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서 일본의 역할이 하나도 없어 쇼크 받았다.”(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교수) “현재 구조에서 일본 역할은 하나도 없을 수밖에 없다.”(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 9일 일본 도쿄(東京) 게이오(慶應)대에서 열린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질서구상’ 심포지엄에서 한일 학자들 간에 서로 ‘쇼크’를 받았다면서 공방이 벌어졌다. 한국에 실망하고 있는 일본, 그러한 일본에 섭섭함을 감추지 못하는 한국의 속내가 그대로 묻어났다. 문 특보는 이날 심포지엄에서 ‘한반도의 평화체제와 비핵화’를 주제로 30분간 기조발제를 했다. 기미야 교수는 토론 시간에 “문정인 특보의 (기조발제) 논문을 읽고 쇼크를 받았다. 일본에 대한 언급이 한 곳도 없다.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구축에 일본의 역할이 그만큼 없다는 말이냐”고 말했다. 기미야 교수에 이어 토론자로 나선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문 특보의 논문에 저는 감동을 받았다. 그런데 기미야 교수는 쇼크를 받았다고 하니, 저는 그게 더 쇼크다”라고 대응했다. 이에 문 특보는 “북한 비핵화 문제는 양자, 삼자 논의 구조다. 과거처럼 6자회담이면 일본 역할이 있겠지만, 지금은 없을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한발 더 나갔다. 이어 “일본 언론이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싶다. 1∼3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아베 신조 총리의 요청으로 납치 문제를 제기했고, 수차례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파견해 아베 총리에게 (남북, 북-미) 회담 결과를 설명했다”며 한일 협력 사례를 강조해 설명했다. 이에 기미야 교수가 “일본 정부와 시민들은 ‘북한 비핵화를 믿기 힘들다’는 의견이 많다. 솔직히 말해 나도 그런 불안감이 있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일본 외무성은 유럽연합(EU) 같은 데 가서 북한 문제 해법에 대한 우리 대통령의 주장을 완전히 무시하며 부정적으로 말하고 있다. 일본이 너무 심하다”며 섭섭함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일본은 부정적인 외교만 적극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판(한반도 화해)이 되는 쪽으로 적극성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 특보도 쇼크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본에 올 때마다 쇼크를 받는다. 항상 음모론을 제기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법부를 좌지우지한다’, ‘친북 정권이다’ 등이다. 한국을 잘 아는 분들도 그런 말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오른팔인 김경수(경남도지사)가 구속됐다. 대통령이 사법부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음모론 가지고 한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세상이 변하는데 일본은 자기 원하는 것만 말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한반도 주변 4강의 외교 지형은 단연 ‘스트롱맨 파워’로 규정할 수 있다. 특히 미국과 일본의 스트롱맨, 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리더십은 국내 정치는 물론이고 한국의 외교안보 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두 정상은 거침없는 외교 정책으로 때론 주변국을 불편하게 만들고 국내 반대파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기도 한다. 당장 예전에 겪지 못했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 갈등, 역사 문제를 넘어서 레이더 문제 등 외교안보 문제로 갈등하는 한일관계 등은 외교의 입지를 약화시킬 정도다. 하지만 자국내 비판이 거세다는 이유로, 예전에 접하지 못했던 행보를 보인다는 이유로 우리가 이들 우방국 지도자를 외면하거나 애써 상대 지도자의 위상을 떨어뜨리려 한다면, 그건 현명한 접근일까. 두 정상은 과거 지도자들에게선 찾아볼 수 없던 막강한 돌파력으로 국내외 난관을 헤쳐 나가고 있다. 그 힘의 원천은 어디이고, 언제까지 이어질지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팬덤’ 형성한 콘크리트 지지층 미국 중부 시카고 인근에 거주하는 50대 한국계 이민자 라나 리 씨와 백인 수 새들러 씨는 기자에게 스스럼없이 “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자”라고 밝혔다. 2016년 대선 당시 민주당을 지지했다는 새들러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공약을 하나씩 실천하는 것을 보고 그의 팬이 됐다”고 털어놨다. 기자와 직접 만난 리 씨는 “백악관 홈페이지와 유튜브에 올라오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든 연설과 각종 언급,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빼놓지 않고 읽고 듣는다”며 “처음엔 정말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보면 볼수록 똑똑하고 무서운 사람임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CNN 등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미국 주류 언론 매체를 잘 보지 않는다고 했다. 리 씨는 “트위터, 유튜브 등 각종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통령의 생각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왜 굳이 그를 부정적 관점에서 평가하는 뉴스를 보겠느냐”고 했다. 주류 언론과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의 끊임없는 거센 비판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2년 넘게 특유의 저돌적 국정 운영을 고수하는 힘도 여기서 나온다. 특히 ‘코어 그룹’으로 불리는 지지층은 주로 보수 성향이 강한 미 중부, 주요 대도시 외곽의 블루칼라 백인, 복음주의 성향 기독교인들이 차지하고 있다. 선거 전문가들은 이들이 2016년 대선 및 2018년 중간선거 때 트럼프 지지율과 실제 투표율을 대폭 끌어올렸다고 분석한다. 앞으로도 이 성향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트럼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가도에도 별문제가 없다고 전망한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는 “트럼프는 풀뿌리 선거로 이긴 대통령”이라며 “지지자들의 속내와 수요를 정확히 읽고 공략한다”고 평가했다. 실제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의 선거자금 중 60%가 200달러 이하 소액 기부였다. 재선을 위한 후원금은 지난해 말 이미 1억 달러를 돌파했다. 아베 총리는 일본 최대 보수 우파 조직으로 꼽히는 일본회의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일본회의는 중앙본부 간부 400여 명을 포함해 전체 약 4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민간단체를 표방하지만 정당 같은 모습도 띠고 있다. 일본 전역의 47개 광역자치단체(도도부현)에 한 곳도 빠지지 않고 지역본부가 있을 정도로 조직력도 탄탄하다. 2018년 출범한 4차 아베 내각 장관 19명 중 무려 16명이 일본회의 회원일 정도다. 지난달 19일 도쿄 메구로(目黑)구에 자리한 일본회의 사무총국 집무실을 직접 찾아가니 ‘아름다운 일본을 만들자’는 포스터 문구가 눈에 띄었다. 10평(약 33m²) 남짓한 집무실은 전국 각지로 보내는 전단과 인쇄물을 담은 택배 상자로 빈틈이 없을 정도였다. 이들이 주장하는 ‘아름다움’은 단순한 ‘미(美)’가 아니라 애국심, 자부심, 자신감, 당당함, 일본에 대한 긍정 등을 의미한다. 아베 총리는 2006년 저서 ‘아름다운 나라로’를 통해 “과거사 문제로 자괴감을 갖지 말고 국가에 대한 자부심과 애국심을 갖자”고 주장했다. 일본회의와 아베 총리가 얼마나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지 잘 보여준다.○ 두둑해진 주머니, 넘쳐나는 일자리 단순히 팬덤 지지층만으로 두 사람의 강력한 리더십을 설명할 수는 없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그 어떤 지지도 오래갈 수 없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 실제 일본 젊은이들이 아베 총리에게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도 ‘경제’다. 