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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주일 동안 국내에서 영국·남아프리카공화국발(發)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41명 발생했다. 지난해 12월 변이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이 처음 확인된 뒤 주간 기준으로 가장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전파력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도 조금씩 빨라지는 양상이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4일 발표한 대국민 담화를 통해 현재 상황을 ‘4차 유행의 갈림길’로 진단하며 “하루 평균 500여 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지금 유행이 다시 확산되면 짧은 시간 내에 하루 1000명 이상으로 유행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생산지수 등 유행지표 일제히 악화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4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543명이다. 5일 연속 500명대다. 주말이라 검사인원이 평일의 절반 수준이었는데도 500명을 넘었다. 최근 일주일 상황을 보면 조만간 재유행이 닥쳐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다. 3월 28∼4월 3일 하루 평균 확진자는 495.4명으로 직전 일주일(3월 21∼27일)보다 60명 가까이 늘었다. 최근 일주일 감염 재생산지수도 1.07을 기록해 직전 일주일(0.99)보다 상승했다. 감염자 1명의 전파력을 말하는 재생산지수가 1.0을 넘으면 유행이 커지는 걸 뜻한다. 일주일 기준 영국과 남아공발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도 처음 40명을 넘으면서 지금까지 330명으로 늘었다. 확산 양상도 우려스럽다. 일부 다중이용시설을 중심으로 발생한 집단감염이 일상생활 곳곳으로 파고들면서 확진자가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부산 유흥주점 집단감염이다. 4일 기준 관련 확진자는 233명으로 늘었다. 유흥주점 종사자가 목욕탕을 이용하면서 헬스장 등 다른 시설로 이어지고, 유흥주점 이용자를 통해 같은 직장 동료가 감염되는 등 지역사회에서 전파가 계속되고 있다. ○ 방역 강화 비웃는 ‘방역 해이’지난달 29일부터 시행된 ‘강화된 기본 방역수칙’의 계도기간이 4일로 끝났다. 5일부터는 식당 등을 이용할 때 일행의 출입명부를 모두 작성해야 과태료 부과 등 처벌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방역수칙 의무화가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질지 의문이다. 수도권의 경우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심야 야외활동을 즐기는 젊은층이 늘고 있다. 식당과 주점 등이 문을 닫는 오후 10시 이후 공원 등 야외에 모이거나 아예 2차 술자리를 갖는 것이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박모 씨(28·여)는 “밤마다 경의선숲길을 산책하는데 오후 10시가 지나면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앉아 소주를 마시고 과자를 먹는 사람들이 자주 보여 걱정된다”고 말했다. 발열 등 증상이 있어도 검사를 받기보다 외부활동을 계속 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울산, 경남 진주시에서 발생한 목욕탕 집단감염의 경우 감기나 몸살 등의 증상이 있는 확진자가 검사 대신 목욕탕을 방문하면서 발생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2, 3월 집단감염 3606명 중 유증상자의 시설 이용이 원인인 게 834명(23%)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4일 중대본 회의에서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일촉즉발의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이번 주에도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 좀 더 강도 높은 방역대책을 검토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김소영 ksy@donga.com·이지윤 기자}

“부비트랩 파편 맞고도 살았는데 백신 주사가 무슨 큰일이겠어요.” 서울 성북구에 사는 이재성 씨(75)는 1일 서울 성북구 성북아트홀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취재진에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가 쓴 모자에는 ‘국가유공자’ 글씨가 선명히 새겨져 있었다. 이 씨는 1967년 베트남전에 파병된 참전 용사다. 그의 배와 등에는 당시 작전 중 부비트랩이 폭발해 파편 30여 개에 맞아 생긴 흉터가 남아있다. 이 씨는 “코로나19 확진자가 500명을 넘어 다시 위기상황이지만 다들 접종 잘 받고 방역수칙을 지켜 이번 위기를 넘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전국서 이어진 백신접종 행렬 75세 이상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화이자 백신 접종이 시작된 1일, 서울에서 제주까지 전국에서 백신접종 행렬이 이어졌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황병옥 씨(97·여)도 이날 오전 성동구청 강당에 마련된 접종센터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았다. 분홍색 경량패딩과 자주색 바지에 분홍색 러닝화를 신고 나타난 황 씨는 “작년에 사위가 옷을 사줬는데 코로나19로 나갈 일이 없어 새 옷 같다”고 말했다. 황 씨는 사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을지 말지 고민했다. 자녀들이 “백신을 맞아도 괜찮겠냐”고 걱정했기 때문. 그는 10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져 한 달 동안 입원했다. 지금도 고혈압, 고지혈증, 천식을 앓고 있다. 황 씨는 “그래도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되라고 맞으러 나왔다. 다들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접종을 마친 황 씨는 “아무 이상 없다”며 주사 맞은 부위를 보여줬다. 제주 제주시 일도1동에 사는 백학기(90) 조연숙(84·여) 씨 부부는 한라체육관에서 함께 접종을 받았다. 백 씨는 “기왕 맞을 거면 빨리 맞아야지”라며 “부부가 함께 맞아서 좋다”고 했다. 백 씨는 이동하는 내내 허리가 안 좋아 걸음이 느린 아내를 챙겼다. 부부는 2년 전 제주도에 정착했다. 조 씨는 “둘이 있는 것도 좋지만 빨리 접종이 다 돼서 마을 경로당을 열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의료진도 이날 바쁜 하루를 보냈다. 꼬박 1년 전 코로나19 1차 유행의 중심에 있었던 대구 중구 대구동산병원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첫 백신 접종을 진행했다. 이 병원 이명순 외래 간호팀장은 “코로나19 환자가 끝없이 들어오던 게 엊그제 같은데 백신을 접종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전했다. 방역당국은 이날 하루 전국적으로 2만여 명이 접종을 완료한 것으로 추산했다. 75세 이상 고령층 총 350만8975명의 약 0.6%에 해당한다. 지난달 28일까지 접종 여부를 결정한 고령층 204만1865명 중 175만8623명(86.1%)이 접종에 동의했다.○ 정은경 청장도 백신 접종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이날 오전 충북 청주시 흥덕구보건소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차 접종을 받았다. 지난달 23일 문재인 대통령이 백신 접종을 받을 때 간호사가 칸막이 뒤로 잠시 이동해 ‘백신 바꿔치기’ 의혹이 나왔던 점을 고려해서인지 이날은 간호사가 정 청장 앞에서 주사기로 백신을 추출한 뒤 바로 접종했다. 정 청장은 “고혈압 약을 먹고 있지만 잘 컨트롤하고 있다. 예방접종에 대비해 어제 많이 잤다”고 말했다. 접종한 후에는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며 “오늘 내가 얼마나 아픈지 잘 봐야겠다. 시간대별로 일기를 쓸까”하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국제 백신 공유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 추가 도입 물량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새로 들여오는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21만6000명분, 화이자 14만8500명분으로 각각 3일과 6월에 국내로 반입될 예정이다. 정부가 화이자사와 개별 계약한 화이자 백신도 4월 50만 명분, 5월 87만5000명분, 6월 162만5000명분을 들여오기로 했다.이미지 image@donga.com·이지윤 / 청주=이지운 기자}

