘리지 않고 감시 해역을 넓히는 것은 업무 과중을 발생시켜 해상교통안전 역할 수행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승기 한국해양대 해양경찰학부 교수는 “한국은 VTS 관할 면적이 비정상적으로 넓다”며 “중점 감시 해역 지정이나 장비 고도화 등을 통해 관제사의 피로도를 낮추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조타실 비운 선장에게도 구속영장 신청 한편 해경은 23일 중과실치상과 선원법 위반 혐의로 퀸제누비아2호 선장 김모 씨(65)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 씨는 사고가 난 곳처럼 좁은 수로에서 선박 조종을 직접 지휘해야 한다는 법령을 어긴 혐의를 받는다. 해경은 특히 김 씨가 최근 2년 동안 좁은 해역을 통과할 때 조타실에서 선박 조종을 한 번도 지휘하지 않은 정황을 포착하고 습관적인 이탈이 사고의 배경이 됐는지 조사하고 있다. 그에 앞서 중과실치상 혐의로 구속된 일등항해사 박모 씨(40)와 인도네시아인 조타수(41)는 사고 당시 각각 휴대전화와 전자 나침반을 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퀸제누비아2호가 좌초하기 전 ‘바다의 관제탑’인 해상교통관제센터(VTS)가 이상징후를 전혀 감지하지 못한 이유를 해양경찰이 수사하는 가운데, VTS 관제사 1명당 책임져야 하는 해역이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보다 넓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관제사 과실 여부를 넘어 업무 과중·장비 활용 방식 등 관제 체계 전반의 취약성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남시 크기의 해역을 1명이 감시전남 목포해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는 19일 오후 8시 13분경 통상 항로에서 벗어나 약 1.6km 항해하다 3분 후인 8시 16분경 신안군 장산면 족도에 충돌했다. 하지만 담당인 목포 VTS 관제사는 이를 경고하지 않았고, 배가 좌초한 뒤 일등 항해사의 신고를 받고서야 상황을 인지했다. 이를 두고 “항로 이탈과 충돌 위험을 선박에 경고하는 VTS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해경은 “사고 당시 이미 경로를 이탈한 또 다른 선박에 집중하고 있었다”는 담당 관제사의 진술을 토대로 과실 여부를 따지고 있다. 목포 VTS는 선박이 족도에서 300m 이내로 접근하면 경보를 울리는 레이더를 갖추고 있는데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도 파악 중이다. 목포 VTS 측은 “항로 준수 의무가 없는 소형 선박에 대한 경보가 너무 자주 울려서 정상적인 관제에 방해가 돼 평소 끄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다만 관제사 사이에서는 ‘1명이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반론도 나온다. 목포 VTS의 관제 범위는 진도~목포까지 총 352㎢로 하루 평균 260척이 오간다. 이 중 사고 지점이 포함된 3번 섹터는 147.2㎢로 경기 성남시(141㎢)보다 넓다. 이 섹터를 관제사 2명이 1시간 30분마다 교대로 관제한다. 즉, 성남시보다 넓은 해역을 관제사 1명이 맡는 구조다.● 세월호 이후 관제사 1명당 해역 1.3배로관제사 1명이 담당하는 해역이 이렇게 넓은 이유는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감시 대상을 지속해서 넓혀 왔기 때문이다. 2014년 11월 총 1만9336㎢였던 전국 VTS 관제 면적은 이달 기준 4만3908㎢로 2.3배로 넓어졌다. 그러나 같은 기간 관제사 인력은 347명에서 611명으로 1.8배로 느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관제사 1명당 평균 담당 해역은 55.7㎢에서 71.9㎢로 1.3배로 늘었다.관제사들은 “담당 해역 내 모든 상황을 분초 단위로 통제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호소한다. 신호등도 없이 조류가 실시간으로 바뀌는 해상에서 급정거하는 선박이나 탐지가 어려운 소형 배 등 수십 척이 뒤엉켜 움직이는 것을 지켜보려면 강한 집중력이 요구된다는 얘기다.국제항로표지협회(IALA) 기준에 따르면 관제석 1개당 최소 9.4명의 관제사가 필요하지만 목포 VTS는 6명 수준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관제사를 늘리지 않고 감시 해역을 넓히는 것은 업무 과중을 발생시켜 해상교통안전 역할 수행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승기 한국해양대 해양경찰학부 교수는 “한국은 VTS 관할 면적이 비정상적으로 넓다”며 “중점 감시 해역 지정이나 장비 고도화 등을 통해 관제사의 피로도를 낮추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조타실 비운 선장에게도 구속영장 신청한편 해경은 23일 중과실치상과 선원법 위반 혐의로 퀸제누비아2호 선장 김모 씨(65)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 씨는 사고가 난 곳처럼 좁은 수로에서 선박 조종을 직접 지휘해야 한다는 법령을 어긴 혐의를 받는다. 해경은 특히 김 씨가 최근 2년 동안 좁은 해역을 통과할 때 조타실에서 선박 조종을 한 번도 지휘하지 않은 정황을 포착하고 습관적인 이탈이 사고의 배경이 됐는지 조사하고 있다.그에 앞서 중과실치상 혐의로 구속된 일등항해사 박모 씨(40)와 인도네시아인 조타수(41)는 사고 당시 각각 휴대전화와 전자 나침반을 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충전 중에는 한눈팔 수가 없어요. 불이라도 날까 봐 계속 지켜보다 완충되자마자 바로 코드를 뽑죠.” 배달업에 종사하는 임모 씨(51)는 전기 오토바이 배터리를 충전할 때마다 옆을 지킨다. 집 안에서 충전 중인 배터리를 방치했다가 화재가 발생할까 우려돼서다. 잠들기 전에는 콘센트를 반드시 분리한다고 했다. 임 씨는 “배터리 사고 소식을 자주 접하면서 더 조심하게 된다”며 “과충전 방지 기능이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등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최근 전기 이륜차 배터리 화재가 잇따르면서 이용자들 사이에서 실내 충전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전기 이륜차 보급이 늘면서 관련 화재의 비중도 커졌다. 소방청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 등 개인형 이동장치(PM)에서 발생한 화재는 596건으로, 전체 배터리 화재의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 그러나 안전한 충전 인프라는 요원한 상태다. 전기차는 주차장 등 실외 충전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반면 전기 이륜차는 상당수가 실내 콘센트에 의존하고 있다. 정부가 실외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BSS)’을 확대하고 있지만, 기종별 호환성이 일정하지 않아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천 시 이용이 어렵다는 점도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실내 충전은 위험하고 실외 충전은 불편해 이용자들이 ‘충전의 딜레마’에 놓여 있는 셈이다.● “예비부부·모자 사망 공통점은 ‘실외 충전 불가’”최근 서울에서 잇따라 발생한 비극적 화재 역시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그대로 드러냈다. 이달 5일 중랑구 면목동 다세대주택 1층에서 난 불로 한 예비부부가 숨진 사고가 대표적이다. 경찰 조사 결과 실내에서 전기 이륜차 배터리를 충전하던 중 발화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해당 모델의 배터리는 정부가 확대 중인 BSS와 호환되지 않는 제품으로 확인됐다. 실내 충전 외엔 선택지가 없었던 것이다. 8월 17일 마포구 창전동 아파트 화재 역시 동일한 패턴이었다. BSS에서 충전할 수 없는 전동 스쿠터 배터리에서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불로 20대 아들과 60대 어머니가 숨졌다. 두 사건 모두 실외 충전 인프라를 이용할 수 없었다는 점, 그 결과 이용자가 위험한 실내 충전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 공통으로 확인됐다. 해외는 상황이 다르다. 중국은 전기 이륜차 시장 규모가 크고 화재 사고가 잦아지자 실내 충전 금지 규제를 강하게 시행 중이다. 