그는 두 번째 총리 임기가 시작된 2012년 12월부터 노골적으로 시중에 돈을 풀어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아베노믹스’를 밀어붙였다. 엔 약세로 일본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자 기업실적 호조, 주가 상승, 고용 확대가 뒤따랐다. 일본 경제는 2012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무려 74개월(6년 2개월)째 성장세를 보이는 등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장기간 호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젊은이들은 사실상 완전고용에 가까운 상태이다. 2018년 봄 졸업한 일본 대학생 취업률은 무려 98%에 이른다. 지난해 일본 유효구인배율(구직자 1명당 일자리 비율)은 1.61배로 1973년(1.76배)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높다. 지난해 실업률도 1992년 후 26년 최저치인 2.4%. ‘엔 약세→수출 경쟁력 증가→대기업 실적 개선→투자 및 고용 확대’의 선순환이 뚜렷하다. 미국도 비슷하다. 최근 일부 경기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말 미국 실업률은 3.7%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미국 성장률은 3.4%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1분기(1.8%)의 약 2배. 트럼프 대통령의 5일(현지 시간) 국정연설에서 참석자들이 환호한 부분도 경제성과를 자랑할 때였다. 그가 “미국 경제에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세계 어떤 지역보다 미국 경제가 뜨겁다”고 하자 참석자들은 기립박수를 치며 “미국(USA)”을 연호했다. 경제를 호조로 이끈 강력한 지도력은 이들을 단순히 기인으로 볼 수 없게 만드는 중요한 팩트인 셈이다.○ 대중 사로잡는 직접 소통 트위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또 다른 무기다. 저속한 표현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해 “대통령의 격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지만 이에 열광하는 사람도 만만치 않다. 트위터 특유의 짧은 글과 반복적 표현은 복잡다단한 세상에 지친 대중의 마음을 직접적으로 파고든다. 정치인의 주요 자질이 대중과의 소통 능력임을 감안할 때 반대파보다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칠고 노골적인 표현, 외모 등을 문제 삼는 인신공격으로 반대파를 공격한다. 민감한 뒷이야기도 당사자 동의 없이 마구 공개한다. 그는 지난달 자신을 비판한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에 대해 “중간선거에 출마하려고 했는데 내가 그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아서 망했다”고 강펀치를 날렸다. 정계 은퇴를 선언한 노(老)정객의 마지막 행보에까지 굴욕을 안길 정도로 무자비하다. 아베 총리 역시 직설화법을 꺼리는 일본 문화에서 보기 드문 정치인이다. 그는 “아베노믹스를 믿고 투자해 달라”며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자신의 성을 붙인 경제 조어(造語)를 스스럼없이 말한다. 또 그는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적극적 역할을 주장하면서 평화헌법 개정을 노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자학사관에서 벗어나기 위한 교육 관련법 개정이나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에도 거부감이 없다. 일본 사정에 정통한 한 외교관은 “포스트 아베에 대한 기대도 접어야 한다”며 “누가 후임자가 되든 그는 아베 총리보다 더 강한 우익 성향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한국 외교 당국이 대외 정책에서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할 때”라며 “일본, 중국, 북한의 가치를 냉정히 따져 보고 누가 우리의 ‘전략적 파트너’인지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아베 총리의 임기가 그냥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기보다는 지금 현실에 맞는 접근법을 만드는 작업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지적인 셈이다.▼ 美-日스트롱맨에 대처하는 한국외교 해법은? ▼트럼프의 과시욕 활용하고, 日엔 과거사-안보 분리 대응해야 미국과 일본의 두 ‘스트롱맨’은 외교 정책에서도 분명한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미국 우선주의’를 외친다. 사업가 출신답게 외교 정책의 우선순위도 ‘돈’에 연결하고 있다. 주한미군 감축 및 방위비 문제로 한국과 삐걱거리는 것이 대표적. 남북관계 진전과 북한 비핵화 속도에 대한 한미 인식 차이도 매우 크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한국에 대한 강경 자세로 유명하다.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초계기 및 레이더 갈등, 위안부 화해·치유재단 해산 등 어떤 문제에서도 양보하지 않는다. 레이더 문제는 일본 방위성 내에서 “갈등을 빨리 마무리하자”는 실무진 주장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가 강경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두 사람의 성향을 감안할 때 한국의 대응도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미국을 전통적 우방으로 맹신하고, 일본에 내내 “과거를 직시하라”고만 요구해서는 각종 첨예한 사안을 해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철저하게 현실적으로 대미, 대일 외교를 펼쳐야 할 때다. 미국 전문가들은 대미 정책을 수립할 때 과시욕이 있고, 협상과 담판을 즐기며, 주목받는 것을 즐기는 것으로 유명한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과 2020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현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위치에 놔두고, 대통령 집무실(오벌오피스) 방문객들에게 이를 자랑하듯 보여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클리프 심스 전 백악관 메시지전략담당관은 최근 출간한 저서 ‘독사들의 팀(team of vipers)’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여행가이드 같다. 사람들에게 백악관 곳곳을 직접 소개하는 것을 즐긴다”고 평가했다. 로버트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 결과 발표,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이 예고한 각종 청문회와 전방위적인 조사 움직임 속에서 재선(再選)은 그의 지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히 트럼프 개인의 흥망성쇠가 아니다. 조사의 칼날이 그의 자녀를 비롯해 트럼프 일가가 소유한 각종 사업체 등을 정면으로 조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최측근 로저 스톤마저 최근 전격 체포되는 등 러시아 스캔들 수사는 갈수록 그를 옥죄고 있다. 그가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어떤 식으로든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는 이유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은 꼼꼼하게 협상 세부 사안을 챙기기보다 본능과 직관에 따라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즉, 치밀하게 준비한 협상 상대방을 만나면 힘을 못 쓸 수 있다”고 트럼프 ‘대응 요령’을 조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러 위협을 증폭시키거나 요구 조건을 최대치로 높인 다음 상대방에게 자신의 아량을 과시하며 요구치를 낮춰주는 식의 협상을 즐긴다. 이 때문에 현 미국 정부를 상대로 읍소하거나, 초반부터 수세적으로 나가면 주도권을 잃을 것이라고 많은 외교 전문가는 경고한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대표적이다. 