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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지에 병력을 대거 집결시키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유럽 주요국은 이런 러시아에 맞서기 위해 대인지뢰 금지 협약을 줄줄이 탈퇴하고 무기 조달 또한 강화하고 있다.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27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의 병참 거점이자 양국 격전지인 포크로우스크 인근에 최소 11만 명의 병력을 집결시켰다고 밝혔다. 이날 이곳을 찾은 시르스키 총사령관은 포크로우스크가 약 1200km의 우크라이나 전쟁 전선 전체에서 가장 치열한 지역이라며 “매일 약 50건의 전투가 보고되고 있다”고 밝혔다. 주요 철도와 도로가 교차해 우크라이나가 군수물자를 조달하는 거점으로 꼽힌다. 이에 러시아 또한 이곳을 탈환하기 위해 병력을 대거 배치한 것으로 풀이된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에 대한 제재 가능성을 언급하며 휴전에 미온적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휴전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같은 날 “우크라이나와 평화 협상을 할 준비가 돼 있다”는 원론적인 발언으로 일관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점령지 반환 불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가입 불허 등 기존 입장을 고수해 이에 반대하는 우크라이나와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또한 서방에 군사 지원을 계속 요청하며 러시아에 맞서고 있다. 이날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중부 볼고그라드에 있는 러시아 전투기 4대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한편 28일 독일 dpa통신 등에 따르면 한때 옛 소련에 속했던 발트 3국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는 ‘대인지뢰 금지협약(오타와 협약)’을 탈퇴했다. 러시아의 침공 위협에 맞서려면 반전(反戰)을 기치로 한 해당 협약을 탈퇴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이유로 풀이된다. 6개월 후 발효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독일 한델스블라트 등에 따르면 유럽 최대 경제대국 독일 또한 국방 물자를 간소하고 빠르게 조달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섰다. 특히 프랑스, 영국보다 빠른 속도로 국방비를 증액하기로 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지난주 유럽은 ‘아빠와 아들’ 논란으로 한바탕 시끄러웠다. 25일(현지 시간)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미국을 ‘아빠’로 비유했기 때문이다. 그는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쟁 중인 이스라엘과 이란을 ‘학교 운동장에서 싸우는 아이들’이라고 말하자 “아빠(Daddy)는 때로 강한 언어를 써야 할 때도 있다”고 맞장구쳤다. 유럽에선 “아첨이 지나치다”, “자존심 상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유럽의 미국 비위 맞추기는 말뿐이 아니었다. 나토 회원국 32개국은 정상회의 뒤 ‘2035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나토 탈퇴 가능성을 시사하며 국방비 증액을 압박할 때 내놓은 수치다. 유럽은 결국 ‘아빠’ 말씀 잘 듣는 ‘아이’처럼 즉각 움직인 모양새가 됐다.트럼프 압박에 ‘지키지 못할 약속’ 국방비 증액 선언 뒤, 유럽 국가들의 속내가 매우 복잡해졌다. 적지 않은 국가들이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한 셈이 됐기 때문이다. 국가 부채가 너무 심각해 국방비를 목표대로 늘리기 힘들다는 진단이 많다. 유럽연합(EU)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국가 부채는 평균 87.4%다. ‘5%’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회원국은 독일, 폴란드와 발트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스칸디나비아 국가(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뿐이라는 연구기관의 분석도 나왔다. 한정된 예산에서 국방비를 늘려야 하니 다른 부분 예산이 줄 수밖에 없다. 자주 타깃이 되는 분야는 복지다. 이 때문에 ‘유럽은 이제 복지(welfare) 국가가 아닌 전쟁(warfare) 국가’라는 말도 나온다. 복지예산 감축도 만만치 않은 문제다. 유럽은 이민 증가와 출산 장려 정책으로 고령화 문제를 극복한 사례로 꼽히지만 여전히 고령 인구 비중이 높다. EU 인구에서 65세 이상 노령층의 비율은 지난해 21.6%로, 10년 전에 비해 2.9%포인트 늘었다. ‘나라 살림을 아껴 쓰자’고 말하긴 쉽지만 실제 집행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 재정 긴축 시도는 국민적 불만과 정치적 분열을 일으켜 행정부 공백 사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프랑스에선 지난해 12월 당시 미셸 바르니에 총리가 600억 유로(약 96조 원)를 절감하는 예산안을 제출했다. 결국 야당의 거센 반발로 임명 석 달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고, 내각이 62년 만에 붕괴되는 사태가 발생했다.韓, 유럽 보며 안심할 순 없어 지출 분야를 조정하기도, 지출 총액을 줄이기도 어렵다 보니 결국 지출 자체를 늘릴 수밖에 없다는 공감대가 생겨났다.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들은 EU 집행위원회에 회원국별 부채 한도를 제한하는 ‘재정 준칙’을 조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집행위는 국방 지출만 예외적으로 규제를 풀어주는 ‘유럽 재무장 정책’을 내놨다. 결국 부채를 늘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렇게 부채가 늘면 장기적으로 정부가 돈을 쓰기 더 힘들어 경제 활력 역시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안 그래도 심각한 경제 침체가 더 악화될 수 있는 것이다. 유럽 국가들은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이 됐다. 한국은 유럽에 비해 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이 낮으니 적극적으로 재정을 써도 된다는 말이 자주 나온다. 지금처럼 경제가 힘든 시기엔 정부의 지출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재정 지출이 효율적인지, 잘못 지출되는 구멍은 없는지는 더욱 꼼꼼히 따져봐야 할 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저출산도, 노인빈곤율도 1위인 한국의 부채 증가 속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제기되고 있다. 유럽보다 낫다고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조은아 파리 특파원 achim@donga.com}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지에 병력을 대거 집결시키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유럽 주요국은 이런 러시아에 맞서기 위해 대인지뢰 금지 협약을 줄줄이 탈퇴하고 무기 조달 또한 강화하고 있다.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27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의 병참 거점이자 양국 격전지인 포크로우스크 인근에 최소 11만 명의 병력을 집결시켰다고 밝혔다. 이날 이 곳을 찾은 시르스키 총사령관은 포크로우스크가 약 1200km의 우크라이나 전쟁 전선 전체에서 가장 치열한 지역이라며 “매일 약 50건의 전투가 보고되고 있다”고 밝혔다. 주요 철도와 도로가 교차해 우크라이나가 군수물자를 조달하는 거점으로 꼽힌다. 이에 러시아 또한 이 곳을 탈환하기 위해 병력을 대거 배치한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에 대한 제재 가능성을 언급하며 휴전에 미온적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휴전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같은 날 “우크라이나와 평화 협상을 할 준비가 돼 있다”는 원론적인 발언으로 일관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점령지 반환 불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가입 불허 등 기존 입장을 고수해 이에 반대하는 우크라이나와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또한 서방에 군사 지원을 계속 요청하며 러시아에 맞서고 있다. 이날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중부 볼고그라드에 있는 러시아 전투기 4대를 공격했다고 밝혔다.한편 28일 독일 dpa통신 등에 따르면 한때 옛 소련에 속했던 발트 3국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는 ‘대인지뢰 금지협약(오타와 협약)’을 탈퇴했다. 러시아의 침공 위협에 맞서려면 반전(反戰)을 기치로 한 해당 협약을 탈퇴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이유로 풀이된다. 효력은 6개월 후 발효된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독일 한델스블라트 등에 따르면 유럽 최대 경제대국 독일 또한 국방 물자를 간소하고 빠르게 조달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섰다. 특히 프랑스, 영국보다 빠른 속도로 국방비를 증액하기로 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이란 본토의 핵 시설 3곳을 폭격하며 전쟁 중인 이스라엘과 이란의 휴전을 이끌어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다음 주 이란과 비핵화 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대화를 예고했다. 그는 25일 “(핵 협정) 문서가 있다면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 또한 “이란과의 포괄적 평화 합의를 희망한다”고 밝혔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열린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란과 다음 주에 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요구할 유일한 것은 이전에 이미 요구한 핵에 관한 것”이라며 이란에 대화 참여를 압박했다. 