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이상훈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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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정책사회부장입니다.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sanghun@donga.com

취재분야

2025-11-05~2025-12-05
칼럼42%
일본23%
국제일반23%
미국/북미3%
경제일반3%
국제교류3%
인사일반3%
  • 英MI5, 대학 소집해 “스파이 차단”… 美FBI, 中 기술절도 수사 확대

    “점점 더 심각해지는 위협에 대해 균형을 맞추고 안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올해 4월 25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모처에서는 일명 ‘MI5’로 불리는 영국 국내정보국 관계자들이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 등 영국 주요 대학 부총장 24명을 앞에 앉혀놓고 브리핑을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 영국 올리버 다우든 부총리는 이같이 말했다. 브리핑에는 펄리시티 오즈월드 국가사이버안보센터장, 켄 매캘럼 MI5 국장도 참석했다. 정보당국은 부총장들에게 “적대국이 영국의 국가 안보를 침해하려 영국 대학들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경고하며 “앞으로 정부는 영국 대학에서 민감한 연구 결과를 훔치는 스파이를 막기 위해 심사를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 데일리메일 등은 이 모임 소식을 전하며 “특히 베이징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며 “각 부처 장관들은 중국의 영향력을 막기 위해 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하라는 압박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 美, 수사 강화하고 인재 확보에 1056조 원 투입‘첸런(千人·천인)계획’과 ‘치밍(啓明·계명)’ 등 중국의 해외 인재 포섭 정책에 각국이 경계를 강화하며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미국, 영국 등에서는 인재와 기술이 중국에 유출되는 사건이 이어지자 수사를 강화하고 있다. 호주는 비자 제도 손질에 나섰다. 일본은 해외 유출을 반드시 막아야 할 핵심 기술 리스트를 만들었다. 한국도 이 사례들을 참고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과 기술 패권 경쟁 중인 미국에서는 2020년 5월 중국행 전세기에 타려던 중국인 정모 연구원(당시 오하이오주립대 소속)이 연방수사국(FBI)에 긴급 체포됐다. 면역학 전문가인 그는 첸런계획 참여 사실을 숨기고 미국 연구기관에서 410만 달러(약 53억 원)의 연구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 연구원은 2021년 5월 미국에서 징역 37개월을 선고받아 복역한 뒤 현재 중국 상하이교통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FBI는 이 사건에 대해 “미국 납세자의 세금으로 이뤄진 연구비를 받아서 중국을 위한 기술을 연구하는 지속적인 위협이 벌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산하 스탠퍼드중국경제제도센터(SCCEI)가 올해 7월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10∼2021년 미국에서 경력을 쌓고 중국 등으로 이주한 중국계 과학자는 1만9955명이다. 이 중 행선지가 중국, 홍콩인 경우는 2010년 48%에서 2021년엔 67%로 급증했다. 상황이 이러자 미국은 중국의 인재, 기술 탈취를 겨냥한 수사를 확대했다. 2020년 크리스토퍼 레이 당시 FBI 국장은 “전국적으로 중국의 ‘(기술) 절도’에 대한 1000건 이상의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중국은 해외 인재를 흡수하며 국가 과학기술 수준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4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발표에 따르면 주요 과학 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수준을 100%라고 가정했을 때 중국은 2014년 69.7%에 불과했지만, 2022년에는 82.6%로 급성장했다. 같은 기간 한국은 중국에 기술 수준을 역전당했다. 미국은 기술 유출을 막는 한편으로 인재를 끌어모으기 위한 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과학기술 분야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등에 약 8000억 달러(약 1056조 원) 예산을 배정했다. 이 돈은 미국 내에서 연구를 수행하는 과학자들에게 지원되고 있다.● 호주 EU도 대응… “한국도 모니터링 강화해야”미국 주도 안보협의체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소속 국가인 호주와 일본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호주는 올해 4월 중요한 국가 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위험이 있을 땐 유학생 비자 발급을 거부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미국이 앞서 비자 관리를 강화해 ‘의심스러운 해외 유학생’의 입국을 차단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일본은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기업들에 “해외 유출을 막아야 할 핵심 기술 리스트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이어 이 기술들을 사용하는 제품을 생산하거나, 기존 생산량을 늘릴 때도 정부에 보고하도록 했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6월 한 중국인 연구원이 중국에 첨단 기술을 유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로 이어졌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10월 첨단기술 보호 계획을 발표하면서 “우리는 중국뿐 아니라 모든 국가와의 위험을 줄이고자 한다”며 중국을 겨냥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EU는 첨단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기술, 생명공학 등 4가지 영역을 보호해야 할 첨단 기술로 지목했다. 한국도 앞선 사례를 참고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승우 한국지식재산연구원장은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나중에 산업 스파이가 되는 경우도 많다”며 “국가 핵심 기술 분야는 주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대학원 교수는 “기술 유출 범죄는 비록 붙잡혀 처벌되더라도 해당 기술만 확보할 수 있으면 이익이 더 크기 때문에 벌어진다”며 “보안을 철저히 하고 유출을 스스로 막도록 관련 인센티브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4-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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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오픈AI에 6600억원 투자

    재일교포 3세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가 챗GPT 개발사인 미 오픈AI에 5억 달러(약 6600억 원)를 투자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일 보도했다. 이는 이번 투자를 주도하는 스라이브캐피털의 전체 투자 규모(10억 달러)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기존 투자자인 마이크로소프트(MS)도 1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의 이번 펀딩은 이번 주 내에 마무리될 것이라고 세라 프라이어 오픈AI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밝힌 바 있다. 오픈AI에 처음 투자하는 소프트뱅크는 향후 AI를 차세대 사업 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손 회장은 6월 주주총회 때 “범용 AI 시대는 3∼5년 이내에 온다. 인공 초지능(ASI)은 10년 전후로 올 것”이라며 AI 투자에 힘을 쏟을 뜻을 밝혔다. 소프트뱅크는 앞서 오픈AI의 경쟁 스타트업 중 하나인 미국 AI 검색엔진 스타트업 ‘퍼플렉시티’에도 2000만 달러(약 260억 원)를 투자한 바 있다. 소프트뱅크는 공유 오피스 업체 ‘위워크’와 ‘알리바바’에 대한 투자 실패, 코로나19 확산 이후 기술주 하락 등으로 큰 손실을 입었다. 이후 손 회장은 “10년 안에 AI 혁명을 주도하겠다”며 잇따라 생성 AI에 투자해 왔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4-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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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혐한 조장’ 日산케이 발행 극우 황색신문, 내년 1월 이후 휴간

    일본의 우익 성향 산케이신문사가 발행해 온 극우 황색 신문 ‘석간 후지’가 내년 1월 31일을 끝으로 휴간에 들어간다고 1일 밝혔다. 석간 후지는 1969년 2월 창간된 일본 최초의 타블로이드 매체다. 일본 우경화 분위기에 맞춰 한국을 비난하는 혐한 기사를 쏟아냈다. 본사 매체인 산케이신문보다도 더 극단적인 혐한 기사를 게재해 왔다. 황색 신문 특성상, 이 신문은 주요 지하철역 편의점 등에서 주로 팔렸다. 인파가 몰리는 대형 기차역 판매대, 번화가 편의점에는 홍보 포스터도 붙였다. 한일 관계가 악화되던 2010년대 중후반~2020년대 초반까지는 ‘한국과 단교하자’ ‘한국의 거짓말을 폭로한다’ 등 자극적 제목이 달린 신문과 홍보 포스터를 인파가 몰리는 곳에 집중 배치했다. 이 때문에 일본 내 자극적인 혐한 여론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았다. 판매부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일본 신문업계 관계자는 “우익을 겨냥한 비즈니스는 처음에는 사람들을 자극해 이익을 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신뢰도를 얻지 못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일본 내 우익 여론 형성을 인터넷이 주도하는 구조로 변하면서 차별적 여론이 사람들에게 더 깊숙이 파고드는 측면이 있다고 우려한다. 석간 후지는 1일 발행한 2일 자 신문에 “신문 용지 등 재료비, 물류비 인상으로 어려운 환경이 계속돼 경영 합리화, 경비 삭감 등에 나섰지만 창간 55주년을 맞아 석간지로서 역할을 마쳤다고 판단했다”며 휴간 이유를 설명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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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베는 나라의 적” 직격한 비주류, 이시바 내각 총무상 발탁