한 고위 외교소식통은 “분담금을 늘리는 대신에 ‘자체 국방예산을 줄여야 하는 미국을 도와 중국에 대응하겠다’는 논리로 핵잠수함 개발 및 F-22 랩터 전투기 등을 요구해도 좋다.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공격적 맞대응 카드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일본 전문가들 또한 한일 갈등을 풀기 위해선 ‘과거 직시’를 반복적으로 요구할 게 아니라 최우방국이라는 믿음을 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한 외무성 간부가 사석에서 “한국이 중국 및 북한과 접근하고, 일본을 등한시하는 ‘전략적 미스’를 저지르는 것 아니냐”고 말할 정도로 한국에 대한 기대치와 신뢰도는 바닥을 찍고 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연구소장은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일본 주장대로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판가름을 내자”고 주장해 주목받고 있다. 강제징용 문제로 탈출구 없이 한일 간 갈등을 빚기보다 제3의 기관을 통해 논란에 마침표를 찍자는 것. 그는 “어느 측이든 패소한 국가가 결과에 깨끗이 승복한다면 한일 간에 얽힌 실타래를 풀 수 있다. 상대국에 대한 신뢰도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주일 대사관에서 근무했던 한 전직 외교관은 “헌법 개정, 군비 강화 등 일본 내치(內治) 사안에 대해 한국이 지나친 언급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며 “과거사에 얽매이지 말고 경제, 안보 등 일본과 협력할 분야에 초점을 맞추라“고 조언했다.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북미 정상회담 날짜(2월27, 28일)와 장소(베트남)가 결정되면서 일본 정부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꼽고 있는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에 선을 대고 있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공개적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고 싶다”고 말하고 있지만, 북한은 일본과 거리를 두고 있다. 아베 총리는 6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직접 회담하는 것은 일정상 어렵다. 전화 회담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납치문제에 관해 긴밀히 조율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북미회담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도록 지속적으로 미국과 협의하고 정책을 조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서고 싶다는 뜻을 수차례 밝혔다. 지난해 9월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했을 때 아베 총리가 현지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고 싶다”고 밝혔다. 당시 그는 “나 자신이 김 위원장과 만나지 않으면 안 된다. 납치, 핵,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고 불행한 과거를 청산해 북한과의 국교를 정상화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1월 말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북한의 핵·미사일,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상호 불신의 껍데기를 깨야 한다”며 북한에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북한의 반응은 냉담하다. 일본 측이 제기하는 납치문제는 ‘이미 해결됐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스웨덴에서 합숙담판을 했을 때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도 스웨덴으로 날아갔지만, 북한은 그를 회의에 끼워주지 않았다.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재팬 패싱(일본 배제)’을 우려해 일본은 다양한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은 6일 참의원 예산위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회담하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장 일본 정부는 가나스기 국장을 8, 9일 서울에 파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6일 방북길에 오른 비건 특별대표와 서울에서 만나기 위해서다. 한편 아사히신문은 7일 “미국은 북일 정상회담에서 실무자협의 정례화를 합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6월 북미 정상회담 후 실무자 추가교섭을 하기로 합의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 등 일본 지식인 226명이 6일 성명을 통해 ‘일제의 한국 식민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통해 한일 갈등을 풀어야 한다’고 일본 정부에 촉구했다. 이들은 특히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은 ‘1910년 한일 강제병합이 무효였다’는 한국 측 주장을 무시하고 강제적으로 맺은 불평등 조약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청구권협정에 기초해 한국 대법원의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응하기 위해 제3국 위원이 참여하는 중재위 회부 절차를 밟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와다 교수 등은 이날 오후 도쿄(東京) 중의원 제2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9년 일본 시민 지식인 성명’을 발표했다. 와다 교수를 포함해 교수, 변호사, 언론인과 와세다(早稻田)대 이종원 교수 등 21명이 이번 성명서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특히 이들은 “올해는 ‘3·1 독립선언문’이 발표된 지 100년이 되는 기념비적인 해”라며 성명서에 독립선언문 내용도 담았다. 이들은 “당시 조선 민족은 일본에 병합되어 10년간의 고통을 겪으면서도 ‘일본을 위해서라도 조선이 독립해야 한다’고 설득하고자 했다”며 “이제 우리들은 조선 민족의 이 위대한 설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동북아 평화를 위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무라야마 담화와 간 총리 담화를 바탕으로 한 식민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야말로 한일, 북-일 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열쇠”라고 덧붙였다. 와다 교수는 “현재의 일본과 한국의 비정상적인 대립과 긴장 관계를 우려해 긴급히 성명을 발표하게 됐다”며 “일본인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과거를 점차 잊고 있다. 무라야마 담화와 간 총리 담화를 잊어버리면 일본은 이웃 국가와 제대로 지낼 수 없다”고 성명서 발표 이유를 설명했다. 발기인들은 1910년 한일 병합조약의 불합리성과 1965년 한일 기본조약의 문제점도 집중 조명했다. 가스야 겐이치(糟谷憲一) 히토쓰바시(一橋)대 명예교수는 “‘일본이 언제까지 한국에 사죄해야 하느냐’는 말도 있지만 일본은 역사적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일본 자객은 명성황후를 살해하는 전대미문의 행동을 했다. 병합조약도 강제로 체결했다. 이를 감안할 때 청구권협정이 제대로 체결됐다고 말하는 게 이상하다”고 했다. 다나카 히로시(田中宏)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도 “1910년 병합조약은 여러 문제가 있다. 그 조약에 따르면 한국은 독립 자체를 할 수 없다. 병합조약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해 이번 성명에 발기인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청구권협정에 기초해 한국 대법원의 강제 징용 피해자 판결에 대응하는 강경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청구권협정은 ①협정의 해석이나 시행에 관한 분쟁이 발생하면 우선 양자 협의로 해결하고 ②양자 협의가 실패하면 한일 정부가 한 명씩 임명하는 위원과 제3국 위원이 참여하는 중재위를 가동하도록 돼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9일 한국에 양자 협의를 공식 요청했고, 30일 이내에 답변을 달라고 요청했다. 