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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사진)은 북핵 위기와 관련해 “한미일은 2차 한국전쟁 발발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그런 상황에 이르지 않도록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문 대통령의 유엔 총회 참석을 앞두고 16일 발간된 독일 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상황이 매우 심각하고 긴장 상태가 고조돼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 실장은 이어 “현재 우리는 북한과 대화 채널이 없는 상태다. 판문점에서 핸드마이크나 육성으로 간단한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고 밝힌 뒤 “군사적으로 하급 지휘선에서 오해가 발생할 경우 긴장 상황이 갑자기 고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과의 대화 재개 가능성에 대해선 “북한이 핵무기 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멈추지 않는다면 협상을 시작할 수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와 관련해 군 당국은 최근 화성-12형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와 관련한 김정은의 도발적 언행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을 거의 확보했으며 이를 국제사회에 과시하려는 의도에 따른 것이라고 공식 평가했다. 또 북한이 핵 능력을 마무리하기 위해 7차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추가 발사 등에 나설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내다봤다. 국방부는 18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관련 자료에서 화성-12형 발사 이후 김정은이 ‘화성-12형의 전력화 실현’ ‘국가핵무력 완성 목표 종착점’ ‘전 국가적인 모든 힘을 기울여 끝장을 봐야 함’ 등을 언급한 것은 미 본토를 겨냥한 ICBM 개발이 종착점에 다가섰다는 메시지를 통해 한미 양국을 위협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방위 현안 보고에서 “전술핵 재배치와 자체 핵무장은 주변국에 미칠 영향과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함으로써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할 수 있다면) 전술핵을 재배치하지 않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4일 국방위에서 “북핵 대응 방안의 하나로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했던 발언에서 청와대의 부정적 기류 등을 감안해 태도를 바꾼 것이다. 또 ‘북한의 전자기파(EMP) 공격에 대응한 전자파 레이저무기를 자체 개발 중이냐’는 질의에 “비밀리에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개발 중”이라고 답했다. 한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태평양지역 육군참모총장회의(PACC)’ 기조연설에서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리는 군사 옵션을 포함한 모든 결과에 직면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북한은 무모해질 것”이라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유근형 기자}
“삼권분립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사법부 수장을 상대로 하는 인준 절차에 ‘예우와 품위’가 지켜지는 것이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현 대법원장 임기가 24일 끝난다. 그 전에 새로운 대법원장 선임 절차가 끝나지 않으면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며 “민주주의 요체인 입법 사법 행정 등 삼권분립의 관점에서 봐주시길 바란다”고 야당에 인준 동의를 촉구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고위 공직자 국회 인준과 관련해 국회와 국민을 상대로 직접 메시지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입장문은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이 대독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18일 유엔 총회 참석차 출국하면 22일 밤에 귀국하기 때문에 그 사이에 별도 메시지를 전할 시간이 없어 출국 전 마지막 호소를 드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며 “사법부 새 수장 선임은 각 정당의 이해관계로 미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안보 상황을 엮어 야당이 코드 인사 등의 이유로 김 후보자의 인준에 반대하는 상황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야당과의 소통 부족을 일부 인정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국회와의 원활한 소통에 노력했지만 부족했던 것 같아 발걸음이 더 무겁다”며 “유엔 총회를 마치고 돌아오면 각 당 대표를 모시겠다. 국가안보와 현안 해결을 위해 논의하고 협력을 구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여야 5당 대표를 청와대로 초대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야당은 ‘삼권분립 존중’을 강조한 문 대통령의 입장문 발표에 대해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며 반발했다. 대통령이 국회에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연이은 인사 참사와 그에 대한 국민적 실망, 지지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직접적인 대국민 사과는 없었다”며 “‘정권의 이해관계’도 고집하지 마시고, ‘사법독립의 관점’에서 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라”고 ‘대독 입장 발표’를 혹평했다. 바른정당도 “안보 문제에 대법원장 인사를 끼워 넣는 것 자체가 정치적 셈법으로 읽혀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대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은 “청와대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막말 사과 버티기로 인해 인준 절차가 한 걸음도 못 나아가고 있음을 모른 척하지 말라”며 추 대표의 선(先)사과를 촉구했다. 