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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음식’이라 불리는 여러 요리 중에는 독특한 역사를 간직한 주인공이 있다. 중화요리의 대명사이지만 정작 중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짜장면’이다. 요식업협회 통계 등에 따르면 하루에 600만∼700만 그릇이 팔려 나간다고 한다. 그러나 짜장면의 역사와 유래, 이름의 뜻을 아는 이들은 거의 없다. 우선 이름부터 살펴보자. 원래 짜장면은 중국 베이징과 산둥 지역의 향토음식으로 한자로 표기하면 작장면(炸醬麵·짜장미엔)이다. ‘작’은 센 불에 폭약이 터지듯 볶아내는 중화요리의 화후 기법 중 하나를 뜻하고, ‘장’은 달콤한 첨장(甛醬)을 가리킨다. 면 위에 볶은장을 얹고 제철 채소와 함께 비벼 먹는 음식이라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면(麵)’인데 칼로 썰어서 만드는 절면이나 메밀면처럼 눌러 뽑아내는 압출면이 아니라 손으로 반죽을 치대고 쳐서 길게 잡아 늘여 만드는 랍면(拉麵)을 사용한다. 수타 짜장 전문점에서 볼 수 있는 그 모습이다. 랍면의 중국어 발음은 ‘라미엔’이지만 일본어로는 ‘라멘(ラ一メン)’이다. 그러니 짜장면도 크게 보면 라면의 한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짜장면에서 라면으로 이어지는 롤러코스터식 전개처럼 이 책에는 동아시아에서 즐겨 먹는 다양한 면 요리에 담긴 역사와 문화를 소개한다. 저자는 연세대 중문과 교수이지만 주변에서는 그를 “짜장면 박사”로 부를 만큼 음식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자랑한다. 책은 ‘음식의 힘’을 강조한다. 2014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중한 롄잔 대만 국민당 명예주석과의 만찬장에서 내놓은 음식은 산시(陝西)성의 전통 음식 ‘뱡뱡면’이었다. 두 사람의 부친이 모두 산시성 출신임을 고려해 이 같은 음식이 등장했다. 이후 중국과 대만에서는 뱡뱡면이 인기를 끌며 양안(兩岸) 관계에 훈풍을 불게 했다. 올해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평양냉면이 화제의 중심에 놓인 것 역시 음식의 힘을 잘 보여 준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너무 다양한 이야기를 담으려다 보니 책 구성이 다소 산만해 보이는 점은 아쉽다. 그럼에도 짜장면을 중심으로 퍼져 가는 동아시아 역사의 숨은 이야기는 흥미롭게 다가온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언젠가는 아픔이란 게 아예 없는 세상이 올까요. 출판인, 학자, 문화예술인 등 45명에게 ‘2018년 올해의 책’을 5권씩 꼽아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한 번이라도 추천된 책은 모두 119권. 그 가운데 상위 10권을 ‘올해의 책’으로 꼽아 보니 우리 사회의 여러 아픔에 관한 책이 6권이나 됩니다. 저자와 독자, 출판이 세상의 고통을 직시하고 있다는 뜻일 테지요. 분주한 연말 독자의 책 선택에 도움이 되길, 모두가 조금은 덜 아픈 새해를 맞기를 바라며 ‘올해의 책’을 소개합니다. 동아일보 문화부 출판팀》●골든아워 / 이국종 지음·1권 438쪽, 2권 388쪽·흐름출판 “책의 힘을 보여준 올해의 문제작”(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은 ‘골든아워’(전 2권)였다. 선정위원의 절반에 가까운 20명이 ‘올해의 책’으로 추천해 압도적으로 많은 선택을 받았다. 이 책은 대한민국의 낙후한 중증외상 의료 현실에 대한 보고서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권역외상센터장·사진)가 2002년 외상외과에 발을 들인 뒤 올 상반기까지 17년 동안의 진료, 수술 기록과 기억을 바탕으로 사선에서 싸우는 환자와 의사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진정성 가득한 글의 핍진성이 독자를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한 개인의 분투와 사회 현실을 갈마들며 소설 같은 논픽션 수작(秀作)이 탄생했다”고 추천 사유를 밝혔다. 고세규 김영사 대표는 “치열하고 고귀한 현장의 분투가 날것 그대로 담겼다”고 말했다. 이 같은 찬사는 우리나라에 국제 표준 중증외상 치료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한 저자의 고투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또 의료 현실에 대한 문제 제기를 넘어 삶과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기에 더 큰 울림을 갖는다고 선정위원들은 입을 모았다. “외상외과뿐 아니라 우리 사회와 삶의 모습을 오버랩하고 있다”(이치억 충남역사문화연구원 선임연구원), “지켜야 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최선을 다해 읽어야 하는 책”(김영건 속초 동아서점 운영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박상준 민음사 대표는 “이름 없는 사람들의 분투가 명확하고 담담한 문장으로 담겨 있음이 놀랍다”며 “이 책은 기록을 넘어 문학이 되고, 메시지가 되고, 정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김훈 소설가의 팬으로 책에서 문체를 모사하기도 했다. ‘올해의 책’ 선정 소식을 들은 그는 “책이 될 감이 안 되는 참담한 현실을 활자화된 기록으로 나타낼 수 있게 허락해 주신 김훈 선생님과, 묵직한 현장 이야기에 공명해주신 독자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말이 칼이 될 때 / 홍성수 지음·264쪽·어크로스 “혐오 표현에 대한 사회적 성찰을 불러일으켰다.”(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한국 사회의 혐오 표현에 대한 문제를 파고든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의 책이다. 강성민 글항아리 대표는 “저자 자신이 남성으로서 예민한 의식을 갖지 못하다가, 왜 조그만 혐오 표현이라도 문제가 되는지 점점 자각하는 과정을 잘 밝혔다”며 추천했다. 김수진 푸른숲 부사장은 “한국에 사는 우리가 도달한 혐오 표현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기준으로 인정할 만하다”고 호평했다. 오제연 성균관대 교수는 “혐오의 연쇄를 끊어내는 실천의 모색을 가능하게 해 준다”고 했다. ●열두 발자국 / 정재승 지음·400쪽·어크로스 “자기계발서 같은, 뇌 과학자의 유쾌 발랄 상큼한 강연.”(강맑실 사계절 대표) ‘뇌’의 관점에서 인간의 본질을 탐구했다. 인공지능(AI)이 화두인 시대에 “오늘의 독자들이 목말라 하는 지식이 무엇인지 잘 보여줬다”(황서현 휴머니스트 주간)는 평가다. 뭣보다 ‘술술 읽힌다’는 게 강점으로 꼽혔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더 나은 삶, 오지 않은 세상을 탐구한 명강의를 정리해 쉽고 깊이 있게 읽힌다”고,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은 “과학교양과 미래사회에 대한 성찰을 대중 눈높이에 맞게 잘 만든 교양서”라고 추천 사유를 밝혔다. ●어디서 살 것인가 / 유현준 지음·380쪽·을유문화사 도시와 건축을 인문학적으로 다룬 건축가의 책. “우리가 살아가야 할 공간에 대한 혜안이 담겼다”(이구용 KL매니지먼트 대표), “도시의 경관이 아니라 기능과 가능성에 주목한 책”(권은희 까치글방 편집팀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주연선 은행나무 대표는 “행복한 삶으로 이끄는 공간과 건축에 대한 상상을 손에 잡힐 듯 구체적인 언어로 보여 준다”면서 “의미 있는 공간에 대한 감각을 확장했다”고 추천 사유를 밝혔다. “부동산 하면 재테크가 떠오르는 요즘 세상에 ‘집이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이 신선하다.”(박영규 교보문고 대표)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 백세희 지음·208쪽·흔 독립출판물이 출판시장에서도 폭발적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책이다. 저자가 자신의 기분부전장애 치료기를 담았다. “전문가인 의사의 이야기보다 실제 환자의 치료 후기에 더 깊이 독자들이 공감했다는 점”(김형보 어크로스 대표)이 특징. 고세규 김영사 대표는 “우리 내면의 어두운 면을 솔직하게 포착했다”며, 강인욱 경희대 교수는 “겉으로는 밝지만 숨 막히는 경쟁을 겪어 온 20대의 진솔한 속마음을 느꼈다”며 추천했다. “정신과 치료를 알려도 되는 일로 만든 것만으로도 많은 이에게 힘이 됐다”(김수진 푸른숲 부사장)는 평도 나왔다. ●경애의 마음 / 김금희 지음·356쪽·창비 소설로는 유일하게 ‘올해의 책’에 올랐다. 저자의 첫 장편소설로 추천 사유가 강렬하다. 