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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로 남아 ‘땡처리’ 세일로 40달러에 나온 랄프로렌의 플란넬 셔츠를 대량 사들였다. 이 셔츠에 Pyrex와 마이클 조던을 상징하는 숫자 23을 프린트해 550달러에 팔았다. 개성 있는 길거리 패션에 스포츠 웨어의 편안함을 더해 젊은 세대를 사로잡았다. 2012년 패션계를 놀라게 한 이 사건으로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42)는 스타가 됐다. 그가 직접 기획한 전시 ‘커밍 오브 에이지’(Coming Of Age)가 서울 강남구 ‘루이비통 메종 서울’(청담 메종)에서 열리고 있다. 아블로는 2018년부터 루이비통의 아티스틱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성인이 되는 과정’을 뜻하는 전시 제목처럼 사진가 18명이 포착한 젊음의 단면을 자유분방하게 담았다. 참여 작가도 아라키 노부요시 같은 유명 작가부터 신예까지 다양하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액자 없이 붙여진 사진들이 벽을 가득 채운다. 청소년이 방에 좋아하는 이미지를 마구 붙이듯, 이 전시에서도 핀이나 집게, 테이프를 이용해 사진을 걸었다. 설명 문구도 걸리지 않아 다양한 이미지들을 그저 눈으로 감상해야 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리틀 빅 맨 갤러리에서 첫선을 보인 전시는 에스파스 루이비통 베이징, 뮌헨, 도쿄를 거쳐 한국을 찾았다. 서울 전시 공간의 벽면에 맞춰 배치와 간격까지 아블로가 다시 결정했다고 한다. 작품이나 작가가 아닌 기획자의 명성이 관객을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독특한 전시다. 관객에게 팬서비스라도 하듯, 전시된 사진 작품들의 작은 프린트를 무료로 나눠준다. 30개 버전의 프린트가 각각 250여 장씩 준비돼 있는데, 벌써 동이 난 사진도 있다. 4월 26일까지. 무료.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한 달 전쯤 회사에서 재택근무 한다고 부서원들이 각각 어떤 일을 하는지 정리하라는 지시가 내려오더군요. 구체적인 직무 계획과 목표에 따라 하루 단위로 해야 할 일을 리스트로 만들라고요. 지금까진 그날그날 눈치껏 알아서 일을 나눠 업무를 해왔는데, 이젠 각자 할 일이 정확히 나뉘는 셈이죠. 재택근무를 하면 ‘눈치껏’이 안 되잖아요?”(국내 대기업 계열사 11년 차 마케팅팀 김모 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기업문화 변화의 계기가 되고 있다. 갑자기 재택근무가 보편적 근무형태가 된 것이다.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이 나아졌다는 의견과 오히려 업무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부담과 스트레스는 더 커졌다는 반응도 나온다. 기업들은 근태 관리뿐 아니라 성과 측정, 평가가 부담스러워졌다고 말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더라도 코로나19 이전의 업무 방식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며 “향후 평가, 채용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늘어난 재택근무… 새로운 근무방식에도 적응 분위기 코로나19 여파로 프리랜서나 프로그램 개발자 등 일부 직군만 가능했던 재택근무가 일반 기업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기존 업무 관행의 ‘비효율’을 돌아보게 됐다는 목소리도 높다. 재택근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은 출퇴근하는 데 시간을 쓸 필요가 없고 옷 갖춰 입기, 화장하기 등을 하지 않아도 돼 업무 효율성이 더 높아졌다고 말한다. 3주째 재택근무 중인 심모 씨는 “일주일 동안 같은 옷을 입어도 된다. 사무실에 있을 땐 동료들과 커피를 마시는 등 다른 것에 휘둘린 반면에 집에 있으니 업무 성과에 더 많은 신경을 쓰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준비되지 않은 재택근무 탓에 혼란스럽다는 반응도 만만치 않다. 업무 지시가 오가는 ‘단톡방’에서 조금만 답이 늦어지면 “누가 읽지 않고 있느냐”고 타박을 주기도 한다고.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면 쉽게 풀릴 문제를 온라인으로 하니 더 복잡해진다”거나 “집이 더 불편해졌다”는 반응도 있다. 그날그날 업무 성과를 입증하는 것도 스트레스라고 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방식에도 적응하는 법을 배워나가는 분위기다. 자신들의 재택근무 ‘팁’을 공유하는 풍경도 생겨났다. “집중할 수 있는 업무 공간을 조성하자” “집중 근무 시간을 정하자” “밖에 나갈 수 있는 수준으로는 옷을 갖춰 입자” 같은 제안이 나온다. 재택근무자들은 회사의 근태 관리 방식을 두고서도 신경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국내 한 정보기술(IT)업계 직원은 “회사망에 접속하는 순간, 어느 사이트를 들어가는지 내용이 다 남기 때문에 다른 일을 할 수도 없다”고 했다. 메신저 등을 통해서 근무 내용을 확실히 남겨야 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또 상사의 생각을 읽기 어렵다 보니, 실적이나 업무 평가엔 더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나왔다.○“코로나19가 스마트워크 ‘실험’ 계기” 이번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발달한 IT 시스템 덕분에 원격 근무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은 많았다. 출퇴근 시간 낭비 없고, 사무실 임차료 등 비용 요소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도 수년 전부터 다양한 형태의 근무 방식을 실험해 왔다. 특히 SK, LG, KT 등 주요 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 훨씬 전부터 원격 근무가 가능하도록 클라우드 업무 환경 등을 준비해왔다. 기업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비대면 근무를 늘리려면 뭘 보완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게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재계 관계자는 “2월 말에 재택근무를 늘렸지만 미리 IT 인프라를 충분히 갖춰놓았던 만큼 시스템적인 문제는 없었다”며 “오히려 근태를 확인하기가 어려운 만큼 결국 업무 성과로 평가해야 하는데, 개개인의 직무를 할당하고 성취 기준을 제시하는 게 까다로웠다”고 말했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정책팀장은 “회사가 직원에게 어떤 업무를 할지 목표를 정확히 정해줘야 하고, 직원 역시 어느 정도 달성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원격근무는 꼼꼼한 평가 시스템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택근무를 갑자기 실시하다 보니 이런 기준이 마련돼 있는 기업이 많진 않다고 한다. 