회견에 배석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이란과의 합의는 미국과의 협상에 나서려는 이란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연이은 공습으로 이란의 핵 시설이 파괴됐다며 “그 문제(핵 협정 체결)가 그렇게 강하게 필요하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고도 했다. 이미 공습으로 이란의 핵 개발 능력이 상당히 약화된 만큼 협상 체결 문서에 목매지 않겠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어 “합의가 있든 없든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가 유일하게 요구하는 건 (이란의) 핵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윗코프 특사도 같은 날 CNBC방송 인터뷰에서 “이란의 핵 농축 및 무기화는 미국의 레드라인(led line·금지선)”이라며 “무기화는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란과는 농축이 불가능하면서 보다 나은 민간 핵 프로그램을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를 대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의 민수용 원자력 에너지 이용 가능성은 열어둔 것이다.그가 언급한 ‘포괄적 합의’는 이란이 핵 개발의 핵심인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포함한 완전한 핵 포기를 대가로 미국이 이란에 부과한 각종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방안으로 풀이된다.다만 이란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요구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이란 의회는 25일 유엔 산하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대한 협력을 잠정 중단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IAEA는 미국의 공격을 받은 이란 핵 시설 3곳의 피해 정도를 면밀히 평가하기 어려워졌고, 행방이 묘연한 고농축 우라늄의 위치 또한 파악하기 힘들어졌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분석했다. 이번 조치로 이란이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서 이탈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게 됐다는 전망도 나온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편백나무는 버릴 게 없어요. 생각보다 더 다양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걸 젊은 청년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었어요.” 22일 전남 순천시 외서면 백이산 편백나무 숲 제재소에서 만난 서승욱 씨(55)는 이렇게 말했다. 서 씨는 축구장 107개 넓이에 해당하는 75ha(헥타르) 규모의 숲을 3대째 이어받아 편백나무를 키우고 있다. 전남대 임학과를 졸업한 그는 “친환경 제품으로 목재의 가치를 높이자”는 생각으로 2013년 소 축사로 사용하던 건물을 개조해 제재소를 만들었다. 현재는 이곳에서 편백을 활용한 다양한 목재 제품과 생활용 친환경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 제품 생산이 늘면서 지역 주민 20여 명도 고용했다. 서 씨는 이에 더해 2013년부터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더 많은 청년들이 임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예비 임업인을 위한 실습과 교육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매년 약 100명의 청년들이 서 씨의 실습장을 거쳐 간다.● 연 100여 명 청년들에게 임업 기술 전수 서 씨의 편백나무 숲은 1963년 할머니가 민둥산이던 산 자락을 구입해 나무를 심기 시작하면서 조성됐다. 이후 편백, 소나무, 상수리나무 등이 식재됐다. 서 씨 아버지는 나무들을 관리하기 위해 숲길(임도) 13km를 직접 냈다. 60년간 이어진 노력 끝에 민둥산은 현재 약 25만 그루의 편백나무가 자라는 숲으로 변모했다. 서 씨는 ‘버릴 게 없는 편백’을 활용해 30여 종의 제품을 만든다. 큰 나무는 가구용으로, 작은 나무는 베개 속 큐브형 충전재로, 잎은 정유로 가공한다. 톱밥이나 부스러기는 퇴비나 땔감으로 활용된다. 이를 통해 연간 약 1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는 “편백은 단순한 원목을 넘어 하나의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산림청 국산 목재 인증도 받은 그의 제품은 친환경 소비 확산과 함께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제품 생산이 늘면서 지역 일자리 창출로도 이어졌다.서 씨는 이런 자신의 경험을 보고 “젊은이들이 임업에 많이 도전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2013년부터 예비 임업인을 위한 교육과 실습을 시작했다. 산림 관련 학과 대학생, 귀산촌을 준비하는 초보 임업인들이 서 씨의 교육장을 찾는다. 일정은 비정기적이며, 참가 희망자나 기관이 직접 연락해 일정을 조율하는 방식이다. 교육 내용은 묘목 관리부터 벌채, 제재, 유통·판매까지 전 과정을 아우른다. 서 씨의 편백 숲은 2023년 전남 산림자원연구소로부터 현장 실습장으로 지정됐다.● 산림산업 종사 57만 명, 숲치유 등 전문직도 증가산림 산업은 최근 경제, 환경, 복지를 동시에 중시하는 사회 흐름과 맞물려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산림청이 발표한 ‘2024년 산림산업조사’에 따르면 국내 산림 산업 종사자는 57만7000명으로, 전년(54만2000명)보다 3만5000명 늘었다. 같은 기간 산업 매출은 146조 원에서 148조7000억 원으로 증가했고, 관련 사업체 수도 13만5000개에서 15만2000개로 확대됐다. 최근에는 관련 전문직이 늘어나며 일자리의 외연도 넓어지고 있다. 현재 한국산림복지진흥원에 정식 등록된 산림복지전문업체는 1484개로, 산림치유업, 숲 해설업, 유아숲교육업 등으로 세분화돼 있다. 이에 따라 청년들이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기동 국립산림과학원 박사는 “국토 면적의 63%가 산림인 우리나라에서 임업은 단순히 나무를 심고 베는 일을 넘어, 드론이나 로봇, 위성 기술 등 첨단 산업과 융합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며 “미래형 산림 산업으로 발전하려면 다양한 재능을 갖춘 청년 인재들이 적극적으로 유입되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산림 일자리는 단순한 고용 창출을 넘어 지역 경제 전반에도 파급 효과를 미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산림 산업은 10억 원의 생산이 이뤄질 때 약 17억3000만 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내고, 같은 금액 기준으로 13.6명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대 명품 숲’으로 선정된 전남 장성군 축령산 편백숲의 경우 연간 30만 명의 관광객이 몰리면서 61억 원의 경제 효과를 창출했고, 지역 인구도 연평균 1% 증가해 소멸 위험에서 벗어났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
“산림기능사·산림기사 같은 자격증뿐만 아니라 목공, 임업기계, 드론까지 실습해요. 취업이 빨라질 수밖에 없죠.” 26일 경북 봉화군 춘양면에 위치한 한국산림과학고 교사 김대건 씨는 이같이 말했다. 산림과학고는 산림기능사, 산림기사 등 국가자격증 취득을 지원하고 목재 가공, 산림 측량, 임업기계 조작, 드론 운용 등 현장 직무에 필요한 기술을 교육한다. 예를 들어 학생들은 실습실에서 전문가인 교사로부터 직접 나무를 자르고 다듬는 법을 배운다. 체인톱 수업 시간의 경우 교사 2명이 들어가 일대일로 학생들에게 직접 사용법을 가르치는 식이다. 재학생들은 국립산림치유원, 지방산림조합 등과 연계한 현장체험과 인턴십에 참여할 수 있다. 산림청 산하 공공기관과 임업 관련 기업 실무자들이 참여하는 멘토링 프로그램도 들을 수 있다. 학생들은 졸업 전 4∼5개 이상의 실무 자격까지 갖추고 졸업한다. 그러다 보니 취업률도 높을 수밖에 없다. 2024년 졸업생 취업률은 81%에 달했다. 학교 관계자는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는 교육 시스템과 산학 연계, 자격증 취득 중심의 교육이 진로 선택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졸업생 40명 중 11명이 산림청 산하 공공기관에, 3명이 공기업에 취업했다. 현재 산림 특성화고로 운영 중인 곳은 산림과학고(경북 봉화), 청주농업고(충북 청주), 동래원예고(부산) 등 전국에 3곳이다. 전체 재학생 수는 약 390명이다. 산림 산업 분야의 고용 수요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산림청은 올해 산림 분야에서 신규 일자리 1만7667개를 포함해 총 3만6625명을 고용할 계획이다. 특히 청년 임업인 육성과 일자리 확대를 위해 79억 원을 투입했다. 산불, 병해충, 사방사업 등 산림 재난 대응 분야에서 무인항공기 예찰, 산림재난대응단 운영 등 새로운 수요가 생기며 청년층의 진입 기회도 함께 늘고 있다. 산림청 안진호 일자리정책담당은 “산림 현장에서 중간 관리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술 인력을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역 소멸 위기 대응과 청년 정착 기반 마련을 위해 교육-일자리 연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이란 본토의 핵 시설 3곳 폭격하며 전쟁 중인 이스라엘과 이란의 휴전을 이끌어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다음주 이란의 비핵화 협상을 체결하기 위한 대화를 예고했다. 그는 25일 “(핵 협정) 문서가 있다면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 또한 “이란과의 포괄적 평화 합의를 희망한다”고 밝혔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열린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기자 회견을 갖고 “이란과 다음 주에 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요구할 유일한 것은 이전에 이미 요구한 핵에 관한 것”이라며 이란에 대화 참여를 압박했다. 회견에 배석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이란과의 합의는 미국과의 협상에 나서려는 이란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연이은 공습으로 이란의 핵 시설이 파괴됐다며 “그 문제(핵 협정 체결)가 그렇게 강하게 필요하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고도 했다. 이미 공습으로 이란의 핵 개발 능력이 상당히 약화된 만큼 협상 체결 문서에 목매지 않겠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어 “합의가 있든 없든 신경쓰지 않는다. 