앞선 2일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 내에선 한국이 양자 협의에 응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다음 단계인 중재위 회부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재위 회부 시기는 ‘최초 협의 요청 시점으로부터 60일이 되는 3월 초순까지 중재 절차에 들어가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덧붙였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한국의 징용공(강제 징용) 판결에 대해 일본 정부 내 비난 목소리가 매우 높다. 중재위에서도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1일 오후 6시 일본 도쿄(東京) 데이코쿠(帝國)호텔 4층. 검정 양복에 넥타이를 맨 비즈니스맨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이들은 한국과 일본의 경제인들로 오랜 친구처럼 서로 악수했다. 한국 기업인들끼리 한국말로 안부를 나누다가도 일본 기업인이 한 명 끼면 공용어는 일본어로 변했다. 2014년부터 매년 초에 진행되는 ‘한일경제인교류의 밤’ 행사가 올해도 열렸다. 한일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지만 이날 행사장에선 긴장감을 느낄 수 없었다. 한일 기업인들끼리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고, 가볍게 어깨를 두드리는 모습도 보였다. 참석자 수는 예년과 유사한 120여 명. 한국과 일본 측 인사들이 절반씩 자리했다. 경제인들만 모인 게 아니다. 이수훈 주일 한국대사와 일본 입헌민주당의 한국계 백진훈 의원, 하시모토 다이지로(橋本大二郞) 전 고치(高知)현 지사, 일본경제연구센터 이와타 가즈마사(巖田一政) 이사장, 여건이 재일민단 단장 등 정계와 관계 인사들도 폭넓게 참여했다. 행사가 경제교류의 장을 넘어 한일 정관재계 모임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참석자들은 “한일 관계가 어려울수록 민간 교류를 확대하자”고 입을 모았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주일한국기업연합회의 김정수 회장(대한항공 일본지역본부장)은 환영사에서 “한일 간 정치적 갈등과는 별개로 민간 차원의 경제적, 문화적, 인적 교류는 날로 확대되고 있다”며 “이런 민간 교류 확대가 양국 간 정치, 외교 관계 개선으로 연결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축사에서 “한일 간 경제 협력은 양국 관계를 뒷받침하는 든든한 버팀목”이라며 “양국은 경제 협력과 인적 교류를 올해도 꾸준히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사키 미키오(佐佐木幹夫) 일한경제협회 회장(미쓰비시상사 고문)도 “현재 한일관계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지만 양국 비즈니스 관계는 더 발전해야 한다”고 했다.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김범석 특파원}

올림픽을 치르는데 돈이 얼마나 필요할까. 2020년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들어가는 총비용이 2조2980억 엔(약 23조5000억원)이라고 아사히신문이 30일 보도했다. 이는 기상위성 발사 등 대회를 위해 간접적으로 들어가는 비용까지 모두 합친 금액이다. 비용은 도쿄도와 정부, 올림픽조직위원회 등 3개 주체가 분담한다. 올림픽을 유치하는 지자체인 도쿄도가 가장 많은 1조4100억 엔을 낸다. 조직위는 6000억 엔, 정부는 2880억 엔을 맡는다.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국립경기장 정비에 1200억 엔, 패럴림픽 개최 준비에 300억 엔, 경기력 강화를 위해 1010억 엔, 테러대책에 214억 엔이 필요하다. 도쿄도와 연결되는 고속도로와 국도를 정비하는데 1390억 엔, 전기자동차 등 구입 보조금 569억 엔 등도 필요하다. 얼핏 보면 올림픽과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모두 올림픽을 위해 직간접적으로 투입되는 돈이다. 하지만 이는 최종 금액이 아니다. 올림픽 비용은 개최일이 다가오면서 점차 늘어나는 특징이 있다. 정부 지출금의 경우 이전에는 2197억 엔으로 발표됐지만 29일 일본 정부는 2880억 엔으로 늘려 공표했다. 다른 비용 분담 주체들이 내야 할 돈도 점차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지난해 한국에서 진행된 평창동계올림픽의 경우 전체 14조2000억 원 비용이 들었다. 비용만 놓고 보면 도쿄올림픽이 평창동계올림픽의 약 2배 수준이다. 도쿄도민 중에는 ‘그렇게 많은 돈을 지출하면서까지 올림픽을 열어야 하나’며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최근 올림픽이 ‘돈 먹는 하마’로 인식되면서 올림픽을 유치하려는 나라도 점점 줄고 있다. 2024년 올림픽 개최 도시 선정 때도 이탈리아 로마, 독일 함부르크, 미국 보스턴 등이 비용 부담을 이유로 모두 기권한 바 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 제약사와 식품회사, 언론사에 돈을 요구하는 협박 편지와 함께 독극물이 배달돼 일본 사회가 긴장하고 있다. 아사히신문, NHK 등에 따르면 25일 이후 29일까지 도쿄(東京)와 오사카(大阪), 삿포로(札晃) 등 제약업체와 식품회사, 언론사 등 18곳에 청산가리와 협박 편지가 든 우편물이 배달됐다. 동아일보 지사가 입주해 있는 아사히신문에도 25일 청산가리로 추정되는 흰색 분말이 배달돼 경찰이 조사 중이다. 쓰키지(築地)경찰서 경비과 소속 경찰 3명은 29일 동아일보 지사를 방문해 “수상한 물품을 발견하면 곧바로 경찰서에 알려 달라”고 말했다. 한 제약회사에 보낸 우편물에는 “청산가리를 넣은 가짜 약을 유통시키겠다. 3500만 원을 비트코인으로 보내지 않으면 비극이 일어날 것”이라는 협박 편지가 담겼다. 일본 화폐단위인 엔이 아니라 한국 화폐단위로 표시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일본 경찰은 유포자가 동일인일 가능성을 높게 보고 공갈미수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일부 협박 편지에는 지난해 7월 사형이 집행된 사이비 종교 단체 옴진리교 교주 아사하라 쇼코(麻原彰晃·본명 마쓰모토 지즈오)가 발송자로 적혀 있었다. 옴진리교 신도들은 1995년 지하철역에서 사린가스 테러를 일으켜 13명의 사망자와 6200여 명의 부상자를 내면서 일본 전역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청산가리는 당시 사용되지 않았지만, 이후 범인들의 은신처에서 자주 발견됐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 경제가 2012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74개월(6년 2개월)째 성장세를 보이는 등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장 기간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고 일본 정부가 밝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재정 및 금융 확장 정책 시행, 사상 최대 관광객 입국,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진행된 인프라 투자 등이 경제 호조를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경제재생담당상은 29일 “경기 확대 국면이 74개월째 이어져 전후 최장기 확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이전 최장 기간은 2002년 2월부터 2008년 2월까지 이어진 73개월이었다. 경기 확대 국면이 시작된 2012년 12월은 아베 총리가 2차 집권에 들어선 시점이다. 이토 모토시게(伊藤元重) 도쿄대 명예교수는 최근 주일 특파원 간담회에서 “아베 총리가 재정과 금융 정책을 통해 돈을 풀고 규제를 철폐하면서 고용, 주가, 기업 수익이 크게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경기 확대 여부는 내각부가 매월 발표하는 경기동향지수를 기초로 경제 전문가들이 판단한다. 최종 판정은 약 1년 뒤 전문가 회의에서 이뤄진다. 다만 74개월간 일본 경제의 연평균 성장률이 1.2%에 불과해 체감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중국 경기 둔화, 10월로 예정된 소비세율 인상(8→10%) 등 우려 요인도 제기된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 도쿄(東京)에서 대기업에 다니는 기무라 신이치(木村伸一·52) 씨는 매년 12월 카드 형태의 연하장을 50장 이상 구매한다. 회사 선후배는 물론이고 업무 관계로 알게 된 사람들에게 두루 연하장을 보낸다. 연하장에는 신상 변동 사항 등을 자세히 적는다. 기무라 씨의 아내 역시 친인척과 지인들에게 연하장 약 30장을 보낸다. 부인은 가족사진을 넣은 연하장을 별도 제작한다. ‘작년 한 해 감사했고, 올해도 잘 부탁한다’는 인사말도 포함된다. 