개인보다 팀에 업무가 떨어지고, 이를 그때그때 나눠서 하는 게 국내 기업의 관행이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내 직무가 ‘팀 막내’인 줄 알았는데 이제 제대로 알게 됐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국내 한 대기업은 지난달 말 전 직원 재택근무에 앞서 부서별, 팀원별로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지 ‘직무 기술서’를 작성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택근무 땐 지시를 구체적으로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 박준 기업문화팀장은 “상사가 이메일이나 메신저로 지시를 할 때에는 무엇을 원하고, 업무의 기대효과는 무엇인지 명확하게 설명해줘야 한다. 문자 이외에 다른 정보가 없어서 지시 맥락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모호하고 포괄적인 지시는 업무 비효율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한편 회사 입장에선 팀원들 간에 대면 접촉이 줄어들다 보니 직원 정서, 스트레스 파악이나 관리가 더 어려워졌다는 시각도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자사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인해 재택근무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전화로 심리 상담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그동안 팀 차원에서 다독이던 일을 회사 프로그램으로 돌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채용 방식에도 영향 미칠 것” 재계에선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수시 채용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성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 회사에 대한 충성도 등 눈에 보이지 않고 측정하기 어려운 영역보다는 업무 전문성을 가지고 바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인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다는 것. 또 시장이 위축되고 고용시장이 악화된 탓에 대규모 채용인 공채보다는 경력직이나 수시 채용에 눈을 돌릴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종업원 수 300인 이상 매출액 500대 기업 대상으로 올해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중복 응답 가능)한 결과 응답 기업 62.7%가 올해 가장 중요한 채용 트렌드로 ‘경력직 채용’을 꼽았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비대면 근무 등 변화 폭이 커질수록 성과나 전문성 중심 채용 트렌드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인사 담당 전문가는 “성취 기준으로 조직을 보게 되면 업무 효율성이 드러나 구조조정이 더 잦아질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임현석 lhs@donga.com·김민 기자}

‘사회적 거리 두기’를 이야기하는 요즘, 주말이면 산과 공원이 붐비는 아이러니한 풍경이 펼쳐진다. ‘집순이’를 자처하는 사람도 강제 격리를 당하다 보면 탁 트인 자연이 간절해지게 마련이다. 책은 푸릇한 새싹과 작은 새의 귀여움, 잔디밭에서 풍기는 풀내음이 주는 안정감을 아직 찾지 못한 사람들에게 위로의 손길을 건넨다. 첫 장부터 저자는 스스로 25년간 우울증을 겪었다고 고백한다. 죽음의 문턱까지 데려간 마음의 병에 관한 회고와 자연을 산책하며 수렁에서 빠져나온 경험을 매끄럽게 연결 짓는다. 직접 보고 느낀 자연의 모습도 사진과 스케치로 담았다. 우울증은 몸을 무기력하게 만들어 소파에서 한 발자국 떼기조차 어렵게 한다. 저자도 “실내에 처박혀 넷플릭스만 보고 싶었다”고 한다. 아직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활자로나마 동기를 부여해 보는 건 어떨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2018년 세계 영화시장을 놀라게 하는 일이 일어났다. 그해 1분기(1∼3월) 중국 박스오피스 수입이 202억 위안(약 3조4000억 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북미 영화시장 흥행(약 3조2000억 원)을 넘어선 것이다. 유럽미술재단은 중국이 2011년 세계 최대 미술품 및 골동품 시장이라고 발표한다. 아직 검증할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중국이 경제성장과 함께 문화산업에서도 잠재력을 갖췄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중국 문화의 현주소를 서구의 시각이 아닌 중국적 시각에서 가늠해 본 책이다. 영화 미술같이 이미지를 중심으로 하는 ‘시각문화적’으로 사회와 개인을 분석했다. 1990년대 세계 영화계에서 돌풍을 일으킨 장이머우의 초기 영화가 ‘셀프 오리엔탈리즘’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는 등 영화에 관한 분석이 흥미롭다. 홍콩중문대 문학원장인 저자는 미국 시카고대,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를 지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한 달 전쯤 회사에서 재택근무 한다고 각 부서원들이 각각 어떤 일을 하는지 정리하라는 지시가 내려오더군요. 구체적인 직무 계획과 목표에 따라 하루 단위로 해야 할 일을 리스트로 만들라고요. 지금까진 그날그날 눈치껏 알아서 일을 나눠 업무를 해왔는데, 이젠 각자 할 일이 정확히 나뉘어지는 셈이죠. 재택근무를 하면 ‘눈치껏’이 안 되잖아요?” (국내 대기업 계열사 11년차 마케팅팀 김모 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기업문화의 변화의 계기가 되고 있다. 갑자기 재택근무가 보편적 근무형태가 된 것이다. 일과삶의균형(워라밸)이 나아졌다는 의견과 오히려 업무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부담과 스트레스는 더 커졌다는 반응도 나온다. 기업들은 근태 관리 뿐 아니라 성과 측정, 평가가 부담스러워졌다고 말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더라도 코로나19 이전의 업무 방식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며 “향후평가, 채용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늘어난 재택근무…새로운 근무방식에도 적응 분위기 코로나19 여파로 프리랜서나 프로그램 개발자 등 일부 직군만 가능했던 재택근무가 일반 기업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기존의 업무 관행을 ‘비효율’을 돌아보게 됐다는 목소리도 높다. 재택근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은 출퇴근하는 데 시간을 쓸 필요가 없고 옷 갖춰 입기, 화장하기 등을 하지 않아도 돼 업무 효율성이 더 높아졌다고 말한다. 3주째 재택근무 중인 심모 씨는 “일주일 동안 같은 옷을 입어도 된다. 