우리가 유일하게 요구하는 건 (이란의) 핵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윗코프 특사도 같은 날 CNBC방송 인터뷰에서 “이란의 핵 농축 및 무기화는 미국의 레드라인(led line·금지선)”이라며 “무기화는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란과는 농축이 불가능하면서 보다 나은 민간 핵 프로그램을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를 대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의 민수용 원자력 에너지 이용 가능성은 열어둔 것이다.그가 언급한 ‘포괄적 합의’는 이란이 핵 개발의 핵심인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포함한 완전한 핵 포기를 대가로 미국이 이란에 부과한 각종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방안으로 풀이된다.다만 이란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요구에 응할 지는 미지수다. 이란 의회는 25일 유엔 산하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대한 협력을 잠정 중단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IAEA는 미국의 공격을 받은 이란 핵 시설 3곳의 피해 정도를 면밀히 평가하기 어려워 졌고, 행방이 묘연한 고농축 우라늄의 위치 또한 파악하기 힘들어졌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분석했다. 이번 조치로 이란이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서 이탈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게 됐다는 전망도 나온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24, 25일(현지 시간)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이 국방비를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증액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앞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나토가 안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줄곧 GDP의 5%를 국방비로 쓰라고 요구했다.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나토 32개국 정상은 이날 정상회의를 갖고 2035년까지 GDP 대비 직접 군사비 3.5%, 간접적 안보 비용 1.5% 등 총 5%를 국방비로 지출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나토에서 공식적으로 GDP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한다는 지침이 합의됨에 따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동맹국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비 증액 압박도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19일 미 국방부는 ‘국방비 5% 룰’이 아시아 동맹에도 적용된다고 밝혔다.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나토 정상회의에서 딕 스호프 네덜란드 총리와의 회담 도중 ‘집단안보’를 규정한 나토 헌장 5조 준수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 조항을) 지지한다. 그래서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이라며 “지지하지 않는다면 여기 있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같은 질문엔 “당신이 (5조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달렸다”며 확답을 피한 바 있다. 이에 대외 군사 개입을 꺼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회원국이 침략당했을 때 공동 대응을 규정한 집단안보 준수에 부정적인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요구대로 나토 정상들이 GDP 5% 수준의 국방비 증액을 합의하자 5조 준수 의지도 보다 명확하게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나토 집단방위 확답않던 트럼프, 국방비 증액 발표뒤에야 “지지”[나토 정상회의]나토행 전용기선 “여러 정의 있어”… 정상회의 뒤 나토 방어 묻자 “물론”국방비 증액 끌어내기 지렛대 삼아… 나토, 美가 안보 발빼나 우려 여전“(나토 헌장 5조를) 지지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2035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합의문 발표 뒤 이같이 밝혔다. 나토 헌장 5조는 회원국 중 한 곳이 공격을 받으면 모든 회원국이 집단으로 대응한다는 집단방위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나토 운영의 핵심 조항 또는 존재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이 조항의 준수 여부와 관련해 모호한 태도를 보여 왔다. 그는 24일 헤이그로 이동하는 전용기에선 이 조약을 준수할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5조에는 여러 정의가 있다”며 확답을 피했다. 이에 따라 그가 나토의 가장 중요한 가치를 사실상 부인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결국 나토 회원국들이 이번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국방비 증액을 공식 합의하고 나서야 집단 방위 의지를 뚜렷하게 밝힌 것이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5조 준수 여부를 나토 회원국들의 국방비 증액 유인책으로 삼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나토 회원국들은 일단 안도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이 워낙 예측 불가능해 미국이 유럽 안보에서 발을 뺄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트럼프, 국방비 증액 발표 뒤 헌장 5조 지지 밝혀 25일 나토 정상들은 회의 전 예고대로 국방비 지출을 2035년까지 GDP의 5% 수준으로 올리는 데 공식 합의했다. 회의가 끝난 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국가들을 방어할 것인가’란 취재진 질문에 “그렇다. 물론이다. 내가 왜 여기에 와 있겠나”라고 답했다. 미 블룸버그통신은 나토 회원국들이 국방비 지출을 GDP의 5%까지 늘리는 역사적인 합의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들을 안심시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이는 우리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약속”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나토에 헌신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결국 나토 회원국들이 국방비 지출 증액에 합의하도록 트럼프 대통령이 조약 5조 준수 여부를 ‘지렛대’로 삼은 셈이다. 이런 결과가 나오기까지 유럽 국가들은 예측 불허인 트럼프 대통령의 구미에 맞추려 애썼다.유럽 언론들은 헤이그에 24시간도 머물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을 고려해 이날 정상회담 토론 시간이 2시간 반으로 단축됐다고 보도했다. 영국 BBC방송은 “서방 지도자들은 모두 때때로 예측 불가능한 외교 행보로 악명 높은 트럼프와의 관계를 어떻게든 헤쳐 나가야 한다”며 “이틀간 진행될 나토 정상회의는 그의 일정에 맞추기 위해 축소됐다”고 전했다.● 뤼터 “유럽 국방비 지출 증액, 당신의 승리” 앞서 뤼터 사무총장은 노골적인 ‘트럼프 띄워주기’에도 나섰다. 칭찬에 민감한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을 감안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을 통해 공개한 뤼터 사무총장의 메시지엔 “당신은 수십 년간 어떤 미국 대통령도 해내지 못한 일을 이룰 것”이란 내용이 포함돼 있다. 뤼터 사무총장은 “우리는 쉽지 않았지만, 모두가 (국방비 목표) 5%에 서명하도록 이끌었다! 유럽은 마땅히 그래야 하듯 큰 비용을 지불할 것이고, 이는 당신의 승리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한편 나토 회원국들은 성명을 통해 이런 방침을 밝히며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 지원 의지도 재확인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군사 지출 관련 논의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휴전으로 인해 그늘에 가려질 위험이 있다”고 내다봤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미국이 21일(미 동부시간 기준) B-2 스텔스 폭격기로 이란 핵 시설을 공습한 지 72시간 만인 24일 이스라엘과 이란이 휴전에 들어갔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두 나라의 휴전을 전격 선언했다. 같은 날 이란은 보복 조치로 카타르의 미군기지를 공습했지만 이를 미국, 카타르에 사전 통보해 사실상 ‘보여주기식 보복 조치’임을 강조했다. 미군이 인명 피해를 입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오히려 “이란에 감사하다”는 뜻을 밝혔다. 이란은 보복 공격 직후 미국이 제안한 이스라엘과의 휴전을 받아들이며 신속히 외교 모드로 전환했다.● 이란 “가장 큰 미군기지 공격”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은 “미국이 21일 이란 핵 시설 3곳을 공격한 데 대한 보복으로 이란이 23일 밤 카타르에 있는 미군기지에 강력한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승리의 약속’이란 작전명으로 카타르에 있는 알우데이드 미 공군기지를 공격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성명에서 “이 기지는 미국 테러 군대의 가장 큰 전략적 자산”이라며 보복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는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이 14기라며 “미국이 우리 핵 시설을 공격하는 데 사용한 폭탄(벙커버스터 GBU-57) 수와 동일하다”고 밝혔다. 미국의 21일 공습에 비례적으로 보복했음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란은 보복의 의미를 강조했지만 공격 전 미국과 카타르에 미리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이 카타르 미군기지를 공격하겠다는 계획을 사전에 카타르 정부에 알렸다고 이란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23일 트루스소셜에 “이란이 공격 계획을 사전에 통보해줘 인명 피해가 나오지 않도록 해준 데 대해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이란의 대응이 매우 약했다. 