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동용

민동용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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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민동용 기자입니다.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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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8~2024-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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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한미일 뒤흔드는 중국, 미래 안보전략을 짜라

    북핵 문제가 동아시아 국제관계의 대변동을 부르는 독립변수가 아님은 기지의 사실이다. 냉전 이후 형성된 한미일 삼각안보체제를 뒤흔들고 있는 것은 중국의 부상(浮上)이다. 1년 넘게 지속되며 세계 경제를 우왕좌왕하게 만든 미중 무역전쟁도 위협인지, 포위인지, 기회인지 규정하기 어려운 중국의 존재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손꼽히는 국제정치이론학자인 저자는 중국 변수의 등장으로 변화가 불가피한 한미일 삼각안보체제 속에서 한국이 취할 전략적 선택은 무엇인지 체제, 주체와 구조 문제, 삼각관계라는 분석틀을 활용해 그려냈다. 저자는 전략적 모색을 위해서는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평화’, ‘바꿀 수 있는 것을 적극적으로 바꿔 나가는 용기’, 그리고 ‘양자(이 둘)를 구별할 수 있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 정부는 평화와 용기를 구별하는 지혜를 갖고 있을까.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0-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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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의 영토 오래오래 걸을 용기 얻었다”

    “이야기하기 위해 신산한 기억들을 다 지운 다음에야 고통 때문에 잊혀졌던 기억들을 불러낼 수 있다는 생각, 문학은 그렇게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잊어야 할 것과 기억해야 할 것을 분별하며 다시 성실히 걷겠습니다.” 수상 소감을 말하는 이민희 씨(중편소설)의 목이 살짝 메었다. 이 씨의 당선 소식을 위독했던 그의 부친은 캄캄한 새벽, 병원으로 가는 구급차 안에서 들었다. 1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은 당선자들이 드러낸 가족에 대한 애틋함으로 훈훈했다. 이 씨를 비롯해 서장원(단편소설) 김동균(시) 정인숙(시조) 심순(동화) 조지민(희곡) 이다은(시나리오) 홍성희(문학평론) 이현재 씨(시나리오)가 상패와 부상을 받았다. 홍성희 씨는 “원하는 게 뭔지 말할 줄 몰랐던 제게 엄마는 생각을 말하는 법을 가르쳐주셨다”고 말했다. 이다은 씨는 “글 써서 먹고살 일이 순탄치만은 않을 텐데 여전히 잘 부탁해요, 엄마”라며 웃음을 자아냈다. 수상의 의미를 심순 씨는 “동아일보 신춘문예는 제가 상상력을 꺼낼 수 있는 또 다른 출구를 줬다”고 풀이했다. 정인숙 씨는 “말을 지어 글을 써서 집을 지어서는 다듬고 문질러 광을 내야 하는 글쟁이가 된 것 같은 순간”이라고 했다. 조지민 씨는 “말을 삼키는 게 버릇이 돼서 제 글 보여주는 것도 두려웠는데 당선 소식이 글을 써나갈 용기가 돼줬다”고 했다. 작가로서의 앞날을 맞는 태도는 단단했다. 서장원 씨는 “열심히 쓴 소설을 다시 보면 빛이 바랜 경우가 많았는데 앞으로 제 눈에 빛나는 글을 쓰겠다”고 말했다. 김동균 씨는 “신춘문예라는 문을 통과하는 자리에서 문을 허물고 더 넓은 문학의 영토를 함께 오래오래 걷고 싶은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현재 씨는 “행여 환영받지 못하더라도 매 순간 진심으로 남아 있을 수 있기를 바라겠다”고 했다. 이들의 엄숙함이 안쓰러웠던 듯 소설가 구효서 씨는 격려사에서 “마치 우리 앞에 가시밭길만 있는 것처럼 말하는데 그런 것 없다. 정말 기쁘고 행복한 일만 있다. 마음껏 즐기라”고 응원했다. 작가가 되면 ‘취재여행 핑계 대기 좋다’ ‘옷을 허름하게 입어도 멋져 보인다’ 등을 열거한 구 씨는 “작가 여러분, 특권을 내려놓지 마십시오”라고 힘줘 말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심사위원인 소설가 오정희 씨, 문학평론가 조강석 연세대 교수, 시조시인 이근배 대한민국예술원 회장, 이우걸 씨, 아동문학평론가 원종찬 인하대 교수, 연출가 김철리 씨, 영화감독 이정향 씨, 문학평론가 강지희 씨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0-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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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가 딸에게 건네는 말 “네 뒤엔 내가 있단다”

    어스름 새벽, 인기척에 눈을 비비고 쳐다보면 아버지의 굽은 어깨와 하얀 러닝셔츠 바람 등이 보였다. 단칸방 30촉 백열전구 아래 앉은뱅이책상 앞에서 끊임없이 쓰던 아버지. 공주 시내 서점 두 곳에서 사온 각종 문예잡지와 신간이 바닥서부터 벽을 만들었다. 1980년대, 나태주 시인(75)과 문학평론가인 딸 나민애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41)의 공간이었다. 껌딱지같이 초등학교 교사이자 시인인 아버지를 따라다니던 딸과 그 아버지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시집을 놓고 만났다. 나 시인이 세상 모든 딸들에게 안부를 묻는 시 106편을 묶은 ‘너의 햇볕에 마음을 말린다’(홍성사)이다. “(딸이 어렸을 때는) 제게 딸은 나민애로 한정됐는데 오래 쓰다 보니 ‘많은 딸’로 변해요. 하나의 특정한 풀꽃, 제비꽃에서 모든 제비꽃으로, 특수한 무엇도 갖고 있지만 무한한 보편도 갖게 되는 것. 제가 졸렬하고 모자란 시인이지만 이건 제 강점이지요.” 시집에는 나 교수뿐만 아니라 혼자 한글을 배워 한국시를 읽어온 25세 알제리 여성 샤히라 등 여러 딸(여성)이 나온다. 샤히라는 몇 년 전 나 시인이 알제리에서 강연할 때 한글로 쓴 시 ‘풀꽃’을 적고, 말린 풀꽃을 붙인 공책을 들고 강연장까지 찾아왔다. 나 교수는 아버지 시의 보편성을 ‘공감의 확산성’이라고 했다. “아버지가 저를 예뻐하니까 세상의 모든 여덟 살, 열 살, 스무 살의 ‘나민애 닮은 애’가 다 예쁜 거예요. 공감이 확산된다는 거죠.” 보편을 추구하는 노시인은 겸손하다. “제 시는 굉장히 허술해요. 그래서 독자가 완성합니다. 무엇으로요? (공감의) 울음으로요. 시 ‘풀꽃’에도 독자들이 ‘아, 나도 그렇다’라고 한 줄을 더 넣어요. 그것이 보편입니다.” 그러나 평론가인 딸이 볼 때 그 허술함은 “시인의 자아비판이 아니라 본인 시의 장점”이다. 어린 시절 나 시인은 집 밖에서 꾸깃꾸깃한 종이쪼가리에 시를 써와서는 어린 딸에게 읽어줬다. “들어봐, 이 단어가 낫겠니?” 그러면서 시를 고쳤다. 나 교수는 ‘아, 저렇게 시를 쓰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아버지처럼 글을 쓰는 선생님이 되겠지 생각하던 나 교수에게 ‘당연히 국문과에 가야 한다’고 한 사람은 아버지다. 다만 시인이 되는 것은 말렸다. “문학세계는 냉정하고 치사해요. 얘가 나보다 시를 더 잘 쓰면 내가 불행할 수 있어요. 얘가 못 쓰면 얘가 불행한 거고요. 나는 얘가 불행해지는 건 원하지 않아요.” 어머니는 월급날이면 책과 술 외상값 갚고 남은 돈으로 쌀과 연탄을 비축하는 가난이 싫었을 테다. 나 교수는 “시인은 뭔가 상처가 많고 아파서 수액(樹液)처럼 나오는 것이어서 이해는 하고 싶지만 경험하고 싶지는 않아요. 아버지는 참나무처럼 수액이 많이 나오는 분이에요. 저는 수액을 맛보고 ‘참 달다’고 얘기하는 풍뎅이 정도?”라고 했다. 나 시인은 딸이 1주일에 한 번 동아일보에 연재하는 ‘시가 깃든 삶’ 코너로 딸의 상태를 확인한다. “딸의 글은 문장과 문장 사이에 생략된 마음이 있어요. 마음을 떨어뜨리고 가는 거죠. 그 글을 읽고 얘 상태를 딱 알아요.” 그러고는 ‘밥 잘 먹고. 힘내’ 문자메시지를 툭 보낸다. 나 교수는 시 ‘너 가다가’를 가장 와 닿은 시로 꼽았다. 아버지의 오랜 투병 등으로 마음에 병이 든 자신을 위해 기도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실린 시였다. ‘너 가다가/힘들거든 뒤를 보거라/조그만 내가/있을 것이다…’ 아버지는 언제나 딸이 빛나기 위해 한없이 작아질 수 있다는 시였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0-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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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米壽의 작가가 풋풋하게 풀어낸 韓日 러브 스토리

