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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가 200억 원을 출연해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 구축을 돕는다. 포스코는 9일 중소기업 500곳의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하기 위해 5년간 총 200억 원을 출연한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스마트공장 구축을 직접 지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중소기업의 역량 강화를 위한 혁신컨설팅도 패키지로 제공해 중소기업이 체계적으로 스마트공장을 구축 및 운영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포스코 200억 원, 중소벤처기업부가 100억 원 등 총 300억 원을 5년 동안 지원하고 중소기업중앙회 대한상공회의소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등도 함께 사업에 참여한다. 포스코는 2013년부터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 구축과 생산 현장 혁신을 지원해 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2025년이면 우리 회사 매출이 반 토막 날지도 몰라요.” 대구에 위치한 한 자동차부품사 총괄 임원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 회사는 엔진과 변속기 부품을 만드는데 전기자동차에는 들어가지 않는 부품이다. 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한국 9000여 개 자동차부품사가 이처럼 미래차 생존 전쟁에 내몰리고 있다. 자동차의 심장(배터리 등), 두뇌(자율주행), 소비 방식(공유경제)이 모조리 바뀌는 변화를 앞두고 있지만 실적 악화가 겹쳐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태다.》 대구에 위치한 변속기 부품 회사인 A사는 현대자동차그룹의 2차 협력사다. 현대차그룹 물량 비중이 90%에 달해 현대차그룹의 친환경차 전략에 매출이 좌지우지된다. A사 임원은 “5, 6년 후 현대·기아차의 친환경차 생산이 확대돼 (우리 같은 내연기관 부품업체들의) 매출이 급감한다 해도 자체 연구개발(R&D)은 꿈도 못 꾼다”며 “안 그래도 실적이 좋지 않아 계약직 외에 신규 인력도 못 뽑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한때 매출 1000억 원을 바라봤지만 현대·기아차의 중국 실적이 악화되면서 지난해 740억 원까지 급락했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적자로 전환됐다. A사는 현대차그룹 외에 미국 상용차 등 다른 내연기관차 기업을 확보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비용을 줄여보려 인건비가 싼 베트남으로 국내 사업 일부를 옮기기로 했다. 이 회사 임원은 “2, 3년 전만 해도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라며 “2, 3차 협력사가 생존하려면 이런 궁여지책밖에 없다”고 말했다. A사를 비롯해 한국 9000여 개 자동차 부품사는 100년 만의 자동차 패러다임 변화를 앞두고 위기감과 절박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자동차 시장 침체 사이클과 미래차 투자 시기가 겹쳐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미래차 위기감 고조 본보가 현대모비스 한온시스템 만도 등 한국 자동차 부품산업을 이끄는 주요 부품 10개사의 전략·기술 임원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이미 국내 자동차 부품 시장은 구조 개편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기아차 울타리에서 벗어나 내연기관 부품이 필요한 해외 시장을 찾고 사업 구조조정에 나서거나 발 빠르게 전기차 신사업으로 전환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자동차 시장 하강 국면 △R&D 투자비 급증 △예측 불가능한 미래차 도입 시기 △기존 수직계열화 붕괴 등이 불확실성을 가중시킨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국내 자동차 부품사의 대기업으로 불리는 B사의 전략총괄임원은 “기술이 너무 빨리 변하다 보니 미국에는 대학 연구실 등이 보유한 원천기술 중 서둘러 산업화할 수 있는 것만 찾아 분석해 주는 컨설팅 기관까지 생겼다”면서 “자문료가 연간 200만 달러(약 23억7000만 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친환경차, 자율주행차로 갈 것’이라는 방향성만 있지 어떤 기술이 언제 어떻게 기준이 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기술을 보유해 놓고 필요할 때 골라 꺼내 쓰려면 정보와 돈이 모두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중소 부품사는 기술 변화 정보로부터 소외돼 있다는 점이다. 당장 내일 문 닫을지도 모르는 와중에 기술 정보를 얻는 데 수십억 원을 지불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북지역의 한 중소 부품사는 “원청 기업이 뭘 개발할지 기다리는 것 외엔 따로 어디에 투자할지 감이 안 온다”고 말했다.○ 미래차는 ‘쩐의 전쟁’, 밀려나는 부품사 중소 중견 자동차 부품사들은 정보도 없지만 투자 여력 자체가 떨어진 상태다. 올해 1분기 자동차 부품 상장사 중 32.5%가 적자였다. 중견기업 부품사인 C사 관계자는 “현대·기아차 연간 생산량이 800만 대에서 730만 대까지 줄었다는 것은 협력 부품사들엔 보릿고개를 넘어야 한다는 의미”라며 “(투자를 위한) 돈이 많이 필요한 시기에 기존 자동차 시장이 쪼그라드니 이대로라면 다들 4, 5년도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1차 협력사 일부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울산에 본사를 둔 배기 관련 부품사 세종공업은 전기차 도입 시 제품 100%가 사라진다는 위기감에 2008년 경기 수원시 광교에 R&D센터를 세웠고 현재 용인시에 자리를 잡았다. 친환경차 센서 등 전동화 부품에 투자해 지난해 매출 비중의 7%까지 끌어올렸다. 전기차 도입 시 제품의 90%가 사라진다는 삼보모터스도 2009년 서울에 연구소를 만들고 감속기(전기차의 속도 조절 부품) 개발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같이 선제적으로 미래차 준비를 한 부품사는 9000여 곳 중 1%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르노삼성 한국GM처럼 글로벌 본사가 미래차 전략을 이끄는 완성차의 협력사들은 더 속이 탄다. 르노삼성 협력사 관계자는 “부산공장은 르노그룹이 어떤 물량을 주는지에 따라 생산이 결정돼 협력사가 대응할 여력도 없다”며 “당장 노사 갈등에 따른 생산량 감소로 전전긍긍하고 있어 미래차 대응 전략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 “한국판 글로벌 부품사 키울 정부지원 필요” ▼협력사 물량 보장해주던 시대 지나… 부품업계 스스로 미래준비 나서게구체 정책방향 알리고 R&D 지원… 노동유연성 보장, 사업개편 도와야“매년 협력사에 물량을 보장해 주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부품사 E사 임원은 최근 협력사 대표들에게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기존의 수직계열화(완성차 원청-하청 관계) 차원에서 경영 판단을 하지 말고 (현대차 외에도) 다른 업체와 협업해 차별화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본보와의 인터뷰에 응한 10개 주요 부품사 전략·기술 임원 중 9개사는 미래차 시대가 다가올수록 기존 수직계열화가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미래차 시장에 대비해 다른 완성차 업체 또는 스타트업과 활발히 ‘동맹’을 맺고 있는 상황이라 기존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미래자동차를 시스템반도체, 헬스케어와 함께 3대 신성장동력으로 꼽은 정부도 국내 부품업계가 스스로 글로벌 고객사를 확보하고 미래 준비에 나서도록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 부품사가 제2의 보쉬, 제2의 콘티넨탈 같은 글로벌 부품업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터뷰에 응한 부품사 임원들은 “정부가 한국판 글로벌 부품사를 키우려면 ‘찔끔’ 지원 대신 전략적인 연구개발(R&D)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F사 관계자는 “작년에도 자동차 부품사에 3조5000억 원 지원을 발표했지만 주로 대출을 보증해 주거나 골고루 나눠 주기식 지원이었다”면서 “이자비용을 정부가 보조해 주는 지원은 연명하는 기업만 늘 수 있다”고 말했다. G사 임원은 “유럽은 내연기관 판매 중단 시점을 명확히 밝혀 기업들이 충분히 대비할 시간을 줬다. 우리는 친환경차 도입 시기조차 서로 의견이 분분한데 정부가 중장기 정책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에 개입하기보다 자연스러운 개편이 일어날 수 있도록 측면 지원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국이나 유럽은 자동차 부품사들의 인수합병(M&A)이 시장 논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는데 국내에서도 이처럼 자연스러운 재편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3대 부품사인 보쉬, 덴소, 마그나 등도 M&A를 통해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몸집을 키우면서 선제적으로 미래차에 대응하고 있다. 또 다른 중견 부품사 관계자는 “사업 구조를 개편하기 위해 노동 유연성을 보장해 주기만 해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용인=김현수 kimhs@donga.com·지민구 기자 / 김도형 기자}

