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김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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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국제부 기자입니다. 예술가의 이야기를 따로 모아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kimmin@donga.com

취재분야

2026-02-27~2026-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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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환기 작품 ‘우주’, 131억8750만원 낙찰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

    한국 추상미술 작가 김환기(1913~1974)의 작품 ‘우주(Universe 5-IV-71 #200)’가 한국 미술품 경매가 최고 기록을 세웠다. 홍콩컨벤션전시센터(HKCEC)에서 23일 열린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우주’가 약 131억 8750만 원(8800만 홍콩달러)에 낙찰됐다. 구매 수수료를 포함한 가격은 약 153억4930만 원. 낙찰가 기준 한국 미술품이 경매에서 100억 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20세기&동시대 미술’ 이브닝 경매 하이라이트 작품 중 하나로 출품된 ‘우주’는 약 60억 원(4000만 홍콩달러)으로 출발했다. 크리스티 코리아에 따르면 약 10여 분 간 현장 응찰과 전화 응찰을 통해 33번의 경합이 벌어졌다. 최종 낙찰자는 신원을 밝히지 않은 전화 응찰자였다. 푸른색조의 캔버스 전면이 점화로 이뤄진 ‘우주’는 1971년 작품으로, 254X127㎝ 그림 두 점으로 구성된 대작이다. 작가의 후원자이자 주치의였던 의학박사 김마태 씨(91) 부부가 1971년 구매해 40년 넘게 소장하고 있었다. 이전 최고가는 김환기가 1972년 그린 붉은색 전면점화 ‘3-II-72 #220’로 지난해 5월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낙찰가 85억3000만 원(6200만 홍콩달러)에 팔렸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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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7번의 패배가 로마의 운명을 바꿨다

    이탈리아 로마의 콜로세움을 보고 위대한 성취, 제국의 영광만을 느낀다면 그 눈은 반쪽짜리에 그칠지도 모른다.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살생이 집중적으로 일어난 장소다. 경기장에서 생을 마감한 사람이 25만∼50만 명에 이르며, 동물도 수백만 마리가 죽었다. 경기장에서 멸종된 동물도 있다. 로마인들은 이 원형 경기장에 가는 것을 통과의례이자 가족 나들이로 여겼다. 거부감이 큰 사람도 일단 가면 ‘스릴’에 중독됐다. 검투사가 상대를 찔러 피가 솟구치면 내기에서 이긴 관중들의 환호성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전쟁에서의 승리와 강한 자가 왕이 되는 과정, 그간 로마 역사에서 가장 매력적으로 여겨진 것들이다. 기존 역사 서술이 로마 제국이 유럽 대륙에서 얼마나 멀리 뻗어나갔는지를 관찰했다면, 이 책은 로마에 시선을 고정한다. 그리고 3000년 역사 속에서 이 도시가 침략당하고 패배한 7번의 순간을 조명한다. ‘폭력을 겪을 때 진실이 드러난다’는 말처럼, 패배의 순간 앞에 로마의 민낯이 드러난다. 강인한 로마는 기원전 387년 갈리아인에게 당한 처절한 침략에서 시작됐다. 말과 전차를 타고 끔찍한 살육을 저지르는 갈리아인의 모습에 당시 로마인들은 도망치기 바빴다. 모든 것을 빼앗긴 트라우마를 겪은 로마는 무방비 상태였던 성벽을 세우고 군대를 보강하며 ‘합리성’을 모색해갔다. 그러나 408년 서고트인, 537년 동고트인의 침략은 희생자의 시신조차 제대로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더 끔찍한 참상을 낳았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침략은 로마의 교황과 황제의 권력 다툼에서 일어났다. 1084년 노르만군이 성벽을 뚫고 4일 만에 도시 곳곳을 불바다로 만들고, 1527년에는 신성로마제국 카를 5세 황제가 클레멘스 7세 교황을 공격하려 로마를 침략한다. 에스파냐군과 독일 용병 1만 군이 쇄도해 무자비한 학살과 약탈을 일삼아 “로마에 비하면 지옥도 아름답다”는 기록이 남았다고 한다. 마지막 두 번의 침략은 교황을 지지하는 루이 나폴레옹 프랑스 대군의 침략(1849년)과 독일 나치군의 침략(1943년)이다. 당시 이탈리아가 연합군과 휴전 협정을 맺고 무솔리니를 체포하자, 독일군이 전선에서 철군해 우방의 수도인 로마를 점령했던 사건이다. 독일군은 로마 유대인과 파르티잔 활동에 대한 보복성 학살을 자행했다. 그러나 이 기간 평범한 많은 로마 시민들은 파시스트 정부나 나치군, 연합군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은 채 굶주림과 공포 속에서도 유대인을 숨겨주는 등 점령군에 대항했다. 영국인인 저자는 도시에 겹겹이 쌓인 역사의 흔적에 매료돼 16년째 로마에 살고 있다. 기나긴 도시의 역사를 흥미롭게 다룰 방법을 고민하다 ‘패배’에 집중했다. 일상에서 결정적 순간을 읽어내는 문학적 통찰도 책 곳곳에서 발견된다. 저자의 소설 ‘English Passengers(2000년·국내 미출간)’도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는 등 꾸준히 소설을 발표한 문학가이기도 하다. 다만 40페이지가 넘는 출처와 참고문헌이 보여주듯, 이 책은 기본적으로 사료에 바탕을 둔 역사서다. 저자는 마지막에서야 “여전히 로마 곳곳에 파시즘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고 꼬집는다. 그러나 ‘테러 위협에 파스타를 준비하겠다고 너스레를 떠는 시민’들이 로마를 자랑스럽게 만든다고 애정을 표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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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싸다고 좋은 작품 아냐” 파리서 뭇매 맞는 쿤스