    1945년 8월 15일 광복을 맞은 한반도에서 처량한 처지에 놓인 일본 여성과 한국 남성이 사랑에 빠진다면. 여성은 일본군 장교의 부인이고 남성은 독립운동가의 고교생 아들이라면. 국적 나이 신분 관계…, 거의 모든 조건이 당시 사회적, 시대적 통념과 궤를 달리하는 두 연인의 러브스토리를 미수(米壽)의 작가가 풀어냈다. 소설 ‘아름다운 인연’(장충식 지음·윤진·1만8000원·사진)은 자칫 신파 같은 소재가 전부일 뻔한 이야기를 현실감 있는 당대 배경 묘사에 잘 버무려냈다. 귀국 전까지 처참한 수용소에서 사는 일본인들의 생활, 평안북도를 비롯한 이북 지역에서 월남하는 이들의 고초, 해방정국 좌우 대립의 혼란 속에 몰락해가는 독립운동가 가문, 서북청년단과 남로당 간의 테러 공방, 일본으로의 밀항 과정이 실감 나게 전개된다. 평안도 말 대사가 일품이다. 단국대 총장과 남북 체육회담 수석대표, 대한적십자사 총재를 지내고 현재 단국대 이사장인 저자는 소설적 완성도보다는 날것의 메시지, ‘용서’를 전하는 데 좀 더 주력한다. 뛰어난 각색과 원숙한 감독을 만난다면 꽤 괜찮은 영화나 시리즈 드라마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0-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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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관측기 든 천문학자, 근대과학의 문을 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형이상학’ 서두에서 “모든 인간은 본성상 알기를 원한다”고 했다. 앎에 대한 욕구가 본성이라면 이 책을 쓴 야마모토 요시타카(山本義隆)는 딱 들어맞는 사람이다. 왜 유럽에서 근대과학이 탄생했는지를 10년 넘게 파헤친 그는 2005년(국내 출간 기준) ‘과학의 탄생: 자력과 중력의 발견, 그 위대한 힘의 역사’를 펴냈다. 물체를 밀어내고 끌어당기는 보이지 않는 힘의 발견이 과학을 만들어냈음을 풀어냈다. 2010년에는 16세기가 유럽의 르네상스와 17세기 과학혁명이라는 두 창조적인 시대의 골짜기는 아니었다는 ‘16세기 문화혁명’을 내놨다. 직인 상인 뱃사람 군인 등이 폐쇄적이던 현장 지식을 라틴어가 아닌 지역의 말(속어)로 기록하고 인쇄 출판해 지식세계의 지각변동을 일으켜 과학혁명을 예비했다는 도발적인 해석이었다. 마지막 3부인 이번 책은 16세기 유럽인의 세계관이 바뀌는 계기를 제공한 천문학과 지리학의 혁명적 전환을 담았다. 지구 중심의 세계상(천동설)에서 태양 중심의 세계상(지동설)으로 바뀌는 것만이 아니다. 고대 ‘달 아래 세계’였던 지구를 ‘달 위의 세계’인 행성 대열에 포함시키면서 두 세계가 서로 다른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는 오래된 전제를 허물어뜨리는 과정이다. 3부의 첫째 권인 이 책에서는 15세기 후반 독일의 천문학자 게오르크 포이어바흐(1423∼1461)와 그의 제자 요하네스 레기오몬타누스(1436∼1476)의 저작과 행적을 추적한다. 이들은 고대 그리스의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문학을 받아들여 개혁하고 극복하는 길을 닦았다. 중세 후반 아라비아 학자들이 재발견한 프톨레마이오스의 수학적 천문학은 천동설이 바탕이지만 관측과 계산을 기반으로 천체의 운동을 예측했다. 관찰이나 측정과는 상관없이 말과 논증의 엄밀함으로 옳고 그름이 판단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적 우주론과 달랐다. 저자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실용과 현장을 소환해 논지를 꿰뚫는다. 포이어바흐 등은 수학에 정통하면서 스스로 관측 장치를 제작, 개량, 실행한 기능자였다. 포이어바흐는 “저희는 오로지 실천을 통해 한층 더 현명해진다”고 했다. 당시 대학의 학자들도 수학을 이용해 천체운동을 예측했지만 ‘노동의 장을 서재에서 작업장으로 옮기는 일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역산(曆算)과 점성술 같은 일상생활 전반의 실용적 쓰임새를 위해 예측과 관측 결과가 일치하는지 질문하며 프톨레마이오스의 저술과 이론이 올바른지 검증했다. 당시 인문주의자들처럼 고대인의 지식에 함몰되지 않고 ‘거인의 어깨’ 위에서 그것을 뛰어넘을 길을 모색했다. 천문 관측의 양은 방대해졌고 질은 정밀해졌다. 레기오몬타누스 사후 그를 돕던 베른하르트 발터는 1475년부터 죽기 직전까지 약 30년간 천체 관측을 빼놓지 않았다. 이 ‘새로운 천문학자들’이 중부 유럽의 자유교역 지역으로 상인과 기계기술자, 인쇄업자가 밀집한 뉘른베르크를 주무대로 활동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들은 고대 문헌을 정확하게 복원하는 인문주의 방법, 수학을 중시하는 상인의 에토스, 장치를 이용해 관측하는 직인의 기량을 통합해 천문학의 새로운 양식을 제시했다. 그렇게 코페르니쿠스 브라헤 갈릴레오 케플러로 이어지는 길을 냈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이론을 수학적으로 소개한 초반 약 50쪽은 일반 독자가 소화하기 힘들다. 그러나 이 수식(數式)의 계곡을 지나면 Ⅱ, Ⅲ권이 기다려질 것이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0-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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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억대 연봉에 수십만 독자… 우리도 베스트셀러 작가랍니다

