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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되고 미중 무역전쟁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방북 카드를 선택했다. 이번 시 주석 방북의 가장 큰 특징은 북한의 요청보다는 중국의 필요성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점이다. 시 주석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원군을 찾아 나서는 행보로 볼 수 있다. 미국과의 전방위적 대결 국면에서 흔들리던 시 주석이 이달 초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화웨이 연대’를 본격화한 데 이어 우군을 챙기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시 주석의 방북과 관련한 움직임이 홍콩 시위가 지속되는 과정에 나온 것도 주목된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중국 지도부와 협의한 뒤 ‘범죄인 인도 법안’ 추진을 무기한 중단하면서 이번 사태는 시 주석의 정치적 후퇴라는 평가가 나왔다. 첩첩산중인 가운데 돌파구가 필요했던 시 주석이 미국과 상대하기 위한 새로운 묘수를 찾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아주 효과적인 카드다. 북-중은 올해 수교 70주년을 맞아 북-중 우호와 전략적 협력을 확인하는 정상 외교를 예고해둔 상태였고, 시 주석의 방북을 통해 양국이 쌍방향 소통 관계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셈이다. 시 주석이 국가부주석이던 2008년 이후 11년 만에 국가주석으로 처음 방북하는 것이어서 북-중 밀착을 과시하기에 가장 효과적인 이벤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 비핵화 협상 결렬 이후 중국이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중국 내부에서도 나오던 상황이어서 내부적으로도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시 주석이 김 위원장에게 줄 선물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 고민거리다. 또 핵 보유를 쉽게 포기하지 않는 북한을 얼마나 강하게 설득할 수 있을지도 분명치 않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 속에도 이달 말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시 주석이 방북한다면 시 주석이 새로운 카드를 쥐게 되는 효과가 있다. 시 주석은 무역전쟁, 화웨이 제재 등 첨단기술 문제는 물론이고 남중국해 등 군사안보, 대만 홍콩 등 중국이 내정이라고 주장하는 문제까지 미국의 전방위 공세에 힘겨워했다. 바로 이 순간 시 주석이 미중 정상회담 전 방북해 김 위원장에게 북-미 대화 복귀를 설득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한다면 상황을 바꿀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시 주석의 방북은 최근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고,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남북 간 물밑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언급한 것에서 촉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신나리 기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 21일 이틀간 북한을 국빈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한반도 문제 해결의 “새로운 진전을 추진할 것”이라고 17일 중국이 밝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는 이날 오후 7시(한국 시간 오후 8시) 동시에 “김 위원장의 초청에 응해 시 주석이 북한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이날 공식 발표에 앞서 쑹타오(宋濤) 대외연락부 부장이 중국 관영매체들을 대상으로 한 브리핑에서 “북-중 양국 지도자는 한반도 정세에 대해 진일보한 의견을 교환하고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과정을 위한 새로운 진전을 추동할 것”이라며 “지역의 평화 안정 번영을 위해 새로운 공헌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된 상태에서 북-중이 북핵 문제에 대해 새로운 공통의 방안을 내놓겠다는 것으로 풀이돼 주목된다. 시 주석은 김 위원장과 합의한 새로운 방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하면서 무역 문제 등의 미중 갈등을 완화할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3차례, 올해 1차례 중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하면서 북-중 정상은 밀착 관계를 과시해 왔다. 하지만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시 주석의 방북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가 미중 관계의 돌파구 마련 차원에서 성사된 셈이다. 시 주석은 2012년 집권 이후 7년 만에, 또 김 위원장이 권력을 잡은 이후 첫 방북을 하는 것이다. 2005년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이 방북한 뒤 14년 만에 중국 국가주석이 처음 방북하는 것이기도 하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17일 “G20 정상회의 전후 시진핑 주석의 방한 계획은 없다”며 “G20 정상회의 기간 중 한국과 중국은 정상회담을 갖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고 대변인은 “지난주부터 시 주석의 북한 방문 추진 동향을 파악하고 예의 주시해 왔다”고 덧붙였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신나리기자 journari@donga.com}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6일 보고서에서 북한이 지난달 쏜 미사일을 ‘KN-23’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이라고 명시했다는 것은 군 차원은 물론 미 연방의회도 이번 도발을 탄도미사일로 결론 냈음을 의미한다. “아직 분석 중”이라는 한국 국방부의 공식 입장과는 달리 한미 정부가 미사일 분석을 일찌감치 끝냈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앞서 주한미군은 지난달 중순 북한이 지난달 4일과 9일 발사한 총 3발의 미사일이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이라고 결론 낸 바 있다. 이 같은 사실은 미 국방부에도 공식 보고됐다.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장관 대행이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 의회에 정책 지원 분석을 주도하는 의회조사국까지도 지난달 북한 도발을 탄도미사일로 못 박은 것은, 미국의 대북정책을 움직이는 두 축인 연방정부와 연방의회가 그만큼 북한의 도발 재개를 엄중하게 보고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보고서는 북한의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를 “보여주기나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기 위한 것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CRS 보고서는 북한의 도발에 실제 기술적인 진전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북한은 연료 주입 과정 등에서 사전 포착이 어려워 기습발사가 가능한 고체연료 기술에 요격 회피 기술 등이 추가된 한층 더 위협적인 미사일을 최종 확보하고, 이를 실전에서 사용하기 위한 리허설을 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이 사전에 정해놓은 ‘로드맵’을 실현하는 차원에서 조만간 추가 도발에 나설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김성한 전 외교통상부 제2차관은 “한국 정부만이 탄도미사일이라고 못 박지 않는 모호한 입장을 취한다고 해서 추가 도발을 막는 등 북한의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은 착각”이라고 했다. 