차량에 다양한 통신 기능을 더한 커넥티드카가 미래차의 중요한 축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인포테인먼트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차량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자율주행 기능 적용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차가 이동수단에 머무르지 않고 움직이는 생활공간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9일 기아자동차는 이달 사전계약을 시작하는 준대형 세단 K7의 페이스리프트 모델 ‘K7 프리미어(PREMIER)’에 한 단계 진보한 인포테인먼트 기술인 ‘카투홈(Car to Home)’과 ‘자연의 소리’ 기능을 최초 탑재한다고 밝혔다. 카투홈 기능은 자동차 안에서 가정의 △조명 △플러그 △에어컨 △보일러 △가스차단기 등을 제어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IoT) 기능이다. IoT 기술이 적용된 아파트·주택과 연동 가능한 카투홈 기능은 내비게이션 모니터의 메뉴를 이용해 손쉽게 쓸 수 있다. 운전 중에는 간단한 음성 명령만으로 카투홈 기능을 이용할 수도 있다. 핸들에 있는 음성인식 버튼을 누른 뒤 “카투홈, 가스 밸브 잠가줘”라고 명령하면 집에 있는 가스가 차단되는 식이다. 다양한 IoT 기기가 일괄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한 ‘외출 모드’와 ‘귀가 모드’도 제공한다. 외출과 퇴근 모드별로 미리 설정해 놓으면 한 번의 터치나 음성 명령으로 설정된 기기들을 동시에 제어할 수 있다. 외출 모드의 설정값을 에어컨 끔, TV 끔, 보일러 끔, 전등 끔으로 맞추어 놓으면 한 번의 명령으로 설정된 기기를 모두 끌 수 있는 식이다. 카투홈 기술 구현을 위해 KT, SK텔레콤, 현대건설 하이오티(Hi-oT), 현대오토에버 등과 제휴한 기아차는 자사의 커넥티드카 서비스인 유보(UVO)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에 따라 유보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서 홈 IoT 서비스 계정을 연결하는 것만으로 카투홈 기능을 쓸 수 있다. K7 프리미어는 홈투카 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가정에 설치된 KT 기가지니(GiGA Genie)나 SK텔레콤의 누구(NUGU) 같은 인공지능 스피커를 통해 차량의 △시동 △공조(차량 내 온도조절) △문 잠김 △비상등 △경적 등의 제어가 가능하다. 기아차 관계자는 “앞으로 출시하는 차량에도 카투홈과 홈투카 서비스를 확대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역시 처음으로 적용되는 자연의 소리 시스템은 운전자가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운전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자연에서 직접 채취한 음원을 바탕으로 구성한 △생기 넘치는 숲 △잔잔한 파도 △비 오는 하루 등 6개의 테마를 상황에 맞춰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졸릴 경우엔 ‘생기 넘치는 숲’ 소리를 들으며 졸음을 쫓고 교통체증이 심하면 ‘비 오는 하루’ 테마를 들으며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는 식으로 쓸 수 있다. 추교웅 기아차 인포테인먼트개발센터장(상무)은 “새로 구현된 커넥티드카 기술이 고객들의 삶을 보다 인텔리전트하게 진화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한국 수출 기업들이 유럽연합(EU)의 환경 및 노동규범 강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6일 한국무역협회의 브뤼셀지부와 현지 통상 전문 로펌인 스텝토가 함께 발표한 ‘유럽의회 선거 결과에 따른 통상정책 전망과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EU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및 탄소세 도입과 친환경 자동차 비중 확대, 화학제품에 대한 안전성 강화 등의 정책이 한국의 기계 가전제품 운송장비 화학제품 수출에 부정적일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제9대 유럽의회 선거 결과 극우 및 유럽의 통합에 반대하는 유럽회의주의 정당의 약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존의 경제·통상정책을 유지하려는 정치 그룹인 국민당(EPP) 사회당(S&D) 자유민주당그룹(ALDE&R) 등이 전체의 67.4%인 506석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EU는 미국발 통상전쟁에 대응해 반덤핑, 세이프가드 등 기존의 무역구제 조치뿐 아니라 국경세 등 신규 무역제한 조치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한국의 국제노동기구(ILO) 조약 비준을 주장하는 등 압박 강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EU는 베트남과 2015년 12월 FTA 협상을 타결했으나 의회가 비준의 전제로 베트남의 ILO 가입을 요구하면서 비준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 또 EU와 미국 간의 무역협정 협상과 관련해 프랑스는 미국의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이유로 협상 개시를 강력히 반대하는 상황이다. 노동 및 환경 이슈가 분쟁거리로 떠오르면 통상에 직접적인 타격이 된 사례가 적지 않다. 무역협회 브뤼셀지부 최경윤 차장은 “EU가 기존의 통상정책 방향을 유지하겠지만 극우·유럽회의주의 정당의 득세로 보호무역주의 강화, 환경 및 노동 관련 입법 동향 등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으로 장기간 노사 갈등을 빚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에서 노동조합이 무기한 전면 파업을 선언하고 나섰다. 5일 르노삼성차에 따르면 르노삼성차 노조는 이날 오후 ‘2018년 임단협 협상이 결렬됐다’며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 노사는 11개월에 걸친 협상 끝에 지난달 16일 기본급은 동결하되 보상금과 성과급 등으로 1인당 1176만 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합의안을 마련한 바 있다. 하지만 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되고 추가 협상이 이어지던 가운데 노조가 협상 결렬과 전면 파업을 선언한 것이다. 르노삼성차 노조의 전면 파업 선언은 르노삼성차 설립 이후 처음이다. 사측은 이날 노조의 전면 파업 선언에 대해 조업을 이어가면서 추가 협상을 계속하겠다는 방침이다. 노조가 전면 파업을 선언했지만 불참하는 조합원 등과 함께 생산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노조가 전면 파업 지침을 하달했지만 5일 야간 조업에는 절반이 넘는 조합원이 참여했다”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전문성 있는 학계의 평가도 없이 내려진 이번 조업정지 사태는 오해에서 비롯된 ‘해프닝’이 될 수 있다. 