    “단군 이래 소설가가 돈을 가장 많이 버는 시대 아닌가.” 최근 만난 40대 중반의 작가가 말했다. 소설을 1만 부 이상 팔기 어려운 때에 뜬금없는 소리 같다. 하지만 이 작가가 칭한 ‘소설가’가 모바일 플랫폼에 기반한 웹소설 작가를 포함한다면 얘기는 다르다. 이미 한 해 수입이 10억 원을 넘는 작가가 10명 넘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8년 국내 웹소설 시장 규모는 약 4300억 원. 2013년 약 100억 원에서 5년 만에 40배 이상 성장했다. 7일 카카오페이지의 ‘밀차’, 네이버웹소설의 ‘강하다’ ‘달콤J’ 작가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3인 모두 필명을 쓰는 30대 여성으로 최근 전업 작가가 됐다. 주요 장르는 로맨스. 수 만에서 수십 만의 누적 유료 독자를 갖고 있다. 이들에게 웹소설 작가란 무엇인지 물었다. ―필명을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강하다(강)=달콤하고 부드러운 로맨스라는 장르와 다소 세게 느껴질 수 있는 필명의 언밸런스함이 마음에 듭니다. 달콤J(달)=회사 생활을 하며 글을 쓸 때 웹소설을 보는 동료가 혹시라도 알아보지 않을까 하는 민망함에 썼어요. 달달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는 오글거리는 포부도 있었고요. 밀차(밀)=손수레를 가리키는 밀차인데요, 첫 연재 시작할 때 쓰던 닉네임이에요. ―웹소설을 쓰게 된 계기라면…. 달=어린 시절부터 글쓰기에 관심이 많았는데 지인의 소개로 사이트를 알게 됐어요. 낮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퇴근하면 집에서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강=이야기 짓는 걸 좋아해서 도전을 많이 했어요.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이 내 이야기를 쉽게 접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웹소설을 알게 됐고요. 밀=카카오페이지에서 웹소설을 접하고 무작정 연재를 시작했어요. ―하이틴로맨스나 할리퀸로맨스, 귀여니를 아시나요. 밀=(2000년대 초반 인터넷 소설 붐을 이끈) 귀여니 작가님의 후세대 작가라고 생각해요. 로맨스 소설에 비해 웹소설은 호흡이 더 빠르고 트렌드에 민감하죠. 강=하이틴로맨스를 보고 자랐어요. 사랑에 대한 이상향을 보여준다는 목적은 같지요. 로맨스물이 한 번에 풍성하게 차려놓는 일품요리라면 웹소설은 장시간 천천히 즐기는 코스요리예요. 달=로맨스물이 특정 장르를 기반으로 특정 연령과 성별을 겨냥했다면 웹소설은 연령과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선택해 볼 수 있지요. ―소재나 아이템은 어떻게 구하나요. 강=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캐릭터를 잡아서 그에 맞는 소재나 아이템을 부여합니다. 달=신문 기사나 인터넷 뉴스 등에서 사회적 이슈나 흥미로웠던 이야기를 통해 아이디어를 얻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밀=로맨틱 코미디부터 공포 스릴러까지 여러 장르를 다양하게 보면서 열심히 줍고 있어요. ―작업은 언제 하나요. 밀=늦은 저녁부터 자기 전까지, 아침부터 마감 전까지. 여유가 있으면 스마트폰 앱으로 조각글을 쓴 다음에 다듬어 완성해요. 강=여가활동과 취미에 많은 시간을 내는데 이동할 때나 누군가를 기다릴 때 노트북을 휴대해서 틈틈이 작업하죠. 달=직장생활처럼 점심시간, 쉬는 시간을 정해놓고 일해요. 스스로 조절하지 않으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더라고요. ―웹소설은 ‘싼 소설’이라는 인식이 있잖아요. 밀=싸게 볼 수 있으니 접근성이 높아 많은 분의 사랑을 받을 수 있어요. 웹소설의 기능 자체를 폄하하지는 않았으면 해요. 강=웹소설은 지금도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이죠. 시작에 비하면 많은 발전이 있었어요. 달=장르소설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져서 인식이나 인지도도 점점 더 대중화할 거라고 봐요. ―웹소설의 존재 이유는 뭘까요. 강=지하철을 기다리는 시간, 출근길의 지루함, 친구를 기다리는 몇 분간을 충족시켜 줄 수 있어야죠. 밀=현실의 근심에서 잠시 벗어나 즐길 수 있는 휴식을 선사하는 것. 제 목표이기도 해요. 달=드라마 영화 웹툰 같은 2차 콘텐츠 시장 확대에 역할이 있을 거라고 봐요. ―본격문학과 비교되나요. 밀=본격문학과 웹소설이 같은 위상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봐요. 다큐멘터리와 예능의 위상을 서로 비교하지 않듯이 말이죠. 달·강=종이책 시장과는 달리 작가에게나 독자에게나 진입장벽이 낮아요. 작가도, 독자도 될 수 있다는 장점이 확연히 다르죠. ―목표가 있다면요. 달=50대 아내가 암 수술을 받았다는 남편분에게서 e메일을 받았어요. 제 소설을 아내에게 읽어주면서 가족이 많은 힘을 얻으셨다고요. 한 사람이라도 공감하고 가슴이 따뜻해질 수 있는 글을 쓰자고 다짐했어요. 강=15년을 버티면서 매년 새 작품을 내는 것. 잘하는 게 아니라 버티는 게 문제거든요. 밀=올해를 무사히 완결하고 새 작품을 내고 싶어요. ―웹소설 쓰는 팁을 주신다면…. 강=연습작을 반드시 완결해보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완결하는 경험이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밀=시작보다 이어 나가기가 어렵고 완결은 더욱 어렵죠. 완결까지 이어 나가는 게 중요해요. 달=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꾸준하고 성실하게 도전하시길 바랍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0-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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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상거부 논란에… 이상문학상 발표 전격 취소

    제44회 이상문학상 수상자 공식 발표가 전격 취소됐다. 이 상을 주관하는 문학사상사는 6일 낮 12시 예정됐던 대상 및 우수상 수상자 발표를 무기 연기한다고 이날 오전 밝혔다. 우수상 통보를 받은 작가 5명 중 3명이 출판사 측의 ‘수상작 저작권 3년 양도’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어 수상을 거부하겠다고 밝힌 것이 연기 사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4일 소설 ‘경애의 마음’ 등을 쓴 김금희 작가(41)는 자신의 트위터에 “저작권을 3년간 양도한다는 계약서 내용을 확인하고는 수상집 게재를 못 하겠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쇼코의 미소’ 등을 쓴 최은영 작가(36)는 같은 이유로 3일 e메일을 문학사상사에 보내 상을 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기호 작가(48)도 6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작권 양도 이야기를 하기에 가볍게 거절했다”는 글을 올렸다. 문학사상사 관계자는 “저작권 3년 양도는 계약서상의 관례적인 언어일 뿐으로 수상집과 작가 단편집 출간 시기가 겹치지만 않으면 양해해왔다”며 “불합리하다고 작가들이 느끼는 점을 향후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0-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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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가 권익 외면한 이상문학상[현장에서/민동용]