한편 CRS가 같은 날 공개한 ‘북한: 미국의 경제제재에 대한 입법 근거’ 보고서도 북한의 KN-23 미사일에 대한 분석처럼 대북 경제제재에 대해서는 트럼프 행정부와 미 의회가 큰 차이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CRS 보고서만 봐도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에 대한 인식이 행정부뿐 아니라 의회 쪽에서도 큰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며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없이 대통령이 자의적으로 대북제재를 해제하거나 완화하는 것은 미국 체제에서 불가능하다는 점을 보고서는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손효주기자 hjson@donga.com신나리기자 journari@donga.com}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미약해진 북한 비핵화 협상의 모멘텀을 다시 살릴 수 있을 거란 기대감에 벌써부터 먹구름이 끼어 가는 모양새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이라는 초대형 이슈에 몰두하면서 어느덧 북핵 비핵화 협상이 두 정상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중-러와 지속적으로 밀착하며 ‘버티기’ 기조가 장기화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기간 한중 정상회담을 갖고, 추후 한국을 방문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는 별도로 한미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이전 같으면 비핵화 이슈의 두 축인 미중 정상과의 연속 정상회담으로 비핵화 모멘텀을 띄울 것으로 예상됐겠지만, 지금은 정상과 만나더라도 화웨이 등 주로 무역분쟁 이슈가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급기야 청와대도 7일 “트럼프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북핵 문제에 상당히 여유가 있는 것 같다”며 올해 내로 구체적인 비핵화 성과가 나올 가능성을 낮게 내다봤다. ○ 무역전쟁에 집중하며 북핵 관여 미루는 美中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이슈가 얼마만큼 2020년 대선에서 영향을 미칠지 계산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과 미국 중) 누가 더 시간이 많은지, 또 여유를 부릴 수 있는지 자연스럽게 답이 나올 것”이라며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관계를 강조하는 것 등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상당히 여유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이 내년으로 성큼 다가왔음에도 무역전쟁에는 열을 올리는 반면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여유를 두고 있는 점으로 미뤄 볼 때 북한 비핵화를 자신의 재선을 결정지을 핵심 이슈로 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미국은 무역갈등 문제를 더 거론할 것”이라며 “북핵과 관련해서는 원론적인 수준의 논의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인 상황에서 비핵화 이슈에 깊게 관여하면 오히려 백악관을 자극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시 주석이 올해 예상됐던 방북은 물론 이달 중 방한하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부 관계자는 “시 주석이 G20 정상회의 기간 전후 방한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외교 당국은 시 주석이 미국을 의식해 한반도를 아예 찾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한중 정상회담은 일본 오사카에서 G20 정상회의 계기로 여는 것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靑 “文 북유럽 순방 때 대북제재 완화 요청 없다”며 속도 조절 이에 따라 청와대도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지난해 유럽 순방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북유럽 순방에서도 대북제재 완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북한 비핵화 협상을 ‘속전속결’ 방식으로 추진하기는 어렵다는 현실을 인식했다는 뜻으로 읽히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7일 공개석상에서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면서도 “여전히 힘든 일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정상회담 등 남북 접촉은 추진하고 있지만 별다른 계기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가 이날 기자들에게 “북한과의 접촉은 계속 시도하고 있다. “(남북 정상이) 만나기 힘들다고 해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조심스럽게 낙관적인 결과가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피력하면서 논란이 확산되자 청와대가 스스로 해명하고 나서기도 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6월 남북 정상회담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무튼 한국이 지속적으로 ‘촉진자’를 자처하며 북한에 손을 흔들고 있지만 북한은 혈맹인 중국은 물론이고 러시아와 밀착하는 모습을 강조하며 오히려 한국을 외면하는 모양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7일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러시아 극동·북극개발부 장관이 ‘러시아-북한 무역 경제 과학 기술 협력 정부 간 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전날 평양에 도착해 김영재 북한 대외경제상과 만나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코즐로프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월 말 북-러 정상회담을 위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했을 때 직접 영접을 나가기도 했던 인사로 북-러 국경을 이루는 두만강에 교량을 건설하는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관측된다. 한기재 record@donga.com·신나리 기자}