실내나 공용 공간에서 배터리를 충전하면 최대 1000위안(약 20만6000원), 상하이의 경우는 집 안에 배터리를 들여놓기만 해도 최대 500위안(약 10만3000원)을 부과한다. 실내 충전을 원천 금지할 만큼 화재 리스크가 잘 알려져 있을 뿐 아니라, 실외 충전 인프라가 충분하기 때문에 이런 규제를 시행할 수 있었다.● “150종 전기 이륜차, 제각각 50종 배터리” 반면 국내 전기 이륜차 시장은 사실상 ‘규격 전쟁터’에 가깝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는 150여 종의 전기 이륜차가 유통 중이며, 사용하는 배터리 규격만 50여 종에 이른다. 이 중 BSS에서 호환되는 제품은 일부 국산 모델뿐이다. 상당수를 차지하는 중국산 전기 이륜차의 배터리는 규격이 모두 달라 BSS에서 사용할 수 없다. 윤성훈 중앙대 융합공학과 교수는 “전기 이륜차 배터리는 중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들여와 모델이 제각각”이라며 “표준이 없어 이용자로선 실내 충전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인프라 부족도 문제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보조금을 받은 배터리 교환형 전기 이륜차가 3429대였지만, BSS는 661기에 그쳤다. 이 중 절반인 306기가 서울에 몰려 있어 비수도권에선 사실상 사용하기 어렵다. 환경부 관계자는 “공식 보조금을 받지 못한 전기 이륜차까지 더하면 실제 BSS 보급률은 숫자보다 더 낮다”고 말했다. 수요는 전국적인데 공급은 수도권에 집중된 셈이다. 가격 장벽도 높다. 전기 이륜차는 배터리를 월 단위로 렌털하는 방식이 많다. 그런데 BSS 호환 배터리의 렌털비는 일반 충전용 배터리의 2, 3배 수준이다. 한 렌털업체 관계자는 “학생이나 배달 초보 등 주요 이용자는 비용 때문에 BSS 사용을 포기한다”며 “실내 충전이 위험한 걸 알면서도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도 ‘표준화’ 나섰지만… 최소 3∼5년 걸려 정부도 이러한 난맥상을 알고 표준화에 나서고 있다. 환경부는 올해 3월 ‘2025년 전기 이륜차 배터리 교환형 충전시설 설치 보조사업 운영 지침’을 확정하고 50억 원을 투입해 BSS 500기 설치를 지원하기로 했다. 서울시도 내년까지 전기 이륜차 비중을 20%까지 늘리겠다며 국가 표준(KS) 교환 스테이션 도입을 추진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 등 민간 기업들도 자체 BSS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표준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실제 표준 배터리 제품 출시, 기존 차량의 호환성 전환, 충전소 설치 등을 모두 해내려면 최소 3∼5년이 걸린다는 관측이 많다. 윤 교수는 “전기 이륜차 배터리는 재료, 모양, 용량이 모두 달라 표준화가 어려운 편”이라며 “안전 문제 시범 검증 등까지 하면 단기간에 인프라 확장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충전 기기 자체의 안전도 과제로 남아 있다. 비가 올 때 바깥에서 배터리를 교체하면 배터리와 충전 기기 등에 물이 묻을 수 있다. 전기차의 경우 차체 깊숙이 배터리가 있지만 배터리 교환형 이륜차는 직접 배터리를 꺼내 교환해야 하므로 젖기 쉬운 구조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BSS는 우천 시 안전 문제로 쓰기 어렵다”며 “설치를 하더라도 안전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하고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내 충전 불가피하면 최소 안전 수칙이라도”결국 이용자들은 당분간 실내 충전을 피할 수 없는 만큼, 안전 수칙을 지키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방어선이다. 소방청은 올해 8월 △현관·출입구 인근 충전 금지 △과충전 금지 △충전기 주변 정리 △정품 충전기 사용 △배터리 손상 시 즉시 교체 등을 권고했다. 소방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실내 충전이 불가피한 만큼 주변 발화 위험을 없애고 충전 중 자리를 비우지 않는 등 생활 속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만약’의 상황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리튬이온 배터리는 일반 분말 소화기로는 진화가 어렵고 화재가 나면 빠르게 온도가 치솟는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배터리 화재에는 다량의 물이 가장 효과적”이라며 “여차할 때 욕조 등에 배터리를 담가 진화를 시도할 정도로, 집 안에서 준비할 수 있는 모든 안전책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한채연 인턴기자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졸업}

퀸제누비아2호는 좌초 직전 약 3분간 통상 경로를 벗어났지만, 해상교통관제센터(VTS)는 이런 이상 징후를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처럼 ‘바다의 관제탑’이 제 역할을 못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김황균 전남 목포해양경찰서 수사과장은 브리핑에서 “(좌초 전) ‘목포 관할에 진입했다’는 보고 외에 (배와 목포광역VTS 사이에) 교신 내역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퀸제누비아2호는 통상 경로에서 벗어나 약 1.6km를 항해하다가 족도를 들이받았는데, VTS가 이를 사전에 경고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VTS는 레이더와 자동식별장치 등을 활용해 항로 이탈, 충돌 위험 등을 실시간 감시하고 위험 시 선박에 즉각 경고·지시를 내리는 ‘해상 교통관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이번 사고에선 VTS 담당 관제사는 퀸제누비아2호가 19일 오후 8시 16분경 신안군 장산면 족도에 좌초한 후에야 일등 항해사의 신고를 받고 상황을 인지했다.목포광역VTS 측은 “관할 해역에 배가 총 5척 있었고, 관제사가 이미 항로를 벗어난 또 다른 선박을 집중 모니터링하고 있어 퀸제누비아2호에 집중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참사 때도 진도VTS는 배가 100도 이상 급선회하는 등 이상 징후를 알아채지 못하고 11분 후에야 처음 교신해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목포광역VTS는 “송구하다. 관제 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발생 해역이 섬과 섬 사이 좁은 수로였다는 점에서도 세월호 참사와 닮았다. 신안군 일대 해역은 ‘천사(1004)의 섬’으로 불릴 만큼 암초와 무인도가 많다. 2014년 세월호도 협로이자 물살이 강한 맹골수도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과속하며 적절한 대응에 실패했다. 늦은 선내 방송도 세월호를 떠올리게 했다. 퀸제누비아2호에 탔던 다수 승객은 “사고 직후 승조원이 혼란스러워했고, 약 30분 후에야 ‘구명조끼를 입으라’ 등 비상 집결 안내가 나왔다”고 증언했다. 세월호 당시엔 대피 안내 대신 ‘현 위치 대기’ 방송이 반복돼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이 크게 지연된 바 있다. 그럼에도 퀸제누비아2호 사고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해경의 빠른 대응 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세월호 때 해경은 외부 구조에 치중하며 초기 선체 진입이 늦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현장 도착 직후 선체로 직접 진입해 승객을 신속히 대피시키는 데 성공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목포=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박경수 ㈜PSK홀딩스 회장(사진)이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이끌 인재 양성을 위해 10억 원 규모의 ‘한국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장학기금’을 고려대에 기부했다. 19일 고려대에 따르면 이번 기부는 현금 5억 원과 신탁 기부 5억 원으로 이뤄졌다. 현금 5억 원은 고려대에 즉시 전달돼 반도체 분야 인재 장학금으로 활용되며, 나머지 5억 원은 10년간 신탁 운용돼 매년 발생하는 수익금이 장학금으로 지급될 예정이다. 