박상준 민음사 대표는 “젊은 작가에게서 가장 전통적인 방식으로 탄생한 가장 새로운 장편소설”이라며 “독자로 하여금 한국 소설의 저력을 다시 한번 신뢰하게 만들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도 “새로운 세대의 문학을 피부로 느끼게 한 작품으로 우리 시대의 아픔과 부서진 마음을 바느질 자국이 느껴지지 않는 능숙한 솜씨로 깊게 표현한 올해의 수작”이라고 했다.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를 확인하게 해준다. 마음은 무슨 일을 하는가?”(김수진 푸른숲 부사장) ●역사의 역사 / 유시민 지음·340쪽·돌베개 경제학도, 정치가, 지식소매상에서 최근에는 방송인으로도 활동하는 유시민 작가의 책이다. 동서양의 역사가 16인과 그들이 쓴 역사서 18권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이치억 충남역사문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역사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문헌이라는 구슬을 작가의 일관된 시각이라는 실로 꿰고 있는 책”이라며 추천했다. 송영석 해냄 대표는 “역사적으로 꼭 읽어봐야 할 역사책의 장단점을 꼼꼼하게 짚었다”고 했다. “역사란 무엇이고, 왜 역사책을 읽어야 하며,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의 대답은 이 책에 모두 담겨 있다.”(김기중 더숲 대표) ●검사내전 / 김웅 지음·384쪽·부키 “현직 검사이면서도 검찰과 검사의 세계를 솔직하고 흥미롭게 서술했다.”(표정훈 출판평론가) 18년간 검사로 일한 자칭 ‘생활형 검사’가 차진 글솜씨를 발휘했다. “정치색을 드러내지 않고도 자신의 분야에서 한국사회의 민낯을 이리 두텁게 묘사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박혜숙 푸른역사 대표)인데도 “대표적 권력집단의 하나인 검사의 세계를 실상에 근접해 이해하도록 안내한다”(안대회 성균관대 교수). 유정연 흐름출판 대표는 “재미가 있을 뿐 아니라 진지한 사유로 사회의 그늘진 풍경에 대한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를 들려준다”며 이 책을 추천했다. ●당신이 옳다 / 정혜신 지음·316쪽·해냄출판사 “태풍과 쓰나미가 지구의 병이 아니듯이 우울과 무력감은 삶의 보편적인 바탕색일 뿐이다.” 염종선 창비 이사가 책을 읽고 느낀 점을 담아 밝힌 추천 사유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트라우마를 입은 피해자들을 상담했던 정신과 의사가 사람의 마음에 대한 통찰과 치유의 길을 담은 책이다. 김기중 더숲 대표는 “몸과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위로하는 강력한 치유제”라고 평가했다. “정혜신의 눈 맞춤과 포옹을 경험하면 나도 타인에게 그런 사람이고 싶어진다. 그 단단한 내공을 전하는 이 책은 우리 사회의 산소호흡기다.”(황서현 휴머니스트 주간)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 신형철 지음·428쪽·한겨레출판사 “이 시대 글을 읽고 쓰는 까닭에 대한 곡진한 질문.”(김수한 돌베개 편집주간) 문학평론가의 산문집이다. 문학 작품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여러 사회적 이슈에 대한 시선을 담은 글을 묶었다. 염종선 창비 이사는 “많은 슬픔은 막연하고 애매한 감성의 영역이 아님을 알려 준다”,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는 “감성적인 언어가 일반 독자들도 비평의 세계에 몰입하도록 안내한다”고 평했다. “천천히 집중해서 읽어야만 하는 책을 기꺼이 선택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하게 해줬다.”(김수진 푸른숲 부사장):: 올해의 책 선정위원(45명·가나다순) ::강맑실(사계절 대표) 강성민(글항아리 대표) 강인욱(경희대 사학과 교수) 고세규(김영사 대표) 권은희(까치글방 편집팀장) 김기중(더숲 대표) 김보통(만화가) 김소영(문학동네 편집장) 김수진(푸른숲 부사장) 김수한(돌베개 편집주간) 김영건(속초 동아서점 운영자) 김영준(열린책들 주간) 김형보(어크로스 대표) 박상준(민음사 대표) 박영규(교보문고 대표) 박윤우(부키 대표) 박혜숙(푸른역사 대표) 백선희(번역가) 백원근(책과사회연구소 대표) 서현(한양대 건축학부 교수) 송영석(해냄 대표) 안대회(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 여태훈(진주문고 대표) 염종선(창비 이사) 오제연(성균관대 사학과 교수) 유정연(흐름출판 대표) 윤양미(산처럼 대표) 윤철호(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이광호(문학과지성사 대표) 이구용(KL매니지먼트 대표) 이로(유어마인드 대표) 이상욱(한양대 철학과 교수) 이수은(스윙밴드 대표) 이정모(서울시립과학관장) 이치억(충남역사문화연구원 선임연구원) 장은수(편집문화실험실 대표) 정병설(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정상준(을유문화사 편집주간) 정은숙(마음산책 대표) 정재승(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주연선(은행나무 대표) 표정훈(출판평론가) 한기호(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한성봉(동아시아 대표) 황서현(휴머니스트 주간) 조종엽 jjj@donga.com·유원모 기자}

언젠가는 아픔이란 게 아예 없는 세상이 올까요. 출판인, 학자, 문화예술인 등 45명에게 ‘2018년 올해의 책’을 5권씩 꼽아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한번이라도 추천된 책은 모두 119권. 그 가운데 상위 10권을 ‘올해의 책’으로 꼽아보니 우리 사회의 여러 아픔들에 관한 책이 6권이나 됩니다. 저자와 독자, 출판이 세상의 고통을 직시하고 있다는 뜻일 테지요. 분주한 연말 독자의 책 선택에 도움이 되길, 모두가 조금은 덜 아픈 새해를 맞기를 바라며 ‘올해의 책’을 소개합니다. ■ 골든아워이국종 지음·1권 438쪽, 2권 388쪽·흐름출판“책의 힘을 보여준 올해의 문제작”(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은 ‘골든아워’(전 2권)였다. 선정위원의 절반에 가까운 20명이 ‘올해의 책’으로 추천해 압도적으로 많은 선택을 받았다.이 책은 대한민국의 낙후한 중증외상 의료 현실에 대한 보고서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권역외상센터장)가 2002년 외상외과에 발을 들인 뒤 올 상반기까지 17년 동안의 진료, 수술 기록과 기억을 바탕으로 사선에서 싸우는 환자와 의사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진정성 가득한 글의 핍진성이 독자를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한 개인의 분투와 사회 현실을 갈마들며 소설 같은 논픽션 수작(秀作)이 탄생했다”고 추천 사유를 밝혔다. 고세규 김영사 대표는 “치열하고 고귀한 현장의 분투가 날것 그대로 담겼다”고 말했다. 이 같은 찬사는 우리나라에 국제 표준 중증외상 치료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한 저자의 고투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책의 인기에 한국사회의 그늘을 지켜온 한 의사와 외상외과 팀에 대한 응원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의료 현실 문제제기를 넘어 삶과 사회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기에 더 큰 울림을 갖는다고 선정위원들은 입을 모았다. “외상외과 뿐 아니라 우리 사회와 삶의 모습을 오버랩하고 있다”(이치억 선임연구원), “한국 사회의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김소영 문학동네 편집장), “지켜야 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최선을 다해 읽어야 하는 책”(김영건 속초 동아서점 운영자), “세상의 변화를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온몸으로 알려 준다”(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는 평가다. 박상준 민음사 대표는 “이름 없는 사람들의 분투가 명확하고 담담한 문장으로 담겨있음이 놀랍다”며 “이 책은 기록을 넘어 문학이 되고, 메시지가 되고, 우리에게 필요한 정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 역사의 역사유시민 지음·340쪽·돌베개 경제학도, 정치가, 지식소매상에서 최근에는 방송인으로도 활동하는 유시민 작가의 책이다. 동서양의 역사가 16인과 그들이 쓴 역사서 18권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이치억 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역사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문헌이라는 구슬을 작가의 일관된 시각이라는 실로 꿰고 있는 책”이라며 추천했다. 