미국인들이 다치지 않았으며 거의 피해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란이 공격을 사전에 통보한 정황은 위성사진으로도 포착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민간 위성업체 플래닛 랩스가 이날 오전 알우데이드 기지를 촬영한 위성사진엔 항공기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 사진은 기지가 이란의 보복 공격을 받기 전 촬영됐다. 반면, 이스라엘이 이란을 선제공격하기 전인 5일 사진에는 기지에 수십 대의 항공기가 있었다. 미국이 이란의 공격 전 기지 내 항공기를 안전한 장소로 옮겼음을 보여준다.● 미-이란 충돌 72시간 만에 종료이날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보복 공격 뒤 “미국의 이란 공격은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의 나약함과 절박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도 “이란은 중동의 역내 긴장 고조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이스라엘과의 휴전 제안을 24일 전격 수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동부시간 기준 이날 오전 1시 휴전이 발효됐다고 선언했다. 21일 오전 12시 B-2 스텔스 폭격기가 미국 미주리주에서 출격하며 시작된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72시간 만에 종료된 셈이다. 이란 국영TV도 “이스라엘에 여러 발의 미사일을 발사한 뒤 휴전이 공식적으로 시작됐다”며 휴전 사실을 확인했다. 이스라엘은 총리실 성명을 통해 “이란과의 양자 휴전에 대한 미국 측 제안에 동의했다”며 “휴전 협정을 위반하는 경우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란의 고농축우라늄 행방이 묘연한 상황에서 휴전이 갑자기 선언돼 전쟁 재개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CNN에 따르면 이란 원자력기구의 모하마드 에슬라미 사무총장은 24일 “핵 프로그램과 산업에 중단이 없도록 사전에 계획을 해뒀다”고 말했다. 휴전 발효 뒤에도 양쪽은 긴장을 이어갔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CNN에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한 미사일 2발을 요격했다며 “이란이 휴전을 완전히 위반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란 반관영 ISNA통신은 이 주장을 허위라고 부인했다. 이스라엘의 강경파 야당인 베이테이누의 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 대표는 “나쁜 휴전은 몇 년 안에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에 또 다른 전쟁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CNN은 “트럼프의 온갖 마케팅 수완에도 불구하고 그의 (휴전) 돌파구가 진짜인지 또 다른 환상인지는 앞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이 21일(미 동부시간 기준) B-2 스텔스 폭격기로 이란 핵 시설을 공습한 지 72시간 만인 24일 이스라엘과 이란이 휴전에 들어갔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두 나라의 휴전을 전격 선언했다. 같은 날 이란은 보복 조치로 카타르의 미군기지를 공습했지만 이를 미국, 카타르에 사전 통보해 사실상 ‘보여주기식 보복 조치’임을 강조했다. 미군이 인명 피해를 입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오히려 “이란에 감사하다”는 뜻을 밝혔다. 이란은 보복 공격 직후 미국이 제안한 이스라엘과의 휴전을 받아들이며 신속히 외교 모드로 전환했다.● 이란 “가장 큰 미군기지 공격”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은 “미국이 21일 이란 핵 시설 3곳을 공격한 데 대한 보복으로 이란이 23일 밤 카타르에 있는 미군기지에 강력한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승리의 약속’이란 작전명으로 카타르에 있는 알우데이드 미 공군기지를 공격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성명에서 “이 기지는 미국 테러 군대의 가장 큰 전략적 자산”이라며 보복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는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이 14기라며 “미국이 우리 핵 시설을 공격하는 데 사용한 폭탄(벙커버스터 GBU-57) 수와 동일하다”고 밝혔다. 미국의 21일 공습에 비례적으로 보복했음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이란은 보복의 의미를 강조했지만 공격 전 미국과 카타르에 미리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이 카타르 미군기지를 공격하겠다는 계획을 사전에 카타르 정부에 알렸다고 이란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23일 트루스소셜에 “이란이 공격 계획을 사전에 통보해줘 인명 피해가 나오지 않도록 해준 데 대해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이란의 대응이 매우 약했다. 미국인들이 다치지 않았으며 거의 피해가 없었다”고 덧붙였다.이란이 공격을 사전에 통보한 정황은 위성사진으로도 포착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민간 위성업체 플래닛 랩스가 이날 오전 알우데이드 기지를 촬영한 위성사진엔 항공기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 사진은 기지가 이란의 보복 공격을 받기 전 촬영됐다. 반면, 이스라엘이 이란을 선제 공격하기 전인 5일 사진에선 기지에 수십 대의 항공기가 있었다. 미국이 이란의 공격 전 기지 내 항공기를 안전한 장소로 옮겼음을 보여준다.● 미-이란 충돌 72시간 만에 종료이날 아바스 아그라치 이란 외교장관은 보복 공격 뒤 “미국의 이란 공격은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의 나약함과 절박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도 “이란은 중동의 역내 긴장 고조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이스라엘과의 휴전 제안을 24일 전격 수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동부시간 기준 이날 오전 1시 휴전이 발효됐다고 선언했다. 21일 오전 12시 B-2 스텔스 폭격기가 미국 미주리주에서 출격하며 시작된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72시간 만에 종료된 셈이다.이란 국영TV도 “이스라엘에 여러 발의 미사일을 발사한 뒤 휴전이 공식적으로 시작됐다”며 휴전 사실을 확인했다. 이스라엘은 총리실 성명을 통해 “이란과의 양자 휴전에 대한 미국 측 제안에 동의했다”며 “휴전 협정을 위반하는 경우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다만, 이란의 고농축늄 우라늄 행방이 묘연한 상황에서 휴전이 갑자기 선언돼 전쟁 재개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CNN에 따르면 이란 원자력기구의 모하마드 에슬라미 사무총장은 24일 “핵 프로그램과 산업에 중단이 없도록 사전에 계획을 해뒀다”고 말했다. 휴전 발효 뒤에도 양쪽은 긴장을 이어갔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CNN에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한 미사일 2발을 요격했다며 “이란이 휴전을 완전히 위반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란 반관영 ISNA통신은 이 주장을 허위라고 부인했다. 이스라엘의 강경파 야당인 베이테이누의 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 대표는 “나쁜 휴전은 몇 년 안에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에 또 다른 전쟁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CNN은 “트럼프의 온갖 마케팅 수완에도 불구하고 그의 (휴전) 돌파구가 진짜인지 또 다른 환상인지는 앞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이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위협해 불안이 커지고 있다. 22일(현지 시간) 이란 의회는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승인했고, 최종 결정은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가 한다. 세계 석유 소비량의 20%가 이 해협을 지나고, 이 중 80% 이상이 한국 등 아시아로 향한다. 그간 이란은 자국의 안보 위협이 있을 때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거론하며 일부 선박을 나포한 적은 있지만 전면 봉쇄를 추진한 적은 없다. 다만, 이란이 미국으로부터 첫 본토 공격을 당한 초유의 사태를 겪은 만큼 봉쇄를 비중 있게 검토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경우 세계 경제에는 대형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2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들을 만나 해협 봉쇄에 대해 “극도로 위험하고 누구에게도 좋지 않은 일”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란의 현재 군사력, 주변국과의 관계, 미국의 추가 공격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전격 단행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 밴스 “호르무즈 봉쇄, 이란에 자살행위” 무엇보다 이란의 해군과 공군 역량을 감안할 때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은 그간 서방의 제재와 경제난 등으로 해상 봉쇄에 필요한 군사 장비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이란의 현재 해군력으로는 일부 선박을 나포할 수는 있겠지만 전격적인 봉쇄를 추진하는 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인근 걸프 산유국들과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주변 산유국들이 해협 봉쇄로 타격을 입으면 이란이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항하는 여론전에서 이들 국가로부터 지지를 얻지 못할 수 있어서다. 자국산 원유 수출에 제한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J D 밴스 미 부통령은 이날 NBC방송 인터뷰에서 “그것(해협 봉쇄)은 이란 경제에 자살행위”라고 했다. 특히 이란은 해협 봉쇄에 나섰다가 미국의 추가 공습을 받아야 하는 위험도 안고 있다. 이란이 봉쇄에 나선 뒤 이곳을 항해하는 미국이나 미 동맹국 선박과 충돌이 발생하면 미국은 이를 추가 공습의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 이란이 해협 봉쇄까지 나서진 않고, 해협에서 교란 작전을 펼칠 가능성도 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이란이 호르무즈에 대한 전면 봉쇄에 나설 가능성은 적지만,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간헐적인 교란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르무즈해협 내 병목 지역은 폭이 50km 정도지만, 대형 유조선이나 군함이 지나는 항로는 폭이 9∼10km에 불과해 선박 나포 등은 비교적 쉽게 진행할 수 있다. 