기무라 씨는 “연하장을 만들면서 스스로 한 해를 돌아볼 수 있어서 좋다”며 “연락이 뜸했던 지인과 거래처 사람들에게 가벼운 마음으로 보낼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21세기 디지털 시대에도 일본에선 우표를 붙여 우체통에 넣어 보내는 아날로그 연하장이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2017년에 판매된 2018년용 연하장은 29억6526만여 장. 한 명당 23.5장의 연하장을 보낸 셈이다. 일본에선 상을 당한 사람은 연하장을 보내지 않는 풍습이 있다. 그 경우에도 ‘상을 당해 연하장을 보내지 못한다’는 취지의 엽서를 보낸다. 상중(喪中)이라는 엽서를 받으면 그 사람에게는 연하장을 보내지 않는 게 관례다. 다만 연하장도 정보기술(IT)의 발달에 영향을 받는 기류는 나타나고 있다. 연하장 발매부수는 2003년 44억5936만 장에서 정점을 찍은 뒤 매년 줄어들고 있다. 2007년 40억2105만 장, 2015년에는 30억2285만 장으로 줄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8일 정기국회 시정연설에서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대해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북한과의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국교 정상화를 목표로 하겠다. 이를 위해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와 긴밀히 연계해 나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과의 관계를 언급한 이 순간에만 유일하게 ‘한국’을 언급했다. 한일 관계에 대한 언급은 아예 없었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판결, 레이더 갈등 등으로 악화된 한일 관계에 대해 개선할 의지가 아직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2012년 12월 취임한 아베 총리는 매년 1월 시정연설을 하며 외교 분야에서 한국의 중요성을 언급해 왔다. 지난해 한국과 관련해선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는 지금까지의 양국 간 국제 약속, 상호 신뢰의 축적 위에 미래지향적으로 새로운 시대의 협력관계를 심화시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가 지나면서 표현 자체는 약화됐다. 아베 총리는 2015년 시정연설 때부터는 과거에 사용했던 ‘기본적 가치를 공유한다’는 표현도 쓰지 않았다. 지난해 시정연설에서는 그간 한국을 지칭할 때 쓴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이라는 문구도 생략했다. 올해는 아예 한국을 외면한 셈이다. 일본의 외교 소식통은 “총리 관저 내에 ‘한국에 질렸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이런 기류가 반영되면서 한국에 대한 언급이 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8일 정기국회 시정방침 연설에서 사실상 한국에 대한 언급을 건너뛴 것은 ‘한국 외면’ 외교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군 위안부 문제로 갈등을 겪던 지난해 시정연설 때 최소한 ‘협력관계’를 거론했던 것과도 달라진 것이다. 아베 총리의 시정방침 연설에 이어 외교 분야 연설에 나선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은 한국과 관련해 “청구권협정, 위안부 합의 등 국제적 약속을 지키도록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강하게(쓰요쿠)’란 단어를 특히 강조했다. 총리 관저와 외무성 모두 한국 무시 전략을 드러낸 셈이다. 반면 북한에 대한 태도는 러브콜을 보내는 것으로 보일 정도로 180도 달라졌다. 아베 총리는 “북한의 핵·미사일,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상호 불신의 껍데기를 깨야 한다”며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아베 총리는 작년 시정연설에서 북한에 대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그 어느 때보다 중대하고 임박한 위협으로 (일본의) 안보환경은 전후(戰後) 가장 힘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법으로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폐기토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 같은 변화는 북-미 간 2차 정상회담이 추진되는 등 협상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북-미 협상 추진 의사를 나타내고, 중국과 러시아 등 주요국이 모두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는 가운데 일본만 외톨이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중국에 대해서도 “작년 방중으로 중일 관계가 완전히 정상 궤도로 돌아왔다”며 “앞으로 정상 간 왕래를 반복해 정치, 경제, 문화, 스포츠, 청소년 교류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 국민 레벨에서의 교류를 심화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을 군사대국으로 묘사하거나 경계하는 표현은 없었다. 매년 강조하던 자신의 정치적 숙원인 ‘개헌’은 간략하게만 언급했다. 아베 총리는 “국회 헌법심사회에서 각 당이 (개헌) 논의를 심화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각 당이 헌법의 구체적인 안을 국회에 가져와야 한다”고 강하게 개헌 드라이브를 걸었던 것과 대비된다. 개헌에 야권이 크게 반대하고 있고 연립여당인 공명당도 급격한 개헌 추진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일 관계의 악화 속에서도 아베 내각 지지율은 급등해 50%대를 회복했다. 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도쿄TV는 아베 내각 지지율이 53%라고 보도했다. 25∼27일 전국의 18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990명 답변, 응답률 44.4%)한 결과로 지난해 12월 조사 때와 비교해 6%포인트 급등했다. 외교 관계자는 “한 달 만에 지지율이 크게 뛴 것은 이례적이다. 한국과 레이더 갈등이 악화하면서 국민 여론이 결집된 효과도 포함돼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8일 북한과의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국교 정상화하는 것을 올해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미국, 한국 등 국제사회와 연대하겠으나 강제징용 배상 판결, 레이더-초계기 저공비행 갈등 등 한국과 관련된 이슈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이날 국회(중·참의원) 시정방침 연설에서 “북한의 핵, 미사일,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상호 불신의 껍데기를 깨야 한다”며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 의지를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직접 만나겠다고도 했다. 아베 총리의 올해 연설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대응’에 초점을 맞췄던 지난해 연설과는 내용이 크게 다른 것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법으로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폐기토록 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과 미국이 2차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등 비핵화를 위한 북미 협상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일제 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 레이더 조사(照射) 논란 등 한국과의 관계에 대해선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 종군 위안부 문제로 갈등을 겪던 지난해만 해도 최소한 ‘협력관계’를 거론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연설에서 미국, 중국을 차례로 거론한 뒤 “문재인 대통령과는 양국 간 국제 약속, 신뢰의 축적 위에 미래지향적이고 새로운 시대의 협력관계를 심화하겠다”고 언급했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설 연휴에 가족들과 일본 여행을 계획 중인데 현지에서 독감이 유행이라 걱정입니다.” 