    1일 일본 총리에 오르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자민당 신임 총재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를 ‘나라의 적’이라고 비판했던 의원을 내각 요직에 발탁했다. 지난해 파벌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됐던 옛 ‘아베파’ 소속 의원들은 아무도 조각에 포함되지 않았다. 총재 선거에서 맞붙었던 경쟁자들에게 당 간부직을 제안했으나 거절당해 자민당 내에서 분열 조짐이 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시바 총재는 30일 기자회견에서 “여러 조건이 갖춰지면 중의원(하원)을 해산하고 10월 27일 총선을 치르겠다”고 밝혔다. 애초 신중히 나설 생각이었지만 “취임 기대감으로 지지율이 올라갔을 때 해산해야 이긴다”는 건의를 받아들여 이례적으로 총리 공식 취임 전에 총선일부터 못 박았다. 한편 이날 일본 주식시장에선 이시바 총재의 총리 취임 뒤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4% 넘게 하락하는 ‘이시바 쇼크’가 나타났다.● 아베 공개 비판 ‘비주류’ 장관 내정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시바 총재는 신임 총무상으로 무라카미 세이이치로(村上誠一郎) 전 행정개혁상(72)을 내정했다. 12선 베테랑이지만 2005년 행정개혁상을 끝으로 장관이나 당 요직에 이르지 못한 채 평의원에 머물렀다. 아베 전 총리 피살 후 국장(國葬) 거행 논란이 불거진 2022년 9월에 “아베는 재정, 외교를 엉망진창으로 만든 국적(國賊)이기 때문에 국장에 불참할 것”이라고 했다가 당원권 1년 정지 처분을 받은 적도 있다. 외교 담당인 외상으로 내정된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전 방위상도 비주류 온건파다. 2018년 일본 자위대 초계기 위협-레이더 논란이 벌어진 이듬해, 정경두 당시 국방부 장관과의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웃는 얼굴로 악수를 했다는 이유로 자민당 보수 강경파 의원들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았다. 결국 재임 1년도 못 채우고 낙마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최측근인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은 유임됐다. 또 다른 옛 기시다파 소속인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전 방위상은 당 요직인 정무조사회장으로 임명됐다. 2차 투표에서 이시바 총재를 지지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는 부총재,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전 환경상은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당 요직에 지명됐다. 반면 이번 총재 선거 결선에서 패배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상은 당 총무회장직을 제안받았으나 고사했다.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은 주위에 “(자민당 ‘넘버2’인) 간사장 말고는 안 맡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재 선거 초반에 선전했던 ‘아베 키즈’ 고바야시 다카유키(小林鷹之) 전 경제안보상도 당 홍보본부장 기용 제안을 거절했다. 이들은 이번 선거에서 보수 강경파의 지지를 받았다. 요미우리신문은 “이시바 총재가 옛 아베파에게 따돌림당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정권이 출범하기도 전에 분열이 노출된 만큼, 27일 총선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단번에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시바 쇼크’ 주가 4% 넘게 하락 이날 일본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평균주가는 전날보다 4.8% 하락한 3만7919.55엔에 장을 마쳤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자민당 총재 선거 다음 날 거래로는 1990년 이후 가장 큰 하락률”이라고 전했다. 일본 경제계는 이시바 총재가 금융 투자자와 기업에 대한 과세를 강화할 의지를 내비쳐온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시바 총재는 총재 선거 운동 기간 중 금융소득 과세 강화에 대해 “실행하고 싶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가 취임 초 추진했다가 흐지부지된 금융소득세 개편에 대해서도 “후퇴한 감이 있다. 부자들이 해외로 나간다는 이유로 억누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주식 양도차익에 일률적으로 20%의 세율을 부과한다. 금액에 따른 누진세가 아니어서 고소득자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다. 다만 주가 하락으로 시장의 우려가 드러난 만큼, 이시바 총재가 과감한 개혁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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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베는 나라의 적” 비판했던 의원 발탁한 이시바…자민당 분열 조짐

    1일 일본 총리에 오르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자민당 신임 총재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를 ‘나라의 적’이라고 비판했던 의원을 내각 요직에 발탁했다. 지난해 파벌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됐던 옛 ‘아베파’ 소속 의원들은 아무도 조각에 포함되지 않았다. 총재 선거에서 맞붙었던 경쟁자들에 당 간부직을 제안했으나 거절당해 자민당 내에서 분열 조짐이 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이시바 총재는 30일 기자회견에서 “여러 조건이 갖춰지면 중의원(하원)을 해산하고 10월 27일 총선을 치르겠다”고 밝혔다. 애초 신중히 나설 생각이었지만 “취임 기대감으로 지지율이 올라갔을 때 해산해야 이긴다”는 건의를 받아들여 이례적으로 총리 공식 취임 전에 총선일부터 못 박았다. 한편 이날 일본 주식시장에선 이시바 총재의 총리 취임 뒤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4% 넘게 하락하는 ‘이시바 쇼크’가 나타났다. ● 아베 공개 비판 ‘비주류’ 장관 내정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시바 총재는 신임 총무상으로 무라카미 세이이치로(村上誠一郎) 전 행정개혁상(72)을 내정했다. 12선 베테랑이지만 2005년 행정개혁상을 끝으로 장관이나 당 요직에 이르지 못한 채 평의원에 머물렀다. 아베 전 총리 피살 후 국장(國葬) 거행 논란이 불거진 2022년 9월에 “아베는 재정, 외교를 엉망진창으로 만든 국적(國賊)이기 때문에 국장에 불참할 것”이라고 했다가 당원권 1년 정지 처분을 받은 적도 있다. 외교 담당인 외상으로 내정된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전 방위상도 비주류 온건파다. 2018년 일본 자위대 초계기 위협-레이더 논란이 벌어진 이듬해, 정경두 당시 국방부 장관과의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웃는 얼굴로 악수를 했다는 이유로 자민당 보수 강경파 의원들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았다. 결국 재임 1년도 못 채우고 낙마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최측근인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은 유임됐다. 또 다른 옛 기시다파 소속인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전 방위상은 당 요직인 정무조사회장으로 임명됐다. 2차 투표에서 이시바 총재를 지지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는 부총재,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전 환경상은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당 요직에 지명됐다. 반면 이번 총재 선거 결선에서 패배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상은 당 총무회장직을 제안받았으나 고사했다.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은 주위에 “(자민당 ‘넘버2’인) 간사장 말고는 안 맡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재 선거 초반에 선전했던 ‘아베 키즈’ 고바야시 다카유키(小林鷹之) 전 경제안보상도 당 홍보본부장 기용 제안을 거절했다. 이들은 이번 선거에서 보수 강경파의 지지를 받았다. 요미우리신문은 “이시바 총재가 옛 아베파에게 따돌림당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정권이 출범하기도 전에 분열이 노출된 만큼, 27일 총선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단번에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이시바 쇼크’ 주가 4% 넘게 하락이날 일본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평균주가는 전날보다 4.8% 하락한 3만7919.55엔에 장을 마쳤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자민당 총재 선거 다음날 거래로는 1990년 이후 가장 큰 하락률”이라고 전했다. 일본 경제계는 이시바 총재가 금융 투자자와 기업에 대한 과세를 강화할 의지를 내비쳐온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시바 총재는 총재 선거 기간 중 금융소득 과세 강화에 대해 “실행하고 싶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가 취임 초 추진했다가 흐지부지된 금융소득세 개편에 대해서도 “후퇴한 감이 있다. 부자들이 해외로 나간다는 이유로 억누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주식 양도차익에 일률적으로 20%의 세율을 부과한다. 금액에 따른 누진세가 아니어서 고소득자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다. 다만 주가 하락으로 시장의 우려가 드러난 만큼, 이시바 총재가 과감한 개혁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4-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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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이시바 “아시아판 나토 창설, 美핵무기 공유-반입 검토해야”