    ‘11 Trous du c…(11개의 똥구멍…)’ 프랑스 파리 프티팔레 미술관 옆에 설치한 한 조각 작품이 현지에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 예술가 제프 쿤스(64·사진)가 파리시에 기증해 지난달 4일 공개한 ‘튤립 꽃다발’(Bouquet of Tulips). 높이 12m인 이 대형 조각은 튤립 풍선 11개를 쥔 손을 컬러풀하게 표현했다. 그런데 공개 직후 저명한 철학자 이브 미쇼로부터 “11색 똥구멍처럼 보이는 포르노 조각”이라는 신랄한 비판을 받았다. 심지어 이달 7일 조각상 하부에 작품을 조롱하는 낯 뜨거운 그라피티(낙서)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까지 했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이 작가, 왜 파리에서 ‘밉상’이 되고 만 걸까.○ “기회주의적 간접 광고” ‘튤립…’은 2015년 파리 바타클랑극장 테러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작품이다. 당시 주프랑스 미국 대사였던 제인 하틀리가 쿤스에게 의뢰했다. 하지만 기증을 발표한 순간부터 논란이 터져 나왔다. 지난해 1월엔 프랑스 문화계 인사 24명이 반대 서한을 일간지인 ‘리베라시옹’에 발표했다. 이들 가운데는 프레데리크 미테랑 전 문화부 장관, 니콜라 부리오 몽펠리에 현대미술관장도 있다. 이들은 “기회주의적인 간접광고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컸던 대목은 쿤스가 ‘아이디어’만을 기부하고, 제작 및 설치비용(약 47억 원)은 파리시가 부담한다는 점이었다. 로버트 루빈 전 퐁피두재단 이사장은 “독이 든 성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제작비용은 모금으로 충당됐다.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 케네스 그리핀 등 쿤스의 컬렉터와 기업인들이 참여했다. 모든 파리 시민이 작품을 반대한 건 아니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이 작품은 자유와 우정의 상징”이라 했다. 또 다른 문화계 인사들은 찬성 서한을 통해 “에펠 타워, 퐁피두센터까지 파리지앵은 역사적인 랜드마크를 나중에야 인정했다”고 꼬집었다.○ 논란 먹고 자란 ‘속 빈 강정’인가 쿤스를 향한 분노는 ‘파리지앵’ 특유의 까탈이라 봐야 할까. 그러나 그는 유명세만큼이나 자주 논란의 중심에 서왔다. ‘튤립…’에 대한 비판도 그 연장선으로 읽히는 이유다. 일상품을 그대로 전시한 레디메이드, 거대한 풍선 조형물 등 쿤스의 대표작들은 마르셀 뒤샹의 개념미술과 앤디 워홀의 팝 아트가 혼합돼 있다. 돋보이는 것은 작품의 재질과 보존성. 쿤스는 1988년 유럽의 최고 장인들에게 의뢰해 만든 조각을 전시한 ‘Banality’ 전을 통해 슈퍼스타로 떠올랐다. 이후에도 직접 만들진 않지만, 산업적 공정을 통해 매끄럽고 반짝이는 작품을 만들어 내기로 유명했다. 일각에선 쿤스의 ‘세일즈맨십’에 주목한다. 그는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입장권을 판매하며 미술계의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후 증권가에서 활약하며 미술계와도 인맥을 쌓은 뒤, 자신의 작품으로 개인전을 열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쿤스는 영업적 재능을 활용해 컬렉터들의 ‘과시적 소비’를 부추겨 왔다는 평도 나온다. 반짝이는 한정판 작품들이 “비싸기로 유명해 더 비싸졌다”는 뜻이다. 논란이 극에 달한 것은 1991년 ‘Made in Heaven’을 발표했을 때다. 당시 부인이었던 포르노 배우 치치올리나와의 정사 장면을 표현한 조각이었다. 쿤스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미 뉴욕타임스의 평론가 마이클 키멀먼은 “80년대 말 최악의 센세이셔널리즘”이라고 혹평했다. 논란을 즐기는 작가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전적 탓에 ‘튤립…’ 또한 외설적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쿤스의 작품 ‘토끼’는 크리스티 경매에서 약 1082억 원에 팔리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현재의 비평이 미래에도 유효하리란 보장은 없다. 다만 파리의 갤러리스트 스테파니 코레아르는 이렇게 일갈했다. “가장 비싼 작품이 가장 좋은 작품은 아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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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줄지어선 호크니展, 누가 왔나 보니…

    “통상적 명화전과는 다른 형태의 관람객이 출현했음을 확인했다.”(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장) 올해 3∼8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데이비드 호크니’전은 37만5350명이 관람하며 화제를 모았다. 전시 막바지인 8월에는 오픈 전부터 미술관 밖에 줄이 늘어서는 풍경도 연출됐다. 그런데 한편에선 “호크니가 누구냐”며 생소해했다. 미술관 데이터를 통해 ‘호크니’전 관객은 어떤 사람들인지 알아봤다. 일반적으로 명화전에는 학부모 관객이 몰린다. 그러나 ‘호크니’전에선 △호크니를 잘 알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자신의 ‘취향’을 추구하는 2030세대가 주류였다. 미술관은 5∼7월 전체 관람객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해 이 중 유효 표본 1003개를 분석했다. 그 결과 20대(31.4%)와 30대(28.4%)가 가장 많았고 10대(16.7%), 40대(12.8%), 50대(7.6%), 60대 이상(3.2%) 순이었다. 방문 동기는 ‘문화 예술에 대한 관심, 취미’가 53.3%로 다수였으며 ‘현장학습, 단체관람, 학교 과제’는 10.5%에 그쳤다. 전시를 담당한 이승아 큐레이터는 “현장 모니터에서 중장년층도 상당수였는데 자녀가 티켓을 구매하거나 그룹으로 전시를 찾아 설문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또 ‘입소문’이 유효하게 작용한 것도 눈길을 끈다. 미술관 측은 홍보 전략으로 활용되는 ‘인플루언서’를 한 명도 초청하지 않았다. 설문 결과에서도 ‘지인의 소개’(45.1%)로 전시를 찾았다는 응답의 비중이 높았다. 소셜미디어는 21.7%였다. ‘호크니’전 관객의 또 다른 특징은 ‘진지함’이다. 사전 정보를 알고 방문한 관람객이 78.8%, 이 중 ‘작가나 전시 주제에 대한 간략한 정보를 알고 방문했다’는 응답이 47.8%였다. 현장에서도 작가나 작품에 관한 문의가 많았고 1시간 분량의 다큐멘터리 영상을 끝까지 보는 관객도 적지 않았다. 또 전시 기간 중간 무렵인 6월이 하루 평균 관객 2665명으로 가장 한산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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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최초의 미술 잡지는 어떤 모습?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기획전

    한국의 미술잡지를 통해 어제와 오늘을 조망하는 ‘미술을 읽다: 한국 미술잡지의 역사’전이 서울 종로구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에서 열린다. 전시는 1910년대부터 현재까지 100여 년 동안 창간된 미술 잡지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이번 전시에선 1917년 4월에 발간한 ‘미술과 공예’ 창간호, 1921년 ‘서화협회회보’ 1호와 북한에서 발간한 ‘미술’(1956년), ‘조선미술’(1958년) 등이 공개된다. ‘미술과 공예’는 국내 미술 잡지로는 처음 발행된 희귀본이다. 다만 일본인이 일본어로 편집, 발행했기 때문에 근대미술 연구자들은 ‘서화협회회보’를 첫 미술 잡지로 꼽는다. 전시 후반부는 미술잡지 특집 기사를 중심으로 국내 미술계 전개 과정을 재조명했다. 1983년 이경성 전 국립현대미술관장 사퇴로 마무리됐던 ‘계간미술’ 봄호의 ‘일제 식민잔재를 청산하는 길’ 특집도 다시 볼 수 있다. 이 특집은 당시 이 전 관장을 포함한 전문가 설문을 통해 국내 미술계에 남은 일본의 영향과 친일 작품을 공개했다. 그러자 친일로 지목됐던 작가들이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격론이 일었고, 결국 이 전 관장이 사표를 제출했다. 내년 3월 7일까지. 홈페이지 참조.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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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최고 미술관의 이유 있는 ‘썰렁함’