고로 브리더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은 거의 제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충남도가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제2고로에 조업정지 10일 처분을 내리고 전남도와 경북도도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포항제철소에 조업정지를 사전 통지하면서 철강업계에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애초부터 엉뚱한 문제 제기였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일부 환경단체들이 고로에 달린 안전밸브인 고로 브리더를 문제 삼자 지방자치단체들이 잇달아 조업정지 처분을 내렸지만 고로 브리더의 배출가스는 대기오염의 주요 원인이 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5일 이준호 고려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제철소의 핵심 설비인 고로 브리더의 대기오염 물질 배출 논란에 대해 “브리더에서 다량의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될 것으로 보기 힘들뿐더러 제철소 전체의 오염물질을 기준으로 보면 0.1%에도 못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고로(용광로) 연구 전문가로 일본철강협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부편집인이기도 한 이 교수는 △고로 자체의 용적이 크지 않고 △브리더를 여는 휴풍기에는 고로 내부 물질 대부분이 밑에 가라앉아 있으며 △고압 수증기가 고로 상단으로 주입돼 브리더를 통해 하단의 오염물질이 배출되는 것을 막는다는 점을 들어 환경오염의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환경당국이 가진 역량 안에서 고민을 했겠지만 과학적인 자문 없이 철강업계에 치명적인 조치를 내린 것으로 보여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한금속재료학회장을 지낸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도 “제철소 전체에서 ‘고로 브리더’를 통해 배출되는 오염물질의 비중은 말 그대로 ‘제로’라고 본다”고 했다. 제철소에서 1년 내내 상시적으로 이뤄지는 조업들과 달리 두 달에 한 번 휴풍기에 1시간가량씩 브리더를 열 때 배출되는 가스에 일부 대기오염 물질이 포함돼도 주변의 대기에 영향을 미치기는 힘들다는 설명이다. 민 교수는 “조업정지는 빵을 훔쳤다고 10여 년 동안 감옥에 갇혀 있어야 했던 ‘장발장’이 생각나게 할 정도의 지나친 처분”이라며 “환경에 대한 영향이란 측면에서 제철소의 브리더 개방은 ‘장발장이 빵을 훔쳤다’고조차 말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12기의 고로가 자리 잡고 있는 포스코 포항·광양제철소와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는 고로에서 쇳물을 뽑아내고 이 쇳물을 순차적으로 가공해 다양한 철강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오염물질의 배출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철강사들은 이미 공정별로 정화설비를 갖추고 곳곳에 ‘원격감시장치(TMS)’를 설치해 오염물질 배출량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며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고로 브리더는 그동안 심각한 오염원으로 판단하지 않아 어떤 물질이 얼마나 배출되는지 정확한 분석을 하지 않았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달 드론을 이용해 전남 광양제철소 3고로의 브리더 개방 상황을 조사한 가운데 철강업계 내부적으로는 오염물질 배출량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회 철의 날’ 기념식이 열린 4일 최정우 한국철강협회장(포스코 회장)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미세먼지로 인해 환경 개선 요구가 높아졌다. 철강업계는 미세먼지 저감 정책에 적극 동참해 2021년까지 대기방지 시설에 1조5000억 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제철소 핵심 설비인 고로(용광로)의 대기오염 물질 배출 문제로 조업정지가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철강업계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제철소가 자리 잡은 지역사회와 노동계에서도 지역의 산업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는 환경 당국과 논의하겠다며 사태 진화에 나서고 있다. 4일 전남 광양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고로 조업정지는 지역경제에 직격탄 수준의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 아래 지역사회 의견을 수렴해 반대 의견 표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고로를 가지고 있는 전국 3곳의 제철소 가운데 가장 많은 5기의 고로를 보유하고 있다. 광양은 15만 명의 인구 대부분이 광양제철소와 경제적으로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어 이번 사태의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협력업체에서도 격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광호 포스코 포항제철소 협력사협회 회장(파인스 대표)은 “고로를 세우면 후속 공정이 모두 정지되고 그러면 공급사와 협력사 등도 모두 놀아야 할 판이다”라며 “포항 시민 사이에서도 걱정이 커지고 있어 조만간 협력사협회 차원의 성명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포스코 노조)도 “성급히 조업정지를 명령할 게 아니라 전문가가 참여하는 토론회를 열고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포스코 노조 관계자는 “비전문가와 환경단체가 제기한 의혹에 노동자가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한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 환경부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조업정지 처분을 내린다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물론 노동자까지 죽이는 것”이라며 환경 당국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도 사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이날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20회 철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정승일 산업부 차관은 이번 사태에 대해 “산업부가 할 역할을 최선을 다해서 하겠다”고 밝혔다. 환경 당국에 상황을 설명해 온 산업부는 5일 다시 추가 협의를 진행하고 국무조정실 차원의 조율도 요청할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와도 협의를 해 왔고 청문을 거쳐서 처분할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갑작스레 처분이 내려졌다”며 “고로 조업을 멈출 수는 없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겠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나머지 고로 9기에 대한 추가적인 조업정지 처분 절차도 막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철의 날 기념식에서는 철강업계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조업정지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1973년 6월 9일 포항제철소 1고로의 첫 쇳물 생산을 기념해 제정된 철의 날 행사에서 “고로의 불을 꺼야 하느냐”는 질문이 쏟아지면서 행사장 분위기는 침울했다. 철강협회장인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6일에 철강협회 차원의 입장문을 내겠다”고 밝혔다. 입장문에는 브리더 개방의 불가피성과 조업정지의 파급효과, 대승적인 차원의 해결책 모색 요청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이미 조업정지 처분을 받은 현대제철의 안동일 사장은 이날 “고로의 폭발을 막으려면 현재로선 브리더 개방 외엔 다른 기술이 없다”고 재차 확인했다. 그는 “3일 충남도지사와도 충분히 소통했다. (만일 처분을 수용한다 하더라도) 조업정지한 다음 재가동해도 개선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제철소 핵심 설비인 고로(용광로)의 대기오염 물질 배출 문제로 조업정지가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철강업계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제철소가 자리 잡은 지역사회와 노동계에서도 지역의 산업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는 환경 당국과 논의하겠다며 사태 진화에 나서고 있다. 4일 전남 광양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고로 조업정지는 지역경제에 직격탄 수준의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 아래 지역사회 의견을 수렴해 반대 의견 표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고로를 가지고 있는 전국 3곳의 제철소 가운데 가장 많은 5기의 고로를 보유하고 있다. 