한편 야당 의원들에게는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촉구하는 문자폭탄이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정용기 원내수석부대변인은 “지난주 금요일부터 한국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문빠’들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가결 촉구 문자폭탄이 일제히 투하되고 있다”며 “정권 차원의 전방위적인 김 후보자 가결 작전이 시작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 차원의 지침이 내려가지 않았다면 소위 ‘문위병’들이 어찌 일제히 헌법기관인 의원들을 대상으로 조직적 문자폭탄을 가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문 대통령의 입장문이 이들의 행동에 자극제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유근형 noel@donga.com·홍수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세계적 작곡가 고 윤이상 선생의 탄생 100돌을 맞아 추모의 글(사진)을 페이스북에 남겼다. 문 대통령은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 한반도 남쪽의 작고 아름다운 항구 도시(경남 통영)에서 출발한 윤이상의 음악은 독일 베를린에 이르러 현대음악의 가장 중요한 성취가 됐다”며 업적을 기렸다. 동서양의 음악을 융화시킨 작곡가로 평가받는 윤이상 선생은 1988년 ‘독일연방공화국 대공로훈장’을 받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많은 사람의 존경 속에 악보 위의 선을 자유롭게 넘나들었지만 한반도를 가른 분단의 선만큼은 끝내 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에 연이은 북핵·미사일 도발에 직면하고 있는 문 대통령이 윤 선생의 삶을 통해 현실의 답답함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윤 선생은 1967년 방북 후 이른바 ‘동베를린 사건’(동백림 사건)에 연루돼 2년 동안 복역한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최고조에 이른 이 시점에 문 대통령이 윤 선생을 회고하는 글을 굳이 SNS에 올리는 게 적절하느냐는 말도 없지 않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11일부터 14일까지 나흘간 문재인 정부 첫 국회 대정부질문에 나선 이낙연 국무총리의 답변 스타일과 어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정부질문 첫날 보여준 “국회에 오면 정신이 나갈 때도 있다”(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전술핵 재배치론을 일축하는 장면)는 코멘트는 시작에 불과했던 것. 이 총리는 야당 의원들의 비판 공세를 특유의 낮은 음성과 점잖은 어투로 대응하면서도 기회가 생길 때마다 정곡을 찌르는 답변을 선보이고 있다. 신문기자로서의 오랜 경험과 국회의원 시절 여러 차례 대변인을 거치며 다져진 순발력과 내공이 발휘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 총리에게 ‘여니’(문 대통령의 애칭 ‘이니’에서 착안)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야권 지지층에서는 ‘꼬리가 아홉 개 달린 구미호 같다’ ‘기름장어로 불렸던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에 필적할 만하다’ 등의 촌평이 나온다. 이 총리의 답변이 화제를 모으자 14일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대정부질문에 나서는 소속 의원들에게 “목소리 톤을 높여라”라고 지시하는 등 대응책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총리는 이날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도 상대의 공격 의지를 꺾고 핵심을 파고드는 독특한 화법을 선보였다. 이 총리는 “(더불어민주당의) 공영방송 장악 문건이 잘됐다고 생각하느냐”는 자유한국당 이우현 의원의 질의에 “쓸데없는 짓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대의 공세가 예상되는 대목에서 인정하는 태도로 추가 공세를 막은 것. 이에 이 의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런 말을 했으면 여당이 당장 탄핵을 했을 것”이라며 답변 태도를 문제 삼자 “(민주당) 전문위원실의 실무자가 작성한 것으로 탄핵 가치가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민주당 문건 자체에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당 지도부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의원은 “말씀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잘못됐으면 잘못됐다고 해야 한다”고 비판 수위를 높이자 “그 짓은 잘된 짓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비켜갔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자격과 임명 여부를 놓고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이 총리는 국민의당 이용호 의원이 ‘박 후보자를 제청할 때는 문제점을 파악 못 했느냐’고 질문하자 “기록으로만 봤을 때는 이 분이 괜찮겠다 싶었는데, 독특한 사상 체계를 갖고 계신지는 몰랐다”며 “국회의 의사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을 수용했다. 하지만 지명 철회 요구에는 “국회 청문보고서를 속독하고서 하루 이틀 더 고민해 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 총리는 이날 현안점검회의에서 ‘비유’를 활용한 민생 강조 메시지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는 몰래카메라 종합대책의 보완을 지시하면서 “유리창이 깨진 걸 보면, 다른 사람도 유리창을 훼손하기 쉬워진다는 법칙이 있는데, 몰래카메라 범죄가 깨진 유리창처럼 더 창궐하기 전에 그걸 제지해야 될 시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통신비 문제는 중국음식에 비유했다. 그는 “탕수육 먹기 어려운 분은 짜장면을 드시면 되는데 휴대전화는 그렇게 선택 폭이 넓지 않다”며 통신비 인하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롯데마트가 이르면 연내 중국에서 철수한다. 2008년 중국 시장에 진출한 지 9년 만이다. 14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는 지난주 중국 현지 골드만삭스를 롯데마트 매각 주간사회사로 선정했다. 현재 유력한 매수 기업에 마트 99개와 슈퍼 13개 등 중국 내 112개 점포의 일괄 매각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도 다른 주간사회사를 통해 중국 및 해외 기업과 협상을 시도했지만 불발된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 안팎에서는 추석을 전후해 매각 협상에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이란 말이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매각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통한 구조조정 없이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이 됐다”고 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에 따른 중국의 보복으로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의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다. 