    6일 예정됐던 제44회 이상문학상 수상자 공식 발표가 취소됐다. 이 상을 주관하는 문학사상사 측은 대상과 우수상 작품들 발표를 위한 기자간담회가 열리기 약 2시간 전인 이날 오전 언론에 ‘발표 연기’를 알렸다. 국내 대표적인 문학상인 이상문학상이 발표를 미룬 것은 40여 년 역사상 처음이다. 우수상 수상자로 통보받은 소설가 5명 가운데 김금희 최은영 이기호 작가가 상을 받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문학사상사가 발표를 연기한 것이다. 문학사상사는 1977년부터 매년 1월 초 대상 1편과 우수상 대여섯 편을 선정한 뒤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펴낸다. 그런데 우수상 수상자의 과반이 상을 받지 않겠다고 한 셈이다. 정상적으로 기자간담회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사달은 ‘수상작 저작권을 3년간 출판사에 양도하고, 작가가 개인 단편집을 낼 때 수상작을 표제작(책 제목이 되는 작품)으로 쓸 수 없다’는 취지의 계약 조항에서 났다. 최 작가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3일 출판사 측이 이 같은 계약 내용을 알려왔기에 e메일로 ‘그럴 수는 없다’고 알렸다”고 밝혔다. 출판계에서는 ‘작가의 저작권 3년 양도’는 말이 되지 않는 조항이라는 지적이 많다. 문학사상사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작가를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구시대적인 불평등 계약”이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우수상 수상 작가 일부가 이 조항에 의문을 제기했을 때 “조항에 구애받지 마시라”는 취지로 답했다는 문학사상사 측은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작권에 대한 작가와 사회의 인식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했다면 문제의 조항을 버젓이 계약에 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20∼30년 전 독자가 어떤 소설이 좋은지, 읽을 만한 작품은 무엇인지 가늠하기 어려웠을 때 이상문학상은 하나의 잣대가 돼줬다. 작품집은 매해 베스트셀러가 됐기에 작가로서도 독자를 더 가깝게 만날 수 있는 통로가 됐다. 그래서 ‘저작권 3년 양도’를 수상 조건으로 받아들인 것이 관행처럼 굳어지기도 했을 터다. 출판사와 작가가 “우리 사이에 계약서는 무슨…” 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2010년대 초반 등단한 작가가 출판계약을 맺었을 때 계약서는 단 한 장이었다. 하지만 이 작가가 최근 서명한 계약서는 보통 10장 안팎이다. 종이책뿐만 아니라 e북, 오디오북, 웹 연재, 영화, 드라마 등 2차 저작권 내용이 가득하다. 이런 다양한 권리를 대리할 에이전시를 두는 작가도 늘어만 간다. 한 출판사 대표는 “젊은 작가들의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더 강화되면서 그만큼 출판사도 고민하는 지금이 과도기 같다”고 말했다. 이상문학상 ‘사태’는 그저 돈 문제만은 아니다. 작가의 권익 보호가 한 차원 더 진화해야 한다고 부르짖는 작은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 진화는 작가에 대한 존중이라는 기본에서 시작할 것이다. 민동용 문화부 차장 mindy@donga.com}

    • 2020-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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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복수를 꿈꾸는 소년… 총성은 울릴 것인가

    그런 허름한 동네다. ‘어두운 시간’이 밤뿐 아니라 낮에도 질주하는 거리. 아이들은 ‘총성 후 이어질/총알 박히는 소리가/우리에게 닿지 않기를’ 빌면서 땅바닥에 코를 박는다. 총과 갱과 마약이 가족처럼 이웃처럼 부대끼는 그곳에서 15세 주인공의 형이 총에 맞아 죽는다. 주인공은 형의 서랍을 비틀어 열고 총을 꺼내든다. 이곳의 룰은 ‘울지 말고, 밀고하지 말고, 복수하는 것’이다. 미국 영화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이나 TV 범죄드라마 ‘와이어’에 나올 법한 흑인 슬럼가의 흔한 이야기 같지만 거기서 궤도를 튼다. 소설의 공간은 주인공이 사는 게토 같은 아파트 7층에서 문이 열린 엘리베이터. 이 ‘거지 같은 철제 상자’ 속에서 난생 처음 총을 쥔 소년이 층을 내려가며 겪는 60초가 소설의 시간이다. 소년은 복수라는 룰을 지킬까. 얼빠진 고교생이나 반유대주의 백인이 총기를 난사해 무고한 생명을 앗아갈 때 미국 사회는 ‘총기 규제’ 찬반 논쟁이 되풀이된다. 하지만 엄마가 10대 아들에게 “제발 감옥에 가지 말라고/제발 죽지 말라고” 호소하는 흑인 동네의 총기 사건은 일상처럼 받아들인다. 소설은 그런 동네의 청소년 눈높이에 맞춘다. 암울한 배경과 총이 등장함에도 어린이를 위한 작품에 주는 ‘뉴베리 아너’ 상을 받은 까닭이다. 모두 306쪽의 소설은 300편 가까운 운문으로 이뤄져 있다. 엄밀히 말해 독립된 시는 아니지만 리듬감이 살아 있다. 번역자의 공이다. 유명 영화번역가이도 한 번역자는 “읽을수록 어딘가 영화적이었다”고 말했다. 읽을수록 ‘쇼미더머니’도 떠오른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0-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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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 74시간 일하는 ‘청년 사장’…‘워라밸’ 갈아 넣는 자영업자의 삶