송영석 해냄 대표는 “역사적으로 꼭 읽어봐야 할 역사책의 장단점을 꼼꼼하게 짚었다”고 했다. “역사란 무엇이고, 왜 역사책을 읽어야 하며,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의 대답은 이 책에 모두 담겨 있다.” (김기중 더숲 대표) ■ 말이 칼이 될 때홍성수 지음·264쪽·어크로스 “혐오표현에 대한 사회적 성찰을 불러일으켰다.”(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한국 사회의 혐오 표현에 대한 문제를 파고든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의 책이다. 강성민 글항아리 대표는 “저자 자신이 남성으로서 예민한 의식을 갖지 못하다가, 왜 조그만 혐오표현이라도 문제가 되는지 점점 자각하는 과정을 잘 밝혔다”며 추천했다. 김수진 푸른숲 부사장은 “한국에 사는 우리가 도달한 혐오 표현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기준으로 인정할 만 하다”는 호평했다. 오제연 성균관대 교수는 “혐오의 연쇄를 끊어내는 실천의 모색을 가능하게 해 준다”고 했다. ■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신형철 지음·428쪽·한겨레출판사 “이 시대 글을 읽고 쓰는 까닭에 대한 곡진한 질문”(김수한 돌베개 편집주간) 문학평론가의 산문집이다. 문학 작품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여러 사회적 이슈에 대한 시선을 담은 글을 묶었다. 염종선 창비 이사는 “많은 슬픔은 막연하고 애매한 감성의 영역이 아님을 알려 준다”,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는 “감성적인 언어가 일반 독자들도 비평의 세계에 몰입하도록 안내한다”고 평했다. “천천히 집중해서 읽어야만 하는 책을 기꺼이 선택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하게 해줬다.”(김수진 푸른숲 부사장) ■ 어디서 살 것인가유현준 지음·380쪽·을유문화사 도시와 건축을 인문학적으로 다룬 건축가의 책. “우리가 살아가야 할 공간에 대한 혜안이 담겼다”(이구용 KL매니지먼트 대표), “도시의 경관이 아니라 기능과 가능성에 주목한 책”(권은희 까치글방 편집팀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주연선 은행나무 대표는 “행복한 삶으로 이끄는 공간과 건축에 대한 상상을 손에 잡힐 듯 구체적인 언어로 보여 준다”면서 “의미 있는 공간에 대한 감각을 확장했다”고 추천 사유를 밝혔다. “부동산하면 재테크가 떠오르는 요즘 세상에 ‘집이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이 신선하다”(박영규 교보문고 대표). ■ 당신이 옳다정혜신 지음·316쪽·해냄출판사 “태풍과 쓰나미가 지구의 병이 아니듯이 우울과 무력감은 삶의 보편적인 바탕색일 뿐이다.” 염종선 창비 이사가 책을 읽고 느낀 점을 담아 밝힌 추천 사유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트라우마를 입은 피해자들을 상담했던 정신과 의사가 사람의 마음에 대한 통찰과 치유의 길을 담은 책이다. 김기중 더숲 대표는 “몸과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위로하는 강력한 치유제”라고 평가했다. “정혜신의 눈 맞춤과 포옹을 경험하면 나도 타인에게 그런 사람이고 싶어진다. 그 단단한 내공을 전하는 이 책은 우리 사회의 산소호흡기다.”(황서현 휴머니스트 주간) ■ 경애의 마음김금희 지음·356쪽·창비 소설로는 유일하게 ‘올해의 책’에 올랐다. 저자의 첫 장편소설로 추천 사유가 강렬하다. 박상준 민음사 대표는 “젊은 작가에게서 가장 전통적인 방식으로 탄생한 가장 새로운 장편소설”이라며 “독자로 하여금 한국 소설의 저력을 다시 한번 신뢰하게 만들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도 “새로운 세대의 문학을 피부로 느끼게 한 작품으로 우리 시대의 아픔과 부서진 마음을 바느질 자국이 느껴지지 않는 능숙한 솜씨로 깊게 표현한 올해의 수작”이라고 했다.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를 확인하게 해준다. 마음은 무슨 일을 하는가?”(김수진 푸른숲 부사장) ■ 열두 발자국정재승 지음·400쪽·어크로스 “자기계발서 같은, 뇌 과학자의 유쾌 발랄 상큼한 강연.”(강맑실 사계절 대표) ‘뇌’의 관점에서 인간의 본질을 탐구했다. 인공지능(AI)이 화두인 시대에 “오늘의 독자들이 목말라하는 지식이 무엇인지 잘 보여줬다”(황서현 휴머니스트 주간)는 평가다. 뭣보다 ‘술술 읽힌다’는 게 강점으로 꼽혔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더 나은 삶, 오지 않은 세상을 탐구한 명 강의를 정리해 쉽고 깊이 있게 읽힌다”고,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은 “과학교양과 미래사회에 대한 성찰을 대중 눈높이에 맞게 잘 만든 교양서”라고 추천 사유를 밝혔다. ■ 검사내전김웅 지음·384쪽·부키 “현직 검사이면서도 검찰과 검사의 세계를 치우침 없이 솔직하고 흥미롭게 서술했다.”(표정훈 출판평론가) 18년간 검사로 일한 자칭 ‘생활형 검사’가 차진 글 솜씨를 발휘했다. “정치색을 드러내지 않고도 자신의 분야에서 한국사회의 민낯을 이리 두텁게 묘사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박혜숙 푸른역사 대표)인데도 “대표적 권력집단의 하나인 검사의 세계를 실상에 근접해 이해하도록 안내한다”(안대회 성균관대 교수). 유정연 흐름출판 대표는 “재미가 있을 뿐 아니라 진지한 사유로 사회의 그늘진 풍경에 대한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를 들려준다”면서 추천했다. ■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백세희 지음·208쪽·흔 독립출판물이 출판시장에서도 폭발적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책이다. 저자가 자신의 기분부전장애 치료기를 담았다. “전문가인 의사의 이야기보다 실제 환자의 치료 후기에 더 깊이 독자들이 공감했다는 점”(김형보 어크로스 대표)이 특징. 고세규 김영사 대표는 “우리 내면의 어두운 면을 솔직하게 포착했다”며, 강인욱 경희대 교수는 “겉으로는 밝지만 숨 막히는 경쟁을 겪어 온 20대의 진솔한 속마음을 느꼈다”며 추천했다. “정신과 치료를 알려도 되는 일로 만든 것만으로도 많은 이에게 힘이 됐다”(김수진 대표)는 평도 나왔다. ▼‘올해의 책’에 아쉽게 선정되지 못 한 책▼ 이론물리학자 제프리 웨스트의 ‘스케일’(김영사)이 11위(4표)에 선정돼 아쉽게도 ‘올해의 책’ 10권에는 들지 못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생물계와 사회 시스템이 모두 ‘규모 증감의 법칙’을 따른다고 주장한다. 권은희 까치글방 대표는 “가장 작은 규모의 세포에서 거대한 기업까지 생물학을 넘어 세상을 움직이는 보편 법칙을 탁월하게 추적하는 책”이라고 평가했다. “‘우리는 왜 도시에 사는가’에 대한 놀라운 통찰이 담겼다”(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는 평도 나왔다. 공동 12위에 오른 4권은 나란히 3표를 받았다. 1급 지체장애인인 김원영 변호사의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사계절)을 추천한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저자의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인간 존엄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책”이라고 했다. 황서현 휴머니스트 주간은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마지막’ 변론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이 책을 평가했다. 백선희 번역가는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의 신작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김영사)을 꼽으며 “‘사피엔스’로 인류의 과거를, ‘호모데우스’로 인류의 미래를 탐색한 그가 인류의 현재에 던지는 더없이 명철한 진단”이라고 했다. 김희경 작가의 ‘이상한 정상 가족’(동아시아)은 “국가, 사회가 인정하고 보호하는, ‘정상’의 기준을 흔든 책”(김수진 푸른숲 부사장)이라는 평을 받았다. 한승태 작가가 양계장, 도축장 등에서 일하면서 쓴 ‘고기로 태어나서’(시대의창)는 “경험과 인식이 드러난 글쓰기의 전형을 보여준다. 