롯데는 현재 중국 내 99개 마트 중 87곳의 영업이 중단된 상태다. 3월과 지난달 총 7000억 원을 중국 롯데마트에 긴급 지원해야 했다. 일괄 매각 추진 배경에 대해 롯데의 한 고위 관계자는 “매각을 일부만 진행하면 남은 점포는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4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한중 관계에 변화가 없자 더는 버티지 못하고 철수 방침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중국의 경제 보복 행위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북핵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그는 “(사드 보복 문제는) 한중 간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더욱 강화하며 해결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2014년 발효된 나고야의정서로 인한 ‘중국 리스크’까지 가시화되고 있다. 나고야의정서는 해외 기업이 특정 국가의 생물유전자원을 활용해 상품을 만들면 이익을 그 국가와 나누도록 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3월 ‘중국 생물유전자원으로 상품을 만들면 이익의 최대 10%를 기금으로 내야 한다’는 등의 법안을 입법 예고했다. 중국 생물유전자원 의존도가 높은 한국 화장품 및 바이오·제약업계가 특히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김현수 kimhs@donga.com·유근형 기자}

청와대가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석·보좌관회의(수보회의)를 주 2회에서 1회로 축소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수보회의를 주재했지만 앞으론 월요일만 참석하고 목요일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주재 회의로 대체된다. 청와대는 10일 임 실장 주재 현안점검회의에서 대통령 일정 개선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의에선 문 대통령이 하루 3, 4개 이상의 일정을 소화하다 보니 정책 토론, 외부 자문 등 숙의 과정이 부족했고, 체계적인 메시지를 내는 데도 어려움이 많았다는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청와대는 수보회의 축소를 포함해 대통령의 공개 일정을 하루 1, 2개로 최소화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이 순방 직후 임플란트 시술을 위해 어금니 2개를 뽑은 상황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인천해경 전용부두에서 열린 ‘해양경찰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세월호를 영원한 교훈으로 삼아 달라”면서 “구조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면밀히 복기하고 검토해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확실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이후 해체됐던 해경을 취임 후 해양수산부 산하 외청으로 부활시킨 바 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이낙연 국무총리는 1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석하는 국무위원들에게 ‘인내심’을 강조했다. 4선 국회의원 출신인 이 총리는 이날 오전 대정부질문에 앞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때 “국회는 좀 독특한 문화가 있어서 저같이 익숙한 사람들도 때로는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화가 나는 경우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것들을 다 참아내야 정부의 책임 있는 분들로서 도리를 다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이 총리는 이날 대정부질문에 참석해서는 여당 의원들의 ‘대북 대화론’에 선을 그었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대화와 제재의 병행노선을 선택한 정부의 신베를린 구상은 유효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이인영 의원도 “대문(大門)이 닫혀 있으면 담 밖에서 대문 안에서 들으라고 대화를 외쳐야 한다”며 “대화를 외치는 조건과 시기가 따로 있지 않다는 게 우리 정부(문재인 정부)가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다른 기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총리는 “대화를 말할 국면은 아니다. 압박이라는 국제사회 흐름과 공조할 필요가 있다”며 “국제적, 국내적 현실로 볼 때 그게(대화가) 현명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대화의 문을 항상 열어놓는 것이 우리의 기조이긴 하지만 북한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며 “지금으로서는 북한이 추가 도발을 계속하는 상황에서 조건 없는 대화에 임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등으로 “지금은 대화를 말할 때가 아니다”라는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인내심을 강조한 이 총리였지만 이날 7년 만에 대정부질문에 나선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과는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박 의원이 한미 정상 간 통화를 언급하며 “백악관은 ‘한국 정부가 미국산 첨단무기를 대량 구매하는 것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우리 정부는 왜 이 사실을 숨기느냐”고 하자, 이 총리는 “박 의원께서 한국 청와대보다 미국의 백악관을 더 신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박 의원은 다시 “지금까지 백악관 발표가 다 맞다. 백악관을 더 믿느냐고 하는데 거기가 더 신빙성 있게 말한다”고 맞받았다.