신탁 기간이 종료되는 10년 후에는 원금 5억 원도 전액 고려대에 귀속된다. 특히 장학금은 국내 소재·부품·장비 관련 중소기업 재직자 중 대학원(석·박사) 진학 대상자에게 집중적으로 지급될 계획이다.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생인 박 회장은 “이번 장학기금이 반도체 인재 양성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PSK홀딩스는 2010, 2014, 2015년 총 3차례에 걸쳐 3억 원 이상을 고려대에 기부했다. 이번 10억 원 기부로 ㈜PSK홀딩스의 고려대 누적 기부액은 13억 원을 넘어섰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부터 소셜미디어 X, 음악 감상 플랫폼 스포티파이 등 글로벌 주요 서비스가 특정 업체의 장애로 동시다발적으로 먹통이 됐다. 장애는 3시간여 만에 복구됐지만 극소수 네트워크 인프라 기업에 의존하는 전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의 구조적 취약성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가 니온다.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접속 장애가 보고된 만큼 최소 수천만 명, 최대 수억 명이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 인터넷 배달 네트워크 장애로 전 세계 AI 먹통 이번 장애의 근본 원인은 글로벌 CDN 사업자인 클라우드플레어의 네트워크 라우팅 오류로 파악됐다. 클라우드플레어의 매슈 프린스 최고경영자(CEO)는 회사 블로그를 통해 이번 사태의 원인이 해킹 등 외부 공격에 의한 것이 아닌, 자사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오류 때문이라고 밝혔다. CDN은 쉽게 말해 인터넷 콘텐츠의 ‘배달 네트워크’ 같은 개념이다. 서울에 사는 이용자가 미국 유튜브 등 콘텐츠를 볼 때 이용자의 요청이 미국 서버를 거쳤다가 오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로딩 속도도 느리다. 이에 글로벌 IT 회사들은 세계 각 지역에 분산 네트워크 시스템인 CDN을 두고 각국 이용자에게 데이터를 신속하게 전달하게끔 한다. 특히 AI 서비스는 방대한 데이터를 주고받는 특성 때문에 CDN이 AI의 응답 속도와 안정성을 좌우하는 주요 관문으로 통한다. 이번 사태로 챗GPT 등 AI 서비스에 문제가 생긴 것도 ‘AI 고속도로 톨게이트’ 역할을 하는 CDN에 장애가 생겼기 때문이다. CDN 분야에서 1, 2위를 다투는 클라우드플레어의 장애 파장은 만만치 않았다. 장애 시간은 3시간이었지만 고객사인 오픈AI의 챗GPT와 X,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 등에서 일제히 접속 오류가 발생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와 무디스 신용평가 서비스 등도 장애가 신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도 챗GPT와 X, AWS 접속이 한때 불가능했고,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 역시 일부 장애를 겪었다.● “초연결 사회의 구조적 취약점 노출”전 세계 주요 기업·서비스가 소수의 클라우드·AI 인프라에 의존하면서 이 같은 ‘연결 장애’ 사고는 빈번해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AWS의 미 버지니아주 ‘미 동부 1리전’에서 일어난 장애로 전 세계 기업·공공 서비스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같은 달 MS 애저에서도 장애가 발생했다. 지난해 7월에는 세계 1위 보안업체인 미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업데이트 과정에서 MS 윈도 시스템과 충돌이 발생하며 세계 주요국 IT 체계가 동시다발적으로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각국 주요 항공사의 비행기 운항이 멈췄고 금융 결제, 방송, 의료, 물류 등의 서비스도 차질을 빚었다. 전문가들은 일부 인프라 기업에 대한 과의존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CDN 분야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선 클라우드플레어, 아카마이, AWS의 클라우드프런트 등 소수 기업이 전 세계 시장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 서리대 앨런 우드워드 교수는 “이번 사태는 온라인 서비스들이 소수의 인프라 제공 업체에 얼마나 의존적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구조적 취약성을 극복할 대책으로는 멀티 CDN과 멀티 클라우드로 위험을 분산하는 방법이 거론된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명예교수는 “AI 서비스가 확대될수록 소수의 인프라 기업에만 의존하지 않고 위험을 분산하는 다변화 정책이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클라우드플레어 같은 대형 기업의 서비스가 제일 우수하고 보안 능력도 강하기 때문에 오픈AI 등 빅테크들이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짚었다.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란?멀리 떨어진 곳의 데이터를 최종 이용자에게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통신망 체계.예시: 서울에 있는 이용자가 미국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려 할 때, 미국 서버에 있는 콘텐츠를 이용자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서버에 ‘캐싱’(임시 저장소에 보관)해 전달.장은지 기자 jej@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미국 웹 인프라 기업인 클라우드플레어 장애로 챗GPT 등 인공지능(AI) 주요 서비스가 일시적으로 동시에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전 세계인의 일상에 AI가 깊숙하게 자리 잡으면서, AI 서비스가 소수의 글로벌 인프라 사업자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적 리스크에 계속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7월에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클라우드 장애로 세계 주요국 정보기술(IT) 체계가 마비되면서 항공기 운항이 차질을 빚고 기업들이 혼란에 빠진 바 있다. 이처럼 일부 기업의 오류가 전 세계를 멈추게 할 수 있다는 공포가 반복되며 ‘초연결 사회’의 그림자도 더욱 짙어지는 모습이다. 클라우드플레어는 세계 각국의 사용자가 원하는 콘텐츠에 빠르고 안전하게 접속할 수 있도록 돕는 IT 서비스 기업이다.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약 5분의 1이 클라우드플레어의 네트워크를 거친다. 클라우드플레어 장애 여파로 고객사인 오픈AI의 챗GPT, X(옛 트위터), 스포티파이, 페이스북, 아마존,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 등에서 접속 장애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는 보고가 잇따랐다. 클라우드플레어 내 트래픽 급증으로 촉발된 AI 마비 사태는 18일 오후 8시 30분(한국 시간)경부터 11시 30분경까지 진행됐다. AI 서비스가 동시다발적으로 마비되자 사용자들의 일상도 멈췄다. 약 3시간의 오류였지만 AI를 주로 쓰는 직장인들이 업무를 처리하거나 학생들이 과제 등을 준비하는 데 차질을 빚은 것이다. 