공관 직원들에게 폭언 등 ‘갑질’과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중징계가 요구됐던 김도현 주베트남 대사(52)가 해임됐다. 중징계 가운데 파면 다음으로 수위가 높은 해임은 3년간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지만 파면과는 달리 연금 불이익은 없다. 외교부는 5일 김 전 대사에게 해임을 통보했다고 6일 밝혔다. 김 전 대사는 3월 외교부 재외공관 정기 감사에서 비위 행위가 포착돼 지난달 24일 중앙징계위원회의 징계심사를 받았다. 김 전 대사는 지난해 10월 베트남 기업의 초청으로 골프장 개장 행사에 가족과 함께 참석하면서 가족들의 항공권을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전 대사 측은 “가족 동반 행사 취지에 맞게 주최 측에서 공식 초청장과 함께 가족들의 항공권까지 일률적으로 제공했다”며 “공식적인 외교행사에 해당한다”고 해명한 바 있다. 김 전 대사는 7일경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 심사를 청구하고, 조만간 해임 무효 처분을 위한 법정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1993년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교부에 들어간 김 전 대사는 노무현 정부 시절 ‘자주파 외교관’으로 분류됐다. 그는 2004년 외교부 북미국의 과장급 인사가 사석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젊은 보좌진에게 대통령이 휘둘린다”는 등 노 전 대통령과 청와대의 대미 외교정책을 비판한 것을 청와대에 투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파문으로 윤영관 당시 외교부 장관이 해임됐다. 김 전 대사는 이후 2012년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겨 임원으로 재직하다가 지난해 4월 주베트남 대사로 발탁됐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현충일인 6일 오후 5시.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 등번호 ‘625’번을 달고 군 위장 무늬가 새겨진 야구 모자를 쓴 백발노인이 마운드 앞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이날의 시구자 박동하 옹(91)은 타석을 향해 꼿꼿한 자세로 거수경례를 했고, 시타를 준비하던 박형준 대위(29)가 경례로 화답했다. 경례를 마친 후 박 옹이 던진 공은 느리게 포물선을 그리며 포수 앞으로 흘러갔고, 관중석에선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다. 국방부가 이날 호국보훈의 달 기념으로 준비한 키움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 프로야구 경기 사전 행사. 6·25전쟁 최대 격전지였던 화살머리고지 전투에 참전한 박 옹이 시구하고, 이곳에서 전사자 유해발굴을 위한 지뢰제거 작전에 투입된 박 대위가 시타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시구·시타에 앞서 ‘화살머리고지 전투’로 연결된 두 사람의 사연을 담은 1분 남짓한 다큐멘터리 영상이 고척스카이돔 화면을 채웠다. 박 옹은 6·25 당시 프랑스대대에 배속돼 화살머리고지 전투에 참전한 후 일등중사로 전역했다. 화살머리고지 전투는 강원 철원군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국군·미군·프랑스군과 중공군 간에 치열한 고지 쟁탈전이 전개됐던 전투. 박 옹은 “현충일 프로야구 시구자로 선정돼 기쁘고, 화살머리고지 전투에 함께 나섰던 전우들 생각도 많이 난다”며 “시구를 통해 이 순간에도 평화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국군 장병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박 옹의 공을 기다린 박 대위는 육군 5사단 소속으로 현재 화살머리고지에서 남북공동유해발굴을 위한 지뢰제거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박 대위는 “화살머리고지에서 임무를 수행하면서 참전용사들의 유해와 유품을 직접 확인할 때마다 대한민국 국군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참전용사의 헌신과 희생을 다시 한 번 마음 깊이 새기고 한 분이라도 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국방부 군악대대의 애국가 제창과 묵념에 이어 참전용사 유가족, 현역장병을 초청해 나라를 위해 헌신한 이들에 대한 추모와 감사 분위기를 더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하노이 노딜’ 이후 최근 숙청 보도가 나왔던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나란히 모습을 드러내며 건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노동신문은 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부인 리설주와 함께 ‘군인 가족 예술 소조 공연’을 관람했으며 이 행사에 김 부위원장도 참석했다고 3일 전했다. 김영철의 마지막 공개 행보는 국무위원회 단체 사진(4월 12일)이 공개된 이후 52일 만이다. 하노이 북-미 2차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그동안 김영철 등 협상 라인은 문책설이 끊이질 않았다. 특히 김영철은 금수산태양궁전 참배(4월 15일), 방러 환송 행사(4월 24일) 등 그동안 중요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신병 이상설도 나왔다. 이에 북한이 하노이 회담 결렬의 원인·배경에 대한 총화(검열)를 하는 과정에서 북-미, 남북 협상을 주도한 김영철에게 책임을 물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것. 그러자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 등 국제사회의 여론을 의식해 김영철을 2일 행사장에 호출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영철의 등장은 교화형에 처했다는 국내 언론 보도(5월 31일) 이후 이틀 만이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은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연내에 개최하겠다고 한 상황에서 미국과의 대화 실무를 맡았던 김영철에게 심한 문책을 한다면 미국이 ‘정상국가화에 대한 진정성이 없다’고 비난할 수 있고, 미국의 진의를 전달받기도 어렵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철은 이날 비록 건재함을 과시했으나 9명의 당 부위원장 중 맨 마지막에 호명됨으로써 이전보다 당내 서열이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2월 하노이 회담 이전만 해도 주요 행사에서 리수용 당 부위원장보다 먼저 호명됐으나 이날은 올 4월 새로 임명된 최휘(근로 단체), 박태덕(농업) 부위원장보다도 늦게 불렸다. ‘자리’도 밀려났다. 김영철이 이날 공개된 사진에서 주석단 끝부분(김 위원장 좌측 5번째)에 앉아 ‘예전만 못 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편 김영철이 악성종양 제거를 위해 한동안 입원을 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4월 말 김영철 부위원장이 신병 치료로 인해 북한의 봉화진료소 혹은 중국의 인민해방군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날 공연에도 김 위원장을 그동안 그림자처럼 수행했던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은 보이지 않았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3일 라디오에 출연해 “김여정이 지금 나타나지 않고 있는 건 (북한 내) 분위기가 나쁜데 조용히 좀 지내는 것이 좋지 않으냐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면서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이자 백두혈통인 만큼 아무 문제가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이지훈 easyhoon@donga.com·신나리 기자}