송찬욱 song@donga.com·유근형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치아 임플란트 시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11일 “문 대통령이 러시아 방문에서 돌아온 뒤 8일 오후 (임플란트를 심기 위해) 어금니 2개를 추가로 절개했다”며 “지난해 탄핵 정국 이후 휴식 없이 대선을 치르고 인수위원회 없이 새 정부를 출범시키며 스트레스가 누적된 게 원인인 것 같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8일 치과 시술 후 사드 임시배치 관련 대국민 메시지를 고심 끝에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미 노무현 정부 시절 수차례 임플란트 시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을 통해 “나는 (노무현 청와대에서 일하는) 첫 1년 동안 치아를 10개쯤 뽑았다”며 “웃기는 것은 우연찮게도 나부터 시작해 직급이 높을수록 뺀 치아 수가 많았다. 우리는 이 사실이야말로 직무 연관성이 있다는 확실한 증거라며 우스갯소리를 했다”고 적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7월 임플란트 시술을 받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의 근무 강도와 스트레스를 견디다 보면 치아 한두 개쯤은 빠질 각오를 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고 전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국민 10명 중 6명이 북한에 맞선 핵 보유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6차 핵실험 후 전술핵 재배치 등 야당의 핵무장론에 국민의 절반 이상이 찬성하고 있다는 것으로, 문재인 정부의 향후 북핵 대처와 맞물려 주목된다. 한국갤럽이 5∼7일 전국 성인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8일 발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에 찬성하느냐”는 질문에 찬성이 60%였다. 반대는 찬성 의견의 절반가량인 35%, 무응답은 5%였다. 자유한국당(찬 82%, 반 15%) 바른정당(찬 73%, 반 24%) 등 보수 야당 지지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사람 중에서도 찬성(66%)이 반대(28%)보다 더 많았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찬성(52%)이 반대(43%)보다 9%포인트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 정부 여당의 향후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의당 지지자의 찬성 여부는 표본수가 적다는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 청와대는 최근 잇따라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한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긍정적 평가를 내린 응답자 중에서도 핵 보유 찬성(54%) 의견이 반대(41%)보다 높았다. 연령별로는 20대(찬 38%, 반 57%) 30대(찬 45%, 반 50%) 등 젊은층은 핵 보유 반대가 더 많았다. 반면 40대(찬 52%, 반 42%) 50대(찬 74%, 반 23%) 60대 이상(찬 82%, 반 14%) 장년층은 찬성론이 많았다. 이와 함께 ‘북한이 실제로 전쟁을 도발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조사 대상 중 58%는 ‘없다’고, 37%는 ‘있다’고 답했다. 또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모든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65%로 ‘인도적 지원은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32%)의 두 배가 넘었다. 다만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하는 군사 옵션에 대해선 59%가 반대했고 33%만 찬성했다. 북한 핵실험 여파 등으로 문 대통령에 대한 직무수행 지지율은 72%로 지난주보다 4%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한국갤럽이 조사한 결과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전술핵 재배치 등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도 치열해지고 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야당 일각에서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우리도 자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끔찍한 주장을 하고 있지만 한반도에 핵무기는 백해무익하다”며 “맞대응 핵무장론은 우리 스스로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이날 미국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의 필요성을 거듭 촉구했다. 그는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제재·압박을 강조하는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정치적 위기 국면에서 나온 페인트 모션(속임수)”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제 북한은 (핵 개발) 마지막 단계까지 왔고 이 시점에서 대화는 별로 의미가 없다”며 “전술핵 배치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이라고 밝혔다.유근형 noel@donga.com·박성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8일부터 3박 5일 일정으로 미국 뉴욕을 방문한다. 6월 말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데 이어 취임 후 두 번째 미국 방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제72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할 계획이다. 북한을 강력하게 제재하는 데 국제사회가 동참해 줄 것을 촉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당초 평창 겨울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드는 구상을 뉴욕에서 발표하는 것을 검토해 왔지만,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메시지가 강경한 방향으로 선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주요국 정상들과 정상외교에 나선다. 뉴욕이 세계 경제 및 금융의 중심지인 만큼 한미 경제계 인사와 함께하는 행사도 기획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5개월 앞으로 다가온 평창 겨울올림픽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높이는 활동도 펼칠 계획이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조사 결과 취임 후 처음으로 60%대로 떨어졌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이후 줄곧 70∼80%대를 유지해 왔다. 리얼미터가 4∼6일 전국 성인남녀 15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7일 발표한 조사 결과(신뢰수준 95%, 오차범위 ±2.5%포인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은 69.0%였다. 