회사원 김보민 씨(27)는 “평소 AI로 1시간이면 마쳤을 서류를 작성하는 데 3시간 걸렸다”며 “퇴근 후에도 업무를 마무리하지 못해 결국 19일 새벽에 출근해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이날 한 학부모 카페에선 “수행평가를 준비하던 아들이 챗GPT가 먹통이 되자 (당황하며) 검색엔진에서 정보를 찾아 겨우 마무리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번 사건이 ‘AI 과의존 세계’의 부작용을 단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AI 사용이 개인뿐 아니라 각종 산업, 금융계, 학교, 공공기관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서 AI 인프라의 안정성 확보 없이는 앞으로도 이런 식의 대규모 먹통 피해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재성 중앙대 AI학과 교수는 “해외 기반 AI 서비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오류 발생 시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며 “서버 분산 등 안전장치를 갖춘 국내 AI 시스템을 육성해 서비스 공급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검색 엔진을 열고 ‘옛날식’으로 발표 자료를 준비하느라 오후 11시까지 야근해야 했죠.” 19일 자산운용사에서 근무하는 강모 씨(31)는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전날 사내 발표를 준비하던 중 챗GPT가 먹통이 되자 ‘과거로 돌아간 기분이었다’고 했다. AI를 사용하기 이전보다 자료 검색과 검증에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18일 오후 8시 30분경(한국 시간) 글로벌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 업체 클라우드플레어에서 발생한 네트워크 문제로 챗GPT 등 주요 인공지능(AI) 서비스가 약 3시간 동안 마비되자 “큰 불편을 겪었다”는 이들이 속출했다. 회사원 심준영 씨(32)는 “챗GPT로 해외 영업 제안서를 작성하려는데 갑자기 오류가 나 당황스러웠다”며 “평소 AI로 처리하던 작업이 모두 멈춰 불편함이 컸다”고 했다. 노무사 김모 씨(27)도 의뢰인 서류를 챗GPT 없이 직접 정리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피해는 개인을 넘어 기업 단위로도 확산됐다. 챗GPT를 기본 업무 도구로 제공하는 한 중견 금융사 관계자는 “자료 작성 등 필수 업무가 사실상 중단됐다”며 “평소 쓰지 않던 다른 AI 서비스로 대체하느라 업무 지연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한 화장품업계 관계자 역시 “상품 코드 생성·처리 작업에 챗GPT 의존도가 높은데, AI 없이 진행하느라 업무 시간이 두 배로 늘었다”고 전했다. 과제에 AI를 적극 활용하는 학생들도 혼란을 겪었다. 서울의 한 대학 약학대학에 재학 중인 이모 씨(23)는 “의약품 정보와 성분 정리를 도와주던 챗GPT가 멈추니 ‘생각을 대신해 주던 비서가 사라진 느낌’이었다”며 “일상이 멈춰 선 것 같았다”고 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곳곳에서도 각종 문제가 발생했다. 18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과 ABC방송 등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의 웹사이트가 다운됐다. FERC는 주(州) 간 가스, 석유, 전력의 수송을 감독하는 기관이다. FERC 웹사이트가 먹통이 돼 기업, 법조계, 규제 당국 등이 규제 관련 문서와 정보를 찾을 수 없어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중 하나인 무디스의 신용평가 서비스 웹사이트도 접속 에러가 발생했고, 미국 뉴저지주 교통국과 뉴욕시 비상 관리국도 문제를 겪었다. 유럽에선 프랑스 국영철도회사(SNCF) 웹사이트가 영향을 받았다. SNCF는 웹사이트를 통해 제공되는 철도 운행 관련 정보와 일정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피해 사례가 한때 1만1000개까지 보고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AI에 대한 높은 의존성에 대해 경고했다. 최항섭 한국정보사회학회장은 “AI가 먹통이 됐을 때 복구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 자체가 인간의 능력이 축소된 상태를 방증한다”며 “소수 대형 기업의 AI 사용이 확대될 경우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폭발하는 것처럼 ‘쾅’하는 소리가 났고 지진 나고 건물이 무너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19일 전남 신안군 무인도에 좌초된 2만6546t급 국내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의 탑승객 김모 씨(41)는 구조 직후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사고 당시 다급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김 씨는 “선실에 누워있는데 충격에 몸이 뒤로 밀렸고, 밖에선 고함이 들렸다”며 “나가보니 매점 물건은 다 엎어져 있고 아이가 울고 있었다”고 했다. 오후 8시 16분경 전남소방본부 119상황실에도 긴박한 구조요청 전화가 쇄도했다. 해양경찰 초동 조사와 여객선에 탑승한 승객 등에 따르면 여객선은 ‘쾅’ 소리와 함께 기울었다. 여객선 내 매점 진열대가 충격으로 쓰러지기도 했다. 일부 승객은 혼비백산해 구명조끼를 챙겨입고 갑판으로 뛰어갔다. 한 승객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여객선이) 어디 외딴섬에 기대고 있는 것 같다”며 “공포심에 급하게 선체 맨 위에 올라와 있다”고 적었다.오후 8시 38분경 목포해양경찰서 소속 P-37 경비정이 사고 해역에 처음 도착했다. 경비정 직원은 무선을 통해 “선체가 절반 이상에 섬에 올라타 있다”고 상황을 전파했다. 이후 목포해경 경비함정 22척이 속속 도착했다. 여객선 선체 위에는 해경 헬기가 서치라이트를 비추며 구조 상황을 실시간으로 통제했다.해경은 오후 8시 54분경 여객선에 올라탔고, 이후 여객선 뒤쪽에 경비정 등을 접안해 승객을 1명씩 조심스럽게 이송했다. 구조된 승객 중 5명은 좌초 시 충격으로 허리 통증을 호소했다. 그동안 나머지 승객 중 일부는 갑판 위로 나와 구명조끼를 착용한 채 불안에 떨며 구조를 기다렸다. 오후 10시 반 현재까지 80명이 구조됐다. 구조된 승객은 목포해경 전용부두로 들어왔고, 부상자는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다.한밤중 갑작스러운 사고에 탑승객 가족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탑승객의 동생인 김모 씨는 “오후 9시 반에 언니한테서 ‘배가 쾅 하고 세게 부딪혔다’는 전화가 왔다”면서 “승객은 차에서 귀중품만 가지고 다 구조를 기다리라고 해서, 구명조끼 입고 해경 배로 옮겨 타는 걸 대기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처음에 배가 충돌했는데 안내가 한참 후에 나왔다고 한다”면서 “승객들이 우왕좌왕하고, 탑승한 중국인들도 거의 패닉 상태였다는 것 같다”고 했다.여객선 뱃머리에선 충격으로 인한 것으로 보이는 구멍이 발견됐다. 해경은 침수 등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인원을 투입해 여객선 내 깨진 구멍 부위를 확인하고 있다. 해경과 선사에 따르면 여객선은 스스로 암초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상태다. 해경은 예인선을 동원해 배를 인양할 계획이다. 장산면사무소 직원과 어민들은 승객 30명이 탈 수 있는 큰 어선 1척을 운항해 사고 해역으로 달려갔다. 어민들은 “대형 사고가 난 줄 알고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말했다.해경은 여객선이 항로를 약 3km 벗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사고를 당한 퀸제누비아2호는 이날 오후 4시 45분경 제주항에서 출발했다. 배는 2021년 4월 진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어민은 “큰 여객선은 자동항법장치로 운항하는데 좌초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모든 관계기관은 단 한 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끝까지 총력을 다하라”고 지시했다.신안=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목포=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검색 엔진을 열고 ‘옛날식’으로 발표 자료를 준비하느라 오후 11시까지 야근해야 했죠.”19일 자산운용사에서 근무하는 강모 씨(31)는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전날 사내 발표를 준비하던 중 챗GPT가 먹통이 되자 ‘과거로 돌아간 기분이었다’고 했다. AI를 사용하기 이전보다 자료 검색과 검증에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18일 오후 8시 17분경(한국시간) 글로벌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 업체 클라우드플레어에서 발생한 네트워크 문제로 챗GPT 등 주요 인공지능(AI) 서비스가 약 3시간 동안 마비되자 “큰 불편을 겪었다”는 이들이 속출했다. 