    일본 차기 총리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집권 자민당 총재가 당선 뒤 연일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창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 아시아 정세를 위협하는 국가에 대항하기 위해 해당 지역에 집단 안보 체제를 도입하자는 제안이다. 20년 가까이 ‘아시아판 나토’ 창설을 제기해 온 이시바 총재가 새로운 일본 총리로 공식 취임하기 전부터 해당 의제를 여러 차례 강조하며 일본 안팎에선 이에 대한 논의가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일본 언론들은 내달 1일 총리로 취임하는 이시바 총재가 중의원(하원)을 해산해 10월 27일 총선을 치를 방침을 굳혔다고 29일 보도했다.● 20년간 집단 안보 주장한 이시바이시바 총재는 27일(현지 시간) 미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허드슨연구소에 기고한 칼럼 ‘일본 외교 정책의 장래’에서 “아시아는 나토 같은 집단적 자위 체제가 존재하지 않아 전쟁이 발발하기 쉬운 상태”라며 “중국을 서방 동맹국이 억지하기 위해서는 아시아판 나토 창설이 불가결하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핵 연합에 억지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미국 핵 공유나 핵 반입도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일 동맹과 한미 동맹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자는 구상도 숨기지 않았다. 1951년 체결된 미일 안보 조약은 6·25전쟁 발발 이후 동아시아에서 공산주의 확대를 막기 위한 목적이 컸다. 70년 넘은 미국과의 일대일 동맹으로는 오늘날 사실상의 ‘핵 연합’이 된 북-중-러의 위협을 막을 수 없다는 게 이시바 총재의 지론이다. 이시바 총재는 2000년대부터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다른 나라가 공격 받아도 자국 공격으로 간주해 무력을 행사할 권리)을 행사해 아시아판 나토를 창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해당 주장이 선거용 공약이 아닌 20여 년간 고민해 가다듬은 정책인 만큼, 향후 미일 정상회담 등에서 직접 거론할 가능성이 크다. 이시바 총재는 방위상 등 방위 정무직만 3번 지냈다. 과거사 문제나 당내 정치적 논의에서는 비주류 비둘기로 꼽히지만, 방위 안보에선 일본이 금기시하는 핵 반입까지 거론할 정도로 매파에 가깝다. 과거사 문제에서 한국에 전향적인 입장을 내비치는 것도 한미일 협력 및 아시아판 나토 창설을 위해 한국의 협조를 얻기 위한 ‘전략적 필요성’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시바 총재는 취임 직후 높아진 국민적 기대감을 이용해 국회 해산 후 조기 총선에 나선다. 일본 언론을 종합하면 9일 여야 당수 토론 직후 해산해 27일 총선을 치르는 방안이 유력하다. 일본에서 국회 해산은 총리 전권 사항이다. 총리가 자신의 기반을 다지기 위한 전략적 카드로 사용한다.● 정부 “북핵 집중된 미 확장억제 우선” 미국 행정부는 중국 등을 자극할 수 있고 한일 등이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점을 들어 아시아판 나토 구상에 선을 그어 왔다. 하지만 최근 미 의회를 중심으로 긍정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공화당 소속 미 하원 외교위 마이클 롤러 의원은 인도태평양 조약기구(IPTO) 설치 문제를 검토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 법안을 제출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석좌인 마이클 그린 시드니대 미국학센터 소장도 지난해 9월 포린폴리시(FP)에 “아시아의 지정학적 (상황) 전개로 이 선택이 70년 전보다 더 그럴듯해졌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일단 선을 긋는 기류다. 정부 소식통은 “현 상황에선 북핵 문제에 집중된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시스템이 선호된다”고 강조했다. 제도화 단계로 접어든 한미 양자 간 핵우산 체제를 계속 공고하게 뿌리내리는 게 우선이지, 아시아판 나토 창설을 고려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아시아판 나토의 연장선상으로 미국의 핵무기를 공동 운용하는 핵 공유나 핵 반입이 불러올 도미노 파장을 고려하면 시기상조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시바 총재의 핵 공유나 핵 반입이 일본의 기존 ‘비핵 3원칙’(핵무기 제조·보유·반입 금지)을 깨는 보통 국가화를 추구하는 행보라는 우려도 나온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24-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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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칼럼/이상훈]‘공기를 안 읽는’ 이시바, 기시다보다 어렵다

    일본 차기 총리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집권 자민당 총재를 만난 건 6년 전이다. 해외연수차 일본 와세다대 방문연구원으로 있던 2018년 11월, 그가 특강을 하러 와세다대 캠퍼스를 찾았다. 그해 10월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을 확정하면서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던 때였다. 그로서는 2개월 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에게 패하면서 암중모색(暗中摸索)하던 때다. 금기 개의치 않고 대담한 주장 ‘강제 동원 판결로 얼어붙은 한일 관계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맨 앞자리에서 연구자 자격으로 질문을 던졌다. 몇 초간 생각하던 이시바 총재가 입을 열었다. “판결은 국제법적으로 잘못됐다. 하지만 합법적으로라도 독립국이었던 한국을 합병하고 (조선인의) 성을 바꿨다. 그런 역사가 있었다는 것을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중요하다.” 냉기가 느껴질 정도로 강의실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2시간에 걸친 강연과 질의응답 중 이 부분만 다음 날 일본 언론에 보도돼 한국에도 전해졌다. 그날의 에피소드를 일본인들에게 들려주면 2가지 반응이 나온다. 일본에서 누구도 한일 관계를 입에 못 올리던 시기에 돌직구 질문을 던져 신기하다는 게 첫 번째 반응이다. 자민당에서 작심하고 ‘한국 때리기’에 나서던 시기에 여당 유력 정치인으로 한국을 알아야 한다고 말해 놀랍다는 게 두 번째다. ‘공기(空氣)를 읽는다’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눈치와 분위기 파악이 중요한 일본 사회에서 ‘공기를 읽지 않은’ 연구자와 정치인의 문답은 6년이 지나 새 총리의 한국 관련 발언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자민당 보수 강경파들이 ‘혐한 선동 경쟁’을 하던 최근 십수 년간, 그는 한국을 알고자 하던 몇 안 되는 정치인이었다. 이시바 총재는 과거 강연에서 “일본이 다른 나라에 점령당해 오늘부터 ‘너는 스미스다’라고 하면 어떻겠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후손에게 사죄 숙명을 지우지 말자’(2015년 아베 담화)며 가해 책임에 입을 닦은 아베 전 총리와 분명 다르다. 하지만 주변 눈치 보지 않고 할 말을 하는 그의 취임 후 첫 일성은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창설이다. ‘한국 때리기’에 동조하지 않았던 그는 이제까지의 금기도 개의치 않는다. 동아시아 관여에 일정 수준 이상을 넘지 않으려는 미국의 눈치도, 해양 진출을 강화하는 중국의 압박도 개의치 않고 할 말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핵 반입을 공공연하게 주장하며 ‘핵은 만들지도, 갖지도, 반입하지도 않겠다’는 60년간의 ‘일본 비핵 3원칙’도 벗어던질 태세다. 4년 7개월간 외상을 지낸 ‘외교의 달인’ 기시다 총리와 방위 정무직만 3번을 역임한 ‘국방 전문가’ 이시바 총재는 다르다. 한국으로서는 더 어려운 카운터파트(counterpart)다. 차기 이시바 정권이 과거사에 과감하게 전향적 입장을 취하면서 집단 방위 체제 참여를 제안한다면 어떻게 될까. 과거사는 손을 잡고 ‘아시아판 나토’에선 발을 빼는 취사 선택이 가능할까. 주한미군을 주둔시키는 미국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시아판 나토’ 한국에 어려운 도전 한국은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일본은 우크라이나, 중동의 2개 전선으로 힘겨워하는 미국을 파고들며 ‘미일 동맹을 축으로 아시아 집단 안보 체제를 구축하자’는 정치인을 리더로 세웠다. 우리에겐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로 순진한 대일 인식의 현 정부와 “중국에도 셰셰(謝謝·고맙다), 대만에도 셰셰 하면 된다”는 야당 말고는 선택지가 없다. 상황 파악조차 제대로 못 하는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 등에서 식은땀이 흐른다는 걸 한국 정치인들은 알기나 할까.이상훈 도쿄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4-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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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판 나토’에 핵 반입까지 주장하는 이시바