‘하노이 노딜’ 이후 최근 숙청 보도가 나왔던 김영철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나란히 모습을 드러내며 건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노동신문은 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부인 리설주와 함께 ‘군인 가족 예술 소조 공연’을 관람했으며 이 행사에 김 부위원장도 참석했다고 3일 전했다. 김영철의 마지막 공개 행보는 국무위원회 단체 사진(4울 12일)이 공개된 이후 52일 만이다. 하노이 북-미 2차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그동안 김영철 등 협상 라인은 문책설이 끊이질 않았다. 특히 김영철은 금수산태양궁전 참배(4월15일), 방러 환송 행사(4월24일) 등 그동안 중요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신병 이상설도 나왔다. 이에 북한이 하노이 회담 결렬의 원인·배경에 대한 총화(검열)를 하는 과정에서 북미, 남북 협상을 주도한 김영철에게 책임을 물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것. 그러자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 등 국제 사회의 여론을 의식해 김영철을 이날 행사장에 호출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영철의 등장은 교화형에 처했다는 국내 언론 보도(5월 31일) 이후 사흘만이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은 “3차 북미정상회담을 연내에 개최하겠다고 한 상황에서 미국과의 대화 실무를 맡았던 김영철에게 심한 문책을 한다면 미국이 ‘정상국가화에 대한 진정성이 없다’고 비난할 수 있고, 미국의 진의를 전달받기도 어렵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철은 이날 비록 건재함을 과시했으나 9명의 당 부위원장 중 맨 마지막에 호명됨으로써 이전보다 당내 서열이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2월 하노이 회담 이전만 해도 주요 행사에서 리수용 당 부위원장보다 먼저 호명됐으나 이날은 올 4월 새로 임명된 최휘(근로 단체), 박태덕(농업) 부위원장보다도 늦게 불렸다. ‘자리’도 밀려났다. 김영철이 이날 공개된 사진에서 주석단 끝부분(김 위원장 좌측 5번째)에 앉아 ‘예전만 못 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이 지난 4월 장금철을 새 통일전선부장으로 임명한 건 김영철을 숙청했다기보다는 대외 협상에서 배제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한편 김영철이 악성종양 제거를 위해 한동안 입원을 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4월 말 김영철 부위원장이 신병 치료로 인해 북한의 봉화진료소 혹은 중국의 인민해방군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날 공연에도 김 위원장을 그동안 그림자처럼 수행했던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은 보이지않았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김여정이 지금 나타나지 않고 있는 건 (북한 내) 분위기가 나쁜데 조용히 좀 지내는 것이 좋지 않으냐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면서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이자 백두혈통인 만큼 아무 문제가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한미경제연구소(KEI) 특별 강연에서 비핵화와 북-미 관계 개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동시협상’을 강조하며 북한에 조속한 대화 재개 메시지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이달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등을 앞두고 비핵화 협상 재개 시동을 걸지 주목된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비건 대표의 이번 강연에는 북한을 대화로 견인하기 위한 미국의 유화 제스처가 폭넓게 담길 것”이라며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 추진과 함께 북한에 싱가포르에서 북-미가 합의한 4가지를 한꺼번에 협의하자는 ‘동시적 협상’을 강조할 것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북-미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첫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북-미 관계 개선과 항구적 평화 체제 구축,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미군 유해 송환 등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비건 대표의 이날 오찬 강연에는 한미 전직 군인 및 대학교수 등 한반도 안보 전문가 20명이 참석한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외교부가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관광객이 타고 있던 ‘허블레아니’호를 침몰시킨 가해 선박 ‘바이킹 시긴’ 크루즈의 가압류를 헝가리 당국에 요청하기로 했다. 외교부는 1일 이 같은 내용을 헝가리 당국에 요청할 것을 주헝가리 한국대사관에 지시했다. 복수의 정부 당국자는 2일 “사고 원인 규명과 배상을 위해 담보물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사고가 발생한 주재국에 가압류를 해달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향후 배상 책임을 염두에 두고 취한 첫 조치로 피해자 가족 대신 정부가 직접 민사상 배상을 염두에 둔 가압류 요청 주체로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유람선 침몰 닷새 째를 맞은 2일까지 실종자 수색은 진전이 없었다. 한국·헝가리 합동 구조·수색팀은 수위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3일 오전 협의를 거쳐 잠수부와 수중 드론 투입 등을 결정하고 이르면 6일부터 선체 인양에 들어간다. 송순근 정부합동신속대응팀 구조대장은 이날 “헝가리 측이 수중 수색 대신 인양 작업을 먼저 시작하자고 요구했으나 인양 과정에서 유해가 유실될 우려가 있어 안 된다는 입장을 강력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에 헝가리는 수색을 먼저 한다는 데 동의했다. 1일 허블레아니호의 충돌 당시 영상도 추가 공개됐다. 유람선 연합체 ‘크루즈 얼라이언스’가 공개한 7분 22초짜리 영상에는 바이킹 시긴호가 허블레아니호와 부딪쳐 지나간 뒤 다시 후진해서 20초 정도 멈췄다가 다시 전진한 뒤 화면에서 사라졌다. 추돌부터 화면에서 사라지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2분 50초였다. 일정 기간 정지했기 때문에 바이킹 시긴호가 추돌 사고를 모르고 그대로 지나쳤을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바이킹 시긴호은 느린 속도로 45분을 더 항해한 뒤 북쪽 부두에 정박했다. 이 때문에 바이킹 시긴호가 사고를 알고도 구조에 나서지 않아 참사를 키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일 현지 매체 오리고는 “바이킹 시긴호가 허블레아니호를 추월하다 사고가 났고 2분 30초 동안 무전으로 추월 정보를 전달할 시간이 있었으나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바이킹 시긴호 선장 유리 C(64)는 1일 부주의 및 업무 태만으로 인명 사고를 낸 혐의로 구속됐다. 선장의 변호사인 토트 벌라주는 구속영장 실질심사 직후 동아일보와 만나 “선장은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워낙 날씨가 안 좋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두 선장 가운데) 누가 잘못했는지 확실치 않다”고 주장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부다페스트=서동일 특파원}