인천 강화군의 한 폐교에서 합숙생활을 해오던 정수기 방문판매업체 종사자들이 무더기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판정을 받은 가운데 전국의 노래방, 주점, 유흥업소 등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강화군은 길상면의 한 폐교에서 합숙생활을 해 온 정수기 방문판매업체 종사자 65명 가운데 58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28일 밝혔다. 합숙생활을 했던 10명 중 9명꼴로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이다. 나머지 6명은 음성, 1명은 검체 검사를 진행 중이다. 확진자들의 주소지는 서울이 25명, 경기 15명, 인천 15명, 광주 1명, 강원 1명, 경북 1명 등이다. 방역당국은 이 정수기 업체가 특정 종교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정밀 역학조사를 하고 있다. 정수기 방문판매업체 종사자 65명 가운데 42명은 폐교에서 집단생활을 했고 6명은 200m 떨어진 인근 상가 건물을 개조한 숙소에서 생활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수기 업체 측은 이 폐교를 6년째 무단 점거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화교육지원청은 군내 한 초등학교를 폐교한 이후 2002년 한 관광수련원과 대부계약을 맺은 뒤 2012년 계약을 종료했다. 3년 뒤인 2015년 해오름국제교육문화원이라는 단체가 이 폐교를 무단으로 점거한 채 현재까지 사용해왔다. 이 단체가 문제의 정수기 방문판매업체를 운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화교육지원청은 2017년 해당 단체가 무단 점거하던 폐교를 비우기 위해 강제집행을 시도했지만 단체 관계자들이 강하게 저항해 무산됐다. 인근 주민들은 “폐교 안에서 찬송가 비슷한 노래가 흘러나와 사이비 종교단체인 것으로 생각했다”며 “강제집행 시도 이후에 주변에 높은 철조망이 둘러쳐져 접근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방역당국은 강화군과 서울 관악구에서 각각 업체 관계자 2, 3명이 처음 확진된 뒤 동선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합숙생활을 해 온 사실을 확인했다. 강화군은 확진자 중 3명이 동선과 관련해 허위 진술을 하는 등 역학조사를 방해했다고 보고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광주에서는 동구 동전노래방에서 22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누적 확진자가 16명으로 늘었다. 28일 시에 따르면 동전노래방 지역별 확진자는 광주 10명, 전남 3명, 전북 2명, 경기 연천군 1명이었다. 확진자는 대부분 20대였고 대학생이 많았다. 대전 서구의 한 횟집과 인근 주점 방문자를 중심으로도 확진자가 잇달아 발생했다. 시에 따르면 26일 확진된 20대 남성은 둔산동 주점 술집 종업원으로 19일 인근 횟집을 방문했다. 이후 횟집과 술집 방문자, 술집 종업원 등과 접촉한 1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충남 아산의 한 병설유치원에서도 원생 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병설유치원 교사와 접촉한 원생 4명이 26일, 1명이 27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교사는 25일 서울 관악구 확진자와 접촉했다. 부산에서는 유흥업소 관련 신규 확진자가 급격히 늘었다. 28일 부산시에 따르면 전날 56명을 포함해 주말 동안 총 96명이 추가 확진됐다. 이 중 유흥업소와 관련된 확진자는 종사자와 이용자 등 47명이다. 시 보건당국 관계자는 “지금까지 확진된 유흥업소 종사자는 24명이며 이들은 동구, 중구, 서구, 영도구 등을 중심으로 여러 업소를 옮겨 다니며 일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3차 유행이 4개월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들어 확진자 증가세가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이달 중순만 해도 하루 400명 안팎이던 신규 확진자는 조금씩 늘어나면서 주말 사흘간 500명 안팎까지 올라왔다. 특히 27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505명으로, 36일 만에 500명을 넘었다. 휴일 영향으로 검사 수가 절반가량 줄었는데도 28일 신규 확진자는 482명이 나왔다.인천=차준호 run-juno@donga.com / 대전=이기진 / 이지윤 기자}
서울 송파구에서 개인트레이닝(PT) 헬스장을 운영하는 정은주 씨(37). 그는 지난해 5월 이후 세 차례 나온 재난지원금 액수가 점점 늘고 있지만 고맙다는 생각은 줄고 ‘공평한 지원’인지 되레 의문이 커졌다고 했다. 매장 운영이나 수입 지출이 제각각인데 업종이 같다고 똑같은 금액을 주는 방식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정 씨는 “탁상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대구의 한 호프집 사장인 박모 씨(39)는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하자 치킨 배달을 시작했다. 아들이 배달을 돕느라고 오토바이를 타다 넘어져 다칠 때마다 억장이 무너졌다. 그에게 재난지원금은 ‘가뭄에 단비’였다. 박 씨는 “지원금 덕에 너무 먼 곳까지는 배달을 나가지 말라고 얘기할 여유가 생겼다”고 했다. 재난지원금 지급 10개월 만에 지원 규모가 30조 원을 넘어선 가운데 수혜자들의 평가는 ‘불만 반, 만족 반’으로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동아일보가 전국의 수혜층인 헬스장 주인, 노점상, 시장 상인, 프리랜서, 영세농민 등 48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다. 29일 시작되는 4차 재난지원금 지원 때 70만 원을 받게 된 전세버스 회사 사장 겸 기사인 김중배 씨(61)는 “2억2000만 원짜리 25인승 버스를 반값에 내놔도 팔리지 않는 판에 70만 원으로 뭘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와 달리 광주에서 짱뚱어탕 식당을 하는 한모 씨(57)는 “누군가에게는 100만 원, 200만 원이 적은 돈일 수 있지만 적어도 내겐 폐업을 막아준 자금”이라고 말했다. 본보가 만난 소상공인들은 지원금을 방역지침 준수로 생긴 손실에 대한 보상으로 여기고 있었다. 일종의 권리인 만큼 지원금 자체가 정치적 판단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했다. 대리운전 기사인 이상국 씨(48)는 “지원금을 두고 선거에서의 유불리를 따지는 것 자체가 국민 가슴에 돌을 던지는 셈”이라고 말했다.박성진 psjin@donga.com·김하경·이지윤 기자}

27일(현지 시간) 하루 브라질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확진자가 8만3039명이 나왔다. 이틀 전에는 9만7586명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고 가장 많았다. ‘최악의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은 이제 시작’이라는 절망적 관측이 현지에서 나온다. 유럽도 비상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27일로 나란히 백신 접종 3개월을 맞았다. 하지만 확진자가 줄기는커녕 계속 늘어나면서 추가 봉쇄에 나섰다. 공교롭게 이들 국가의 백신 접종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1월 18일 시작한 브라질의 접종률은 6.1%, 독일과 프랑스는 각각 10.3%와 10.6%다. 영국(43.2%)의 4분의 1 수준이다. 접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고, 방역조치가 반발에 부딪히며 다시 팬데믹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유일한 해결책인 백신 접종 확대를 위해 각국이 물량 확보에 나서면서 ‘자국 우선주의’도 심해지는 분위기다. 손에 쥔 백신 물량은 적고, 방역 피로도가 높아진 한국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백신 접종 속도에 엇갈린 ‘2021 팬데믹’ 인도 상황도 비슷하다. 1월 16일 접종을 시작했지만 비율은 3.6%로 브라질보다 낮다. 2월 초 1만 명대였던 인도의 하루 확진자는 최근 6만 명대로 폭증했다. 영국 상황은 대조적이다. 지난해 12월 8일 세계 최초로 백신 접종을 시작했는데 25일(현지 시간) 기준 접종률은 43.9%다. 접종 초반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올해 초 5만 명을 웃돌았지만 최근 5000명대 이하로까지 떨어졌다. 미국은 여전히 누적 확진자(약 3091만 명)가 세계에서 가장 많다. 