    일본 차기 총리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집권 자민당 총재가 당선 뒤 연일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창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 아시아 정세를 위협하는 국가에 대항하기 위해 해당 지역에 집단 안보 체제를 도입하자는 제안이다.20년 가까이 ‘아시아판 나토’ 창설을 제기해 온 이시바 총재가 새로운 일본 총리로 공식 취임하기 전부터 해당 의제를 여러 차례 강조하며 일본 안팎에선 이에 대한 논의가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일본 언론들은 내달 1일 총리로 취임하는 이시바 총재가 중의원(하원)을 해산해 10월 27일 총선을 치를 방침을 굳혔다고 29일 보도했다. ● 20년간 집단안보 주장한 이시바이시바 총재는 27일(현지 시간) 미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허드슨연구소에 기고한 칼럼 ‘일본 외교 정책의 장래’에서 “아시아는 나토 같은 집단적 자위 체제가 존재하지 않아 전쟁이 발발하기 쉬운 상태”라며 “중국을 서방 동맹국이 억지하기 위해서는 아시아판 나토 창설이 불가결하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핵 연합에 억지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미국 핵 공유나 핵 반입도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일 동맹과 한미 동맹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자는 구상도 숨기지 않았다. 1951년 체결된 미일 안보 조약은 6·25전쟁 발발 이후 동아시아에서 공산주의 확대를 막기 위한 목적이 컸다. 70년 넘은 미국과의 일대일 동맹으로는 오늘날 사실상의 ‘핵 연합’이 된 북-중-러의 위협을 막을 수 없다는 게 이시바 총재의 지론이다. 이시바 총재는 2000년대부터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다른 나라가 공격받아도 자국 공격으로 간주해 무력을 행사할 권리)을 행사해 아시아판 나토를 창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에 해당 주장이 선거용 공약이 아닌 20여 년간 고민해 가다듬은 정책인 만큼, 향후 미일 정상회담 등에서 직접 거론할 가능성이 크다. 이시바 총재는 방위상 등 방위 정무직만 3번 지냈다. 과거사 문제나 당내 정치적 논의에서는 비주류 비둘기로 꼽히지만, 방위 안보에선 일본이 금기시하는 핵 반입까지 거론할 정도로 매파에 가깝다. 과거사 문제에서 한국에 전향적 입장을 내비치는 것도 한미일 협력 및 아시아판 나토 창설을 위해 한국 협조를 얻기 위한 ‘전략적 필요성’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이시바 총재는 취임 직후 높아진 국민적 기대감을 이용해 국회 해산 후 조기 총선에 나선다. 일본 언론을 종합하면 9일 여야 당수 토론 직후 해산해 27일 총선을 치르는 방안이 유력하다. 일본에서 국회 해산은 총리 전권 사항이다. 총리가 자신의 기반을 다지기 위한 전략적 카드로 사용한다. ● 정부 “북핵 집중된 미 확장억제 우선”미국 행정부는 중국 등을 자극할 수 있고 한일 등이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점을 들어 아시아판 나토 구상에 선을 그어왔다.》 하지만 최근 미 의회를 중심으로 긍정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공화당 소속 미 하원 외교위 마이클 롤러 의원은 인도태평양 조약기구(IPTO) 설치 문제를 검토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 법안을 제출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석좌인 마이클 그린 시드니대 미국학센터 소장도 지난해 9월 포린폴리시(FP)에 “아시아의 지정학적 (상황) 전개로 이 선택이 70년 전보다 더 그럴듯해졌다”고 밝혔다.한국 정부는 일단 선을 긋는 기류다. 정부 소식통은 “현 상황에선 북핵 문제에 집중된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시스템이 선호된다”라고 강조했다. 제도화 단계로 접어든 한미 양자 간 핵우산 체제를 계속 공고하게 뿌리내리는 게 우선이지, 아시아판 나토 창설을 고려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아시아판 나토의 연장선상으로 미국의 핵무기를 공동 운용하는 핵 공유나 핵 반입이 불러올 도미노 파장을 고려하면 시기상조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시바 총재의 핵 공유나 핵 반입이 일본의 기존 ‘비핵 3원칙’(핵무기 제조·보유·반입 금지)을 깨는 보통 국가화를 추구하는 행보라는 우려도 나온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24-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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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새 총리 ‘비주류 온건파’ 이시바