사무실에 있을 땐 동료들과 커피를 마시는 등 다른 것에 휘둘린 반면, 집에 있으니 업무 성과에 더 많은 신경을 쓰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준비되지 않은 재택근무 탓에 혼란스럽다는 반응도 만만치 않다. 업무 지시가 오가는 ‘단톡방’에서 조금만 답이 늦어지면 “누가 읽지 않고 있느냐”고 타박을 주기도 한다고.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면 쉽게 풀릴 문제를 온라인으로 하니 더 복잡해진다”거나 “집이 더 불편해졌다”는 반응도 있다. 그날그날 업무 성과를 입증하는 것도 스트레스라고 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방식에도 적응하는 법을 배워나가는 분위기다. 이들은 자신들의 재택근무 ‘팁’을 공유하는 풍경도 생겨났다. “집중할 수 있는 업무 공간을 조성하자” “집중 근무 시간을 정하자” “밖에 나갈 수 있는 수준으로는 옷을 갖춰 입자” 같은 제안이 나온다. 재택근무자들은 회사의 근태 관리 방식을 두고서도 신경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국내 한 정보기술(IT)업계 직원은 “회사망에 접속하는 순간, 어느 사이트를 들어가는지 내용이 다 남기 때문에 다른 일을 할 수도 없다”고 했다. 메신저 등을 통해서 근무 내용을 확실히 남겨야 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또 상사의 생각을 읽기 어렵다 보니, 실적이나 업무 평가엔 더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코로나19가 스마트워크 ‘실험’ 계기” 이번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발달한 IT시스템 덕분에 원격 근무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은 많았다. 출퇴근 시간 낭비 없고, 사무실 임대료 등 비용 요소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도 수년전부터 다양한 형태의 근부 방식을 실험해 왔다. 특히 SK, LG, KT 등 주요 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 훨씬 전부터 원격 근무가 가능하도록 클라우드 업무 환경 등을 준비해왔다. 기업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비대면 근무를 늘리려면 뭘 보완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게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재계 관계자는 “2월 말에 재택근무를 늘렸지만 미리 IT인프라를 충분히 갖춰놓았던 만큼 시스템적인 문제는 없었다”며 “오히려 근태를 확인하기가 어려운 만큼 결국 업무 성과로 평가해야 하는데, 개개인의 직무를 할당하고 성취 기준을 제시하는 게 까다로웠다”고 말했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정책팀장은 “회사가 직원에게 어떤 업무를 할지 목표를 정확히 정해줘야 하고, 직원 역시 어느 정도 달성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원격근무는 꼼꼼한 평가 시스템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택근무를 갑자기 실시하다 보니 이런 기준이 마련돼 있는 기업이 많진 않다고 한다. 개인보다 팀에 업무가 떨어지고, 이를 그때그때 나눠서 하는 게 국내 기업의 관행이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내 직무가 ’팀 막내‘인 줄 알았는데 이제 제대로 알게 됐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국내 한 대기업은 지난달 말 전 직원 재택근무에 앞서 각 부서별, 팀원별로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지 ‘직무 기술서’를 작성토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택근무 땐 지시를 구체적으로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 박준 기업문화팀장은 “상사가 이메일이나 메신저로 지시를 할 때에는 무엇을 원하고, 업무의 기대효과는 무엇인지 명확하게 설명해줘야 한다. 문자 이외에 다른 정보가 없어서 지시 맥락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모호하고 포괄적인 지시는 업무 비효율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한편 회사 입장에선 팀원들간에 대면 접촉이 줄어들다 보니 직원 정서나 스트레스 파악이나 관리가 더 어려워졌다는 시각도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자사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인해 재택근무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전화로 심리상담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그동안 팀 차원에서 다독이던 일을 회사 프로그램으로 돌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채용방식에도 영향 미칠 것” 재계에선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수시 채용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성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 회사에 대한 충성도 등 눈에 보이지 않고 측정하기 어려운 영역 보다는 업무 전문성을 가지고 바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인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다는 것. 또 시장이 위축되고 고용시장이 악화된 탓에 대규모 채용인 공채 보다는 경력직이나 수시 채용에 눈을 돌릴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종업원 수 300인 이상 매출액 500대 기업 대상으로 올해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중복응답 가능)한 결과, 응답 기업 62.7%가 올해 가장 중요한 채용 트렌드로 ‘경력직 채용’을 꼽았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비대면 근무 등 변화폭이 커질수록 성과나 전문성 중심 채용 트렌드는 더욱 가속화될 것”고 설명했다. 한 인사 담당 전문가는 “성취 기준으로 조직을 보게 되면, 업무 효율성이 드러나면서 구조조정이 더 잦아질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인도 라자스탄주 사막엔 가물 때 사용하는 우물이 남아 있다. 심연을 오르락내리락하는 우리 인생도 이 우물과 비슷하지 않은가.”(강경구 작가) 강경구 김성호 김을 안창홍. 4명의 60대 ‘절친’ 작가들은 올해 초 인도로 ‘스케치 여행’을 떠났다. 1월 6일부터 22일까지 보름 남짓한 기간 동안 자이푸르, 자이살메르를 지나 타르 사막에 들어가는 여정이었다. 편한 관광지보다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시장과 어렵게 사는 서민들의 삶을 찾았다. 