하지만 대규모 접종 덕분에 1월 말 이후 사망자와 확진자가 줄었다. 1월 초 하루 확진자가 30만 명을 넘기도 했으나 최근 6만 명 선으로 줄어들었다. 사망자도 하루 5000명에서 1000명 수준으로 낮아졌다. 26일 현재 미국의 백신 접종률은 26.8%다. 접종률 60%를 넘긴 이스라엘은 확진자 수가 500명대 수준이다.○ 예측보다 무서운 변이… ‘백신 방심’도 독(毒) 코로나19 재확산을 불러온 건 더딘 접종 속도 탓이지만 변이 바이러스의 급속한 확산 영향도 크다. 브라질 상파울루대가 확진자 7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4%에 해당하는 47명이 ‘P.1.’으로 불리는 북부 아마조나스발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로 확인됐다. 이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는 브라질 27개 주 가운데 최소 20개 주에서 발생했다.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는 백신 접종 속도보다 빠르다. 남미 칠레의 접종률은 세계 3위(33.3%). 하지만 27일 하루 확진자 수는 7592명이었다. 이전 최고치(지난해 6월 14일, 8122명)에 육박했다. 칠레는 7개월 만에 수도 산티아고를 포함해 여러 지역을 재봉쇄했다. 접종 시작 후 흐트러진 방역의식도 무시할 수 없다. 영국과 이스라엘 모두 접종 초반 확진자 수가 늘었다. 접종과 함께 적절한 방역정책이 병행되지 않으면 오히려 방심이 확산세를 키울 수 있다.○ ‘백신 확보전’ 가열… 접종률 낮은 한국도 불안 새로운 팬데믹 상황은 ‘백신 국수주의’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세계의 백신공장’으로 불리는 인도는 최근 자국에서 생산된 아스트라제네카의 수출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노바백스는 원재료 부족으로 유럽연합(EU)과의 공급 계약 체결을 일시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한 달을 막 넘긴 한국의 백신 접종률은 1.6%다. 그동안 ‘사회적 거리 두기’ 영향으로 확진자가 크게 늘지 않았지만, 최근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2분기(4∼6월) 백신 도입에 차질이 생길 경우 ‘4차 유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한다. 안광석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최대한 백신을 확보해 빠른 시간 내에 접종하는 것이 방법이지만 ‘백신 국수주의’로 인해 당장은 힘든 상황”이라며 “방역수칙을 최대한 준수하며 감염자를 줄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김성규 sunggyu@donga.com·조유라·이지윤 기자}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뒤 이상 반응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백신 휴가’를 도입하기로 했다. 백신 휴가 사용은 의사 소견서 없이도 접종 후 최대 이틀까지 가능하다. 정부는 기업 등에 유급휴가 또는 병가 형태로 백신 휴가를 줄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이를 위한 예산 지원은 없어 사업장별 도입 격차가 클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백신 휴가 활성화 방안을 확정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다음 달 1일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이 나타난 접종자는 의사 소견서 없이 신청만으로 휴가를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나타난 대표적 이상 반응은 접종 부위 통증(28.3%), 근육통(25.4%), 피로감(23.8%), 두통(21.3%), 발열(18.1%) 등이다. 이 경우 휴가 사용은 접종 다음 날 하루를 쓸 수 있고, 이상 반응이 계속될 경우 추가로 하루를 더 쓸 수 있다. 연차나 월차와는 별도다. 통상 접종을 받은 뒤 10∼12시간 이내에 이상 반응이 나타나 2일 이내에 호전되는 점을 반영했다. 만약 48시간 넘게 이상 반응이 지속될 경우에는 병원을 찾아야 하는 만큼 이 이후는 백신 휴가 지급 일수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그간 백신 접종자들 사이에서는 생각보다 접종 후 발열이나 통증이 심한 경우가 많다며 백신 휴가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커져 왔다. 질병관리청은 “지금까지 접종자의 32.8%가 불편함을 호소했다”며 “의료기관에 정식으로 신고된 이상 반응 사례는 전체 접종자의 1.4%”라고 전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모든 접종 대상자에게 휴가를 부여할 필요성은 떨어져 이상 반응이 나타날 경우 휴가를 부여하기로 했다”며 “진단서나 확인서를 요구하면 많은 접종자가 의료기관에 몰릴 가능성이 있어 증빙자료 없이 쓸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백신 휴가는 다음 달부터 접종이 시작되는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및 경찰, 소방관, 군인 등 사회 필수 인력에 전격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는 근무지 상황에 따라 병가나 유급휴가를 적용받을 것으로 보이며 사회 필수 인력은 복무규정에 따라 ‘병가’를 적용받게 된다. 정부는 기업 등 민간 부문도 근로자의 임금 손실이 없도록 별도의 유급휴가를 주거나 병가 제도를 활용하도록 권고 및 지도하기로 했다. 또 접종 당일에도 접종에 필요한 시간에 대해서는 공가나 유급휴가 등을 적용할 것을 권고했다. 정부는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 부처와 함께 각 사업장에 협조를 당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접종받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바꿔치기 된 것이란 인터넷 의혹이 제기되자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제가 (백신을) 맞아보니 안심해도 된다”는 접종 후기를 올렸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24일 브리핑을 열고 “(문 대통령) 주사기를 바꿔치기했다는 허위 정보글이 유포되는 것은 백신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며 “해당 인터넷 게시글을 허위 사실을 적시해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의뢰 주체는 범정부 차원의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이다. 경찰은 즉시 내사에 착수했다. 23일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문 대통령이 접종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화이자 백신으로 바꿔치기됐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등장했다. 한 커뮤니티에서는 “(간호사가) 캡(뚜껑)이 열린 주사기로 주사약을 뽑더니, (안 보이는) 뒤로 가서 캡이 닫혀 있는 주사기를 들고 왔다”는 글이 올라왔다. 문 대통령이 서울 종로구보건소에서 백신 접종을 받을 때 간호사가 칸막이 뒤로 가 백신을 바꿨다는 의혹이다. 방역당국은 문 대통령 백신 접종 당시 주사기 뚜껑을 뺐다가 다시 씌운 것은 맞지만, 오염 방지를 위한 정상적인 의료 활동이라고 밝혔다. 홍정익 방대본 예방접종기획팀장은 “바이알(약병)에서 약을 뽑고 나서 다른 작업을 할 경우 오염 방지를 위해 뚜껑을 다시 씌우는 경우가 있다”며 “이는 간호사 등 의료인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고재영 방대본 위기소통팀장은 “통상 (의료진이) 앉아 있는 상태에서 바로 접종하는데 당시 촬영 준비에 시간이 걸려 오염 방지를 위해 뚜껑을 씌운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전날 접종받은 백신 관련 글을 올렸다. 문 대통령은 “만 하루와 7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별 탈이 없다”며 “밤늦게 미열이 있었는데 해열진통제를 먹고 잤더니 개운해졌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평소 고혈압인데 혈압에도 아무 영향이 없는 듯하다”며 “이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 논란을 끝내기 바란다”고 당부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광주 북구 동행재활요양병원은 65세 이상 고령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24일 시작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하루 앞당겨 23일 접종을 시작했다. 