광양은 15만 명의 인구 대부분이 광양제철소와 경제적으로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어 이번 사태의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협력업체에서도 격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광호 포스코 포항제철소 협력사협회 회장(파인스 대표)은 “고로를 세우면 후속 공정이 모두 정지되고 그러면 공급사와 협력사 등도 모두 놀아야 할 판이다”라며 “포항시민 사이에서도 걱정이 커지고 있어 조만간 협력사협회 차원의 성명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포스코 노조)도 “성급히 조업정지를 명령할 게 아니라 전문가가 참여하는 토론회를 열고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포스코 노조 관계자는 “비전문가와 환경단체가 제기한 의혹에 노동자가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한 합의점을 찾아야하는 환경부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조업정지 처분을 내린다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물론 노동자까지 죽이는 것”이라며 환경 당국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도 사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이날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20회 철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이번 사태에 대해 “산업부가 할 역할을 최선을 다해서 하겠다”고 밝혔다. 환경 당국에 상황을 설명해 온 산업부는 5일 다시 추가 협의를 진행하고 국무조정실 차원의 조율도 요청할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와도 협의를 해 왔고 청문을 거쳐서 처분할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갑작스레 처분이 내려졌다”며 “고로 조업을 멈출 수는 없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겠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나머지 고로 9기에 대한 추가적인 조업정지 처분 절차도 막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철강의 날 기념식에서는 철강업계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조업정지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1973년 6월9일 포항제철소 1고로의 첫 쇳물 생산을 기념해 제정된 철의 날 행사에서 “고로의 불을 꺼야 하느냐”는 질문이 쏟아지면서 행사장 분위기는 침울했다. 철강협회장인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6일에 철강협회 차원의 입장문을 내겠다”고 밝혔다. 입장문에는 브리더 개방의 불가피성과 조업정지의 파급효과, 대승적인 차원의 해결책 모색 요청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이미 조업정지 처분을 받은 현대제철의 안동일 사장은 이날 “고로의 폭발을 막으려면 현재로선 브리더 개방 외엔 다른 기술이 없다”고 재차 확인했다. 그는 “3일 충남도지사와도 충분히 소통했다. (만일 처분을 수용한다 하더라도) 조업정지한 다음 재가동해도 개선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고로(용광로)의 대기오염 물질 배출 논란과 관련해 국내 철강 업계가 세계 최고 수준의 설비를 갖추고도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집단적인 호소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민철 한국철강협회 부회장은 4일 ‘20회 철의 날’ 기념식을 앞두고 “해외의 주요 고로 엔지니어링사와 (고로의 안전밸브인) 고로 브리더 문제의 기술적 대안을 찾는 작업을 이미 진행 중”이라며 “곧 협회 차원에서 국가 기간산업인 철강업의 절박한 상황을 호소하는 입장문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물론이고 포스코도 정비를 위해 ‘고로 브리더’를 무단 개방했다는 이유로 이미 조업정지 사전 통지를 받았다. 만약 이런 처분이 현실화되면 국내에서 제철소 운영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철강협회 차원에서 설명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 산업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하는 철강협회는 3개 제철소의 고로가 ‘불법 운영’이라고 낙인찍히자 당혹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세계적으로 가장 선진화된 설비를 갖추고 있음에도 지금 상황에선 뾰족한 해법이 없다”며 “업계와 전문가, 해외 기업까지 함께 선도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업정지가 시행되면 지난해 철강 부문에서 합계 50조 원의 매출을 올렸던 포스코와 현대제철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 역시 연쇄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철광석을 녹여서 쇳물을 만드는 국내 고로 전체의 연간 생산 규모는 총 4370만 t. 여기에 고철 등으로 쇳물을 만드는 전기로의 생산 규모를 포함한 한국의 조강 생산량은 지난해 7200만 t 규모로 세계 5위권이다. 이 중 고로의 쇳물로 만드는 철강 제품은 전기로 제품보다 품질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아 여러 단계의 가공을 거쳐서 산업재에 다양하게 사용된다. 고로 조업이 정지될 경우 타격이 예상되는 대표 전방 산업으로는 조선과 자동차가 꼽힌다. 한국 조선업계는 선박의 주된 재료인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인 후판의 절반가량을 국내 제철소에서 공급받고 있다. 고로 조업정지 처분과 관련해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공급받는 후판의 절반이 정말로 사라진다면 조선업 역시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조선사들은 어려운 사정을 호소하며 올 상반기(1∼6월) 내내 국내 철강사들과 후판 가격 줄다리기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일본 등 수입 후판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가격이 오르는 것은 물론이고 안정적인 후판 공급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연간 400만 대를 생산하는 국내 자동차 업계도 일부 일본산을 제외한 대부분의 강판을 국내에서 공급받는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부품별, 차종별로 세세한 기준에 맞춘 강판을 현대제철과 포스코에서 주로 공급받는다”며 “국내 제철소 고로에 불이 꺼지는 상황은 자동차 업계에서는 상상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고로(용광로)의 대기오염 물질 배출 논란으로 현대제철에 ‘조업정지 10일’ 처분이 내려지면서 철강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처분을 내린 지방자치단체는 환경부 판단을 감안한 법적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철강업계는 처분이 현실화되면 사실상 제철소 문을 닫으라는 소리라며 우려하고 있다. ○ 고로 조업정지 처분 확산 조짐 2일 현대제철과 충남도 등에 따르면 충남도는 지난달 사전 통지했던 당진제철소 2고로에 대한 조업정지 10일 처분을 지난달 30일 확정지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도 각각 고로 1기에 대해 경북도와 전남도로부터 지난달 조업정지 10일 사전 통지를 받고 의견서 제출이나 청문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 중 현대제철이 처음으로 조업정지 처분이 확정된 것이다. 발단은 최근 미세먼지 확산으로 환경 문제에 대한 당국과 시민단체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생겼다. 올해 환경단체들이 포스코, 현대제철에 대해 고로에 달린 일종의 안전밸브인 ‘고로 브리더’에서 무단으로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지자체가 조사 후 조업정지 처분을 내린 것이다. 철강업계는 고로의 조업을 정지한 채 버틸 수 있는 시간을 최대 4, 5일로 보고 있다. 그 이상 고로 조업을 정지하면 쇳물이 굳어버려 재가동하려면 3∼6개월이 더 걸리는 까닭에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한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조업정지 10일 동안 문제를 시정하지 않으면 30일 조업정지 처분, 허가 취소 등이 줄줄이 이어지는데 현재로선 브리더를 대체할 기술이 없는 상태다. 현재 국내에는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등 제철소 3곳에 고로 12기가 있는데, 모두 같은 방식으로 운영돼 앞으로 무더기 조업정지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어떻게든 조업정지 처분을 피하려 가처분 신청, 행정소송 등을 통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반응이다. 