지난주(8월 31일∼9월 1일)보다 4.1%포인트 하락했다. 하락 폭이 큰 지역은 경기·인천(69.2%·10.7%포인트 하락), 부산·울산·경남(62.1%·7.1%포인트 하락) 등이었고, 20대(78.8%·6.6%포인트 하락)부터 60대 이상(50.2%·4.4%포인트 하락)까지 모든 연령대에서 지지율이 떨어졌다. 리얼미터는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국민의 안보 위기감이 급격하게 커졌고,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한 우려도 확산돼 지지율이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이낙연 국무총리(사진)가 7일 취임 100일을 맞아 자료를 내고 “정부가 살충제 잔류 계란과 여성용품 파동 등에 대해 해결을 서두르는 과정에서 혼선과 미숙을 드러내며 많은 국민께 불안을 드렸다”고 재차 사과했다. 이 총리는 당초 이날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소회를 밝히려 했으나 북한 6차 핵실험과 경북 성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 각종 안보 현안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점을 고려해 자료를 내는 것으로 대체했다. 이 총리는 “수능 개편 등 교육 현안에 대해 내각은 차선책을 찾았지만 관련되는 국민께 혼란을 드렸다”며 “어느 경우에나 겸손한 내각이 되도록 저를 포함한 공직자들이 스스로를 경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총리는 사드 발사대 4기가 임시 배치된 경북 성주 지역민들에게도 유감을 표명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후 주재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정부로서 어렵지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배치에 반대하는 국민 여러분의 충정을 알면서도 수용하지 못해 몹시 안타깝고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또 이날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서울안보대화 개막식 축사에서 “북한과의 대화는 궁극적으로 필요하지만 지금은 대화를 거론할 때는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의 핵무장을 멈추도록 하기 위한 수단으로는 제재, 군사적 억제, 대화가 상정되곤 한다. 지금은 제재를 최대한 강화하면서 군사적 억제 수단을 충분히 확보할 시기”라고 덧붙였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일 한-러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조선시대 검(劍)을 선물했다고 7일 청와대가 밝혔다. 이 검은 1800년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1950년대 미국인에 의해 반출됐다 러시아인이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낚시 애호가로 알려진 푸틴 대통령에게 대나무로 만든 전통공예 낚싯대와 푸틴의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 야경을 촬영한 사진 액자를 선물로 주며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7일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열린 제3차 동방경제포럼 기조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을 ‘호랑이’에 비유하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문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한국인은 호랑이를 영물로 여기며 아주 좋아한다”며 “푸틴 대통령도 기상이 시베리아호랑이를 닮았다고 한다. 저의 이름 문재인의 ‘인(寅)’자도 호랑이를 뜻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호랑이의 용기와 기상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런 마음으로 극동지역 발전에 나선다면 안 될 일이 없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한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평창 겨울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과 반다비를 선물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경찰이 청와대의 지시로 ‘문재인 대통령 기념 손목시계’(사진)를 온라인상에서 허위로 사고팔려는 행위를 집중 단속하고 있다. 제작 단가가 4만 원인 이 시계는 일명 ‘이니(문 대통령의 애칭) 시계’로 불리며 온라인에서 최고 90만 원가량에 거래가 시도되는 등 과열 현상을 빚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7일 “온라인상에서 대통령 시계가 없는데도 있는 것처럼 속여 파는 글이 올라오는 등 피해 우려가 있어 경찰에 ‘모니터링을 잘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실제 피해 사례를 접수하기도 했다. 5일 광주 광산경찰서에는 온라인 중고물품 거래사이트에 ‘문재인 시계를 사고 싶다’며 A 씨가 올린 글을 보고 B 씨가 ‘시계를 팔겠다’며 접근해 25만 원을 받은 뒤 잠적한 사건이 접수됐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 이후 가해자가 돈을 돌려줬지만 사기 혐의가 성립하는지 계속 수사할 것”이라며 “온라인에서 가짜로 만든 문 대통령 시계가 판매되는지도 관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시계’는 청와대 초청행사 참석자들에게 주는 기념품으로 일반인에게는 판매되지 않는다. 청와대는 이 시계를 직원들에게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 직원들은 1일 오리엔테이션에서 문 대통령에게 시계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문 대통령은 “나도 아직 못 받았다”고 말했다고 한다.유근형 noel@donga.com·조동주 기자}