이란은 2021년 1월 한국 국적 화학 운반선 ‘한국케미호’를 해상 오염 의혹이 있다며 억류하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페르시아만 방향으로 호르무즈해협 초입에 들어서던 초대형 유조선 2척이 미국의 이란 폭격 직후인 22일 항로를 정반대 방향으로 급변경하는 등 해협 일대 긴장이 커지고 있다.● “이란, 미국 내 ‘잠복세포’ 활성화 가능” 일각에선 이란이 중동 내 미군기지 공격이나 미국 본토 테러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외교협회(CFR)에 따르면 중동 19개 지역에 미군 약 4만 명이 주둔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 NBC에 따르면 이란은 며칠 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이란 핵시설 공격에 대응해 미 본토를 공격할 ‘잠복세포’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한편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가능성이 커지며 인근 지역에 파병된 청해부대의 임무 및 작전 태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군 소식통은 “청해부대는 이번 사태 이전부터 방호태세를 강화해 유지해 왔다”며 “향후 추가 조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호르무즈 봉쇄가 현실화될 경우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의미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포르도는 끝장났다(FORDOW IS GONE).”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이란의 핵시설 3곳에 대한 공격을 완료한 뒤 트루스소셜을 통해 포르도를 콕 집어 거론했다. 이란 내 가장 중요한 핵시설로 꼽혀 온 포르도가 완파돼 이란의 핵 위협이 사라졌다고 주장한 것이다.댄 케인 미국 합참의장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공습의 작전명 ‘미드나이트 해머(Midnight Hammer·한밤의 망치)’를 거론하며 작전이 이란 현지 시간 22일 오전 2시 10분에 시작해 25분 후에 끝났다고 공개했다. 그는 “이란은 작전 내내 공격을 감지 못했고, 우리는 기습 효과를 유지하려 했다”고 말했다.재집권 후 이란과의 핵 협상 체결에 공들였던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핵시설을 타격하자 그 배경에 큰 관심이 쏠린다. 그는 13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발발한 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이 격화되자 이란에 대한 군사 조치를 거론했다. 19일에는 “향후 2주 내에 이란에 대한 공격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2주’의 협상 시한을 예고했다. 하지만 ‘2주’가 아닌 ‘2일’ 만에 전격 공습을 단행했다. 이 여파로 이란과 대리 세력이 미국에 대한 보복에 나서면 중동을 넘어 전 세계 정세가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공격을 “트럼프의 가장 크고 위험한 외교 도박”이라고 평했다.● 유럽-이란 ‘빈손’ 회담 뒤 공격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에 2주를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틀 만에 공격한 것을 두고 이란을 교란하기 위한 의도적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정치매체 폴리티코 또한 그가 2주를 거론했을 때 트럼프 2기 행정부 내부에서 이미 이란 공격 계획이 진행 중이었다고 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과 독일 프랑스 영국 외교장관 간의 협상이 무위로 끝나자 공격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든 이익에 따라 입장을 바꿀 수 있는 인물”이라며 “미국 외교 정책이 예측 불가능해졌다는 점에 전 세계가 적응해야 한다”고 논평했다.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완벽한 성과를 못 냈고, 이란의 반격 능력이 예상보다 약했다는 판단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란 핵 프로그램을 6개월 지연시키는 데 그쳤다고 진단했다. 이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적개심이 워낙 강해 이번 공격을 감행했다는 시각도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부터 이란에 강한 적대감을 드러냈으며 이란에만큼은 ‘비(非)개입주의’를 적용하지 않았다고 평했다. 그는 집권 1기에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가 체결한 이란 핵협정(JCPOA)을 전격 파기했다. 2020년 1월에는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무인기(드론)로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공개 사살했다.● 美, “이란 정권 교체 목적은 아니다” 다만 미국이 확전을 막으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이란의 정권 교체를 추진하지 않고 있다”며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야기한 위협을 무력화하려 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J D 밴스 부통령도 같은 날 NBC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은 ‘이란’이 아니라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전쟁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CBS 방송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란과의 외교 접촉에서 “정권 교체는 계획에 없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전했다.이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미국 또한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때와 마찬가지로 엄청난 비용과 희생을 치를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행보로 풀이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공습 이후에도 이란의 현 체제가 존속한다면 이란이 더 은밀하게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왕따 국가(pariah state)’가 될 수 있다”며 이때 미국 또한 이런 이란을 계속 상대해야 하는 수렁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란 외교부는 미국의 이번 공격을 “국제법 규칙에 대한 극악무도하고 전례 없는 위반”이라며 “온 힘을 다해 저항할 권리가 있다”고 맞섰다. 이란은 21일 이스라엘 곳곳을 미사일로 공격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라그치 장관은 23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러시아의 지지를 요청하기로 했다. 중국 외교부도 22일 이란을 공격한 미국과 이스라엘을 비판했다. 이번 공격으로 이란의 핵 개발 가능성이 얼마나 줄었는가가 미국과 이란의 분쟁 확전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원자력기구(AEOI)는 22일 “적(이스라엘과 미국)들의 사악한 음모에도 핵 순교자들의 피로 탄생한 이 국가 산업의 평화로운 발전의 탈선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공습과 무관하게 핵 개발을 지속할 뜻을 밝혔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미국이 21일(현지 시간) 이란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의 핵시설을 기습 타격한 ‘미드나이트 해머(Midnight Hammer·한밤의 망치)’ 작전을 실행했다. 13일 이스라엘이 이란에 처음 대규모 선제공격을 감행한 지 8일 만에 미국 또한 참전한 것으로, 미국이 이란 본토를 공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밤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란의 핵농축 핵심 시설은 완전히, 철저하게 파괴됐다”며 “이란은 평화를 선택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앞으로의 공격이 더 강력하고 신속하게 단행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자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의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보복을 다짐했다. ‘정부 위의 정부’로 불리는 이란 혁명수비대는 중동 내 미군기지 공격을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상 정부 발표를 하지 않는 토요일에 이례적으로 오후 10시(한국 시간 22일 오전 9시)에 긴급 성명을 전격 발표하며 공습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22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공습으로 이란 핵시설이 심각한 타격(severely damaged)을 입었다”고 밝혔다. 이번 작전에서 B-2 스텔스 폭격기 7대를 동원해 벙커버스터로 불리는 초대형 폭탄 ‘GBU-57’을 실전에서 처음 썼다고도 밝혔다. 다만, 이란의 정권 교체 가능성은 “이번 임무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추가 공격 가능성을 거론하며 이란을 ‘중동 불량배(bully)’로 칭했다. 이어 “평화가 곧 찾아오지 않는다면 나머지 표적도 정밀하고 신속하게 탁월한 기술로 제거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AFP통신 등은 22일 이란 유일의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남부 부셰르에서 최소 세 번의 큰 폭발음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이란 타스님 통신은 부셰르 일대를 공습하려던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자국군이 요격했다고 전했다. 줄곧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 공격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담한 결정이 역사를 바꿀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이스라엘은 21일 혁명수비대 수뇌부 일부를 제거했고 이란 서부의 미사일 발사대도 공습했다. 