당장 현대제철은 행정소송을 진행해 조업정지 집행을 미루는 데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 50년 운영 고로 브리더, 왜 문제됐나 고로 브리더는 제철소 고로 위에 4개씩 설치된 일종의 비상밸브다. 고로를 가동하는 과정에서 폭발 위험이 생기면 자동으로 열린다. 지자체도 폭발 위험으로 브리더가 열리는 경우는 예외 사례로 인정하고 있다. 문제는 두 달에 한 번가량 고로에 열풍 주입을 중단하고 고로 내부를 정비할 때다. 수증기를 주입하는데 이 작업 초반에도 높아진 내부 압력 때문에 폭발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고로 브리더를 길게는 1시간까지 열어놓는다는 게 철강업계의 설명이다. 지자체는 대기환경보전법에 방지시설 없이 오염물질을 배출할 수 없도록 한 상황에서 휴풍(열풍 주입 중단) 시 임의로 브리더를 여는 것을 불법이라고 보고 있다. 경북도, 전남도, 충남도 등은 “상급기관인 환경부가 브리더 임의 개방을 불법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행정처분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주로 새벽에 정비 목적으로 브리더를 개방한 것은 오염 물질 배출의 고의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철강업계는 “통상적으로 오전에 정비 작업을 하기 위해 새벽에 브리더를 개방하는 것”이라며 지자체가 철강업에 대한 이해 없이 성급한 처분을 내렸다는 반응이다. 휴풍 기간에 고로를 정비해 가면서 고로를 운영하는 것은 공정 특성상 꼭 필요한 과정이고, 세계적으로 브리더 개방 없이 고로를 정비하는 경우는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지자체로부터 브리더 개방 관련 기술 문의를 받은 세계철강협회는 “세계적으로 환경 당국이 휴풍 시 고로 브리더 개방을 문제 삼은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회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염 물질 배출량에 대한 논란도 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연간 10회 미만으로 고로를 정비하고, 1시간씩 브리더를 열면 초반 5분 내외로는 일산화탄소와 이산화질소 등이 배출되긴 하지만 그 이후엔 대부분 수증기가 배출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국립환경과학원이 드론을 이용해 브리더 개방에 따른 배출가스 상황을 조사했는데 전남 광양제철소 인근 지역에서는 눈에 띌 만한 대기 질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조업정지 카드를 빼들기 전에 지자체와 철강업계, 환경당국 등이 머리를 맞대고 먼저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연속 공정의 특성상 조업을 정지하면 아예 일관제철소 문을 닫으라는 소리다. 조선 및 자동차 등 각종 산업에 미치는 여파가 큰데 대안 마련 없이 사안을 너무 쉽게 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도형 dodo@donga.com / 당진=이기진 / 포항=장영훈 기자}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첨단 기술 개발과 기존 제품에서의 압도적인 경쟁력 확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친환경 기술 확보와 오지를 마다하지 않는 해외 시장 개척. 임직원 ‘행복’을 중요한 가치로 내세운 내부 경영 혁신….국내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느라 바쁘다. 미래의 먹거리를 찾는 발 빠른 움직임이면서 동시에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을 보여주는 노력이기도 하다.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영 환경 속에서 기업들은 ‘잠시라도 쉬면 도태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하루를 산다.》첨단 기술 확보하고 신사업 집중 투자 각 기업의 특성에 맞는 신성장 엔진이 무엇인지를 파악한 기업들은 집중적인 투자로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신성장 엔진은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첨단 신기술. 삼성전자는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AI와 로봇 사업 육성을 핵심 과제로 내세우며 지난 2017년 11월 ‘삼성 리서치’를 출범시켰다. 산하에 AI 연구센터를 신설해 인공지능과 관련된 선행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AI 연구센터를 세계 곳곳으로 확대해 현재 5개국에서 7곳이 가동 중이다.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첨단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기업이 벤처기업 육성과 투자에 적극 나서기도 한다. 포스코는 최근 ‘벤처플랫폼’을 구축하고 1조 원을 투자해 국내 벤처기업들을 육성하면서 신성장 사업을 발굴하기로 했다. 국내 벤처 생태계 조성에 힘을 보태면서 동시에 벤처기업으로부터 새롭게 발굴한 아이디어의 상업화에도 나서겠다는 것이다. 압도적인 기술력으로 기존 제품군에서 남다른 경쟁력을 확보하거나 새로운 사업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것도 중요한 신성장 동력이다. LG전자는 올레드TV와 프리미엄 가전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경쟁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8K 올레드 TV 등 초프리미엄 제품으로 글로벌 시장을 지속적으로 선도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롯데그룹의 경우 새로운 성장축으로 주목 받고 있는 화학부문에서 국내·외에 대규모 설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9일(현지 시간)에는 총 31억 달러(3조700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 셰일가스 기반의 에틸렌 생산설비(ECC)를 건설·운영하는 프로젝트 준공식을 갖고 화학부문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게 됐다고 선언했다.“환경 문제는 위기 아닌 기회” 온실가스에 이어 최근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까지 사회문제로 불거지면서 환경 이슈는 세계 산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환경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핵심적인 신성장 엔진으로 삼은 기업도 속속 나오고 있다. 배출가스 문제로 기존의 가솔린·디젤 엔진 차량을 친환경 차량으로 바꾸고 있는 자동차 기업이 대표적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이미 친환경차 개발을 궤도에 올려놓은 상황이다. 올해 현대·기아차는 하이브리드와 순수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 다양한 방식의 친환경차량을 개발해 2025년까지 44개 모델을 내놓고 연간 160만 대 이상을 팔겠다고 선언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출시한 순수전기차 코나EV로 한 번 충전하면 400km 이상을 갈 수 있는 전기차 기술력을 선보였다. 또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인 투싼을 양산한데 이어 지난해 후속 수소차 넥쏘를 시장에 내놓으며 세계 정상권의 수소차 기술력을 입증했다. 한화그룹은 글로벌 1위 태양광 회사인 한화큐셀이 최근 유럽과 북미 등 태양광 선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면서 친환경 태양광 발전 시장을 선도하는 모습이다. 한화큐셀은 2017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영국에서 태양광 모듈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고효율 중심의 제품 포트폴리오로 영국 태양광 시장을 꾸준히 공략한 결과다. 한화큐셀은 지난해 독일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도 1위에 올랐다. 최근엔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21개 대형마트에 태양광 모듈 큐플러스(Q.PLUS) 2.5메가와트(MW)를 상업용 설치 솔루션인 큐플랫(Q.FLAT)과 함께 공급하기도 했다.