문재인 대통령(64)은 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열린 한-러 정상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65)과 만나 “저와 연배도 비슷하고, 성장 과정도 비슷하고, 기질도 닮은 점이 많아서 많이 통한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도 정상회담 뒤 예정에 없던 극동거리 산책과 평창 겨울올림픽 홍보관 방문을 제안하는 등 친밀감을 드러냈다. 두 정상은 가난한 유년기를 보냈고 대학에선 모두 법학을 전공했다. 푸틴 대통령이 개혁 정치를 폈던 보리스 옐친 정부에서 요직을 거치면서 성장한 점도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장 등을 지낸 문 대통령과 비슷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취임 초 ‘축하 전화를 나눈 정상 중 푸틴 대통령이 가장 시원시원하고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이 끝날 즈음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은 한국 축구에 대해 “축하한다”고 전했고 문 대통령도 활짝 웃으며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첫 한미 정상회담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뜻이 잘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레이트 케미스트리(great chemistry·아주 좋은 궁합)’라는 표현을 쓰고, ‘베리 베리 베리 굿(very very very good)’이라고도 하더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이날 회담장에 34분 늦게 모습을 드러냈고 러시아 측은 지각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2014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회담에 4시간 늦었고 지난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는 2시간 늦게 등장하며 큰 개를 동반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3년과 지난해 한-러 정상회담에서 푸틴을 각각 약 40분, 약 1시간 45분 기다렸다. 한편 한-러 정상은 한-유라시아(유럽+아시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추진하기로 하고 한-러 수교 30주년인 2020년까지 연 교역액을 300억 달러(약 34조 원)까지 확대하는 등 경제교류를 적극 확대하기로 했다. 푸틴 대통령은 “앞으로 유조선 15척이 한국에서 건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 전 열린 한-러 경제공동위원회에서는 가스관, 전력망,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결 등 남-북-러 3각 협력사업에 대한 공동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극동지역 인프라 사업에 참여하는 우리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3년간 20억 달러(약 2조2700억 원) 규모의 ‘극동 금융 이니셔티브’도 신설하기로 했다.유근형 noel@donga.com / 블라디보스토크=한상준 기자}

문재인 정부의 첫 주러시아 대사에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60·사진)이 내정됐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5일 브리핑에서 “우 주러 대사 내정 사실을 당사국에 통보하고 대사임명 동의 절차(아그레망)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조윤제 주미, 노영민 주중, 이수훈 주일 대사를 발표한 데 이어 주러 대사까지 내정되면서 한반도 주변 4강 대사 인선이 완료됐다. 이로써 새 정부의 초대 4강 대사는 모두 ‘비(非)외무고시’ 출신이자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을 도운 친문(친문재인) 인사들이 포진하게 됐다. 우 내정자는 3선 국회의원(17∼19대)을 지낸 대표적 친문 인사다. 문 대통령이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지낼 때 원내대표로 호흡을 맞췄다. 지난해 4·13총선 때는 문 대통령이 우 내정자의 지역구(전남 광양-곡성-구례)를 방문해 유세를 도왔지만 낙선했다. 우 내정자는 2006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 대학원 정치학과를 졸업해 러시아어 의사소통에 별문제가 없다고 한다. 변호사 시절인 1990년대 후반 주한 러시아대사관 법률고문을 지내는 등 정치권에서 러시아를 아는 인사로 분류된다. 우 내정자는 송영길 북방경제협력위원장 등과 함께 문 대통령의 ‘신북방경제론’을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통화에서 “한국 국방력 강화에 필요한 첨단무기 또는 기술 도입을 미국이 지원하는 협의를 진행하자”는 얘기를 주고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 대목을 통화 직후엔 공개하지 않다가 백악관이 추후 이 대목을 공개하자 뒤늦게 밝혔다. 이 때문에 미군 무기 도입 협의 내용을 공개할지를 놓고 한미 간 온도차가 있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백악관은 두 정상 간 통화 후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산 군사장비를 구매하려는 한국의 계획을 개념적으로 승인(conceptual approval)했다”고 밝혔다. ‘개념적 승인’은 구체적인 협상이 오가기 전 서로 기본적인 인식을 공유했다는 취지의 표현이라고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두 정상 간 통화에서 미국산 군사장비 구매 협상이나, 구매 액수(수십억 달러)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두 정상이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군의 국방력을 강화하는 것이 긴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미국이 한국에 필요한 첨단무기 또는 기술 도입을 지원하기로 한 부분을 트럼프 대통령이 원론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5일 트위터를 통해 “일본과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최첨단 군사장비를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이 구매하도록 허락하겠다”고 재차 밝혔다. 일각에선 북핵 위기를 계기로 트럼프가 마치 시혜(施惠)하듯 한국에 미군 무기의 구매를 승인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무튼 이날 통화에 따라 한국군이 추진 중인 킬 체인(Kill Chain)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에 필요한 미국의 첨단무기 도입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F-35A 스텔스전투기와 패트리엇(PAC-3) 요격미사일의 도입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는 한편 물량을 추가로 구입하는 방안이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 군 관계자는 “예산 부족으로 도입 물량이 60대에서 40대로 줄어든 F-35A 전투기의 추가 도입이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이지스함 발사용 SM-6 요격미사일의 도입도 추진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이동식미사일발사차량(TEL)과 병력 등 북한군 지상전력의 움직임을 샅샅이 추적할 수 있는 고성능 지상감시정찰기(조인트스타스·JSTARS)와 북한의 핵·미사일 기지와 지휘부를 은밀히 제거하는 무인공격기, 최신형 대잠초계기(P-8)의 대한(對韓) 판매나 관련 기술의 공유를 미국에 적극 요청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 