책이 삶을 바꿀 수 있다는 힘을 느꼈다”(여태훈 진주문고 대표)는 지지를 받았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한국 르포르타주의 가능성을 열어준 책”이라고 했다. ▼올해의 책 선정위원(가나다순·45명)▼강맑실(사계절 대표) 강성민(글항아리 대표) 강인욱(경희대 사학과 교수) 고세규(김영사 대표) 권은희(까치글방 편집팀장) 김기중(더숲 대표) 김보통(만화가) 김소영(문학동네 편집장) 김수진(푸른숲 부사장) 김수한(돌베개 편집주간) 김영건(속초 동아서점 운영자) 김영준(열린책들 주간) 김형보(어크로스 대표) 박상준(민음사 대표) 박영규(교보문고 대표) 박윤우(부키 대표) 박혜숙(푸른역사 대표) 백선희(번역가) 백원근(책과사회연구소 대표) 서현(한양대 건축학부 교수) 송영석(해냄 대표) 안대회(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 여태훈(진주문고 대표) 염종선(창비 이사) 오제연(성균관대 사학과 교수) 유정연(흐름출판 대표) 윤양미(산처럼 대표) 윤철호(출협 회장) 이광호(문학과지성사 대표) 이구용(KL매니지먼트 대표) 이로(유어마인드 대표) 이상욱(한양대 철학과 교수) 이수은(스윙밴드 대표) 이정모(서울시립과학관장) 이치억(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 선임연구원) 장은수(편집문화실험실 대표) 정병설(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정상준(을유문화사 편집주간) 정은숙(마음산책 대표) 정재승(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주연선(은행나무 대표) 표정훈(출판평론가) 한기호(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한성봉(동아시아 대표) 황서현(휴머니스트 주간) 조종엽기자 jjj@donga.com유원모기자 onemore@donga.com신규진기자 newjin@donga.com}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의 잊지 못할 장면 중 하나는 ‘하늘의 대동여지도’로 불리는 천상열차분야지도(국보 제228호)가 증강현실(AR)을 통해 밤하늘을 빛의 입자로 화려하게 수놓은 것이다. 1395년(태조 4년) 제작한 이 천문도에는 293개의 별자리와 1467개에 이르는 별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반면 1930년 국제천문연맹(IAU)이 서양의 전통 별자리를 바탕으로 만든 현대 별자리 목록은 88개에 불과하다. 신화 위주의 서양 별자리와 달리 동양의 별자리는 인간 사회의 복잡다단한 모습을 하늘에 그대로 투영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국과 중국 등 고대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이어져 온 ‘동양 천문학’을 소개한 책 ‘사람에게서 하늘 향기가 난다’(린쓰·사진)가 최근 출간됐다. 황유성 두정천문연구소 연구원이 낸 이 책의 제목은 동양 천문의 핵심 사상인 천인합일(天人合一)의 개념을 담고 있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동양의 우주 기원 신화와 우주 구조론을 담았다. 책의 핵심인 2부에서는 동양의 별자리 체계인 3원 28수의 천문적 의미와 각 별자리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풀었다. 마지막 3부는 역법(曆法)에 대한 기본 이론을 다룬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이탈리아의 천재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사진)의 작품 복원에 우리나라의 전통 종이인 한지(韓紙)가 사용된다. 이탈리아의 지류 복원 전문기관인 국립기록유산보존복원중앙연구소(ICPAL)는 11일(현지 시간) 다빈치가 1505년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새의 비행에 관한 코덱스(Codex on the Flight of Birds)’ 복원에 한지를 쓰기로 했다고 밝혔다. 코덱스는 다빈치의 과학과 기술에 대한 연구 중 노트와 드로잉 형태로 남아 있는 6000여 쪽 분량의 원고를 한데 묶은 것이다. 이탈리아 토리노 왕립도서관에 보관 중인 ‘새의 비행에 관한 코덱스’는 다빈치가 새와 박쥐의 비행 모습을 통해 발견한 항공공학 법칙 등을 스케치와 함께 기술한 자필 노트다. 여기에 나타난 다빈치의 아이디어들은 오늘날 글라이더와 비행기, 헬리콥터, 낙하산의 기원이 됐다. ICPAL은 “작품이 제작된 지 500여 년이 흐르면서 군데군데 곰팡이가 생겨나는 등 심하게 오염돼 있어 보존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작품을 보호하는 커버를 만드는 데 한지를 사용해 손상을 최소화할 계획”이라며 “일반 종이보다 훨씬 질기고, 튼튼한 한지의 특성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복원 작업에 쓰일 한지는 경남 의령군의 신현세 한지공방에서 제작한 한지가 쓰일 것으로 알려졌다. 토리노 왕립도서관은 다빈치 서거 500주년을 맞이하는 내년에 한지로 복원된 ‘새의 비행에 관한 코덱스’를 일반에 공개할 방침이다. 그동안 유럽 문화재 복원 사업은 일본의 전통 종이인 화지(和紙)가 장악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이탈리아의 ‘교황 요한 23세 지구본’과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막시밀리안 2세 책상 손잡이’ 복원에 한지를 사용하는 등 유럽 문화재계에서도 한지의 우수성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 초지(抄紙)기법으로 제작되는 한지는 섬유가 길면서도 강도가 단단해 평면과 입체물 등 다양한 작업이 가능하고, 염색과 채색이 용이하다. 한편 국립문화재연구소와 국회 문화관광산업연구포럼은 학술 심포지엄 ‘전통한지의 우수성과 기능성’을 13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연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동아일보와 동아방송 전직 사우 모임인 동우회(東友會)가 11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2018 동우 송년의 밤’ 행사를 열었다. 조강환 동우회장(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전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2019년 황금돼지해에 동우들의 만사 성취와 행복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임채청 동아일보 부사장은 “동아일보는 ABC협회 유료부수 인증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등을 했다. 언론의 공적 책임을 다하고 국민의 일상을 바꾸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김학준 인천대 이사장(전 동아일보 회장)은 “창간 100주년인 2020년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큰 감격을 함께 느끼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동우 몽도상’은 이용화 동우가 수상했다. 몽도상은 몽도(夢桃) 이동수 초대 동우회장의 유족이 기탁한 5000만 원으로 제정됐다. 동우회 공로패는 강종운 신광연 동우가, 감사패는 남달성 동우가 각각 받았다. 이날 행사에는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 겸 채널A 사장을 비롯해 김진현 전 과학기술처 장관, 남시욱 화정평화재단 이사장, 고의홍 전 국민일보 전무, 김광희 전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김병건 동아꿈나무재단 이사장, 김선휘 삼양염업 고문, 김세원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초빙교수, 김태선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권이상 전 경방 감사, 노재성 전 국민일보 부사장, 노한성 전 파라다이스 감사, 민병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 박동은 한국아동단체협의회 회장, 박문두 대한언론인회 편집위원, 박응칠 대한언론인회 감사, 성낙오 전 영남일보 사장, 심규선 서울대 기금교수, 안평선 한국방송인회 상임부회장, 이경문 전 문화체육부 차관, 이대훈 전 동아일보 이사, 이병대 대한언론인회 회장, 이용수 서울낫도 대표, 이종세 한국체육언론인회 회장, 이홍우 상명대 특임교수, 정구종 동서대 석좌교수, 최동욱 전 한국방송디스크자키협회 회장, 최명우 안전신문 주필, 최희조 전 문화일보 편집국장, 황의봉 전 동아일보 출판국장 등 전현직 사우 300여 명이 참석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6·25전쟁 직후 설립한 강원 인제군의 ‘인제성당’(사진)이 문화재로 등록된다. 문화재청은 강원도의 대표적 가톨릭 건축물인 ‘인제성당’과 ‘옛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녀회 춘천수련소’를 등록문화재로 예고했다고 10일 밝혔다. 인제성당은 뉴질랜드 출신 선교사 후베르토 신부(1917∼2006)가 설계한 건축물. 광복 직후엔 북한 땅에 공회당으로 사용되다 전쟁 때 대부분 파괴됐으나, 남겨진 콘크리트 기초를 활용해 1956년 완공했다. 옛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녀회 춘천수련소는 수녀 양성을 위한 시설로, 1959년 신축한 뒤 1962년 증축했다. 