    지난달 20일은 국립현대미술관(MMCA)에 역사적인 날이었다. 1969년 옛 조선총독부 건물에서 미술관을 개관하고 50주년을 맞았기 때문이다. 이를 기념해 특별전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가 덕수궁, 과천, 서울 등 3개 관에 걸쳐 대규모로 열리고 있다. ‘광장…’은 국내외 작가 290여 명의 작품 450여 점을 소개하는 초대형 전시다. 감각을 일깨우고, 초월적 경험을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누군가는 미술관을 “새로운 교회”라 비유한다. MMCA라는 공공미술관이 준비한 ‘광장…’은 이런 비유가 적절할 만큼 일반 관객에게까지 감동을 주는 전시일까. 동아일보는 지난달 27일 ‘미술계 밖’의 시민 3명과 함께 MMCA 과천 ‘광장’전을 감상했다.○ 도입부는 신선하지만, 광활한 주제가 혼란 ‘광장…’은 1900년부터 1950년대를 다루는 1부(덕수궁관)와 1950년대∼현재를 다룬 2부(과천관), 현 시대를 다루는 3부(서울관)로 나뉜다. 1부는 일제강점기를, 3부는 2017년 이후를 다루기에 2부가 한국 미술사의 핵심적 시기다. 전시를 관람한 이동규(32·변호사), 손호정(31·로봇 엔지니어), 주희원 씨(29·취업준비생)는 전시 관람 경험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다들 ‘주제가 너무 넓어 혼란스럽고, 설명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씨는 “각 시대 상황과 작품의 연결고리가 구체적이지 않아 집중이 어려웠다”며 “주제가 추상적이어서 기획자도 구성이 쉽지 않았을 듯하다”고 말했다. 손 씨는 “과거와 동시대 작품의 병치나 역사적 애도를 담은 ‘하얀새’ 섹션은 좋았다”면서도 “타임라인 등 설명이 부족해 아쉽다”고 했다. 실은 이번 전시는 출발부터 추상적이었다. 강승완 학예연구실장의 서문에 따르면 ‘광장…’은 “회고가 아닌, 불확실한 미래를 상상하는” 전시다. 전체 전시를 관통하는 ‘광장’의 의미는 4·19혁명 등 현대사 주요 기점의 “울분, 애도, 축제, 환희의 각기 다른 결의 함성이 채운 공간”을 의미한다. 이를 기반으로 MMCA의 소장품을 선별해 구성했다. 전시 구성은 큐레이터의 선택이다. 그러나 해외 공공미술관의 흐름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영국 공공미술관인 테이트는 수년 전부터 작품 설명의 기준을 9세의 눈높이로 낮췄다.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구성을 지향한다. 또 국제 미술사의 흐름 사이에 자국 작가의 작품을 배치해 이해를 돕는다. 아직 미술사에 관한 공감대도 형성되지 않은 국내 관객에게 이러한 배려는 더욱 필요하다. 주희원 씨는 “도입부 영상 작업과 ‘푸른사막’ 전시장의 동선은 재밌었지만 미술사를 알고 싶은 관객에겐 난해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인쇄본’ 논란까지… 내실 보완 절실 특히 1부 전시는 최근 일부 작품이 인쇄본임에도 표기가 되지 않아 논란이 됐다. 미술 애호가·저술가인 황정수 씨는 지난달 25일 전시품 중 한용운의 ‘수연시’와 오세창의 글씨 ‘정의인도’가 인쇄본임을 지적했다. MMCA 측은 소장가 확인 등 절차를 거쳐 뒤늦게 ‘복제본’ 표시를 부착했다. 황 씨는 추가로 민영환, 신규식의 작품은 위작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MMCA 측은 두 작품의 진위를 다시 확인 중이다. 황 씨는 “국내 최고의 미술관인 MMCA의 기념비적 대규모 전시에 이런 의혹이 불거져 안타깝다”며 “전시 횟수를 줄여서라도 충분한 연구와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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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귀총 쏴볼까, 바나나볼 풀장서 헤엄칠까

    영화 ‘슈퍼배드’에 나오는 악당 그루의 방귀총을 실험해보고, 바나나볼 수만 개로 가득 채운 초대형 풀장에서 헤엄칠 수 있다. 이 두 가지만으로 어린이 관객을 매료시키기엔 충분하다. 서울 종로구의 복합문화공간 ‘안녕 인사동’ 인사센트럴뮤지엄에서 열리는 ‘미니언즈 특별전’ 이야기다. 노란 미니언즈는 영화 ‘슈퍼배드’에 등장했던 악당 그루의 행동대원이다. 1, 2개의 눈을 갖고 국적 불명의 언어를 사용하는 미니언즈들은 사악하지만 귀여운 외모와 엉뚱함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2015년에 별도의 스핀오프 ‘미니언즈’가 개봉했고, 2020년 ‘미니언즈2’가 공개될 예정이다. ‘미니언즈 특별전’이 열리는 ‘안녕 인사동’은 지하 1층의 2810m² 규모로 지난달 9일 문을 열었다. 규모가 커서 일반 전시보다는 체험 공간이 다양하게 마련된 ‘미니 테마파크’에 가깝다. 첫 테마인 ‘극장과 갤러리’는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담은 프린트와 제작자 인터뷰 영상이 전시된다. 차분한 전시 공간을 지나면 거대한 ‘그루의 자동차’와 악당 그루가 맞이하는 ‘그루의 실험실’에서 본격적인 재미가 시작된다. 애니메이션 속 실험실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공간에 디테일을 살린 소품들이 배치돼 영화 속에 들어간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슈퍼배드’ 시리즈의 4대 악당인 스칼렛 오버킬, 벡터 퍼킨스, 엘 마초, 발타자르 브랫의 실물 크기 조각도 곳곳에 세워져 있다. 이어지는 ‘걸즈룸’은 ‘인스타그래머’를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우선 인스타그램의 상징과도 같은 ‘플러피 유니콘’이 초대형 사이즈로 한가운데 우뚝 서 있다. 주변 벽지는 온갖 화려한 패턴들로 장식돼 포토존을 만든다. 음악에 맞춰 스텝을 밟아보는 체험 게임, 브랫의 춤을 따라 하고 영상을 남기는 멀티미디어 게임이 이어지고, 마지막엔 초대형 볼풀이 관객을 맞이한다. 내년 3월 15일까지. 1만1000∼1만5000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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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 윤정희, 파리서 10년째 알츠하이머 투병”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73)의 아내 배우 윤정희 씨(75·사진)가 알츠하이머병으로 투병 중이다. 백 씨의 국내 공연기획사 빈체로는 “윤정희 씨가 10년 전부터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윤 씨의 투병 사실은 영화계와 클래식 음악계의 지인들만 알고 있었다. 윤 씨는 올해 5월부터 병세가 심각해져 딸인 바이올리니스트 백진희 씨가 프랑스 파리에서 돌보고 있다. 백 씨의 공식 행사에 늘 동행했던 윤 씨는 올해 3월 도이체그라모폰을 통해 발매한 백건우의 ‘쇼팽: 녹턴 전집’ 간담회에 참여하지 않아 당시 병세가 상당히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알츠하이머병이 시작될 무렵 윤 씨는 이창동 감독의 ‘시’(2010년)에서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는 ‘미자’ 역을 맡았다. ‘미자’는 윤 씨의 본명이기도 하다. 15년 만에 영화계에 복귀한 그는 이 영화로 칸 영화제에 초청됐으며 로스앤젤레스 비평가협회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윤 씨는 1960년대 문희, 남정임과 함께 ‘여배우 트로이카’ 시대를 이끌었다. 12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첫 영화 ‘청춘극장’(1967년)에서 주연을 맡으며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지금까지 영화 330여 편에 출연했다. 백 씨와는 1976년 프랑스 파리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전 세계를 누비는 백 씨의 연주 일정에 항상 동행하는 등 부부애가 깊은 것으로 유명하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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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 속 1980년대가 말을 걸어온다