낮에는 함께 여행하다 밤이면 각자의 방에 들어가 그림을 그렸던 네 작가의 결과물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보안여관에서 만날 수 있다. 18일 시작한 ‘라자스탄의 우물’전은 ‘아트스페이스 보안1’(구관 전시장)에서 열린다. 1942년 지은 오래된 여관 건물의 뼈대 위에 드로잉이 다닥다닥 붙어 현장감이 느껴진다. 같은 풍경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해석한 네 작가의 시각언어를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다. 안창홍 작가는 “하필이면 여행할 무렵 121년 만의 한파가 몰아쳐 추위로 고생했다”고 했다. 여러 점의 드로잉 중에 소의 탈을 쓴 사신이 칼을 들고 목을 노리는 모습이나 검은 눈물을 흘리는 자화상이 보인다. 낯선 여행길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후회도 하면서 찌꺼기를 내보내는 모습이라고 한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가득 채운 강경구 작가의 ‘18시간’ 역시 여행에서 가장 힘들었던 기억을 담는다. 여행 막바지 예매한 1등석 티켓이 예고 없이 취소되면서 3등 칸을 겨우 얻어 타 시장 바닥 같은 기차에서 섰다 앉았다를 18시간 동안 반복했다. 자이살메르에서 델리까지 900km를 주파하는 열차였다. 강 작가는 “국내에선 6·25전쟁 직후에나 볼 법한 밑바닥 삶의 모습을 보며 느꼈던 감정을 함축한 자화상과도 같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김을 작가의 레디메이드를 활용한 설치작품, 김성호 작가의 수채화 드로잉도 함께 전시한다.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그 과정에서 작가들이 수집하는 각기 다른 이미지의 편린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다. 4월 4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멀리서 보면 패턴 가득한 평면이던 벽이 자세히 보면 볼록 튀어나와 있다. 고요한 바다가 펼쳐진 평화로운 풍경 사진 속으로 문을 열고 나가면 스마트폰, 담배, 묘비가 확대된 사진이 반대편에 등장한다. 머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이미지들의 향연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눈으로 본다는 것은 정말 순수하게 보는 것일까. 오히려 그것은 인식에 끊임없이 좌우되는 것 아닐까. 18일부터 서울 용산구 갤러리바톤에서 열리는 독일 출신 작가 토비아스 레베르거(54)의 개인전은 이런 개념적 질문에서 출발한다. ‘Truths that would be maddening without love’라는 제목으로, 가벽을 세우고 시트지를 바른 뒤 문을 달거나, 방을 만들어 선반을 설치하는 등 전시 공간 전체를 활용한 설치 프로젝트다. 제목에서 진리(truth)가 이성을 의미한다면, 사랑(love)은 감정을 뜻한다. 이성을 맹신하고 감정을 도외시했던 지성사의 맥락에 반기를 드는 작업들이다. 흔히 개념미술이라고 하면 무미건조한 풍경, 난해한 언어를 상상한다. 그런데 레베르거의 작품은 화려한 형광색이나 공간 전체를 채우는 체험적 요소를 가미한 것이 특징이다. 착시 효과를 통해 관객은 작게나마 깨달음의 경험을 얻는다. 유희가 더해져 누구나 쉽게 즐기는 개념미술인 셈이다. 200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Was du liebst, bringt dich auch zum Weinen’(네가 사랑하는 것이 너를 울게도 한다)가 대표적이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전함의 위장 무늬로 뒤덮인 카페를 만든 설치 작업. 어디가 의자이고, 테이블인지 한눈에 구분되지 않는 공간으로 ‘보는 행위’에 의문을 제기한다. 당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이 작품의 유사한 버전을 부산현대미술관 카페에서 만날 수 있다. 그는 2004년 아트선재센터 개인전을 시작으로 한국 미술계와도 여러 차례 함께한 경험이 있다. 이번 전시 제목은 이성과 감정이 뒤섞인 듯한 한국 사람들의 모습에서 강한 인상을 받아 정했다고 한다. 5월 13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밥 잘 먹고 운동 열심히 하고. 국가가 부르면 뛰어나가 총을 들고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 게 애국자지요.” “평소 무정부주의를 추구해요. 국가 없이 지구 단위의 사회 구성체가 좋겠다는 바람도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물었다. ‘당신이 생각하는 애국이란?’ 답변이 양극단을 두고 화려한 스펙트럼으로 갈린다. 24일부터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 ‘새일꾼: 1948-2020: 여러분의 대표를 뽑아 국회로 보내시오’의 첫 풍경이다. 질문에 답하는 시민들을 담은 영상이 돌아간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애국자가 누구냐’라는 문구가 빨간 볼드체로 관객을 맞이한다. 그 옆으로는 국내에서 처음 실시된 근대적 선거인 1948년 5·10 총선거의 자료들이 펼쳐진다. 당시 많은 후보자들은 자신을 독립운동에 기여한 ‘애국자’라고 강조했다. 70여 년이 지난 지금의 선거는 애국뿐 아니라 환경, 여성, 주거, 복지 등 무수히 다양한 욕망이 경합하는 장이다. ‘새일꾼’전은 이렇게 변화의 갈림길에서 극적으로 역사를 전개해 온 선거를 돌아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기록보존소에 소장된 400여 점의 선거 사료와 신문기사를 재료로 동시대 예술가 21팀이 참여했다. 사료만을 활용했던 기존 전시가 과거를 충실하게 조명했다면, 이번엔 2020년의 맥락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선거의 의미를 재해석했다. 특히 승자와 패자의 관점이 아닌, 개인의 관점에서 본 선거의 모습이 흥미롭다. 박혜수 작가가 일러스트 작가 최보연, ‘4컷만화 ○○○’과 협업한 ‘부정선거 아카이브’에서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듯 치르게 된 선거 제도의 천태만상이 나타난다. 참관인에게 수면제를 먹여 결과를 조작하거나, 유권자들에게 막걸리나 관광 등 향응을 제공하는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졌다. 반대로 ‘민주화 아카이브’에서는 권리를 위해 싸웠던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이 펼쳐진다. 마산의 17세 고등학생 김주열, YH사건의 김경숙, 그리고 일상에서 민주주의와 자유를 외쳤던 평범한 시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유권자에게 호소하는 각종 표어와 포스터들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1956년에는 “못살겠다 갈아보자”(민주당)와 “가러봤자 더 못산다”(자유당)가 부딪쳤고, 1987년엔 “바다에는 해삼! 산에는 산삼! 군정종식에는 영삼!!”(김영삼)이 “야당 집권 악몽의 시나리오”(노태우)와 맞섰다. 선거엔 참여가 중요하듯, 이 전시도 관객 참여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미술관 밖에 설치된 공중전화 부스에서 목소리를 녹음하면 1층 전시실 무대 위 의자에 이 소리가 전달된다. 