한편 문화재청은 지난달 예고한 지청천 일기(제737호), 이육사 친필원고 ‘바다의 마음’(제738호), 광양시 옛 진월면사무소(제739호) 등을 문화재로 등록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파사왕 22년(101년) 금성(金城) 동남쪽에 성을 쌓아 월성(月城)이라 불렀고, 혹은 재성(在城)이라고도 불렀다.” 삼국사기(三國史記)에는 경주 월성에 대한 이 같은 기록이 나온다. 초승달처럼 생겼다는 뜻에서 월성(반월성)이라 이름 붙여진 이곳은 2세기부터 800여 년간 신라의 왕궁으로 역할을 했다. 당대에는 ‘재성’으로도 불렸는데 월성 유적지에서는 ‘在城’이라고 적힌 명문기와가 출토되기도 했다. 그간 학계에서는 재성의 의미에 대해 ‘재(在)’의 뜻인 ‘있다’에 주목하거나 신라의 이두식 발음 ‘겨(在)’의 변형인 ‘계시다’로 해석해 “왕이 머무른 성”이라고 봤다. 하지만 이 같은 인식에 의문을 들게 하는 사료가 등장한다. “서경(西京·평양)에 행차하였고, 새로 궁부(宮府)와 원리(員吏)를 두었으며 비로소 재성(在城)을 쌓았다.” 고려 건국 초기였던 922년 평양의 모습을 서술한 고려사(高麗史)에서 재성이 다시 나타난 것. 918년 건국 이래 고려의 황제는 수도 개경(개성)을 한 번도 옮기지 않았다. 그렇다면 재성의 의미는 무엇일까. 전경효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문헌조사팀장은 최근 한국고대사학회 학술대회에서 ‘신라 재성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라는 논문을 통해 “월성의 또 다른 명칭 ‘재성’은 해자(垓字)를 갖춘 성이라는 뜻”이라며 학계의 통설과 다른 새로운 주장을 내놨다. 논문에 따르면 고려사에는 “5년(922년) 처음으로 서경(西京)에 재성(在城)을 쌓았다. (재(在)는 방언(放言·우리말)으로 밭도랑(畎)을 뜻한다.)”라는 기록이 있다. ‘재(在)’의 용례에 대해 밭도랑이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밭도랑은 비가 많이 올 때 물을 빼기 위해 밭두렁 안쪽을 따라 고랑보다 깊게 판 물길이다. 이는 물이 흐르는 동시에 성 안팎을 구분하는 해자의 모습과 같다. 실제로 월성의 동-서-북쪽에는 인공 해자가 놓여 있었고, 남쪽으로 흐르는 남천을 자연 해자로 삼았다. 평양성 역시 동쪽의 대동강, 서쪽 보통강과 함께 평양성 남문 앞에 해자를 쌓았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옛 평양성의 지세(地勢)는 신월성(新月城)이었다”는 삼국유사(三國遺事)의 표현도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전 팀장은 “신라의 주요 성은 대부분 산성(山城)이었기 때문에 해자를 갖춘 월성의 지형적 특성이 부각돼 명칭에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며 “그동안 월성 관련 고고학 발굴 조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문헌 연구가 활발해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1100년 전 한반도의 혼란을 수습한 통일 제국이자 중세 미술과 불교문화를 꽃피운 ‘고려(高麗)’. 화려한 고려의 문화유산을 한데 모은 대규모 전시회가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고려 건국(918년) 1100주년 특별전 ‘대고려, 그 찬란한 도전’을 4일부터 연다. 이번 전시에선 미국, 영국, 이탈리아, 일본의 11개 기관과 국내 34개 기관이 소장한 고려시대 관련 문화재 450여 점이 공개된다. 3일 열린 언론공개회에서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대고려전은 규모와 노력, 예산 면에서 다른 전시를 압도하는 특별전”이라며 “향후 100년 동안 보지 못할 이번 전시를 통해 찬란한 문명을 꽃피운 한국인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자부심을 느끼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에는 국보 19건과 보물 34건 등 국가지정문화재만 53건이 출품됐고, 해외 기관에서 소장 중인 국보·보물급 유물까지 더해져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왕실 미술품을 선보이는 1부 ‘고려 수도 개경’부터 고려의 불교 문화유산을 모은 ‘1100년의 지혜’, 고려인의 일상에 녹아 있던 차 문화를 소개하는 ‘다점(茶店), 차가 있는 공간’과 예술성의 정점을 이룬 공예 미술을 만날 수 있는 ‘고려의 찬란한 기술과 디자인’ 등 총 4부로 구성됐다. 최초로 공개하는 유물들이 눈에 띈다. 이탈리아 동양예술박물관이 소장 중인 ‘아미타여래도’는 처음 고국에서 선보인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 전하는 고려불화는 160여 점에 불과하다. 그중에서도 독존(獨尊) 형식의 아미타여래도는 10점이 채 안 되는 매우 희귀한 도상으로, 이번 전시에서 실물을 확인할 수 있다. ‘대고려전’에는 총 20점의 고려불화가 출품됐다. 현존하는 유일한 고려시대 은제 금도금 주자(注子·주전자)와 승반(承盤·그릇 받침)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미국 보스턴박물관이 소장 중인 이 주자는 연꽃 위에 날개를 모은 봉황 한 마리를 표현한 뚜껑과 대나무를 구부린 듯한 손잡이로 구성돼 기법과 미적 측면에서 고려 금속공예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다. 전 세계에 불과 9점만 전해 내려오는 고려의 나전경함 중 하나인 ‘나전 국화넝쿨무늬 경함’(영국박물관 소장)과 한국 최고(最古)의 목판 ‘대방광불화엄경 수창년간판’(국보 제206-16호) 등 귀중한 유물들을 대거 만날 수 있다. 그러나 특별전의 최대 기대작이었던 북한 조선중앙역사박물관 소장 ‘왕건상’이 오지 못한 점은 특히 아쉽다. 애초 박물관은 왕건의 스승인 합천 해인사 소장 ‘건칠희랑대사좌상’(보물 제999호)과 나란히 전시해 1100년 만에 스승과 제자의 만남을 연출하려 했다. 그러나 북한 측과의 논의가 지지부진해지면서 결국 왕건상의 자리를 비운 채 전시를 개막하게 됐다. 배 관장은 “눈에 두드러지는 대비 효과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며 “왕건상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설령 오지 않더라도 남북 문화 교류를 촉진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남북 공동 발굴조사로 개성 만월대에서 발견한 금속활자도 전시되지 못했다. 그 대신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 중인 딱 한 점의 고려 금속활자인 ‘복(윾)’자가 공개된다.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로 인쇄한 책인 고려의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을 보지 못한 점도 안타깝다. ‘직지’를 대여하는 조건으로 프랑스 측이 요구한 ‘압류면제법’(해외 문화재를 들여와 전시할 때 압류·압수를 금지하는 조항) 입법이 무산됐기 때문이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쉴드(방패, 보호막)가 필요해요. 그룹에서 나오면 저는 왕따를 당하거나 별것 아닌 것들한테 맞기도 해요. 엄청 자존심 상하죠. 하지만 센 그룹에 있으면 공격을 못해요. 가끔 짱한테 시달려도 혼자 있으면서 받는 설움보다는 낫죠. 나오면 저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되거든요.” 저자와 상담한 어느 비행 청소년의 토로는 학교폭력의 복잡함을 잘 보여준다. 가해자와 피해자, 방관자가 뒤섞여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간 정부와 전문단체, 학교에서는 학교폭력에 대한 수많은 매뉴얼과 사례집, 논문과 책을 쏟아냈다. 2004년부터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시행 중이지만 오히려 더 잔인하고, 해괴한 학교폭력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23년간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한 수석교사이자 상담심리를 전공한 저자는 학교폭력의 근본적 원인을 추적한 결과를 담았다. 학생들을 직접 면담한 내용과 심리학 이론을 적절히 교차해 현재 교실에서 벌어지는 폭력의 양상과 해결방향을 생생하게 소개한다. 청소년의 독특한 심리적 특성도 예리하게 포착한다. 흔히 가해학생을 대할 때 “그 아이(피해학생)의 입장에서 생각해 봐”,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니”라며 비난의 말을 쏟아내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억지로 공감을 요구하는 식으로는 자신의 심리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대부분 실패하고야 만다. 그렇기에 전문 상담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가장 소외받기 쉬운 피해학생에 주목한다. 