    일본의 102대 총리에 오를 집권 자민당 총재로 당내 비주류이자 온건파로 꼽히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67) 전 자민당 간사장이 선출됐다. 그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4전 5기’ 도전 끝에 승리했다. 이시바 총재는 다음 달 1일 임시국회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뒤를 잇는 차기 총리로 공식 취임하면서 새 내각을 출범시킨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집권 여당 대표가 총리를 맡는다. 27일 일본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자민당 총재 선거 2차 결선 투표에서 이시바 총재는 215표를 얻어 194표를 득표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상을 꺾고 신임 총재에 당선됐다. 앞서 열린 1차 투표에서 이시바 총재는 154표(국회의원 46표, 당원 108표)를 얻어 다카이치 경제안보상(181표)에게 뒤졌지만, 결선 투표에서 국회의원 표를 대거 확보하고 도도부현련(한국 정당의 시도당) 표 대결에서도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을 누르며 대역전극을 펼쳤다. 이시바 총재로서는 2012년 자민당이 야당이던 때 총재 선거에 출마해 1차 투표에서 1위를 거두고도 결선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에게 패했던 한을 풀게 됐다. 그는 선출 뒤 기자회견에서 “선거 기간 중 북한의 미사일 발사, 러시아 초계기의 일본 영공 침범, 중국 항공모함의 일본 접속수역 첫 항해가 있었다”며 “일본에는 안보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일본을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보수 강경파였던 아베 전 총리를 비판하며 비주류로 분류됐던 이시바 총재는 자민당 유력 정치인 중 한일 관계에 비교적 전향적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 때문에 적어도 집권 후 한일 관계가 후퇴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대통령실은 “새로 출범하는 일본 내각과 긴밀히 소통하는 가운데 한일 관계의 긍정적 흐름을 이어 나가기 위해 계속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양국이 전향적인 자세로 미래 지향적 관계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이시바 “한국 납득할 때까지 사죄해야”… 군비 확충은 갈등 불씨[일본 이시바 시대]日 새 총리 ‘비주류 온건파’ 이시바한일관계-과거사 문제엔 전향적… 아베 주도 강경파와는 다른 목소리징용배상-독도 문제엔 日 입장 견지… “변화 주도하기엔 기반 약해” 분석도“역대 총리가 사죄의 뜻을 밝혔음에도 한국에서 수용되지 않는 것에 좌절감이 크다. 그럼에도 납득을 얻을 때까지 계속 사죄하는 수밖에 없다.” 일본 차기 총리가 되는 자민당 총재로 27일 선출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67) 신임 총재는 2017년 5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일 관계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자민당 비주류인 이시바 총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주도한 보수 강경파와 줄곧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일각에서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으로 식민지 지배에 대해 공식 사죄한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전 총리 이후 한일 관계 개선에 가장 적극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독도 영유권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획기적 변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또 방위상을 지낸 안보 전문가로서 자위대 헌법 명기,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추진 등 한국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을 내세우는 점은 향후 한일 갈등의 불씨로 작용할 수 있다.● “다카이치 지나친 우익 성향에 불안 느껴” 이시바 총재는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공언하며 우익 색채를 드러낸 ‘여자 아베’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상에게 뒤졌지만, 2차 투표에서 극적으로 역전했다. 유력 파벌 및 보수파 지지를 못 받아 2차 투표에서 승산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뒤집었다. 요미우리신문은 “한일 관계가 훼손돼 한미일 공조에 균열이 생기면 러시아, 중국, 북한의 불안한 움직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다카이치 지지세에 제동을 걸었다”고 분석했다. 이시바 총재의 전반적인 성향을 고려할 때 한일 관계 개선세가 적어도 뒷걸음질 치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교수(정치학)는 “이시바 총재 입에서 한일 관계를 악화시킬 발언이 나오거나 새로운 갈등이 불거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시바 총재는 선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대해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다만 안보, 경제 정책을 묻는 질문에 답할 때 한국을 예로 들며 구체적인 수치까지 거론했다. 그는 “경제에서 수출 비중이 한국은 44%인데 일본은 18%”라며 “해외 생산 거점을 일본에 되돌아오게 해 고용 소득 기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군비 확충 강화 의지, 한국과 갈등 요소 하지만 획기적 한일 관계 진전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과 다른 자세를 보이려면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 강해야 하는데 이시바 총재는 그렇지 못하다”며 “막판까지 경쟁했던 ‘3강 후보’ 중 한국에 그나마 나았지만, 그 이상의 행동을 보일지는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안보를 위해 군비 확충에 적극 나설 뜻을 비치는 점은 향후 한국과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 이시바 총재는 이날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자위대는 국내에서 최대 능력을 발휘하는 훈련을 할 수 없다”며 미국에 자위대 훈련 기지를 세우자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는 개헌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온 점도 한국과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 자민당은 줄곧 개헌을 추진해 왔고 이시바 총재도 여기에 동의한다. 아시아판 나토 설립에 대해 그는 “(미일, 한미 동맹 등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것을 생각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아시아판 나토 설립의 경우 한국에서도 대북 억지 차원에서 거론되는 아이디어다. 하지만 중일 갈등, 대만 문제에 자칫 한국의 의지와 무관하게 말려들 수 있어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의견이 많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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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선의 선택’ 이시바, 위기의 자민당 ‘구원 투수’로

    27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결선 투표 끝에 당선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신임 총재에 대해 일본에서는 위기에 빠진 자민당이 ‘차선의 선택’을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자민당 파벌 비자금 스캔들, 2022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사망 이후 지적돼 온 자민당-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 유착 문제로 자민당 지지율이 2012년 정권 탈환 후 최저치까지 떨어지자 어쩔 수 없이 그를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 국회의원과 당원들이 위기에 빠진 자민당의 구원투수로 당내 기반은 약하지만 국민적 지지도가 높은 그를 등판시켰다는 뜻이다. 이시바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능한 한 빨리 심판을 받아야 한다”며 중의원(하원) 해산에 나설 가능성을 내비쳤다. 국민적 지지도가 높은 이시바 총재로서는 조기에 총선을 치러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고 이를 토대로 비주류에서 벗어나 당내 기반을 다지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다음 달 중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을 치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재는 자치상, 돗토리현 지사 등을 역임한 아버지 이시바 지로(石破二朗)의 뒤를 이은 세습 정치인이다. 게이오대 법학부 출신으로 논리적인 언변을 타고났다는 평가가 많다. 대학 졸업 후 미쓰이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81년 아버지 사망 후 정치 입문을 결심했고, 1986년 돗토리현에서 당시 전국 최연소(29세)로 중의원(하원) 의원에 당선됐다. 현재 12선으로 탄탄한 지역 기반을 자랑한다. 2008년 자민당 총재 선거로 처음 총리에 도전했지만 아소 다로(麻生太郞) 전 총리에게 밀려 쓴맛을 봤다. 2012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는 2차 결선 투표에서 아베 전 총리에게 패했다. 아베 전 총리가 ‘절대 1강’ 권력을 잡고 보수 강경파가 자민당 주류가 되면서 이시바 총재는 비주류가 됐다. 또 2018년과 2021년 총재 선거에서 패하면서 더욱 주변부로 밀려났다. 5번째 총재 선거에 나서면서 그는 ‘최후의 도전’이라고 명언했다. 주변에서는 ‘총리병 환자’라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상의 우익 성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고이미즈 신지로(小泉進次郎) 전 환경상이 토론회에서 부족한 실력을 드러내자 이시바 총재가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았다는 평가도 나온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4-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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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시바, 한일 과거사엔 전향적 입장… 군비 확충은 갈등 불씨

    “역대 총리가 사죄의 뜻을 밝혔음에도 한국에서 수용되지 않는 것에 좌절감이 크다. 그럼에도 납득을 얻을 때까지 계속 사죄하는 수밖에 없다.”일본 차기 총리가 되는 자민당 총재로 27일 선출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67) 신임 총재는 2017년 5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일 관계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자민당 비주류인 이시바 총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주도한 보수 강경파와 줄곧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일각에서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으로 식민지 지배에 대해 공식 사죄한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전 총리 이후 한일 관계 개선에 가장 적극적이라는 평가도 있다.하지만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독도 영유권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획기적 변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또 방위상을 역임한 안보 전문가로서 자위대 헌법 명기,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추진 등 한국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을 내세우는 점은 향후 한일 갈등의 불씨로 작용할 수 있다.● “다카이치 지나친 우익 성향에 불안 느껴”이시바 총재는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공언하며 우익 색채를 드러낸 ‘여자 아베’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상에게 뒤졌지만, 2차 투표에서 극적으로 역전했다. 유력 파벌 및 보수파 지지를 못 받아 2차 투표에서 승산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뒤집었다.일본 정치권에서는 지나친 우익 색채를 드러낸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이른바 ‘차선책’으로 이시바 총재를 택했다는 평가가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한일 관계가 훼손돼 한미일 공조에 균열이 생기면 러시아, 중국, 북한의 불안한 움직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다카이치 지지세에 제동을 걸었다”고 분석했다.이시바 총재의 전반적인 성향을 고려할 때 한일 관계 개선세가 적어도 뒷걸음질 치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교수(정치학)는 “이시바 총재 입에서 한일 관계를 악화시킬 발언이 나오거나 새로운 갈등이 불거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이시바 총재는 선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한일 관계에 대해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다만 안보, 경제 정책을 묻는 질문에 답할 때 한국을 예로 들며 구체적인 수치까지 거론했다. 그는 “경제에서 수출 비중이 한국은 44%인데 일본은 18%”라며 “해외 생산 거점을 일본에 되돌아오게 해 고용 소득 기회를 만들겠다”고 답했다.● 군비 확충 강화 의지, 한국과 갈등 요소하지만 획기적 한일 관계 진전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과 다른 자세를 보이려면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 강해야 하는데 이시바 총재는 그렇지 못하다”며 “막판까지 경쟁했던 ‘3강 후보’ 중 한국에 그나마 나았지만, 그 이상의 행동을 보일지는 의문”이라고 평가했다.안보를 위해 군비 확충에 적극 나설 뜻을 비치는 점은 향후 한국과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 이시바 총재는 이날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자위대는 국내에서 최대 능력을 발휘하는 훈련을 할 수 없다”며 미국에 자위대 훈련 기지를 세우자는 아이디어를 내놨다.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는 개헌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온 점도 한국과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 자민당은 줄곧 개헌을 추진해 왔고 이시바 총재도 여기에 동의한다. 아시아판 나토 설립에 대해 그는 “(미일, 한미 동맹 등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것을 생각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아시아판 나토 설립의 경우 한국에서도 대북 억지 차원에서 거론되는 아이디어다. 하지만 중일 갈등, 대만 문제에 자칫 한국의 의지와 무관하게 말려들 수 있어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의견이 많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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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새 총리에 ‘비주류’ 이시바…5수 끝 당선 ‘비둘기파’