회사원 심준영 씨(32)는 “챗GPT로 해외 영업 제안서를 작성하려는데 갑자기 오류가 나 당황스러웠다”며 “평소 AI로 처리하던 작업이 모두 멈춰 불편함이 컸다”고 했다. 노무사 김모 씨(27)도 의뢰인 서류를 챗GPT 없이 직접 정리하느라 진땀을 흘렸다.피해는 개인을 넘어 기업 단위로도 확산됐다. 챗GPT를 기본 업무 도구로 제공하는 한 중견 금융사 관계자는 “자료 작성 등 필수 업무가 사실상 중단됐다”며 “평소 쓰지 않던 다른 AI 서비스로 대체하느라 업무 지연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한 화장품업계 관계자 역시 “상품 코드 생성·처리 작업에 챗GPT 의존도가 높은데, AI 없이 진행하느라 업무 시간이 두 배로 늘었다”고 전했다.과제에 AI를 적극 활용하는 학생들도 혼란을 겪었다. 서울의 한 대학 약학대학에 재학 중인 이모 씨(23)는 “의약품 정보와 성분 정리를 도와주던 챗GPT가 멈추니 ‘생각을 대신해 주던 비서가 사라진 느낌’이었다”며 “일상이 멈춰 선 것 같았다”고 했다.국내 뿐 아니라 해외 곳곳에서도 각종 문제가 발생했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ABC방송 등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의 웹사이트가 다운됐다. FERC는 주(州)간 가스, 석유, 전력의 수송을 감독하는 기관이다. FERC 웹사이트가 먹통이 돼 기업, 법조계, 규제당국 등이 규제 관련 문서와 정보를 찾을 수 없어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중 하나인 무디스의 신용평가 서비스 웹사이트도 접속 에러가 발생했고, 미국 뉴저지주 교통국과 뉴욕시 비상 관리국도 문제를 겪었다. 유럽에선 프랑스 국영 철도 회사(SNCF) 웹사이트가 영향을 받았다. SNCF는 웹사이트를 통해 제공되는 철도 운행 관련 정보와 일정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피해사례가 한때 1만1000개까지 보고되기도 했다.지난달 20일에도 아마존의 아마존웹서비스(AWS) 서비스 장애로 퍼플렉시티 등 일부 AI 서비스가 먹통이 됐다. 같은 달 29일에는 AI가 탑재된 클라우딩 플랫폼인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에 9시간가량 서비스 장애가 발생하면서 에어뉴질랜드 등 온라인 체크인 서비스에 장애가 생겨 항공편이 지연됐다. 또 스코틀랜드 의회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투표가 중단되고 MS AI 서비스인 ‘코파일럿’ 기능도 마비됐다.전문가들은 AI에 대한 높은 의존성에 대해 경고했다. 최항섭 한국정보사회학회장은 “AI가 먹통이 됐을 때 복구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 자체가 인간의 능력이 축소된 상태를 방증한다”며 “소수 대형 기업의 AI 사용이 확대될 경우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차선을 침범하는 등 교통법규를 어긴 차량을 들이받는 등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 보험금 수천만 원을 가로챈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일당이 무더기로 붙잡혔다.18일 경기북부경찰청은 주범인 20대 남성 등 5명을 상습보험사기 혐의로, 공범 19명을 보험사기 혐의로 최근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들 보험사기 일당은 2021년 1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의정부시와 양주시 일대에서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뒤 보험금을 받는 식으로 총 11차례에 걸쳐 8500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학교 선·후배 또는 친구 사이로, 빌린 승용차를 타고 미리 정한 구간을 반복적으로 돌다 교통법규를 위반한 차량을 발견하면 고의로 들이받았다. 아예 가해자와 피해자 역할을 사전에 나눠 놓고 사고를 내는 방식도 썼다.특히 이들은 상대 운전자들이 교통법규 위반으로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 신고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했다. 주범 등 6명은 이미 보험사기 범죄로 형사처벌을 받았거나 재판 중인 상태였다.일당은 보험사와 수사기관의 의심을 피하고자 사고마다 탑승자를 바꾸고, 본인 명의가 아닌 렌터카를 이용하는 등 치밀함도 보였다. 하지만 잦은 보험금 수령을 수상하게 여긴 보험사의 제보로 이들은 덜미가 잡혔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 4건의 사고에서 고의성이 짙은 장면을 선별했다. 이후 보험금 수령 후 사고 관련자들 간 금전 이체 명세를 추적해 일당은 붙잡았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자들이 차량을 이용한 보험사기 범죄의 표적이 되지 않도록 평소 교통법규를 준수해야 한다”며 “보험사기가 의심되는 교통사고의 경우 차량 블랙박스나 목격자 등 증거자료를 확보해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아내는 끝내 주저앉았다. 사진 속 남편은 검은 정장에 넥타이를 맨 채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사진을 한동안 바라보던 아내는 이내 고개를 떨군 뒤 한참을 흐느껴 울었다. 적막만 흐르던 빈소는 금세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 7일 오후 3시경 울산 남구 울산병원 장례식장. 전날 남구 한국동서발전 내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가 무너지면서 매몰돼 숨진 전모 씨(49)의 아내는 “사고 당일 ‘점심 뭐 먹었냐’는 연락이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 일하는 걸 뿌듯해했던 사람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전 씨의 사고 소식에 아내는 충격으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전 씨 동생의 부축을 받으며 빈소 밖을 오갔다. 전 씨는 이날 오전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뒤 사망 판정을 받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유가족들에 따르면 전 씨는 서울에서 정육점을 운영했지만 코로나19로 폐업한 뒤 경남 거제시로 이사했다. 올해 초 조선소에서 일했던 전 씨는 반도체 관련 새 일자리를 구했지만 입사가 계속 미뤄졌다. 그러던 중 전 씨는 조금이라도 생활비를 벌어 보려고 과거 건설 현장 근무 경험을 살린 일용직을 택했다. 전 씨의 친척은 “배우자와 혼인신고만 하고 결혼식도 못 했을 만큼 일에 치여 살았다”며 “늘 쉬지 않고 부지런하게 일만 하던 조카였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다른 피해자 가족들도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또 다른 사망자 이모 씨(64)의 시신이 임시로 안치된 남구 중앙병원 장례식장에는 이날 오후 사망 소식을 듣고 달려온 유족들이 황망한 표정으로 들어섰다. 그러다 결국 애써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며 오열했다. 이 씨의 처형은 “TV에서만 보던 일이 우리한테 일어나다니 거짓말인 것 같다”며 “(이 씨는) 60대였지만 비교적 건강하고 일도 잘했는데 (이런 사고를 당하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사 발주를 맡았던 HJ중공업 관계자 10여 명도 숨진 근로자들의 빈소를 찾았다. 이번 사고로 숨진 근로자들은 HJ중공업의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유족들은 눈물을 흘리며 “여전히 이런 후진국형 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며 “억장이 무너진다”고 한탄했다. 한 유족은 “뉴스에서 이런 사고를 볼 때마다 ‘앞으론 사고 안 나겠지’ 싶었는데 매번 반복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사고 현장에선 구조 작업이 길어지자 실종자 가족들이 현장과 상황실을 오가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일부는 구조대원들에게 “빨리 구해 달라”며 간절히 호소하기도 했다.