일본의 올겨울 인플루엔자(독감) 누적 환자가 500만 명을 넘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설 연휴 일본 여행을 앞두고 면역력이 약한 노인과 어린 자녀들의 감염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특히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복용한 뒤 환각 증세 등을 보이는 사례가 국내외에서 잇따르면서 약 복용에 대한 우려도 크다. Q. 국내에서도 독감이 다시 확산될까? A. 독감 환자 수는 지난해 12월 넷째 주 외래환자 1000명당 73.3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올해 1월 셋째 주 23명으로 감소 추세다. 하지만 올겨울 독감 유행 기준인 6.3명을 여전히 웃돌고 있어 방심할 단계는 아니다. 독감은 3, 4월까지 지속될 수 있어 지금이라도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올겨울 독감 예방을 위해 지난해 9∼12월 예방접종을 한 비율은 6개월∼12세 어린이는 73%, 65세 이상 고령자는 84%였다. Q. 일본의 독감 유행 상황은? A. 14∼20일 보고된 일본의 독감 환자 수는 의료기관 1곳당 53.91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해 1월 넷째 주(54.33명)에 버금간다. 독감 경보 기준인 30명을 넘겨 ‘적색’ 경보가 발령된 상태다. 현재 환자 수는 213만 명, 올겨울 누적 환자 수는 총 541만 명에 이른다. Q. 백신을 맞았다면 일본으로 여행을 가도 안전할까? A. 독감 백신 접종 뒤 항체가 생기려면 2주가 걸린다. 지난주 맞았다면 설 연휴 기간 항체가 없을 수 있다. 백신을 맹신하는 것도 금물이다. 건강한 성인의 백신 예방 효과는 70∼90% 수준이다. 노인이나 어린이, 만성질환자의 예방 효과는 더 떨어질 수 있다. 다만 예방접종을 하면 독감에 걸리더라도 가볍게 앓고 지나갈 수 있다. 올겨울 독감을 이미 앓았더라도 유형이 다른 바이러스에 또다시 감염될 수 있다.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등 개인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는 수밖에 없다. Q. 타미플루는 어떤 부작용이 있나? A. 국내에서는 2015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836건의 부작용 신고가 접수됐다. 구토, 설사 등 경미한 증상이 대다수였지만 환각 12건, 섬망(병적 흥분) 6건 등 이상행동을 보인 사례도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13세 여중생이 타미플루를 복용한 뒤 아파트 12층에서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일본에서도 타미플루를 복용한 것으로 알려진 초등학교 6학년생 남학생이 맨션 3층에서 떨어져 다치는 사고가 났다. 보건당국은 타미플루의 오셀타미비르인산염 성분이 소아나 청소년에게 신경정신계 이상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Q. 그렇다면 타미플루 복용을 중단해야 하나? A. 아니다. 면역력이 낮은 사람이 독감에 걸려 합병증을 일으키는 게 더 위험하다. 부작용은 일시적이기 때문에 임의로 복용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복용 후 이틀 정도 환자가 혼자 있지 않도록 보호자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Q. 어떤 경우 복용에 유의해야 하나? A. 만성질환자는 의사와 먼저 상담해야 한다. 신장 기능이 떨어진 경우 투여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간 질환 환자는 간 효소 수치가 상승할 수 있고, 당뇨 환자는 고혈당증이 나타난 사례가 있어 복용에 주의해야 한다. 임신을 했거나 수유 중인 경우 상담 후 복용하는 것이 좋다. 태아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연구로 입증되지 않았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아들은 일본을 매우 좋아했습니다. 정치적으로 어려운 지금이야말로 ‘한일 간 가교가 되고 싶다’던 아들의 말에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고 이수현 씨(사진)의 어머니 신윤찬 씨가 울먹이며 말하는 모습이 26일 NHK를 통해 일본 전역에 방송됐다. 한일관계가 계속 악화되는 가운데 신 씨의 발언은 잔잔한 감동을 전해줬다. 일본 누리꾼들은 NHK 뉴스를 퍼 나르며 ‘잊을 수 없는 사건. 고인에게 경의’, ‘이 이야기를 모르는 젊은이들은 반드시 이번 기회에 (알기 바란다)’ 등 메시지를 남겼다. 2001년 1월 26일 한국인 유학생이었던 이 씨는 도쿄(東京) 신오쿠보(新大久保)역 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다가 27세의 나이로 목숨을 잃었다. 정확하게 18년이 지난 26일 신 씨는 사고 현장을 찾아 의인(義人)을 추모했다. 신오쿠보역에는 승강장으로 올라가는 통로가 하나뿐이다. 주말이면 수십 명이 오가기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사람에게 밀려 움직일 정도로 비좁다. 하지만 신오쿠보역을 관할하는 JR동일본철도 직원들은 이날 승객을 통제하며 신 씨가 헌화대 앞에서 추모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신 씨는 헌화 후 사고가 났던 승강장까지 직접 올라갔다. 주위 인사들에게 “해마다 아들을 보러 옵니다. 여러분들도 잊지 않고 찾아줘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이 씨의 사고 이후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사고 직후 신오쿠보역에는 간이 스크린도어가 설치됐다. 일본인들이 자발적으로 성금을 낸 고인 이름의 영문 철자를 딴 ‘LSH 아시아장학회’도 출범했다. 2017년 기준 18개국 844명에게 장학금이 돌아갔다. 2006년에는 일본인 감독이 이수현을 소재로 한 영화 ‘너를 잊지 않을 거야’를 제작했다. 신 씨는 추모 행사 후 신주쿠(新宿) 한국문화원으로 이동해 의인의 죽음 이후 남겨진 주변 사람 얘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가교’를 일본인 300여 명과 함께 관람했다. 고인의 아버지 이성대 씨는 건강 문제로 일본에 오지 못했다. 다만 이 씨는 영화 상영이 끝난 뒤 대독한 일본 관객에게 보내는 서면 인사말을 통해 “현재의 한일관계가 엄혹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활발하게 교류해 마음을 잇는 일을 소중히 하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로봇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이 확산되고 있다. 비싼 인건비 때문에 자율주행 택배로봇 개발에 집중하던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벌써 ‘실전’에 투입하는 단계까지 왔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세계 로봇시장 규모는 2016년 915억 달러(약 103조 원)에서 2020년 1880억 달러로 연평균 20%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령자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택배 로봇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회사인 미국 아마존은 23일(현지 시간) 자율주행 택배로봇인 ‘아마존 스카우트’ 6대를 시애틀 북쪽 워싱턴주 스노호미시 카운티에서 주간에 운영한다고 밝혔다. 스카우트는 아이스박스 크기의 몸통에 바퀴 6개가 달려 있는 자율주행 로봇이고 전기가 동력원이다. 아마존은 “스카우트는 애완동물이나 보행자 등 경로 위의 물체를 피해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범 운영 기간에는 사람이 직접 따라다니며 배송 과정을 검증할 계획이다. 스카우트가 보급되면 택배 서비스도 획기적으로 바뀐다. 택배 기사가 트럭에서 스카우트를 인도에 내려놓으면 목적지를 스스로 알아서 찾아가기 때문에 단시간에 많은 물건을 배송할 수 있다. 특이점은 스카우트에 물건을 내려놓는 기능이 없다는 것. 사람이 나오면 뚜껑을 열어 물건을 집을 수 있게 해준다. 택배 기사가 미리 스카우트가 배달할 것이라고 통보하면 사람이 나와서 가져가는 식이다. 물건 분실이나 도난 위험이 상대적으로 작다. 아마존이 스카우트 보급을 확대하면 자율주행 택배 로봇 시장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 로봇은 기술과 운영 방식이 간단해 본격적인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에 앞서 보급될 기술로 꼽힌다. 오전에 사무실에서 물건을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퇴근 후에 물건을 받게 된다. 미국에서는 스타십(Starship), 텔레리테일(Teleretail) 등 스타트업들이 자율주행 로봇 개발에 나섰다. 뉴로(Nuro)와 유델브(Udelv) 등은 유통회사와 손잡고 자율주행 택배로봇 보급에 나섰다. 