이날 퇴원하는 80대 할머니 A 씨가 “꼭 백신을 맞고 싶다”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이 요양병원에선 접종 기피 대신 A 씨처럼 ‘먼저 맞겠다’고 나서는 환자가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첫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약병(바이알) 1개당 13명씩, 총 26명에게 접종이 이뤄졌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보통 10명분인데 잔량을 줄여주는 최소잔여형(LDS) 주사기를 이용하면 13명까지도 접종이 가능하다. 이날 전국 1651개 요양병원의 65세 이상 입원·종사자 37만7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고령층에 대한 본격적인 접종 시작에 방역당국은 이전보다 더 긴장하는 분위기다.○ 병원마다 접종 분위기 ‘온도차’ 이날 전국 요양병원은 자체 접종을 하거나 지역 보건소를 방문하는 방식으로 고령층 접종에 나섰다. 낮 12시 반경 대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백신을 맞은 김모 씨(69)는 “불안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막상 맞으니 걱정이 사라졌다”고 소감을 말했다. 관리직원 김모 씨(67)도 “맞은 뒤 별다른 이상은 느끼지 못했다. 많은 분이 빨리 백신을 맞고 코로나19에서 벗어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요양병원 내 65세 이상의 접종 동의율은 75.2%였다. 하지만 접종 첫날 현장 분위기는 병원마다 차이가 났다. 24일 접종을 시작하는 경기 의정부시 카네이션요양병원은 대상자 70명 전원이 접종에 동의했다. 노동훈 원장은 “동의율 100%에 저희도 놀랐다”며 “부작용 가능성이나 먼저 맞은 직원들의 반응 등을 있는 그대로 자세히 말씀드린 것이 신뢰를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경기 남부의 한 요양병원은 동의율이 30%대에 그쳤다. 병원 관계자는 “임종을 앞두신 분이나 중증 기저질환이 있는 분이 많아 동의율이 낮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요양병원 간호사도 “우리 병원은 대상자 200명 중 절반 정도가 동의했다. 동의하지 않은 분은 대부분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역적으로는 제주(81.9%)와 충남(80.4%)의 접종 동의율이 높았다. 반면 대구(62.0%)와 경북(68.5%) 지역은 낮았다. 대구의 한 요양병원 원장은 “초기에 대구경북에서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이미 면역이 형성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고령층에 대한 접종이 이뤄지는 만큼 더 면밀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속도 내는 백신 접종 고령층 접종 시작 후 다른 우선 대상자에 대한 접종이 차례로 실시된다. 30일에는 요양시설 및 정신요양·재활시설 내 65세 이상, 다음 달 1일에는 75세 이상 일반 고령층에게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75세 이상 일반 고령층은 화이자 백신을 맞는데, 이들에게 접종할 화이자 백신 25만 명분이 24일 항공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다. 백신은 도착하자마자 전국 22개 접종센터로 배송된다. 다만 일부 요양병원에서는 최근 불거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부작용 논란에 따라 접종 속도를 조절하는 모습도 보인다. 경기 지역의 한 요양병원 원장은 “젊은 직원들이 맞은 뒤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고 유럽 상황 등을 보니 강하게 접종을 권유하기 힘들다.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요양병원은 백신을 수령한 지 5일 내에 접종을 마쳐야 하지만 당국은 병원별로 일정 조정에 여유를 주기 위해 2주 내에 접종을 마치도록 지침을 바꿨다.청주=김성규 sunggyu@donga.com / 김소민·이지윤 기자}

정부합동조사단과 경찰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을 조사하던 와중에도 경기 광명·시흥의 신도시 개발예정지에서는 투기로 의심되는 정황이 지속적으로 목격됐다. 경기 광명시 옥길동의 3355m² 규모 밭에서는 10일 나무 식재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곳은 광명·시흥 일대 10개 필지를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LH 경기지역본부 3급 직원의 옥길동 땅에서 불과 1km 떨어진 곳이다. 인부들은 7일부터 4일간 이곳에 무궁화와 단풍나무 등을 심고 잡초가 자라지 않게 부직포를 덮는 작업을 했다고 한다. 이곳은 지난해 8월 총 6명이 지분을 쪼개 매입했다. 그 전까진 한 농민이 1982년부턴 38년간 보유했다. 인근 주민들은 “땅 주인이 와서 밭을 살피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나무 심기 작업도 모두 용역업체 인부들이 했다”고 말했다. 용역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의뢰받은 대로 나무를 심기만 했다. 의뢰한 사람에 대해서는 모른다”며 말을 아끼다가 “갑자기 안 심던 나무를 심은 걸 보면 투기가 아니겠느냐”라고 귀띔했다. 이 토지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사용 목적을 뜻하는 지목 항목이 ‘논(畓)’으로 표기되어 있다.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덤프트럭이 동원돼 흙을 메워 밭으로 만드는 작업이 진행됐다고 한다. 한 토지 전문 감정평가사는 “투기 목적으로 땅을 매입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손이 많이 가는 논농사를 짓기가 어려워 논을 매입한 경우 밭으로 바꾼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실이 11일 광명시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해당 토지 소유주들은 땅을 매입하며 제출한 농업경영계획서에 주 재배 예정 작물은 ‘벼’로, 노동력 확보 방안은 ‘자기노동력’으로 기재했다. 재배 예정 작물을 사실과 다르게 적거나 직접 농사를 지을 것처럼 써놓고 실제로는 작업 인부를 동원하는 것은 투기 의혹을 받는 LH 직원들이 사용했던 수법이다. 신도시 개발예정지인 시흥시 과림동에는 최근 투기 의혹이 불거진 뒤 묘목 식재 등 작업이 중단된 곳도 있다. 이날 과림동의 한 논에는 중앙에 직사각형 형태의 녹색 펜스가 쳐져있고 비닐하우스를 만드는 철골 등 자재가 쌓여 있었다. 이곳은 1978년 이후 거래가 없다가 올 1월 2명에게 분할돼 거래됐다. 인근의 한 업체 관리인은 “2월 중순까지 한창 이런저런 작업을 하더니 2월 말부터 갑자기 아무런 작업도 하지 않고 있다”며 “투기 관련 뉴스가 계속 나오니 몸을 사리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과림동은 LH 직원들이 매입한 땅 중 7개 필지가 포함된 곳이다. 과림동 주민에게 “LH 직원에게 소개를 받아 산 땅”이라고 공공연히 밝힌 땅 소유주도 있었다.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과림동의 1056m² 규모 밭을 매입한 한 소유주는 동네 주민에게 인사를 하면서 “LH에서 이곳을 사면 곧 개발제한이 풀린다고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취재팀이 해당 소유자의 밭에 가보니 대형 비닐하우스 안에 150cm 높이의 대추나무 묘목들이 1m 간격으로 심어져 있었다. 한 주민은 “(땅 주인이) LH 직원과 친하다고 얘기하더라”라며 “밭을 산 뒤 대추나무 묘목을 심어놓고 올해 1월 그 위로 비닐하우스를 덮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나무가 커야 하는데 빽빽이 심어놓고, 그 위로 비닐하우스를 덮는 건 누가 봐도 이상하다. 나무를 키우려는 목적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조응형 yesbro@donga.com / 광명·시흥=이지윤·오승준 기자}