울산=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울산=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한 번만 봐주시면 안돼요? 2시간 전에 맥주 조금 마신 건데….”7일 오후 10시경 서울 강남구 강남역사거리.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된 40대 여성이 운전면허 취소 처분을 받자 이렇게 말했다. 옅은 술 냄새를 풍기던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93%였다. 경찰 관계자는 여성에게 “대리운전 불러서 귀가하라”고 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오후 9시부터 11시까지 서울 시내 주요 도로 4곳에서 음주운전을 집중 단속했다.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단속에 면허 취소 2건과 면허 정지 9건, 총 11건이 적발됐다. 가장 많은 인원이 단속에 걸린 곳은 강남역사거리였다. 이곳에만 면회 취소 1건과 면허 정지 4건이 발생했다. 오후 10시 15분부터 오후 10시 25분 동안 약 10분간 운전자 3명이 면허 정지 처분을 받았다.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 0.08% 미만일 경우 면허 정지가 된다. 음주운전 단속에 걸린 운전자들이 음주운전 측정을 위해 줄줄이 서 있기도 했다. 최근 음주운전 차량에 관광 온 일본인 모녀가 참변을 당했던 서울 종로구 흥인지문 사거리에서도 음주운전자 2명이 면허 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외에도 서초구 교대역사거리와 양재역사거리 일대는 각각 3명(취소 1, 정지 2), 1명(정지)이 단속에 걸렸다. 이번 단속은 ‘일본인 관광객 사망’ 등 음주운전 사고가 잇따르자 음주운전 근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자 하는 ‘서울교통 리(Re)-디자인’ 캠페인 일환으로 진행됐다. 그에 따라 음주사고 다발지점인 강남 일대 등을 중심으로 실시했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2022~2024년 요일별 음주운전 사고는 토요일(평균 349.3건)과 금요일(평균 298건)에 높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찰청은 향후에도 음주사고 다발지점 도로 등에서 불시에 대대적인 단속을 전개할 방침이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음주운전으로 단속되지 않더라도 사고 시에는 인명피해가 발생함은 물론 운전자도 크게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단속과 관계없이 음주운전을 하지 않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아내는 끝내 주저앉았다. 사진 속 남편은 검은 정장에 넥타이를 맨 채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사진을 한동안 바라보던 아내는 이내 고개를 떨군 뒤 한참을 흐느껴 울었다. 적막만 흐르던 빈소는 금세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7일 오후 3시경 울산 남구 울산병원 장례식장. 전날 남구 한국동서발전 내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가 무너지면서 매몰돼 숨진 전모 씨(49)의 아내는 “사고 당일 ‘점심 뭐 먹었냐’는 연락이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 일하는 걸 뿌듯해했던 사람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전 씨의 사고 소식에 아내는 충격으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전 씨 동생의 부축을 받으며 빈소 밖을 오갔다.전 씨는 이날 오전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뒤 사망 판정을 받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유가족들에 따르면 전 씨는 서울에서 정육점을 운영했지만, 코로나19로 폐업한 뒤 경남 거제시로 이사했다. 올해 초 조선소에서 일했던 전 씨는 반도체 관련 새 일자리를 구했지만 입사가 계속 미뤄졌다. 그러던 중 전 씨는 조금이라도 생활비를 벌어보려고 과거 건설 현장 근무 경험을 살린 일용직을 택했다. 전 씨의 친척은 “배우자와 혼인신고만 하고 결혼식도 못 했을 만큼 일에 치여 살았다”며 “늘 쉬지 않고 부지런하게 일만 하던 조카였다”고 눈시울을 붉혔다.다른 피해자 가족들도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또 다른 사망자 이모 씨(64)의 시신이 임시로 안치된 남구 중앙병원 장례식장에는 이날 오후 사망 소식을 듣고 달려온 유족들이 황망한 표정으로 들어섰다. 그러다 결국 애써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며 오열했다. 이 씨의 처형은 “TV에서만 보던 일이 우리한테 일어나다니 거짓말인 것 같다”며 “(이 씨는) 60대였지만 비교적 건강하고 일도 잘했는데 (이런 사고를 당하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공사 발주를 맡았던 HJ중공업 관계자 10여 명도 숨진 근로자들의 빈소를 찾았다. 이번 사고로 숨진 근로자들은 HJ중공업의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유족들은 눈물을 흘리며 “여전히 이런 후진국형 사고가 발생한다는 게 믿을 수 없다”며 “억장이 무너진다”고 한탄했다. 한 유족은 “뉴스에서 이런 사고를 볼 때마다 ‘앞으론 사고 안 나겠지’ 싶었는데 매번 반복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사고 현장에선 구조 작업이 길어지자 실종자 가족들이 현장과 상황실을 오가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일부는 구조대원들에게 “빨리 구해 달라”며 간절히 호소하기도 했다.울산=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울산=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첫발을 내디딘 ‘인공지능(AI) 이니셔티브’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나침반이 되길 바라요.”5일 오전 서울 중구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 호텔에서 만난 에두아르도 페드로사 APEC 사무국장은 이렇게 말하며 ‘AI 강국’으로서 한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AI를 활용하는 데 있어 국가 간 역량 차이가 크다”며 “한국은 기술력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격차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경주 APEC 정상회의를 마친 뒤에도 고려대에서 열린 QS 행사 참석을 위해 한국에 남았던 페드로사 사무국장은 출국을 앞두고 동아일보와 만나 회의 성과 및 향후 과제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이번 회의를 “10점 만점에 9점”이라고 평가하며 “평소 8점 이상을 잘 주지 않는데,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도 21개 회원국 대부분이 한자리에 모였고 여러 의미 있는 합의를 끌어냈다”고 말했다.그는 특히 이번 회의에서 최초로 채택된 ‘APEC AI 이니셔티브’의 의미를 강조했다. AI 전환 과정에서 모든 회원국이 참여하고 혜택을 공유할 수 있도록 돕는 첫 단추라는 것이다. 그는 “AI를 활용한 기술 재훈련과 평생교육을 지원하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며 “이런 접근이 인구 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핵심 전략이 될 것”이라고 했다.또한 이번 회의에서 새로 조성된 ‘APEC 청년기금’을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했다. 한국 정부가 100만 달러를 출연한 이 기금은 회원국 청년의 역량 강화와 교류 확대를 지원한다. 그는 “청년기금은 APEC의 차세대 동반성장을 위한 신호탄”이라며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한 점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페드로사 사무국장은 저출생 시대의 새로운 해법으로 인재 영입 확대를 꼽았다. 