    예술 작품은 단순한 장식품을 넘어 시대를 증언하는 가치를 지닌다. 국내에서는 자주 느끼기 어려웠던 이 같은 예술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주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경기 안산시 경기도미술관에서 지난달 29일 개막한 ‘시점(時點)·시점(視點)―1980년대 소집단 미술운동 아카이브’전이다. 개막 간담회에서 안미희 경기도미술관장은 “학예팀의 역량을 총동원한 프로젝트로 경기지역 근현대미술사의 새로운 시점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새롭게 여는 전시에 보내는 의례적 수사로 들릴 수도 있지만, 탄탄한 연구와 자료수집으로 뒷받침된 전시를 보고 나면 ‘근거 있는 자신감’의 원천을 느낄 수 있다. ‘시점·시점’전은 1980년대 한국 사회 변화의 한 축을 이끈 경기지역의 소집단 미술운동을 재조명하는 전시다. 1980년대 주요한 미술작품 330여 점과 자료 1000여 점을 30여 년 만에 공개한다. 전시장을 중심으로 활동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현실과 발언’ ‘임술년’ 등 미술그룹과 달리 현장 중심이어서 작품이 보존될 수 없었던 미술 그룹에 집중했다. 전시는 1980년대 뜨거웠던 경기도 미술의 현장으로 떠나는 시간 여행처럼 느껴진다. 백미는 1984년 4월 서울 경인미술관에서 열렸던 ‘두렁’ 창립전을 재현한 공간이다. 당시 미술동인 두렁은 고려 불화인 ‘감로탱’을 재해석한 걸개그림을 걸고 미술관 마당에서 열림굿을 펼쳤다. 김종길 학예실장은 “걸개그림은 1980년대 우리 미술이 탄생시킨 독자적인 형식”이라며 “갤러리가 아닌 현장 중심인 데다 그룹 활동에 의해 제작돼 제대로 보존될 수 없었던 작품을 30여 년 만에 복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걸개그림의 변천사도 확인할 수 있다. ‘두렁’처럼 초기의 걸개그림에서는 한국 전통 문화의 영향을 받은 독창적인 시각 언어를 엿볼 수 있다. 그런데 1988년 제작된 ‘가는 패’의 걸개그림 ‘노동자’는 러시아에서 시작된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시각 언어를 차용했다. 당시 집회에 사용됐던 이 그림은, 민중미술이 현장 예술에서 시작해 프로파간다로 전락해가는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 밖에 여성주의 미술가 그룹인 ‘시월모임’, 아방가르드 미술 그룹 ‘안드로메다미술연구소’, ‘목판모임 나무’ 등 30여 개 소집단의 미술 활동 자료를 만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전시의 배경에 독일 카셀의 국제미술전 ‘도쿠멘타’가 있다는 것이다. 도쿠멘타는 이탈리아 베니스비엔날레와 함께 언급되는 세계적인 국제 미술전으로 5년에 한 번 열린다. 1955년 첫 전시에서 독일 나치 정권하에 퇴폐미술로 금지됐던 모더니즘 예술을 선보였다. 이후 현대미술의 거장 요제프 보이스가 ‘사회 조각’을 선보이는 등 삶과 맞닿은 예술을 보여주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김 학예실장은 이러한 ‘시대 증언’의 속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재작년 카셀을 방문해 도쿠멘타 실무진과 함께 아카이빙 방법을 연구했다. 그는 경기 미술 아카이브 구축을 장기적 과제로 진행할 예정이다. “때로 긴 이야기보다 이미지 한 컷이 우리 삶을 더 정확히 보여줍니다. 역사의 상징적 기록으로 미술의 아카이브가 중요한 이유죠.”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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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미술은 어렵다? 해설서 덮고 네 멋대로 즐겨라

    “미술은 너무 어렵고 아는 게 없어서….” 어쩌면 미술 기자가 미술계 외부 사람을 만날 때 가장 흔히 듣는 말인지도 모른다. 기자가 “그림은 오디오 가이드도, 설명서도 없이 가장 먼저 있는 그대로 보는 게 좋다”고 대답하면 대화는 끊기기 십상이다. 초심자들은 미술을 알기 위해 많은 지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렵다’는 편견 아래 미술은 고급스러운, 한가한, 사치스러운 미지의 영역으로 간주되곤 했다. 이런 오해에는 기존의 미술사 서술도 한몫했다. ‘명작’이나 ‘천재성’이라는 모호한 말 속에 작품의 시각언어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은 숨겼기 때문이다. 예술에서 과거 기록보다 더 중요한 건 ‘보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우리 모두가 어린 시절 언어를 배우기 전부터 연마했던 기술이다. 다만 어른이 되어 갖게 된 편견과 지식이 그림을 있는 그대로 보기 어렵게 만든다. 국제적 미술기관들이 미술사 다시 보기를 외치며 컬렉션을 재정비하고, 특정 개념이나 사조의 언급을 지양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올해 5월 영국에서 출간된 이 책은 ‘보는 방법’의 구체적 정리를 시도했다. “예술 작품은 선입견 없이 깨끗한 마음으로 봐야 한다”거나 “유명 작가에게 붙은 ‘천재’라는 딱지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말라”는 말에서부터 신뢰가 생긴다. 몇몇 예술 교양서가 예술 작품에 얽힌 사변적 에피소드로 허황된 판타지를 부추기는 상황이기에 더 그렇다. 저자가 제시하는 것은 20세기 이전 고전미술 작품의 감상법이다. 총 10개로 이뤄진 각 단계의 앞 글자를 따 ‘TABULA RASA’라고 이름 붙였다. 앞의 여섯 단계는 시간(Time), 관계(Association), 배경(Background), 이해하기(Understand), 다시 보기(Look Again), 평가하기(Asses). 뒤의 4단계는 각각 리듬(Rhythm), 비유(Allegory), 구도(Structure), 분위기(Atmosphere)다. 이는 기교에 관한 것으로 고전미술에만 국한된다. 현대미술은 손으로 그리는 기교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기준을 도구로 활용해 20세기 이전의 유명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다만 각 작품에 관한 설명은 최소화했고 풍부한 도판을 함께 실었다. 저자의 해석을 따라가기보다 보는 사람에게 다양한 해석을 열어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접근 방식은 결국 ‘명작’은 박제된 보물이 아니라, 나와 다른 시대와 장소에 살았던 사람을 이해하는 창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세계 미술사가 인권의 확장을 기준으로 재편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제적 흐름에 맞춰 서양 미술을 알고 싶은 초심자라면 이 책을 가이드로 삼아도 좋을 듯하다. 원제는 ‘Look Again: How to Experience Old Masters’.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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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시장 안 거미줄의 주인은 거미일까 작가일까

    아르헨티나 출신 예술가 토마스 사라세노(46)의 작품 ‘하이브리드 건축물’은 거미가 주인공이다. 여러 종의 거미 2, 3마리가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8주에 걸쳐 만든 거미줄이 결합돼 하나의 건축물이 탄생됐다. 또 다른 설치 작품 ‘아라크노 콘서트’에서는 거미가 일으키는 진동이 스피커로 울려 퍼지면서 어두운 전시장 속 먼지와 공명한다. 관객은 숨죽인 채 이 광경을 지켜본다.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에서 사라세노의 개인전이 개막했다. 독일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라세노는 10여 년간 거미와 협력자로 일했다. 그는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도 국가관 가운데 ‘거미/줄’관을 세워 거미줄 설치 작품을 선보였다. 어릴 적 오래된 집 다락방에 가득한 거미를 보고 ‘우리 집 주인은 거미일까 나일까’ 공상하던 소년은 거미의 시선에서 세계를 바라보려 시도한다. 사라세노가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대형 설치작품을 통해서다. 2008년 선보인 ‘Galaxies Forming Along Filaments’는 거미줄에서 영감을 얻어 인류의 새로운 주거 형태를 고민했다. 좁은 땅에 밀집한 도시의 주거를 벗어나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경계 없이 오갈 수 있는 시스템을 예술가의 상상력으로 제안했다. 이번 개인전의 전시장 지하에서 만나는 ‘서울/클라우드 시티즈’는 이렇게 작가가 꿈꾸었던 ‘구름 도시’ 모습을 서울에 결합했다. 베를린 함부르거 반호프 현대미술관에서 선보였던 대규모 ‘구름 도시’는 관객이 직접 거미가 된 듯 투명한 구 형태의 공간을 오갈 수 있어 인기였다. 서울은 이에 비하면 작은 규모지만 구름처럼 자유롭게 떠다니는 새로운 사회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다. 생명과학이나 열역학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해 관객을 매혹하는 방식은 덴마크 출신 예술가 올라푸르 엘리아손이나 영국 기반 그룹 랜덤인터내셔널을 떠올리게 한다. 몰입에 가까운 경험과 사진을 찍고 싶은 비주얼도 이러한 경향과 맞물린다. 이 때문에 자연사박물관에 어울리는 작품이라는 회의적 시선도 있다. ‘예술의 영역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라는 화두로 지켜보기에 흥미로운 작가다. 12월 8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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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격적 곡선 건물 안에 명품 아이템 번쩍번쩍… 루이비통 ‘청담 메종’ 리모델링 개관