역설적이게도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주변에서 더 많은 관심을 받고 개입하는 대상은 가해학생이다. 피해학생은 집 안에 틀어박혀 스스로 유폐되거나 주위 학생들의 호기심 어린 눈길을 잔인하게 받으며 또 다른 피해를 입기도 한다. 이에 현행 처벌식 생활지도가 아닌 회복에 초점을 둔 생활교육을 강조한다.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참여하는 동아리 등을 대안으로 내세운다. 실제 성공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교육현장의 뜨거운 열정을 살펴볼 수 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1. 할아버지와 삼촌들이 모두 목수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직접 만든 연과 팽이, 스케이트는 늘 친구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중학교를 마치자마자 가구공장을 운영하던 8촌 형의 밑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55년이 지났고, 국가무형문화재 제55호 소목장(小木匠)이 됐다. #2. 스무 살, 입시지옥을 견디고 전자공학과에 입학한 청년은 우연히 길을 가다 흘러나온 사라사테의 ‘치고이너바이젠’을 듣고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잊고 있던 음악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난 것이다. 졸업 후 대우전자 중앙연구소에서 오디오 담당 엔지니어로 최고의 소리를 만들기 위해 연구에 매진했다. 10년 전부터 독립한 이후 우리나라 전통 한지(韓紙)로 ‘콘(진동판)’을 만들어 내는 오디오 명장이 됐다. 소병진 소목장(68·국가무형문화재 제55호)과 김준 오디오 명장(60)은 살아온 경로와 관심사가 전혀 다른 두 사람이다. 공통점이 있다면 전통 가구와 오디오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에 올랐다는 점. 이들이 함께 뭉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이달 9일부터 15일까지 전북 전주시 국립무형유산원에서 열린 ‘헤리티지 사이언스를 만나다’ 전시회에서는 전통문화의 디자인과 현대적 기술이 합쳐진 독특한 작품 수십 점이 공개됐다. 그중에서도 소병진 소목장과 홍춘수 한지장(80·국가무형문화재 제117호), 김준 명장이 협업해 만든 ‘평판스피커’는 놀라움을 자아냈다. 백두산 자락에서 자라나는 600년 수령의 홍송(紅松)을 오디오의 외벽에 해당하는 평판으로, 우리나라 고유의 닥나무 한지를 오디오의 소리를 내는 핵심 부분인 콘으로 사용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스피커를 만들어낸 것이다. 선뜻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그러나 이들은 “답습하는 전통만으로는 미래가 없다”는 기치 아래 힘을 모았다. 전통 문화유산의 현대화·세계화를 모색하는 소병진 소목장과 김준 명장을 23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우리나라에서 소목장은 3명에 불과해요. 평생을 바친 덕분에 제가 만든 전통 장롱 등을 찾는 분들이 여전히 많죠. 하지만 늘 세계에 우리의 전통을 알리고 싶은 갈망이 있었어요. 아무 조건 따지지 않고, 협업에 나선 이유입니다.” 소 소목장은 국내 유일의 조선 왕실 가구를 재현하는 전통 기술을 보유한 장인이다. 하지만 그는 정체돼 있는 국내 전통시장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전통 문화재 역시 세계화가 되지 않으면 사장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오디오처럼 실생활에서 충분히 사용 가능한 가구였다. “글로벌 오디오 시장에서는 독일의 클랑필름이나 미국의 웨스턴일렉트릭 등에서 1920년대에 만든 작품들이 명기로 여겨지고 있어요. 소리를 내는 핵심 부분인 콘을 서양식 펄프 등을 사용해서는 그들을 절대로 뛰어넘을 수가 없어요. 우연히 한지에서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섬유 조직이 길어 소리가 섬세하면서도 고음과 저음을 조화롭게 표현할 수 있는 한지야말로 오디오 시장의 중심으로 들어갈 수 있는 핵심 열쇠인 거죠.”(김준 명장)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이탈리아 밀라노 트리엔날레 관계자들이 참석해 내년도 이탈리아 현지 전시를 의뢰하는 등 해외 전문가들의 호응이 컸다. 소 소목장은 “전통의 기법과 정신은 앞으로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며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금 바로 옆에서 느낄 수 있는 전통이어야 살아있는 문화유산이 된다는 것이다”고 밝혔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조선의 3대 왕 태종이 딸 정혜옹주(?~1424)를 위해 세운 사리탑이 보물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은 조선 초 왕실의 불교 신앙을 보여주는 ‘남양주 수종사 사리탑’(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57호)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사리탑은 경기 남양주시 운길사 수종사에 전해오는 석조탑으로, 팔각오층석탑(보물 제1808호), 삼층석탑(비지정)과 함께 대웅전 옆에 자리하고 있다. 높이 2.3m로 2단으로 된 8각형의 기단 위에 둥근 구형의 탑신을 올리고, 지붕돌과 머리장식을 얹었다. 지붕돌의 낙수면에 새겨진 명문을 통해 1439년 태종의 첫째 후궁인 의빈 권씨(1384~1446)가 정혜옹주의 사리탑을 조성하고, 문화 류씨와 금성대군(세종의 여섯째 아들·1426~1457)이 시주한 내용이 확인됐다. 문화재청은 “남양주 수종사 사리탑은 형태가 고스란히 보존돼 있고, 탑 안에 왕실이 가지고 있던 사리가 봉안돼있다”며 “조선 초기 왕실의 불교 신앙과 그 조형의 새로운 경향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보물 지정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유원모기자 onemore@donga.com}

산청 범학리 삼층석탑(국보 제105호)이 고향으로 돌아오기까지 77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국립진주박물관은 27일 야외전시장에서 산청 범학리 삼층석탑을 공개하고, 고향으로의 복귀를 축하하는 점안식을 열었다. 상설전시실 개편 공사가 완료되는 30일부터 관람이 가능하다. 9세기 통일신라 때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석탑은 경남 산청 경호강이 바라보이는 둔철산 자락에 서 있었다. 그러나 조선시대 들어서 폐사지가 되면서 석탑 역시 허물어졌고 일제강점기에는 하염없이 떠돌아다니는 운명을 맞이한다. 불행의 시작은 1941년. 대구의 골동품상이었던 오쿠 지스케(奧治助)가 범학리 주민들을 꼬드겨 단돈 100원(엔)에 석탑을 구입했다. 당시 물가로 쌀 5가마니에 불과한 헐값에 팔린 것이다. 조각난 채 진주로 옮겨진 후 철도에 실려 대구로 운송됐다. 대구의 한 공장터에 숨겨져 있던 이 석탑은 이듬해 조선총독부가 불법 반출 사실을 인지한 후 회수해 경성(서울)의 총독부 박물관으로 이송했다. 광복 다음 해인 1946년 미군 공병대의 도움으로 경복궁 안에 세워졌다. 그러나 1994년 경복궁 정비사업으로 다시 17개의 부재로 해체돼 23년간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 속에서 빛을 보지 못했다. 국립진주박물관은 지역을 대표하는 석조문화재가 수장고 안에 보관돼 관람이 어려운 점을 안타깝게 여겨 석탑의 고향 근처인 진주 이관을 요청했다. 결국 지난해 2월 국립중앙박물관은 석탑의 이전·전시를 결정하면서 고향의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박물관은 최근 석탑 재건을 위한 터파기 공사를 시작으로 원형 그대로 복원을 완료했다. 특히 일제강점기 석탑 운반 과정에서 사라진 하대석을 복원하면서 산청군 범학리 근처인 정곡리에서 석탑의 원석인 섬장암(閃長巖)을 찾아내 훼손된 부분 등 복원에 사용했다. 범학리 삼층석탑은 미술사적으로 전형적인 통일신라 양식을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경남 지역 석탑 중에는 유일하게 탑 외부에 부조상이 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씨름이 26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우리나라는 총 20건의 무형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26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은 인류무형문화유산을 보유한 국가다. 중국이 31건으로 가장 많고, 일본이 21건으로 뒤를 잇는다.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한 것은 2001년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이다. 