정부합동조사단과 경찰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을 조사하던 와중에도 경기 광명·시흥의 신도시 개발예정지에서는 투기로 의심되는 정황이 지속적으로 목격됐다. 경기 광명시 옥길동의 3355㎡ 규모 밭에서는 10일 나무 식재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곳은 광명·시흥 일대 10개 필지를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LH 경기지역본부 3급 직원의 옥길동 땅에서 불과 1km 떨어진 곳이다. 인부들은 7일부터 4일간 이 곳에 무궁화와 단풍나무 등을 심고 잡초가 자라지 않게 부직포를 덮는 작업을 했다고 한다. 이 곳은 지난해 8월 총 6명이 지분을 쪼개 매입했다. 그 전까진 한 농민이 1982년부턴 38년 간 보유했다. 인근 주민들은 “땅 주인이 와서 밭을 살피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나무 심기 작업도 모두 용역 업체 인부들이 했다”고 말했다. 용역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의뢰받은 대로 나무를 심기만 했다. 의뢰한 사람에 대해서는 모른다”며 말을 아끼다가 “갑자기 안 심던 나무를 심은 걸 보면 투기가 아니겠느냐”라고 귀띔했다. 이 토지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사용 목적을 뜻하는 지목 항목이 ‘논(畓)’으로 표기되어 있다.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덤프트럭이 동원돼 흙을 매워 밭으로 만드는 작업이 진행됐다고 한다. 한 토지 전문 감정평가사는 “투기 목적으로 땅을 매입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손이 많이 가는 논농사를 짓기가 어려워 논을 매입한 경우 대부분 밭으로 바꾼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실이 11일 광명시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해당 토지 소유주들은 땅을 매입하며 제출한 농업경영계획서에 주 재배 예정 작물은 ‘벼’로, 노동력 확보 방안은 ‘자기노동력’으로 기재했다. 재배 예정 작물을 사실과 다르게 적거나 직접 농사를 지을 것처럼 써놓고 실제로는 작업 인부를 동원하는 것은 투기 의혹을 받는 LH 직원들이 사용했던 수법이다. 신도시 개발예정지인 시흥시 과림동에는 최근 투기 의혹이 불거진 뒤 묘목 식재 등 작업이 중단된 곳도 있다. 이날 과림동의 한 논에는 중앙에 직사각형 형태의 녹색 펜스가 쳐져있고 비닐하우스를 만드는 철골 등 자재가 쌓여있었다. 이곳은 1978년 이후 거래가 없다가 올 1월 2명에게 분할돼 거래됐다. 인근의 한 업체 관리인은 “2월 중순까지 한창 이런저런 작업을 하더니 2월말부터 갑자기 아무런 작업도 하지 않고 있다”며 “투기 관련 뉴스가 계속 나오니 몸을 사리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과림동은 LH 직원들이 매입한 땅 중 7개 필지가 포함된 곳이다. 과림동 주민에게 “LH 직원에게 소개를 받아 산 땅”이라고 공공연히 밝힌 땅 소유주도 있었다.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과림동의 1056㎡ 규모의 밭을 매입한 한 소유주는 동네 주민에게 인사를 하면서 “LH에서 이곳을 사면 곧 개발제한이 풀린다고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취재팀이 해당 소유자의 밭에 가보니 대형 비닐하우스 안에 1m 50㎝ 높이의 대추나무 묘목들이 1m 간격으로 심어져있었다. 한 주민은 “(땅주인이) LH 직원이랑 친하다고 얘기하더라”며 “밭을 산 뒤 대추나무 묘목을 심어놓고 올해 1월 그 위로 비닐하우스를 덮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나무가 커야 하는데 빽빽이 심어놓고, 그 위로 비닐하우스를 덮는 건 누가 봐도 이상하다. 나무를 키우려는 목적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조응형기자 yesbro@donga.com이지윤기자 asap@donga.com}
3기 신도시 경기 광명·시흥지구의 땅을 여러 곳 보유해 투기 의혹을 받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기지역본부 3급 A 씨가 신도시 개발지역 인근인 시흥시 매화동에도 2645m² 규모의 땅을 올 1월에 공동 매입한 것으로 9일 파악됐다. A 씨는 올해 1월 시흥시 매화동의 한 농지를 3명과 공동으로 매입해 지분을 4분의 1씩 나눠 가졌다. 매입가는 총 16억 원으로 1평(약 3.3m²)당 200만 원 정도다. 국토교통부 발표와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 씨가 광명·시흥지구 일대에 보유한 땅은 5개 동 10개 필지다. A 씨와 A 씨 아내가 보유한 지분을 더하면 토지 규모가 약 5248.25m²에 매입가가 약 18억9723만 원에 달한다. 인근 부동산 등에 따르면 매화동 땅은 개발지역과 불과 2km 떨어져 있어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는 땅이라고 한다. A 씨가 보유한 개발지역 내 땅은 기대 수익이 토지 보상액 등으로 제한되는 데 비해 매화동 땅은 개발 후 시세가 크게 오를 것이라는 게 인근 업자들의 설명이다. 부동산 관계자는 “2024년 개통 예정인 신안산선 매화역도 가까워 호재가 많다. 이미 평당 20만∼30만 원 정도 올랐고 요즘은 매물이 없어 사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A 씨는 광명·시흥 일대 농지를 구매하며 농업경영계획서에 ‘고구마’ 등을 재배 예정 작물로 기재해두고 실제로는 보상에 유리한 용버들 같은 묘목을 심는 수법을 반복했다. 매화동 땅에서도 이 같은 시도를 한 정황을 찾아볼 수 있었다. 해당 농지에는 한 농민이 이전에 배추와 파 등을 키우고 있었는데, 1월 땅이 팔린 후 부동산 중개업자가 찾아와 “나무를 심어야 하니 5월까지 땅을 모두 비워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한 토지 전문가는 “해당 지역은 개발지역 밖이라 묘목을 심어도 보상을 받을 수는 없다. 관할 지자체의 조사 등을 피하기 위해 위장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LH 전북지역본부에서 근무한 직원 B 씨(3급)가 배우자 등 가족 명의로 광명시 개발지역 땅 1623m²를 구매한 사실도 이날 추가로 드러났다. 해당 토지는 2017년 8월 3명이 4억9000만 원에 공동으로 매입했는데, 공유자 중 한 명은 B 씨의 아내였고 나머지 한 명은 B 씨의 친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의 어머니가 2019년 광명시 가학동의 땅 66m²를 매입한 사실도 드러났다. 해당 부지는 이번 3기 신도시 개발 계획에 포함되지는 않았다. 양 의원 측은 “모친의 투자 사실을 알지 못했다. 모친과 논의해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경기 하남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은영 의원의 어머니 A 씨가 3시 신도시인 하남 교남 일대의 땅을 사들여 수억 원대의 시세 차익을 얻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당 윤리감찰단에서 진상 파악을 위한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광명·시흥=조응형 yesbro@donga.com / 이지윤·박종민 기자}

경기 광명과 시흥 등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했던 내용과 전혀 다르게 농지를 운영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벼를 재배하겠다고 해놓고 묘목을 심고, 자기 노동력만으로 농사를 짓겠다면서 승합차로 인부들을 동원한 것이다.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산 뒤 지자체에 허위 신고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이 시흥시와 광명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A 씨(3급) 등 LH 직원들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광명·시흥지구 내 필지 14곳 중 8곳의 농업경영계획서를 관할 지자체에 제출했다. 현행 농지법은 투기 방지를 위해 경영 목적의 농지를 매입한 경우 지자체에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해 농지취득자격을 증명받아야 한다. 이들 농지의 운영 실태를 확인한 결과 계획서에는 주재배 작물 칸에 ‘벼’ ‘고구마’ ‘옥수수’ 등이 쓰여 있었지만 실제로는 용버들 같은 손이 덜 가는 묘목이 빽빽이 심어져 있었다. 또 ‘농업경영에 필요한 노동력 확보방안’ 항목에 ‘자기 노동력’으로 표기돼 있었던 것도 사실과 달랐다. A 씨 등이 보유한 시흥시 과림동 농지 주변 폐쇄회로(CC)TV를 보면 지난달 28일 묘목 심기 작업에 동원된 조경 인부 12명이 승합차를 타고 A 씨의 농지로 가는 장면이 포착돼 있다. A 씨가 소유한 광명시 옥길동의 농지 인근에서 만난 한 주민은 “A 씨가 2018년 3월 말쯤 와서 용버들을 심었다. A 씨는 1년에 대여섯 번 정도 왔다”고 전했다. A 씨 등이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매입하고도 농지를 경영할 것처럼 허위 계획서를 지자체에 제출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농지법 위반 혐의로 처벌될 수 있다. 사후 실사를 통해 농지가 신고한 대로 운영되는지 지자체가 점검해야 하는데 A 씨는 적발된 적이 없다. A 씨는 정왕동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내 3개 필지도 추가로 보유한 사실이 밝혀졌다. A 씨는 2017년 1월 경매를 통해 농지 1950m²와 도로 228m²를 또 다른 인물과 공동으로 매입했다. A 씨는 약 10개월 뒤 이 땅을 담보로 3억6000만 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토지이용규제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이 땅은 현재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돼 있고, 시흥시 등의 주도로 2025년까지 1조 원 이상의 사업비를 들여 복합단지로 개발되는 프로젝트 부지에 포함돼 있다.