    차기 일본 총리를 뽑는 27일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이 선출됐다.이시바 총재는 2차 결선 투표에서 215표를 얻어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상(194표)를 제치고 총재로 뽑혔다.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은 1차 투표에서 1위에 올랐지만, 결선에서 역전당했다.이시바 총재는 10월 1일 열리는 임시 국회에서 일본의 102대 총리로 공식 취임한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4-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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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차기 총리’ 자민총재 선거 다카이치·이시바 결선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상과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27일 차기 일본 총리를 뽑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1, 2위에 올랐다. 다만 두 후보 모두 과반수를 얻지 못해 2차 결선 투표를 진행한다. 2차 결선 투표는 1차 투표 직후 실시된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4-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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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최장 복역’ 日사형수, 58년만에 누명 벗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복역한 사형수로 알려진 전직 일본 프로복서 하카마다 이와오(袴田巖·88·사진) 씨가 법원에서 재심(再審)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살인범으로 붙잡힌 지 58년 만에 모든 누명을 벗게 됐다. 일본 시즈오카지법은 26일 일가족 4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 확정 판결을 받았던 하카마다 씨를 “범인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증거를 날조했다”고도 인정했다. 이른바 ‘하카마다 사건’이라 불리는 해당 사건은 일본에서 형사사법 제도의 문제점과 사형 폐지 논란을 다룰 때마다 등장한다. 하카마다 씨는 1966년 시즈오카현 시미즈시에서 자신이 일하던 된장 공장의 전무 일가족 4명을 살해하고 불을 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폭행과 강압 수사로 어쩔 수 없이 거짓 진술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1980년 대법원에서 사형 확정 판결까지 받았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누나 히데코 씨는 꾸준히 동생의 무죄를 주장했다. 사형 판결 증거였던 혈흔이 묻은 옷이 하카마다 씨의 몸에 맞지 않고 사건 발생 9개월 만에 발견됐다는 이유였다. 이후 유전자 검사에서 실제로 혈흔이 하카마다 씨 유전자와 불일치한다는 게 밝혀지며 상황은 역전됐다. 2차에 걸친 재심 청구 끝에 2014년 재심이 결정되면서 하카마다 씨는 48년 만에 보석으로 석방됐다. 2020년 대법원에서 재심 결정이 최종 확정됐고, 이날 재심에서 무죄로 인정됐다. 석방 뒤 자택에서 지내고 있는 하카마다 씨는 오랜 복역 후유증과 고령 탓에 의사소통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다. 10년 전 판사로 재심 결정을 내린 무라야마 히로아키(村山浩昭) 변호사는 “내가 재심 개시를 내렸기 때문에 무죄를 간절히 바랐다”며 “검찰은 절대 항소해선 안 된다. 무죄 판결이 나왔으니 그에게 자유의 몸이 됐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카마다 사건의 진범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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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차기총리 3파전… “다카이치 당선땐 한일관계 악영향 우려”

    《차기 日총리 3파전, 오늘 선출 차기 일본 총리가 될 집권 자민당 총재를 뽑는 선거가 27일 치러진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상,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전 환경상이 겨루는 3파전 양상이다. 한일 관계 개선을 치적으로 내세우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 후임으로서 누가 당선되든 한일 관계는 물론 한미일 협력, 동아시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일본 차기 총리를 결정하는 27일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는 어느 후보도 1차 투표 과반을 얻지 못해 2차 결선투표에 가서야 승패가 결정될 것이란 예측이 우세하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상,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전 환경상 등 이른바 ‘3강 후보’ 중 2명이 결선에 올라 차기 총리직을 두고 맞대결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전문가들은 3강 후보 중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이 당선될 경우 한일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강경 보수 성향인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은 총리가 돼도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해 한국의 강제징용 배상 대법원 판결에 대한 제3자 변제안 발표 후 어렵게 개선된 한일 관계가 다시 악화 일로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야스쿠니 참배” 공언한 다카이치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은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꾸준히 참배해 왔다. 보수, 우익 지지를 기반으로 유력 후보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한 그는 출마 후 배포한 입장문에서도 총리로서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일본 현직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2013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마지막이었다. 그 후에는 공물 봉납이 관례였다.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한일 유화 노선을 부정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한일 관계뿐 아니라 미일 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사태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스쿠니 총리 참배로 한일 관계가 틀어지는 건 한미일 공조 강화를 중시하는 미국의 입장과도 어긋나기 때문이다.이시바 전 간사장은 자위대 헌법 명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사한 아시아 집단 안보 체제 구축 같은 동아시아 정세를 크게 바꿀 수 있는 공약을 내세웠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아들인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한일 관계에 대한 뚜렷한 태도를 밝히지 않았다. 이로 인해 한일 관계와 관련된 적극적 태도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일 관계에 그나마 적극적이라는 이시바 전 간사장도 강제징용 문제 등에서 진전된 입장을 보이긴 어려울 것”이라며 “오히려 본인의 문제의식 때문에 한미일 안보 협력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3강 후보 물고 물리는 대혼전요미우리신문이 25일 자민당 의원 368명을 상대로 벌인 의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이즈미 전 환경상을 뽑겠다는 응답자가 54명으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당원 표를 반영하면 이시바 전 간사장과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이 고이즈미 전 환경상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가 코앞인데도 지지 후보를 표명하지 않은 의원도 수십 명에 달한다. 자민당 총재 선거에선 당 국회의원 368명 표에 당원 수십만 명의 투표를 368표로 환산 후 더해 가장 많은 표를 얻는 사람이 당선된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곧바로 1, 2위 후보가 겨루는 2차 투표를 진행한다. 2차 때는 국회의원 368표에 47개 도도부현련(한국 정당의 시·도당)이 1표씩 행사한 47표를 더해 당선자를 뽑는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3강 후보들은 지지율은 물론이고 평소 인간관계, 성향도 엇갈리는 물고 물리는 삼각 견제 관계”라고 분석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경험,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은 보수 성향,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쇄신 이미지를 앞세워 막판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최종 판세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전 총리,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 등 ‘킹 메이커’로 불리는 막후 실력자의 선택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국회의원 수십 명의 표를 좌우할 힘을 갖고 있지만, 총재 당선자와의 관계를 위해 최대한 신중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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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최장 복역’ 일본 사형수, 58년만에 누명 벗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복역한 사형수로 알려진 전직 일본 프로복서 하카마다 이와오(袴田巖·88) 씨가 법원에서 재심(再審)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살인범으로 붙잡힌지 58년 만에 모든 누명을 벗게 됐다. 일본 시즈오카지법은 26일 일가족 4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 확정 판결을 받았던 하카마다를 “범인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증거를 날조했다”고도 인정했다.이른바 ‘하카마다 사건’이라 불리는 해당 사건은 일본에서 형사사법 제도의 문제점과 사형 폐지 논란을 다룰 때마다 등장한다. 하카마다는 1966년 시즈오카현 시미즈시에서 자신이 일하던 된장 공장의 전무 일가족 4명을 살해하고 불을 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폭행과 강압 수사로 어쩔 수 없이 거짓 진술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1980년 대법원에서 사형 확정 판결까지 받았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누나 히데코 씨는 꾸준히 동생의 무죄를 주장했다. 사형 판결 증거였던 혈흔이 묻은 옷이 이와오 씨의 몸에 맞지 않고 사건 발생 9개월 만에 발견됐다는 이유였다. 이후 유전자 검사에서 실제로 혈흔이 하카마다 유전자와 불일치한다는 게 밝혀지며 상황은 역전됐다. 2차에 걸친 재심 청구 끝에 2014년 재심이 결정되면서 하카마다는 48년 만에 보석으로 석방됐다. 2020년 대법원에서 재심 결정이 최종 확정됐고, 이날 재심에서 무죄로 인정됐다.석방 뒤 자택에서 지내고 있는 하카마다는 오랜 복역 후유증과 고령 탓에 의사소통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다. 10년 전 판사로 재심 결정을 내린 무라야마 히로아키(村山浩昭) 변호사는 “내가 재심 개시를 내렸기 때문에 무죄를 간절히 바랐다”며 “검찰은 절대 항소해선 안 된다. 무죄 판결이 나왔으니 그에게 자유의 몸이 됐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카마다 사건의 진범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4-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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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日 외교장관 ‘中선전 일본인학교 피습’ 논의