뉴로는 시속 25마일 속도로 달리는 배달 로봇을 개발하고 있으며 유통회사인 크로거와 식료품 배달을 위해 손을 잡았다. 유델브는 월마트와 협력하고 있다. ○ 장난감을 넘어 주인 돌보미로 진화한 로봇 일본의 대표적인 전자기업인 소니는 강아지 로봇 ‘아이보’를 통한 노약자 돌봄 서비스를 2월 중순에 시작한다고 23일 발표했다. 아이보 코에 부착된 카메라와 화상 인식 인공지능(AI)으로 노약자들이 집에서 건강하게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멀리서도 확인할 수 있다. 경비업체와의 협업으로 아이보를 통한 경비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돌봄 서비스 요금은 월 1480엔(약 1만5000원), 기계 본체 가격은 이전과 동일한 19만8000엔이다. 소니가 1999년에 처음 아이보를 선보였을 때엔 일반적인 장난감에 가까웠다. 판매 실적 부진으로 2006년에 판매를 중단했다. 소니는 2017년 10월에 아이보 2.0을 공개했다. 카메라, 터치 센서, 마이크로폰을 장착해 반응성과 생동감을 높였다. 4000개 부품을 사용해 꼬리 흔들기, 손 흔들기 등을 가능하게 했다. 눈을 깜빡이거나 주인을 따라다니게 해 살아있는 강아지 느낌이 나게 했다. 이번에는 더욱 고도화시켜 돌봄 서비스 기능을 장착한 것. 일본 정부는 로봇 산업에 대해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2014년 6월 발표된 신성장전략 개정판에서 로봇에 의한 새로운 산업혁명을 선언했다. 특히 빠르게 고령화돼 가는 사회 특성상 일본 정부는 개호(介護·돌봄) 분야 로봇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2월 각의(국무회의)에서 의결한 ‘고령사회대책대강’에 따르면 일본은 2015년 24억 엔 규모였던 개호로봇 시장을 2020년까지 500억 엔 규모로 키울 계획이다.뉴욕=박용 parky@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군 당국이 일본 해상초계기(P-3C)가 23일 한국 해군 함정을 향해 초근접 위협 비행을 하는 등 명백한 도발을 했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당시 상황이 담긴 사진을 24일 공개했다. 사진엔 일본이 근접 위협 비행을 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데이터도 명시돼 있었다.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일본 방위상이 전날 “우리는 위협 비행을 하지 않았다”며 한국 국방부 발표를 부인하자 곧바로 증거 사진을 내놓으며 정면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국방부가 이날 공개한 사진은 사건이 발생한 23일 오후 2시 3분 전후 촬영된 것이다. 당시 이어도 서남방 해역에서 작전 중이던 한국 해군 대조영함 대원들이 열영상 적외선(IR) 카메라와 캠코더로 촬영한 영상을 캡처한 사진 3장과 함정이 운용하는 대공 레이더가 일본 초계기를 포착했을 당시 화면이 담긴 사진 2장 등 총 5장이다. 대공 레이더 화면을 담은 사진에는 대조영함에서 초계기까지의 거리와 고도 등 표적 관련 정보가 명시돼 있다. 이 사진에는 1월 23일(이하 모두 영어 표기) 14시 03분이라는 일시 정보와 함께 고도 200ft(약 60m), 거리 0.3NM(약 540m)라는 데이터가 찍혀 있다. 일본 초계기가 대조영함 60∼70m 상공에서 위협 비행을 했다는 전날 국방부 발표와 일치하는 수치다. 국방부 사진이 맞다면 전날 일본 방위상이 “(초계기가) 고도 150m 이상을 확보했었다”고 주장한 것도 사실이 아닌 셈이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기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며 해당 데이터가 시시비비를 가려줄 ‘스모킹건’(결정적 증거) 임을 강조했다.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이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상임위원회를 열어 “최근 우리 함정에 대한 일본 초계기의 근접 저고도 위협 비행이 반복되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이러한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엄중히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명백한 증거 앞에서도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와야 방위상은 사진 공개 직후 기자들에게 “우리는 국제 법규와 국내법을 지키며 늘 적절한 경계 감시 활동을 해오고 있다. 한국 측에 위협을 줄 의도나 이유가 전혀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일본이 근접 위협 비행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데이터를 공개해 재반박할지도 관심거리였다. 가와노 가쓰토시(河野克俊) 일본 자위대 통합막료장(한국 합참의장에 해당)은 사진 공개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행 데이터는 있지만 공개하지 않겠다”고 했다. 한국 해군이 20여 차례 경고통신을 했지만 답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선 “안전한 거리, 고도로 비행하고 있다는 취지로 회답했다”고 주장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로봇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이 확산되고 있다. 비싼 인건비 때문에 자율주행 택배로봇 개발에 집중하던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벌써 ‘실전’에 투입하는 단계까지 왔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세계 로봇시장 규모는 2016년 915억 달러(약 103조 원)에서 2020년 1880억 달러로 연평균 20%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령자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택배 로봇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회사인 미국 아마존은 23일(현지 시간) 자율주행 택배로봇인 ‘아마존 스카웃’ 6대를 시애틀 북쪽 워싱턴 주 스노호미시 카운티에서 주간에 운영한다고 밝혔다. 스카웃은 아이스박스 크기의 몸통에 바퀴 6개가 달려 있는 자율주행 로봇이다. 전기차처럼 전기가 동력원이다. 아마존은 “스카웃은 애완동물이나 보행자 등 경로 위에 물체를 피해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범 운영 기간에는 사람이 직접 따라다니며 배송 과정을 검증할 계획이다. 스카웃이 보급되면 택배 서비스도 획기적으로 바뀐다. 택배 기사가 트럭에서 스카웃을 인도에 내려놓으면 목적지를 스스로 알아서 찾아가기 때문에 단시간에 많은 물건을 배송할 수 있다. 특이점은 스카웃에 물건을 내려놓는 기능이 없다는 것. 사람이 나오면 뚜껑을 열어 물건을 집을 수 있게 해준다. 택배 기사가 미리 스카웃이 배달할 것이라고 통보하면 사람이 나와서 가져가는 식이다. 물건 분실이나 도난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 아마존이 스카웃 보급을 확대하면 자율주행 택배 로봇시장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 로봇은 기술과 운영 방식이 간단해 본격적인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에 앞서 보급될 기술로 꼽힌다. 오전에 사무실에서 물건을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퇴근 후에 물건을 받게 된다. 미국에서는 스타십(Starship), 텔리리테일(Teleretail) 등 스타트업들이 자율주행 로봇 개발에 나섰다. 뉴로(Nuro)와 유델브(Udelv) 등은 유통회사와 손잡고 자율주행 택배로봇 보급에 나섰다. 뉴로는 시속 25마일 속도로 달리는 배달 로봇을 개발하고 있으며 유통회사인 크로거와 식료품 배달을 위해 손을 잡았다. 유델브는 월마트와 협력하고 있다. ●장난감을 넘어 주인 돌보미로 진화한 로봇 일본의 대표적인 전자기업인 소니는 강아지 로봇 ‘아이보’를 통한 노약자 돌봄 서비스를 2월 중순에 시작한다고 23일 발표했다. 아이보 코에 부착된 카메라와 화상 인식 AI로 노약자들이 집에서 건강하게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멀리서도 확인할 수 있다. 경비업체와 협업으로 아이보를 통한 경비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돌봄 서비스 요금은 월 1480엔(약 1만5000원), 기계 본체 가격은 이전과 동일한 19만8000엔이다. 소니가 1999년에 처음 아이보를 선보였을 때엔 일반적인 장난감에 가까웠다. 판매 실적 부진으로 2006년에 판매를 중단했다. 소니는 2017년 10월에 아이보 2.0을 공개했다. 카메라, 터치 센서, 마이크로폰을 장착해 반응성과 생동감을 높였다. 4000개 부품을 사용해 꼬리 흔들기, 손 흔들기 등을 가능하게 했다. 