천경우 작가의 작품 ‘Listener‘s Chair’다. 로비에 마련된 기표소에서는 매주 다른 이슈에 찬성표 혹은 반대표를 던질 수 있다. 첫 주제는 ‘K-POP 아이돌을 대상으로 한 군면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다. 또 기존 선거문화에서 각인되지 못한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의 정치 참여, 동물 참정권까지도 예술가들의 작품을 통해 생각해볼 수 있다. 2층 입구에 설치된 놀공의 작품 ‘반드시 해내겠습니다!!!’에서는 1948년부터 2020년까지 대통령 선거를 게임 형태로 풀어볼 수 있다. 후보자의 이름과 정당 없이 공약만으로 표를 행사해야 한다. 중앙선관위와 신문박물관이 협력한 6층 ‘미디어라운지’에서는 선거에 관한 다양한 책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6월 21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명예교수이자 2011∼2016년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미술사학자인 저자가 1945년부터 2010년대까지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정리했다. 국제 미술계가 아시아 중남미 아랍 아프리카를 주목하는 가운데 한국의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자료는 그동안 부족했다. 이 책은 이런 요구에 부응한다. 한국 현대미술사를 국제적 기준에 맞춰 개별 미술가의 활동과 작품 중심으로 서술했다. 기존 미술사가 한국 현대미술의 시작을 추상미술 전환기인 1957년으로 본 반면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으로 설정했다. 이는 분단과 6·25전쟁, 제3공화국, 군사정권, 북한과의 대립 등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좀 더 적극적으로 반영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역사의 주요 시기와 북한 미술, 장르별 변화상도 담았다. 균형을 갖춘 시각으로 미술사를 보고 싶은 독자에게 권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책장을 넘기며 간간이 내 몸을 들여다보게 된다. 우리가 사랑과 공포, 경이로움을 느끼는 부위는 어디인가. 등을 지탱하는 수많은 근육들은 어떻게 자리하고 있나. 신체에 가장 뼈가 많다는 손은 어떻게 움직이나. 무심코 움직였던 몸의 구조를 차근차근 훑어본다. 복잡하고도 두려운 해부의 과정을 이토록 감각적으로 풀어낼 수 있을까. 이 책은 의학도의 필수 교재인 ‘그레이 아나토미’의 저자를 추적하며 시작한다. ‘그레이 아나토미’의 유려한 그림에 매료된 저자는 미스터리에 휩싸인 ‘그레이’의 흔적을 찾아 나간다. 그러다 삽화를 그린 미지의 인물 ‘헨리 카터’의 일기를 발견하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카터를 이해하기 위해 저자가 해부학 수업에 직접 참관하면서, 책은 단순한 전기를 벗어나 몸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로 변신한다. 메스로 피부를 벗겨내고 드러나는 근육과 힘줄, 그리고 기계처럼 얽혀 있는 장기, 혈관과 뼈까지. 해부 과정의 섬세한 표현과 카터에 대한 추적, 여기에 몸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종횡무진하는 서술이 돋보인다. 글을 따라가며 무언가를 느끼고 이해하는 삶이란 결국 이 살덩어리들에서 시작한다는 걸 느낀다. 이 책은 미국에서 2008년 발간됐다. 이를 우연히 접한 올리버 색스가 편지를 보냈고 얼마 후 색스의 파트너가 된 저자는 그의 죽음을 곁에서 지켰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모네, 세잔, 밀레, 드가, 마티스…. 미국 뉴욕 브루클린미술관의 인상파 소장품 59점이 국내에서 오도 가도 못한 채 묶여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때문이다. 이 작품들은 ‘프렌치모던: 모네에서 마티스까지, 1850-1950’전을 위해 경기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을 찾았다. 전시는 지난달 21일 개막했지만 코로나19 확산이 거세지며 나흘 만에 문을 닫았다. 미술관은 3월 31일까지 잠정 휴관하지만 4월 개최 여부는 미지수다. ‘프렌치모던’전은 2017년부터 미국과 캐나다, 지난해 제주도립미술관에 이어 고양시를 찾은 국제 순회전이다. 노르망디 해안을 그린 클로드 모네의 ‘밀물’, 감각적 드로잉이 돋보이는 에드가르 드가의 ‘몸을 닦는 여성’ 등을 볼 수 있다. 인상파의 저평가된 여성 작가 베르트 모리조 작품도 포함된, 작지만 알찬 컬렉션이다. 어렵게 가져온 작품이 ‘격리’ 신세에 처하며 미술관도 난감해졌다. 전시는 6월 29일까지 100일간 관객 7만 명을 목표로 기획됐다. 통상 상업 기획사와 공동 주최하던 관행을 깨고 지방자치단체 예산을 편성해 개최했다. 지역주민에게 저렴한 가격(입장료 5000원)에 좋은 작품을 보여준다는 취지였다. 게다가 차기 개최지인 중국 상하이도 코로나19로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다. 브루클린미술관은 한국에서 다른 전시 개최지를 물색하고 있지만 갑작스러운 예산 편성 문제로 기관들이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다. 결국 작품들의 다음 행선지도 코로나19의 추세에 달려 있는 셈이다. 22일까지 휴관을 연장한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해외 작가 입국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4월 말에 예정된 아시아 기획전 ‘2020 또 다른 가족을 찾아서’는 중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작가가 참여한다. 4월 중순에는 작가들이 입국해야 하는데 일본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가 문제다. 윤승연 MMCA 홍보관은 “아직 준비에 차질은 없으나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개관 시기가 불투명한 만큼 미술관들은 온라인 콘텐츠라도 강화해 공백을 메우려 하고 있다. MMCA는 설치가 완료된 ‘미술관에 書’전의 유튜브 영상을 먼저 준비 중이다. 서울시립미술관(SeMA)도 3월 8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던 ‘강박²’전의 못다 한 이야기를 영상으로 대신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 전시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온라인 미술품 감상은 이전에도 가능했다. 피렌체 우피치미술관,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등의 소장품을 소개하는 구글 ‘아트 앤드 컬처’ 프로젝트가 시작한 것이 2011년이다. 각국 공공 미술관도 소장품을 온라인에 고화질로 공개하고 있다. 결국 온라인은 작품을 눈에 익히는 ‘사전 관람’ 혹은 ‘관심 유도’용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는 의견이 많다. 윤승연 홍보관은 “올 하반기 가상현실(VR) 콘텐츠를 준비 중이다. 