헝가리 정부가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침몰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의 선체 인양을 빠른 시간 안에 추진하기로 했다. 시야르토 페테르 헝가리 외교장관은 31일(현지 시간)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개최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크레인 등 필요한 장비 배치 문제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강 장관은 “(헝가리 정부에) 조속한 선체 인양, 시신 유실 방지, 강 하류 인접 국가와 수색 범위 확대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헝가리 당국은 헬리콥터와 수중 레이더를 동원해 다뉴브강 하류 30km까지 수색 범위를 넓혔고 세르비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과 협력해 강 하류도 수색에 나섰다. 전날 다뉴브강 수위가 5m를 넘었고 주말에는 6m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시속 9∼11km인 유속은 더 빨라지고 시계 확보가 쉽지 않아 선체 진입이 구조대의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강 장관은 “다음 주 월요일(3일)이 돼야 수위가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갈 크리슈토프 헝가리 경찰 대변인은 동아일보에 “선장 과실이 사고에 전체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라며 “크루즈선 ‘바이킹 시긴’호 선장인 우크라이나 국적의 유리 C 씨(64)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블랙박스 등 각종 기록을 확보한 경찰은 업무상 부주의, 근무 태만 등 혐의를 적용했다. 강 장관은 추가 기자회견에서 “(경찰이) 사건 직후 목격자 100여 명의 진술을 받았고, 형사 사건으로 처리될 것”이라고 전한 뒤 “(실종자) 가족을 다 만나고 내일 돌아간다”며 1일 귀국 의사를 밝혔다. 외교부는 이날 헝가리 당국에서 제공한 지문 자료를 토대로 사망자 7명의 신원을 모두 확인했다고 밝혔다.부다페스트=동정민 ditto@donga.com·서동일 특파원 / 신나리 기자}

헝가리 정부가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다른 배와 추돌해 한국인 관광객 등 35명을 태우고 침몰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의 선체 인양을 추진한다. 페테르 시야르토 헝가리 외교장관은 31일(현지 시간) 헝가리 외교청사에서 열린 한국-헝가리 공동 기자회견에서 “배 인양에 모든 에너지와 힘을 다할 것”이라며 크레인 등 필요한 장비와 기술 도입 및 배치 문제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강경화 외교장관은 헝가리 정부에 “조속한 선체 인양, 시신 유실 방지, 강 하류 인접국가와 수사 범위 확대를 요청했다”며 “(헝가리 측이) 경찰이 (사고) 영상을 확보해 철저히 조사하고 엄중히 조치할 것이라고 설명해줬다”고 전했다. 헝가리 당국은 헬리콥터와 수중 레이더를 동원해 다뉴브강 하류 30km까지 수색 범위를 넓혔고 세르비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과 협력해 강 하류도 수색에 나섰다. 다만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전날 다뉴브강의 수위가 5m를 넘었고 주말에는 6m 정도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시계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속도 시속 9~11㎞로 빠른 편이라 당장 침몰된 선체에 진입하는 게 기술적으로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헝가리 방송 M1에 따르면 국회의사당 인근 사고 현장에 소방대원을 태운 선박 등과 함께 선체 인양선이 도착했다. 현지 민간 잠수업체인 다이빙 아일랜드의 관계자는 M1과의 인터뷰에서 선박 인양에 1주일이 걸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허블레아니’호를 추돌해 침몰시킨 크루즈선 ‘바이킹 시긴’호 선장은 현지 경찰에 구금됐다. 칼 크리스토프 헝가리 경찰 대변인은 기자에게 “선장 잘못이 크고 (그의) 과실이 사고 전체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선박) 침몰 혐의로 구속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업무상 부주의, 근무 태만 등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된 승객들은 ‘바이킹 시긴’호가 ‘허블레아니’호를 침몰시킨 뒤에도 구조작업을 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매체 인덱스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바이킹 시긴’호 선장이 주변 선박의 진행방향, 속도 등을 알 수 있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작동시키지 않아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바이킹 시긴’호 규모의 선박은 의무적으로 AIS를 작동시켜야 한다. 또 이동 경로를 바꿀 때 주변 선박과 무전으로 연락해야 하는데, 이를 하지 않아 ‘교신 불통’이 사고 원인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1일 오후 8시 현재 추가 구조 소식은 나오지 않았다. 외교부는 이번 사고로 사망한 한국인 7명 중 신원이 확인된 2명은 50대 여성이며 김씨, 이씨라고 확인했다. 두 사람은 신분증을 소지해 확인이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나머지 사망자 5명의 지문을 확인하고 경찰청 지문감식반을 현장에 파견키로 했다. 부다페스트=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외교부가 한미 정상 통화 내용을 유출한 주미 한국대사관 외교관 K 씨를 파면 처분했다. 파면은 퇴직연금이 절반으로 감액되며 향후 5년간 공무원 임용이 불가한 최고 수위의 중징계다. K 씨에게 통화 내용을 공유한 외교관 A 씨에겐 3개월 감봉을 결정했다. 외교부는 30일 오전 외무공무원 징계위원회를 열어 이같이 의결했다. 징계위는 내부 인사 3명에 변호사 2명, 외교부 법률자문관으로 파견된 검찰 출신 1명, 전직 외교관 1명 등 외부 인사 4명까지 합해 총 7명으로 구성됐다. K 씨는 3급 비밀에 해당하는 한미 정상의 통화 내용을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에게 유출한 혐의로 징계위에 회부됐다. 외교부는 27일 보안심사위원회를 열어 비밀 엄수 의무를 위반한 K 씨, 비밀업무 관리를 소홀히 한 고위공무원과 A 씨에 대해 중징계 의결을 요구했다. A 씨가 감봉이라는 경징계로 조정된 건 4시간 동안의 심사 과정에서 일부 외부 위원이 ‘중징계는 과하다’는 의견을 개진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공무원은 향후 중앙징계위원회에서 징계 수위가 결정된다. 