광명·시흥=조응형 yesbro@donga.com / 김윤이·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그래도 3·1절, 광복절엔 태극기를 찾는 분들이 좀 있었는데, 올해는 정말 한 개도 팔리질 않네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국기·깃발 판매업체. 사장 김모 씨(52)는 “오늘도 손님이 한 명도 찾아오질 않았다”면서 “올해 들어 태극기는 하나도 팔아보질 못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한동안 가게에 머물렀지만, 문의를 하려고 잠시 들르는 고객조차 없었다. “그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죠. 국경일이면 일주일 전부터 태극기를 찾는 시민이 꽤 있었어요. 하지만 코로나19 이후엔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어요.” 한반도를 가득 메웠던 독립만세의 함성을 기념하는 3·1절을 맞았지만, 주인공 ‘태극기’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오프라인 행사를 대부분 중단하면서 관련 업체들은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여러 집회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태극기는 저렴한 ‘중국산’이 대부분이라 국내 제조사들엔 도움이 되질 않는다고 한다. 지난달 26일 찾아간 서울 서초구의 한 태극기 제조업체는 이런 휑한 분위기가 그대로 드러났다. 1990년대부터 태극기를 제조해왔다는 이 업체의 창고에는 약 4만5000장의 태극기가 갈 곳 없이 쌓여만 있었다. 한때 국경일이 다가오면 40∼50대의 재봉틀 기계가 쉴 새 없이 돌아가던 광경은 이미 오래전 일. 이면식 대표는 “3·1절은 물론이고 제헌절 광복절 등이면 단체 주문이 밀려와 정신이 없었지만, 올해는 아예 공장을 돌리지 못하고 있다”며 “매출이 80% 이상 줄어들어 직원을 내보내야 한다. 사무실도 없앨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태극기 업계가 타격을 입은 건 단지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다. 저가의 중국산 태극기가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도 골칫거리다. 특히 집회에서 시민들이 손에 들고 다니는 작은 크기의 태극기는 집회 측이 비용 절감 차원에서인지 중국산을 선호한다고 한다. 한 태극기 제조업체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은 대한민국국기법에 따라 엄격하게 태극기를 만들다 보니 제작비용이 아무래도 높을 수밖에 없다”며 “중국산은 제대로 규격도 맞지 않지만, 관공서와 달리 이를 지킬 필요를 못 느끼는 민간에선 많이 선호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자신들이 피해를 입는 것도 문제지만 갈수록 중국산만 찾다 보면 “더 이상 국기(태극기)를 생산하지 않는 나라가 될 수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종로구에서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이래원 씨(77)는 “중국산 태극기는 원단 재질과 마감 처리도 떨어지지만, 태극기 건곤감리가 잘못돼 있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체를 운영하는 정구택 대표는 “제대로 만들어진 국산 정품의 태극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태극기를 이용하는 의미가 퇴색되지 않겠느냐”고 답답해했다. “일반 가정의 태극기 구입도 크게 줄었어요. 한 지인에게 물었더니 언젠가부터 태극기 하면 일부 집단의 ‘정치적 상징’처럼 돼버려서 스스럼없이 바깥에 내다 걸기가 어색해졌다고 하더군요. 우리가 지키고 자랑스러워해야 할 태극기가 이런 대접을 받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줬으면 좋겠습니다.”(A 태극기 제조업체 대표)전남혁 forward20@donga.com·이지윤·이윤태 기자}

“위험을 무릅쓰고 초등학교 저학년들이 꼭 등교를 해야 할까요? 매일 주위에서 확진자가 나와서 주말나들이 못한 지도 1년이 넘었는데….”(초등 1학년 자녀를 둔 천모 씨·제주) “저희는 맞벌이라 지난해 매일 아이 온라인 수업 챙기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여전히 불안하긴 하지만 다음 주부터 등교한다니 조금은 숨통이 트이네요.”(김승미 씨·충남) 다음 달 2일, 2021학년 새 학기 첫 등교가 3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학사 일정이 엉망이었지만, 올해 교육당국은 최대한 대면수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반응은 엇갈린다. 4차 팬데믹이 올지 모른다는 경고까지 나오는 마당에 꼭 학교를 가야 하느냐는 의견과 유치원생, 초교 저학년처럼 다른 학년도 매일 등교하게 해달라는 주문이 팽팽하다. 일선 학교 현장에선 행여 확진자라도 나올까 봐 불안해하면서도 학생들의 교육 격차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온라인 수업, 더 이상 감당이 안 돼요.” 교육부는 지난달 28일 ‘2021년 학사 및 교육과정 운영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등교 수업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1, 2학년은 거리 두기 2단계까지 밀집도(전교생 중 등교 가능한 인원)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권고했다. 이에 따라 현행 거리 두기가 유지된다면 전국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1, 2학년은 매일 등교한다. 서울시교육청이 앞서 18, 19일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 학부모의 74.2%는 거리 두기 3단계 전까지 전교생 3분의 2가 등교하는 의견에 찬성했다. 현행 교육부 거리 두기 단계별 학사운영 방침에 따르면 2단계는 밀집도 3분의 1이 원칙이나 최대 3분의 2도 가능하다. 동아일보가 인터뷰한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전국 학부모들도 상당수가 등교에 찬성했다. 13명 가운데 9명이 등교 수업을 선호한다고 했다. 특히 올해 2학년이 되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지난해 온라인 수업이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온라인 수업은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큰 스트레스였어요. 일단 아이는 집에서 덩그러니 모니터를 들여다보니 전혀 집중을 못했어요. 부부가 돌아가며 애를 ‘감시’하는 것도 못할 일이었고요. 방역만 잘 지켜진다면 대면 수업이 훨씬 도움이 되겠죠.”(박지윤 씨·경기 광명) 온라인 수업으로 벌어진 학생들의 교육 격차도 더 이상 간과하기 어렵다. 서울 성동구의 한 초등학교 A 교사는 “같은 1학년이라도 교과서를 술술 읽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숫자도 잘 몰라 몇 페이지를 펴야 하는지 모르는 학생도 있었다”며 “가끔 하는 대면 수업 때마다 아이들 수준이 눈에 띄게 벌어져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 난감했다”고 전했다.○ “매일 등교, 시한폭탄을 안고 가는 기분” 서울 강동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B 교사(26). 그는 최근 개학을 준비하며 학교 복도에 발바닥 모양 스티커를 1m 간격으로 붙이고 있다. ‘1m’라는 거리 개념을 잘 모르는 저학년을 위해 거리 두기 습관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B 교사는 “아이들을 억제하는 느낌이 들어서 마음이 불편하긴 하지만, 코로나19 방역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일선 교사들은 지난해보다 학생들을 자주 볼 수 있어 기쁜 만큼 걱정도 많아진다. “제발 우리 학교에선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솔직한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인천 서구의 한 초등학교 C 교사는 “솔직히 방역에 신경 쓴다고 확진자가 안 나온다는 보장이 없지 않나. 특히 저학년들은 아무래도 돌발변수가 많다 보니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했다. 교사들이 가장 걱정하는 건 급식시간이다. 밥을 먹으려고 마스크를 벗고 서로 맨얼굴을 마주하면 아이들이 서로 조잘거리고 싶어 안달이라고 한다. 