이들은 관객의 미술관 방문을 독려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모네, 세잔, 밀레, 드가, 마티스…. 미국 뉴욕 브루클린미술관의 인상파 소장품 59점이 국내에서 오도 가도 못한 채 발이 묶여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때문이다. 해외 작가가 참여하는 국제 기획전도 각국의 입국 금지 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무기한 휴관에 돌입한 공공 미술관들은 공백을 메우기 위해 온라인 컨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미술계가 코로나19에 대처하는 풍경들이다.●중국 가려던 순회전 발 묶여 브루클린미술관의 인상파 컬렉션은 ‘프렌치모던: 모네에서 마티스까지, 1850-1950’전을 위해 경기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을 찾았다. 지난달 21일 개막한 전시는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되자 나흘 만에 문을 닫았다. 6월 29일까지 100일간 관객 7만 명을 목표로 기획된 이번 전시는 31일까지 잠정 휴관하지만 4월 개최 여부는 미지수다. ‘프렌치모던’전은 2017년부터 미국, 캐나다, 제주도립미술관(지난해)에 이어 고양시를 찾은 국제 순회전이다. 세잔을 연상케 하는 앙리 마티스(1869~1954년) 초기 풍경화 ‘말라브리의 십자로’, 파도가 들이치는 노르망디 해안을 그린 클로드 모네(1840~1926년)의 ‘밀물’, 감각적 드로잉이 돋보이는 에드가 드가의 ‘몸을 닦는 여성’ 등을 볼 수 있다. 저평가된 여성 작가 베르트 모리조(1841~1995년) 작품도 포함된, 작지만 알찬 컬렉션이다. 어렵게 가져온 작품이 ‘격리’ 신세에 처하며 미술관도 난감해졌다. 통상 상업 기획사와 공동 주최하던 관행을 깨고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개최했다. 지역 주민에게 입장료 5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좋은 작품을 보여준다는 취지였다. 차기 개최지인 중국 상하이도 코로나19로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다. 브루클린미술관은 한국에서 다른 개최지를 물색하고 있지만 갑작스럽게 새 예산을 편성해야 하는 등의 문제로 기관들이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다. 작품들의 다음 행선지도 코로나19의 추세에 달려있는 셈이다. 유희경 고양문화재단 교육전시팀장은 “취소된 단체 관람 등을 감안하면 약 2만2400명이 관람을 못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조속히 마무리돼 그 후라도 많은 시민이 찾아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온라인 강화’ 나서는 공공 미술관 22일까지 휴관을 연장한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해외 작가 입국에 온 신경을 쓰고 있다. 다음 달 말 예정된 아시아 기획전 ‘2020 또 다른 가족을 찾아서’는 중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작가가 참여한다. 다음 달 중순에는 작가들이 입국해야 하는데 일본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가 문제다. 윤승연 MMCA 홍보관은 “아직 준비에 차질은 없지만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개관 시기가 불투명한 만큼 미술관들은 온라인 컨텐츠를 강화해 공백을 메우려 하고 있다. MMCA는 설치는 완료했으나 개막이 미뤄진 ‘미술관에 書: 한국 근현대 서예’전의 유튜브 영상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SeMA)도 지난달 25일 무기한 휴관을 결정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물을 1.5배로 늘렸다. 특히 8일까지 열릴 예정이던 ‘강박²’전의 못 다한 이야기를 온라인 전시 투어로 대신해 호응을 얻었다. 12일 SeMA에 따르면 페이스북 페이지는 최근 7일 새 조회수는 350% 증가했고, 인스타그램 팔로워도 700여 명 늘었다. ‘강박²’전의 온라인 전시 투어 게시물은 인스타그램 계정 최다 조회수(1만3000회)를 기록했다. 장세희 홍보담당 큐레이터는 “온라인 반응이 좋아 시민의 질문에 큐레이터가 답하고 소장품을 소개하는 ‘SeMA 링크’를 기획해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일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 전시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온라인 미술품 감상은 이전에도 가능했다. 피렌체 우피치미술관,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등의 소장품을 소개하는 구글 ‘아트 앤 컬처’ 프로젝트가 시작한 것이 2011년이다. 각 국 공공 미술관도 소장품을 온라인에 고화질로 공개하고 있다.결국 온라인은 작품을 눈에 익히는 ‘사전 관람’, 혹은 ‘관심 유도’ 용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윤승연 홍보관은 “올 하반기에는 가상현실(VR) 컨텐츠를 준비 중이다. 이들은 관객의 미술관 방문을 독려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김민기자 kimmin@donga.com}

백남준(1932∼2006)의 50여 년간 예술 세계를 담은 작품들이 영국에 이어 네덜란드에서 관객을 만난다. 네덜란드 스테델레이크 미술관은 14일부터 백남준 회고전 ‘The Future is Now’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스테델레이크는 1895년 암스테르담에 지자체의 주도와 개인 후원으로 지어졌으며, 근현대미술과 디자인 작품을 소장하고 전시를 개최하고 있다. 스테델레이크는 암스테르담의 레이크스 박물관과 반고흐 미술관이 있는 ‘박물관 광장’에 위치해 매년 60만여 명이 찾는다. 이번 전시는 네덜란드에서 열린 백남준 개인전 중 최대 규모다. 스테델레이크 미술관은 백남준과 오래전부터 인연을 맺어왔다고 강조했다. 미술관에 따르면 백남준은 1977년 이곳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전시 1년 뒤에는 미술관이 백남준의 작품 ‘TV 부처’를 소장했으며, 미술관은 “이 작품이 스테델레이크의 시간 기반(time-based) 미디어 예술 작품 컬렉션의 주춧돌이 됐다”고 평가했다. 또 1984년 스테델레이크에서 열린 그룹전 ‘The Luminous Image’에 백남준이 참가했다는 사실도 소개했다. 미술관은 “백남준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예술에 전시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작품을 구매하고 후원했다”며 “미디어 아트를 초기부터 인정한 몇 안 되는 미술관”이라고 자부했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10월 17일부터 올해 2월 9일까지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에서 열렸던 동명 전시의 순회전이다. 테이트모던과 달리 19세기에 지어져 여러 개의 작은 방으로 구성된 미술관에 맞춰 16개 전시실에 작품이 배치된다. 