    중국과 일본의 외교장관이 23일 미국 뉴욕에서 만나 최근 양국 현안으로 떠오른 중국 선전(深圳) 일본인학교 초등학생 피습 사망 사건과 관련해 논의했다. 일본 측은 빠른 수사 및 정보 공유를 요청했으나 중국은 “지나치게 쟁점화시키지 말라”며 선을 그었다. 유엔 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한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일본 외상은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과 약 55분간 회담을 가졌다. 가미카와 외상은 이 자리에서 중국이 범행 동기 등 사실 관계를 규명해 일본에 명확하게 설명해 줄 것과 엄중한 처벌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또 “소셜미디어에서 늘어나고 있는 근거 없는 반일 콘텐츠를 조속히 단속해 달라”고도 촉구했다. 하지만 왕 주임은 이번 사건에 대해 “중국도 원하지 않았던 우발적인 사안”이라며 법에 따라 처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왕 주임은 “일본은 응당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사안을) 바라보고, 정치화와 확대를 피해야 한다”고 했다. 18일 중국 광둥성 선전에선 일본인학교에 등교하던 초등학생(10)이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일본은 증오범죄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으나, 중국은 어떤 나라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비정치적) 사건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날 회담에선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중국의 대응 조치인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 문제도 다뤄졌다. 가미카와 외상은 “수산물 수입 규제 철폐를 위한 진전을 확실히 이뤄내고 싶다”고 밝혔지만, 왕 주임은 “일본 측이 약속한 독립 샘플 채취 및 모니터링 약속을 지키라”고 맞섰다. 중국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이유로 중단했던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점진적으로 재개한다고 20일 발표한 바 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4-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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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원전 보관 ‘사용후 핵연료’ 첫 외부 반출

    일본 도쿄전력이 24일 원자력발전소에 보관 중인 고준위 핵폐기물인 ‘사용후 핵연료’를 꺼내 중간 저장시설로 옮기는 작업에 착수했다. 일본에서 원전이 아닌 곳에서 사용후 핵연료를 저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이날 오후 니가타현 가시와자키카리와(柏崎刈羽) 원전에 보관 중이던 사용후 핵연료 69개를 꺼내 원전 부지 항구에 정박된 운반선에 실었다. 반출된 연료 69개는 길이 5.4m, 지름 2.5m, 무게 120t 규모의 금속 용기에 담겼다. 운반선에 실린 사용후 핵연료는 26일 일본 혼슈 북부 아오모리현 무쓰시 항구로 이동해 무쓰시에 마련된 중간 저장시설에 보관된다. 사용후 핵연료는 원전에서 전기 생산을 마치고 남은 폐연료다. 높은 방사능 농도와 고열 때문에 안전한 폐기가 필수다. 지금까지는 원전 부지 내 임시 저장시설(수조 등)에 넣어 열을 식히고 방사능 농도가 낮아지기를 기다려 왔다. 해당 원전에선 총 1만3752개의 사용후 핵연료를 임시 보관해 왔다. 이번 반출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138개, 2026년에는 345개를 중간 저장시설로 옮길 예정이다. 사용후 핵연료는 ‘임시 저장→중간 저장→최종 처분’ 단계를 거쳐 처리한다. 도쿄전력은 이번에 반출한 사용후 핵연료를 무쓰시 중간 저장시설에서 최장 50년간 보관한다. 이곳에서는 최대 5000t의 사용후 핵연료를 보관할 수 있다. 일본에는 현재 1만9000t가량의 사용후 핵연료가 각 원전 내 임시 저장시설에 보관돼 있다. 일본은 최종적으로는 무쓰시 인근 롯카쇼촌의 재처리 공장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해당 공장은 1993년 착공해 1997년 완공될 예정이었으나, 서류 미비 및 안전성 점검 등을 이유로 무려 27번 완공이 미뤄지며 32년째 건설 중이다. 중간 저장시설 가동에 들어가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아직 처리 방안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2004년부터 사용후 핵연료 관리 방안이 논의됐지만 정권에 따라 논의의 연속성이 끊기면서 어디에 어떻게 처리할지 대책조차 수립하지 못했다. 이르면 6년 뒤 전남 영광군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대다수 원전의 임시 저장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이대로면 원전 가동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일본이 건설 중인 재처리 공장도 논란이 적지 않다. 일본은 1968년 미일 원자력협정을 통해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할 권리를 얻었다.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면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나라가 될 수 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4-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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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현장을 가다/이상훈]사라져 가는 日 서민쉼터 센토, 카페로 변신… 목욕탕 문화 지키기