종묘제례는 종묘에서 행하는 제향의식으로, 조선시대 국가 제사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고 중요도가 높았다. 종묘제례악은 종묘제례에서 연주하는 기악(樂)과 노래(歌), 춤(舞) 등이다. 이후 판소리(2003년)와 강릉단오제(2005년), 강강술래·남사당놀이·영산재·제주칠머리당영등굿·처용무(2009년), 가곡·대목장·매사냥(2010년), 택견·줄타기·한산모시짜기(2011년), 아리랑(2012년), 김장문화(2013년), 농악(2014년), 줄다리기(2015년), 제주해녀문화(2016년) 등이 차례로 무형유산에 등재됐다. 북한은 아리랑(2014년)과 김치담그기(2015년)에 이어 씨름까지 총 3개의 인류무형문화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씨름을 계기로 기존에 남북이 따로 등재한 아리랑과 김장문화를 공동 등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5세기 고구려 고분인 ‘각저총(角저塚·씨름 무덤)’에는 짧은 바지를 입고, 오른쪽 어깨를 맞댄 채 상대의 허리띠를 잡는 모습이 선명하게 보인다. 18세기 단원 김홍도(1745∼1806)의 ‘단원풍속도첩’에서도 씨름 장면이 나타나는 등 각종 문헌과 회화 등에서 씨름의 명확한 역사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씨름은 16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회 및 지역적 배경, 성별에 관계없이 계승되어 온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이지만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처음으로 남북 공동 등재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씨름의 남북한 공동 등재가 처음 논의된 것은 2014년이다. 그러나 이듬해 3월 북한이 유네스코에 씨름을 단독으로 등재 신청하면서 무산됐다. 2016년 열린 제11차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는 북한의 씨름에 대해 등재 보류 판정을 내렸다. 신청서가 지나치게 ‘정치적인 용어’와 ‘엘리트 체육 위주’로 작성된 점을 지적했다. 이후 우리나라는 2016년 3월 유네스코에 단독으로 씨름 등재 신청서를 냈고, 북한이 지난해 3월 재도전에 나서면서 원치 않게 경쟁 구도가 돼버렸다. 반전의 계기는 올 4월부터였다. 4·27 판문점 정상회담 등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씨름 공동 등재 아이디어가 다시 부각됐다. 불을 붙인 건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이었다. 대북제재에 대한 부담 없이 남북 화해와 세계 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분야가 유네스코의 과학·문화 분야라고 여긴 아줄레 사무총장은 올해 8월 적극적으로 남과 북에 씨름 공동 등재를 권유했다. 우리 정부는 이를 수락했으나 북한은 거절하겠다고 밝혔다. 각각 따로 등재를 신청해도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어서 굳이 같이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꺼져가던 남북 공동 등재의 불씨를 되살린 건 지난달 16일 문재인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이었다. 프랑스 방문길에 아줄레 사무총장과 만난 문 대통령은 “사무총장이 주도하는 씨름 공동 등재가 좋은 아이디어다. 다시 추진해 보자”고 제안했다. 이에 이병현 주유네스코 대표부 한국대사가 파리에 나와 있는 김용일 주유네스코 북한대사와 만나 문 대통령의 의지를 전달했다. 북한은 처음에는 “남북 경제 협력 사업에 집중하자”며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국제사회에 세계 평화에 대한 북한의 강한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자 남북관계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득을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북한 외무성에서 수용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줄레 사무총장도 평양에 유네스코 사무총장 특사를 파견해 설득하고, 남북 공동 등재가 “세계 평화를 위한 좋은 방향”이라며 예외적으로 서둘러 절차를 진행하도록 배려하는 등 강한 의지를 보였다는 후문이다. 결국 유네스코 무형유산위는 씨름이 한반도에서 오랫동안 전승된 민속경기로, 남북이 신청한 유산이 사실상 같다고 판단해 26일 공동 등재 결정을 내렸다. 씨름을 계기로 남북 문화유산 공동 등재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흘러나온다. 차기 후보로는 문 대통령이 아줄레 사무총장을 만났을 때 언급했던 비무장지대(DMZ) 생물다양성 보존 등이 꼽힌다. 한반도 허리를 가르는 4km 폭의 DMZ는 6·25전쟁 이후 출입이 통제돼 생태계가 잘 보존됐다는 점에서 자연유산으로서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게다가 궁예가 강원도 철원에 세운 계획도시인 태봉국 철원성과 냉전 이데올로기의 산물인 각종 군사시설이 존재해 문화유산으로서의 성격도 갖추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남북 간에 먼저 논의가 이뤄진 후 관계 부처 협의를 통해 유네스코로 갈 것 같다”고 설명했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파리=동정민 특파원 / 신나리 기자}
한반도 고유의 민속경기인 ‘씨름’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사상 처음으로 남북 공동 등재됐다. 문화재청과 외교부는 26일 “아프리카 모리셔스의 포트루이스에서 개막한 제13차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무형유산위원회)에서 ‘씨름, 한국의 전통 레슬링(Traditional Korean wrestling, Ssirum/Ssireum)’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남북 공동 등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무형유산위는 ‘씨름’의 남북 공동 등재를 긴급 안건으로 상정했고, 참여한 24개 위원국의 만장일치로 공동 등재를 결정했다. 위원회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for peace and reconciliation)” 차원의 결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남북은 ‘대한민국의 씨름(전통 레슬링·Ssireum)’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씨름(한국식 레슬링·Ssirum)’이라는 명칭으로 각각 등재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후 유네스코의 적극적인 권유와 남북한 정부 간 협의 등 국제공조 끝에 공동 등재라는 극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다. 무형유산위는 이날 회의에서 “남북한의 씨름이 전승 양상과 공동체에 대한 사회 문화적 의미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우리 문화유산의 독창성과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일도 남북이 함께하면 더욱 수월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2016년 ‘제주해녀문화’ 이후 2년 만에 무형유산을 등재시키며 총 20건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경복궁의 서문인 영추문(迎秋門·사진)이 1975년 복원 이후 43년 만에 전면 개방된다. 문화재청은 경복궁과 서촌 지역 방문 관람객들의 편의를 높이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경복궁의 서문 영추문을 다음 달 6일부터 전면 개방한다고 26일 밝혔다. 이로써 경복궁은 남쪽 정문인 광화문(光化門), 북문인 신무문(神武門), 동쪽 국립민속박물관 출입구 등을 포함해 사방으로 드나들 수 있게 됐다. 영추문은 조선시대 문무백관이 주로 출입한 문으로, 연추문(延秋門)이라고도 불렸다. 송강 정철(1536∼1593)이 지은 ‘관동별곡’에서 “연추문 드리다라 경회남문 바라보며 하직하고 물러나니”라는 표현이 등장하기도 했다.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가 조선 후기 고종의 집권 시기 경복궁이 중건되면서 다시 지어졌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때인 1926년 전차 노선이 만들어진 뒤 석축(石築)이 무너지면서 철거됐고, 1975년에 다시 세웠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영추문 복원 이후 한시적으로 퇴장객에 한해 통행을 허락한 적은 있으나, 양방향의 통행을 허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영추문 개방 첫날 하루 동안 경복궁 입장은 무료다. 