한 교사는 “자리도 띄우고 가림막도 설치하지만 100명이 넘는 아이가 모여 급식을 하다 보면 100% 통제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교실 내 1m 거리 두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곳도 있다. ‘학교시설·설비기준령’에 따르면 한 교실의 기준 면적은 약 66m². 전문가들은 “1m 거리 두기를 지키려면 한 명당 4m²의 공간이 필요하다”며 “66m²짜리 교실은 16명을 수용하면 적절한 크기”라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기준 전국 초등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는 평균 21.8명이다. 31명이 넘는 과밀학급도 전국에 4068곳이나 된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초등학교 교사는 “우리 반은 학생이 30명이다 보니 서로 거리가 50cm도 안 되는 것 같다. 교실 숫자도 제한돼 반을 나눠 수업하기도 어렵다. 이러다 확진자가 나오면 당장 거리 두기 수칙을 안 지켰다는 지적이 나올 텐데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걱정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1m 거리 두기가 어렵다면 마스크를 철저히 착용하고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특히 쉬는 시간이나 화장실에 갈 때 마스크 착용 지침을 잘 지키도록 지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부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제시해야” “2021년은 학교에서 학사 일정을 예측 가능하도록 운영하겠습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교육과정 운영방안을 발표하며 ‘예측 가능한 학사 일정 운영’을 주요 방침으로 꼽았다. 지난해 경험을 잘 반영해 올해 학습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는 “당장 다가온 개학 이후 일정도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는다”며 답답해했다. 인터뷰한 상당수 학부모가 24일 기준 수업 일정을 아직 공지 받지 못했다고 했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을 둔 박좌유 씨(38)는 “학교에서 반 배정도 개학 닷새 전쯤에야 알려줬다. 학사 일정은커녕 방역을 어떻게 준비하는지 등에 대한 간단한 안내문 한 장이라도 배포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학교 측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한 초등학교 관계자는 “학교도 등교 방침을 미리 알려주고 싶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에 따라 조정이 불가피해 선제적으로 고지하기가 조심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괜히 미리 고지했다가 방침이 바뀌면 혼란이 더 커질 수 있단 얘기다. 이에 대해 교육당국은 “거리 두기 단계가 변경될 경우엔 해당되는 첫 주는 이전 단계에 맞춰 운영하면 된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럴 경우엔 학부모들이 왜 거리 두기 수칙을 지키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다. 서울 양천구의 한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이모 교사(36)는 “지난해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때마다 현장에선 난리가 났다. 수시로 방역지침이 바뀌는 상황을 경험했기 때문에 이번엔 미리 확정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조영달 서울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결국은 교육부가 산하 교육청 관계자, 각급 학교 교직원, 학부모들과 적극 소통해 시기별로 구체적인 가이드를 제시할 수밖에 없다”며 “학교의 개별적인 방역 노력에 기댈 게 아니라 정부가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연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명확한 지침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지윤 asap@donga.com·전남혁·조응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다 함께 캠퍼스를 거닐며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을 진행한 예비 대학생들이 있다. 연세대 공과대 21학번 신입생들이다. 물론 이들이 진짜 캠퍼스에서 만난 건 아니다. 새내기 OT가 열린 곳은 ‘스위트 캠퍼스’. 컴퓨터 3D로 구현한 가상의 공간이다. 연세대 공과대학생회 ‘벡터(VECTOR)’는 코로나19로 얼굴을 맞대기도 어려워진 학생들을 위해 가상의 연세대 교정을 만들었다. 온라인 롤플레잉게임처럼 스위트 캠퍼스에 접속해 들어가 서로 인사도 나누고 다양한 프로그램도 즐겼다. 스위트 캠퍼스에서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게임도 인기를 끌었다. 화제의 모바일게임 ‘어몽 어스’를 패러디해 ‘교수님께 메일 쓰는 법’ ‘공학물리 실험’ 등 맞춤형 미션을 수행하도록 했다. 한 명에게 교수(술래) 역할을 맡기고, 다른 학생이 술래를 피해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는 형식이다. 학생회는 16일 유튜브 라이브방송 등을 통해서 비대면 OT를 진행하기도 했다. 학생회 간부인 이기창 씨(21)는 “비대면으로 치러졌지만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재밌는 요소들을 담았다”며 “대면으로 교류하기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다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올해도 잦아들지 않으면서 대학가의 신입생 OT 문화도 바뀌고 있다. 지난해에는 갑작스러운 코로나19 확산으로 오프라인 행사가 모조리 취소돼버렸다. 하지만 올해는 대학과 학생회 등이 미리 다양한 비대면 프로그램을 준비해 관심을 끌고 있다. 성균관대는 21학번 입학식 행사 가운데 하나로 19일 ‘온라인 패션쇼’를 개최했다. “그동안 매일 교복만 입었는데, 대학생처럼 입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신입생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주기 위한 자리였다고 한다. 대학에서 마련한 생중계에는 다른 두 스타일의 옷을 입은 모델이 등장했다. 신입생들은 이를 지켜보며 마음에 드는 쪽에 투표를 하고, 1위를 한 스타일에 투표한 이들 가운데 추첨을 통해 상품을 주기도 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제대로 된 OT나 환영회를 즐기지 못한 20학번 학생들을 위해 ‘헌내기 OT’를 준비했다. 5일 20학번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미 배움터’였다. OT를 ‘새내기 새로배움터’라고 부르는 것에 착안해 지은 이름이다. 행사의 초점은 1년간 대학을 다녔지만 제대로 만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한 ‘교류’에 맞춰졌다. 학생 200명이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인 줌(ZOOM)으로 만나 10명씩 조별로 모여 게임을 진행했다. 공식 행사도 반응이 뜨거웠지만 아쉬움이 남은 학생들은 자기들끼리 삼삼오오 소규모 화상 채팅방을 만들어 대화를 이어갔다고 한다. 평소 대학가 인근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뒤풀이 성격이다. 박영민 씨(20·재료공학부 20학번)는 “함께한 지 1년이 됐는데 마치 새로운 친구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코로나19로 잃어버린 대학 축제도 올해는 어떻게든 즐길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이지윤 asap@donga.com·이윤태 기자}