조세영 1차관은 28일 더불어민주당 긴급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에서 K 씨가 총 3차례 기밀을 유출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보고했지만 외교부 징계위는 정상 통화 유출 1건만 심사했다. K 씨가 3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려 했으나 볼턴 보좌관의 거부로 무산됐다는 내용과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진 실무협의 내용을 강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은 제외됐다. 징계위는 고의성 등 유출 의도보다 기밀 유출 자체를 중과실로 보고 K 씨의 파면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공무원 징계시행규칙에 따라 비위 정도가 심하고 중과실이 있을 때 파면 의결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고의성보다는 결과의 중대성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K 씨 측 변호인은 “잘못은 있지만 의도적이지 않은 유출 한 건에 대해 파면 결정을 내린 것은 과중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내리면 K 씨는 내주 중 파면이 확정된다. K 씨는 추후 소청심사위원회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정부는 한국인 33명이 탑승한 헝가리 유람선 사고와 관련해 30일 수차례 발표를 번복했다. 기본적인 정보인 사망자 수와 사고 유람선 이름은 2번 정정됐고, 정부가 사고를 처음 인지한 시점도 뒤늦게 한 차례 변경되며 혼선이 빚어졌다. 외교부는 이날 오전 출입기자단에 사망자 수가 7명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오후 2시 30분경 진행된 정례 브리핑에서 사망자가 모두 한국 국적인지를 재차 묻자 “사망자 수는 총 8명이며 한국인 7명, 헝가리인 1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시 2시간여 뒤 외교부 당국자는 “한국인 7명만 사망이 확인됐고 헝가리인은 여전히 실종 상태”라고 수정했다. 침몰 사고를 처음 인지한 시점도 달라졌다. 오전 10시경에는 정부 당국자가 “한국 시간으로 오전 4시 5분에 사고가 발생했고 공관에는 4시 15분에 접수됐다”며 비교적 10분 만에 신속한 보고가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오후 5시경 같은 당국자는 “착오가 있었다”며 “대사관은 오전 5시경 (사고를) 인지했고 최규식 주헝가리 대사는 오전 5시 10분경 보고 후 비상대책반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현지 공관의 사고 확인 시점이 45분 늦춰진 것이다. 사고 유람선 이름도 두 차례 바뀌었다. 당초 ‘허블레아니’(헝가리어로 ‘인어’)호라던 피해 선박은 오후 6시 늦게 “선박 이름은 ‘머메이드십’이며 선사 이름이 ‘어 허블레아니 어 파노라마 덱’”이라고 재공지됐다. 이후 30여 분 만에 다시 “원래 발표대로 배 이름은 ‘허블레아니’며 선사는 파노라마 덱”이라고 고지됐다. 또 최 대사가 정부 대책회의에서 “유람선 인양을 오늘 중 한다고 현지 당국이 전했다”고 밝혔지만 이후 외교부 당국자는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29일(현지 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침몰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는 갑작스레 방향을 바꾼 ‘바이킹 시긴’호에 추돌당한 뒤 순식간인 7초 만에 침몰했다. 갑판 승객은 그대로 물에 빠졌고 1층 선실의 관광객들은 빠져나오지 못했다. 다뉴브강의 부다페스트 도심 구간은 수심이 5m 안팎으로 깊었고 폭우가 내려 유속도 빠른 상태였다. 탑승객의 상당수는 구명조끼를 입지 않아 피해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크루즈선이 뒤에서 밀어 침몰 헝가리 경찰은 30일 브리핑에서 “29일 오후 9시 5분경 두 배가 부딪쳤으며 사고 선박은 추돌 7초 만에 침몰했다”고 밝혔다. 이날 기상 서비스 사이트가 공개한 기상관측용 폐쇄회로(CC)TV 화면에 따르면 대형 크루즈선이 머르기트 교량의 교각 쪽으로 향하다 갑자기 오른쪽으로 방향을 트는 모습이 포착됐다. 다리 아래에서 크루즈선이 방향을 튼 직후 앞서 가던 작은 선박을 뒤에서 추돌하는 장면도 확인할 수 있다. 헝가리 현지 경찰이 공개한 영상에서는 크루즈선이 허블레아니호를 뒤에서 추돌한 뒤 계속 앞으로 밀었고 허블레아니호는 순식간에 화면에서 사라졌다. 인근 다른 선박의 탑승자들은 “사람들이 물에 빠졌다”고 소리치며 발을 동동 구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도 크루즈선은 추돌한 뒤 구조활동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허블레아니호는 길이 약 27m에 승선 인원 45∼60명으로 다뉴브강 유람선 중 크기가 가장 작은 선박 중 하나다. 반면 길이 135m의 바이킹 시긴호는 190명을 태울 정도로 규모가 크다. 뒤에서 덩치가 큰 배에 받히면 미처 피하지 못한 작은 배는 물의 흐름이 바뀌면서 가라앉을 위험성이 커진다. 강형식 외교부 해외안전관리기획관은 30일 브리핑에서 “현지 시간으로 29일 오후 8시경 우리 관광객이 탑승한 유람선이 출항했고 (사고가 발생한) 오후 9시 5분 정도가 거의 돌아올 때였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8박 9일 일정의 발칸, 동유럽 여행 5일차였던 이들은 사흘 뒤 귀국할 예정이었다.○ 폭우 이어져 유속 빨라졌다 한국 기상청에 따르면 부다페스트 현지 시간 29일 오전 2시부터 24시간 동안 내린 누적 강수량은 37mm였다. 헝가리 5월 평균 누적 강수량(55mm)의 67.3%에 달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후부터 부다페스트에는 천둥을 동반한 폭우가 이어졌다. 현지 M1방송은 강물이 불어난 상황에서 곳곳에 소용돌이가 있었다고 전했다. 일부를 제외한 승객 대부분이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것도 피해를 키웠을 것으로 보인다. 참좋은여행 관계자는 30일 브리핑에서 “확인 결과 선실에 있을 경우 안전을 위해 구명조끼를 입지 않고, 안전한 장소에 보관한 후 갑판에 올라갈 때 입도록 했다”며 “선박이 투어를 마치고 귀환하는 길이라 많은 고객들이 실내에 있었기 때문에 착용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허블레아니호의 운항사 파노라마 덱 대변인은 현지 인터뷰에서 “평소 같은 날이었고 일반적인 운항이었다. 우리는 하루에 수천 명의 관광객을 대상으로 유람선 투어를 진행한다. 이런 일(침몰)이 발생할 징후 같은 건 없었다”고 말했다. ○ “안전불감증, 예견된 참사” 목소리도 현지 관광업계에서는 이번 사고가 예견된 참사였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폭우 속에서도 다뉴브강에는 수많은 유람선이 떠 있었다. 다뉴브강에 길이 100m가 넘는 대형 유람선이 다수 도입되면서 기존의 작은 유람선 운항이 위험하다는 우려가 나왔고 폭우가 쏟아졌지만 선사들은 유람선 운항을 강행했다. 유람선이 클수록 큰 물살을 만들어 작은 유람선에 영향을 미치지만 야간 운항에서는 작은 유람선이 큰 유람선의 시야 안에 들어오지 않을 때도 많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지점에선 1년 반 전에도 유람선과 호텔 크루즈선이 부딪치는 사고가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시에는 1명이 부상을 입었을 뿐 사망자는 없었다. 27년간 유람선을 운항한 쿠르벨리 언드라스 씨는 현지 언론에 “사고가 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며 “큰일이 일어나야 위험한 운항 관습이 바뀔 것이라는 말이 많았다”고 전했다.임보미 bom@donga.com·신나리·김호경 기자}