해외 개척하고, 신성장 이끄는 사람 챙기고 어려운 환경을 돌파하는 해외 시장 개척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신성장 엔진으로 주목받고 있다. 2030년에 3개 이상의 사업에서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월드베스트 CJ’를 앞세운 CJ그룹은 식품, 바이오, 물류,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탈바꿈한 상황이다. 1998년 인도네시아 바이오 사업으로 해외 사업에 첫 발을 디딘 이후 중국과 베트남 등에 주요 사업이 모두 진출했다. CJ제일제당은 식품과 바이오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비비고 만두’를 앞세워 지난해 6300억 원의 전체 만두 매출에서 글로벌 매출 비중이 50%를 돌파했다. 국내 택배 시장의 절반을 점유하고 있는 CJ대한통운도 해외 37개 국가와 147개 도시에 진출해 한국형 택배 플랫폼을 수출해 ‘택배 한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사내 구성원을 중심에 둔 기업으로 조직을 정돈하는 내부 경영도 주목받고 있다. 새로운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은 결국 ‘사람’이라는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구성원이 얼마나 행복을 느끼고 있는가’를 중요한 화두로 던지며 임직원들을 직접 만나 소통하는 행복토크를 올해 100회 이상 이어갈 계획이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포스코에너지는 30일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에서 벽화 그리기 봉사활동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포스코 글로벌 볼런티어위크를 맞아 포스코에너지가 사업장 인근 주민들이 이용하는 산책로를 개선하는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포스코 글로벌 볼런티어위크는 55개국에서 6만3000여 명의 포스코그룹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봉사활동 주간이다. 올해는 24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이어진다. 이날 행사에는 박기홍 사장을 비롯해 지역 주민과 포스코에너지 임직원, ‘희망에너지’ 대학생 봉사단 등 50여 명이 참여했다. 박 사장은 “포스코에너지 임직원들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벽화를 바라보며 지역 주민들이 밝고 힘찬 에너지를 얻기 바란다”며 “인천 서구와 함께 성장한 지난 50년을 넘어 지역 사회에서 가장 사랑받는 100년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세계 시장점유율 1위의 소형 건설기계 회사인 두산밥캣이 농기계 시장과 인도, 중국 등 해외 시장 진출 움직임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는 2007년 두산인프라코어에 인수된 이듬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위기를 겪었지만 2011년 이후 꾸준히 영업흑자를 내면서 두산그룹의 ‘캐시카우(현금 창출원)’ 역할을 해왔다.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서는 것이다. 29일 두산밥캣은 올 1분기(1∼3월) 매출이 1조624억 원, 영업이익이 113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2.1%, 20.1% 증가했다고 밝혔다. 최근 꾸준히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면서 3년간 1조25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올해도 지난해보다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노스다코타주에 주요 생산기반을 두고 있는 두산밥캣은 가장 큰 시장인 미국의 건설 시장이 호조를 보이면서 실적이 좋아졌다. 북미 시장 매출 비중이 70%에 이르는 두산밥캣은 올 1분기 북미에서만 매출 성장률이 26%나 됐다. 또 유럽에서는 법인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 두산밥캣은 지난해엔 두 차례에 걸쳐 회사 차입금 총 2억5000만 달러(약 3000억 원)를 조기 상환했다. 회사의 현금 유동성이 확보되면서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두산밥캣의 자체 신용도를 ‘BB’ 등급에서 ‘BB+’ 등급으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두산그룹 안팎에서 두산밥캣의 상징 동물인 ‘밥캣’과 연결해 ‘황금 알을 낳는 고양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밥캣은 크기가 작은 스라소니 혹은 삵과 비슷한 북미 지역 고양이과 동물이다. 두산밥캣은 올 하반기 북미 시장에서 콤팩트 트랙터를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농기계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일반적인 트랙터보다 크기가 작은 콤팩트 트랙터 시장 규모는 연간 17만 대로 전체 콤팩트 장비 시장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두산밥캣은 출시 이후 5년 안에 북미 콤팩트 트랙터 시장에서 연 2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또 올 하반기에 백호로더를 내놓으면서 인도 시장 공략에도 나선다. 앞에는 로더, 뒤에는 굴삭기를 장착한 백호로더는 연간 1조3000억 원 규모인 인도 소형 건설기계 시장에서 80∼90%를 차지하는 대표 상품이다. 두산밥캣은 이 시장에서도 5년 안에 1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중국에서는 2017년부터 ‘어스포스’란 브랜드로 소형 건설기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두산밥캣 관계자는 “재무구조 개선을 포함한 내실 다지기를 마무리짓고 본격적으로 사업 지역과 제품군을 다각화하고 있다”며 “최근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이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계획에 합의하는 등 미국 건설경기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향후 전망도 긍정적”이라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KOTRA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중국 정저우(鄭州)·충칭(重慶), 캄보디아 프놈펜 등 4개 무역관장 자리에 민간 전문가를 채용했다고 29일 밝혔다. 해외무역관장 대외개방은 지난해 5월 발표한 KOTRA의 4대 경영혁신 방향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이번 채용으로 외부 출신 무역관장은 모두 9명이 됐다. 신임 무역관장 4명은 오는 7월 말 현지에 파견된다. 적임자를 찾지 못한 아테네 무역관장 자리는 다음달 3일부터 재공모에 들어가는 가운데 KOTRA는 올 하반기에 3, 4곳의 직위개방 공고를 내고 2021년까지 총 22개 해외무역관장 자리를 외부에 개방할 예정이다. 권평오 KOTRA 사장은 “지역별 유망산업 등을 고려해 발탁한 외부 전문가 수혈로 급변하는 통상, 산업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애경그룹이 인수합병(M&A) 주간사회사로 삼성증권을 사실상 선정하고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한화 CJ 등 인수 후보자로 거론됐던 기업들이 불참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애경그룹이 ‘다크호스’로 부상한 셈이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은 삼성증권과 주간사회사 계약을 앞두고 있다. 향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대리할 기관으로 삼성증권을 선정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7월부터 입찰 등 매각 프로세스를 본격화할 예정”이라며 “이를 앞두고 애경그룹과 삼성증권이 인수 가격과 여러 조건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경그룹은 이미 상당한 기간 동안 삼성증권과 협의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애경그룹은 2005년 설립한 제주항공을 국내 3위 항공사로 키워낸 경험을 갖고 있다. 인력과 전문성 등 항공 사업 관련 인프라도 갖추고 있어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보자 중 하나로 거론돼 왔다. 제주항공 매출은 지난해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했고, 2017년부터 2년 연속 100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관건은 애경그룹의 M&A 자금 확보 능력이다. 지난해 기준 애경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의 유동성 자산은 1조3067억 원,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114억 원이다. 