    하얀색 사각형 석조 건물 위에 유리 구름이 살포시 앉았다. 프랑스 파리 불로뉴 숲에 자리한 ‘돛단배’ 모양의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을 닮았다.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에 문을 연 ‘루이비통 메종 서울’(청담 메종)은 세계적 건축가 프랭크 게리(90)가 한국에 선보이는 첫 작품. 게리는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1997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월트디즈니 콘서트홀(2003년) 등 무거운 재료를 종이처럼 가볍게 표현한 건축으로 유명하다. 지하 1층, 지상 4층인 ‘청담 메종’은 2000년 개관한 루이비통 글로벌 매장을 리모델링하고, 주얼리와 시계, 디자인 제품인 ‘오브제 노마드’를 포함시켜 새롭게 재편한 공간이다. 외관 설계를 맡은 게리는 높은 성벽에 기와를 올린 수원 화성과 도포를 휘날리는 ‘동래학춤’의 움직임에서 영감을 얻었다. 클래식 음악과 무용을 좋아하는 그는 동래학춤의 역동적인 아름다움에 매료됐다고 한다. 회색과 흰색의 무채색 건물에 1층 쇼윈도 공간은 원색을 뽐내는 나무 조형물을 설치해 대조를 이룬다. 청담 메종의 오픈을 기념해 게리가 직접 디자인한 작품으로, 종이를 손으로 구긴 듯한 형태가 돋보인다. 건물 외관의 유기적인 흐름과 색채의 대조는 내부로도 이어진다. 미국 출신의 건축가 피터 머리노가 디자인을 맡은 인테리어는 ‘볼륨과 대조’를 주제로 했다. 머리노는 20여 년간 로스앤젤레스, 뉴욕, 파리, 로마 등의 루이비통 메종을 설계했다. 외부의 하얀 석조가 내부로 연결되고 그 안에 다양한 디자인, 예술 작품이 자리해 색채를 더했다. 기존 매장은 층고가 일정했지만 ‘메종 청담’은 1층에 층고 12m로 시원하게 튼 라운지가 인상적이다. 이곳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코쿤 체어’는 루이비통의 커미션으로 만든 디자인 작품인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의 일부다. 2012년 미국 디자인 마이애미를 통해 첫선을 보인 ‘오브제 노마드’는 아틀리에 오이, 마르셀 반더르스, 앙드레 푸 등 세계적 디자이너가 참여해 현재 55점의 아이템으로 구성됐다. 여행에 초점을 두고 ‘접는 의자’처럼 이동하기 좋은 소품에서 시작해 가구로 확장하고 있다. ‘청담 메종’ 곳곳에 배치된 소파와 조명 등은 머리노가 공간에 맞춰 고른 것으로 판매용은 아니다. 지하 1층은 남성 컬렉션으로, 지상 1, 2층은 여성 컬렉션과 액세서리, 향수, 파인 주얼리로 구성된다. 3층은 맞춤형 쇼핑을 할 수 있는 프라이빗 살롱이다. 4층에는 전시장으로 운영하는 ‘에스파스 루이비통’이 있다. 일본 도쿄, 독일 뮌헨, 이탈리아 베네치아, 중국 베이징에 이어 다섯 번째로 열린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은 개관을 기념해 알베르토 자코메티 특별전을 개최한다.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의 소장품 중 자코메티 작품 8점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작품 다수는 지난해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알베르토 자코메티’전에도 소개됐다. 이 공간은 프렌치 레스토랑, 예술가와의 대화, DJ파티 등 다양한 용도로도 사용할 예정이다. 전시는 내년 1월 19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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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느낌표 포스터’로 재탄생한 백지광고

    2020년, 동아일보의 100주년을 학생들이 디자인한다면 어떤 모습이 탄생할까? 연세대 디자인예술학부 4학년 이설희 씨는 동아의 자음 ‘ㄷㅇ’을 ‘도약’으로 바꾼 가상의 전시를 기획했다. ‘도약’전은 일제강점기부터 100년간 동아일보가 이어온 역사, 문화적 활동을 알리는 전시다. 전시 포스터 디자인에 화려한 색채의 산이 우뚝 솟아 있다. 새로운 100년으로 도약하는 동아일보의 모습이다. 4일부터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이 씨를 비롯한 청년 13명이 동아일보 브랜드를 재해석한 결과물을 만날 수 있다. 동아일보와 연세대 디자인예술학부의 산학협력전 ‘도약’을 통해서다. ‘도약’전 참가자들은 올 상반기부터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실무’ 강의(지도교수 채재용)에서 동아일보의 기존 브랜드를 분석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학생들이 바라본 동아일보 브랜드의 강점은 언론 자유 수호와 활발한 문화예술 지원이었다. 동아마라톤, 신춘문예, 동아음악·무용콩쿠르 등 꾸준히 진행해 온 문화사업을 알리는 것이 브랜드의 긍정적 이미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봤다. 그 결과 △백지광고 포스터 △동아마라톤 스포츠웨어 △신춘문예 스페셜 에디션과 웹사이트 리디자인 △100주년 구독자 키트 △100주년 기념 엠블럼 △키워드 그래픽 캘린더 등의 디자인 작품이 탄생했다. 참가자 김은경 씨와 임하경 씨는 각각 신춘문예 웹사이트 리뉴얼과 특별판 굿즈를 제안했다. 김 씨는 “신춘문예는 신인 문학인 발굴과 문화 부흥 차원에서 지속되어야 할 역사적인 행동”이라며 “이를 위해 1920년 창간호부터 사용한 로고를 사용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는 소통을 담아 사이트를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임 씨는 동아일보의 3대 사시 중 문화주의에 초점을 맞춰 ‘세상을 보는 맑은 창’과 ‘연결’을 콘셉트로 한 포스터, 다이어리, 휴대전화 케이스, 엽서 등의 굿즈를 구성했다. ‘백지광고 포스터’를 제작한 김주희 씨는 “독자들이 동아일보의 투쟁을 지원하고 동참하는 뜻으로 실었던 응원 광고 속 재밌고 유쾌하게 풀어낸 문구, ‘파이팅’ 넘치는 문구를 활용해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오주은 씨는 동아콩쿠르 수상자의 이미지를 활용한 구독자 키트를 디자인했다. 역사성, 역동성, 초심을 키워드로 한 달력을 제안했다. 채 교수(모노클앤컴퍼니 대표)는 “일반적인 브랜딩 수업은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100주년을 맞는 동아일보에는 구체적 아카이브가 있어 학생들에게도 실질적인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전시는 28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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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문화회관의 ‘컬렉터’ 전시에 없는 세 가지[현장에서/김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김희근 벽산엔지니어링 회장의 소장품을 소개하는 ‘세종 컬렉터 스토리’가 열리고 있다. 지난해 9월 취임한 김성규 사장이 “미술관의 방향성을 구축하고 아트 컬렉터의 긍정적 역할을 조명하겠다”며 추진한 첫 기획전시라 기대를 모았다. 그런데 지난달 23일 개막한 전시엔 ‘컬렉터’만 있고 ‘긍정적 역할’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중요한 세 가지가 빠졌기 때문이다. 첫째는 교육적 측면이다. 공공 미술관의 1순위 고려 대상은 시민이다. 시민들은 공공 전시로 미술사를 경험하고 시대를 관찰한다. 유럽 모더니즘 컬렉션을 구축하고 미술관을 세운 페기 구겐하임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컬렉터’전에는 명확한 가치가 밝혀지지 않은 동시대 작품이 혼재돼 전시됐다. 요제프 보이스와 백남준 전시 공간 등 눈에 띄는 곳도 있었지만 미술사 흐름을 이해하기엔 턱없이 작은 규모였다. 다음은 후원자 역할이다. 컬렉터는 초기에 작품 가치를 알아보고 작가의 성장을 도울 때 후원자가 된다. 마르셀 뒤샹의 작품을 수집해 미국 필라델피아 박물관에 기증한 아렌스버그 부부가 대표적. 그런데 전시장에는 미술사의 주요 흐름이나 특정 사조에 관한 맥락이 보이지 않았다. 특히 전시장에 1, 2점씩 걸려 있는 앤디 워홀 등의 작품은 오래전 미술사적 가치가 확립된 투자적 성격이 짙은 작품이었다. 기획자는 “전체 소장품을 본 것이 아니라 김 회장 측이 제공한 작품으로 전시를 구성해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소장품이 공공 미술관에 전시되는 것은 좋은 이력이 된다. 미술관이 주도적으로 전체 소장품을 연구하고, 공익성에 맞는 작품을 충분히 선별했어야 하는데 이에 부합하지 못한 것은 안타깝다. 마지막은 공공성이다. 여러 사정으로 공익적 맥락을 전시에 넣기 어려웠다고 해도 입장료까지 받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김 회장은 대여료 없이 컬렉션을 내줬다. 미술관은 입장료(4000원)가 통상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개인이 모은 작품들을 시민이 유료로 봐야 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당초 기획 의도인 ‘컬렉터 역할 재정립’은 미술계에 정말 필요한 일이다. 김 회장 또한 오랫동안 예술 작품을 수집하고 활발히 문화 예술계를 지원했다. 그러나 컬렉터는 ‘후원자’와 ‘투자자’라는 양면성을 지닌 존재다. 이 중 긍정적 측면을 부각하려면 탄탄한 연구와 세심한 기획이 필요했다. 이 전시가 민간 미술관에서 열렸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 산하단체가 운영하는 공공미술관에서 희귀하고 값비싼 작품을 나열해 보여준다는 정도의 안이한 기획이 이뤄진 것은 아쉽다. 앞으로 ‘컬렉터’전이 성공하려면 시민을 염두에 둔 치밀한 주제의식부터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김민 문화부 기자 kimmin@donga.com}