    13일 오전 7시. 오늘도 잠든 지 4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눈이 떠졌다. “계속 누워 있고 싶다”는 혼잣말도 잠시. 옷을 갈아입은 이동수(가명·33) 씨는 곧장 집을 나섰다. 이 씨가 향한 곳은 서울 성동구의 A프랜차이즈 고깃집. 가게 앞에는 냉장고기를 실은 트럭이 와있다. 고기를 받아 가게 냉장고에 넣으니 오전 9시. 부족한 잠을 보충하려고 집으로 돌아와 누웠지만 1시간 만에 눈을 떴다. “장사 시작한 후론 하루 서너 시간밖에는 깊이 못 자겠더라고요. 신경 쓸 게 많아 예민해진 탓인지….” 이 씨는 지난해 4월 가진 것을 모두 쏟아 부어 고깃집을 시작했다.● 1주 74시간 일하는 ‘청년 사장’ 오후 3시 다시 가게로 향했다. 문 열기까지 두 시간 남았지만 고기를 손질해야 하는 지금부터가 분주하다. 고기는 약 40인분. 장사가 잘될 땐 70인분까지 준비해야 해서 가게 출근시간은 그만큼 더 앞당겨진다. 같은 프랜차이즈 다른 매장에서는 직원이 함께 손질하지만 이 씨 가게에는 전담 직원이 없다. 지금이야 능숙해졌지만 처음에는 새벽까지 고기를 붙잡고 씨름했다. 동이 튼 뒤 귀가하면 칼을 쥐었던 손가락이 펴지지 않았다. 그래도 사람을 고용하지 않았다. 인건비 부담이 커서다. 그 대신 오후 5시부터 밤 12시까지 서빙하는 아르바이트생만 서너 명 썼다. 오후 3시부터 이튿날 오전 1시까지 영업시간 내내 가게를 지키는 건 이 씨뿐이다. 정기휴무는 없다. 이날처럼 고기가 오는 날에는 오전에도 나와야 한다. 이렇게 1주일간 74시간을 일한다. 통계청이 지난달 집계한 국내 자영업자는 567만5000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이 씨처럼 직원을 쓴 자영업자는 일주일 평균 51.6시간, 그렇지 않은 자영업자는 52.8시간을 일한다. 직장인 평균 근로시간인 42.6시간보다 9~10시간 더 많다. 현실은 통계보다 훨씬 고되다. 그래도 “저녁에만 바쁜 장사라 다른 가게에 비하면 편하다”고 이 씨는 말했다. ‘주 74시간’은 힘든 축에도 끼지 못한다는 얘기다. 아르바이트생에게 가게를 맡기고 쉴 법도 하지만 그게 잘 안된다. 이들이 출근한 뒤에도 이 씨는 눈에 띄는 곳에 행주가 있진 않은지, 자리는 잘 정리됐는지 구석구석 살핀다. 이날도 10시간 동안 앉아 쉰 시간은 고작 30분을 넘었다. “전에는 PC방을 했어요. 창고에서 쪽잠을 자며 생활했는데 샤워하러 집에 간 사이 아르바이트생이 손님과 시비가 붙어 소동이 벌어진 후로는 잠깐 외출도 불안해졌습니다.” 개업하고 1년 5개월간 이 씨는 단 이틀 쉬었다. 여름휴가로 평균 4.1일을 쉬는 직장인은 다른 나라 얘기다. 가끔씩 지칠 때면 문을 닫고 쉬고 싶지만 혹여나 그때 찾았다가 헛걸음한 손님이 가게에 나쁜 이미지를 가질까 걱정이다. “나라에서 자영업자 모두 한 달에 이틀 쉬라고 강제했으면 좋겠지만…. 월세도 비싸니까 하루라도 더 벌어야죠.” 59㎡(약 18평) 남짓한 가게 임차료는 월 300만 원이다.● ‘워라밸’을 갈아 넣는 자영업자의 삶 PC방을 하기 전에는 회사원이었다. 첫 직장에선 군대식 문화에 적응을 못 했고 계약직으로 들어간 다음 회사에선 정규직 전환이 안 됐다. 세 번째 회사마저 사정이 나빠지자 이 씨는 장사를 결심했다. 여가시간 없이 주 74시간 노동하는 그의 현재 순소득은 대기업 연봉 수준이다. “대기업이 아닌 회사 생활도 불안정하더라고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생각하면 회사 다닐 때가 낫긴 하죠. 직장인은 그래도 주말은 쉬잖아요.” 미혼인 그의 유일한 낙은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축구다. 사적으로 사람을 만나는 유일한 시간이기도 하다. 피곤할 법도 하지만 자는 시간을 쪼개가며 매주 참석한다. 대학생 때 그는 일주일에 네댓 번씩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질 만큼 사람을 좋아했다. 딱 이틀 가게 문을 닫은 날에도 이 씨는 친구들과 여행을 다녀왔다. 가족과도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당분간은 유예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워라밸을 (일에) 다 갈아 넣고 있지만, 나중에 결혼하면 가족과 놀면서 지낼 거예요. 젊을 때 부지런히 벌어 가족을 편하게 해주는 게 꿈입니다.” 오후 11시 반. 아르바이트생들을 30분 일찍 퇴근시킨 이 씨는 주문 마감시간인 밤 12시까지 텅 빈 가게를 지켰다. 마감 후에도 뒷정리하느라 다음 날 0시 35분이 돼서야 가게를 나섰다. 이 씨 가게에 불이 꺼지자 거리는 순식간에 어둠에 잠겼다. 서울시내 다른 번화가와 달리 간판에 불이 들어온 곳이 이 거리에는 거의 없었다. 최근 길 건너 상권이 번화하면서 이 씨 쪽 동네는 ‘죽어가는 상권’이라는 말이 돈다. 그의 가게는 비교적 잘되는 편이지만 매출은 하락세다. 이 씨는 “가맹 계약이 끝나는 7개월 뒤에도 여기서 장사를 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씨가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가게를 시작하며 가까운 곳에 얻은 집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2분. 이 씨의 ‘일’과 ‘삶’은 같은 공간에 있었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 2019-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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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민동용]전자담배 전자파

    1998년 여성으로는 첫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된 그로 할렘 브룬틀란 전 노르웨이 총리는 자기 곁에서 누군가 휴대전화를 쓰면 힘들어했다. 두통 때문이었다. 의사이자 공중보건학자인 브룬틀란은 휴대전화 전자파가 두통을 일으킨다고 믿었다. 일상생활의 전자기기가 내뿜는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정설이 없다. 다만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휴대전화 전자파를 ‘발암가능물질’로 분류했다. 휴대전화 전자파와 암 발생 사이에는 제한적이고 약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IARC는 담배에 대해서는 단호하다. 석면, 벤젠 등 117종의 물질과 함께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오랜 인체 역학조사를 통해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다는 얘기다. 출시 1년 만에 국내 담배시장 점유율 10%에 육박한 궐련형 전자담배가 파고든 틈새는 여기다.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것.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궐련형 전자담배도 타르, 벤젠 등 유해물질이 검출됐다”고 하자 미국 필립모리스가 행정소송까지 내며 발끈한 것도 상품의 특장으로 내세운 부분을 건드려서일 터다. ▷유해성 논란에 전자파까지 가세한다면 어떨까. 동아일보가 국가금연지원센터 등과 함께 국내 시판되는 궐련형 전자담배 3종을 분석한 결과 0.68∼3.18μT(마이크로테슬라)의 전자파가 검출됐다. 이 3종은 전자파가 가할 수 있는 인체 손상 등을 방지하기 위한 인증을 받지 않아도 된다. 검출된 전자파 수치가 인체에 유해한지는 전문가들 의견이 엇갈린다. 그래도 찜찜하다고 느낄 전자담배 흡연자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담배업계는 전자담배 시장을 유망하다고 본다. 최근 ‘말버러’로 유명한 미국 담배회사 알트리아는 전자담배업체 ‘줄’의 지분 35%를 1조4000억 원에 사들였다. 문제점도 적지 않다. 불을 붙이지 않아도 되고 냄새도 거의 없어 청소년이 일반 담배보다 거리낌 없이 접할 수 있다는 건 외국만의 일이 아니다. 전자파 때문에라도 전자담배, 나아가 담배를 끊겠다는 새해 결심을 하는 사람이 나올지도 모르겠다.민동용 논설위원 mindy@donga.com}