스테델레이크 미술관 전시는 8월 23일까지 열리며 이후 2년에 걸쳐 싱가포르와 미국을 순회할 예정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 위에 거대한 모자를 쓴 여인 두상이 나타났다. 세종문화회관은 한국과 스페인 수교 70주년을 기념해 스페인 출신 작가 마놀로 발데스(78)의 조각 작품 ‘La Pamela’를 9일 설치했다. 알루미늄을 재료로 높이 3.85m, 가로세로 6.8m에 이르는 대형 작품이다. 발렌시아에서 태어난 발데스는 1964년부터 스페인의 팝아트 그룹 ‘에키포 크로니카’로 활동했다. 그룹이 해체된 1982년부터 개인으로 활동하며 벨라스케스, 수르바란, 마티스 등 미술의 역사를 차용한 회화, 조각 작품을 만들었다. 사람의 얼굴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조각이 주를 이룬다. La Pamela는 2015년 제작돼 이듬해 영국 말보로 갤러리의 주최로 프랑스 파리 방돔 광장에 전시됐다. 이번 전시는 세종문화회관이 매년 진행하는 ‘야외 공간 큐레이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공모를 통해 선정한 작가전 ‘산려소요(散慮逍遙)’, 하반기에는 ‘상상유희’를 선보였다. ‘La Pamela’는 6월 28일까지 전시되며, 야외에 있기 때문에 무료로 볼 수 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일본 미스터리계의 여왕’이자 사회파 추리소설로 국내에도 마니아층이 두꺼운 ‘미미 여사’, 미야베 미유키가 등단 30주년을 맞아 소설을 내놨다. 그녀가 즐겨 쓰는 소재 중 하나인 에도시대가 배경이다. 가상의 지역 기타미번(藩)의 6대 번주 기타미 시게오키가 갑작스레 연금을 당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22세 다키는 유폐된 시게오키의 요양을 돕지만, 그는 정신착란으로 유폐된 상태다. 앳된 소년에서 중년 여인으로, 또 상스러운 사내처럼 행동하며 좀처럼 종잡을 수 없는 모습. 그러다 창밖의 고요한 진쿄 호수에 정체 모를 소년의 백골이 떠오른다. 16년 전 발생한 어린이 연쇄 실종 사건과 5대 번주의 죽음이 얽히면서 미스터리는 커져간다. 현대 추리물에서 자주 다뤄지는 ‘다중 인격 장애’와 연쇄살인이 시대극에 적용되어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원고지 3000장이 넘는 방대한 양이지만, 낯선 시대적 배경에만 익숙해진다면 대화체로 전개돼 막힘없이 읽힌다. 희생자인지, 살인범인지 알 수 없는 시게오키와 기타미번의 알려지지 않았던 비극이 시선을 붙든다. 여기에 시게오키를 향한 주변 사람들의 애틋한 마음, 특히 다키의 연정이 이야기에 따뜻함을 불어넣는다. 시게오키가 어두운 과거를 딛고 정신질환을 극복하는 과정은 제목처럼 “어떻게든 살아내면 봄은 꼭 찾아온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무(無)관객 콘서트의 온라인 생중계가 공연계 새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판소리와 레게를 접목한 국악 퓨전 그룹 ‘소울소스 meets 김율희’는 14일 신곡 발표회를 유료 온라인 쇼케이스로 진행한다. 소속사 ‘동양표준음향사’ 오정석 대표는 5일 “쇼케이스를 유튜브로 생중계하고, 원하는 시청자가 페이팔 등 온라인 결제로 기부한 금액을 모두 코로나19 피해자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양표준음향사 유튜브 공식 채널은 14일 오전 11시부터 이 팀이 서울 마포구 공연장에서 신곡 ‘Swallow Knows’ 등을 부르고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전 세계에 생중계한다. 오 대표는 “요즘 음악 공연이 잇따라 취소되고, 팬들은 집에서 문화생활을 즐기는 데 착안했다. 힘들어하는 분들과 함께하자는 의미에서 수익을 기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돈화문국악당(예술감독 강은일)은 19∼29일 여는 ‘운당여관 음악회’의 온라인 생중계를 검토 중이다. 고 박귀희 명창이 서울 종로에서 예술인의 아지트처럼 운영한 운당여관을 소재로 한 토크 콘서트. 국악당 관계자는 “코로나 경보가 현재 ‘심각’ 단계에서 내려가지 않으면 생중계로 전환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곳은 지난달 29일 공연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를 온라인으로 생중계했다. 관객을 받지 않고 출연진 구성도 축소했다. 가수 선우정아도 무관객 공연 생중계를 고려하고 있다. 앞서 선우정아는 지난달 말 온라인 생중계한 ‘재즈 박스’ 공연을 4일 유튜브 공식채널에 업로드해 누구나 볼 수 있게 했다. 소속사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관계자는 “선우정아는 물론 다른 음악가의 공연도 온라인 생중계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코로나19 여파로 팬과 음악가가 소통할 무대가 사라진 데 대한 대안”이라고 밝혔다. 한편 코로나19가 유럽에서 확산되면서 2020년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이 8월로 연기됐다. 베니스비엔날레 측은 4일(현지 시간) 당초 5월 23일이던 개막일을 8월 29일로 연기해 11월 29일까지 개최한다고 밝혔다. 올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은 하심 사르키스가 감독을 맡아 ‘어떻게 함께 살 것인가(How will we live together)’를 주제로 열릴 예정이었다. 임희윤 imi@donga.com·김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유럽 확산의 여파로 2020년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이 8월로 연기됐다. 베니스비엔날레 측은 4일(현지시간) 당초 5월 23일부터 11월 29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던 건축전의 개막일을 8월 29일로 연기해 11월 29일까지 개최한다고 밝혔다.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은 하심 사르키스가 감독을 맡아 ‘어떻게 함께 살 것인가’(How will we live together)를 주제로 열릴 예정이었다. 이 결정에 대해 “최근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입국 제한 등 조치가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섬세한 준비가 필요한 향후 몇 주 동안 입국 제한 조치가 도미노 현상을 야기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주최 측은 밝혔다. 또 “하심 사르키스 감독과 초청 건축가, 참가국의 의견을 청취하고 더 완벽한 전시를 선보이기 위해 연기를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비엔날레 측은 또 건축전이 개막하고 한 주 뒤인 9월 2일이 77회 베니스영화제 개막일이어서 더 많은 문화계 관객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할 것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3일(현지시간) 2020아트 두바이(25~28일 개최 예정)도 개막 연기를 결정했다. 앞서 2020 아트바젤 홍콩은 올해 행사를 취소했으며, 같은 시기 열릴 예정이었던 소더비 모던·컨템포러리 미술 경매는 홍콩에서 뉴욕으로 장소를 옮겼다. 4~8일 열리는 미국 뉴욕 아모리쇼는 예정대로 열리고 있다. 