정부가 한미정상 통화내용을 유출한 외교관 K 씨를 파면했다. 파면되면 퇴직연금이 절반으로 감액되며, 향후 5년간 공무원 임용이 불가한 최고 수위의 중징계다. K 씨에게 통화내용을 공유한 외교관 A 씨는 3개월 감봉 처분을 받게 됐다. 외교부는 30일 오전 조세영 1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외무공무원 징계위원회를 열어 이같이 의결했다고 밝혔다. 징계위는 내부인사 3명에 변호사 2명, 외교부 법률자문관으로 파견된 검찰 출신 1명, 전직 외교관 1명 등 외부인사 4명까지 합해 총 7명으로 구성됐다. 주미대사관 소속 K 씨는 3급 비밀에 해당하는 한미정상 통화내용을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에게 유출한 혐의로 징계위에 회부됐다. 앞서 외교부는 27일 보안심사위원회를 열어 비밀 엄수 의무를 위반한 K 씨, 그리고 비밀업무 관리를 소홀히 고위공무원과 외교관 A 씨에 대해 중징계 의결을 요구한 바 있다. 해당 고위공무원은 향후 중앙징계위원회에서 중계가 결정된다. 앞서 조 차관은 국회에서 개최된 더불어민주당 긴급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에서 K 씨가 총 3차례 기밀을 유출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보고했지만, 이날 외교부 징계위는 한미정상 통화유출 1건만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K 씨가 3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려 했으나 볼턴 보좌관의 거부로 무산됐다는 내용과 지난달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진 실무협의 내용을 강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은 심사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K씨 측 변호인은 “외교부 측에서 (정상통화 외에) 소위 ‘추가 2건’을 징계 사유로 ‘즉석 추가’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이의 제기를 했다”면서 “잘못은 있지만 의도적이지 않은 유출 한 건에 대해 파면 결정을 내린 것은 사건 경위, 유출 범위, 과거 전례 등을 고려할 때 지나치게 과중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징계위원회 결과에 따라 인사권자가 최종 결정을 내리면 K 씨는 파면이 확정된다. K 씨는 추후 소청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당초 중징계가 예상됐던 외교관 A씨가 감봉 3개월의 경징계를 받은 배경에는 4시간 여 에 긴 심사 과정에서 중징계가 과하다는 일부 외부위원들의 목소리가 반영됐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통화유출 관련해) 추가 조사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건 연류 외교관들의 조사와 징계가 마무리 수순을 밟게 되면서 이젠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조윤제 주미대사가 관리 책임을 지게 될지 관심을 모은다. 앞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그것이(외교관 등에 대한 징계 수위가) 결정되고 나면 추후 궁리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나리기자 journari@donga.com}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29일(현지시간) 오후 9시경 유람선이 침몰해 한국인 단체 여행객 33명 가운데 7명이 숨지고 19명이 실종됐으며, 나머지 7명은 구조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외교부는 30일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다뉴브강 부다지구에서 여행객 33명과 헝가리인 승무원 2명을 태운 유람선 ‘하블레아니(헝가리어로 인어)’호가 크루즈선과 충돌하면서 유람선이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33명 중 현재 7명이 구조됐고 실종자 19명에 대한 구조작업이 진행 중이다. 사망이 확인된 것은 7명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주헝가리대사관이 사고를 인지한 즉시 현장대책반을 구성해 영사를 현장에 급파했다”며 “헝가리 관계당국과 협조해 피해상황을 파악하고, 병원에 후송된 구조자에 대한 영사조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여행사 측과 향후 대책을 협의하는 등 필요한 영사조력을 지속 제공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침몰 사고 보고를 받고 “가용한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헝가리 정부와 협력해 구조 활동을 하라”고 지시했다. 30일 청와대 관계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사고대책본부를 구성해 국내에 있는 피해자 가족과 연락체계를 유지하고 상황을 즉각 공유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신나리기자 journari@donga.com}

설마 70∼80일이나 걸릴까 싶었다. 몽골인이 한국 입국비자를 받는 데 필요한 기간 얘기다. 지난달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자신을 몽골인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의 글이 올라왔다. “한국 입국을 위한 관광 비자를 접수·신청하면 70일 동안 진행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태로 기다려야 한다”는 호소다. 의문은 주몽골 한국대사관 관계자와 주변인들을 접촉하면서 사실로 확인됐다. 현지의 한 교민은 “입국비자 한 번 발급받으려고 여권을 대사관에 맡기면 80일이 걸려요. 오죽하면 몽골 사람들 사이에서 ‘여권을 외국 통행용 하나, 한국비자 발급용 두 개 갖고 있어야 된다’는 얘기가 나오겠습니까?”라고 말했다. 비자 발급 문제는 최근 한-몽골 관계의 핫이슈다. 급기야 몽골 외교부 영사국장이 최근 비공개 방한해 “우리 국민들이 위·변조된 서류를 제출하지 않도록 잘 계도하겠다”며 조속한 비자 발급을 요청했다고 한다. 외교부는 비자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거점마다 비자발급센터를 세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현지에선 ‘그건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아니다’라고 고개를 젓는다. 주몽골 한국대사관이 비자 발급 접수 대행기관을 10곳이나 지정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주몽골 대사관에 한국행 비자를 신청하는 몽골인은 하루 평균 800명. 이 중 비자가 발급되는 몽골인은 4분의 1 정도인 200명 안팎이다. 최근에는 90일 체류 비자를 받은 몽골인이 50일 이상 한국에 머물다 돌아오면 다시는 한국행 비자를 받을 수 없다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일부 몽골인들이 불법 체류를 택하고 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몽골인들을 대상으로 한국 비자를 받아주겠다는 브로커들이 판을 친다. 현지 소식통은 “몽골인들 페이스북에 ‘한 사람당 500만 투그리크(약 225만 원)만 내면 한국대사관에서 비자 발급해주겠다’고 대놓고 알선하는 글들이 차고 넘친다”고 전했다.현지 브로커 간의 통화내용에선 “지난번에 1인당 300만 원인가 500만 원인가 돈을 주고 간다 그랬잖아?” 라는 유사한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몽골인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는데도 주몽골 대사관은 별 설명이 없다. 지난달 11일 홈페이지에 청와대 청원을 반박하는 장문의 입장문을 올리면서 “외국인을 입국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출입국 행정은 고유한 주권에 속한다”고 강조한 것은 오히려 고압적이기까지 하다. A 대사는 부당한 비자 재심사를 요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하지만 A 대사는 2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익과 인도주의적 사유가 해당되면, 그리고 영사에게 접근이 어려우면 ‘다른 경로’로 그런 게(재심사 부탁) 온다”고 말했다. 영사 업무는 외교관계의 가장 기본이다. 대사가 나서서 ‘우회적 방법’을 언급할 정도라면 외교부가 직접 점검에 나서야 할 때다. 신나리 정치부 기자 journari@donga.com}