반면 이란 외교부는 22일 성명에서 “미국이 이란에 대한 ‘전쟁’을 시작했다”며 “이란의 안보와 국가 이익을 방어하기 위해 전력으로 저항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이스라엘을 향해 수십 기의 미사일을 발사해 이스라엘 전역에서 최소 86명이 부상당했다. 한편 이란 프레스TV는 22일 의회가 호르무즈해협의 봉쇄를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최종 결정은 이란 최고 안보회의에서 내리게 된다. 호르무즈해협은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핵심 수송로여서 국제 유가가 요동칠 수 있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포르도는 끝장났다(FORDOW IS GONE).”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이란의 핵시설 3곳에 대한 공격을 완료한 뒤 트루스소셜을 통해 포르도를 콕 집어 거론했다. 이란 내 가장 중요한 핵시설로 꼽혀 온 포르도가 완파돼 이란의 핵 위협이 사라졌다고 주장한 것이다. 댄 케인 미국 합참의장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공습의 작전명 ‘미드나이트 해머(Midnight Hammer·한밤의 망치)’를 거론하며 작전이 이란 현지 시간 21일 오전 2시 10분에 시작해 25분 후에 끝났다고 공개했다.재집권 후 이란과의 핵 협상 체결에 공을 들였던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핵 시설을 타격하자 그 배경에 큰 관심이 쏠린다. 그는 13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발발한 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이 격화되자 이란에 대한 군사 조치를 거론했다. 19일에는 “향후 2주 내에 이란에 대한 공격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2주’의 협상 시한을 예고했다. 하지만 ‘2주’가 아닌 ‘2일’ 만에 전격 공습을 단행했다.이 여파로 이란과 대리 세력이 미국에 대한 보복에 나서면 중동을 넘어 전 세계 정세가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공격을 “트럼프의 가장 크고 위험한 외교 도박”이라고 평했다.● 유럽-이란 ‘빈손’ 회담 뒤 공격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에 2주를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틀 만에 공격한 것을 두고 이란을 교란하기 위한 의도적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정치매체 폴리티코 또한 그가 2주를 거론했을 때 트럼프 2기 행정부 내부에서 이미 이란 공격 계획이 진행 중이었다고 전했다.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과 독일 프랑스 영국 외교장관 간의 협상이 무위로 끝나자 공격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든 이익에 따라 입장을 바꿀 수 있는 인물”이라며 “미국 외교 정책이 예측 불가능해졌다는 점에 전 세계가 적응해야 한다”고 논평했다.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완벽한 성과를 못 냈고, 이란의 반격 능력이 예상보다 약했다는 판단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란 핵 프로그램을 6개월 지연시키는 데 그쳤다고 진단했다.이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적개심이 워낙 강해 이번 공격을 감행했다는 시각도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부터 이란에 강한 적대감을 드러냈으며 이란에만큼은 ‘비(非)개입주의’를 적용하지 않았다고 평했다. 그는 집권 1기에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가 체결한 이란 핵협정(JCPOA)을 전격 파기했다. 2020년 1월에는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무인기(드론)로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공개 사살했다.● 美, “이란 정권 교체 목적은 아니다”다만 미국이 확전을 막으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이란의 정권 교체를 추진하지 않고 있다”며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야기한 위협을 무력화하려 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J D 밴스 부통령도 같은 날 NBC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은 ‘이란’이 아니라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전쟁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CBS방송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란과의 외교 접촉에서 “정권 교체는 계획에 없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전했다.이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미국 또한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때와 마찬가지로 엄청난 비용과 희생을 치를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행보로 풀이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공습 이후에도 이란의 현 체제가 존속한다면 이란이 더 은밀하게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왕따 국가(pariah state)’가 될 수 있다”며 이때 미국 또한 이런 이란을 계속 상대해야 하는 수렁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이란 외교부는 미국의 이번 공격을 “국제법 규칙에 대한 극악무도하고 전례 없는 위반”이라며 “온 힘을 다해 저항할 권리가 있다”고 맞섰다. 이란은 21일 이스라엘 곳곳을 미사일로 공격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라그치 장관은 23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러시아의 지지를 요청하기로 했다. 중국 외교부도 22일 이란을 공격한 미국과 이스라엘을 비판했다.이번 공격으로 이란의 핵 개발 가능성이 얼마나 줄었는가가 미국과 이란의 분쟁 확전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원자력기구(AEOI)는 22일 “적(이스라엘과 미국)들의 사악한 음모에도 핵 순교자들의 피로 탄생한 이 국가 산업의 평화로운 발전의 탈선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공습과 무관하게 핵개발을 지속할 뜻을 밝혔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 개입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인 아라크 중수로를 19일(현지 시간) 공습했다. 이란도 같은 날 이스라엘 경제 중심지인 텔아비브와 남부 베르셰바 등을 미사일로 공격했다. 이 과정에서 남부 핵심 의료시설로 약 1000병상 규모인 베르셰바 소로카 병원이 큰 피해를 입었다.AP통신은 이날 이스라엘이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남서쪽으로 약 250km 떨어진 아라크의 중수로를 타격했다고 이란 국영 TV를 인용해 보도했다. AP는 “방사능 위험은 없다”며 공격 전 대피도 완료됐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이곳에서 핵무기 개발에 사용되는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은 또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300km 떨어진 나탄즈의 핵시설도 공습했다. 이날 이란은 이스라엘 남부 베르셰바의 소로카 병원 등을 공격하며 보복에 나섰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절대 계속 존재해서는 안 된다”라고 비난했다. 반면 이란 혁명수비대는 “병원 근처의 이스라엘 군 지휘 및 정보센터가 타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최근 미국과 이란의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영국 프랑스 독일은 이란과의 대화를 추진하고 나섰다. CNN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20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과 유럽 주요국들이 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전했다.‘핵시설 집중공습’ 이스라엘, ‘부상자 병원 타격’ 이란… 보복戰 격화[美-이란 일촉즉발]美통첩속 공격 수위 높여이軍, 13일 이어 핵설비 재공격… 미사일 생산시설-레이더도 공습이란, 미사일 20여발 ‘맞불’ 발사이스라엘이 공습 7일째인 19일(현지 시간) 이란의 아라크, 나탄즈 등 핵 시설 공격에 다시 집중하며 공습 수위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이스라엘군은 이날 소셜미디어 X에 “플루토늄 생산의 핵심 요소인 아라크의 비활성 원자로, 나탄즈 인근 핵무기 개발 현장, 탄도미사일 및 방공 생산 시설, 레이더 시스템 및 미사일 저장소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사전에 예고한 대로 아라크 원자로를 공격했지만 방사능 누출 위험은 없다고 이란 국영TV가 전했다.테헤란에서 남서쪽으로 약 250km 떨어져 있는 아라크의 원자로는 중수로다. 이스라엘은 이 시설이 핵무기 개발에 사용되는 플루토늄을 생산하도록 설계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플루토늄 생산용 부품을 표적으로 삼았다”며 “원자로가 복구돼 (플루토늄이) 핵무기 개발에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란은 핵무기 개발 의혹을 부인했고, 관련 국제기관은 아직까지 핵무기 개발의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CNN은 설명했다. 이 시설은 수년간 가동됐지만 국제사회가 핵무기 확산을 막으려 압력을 가해 원자로는 완공되지 못했다.이스라엘군은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300km 떨어진 나탄즈 지역의 핵무기 개발 시설도 공습했다고 이날 공개했다. 이곳은 이스라엘이 이란 공격을 시작한 13일에도 공습을 받은 곳이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최근 BBC와의 인터뷰에서 “나탄즈 지하 우라늄 농축시설의 원심분리기가 심각하게 손상됐거나 완전히 파괴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13일에 이어 재차 해당 핵 시설을 공격해 완전한 파괴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이란은 19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라마트칸, 베르셰바 등에 20발 이상의 미사일을 발사하며 반격했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 남부 베르셰바의 소로카 병원 등이 공격을 받았다. 