정부가 5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10월 2일 임시공휴일 지정안’을 의결하면서 추석 명절을 앞둔 9월 30일(토요일)부터 한글날인 10월 9일(월요일)까지 최장 열흘간 쉴 수 있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들은 추석연휴와 함께 사상 유례없는 10일간의 긴 연휴를 보내게 된다”며 “내수 진작과 경제 활성화를 촉진하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잘 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 “안보가 엄중한 상황에서 임시공휴일을 논의하는 것이 한가한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임박해서 결정하면 산업·수출 현장에서 차질이 발생할 수도 있고, 갑작스러운 어린이집 휴무 등으로 생활에 불편을 줄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5일 청와대에서 가진 국무회의에서 추석 연휴 하루 전인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 데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날 국무회의 의결로 국민은 최장 열흘간의 연휴를 맞게 된다. 산업계는 이번 연휴로 인한 경제효과가 최소 5조 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15년 8월 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3일 연휴가 됐을 때, 현대경제연구원은 여행비 등 소비지출액을 1조9900억 원, 숙박·음식·운송 서비스업 등 분야의 생산유발액을 3조8500억 원으로 추산했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정부 방침에 적극 동참해 경제 활성화 기회로 삼겠다는 목표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제조업체들은 꼭 필요한 생산라인을 제외하곤 가동을 중단해 휴가를 사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시민들은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회사원 김동준 씨(32)는 “유례없는 휴가를 받은 기분”이라며 “가족들과 가을 바다라도 보고 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관광업계는 황금연휴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5일 현재 하나투어에서 9월 30일부터 10월 9일에 떠나는 해외여행 상품을 예약한 사람은 7만5000여 명이다. 지난해 추석 연휴(9월 13∼18일)의 3만9000여 명보다 92% 늘었다. 황금연휴 때 스포츠를 즐기는 시민들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시즌 막판을 맞아 순위 경쟁이 뜨거운 프로야구 관계자들은 이번 연휴가 지난해 기록한 역대 최다관중 기록(약 834만 명)을 넘어설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반면 중소기업 직원들은 마냥 웃지만은 못하고 있다. 연휴가 끝난 뒤 밀려올 납품기한을 맞추기 위해 공장을 돌리면 휴일 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휴일에도 임차료를 그대로 내야 하는 자영업자들도 걱정이 앞선다. 서울 관악구에서 치킨집을 운영 중인 김모 씨(45·여)는 “사람들이 전부 해외로 떠나 매출이 줄어들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직원들도 급한 현안이 없는 한 대부분 연휴 행렬에 동참할 예정이다. 세법개정안, 예산안 등 굵직한 업무들을 끝낸 기획재정부를 포함해 대부분 부처에서 연휴에 처리하기 힘든 일정을 연휴 뒤로 미루고 있다. 중고교에선 중간고사를 두고 희비가 엇갈렸다. 일부 중학교는 학생들이 연휴 기간에 시험 공부에 매달리지 않게 중간고사를 이달 말로 앞당겨 치르기로 했다. 하지만 대학 입시를 앞두고 있는 고교는 연휴 이후 시험을 보는 학교가 많다. 어린이집에 가지 않는 자녀를 돌봐야 하는 맞벌이 가정도 걱정거리가 생겼다. 자영업자 김모 씨(35)는 “연휴 때 일을 해야 해서 아이 맡길 곳을 찾아야 해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전국 어린이집에 “다음 달 2일에도 문을 열어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연휴 기간에 해외 여행객이 늘면서 감염병 유입이 증가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응급의료과, 감염병 긴급상황센터 등 휴일에 비상대기 근무를 해야 하는 부서는 업무 부담에 한숨을 쉬었다.김지현 jhk85@donga.com·유근형·손가인 기자}

북한이 6차 핵실험으로 핵무기 실전 배치를 눈앞에 둔 가운데 대화에 방점을 찍었던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제재와 압박’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대북 유화정책’을 비판하면서 한미 공조의 균열이 불거지는 듯했지만 문 대통령은 4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로 북한 핵실험에 대한 긴밀한 한미공조를 재확인했다.○ 진땀 나는 북핵 외교전 벌인 文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10시 45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북한 핵실험에 대한 대응조치를 논의했다. 두 정상 간 통화는 북한의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발사로 미사일 탄두 중량 확대를 합의한 1일 통화 이후 사흘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대북 유화책’에 대해 비판하면서 불거진 한미공조 균열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끝나는 이날 오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는 방안이 거론됐지만 양국 정부의 조율을 거쳐 이날 오후 통화했다. 이에 앞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전날 두 차례에 이어 이날도 통화를 하고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 및 양국 공조 방안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 “차원이 다른, 북한이 절감할 수 있는 강력하고 실제적인 대응조치”를 강조했다. 미국이 북한과 거래하는 금융사와 기업들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과 원유 금수 조치 등 북한 경제를 마비시킬 수 있는 초고강도 제재 카드를 검토하는 가운데 한국이 이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중국 러시아와 정상 간 소통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 등으로 얽혀 있는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통화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 대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이날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통화를 하고 향후 북핵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는 별개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잇달아 통화를 하고 북한 도발에 대한 국제 공조를 논의했다. 