외교부가 한미 정상 통화 내용을 유출한 외교관 K 씨를 포함한 주미 한국대사관 외교관 3명을 중징계하기로 했다. K 씨에게 통화 내용을 전달받은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에게는 형사 고발을 예고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유출 사건이 발생한 주미 한국대사관의 총책임자이자 유출된 기밀 열람자로 지정된 조윤제 주미대사는 징계를 받지 않게 되자 ‘꼬리 자르기’ 논란이 퍼지고 있다.○ 실무진만 처벌, 관리 책임 커지는 강경화-조윤제는 쏙 빼 전날 보안심사위원회를 연 외교부는 28일 이 같은 방침을 발표했다. K 씨의 상관인 고위공무원 A 씨는 관리책임 등으로, B 씨는 열람권이 없는 K 씨에게 문서를 보여준 책임으로 각각 중징계 대상에 포함됐다. K 씨와 B 씨에 대한 징계 여부는 30일 열리는 징계위원회에서, 고위공무원인 A 씨는 중앙징계위원회를 거쳐 징계가 결정된다. 이례적으로 신속했던 징계 수순에 외교부는 “금번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내려진) 결정”이라고 밝혔다. 조 대사는 문책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외교 당국자는 조 대사 처벌에 대해 “별다른 얘기를 들은 바 없다”고만 말했다. 외교부 안팎에선 K 씨 외에 정무라인 2명만 문책한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비밀관리 업무를 소홀히 했다는 처벌 사유가 공관 책임자인 조 대사에겐 왜 적용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연쇄 의전 참사에 이어 정상 통화 내용 유출이라는 대형 악재가 터지자 강 장관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외교 수뇌부에 대한 인적 쇄신은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조 대사나 강 장관의 책임을 물으면 결국 청와대의 실패를 자인하는 셈이어서 여권이 발언을 아낀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 장관이 조사를 채 마치기도 전에 K 씨의 ‘의도성’을 강조한 것도 뒤늦게 논란이 되고 있다. 앞서 강 장관은 24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출장에서 만난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와 이튿날 귀국길에서 “(K 씨가) 의도가 없이 그랬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K 씨는 28일 변호인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국회의원에게 외교부 정책을 정확히 알리는 것도 외교관의 업무라고 생각했고, (알려준 내용이) ‘굴욕 외교’로 포장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해명했다. 앞서 미국 현지 조사에서는 유출 부분에 조사가 집중됐고, 27일에야 K 씨는 의도성과 관련된 입장을 외교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장관이 충분한 소명을 듣지 않고 언론에 K 씨의 의도성을 부각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 조사에 따르면 K 씨는 3급 외교비밀인 한미 정상 통화 내용에 온전한 접근 권한이 없지만, 권한이 있던 B 씨가 업무차 공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K 씨의 변호인은 2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관행처럼 대사관에서 업무 관련자들에게 숙지하라고 내용을 복사해 책상에 놔둬서 읽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교부 보안심사위원회 결과 K 씨는 정상 통화 외에도 3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간 만남 불발,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실무 협의 관련 내용을 강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K 씨 “30년 넘게 특별한 연락 없어” vs 강효상 “친한 고교 후배” 강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문재인 정권이 눈엣가시 같은 야당 의원 탄압 과정에서 억울한 희생자를 만들려 하는 작태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한 뒤 K 씨에 대해서는 “친한 고교 후배가 고초를 겪는 것 같아 가슴이 미어진다”고 했다. 하지만 K 씨는 변호인을 통해 “30년 넘게 강 의원과 특별히 연락한 일이 없다. 올해 2월 이후 미국을 찾은 강 의원을 두 차례 만났으며 몇 번 통화했다”고 밝혔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강 장관은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민감한 외교전쟁에서 야당 죽이기만 하고 있다. 강 장관 교체부터 해야 외교부가 바로 서는 길”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를 열고 한국당을 압박했다. 이해찬 대표는 “한국당이 (강 의원을) 비호하는 입장을 내놓는 것을 보면, (강 의원) 개인 일탈이 아니라 제1야당이 관여한 행위인지 의심스럽다”고 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최고야·한기재 기자}
미중 무역갈등이 전방위로 번지면서 한국이 샌드위치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과 문재인 정부의 핵심 외교정책인 신북방정책을 연계하는 한중 경제협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권구훈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은 19∼25일 중국 동북 3성을 방문해 지린(吉林)성 바인차오루(巴音朝魯) 당서기 등을 만나 일대일로 전략과 신북방정책 연계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27일 청와대가 밝혔다. 바인차오루 서기 측은 “한중 국제합작 시범구 조정 사업은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과 한국의 신북방정책을 연결하는 중요한 플랫폼”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인차오루 서기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저장(浙江)성 서기로 근무할 당시 함께 일했던 측근 그룹인 즈장신쥔(之江新軍)의 대표적 인물 중 하나. 권 위원장은 또 랴오닝(遼寧)성을 찾아 천추파(陳求發) 당서기와 만난 자리에선 5세대(5G) 이동통신을 활용한 산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를 두고 반(反)화웨이 동참을 요구하는 미국의 압박 속에 중국 달래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아직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동참하지 말아 달라’는 취지의 입장을 한국 정부에 공식적으로 전하진 않았지만 한국의 입장을 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지난주부터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 외교부를 중심으로 미국 화웨이 거래 중단 요구에 대한 대응책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문병기 weappon@donga.com·신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