    • 2018-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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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민동용]연명의료 결정

    사람의 오감에서 마지막까지 남는 것이 청각과 촉각이다. 임종기(臨終期)에 접어들어 의식이 흐릿해도 인공호흡기를 붙일 때 아픔을 느낀다고 한다. 기도에 플라스틱 관을 넣는 삽관은 고통이 극심해 정신적 충격까지 받을 수 있다. 몇 년 전 뉴질랜드의 79세 할머니는 가슴에 ‘Do Not Resuscitate’(소생시키지 말라)라는 문신을 새겼다. 의식을 잃었을 때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삽입 같은 연명의료로 고통을 연장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품위 있게 죽을 권리’를 세상에 알린 건 1975년 미국 뉴저지의 21세 여성 캐런 퀸란 사건이었다. 급성 약물중독으로 뇌 기능이 멈추자 그의 부모는 딸의 생명 유지 장치를 떼어달라고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1심은 기각했지만 대법원은 인정했다. 퀸란은 인공호흡기를 떼고 9년을 더 살았다. 회생 가능성은 없다지만 온갖 기기를 주렁주렁 매단 채 가족들과 함께 있지도 못하는 중환자실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았을까 싶다. ▷임종을 앞둔 환자의 통증과 가족의 심적 고통을 덜어주는 의료 시스템을 비교 평가하는 지표로 ‘죽음의 질(質)’이 있다. 한국은 2010년 40개국 중 32위에서 2015년 80개국 중 18위로 나아졌다. 그러나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제도가 더 나은 의료 정책을 만들 것이라는 기대가 순위를 높였을 뿐 호스피스 등 완화의료 시스템이나 환자 통증을 낮춰주는 마약성 진통제 사용 등은 한참 밑이었다. 생명 연장에만 급급해 환자가 뒷전이 된 셈이다. ▷환자의 결정이나 가족 동의로 연명의료를 안 받아도 되도록 2월 시행된 연명의료결정법이 개정됐다.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을 때 19세 이상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 전원의 서명이 필요했는데 내년 3월부터 손자, 손녀 동의는 없어도 된다. 그렇다고 환자의 생명 의지를 외면해서는 안 될 일이다. 말기 암이지만 연명의료를 중단하고 따뜻한 ‘생전 장례식’을 치른 85세 김병국 씨는 “나는 삶을 포기한 적이 없다. 내 삶을 온전한 모습으로 완성하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 삶의 마지막을 어떻게 맞을지 생각해 보게 된다. 민동용 논설위원 mindy@donga.com}

    • 2018-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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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민동용]주민등록번호 50년

    110101-100001. 1968년 11월 21일 박정희 대통령에게 대한민국 1호로 발급된 주민등록번호다. 앞 6자리는 지역을, 뒤 6자리는 성별과 거주 세대 및 개인 번호를 나타냈다. ‘시민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고 반국가적 불순분자를 색출, 제거한다’는 명분과 함께 주민등록증은 탄생했다. 양손 엄지손가락 지장을 찍어야 하고, 휴대 및 제시 의무까지 있어 기본권 침해라는 논란이 적지 않았다. ▷1965년부터 추진됐지만 반대 여론에 번번이 막히던 주민번호제도는 1968년 중대한 안보 상황 덕을 봤다. 북한 특수부대 요원들이 청와대 인근까지 침투해 대통령을 노린 1·21사태에 이어 이틀 뒤 동해 공해상에서 미국 해군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가 북한에 피랍됐다. 주민번호 발급 3주 전 터진 울진·삼척무장공비침투사건은 종지부였다. 열 손가락 지문을 찍게 된 건 유신체제가 굳어진 1975년. 앞 6자리에 생년월일을 넣고 뒤 7자리에 성별, 지역, 출생신고지 고유번호 등을 넣는 13자리 주민번호도 이때 생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5개국 이상은 개인 식별을 위해 개인고유번호, 신분증번호, 국가신분증 등을 쓴다. 북한에는 공민증이 있지만 거주지를 제한하고 이동을 통제하는 수단일 뿐이다. 6자리 공민번호를 기억하는 사람도 별로 없다고 한다. 개인의 특정 고유 정보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죽을 때까지 바꾸지 않고, 각양각색의 개인정보가 주민번호를 토대로 형성되는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정부의 통제를 벗어날 개인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분출되던 주민번호 개선론은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개인정보 유출 방지’ 차원이 대세다. 성별번호가 남성은 각각 1, 3번인데 여성은 그 뒤인 2, 4번인 것은 남녀평등에 위배된다는 교체론도 있다. 생년월일과 성별 등이 아닌 임의 번호를 부여하자는 주민등록법 개정안이 국회 계류 중이다. 주민번호가 일상생활 전반에 너무 촘촘히 사용돼 경제적 사회적 교체비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내일이 주민번호가 탄생한 지 50년 되는 날이다.민동용 논설위원 mindy@donga.com}

    • 2018-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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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민동용]‘렌즈 포비아’

    영국 공리주의 철학자 제러미 벤담은 중앙 탑에 있는 감시자를 수감자는 볼 수 없도록 설계된 원형 감옥인 패놉티콘 개념과 설계도를 제시했다. 보이지 않는 감시자의 시선을 느끼는 수감자가 더 잘 교화된다는 것이다. 미셸 푸코는 이 개념을 확장해 ‘감시자 없이 모두가 모두를 감시하는 형태’를 근대사회로 봤다. 개인이 첨단 정보기술(IT)에 통제되다시피 하는 21세기는 ‘디지털 패놉티콘’이라고도 불린다. ▷현대인은 자신의 정보가 인터넷에 연결된 IT 기기를 통해 사이버 공간에 저장되는 것을 알지만 묵인한다. ‘자발적으로 디지털 패놉티콘에 참여한다’고 말하는 학자도 있다. 그렇다고 일거수일투족을 누군가 몰래 들여다보는 것까지 방조할 수는 없다. 최근 가정용 폐쇄회로(CC)TV를 해킹해 여성 수천 명의 사생활을 엿본 일당이 붙잡혔다. CCTV뿐만이 아니다. 인터넷 카메라(IP 카메라)를 비롯해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비디오게임기부터 로봇청소기나 스마트TV 등 사물인터넷(IoT) 가전제품을 해킹해 훔쳐본 타인의 일상이 담긴 동영상이 인터넷상에 퍼져 간다. ▷아이 돌보미에게 맡긴 아이가 집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보려고 설치한 IP 카메라는 손수건으로 덮는다. 노트북 웹카메라 렌즈에 포스트잇을 붙이고 스마트폰은 뒤집어 놓는다. ‘렌즈 포비아’다. 정부는 지난해 홈·가전 IoT 보안가이드를 발표하고 IoT 기기 업체가 개발 단계부터 보안성을 높이도록 했다. 그러나 저가의 중국산은 해당 사항이 아니다. 중국에서는 3만 원만 내면 IP 카메라 해킹 소프트웨어를 살 수 있다. ▷인터넷 보안 전문가들은 ‘0000’같이 설정된 비밀번호 해킹에는 10초도 안 걸린다고 말한다. IoT 가전제품 초기 비밀번호를 복잡하게 바꾸고 주기적으로 변경하며 소프트웨어를 최신 상태로 업데이트해야 하는 이유다. IP 카메라는 정말 필요한지 고민해야 한다. 구입했다면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데는 설치하지 말고 쓰지 않을 때는 전원을 꺼놓는 게 기본이다. 집 밖에서는 불법 촬영용 뚫린 구멍이 없는지 살펴봐야 하고 집 안에서는 ‘관음의 렌즈’를 경계해야 하는 위험한 시대다.  민동용 논설위원 mindy@donga.com}