한편 문을 닫았던 이탈리아 밀라노의 일부 미술관은 조심스럽게 재개관하고 있다. 미국 예술 전문 매체 아트뉴스에 따르면 지난달 23일부터 휴관했던 밀라노 현대미술관, 프라다미술관은 월요일부터 일부 전시관을 개방했다. 다만 사람들이 모이는 그룹투어나 시네마, 워크숍은 열지 않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등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24개 박물관과 미술관, 도서관은 22일까지 휴관을 연장한다. 문체부는 당초 8일까지였던 휴관을 2주 연장했다. 관련 기관은 국립중앙박물관, 지방박물관 13곳(경주 광주 전주 대구 부여 공주 진주 청주 김해 제주 춘천 나주 익산), 국립민속박물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4곳(과천 서울청주 덕수궁), 국립중앙도서관 3곳(서울 세종 어린이청소년)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방탄소년단(사진) 새 앨범 ‘맵 오브 더 솔: 7’(Map of the Soul: 7)이 미국 빌보드에서 네 번째로 1위에 올랐다. 2일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방탄소년단 정규 4집이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 최신 차트(3월 7일자)에서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빌보드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발매된 ‘맵 오브 더 솔: 7’은 27일까지 42만2000장이 팔렸다. 앨범 4장이 연이어 빌보드 정상에 오른 것은 한국 가수로서는 처음이다. 또 1년 9개월 만에 4번 연속 1위를 달성해, 그룹 중에서는 비틀스 이래 최단 기간이다. 비틀스는 ‘예스터데이 앤드 투데이’부터 ‘매지컬 미스터리 투어’까지 1년 5개월 만에 이 기록을 달성했다. 역대 정상에 오른 비영어권 앨범 10장 중 4장이 방탄소년단의 앨범이기도 하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새로운 미래를 담는 그릇’ 한국의 상(床)을 채울 6번째 주인공은 모래시계와 엽서 속 1920년대 동아일보의 모습이다.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 기념 ‘한국의 상―Time(시간)’전이 3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 로비 ‘한국의 상’에서 열린다. ‘한국의 상’은 올해 100주년을 맞은 동아일보의 브랜드 쇼룸이자 개방형 아트 플랫폼이다. 투명한 유리 용기 속으로 떨어지는 금색, 회색, 연분홍색 모래는 동아일보가 걸어온 100년의 시간을 상징한다. 모래시계와 함께 진열된 엽서에서는 1927년 4월 30일 촬영한 동아일보 옛 사옥(현 일민미술관)의 내·외부 모습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반짝이며 흘러내리는 모래는 시간의 흐름을 성찰하게 만든다. 보통의 모래시계에서 볼 수 있는 손잡이도 생략된 단순한 디자인은 오로지 시간을 돋보이게 한다. ‘한국의 상―Time(시간)’의 메인 오브제로 선정된 모래시계 ‘HAY Time’은 덴마크 브랜드 HAY의 대표 상품이다. 2002년 설립된 HAY는 1930∼1960년대 초반 전성기를 누린 북유럽 디자인의 정신을 젊은 감각으로 승화시켰다. “더 좋은 디자인을 더 많은 사람들이 누리도록 한다”는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한다. 모래시계 앞에는 엽서 5장이 전시됐다. 각각 동아일보 옛 사옥의 신축 당시 전경과 내부의 다양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사장실부터 회의실, 편집국, 영업국, 인쇄장, 활자장(活字場), 사진실, 전화교환실, 안내데스크(객청·客廳) 모습을 담았다. 1920년대 동아일보 기자들이 나무 책상에 앉은 풍경, 사람이 빼곡히 들어찬 활자장, 고풍스러운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사장실의 모습이 흑백 영화를 보는 듯하다. 전화교환실 사진 속에는 수많은 전선이 연결된 거대한 전화기 앞에 앉은 교환수의 모습도 보인다. 이 사옥은 1926년 12월 10일 조선시대 우포도청이 있던 자리에 준공됐다. 준공식이 열린 1926년 12월 11일 동아일보는 ‘오늘부터 새집에서 일을 합니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사설은 조선의 앞길에 등대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오늘 서울의 한복판 경복궁 앞이요, 옛날 육조 앞인 황토마루 네거리에 하늘을 찌르듯이 높고 철근 콘크리트로 불에도 아니 타고 지진에도 아니 무너지고 바람비에도 아니 깎일 굉장한 새집으로 옮겨 갑니다.” 이들 엽서는 동아일보 창간호를 비롯해 주간동아, 신동아, 과학동아, 여성동아, 스포츠동아 등 주·월간지는 물론이고 동아방송 자료까지 보관하고 있는 경기 안산시 안산서고에서 찾아낸 것들이다. 동아미디어그룹의 역사 기록을 담은 안산서고는 허가 받은 사람만 출입할 수 있으며 항온항습 시설을 갖추고 있다. 전시는 15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영화 ‘작가 미상’을 위해 플로리안 헹켈 폰 도네르스마르크 감독은 게르하르트 리히터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며 공을 들였다고 한다. 비록 영화가 개봉한 후 “나 자신이나 화가를 소재로 하지 않기로 했다”며 리히터가 등을 돌렸지만 말이다. 도네르스마르크 감독은 “예술이 가진 치유의 힘을 묘사하고 싶었다”고 했다. 최근에는 예술가들이 직접 메가폰을 잡는 사례도 종종 있다. 영국 출신 작가 스티브 매퀸(51)이 대표적이다. 매퀸은 런던예술대를 졸업하고 1999년 터너상을 받았다. 데이미언 허스트가 포함된 영 브리티시 아티스트(yBa) 중 한 명으로도 꼽혔지만 이제는 영화감독으로 더 유명하다. 매퀸이 연출한 영화 ‘노예 12년’(2013년)은 미국 아카데미와 영국 아카데미(BAFTA)에서 작품상을 받았다. 미국 출신 화가 줄리언 슈너벨(68)은 깨진 도자기 조각을 활용한 ‘플레이트 회화’로 이름을 알렸다. 1980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안젤름 키퍼, 게오르크 바젤리츠와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 슈너벨 역시 1996년 장미셸 바스키아의 자전 영화 ‘바스키아’를 연출하며 영화계에서 더 큰 입지를 다졌다. 메가폰을 잡은 아티스트 중 자신의 예술 세계를 가장 파급력 있게 보여준 사람은 얼굴 없는 화가로 널리 알려진 영국의 뱅크시다. 그가 연출한 다큐멘터리 영화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2010년)는 미술 시장의 허위를 신랄하게 드러냈다. 이 다큐멘터리는 빈티지 옷가게를 운영하는 티에리 게타가 ‘스트리트 예술 거장’이 되는 과정을 담는다. 게타는 그림을 그려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런데 뱅크시의 제안으로 ‘미스터 브레인워시’라는 필명으로 전시회를 연다. 뱅크시는 ‘미스터 브레인워시’를 극찬하는 언론 플레이를 펼친다. 첫 전시에서 ‘미스터 브레인워시’는 그림을 모두 팔아치운다. 그 뒤의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담은 것이 바로 ‘선물 가게…’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