다음 달 7일부터 관람료는 3000원으로 동일하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씨름은 지역별 개성을 간직한 채 보존돼 현재까지 160종이 전해지고 있다. 현대 씨름의 형태가 갖춰진 것은 일제강점기 때인 1927년부터다. 당시 창설된 조선씨름협회에서 전국대회를 추진하면서 허리와 다리에 샅바를 매는 통일된 규칙을 도입했다. 이전까지 함경도, 평안도 일대에서는 다리에만 띠를 두르는 ‘바씨름’, 경기·충청지역은 허리에 띠를 매는 ‘띠씨름’, 경상·전라도 지역에서 유행한 샅바를 사용하지 않는 ‘민둥씨름’ 등으로 나뉘어 있었다. 광복 이후 70년 이상 분단이 지속되면서 남북의 씨름도 다른 모습으로 발전했다. 북한에서는 모래판이 아닌 원형 매트에서 경기를 진행하고, 상의를 벗는 한국과 달리 상의를 입고 경기한다. 일어선 자세에서 샅바를 잡고 경기를 시작하는 것도 북한 씨름의 특징이다. 씨름 용어도 조금씩 다르다. 잡치기를 북한에서는 접치기로, 밭다리걸기는 빗장걸이로 부른다. 매년 추석을 앞두고 북한에서는 ‘대황소상 전국민족씨름경기’라는 전국 대회를 연다. 올해 열린 15차 대회에서는 몸무게 94kg의 김정수 선수(28)가 우승했다. 이만기 인제대 교수는 “북한 씨름은 선수들의 몸무게가 100kg 이하로 비교적 가벼워 기술 씨름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일부 차이를 빼고 기술이나 샅바를 매고 겨루는 방식은 똑같다. 심승구 한국체육대학 교수(한국사)는 “대구 출신으로 1930년대 조선 씨름의 최강자였던 나윤출(1912∼?)이 6·25전쟁 중 월북한 후 북한 씨름을 체계적으로 정립하면서 남북한의 씨름이 큰 차이가 나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원모 onemore@donga.com·조응형 기자}

씨름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사상 최초로 남북 공동등재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씨름은 5세기 고구려 고분인 ‘각저총(角抵塚·씨름 무덤)’에 짧은 바지를 입고, 오른쪽 어깨를 맞대고 상대의 허리띠를 잡는 씨름의 모습이 기록될 만큼 씨름은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한반도 고유의 민속경기다. 18세기 김홍도의 ‘단원풍속도첩’에 씨름 장면이 소개되는 등 사회 및 지역적 배경, 성별에 관계없이 즐겨 온 전통문화다. 씨름의 남북한 공동 등재가 처음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2014년이다. 하지만 이듬해 3월 북한이 씨름에 대해 유네스코에 단독으로 등재를 신청하면서 공동 등재는 흐지부지됐다.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는 2016년 11차 정부간위원회에서 북한의 씨름에 대해서 정보보완(등재 보류) 판정을 내렸다. 신청서가 지나치게 ‘정치적인 용어’와 ‘엘리트 체육 위주’로 작성된 점을 지적했다. 이후 우리나라는 2016년 3월 유네스코에 씨름 등재신청서를 냈고, 북한 역시 2017년 3월 재도전에 나서면서 원치 않게 경쟁체제가 돼버렸다. 반전의 계기는 올 상반기.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씨름 공동 등재 아이디어가 다시 부각됐다. 불을 붙인 건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이었다. 대북 제재에 대한 부담 없이 남북 화해와 세계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분야가 유네스코의 과학 문화 분야라고 여긴 아줄레 총장은 올해 8월 적극적으로 남과 북에 씨름 공동 등재를 권유했다. 한국은 이를 수락했으나 북한은 거절하겠다고 밝혔다. 각각 따로 등재를 신청해도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어서 굳이 같이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꺼져가던 남북 공동 등재 불씨를 되살린 건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이었다. 프랑스 순방 길에 아줄레 사무총장과 만난 문 대통령은 “사무총장이 주도하는 씨름 공동 등재가 좋은 아이디어다. 다시 추진해보자”고 제안했다. 이에 이병현 주유네스코 대표부 한국대사는 파리에 나와 있는 김용일 주유네스코 북한 대사와 만나 문 대통령의 의지를 전달했다. 북한은 처음에는 “남북 경제 협력 사업에 집중하자”며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국제사회에 세계 평화에 대한 북한의 강한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자 남북 관계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득을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북한 외무성에서 수용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결정에는 북-미 비핵화 협상 진전이 더뎌지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국제사회에서 어려움에 처하자 이에 대한 화답의 차원도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줄레 사무총장도 평양에 유네스코 사무총장 특사를 파견해 설득하고, 남북 공동 등재 절차가 “세계 평화를 위한 좋은 방향”이라며 예외적으로 서둘러 절차를 진행하도록 배려하는 등 강한 의지를 보였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원칙적으로 남북이 각각 낸 신청서를 철회한 후 다시 공동 등재 신청서를 작성해야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완료된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산하 평가기구의 심사 역시 따로 진행됐고, 대한민국의 씨름과 북한의 씨름이 각기 다른 이름으로 등재권고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유네스코는 애초 13번째(북한)와 30번째(대한민국) 심사 대상이던 씨름을 26일 긴급안건으로 변경해 남북 공동등재로 최종 결정했다. 유네스코는 “씨름은 한반도 전 지역에서 널리 행해지는 운동 경기로, 예로부터 한민족은 노동에서 벗어나 휴식에서 취할 때 신체를 단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씨름을 즐겼다”며 “공동등재에 대한 양국의 의지를 인식하고, ‘한민족의 씨름’을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에 등재한다”고 밝혔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한반도 고유의 민속경기인 ‘씨름’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사상 처음으로 남북 공동으로 등재됐다. 문화재청과 외교부는 26일 “아프리카 모리셔스의 포트 루이스에서 개막한 제13차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에서 ‘씨름, 한국의 전통 레슬링(Traditional Korean wrestling, Ssirum/Ssireum)’를 등재하기로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무형유산위는 ‘씨름’의 남북 공동등재를 긴급안건으로 상정했고, 참여한 24개 위원국의 만장일치로 공동등재를 결정했다. 앞서 남북은 ‘대한민국의 씨름(전통 레슬링·Ssireum)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씨름(한국식 레슬링·Ssirum)이라는 명칭으로 각각 등재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후 우리 정부가 올해 4월 판문점 정상회담 이후 북한에 공동등재를 제안했고, 북한 역시 이에 호응하면서 공동등재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10월 16일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프랑스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씨름’의 남북 공동등재를 제안하는 등 국제사회의 전폭적인 지지도 잇따랐다. 무형유산위는 이날 회의에서 “남북한의 씨름이 전승양상과 공동체에 대한 사회·문화적 의미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며 “앞서 무형유산위원회 산하 평가기구가 남북한 씨름을 모두 등재 권고함 점을 고려해 전례에 없던 개별 신청 유산의 공동등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2016년 ‘제주해녀문화’ 이후 2년 만에 무형유산을 등재시키며 총 20건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