    • 2019-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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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식이 아닌 생명의 공간… 도심 정원의 대반전

    ‘건물을 짓고 남은 자리에 정원을 꾸미는 게 아니라 원래 있었던 자연에 건물이 앉혀진다면 어떤 모습일까.’ 서울 성동구에 10일 문을 연 ‘아모레 성수’가 입소문을 타고 있다. 서울의 브루클린 ‘성수’에 있어서도, 오래된 자동차 정비소를 리모델링한 ‘인스타 성지’여서도 아니다. ‘힙스터’는 물론이고 건축가도 주목하는 공간은 중정에 자리 잡은 231m²(약 70평) 넓이의 ‘성수가든’이다. 쓰고 남은 여백을 채우거나 건축물을 보조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정원의 반전은 뭘까? “개구리가 밤새도록 울어대는 공원. 도시에서 쫓겨난 생명이 돌아오는 공간. 그런 곳이 저의 꿈입니다.” 성수가든을 만든 ‘더가든’의 김봉찬 대표(54·사진)가 말했다. 그의 말처럼 성수가든은 공간에 식물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식물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서식처’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쪽동백, 노각나무, 꼬랑사초, 나도히초미 등 자생식물이 공존하고, 바닥에는 푸른 이끼가 덮여 숲을 그대로 옮겨온 풍경이다. 녹색, 갈색, 회색의 그러데이션은 인위성 없는 자연 자체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아모레 성수’에는 뷰티 체험 공간과 카페가 들어섰다. 디귿(ㄷ)자 형태의 건축이 중정을 감싸안고, 통유리창을 통해 정원을 사방에서 감상할 수 있다. 따뜻한 날엔 창을 열어 두어서 스프링클러의 물이 뿜어질 때 풀내음이 솔솔 들어온다. 정원에는 사람이 들어갈 수 없으니, 이 공간의 주인공은 정원이다. 이처럼 인간 중심적 사고를 넘어 식물의 환경을 고려하는 것이 ‘생태정원’이다. 생태정원을 국내에 처음 도입한 김 대표는 대학에서 생태학을 공부하고, 제주 여미지식물원에 근무하며 식물의 생태를 익혔다. 제주 토박이로 다양한 식생을 접했고 40대 때까지 자연에 심취해 한국의 산, 도서 지방, 압록강 두만강 유역 등을 답사했다. 1990년대에는 해외 잡지를 보며 독학으로 조경 기술을 익혔고, 고산식물을 위한 암석원 조성 기법을 개발해 ‘평강식물원’에 적용했다. 김 대표는 그간 국내의 정원에서 다양한 식물의 어우러짐을 보기 힘들었던 것은 국내 조경의 기준이 ‘잘 견디는 식물’에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성수가든 속 식물 대다수는 기존 조경 시장에서 구하기 어려운, ‘더 가든’에서 직접 기른 것들이다. “국내에서는 안 좋은 조건에서 잘 견디는 식물, ‘하자’가 나지 않는 식물을 선호해 왔어요. 그런데 사실 모든 식물은 ‘하자’가 없습니다. 단지 잘못 다루거나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한 거죠. 낯선 서식처에서도 식물이 잘 살게 해주는 것이 정원의 기술입니다.” 미국 뉴욕의 명소 ‘하이라인파크’도 도시의 악조건에서 식물을 위한 환경을 조성해준 것이 핵심인데, 국내에서는 겉모습만 가져오려 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진단했다. 그 기저의 원인은 연구와 기술 개발 등 ‘기초 체력’ 부족이다. “식물원은 기본적으로 사진 찍는 곳이 아니라 식물 생태 연구의 베이스캠프가 되어야 해요. 뉴욕 식물원은 약초를 연구하려 아마존에도 베이스캠프를 두고 있죠.” 생태정원도 감각적 아름다움을 넘어 도시 속 생명 공존 방법으로 봐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자신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인간이 멸종위기종 1순위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생명과 공존하는 환경을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 우리의 의무 아닐까요?”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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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리여리 예쁜 男배우에 열광… 기타 후려치는 女로커에 환호