    • 2018-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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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민동용]中 첨단기술 탈취

    미국은 자국 군사기술을 탈취해 간 중국 스파이의 시조(始祖)로 첸쉐썬 박사를 지목한다. 중국에서 ‘미사일의 아버지’로 불리는 첸 박사는 양탄일성(兩彈一星·원자폭탄 수소폭탄 인공위성) 개발을 주도했다. 그러나 1999년 미 하원 특별위원회의 일명 ‘콕스 보고서’는 그가 1930년대 중반∼1950년대 중반 캘리포니아 제트추진연구소 등에서 일하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밀을 빼갔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공식 부인했다. ▷옛 소련 몰락 이후 중국은 스파이 세계에서 미국의 주요 상대다. 연방수사국(FBI)의 전직 중국 분석가는 중국의 첩보전 스타일을 이렇게 묘사했다. “해변의 모래가 목표라면 러시아는 밤에 잠수정에 잠수부들을 태우고 가서 몰래 모래를 퍼온다. 미국은 인공위성을 최대한 가동한다. 중국은 모래 한 톨씩 가져오라는 특명을 받은 관광객 수천 명을 몇 년에 걸쳐 보낸다. 이들이 돌아와 수건을 털면 누구보다 더 많은 정보가 쌓인다.” 인해전술과 고도의 인내심이다. ▷2035년까지 자국 기술 표준을 세계에 적용시키겠다는 ‘중국 표준 2035’를 앞세운 중국의 첨단기술 탈취 시도에 미국은 민감하다. 미국 정부는 최근 항공우주산업 및 항공기 기술을 훔치려 한 혐의로 중국 국가안전부 소속 장교 및 요원들과 중국인 엔지니어 등을 잇달아 기소했다. 앞서 6월에는 “중국 국가안전부가 배치한 산업스파이 4만 명이 세계를 염탐한다”고 주장한 데 이어 중국을 가장 위협적인 스파이 국가로 꼽았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해 2035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를 실현하고 2050년까지 중국을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으로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사실상 패권경쟁을 선언한 셈이지만 첨단기술 훔치기는 미국 따라잡기에 갈 길이 멀다는 조바심의 표현이기도 하다. “우리 기술에 대한 싹쓸이 절도를 묵과할 수 없다”며 미국이 고삐를 더욱 죄는 것은 중국몽(中國夢)의 싹을 아예 잘라버리겠다는 의지로도 비친다. 1972년 미중 관계 정상화 이후 공존하던 두 강대국이 무역전쟁을 넘어 더 큰 충돌을 예고하는 것일까. 민동용 논설위원 mindy@donga.com}

    • 2018-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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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민동용]신체 압수수색

    2008년 취재진이 가득 모인 기자회견장에서 가수 나훈아 씨가 갑자기 탁자에 올라섰다. 허리띠를 풀고 바지 지퍼를 반쯤 내린 나 씨는 “5분을 보여 드리겠다. (보여줘서) 아니면 믿으시겠느냐”라고 외쳤다. 일본 야쿠자가 그의 신체 일부를 훼손했다는 등 자신을 둘러싼 각종 루머를 반박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믿습니다”라는 여성 팬들의 고함에 그는 잠시 좌중을 노려보곤 내려왔다. ▷경찰이 어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그런데 압수수색 대상에 신체도 포함되면서 세인의 관심이 여기에 집중됐다. 사람들은 ‘신체’란 말에서 작가 공지영 씨와 통화하며 “이 지사 신체 특정 부위에는 크고 까만 점이 있다”고 밝힌 배우 김부선 씨를 떠올린 듯하다. 경찰은 어제 압수수색은 이 지사가 친형을 강제 입원시켰다는 의혹 등에 관한 것이지, 김 씨와의 ‘스캔들’ 의혹과 관련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보통 차량, 주거와 함께 신체가 들어간다. 휴대전화가 중요한 압수물인 세상에서는 더 그렇다. 그러니 이 지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특별할 것도 없는데 관심이 엉뚱하게 흘렀다. 몸에 점이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는 신체검사로 검증에 해당한다. 압수수색 영장이 문서형식상 압수수색검증 영장이라는 표제를 달고 있지만 검증까지 포함하는지는 내용을 봐야 한다. 신체검사가 영장에 포함된다면 검사할 신체 부위와 검증 방식 등이 기록된다. 이날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에 그런 내용은 없었다고 한다.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고소·고발은 선거 후 당사자들끼리 취하하는 게 일반적이다. 취임 100일이 지났는데도 몇 년 전의 일로 수사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 지사로서는 답답할 터다. 하지만 더 답답한 쪽은 그가 경기도정을 잘 이끌어주기를 바라는 1300만 도민이 아닐까. 이 지사 측은 공인된 의료기관을 통해 검증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사가 해명할 것은 해명하고, 수사당국도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면서 진실을 밝히는 데 힘써야 한다.민동용 논설위원 mindy@donga.com}

    • 2018-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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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민동용]외국인 노동자 100만 시대

    지난해 말 이사를 하려고 이삿짐센터 몇 곳에 견적을 내달라고 했다. 한 업체가 다른 데보다 20만 원가량 더 책정했기에 이유를 물었다. 50대 업체 대표는 “저희는 일하는 사람이 다 한국인이어서 말이 잘 통한다. 짐을 옮기다 실수하는 일이 거의 없다”고 답했다. 그는 “요즘 젊은이들, 육체노동 잘 안 하잖아요”라고 했다. ▷1990년대 초반 한국과 일본에서는 각각 ‘3D’와 ‘3K’라는 말이 유행했다. 3D는 더럽고(dirty) 힘들고(difficult) 위험한(dangerous) 일을, 3K는 일본어로 위험(기켄)하고 고되고(기쓰이) 불결한(기타나이) 일을 말했다. 한국과 일본 청년들이 3D·3K 직종을 기피하자 대안은 외국인 노동자였다. 1990년 12월 28일자 동아일보 기사 제목은 이랬다. ‘외국 막일꾼 떼 지어 온다.’ 중소기업 인력난이 심해지고 불법 외국인 노동자가 늘자 정부는 1994년 6월 인력시장을 공식 개방해 네팔인 산업기술연수생 30명이 처음 입국했다. ▷24년이 지난 현재 취업비자를 받은 외국인 노동자는 100만 명을 넘었다. 불법 체류자로 추산되는 30여만 명을 더하면 약 130만 명이 대부분 몸을 쓰는 전국 일터에서 일한다. 아파트 신축 공사장에 중국어로 된 작업자 안전수칙 안내판이 세워진 지 오래고, 한국인들은 건설현장 주변에서 ‘불법 외국인 추방’을 외치며 시위를 벌인다. 서울의 모텔 청소원은 우즈베키스탄 출신, 식당 주방일이나 요양원 간병인은 중국동포, 지방 영세 공장에는 베트남 출신이 많다. 선원 6만 명 가운데 외국인이 2만5000명이나 된다. 충북 파프리카농장에서 제주 광어양식장까지 이들이 없으면 일이 돌아가지 않는다. ▷외국인 노동자 급증은 한국과 일본이 마찬가지인데 양상은 과거와 아주 다르다. 아베노믹스 호황으로 구인난에 허덕이는 일본은 그동안 장기 체류를 허용하지 않던 단순노무직 문호마저 외국인 노동자에게 열었다. 반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임시직·일용직 일자리가 급감한 한국인 50, 60대는 인력시장에서도 중국인 20, 30대에게 밀려난다. 외국인 노동자를 바라보는 시선도 양국이 많이 다를 것이다. 민동용 논설위원 mindy@donga.com}