아시아나항공 매각가는 최저 1조 원에서 최대 2조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AK홀딩스의 유동성 자산 대부분을 투입해야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수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애경그룹이 재무적투자자(FI)를 끌어들여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설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M&A 업계 관계자는 “웅진그룹이 코웨이를 인수할 당시 1조 원 이상을 빌려 레버리지 효과를 적극 활용했다”면서 “애경그룹도 상대적으로 부족한 자기 자본을 레버리지를 통해 확충해 인수에 뛰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신희철 hcshin@donga.com·김도형 기자}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중국 지역의 생산법인을 잇달아 방문하면서 글로벌 현장 경영에 나섰다. 포스코는 최 회장이 27일 ‘광둥(廣東) 포항 기차판(자동차 강판) 유한공사’를 방문한 데 이어 29일엔 장쑤(江蘇)성의 ‘장자강(張家港) 포항 불수강(스테인리스스틸) 유한공사’를 찾는다고 28일 밝혔다. 포스코는 1995년 중국 톈진(天津)에 코일센터를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중국 내에 4개의 생산법인과 21개의 공장을 구축했다. 이 가운데 ‘광둥 포항 기차판 유한공사’는 포스코가 2013년 중국에 세운 첫 용융아연도금강판 생산법인이다. 연간 45만 t의 자동차 강판을 생산하면서 중국 내의 글로벌 자동차 기업을 중심으로 판매를 늘려 가고 있다. 최 회장은 이번 현장 방문에서 “제철소 현장이 회사 경쟁력의 근간”이라며 “(포스코의 고부가가치 제품인) ‘월드 톱 프리미엄(WTP)’ 중심의 자동차 강판 판매 확대와 원가 혁신을 이뤄 달라”고 당부했다. 29일 방문하는 ‘장자강 포항 불수강 유한공사’는 연간 생산량 110만 t 규모의 스테인리스 일관제철소다. 최 회장은 이곳에서는 중국 내 스테인리스 사업 환경 변화에 발맞춰 회사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줄 것을 당부할 예정이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인보사 퇴출명령’과 함께 형사고발이라는 최악의 제재 조치를 받은 코오롱생명과학은 28일 조작이나 은폐는 없었다며 법적 대응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식약처의 이날 결정으로 코오롱그룹의 바이오사업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이날 입장문에서 “식약처의 실사와 자료 제출 요구, 현장실사에 최선을 다해 협조했다”며 “17년 전 신약 개발에 나서 초기 개발단계의 자료들이 현재 기준에 부족한 점이 있어 완벽하지 못하지만 조작이나 은폐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취소 사유에 대해 회사 입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만큼 향후 절차를 통해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식약처의 인보사 허가 취소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바이오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해 온 코오롱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인보사는 코오롱이 보유한 유일한 신약이기 때문이다. 인보사는 1남 2녀를 둔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네 번째 자식’이라고까지 얘기한 신약이다. 이 전 회장은 1996년 그룹 회장에 취임한 이후 바이오·제약부문을 육성하면서 1999년 미국 메릴랜드주에 코오롱티슈진을 설립하고 이듬해 국내에 코오롱생명과학을 세웠다. 이후 20여 년간 1100억 원을 투자한 뒤 2017년 7월 식약처로부터 인보사에 대한 시판 허가를 받았다. 이 전 회장이 지분 49.74%를 보유한 그룹 지주사인 ㈜코오롱은 생산 및 판매회사인 코오롱생명과학(20.35%)과 미국 개발사인 코오롱티슈진(27.26%)의 최대 주주다. 이 전 회장은 코오롱생명과학(14.40%)과 코오롱티슈진(17.83%)의 2대 주주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11월 전격적으로 물러난 이 전 회장이 인보사 문제를 사전에 인지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코오롱그룹은 현재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 중이다. 이 전 회장의 퇴임 이후 유석진 ㈜코오롱 사장을 위원장으로 주력 계열사 대표 등이 참여하는 ‘원(One)&온리(Only)위원회’가 주요 결정을 내리고 있다. 이 전 회장의 아들인 이규호 전무(35)는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패션사업부인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원(One)&온리(Only)위원회가 단순 협의기구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대주주인 이 전 회장이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김도형 dodo@donga.com·배석준 기자}

‘1098만 원, 1096만 원, 983만 원, 886만 원….’ 최근 CJ대한통운의 경기 지역에 위치한 A대리점(집배점)에 소속된 택배기사들의 3월 수수료 명세가 적힌 자료에는 이런 숫자들이 촘촘히 적혀 있었다. 수수료는 택배를 발송하는 업체로부터 화물을 수거해 지역터미널로 옮기는 업무(집하)와 이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배송업무에 대해 택배기사가 받는 수입이다. 이 집배점 43명의 택배기사 가운데 3명은 3월 수수료가 1000만 원이 넘는다. 6명은 800만 원대고, 700만 원을 넘긴 택배기사도 20명이다. 개인사업자인 택배기사들은 이 가운데 약 10%를 대리점에 내고 남은 돈 가운데 10%는 부가가치세로 납부한다. 여기서 차량유지비 등 비용을 제외한 금액이 택배기사의 순수한 수입이다. 최근 CJ대한통운은 자사와 거래하는 개인사업자인 택배기사 1만2000명의 지난해 평균 소득이 6937만 원에 이른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와 같은 요즘 힘든 일을 하면서도 박봉에 시달릴 것 같던 택배일이 예상보다 훨씬 많은 소득을 올린다는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택배업계는 시장 점유율이 절반에 이르는 CJ대한통운 소속 택배기사들의 소득이 유독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소득 1억 원을 넘긴 경기 용인시의 이 회사 택배기사 오문열 씨(62)는 “매달 배송 물량이 8000∼8500개, 집하도 최대 8000개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개당 800원 정도를 받는 배송으로만 월 600만∼700만 원의 수익을 거둔다. 배송보다는 수수료가 적지만 한곳에서 대량으로 물량을 받을 수 있는 집하로는 200만∼300만 원을 더 번다. 택배기사가 모두 오 씨와 같다면 ‘은퇴 걱정 없는 억대 연봉’이 가능하다. 오 씨는 “배송 물량은 구역별로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집하 물량을 늘리면서 수입이 많이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배송 물량만으로도 일정한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고수익을 위해서는 영업활동을 통해 집하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택배기사 박명원 씨(27)는 대부분의 수입을 배송으로 올린다. 월 평균 6500개가량 배송했고 여기에 소규모 집하 물량을 더해 월 560만∼570만 원의 소득을 올린다. 수수료와 부가세, 유류비 등을 제외하고 약 450만 원의 순소득을 챙기지만 소속된 대리점에서는 낮은 편이다. 박 씨는 “근무 시간이 짧지 않지만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고 소득도 적지 않다”며 “최근엔 고객들도 정중하게 대해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근무시간이 긴 것은 불가피하다. 오 씨의 경우 아내와 함께 택배일을 하면서도 오후 7, 8시까지는 일해야 한다. CJ대한통운은 최근 1만8000명의 택배기사 가운데 3200명이 가족과 함께 일하고 있다고 파악했다. 하지만 최근 2, 3년간 진행된 자동화로 업무 부담을 줄이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오전에 지역터미널에 도착한 화물을 배송하기 위해 분류하는 작업 부담을 자동화 설비가 덜어주기 시작했다. CJ대한통운 경기 수지중앙집배점 이찬혁 대표(51)는 “빠르게 흘러가는 화물 중에 각자의 몫을 골라내는 작업이 힘들뿐더러 이 작업 때문에 오후 늦게부터 배송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자동화로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이 전국 대부분의 지역터미널에 자동화 설비를 설치한 가운데 ㈜한진도 올해부터 3800억 원을 들여 자동화와 터미널 확대에 돌입하는 등 투자에 나섰다.용인=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1098만 원, 1096만 원, 983만 원, 886만 원….’ 