그는 “유학생 유치 확대가 AI를 통한 생산성 제고와 더불어 인구 감소에 대응하는 또 다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년 중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는 이번에 세운 청사진을 구체적 실행 계획으로 발전시키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필리핀 출신 경제전문가인 페드로사 사무국장은 지난해 11월 APEC 사무국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앞서 APEC 사무국 정책국장과 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PECC) 사무국장을 지냈고, 현재는 싱가포르에 있는 APEC 사무국을 이끌고 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회사원 박종오 씨(28)는 지난해 여름 억울한 일을 겪었다. 병원 취업을 위해 직접 작성한 자기소개서가 ‘인공지능(AI) 작성물’로 판정돼 탈락한 것이다. 박 씨는 “서류를 위조하지만 않으면 붙는 전형인데 떨어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며 “나중에 보니 해당 자소서가 ‘AI 작성 판독 프로그램’에서 AI 생성으로 오인된 걸 알고 속상했지만 항의할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입학·입사 지원자가 AI로 자기소개서 등 과제물을 작성하는 사례가 늘자 대학과 기업이 이를 걸러내기 위한 AI 판독기를 도입하고 있는데, 잘못된 판독 결과를 내는 경우도 적잖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요 대학이 차례로 AI 판독 등 사용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있지만, 서울대 등 일부 국공립대는 여전히 관련 지침이 없는 실정이다.● 대통령 연설문도 “99% 확률 AI 작성”AI 판독기의 정확도는 제품마다 천차만별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챗GPT의 ‘제로GPT 디텍터’ 등 3개 판독 프로그램을 이용해 실험한 결과, 올해 6월 4일 이재명 대통령 취임사는 최대 99% 확률로 ‘AI 작성’ 판정을 받았다. 문법 오류가 없고 형식이 간결한 문장은 AI가 쓴 것으로 간주하는 특성 때문이다. 정제된 연설문일수록 AI로 오해받기 쉬운 구조다. 생성형 AI가 도입되거나 보급되기 전의 말과 글도 예외가 아니었다. 1987년 10월 제정된 대한민국 헌법 전문의 경우 AI가 작성했을 확률이 최대 85%라고 나왔다. “감정적 언어가 전혀 없다”는 이유였다. 2020년 2월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을 받고 밝힌 소감의 경우 AI가 작성했을 확률이 최대 91%로 평가됐다. 이런 오류는 대부분의 판독기가 문장 구조와 어휘 반복률, 통계적 예측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분석하기 때문이다. 논문이나 과제, 연설문처럼 정제된 문체는 사람의 글이라도 기계가 쓴 글로 인식하기 쉽다. 상황이 이러니 AI 작성물로 오인되는 걸 피하기 위해 고의로 글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사례까지 생겨나고 있다. 홍모 씨(26)는 지난해 대학 졸업 과제를 영어로 작성하면서 일부러 문법을 틀렸다. 학교에서 쓰는 AI 판독기가 사람의 글도 AI의 것으로 잘못 판단한다는 얘길 들어서다. 그는 “AI 판정을 피하려고 ‘a, the’ 같은 관사를 틀리게 썼다”며 “다른 학생들도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완성도를 낮춘다”고 말했다.● “AI 채점 신뢰 못해”… 서울대 가이드라인도 없어 AI 판독기의 신뢰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일부 대학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연세대는 올해 8월 강의계획서에 ‘생성형 AI 활용 정도를 교수가 정한다’는 조항을 넣고, 판독기 결과만으로 성적을 결정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고려대도 9월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내 AI 판독기를 참고용으로만 사용하도록 했다. 그러나 국공립대 상당수는 여전히 무대응 상태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 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공립대와 국립대병원 55곳 중 AI 연구 활용 가이드라인을 수립한 곳은 국립한밭대와 충남대, 한국체대 등 3곳뿐이었다. 서울대는 “AI 윤리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라고 답했다. 기업 상황도 비슷하다. 채용 플랫폼 인크루트가 7월 인사 담당자 153명을 설문한 결과 자기소개서에서 AI를 활용했는지 확인하는 기업은 27.5%에 달했지만, 상당수는 AI 판독을 검증하진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견기업 이사 이모 씨는 “AI의 판독 오류로 (탈락자에게) 소송이라도 걸리는 건 아닌지 조마조마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AI 판독기에 의존한 평가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 교수는 “AI 판독 결과를 100%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채점하면 안 된다”며 “대학은 AI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한편, 토론이나 구술시험 등 비(非)AI 평가 방식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김미리 인턴기자 서울대 사회학과 재학권혜인 인턴기자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졸업}

회사원 박종오 씨(28)는 지난해 여름 억울한 일을 겪었다. 병원 취업을 위해 직접 작성한 자기소개서가 ‘인공지능(AI) 작성물’로 판정돼 탈락한 것이다. 박 씨는 “서류를 위조하지만 않으면 붙는 전형인데 떨어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며 “나중에 보니 해당 자소서가 ‘AI 작성 판독 프로그램’에서 AI 생성으로 오인된 걸 알고 속상했지만 항의할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최근 입학·입사 지원자가 AI로 자기소개서 등 과제물을 작성하는 사례가 늘자 대학과 기업이 이를 걸러내기 위한 AI 판독기를 도입하고 있는데, 잘못된 판독 결과를 내는 경우도 적잖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요 대학이 차례로 AI 판독 등 사용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있지만, 서울대 등 일부 국공립대는 여전히 관련 지침이 없는 실정이다.● 대통령 연설문도 “99% 확률 AI 작성”AI 판독기의 정확도는 제품마다 천차만별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챗GPT의 ‘제로GPT 디텍터’ 등 3개 판독 프로그램을 이용해 실험한 결과, 올해 6월 4일 이재명 대통령 취임사는 최대 99% 확률로 ‘AI 작성’ 판정을 받았다. 문법 오류가 없고 형식이 간결한 문장은 AI가 쓴 것으로 간주하는 특성 때문이다. 정제된 연설문일수록 AI로 오해받기 쉬운 구조다.생성형 AI가 도입되거나 보급되기 전의 말과 글도 예외가 아니었다. 1987년 10월 제정된 대한민국 헌법 전문의 경우 AI가 작성했을 확률이 최대 85%라고 나왔다. “감정적 언어가 전혀 없다”는 이유였다. 2020년 2월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을 받고 밝힌 소감의 경우 AI가 작성했을 확률이 최대 91%로 평가됐다.이런 오류는 대부분의 판독기가 문장 구조와 어휘 반복률, 통계적 예측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분석하기 때문이다. 논문이나 과제, 연설문처럼 정제된 문체는 사람의 글이라도 기계가 쓴 글로 인식하기 쉽다.상황이 이러니 AI 작성물로 오인되는 걸 피하기 위해 고의로 글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사례까지 생겨나고 있다. 홍모 씨(26)는 지난해 대학 졸업 과제를 영어로 작성하면서 일부러 문법을 틀렸다. 학교에서 쓰는 AI 판독기가 사람의 글도 AI의 것으로 잘못 판단한다는 얘길 들어서다. 그는 “AI 판정을 피하려고 ‘a, the’ 같은 관사를 틀리게 썼다”며 “다른 학생들도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완성도를 낮춘다”고 말했다.