    여리여리한 몸매에 싱그러운 미소, 부드러운 곱슬머리를 휘날리는 그를 향해 수많은 팬들이 절박하게 손을 뻗었다. 어떤 이들은 그를 가까이서 보려고 전날 밤부터 노숙하며 대기 줄을 형성했다. 이달 초 부산국제영화제, 미국 남자 배우 티모테 샬라메가 참여한 신작 ‘더 킹: 헨리 5세’의 야외 무대 인사 현장 풍경이다. 야성적으로 넘겨 붙인 옆머리, 미간을 한껏 찌푸리고 지미 헨드릭스처럼 전기기타를 후려갈기는 그를 향해 수많은 팬들이 환호를 질렀다. 여자 보컬 겸 기타 황소윤이 이끄는 밴드 ‘새소년’의 지난달 야외 음악 페스티벌 출연 장면이다. 터질 듯한 상체 근육을 뽐내며 무대를 부술 듯 뛰어다니던 남자 가수, 공주 드레스를 입고 수줍게 웃는 여자 배우에게 이성 팬들의 헌신적 팬덤이 모이던 시대는 갔다. 예쁜 남자, 멋진 여자에 대한 열광. 아름다움과 매력의 관념에 관한 성별 차이의 붕괴…. 이른바 ‘노 젠더 팬덤’의 탄생이 이어지고 있다.○ 중성 바비인형의 탄생… 젠더에 유연한 Z세대 성별과 성적 매력에 관한 고정관념을 전복하는 물결은 지상파 방송에까지 다다랐다. 최근 방영 중인 KBS2 드라마 ‘조선로코―녹두전’. 여장남자 캐릭터로 화제다. 과부촌에 여장을 하고 잠입한 ‘전녹두’(장동윤)와 기생이 되기 싫은 ‘동동주’(김소현)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남자 배우 장동윤은 여자 배우 김소현과 미모 대결을 벌일 정도의 화사한 여장으로 화제를 모은다. 서두에 언급한 샬라메는 2017년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 나이 많은 남성과 사랑에 빠지는 열연을 선보인 뒤 강력한 팬덤을 구축했다. 이런 현상은 전 세계 ‘Z세대’(1995년 이후 태어난 세대)에서 젠더 통념이 무너지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 유명 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지난해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Z세대 세 명 중 한 명은 중성적 인칭대명사에 친숙하다. 이들은 정치적 성향처럼 시간에 따라 변할 수 있는 속성으로 젠더를 본다. 열 명 중 여섯은 각종 양식의 성별란에 ‘남성’과 ‘여성’ 이외의 선택지를 넣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흐름을 포착한 미국의 바비인형 제작사 ‘마텔’은 지난달 ‘중성 바비인형’을 처음 출시했다. 여성 캐릭터 ‘바비’, 남성 캐릭터 ‘켄’의 이분법은 깨졌다. 중성 바비인형은 성별에 관계없이 다양한 헤어스타일과 패션을 아이들이 취향대로 고르도록 만들었다. 패션에서도 ‘논 바이너리’(이분법을 거부하는), ‘젠더-플루이드’(성별이 유연한)가 트렌드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남자 배우 빌리 포터가 드레스 형태의 가운을 입고 레드 카펫에 올랐다. 가수 셀린 디옹은 지난해 성별 구분이 없는 아동복 라인을 출시했다.○ “남녀는 아웃오브안중… 한 인간의 예쁨과 멋짐에 반할 뿐” 영화 ‘신비한 동물 사전’ ‘저스티스 리그’로 이름난 미국 남자 배우 에즈라 밀러는 여장의 선두 주자다. 레드카펫마다 화제를 뿌렸다. 그가 이끄는 밴드 ‘선스 오브 언 일러스트리어스 파더’는 음악 정체성을 ‘장르 퀴어’로 소개한다. 4월 1만 석 규모의 체조경기장 공연을 매진시킨 호주 팝스타 트로이 시반은 성소수자로서 뮤직비디오나 무대에서 셔츠 아래로 앙상한 쇄골을 드러내며 매력을 뽐낸다. 공연 예매 사이트 ‘예스24’에 따르면 시반의 4월 공연 예매자 중 여성이 89.3%였다. 밀러가 속한 ‘선스…’의 5월 내한공연은 예매자의 94.2%가 여성. 시반과 샬라메를 좋아한다는 30대 직장인 김지민 씨는 “성별을 떠나 그들이 인간 자체로서 가진 멋짐, 예쁨, 매력에 빠졌다”고 말했다. 지난달 엠넷 ‘퀸덤’에서 여성 그룹 AOA는 남성복과 단화 차림으로 등장한 뒤 후반부에 긴 머리와 하이힐이 돋보이는 남성 댄서들을 출연시키는 식으로 마마무의 ‘너나해’를 변주해 화제를 모았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동아방송대 교수)는 “크로스 섹슈얼리티는 몇 년 전만 해도 ‘아기 같은 인상의 근육질 남성’이나 ‘터프한 걸크러시 여성’처럼 남녀 매력 요소가 조금씩 섞인 절충적 형태로 나타났다. 하지만 미투운동 이후 여성주의가 강하게 대두하며 최근엔 급속히 극단화하는 추세다. 이런 경향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임희윤 imi@donga.com·김민 기자}

    • 2019-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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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리여리한 예쁜 남자-야성적 멋진 여자에 왜 열광하나

    여리여리한 몸매에 싱그러운 미소, 부드러운 곱슬머리를 휘날리는 그를 향해 수많은 팬들이 절박하게 손을 뻗었다. 어떤 이들은 그를 가까이서 보려고 전날 밤부터 노숙하며 대기 줄을 형성했다. 이달 초 부산국제영화제, 미국 남자 배우 티모시 샬라메가 참여한 신작 ‘더 킹: 헨리 5세’의 야외 무대 인사 현장 풍경이다. 야성적으로 넘겨 붙인 옆머리, 미간을 한껏 찌푸리고 지미 헨드릭스처럼 전기기타를 후려갈기는 그를 향해 수많은 팬들이 환호를 질렀다. 여자 보컬 겸 기타 황소윤이 이끄는 밴드 ‘새소년’의 지난달 야외 음악 페스티벌 출연 장면이다. 터질 듯한 상체 근육을 뽐내며 무대를 부술 듯 뛰어다니던 남자 가수, 공주 드레스를 입고 수줍게 웃는 여자 배우에게 이성 팬들의 헌신적 팬덤이 모이던 시대는 갔다. 예쁜 남자, 멋진 여자에 대한 열광. 아름다움과 매력의 관념에 관한 성별 차이의 붕괴…. 이른바 ‘노 젠더 팬덤’의 탄생이 이어지고 있다.●중성 바비인형의 탄생… 젠더에 유연한 Z세대 성별과 성적 매력에 관한 고정관념을 전복하는 물결은 지상파 방송에까지 다다랐다. 최근 방영 중인 KBS2 드라마 ‘조선로코-녹두전’. 여장남자 캐릭터로 화제다. 과부촌에 여장을 하고 잠입한 ‘전녹두’(장동윤)와 기생이 되기 싫은 ‘동동주’(김소현)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남자 배우 장동윤은 여자 배우 김소현과 미모 대결을 벌일 정도의 화사한 여장으로 화제를 모은다. 서두에 언급한 샬라메는 2017년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 나이 많은 남성과 사랑에 빠지는 열연을 선보인 뒤 강력한 팬덤을 구축했다. 이런 현상은 전 세계 ‘Z세대’(1995년 이후 태어난 세대)에서 젠더 통념이 무너지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 유명 조사 기관 ‘퓨 리서치 센터’가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지난해 설문 조사에 따르면, Z세대 세 명 중 한 명은 중성적 인칭대명사에 친숙하다. 이들은 정치적 성향처럼 시간에 따라 변할 수 있는 속성으로 젠더를 본다. 열 명 중 여섯은 각종 양식의 성별란에 ‘남성’과 ‘여성’ 이외의 선택지를 넣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흐름을 포착한 미국의 바비 인형 제작사 ‘마텔’은 지난달 ‘중성 바비인형’을 처음 출시했다. 여성 캐릭터 ‘바비’, 남성 캐릭터 ‘켄’의 이분법은 깨졌다. 중성 바비인형은 성별에 관계없이 다양한 헤어 스타일과 패션을 아이들이 취향대로 고르도록 만들었다. 패션에서도 ‘논 바이너리’(이분법을 거부하는), ‘젠더-플루이드’(성별이 유연한)가 트렌드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남자 배우 빌리 포터가 드레스 형태의 가운을 입고 레드 카펫에 올랐다. 가수 셀린 디옹은 지난해 성별 구분이 없는 아동복 라인을 출시했다.●“남녀는 아웃오브안중… 한 인간의 예쁨과 멋짐에 반할 뿐” 영화 ‘신비한 동물 사전’ ‘저스티스 리그’로 이름난 미국 남자 배우 에즈라 밀러는 여장의 선두 주자다. 레드카펫마다 화제를 뿌렸다. 그가 이끄는 밴드 ‘선즈 오브 언 일러스트리어스 파더’는 음악 정체성을 ‘장르 퀴어’로 소개한다. 4월 1만석 규모의 체조경기장 공연을 매진시킨 호주 팝스타 트로이 시반은 성소수자로서 뮤직비디오나 무대에서 셔츠 아래로 앙상한 쇄골을 드러내며 매력을 뽐낸다. 공연 예매 사이트 ‘예스24’에 따르면, 시반의 4월 공연 예매자 중 여성이 89.3%였다. 밀러가 속한 ‘선즈…’의 5월 내한공연은 예매자의 94.2%가 여성. 시반과 샬라메를 좋아한다는 30대 직장인 김지민 씨는 “성별을 떠나 그들이 인간 자체로서 가진 멋짐, 예쁨, 매력에 빠졌다”고 말했다. 지난달 엠넷 ‘퀸덤’에서 여성 그룹 AOA는 남성복과 단화 차림으로 등장한 뒤 후반부에 긴 머리와 하이힐이 돋보이는 남성 댄서들을 출연시키는 식으로 마마무의 ‘너나해’를 변주해 화제를 모았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동아방송대 교수)는 “크로스 섹슈얼리티는 몇 년 전만 해도 ‘아기 같은 인상의 근육질 남성’이나 ‘터프한 걸크러시 여성’처럼 남녀 매력 요소가 조금씩 섞인 절충적 형태로 나타났다. 하지만 미투운동 이후 여성주의가 강하게 대두하며 최근엔 급속히 극단화하는 추세다. 이런 경향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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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유전학자가 말하는 식이요법의 진실