병원 측은 “큰 피해가 발생했다”고 했다. 소로카 병원은 이스라엘 최고의 의료센터 중 하나다. 가자지구에서 불과 35km가량 떨어져 있다. 가자지구 인근에서 무력 충돌이 벌어져 부상을 입은 이스라엘 국민들이 주로 치료를 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양측은 보복을 주고받으며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군에 ‘이란의 전략적 목표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하이바르로 돌아간다.” 이란 신정일치 체제의 상징 인물이며 최고 권력자인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18일(현지 시간) 새벽 이스라엘에 대한 응징을 선언했다. 그는 X에 올린 게시물에서 “하이다르의 고귀한 이름 아래 전투가 시작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하이바르는 7세기 무슬림 군대가 정복했던 유대인 거주 지역이며, 하이다르는 이슬람 시아파 초대 이맘(지도자)인 알리를 뜻한다. 이스라엘에 대한 항전 의지를 강조한 메시지란 평가가 나온다. 하메네이는 이 게시물에 검을 뽑아 든 남성이 불타는 성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이미지도 올렸다. 그는 이날 오후 TV 성명을 통해선 “이스라엘은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으며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도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7일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보지 못한 중동을 보게 될 것”이라며 이란 정권 교체를 이뤄 중동 외교 지형의 전환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 이후 46년간 중동을 흔들며 대립해 온 두 국가가 정면 승부를 예고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란은 미국의 군사 개입에 대비해 중동 내 미군기지를 공격할 채비에도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극초음속 신형 미사일로 공격”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무조건적 항복을 요구한 다음 날인 18일 새벽 이란과 이스라엘은 한층 강하게 격돌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스라엘 공군기지를 표적으로 공격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이란 메흐르통신은 해당 공격에 시속 6100km의 극초음속 신형 미사일 파타-1을 동원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란이 전날 밤 탄도미사일 약 30발을 이스라엘에 발사했다고 밝혔다. 다만 AP통신은 “이란이 17일까지 발사한 미사일은 소수에 불과했다”며 “이스라엘이 이란의 여러 발사대를 공격한 뒤 감소세”라고 보도했다. 이란은 미국이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지원할 경우 보복할 준비에 들어갔다. 미국은 항공모함, 전투기, 공중급유기 등의 중동 지역 추가 배치에 나섰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이란이 미군기지를 타격하기 위한 미사일 등 군사 장비를 마련해 놓았다고 17일 보도했다. 친이란 무장단체들도 미군 공격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스라엘, 전투기 50대로 테헤란의 원심분리기와 무기 시설 공격 네타냐후 총리도 거친 표현으로 이란을 위협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그는 17일 언론 인터뷰에서 하메네이를 ‘현대판 히틀러’라고 칭하며 “전쟁이 끝나면 아랍 세계가 이스라엘에 더 문을 열 것이며 이 갈등은 궁극적으로 아브라함 협정의 확대를 촉진할 것”이라고도 했다. 2020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미국 중재로 체결된 이 협정에 따라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 수단 등 아랍권 국가들은 이스라엘과 국교 정상화에 나섰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무기는 물론이고 ‘시아파 맹주’인 이란의 종교, 정치적 영향력도 억제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또 이스라엘은 17일 밤부터 18일 새벽까지 이란 수도 테헤란 일대에 대규모 공습을 진행했다. 이스라엘군은 18일 “야간에 공군 전투기 50여 대가 테헤란에서 공습을 수행했다”며 “이곳의 원심분리기와 무기 생산 시설이 공격 대상이 됐다”고 밝혔다. 양측의 공세로 사상자도 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까지 이란에서 최소 224명이, 이스라엘에서 최소 24명이 숨졌다. 어느 쪽 미사일이 먼저 고갈되는지에 전쟁의 승패가 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CNN은 이란의 중거리 미사일 재고가 분석 기관에 따라 700∼1300개 수준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당국의 평가에 대해 브리핑을 받은 한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의 재보급이나 개입 확대 없이 이란이 꾸준히 공격 강도를 유지하면 이스라엘은 미사일 방어를 10∼12일 정도 더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밤 하면 떠오르는 충남 공주 정안 밤은 지금도 수십 곳에서 재배돼 해마다 수백 t이 생산 판매되는 지역 대표 품목이다. 강원 양양 송이버섯도 마찬가지다. 가을이면 첫 송이 채취 일정이 뉴스에 오를 만큼 ‘양양=송이’라는 인식이 전국적으로 각인돼 있다. 경남 산청 곶감, 경북 문경 오미자, 강원 태백 곰취, 홍천 잣, 경북 울릉도 삼나물 등도 각 지역을 상징하는 임산물로 자리 잡았다. 이들 먹거리 임산물은 최근 ‘숲푸드’라는 이름 아래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역성과 건강성을 갖춘 식재료라는 점에서다. 코로나19 이후 식생활이 건강 중심으로 바뀌며 숲에서 온 자연 먹거리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손요환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는 “숲푸드는 건강한 먹거리일 뿐 아니라 지역 경제에 기여하고, 장기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산림 경영의 한 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산림청도 관련 정책을 추진 중이다. 현재 숲푸드로 등록된 임산물 품목은 약 200개. 이를 2030년까지 1500개로 확대하고 임업인 가구의 평균 소득도 765만 원에서 1000만 원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산에서 재배하거나 채취해 단순 가공한 뒤 유통되는 구조인 만큼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유통망과 안정적인 소비처 확보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국가 공동 상표 ‘숲푸드’를 중심으로 품질 인증과 브랜드 신뢰도 강화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숲푸드 산업의 확산은 단순한 특산물 유통을 넘어 지방 소멸 위기에 대응하는 수단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기준 전국 228개 기초지자체 중 절반이 넘는 121곳(53%)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특히 임산물 주산지인 농산어촌 지역은 고령화와 청년층 이탈이 겹쳐 공동체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공주 정안면, 문경 동로면, 양양 현남면 등지에선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40%를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숲푸드는 단순한 부업이 아니라 청년 인력 유입과 안정적 생계 기반을 마련할 산업으로 작용할 수 있다. 소규모 가공시설, 체험형 재배장, 지역 축제 연계 상품 등 확장 가능성도 크다. 소비자 접점을 넓히기 위한 노력도 시작됐다. 올해부터 분기별로 ‘숲푸드 위크’가 열리고 있다. 올 2월 서울 도심 백화점 식품관에선 곰취 두릅 더덕 등 봄철 나물이 전시됐고, 임업인들은 직접 소비자와 소통하며 일부는 라이브 커머스로 판매를 병행했다. 산림청은 식목일(4월), 임업인의 날(11월) 등 주요 계기에 맞춰 지역 축제와 연계한 소비 촉진 행사도 확대할 방침이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임산물 소비가 늘어나면 산림의 경제적 가치가 높아지고, 지속 가능한 보전도 가능해진다”며 “숲푸드는 건강한 식재료이자 지역을 살리고 지구를 살리는 먹거리”라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

“산에서 키운 먹거리에는 옹골찬 산기운이 스며 있는 것 같아요. 속이 꽉 찬 알밤처럼 실속 있고, 산을 가꾼 덕에 산 생태계도 더 좋아진 것 같아서 뿌듯합니다.” 지난달 26일 충남 홍성군 장곡면 행정리 학성산에서 만난 조환웅 씨(75)는 초록빛 밤나무를 어루만지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축구장(7140m²) 17개 규모인 12.5ha 산자락에 밤나무 6000그루를 키우고 있다. 1998년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내려온 그는 “처음엔 ‘왜 젊은 나이에 낙향하느냐’는 시선도 있었지만, 밤 재배로 생계를 꾸릴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연평균 1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산림 임업인이 됐다. 밤, 도라지, 더덕, 표고버섯 등 임야에서 자라는 먹거리 임산물, 이른바 ‘숲푸드’는 최근 건강한 식재료로 주목받고 있다. 과거에는 임산물이 생산성과 경제성이 낮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유통, 가공, 체험 관광 등과 연계되며 지역 경제를 이끄는 새로운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숲을 가꾸는 과정에서 생태계도 함께 살아나면서 사람과 자연, 지역이 함께 발전하고 상생하는 ‘그린 시프트’의 한 축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밤-오갈피 재배로 연간 억대 매출조 씨는 3대째 임업을 이어온 산주다. 그는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물려주신 산을 잘 가꾸면서 안정적인 수익도 내고 싶었다”며 낙향한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시작은 쉽지 않았다. 다양한 나무가 뒤섞인 숲에선 밤나무가 제대로 자라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조 씨는 밤나무 1500그루를 새로 심고, 다른 나무를 솎아내 밤나무의 생육 환경을 개선했다. 가지치기와 맹아 제거로 수형(樹形)을 다듬고, 숲길(임도)을 내 트랙터가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 작업 효율이 높아지고 생산성도 올라 지금은 밤나무가 6000그루로 늘었다. 