‘줌’ 차례… 드라이브스루 성묘… 언택트 설, 마음은 한자리에다가오는 설에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켜야 하는 마음은 안타깝고 쓸쓸하다. 특히 이번 설에는 직계 가족이라도 5명 이상 모일 수 없어서 더욱 그렇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면 지난 추석에 사상 첫 ‘언택트 명절’을 경험하면서 비대면으로 정을 나눌 수 있는 노하우가 생겼다는 점이다. 온라인 차례부터 드라이브스루 성묘에 이르기까지, 비록 몸은 떨어져 있지만 마음은 함께할 수 있는 현명한 방법들을 찾아봤다. 부산에 사는 김지영 씨(40·여)는 지난달 시아버지 제사를 온라인으로 지냈다. 원래는 시어머니와 4남매 가족이 모여 제사를 지내는데, 시어머니가 모이지 말자고 하셨기 때문이다. 김 씨는 지난 추석에도 못 만나 서운해하는 가족들을 위해 ‘랜선 제사’를 제안했다. 다들 자녀의 온라인 수업으로 ‘줌’에 익숙해진 덕분에 순조롭게 진행됐다. 큰집에서 제사상을 차리되, 각자 집에서 원하는 대로 과일이나 술 등을 곁들였다. 김 씨의 세 자녀는 ‘할아버지 편히 주무세요’라고 쓴 밤하늘 그림을 그려 상에 함께 올렸다. 김 씨는 “지난 추석에는 아무것도 못 하고 지나갔는데 이번에는 이렇게라도 볼 수 있어 다들 웃음이 터졌다”면서 “서로 ‘제사에 이렇게 웃어도 되느냐’고 할 정도로 반갑고 좋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추석에 이어 올해 설에도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지 못하게 된 데 따른 아쉬움은 크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국민들의 방역 노하우가 쌓이고, 지난해 추석에 한 차례 ‘언택트 명절’을 경험한 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온라인’ ‘드라이브스루’ ‘대리’ 등 슬기로운 방식으로 명절의 정을 나누는 ‘신예기(新禮記) 팁’을 알아봤다.○ 온라인으로 흐르는 예와 추모 경기 성남시에 사는 60대 A 씨는 지난 추석에 ‘줌(Zoom)’을 활용해 차례를 지냈다. 평소 명절이나 기일에는 서울에 사는 두 동생 가족이 A 씨 집으로 찾아오지만 언택트 명절을 위한 조치였다. 화면 너머 가족들이 “아버지 좋아하시던 보쌈 좀 많이 집어주세요” “술 한잔만 더 올려주세요”라고 말하면 A 씨는 젓가락으로 보쌈을 집고 술을 따르는 모습을 화면으로 보여줬다. A 씨는 “제사를 준비하는 정성과 마음가짐은 예전 방식이나 온라인 방식이나 똑같았다”며 이번 설 차례도 이렇게 지내겠다고 했다. 어른들을 위해 영상통화나 영상편지를 계획하는 집도 많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류한나 씨(42·여)는 지난 추석에 강원도 시댁에 가려 했으나 시할아버지가 한사코 말려 종손인 남편만 갔다. 류 씨는 5세 된 아들과 무지개떡을 만들고 색동 한복을 입혀 영상편지를 찍었다. 아이가 “할아버지 다음에 갈게요. 왕할아버지 최고 사랑해요”라고 말하는 영상편지를 보고 시할아버지와 시부모는 한참을 웃고 또 웃었다고 한다. 류 씨는 이번 설에는 간단히 차례상도 차리고 설에 맞는 콘셉트를 잡아 아들과 함께 영상편지를 만들 예정이다. 온라인 성묘도 호응이 크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추석을 앞두고 마련한 ‘e하늘장사정보시스템’에는 9월 20일부터 10월 4일까지 약 23만 명이 몰렸다. 이 시스템을 통해 지난 추석 때 100곳 정도 이용할 수 있었던 온라인 추모공원은 1일 기준 346곳으로 늘었다. 인천가족공원이 선보인 가상현실(VR) 추모 서비스는 지난 추석에 이어 이번 설에도 8일부터 21일까지 운영된다. 공원 입구 도로부터 VR로 구현돼 있기 때문에 실제로 납골함이 안치된 장소에 찾아가 차례상을 차리는 듯한 모든 과정을 진행할 수 있다.○ ‘드라이브스루 문안’에 ‘대리 성묘’도 가능 외부인 출입이 금지된 지 오래인 요양병원들은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인사를 건네거나 음식을 전하게 하는 추세다. 울산 이손요양병원은 지난 추석 때 차를 타고 온 가족들이 차창으로 명절 음식을 건네면 병원 직원들이 건네받아 병동에 전달했다. 400명이 입원한 이곳에 추석 연휴 5일간 배달된 음식 꾸러미는 165개. 이모 씨(83)는 “아이들이 만든 음식을 받으니 나를 잊지 않았구나 싶어 좋았다”고 말했다. 성묘 문화도 달라지고 있다. 양재혁 씨(54)는 지난 추석 문중에 ‘드라이브스루 성묘’를 제안했다. 예년에는 차량 몇 대에 빽빽하게 타고 다같이 선산으로 이동한 것과 달리, 각 집마다 차를 따로 타고 차에서 내려 묘소를 찾는 사람도 최소화했다. 경남 밀양추모공원도 지난 추석에 드라이브스루 성묘를 선보였다. 경기 양평군 국립하늘숲수목원에 아버지와 장인을 수목장으로 모신 김동주 씨(59)는 지난 추석 때 ‘대리 성묘’를 했다. 코로나19로 방문 자제를 권한 수목원 측의 제안에 따른 것. 수목원 측이 나무의 문패, 수목 주변 정리, 헌화 장면 등을 사진과 영상으로 보내줘 큰 위안을 얻었다. 울산 남구의 정토사는 사찰에 위패를 모신 200여 명의 추석 합동차례를 대리 진행하고 유튜브로 전달했다. 유족들은 이를 실시간으로 보면서 채팅창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평생 치르던 차례나 성묘를 생략하기에는 여전히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조상을 생각하는 마음가짐만 같다면 표현 방식은 다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는 “논어에 따르면 조상을 감사히 여기고 애도하는 마음이 본질이며, 그 본질을 표현하는 방식은 처한 환경과 시대마다 달라진다고 했다”면서 “제사 형식이 대면인지 비대면인지 따지는 것보다 상황에 맞는 예법을 만드는 정신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김기윤 pep@donga.com·이소정·이지윤 기자}

“요양병원 10곳에 전화를 돌렸지만 아버님을 받아주는 곳이 한 곳도 없었어요. 그런데 경기 오산시 오산메디컬재활요양병원에서 선뜻 어서 모셔 오라고 해주니 얼마나 고마웠는지.” 김모 씨(51)는 지난해 12월 23일 시아버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였다.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서울 구로구 A요양병원에 계시다가 확진된 시아버지는 서울의료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고비를 넘기고 퇴원했지만 그때부터가 문제였다. 숱한 요양병원에 입원을 요청했지만 하나같이 병상을 내어주길 거절했다. “너무 괴로웠죠. 아버님은 호흡기 치료가 필요해 집에서 돌봐 드릴 수도 없었거든요. 전염력이 사라졌다고 격리 해제 조치를 한 건데도 ‘코로나 환자’라는 딱지가 붙으니 모두 손사래를 쳤어요. 그런데 오산메디컬재활요양병원은 첫 응대부터 달랐어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요양시설은 집단 감염의 온상지나 다름없었다. 하루 수십 명씩 확진자가 발생했다.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환자도 적지 않지만 올해 들어 치료를 마치고 속속 격리 해제되는 이들이 상당하다. 하지만 대다수 요양시설은 확진 전력이 있는 이들을 받아주려 하지 않는다.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코로나 환자가 온다고 하면 일단 입원 환자들과 가족부터 반대하고 나선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산메디컬재활요양병원은 달랐다. 격리 해제 노인들에게 적극적으로 병상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집단 감염이 발생한 요양병원과 직접 소통해 환자들을 받고 있다. 이유는 하나다. “누군가는 환자들에 대한 도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다. 사실 이 요양병원도 비슷한 아픔을 겪었다. 지난해 10월 24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뒤 1개월 동안 환자와 관계자 등 49명이 확진 판정을 받는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김모 진료협력팀장은 “당시 겪은 설움이 코로나 치료 환자를 받아들이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정말 힘든 시기였어요. 집단 감염 여파로 저희도 환자들을 다른 병원에 이송해야 했는데 아무도 받아주질 않는 거예요. 도내 요양병원 50여 곳이 모두 전원을 거부했습니다. 완치돼 최종적으로 음성 판정까지 받은 환자라고 해도 소용이 없었어요. 그 아픔을 너무 잘 알기에 지난해 12월 초부터 격리 해제된 환자분들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오산메디컬재활요양병원은 전체 195개 병상 가운데 약 25%인 50개 병상을 치료 뒤 격리 해제된 환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기저질환과 합병증을 앓는 고령 환자의 특성상 격리 해제 뒤 일반 가정에서 돌보기가 어렵다”며 “수도권 일대 요양병원뿐 아니라 코로나19 전담병원과 직접 소통해 환자 전원을 돕고 있다”고 했다. 해당 병원은 언제부터인가 매일 감사 인사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집단 감염을 겪은 뒤 14명의 환자를 이곳에 보낸 서울 구로구 미소들요양병원의 윤영복 병원장은 “모두가 외면할 때 손을 내밀어준 은인”이라고 말했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도 “우리 병원도 오산메디컬재활요양병원에 격리 해제 환자를 보냈다. 마음을 열고 받아준 병원 측에 고개를 숙인다”고 말했다. 손덕현 대한요양병원협회장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강제 전원 조치를 내놓기도 하지만 민간 요양병원으로선 집단 감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격리 해제 환자를 받기 꺼리는 게 현실”이라며 “몇몇 병원이 선제적으로 나서 준다면 격리 해제 환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이지윤 asap@donga.com·이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