메르켈 총리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앞으로 북한의 추가 도발을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력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대북제재 결의 채택을 추진할 계획으로 독일의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대화보다 일단 제재로 선회한 정부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6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안보가) 완전히 상황이 바뀌었다. 국방이 새로운 판을 짜고, 새로운 작전개념을 잡아야 한다”며 정부 내 달라진 대북기조를 전했다. “제재와 함께 협상 테이블로 나오면 밝은 미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을 강조했던 지금까지의 기조에 비해 강경해진 대응 조치다. 6차 핵실험으로 대북 기조의 부분적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006년 1차 핵실험 직후 방코델타아시아(BDA) 자산 동결 등 강도 높은 제재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로 이어졌던 만큼 현 단계에선 초고강도 제재로 북한이 스스로 대화 테이블로 나오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이 북한 도발에 대한 정부 대응에 공세를 집중하는 가운데 문 대통령은 이날 “엄중한 안보 상황에 대한 초당적 대처를 위해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 구성이 시급하다”며 “각 당 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회동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정부는 남북 간 인도적 교류 재개 기조는 이어갈 방침이다. 남북관계가 완전히 단절되면서 북핵 협상의 ‘주변국’으로 머물 수밖에 없는 상황의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장은 어렵더라도 중장기적으론 북핵 협상에 도움이 되는 차원에서 남북 교류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한국은 기본적인 노동권에 관한 해묵은 문제가 많다.” 가이 라이더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61)이 4일 한국 정부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촉구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한 호텔에서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주최로 열린 노사정(勞使政) 대표 오찬 간담회 자리에서다. 라이더 총장은 고용부 초청으로 한국을 공식 방문했다. ILO 사무총장이 정부 초청으로 방한한 것은 처음이다. 라이더 총장은 “한국 정부는 노동과 관련해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며 “한국은 그동안 경제성장과 고용증진에 주력했는데, 문재인 정부의 청년일자리, 최저임금 정책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새 정부 노동정책에 지지 의사를 밝힌 셈이다. 비공개 오찬에서도 “새 정부의 노동 존중 사회에 대한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자신의 방한을 계기로 노사정 대표가 한자리에 모인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오찬에는 김 장관을 비롯해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최종진 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문성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 등 노사정 대표들이 모두 참석했다. 노사정 대표가 한자리에 모인 것은 2015년 9월 15일 대타협 합의문 체결식 이후 2년 만이다. 박 회장을 제외한 참석 인사 전원이 노동계 출신이란 점도 눈길을 끌었다. 라이더 총장은 “한국에선 현재 사회적 대화와 노사 협력을 두고 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ILO도 (한국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 장관은 “라이더 총장의 방한이 노사정 대화에 물꼬를 트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답했다. 오찬을 마친 뒤 라이더 총장은 청와대를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했다. 문 대통령은 “국제 노동 기준에 맞춰 국내 노동법을 정비하는 문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만큼 사회적 대화를 통해 양보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 ILO 핵심 협약 비준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1991년 12월 9일 ILO의 152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한 한국은 지금까지 189개 협약 중 27개만 비준했다. 새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에 ILO 핵심 협약 비준을 포함시켰다. 정부는 조만간 교원노조법 개정 등을 통해 전교조 합법화를 이룬 뒤 협약 비준을 추진할 계획이어서 여야와 노사 간 적잖은 충돌이 예상된다. 라이더 총장은 문 대통령에게 “한국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은 ILO의 임금주도 성장과 맥을 같이한다”고 평가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2012년 10월 취임한 그는 ILO 최초로 정부 관료를 지내지 않은 순수 노동운동가 출신 사무총장이다. 지난해 11월 이사회에서 재선에 성공해 다음 달부터 2022년까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다. 1997년 1월 당시 민노총이 정리해고 법제화에 항의해 총파업에 나서자 국제노동단체 인사들과 함께 방한해 집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라이더 총장과 노사정 대표들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같은 민노총 출신인 문 위원장과 최 직무대행이 나란히 섰음에도 손을 잡지 않아 관심을 모았다. 문 위원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직 손을 잡기에는 어색하다”면서 “노사정 대화가 없는 상황에서 손을 잡은 사진이 찍히면 노동계가 부담스러워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유성열 ryu@donga.com·유근형 기자}