실제 지난달 26일 방문한 조 씨의 해발 300m 밤나무 산에선 폭 3m 넘는 임도가 10km 이상 이어졌다. 조 씨는 화학비료 대신 유기질 유박비료를 사용하고, 해충 방제도 친환경 방식으로 한다. “토양이 건강해야 밤도 건강하게 자란다”는 신념 때문이다. 이렇게 가꾼 숲에서는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며 생태계도 함께 살아나고 있다. 숲길이 정비되면서 산불과 병해충 대응도 빨라졌다. 이곳에서 생산된 밤은 선물용부터 떡, 젤리, 양갱, 술 원료까지 다양한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조 씨는 “산에서 자란 밤은 단단하고 당도가 높아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강원 평창군에서 4.3ha 오갈피 숲을 가꾸는 안수예 씨(67)도 숲푸드로 큰 수익을 내고 있다. 2004년 평창군의 한 야산을 임차해 오갈피를 재배하기 시작한 그는 평지보다 숲에서 자란 오갈피가 더 향과 성분이 뛰어나다는 점에 주목해 재배지를 숲으로 옮겼다. 안 씨는 “실제 숲에서 자란 오갈피에서 간 해독에 효과적인 성분 ‘키사노제닌’이 검출됐다”며 “숲에서는 나무들이 경쟁하며 자라 생존력이 강하고 효능도 높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퇴비와 미생물 기반의 친환경 재배를 고수하고 있으며, 지역 60, 70대 주민 10여 명도 고용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오갈피만으로 연간 5억 원의 소득을 올리는 그는 최근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는 만능 오갈피 육수도 개발했다.● 건강 먹거리, 6차 산업으로임산물은 농작물보다 생산성과 수익성이 낮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 건강과 자연 친화적 소비가 늘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오미자 오갈피 같은 약용식물은 2023년 6470억 원어치 생산돼 전년보다 553억 원 늘었고, 더덕 고사리 같은 산나물도 4703억 원 규모로 751억 원 증가했다. 이에 정부는 ‘숲푸드’라는 브랜드를 론칭해 먹거리 임산물 시장 확대에 나섰다. 2023년 기준 숲푸드 생산액은 1조9314억 원으로 전년 대비 763억 원 증가했다. 수출도 2024년 약 6124억 원에 달한다. 밤은 미국, 대만, 프랑스 등지로 수출되고 있다. 산림청에 숲푸드로 등록하면 3년간 전용 로고를 사용할 수 있다. 산주는 산림청의 단기소득임산물 지원 사업 같은 보조 사업에서 가점도 받을 수 있다. 6월 기준 숲푸드는 밤, 도라지, 산수유, 송이버섯 등 91종이다. 전국에서 67명의 산주가 202개 품목을 등록했다. 숲푸드는 고령화와 인구 유출로 어려움을 겪는 산촌 지역에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 228개 기초지자체 중 121곳(53%)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됐고, 임산물의 주요 산지인 산촌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한다. 김준순 강원대 산림경영학과 교수는 “숲푸드는 생산, 유통, 가공, 체험 관광까지 연계한 6차 산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사업 아이템”이라며 “산주 본인에게 보탬이 될 뿐 아니라 지역 어르신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청년 유입도 이끌 수 있어 지속 가능한 산림 경영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간) 이란에 “무조건적 항복(UNCONDITIONAL SURRENDER)”을 요구하자, 다음 날 이란의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TV 성명을 통해 “이란 국민은 결코 항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맞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이란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지만 하메네이 역시 항전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이스라엘이 엿새째 이란 공습을 이어가는 가운데 미국이 군사 개입을 검토하면서 중동에서 확전 위기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하메네이나 이란 핵 시설에 대한 공격을 실행하면 미국의 첫 이란 본토 타격이 된다.트럼프 대통령은 17일 오후 워싱턴 백악관 상황실에서 80분간 국가안보회의(NSC)를 열었다. 폭스뉴스는 “이 회의에서 이란에 대한 미국의 공습 가능성 등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CNN은 이날 두 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자산을 활용해 이란의 핵 시설을 타격하는 방안에 점점 긍정적으로 기울고 있다”고 전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에 항복을 요구하는 동시에 “우리는 소위 ‘(이란의) 최고지도자’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그는 쉬운 표적”이라고 썼다. 이란이 가장 민감해하는 하메네이 제거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이다. 특히 그는 이날 소셜미디어에 “우리(We)”란 표현을 반복해 사용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전쟁에 직접 개입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최근까지 이란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외교 협상’을 우선순위에 뒀다. 하지만 이란과의 핵 협상이 성과가 없고, 핵 시설 타격 필요성을 강조한 네타냐후 총리의 설득에 생각이 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의 공습이 큰 성과를 내고 있는 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개입까지 고려하는 ‘최대 압박’ 전략으로 급선회하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한편 CNN과 BBC 등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18일 TV 성명에서 이스라엘이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미국은 그 어떠한 공격도 심각하고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하메네이는 TV에 출연하지 않았으며, 진행자가 성명을 대독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하이바르로 돌아간다.”이란 신정일치 체제의 상징 인물이며 최고 권력자인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18일(현지 시간) 새벽 이스라엘에 대한 응징을 선언했다. 그는 X에 올린 게시물에서 “하이다르의 고귀한 이름 아래 전투가 시작됐다”며 이 같이 밝혔다.하이바르는 7세기 무슬림 군대가 정복했던 유대인 거주지역이며, 하이다르는 이슬람 시아파 초대 이맘(지도자)인 알리를 뜻한다. 이스라엘에 대한 항전 의지를 강조한 메시지란 평가가 나온다. 하메네이는 이 게시물에 검을 뽑아 든 남성이 불타는 성 안으로 걸어들어가는 이미지도 올렸다. 그는 이날 오후 TV 성명을 통해선 “이스라엘은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으며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 ”이라고도 밝혔다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7일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보지 못한 중동을 보게 될 것”이라며 이란 정권 교체를 이뤄 중동 외교 지형의 전환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 이후 46년간 중동을 흔들며 대립해 온 두 국가가 정면 승부를 예고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란은 미국의 군사 개입에 대비해 중동 내 미군기지를 공격할 채비에도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극초음속 신형 미사일로 공격”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무조건적 항복을 요구한 다음 날인 18일 새벽 이란과 이스라엘은 한층 강하게 격돌했다.이란 혁명수비대는 이스라엘 공군기지를 표적으로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란 메르흐르 통신은 해당 공격에 시속 6100km의 극초음속 신형 미사일 파타-1을 동원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란이 전날 밤 탄도 미사일 약 30발을 이스라엘에 발사했다고 밝혔다. 다만 AP통신은 “이란이 17일까지 발사한 미사일은 소수에 불과했다”며 “이스라엘이 이란의 여러 발사대를 공격한 뒤 감소세”라고 보도했다.이란은 미국이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지원할 경우 보복할 준비에 들어갔다. 미국은 항공모함, 전투기, 공중급유기 등의 중동 지역 추가 배치에 나섰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이란이 미군기지를 타격하기 위한 미사일 등 군사 장비를 마련해 놓았다고 17일 보도했다. 친이란 무장단체들도 미군 공격에 나설 수 있다.● 이스라엘 “항공기 50여 대, 원심분리기 등 타격”네타냐후 총리도 거친 표현으로 이란을 위협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그는 17일 언론 인터뷰에서 하메네이를 ‘현대판 히틀러’라고 칭하며 “전쟁이 끝나면 아랍 세계가 이스라엘에 더 문을 열 것이며 이 갈등은 궁극적으로 아브라함 협정의 확대를 촉진할 것”이라고도 했다. 2020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미국 중재로 체결된 이 협정에 따라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 수단 등 아랍권 국가들은 이스라엘과 국교 정상화에 나섰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기 야심을 꺾는 데서 더 나아가 ‘시아파 맹주’인 이란의 종교, 정치 영향력도 억제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이날 밤 이스라엘은 이란 중심부에 광범위한 공습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야간에 이스라엘이 이란 항공기 50여 대와 원심분리기, 무기 생산시설을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양측의 공세로 사상자도 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까지 이란에서 최소 224명이, 이스라엘에서 최소 24명이 숨졌다.어느 쪽 미사일이 먼저 고갈되는지에 전쟁의 승패가 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이란의 중거리미사일 재고가 분석기관에 따라 700~1300개 수준이라고 전했다. WP는 이스라엘 정부의 보고를 들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의 재보급이나 개입 확대 없이 이란이 꾸준히 공격 속도를 유지하면 이스라엘은 미사일 방어를 10∼12일 정도 더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