● “AI 채점 신뢰 못해”…서울대는 가이드라인도 없어AI 판독기의 신뢰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일부 대학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연세대는 올해 8월 강의계획서에 ‘생성형 AI 활용 정도를 교수가 정한다’는 조항을 넣고, 판독기 결과만으로 성적을 결정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고려대도 9월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내 AI 판독기를 참고용으로만 사용하도록 했다.그러나 국·공립대 상당수는 여전히 무대응 상태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 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공립대와 국립대병원 55곳 중 AI 연구 활용 가이드라인을 수립한 곳은 국립한밭대와 충남대, 한국체대 등 3곳뿐이었다. 서울대는 “AI 윤리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라고 답했다.기업 상황도 비슷하다. 채용 플랫폼 인크루트가 7월 인사 담당자 153명을 설문한 결과 자기소개서에서 AI를 활용했는지 확인하는 기업은 27.5%에 달했지만, AI 판독을 검증하진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견기업 이사 이모 씨는 “AI의 판독 오류로 (탈락자에게) 소송이라도 걸리는 것 아닌지 조마조마하다”고 했다.전문가들은 AI 판독기에 의존한 평가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 교수는 “AI 판독 결과를 100%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채점하면 안 된다”며 “대학은 AI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한편, 토론이나 구술시험 등 비(非) AI 평가 방식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김미리 인턴기자 서울대 사회학과 재학권혜인 인턴기자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졸업}

22대 국회의원이 보유한 주택 5채 중 1채가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16명은 실거주하지 않고 세입자를 둔 상태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4일 이런 내용이 담긴 ‘22대 국회의원 부동산 재산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3월 공개된 국회의원 재산 내역을 분석한 결과, 국회의원 299명 가운데 유주택자는 234명(78.2%)이었으며, 이들이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보유한 주택은 총 299채였다. 이 가운데 61채가 강남 4구에 집중됐다. 정당별로는 국민의힘 의원이 36명으로 가장 많았고, 더불어민주당 20명, 개혁신당·조국혁신당 각 1명 등이었다. 강남 4구 주택 보유 의원 61명 중 16명은 실거주하지 않고 세입자를 두고 있었으며, 이 중 10명은 민주당, 4명은 국민의힘 소속이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송파구 장미아파트를 배우자와 공동 보유하고 있으나, 지역구인 동작구에서 전세로 거주했다. 국민의힘에서도 곽규택 송언석 진종오 의원 등이 강남·서초 지역 자가에 세입자를 두고 있었다. 경실련은 의원들의 강남 아파트 보유가 수십억 원의 시세 차익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은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를 56억7200만 원에 신고했으나 올 10월 기준 시세는 109억3000만 원으로 뛰었다. 전체 의원 평균 부동산 재산은 19억5000만 원으로, 국민 평균(4억2000만 원)의 약 4.7배 수준이었다. 주택을 1채 이상 보유한 의원은 61명으로, 민주당 25명과 국민의힘 35명 등이었다. 주택 외에도 상가·오피스 등 비주택 건물을 소유한 의원은 72명으로, 총 150채에 달했다. 이 가운데 42%는 서울에 집중돼 있었다. 경실련 관계자는 “공직자가 고가·다주택을 보유한 채로 ‘집값 안정’과 ‘투기 억제’를 주장하면 진정성과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1급 이상 고위공직자는 실사용 목적의 1주택 외 토지·건물 보유 및 매매를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22대 국회의원이 보유한 주택 5채 중 1채가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16명은 실거주하지 않고 세입자를 둔 상태였다.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4일 이런 내용이 담긴 ‘22대 국회의원 부동산 재산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3월 공개된 국회의원 재산 내역을 분석한 결과, 국회의원 299명 가운데 유주택자는 234명(78.2%)이었으며, 이들이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보유한 주택은 총 299채였다. 이 가운데 61채가 강남 4구에 집중됐다. 정당별로는 국민의힘 의원이 36명으로 가장 많았고, 더불어민주당 20명, 개혁신당·조국혁신당 각 1명 등이었다. 강남 4구 주택 보유 의원 61명 중 16명은 실거주하지 않고 세입자를 두고 있었으며, 이 중 10명은 민주당, 4명은 국민의힘 소속이었다.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송파구 장미아파트를 배우자와 공동 보유하고 있으나, 지역구인 동작구에서 전세로 거주했다. 국민의힘에서도 곽규택 송언석 진종오 의원 등이 강남·서초 지역 자가에 세입자를 두고 있었다.경실련은 의원들의 강남 아파트 보유가 수십억 원의 시세 차익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은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를 56억7200만 원에 신고했으나 올 10월 기준 시세는 109억3000만 원으로 뛰었다. 전체 의원 평균 부동산 재산은 19억5000만 원으로, 국민 평균(4억2000만 원)의 약 4.7배 수준이었다. 주택을 1채 이상 보유한 의원은 61명으로, 민주당 25명과 국민의힘 35명 등이었다. 주택 외에도 상가·오피스 등 비주택 건물을 소유한 의원은 72명으로, 총 150채에 달했다. 이 가운데 42%는 서울에 집중돼 있었다.경실련 관계자는 “공직자가 고가·다주택을 보유한 채로 ‘집값 안정’과 ‘투기 억제’를 주장하면 진정성과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1급 이상 고위공직자는 실사용 목적의 1주택 외 토지·건물 보유 및 매매를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대통령 선거를 앞둔 올해 5월, 경북의 한 숙박업소로 ‘더불어민주당 홍보실장’이라고 밝힌 남성의 전화가 걸려 왔다. 그는 “선거 운동차 방문하겠다”며 객실 10개를 예약했다. 이어 “도시락 100개를 특정 업체에 주문해 달라”고 요청했다. 업주는 의심 없이 주문과 함께 대금 800만 원을 송금했지만, 모든 게 거짓이었다. 남성과 가짜 도시락 업체는 한통속이었고, 이들은 캄보디아에 거점을 둔 ‘노쇼 사기단’이었다. 3일 강원경찰청 형사기동대는 군 간부와 정당·대통령경호처 등을 사칭해 560건의 노쇼 사기를 벌여 69억 원을 가로챈 국내외 조직원 114명을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 등 혐의로 검거해 이 중 18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5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국가정보원과 공조해 조직이 콜센터로 이용한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내 ‘웬치(범죄단지)’를 급습해 일부 피의자를 검거했다. 해외총책을 포함한 나머지 일당도 계속 추적 중이다. 한편 국세청은 한국인 납치·감금 범죄와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그룹’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프린스그룹은 부동산 투자 명목으로 국내 투자자로부터 1인당 최대 수억 원의 자금을 모아 국외로 송금했다. 후이원그룹은 국내 환전소를 운영하며 수수료를 탈세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경찰청도 두 그룹에 대해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