눈을 깜빡이거나 주인을 따라다니게 해 살아있는 강아지 느낌이 나게 했다. 이번에는 더욱 고도화시켜 돌봄 서비스 기능을 장착한 것. 일본 정부는 로봇 산업에 대해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2014년 6월 발표된 신성장전략 개정판에서 로봇에 의한 새로운 산업혁명을 선언했다. 특히 빠르게 고령화돼 가는 사회 특성상 일본 정부는 개호(介護·돌봄) 분야 로봇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2월 각의(국무회의)에서 의결한 ‘고령사회대책대강’에 따르면 일본은 2015년 24억 엔 규모였던 개호로봇 시장을 2020년까지 500억 엔 규모로 키울 계획이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초계기(P-3C)가 23일 우리 해군 함정을 향해 또다시 저고도 근접 위협비행을 감행했다. 일본 초계기는 18, 22일에도 작전 중이던 율곡이이함, 노적봉함 및 소양함에도 저공 위협비행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해 12월 20일 북한 어선을 구조하던 우리 함정에 위협비행을 해 이른바 ‘레이더 갈등’을 유발한 뒤 올해만 세 차례 도발한 것. 국방부는 ‘명백한 도발’로 규정했다. 군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3분경 일본 초계기 1대가 이어도 서남쪽 약 131km 해상에서 우리 구축함(대조영함)에 540m까지 접근해 고도 60∼70m로 선회비행을 했다. 한 달 전 다른 초계기(P-1)의 저공 위협비행 때(약 150m)보다 90여 m나 더 낮게 날아 선체 주위를 훑어내듯이 위협비행을 한 것이다. 이 해역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외곽의 우리 측 배타적경제수역(EEZ)이라고 군은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대조영함이 20여 차례의 경고방송을 했지만 이를 무시한 채 위협비행을 강행했다”고 말했다. 서욱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정부에 분명히 재발 방지를 요청했음에도 또다시 저고도 근접 위협비행을 한 것은 우방국 함정에 대한 명백한 도발행위로 일본의 저의를 의심치 않을 수 없다”며 “또다시 행위가 반복될 경우 대응행동수칙에 따라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야 다케시(巖屋毅) 일본 방위상은 이날 회견에서 “한국이 주장하는 고도 60∼70m 비행 부분은 정확하지 않다. (고도) 150m 이상 확보해 예전과 마찬가지로 국제법규, 국내법을 지키면서 비행했다”고 반박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 도쿄=박형준 특파원}
일본 정부는 해상자위대 소속 초계기(P-3C)의 저공 위협 비행에 대한 한국 국방부의 발표를 전면적으로 부인했다. 이와야 다케시(巖屋毅) 방위상은 23일 오후 6시 반경 방위성 1층 복도에서 기자들을 만나 “상세한 내용은 계속 확인 중”이라면서도 ‘고도 60∼70m 위협 비행을 했다’는 한국 측 발표에 대해선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18일과 22일에도 근접 비행이 있었다’는 한국 측 발표에 대해서도 “국내법 등에 따라 적절하게 비행했고, 이런 내용을 한국에도 전달하고 있다” “500m 이상의 거리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위성 소속 공무원들도 일본 언론에 익명으로 코멘트를 전하며 부인 움직임에 동참했다. 한 방위성 간부는 NHK에 “자위대 초계기는 통상적인 경계 감시 활동을 했다고 보고받았다. 저공비행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방위성 간부도 “레이더 조사 문제로 일한 관계가 악화돼 있는 상황이어서 현장에서는 통상보다 한층 주의해 활동하고 있다”며 “사실관계까지 왜곡한 한국 측 발표가 매우 유감”이라고 했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23일 만난 한일 외교장관도 일본 초계기의 저공 위협 비행에 대해선 엇갈린 얘기를 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오늘을 포함해 세 차례 일본의 초계기 저공비행이 있었다”고 하자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은 “국제법과 국내법에 규정된 대로 비행했다”고 맞섰다. 다만 일본 측은 한국을 자극할 표현은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이와야 방위상은 “(레이더 조준) 사실은 사실대로 밝히라고 지적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하겠지만, 한국과의 방위협력이 지역 안보에 중요하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고노 외상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얼굴 맞대고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김범석 특파원}

두 번째 특파원 부임 길은 험난했다. 가장 애를 먹은 게 집 구하기. 부임 두 달 전인 지난해 11월부터 도쿄 오사키역 근처 맨션을 찾았다. 일본에서 집을 구할 때는 보증회사 심사와 집주인 심사를 각각 거쳐야 하는데, 둘 중 어느 한 곳에서라도 ‘노(NO)’라고 하면 계약할 수 없다. 신청부터 계약까지 한 달 정도 걸린다. 오사키역 근처 부동산중개업체에 따르면 일본 경기가 살아나면서 해외 비즈니스맨들이 대거 몰려온 2년 전부터 집을 구하는 게 어려워졌다고 한다. 간혹 나오는 맨션의 가격은 터무니없이 비쌌다. 2012년 첫 부임 때 살았던 맨션(오사키역에서 두 정거장 떨어진 다마치역 인근)은 7년 만에 월세가 30% 올라서 넘볼 수조차 없었다. 임대맨션 50여 곳의 문을 두드렸는데, ‘외국인은 받지 않는다’는 통보를 두 번이나 받았다. 마음에 드는 맨션에 1순위로 신청했지만, 보증회사 심사에서 불합격했다. 결국 두 번째 특파원 생활을 호텔에서 시작했다. 현지 부동산중개업체도 뭐가 문제였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7년 전만 해도 전혀 고민할 필요도 없었던 일들이 난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악화된 한일관계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한일관계의 현주소는 부임 전 서울에서 만났던 전문가들로부터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그중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을 일본이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는 것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연구소장은 “화해치유재단 강제 해산, 레이더 갈등이 각각 1 정도의 영향을 미쳤다면 강제징용 판결 영향력은 10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요즘 일본 정계와 관계는 ‘한국 무시’ 혹은 ‘한국 때리기’에 한창이다. 지한파 일본 지식인들조차 한일관계 개선이란 말을 편하게 꺼낼 수 없을 정도로 분위기가 악화되고 있다. 막후에서 중재해주는 원로도 이젠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단순 해프닝으로 끝났을 ‘사격레이더 조준’ 사태도 한 달을 넘겨 아직까지 책임 공방을 벌이는 처지다. “몸조심하라”는 한국 지인들의 말을 수차례 들으며 무거운 마음으로 일본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재류카드를 만들었고, 구청에 가서 3년 재류를 신고했다. 주말엔 시부야와 하라주쿠, 신주쿠 일대를 살펴봤다. 그런데 이상했다. 험악한 시선을 예상했지만 오히려 그 반대였다. 일본 특유의 친절함, 배려, 오모테나시(손님을 극진하게 모시는 일본 문화)는 여전했다. 말단 공무원과 음식점 아르바이트생은 한국 관광객들에게 영어와 일본어를 섞어가며 최선을 다해 설명했다. 19일 시부야의 쇼핑몰 ‘시부야109’ 정문에는 ‘레드벨벳과 함께하는 겨울 세일’이란 큼지막한 현수막이 걸렸다. 매장에는 레드벨벳뿐 아니라 트와이스, 블랙핑크 등 한국 걸그룹의 노래들이 쉴 새 없이 나왔다. 일본 극우들의 훼방에도 불구하고 한국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에 여전히 일본 청소년들이 구름처럼 몰린다고 한다. 적어도 평범한 일본 국민 레벨에서는 반한 감정을 느낄 수 없었다.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이 753만 명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 치운 것도 바로 이런 분위기 덕분이었을 것이다. 정치, 외교, 군사 분야에서의 한일 관계는 싸늘하게 식고 있지만 민간 분야, 특히 여행과 예술 분야의 교류는 여전히 뜨겁다. 다행이다. 그리고 이게 희망이다. 레이더 사태 등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일본의 사과를 받고 공방을 벌이는 데 몰두하기보다는 민간 교류의 소중한 불씨를 살려나가는 것이 더 중요한 일로 보인다. 박형준 도쿄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