    영국의 유전역학 교수이자 전 세계 논문 인용 상위 1%의 과학자. 화려한 타이틀의 주인공인 저자는 이탈리아에 있는 해발 3100m 보르미오 산정에 오르려다 뇌졸중을 겪는다. 건강한 중년 남성에서 2주 만에 환자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재점검의 시간, 약을 줄이고 건강해질 확률을 높이는 음식을 탐구한 과학자는 수많은 엉터리 식이요법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리고 전문가의 관점에서 식단을 분석하기로 했다. 음식에 관한 각종 영양소로 분류된 19개 챕터를 통해 식이요법의 기본인 영양학부터 다룬다. 식품산업계의 검증되지 않은 홍보와 유사과학의 이면도 지적한다. 체중 감량만을 위해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를 배제하는 ‘환원주의적 사고’를 꼬집고, “모든 신선한 과일과 채소는 사실상 슈퍼 푸드”라며 마케팅의 허점을 짚어주기도 한다. 결론은 자연 식품의 구성 성분과 장내 미생물의 상호 작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 저자는 장내 미생물에 관한 저술, 블로그, 미디어 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과학 저술의 본보기’라는 찬사와 함께 2015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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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지아나, 보고시앙 재단 후원 받아 브뤼셀서 개인전

    김지아나 작가가 벨기에 보고시앙 재단의 후원을 받아 브뤼셀 아트로프트 갤러리에서 개인전 ‘흙의 연금술사’를 열고 있다. 보고시앙 재단은 레바논 출신의 아르메니아 보석상이었던 로베르 보고시앙과 그의 아들 장, 알베르가 설립해 지역정부와 협력하며 미술교육, 전시 및 작가 후원과 작업 공간 지원을 하고 있다. 도예를 기반으로 가전제품 디자인 협업 등의 작업을 해온 김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흙을 재료로 한 회화, 설치 작품 연작을 선보였다. 흙이 생명과 소멸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보고, 이를 소재로 삶 속에서 사회적 관계에 관한 해석을 시도했다. 설치 작품 ‘기억을 담은 순간’은 구(球) 형태의 자기(포슬린 볼)를 벽면과 천장에 매달았다. 불안하고 가녀린 심성을 의미하는 얇은 도자기 조각과 그 조각에 담긴 빛이 서로 어우러져 커다란 형상을 만든다. 전시장에는 검은색과 흰색의 ‘포슬린 볼’이 대조를 이루며 설치됐다. 김 작가는 미국 파슨스 디자인스쿨을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흙이 지닌 조형적 가능성에 매료돼 흙과 빛으로부터 받은 영감을 작품에 표현하려는 시도를 꾸준히 해왔다. 아트로프트 갤러리는 한국인 이민영 큐레이터와 길 바우웬스가 2012년에 설립했다. 한국 작가를 유럽에 소개하는 전시를 여러 차례 개최했다. 전광영, 윤성필, 남궁환, 김준, 심문필, 정윤경, 김구림, 민성홍, 남춘모 작가도 이곳에서 전시를 했다. 16일부터 20일까지 열린 프랑스의 아트페어 ‘아시아나우 파리’에서 김지아나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김 작가의 전시는 다음 달 9일까지 열린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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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로 표현한 ‘함께 살아가는 도시’… 제6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경기 안양시 평촌중앙공원에 거대한 ‘공기정화탑’이 생겼다. 네덜란드 출신 디자이너 단 로세하르더의 ‘스모그 프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설치된 7m 높이의 탑이다. 로세하르더의 ‘스모그 프리 프로젝트’는 정부, 학교, 청정 기술 산업과 협력해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도심의 스모그를 없앨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보자는 취지로 출발했다. 그중 하나가 거대한 공기청정기를 공공장소에 설치하는 ‘스모그 프리 타워’다. 이 타워가 네덜란드와 중국을 거쳐 한국을 찾은 것은, 17일 개막한 제6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6) 때문이다. 공공예술을 주제로 하는 국제 트리엔날레인 APAP는 올해 ‘공생도시’를 주제로 7개국 47팀의 작가를 초청해 공공장소에서 100여 점의 작품과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전시는 크게 ‘안양’ ‘함께하는’ ‘미래도시’의 3개 주제로 나뉘어 열린다. ‘안양’은 ‘지상낙원’을 뜻하는 지명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과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안양예술공원 내 상가와 지역 작가 프로젝트,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 여기에 해당된다. 조르주 루스 작가의 ‘삶’ 글씨가 착시 효과를 일으키는 작품은 ‘함께하는’ 섹션에서 볼 수 있다. 소통과 교감을 전하는 싱가포르 리원 작가의 둥근 탁구대, ‘핑퐁 고 라운드 프로젝트’도 안양예술공원 벽천광장 에어돔 내부에 전시된다. 로세하르더의 ‘스모그 프리 타워’는 ‘미래도시’ 섹션에 포함됐다. 국내외 작가들이 참여해 ‘공생도시’ 주제를 해석한 전시 ‘내일보다 나은’이 안양 파빌리온 내부에서 열리며, 공공미술의 의미를 돌아보는 국제심포지엄이 26일 안양 블루몬테에서 열린다. 전시는 12월 15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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