    《21일 일본 도쿄의 서민 주거 지역인 네즈(根津). 도쿄 시민의 대표 쉼터 중 하나로 꼽히는 우에노 공원에서 걸어서 10분이면 닿는 거리다. 고층 빌딩이 가득한 도쿄 시내와 가까우면서도 좁은 골목길에 오래된 목조 주택과 시간이 멈춘 듯한 가게가 어우러져 최근 인기몰이 중인 복고풍 동네다. ‘레트로 스타일’로 주목받는 이곳에 새로운 명물이 등장했다. 1950년대에 지어진 오래된 대중목욕탕을 개조한 독특한 카페다. 이 카페는 입소문을 타고 지역 주민은 물론이고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의 주택가라면 어김없이 있었던 대중목욕탕이 빠르게 자취를 감춰 가는 가운데, 일본의 대표적 서민 생활 문화인 ‘목욕탕 문화’를 지키면서 색다른 분위기로 고객에게 접근하려는 가게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폐업한 목욕탕, 명물 카페로 재탄생도쿄 지하철 지요다선 네즈역 사거리 한쪽에는 목욕탕 특유의 긴 굴뚝이 돋보이는 2층 건물이 자리 잡고 있다. 굴뚝에는 대중목욕탕을 뜻하는 일본어 센토(銭湯)의 알파벳 표기 ‘SENTO’가 적혀 있다. 2007년까지 목욕탕이었다가 리모델링 후 복합 상업시설로 재탄생한 ‘센토 빌딩’이다.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커피 향이 진하게 풍겨 왔다. 언뜻 보면 평범한 카페 같지만 주문 카운터 밑에는 ‘과거의 일본’을 소재로 삼은 영화나 드라마에 나올 것 같은 신발장이 눈에 띄었다. 일본의 오래된 대중목욕탕에서 볼 수 있는 낡은 나무 신발장이었다. 계산대를 지나 좁고 어두컴컴한 통로를 따라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햇빛이 가득 찬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목욕탕 타일이 깔린 홀에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테이블이 여기저기 놓여 있다. 벽에는 오래된 수도꼭지가 달려 있고 유리창 너머에는 기다란 벤치형 의자도 있다. 구석에는 낡은 아날로그식 체중계도 놓여 있었다.목욕탕인지 카페인지 헷갈리는 이곳은 옛 대중목욕탕을 리모델링한 카페 ‘미야노유’다. 욕조와 수도꼭지가 있던 목욕 공간과 탈의실을 최대한 유지해 독특한 분위기를 살렸다. 목욕탕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니 목욕 후 시원한 음료수를 들이켜는 것과는 또 다른 기분이 들었다. 휴일에는 하루 200명가량이 찾을 정도로 인기다. 인근 신사에서 축제를 하거나 우에노 공원에 벚꽃이 필 때는 빈자리가 나올 때까지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가게 점장인 오사토 에미(大里惠未) 씨는 “70년 넘은 목욕탕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으면서 옛 일본 목욕탕 분위기를 살렸다”며 “처음에는 지역 주민이 찾는 가게로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한국, 유럽 등 외국인 손님도 많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오전 시간대 카페에는 일본인보다 서양인이 더 많았다. 애초 이곳은 1951년 ‘미야노유’ 대중목욕탕으로 개업한 곳이다. 여느 목욕탕처럼 수십 년이 지나 노후화되고 경영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2007년 문을 닫았다. 대다수 목욕탕은 폐업 후 철거하거나 내부를 완전히 개조하지만, 이곳 건물주 생각은 달랐다. 건물주이자 목욕탕 건설업체였던 스즈와건설은 목욕탕 외관과 내부를 최대한 살리면서 상업시설로 개조해 카페 등을 입점시킨 것. 회사 측은 “목욕탕으로 재개업하는 건 어렵지만, 일본의 중요한 문화인 목욕탕 문화를 지키면서 예전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공간으로 가꾸고 싶었다”고 리모델링 취지를 설명했다.● 아파트 보급-연료비 상승에 폐업 증가 일본인의 목욕 사랑은 유별나다. 12세기에 돈을 받고 운영하던 목욕탕 기록이 있을 정도로 역사가 길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고도 경제 성장이 본격화돼 도쿄 등 대도시에 인구가 몰리고 보일러가 빠르게 보급되면서 주택가 곳곳에 대중목욕탕이 성업을 이뤘다. 높은 천장에 후지산 그림이 그려진 벽을 배경으로 뿌연 수증기가 가득한 목욕탕 풍경은 ‘일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다. 하지만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 역시 대중목욕탕은 사양길에 접어든 지 오래다. 1996년 1503곳이던 도쿄 목욕탕 수는 지난해 444곳으로 3분의 1 이하로 감소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 역시 아파트 및 최신식 주택 보급이 확산하면서 대중목욕탕에서 몸을 담그는 대신 집에서 샤워하는 문화가 확산됐다. 모르는 사람 앞에서 옷을 벗고 같은 탕에 몸을 담그는 게 갈수록 꺼려지는 건 한국과 일본이 크게 다르지 않다. 목욕 요금을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해 인상 폭이 미미하다는 것도 대중목욕탕 사업이 위축된 이유다. 업계에서는 연료비에 비해 요금 인상 폭이 너무 작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로 인한 경영난 역시 큰 어려움으로 꼽혔다. 지금도 일본에서는 대중목욕탕 요금을 지자체가 통제한다. 시민 누구나 부담 없이 목욕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도쿄도 목욕탕 조합’에 등록된 목욕탕 요금은 성인 기준 550엔(약 5100원). 조합에 가입된 목욕탕 어디든 동일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도 목욕탕 업계에 치명타가 됐다. 하코네, 유후인 등 유명한 온천 휴양지는 한국 등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찾지만, 동네 대중목욕탕은 대부분 관광객과 거리가 멀다. 애초 관광 시설이 아닌 데다 대부분 여행객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어서다.● 활로 찾으며 생존 모색하는 日 목욕탕 대중목욕탕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면서 다른 업종 가게로 변신한 곳은 일본 곳곳에서 늘어나고 있다. 도쿄 우에노와 가까운 주택가 마을 시타야에 자리한 카페 ‘레본 가이사이유’는 1928년 세워진 목욕탕 ‘가이사이유’를 리모델링한 곳이다. 2016년 노후화로 문을 닫은 뒤 목욕탕 내부를 그대로 살리면서 전용 로스터 기계를 갖춘 커피숍으로 거듭났다. 교토 기타구의 카페 ‘사라사 니시진’은 90년 넘게 영업한 대중목욕탕을 개조해 지역의 명물로 거듭났다. 오래된 목욕탕 외관을 그대로 살려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온천과 비슷한 외관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여전히 목욕탕으로 영업 중인 곳들은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홍보에 나서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 몸을 씻는 공간이었던 대중목욕탕이 최근에는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과거 대도시 주택가는 관광지와 별개의 공간이었다. 하지만 엔화 약세 현상으로 많이 늘어난 외국인 관광객이 도심과 떨어진 골목까지 들어오면서 새로운 수요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대중탕 문화가 낯선 서양인들을 위해 신발은 어떻게 벗고 탈의실은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영어 안내문을 비치해 놓은 목욕탕이 늘고 있다. 추석 연휴에 3박 4일 도쿄 여행에 나선 한국인 회사원 김경호 씨(43)는 여행 기간 중 매일 저녁 주택가 대중목욕탕에서 피로를 풀었다. 호텔에 욕조가 있었지만, 도쿄 주택가 곳곳에 대중목욕탕이 있다는 걸 알면서 일부러 찾았다. 김 씨는 “온천 관광지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공간인 데다 한국보다 요금이 훨씬 저렴해 부담 없이 찾았다”며 “마치 현지 주민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수년 전부터 일본에서 늘고 있는 사우나 목욕은 대중목욕탕 업계에서 ‘호재’로 여겨진다. 그간 일본의 대중목욕탕에는 사우나 시설이 없는 곳도 있었다. 하지만 사우나를 다룬 만화 ‘망가 사도(サ道)’가 2019년 TV 드라마로 제작된 뒤 매년 연말마다 스페셜 드라마로 방영될 정도로 인기를 끌면서 사우나 붐이 불었다. ‘사우나 활동’의 준말인 사카쓰(サ活), 사우나를 찾아가는 여행을 뜻하는 사타비(サ旅) 같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이에 발맞추어 대중목욕탕들은 사우나 설치에 더욱 적극 나서고 있다. 또 실제 고객 유치로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이상훈 도쿄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4-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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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제철, 포스코홀딩스 보유지분 전량 매각…왜?

    일본제철이 포스코그룹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 보유지분 전량을 매각한다고 24일 발표했다. 일본제철은 포스코홀딩스 지분 3.42%를 보유하고 있다. 이날 종가 기준 가치는 약 1조1000억 원이다.일본제철 측은 이날 홈페이지에 “전략적 제휴 계약 등에 따라 취득·보유해 왔던 포스코홀딩스 주식 289만4712주를 자산 압축에 따른 자본 효율 향상을 위해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본제철 측은 “(포스코) 주식을 보유하지 않아도 제휴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US스틸 인수를 추진 중인 일본제철은 향후 미국과 인도 시장에 집중하기 위해 포스코홀딩스 지분 매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 정부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난항을 겪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일본제철이 사전에 주식 매각 문제를 상호 협의했다며 양사 간 전략적 협력 관계는 유지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포스코 측은 일본제철 지분 1.65%를 보유하고 있다. 포스코는 일본제철 지분을 계속 보유할 지 여부에 대해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두 회사는 50년 이상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다. 포스코 설립에는 대일청구권 자금 중 25%에 달하는 1억1950만 달러가 투입됐고, 훗날 일본제철로 흡수된 야하타제철 등이 기술을 제공했다. 2000년에는 포스코와 신일본제철(일본제철 전신)이 상호출자를 포함한 제휴 관계를 맺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4-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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