최근 CJ대한통운의 경기 지역에 위치한 A대리점(집배점)에 소속된 택배기사들의 3월 수수료 내역이 적힌 자료에는 이런 숫자들이 촘촘히 적혀 있었다. 수수료는 택배를 발송하는 업체로부터 화물을 수거해 지역터미널로 옮기는 업무(집하)와 이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배송업무에 대해 택배기사가 받는 수입이다. 이 지점 43명 택배기사 가운데 3명은 3월 수수료가 1000만 원이 넘는다. 6명은 800만 원대고, 700만 원을 넘긴 택배기사도 20명이다. 개인사업자인 택배기사들은 이 가운데 약 10%를 대리점에 내고 남은 돈 가운데 10%는 부가가치세로 납부한다. 여기서 차량유지비 등 비용을 제외한 금액이 택배기사의 순수한 수입이다. 최근 CJ대한통운은 자사와 거래하는 개인사업자인 택배기사 1만2000명의 지난해 평균 소득이 6937만 원에 이른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와 같은 요즘 힘든 일을 하면서도 박봉에 시달릴 것 같던 택배일이 예상보다 훨씬 많은 소득을 올린다는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택배업계는 시장 점유율이 절반에 이르는 CJ대한통운 소속 택배기사들의 소득이 유독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소득 1억 원을 넘긴 경기 용인시의 이 회사 택배기사 오문열 씨(62)는 “매달 배송 물량이 8000~8500개, 집하도 최대 8000개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개당 800원 정도를 받는 배송으로만 월 600만~700만 원의 수익을 거둔다. 배송보다는 수수료가 적지만 한 곳에서 대량으로 물량을 받을 수 있는 집하로는 200만~300만 원을 더 번다. 택배기사가 모두 오 씨와 같다면 ‘은퇴 걱정 없는 억대 연봉’이 가능하다. 오 씨는 “배송 물량은 구역별로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집하 물량을 늘리면서 수입이 많이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배송 물량만으로도 일정한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고수익을 위해서는 영업활동을 통해 집하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택배기사 박명원 씨(27)는 대부분의 수입을 배송으로 올린다. 월 평균 6500개 가량 배송했고 여기에 소규모 집하 물량을 더해 월 560만~570만 원의 소득을 올린다. 수수료와 부가세, 유류비 등을 제외하고 약 450만 원의 순소득을 챙기지만 소속된 대리점에서는 낮은 편이다. 박 씨는 “근무 시간이 짧지 않지만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고 소득도 적지 않다”며 “최근엔 고객들도 정중하게 대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근무시간이 긴 것은 불가피하다. 오 씨의 경우 아내와 함께 택배일을 하면서도 오후 7, 8시까지는 일해야 한다. CJ대한통운은 최근 1만8000명의 택배기사 가운데 3200명이 가족과 함께 일하고 있다고 파악했다. 하지만 최근 2, 3년간 진행된 자동화로 업무 부담을 줄이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오전에 지역터미널에 도착한 화물을 배송하기 위해 분류하는 작업부담을 자동화 설비가 덜어주기 시작했다. CJ대한통운 경기 수지중앙집배점 이찬혁 대표(51)는 “빠르게 흘러가는 화물 중에 각자의 몫을 골라내는 작업이 힘들뿐더러 이 작업 때문에 오후 늦게부터 배송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자동화로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이 전국 대부분의 지역터미널에 자동화 설비를 설치한 가운데 ㈜한진도 올해부터 3800억 원을 들여 자동화와 터미널 확대에 돌입하는 등 투자에 나섰다. 용인=김도형 dodo@donga.com}

지난달 청년실업률이 20년 만에 최악을 기록하는 등 청년 취업시장이 갈수록 위태로워지고 있다. 이 같은 심리가 반영된 것일까. 16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관에서 열린 제12회 청년일자리 박람회 ‘청년드림 잡 콘서트’에는 행사 시작 1시간 전부터 긴 행렬이 늘어섰다. 이 행사는 청년 구직자들이 65개 중소·중견기업으로부터 즉석 채용 면접을 받을 수 있도록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와 고양시가 함께 주최한 자리다. 대기업 9곳은 상담 부스를 마련했다. 2014년부터 시작된 청년드림 잡 콘서트에는 대학생, 특성화고 학생, 군인 장병 등 많은 취업 희망자들이 참석해 현장 면접과 다양한 진로, 직업 탐색의 기회를 갖는다. 지난해엔 상·하반기 두 차례 열린 행사에 총 9000명이 참석했고 이 가운데 100여 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이재준 고양시장은 “청년들이 취업에 희망을 갖게 되는 것이 대한민국의 미래이기 때문에 이런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400여 명의 청년에게 일자리를 찾아주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70여 개 기업, 5000여 명 ‘북적’… 고교생도 눈길 이날 행사에는 청년 구직자 5000여 명이 참석했다. 대학 졸업 후 정보통신 업계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한재원 씨(28)는 “취업난이 남의 얘기일 줄 알았는데 졸업 후에 취업이 잘 안 돼 답답한 마음에 이곳을 찾았다”며 “온라인에 떠도는 단편적 정보가 아닌 실제 기업 관계자들의 말을 들을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교복 차림의 고등학생이 벌써부터 취업을 고민하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친구와 함께 잡 콘서트를 찾은 경기 고양시 일산동고 2학년 주현수 양(17)은 영어면접 클리닉 부스에서 영어면접을 체험했다. 주 양은 “국내에서 취업이 안 되면 해외로 취업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영어면접 상담을 받았다”고 했다. 이날 행사장엔 영어와 일본어 면접 클리닉은 물론 △취업서류 클리닉 △인·적성 검사 클리닉 △면접 이미지 클리닉 △경영지원·마케팅·금융 등 11개 직무 분야 종사자 및 전문가의 개별 멘토링 등이 마련돼 취업준비생들에게 해법을 제시했다. 올 2월 이공계 석사 과정을 졸업한 전영현 씨(27)는 취업서류 클리닉을 받았다. 취업준비생들이 흔히 쌓는 ‘스펙’은 없지만 연구 경험이 많은 전 씨는 이 장점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지를 주로 물었다. 전 씨는 “어려운 연구 내용을 쉽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상세히 알려줘 유익했다”고 말했다.○ 구인난 중소기업도 만족, AI 면접체험에 ‘엄지 척’ 현대자동차와 LG전자, 롯데백화점 등 대기업 9곳이 마련한 공채 상담 부스에는 기다리는 청년들이 짧은 행사 시간을 아쉬워할 정도로 대기자들의 줄이 길었다. 지난해 수도권 대학을 졸업한 취업준비생 윤창일 씨(28)는 “자동차 관련 기업 취업을 준비하는데 현대자동차 담당자에게 20분 가까이 상담받았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전역 이후 취업을 돕기 위해 육군 1군단이 후원에 나선 가운데 전투복 차림의 장병들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최홍식 병장(23)은 “다음 달 전역하면 3학년으로 대학에 복학하는데 미리 취업을 준비하기 위해 전우들과 함께 잡 콘서트를 찾았다”고 했다. 서울의 한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최 병장은 취업 멘토링을 통해 금융권 취업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취업난 속에 구인난을 겪고 있는 중소·중견기업들에도 잡 콘서트는 반가운 자리다. 현장 면접장에서 만난 최영희 신성엔에스텍 관리부장은 “온라인에도 채용 공고를 올리고 있지만 현장에서 직접 구직자를 만나 회사의 장단점을 설명하며 채용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며 “1시간여 만에 벌써 2명을 점찍었다”고 얘기했다. AI 면접체험 부스도 현장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채용 비리를 근절하고 직무 적합도 높은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AI 면접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지만 막상 취업준비생들이 이를 체험해 볼 기회는 드문 상황. 5분간 진행되는 약식 모의면접 테이블 앞은 차례를 기다리는 참가자들로 붐볐다. 1시간 동안 진행되는 정식 모의면접을 체험하기 위해 사전에 신청한 참가자가 30명을 넘었다. AI 모의면접을 마친 윤지수 씨(22·여)는 “사람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어색하고 당황스러웠다”며 “앞으로 인공지능 면접을 치르게 된다면 이번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고양=김도형 dodo@donga.com·김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