    • 2018-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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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민동용]탐정과 사생활

    2015년 2월 26일 간통죄 위헌 결정이 나오자 콘돔 제조업체 주가가 상한가를 쳤다. ‘간통죄 폐지 테마주’라며 피임약 제조업체도 언급됐다. 정작 이들 업체 뒤에서 표정 관리를 한 업종은 심부름센터였다. 배우자, 특히 남편의 외도를 의심해 ‘뒷조사’를 의뢰하는 여성이 늘어날 것이라고 본 것이다. 심부름센터 의뢰인 10명 중 8명이 여성이고 대부분 주부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뒷조사 기법도 첨단을 달린다. 스마트폰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척 악성 코드를 심어 통화 내용이나 동영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화를 들여다보는 건 보통이다. 몰래카메라, 차량 위치추적기 등을 동원한 사생활 추적도 공권력 뺨친다고 한다. 물론 이런 심부름센터의 뒷조사는 불법이다.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보호법) 40조는 신용정보회사 말고는 특정인의 사생활을 조사하는 등의 일을 할 수 없고, 탐정이라는 명칭도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셜록 홈스라도 한국에선 탐정사무실을 낼 수 없다고 지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주로 전직 수사관들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모두 허용하듯, 차라리 탐정을 제도화해 엄격히 관리해야 불법적 사생활 캐기가 사라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1999년 이래 국회에 탐정 입법안 7건이 발의됐지만 번번이 통과하지 못했다. 경찰청과 법무부의 밥그릇 다툼 때문이라는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헌법재판소가 어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신용정보보호법 40조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요즘 몰래카메라나 차량 위치추적기 등을 이용해 남의 사생활을 캐는 행위가 사회 문제로 대두된 현실을 고려할 때, 특정인의 사생활 조사 비즈니스를 금지하는 것 말고는 사생활의 비밀과 평온을 보호할 방법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탐정이라는 명칭도 탐정소설이나 영화에서 너무 멋지게 등장하는 탓에 사생활 조사를 적법하게 할 권한이 있는 것처럼 오인될 수 있다며 못 쓰도록 했다. 국민의 사생활과 기본권이 지금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임을 새삼 일깨워준 셈이다.  민동용 논설위원 mindy@donga.com}

    • 2018-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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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인시, 내년 중고교 신입생에 무상교복 전국 첫 시행

    경기 용인시가 내년부터 중학교와 고등학교 신입생 전원에게 교복을 무상으로 지원한다. 전국에서 처음이다. 용인시는 중고교 신입생에게 교복구매비를 지급하는 용인시 교복지원 조례안이 17일 용인시의회 본회의에서 전체 의원 27명(자유한국당 더불어민주당 각 13명, 국민의당 1명) 만장일치로 통과됐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소속 정찬민 시장의 무상 교복사업에 반대하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고교 무상급식 확대 등을 조건으로 찬성했다. 용인시는 경기도에 보고한 뒤 다음 달 초 조례를 확정 공포할 예정이다. 용인시의 내년 중고교 진학자는 중학생 1만1000여 명, 고등학생 1만2000여 명 등 모두 2만3000명으로 추정된다. 지원금액은 시장이 매년 정하도록 했다. 내년도 지원금은 교육부가 산정한 학교 주관 구매 상한가(1인당 29만6130원)를 기준으로 약 68억 원이 들 것으로 전망된다. 교복구매비를 받으려면 신청서를 작성해 시청이나 읍면동 주민센터에 제출하면 된다. 중고교 무상교복 지원은 정 시장이 앞서 7월 제안했다. 정 시장은 각계 의견을 수렴했고, 8월에는 전국 처음으로 중학교 신입생에게 무상교복을 지원한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을 만나기도 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17-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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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 ‘자치헌장 조례’ 전국 첫 공포…동성애 차별금지 조항은 삭제

    서울시는 18일 자치권을 재확인하는 ‘서울특별시 자치헌장 조례’를 공포했다. 일부 자치구가 주민자치 기본조례를 제정한 적은 있지만 광역자치단체가 입법 조직 재정의 자치를 규정한 조례를 만든 것은 처음이다. 다만 선언적인 성격이 짙어 실질적 효과는 미지수다. 이날 공포된 자치헌장은 ‘법령에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해 자치입법권의 의미를 강화했다. 지방자치단체의 법률이라 할 수 있는 조례는 헌법과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법령의 범위 안에서,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제정하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최소한 지방자치법의 해당 조항을 개정하지 않는다면 이번 자치헌장 조례의 해당 규정은 선언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장기전’을 통해 지방자치법 개정을 이끌어낸다는 복안이다. 시는 이날 “자치헌장을 바탕으로 법령에 저촉되지 않도록 조례를 만들어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조례 내용이 상위법인 법률과 충돌해 중앙정부와 갈등이 생기면 대법원에 판단을 맡기는데 지금까지 지자체 손을 들어준 판례가 많다는 것. 결국 이 같은 판례를 계속 쌓아 가면 지방자치법 개정 여론이 커질 것이라는 계산이다. 박대우 서울시 정책기획관은 “지방자치 권한을 명확하게 규정함으로써 지방분권에 대한 사회적 어젠다를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자치조직권과 관련해선 중앙정부가 지자체 행정기구와 정원을 결정할 때 인건비 같은 최소한의 분야에 그쳐야 한다고 규정했다. 현재는 지자체 조직 및 그 구성원 수까지 정한다. 한편 자치헌장에 ‘차별금지’ 조항이 없는 것이 눈에 띈다. 당초 박원순 시장은 시민의 권리의 하나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넣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개신교를 중심으로 한 종교단체와 보수단체가 ‘동성애자의 권리까지 서울시가 보호해야 하느냐’며 비판하자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은 2015년에도 서울시 인권헌장의 ‘성소수자 차별 금지’ 조항이 보수단체와 종교단체의 반발에 부닥치자 인권헌장 채택을 무산시켰다. 노지현 기자isityou@donga.com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17-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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